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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어 독일대사와 요리cook 조리cook

    가이어 독일대사와 요리cook 조리cook

    흔히 독일음식은 맛이 없다고 말한다. 맥주와 소시지, 감자요리뿐 대표적인 음식도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웃의 프랑스나 이탈리아와 비교해 투박하고 정확한 독일의 이미지는 몇 가지 재료만으로 얼렁뚱땅 만들어도 감칠맛이 나는 요리와는 좀 다르다. 길이를 자로 잰듯 맞추고,‘적당히’란 없이 곧이곧대로 계량숟가락을 사용한 ‘과학’이 바로 맛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미카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는 ‘화려함은 없으나 순박하고 깊은 맛’을 독일음식이라고 자랑했다. 또 독일의 보통 가정에선 일요일이면 한국의 찌개처럼 큰 냄비에서 음식을 덜어먹는다고 우리 문화와 비교하면서 친근함을 표하기도 했다. 한때 분단국이었던 동질성과 함께 올해를 ‘한국의 해’로 정했다는 독일은 친근감이 가는 나라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비롯, 여러 행사에서 올해는 한국이 중심국이다. 또 베를린에는 한국음식점만 10여개, 하이델베르크에는 최근 최고급 한식당도 문을 열었다. 이른바 독일에도 한류(韓流)가 시작될 모양이다. 편견은 문화를 이해하는 걸림돌임에 분명하다. 독일음식이 맛없다는 편견을 버리기 위해 주한 독일대사관을 찾았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김명국·정연호기자 daunso@seoul.co.kr “코를 톡 쏘는 홍어 맛에 반했지요.”오뚝한 코에 파란 눈의 미카엘 가이어(61) 주한 독일대사는 음식 이야기가 나오자 놀랍게도 한국인 중에서도 호오가 명확하게 갈리는 토속음식 홍어부터 꺼냈다. 지난해 경주에서 홍어맛을 봤다.“처음엔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나중엔 코가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이후 맛을 들였다. 그는 포도 농장을 소유, 서양 정찬에서 빠지지 않는 포도주 ‘가이어’를 생산하는 가문 출신이다. 나름대로 유명한 와인이란다. 이런 영향인지 그는 요리하기를 좋아한다.“요리책을 많이 모았습니다.”라며 수북이 쌓인 책을 보여줬다. 가이어 대사는 한국 전통음식 김치도 담가봤단다.“싱싱한 재료를 쓰는 것이 인상적이더군요.”동석했던 부인 율리아 가이어는 김치를 두번 담갔다고 거들었다. “독일과 한국은 음식에서 공통점이 많습니다.”우리의 김치처럼 독일 식탁에서 양배추를 채썰어 식초에 발효한 사우어크라우트가 빠지지 않는다.‘시큼한 양배추’란 뜻의 사우어크라우트와 독일식 면요리인 스패출레 등의 조리법을 대사 부인이 시연해 보여줬다. 또 “독일의 보통 가정에선 일요일엔 가족 모두 모여 한국에서 찌개를 먹듯이 큰 냄비에서 음식을 덜어 먹습니다.”대개 그날 식사에 나오는 모든 요리를 각자의 큰 접시 하나에 담아서 남김없이 비운단다.“푸짐하면서도 소박하지요.” 독일은 200여년전 270여개의 크고 작은 군주국가가 통합된 연방국가다. 지방색이 너무나 분명한데 음식에선 더욱 그렇다 했다. 북해 주변 사람들은 남부 사람들과는 먹는 것은 고사하고 말도 통하지 않을 정도다.“재미난 것은 북해에 ‘햄버거 장어수프’란 음식이 있는데 한국의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장어가 전혀 안 들어 있어요.”그의 고향인 베스트팔렌에선 햄·소시지와 새까만 빵이 유명하며, 멧돼지와 사슴 등의 야생동물도 많이 먹는다고 들려줬다. 소시지에 대해 묻자 독일인들은 세계 어느 민족보다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돼지고기를 삶아 만드는 아이스바인, 족발을 오븐에 구워낸 슈바인 학세 등을 즐긴다. 소시지는 종류만도 무려 1500여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시지의 내용물은 살코기 외에도 간이나 내장으로 만들기도 하고, 물에 삶는 것과 오븐에 굽는 것, 새끼손가락처럼 가는 것부터 어른 팔뚝처럼 굵은 것까지 다양하다. 독일음식에선 감자도 빠질 수 없다. 곁들이는 정도가 아니라 주식이다. 맥주와 소시지도 지방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먹는 방법도 다르다.“모두 자기 지역에서 생산되는 맥주가 가장 맛있다는 자부심이 무척 강하지요.” 맥주는 600여회사가 3000∼4000여 종류를 생산한다. 맥주는 15세기 초반에 제정된 ‘순수성유지법’에 의해 호프·물·맥아의 순수 자연원료 외에 방부제 등을 첨가하면 불법이다. 따라서 장기보존이나 냉장보관 등이 어려워 유명세에 비해 세계적으로 널리 퍼지지 못했다. 거의 대부분을 생산지에서 소비한다. 요즘엔 양조기술과 주조기구를 수출, 국내에도 하우스 맥주라 하여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독일적인 맥주광장 ‘비어가르텐’이 있다. 프랑스의 노천 카페에 비견되는 비어가르텐은 맥주 한잔으로 걸쭉하게 흥에 젖는 서민적인 풍취를 더해준다.“일상의 피로를 씻어내는 곳이지요.” 비어가르텐에서 나오는 음식은 안주 차원이 아니라 식사용이며, 소시지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감자요리와 샐러드도 곁들인다. “당신이 먹는 음식이 당신이 된다.”고 갈파했던 독일 철학자 포이에르 바흐의 말처럼 음식을 생활 철학으로 승화시킨 독일, 음식은 투박하면서도 깊은 맛을 담고 있었다. 가이어 대사는 음식과 관련된 독일 속담을 들면서 맥주잔을 부인과 건배했다.“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귀족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 만들어 볼까요 ●겨자소스를 곁들인 돼지안심 스테이크와 스패출레 스패출레(독일식 국수요리·4인분) 재료 밀가루 375g,물 ¼컵,계란 3개,소금 ½작은술 만드는 법 ①밀가루와 물을 잘 섞은 다음,계란과 소금을 넣고 섞어 반죽해 놓는다.②큰 냄비에 물(4∼6ℓ)을 넣고 소금을 조금 넣어 끓인다.③물이 끓으면 ①의 반죽을 작은 도마에 올려놓고 칼로 조금씩 잘라 넣는다(우리의 수제비나 칼국수와 비슷해 보인다).④끓는 물에 떨어뜨린 국수가 떠오르면 채로 건져내 버터나 기름으로 버무린다(국수가 서로 달라붙지 않게 주의한다).⑤혹시 기름기를 싫어하면 찬물에 담갔다가 건져내도 된다. ●돼지안심 스테이크 재료 돼지안심 200g,후추를 섞은 소금 10g, 소스(고기를 구울때 나오는 육수,생크림 50㎖,겨자 1작은술-함께 넣고 약간 졸인다) 만드는 법 ①안심을 다듬어서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달궈진 팬에 앞뒤로 갈색이 나게 굽는다.②①을 180℃의 오븐에 넣고 20분 정도 구운 뒤 꺼내어 소스를 끼얹어 먹는다. ■ 요리조리 독일 쿡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 사우어크라우트(독일식 양배추김치) 재료 양배추 1㎏(채썰어둔다),후추를 섞은 소금 10g(간을 맞출 때 넣는다),베이컨 50g,햄육수 100㎖,소금 150g(양배추 절일 때 넣는다),캐러웨이 씨 10g,양파 50g(채썬다) 만드는 법 ①채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유리병에 담아 밀봉을 하고 시원한 곳에 두세달 보관해 발효시킨다.②①이 발효가 되면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햄육수를 약간 붓고 삶는다.③물기가 가시면 양파,캐러웨이 씨,잘게 썬 베이컨을 넣고 볶는다.④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소시지와 함께 차려낸다. 팁 삶은 감자와 같이 먹는다. ●감자샐러드 재료 감자 1.5㎏,다진 양파 1큰술,오이피클 3∼4개,겨자 1작은술,후추를 섞은 소금 ½작은술,포도주식초 3∼4큰술,육수 ½ℓ,샐러드 오일 3∼4큰술 만드는 법 ①감자를 껍질째로 30분가량 삶는다.하루 전에 삶아두면 좋다.②삶은 감자를 벗겨 얇게 썰어 놓고 다진 양파와 섞어서,뜨거운 육수를 골고루 붓고 식힌다.③나머지 재료는 드레싱을 만들어 다시 ②와 섞는다.④오이피클은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기 바로 전에 다져 섞는 게 좋다.미리 섞어두면 물기가 생긴다. 팁 너무 차지 않게 먹기 한두 시간 전에 실온에 보관했다가 먹으면 좋다. ■ 대사가 콕 찍은 독일식당 가이어 대사는 메모리스(02-795-3545)를 최고의 독일 음식점으로 꼽았다. 국내 특급호텔 조리장을 지낸 요리 경력 30년이 넘는 독일인 콘라드 베르머스(62)가 주방을 지키고 있다. 국내에서 독일인이 자국 음식점을 경영하기는 유일하다. 독일의 가정식 스타일인 이곳은 각종 소시지와 돼지고기 요리를 수더분할 정도로 소박하게 내놓는다. 가장 대표적인 소시지 음식으론 흰소시지인 브라트부르스트(1만 4500원)를 비롯해 예닐곱가지를 내놓는다. 여러가지 소시지를 동시에 맛보려면 모둠소시지(2만 8500원)를 주문하면 된다. 소시지는 우리 입맛에 조금 짠 듯 느껴진다. 또 돼지고기로는 아이스바인(1만 9500원)이 통째로 나온다. 나이프와 포크를 주지만 카빙해달라고 하면 주방에서 잘라서 가져온다. 돼지고기 넓적다리 부분을 맥주에 재워 여러가지 야채 및 향신료를 넣고 삶은 것으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이 전혀 없이 부드럽다. 아이스바인은 양이 많아 웬만한 사람의 2인분 분량이 된다. 모든 요리에는 감자와 야채가 곁들여진다. 메모리스에선 다양한 독일 맥주를 맛볼 수 있다. 병맥주를 비롯해 흑맥주와 생맥주도 다양하다. 독일 소주인 쉬납스도 나온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근처의 카페라인(02-465-5815)은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찾는 독일 음식점이다. 이런 까닭으로 상당히 짠 독일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소스를 약간 변형했다. 카페라인은 동빙고동 독일 대사관 건물에서 시작, 2002년 7월 이전해 왔다. 사장 겸 조리장 지영수씨는“소박하면서도 단순한 독일 음식은 하면 할수록 깊고 푸근한 맛을 내는 데 매료됐다.”고 말했다. 대표적 음식은 슈바인 학세(3만원). 돼지고기를 야채와 향신료를 넣고 아이스바인처럼 삶았다가 맥주를 발라가면서 구운 것. 겉모습은 우리의 족발과 비슷하고 맛은 햄과 비슷하다. 껍질은 젤리처럼 졸깃하고 감칠맛이 나는게 특징. 학세의 경우 요리하는데 3∼4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얇게 자른 감자 요리와 독일식 양배추 김치인 사우어크라우트, 빵·디저트도 곁들여 나온다. 학세도 아이스바인처럼 통째로 서빙된다. 이외에도 점심으로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굽거나 데친 소시지가 7000∼8000원에 나온다. 또 독일 맥주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독일식 브로이 맥주를 내놓는 곳으로 동양 최대의 온천시설인 허심청의 브로이(051-550-2345)도 내공이 깊다. 독일 최고의 양조기술 자격증을 가진 크리스티안 카스파가 맥주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산 방문차에 이곳에 들른 가이어 대사는 “맥주가 독일의 맛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했다. 나오는 맥주는 감미롭고 신선하면서 쌉쌀한 뒷맛의 필스, 은은한 과일 맛이 나는 바이첸, 볶은 맥아를 이용해 구수한 맛이 일품인 흑맥주 둔켈이 있다.300㏄에 3300원. 맥주에 맞는 안주로는 슈바인 학세(2만 900원), 소시지 모둠(3만 800원), 치즈 튀김(1만 4300원) 등이 있다. 서울 해밀턴호텔을 지나 제일기획 맞은편의 도이치 하우스(02-794-1313)는 독일식 호프집이지만 모둠 소시지로 널리 알려졌고, 동교동로터리 린나이 건물옆의 소세지 하우스(02-326-0077)도 힐튼호텔 주방장 출신인 주인이 내놓는 소시지가 다양한데 특히 훈제 소시지가 유명하다.
  • “남편 월급만으론 아이들 교육이 힘들어…” 주부 창업 열풍

    “남편 월급만으론 아이들 교육이 힘들어…” 주부 창업 열풍

    불황속에서 주부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구조조정으로 남편의 직장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고 대졸 취업난 등으로 여성 일자리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남편 혼자 벌이로는 살림을 꾸려 나가고 자녀 교육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더욱 주부들은 자의반 타의반 창업으로 내몰리는 경향도 있다. 여성들의 자아성취 욕구가 점점 높아지는 것도 주부들을 창업에 도전하게 하고 있다. 주부 창업자의 경우 여성 특유의 경험과 섬세한 감성을 살려 창업을 하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소비가 여성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소비 심리를 더 잘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창업 전문가들은 “주부들은 상대적으로 시간과 체력, 자본에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한 후 창업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주부창업 전략을 살펴본다. ●작은 규모의 외식업으로 경험 쌓는 것이 필요 초보자인 주부가 욕심을 부려 규모가 큰 음식점을 창업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형 음식점은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근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 복고풍 음식점과 복합점포가 뜨고 있다. 곰장어 전문점은 최근 2,3년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외식업. 불황 탓인지 과거 포장마차에서 즐겨 먹던 곰장어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인천 부평 동암 전철역 앞에서 곰장어 전문점 ‘황가네 꼼장군’을 운영하고 있는 최금숙(49)씨는 월 평균 1000만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2003년 10월 창업한 그는 곰장어가 서민음식으로 불황에 강한 점을 고려해 시작했는데 예상이 딱 맞아떨어졌다. 황가네 꼼장군은 인테리어 공사를 가맹점 선택에 맡기고 있어 15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점포비를 제외한 창업비용이 1800만원 정도 들어간다. 최씨의 경우 20평 점포 임대보증금 5000만원외에 2000여만원이 추가로 들었다. 싼 점포만 구할 수 있다면 5000만원 내외로 창업이 가능하다. 철판에 매콤한 양념과 함께 순대와 곱창, 갖가지 야채를 넣어 직접 볶아 먹는 볶음순대 전문점도 주부들에게 손쉬운 창업 아이템이다. 야채를 제외한 순대와 소스 등 기본 재료는 본사에서 진공상태로 직접 배송해 주고, 특별한 조리없이 고객들이 볶아서 먹도록 재료 상태로 나가다 보니 주방장이 없어도 운영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분당 야탑동 먹자골목에서 ‘또순이순대’를 운영하는 강선임(47)씨는 남편이 운영하는 중고생 보습학원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생활이 힘들어지자 지난해 10월 직접 발벗고 나선 초보 창업자이다.1억여원을 들여 창업한 강씨는 현재 월 평균 1200만원 정도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볶음순대는 고객층이 넓고, 싸고 푸짐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강씨는 말했다. ●온라인 판매업도 인기 판매업은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 가운데 하나다. 혼자서도 손쉽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 업종을 잘 골라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기능성 천연화장품 전문점이 인기다.100% 천연 원료만으로 제조된 기능성 화장품과 아로마 보디용품을 취급한다. 민감성 피부트러블 완화 및 노화방지 등 주요기능 외에 보습과 영양을 공급하는 등 복합 기능성을 갖춰 피부미용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품은 미백, 여드름&잡티, 보습, 주름노화 등 4가지의 기본 라인과 셀룰라이트 제거를 위한 기능성 라인 등 50여가지를 갖추고 있다. 화장품 가격대가 다소 높아 중산층 아파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해볼 만한 여성 창업아이템으로 꼽힌다.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도 도전 영역이다. 사이버 장터는 물품 등록수수료만 내면 누구나 제품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창업이다. 낙찰 후에 일정액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등록수수료와 낙찰수수료를 합친 판매수수료는 판매가의 6∼8% 선으로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인터넷 경매사이트 옥션에서 수입 향수를 판매하고 있는 주부 전현주(37)씨는 하루에 5∼6시간 정도 투자해 월 평균 2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다.100만원이 창업 비용의 전부다. 전씨는 “초등학생인 두 딸을 키우고, 살림하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력하면 고수익이 가능한 서비스업 서비스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고수익도 가능한 업종이기에 주부들의 관심이 크다. 서비스 정신이 강하고 적극적인 성격이거나 고학력 여성들이 해볼 만한 업종이다. 최근 셀프 다이어트 전문점은 체계화된 프로그램과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어 여성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만관리와 동시에 피부관리까지 해결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약 1시간에 걸쳐 체지방 분석, 원적외선 사우나, 비만, 체형관리, 유산소운동, 식습관 및 체중관리 등 총 6단계로 구성된다. 온오프 독서·논술 관리업도 부상하고 있다. 논술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녀에게 논술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을 공략하는 사업이다. 월 회비는 4만∼5만원선. 온라인상 지도는 본사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팀에 의해 독서·논술 지도를 하고, 오프라인상 각 가맹점에서는 회원모집 및 관리를 주로 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씨줄날줄] 홍어/이용원 논설위원

    물고기에게 정치색이야 있을까마는 가끔 정치와 관련해서 운위되는 생선이 있으니 바로 홍어이다. 홍어가 호남에서는 잔칫상에 빼놓을 수 없는 대표음식이요,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이 가장 즐기는 음식 가운데 하나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DJ가 1992년 대선에서 실패하고 영국에 가 있던 때의 이야기 한 토막. 영국으로 그를 방문한 야권인사들은 으레 홍어를 선물로 가져왔다고 한다.DJ로서는 먼 이국 땅에서 만나는 고향의 맛이 기꺼웠겠으나 듣기 좋은 노래도 삼세번이라고, 웬만큼 물릴 무렵이었을 것이다. 한 소장 국회의원이 싱싱한 재래종 상추를 한 상자 가져오자 크게 기뻐해 주위 사람들이 “재치있다.”고 부러워했다는데, 그는 현 정부에서 상당한 고위인사가 되어 있다. DJ가 퇴임하고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군소정당으로 쇠퇴한 뒤로 홍어는 정치 관련 뉴스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더니 최근 다시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1일 민주당이 당사에 기자실을 열면서 홍어 잔치를 벌여 활기를 띠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이를 두고 뒷말이 분분했다. 당직자들이 “홍어가 돌아오니 사람도 돌아왔다.”“홍어 반, 붕장어 반에서 다시 홍어로 돌아왔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어 지난 주말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재선에 성공한 한화갑 민주당 대표에게 홍어 두 마리를 축하선물로 보내 한 대표가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의 합당론을 둘러싼 파문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러브콜을 보낸 게 아니냐는 등 해석이 구구했다. 이제는 홍어를 정치적 속박에서 풀어주자. 홍어를 차린 개소식에 모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이자 흥겨운 마음에 몇마디 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축하해 주는 선물로 그가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보냈다고 해서 사시로 볼 필요는 없다. 호남 출신이 아니라도 홍어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이미 적지 않게 늘었다. 또 최근에 ‘뜨는’ 영남 동해안의 향토음식으로 과메기가 있다. 이 역시 지역음식을 벗어나 전국으로 확산돼 가는 중이다. 홍어든 과메기든 맛있으면 먹고, 아니면 그만이다. 괜히 음식 놓고 핏대 올리지 말자.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 모란시장의 먹을거리

    [뒷골목 맛세상] 모란시장의 먹을거리

    ■ 돼지 부속물 ‘장터 뷔페’ 지금 50,60쯤의 나이에 접어든 이들이라면,1960년대 무렵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삽화 한 장면을 아직 기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몇 학년 국어교과서인지조차 까마득히 잊었지만,5일장이 선 시골장터에서 중년의 사내가 눈보라를 맞으며 하염없이 서 있는 삽화이다. 삽화 속 사내는 눈보라를 맞으면서 어머니를 기리고 있는 중이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바로 5일장을 돌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난장에서 보따리 장사를 하여 아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킨다. 그리고 미처 아들의 성공도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뜨고,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기려 난장에 서서 온몸으로 눈보라를 맞고 있다는 줄거리다. ●닷새마다 돌아오는 어른·아이 모두의 축제 그 중년 사내의 삽화가 나에게 언제까지라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사내야말로 나와 한 치도 틀림없는 자화상이기 때문이다.‘아름다운 얼굴’이라는 자전적인 작품에는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장터의 풍경이 나온다. ‘우리 식구는 모두 장돌뱅이였던 셈이다. 어머니는 어물전의 한 귀퉁이에서 길바닥에 거적때기를 깔고 그 위에 역시 거적때기만한 차일을 친 채, 김이며 미역, 멸치, 마른 새우 등의 해산물을 팔았다. 내가 갓난아이였을 때는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해종일 어머니와 함께 장날을 보냈지만, 조금 커서 네댓살이 되었을 때만 해도 어머니의 등을 벗어나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장돌뱅이가 되어 장터를 헤집고 다녔다. 장돌뱅이에게 있어서, 닷새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장날이란, 어른 아이 막론하고 축제일 수밖에 없었다. 장날이 돌아오는 나흘 내내 기껏해야 휴지 나부랭이나 회오리바람에 날리곤 하던 쓸쓸한 빈터와 기둥만 앙상하던 빈 가게들이, 장날이 되면 하루아침에 갑자기 사람들이 들끓는 싸전이며 어물전, 포목전, 유기전, 옹기전, 잡화점 등으로 변하고, 노점 음식점들마다 돼지머리와 순대가 산더미처럼 쌓이거나 가마솥이 넘치도록 팥죽이 끓어대는 요술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런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장돌뱅이들은,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목이 쉬도록 시골 사람들을 불러 하루 벌어 닷새를 먹고 살 돈을 마련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장터의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물건을 훔치거나 아니면 혹시 길에 떨어진 동전 한닢이라도 줍기 위해 해종일 악머구리 끓듯 해댔다. 어린 장돌뱅이의 벌이는 그다지 신통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싸전 근방을 기웃거리며 기회를 엿보다가 어른들의 다리 틈으로 쌀을 한 주먹씩 훔쳐내어 주머니를 가득 채울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다. 되밀이꾼에게 들켜서 되밀이로 얻어맞거나,‘이 문댕이새끼, 손모가지를 콱 짤라불기 전에 쌀 못 놔?’‘아이고, 전 어떤 장돌뱅이년 구녕에서 나온 새끼여?’ 하는 시골 아낙네들의 막된 욕지거리야 다반사였고, 조금도 개의할 바가 아니었다. 어린 장돌뱅이들은 저만큼 도망치면서 ‘히잇, 니에미 X이다아’ 하고 대거리를 해대는 것으로 그만이었다.’ 어린 장돌뱅이에서 50여년이 훌쩍 지나버린 나이에 이르러서도, 어쩌다 5일장에만 가면 나는 장터 특유의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혀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만다. 그리하여 몇 시간이고 좋이 장터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닌다. 그러면서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한만을 잔뜩 남기고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기도 한다. 수도권 일대에 조선조부터 유명한 5일장으로는 광주의 사평장, 송파장, 안성의 읍내장, 교하의 공릉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빛이 바랬다. 대신에 내가 즐겨 찾는 5일장은 성남 모란장이다. 평소에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4일과 9일,14일과 19일,24일과 29일, 이렇게 5일 간격으로 장이 열리는 모란장은 우선 3000평이 넘는 넓은 장터여서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많기도 하지만, 서울에서 지척이면서도 기이하게 전혀 도회지의 때가 묻지 않은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아니, 좀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시골장터의 분위기 속에는 누군가에게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들짐승 혹은 모질게 살아남는 여름 한낮의 잡초 같은 거친 생명력이 깔려있다. 거친 생명력은 자칫 수상쩍은 기운마저 감돌 정도이다. 이를테면 어디 한군데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집안의 우환노릇이나 하면서 거느릴 가족도 없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역마살의 작은 아버지나 외삼촌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어딘지 모르게 불온하고 어수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살붙이의 정이 가는 식이다. 그런 모란장의 분위기는 어쩌면 성남시 자체에서 태생적으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도회지의 때 묻지 않은 시골장터 분위기 도대체 성남이 어떻게 만들어진 도시인가.1960년대에 박정희식 값싼 노동력 위주의 경제개발에 희생되어 실농한 농민들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등지에 무허가 판잣집을 짓고 살다가, 판잣집에서도 더 이상 버텨내지 못한 채 이번에는 철거민이 되어 광주시 중부면의 허허벌판으로 내몰려 만든 소위 광주대단지의 ‘달나라 별나라’가 시초 아니던가. 먹고 살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저 나라에서 준다는 20평의 땅에 혹하여 지금의 은행동 일대에 ‘달나라 별나라’를 만들고,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 눈이 뒤집힌 임산부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삶아먹는 파천황의 굶주림 끝에, 마침내 ‘광주폭동’을 일으킨 비극의 땅이 아니던가. ‘광주폭동’은 작가 윤흥길씨에 의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작품으로 재현되었다. 이 작품에는 ‘안동 권씨’에 대학까지 나와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오로지 내 집을 마련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광주단지에 까지 오게 된 주인공이 주로 철거민들을 중심으로 한 데모대를 피해 도망치다가 자칫 데모대의 물결에 휩쓸려 들게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빗속에서 사람들이 경찰하고 한참 대결하는 중이었죠. 최루탄에 투석으로 맞서고 있었어요. 그런데 잠시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장면이 휘까닥 바꿔져 버립디다. 삼륜차 한 대가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가지고는 그만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거예요. ■ 술값만 내면 양은 맘껏 데몰 피해 빠져나갈 방도를 찾느라고 요리조리 함부로 대가리를 디밀다가 그만 뒤집혀서 벌렁 나자빠져 버렸어요. 누렇게 익은 참외가 와그르르 쏟아지더니 길바닥으로 구릅디다. 경찰을 상대하던 군중이 돌멩이질을 딱 멈추더니 참외 쪽으로 벌떼처럼 달라붙습디다. 한 차분이나 되는 참외가 눈깜짝할 새 동이 나버립디다. 진흙탕에 떨어진 것까지 주워서는 어적어적 깨물어 먹는 거예요. 먹는 그 자체는 결코 아름다운 장면이 못되었어요. 다만 그런 속에서도 그걸 다투어 주어 먹도록 밑에서 떠받치는 그 무엇이 그저 무시무시하게 절실할 뿐이었죠. 이건 정말 나체화구나 하는 느낌이 처음으로 가슴에 팍 부딪쳐 옵디다. 나체화를 확인한 이상 그 사람들하곤 종류가 다르다고 주장해 나온 근거가 별안간 흐려지는 기분이 듭디다. 내가 맑은 정신으로 나를 의식할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가 전부였습니다.’ ●농·공·축·수산물 없는게 없는 만물상 ‘나체화’의 성남시가 2004년 12월 말 현재 97만 명을 넘어 100만 명이라는 초읽기에 들어간, 나라 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도시가 되었다. 만일 그대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만나고 싶다면, 그리하여 그대 또한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체화’를 느끼고 싶다면, 그대는 지금 당장 모란장으로 오라. 모란장 어디에서건 그대는 너무 쉽게 아홉 켤레의 사내와 나체화를 만나게 될 터이다. 만일 그대가 설 명절을 맞아도 돌아갈 고향이며 가족이 없는 떠돌이라면, 더더욱 망설이지 말고 모란장으로 오라. 와서 그대 또한 기꺼이 벌거벗은 채 나체화 속으로 들어가라. 지하철 8호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모란역에서 5번 출구를 나와 20m 쯤 걸으면 길쭉한 직사각형 형태의 모란장 입구가 보인다. 성남이나 분당행 시내버스를 타서 모란역에서 내려도 마찬가지다. 또한 모란역 곁에는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어서 전국의 어디에서건 성남행 시외버스를 타도 마찬가지다. 모란장 입구라고 해서 딱히 무슨 표지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꽃이며 난이나 동백꽃 같은 화분을 길바닥에 늘여놓은 꽃전이 입구인 셈인데, 꽃전을 지나면 쌀이며 보리, 콩, 조, 수수, 율무 같은 갖가지 잡곡을 파는 잡곡전이 나오고, 당귀며 황기, 인삼, 감초 같은 약초에서부터 지네며 뱀, 심지어 굼벵이까지 파는 약초전이 나오고, 할머니들의 고쟁이 같은 내복에서부터 누비옷이며, 버선, 양말, 양장, 신사복, 점퍼 등을 파는 의류전, 신발전, 고등어, 갈치, 대구, 새우, 꽁치, 삼치, 굴, 동태에서 아구며 가오리 등 온갖 생선을 파는 생선전, 무며 배추, 상추, 시금치에서 사과, 배, 바나나, 곶감, 귤을 파는 야채전을 지나면 드디어 먹거리를 파는 음식전이 시작된다. 아니, 잠깐만 음식전을 모른 척 지나치자. 음식전 옆에는 활어전이 있는데, 주로 붕어며 잉어, 누치, 가물치, 장어, 새우, 자라, 미꾸라지 등 살아 있는 민물고기들이 펄떡펄떡거리고 있다. 활어전을 지나면 고추전이 나오고 다음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값이 싸서 1,2만원짜리도 있다는 각종 강아지를 파는 애견전이 나오는데, 장터의 맨 끝에는 흑염소며 닭, 오리, 토끼, 고양이 등을 파는 가금전이 있다. 모란장을 대강 둘러 보았으면, 다시 먹을거리를 파는 음식전으로 돌아가자. 젊은 남정네가 아내며 어린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있거나, 늙은이 내외가 둘이서 사이좋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음식전에는 팥죽이며 호박죽이 양은솥 안에서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팔팔 끓고, 왕만두, 만둣국, 팥국수, 장터국수, 잔치국수, 칼국수 등이 산더미로 쌓여 있다. 그것들이 모두 2000원에서 3000원 안팎이다. 그런가 하면 옆에서는 가오리찜, 순대국밥, 손만두, 소라, 홍합, 돼지허파, 코다리찜, 돼지머리고기, 문어, 쭈꾸미, 새우 등이 역시 산더미로 쌓여 있다. 두 사람이 먹어도 넉넉할 양의 한 접시가 각각 5000원이다. 문득 가까운 어디선가 굿판이라도 벌어진 듯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함께 쇳내 나는 목청으로 누군가가 신명지게 품바타령을 불러대고 있다. 소리 나는 곳을 찾아가면, 만장한 구경꾼들 한 가운데에서 엿장수의 놀이판이 벌어져 있다. 그렇듯 엿장수의 놀이판 주변으로는 뷔페 중에서도 희한한 ‘쌍방울뷔페’의 ‘원주민촌’,‘무진장집’,‘대박집’,‘왕눈이’,‘막썰어집’,‘고향집’,‘은영네 대포집’ 등이 눈에 띈다. 쌍방울이란 돼지 불알을 일컫는 말로, 바로 돼지부속 고깃집들이다. ●음식도 가지가지 입맛대로 골라 포식 이 돼지부속 고깃집들은 부속의 종류에 따라 값이 다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손님의 양에 따라서 얼마를 먹든지 간에 고기 값은 무료이고, 술값만이 다르다. 이를테면 소주 한 병에 3000원, 동동주 한 잔에 1500원인 ‘돼지 잡는 날’에서는 이곳에서 도래기름이라고 부르는 이자와 지라, 콩팥, 염통 등의 돼지부속이 나오고, 소주 한 병에 5000원인 ‘쌍둥이네’에서는 지라며 콩팥, 염통 이외에도 돼지껍데기며 생고기, 새끼보, 불알 등이 더 나온다. 이렇듯 모든 돼지 부속물들이 기다란 철판 위에서 구워지고 있으면, 손님들은 술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리저리 철판을 옮겨 다니며 얼마든지 포식할 수 있다. 뿐이랴, 바로 쌍방울뷔페 옆에는 내가 빠질 수 있냐는 듯이 왕새우구이, 민물장어, 꽁치구이, 청어구이, 꼼장어에 버섯삼겹살이며 메추리구이, 닭발, 닭똥집, 두부김치 등을 파는 ‘명희네’며 ‘옛사랑집’이 있다. 거기서 잠깐 눈을 돌리면, 커다란 가마솥에서 솔솔 단내를 풍기며 가득히 보신탕이 끓고 있는 ‘은영이네 가마솥 보신탕’이 있다. 그러나 이 보신탕은 장터 반대편 ‘영남흑염소’ 건물 주변이 대여섯 집들이 차일을 잇댄 채 줄지어 서 있다. 보신탕은 보통이 8000원, 특이 1만원이다. 만일 그대가 여기까지 모란장을 돌아 보았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대 또한 성남이라는 사연 많은 도시의 나체화 속으로 껴들어 있는 것을 알아챌지도 모른다. 그대가 낯선 사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지라 한 점을 안주로 한 병에 3000원짜리 소주를 목 안에 깊이 털어넣을 때, 아니면 엿장수들의 음담패설에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자지러지는 칠순 노파 옆에서 그대 또한 키득키득 웃어댈 때, 그대는 이미 그만큼 불온하면서도 어수룩한 살붙이의 정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한 폭의 나체화를 만들고 있으리라. (작가)
  • 고향길에 들러보자! 온천 베스트5

    고향길에 들러보자! 온천 베스트5

    어른과 아이를 확실하게 구분짓는 것이 바로 명절이다. 명절이 즐겁다면 아이, 즐겁지만은 않다면 어쩔 수 없는 어른이다. 그러나 어쩌랴. 할아버지와 손주들이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면 ‘낀 세대’의 고달픔은 이겨내야 할 과제인 것을.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 차례 지내고, 고향 옆 온천이라도 다녀오자.‘산 조상’입가의 웃음꽃이야말로 자손에게 축복이자, 훗날의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다행히 전국 곳곳에 물 좋기로 소문난 온천도 많다. 좋은 물에 몸 담가 일터의 스트레스를 씻어내고, 효도도 하자.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올 설날에 꼭 가봐야 할 전국 온천 5곳을 추천한다. 물 좋기로 소문난 신북온천(1577-5009)이 지난 연말 리모델링을 하고, 새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중탄산나트륨 온천수로 온천마니아들 사이에 ‘물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났다. 시설까지 새로워지니 금상첨화. 게다가 입장료도 저렴하다.1만 2000원에 수영장, 노천탕, 찜질방(찜복대여료 1000원 별도) 등 모든 시설을 이용한다. 바데풀장에서 수영도 하면서 여러 가지 샤워 시설에 몸을 맡기면 명절피로가 금방 풀린다. 또 한쪽에 있는 15m짜리 미니수영장은 아이들을 동반한 사람들에게 인기. 입장시간은 오전 6시30분∼오후 6시.011 멤버십카드로 한 사람은 50% 할인받을 수 있다. ●멋집 맛집 허브아일랜드(031-535-6494)는 갖가지 꽃향기가 진동하는 곳이다.‘허브 향기가게’ ‘허브빵가게’ ‘허브카페’ 등이 옹기종기 모여 마치 동화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한다. 허브 비빔밥(5000원), 돈가스(9000원)가 별미.산정호수(532-6135)는 출렁이는 은빛 수면을 보며 배를 탈 수는 없지만 꽁꽁 얼어붙은 호수가 스케이트와 눈썰매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또 호수 주변을 따라 도는 5㎞의 산책로는 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멋이 있다. 포천하면 이동갈비와 막걸리가 유명하다. 그 중에서도 원조이동제일갈비(531-5368)가 잘한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살점에 고소하면서도 달큼한 양념맛. 이동갈비의 감칠맛은 역시 포천에서만 맛볼 수 있다.1인분에 2만 2000원. 파주골손두부(두부요리,532-6590), 용궁마당(황태해장국,531-8080), 가혜정(한정식,536-6969)등도 권할 만하다. 아산은 1300년 온천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대표적인 온천도시로 온양, 도고, 아산온천을 거느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아산스파비스(041-539-2000)는 온천과 물놀이시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국내 최초의 물치료 개념을 도입한 바데풀은 온천의 수압을 이용, 온몸을 자극한다. 어린이용 슬라이드와 유수풀 등을 갖춘 실외 온천탕은 온천수를 이용해 겨울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노천탕은 황토탕, 레몬탕, 동굴탕 등 이벤트탕으로 짜여 있다. 연잎을 우려낸 백연탕, 술을 탄 아산명주탕 등 웰빙탕도 인기.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 스파비스 주차장에 만들어진 눈썰매장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맛집 멋집 세계꽃박물관(544-0746)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식물원이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향수를 마구잡이로 흩뿌려놓은 듯한 짙은 향이 온몸을 휘감는다. 향수 아닌 꽃냄새이다. 모두 18개의 온실에 전시된 꽃은 1000여종,1000만 송이는 넘는다. 가히 꽃천지라고 할 만하다. 현재는 백합이 한창이다.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어린이 4000원. 입장권 구입시 미니화분도 준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과 일생기록화인 십경도, 난중일기 등 이순신장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현충사(544-2161)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더 좋다. 삽교천방조제 인근 문방리는 예부터 소문난 장어구이촌. 매콤한 양념과 함께 입안에서 살살 녹는 장어의 살점이 일품.4만원짜리 1㎏이면 2∼3명은 충분히 먹을 수 있다.옛날돌집(533∼2241)은 소문난 맛집. 서해는 겨울 숭어가 제철이다.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속살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서해대교 부근 멧돌포구의 갯마을횟집이 유명하다.(363-8259).㎏에 4만원. 온궁 한방갈비(543-4777), 염치 큰고개식당(541-3391) 등도 괜찮다. 덕구온천(054-782-0677)은 온천공을 뚫지 않고, 자연적으로 솟는 용출수를 그대로 끌어다 쓰는 온천으로 이름 높다. 응봉산 중턱에서 솟아오르는 원탕은 4m 높이로 솟구치는데 하루 용출량이 4000t이나 된다. 용출 온도는 41.8도로 데우지 않고 그대로 쓴다. 덕구온천호텔에 대온천장과 덕구온천스파월드가 있다. 전망좋은 노천탕, 맥반석동굴사우나, 물안마폭포탕, 선탠장 등이 있어 다양한 온천욕이 가능하다. 대온천탕 6000원. 스파월드(수영복 입장)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 ●멋집 맛집 일출 감상지로 유명한 조그마한 항구인 죽변항.SBS-TV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그곳에 드라마 세트장으로 사용된 교회 건물과 집이 있는데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곳이다. 또한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꼽은 동해안 최고의 경승지 관동팔경(關東八景)중 망양정과 월송정이 있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비구니 도량 불영사(054-782-9189)는 연못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죽변항에는 대게가 한창이다. 긴 다리에 꽉 찬 살이 고소한 대게. 언제 먹어도 꿀맛이다. 단 비싼 것이 흠.방파제 1호회집(782-0842)은 풍성한 대게의 맛을 볼 수 있는 집.1인당 2만원이면 오케이. 멍게 해삼 산오징어 등 다양한 반찬과 밥까지 준다. 이밖에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맛있는 산길식당(782-3169), 집에서 직접 만드는 순두부가 유명한 할머니순두부식당(782-6338), 특이한 칼국수를 만드는 옹심이칼국수(788-4144)등도 강추.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051-749-2355)온천은 남녀 실내 사우나와 노천온천,2개의 옥외 수영장, 야외 조깅트랙 등이 자랑이다. 해운대의 싱그러운 파도소리를 들으며 넘실대는 파란 파도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은 물론 이국적인 분위기의 실외수영장은 인기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가격이 좀 부담되지만 연휴의 하루는 연인과 가족과 함께 이런 곳에서 쉬어 볼 만하다. 본관의 옥외온천은 온도가 각기 다른 5개의 탕을 구비하고 있어 가족 누구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입장료 3만 3000원.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멋집 맛집 해운대는 좀 떨어져서 바라보면 더욱 멋스럽다. 동백섬, 밤에 조명으로 아름다운 광안대교, 오륙도 등을 돌아보는 미포 유람선(742-2525)은 어른 1만 2100원, 어린이 8100원. 높이 7m의 산호수족관, 길이 80m의 해저터널 등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부산 아쿠아리움(740-1700). 어른 1만 4500원, 어린이 9500원.KTX 탑승객 20% 할인(영수증 제시),SK텔레콤 회원에게도 20% 할인해 준다. 바다를 배경으로 둥근 달을 보며 사랑을 고백하는 곳으로 유명한 달맞이고개의 해월정, 고은 최치원 선생의 혼이 서려 있는 동백섬 등은 둘러볼 만하다. 해운대에 들렀다면 꼭 한번 맛볼 만한 음식으로 곰장어짚불구이를 권한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용궁사로 가는 길목의 기장곰장어(721-2934)가 유명하다. 생선뼈에 고춧가루·간장·물엿 등을 넣고 푹 끓여 나오는데 얼큰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뼈찜이 맛있는 선창횟집(747-7470). 생선회를 먹으면 뼈찜은 무료. 전날 과음했다면 한국콘도 옆의 속씨원한 대구탕(744-0238)이 좋다. 보성 해수녹차탕(061-853-4566)은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와 전국 제일 차의 고장답게 보성찻잎을 우려낸 녹수를 이용해 그윽한 녹차향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또한 창밖으로 보이는 율포해수욕장과 백사청송 등 남해안의 정취가 색다르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멋집 맛집 보성의 자랑은 역시 차밭(茶園)이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10여분을 달리다보면 굽이굽이 펼쳐지는 차밭에 탄성이 나온다. 차밭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초록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가는지 모른다. 백제 고찰 대원사는 문덕면 죽산리 천봉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백제 무녕왕 3년(503년)에 창건되었다. 지장보살, 불교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티벳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주암호에서 절까지 계곡을 낀 7㎞의 구간은 정말 아름답다. 보성은 녹차를 먹인 돼지의 본고장이다.녹차먹인돼지(852-6188)가 유명하다. 녹차잎을 사료에 혼합하여 키운 녹돈은 육질이 연하고 고소하다. 보성양탕(852-2412)은 냄새가 안 나는 암염소에 말린 토란대 등 토속나물을 넣고 20시간을 곤 다음 고춧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바지락회는 행낭횟집(852-8072)이 잘한다. 향기로우면서도 갯내가 물씬 풍기는 바지락회는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최고다.2만원.응봉산 중턱에서 솟아오르는 원탕은 4m 높이로 솟구치는데 하루 용출량이 4000t이나 된다. 용출 온도는 41.8도로 데우지 않고 그대로 쓴다. 덕구온천호텔에 대온천장과 덕구온천스파월드가 있다. 전망좋은 노천탕, 맥반석동굴사우나, 물안마폭포탕, 선탠장 등이 있어 다양한 온천욕이 가능하다. 대온천탕 6000원. 스파월드(수영복 입장) 어른 1만 5000원. 어린이 1만원. ●멋집 맛집 일출 감상지로 유명한 조그마한 항구인 죽변항.SBS-TV 드라마 ‘폭풍 속으로’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그곳에 드라마 세트장으로 사용된 교회 건물과 집이 있는데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 그림 같은 곳이다. 또한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꼽은 동해안 최고의 경승지 관동팔경(關東八景)중 망양정과 월송정이 있다. 신라 때 창건됐다는 비구니 도량 불영사(054-782-9189)는 연못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죽변항에는 대게가 한창이다. 긴 다리에 꽉 찬 살이 고소한 대게. 언제 먹어도 꿀맛이다. 단 비싼 것이 흠.방파제 1호회집(782-0842)은 풍성한 대게의 맛을 볼 수 있는 집.1인당 2만원이면 오케이. 멍게 해삼 산오징어 등 다양한 반찬과 밥까지 준다. 이밖에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맛있는 산길식당(782-3169), 집에서 직접 만드는 순두부가 유명한 할머니순두부식당(782-6338), 특이한 칼국수를 만드는 옹심이칼국수(788-4144)등도 강추.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051-749-2355)온천은 남녀 실내 사우나와 노천온천,2개의 옥외 수영장, 야외 조깅트랙 등이 자랑이다. 해운대의 싱그러운 파도소리를 들으며 넘실대는 파란 파도를 바라보며 즐기는 노천온천은 물론 이국적인 분위기의 실외수영장은 인기 드라마의 촬영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가격이 좀 부담되지만 연휴의 하루는 연인과 가족과 함께 이런 곳에서 쉬어 볼 만하다. 본관의 옥외온천은 온도가 각기 다른 5개의 탕을 구비하고 있어 가족 누구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입장료 3만 3000원.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멋집 맛집 해운대는 좀 떨어져서 바라보면 더욱 멋스럽다. 동백섬, 밤에 조명으로 아름다운 광안대교, 오륙도 등을 돌아보는 미포 유람선(742-2525)은 어른 1만 2100원, 어린이 8100원. 높이 7m의 산호수족관, 길이 80m의 해저터널 등 최첨단 시설로 무장한 부산 아쿠아리움(740-1700). 어른 1만 4500원, 어린이 9500원.KTX 탑승객 20% 할인(영수증 제시),SK텔레콤 회원에게도 20% 할인해 준다. 바다를 배경으로 둥근 달을 보며 사랑을 고백하는 곳으로 유명한 달맞이고개의 해월정, 고은 최치원 선생의 혼이 서려 있는 동백섬 등은 둘러볼 만하다. 해운대에 들렀다면 꼭 한번 맛볼 만한 음식으로 곰장어짚불구이를 권한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용궁사로 가는 길목의 기장곰장어(721-2934)가 유명하다. 생선뼈에 고춧가루·간장·물엿 등을 넣고 푹 끓여 나오는데 얼큰하면서도 입에 착 달라붙는 뼈찜이 맛있는 선창횟집(747-7470). 생선회를 먹으면 뼈찜은 무료. 전날 과음했다면 한국콘도 옆의 속씨원한 대구탕(744-0238)이 좋다. 보성 해수녹차탕(061-853-4566)은 지하 120m 암반층에서 끌어올린 해수와 전국 제일 차의 고장답게 보성찻잎을 우려낸 녹수를 이용해 그윽한 녹차향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또한 창밖으로 보이는 율포해수욕장과 백사청송 등 남해안의 정취가 색다르다. 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 ●멋집 맛집 보성의 자랑은 역시 차밭(茶園)이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10여분을 달리다보면 굽이굽이 펼쳐지는 차밭에 탄성이 나온다. 차밭 사이를 걷고 있노라면 초록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가는지 모른다. 백제 고찰 대원사는 문덕면 죽산리 천봉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백제 무녕왕 3년(503년)에 창건되었다. 지장보살, 불교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티벳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주암호에서 절까지 계곡을 낀 7㎞의 구간은 정말 아름답다. 보성은 녹차를 먹인 돼지의 본고장이다.녹차먹인돼지(852-6188)가 유명하다. 녹차잎을 사료에 혼합하여 키운 녹돈은 육질이 연하고 고소하다. 보성양탕(852-2412)은 냄새가 안 나는 암염소에 말린 토란대 등 토속나물을 넣고 20시간을 곤 다음 고춧가루를 넣어 국물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하다. 바지락회는 행낭횟집(852-8072)이 잘한다. 향기로우면서도 갯내가 물씬 풍기는 바지락회는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최고다.2만원.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로데오거리 퓨전요리

    [뒷골목 맛세상]로데오거리 퓨전요리

    ‘떡볶이에 미친’ 이영주(46)씨.24년 동안 떡볶이와 고락을 함께하며 ‘대구 동성로 떡볶이 신화’를 일궈낸 그는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10억원을 들여 떡볶이 전문점인 ‘레드페퍼’를 차려 철판피자떡볶이 등 다양한 떡볶이 관련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1990년대의 압구정동을 묘사한 문학작품들은 압구정동에 대해서 지극히 신랄하다. 시인이자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감독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는 연작시에서 압구정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국화빵 기계다 지하철 자동 개찰구다 어디 한번 그 투입구에/당신을 넣어보라 당신의 와꾸를 디밀어보라 예컨대 나를 포함한 소설가 박상우나/시인 함민복 같은 와꾸로는 당장은 곤란하다 넣자마자 띠-소리와 함께/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그 투입구에 와꾸를 맞추고 싶으면 우선 일년간 하루 십 킬로의/로드웍과 섀도우 복싱 등의 피눈물 나는 하드 트레이닝으로 실버스타 스텔론이나/리차드 기어 같은 샤프한 이미지를 만들 것 일단 기본 자세가 갖추어지면/세겹 주름바지와, 니트, 주윤발 코트, 장군의 아들 중절모, 목걸이 등의 의류 액세서리 등을 구비할 것 그 다음/미장원과 강력 무쓰를 이용한 소방차나 맥가이버 헤어스타일로 무장할 것/…이곳 어디를 둘러보라 차림새의 빈부격차가 있는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욕망의 평등사회다 패션의 사회주의 낙원이다/가는 곳마다 모델 텔런트 아닌 사람 없고 가는 곳마다 술과 고기가 넘쳐나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미국서 똥구루마 끌다 온 놈들도 여기선 재미 많이 보는지 재미동포라 지화자, 봄날은 간다…. 걸어가면 만날 수 있다 오, 욕망과 유혹의 삼투압이여/자, 오관으로 느껴보라 안락하게 푹 절여진 만화방창 각종 쾌락의 묘지, 체제의 꽁치통조림 공장, 그 거대한 피스톤이, 톱니바퀴가 검은 기름의 몸체를 번득이며 손짓하는 현장을/왕성하게 숨막히게 숨가쁘게/그러나 갈수록 섹시하게… ●한때는 ‘해방구’… 불황에 빛바랜 느낌 작가 이순원의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에서도 1990년대의 압구정동에 대한 묘사는 비슷하게 신랄하다. …오늘 아침 그녀는 자신의 800만원짜리 이태리산 침대에서 잠을 깼다. 침대 맞은편 벽에 걸린 영국산 수제품 뻐꾸기시계가 9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침대 아래에 놓인 이태리산 털실내화를 신고 엄마가 있는 안방으로 갔다. 침실과 아빠 엄마의 의상실이 따로 분리돼 있는 방이었다. 아빠는 1억 5000만원짜리 밴츠 560SEL을 타고 이미 출근한 다음이었고, 엄마만 혼자 2200만원짜리 서독산 침대에 누워 프랑스산 오리털이불 바깥으로 한쪽 다리를 걸치듯 내놓고 있었다.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금박을 장식한 12만원짜리 칼빈 클라인 스타킹을 신는 다리였다.…그녀는 비너스 조각을 한 1400만원짜리 이태리산 대리석 욕조에 가볍게 이온 목욕을 한 다음 자기 침실로 가 2300만원짜리 이태리산 장롱을 열고 전에도 입었던, 입어도 그 속이 확연히 들여다보이는 그물형 스캉달 팬티와 그 팬티와 세트를 이룬 은은한 핑크색 브래지어를 하고 차이나형 꽃무늬가 수놓아진 칼빈 클라인 스타킹을 신었다. 그리고 그 위에 40만원짜리 쏘냐 리카엘 상표가 붙은 블라우스와 70만원짜리 이바노브니 검정색 미니 스커트를 입고 역시 검은 색상의 320만원짜리 피에르 발망 반코트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섰다…핸드백은 엄마의 430만원짜리 것만은 못하지만 자연산 무늬를 조금 갈색나게 처리한 280만원짜리 구찌 악어가죽 핸드백을 골랐다. 그 안엔 어제 쓰다 남은 20몇만원과 조금 전 엄마가 외출하기 전에 주고 간 외환은행권 10만원짜리 수표 석 장,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급한 일이 생기면 쓰라고 그 전에 아빠가 주었던 100만원짜리 상업은행권 수표 한 장, 입학 선물로 받은 VIP카드, 얼마 전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12만원 주고 두 개를 사 하나는 영준이 오빠를 준 피에르 가르뎅 손수건, 작은 용기에 담은 몇 가지 드봉 화장품, 그 화장품 판촉물로 받은 굵은 빗 한 자루, 핸드백용 강력 무스, 친구들 전화번호를 적은 1만4천원짜리 프랑스산 양가죽 팬시 수첩, 양가죽 케이스 안의 스위스산 볼펜이 들어 있었고, 그 제일 밑바닥에는 현금 말고는 그 핸드백 안의 유일한 국산품인 이미 반쯤 쓴 피임약이 들어 있었다. 작가 이순원은 1990년대의 소위 ‘압구정파’ 출신 여대생 은지를 통해 압구정동이며 로데오 거리를 묘사하다 못해, 직설적인 어법으로 ‘이 땅 졸부들의 끝없는 욕망과 타락의 전시장, 아니 똥통같이 왜곡된 한국 자본주의가 미덕처럼 내세우는 환락의 별칭적 대명사’운운하며 드러내놓고 울분을 토한다. ●경력 24년… 대구서 강남 중심으로 진출 원래 로데오란 길들여지지 않은 말이나 소의 등에 올라타고 누가 오래 버티는가를 겨루는 서부 카우보이들의 경기를 일컫는 말인데, 미국에서도 상류층만 모여서 사는 베벌리힐스에 있는 세계적인 패션거리에 로데오라는 이름이 붙고, 이어 이 땅의 소위 오렌지족, 혹은 ‘야타족’으로 불리는 부유층 신세대들이 압구정동에 자신들만의 놀이공간을 만들어 로데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신세대들은 한때 로데오 거리를 일종의 해방구로 여겨, 너나없이 세이프티존(SAFETY ZONE)이란 영어를 새겨 넣은 차양이 긴 모자를 자신들만의 무슨 상징물처럼 눌러쓰고 활보하기도 했다. 이순원식 ‘욕망과 타락의 전시장이며 환락의 별칭적 대명사’이자 유하식 ‘욕망의 평등주의이자 패션의 사회주의’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도 IMF를 지나 우리 경제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깊은 늪에 빠져 있는 오늘에 이르러서는, 어딘지 모르게 그 빛이 바랜 느낌이 없지 않다. 실제로 로데오 거리를 기웃거리는 동안 명품점이며 패션점, 각종 음식점의 주인들은 ‘좋은 시절은 물 건너갔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로데오 거리의 단골고객이었던 이 땅의 큰손이나 복부인 같은 졸부들이 더 이상 손쉽게 눈먼 돈을 벌어 흥청망청하기에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맑아진 것인지도 모른다. 로데오 거리의 식당들도 이제는 고급스럽기보다는 대중적인 간판들이 즐비하다. 주로 퓨전요리 중심인데, 일식이며 중식, 한식, 심지어 소주방까지도 상호 앞에 기꺼이 퓨전이라는 관형어를 붙이고 있다. 어느 식당을 들어가도 가격이 1만원 안팎으로 크게 비싸지 않다. 로데오 거리의 여러 퓨전요리점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떡볶이 전문점인 ‘레드페퍼’(02-547-3778)다. 한마디로 한다면, 레드페퍼의 주인인 이영주씨는 떡볶이에 미친 사람이다. 올해로 떡볶이 경력이 24년인 중년의 그이는 스스로도 떡볶이에 미쳤다고 기꺼이 자인한다. 이를테면 강남에서도 세가 가장 비싼 로데오 거리에 물경 10억원을 투자하여 건평 100평의 3층 건물을 세내어 떡볶이 전문점을 차린 것이다.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300만원, 권리금 4억원에 나머지 실내장식으로 총 10억원을 들인 레드페퍼는 기존의 고정관념으로는 떡볶이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고급카페나 레스토랑풍의 화려한 실내장식과 디자인이 보는 이의 눈을 휘둥그레 만드는데,1층,2층, 테라스, 복층이 모두 손님을 맞는 홀이다. 그중에서 그이만이 출입할 수 있는 3층은 소위 개발실인데, 그 안에는 세계 모든 종류의 소스들이 가득 차 있다. 그 소스들 중에는 그이가 개발한 떡볶이용 고추장이 소스란 이름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떡볶이의 종류를 보면 그이가 떡볶이에 미쳤다는 말이 좀더 실감이 난다.2인분 기준의 철판즉석떡볶이는 레드페퍼떡볶이(1만원), 순대떡볶이(8000원), 거리떡볶이(6000원), 불고기떡볶이(8000원), 해물떡볶이(8000원)가 있는데, 레드페퍼떡볶이는 쌀떡, 야채, 햄, 어묵, 만두, 쫄면, 라면, 팽이버섯이 들어간 거리떡볶이에, 오징어, 새우, 홍합, 꼬마만두, 삶은 계란이 더해진다. 불고기떡볶이는 거리떡볶이를 기본으로 하여 순살불고기와 각종 버섯이 더해지고, 순대는 순대가 더해진다. 이외에도 각각 5000원짜리의 피자떡볶이, 치킨탕수떡볶이, 스파게티떡볶이, 궁중떡볶이가 있고, 쟁반떡볶이, 떡꼬지, 떡튀김, 비빔만두, 순대볶음, 오뎅탕 등이 있다. 얼마 전에는 철판피자떡볶이를 개발했는데, 쌀떡에 화이트소시지, 비엔나소시지, 햄, 모차렐라치즈를 넣어 피자토핑을 뿌리고, 새우, 어묵, 만두, 달걀, 당근, 파, 팽이버섯, 양배추, 피망, 적채, 양파, 페퍼로니 등을 넣어 철판에 볶아내어 매운 것을 싫어하는 청소년들도 기꺼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30대 사장 40가지의 롤 메뉴 개발 이영주씨는 떡볶이를 햄버거나 스파게티, 피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요리로 만드는 것이 필생의 꿈이다. 기실 그가 압구정동의 로데오 거리에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떡볶이 전문점을 낸 것도 그가 펼치고자 하는 꿈의 일환인 셈이다. 그이는 압구정동에 오기 전에 이미 ‘동성로떡볶이’란 상호로 대구에서만 본점에서부터 7호점까지를 직영하여 월 순수익 7000만~8000만원을 올린 소위 ‘떡볶이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그이가 바로 떡볶이의 세계화를 위하여 스스로 동성로떡볶이시대를 청산한 채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러’(02-540-2577)는 ‘날것(raw)이라는 뜻으로 퓨전일식 스타일의 소위 캘리포니아롤 전문점이다.31세의 박진효씨가 운영하는데, 과연 젊은이답게 무려 40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롤 메뉴를 내고 있다. 일찍이 압구정동파가 되어 세이프티존이라는 모자를 쓰고 로데오 거리를 휩쓸었을 나이의 그이는 공과계통의 대학을 졸업하고 어학연수 차 미국에 건너갔다가 캘리포니아롤에 눈떠 일본인 요리사 아래서 요리법을 익힌 것이다. 원래 캘리포니아롤이란 스시라는 일본식 생선초밥을 미국식으로 변형시킨 요리인데, 이를테면 날것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춰 생선을 안에 넣고 초밥을 밖으로 드러내거나 아니면 튀김가루를 입혀 튀겨내어 거기에 각종 소스를 끼얹는 식이다. 스네이크롤은 장어구이에 아보카드를 얹고, 달콤한 계란말이로 감싼 롤이고, 살몬크런치롤은 밀가루를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낸 크런치에 연어를 덮고 거기에 다시 날치알을 얹은 롤이고, 트레저아일랜롤은 역시 크런치에 날치알과 장어, 참치, 아보카드를 섬처럼 쌓아올린 롤이고, 레인보롤은 연어, 참치, 아보카드에 크림치즈를 더한 롤이고, 스파이더롤은 이제 막 껍질을 벗은 물렁한 게를 통째로 튀겨 토마토, 오이, 날치알, 아보카드를 더한 롤이고, 키스미롤은 새우와 게살에 매콤한 칠리소스를 끼얹은 롤이고, 더블펀치롤은 파인애플에 게살, 가리비, 아보카드를 부쳐내어 소스를 뿌린 롤이고, 프라이롤은 크런치에 게살, 날치알, 아보카드를 넣어 기름에 튀겨낸 롤인데, 이렇듯 40여종에 이르는 롤들이 7000~8000원이다. 이밖에도 세트로 내기도 하는데, 필라델피아롤이나 슈퍼크런치롤에 활어초밥이며 튜나샐러드와 우동을 함께 내거나 4가지 롤에 활어회와 활어초밥, 우동을 내기도 한다.
  • [이집이 맛있대]서울 신사동 ‘퓨魚’

    [이집이 맛있대]서울 신사동 ‘퓨魚’

    강남구 신사동에 싱싱한 송어와 장어가 떴다. 송어·장어 전문점 ‘퓨魚(퓨어)’는 강원도 정선의 양식장에서 1급 용천수로 기른 송어만을 내놓는다. 고급사료를 먹고 자라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없고, 육질이 아주 탱탱하여 고소하면서 졸깃한 맛을 낸다. 장어는 강화도 갯벌에서 기른 것이다. 해안가의 갯벌을 막아 만든 강화군의 8개 어장에서 75일 이상 자연 상태로 길러 강화 갯벌장어는 자연산 못지않은 맛과 풍미를 낸다. 흙냄새와 비린내가 전혀 없어 자연산 뱀장어와 비교해 봐도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언제나 싱싱한 송어와 장어를 제공하기 위해 이 집에선 물과 산소가 주입되는 수족관을 4개나 설치했다. 일주일에 두세번 산지에서 직송받는다. 장어전용 그릴을 입구 옆에 설치해 손님이 오면 즉시 싱싱한 장어를 굽는다. 송어런치정식(2만 3000원)은 계절야채 샐러드과 단호박찜, 춘권이 나온 뒤 송어회무침으로 시작한다. 회무침은 송어를 회로 떠 냉동시킨 뒤 옥돌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연홍빛 송어회의 싱싱한 색상은 식욕을 돋운다. 각종야채, 땅콩, 콩가루, 초장소스와 비벼 먹으면 고소하면서도 매콤새콤한 아주 특별한 맛을 낸다. 색깔이나 맛은 연어와 비슷하지만 송어가 연어에 비해 좀더 부드럽고 졸깃하며 진한 맛을 낸다. 남은 송어뼈를 넣고 끓인 매운탕과 밥으로 마무리하면 점심식사로는 아주 배가 부르다. 퓨어의 박영식 이사는 “민물회를 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우리 집은 과학적이고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드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선수 박지은씨의 아버지가 경영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천운영의 소설세계)/차미령

    진실이 나를 절망으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나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천운영,‘포옹’ 천운영 소설에 대한 보다 정확히 말해,‘바늘’이 출간되고 난 후 이 작가의 첫 소설집을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엽기성’,‘동물성’,‘야생성’,‘야수성’,‘육식성’,‘파괴성’,‘공격성’,‘관능성’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천운영 소설에 이르러 우리 문학은 “가부장적 질서를 난도질하는 육체적 질감을 지닌 현장(김양선,‘기이하고 낯선 가족과 여성이야기’)”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지난 연대의 여성 소설과 천운영 소설을 구획짓고자 하는 시도가 여러 평문에서 발견되는 것은 그러므로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불감증, 거식증, 불임, 도벽 등과 같은 히스테리적 징후로서만 즉, 부정으로서만 여성 소설의 위반성을 거론할 수 있었던 지난 연대와는 달리,“맹수의 이미지를 띤 여성인물들(황종연,‘탈승화의 리얼리즘’)”은 유례없이 “전복적이고 파괴적인(황도경,‘환상 속으로 탈주하라’)”힘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 작가의 차기작에 대한 관심이 “신선한 살과 피를 원하는 이 짐승의 다음 먹잇감은 무엇이 될 것인가(남진우,‘늑대의 후예’)”쯤으로 표현되는 것이 지금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육체적 질감”,“신선한 살과 피” 등의 앞서 인용한 비평적 수사에서 은연 중 드러나듯, 천운영 소설이 보여 주는 이러한 특징은 무엇보다 그 생생한 현장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이제는 잘 알려진 ‘발로 쓰는’ 이 작가의 스타일이나 그로 인한 생동감 넘치는 디테일의 창출에도 불구하고, 천운영이 정작 공들여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취재한 세계, 바로 그 곳으로부터 도출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직접 회를 뜨고, 야나기상의 문신을 보고, 소머리 가르는 접칼을 쥐어도, 작가의 시선은, 장어를 다루는 횟집 주방장의 손놀림에서 텅 빈 수족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는 그의 ‘아내’에게로, 남자의 육체에 수놓아진 화려한 거미 문신에서 문신사의 자살한 ‘어머니’에게로, 뼈와 살이 갈려진 소머리에서 우시장 노동자의 ‘할머니’와 ‘연인’에게로 이동한다. 한 세밀한 묘사가 담고 있는 내용이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좌우하는 데까지 미치지는 못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 앞에서, 우리의 포커스 또한 이동할 때가 된 듯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질문들;천운영 소설의 세밀한 묘사와 이에 기반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에 가려 미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저토록 야수적이고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인물들 내면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가? 작가의 두 번째 창작집 ‘명랑’이 출간된 지금, 우리가 시도해야 할 작업은 엽기성과 파괴성의 이면 혹은, 공격성과 야수성의 연원을 추적해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그로테스크함으로 인해 앞서 언급한 비평적 키워드들의 시발점의 하나가 되었던 천운영 소설 인물들의 ‘몸’으로부터 출발해 보자.“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신체를 보여(심진경,‘아름다움과 추함을 가로지르는 섹슈얼리티의 모험과 위반’)”주면서 “몸의 해부학적 묘사라 할 만큼 유난히 신체에 대한 묘사에 집착(황도경, 앞의글)”한다고 평가받는 이 작가의 소설에서, 몸, 그것으로부터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 주목하는 몸의 일부는 얼굴이 아니다. 바로 ‘등’이다. 우리 중 누군가 자신의 ‘등’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까. 등은 인간의 육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람들은 대개 죽을 때까지 자신의 등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산다. 심지어 거울 앞에서도. 그 실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를 은유하고 있으며, 나조차 알지 못하는 이면을 타자는 볼 수 있다는 인식은 불안과 공포의 근원으로 자리한다. 만약 자신의 등이 “굽은 등”이고, 자신이 “곱사등이”이라면, 그 불안과 공포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된다.‘포옹’의 ‘나(인경)’는 “평면만을 보여주는 거울의 기만성(1:213, 이하 괄호안의 표기는 수록소설집:페이지수)”을 충분히 알고 있다.“그렇게 화장을 하고 차려 입으니 너무 예쁘구나(1:213)”라는 거울 속 어머니의 말은 그러므로 거짓이라는 것도. 일찍이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대로 거울의 드라마가 막을 내릴 때 더 이상 엄마의 일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아이의 고통은 원초적인 것에 육박하지만, 거울이 제공하는 이 기만적인 나르시시즘은 자기정체성을 구성해 내고, 거울을 통과한 후에야 아이는 자신을 3인칭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굽은 등을 보기를 두려워하는 인경은 여전히 엄마의 일부일 때에만 완전하다고 느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진실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니, 그것이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엄마 품에 안겨 거울 속 나를 바라보(1:213)”며, 자신의 뒷모습이 “백지”로 남기를 바란다. 진실이 절망을 가져다준다면 그 진실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 그것은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믿는 그녀가 불우한 삶을 견뎌 내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포옹’에서 인경의 등은, 어머니를 제외한 그 누구도 손대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는 나조차 어찌할 수조차 없는 내 안의 괴물―‘바늘’에서 곱추를 연상시키는 ‘나’의 등이나,‘숨’에서 육식동물을 연상시키는 할머니의 단단한 등뼈를 보라―이지만, 거꾸로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통을 불러오는 몸의 유일한 창구가 된다.“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며,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등뼈’)다는 소설 속의 한 전언은 천운영 소설에서 타인과의 소통이란 것은 곧 위무의 다른 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자신은 볼 수조차 없지만 타자는 볼 수 있으며, 자신은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없지만 타자는 안아주고 보듬어 줄 수 있기 때문에,“아내의 굽은 등”“할멈의 굽은 등”(‘행복 고물상’)에서 번져 나오는 고독감은 남편과 이웃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고, 지친 이를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멍게 뒷맛’)이며, 위로받는 가장 좋은 방법 또한 “등을 내맡기는”(‘아버지의 엉덩이’) 것이다. 천운영 소설에서는 환상 속에 잠깐 이루어진 만남 또한 “등을 만졌던 것 만 같다”(‘월경’)라고 표현된다. 이런 식이라면 타인에 대한 분노나 타인으로부터의 외면은 등을 돌리거나, 등을 치는 것으로 그려질 성싶다. 마치 아버지를 경멸하는 아들이 제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보”고, 그 아버지의 “등짝을 후려”치고 싶어 하는 것(‘아버지의 엉덩이’)처럼, 친구들이 대항할 힘도 없는 ‘나’를 “등을 밀쳐 땅바닥에 넘어뜨리”던 것(‘세번째 유방’)처럼, 살인 장면의 마지막 기억이 “남자가 정말 당신 등을 밀었다”(‘멍게 뒷맛’)로 남게 되는 것처럼. 그러나 무엇보다 천운영 소설에서 등은 대부분 대상­타자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작중인물의 불안을 담고 있다. 등을 돌린 사람 혹은, 돌아선 사람의 등에 대한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사례들;“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남편 뒤에서 그의 아내는 “침묵하는 당신(남편)의 등”을 바라보며 그 “등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왜소한 그 등을 보이고 당신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당신의 바다’)며 견딜 수 없어 한다. 연인들의 연애의 끝은 또 어떠한가. 꿈 속에서 골목을 헤매던 여자는 길 모퉁이에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모퉁이를 돌면 새로운 모퉁이만 계속해서 나타날 뿐이고(‘모퉁이’), 연인에게 입 맞추던 여인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 후 그로부터 “점점 멀어진”다(‘세번째 유방’). 이렇듯 도저한 상실감이 등의 이미지를 빌려 가장 성공적으로 형상화된 소설은 그 표제가 아예 ‘등뼈’이다. “여자가 떠났다”라는 간결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등뼈’는 자신에게 맹목적으로 집착하던 여성이 떠난 이후 전개되는 남성의 황폐한 내면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아무런 징후나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1:138)”라는 구절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여자의 실종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남자에게 그것은 “떠난 것이 아니라 증발한 것(1:143)”에 가까우며, 남자는 당연히 여자의 그러한 증발에 대비할 수 있는 아무런 준비도 해 놓지 못한 채이다. 그러나 “그때 왜 여자의 등을 쓰다듬어주지 못했을까(1:148)”라는 소설 속의 한 구절을 제외한다면 남자가 여자의 사라짐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쉽사리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남자는 특이하게도 “여자가 떠난 뒤 살 속에 숨은 뼈에 집착하기 시작(1:150)”한다. 주위 사물들에서 뼈를 연상해 내고(1), 원인을 알 수 없는 요추디스크로 고통받다가(2), 급기야 뼈를 찍은 엑스레이 필름을 닥치는 대로 모으며(3), 결국 아무런 식욕조차 느끼지 못하게 되어 그의 몸엔 뼈만 두드러지게 된다(4). 여자가 떠난 후 이 남자가 보여주는 모든 증상((1)∼(4))은 그러니까 ‘뼈’에 대한 집착으로 수렴된다. 그런데 왜 하필 ‘뼈’일까? 등에 통증이 느껴졌다. 손을 돌려 등을 만졌다. 손끝에 등뼈 마디마디가 분명히 잡혔다. 남자는 욕조에서 기어 나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에 서린 김을 걷어내자 남자의 퀭한 얼굴이 보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 나오고 눈이 쑥 들어간 낯선 사람이 거울 속에 들어 있었다. 남자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거울에 등을 비추어보았다. 등골이 패고 뼈가 튀어나온 등이 어렴풋이 보였다.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었다.(1:158) ‘뼈’에 대한 남자의 집착은 그의 일상을 와해시키고 결국 그 자신을 말 그대로 뼈만 남게 만들어 버리는데, 사라진 여자가 등뼈는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 턱뼈, 어깨뼈, 복사뼈까지 유난히 뼈가 도드라졌으며 식성도 특이해서 생선뼈, 닭갈비뼈, 조개껍데기와 같이 뼈에 붙은 살들만을 골라 먹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남자의 집착은 그녀에 대한 남자의 무의식적 동일시 즉, 사라진 대상을 불완전하게나마 보유하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동일시가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누구나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어느 정도 유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현실적인 요구와 함께 대상에 투자되었던 리비도는 다시 회수된다(프로이트,‘애도와 우울’). 이것이 상실된 대상에 대한 상식적인 ‘애도’의 과정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에 대한 리비도가 너무나 강해서 현실에서 상실된 대상을 대체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주체는 상실된 대상을 내면화(internalization) 혹은 합체(내적 동일화,incorporation)함으로써 계속 보유하고자 한다(J 버틀러,‘멜랑콜리적 젠더/거부된 동일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상실된 대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현재로 끊임없이 소환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남자가 가까스로 거울에 비춰본 자신의 등에서 “여자가 그 등뼈에 숨어 남자의 등을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환상으로 처리되는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이러한 맥락에서 음미해 볼 만하다.“뼈가 튀어나온 등”은 현재의 환상 속에서 과거의 상실된 대상과 남자가 조우하는 장소로 공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은 이처럼 상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 저항이 지극히 위장된 형태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멜랑콜리적 주체의 성격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 상실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승화되지 못한 원인은 무엇보다 이들이 도저한 상실감의 원인이 된 대상에 대해 ‘의식적으로는’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하여 환상 속에서조차 대상과의 만남이 허락되지 않을 때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난폭한 짐승(2:119)”이 출몰하게 된다. 이 “난폭한 짐승” 혹은,“광포한 짐승” 혹은,“제 속에 든 짐승”은 인물들 특히, 여성인물들을 숨이 차도록 달리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들에게 무서운 식욕을 부추기기도 한다. 다음을 보라:애도할 만한 죽음이 나타나면 여자 속에 숨은 짐승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 슬픈 일이 일어나기를, 짐승을 다스릴 만한 제물이 나타나기를 여자는 빌었다(‘모퉁이’, 강조 인용자).“애도할 만한 죽음”이 여자 속 숨은 짐승을 사라지게 하고,“무언가 슬픈 일”이 그 짐승을 다스릴 것이라는 저 여자의 내면이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상실감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앞에 있다면 그 상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막한 기대이다. 통제 불가능한 내면은 분명 무언가의 상실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실된 대상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된 대상이 눈 앞에 있어 이를 애도할 수 있다면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내면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기억-내용은 이미 소실되었으되 기억-감정이 남아 있어 유사한 심리적 기제가 주어지면 어김없이 리비도가 투자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 상실된 바로 그 대상은 아니기에 상실의 흔적은 그녀들에게 애도해야 할 무언가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애초에 존재하지조차 않았던 남자의 유골을 뿌리러 제주도로 향하는 여자(‘포옹’)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또한 바로 그것이다. 천운영의 소설들에서 누군가의 죽음 혹은 (갑작스러운) 사라짐은 서사를 이끌어 가는 가장 기본적인 모티프이다. 이 작가의 어느 작품을 들춰 보아도 이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명랑’‘아버지의 엉덩이’‘세번째 유방’에서는 할머니가,‘바늘’‘명랑’‘월경’‘당신의 바다’에서는 아버지가,‘바늘’‘멍게 뒷맛’‘월경’‘아버지의 엉덩이’에서는 어머니가,‘숨’‘그림자 상자’에서는 양친부모 모두가,‘등뼈’‘멍게 뒷맛’에서는 여자가,‘모퉁이’에서는 연인이,‘당신의 바다’에서는 남편이 죽거나, 실종되거나, 아무런 예고 없이 주인공 곁을 떠난다. 이러한 상실이 대개 가장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 관계에서부터 발생한다는 것은 이렇게 열거한 목록에서도 금방 포착되는데,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할머니)의 빈자리이다. 천운영 소설이 가족관계 안에서의 갈등을 그 기본 축으로 하면서도 ‘모퉁이’‘그림자 상자’‘세번째 유방’을 제외하면 형제나 자매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소설들에서마저도 언니, 오빠, 동생은 화자를, 부모 특히 어머니 곁에 가까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쟁자로서만 그 의미를 지닌다. 천운영 소설 속 주인공들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 혹은 애증은 그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강렬하다. 최근 한 평론에서는 천운영 소설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로 ‘부재하는 아버지’가 거론되었거니와(남진우, 앞의 글), 이 논자의 지적대로 무능하고 비루한 아버지의 초상은 이 시대 거세된 남성성의 표상이라 할 만하다. 물론 아버지가 부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는지도 모른다.‘부재하는 아버지’는 실로 오랫동안 우리 소설의 한 테마였고,‘아비-부재’,‘아비-찾기’,‘아비-되기’,‘아비-부정’의 기나긴 순환 속에서 우리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정체성의 근거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불안과 함께 지금껏 성장해 왔다고 해도 그리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운영 소설에서 아버지의 죽음, 그 부재의 효과는 말 그대로 그저 ‘없음’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특징적이다. 아버지의 위치가 지극히 주변화되어 있음에도, 이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아들들에게서는 그에 대한 어떠한 연민도, 이를 복권하려는 의지도, 스스로 가부장으로 전신하고자 하는 충동도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천운영 소설에서 강력한 입법자로서의 아버지란 ‘세번째 유방’의 아버지를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며, 심지어 ‘아버지―법’은 “어머니를 닮은 부라보콘”에게까지 자리를 내준다(‘눈보라콘’);“오직 부라보콘만이 내 운명에 관여할 수 있는 존재(1:90)”다.‘∼하지 말라’가 사라진 자리에서, 가위를 든 “이발사”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 자리에서,‘나’는 어머니를 마음껏 향유하고자 한다.‘눈보라콘’에서 부재하는 아버지는 그러므로 이후 도래할 어머니의 빈자리를 보다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그치게 된다. 또 다른 남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아버지의 엉덩이’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버지는 느낄 수 없을 만큼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상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등을 쏘아 본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쇼핑호스트가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소개하고 있다. 앞치마를 두른 쇼핑 호스트는 크기가 각기 다른 밀폐용기를 쌓아놓고 얼마나 저렴한지에 대해 과장되게 말하며 전화주문을 유도한다.(……) 아버지는 냉장고에 뭐가 들었는지 관심도 없으면서 조금씩 내려가는 숫자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2:172) 위 장면의 등장인물의 성(性)을 여성으로 치환시켜 놓으면 즉, 아버지와 아들의 식사장면이 아니라 어머니와 딸의 그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우리 눈 앞에 매우 익숙한 광경이 펼쳐진다. 늙은 어머니가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딸이 “상”을 차려 들어간다, 어머니의 모습에 “신경질”이 난 딸은 그녀를 “쏘아 본다”, 텔레비전에서는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선전하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한창이다, 어머니는 숫자판에 넋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의 주인공은 분명 아버지와 아들이다. 홈쇼핑 중독자인 아버지의 “게걸스런 주문과 반품”이 “외출”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왔던 히스테리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 혹은 홈드라마의 역전된 판본이라 할 만한다. 그러나 이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 시대의 ‘아버지 부재’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한다. 아버지의 ‘엉덩이’라는 발칙한 상상력이 말해 주듯이 다만,‘어머니 부재’로 세계의 중심을 잃어버린 한 “엄마”의 아들로서만, 아버지는 그렇게 존재할 뿐이다. 이 소설의 아버지와 아들, 두 남성 주인공을 움직이는 숨은 작인은 아버지가 아니라 부재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의 어머니 묘소 앞에서 “이제 막 탯줄을 끊고 세상에 나온 갓난아이처럼 우는(2:166)” 아버지는 물론이고, 태어나자마자 잃어버린 “따뜻한 자궁(2:167)”을 그리워하는 아들 역시 포도나무 가지에서조차 “침묵하며 나를 바라보는 할머니(2:182)”를 발견한다. 이들 부자(父子)에게 ‘부재하는 어머니(할머니)’는 모성적 초자아(maternal superego)의 형상으로 그녀의 아들들을 조종한다. 남성인물을 움직이는 모성적 초자아의 형상은 ‘숨’에서는 ‘차가운 자궁’의 이미지를 빌려 섬뜩하게 변주된다. 할머니를 설득하는 마지막 방편인 송치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나’가 불법적인 물먹이기를 감행하다가 경찰에 발각되어 도망치는 대목에서, 단속반의 추격을 피해 숨어든 장소가 높이 2미터, 영하 20도의 “거대한 냉장창고”라는 점을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추격의 장면이 마치 사냥의 한 대목처럼 그려지고 있다는 점―할머니가 “육식동물”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이 발각으로 인해 할머니의 의사를 거스른 미연과의 결혼이 틀어질 위기에 처한다는 점, 그 안에서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여(1:55)”야 한다는 점 등은 이 냉동고가 ‘나’에게는 공포 그 자체일 수밖에 없는 ‘얼어붙은 자궁’이 물질화된 것임을 암시한다.‘숨’에서 아들을 숨죽이게 만드는 냉동고가 이처럼 은유적 차원에서 자궁의 부정적 이면을 함축하고 있다면,‘행복고물상’에서 그것은 “유산된지도 모르고 보름 동안이나 자궁 속에 죽은 아이를 넣고 다녔던(1:162)” 아내를 빌려 실체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궁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나 자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는 천운영의 소설들에서는 빈번하게 출물하면서 작품의 기저음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당신을 둘러싼 바다 밑바닥 같은 어둠”(‘당신의 바다’)과 같은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천운영 소설에서 어둠, 바다는 의미론적인 층위에서 긴밀한 연관관계 속에 놓이는 경우가 흔하며,“깊은 어둠(1:195)”,“어두운 바닷 속으로 깊숙이(1:139)”,“바다 깊숙한 곳(1:156)”,“물 속 깊숙이(1:158)”,“깊은 바다로 침잠(1:136)” 에서와 같이 곧잘 하강 혹은 침잠의 이미지와 함께 나타나는데, 이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최종지점에 어머니―모체―자궁이 자리한다.“탄생 이전의 따뜻한 양수 속으로 돌아가고 있는” 할머니(‘명랑’)나,“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어머니의 자궁처럼 포근해진 어둠”을 즐기는 아이(‘유령의 집’)는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에서 발견되는 모체―자궁으로의 회귀욕을 보다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위와 같은 사례들에서 다음과 같은 해석들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무력한 아버지를 대체하는 어머니에게서 아버지-법에 내포된 헤게모니의 일시적인 전복을 읽어낼 수도 있고, 성적 관계의 절대적 방해자로 나타나는 할머니로부터의 탈출을 꿈꾸는 손자의 서사를 아버지―질서의 외부를 꿈꾸는 딸의 서사의 역전된 판본으로 체감할 수도 있으며, 빈번히 등장하는 자궁 회귀욕으로부터 주체―대상의 이분법에 이전하는 원초적 충동으로서의 모체 회귀욕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소설들에서는 그것이 의존성이건, 억압이건, 회귀이건 간에 어머니의 부재가 스토리―시간 내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죽음(‘아버지의 엉덩이’)이나 재혼(‘눈보라콘’)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버려짐이나 내쳐짐의 쓰라린 감각을 동반하지는 않는다. 대상―타자의 상실을 ‘버려짐’으로써 격렬하게 경험하는 인물들은 무엇보다 ‘바늘’‘멍게 뒷맛’‘월경’‘모퉁이’에 등장하는 여성인물들이다. 울음보가 터졌다.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다락 계단을 기어오르면서부터 나는 이미 울고 있었다. 코피가 나올 것처럼 콧잔등이 매큼해지고 입술은 움찔움찔 울음을 품었다. 엄마는 내 울음소리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내 울음이 엄마를 돌려세울 수 없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울음을 그칠 수는 없었다.(2:100) ‘모퉁이’는 주인공 ‘나’가 ‘엄마’와 헤어지는 인상적인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장면에서 엄마를 잃어 비통한 한 소녀의 심사는,14줄에 걸쳐 집요하게 서술된다. 마치 그것을 영원한 이별이라 예감하는 듯이 소녀는 줄기차게 울어댄다. 그러나 소녀가 그토록 떠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단지 아빠의 공장에 밥을 가져다주러 나선 길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었을 이 일상적인 엄마의 떠남 앞에서 소녀는 한참동안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심지어 엄마를 자신으로부터 떼어놓는다고 생각되는 존재는 “뱃속의 아이”라도 저주하는 소녀,“엄마가 없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악을 쓰고 울었(2:112)”던 그 소녀,“우는 것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2:105)”이었던 바로 그 소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남자”에게는 여전히 “울음소리”로 존재한다.‘멍게 뒷맛’,‘바늘’에서 역시, 어머니와의 이별은 언제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성장한 그녀들이 겪는 모든 상실의 밑그림이 된다. 엄마들은 결국 떠난다. 엄마가 떠난 길목을 바라보며 꼼짝도 못하고 있던 그날을 기억하는 ‘나’(‘바늘’)나, 좋은 옷을 차려 입고 기차에 올랐을 때부터 이미 엄마에게 “버려질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당신’(‘멍게 뒷맛’)은, 그런 점에서는 모두 닮은 존재들이다. 이 세 작품에 비해 어머니의 비중이 미미하게 그려진 ‘월경’에서조차, 주인공 ‘나’는 어머니의 화사한 보석함에, 손톱 자른 것, 빠진 머리카락, 상처에서 떼어낸 딱정이와 같이 제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들을 모아둠으로써, 뿌리깊은 분리 불안을 드러낸다. 이 소설들에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주로 어머니로 대표되는 대상-타자에게 강렬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되, 필연적으로 그 애착이 거부(혹은 금지)됨을 경험한다. 가령,‘모퉁이’에서 그것은 금지의 양상(“엄마의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엄마는 젖무덤을 헤치는 내 손을 단호하게 뿌리쳤다. 나는 엄마의 매정한 손이 야속했다. 엄마는 내게 동생이 생길 거라고 했다. 동생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나는 되우 맞은 사람처럼 휘청거렸다(2:109)”)으로,‘바늘’에서 그것은 거부의 양상(“엄마가 내민 보자기에는 꽤 많은 돈뭉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엄마는 스님의 옷을 들고 집을 나섰다.‘나는 그곳으로 가야겠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남긴 말이었다.(1:24)”)으로 전면화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금지/거부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욕망은 부인된 형태로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은 뒤 그녀의 뼛가루를 생전의 할머니가 명랑가루 먹듯 맛보는 손녀가 “내 내부에는 언제나 나를 바라보며 침묵하는 그녀가 있다(2:37)”고 고백하는 것(‘명랑’)처럼, 상실이 일어났을 때 상실을 부인하고 상실된 대상의 속성을 취하여 이를 내면화하는 것이 천운영 소설에 등장하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면,‘바늘’과 ‘월경’의 ‘나’는 바로 그 길을 간다. ‘바늘’과 ‘월경’은 각각 그로테스크한 인물 묘사와 도착적인 섹슈얼리티로 인해 발표된 직후부터 유독 많은 평자들의 주목을 받아 온 작품들이다. 이 글의 관점에서 역시, 두 작품은 매우 흥미롭게 읽힌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지점에서 두 소설을 집중적으로 되짚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다음의 몇 가지 단서들로부터 비롯한 것이다. 먼저 두 소설 모두 여성 화자들이 이미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임에도 여전히 아동인 것처럼 그려지고 있으며 또한 공히 인물이 비성적인 단계―통상적인 의미로―에서 성적인 단계로 이행하는 순간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 인물들은 각각 어머니(‘바늘’) 혹은 아버지(‘월경’)와의 이별을 하나의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와는 대조적으로 반대성(性)의 부모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단서들로, 이로부터 우리는 천운영 소설에 나타나는 도저한 공격성(/도착성)의, 이면(/연원)을 다시금 집약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바늘’과 ‘월경’에서는 여성 주인공들이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한 쪽 부모의 상실이 그녀들의 자아정체성의 형성에 결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바늘’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삽화가 여러 번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세 장면은 특히 문제적이다;(1)먼저, 죽어가는 새끼고양이. 간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절에서 살던 시절 ‘나’는 “어미고양이의 날카로운 울부짖음(1:20)”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새끼고양이를 변기통에 버리고는 그 변기통 속으로 고양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2)다음으로, 전쟁기념관에서의 상상. 전쟁기념관에서 ‘나’는 전시된 무기들을 하나씩 꺼내 스님을 공격하는 불온한 상상을 해보지만 스님의 심장이 관통당하고 내장이 갈가리 찢기고 발에서 피가 솟구쳐도, 그녀는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좀더 강인하면서 잔인한”“엄마가 할 수 있는 그런 방법(1:21)”이 아니었기 때문에.(3)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자살 소식 직후 행해지는 육식. 형사로부터 어머니의 자살 소식을 전해 들은 ‘나’는 의연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고기 한 점을 집어 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나’의 머릿속엔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1:31)” 뿐이다;상식적인 수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들이 무대화되고 있는 이 세 장면을 이해하기 위하여, 그러니까 ‘나’의 공격적인 행위의 메커니즘을 해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 첫 번째 장면에 대한 질문 하나. 어미고양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변기통 속으로 빠져 들어간 새끼고양이는 마찬가지로 버려진 ‘새끼’인 ‘나’의 분신과 다름 없을 터. 그렇다면 이 장면은 ‘나’에게 지극한 고통을 유발했을 것임에도 왜 ‘나’는 이를 스스로 자행하며 게다가 “오랫동안” 지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마조히스틱한 쾌감 때문에?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상실이 곧 결핍을 부른다는 오래된 통념은, 천운영 소설의 인물들 앞에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자아가 포기된 대상의 심리적 저장고이며 상실된 대상은 구성적 동일시의 하나로 자아 안에 거주하면서 자아와 함께 출몰한다는 사실은 일찍이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에서 기술한 바 있으며, 버틀러는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대상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대상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위상을 외부적인 것에서 내부적인 것으로 전이하는 것이라 지적한 바 있다(J 버틀러, 앞의 글). 즉, 상실에 대처하는 멜랑콜리적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상실 자체를 무화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나’가 새끼고양이를 변기통 속에 버릴 수 있었던 까닭으로 이미 그녀의 자아 안에, 거부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어머니가, 멜랑콜리적 동일시를 통해 그 자아의 일부로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할 수 있을 듯하다. 어머니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숨쉰다! ‘나’의 행위에서 ‘나’의 위치와 어머니의 위치가 이중적으로 얽혀있는 것은 이러한 내면화의 결정적인 증거다. 버려짐과 버림을 동시에 구현하는 새끼고양이의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스님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상상이나, 자살 소식 직후의 육식 또한 마찬가지의 메커니즘 아래에서 작동한다. 스님을 공격하는 것은 자신으로부터 어머니를 빼앗아간 존재에 대한 응징이라는 점에서 그 일차적 의미가 있지만, 그 방식은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던 방법 혹은 어머니가 스님을 살해했던 바로 그 방법에는 미치지 못하기에 ‘나’는 그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수가 없다.‘나’가 공격으로부터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그녀의 내부에서 그녀와 함께 공존하는 어머니의 시선 바로 그것을 체현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기 한 점을 씹어 삼키면서 찢겨진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는 그녀로부터 우리는, 어머니가 여전히 ‘나’에게는 알몸의 여자로 현현하는 에로틱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유추함과 동시에,“상실하기보다는 차라리 조각내고 분해하고 자르고 삼키고 소화하고”자 하는 곧, 대상을 먹음으로써 그 대상을 제 안에서 부활시키고자 하는 멜랑콜리적 식인 행위의 환상(J 크리스테바,‘검은 태양’)의 한 풍경과 마주하기에 이른다. 정신이 아득해져온다. 가슴 한쪽에서 뜨거운 덩어리가 솟구쳐 올라온다. 나는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그가 했던 것처럼 팔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한다. 누구를 향해 팔을 휘둘렀는지 모른다. 푸른 모자가 튀어오른 것 같기도 하고 계집의 찢어지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1:83) ‘바늘’에서와 같이 유년기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아동으로 남겨진 듯한 여성 주인공은 ‘월경’의 ‘나’로 재등장한다.‘월경’의 ‘나’는 스무살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어른과 아이의 경계를 월경(越境)하지 못한 채 바로 그 경계 위에 서 있다.‘나’의 말을 빌리자면 ‘나’의 “몸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라기를 멈추었다(1:62).” 이 소설의 주된 관심사가 바로 그 경계를 넘어서는 한 순간에 있다는 것은 제목에서부터 암시되는 바다. 그런데 ‘바늘’과 마찬가지로 한쪽 부모의 상실을 초점화하고 있는 이 소설을 전작 옆에 나란히 놓고 따져볼 때 새롭게 부각되는 측면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그 상실이 ‘나’의 젠더 정체성 형성에 개입됨으로써 ‘나’의 젠더 정체성을 매우 불안정하게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경’에서는, 천운영 소설에서는 이례적으로, 어머니의 떠남이 아니라 아버지의 떠남이 ‘나’에게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나’가 떠나버린 아버지를 하나의 이성으로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 또한 수차례 등장한다. 그녀가 아버지를 아버지라 칭하지 않고 ‘그’라고 지칭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인상을 강화하는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소설은 일렉트라 콤플렉스의 천운영식 판본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울 듯하다. 그러나 프로이트에게 이성부모에 대한 근친상간적 욕망과 그 욕망의 금지가 여아에게 여성성을 최종적으로 선사하는 것과는 달리 이 소설에서 ‘나’의 젠더 정체성은 오히려 남성의 그것에 가깝게 드러나고 있어 차별적이다. 즉,“가슴도 가슴이지만 계집의 엉덩이는 정말 탐스럽다. 표주박 두 개를 나란히 놓은 듯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가 툭 불거지는 모습이 여간 아니다(1:70)”라는 구절을 비롯한 소설의 여러 대목에서 나타나듯이 ‘나’는 “은하수 계집”을 성인 남성의 시선으로 욕망하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여러 평자들로 하여금 ‘월경’을 도착적 섹슈얼리티가 전경화된 소설로 주목하게 한 주요한 요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트럭 짐칸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면 온 우주가 우리를 중심으로 돌았고, 별들은 작은 이슬방울이 되어 우리의 배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1:63)”에서와 같이 지극히 감상적으로 또 지극히 여성적인 시선으로, 떠나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또 애타게 그리는 ‘나’가 어떻게 동시에 “은하수 계집”을, 그것도 저러한 시선으로 욕망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이러한 불균형은 작가가 도발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데 몰두한 나머지 그 일관성은 신중히 검토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함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상실한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내면화하고자 했던, 그럼으로써 상실로 인한 상처를 무의식적으로 무화하고자 했던 ‘바늘’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월경’의 ‘나’ 역시 상실한 아버지를 그러한 방식으로 제 속에 부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즉, 그녀의 자아 안에, 상실된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아버지가, 그 자아의 일부로서 공존하고 있다고 말이다.“은하수 계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에 대한 한 근거가 됨은 물론이거니와,‘나‘가 “은하수 계집”을 여러모로 ‘그녀(어머니)’와 견주어 보면서 ‘그녀(어머니)’의 분신처럼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의 클라이맥스에 위치하는 사건 곧,“은하수 계집”과 “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정사장면을 ‘나’가 목격하고 그들을 공격하는 그 사건에서,‘나’가 ‘그(아버지)’의 위치를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과거의 ‘그(아버지)’―‘그녀(어머니)’―“낯선 남자”의 구도를, 현재의 ‘나’―“은하수 계집”―“푸른 모자를 쓴 사내”의 구도로 전이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 결정적인 증거로 제출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요컨대 ‘월경’에서 ‘나’는 아버지를 욕망하는 데서, 아버지의 욕망을 그리고 아버지가 욕망할 것이라 추정되는 대상을 욕망하게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바로 이 점이 ‘나’의 젠더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커니즘의 시발점에 현실에서의 상실을 절대로 수락할 수 없는 멜랑콜리적 주체의 내면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읽는 이를 순식간에 포박하는 천운영 특유의 자질 뒤편에 도사리고 있는 상실과 박탈의 어두운 그림자……, 누군가는 사라지고 그 사라짐이 가족 내의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저토록 결정적인 흔적을 남긴다. 그리하여 이 작가에게 가족은 천운영식으로 표현하자면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 같은 유령의 집(‘유령의 집’)” 즉,‘아가리(구강기)’적 욕구에 충실한 “괴물”스러운 인물들이 집 안을 떠도는 “유령”의 “어두운” 그림자와 씨름하는 전쟁터나 다름없다.“핏줄”과 얽혀진 인간 욕망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들여다보고 싶으면서도 그러기에는 두려운 “하수도” 속 같은 “어둠”이야말로 이 작가의 해부 대상인 것이다. 이어지는 ‘유령의 집’의 다음과 같은 대목을 보라;“보이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리는 것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그 이면에 삶은 존재하니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려고 해보세요. 그건 때때로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겁니다.” 천운영이 꾸며놓은 유령의 집을 방문한 독자에게 이 보다 더 친절한 안내가 또 있을까. 천운영은 이렇게 근본적인 상실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그것도 가족 내부에서 끈질기게 문제화한다는 점에서 현재 우리 문단에서는 매우 독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다. 배수아, 백민석 같은 바로 앞선 연배의 작가는 물론이고, 비슷한 연배이며 비슷한 시기에 등단한 정이현이나 김윤영에 견주어 보아도 이는 이 작가 특유의 자질이다. 앞서 살펴본 작품들에서처럼 특히나 천운영은 가족 안에서의 상실을 한 인간을 배태해내는 결정적인 그 무엇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전환을 맞을 때가 온 것은 아닐까.‘늑대가 왔다’나 ‘그림자 상자’와 같은 비교적 근작들에서는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파괴적 욕구가 분출되고 있는 장면이 등장한다. 물론 가족이 부여한 운명으로부터의 탈출은 아직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고 결국에는 처참한 결말을 맞지만 말이다. 앞으로 이 작가에게 “배꼽을 버리고자 하는(‘그림자 상자’)” 욕구가 앞설 것인지, 아니면 그럼에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운명론에 더 깊숙이 천착할 것인지, 우리는 이 작가를 계속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당선 소감 하루 평균 서른 통 정도의 전화를 받고 또 그만큼의 전화를 하며 두 해를 보냈다. 맞춤법을 묻는 전화부터 부고를 알리는 전화까지. 아무리 사소하게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며 또 누군가의 수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학을 한다는 것 역시 그리 다르지 않은 일인 것 같다. 누군가의 호소에 응답하는,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마음껏 공부할 수 없어 애태우던 나날들이었지만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부족함을 스스로 잘 알기에 당선은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다. 응모한 글에 미덕이 있다면, 그것은 내 공이 아니라 주위 여러분들의 은덕이다. 국문과 은사님들과 조남현 지도 교수님,202호와 326호에서 동고동락했던 선후배 동료들, 이 분들께 더 좋은 글로 보답하고 싶다. 결점이 많은 글을 너그러이 감싸주신 김윤식 선생님과 정과리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한결같이 믿어 주시는 부모님과 언니, 동생, 오랜 벗들에게는 쑥스럽지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고백하건대,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꿈을 나는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길을, 그것도 멀리 와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쓸쓸하다. 그러나 약속한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세상을 향한 내 새로운 수화기를 함부로 놓지 않겠노라고. 그것이 지금 주어진 이 지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인 것 같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약력 ▲1976년 대구 출생 ▲서울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 심사평 이번에도 평론의 기초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대 이론에 대한 지식을 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설익은 개념들이 횡행하면서 작품을 파괴하거나, 작품과 겉도는 독무를 추는 글이 적지 않았다. 이론이 문학의 이해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니 배울수록 좋다. 그러나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니 작품 분석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작품은 네 편이다. 김수영의 시를 다룬 정경은의 ‘생활의 뒤란, 시’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김수영의 시를 장식해가면서 시의 변주를 다룬 재미있는 글이다. 그러나 그 상상력이 김수영 시의 이해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장욱과 김행숙의 시를 다룬 송승환의 ‘청동 방패를 바라보는 두 가지 방식’은 동일성의 부정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하에 새로운 시의 존재 가능성을 탐색한 글이다. 꼼꼼한 분석이 돋보이고 설득력도 있었다. 오랫동안 시를 써본 사람이라는 짐작이 간다. 다만 구도가 지나치게 단순한 게 흠이었다. 최윤의 세 장편을 분석한 허병식의 ‘진정성의 서사와 주체의 귀환’은 ‘기원의 부재’라는 현대 이론의 신화에 깊이 침윤된 글이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씌어진 것처럼 읽었다. 그것이 약점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주체의 귀환이라는 명제를 끌어낸 것은 글쓴이만의 독창적 사유의 결과이다. 전체적으로는 대상 작품에 들어맞았지만 세목들에서는 무리한 적용이 많았다. 천운영의 소설 세계를 해부한 차미령의 ‘그로테스크 멜랑콜리, 상실에 대응하는 한 가지 방식’은 ‘등뼈’ 이미지를 천운영 소설의 핵심 징조로 보고 그것으로부터 소설의 무의식의 ‘작업’과 변주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고든 글이다. 분석과 해석이 요령을 얻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기존의 상식적인 해석을 뛰어넘으려는 패기가 돋보였다. 마무리를 서둘러 처리했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글 전체가 보여준 가능성은 그런 약점을 무시해도 좋게 하였다. 당선을 축하한다. 김윤식·정과리
  • [일요영화]

    [일요영화]

    ●우나기(MBC 밤 12시30분) ‘나라야마 부시코’ 등의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1997년작.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평범한 회사원 야마시타는 어느날 익명의 편지를 받고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 배신감과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는 아내를 살해하고 곧장 자수한다.8년 뒤, 모범수로 가석방된 야마시타는 작은 이발소를 차리고 새 삶을 시작하지만, 우연히 기르게 된 뱀장어(우나기)만을 말벗으로 삼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은둔자처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시타는 근처 연못가에서 자살하려던 여자 게이코를 구해 주고 이발소에서 일하게 해준다.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지만, 예전 감방 동료가 나타나 야마시타의 과거를 폭로하는가 하면, 게이코의 애인이었던 도지마가 이발소로 찾아오는 등 크고 작은 소동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급기야는 도지마가 불량배들을 이끌고 이발소로 들이닥치는데….117분.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에블린(KBS1 오후 11시50분)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의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 2002년작. 피어스 브로스넌, 소피 바바소 출연.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불합리한 가족법 때문에 딸과 생이별한 아버지의 실제 투쟁을 영화화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살고 있는 도일은 올해 일곱 살 난 딸 에블린과 아들 둘, 아내와 함께 조촐히 살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 도일이 실직자 신세가 되고 아내까지 집을 나가버리자 아이들은 가족법에 따라 강제적으로 수녀원으로 보내진다.92분.
  • [뒷골목 맛세상] 신촌 대학가 골목

    [뒷골목 맛세상] 신촌 대학가 골목

    ■ 싼 값이 미덕 ‘껍데기’ 신촌 로터리에서 연대 앞 굴다리, 그리고 국철 신촌역을 거쳐 이대 앞에 이르는 여러 골목들을 일컫는 소위 ‘신촌 대학가’에는 밤낮없이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아무리 나라에 불황이 깊어지고 고학력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어도, 이곳만은 예외인 듯 젊은 인파가 화려하게 골목골목을 흘러 다닌다. 어디 젊은이들만 화려한가. 어쩌다 잘못 들어선 나 같은 중년마저 오늘만큼은 삶의 남루(襤褸)를 벗어던진 채, 기꺼이 젊은 인파에 휩쓸리며 함께 화려하다. 신촌 대학가의 먹자골목은 넘치는 젊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느낌이다. 먹자골목 어디를 둘러보아도 간판이며 상호,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젊은 감각이며 갓 잡아 올린 생선처럼 싱싱한 생명감으로 통통 튀어난다. 트라이앵글, 소금인형, 연필 두 타스. 헝그리, 고래발, 모비딕, 아이디, 클릭, 불량식품, 딱지치기, 신계초전문라면, 고기창고, 신촌스토리, 서피동파, 짱아, 찜닭웰…. 그러나 다시 한번 둘러보면 젊음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향기 속에서도 불황의 그림자 또한 기다렸다는 듯이 쉽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불황이 깊을수록 매운 음식도 많아진다고 한다. 소위 요식업계의 ‘매운 불패 신화’, 불황에는 매운 음식만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신화이다. 홍초불닭,辛불닭, 오마이핫, 신닭발불곱창, 매운불갈비, 화풀이신촌주점, 화도풀고속도풀고…. 먹자골목 곳곳에 불황을 대변하는 매운 음식들이 소문 없이 빼곡히 껴들어 있다. ●골목 어디서나 맛있는 집 쉽게 발견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 사상에서 음은 우주에 있는 삼라만상의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징한다. 밝은 태양의 반대편에 있는 어두운 밤, 남자의 반대편에 있는 여자, 하늘의 반대편에 있는 땅, 지아비의 반대편에 있는 지어미…, 그렇듯 양의 길사(吉事) 반대편에서 음은 흉사(凶事)를 상징한다. 그런 식이라면 희망의 반대편에 있는 절망이며 호황의 반대편에 있는 불황 또한 당연히 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나라에 불황이 깊어져서 대학가에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음의 시절이다. 그러고 보니 절기 또한 언뜻 동지 무렵을 지나는 엄동설한이 아닌가. 24절기에서 동지란 음이 가장 왕성한 때이다. 주역으로 본다면 동지란 양은 하나도 없이 애오라지 음으로만 가득 찬 강음의 절기인 것이다. 실제로도 지난 한 해 대지를 누비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싱싱한 약동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죽음의 잿빛 풍경만이 사방을 뒤덮고 있다. 아직까지 생명이 남은 것들도 한겨울의 모진 추위를 피해 죽은 듯이 한껏 몸을 움츠리거나 추위가 미치지 않는 깊은 곳으로 숨어들었을 터이다. 얼핏 우리 인생살이 식으로 생각하면, 강음의 동지란 흉사만 가득한 절망과 죽음의 순간처럼 여겨진다. 정말 그런가.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하필이면 동짓날을 골라 붉은 팥으로 팥죽을 쑤어먹으며 집안의 흉사를 모두 쫓아내는 벽사를 벌였다. 조상들은 다름 아닌, 음만 가득한 절망과 죽음의 순간이야말로 이미 그 안에 희망과 생명의 씨앗을 처음으로 잉태하는 더없이 상서로운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주식용어로 소위 ‘바닥을 친다’는 말이 있다. 주식이 한 없이 추락하다 보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에 닿고, 거기서부터는 드디어 위로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는 반환점이 바닥인 것이다. 주식의 ‘주’자도, 투자의 ‘투’자도 모르던 아득한 옛날부터 조상들은 슬기롭게도 동짓날이 바로 그렇게 음의 바닥을 치는 반환점임을 알았다. 그렇다. 동지를 시작으로 해서 더 이상 음은 남아있지 않고, 앞으로 올 것은 애오라지 양뿐이다. 그런 동지가 어찌 상서롭지 않으랴. ●저마다 ‘원조’ 내세우며 경쟁 만일 그대가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되어 영혼마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신촌 대학가의 먹자골목으로 오라. 그리고 스스럼없이 저 향기롭고 아름다운 인파 속에 끼어들어라. 그대 또한 아직은 향기롭고 아름다운 젊은이가 아니랴. 그렇게 젊은 인파에 끼어들어, 흡사 조상들이 팥으로 팥죽을 쑤어먹으며 집안의 삿된 잡귀들을 물리치는 벽사를 하듯이, 그대도 먹자골목 어디에나 널려있는 싸고 맛있는 집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그대 영혼의 잡귀인 추위와 굶주림을 물리쳐라. 그 순간 그대는 반드시 바닥을 치고 일어나 위로 치솟아 오르리라. 흔히 겨울이 가야 봄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듯이, 젊은 그대는 절망이 사라져야 희망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 않으랴. 그리하여 그대는 저절로 절망이 사라지고 희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으랴. 아니다. 그대의 희망은 바로 절망에서 온다. 그대가 더 이상 일어설 힘도 없이 삶의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절망이 드리운 죽음의 잿빛 풍경뿐일 때, 바로 절망의 깊은 구렁텅이에서, 그대 자신도 미처 몰랐던 한 가닥 희망이 이미 싹트고 있을 터이다. 절망의 터널을 거치지 않는 희망이란, 마치 겨울을 건너 뛴 봄처럼 전혀 무의미하다. ■ 4시간 마시고 3000원 신촌 로터리에서 연대 쪽으로 가다보면 독수리약국이 있다. 바로 그 골목에 소위 ‘싸고 맛있는’ 껍데기집들이 몰려 있다. 저마다 원조임을 내세우지만, 눈 밝은 이들은 이중에서 ‘연대껍데기’(1호점 02-313-0436,2호점 02-334-5511,3호점 02-392-4759)가 정통임을 알고 있을 터이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양도 푸짐 주인 되는 김형자씨는 일찍이 스무 살 무렵에 전라도 바닷가 마을에서 서울로 올라와 길거리에서 뻔데기장사부터 시작하여 안 해본 장사가 없이 고생한 끝에 흑석동에서 일수놀이를 하며 이제 겨우 살 만하다 싶게 한숨을 돌리는 순간에, 웬걸, 그놈의 IMF로 쫄딱 망하고, 독수리약국 뒷골목의 다 쓰러져가는 집을 겨우 세 얻어 연대껍데기를 열었다. 그러자 우선 대학생들이 싼 맛에 하나둘 모여들고, 입소문이 더해져 얼마 후 곧장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마침내 손님이 미어터지는 바람에 차례로 2호점,3호점을 먹자골목의 고만고만한 거리에 열어, 외사촌동생 최창권과 며느리 이은섭에게 각각 넘겨주었다. 연대껍데기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싼 값에 있다. 얼핏 계산해도 만 원짜리 한 장이면 둘이서 먹고 마실 수가 있고, 만 원짜리 두 장이면 셋이서 먹고 마시기에 부족함이 없다. 손바닥만한 돼지목살, 장어 1마리, 왕새우 1마리가 각각 2000원이고, 껍데기가 3장에 2500원이다. 삼겹살, 돼지갈비, 닭갈비, 닭똥집, 오징어불고기, 샤워오징어가 각각 3000원, 이밖에 해물파전이며 김치전이 4000원이다. 비록 2000원,3000원짜리 안주들이지만, 무엇을 시켜도 싼 가격에 비해 얼핏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양이 푸짐하다. 만일 그대가 가까스로 수중에 2만원 정도 마련하였다 해도, 그대는 친구 두세 명과 함께 얼마든지 호기롭게 연대껍데기를 찾을 수가 있다. 우선 껍데기라는 상호에 어울리게 껍데기를 시키고 거기다 목살과 장어 한 마리를 추가하거나 아니면 통째로 양념을 한 오징어불고기를 추가할 수도 있다. 이에 곁들여 3000원짜리 소주를 3병쯤 마셔도 아직 2만원이 넘지 않는다. 여기에서 1000원짜리 공깃밥을 3공기 시키면 수에 맞게 된장찌개가 뒤따라 나온다. 이 무렵이면 그대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사이에 콜라나 사이다가 공짜로 그대의 탁자에 올라있을 것이다. 그래도 먹고 마신 가격은 아직 2만원이 넘지 않을 터이다. 어디 보자, 껍데기 2500원, 목살 2000원, 장어 2000원, 소주 3병 9000원, 공깃밥 3공기 3000원, 어떤가. 아직 2만원이 안 넘어섰다. 아아, 이쯤에서 친구 중의 한 명이 과감하게 일어서서 2차를 가자고 외친다면, 벽사를 위한 그대의 오늘밤이 얼마나 화려하랴. 독수리약국에서 큰길을 건너면 얼마 걷지 않아 ‘포석정’(02-332-5538)이 나온다. 포석정은 다른 음식점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몇 가지 희한한 안내문들이 있다. 우선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의 벽에 붙어있는 안내문.‘어서 오십시오. 새로운 경험이 당신을 환영합니다. 고전과 현대의 절묘한 만남, 옛 왕과 귀족들이 풍류를 즐기던 포석정이 밀레니엄 시대에 새롭게 태어났습니다.’계단을 내려가 마침내 실내에 들어서면 홀 중앙에 과연 포석정을 본뜬 타원형의 작은 고랑이 있고, 그 고랑을 따라 막걸리가 흐르고 있다. 물론 두꺼운 통유리로 덮인 군데군데 구멍이 뚫어져 있어, 그 구멍에서 작은 조롱박으로 막걸리를 길어 올려 마시게 되어 있다. ●고랑 따라 막걸리 흐르는 포석정 포석정을 둘러보다 보면 무심코 다른 안내문에 눈길이 간다.‘막걸리 값은 1인당 3000원씩입니다’4시간 동안 마음껏 드십시오’‘막걸리 주문 후 4시간이 지나면 막걸리값은 다시 계산합니다’세상에,4시간 동안 3000원을 내면 포석정에 흐르는 막걸리를 무한정으로 퍼마실 수가 있다니!놀라서 다시 한 번 살피면 무슨 경고문처럼 또 다른 안내문이 붙어있다.‘외부 음식물 반입금지!’ 이를테면 술값 3000원으로 하루저녁을 즐기기 위해 주인 몰래 순대며 떡볶이 등을 사들고 와서 야금야금 안줏감으로 먹는 얌체들도 있는 모양이다. 40대 초반의 포석정 주인 정지순씨는 마음씨 좋은 옆집 아주머니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상식을 벗어난 싼 막걸리 값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막걸리 값이야 어차피 손해 보죠. 허지만 우리 포석정을 홍보하는 홍보비라고 생각하면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니지요. 고작 안주를 팔아서 수익을 맞추는데, 그것마저 아까워서 밖에서 안주를 사오는 손님들도 없지 않아요.” 포석정을 시작한 지 8년이 되었는데, 갑자기 작년부터 신문이며 잡지, 방송 같은 매스컴에서 관심을 갖는다면서, 주인은 그게 다 경제 불황과 연관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포석정에서는 막걸리만 파는 것이 아니고 소주며 백세주, 맥주 등 여타 술도 파는데 가격은 다른 술집과 비슷하다. 안주는 해물파전, 불고기파전, 참치파전, 두부김치가 각각 1만원이고, 김치전이 9000원인데, 주인의 넉넉한 품성처럼 양이 풍성하다. ■ 매운맛 보려면 찾으세요 독수리약국에서 신촌역으로 빠지는 어름에서 민들레영토를 지나 신선설농탕 골목으로 접어들어 다시 왼쪽으로 꺾으면 ‘완차이’(02-392-0302)라는 조그만 중국요리집이 숨어있다. 총복자(叢福滋)라는 흔치않은 이름을 가진 화교가 주인인데, 탁자 6개의 완차이는 저녁 무렵만 되면 골목길에까지 손님들이 줄을 선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주인이 10여년 전부터 개발해낸 매운 요리들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명세를 탄 것은 ‘아주매운홍콩홍합’이라는 요리인데, 요리를 먹다 보면 어떻게 중국요리가 이렇게까지 매울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모르기는 해도 맵기로만 따진다면 홍초불닭이니 매운 갈비니 하는 소위 ‘매운 불패’의 신화도 ‘아주매운홍콩홍합’에는 비교될 수가 없을 터이다. 껍질째로인 홍합에 고춧가루가 무슨 딱지처럼 범벅으로 붙어있는데, 이 고춧가루가 또한 청양고추로 만든 것이다. 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매운 맛에 놀라 잠시 먹기를 중단한 채 몇몇 탁자를 곁눈질하면 대부분이 ‘아주매운홍콩홍합’의 매운 맛과 씨름하느라 땀까지 뻘뻘 흘려가며 숫제 정신이 없다. 희한한 것은 그렇게 사생결단하듯 매운 맛과 싸우면서도 결코 누구 하나 요리를 남기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매운 맛이 홍합의 향기로운 맛과 어우러지면서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여운을 남겨, 입안을 중독시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완차이의 요리는 이렇듯 대부분이 매운 맛을 내는 것이 특색인데, 완차이쌀국수볶음, 완차이굴짬뽕, 매운해물볶음밥, 매운삼슬수초면 등이 있다.
  • [23일 TV 하이라이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56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은 캠퍼스 커플. 잠시도 떨어지지 않는 커플의 주인공은, 할머니와 손자라는데, 손자가 매일 할머니를 모시고 등교하는 사연은?풍선만 있으면 뭐든 만들어 낸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손놀림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풍선맨, 존 캐시디를 만나본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3시10분)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잇단 해외순방 이후 앞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경제에 올인’할 것이라고 말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 만큼 새해에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정운영의 기조 변화 어떻게 볼 것인지, 경제 중심의 틀 어떻게 짜야할 것인지 토론해 본다.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1시40분) ‘뱀장어 스튜’로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권지예. 그녀의 두 번째 창작집 ‘폭소’에는 삶의 곳곳에 숨겨진 아이러니, 실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는 일상의 면면들을 정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그녀의 소설 ‘폭소’를 드라마 영상으로 만난다. ●신기한 세상 별난 톱 10(iTV 오후 9시20분) 롤러 코스터는 1884년 미국의 톰프슨이 발명하여 뉴욕 교외에 있는 ‘코니 아일랜드’에 설치하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그 후로 여러 놀이공원에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 사람들에게 궁극의 짜릿함을 선사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시켰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점을 잘 보는 유명한 모녀 무당이 있다는 소문에 무빈의 어머니는 무빈의 장래를 묻기 위해 부용화네를 찾아온다. 신당안으로 들어서는 무빈의 어머니를 보고 초원은 당황한다. 마침 초원을 보기 위해 무빈이 들어서자 무빈 어머니는 모든 진상을 알게 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세근이 돌보느라 허리와 어깨의 통증이 심해진 영자씨, 놀이방에 세근이를 맡기고 한의원을 찾는다. 을수씨는 아버지 생신이 다가오자 바쁜 와중에도 아버지를 위한 선물을 직접 만든다. 그 날 저녁, 영자씨는 세근이를 놀이방에 맡기고 함께 일을 돕겠다고 얘기하지만 을수씨는 묵묵부답이다. ●그대는 별(KBS1 오전 8시5분) 홍기가 사채업자들에게 고소당해 경찰서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독사는 서울로 면회를 온다. 서울에 온 김에 정우를 찾아온 독사는 곧 약혼을 한다는 말에 안심하면서 홍기가 경찰서에 들어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 홍기는 면회를 온 독사에게서 정우의 약혼소식을 듣고 놀란다.
  • “낙지눈은 못속여” 가짜미끼 정확하게 구분

    “낙지눈은 못속여” 가짜미끼 정확하게 구분

    ‘낙지의 눈은 못 속인다.’ 시력이 좋기로 소문난 낙지는 시계 제로인 바다 속에서, 가짜 미끼와 진짜 미끼를 정확하게 가려냈다. 14일 오전 10시50분 전남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에서 배로 7분가량 떨어진 황금어장인 득량만. 낙지가 좋아하는 ‘가짜 칠게’를 매단 낙지 통발 100개를 던져 놓은 곳이다. 이날 선박 모니터엔 수심 13m, 수온 11.8도로 나타났다. 바람은 세찼지만 푸근했다. 지난 2일 국내 어로 사상 처음으로 시험제작해 던져놓은 통발을 2주 만에 건져 올리는 날이다. 낙지잡이가 주업인 박호정(42·장흥군 안양면 사촌리)씨가 0.7t 배 갑판에 장착한 경운기 엔진에 시동을 걸자 통발이 달린 동아줄이 천천히 올라왔다.1m 간격으로 매단 통발이 20개쯤 올라왔다. ●낙지 대신 바다장어 등 불청객만… 보여야 할 낙지 대신 바다장어 등 불청객만 빼곡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해양수산청 장흥해양수산사무소 박형윤 소장, 이사동 계장,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박성욱 박사 등 10여명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통발이 절반 이상 올라왔을 즈음, 박씨는 통발 밖으로 다리 8개중 몇 개가 삐져 나온 낙지 1마리를 손으로 끄집어 내 흔들었다. 머리통이 큰 놈이었다. 한참 산란 때라 살이 올라 통통했다.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에 기대감도 커졌다.60개,70개…. 그러나 더 이상 낙지는 없었다.“20%만 들어도 대성공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비교를 위해 같은 날 ‘진짜 칠게’를 넣은 통발 100개 속에는 낙지 30여마리가 들어 있었다. ●칠게 미끼 색깔 바꾸고 냄새물질 더해야 박형윤 소장은 “가짜 칠게가 움직이지도 않고 색깔도 다르다는 점을 낙지가 눈치를 챈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욱 박사는 “가짜 미끼를 만들 때는 진짜 칠게 냄새가 나는 물질을 첨가하고 색깔도 바꿔야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문가들은 정형화된 낙지의 시력에 대해 발표된 바 없지만 놀랄 만한 수준임에 틀림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월 처음 고안된 가짜 칠게는 셀룰로이드로 만들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바다 속에서도 잘 보이도록 형광물질을 넣었다. 크기나 발 등이 진짜와 똑같다. 통발 안에다 가로로 고무밴드로 매달아 조류에 따라 움직이도록 꾸몄지만 낙지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값은 1개당 100원 꼴. 박 소장은 “낙지 미끼인 칠게는 ㎏당 6000∼1만 3000원으로 선박 1척당(통발 3000개 기준) 연간 구입비가 1400여만원”이라며 “이마저 국산은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농민 홈페이지 표적…‘홈파라치’ 비상

    농민 홈페이지 표적…‘홈파라치’ 비상

    농수산물 전자상거래 업체에 이른바 ‘홈파라치’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들은 포상금을 노리고 농·어민들이 개설한 홈페이지에서 ‘금지 문구’를 찾아내 당국에 신고하는 전문 신고꾼이다. 10일 경남도에 따르면 올 들어 농·어민이 개설한 홈페이지의 문구를 문제삼은 신고가 52건에 달한다.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것으로 대부분 고발됐으며, 경미한 9건은 영업정지 또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식품의 명칭과 제조방법 및 품질에 대해 허위표시, 과대광고 등 의약품과 혼동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를 금하고 있다. 흔히 사용하는 ‘최고’·‘고품질’·‘우수’ 등의 문구도 안 된다. 이같은 규정을 모른 채 자신이 생산했거나 취급하는 농수산물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것이 홈파라치의 표적이다. 지자체는 원칙적으로 고발해야 되지만 경미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신고자에게는 건당 3만∼10만원씩 포상금을 주고 있다. 남해군 이동면 김모(26·여)씨의 경우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고구마의 효능을 홍보했다가 홈파라치의 신고로 최근 고발됐다. 고구마에 식물성 섬유질이 많아 성인병을 예방하며, 장내 활동 세균을 증가시켜 변비를 없애고, 비만과 대장암을 예방한다고 소개한 것이 화근이었다. 고추농사를 짓는 제모(45·진주시 문산읍)씨도 ‘고추는 다이어트 식품이고, 효소분해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가 신고당해 경찰서에 불려다니다 최근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강모(45·남해군)씨도 마늘이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내용을 올렸다가 고발돼 벌금 50만원을 물었다. 한편 울산에서는 식당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XX고기를 먹으면 몸과 피부에 좋다’는 등의 음식 선전 문구가 과대·허위 광고라며 고발을 당하는 사례가 최근 30건에 달하고 있다. 울산 남구청 등은 이들 식당을 고발한 홈파라치들에게 부정·불량식품 신고 포상금 운영지침에 따라 건당 3만원씩의 포상금을 주고 고발된 업소는 15일간의 영업정지나 400만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그러나 식당 업주들은 최근 불경기로 손님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인데 구청이 사전교육도 없이 홈파라치들의 고발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주들은 특히 “오리가 몸에 좋다, 붕어가 산모의 원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장어가 스태미너에 좋다, 돼지고기와 표고버섯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등의 음식 선전 광고를 다 허위·과대 광고라며 홈파라치들이 고발하고 있다.”며 “구청이 처벌만 하지 말고 법 해석을 다시 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창원·울산 이정규 강원식기자 jeong@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3)‘마산아구찜’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다. 겨울 기운이 느껴진다. 술꾼들은 퇴근길에 소주잔을 걸치면서 화끈한 안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여기에 아귀찜이 제격이다. 점심식사나 가족 회식에서도 인기다. 시뻘건 아귀찜에 밥을 비벼 먹거나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이 글의 방향을 짐작했겠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본디 아귀는 ‘비료’ 정도로나 썼던 바닷물고기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흰살 생선, 즉 조기나 명태, 민어 등을 선호했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못생긴 해물은 기피했다.‘몬도카네’처럼 모든 것을 먹어치우는 것 같지만 한국인들의 수산물관은 보수적이며, 선택과 집중을 선호하는 형식을 보여 왔다. ●못생긴 아귀 처음엔 안먹고 버려 뱀장어도 일본의 ‘우나기’에서 전이됐으며, 예전에는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먹장어(꼼장어) 식용도 근래의 일. 복어도 독이 있어 다루기 까다롭다 하여 그대로 버렸다. 동해안 해장국의 별미인 토속어 ‘삼순이’도 아예 잡으려 들지 않았다. 남해안 어판장에 자주 등장하는 못생긴 물메기도 7∼8년 전까지는 잘 먹지 않다가 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자기 수요가 폭증했다. 아귀도 못생겼으니 당연히 먹지 않는 어류 반열에 속했다. 선술집에서 막걸리를 먹을 때면 덤으로 내주던 복국이나 아귀탕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들은 아직도 아귀를 먹지 않아 전량 한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아직’이란 단서에 유의할 것이, 김치의 매운맛에 길들여진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서서히 아귀로 젓가락을 옮기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개불도 징그럽다고 먹지 않다가 건강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면, 먹지 못하는 모든 해산물에 ‘아직’이란 단서를 붙여야 할 성싶다. 워낙 ‘원조타령’이 심한 사회이므로 아귀찜의 원조 역시 분간하기 어려우나 역시 마산이 아닐까. 마산 아귀찜과 군산 아귀찜이 쌍벽을 이루는 인상이지만 역시 원조는 마산 쪽이 맞는 것 같다. 마산에서는 아귀가 ‘아구’로 불린다.198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매스컴을 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제한적으로 잡히던 아귀 물량이 딸리자 2∼3미에 18만∼25만원을 호가했다. 그러다 중국 수입산이 쏟아지면서부터 가격이 안정을 찾게 됐다. 예전에는 서민, 정확히 말하면 하층민 음식이었다.1000∼2000원에 한 마리를 사서 무를 넣고 푹 끓여 온 식구가 배불리 먹었다. 겨울의 속풀이거나 빈속을 채워 주는 고기였다. 아귀찜이 마산에서 본격적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에는 한국전쟁이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아귀의 문화사적 배경이라고나 할까. 우선 마산이란 항구도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도시전문가들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설명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절반’의 진실만을 담보한다. 뉴욕대 역사사회학 교수인 리처드 세넷이 ‘육체의 경험으로 풀어본 도시의 역사’란 부제가 달린 ‘살과 돌’(flesh and stone)에서 언급하였듯, 코를 자극한 냄새는 무엇이며, 어디서 무엇을 먹는지, 무엇을 차려 입는지, 언제 목욕을 했는지, 그러한 ‘도시의 육체’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면 항구도시들의 ‘육체’는 무엇일까. 역시나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먹을거리다. 우리는 도시와 음식의 기질론 혹은 풍토론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어디 가면 어느 집의 무엇이 맛이 있다.’라는 식의 음식점 순례기가 우리의 지적 수준이다. ●‘매운 음식’·‘화끈한 기질’ 궁합 맞아 아귀찜도 항구도시의 기질 풍토를 교묘하게 반영하고 있으니, 마산의 살아 있는 육체라고나 할까. 맵고 강력한 아귀찜같이 기질이 강한 음식은 음식궁합으로 볼 때 ‘태양’에 속한다. 마산이란 도시의 육체에서 아귀찜은 궁합이 대단히 잘 맞는다. 마산 자체가 한마디로 ‘화끈’한 곳이기 때문이다. 당대적 화끈함에 역사적 화끈함까지 가미돼 아귀찜 같은 먹을거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어느 항구치고 격동의 세월을 겪지 않은 곳이 있을까만 마산항은 변화 정도가 극심했다. 대충 손꼽아 보아도 몽골족이 주축인 원나라의 군사적 요충지, 왜구들의 주요 침입로, 임진왜란의 전투지, 개항장, 일본인 집단거류지, 미군 군수물자 하역항,4·19와 부마항쟁의 진원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공단 등 역사적 격변상만도 단숨에 세기 어려울 정도다. 규슈(九州)의 오랜 국제무역항 하카타(博多) 연안에는 장장 20㎞에 걸친 해안 성벽이 있다. 원나라의 침입에 대비해 가마쿠라 시대에 쌓았다고 하여 일명 원구방루(元寇防壘)라고 부르니, 그 진원지가 바로 마산이다. 세기의 대격돌이 마산에서 시작된 것이니, 역사적·운명적으로 태생부터 국제적이었다. 고려 충렬왕 때 4만 여원(麗元) 연합군이 일본 정벌에 나섰을 때 오늘의 마산인 합포를 출진기지로 삼았다. 규슈 북부 해안의 하카타만에 이르러 폭풍으로 말미암아 2회의 원정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때부터 합포가 남해를 아우르는 전략 요충지임이 내외에 알려졌다. 마산항의 본류인 마산포는 조용한 어촌만은 아니었다. 조선 후기에 마산창이 설치되면서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시장이 번성하면서 수산물 반입이 활발해져 동해 원산, 서해 강경과 더불어 3대 수산물 집산항으로 손꼽혔다. 만기요람 재용편에 경상도 정기시장으로 오로지 창원 마산장 하나만을 들고 있을 정도다. 조선시대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는 동안 남해안의 거제도와 통영·고성 등에서 잡힌 어류는 대개 마산항에 모였다. 구한말에 벌써 이곳에 30여호의 객상이 즐비했으니 그 번창함을 알 수 있다. ●조선후기 3대 수산물 집산항 명성 1899년에 개항하면서 1905년부터 일본집단촌(속칭 지바촌)이 건설된다. 경찰서·재판소·형무소 등이 설치되고, 시가지는 혼마치(本町)·교마치(京町) 등 일본식으로 바뀌었다. 옛 사진을 보면 게다짝을 끌고 돌아다니는 일본인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식 집이 즐비하다. 미곡 적출항으로서 정미업, 조면업, 인쇄업, 조선, 철공, 제빙, 방적, 기타 제조업이 모두 성했다. 빼어난 자연적 기후조건과 양질의 쌀, 맑은 물이 주류와 장류에 적합해 일찍부터 양조산업이 시작됐으니, 마산의 명물 무학소주나 몽고간장 등이 여기에서 비롯됐다.1개 항구도시에 양조장이 20곳이나 되던 곳은 마산뿐이었다. 해방이 되자 이곳에 거주하던 6000여명의 일본인이 모두 돌아갔고 2만여명의 동포가 귀국했다. 이런 ‘인구교체’ 역시 마산의 독특한 변수가 됐다. 한국전쟁 시기에는 후방 병참기지였다. 소개령으로 시민들이 떠난 마산의 거리는 온통 카키색의 도시로 변해 있었다. 시가지가 온통 미군 일색이었고 마산 제1부두는 전쟁물자의 집산지였다. 한꺼번에 밀려온 피란민들로 전에 없던 특미가 생겨났다. 재래의 마산 특미라면 단연 ‘대구깡다구찜’과 ‘미더덕찜’이었다. 그물에 잡히면 재수없다는 속설 때문에 많은 아귀들이 구마산 선창가에 그대로 버려졌다. 그 아귀를 인근 농부들이 가져다가 비료로 사용했다. 이 천대받던 아귀가 피란민의 공짜 반찬거리로 변하면서 아귀를 말려서 각종 양념을 넣어만든 아귀찜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수입산이 아닌 자연산 아귀는 마산 근해에서 ‘고데구리’로 훑어온다. 해저 밑바닥을 기면서 사는 저서류라 불법 어획도구인 ‘고데구리’가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고, 어찌 보면 맛있는 아귀를 다량으로 먹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산 시내에는 아예 아귀찜 골목이 따로 있다. 아귀찜은 이곳에서 아귀찜집을 경영하는 김삼연(57)씨의 ‘초가할매집’에서 출발했다. 나이 스물에 시집와 38여년 동안 아귀찜만 만들었다.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기술을 이제 며느리에게 물려주었다. 애초에는 두 집이었다. 과거에는 아귀를 무쳐 조림으로만 팔았다. 말린 아귀가 너무 딱딱해 여기에 콩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조선된장을 풀어 담백한 맛을 살려내고 여기에 맵싸한 고춧가루·콩나물이 궁합을 이뤄 오늘의 마산아귀찜이 탄생했다. 마산에서 다량 소비되면서 전국의 아귀가 마산항으로 모여들었다.‘아귀는 무조건 마산에 가야지만 팔 수 있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내장을 걷어내고 씻어서 태양볕에 20여일을 꼬득꼬득 말린다. 이때 1년치를 갈무리하는데, 겨울에 말려야지 여름에는 벌레가 생길 뿐더러 냄새가 나서 말리기가 적당하지 않다. 크기도 중간짜리라야 건조도 잘되고 살집이 말랑말랑해 먹기 좋다. 아귀는 탕, 수육, 해물볶음, 불고기전골, 불갈비, 해물찜 등으로 속속 조리법이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중심은 아귀찜. ●아귀 뱃속엔 온갖 생선이 가득 마산 어시장의 터줏대감 격인 권철주 보현수산 대표의 말을 빌리면 “아귀는 정말 ‘아귀’처럼 처먹는다.”뱃속을 따보면 온갖 생선이 수북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런 ‘속것’이 너무 많아 김삼연씨는 아예 ‘아귀속젓’을 개발하기도 했다. 갈치 전갱이 꽁치 오징어 장어 돔 도다리 등 아귀의 반을 차지하는 이 ‘속것’들을 버리기 아까워 그걸 모아 젓갈을 담근 것. 그는 “온갖 것이 다 들어 있으니 이 젓갈이 바로 동의보감”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마산 아귀찜은 국물이 걸쭉한 서울 것과는 맛도, 모양도 다르다. 잘 말린 아귀 냄새, 비린내를 없애는 조선된장, 통통하지 않게 기른 콩나물에다 태양초를 빻아 쓰되 매운 것과 덜 매운 것을 섞어 쓰며, 여기에 마산명물인 ‘진동 미더덕’을 곁다리로 넣어 마산 아귀의 오미(五味)를 이뤄낸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눈을 맞혀야 제 맛이 든다는 말을 듣자니, 진부령 황태가 여느 북어와 맛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아귀찜 하나의 문화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도 많은 지면이 필요하니, 우리 해산물 모두를 설명하자면 ‘천일야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2)순천만 갈대숲의 교훈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42)순천만 갈대숲의 교훈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아는가.“무진(霧津)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나고 없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같다.” ●사람과 동식물 공존하는 평화의 낙원 김승옥은 ‘무진기행’에서 무진의 안개를 그렇게 묘사했다. 소설 무대를 순천만에서 빌려온 이유를 알 만 하다. 만추(晩秋)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간 순천만의 아침도 온통 물안개에 젖어 있었다. 안개는 노천온천의 김처럼 연신 올라와서 카메라의 렌즈를 적셨다. 아침 6시50분. 해가 뜨려면 족히 30여분은 더 있어야 한다. 대대포구 선착장에서 배에 오른다. 모터의 굉음이 퍼지면서 물살을 가르자 오리떼가 갈대밭에서 물을 박차고 난다. 장관이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사람을 경계하며 저만치 물러서 있다. 망원경이 아니라 육안으로도 얼마든지 새떼들이 잡힌다. 새떼들은 알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들처럼 자유롭게 나다닐 수 없으며 오로지 갯골로만 다닐 수 있음을. 갈대밭으로 배를 들이밀지 않는 한 한가롭게 자신들의 일에만 몰두할 뿐이다. 그래서 순천만의 일상은 사람과 동식물이 공존하는 ‘평화’ 그 자체다. 순천만이 이토록 ‘낙토’가 되기까지는 굴곡도 많았다. 시청부터 사태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보호습지 지정으로 재산권 불이익을 염려한 주민 반발도 뒤따랐다. 역시 세월이 필요했다. 수많은 이들이 순천만의 중요성을 국내외에 알렸다. 드디어 순천시의 결단이 내려졌다. 최덕림 주민과장은 ‘시민들도 서서히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새만금이나 시화호 같은 실패작만 봐오다가 모처럼 순천만 같은 성공작을 만나는 것은 ‘기쁨’ 그 자체다. 세상에 더할 나위 없는 하구습지로 알려졌기에 신문, 방송은 물론이고 외국에서까지 찾아온다. 생태관도 만들었다. 대대포구 바로 옆에 갓 개관한 ‘순천만비지터센터’가 그것이다. 잠깐, 한마디 하고 넘어간다면, 그냥 순천만 ‘생태문화관’ 정도로 이름 지으면 될 것을 하필이면 비지터(visiter)란 말인가! 하여간 순천만은 뜨는 중이다. 충분히 뜰 만한 자격도 갖추고 있다. 생태보존의 본질적 측면에서 본다면야 이른바 생태관광조차도 허구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만한 정도의 평화를 확보해낸 것만 해도 대견할 뿐이다. ●갯벌 200만평 중 20여만평 정도가 갈대밭 순천만 갯벌은 줄잡아 200만평. 개략적으로 20여만평 정도가 갈대밭이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자 갈대밭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짝지어 사랑을 하고 가족을 꾸리는 새들, 새꼬막 맛 낙지 짱뚱어 갯지렁이 숭어 뱀장어 같은 주인공들이 번성한다. 갈대는 과다한 유기물질을 뽑아올려 나날이 건강한 펄지대로 정화, 갱신해 내고 있다. 1인당 5000원을 내면 대대포구에서 작은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왕복 30여분 뱃길, 선장은 이따금 배를 세우고 새소리를 듣게 한다. 바닷바람이 갈대에 부딪치면서 전투라도 벌이듯 사각거리는 소리는 직접 들어보지 않으면 그 묘미를 이해할 길이 없다. 유람선은 일단 성공적인 것 같다. 양동의 문화관광과장의 말로는 “주말에는 순번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한다. 철새들도 유람선이 갯골로만 다닐 수 있음을 잘 아는지라 별로 겁을 내지 않는다. 새와 인간의 영역이 적절하게 균형잡혀 있다. 만의 생태계가 차츰 안정화되는 증거이리라. 허남채 비지터센터장을 길라잡이로 내세워 해룡면의 용머리산에 올랐다. 농로로 이어진 데다 간판도 없어 외부인이 홀로 찾기란 불가능하다. 얕은 산이기는해도 일단 정상에 오르면 일망무제다.“혼자 보기는 정말 아깝다.”고 했더니 “조만간 갈대밭에서 바로 넘어오는 환경친화적인 조망다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귀띔한다. 순천만 관해의 으뜸 절경이니 시가 절로 나온다. 옛 시인들이 이런 풍경을 보면서 절경(絶境)보다 차라리 절창(絶唱)으로 표현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걸치자 칠면초가 한결 붉은빛으로 타든다. 일곱 색깔로 변한다고 하여 이름조차 칠면초라는데, 진홍빛 낙조 앞에서는 아예 단풍잎처럼 갯벌을 물들인다. 봄에는 갈대의 초록빛 새순이 햇솜같은 꽃과 대비를 이루며, 여름에는 초록의 섬처럼 무리지어 회갈색의 갯벌 위에서 피어난다. 가을 노란빛이 짙어져 가면서 눈발이라도 날리면 순천만의 사계는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제자리에 다가서 있다. 바다에 물감을 풀어놓은 수채화라고나 할까. 통상적으로는 갈대밭 우거진 기수대를 순천만, 열려진 바다쪽은 여자만이라고 부른다. 지도에는 여자만으로 올라있으나 특별히 순천만을 떼내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 고흥반도가 펼쳐져서 여자만은 흡사 호수 같은 인상이다. 옛 사람들은 여자만 내의 여자도 주변에서 잡은 고기를 싣고서 순천만을 거쳐 강을 거슬러 올라왔다.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대대포구는 물산이 넘쳐 흘렀다. 그들은 짚줄로 엮은 전통어법 ‘방’으로 고기를 잡아들였다. 근자에까지 남아 있는 전통어법으로는 ‘덤장’과 ‘발’을 꼽을 수 있거니와 지금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물 깊은 곳에는 길게 덤장을 설치하여 봄·여름에는 칠게, 가을에는 민물장어를 잡는다. 비교적 얕은 내만 쪽으로는 V자형의 발을 설치하여 숭어 새우 문절어 등을 잡아낸다. 물이 썰면 낚시로 짱뚱어를 잡는다. 짱뚱어는 말뚝망둥어와 유사하다. 작은 갑각류나 규조류를 먹으면서 기수대에서 서식하는 짱둥어는 눈딱부리 머리꼴이 재미있게도 생겼다. 남도의 별미 짱뚱어탕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짱뚱어야말로 갯벌의 주인공이다. 어느덧 겨울 냄새를 맡았는지 놈들은 모두 갯벌로 숨어들었다. ●강·바다 오가는 왕복성 어류의 천국 강과 바다를 오고 가는 왕복성 어류의 천국이기도 하다. 숭어나 뱀장어들이 그곳의 주인이다. 한때는 장어들이 갈대밭마다 그득 차서 시쳇말로 ‘물반 고기반’이었다. 수중보 따위를 막지 않아 어로가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전주천과 더불어 관리를 잘하여 천의 오염도도 낮다.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의 황선도 박사는 재미있는 비유를 들이댔다.“갯벌은 자동차로 치면 범퍼지요. 범퍼가 사라진다면 조금만 스쳐도 큰 상처가 나겠지요.” 육지와 바다의 점이적 완충지대로서 갯벌의 중요성은 온갖 생물종들의 보육장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그는 “만이 유치원이라면, 유치원이 잘 되어야지만 바깥 바다인 초등학교도 잘되겠지요.”란 비유법도 썼다. 수많은 사진작가들과 탐조객들이 몰려드는 모습을 보노라면 경관 가치를 새삼스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간척하면 오로지 땅의 부가가치, 아니면 고작해야 어획물의 경제적 이득부터 계산하기 마련이고 여기에서 경관가치 계산법은 누락되기 십상이다. 만약에 지금의 순천만이 매립되어 아파트나 공단이 들어섰다면? 아름다움 자체가 사회적 재산이란 생각을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돈을 제대로 모르거나 아니면 아름다움을 모르거나, 그도 아니면 둘 다 모르는 것 아닐까. 순천만의 교훈은 ‘불이(不二)’이다. 연기법에서 말하는 인간(正業)과 자연(依報)은 둘이 아니라 큰 생명체라고 하는 의정불이설(依正不二說)이 아니더라도, 어찌 바다와 강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으랴. 갯벌에 의지해서 몸을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짱뚱어라거나 갈대밭, 온갖 새들은 갯벌 그 자체와 떼어놓을 수가 없다. 하구 갯벌은 바다도 강도 아니고, 육지도 바다도 아니며, 모든 것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아니기도 하고, 인간이 발을 딛고 서 있을 만한 공간이기도 하고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불이이며, 아름다움 조차도 ‘경계의 미학’ 그 자체다. 경계는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경계는 그 긴장감으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지켜낸다. 온갖 물고기와 패류, 조류, 심지어 순천만의 사람들까지도 생명으로 엮여 하나가 되고 있다. 갯고랑으로 노를 저어가는 유장한 물살만큼이나 순천만 사람들의 삶도 유장하다. 그래서일까. 순천만이 빚어내는 먹을거리들은 쩍쩍 입에 붙는다.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 높이 2m를 넘는 순천만 갈대숲은 더운 지방의 망그로브숲에 비견된다. 망그로브숲도 경계에 서 있다. 갯벌이 드러나고 숲의 뿌리도 드러난다. 물이 차고 빠지기를 거듭해 오면서 조간대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망그로브숲이 사라지자, 전 세계적으로 나무심기 운동이 벌어졌다. 숲 보존 비용보다 조성 비용이 훨씬 많이 먹힘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갈대밭이나 칠면초 등이 연출하는 아름다움을 인공으로 만든다면, 계산해볼 것도 없다.‘있을 때 잘하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독일 북해의 홀슈타인주에 있는 갯벌국립공원에서는 늘상 ‘문화적 경관’을 내세운다. 홀슈타인 갯벌의 새와 어민, 잡초류가 모두 동참하는 경관을 내세워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들에게 갯벌은 당연히 국립공원이다. 우리는 국립공원은커녕 ‘막느냐, 마느냐.’를 두고 멱살잡이가 한창이다. 갯벌에 입장료 내고 들어가라면, 한국의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실, 순천만도 조금은 위태로워 보인다. 생태보존정책 속에서도 조금씩 인공적으로 가꾸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욕구를 한사코 누르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 그것이야말로 순천만의 미래를 담보하는 최선의 원칙이자 해답이 아닐까.
  •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꼬깃꼬깃 몇천원 종묘 미니식당들

    미국작가 데이비드 샐린저의 자전적 장편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이제 막 소년기에서 청년기로 넘어가는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 통해 사회의 거짓이나 위선이 어떻게 한 젊은 영혼을 소외시키고 끝내 파멸로 몰아가는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1980년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을 암살한 마크 체프먼의 손에 들려 있었던 ‘호밀밭의 파수꾼’은, 그의 암살 동기가 바로 거짓과 위선에 대한 콜필드의 절규 때문이라는 증언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고 급기야 영미 문화권에 ‘콜필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 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고 뉴욕의 밤거리를 방황하던 주인공 홀든은 무심코 택시운전수에게 센트럴 파크의 연못에서 살고 있는 오리들에 대해 묻는다.“겨울이 되어 연못에 얼음이 얼면 오리들은 어디로 가는지 혹시 알고 계세요?”. 어쩌면 홀든으로서는 자신을 뉴욕이라는 연못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한 마리 오리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이제 막 초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 종묘공원에 들어서서,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여기저기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70,80대의 노인들을 바라보자, 나는 어쩔 수 없이 홀든의 질문을 기억에 떠올렸다. 그리고 덧붙였다. “겨울이 깊어지고 종묘공원에 추위가 몰려오면 노인들은 어디로 갈까?” 애오라지 노인들만이 모여 노인들만의 놀이터로 변한 종묘공원은 얼핏 훔쳐보면 그다지 보기에 좋은 정경은 아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몸을 가려줄 만한 변변한 지붕 하나 없는 노천의 벤치에서 어떤 이들은 바둑이나 장기판에 여념이 없고, 어떤 이들은 시국에 대한 이야기로 목청을 높이고, 어떤 이들은 맨땅에 주저앉아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어떤 이들은 낡은 노래방 기기의 노랫가락에 맞추어 한껏 몸을 흔들어대며 막춤에 몰두해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떤 이들은 눈에 뜨이게 남루한 행색으로 아예 맨땅에 몸을 웅숭그린 채 대낮부터 죽음처럼 혼곤한 잠에 빠져 있기도 하다. 우연히 종묘공원에 들른 젊은이들이나 아직 노인 축에 끼어들기에는 어정쩡한 40,50대의 중년들은 노인들의 여러 모습에 흡사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서둘러 얼굴을 돌리며 발걸음을 빨리 한다. 그런가 하면 아예 눈살을 찌푸리며 도전적인 기세로 노인들을 휘둘러보는 이도 없지 않다. 노인들의 여러 모습 중에 어느 하나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일수록 혐오의 기색마저 숨기지 않는다. 사회며 가정 어디에서도 소외되어 마침내 종묘공원 이외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노인들의 집단이 젊은이들로서는 어쩐지 무익하게 여겨지는 느낌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10년 20년 후가 아니라 벌써부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듯이 고령화 시대의 노인문제가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종묘공원에 와서 한 나절만 노인들과 함께 시간을 지낸다면, 비록 젊은 청춘의 나이일지라도, 그대는 이미 노인들이 겪어내는 저 막막한 황혼의 시간이 검붉은 노을처럼 그대의 가슴에 무겁게 덮쳐오는 것을 절감할 터이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나이 60을 넘어서 70,80을 넘기고 자칫하면 90에서 100까지 넘겨야 하는 저 캄캄하고 무료하며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잉여의 시간. 그리하여 벌건 백주대낮부터 종묘공원을 찾아 바둑이나 장기, 혹은 소주 한 잔이며 낡은 유행가 가락에 맞추어 몸을 흔들게 하는 잉여의 시간. 이 잉여의 시간은 정말로 그렇듯 어둡고 부정적인 의미밖에 없을까. 시인이며 구도자이기도 한 유도혁은 일찍이 ‘하느님 비오는 날에’라는 시에서 하느님을 전혀 뜻밖의 모습으로 묘사했다. 구주죽이 내리는 비/비닐우산으루 가리우고/골목길을 지나시는 하느님. 빗물에 젖은 바짓가락처럼/썰렁한 어깨./슬그머니 들어오시어/따끈한 시래기국, 막걸리잔으루/목이나 축이구 가셨으면…. 시인 유도혁의 눈에 비친 하느님은 저 높은 천상의 어디에선가 우리를 굽어보며 지고지순한 은총을 베푸는 하느님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한 시인이 시래기국에 막걸리 한 사발이라도 대접해야 할 춥고 배고픈 하느님이다. 그리고 시적 정경으로 보아 하느님은 결코 젊은 나이가 아니며 오히려 노인에 가깝다. ●얻어 마신 술기운으로 막춤도 춰보고… 비단 유도혁이 묘사한 하느님이 아니더라도, 계룡산이며 지리산 혹은 히말라야의 깊은 곳에서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 중에서는 이 시대의 하느님은 저마다 거지며 지체부자유자의 행색으로 세상의 낮은 데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온몸으로 세상의 악기(惡氣)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그런 하느님은 어쩔 수 없이 일상의 우리가 그토록 혐오해 마지않는 소외된 인생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70,80년대 종로 5가 기독교 회관에서는 매주 금요기도회가 열리고는 했다. 이 금요기도회에는 바로 군사정권에 맞서 싸우다가 감옥에 끌려간 소위 양심수들을 위한 기도회였다. 그리고 기도회 석상에서 겁 없는 목사들은 감히 목소리를 높여 부르짖고는 했다.“여러분, 지금 우리나라에 하느님이 와계십니다. 불의한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소외된 민중들이 바로 하느님인 것입니다.” 어떤가, 이런 식의 낮은 하느님이라면 어렵사리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오늘 종묘공원에 삼삼오오 떼를 지어 웅숭그리고 있는 이들이 다름 아닌 다중의 하느님이 아니랴. 아침 일찍부터 삼양동이나 상계동, 혹은 천호동이나 구로동에서 무료 전철이며 버스를 타고 나와서 12시가 되면 무슨 종교기관에서 나누어주는 무료급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하느님. 바둑을 두는 이들에게 바둑 훈수를 하고, 장기훈수도 하고, 우국지사의 시국에 대한 열변에는 이따금씩 고개도 끄덕이는 하느님. 어쩌다 마음씨 좋은 이웃을 만나면 돼지머리고기 한 점에 소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그 기운으로 다른 이들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몸을 흔들며 막춤을 추는 하느님. 이윽고 황혼의 시간이 되어 종묘공원에도 땅거미가 스며들면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가는 일행들의 꽁무니를 따라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는 하느님. 마음공부를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주장한다. 새로운 개벽이야말로 물질개벽이 아닌 정신개벽이며 그 개벽의 요체는 바로 무소유(無所有)라고. 무소유야말로 자본주의가 과학과 더불어 이루어낸 물질개벽의 악기를 몰아낼 유일한 힘이라고. 그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세상살이에 더 이상 욕심내어 아등바등할 것도 없고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이제는 다만 한 끼니의 무료급식과 한 잔의 소주, 혹은 부침개 한 점에 배를 채우고 낡은 노래방 기기의 가락에 따라 막춤을 추는 종묘공원 노인들의 저 잉여의 시간 속에도, 무소유가 새로운 정신개벽의 힘으로서 푸르게 싹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뒷골목엔 없는게 없는 색다른 먹을거리 그대가 종묘공원에서 어느 새 노인들과 정이 들었다면 그대는 우선 저녁 어스름이 시작되는 무렵에 종로 3가 보도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로 가라. 거기에는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한 온갖 먹을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상식적인 포장마차보다 화려하고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3마리에 5000원하는 메추리,2마리에 5000원하는 꽁치,2마리에 1000원하는 양미리 외에도 장어·곰장어·꼬막·전어·곱창·생굴·부침개·돼비불고기·허파볶음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대가 아무 먹을거리나 고른들 5000원에서 1만원 사이다. 종묘공원 매표소 왼쪽 일대에는 수구레라는 약간 색다른 먹을거리를 파는 종로수구레, 미니식당, 대명식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소껍질로 만든 수구레(3000원)를 위시해서 닭발·돼지껍질·북어찜·두부김치·생선구이·오징이볶음·순두부술국·순대술국·소내장술국·넙치찜·모듬전·해물탕·생선매운탕·닭도리탕·감자탕 등 없는 것이 없다. 가격 또한 비싸지 않아 3000원,5000원에서 1만원 안팎인데,1만원짜리는 서너 사람이 먹을 양으로 충분하다. 이밖에도 파고다공원으로 가면, 공원 담벼락을 밖에서 따라 도는 뒤편에 역시 노인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들이 몇 군데 있다. 풍년집, 신토불이식당, 초원식당 등이 그곳인데, 먹을거리가 저마다 약간씩 다르다. 이를테면 풍년집은 3000원짜리 홍어찜에 홍어회·계란탕·삶은 오징어·생굴·순두부·조기·동태찌개 등이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이다. 신토불이식당은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콩비지·소뼈선지해장국에 2500원짜리 닭육개장 등이 있고, 초원식당은 우거지국이 1500원에, 닭 반 마리 2500원, 고등어자반 2000원, 계란말이 2000원, 묵무침 2000원, 계란프라이 1000원, 알배추 1000원 등이다. ■ 온몸으로 무소유 실감 만일 그대가 종묘공원 어디에고 널려있는 저 많은 잉여의 시간들 속에서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싶거든, 주차장 사무소 옆에 숨어있는 천막집으로 가라. 주로 노인들만이 이용하는 천막집에서 1500원짜리 소주나 막걸리에 3000원짜리 돼지머리고기나 2000원짜리 부침개 한 접시를 사들고 주변의 맨땅에 퍼질러 앉아라. 그리고 아무 노인이라도 붙들고 소주 한 잔에 돼지머리고기 한 점을 권해라. 비단 그대가 아니라도 일대를 둘러보면 결코 혼자서 아구아구 먹고 마시는 노인들은 없다. 마침내 술병이 비거든 가까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춤판에 그대 또한 서슴없이 끼어들어라. 젊은 그대가 끼어든들 노인들 중의 누구 하나 흘겨보거나 시비하지 않을 터이다. 그렇게 끼어들어 즐기는 틈틈이 옆에 있는 노인들의 표정을 훔쳐보아라. 저마다 흥에 겨워 눈에 초점마저 사라진 신명의 노인들은 이미 조금 전까지 그대가 상식으로 알던 저 잉여시간 속의 노인들이 아니다. 세상살이에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세상살이의 시시비비는 훌쩍 벗어나 애오라지 낡은 노랫가락 하나에 인생 전체를 실은 채 흔들거리는 신명의 노인들. 그 노인들이야말로 다름 아닌 무소유 자체이다. 어떤가,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감한 그대 또한 이미 무소유하지 않으랴.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9)속초 아바이마을의 삶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39)속초 아바이마을의 삶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도 보고, 찾아도 봤던 그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피눈물을 흘리면서 1·4 이후 나홀로 왔다.’던 무수한 그 ‘아바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속초시의 바닷가 마을 청호동의 이른바 ‘아바이마을’로 더 유명한 ‘함경도촌’을 찾아가면 그네들이 살아온 삶의 내력을 엿볼 수 있다. 속초에서 서울로 오자면 미시령을 넘게 마련인데, 그 고갯목에 차를 세우고 굽어보면 속초 시내와 동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의 영랑호, 오른쪽의 청초호, 그 뒤편으로 동해가 배경막처럼 놓여져 산과 바다와 호수의 동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토록 아름답던 청초호의 길이 1㎞, 너비 80여m 남짓한 백사장에 함경도 피란민들이 처음 피란선의 닻을 내렸다. 그럭저럭 살다보면 돌아갈 수 있으려니 생각했으나 영영 불귀의 몸이 되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1세대 세상은 거의 막을 내렸고,2세대도 이제는 거의 중년을 넘겼다. 그렇게 50여년을 청초호 바닷가에 뿌리 내리고 살았다. 속초는 본디 자그마한 읍내였다. 속초면이 속초읍이 된 시점이 1942년, 해방 이후는 38선 이북에 포함되어 있었다. 설악산을 병풍처럼 끼고 있고, 석호가 그야말로 그림같이 펼쳐져서 시인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던 관동팔경의 하나이다. 주민들은 어업보다 주로 농업에 종사했다.1930년대, 정어리떼가 청초호로 몰려들어 배들이 새까맣게 닻을 내렸을 때도 정작 속초배들은 별로 없었다. 전쟁은 중앙의 역사만이 아니라 지역사도 송두리째 바꿔 놓았으니 속초도 예외가 아니었다. 어업에 종사하는 피란민이 원주민보다 많아지면서 급속도로 어업 중심지로 바뀌었다. 종전 이후에도 연고를 찾아 몰려드는 연쇄 이동이 맞물렸다.‘일가 친척 없는 몸’들이 고향 사람을 찾아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5만여명이 배를 타거나 육로로 내려와 이곳에 여장을 풀었다. 선단을 이룬 이들은 청초호 모래톱에 배를 댔다. 육로로 내려온 이들은 학사평(지금의 공설운동장 쪽)에 ‘해방촌’을 꾸렸으나 차차 흩어져서 도시 속에 녹아들었다. 반면, 본디 어업에 종사하던 청호동 사람들은 강인한 단결력을 과시하며 지금껏 버티고 있는 중이다. ●쌀로 빚은 가자미식해·북청 사자놀이 일품 함경도, 그 중에서도 함경남도 사람들이 7할 정도 차지한다. 정평 이원 영흥 단천 흥원 신창 신포마을 등 청호동 집단취락명은 이네들이 내려와서도 응집력을 갖고 살아왔음을 웅변한다. 이 중에서도 단천과 신포마을이 헤게모니를 쥐고 살았다. 속초에는 지금도 함남도민회, 원산시민회, 함흥시민회, 북청군민회 등등 무수한 ‘월남 조직’이 있어 ‘피란민 도시’의 면모를 보인다. 이들이 석호의 모래톱에 불과한 청호동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보다 국가 소유 해빈(海濱)인지라 무단 정착이 용이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밥벌이 기술’인 어업을 지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분단기에 이북 어민들이 전국 해안에 뿌리를 내리면서 ‘어업의 장기지속성’을 보여준 사실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진 적이 없다. 그러나 전국을 돌아보면 해안 곳곳에 이들이 정착했음을 알 수 있다. 가령 서해안 덕적도 진리포구는 황해도민이 집단 거주하며, 화성의 마산포같이 작은 포구에도 황해도촌이 존재한다. 인천시 화수부두에도 유별나게 황해도민이 많았으니, 김금화같은 무당들이 인천을 거점으로 배연신굿을 하는 토대도 바로 이곳이다. 전쟁때 선단을 통한 대대적인 피란과 정착이 이뤄졌음을 말해준다. 모진 해풍이 불어닥치는 낯선 바닷가에 당도하여 고생고생한 대목은 필설로 이루 말하기 어렵다. 한 마디로 분단의 비극이었다. 미군부대의 철조망 주변에 널린 레이션 박스를 주워 오고, 부서진 배 등을 엮어서 집이랄 것도 없는 집을 지었다. 겨울이 오면 흙을 발라서 흙집이 되었다. 구겨진 드럼통을 펴서 지붕을 얹기도 했고, 주변에 돌아다니는 모든 물건들을 주워 모아 청호동을 만들어 나갔다. 남해안의 여수, 거제 등으로 피란 갔던 이들, 경상도의 후포, 구룡포, 강원도의 양양, 대포 등에도 이들은 몰려 들었다. 나중에는 이른바 ‘반공포로’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곳으로 찾아 들었다. 참으로 모진 세월이었다. 청호동에서도 모래톱 맨끝에 형성된 신포마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신포는 오늘날 북한 최대의 수산사업소가 있는 어업 전진기지이며, 일제시대에 함경도 어업의 최대 거점이었다. 한마디로 신포사람들은 동해안에서 가장 뛰어난 어민들이었으니, 이들의 저력이 모여 강원도 유수의 어항 속초를 만드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신포는 남쪽으로 봉화반도가 뻗어 나왔고, 서쪽과 북쪽에 산이 있어 바람을 피하기 좋다.‘한국수산지’(1905)에 따르면, 호수 300, 인구 1360여명이었으며 명태 집산지로 이름 높았던 곳이다. 당시에 인구 1000명이 넘는 포구라면 상당한 규모다. 식민지로 접어들자 시가가 번창하며 기선 출입이 잦고 일본인 거주자가 증가했다. 건너편 북청으로 정기선이 다녔으며, 성진 원산 부산 등지로 연안 회항선도 다녔다. 1905년 당시에 이미 일본인 거주자는 수비대, 헌병대를 제외하고도 남자 31, 여자 23명이 살았으며, 직업도 무역상 기선업 잡화상 매약상 여인숙 음식점 과자상 우육상 등 다양했다. 신포 바로 앞의 마량도 출신인 박임학(79)옹의 증언.“북청군 신포읍 마량도가 고향이지요. 지금 경수로 만드는 곳까지 포함해 신포시가 되었어요. 신포 앞 섬, 거기가 내 고향 마량도지요. 신포 읍내에서 마량까지 수로로 10리 밖에 안되요. 연락선이 있었는데, 하루에 세번씩 다녔지요. 마량도는 12개 마을(리)로 되어 있었습니다. 소방서, 주재소, 그리고 국민학교도 있고,300여 호가 살았지요. 평지 대신 산이 많았고….” 지도를 펼쳐볼 필요가 있다. 신포와 홍원 사이의 마량도가 바로 코앞이다.12개의 마을이 형성될 정도의 크기이니 동해안에 섬이 없다는 우리들의 통념을 깰만 하다. 밑으로는 함흥이 있고, 함흥만 아래에 원산이 있어 천혜의 산란장이다. 이른바 한반도의 허리라고 하는 바로 그곳이다. 신포사람들은 청호동에 정착한 이래 한 시도 배를 떠나지 않았다. 함경도 명태잡이 기술이 이곳에 고스란히 전파되었다. 피란민을 통한 어업기술의 전파가 이루어진 것. 당연히 ‘아바이 말씨’와 음식도 함께 와 뿌리를 이어갔다. 덕분에 지금도 청호동 골목길에는 아바이순대를 비롯하여 함흥냉면 간판 등이 줄지어 서있다. 단천 출신으로 단천식당이란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윤복자(63)씨는 함경도 음식 중에서 해산물로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 꽁치젓 메가리젓 오징어젓 등의 젓갈류를 꼽았는데, 그 중 가장 함경도적인 것으로 가자미식해(食)를 내세웠다. 생선을 소금에 절이면 염장어가 되고, 발효시키면 식해 또는 어장(魚醬)이 되는 것이니, 이런 유의 음식은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 생선식해는 이른바 ‘감주’식혜와는 다른 것이지만, 발효시킨다는 뿌리는 같다. 곡식과 생선을 섞어 발효시킨 것이 가자미식해이니, 동해안의 원래 주인공인 동예(東濊)나 발해인들이 바로 이 식해를 먹었을 것이다. 곡식과 생선을 버무려서 발효시켜 저장하는 기술은 선사시대 이래의 식생활이니 가자미식해는 한반도에 흔치않게 남아있는, 그 자체가 바로 살아있는 무형의 문화유산 아니겠는가. ●명태잡이 어업기술 고스란히 전파 사실 동해안에 가자미만큼 흔한 고기도 없다.“왜 식해를 만들때 수많은 생선 중에서 가자미를 쓰느냐.”는 질문에 “뼉다구가 날래 물르기(빨리 삭기) 때문”이란다. 덧붙여 “가재미 식해는 뼈가 물러야지 좋으니까.”라고 사족을 단다. 재미있는 것은 조밥 대신에 쌀밥을 쓴다는 점.“경상도 사람들이 조밥을 넣지, 여기서는 그리 안해요.”이런 습속은 다른 곳도 같아 강릉시 사천면 진리 일대 등 여타 강릉시 일대에서도 흰 쌀밥을 이용해 식해를 만든다. 조로 만드는 것과 비교해 맛이 어떠냐고 묻자 “조밥보다 쌀밥이 더 맛있어요. 예전에는 값도 쌀이 비쌌지요. 삼척 넘어가고 경상도 가니까 다 조밥 넣데요. 그러나 이 인근은 모두 쌀밥으로 해요.”우리가 알던 ‘조밥 가자미식해’와는 다르다. 반백년쯤 지나다보니 아바이들의 삶도 서서히 변해 갔다.2세대들은 강원도 원주민과 많이 결혼했으며,3세대들은 학교, 직장 문제 등으로 외지로 나가 사는 경우도 많아 ‘아바이마을’의 정체성이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속초시는 낙후된 이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선’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도 드라마 ‘가을동화’에 등장한 ‘갯배’라는 독특한 도항 수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새 다리가 완공되면서 거대한 교각에 마을 경관이 눌린 꼴이 되고 말았다. ●취락지 보존 ‘아바이박물관’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어차피 2세,3세로 내려가면서 피가 섞이고, 함경도적 정체성도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청호동 바닷가 취락지를 보존해 ‘살아있는 아바이박물관’ 정도로 했으면 하는 희망이다. 분단시대의 박물관이자 분단의 균열 속에서도 고향의 응집력을 지니고 반백년을 살아온 그네들의 삶은 그 자체가 ‘역사자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양문화사적으로 그들의 어업기술사는 이북의 신포와 마량도 어업사를 고스란히 옮겨온 경우에 해당된다. 옛 사진첩에 1950년대의 북청사자놀이가 확인되니,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부터 고향의 춤과 노래를 계속 이어왔다는 증거 아닌가. 쌀밥으로 빚은 가자미식해와 북청사자놀이의 호탕한 대륙적 음악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아바이 삶’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시신을 화장하여 속초 바닷가에 뿌리면서 바닷물을 통해서라도 고향으로 되돌아가길 기원하는 아바이들이 존재하는 한, 청호동은 지켜지고, 또 살아 남으리라.
  • [레저+α]

    [레저+α]

    ●대학생들, 어린이 요금으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는 내년 2월 28일까지 대학생들에게 어린이 요금으로 바닷속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특별 우대권을 판매한다. 홈페이지에서 우대권을 다운받은 후 학생증과 함께 매표소에 제출하면 1만 4500원 입장료를 9500원으로 할인해 준다. 또한 트렌스젠더 물고기 리본장어를 특별전시한다. 리본처럼 몸이 얇고 긴 데다 아름답고 화려한 몸 색깔 때문에 리본장어란 이름이 붙은 이들은 평생 몸 색깔이 3번 변하는데, 유아기를 거쳐 수컷으로 청년기를 보내고 성장이 절정에 이른 후에는 암컷으로 성을 전환하는 특이한 물고기다.(02)6002-6200,www.coexaqua.co.kr ●새달 5일까지 ‘엄마의 낡은 사진첩’ 전시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새달 5일까지 우리의 추억과 현재가 공존하는 ‘엄마의 낡은 사진첩’ 기획전시를 한다. 60∼70년대 생활사를 조명한 기획전시로 마치 어머니의 사진첩 속 손때 묻은 사진들을 펼쳐놓은 듯한 거리와 다양한 소품들을 전시해 추억을 간지럽힌다. 부모와 자녀가 대화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직접 쓴 편지를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배달해 주기, 옛날 교복 입고 사진 찍기, 대한뉴스나 문화영화 관람, 옛날 물건 틈에 뒤섞여 있는 현대물건 찾아내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관람료 어른 8000, 아이 5000.(031)230-3200. ●매주 토요일 어린이 환경 프로그램 삼성어린이박물관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어린이들이 환경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일엔 요리 활동으로 쑥개떡을 만드는 ‘내가 만들어 냠냠’,27일엔 재생비누를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는 ‘내가 만드는 환경 제품’이 진행된다.5세 이상의 어린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3000원. 또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다채로운 활동도 마련하고 있다. 미술 활동으로는 네일 아티스트(20일,21일,27일,28일), 동화구연가 이송은 선생의 ‘와! 이야기 세상이다.’가 21일,1인극 공연으로 ‘구텐베르크 이야기’가 28일에 있을 예정이다.www.samsungkids.org,(02)2143-3622 ●국립수목원 자원봉사자 모집 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광릉 숲의 효율적인 보존과 건전한 자연관람문화 정착을 위하여 2005년도에 활동할 ‘광릉 숲 지킴이’(자원봉사자) 60명을 공개모집한다. 주중(월∼금)에 근무할 수 있는 20세 이상의 남녀는 누구나 지원가능하며, 관람안내 분야·질서유지 및 환경정화분야·의료분야로 나누어 활동하게 된다. 모집기간은 내년 1월31일까지.www.koreaplants.go.kr (031)540-1023.
  • 특허청 ‘인사 훈풍’으로 술렁

    ‘장어통발’ 등 인사적체의 오명(汚名)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특허청에 ‘인사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9월 김종갑 청장 취임 후 1급 2자리가 내부 승진·임명된 데 이어 최근 국장 3명이 용퇴, 최대 규모의 승진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더욱이 국장 인사가 결정되면 고참 과장들의 진퇴 결정도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면서 연말 승진잔치(?)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승진 잣대를 과거와 다르게 잴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김 청장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열심히 일하고 높은 성과를 거둔 직원이 승진하고 주요 보직을 맡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공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석 국장은 대상이 모두 행정직이지만 직렬 배제 및 업무량을 중시한다는 인사 방침에 따라 한 자리는 기술직에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기술직 임명이 유력한 특허심판원 6심판장은 그동안의 관행을 탈피한 발탁인사가 예상된다. 지난 5일 발표된 해외주재관(4급 과장급) 선정도 파격성을 보여줬다. 직위공모 절차를 거쳐 업무실적을 평가했고, 특히 후보자가 업무수행 계획을 직접 발표토록 하는 등 검증과정이 이뤄졌다. 연공서열보다는 업무능력이 중시됐다는 평가다. 이번 승진심사부터는 다면평가 외에 상급자·동료들의 추천실적을 점수로 관리하는 새로운 평가시스템도 첫 적용된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인사 때마다 무성하던 하마평도 사라졌다. 한 관계자는 “전임 기관장이 실천하지 못했던 분야이고 특히 자체 승진이라는 성과를 이뤄냈기에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직렬간 이기주의와 연공서열을 탈피한 실질적인 인사혁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팔도장터 구경가세-재래시장 박람회

    팔도장터 구경가세-재래시장 박람회

    전국 재래시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중소기업청은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농수산물유통공사 전시관)에서 ‘2004 전국재래시장박람회’를 개최한다. 전국 16개 시·도 100개 재래시장이 참여해 대표적인 품목을 전시·판매하고, 향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관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중소기업청 엄진엽(65) 사무관은 “전국 상인들이 한 곳에 모이는 최초의 자리가 될 것이며, 전시된 시장 중 좋은 사례는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도 재래시장의 어제, 오늘, 내일을 보면서 향수도 느끼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장료는 없으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행사계획서를 토대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현장을 소개한다. ●과거·현재·미래상 한눈에 1층 장터마당으로 들어서면 전국 재래시장의 특산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지자체 재래시장관’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종합시장의 수예품, 남대문시장의 아동복과 액세서리, 대구약령시장의 십전대보탕, 이천도자기시장의 도자기, 전북 순창시장의 고추장 등 내로라하는 시장의 대표품목이 모두 모여 있어 전국을 돌며 쇼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어린시절 5일장이 그리운 어르신들에겐 유명 5일장 장터를 재연해놓은 ‘재래장터’ 전시관을 권한다. 품바 타령, 엿장수 및 피에로가 있어 5일장의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김장철 김치 걱정을 덜고 싶은 주부들은 8개시·도의 김치를 파는 ‘김장 김치관’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산·광주·경기·충청·전라·경북 지역 시장에서 만든 김치류가 판매되고 있어 입맛 따라 고를 수 있다. ●8개시·도 김치 골라 살수도 1층에서 쇼핑의 재미를 실컷 맛보았다면 진짜 ‘맛’을 보러 3층으로 발길을 옮겨 보자.3층 주제마당에는 11개 시·도의 향토 음식이 푸짐하게 마련되어 있는 ‘먹거리관’이 있다. 부산 자갈치시장의 곰장어, 경기 수원지동시장의 순대, 광주 무등시장의 동동주, 강원도 정선시장의 메밀부침개 등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메뉴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적당히 배를 채운 후 ‘시장역사관’에 들러 재래시장의 역사를 둘러볼 때는 발길을 천천히 옮기는 것이 좋다. 신라시대의 초기 시장에서 현재 재래시장에 이르는 시대별 시장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아이들에게는 박물관 못지않은 학습 경험이 될 것이다. ‘재래시장의 미래는 어떨까?’라는 질문이 머리 속에 떠오를 때쯤 혁신관으로 향하자. 환경개선 사업을 우수하게 마친 시장의 모형에서 첨단 금전출납기, 전산시스템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재래시장과 IT기술이 만나 인터넷 재래시장이 구축되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아이들이 헌옷 등 중고물품을 사고 팔 수 있는 ‘어린이 벼룩시장’, 물박장단 타악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넉넉히 시간을 잡고 재래시장박람회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 듯.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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