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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뷔 12주년 ‘슈퍼주니어’ 오늘(6일) 컴백...아쉬운 ‘공백’

    데뷔 12주년 ‘슈퍼주니어’ 오늘(6일) 컴백...아쉬운 ‘공백’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은 가수 슈퍼주니어가 컴백을 알렸다. 다만 최근 반려견 논란을 일으킨 멤버 최시원은 컴백 활동에서 빠지게 됐다.6일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정규 8집 앨범 ‘PLAY’를 들고 활동에 나선다. 슈퍼주니어는 이날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멜론, 지니, 벅스 등 각종 음악 사이트를 통해 정규 8집 앨범 ‘PLAY’(플레이) 전곡 음원을 공개한다. 또 공식 홈페이지와 SM TOWN 유튜브 채널 등에서 타이틀 곡 ‘Black Suit’(블랙수트) 뮤직비디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앨범에는 세련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곡 ‘Black Suit’, 발라드곡 ‘비처럼 가지 마요 (One More Chance)’과 함께 ‘Spin Up!’, ‘I do (두 번째 고백)’ 등 총 10곡이 수록돼 있다. 슈퍼주니어는 이날 음원 공개 후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SMTOWN 코엑스 아티움 내 SM TOWN THEATRE에서 앨범 발매 기념 이벤트 ‘슈주랑 엘프랑 다시 PLAY’ 행사를 연다. 이는 네이버 V LIVE를 통해 생중계된다. 또 오는 9일에는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타이틀곡 ‘Black Suit’ 첫 무대를 선보일 전망이다. 한편 슈퍼주니어는 올해로 데뷔 12주년을 맞이한 장수 아이돌로, 군 복무를 마친 멤버들의 복귀로 ‘완전체’ 컴백에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이번 컴백을 앞두고 반려견 논란 여파로 멤버 최시원이 컴백 활동에서 빠지게 돼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최시원은 지난달 자신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 대표 A씨를 물어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김혜민 기자 khm@seoul.co.kr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딱 한 권뿐인’ 백석 서명 시집 7000만원에 낙찰되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딱 한 권뿐인’ 백석 서명 시집 7000만원에 낙찰되다

    야심 찬 마음으로 헌책방 일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이다. 며칠 전 한 집에서 매입한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책들은 종류나 순서에 상관없이 마구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가져온 책을 분류하는 게 먼저다. 그다음은 망가진 책이 없는지, 더러워진 책이 있다면 쉽게 닦을 수 있는 책인지 눈과 손으로 일일이 만져가면서 확인하는 것이다. 그러다 김수영 시인의 짧은 글 모음인 ‘시여 침을 뱉어라’의 오래된 판본을 하나 발견했다. 민음사에서 1977년에 출판한 것이다.유명 시인의 오래된 책이긴 했지만 이 책은 초판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했을 때 많은 값을 받을 수는 없다. ‘시여 침을 뱉어라’는 1975년에 출판된 것이 처음으로, 시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1968년 부산에서 있었던 문학 강연 원고의 주제를 책 제목에 사용한 것이다. 본문을 넘겨 서지 쪽을 확인한 다음 초판이 아닌 것을 알고 아쉬움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책 맨 앞 속지를 보고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기에 누군가 짧은 일기로 보이는 글을 볼펜으로 써 놓았는데 단상 옆에는 큼직하게 이름이 한자로 쓰여 있었다. 그 이름을 읽어보니 바로 ‘성석제’(成石濟)였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수영 시인의 책에 바로 그 성석제가 삼일치 일기를 써놓았다. 일기 밑에는 날짜까지 있다. 1978년 8월 7일부터 삼일간의 기록이다. 성석제 작가는 1960년생이기 때문에 1978년이라면 이런 일기를 충분히 쓸 수 있는 나이다. 이건 단순히 작가가 책에 서명한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조금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다. “이걸 판매한다면 도대체 가격을 얼마나 붙여야 할까?” 성석제 작가가 십대 나이에 개인적으로 써둔 삼일치 일기라면, 만약 작가의 열렬한 팬에게는 이것을 소장하기 위해서라면 가격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이미 머릿속에서 돈을 세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 바로 진위를 가리는 것이다. 확실하다고 해도 확인은 해야 한다. 나는 그 책을 우연히 발견한 나머지 너무도 흥분해서 그게 실제로 성석제 작가가 쓴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믿어버렸다. 일주일 정도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흥분된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게 되었을 때 책 속에 일기를 남긴 주인공이 실제 성석제 작가인지 확인해 볼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허망했다. 작가는 책에 그런 글을 쓴 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니 한자로 적은 이름 가운데 ‘석’자가 틀린 것이다. 성석제 작가이름은 ‘돌 석(石)’자가 아니라 ‘클 석(碩)’자를 쓴다. 이렇게 해서 책 한 권으로 큰돈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내 어리석은 행동은 반성거리만을 남겨놓고 끝나버렸다. 책의 가치는 종종 가격으로 평가된다. 김수영 시인의 ‘시여 침을 뱉어라’는 1977년 당시에 5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아무리 헌책방이라고 해도 지금도 그 정도 가격에 판매하지는 않는다. 그때와 지금은 돈의 가치만 해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봉지라면 한 개에 50원 하던 때와 지금 화폐의 가치를 단순비교로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헌책방의 책 가격은 말 그대로 엿장수 마음대로인 경우가 많다. 수십 년 전에 출판된 책의 가격을 정하는 기준이라는 게 딱히 없기 때문에 어떤 책은 저렴한 반면 또 어떤 책은 당시 정가의 수십 배에 이르는 가격표가 새로 붙기도 한다.책의 가격이 비싸지는 데는 의외로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출판된 지 오래 지났다고 해서 아무런 책이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조건은 절판된 것이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책을 언제든지 서점에 가서 구입할 수 있다면 비싸질 이유가 없다. 두 번째, 출판 당시 발행부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반대로 가치는 높아진다. 이것도 상식적인 이유다. 절판됐다고는 하더라도 똑같은 책이 여기저기 많이 보일 정도라면 비교적 가격이 낮아진다. 금이나 다이아몬드도 주변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라면 그저 빛나는 돌덩어리에 불과한 것과 같은 이유다. 세 번째, 절판됐고 개체수도 적다면 책의 외관 상태가 좋을수록 가치가 높다. 여기까지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기본적인 책의 가치평가 기준이다.그 외에는 사정이 좀 더 복잡해진다. 길게 얘기하자면 책 한 권 분량으로도 모자랄 수 있으니 여기서는 간단히 ‘서명본’에 관해서만 이야기한다. 책에 저자의 서명이 들어간 것을 서명본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종류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우선은 서명본 자체가 흔치 않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이외수 작가 같은 경우는 워낙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작가 이벤트도 많았기 때문에 서명본도 엄청나게 많다. 물론 서명이 없는 책보다는 가치가 높겠지만 서명본치고는 가격이 높지 않다. 반대로 장정일 작가는 평소에 자신의 책에 서명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 역시 헌책방을 운영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지만, 장정일의 책에 작가 서명이 들어가 있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이런 작가의 책 중에 절판된 서명본이 있다면 상당한 가격이 붙을 것이다.서명본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작가 이름과 그것을 받은 사람의 이름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경우다. 대부분은 작가 이벤트 등을 통해서 받게 된 서명일 것이다. 이런 책보다는 작가의 이름만 있는 책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보다 높은 경우는 작가 이름과 함께 또 다른 유명인의 이름이 함께 들어 있는 책이다. 서명을 받은 사람도 책의 작가만큼 잘 알려진 인사라면 일반인의 이름이 들어 있는 것보다 희귀한 쪽에 속한다. 서명본 중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것은 작가의 이름과 함께 또 다른 유명인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은 물론, 이 두 사람이 친분이 있어서 작가가 사적인 메모를 함께 남겨놓았을 경우다. 오래전에 백석 시인이 사비를 털어 만든 시집 ‘사슴’ 원본을 본 일이 있는데 그 책 속지에는 시인의 직접 쓴 서명과 짧은 글이 남아 있었다. 이런 책이야말로 화폐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힘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백석 시인이 사적인 메모를 남긴 ‘사슴’은 세상에 딱 한 권뿐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몇 년 전 일본의 고서점 거리인 진보초에 갔다가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이 직접 서명한 ‘거울 나라의 앨리스’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서점을 방문했다. 루이스 캐럴을 좋아해서 운영하는 책방 이름도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라고 지었으니 그 책을 가질 수 있다면 내겐 너무도 큰 행운이 아닌가. 그리고 드디어 그 서점에 들러서 책을 확인할 수 있었다. 1872년에 출판된 책이라 초판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보라색 펜으로 남긴 서명이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책 가격을 물으니 42만엔, 우리나라 돈으로 400만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였다. 내게는 너무 큰 금액이라 그저 실물을 확인하고 귀국한 것으로 만족했지만 그 가격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비록 작은 양장본 책 한 권이었지만 그 안에는 글자뿐만 아니라 100년 이상의 시간도 함께 들어 있는 것이고 그런 시간이야말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것이다. 책의 가치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고 보통 그것은 화폐 단위라는 숫자로 표시된다. 그러나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더 큰 가치도 분명히 있다. 그 몫은 몇몇 전문가가 아니라 지금도 어느 곳에서 책을 펼쳐드는 평범한 독자들, 바로 우리들에게 돌아간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5·18 암매장 추정지 옛 광주교도소 발굴작업 땅파기 시작

    5·18 암매장 추정지 옛 광주교도소 발굴작업 땅파기 시작

    옛 광주교도소 5·18 행방불명자 암매장 추정지에 대한 발굴작업이 땅파기 단계에 접어들었다.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4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주변 재소자 농장 터에서 굴착기를 동원해 흙 표면을 덮은 콘크리트와 잡초 등 각종 장애물 제거를 시작했다. 5월 단체는 전날 법무부 승인을 받자마자 현장에 중장비를 배치하는 등 암매장 추정지 발굴에 착수했고,하루 만인 이날 지체 없이 겉흙층을 파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암매장 추정지 주변에는 1999년과 2003년 두 차례 매설한 도시가스 배관이 남아 있어 가스공급회사 안전관리자도 현장에 투입됐다. 발굴 실무를 책임지는 문화재 출토 분야 전문 민간단체 대한문화재연구원 관계자 10여명도 이날부터 작업에 참여했다. 재단은 역사현장 보존과 암매장 사건 재구성을 위해 현장 총괄을 조현종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에게 맡기는 등 고고학 분야 전문가로 발굴사업단을 꾸렸다. 재단은 장애물 제거를 마치고 6일께 문화재 출토 방식으로 발굴작업을 전환할 방침이다.당일 오후 2시에는 현장브리핑을 열어 자세한 작업 계획과 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5·18재단은 암매장 추정지에서 유해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광주지방검찰청과 현장수습 및 신원확인 주체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유해수습 및 신원확인 주체를 두고 검찰은 정부기관인 국립과학연구소를,재단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을 각각 추천하고 있다. 재단은 암매장 발굴이 옛 교도소뿐만 아니라 향후 전남 화순 너릿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일관성 있게 이어지도록 전남대 법의학교실에 신원확인 절차를 맡기도록 검찰에 요구하고 있다. 전남대 법의학교실은 5·18 행불자 신고를 한 130가족 295명의 혈액을 보관하고 있고,과거에도 암매장 발굴에 참여했다. 5·18단체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3공수 지휘관이 작성한 약도와 시민 제보 등을 토대로 옛 교도소 재소자 농장 터를 행불자 암매장지로 지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세계 경제대통령/김균미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계 경제대통령/김균미 수석논설위원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막강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이 내년 2월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재닛 옐런(71) 의장 후임으로 제롬 파월(64) 연준 이사를 지명하면서 연준 104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인 옐런 시대는 4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말 한마디로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어 ‘세계 경제대통령’으로도 불리는 미 연준 의장이 4년 단임으로 물러나는 것은 1979년 월리엄 밀러 전 의장 이후 거의 40년 만이다.미국에서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준 의장은 관행적으로 연임해 왔다. 2008년 금융위기 와중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교체 가능성이 회자되던 벤 버냉키 의장을 연임시켜 유례를 찾기 힘든 양적완화 정책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전통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깨졌다. 트럼프는 연임 전통뿐 아니라 40년 만에 비(非)경제학자 출신을 세계 경제대통령 자리에 지명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옐런의 연임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의장 후보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옐런 의장을 면담하자 연임 가능성이 나돌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옐런이 7월 말 연준 연례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행한 금융기관 규제 지지 연설 때문에 연임 기회가 날아갔다고 한다. 1913년 12월 설립 이후 연준 의장을 지낸 사람은 모두 15명이다. 연준 의장 행보가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파급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부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대표적인 연준 의장으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4~1970.1)이 꼽힌다. 만 18년 10개월이라는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그는 연준의 독립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플레이션 투사’로 불리는 폴 볼커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려 1980년 연 13.5%였던 물가상승률이 퇴임할 때 4% 수준으로 내려갔다. 5개월 차이로 최장수 기록을 마틴에게 내준 앨런 그린스펀은 1987년 블랙먼데이와 2000년대 초반 닷컴 거품 붕괴 등 주식시장 폭락과 2001년 9·11테러 등 수많은 금융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와 함께 느슨한 금융기관 규제로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야겠지만 중도 성향의 파월 내정자가 트럼프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낼지, 긴축통화 시대로 접어든 세계 경제의 눈은 벌써 파월의 입에 쏠려 있다. kmkim@seoul.co.kr
  • 평균 81개월 집권하는 경제대통령, 그의 한마디에 세계가 들썩

    평균 81개월 집권하는 경제대통령, 그의 한마디에 세계가 들썩

    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공식 지명됐다. ‘양적 축소’를 시작한 각국은 파월 의장이 펼칠 통화정책에 주목한다. 연준 의장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수장으로, 한국은행 총재와 비슷한 존재다. 그런데 전 세계는 왜 미국 중앙은행장의 인선에 떠들썩할까. 가장 간단한 답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이 기축통화를 기반으로 세계가 금융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시대에 달러의 발행량, 미국의 기준금리 등은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연준 의장의 성향이 ‘매파’(금리 인상 선호)인지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역대 의장의 정책 등을 살펴보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덕분에 글로벌 경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라는 혹독한 한파를 불러왔다. 글로벌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은 달러를 마구 찍어 낸 ‘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덕분이다. 파월 16대 의장 지명자 전까지 15명의 역대 연준 의장이 있다. ‘최장수 의장’은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이다. 윌리엄 밀러는 ‘1년 의장’이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15명 연준 의장의 평균 임기는 81개월이었다.1.미약한 시작은행관리 기구로 출범, 로스차일드 ‘수렴청정’ 찰스 햄린(1914년 8월~1916년 8월) 등 6인:1907년까지 몇 차례 공황과 재정 실패를 겪은 미국 자본가들은 은행을 관리할 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민간 주도로 연준이 만들어진 이유다. 당시 연준이나 의장의 역할은 미약했다. 통화감독청(OCC)이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했지만 월가의 위세가 더 높았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월가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1913년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연방준비제도 법안을 거의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렇게 탄생한 초대 의장인 찰스 햄린은 재무부 차관 출신이었다. 하지만 연준의 권한은 미국 정부와 연준에 속한 연방은행들 사이를 조율하는 수준에 그쳤다. 연준은 ‘재무부의 부속 기구’처럼 취급됐다. 마치 한국은행이 1980년대 전까지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것과 비슷하다. 연준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폴 워버그 이사였다. 워버그 이사는 연준의 청사진을 그린 인물로, 세계 금융시장을 석권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심복이었다. 쑹훙빙은 저서 ‘화폐전쟁’에서 ‘연방은행의 주인은 12개 지역 연방은행이고, 워버그 이사를 조종한 것은 런던에 있는 알프레드 로스차일드’라고 주장했다. 최초 연방준비제도법 제10조에 따라 연준 의원들은 재무부 건물 안에서 근무했다. 연준이 출범할 당시 재무장관인 맥아두는 윌슨 대통령의 사위였다. 맥아두 장관은 연준 위원과 각 지역 연방은행 총재와 임원을 ‘친맥아두 인사’로 채워 넣었다. 2.대공황 수습기축통화로 힘 실려… 금리 결정기구 출범 루스벨트 시대, 매리너 에클스(1934년 11월~1948년 4월):연준이 독립성을 확보한 계기는 1929년 미국을 강타한 대공황이다. 대공항 초기에 연준은 재무장관의 지시를 기다리며 대응하지 않았다. 연준은 무책임한 조직으로 변해 갔다. 분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5년 연준의 지배구조를 바꿨다. 1935년 은행법 개정을 계기로 연준은 산하 연방은행들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고, 행정부 각료는 연준에서 제외됐다. 통화정책의 핵심인 금리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당시 뉴딜 정책을 지지했던 은행가 매리너 에클스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며 연준 의장에 올랐다. 에클스 의장의 연준은 재무부 건물에서 ‘에클스 빌딩’이라 불리는 연준 본관 건물로 독립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기 연준은 재무부보다 강력해졌다. 판사 출신인 빈슨 재무장관은 에클스 의장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이 체결돼 기축통화가 영국 파운드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바뀌자 연준의 지위는 더 공고해졌다. 연준 독립의 기초를 닦은 에클스 의장은 그러나 ‘에클스 실수’를 남겼다. 1937년부터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해 갑작스럽게 기준금리를 올려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3.호황의 초석20년 재임한 마틴, 60년대 美성장 발판 마련 현대 연준의 창시자,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1951년 4월~1970년 1월):거의 20년간 재임한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의장은 현대 연준의 창시자라고 불린다. 그가 재임할 때 재무부뿐만 아니라 백악관의 영향에서도 벗어났다. 마틴은 트루먼 대통령의 심복 출신이다. 트루먼 대통령 집권 시절, 연준은 제2차 세계대전 자금 조달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마틴은 저금리를 유지하기를 원했던 백악관의 요구를 물리치고 취임 이후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대통령과 충돌을 빚었다. 퇴임 후 한 파티장에서 마틴 의장을 마주친 트루먼 대통령이 “배신자”라 부르며 돌아설 정도였다. 마틴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확립한 것은 취임 직전인 1951년 ‘재무부-연준 양해각서’(Treasure-Fed accord)가 통과된 덕분이다. 이는 재무부가 앞으로 연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항복문서’다. 영국 왕이 시민의 편에 선 귀족에게 항복한 ‘마그나카르타’(대헌장)에 비유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문서는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됐다. 연준과 존 스나이더 재무장관이 금리 문제를 두고 1년간 실랑이를 벌이자 트루먼 대통령이 장관에게 빨리 사태를 수습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협약 덕분에 연준은 재무부 증권(미 국고채)을 무조건 돈으로 찍어 낼 의무에서 벗어났다. 중앙은행의 역할을 “파티가 한창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치우는 일”로 정의한 마틴 의장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섰다. 경기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틴 의장은 전후 인플레이션을 잡아내며 196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 최초의 흑인 이사 앤드루 브리머는 마틴 의장을 ‘연준의 구원자’라고 회고했다. 4.물가와의 전쟁인플레 잡은 볼커… “가장 우수한 의장” 아서 번스(1970~1978년)+ 윌리엄 밀러(1978~1979년), 폴 볼커(1979년 8월~1987년 8월):1970년대 미국 경제는 암울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첫 패전을 겪고, 막대한 전비 부담에 만성적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1972년과 1978년에는 각각 1차, 2차 오일쇼크로 치명타를 입었다. 당시 연준은 주로 고용률에 신경을 썼다. 경제학자 출신의 첫 연준 의장인 아서 번스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지미 카터 대통령으로부터 재지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고약한 인플레이션은 폴 볼커 의장 때 잡았다. 볼커 의장이 취임한 1979년 미국 경제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13.3%로 최악의 수준이었다. 그 직전의 번스·밀러 의장은 각각 법률가, 기업가 출신이었지만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남미형 만성 인플레이션 경제나 대공황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밀러 의장은 긴축을 반대했다. 연준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밀러 의장은 1년 만에 교체됐다. 볼커 의장은 경기 부진을 감수하고 단기 금리를 한껏 올렸다.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볼커 의장이 기준금리를 12%로 올리자 언론들은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1981년 이자율은 20% 선으로 뛰었고, 실업률은 5%에서 10%로 올랐다. 미국 농민들은 워싱턴으로 상경해 볼커 의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볼커 의장의 정책에 개입하지 않았던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했다. 결국 볼커 의장은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잠재워 연준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했다. 연 15%에 달하던 인플레이션은 1983년 3.2%까지 떨어졌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볼커를 가장 우수한 연준 의장으로 손꼽는다. 볼커 의장이 퇴임한 1987년 다우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며 200년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강세장이 열렸다. 이 시기에 달러가 진정한 세계 통화가 됐다. 시중에 풀린 달러는 미국이 보유한 금의 5.7배에 달했다. 달러를 금으로 바꿔 줄 여력이 없어졌다. 금본위제가 폐지됐으나 다른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유지됐다. 미국은 사실상 금 보유고와 관계없이 달러를 자유롭게 찍어 낼 수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다. 달러의 위상이 세계화되자 연준 의장의 위상도 ‘세계 경제대통령’ 수준으로 높아졌다. 5.버블의공범최저금리·규제완화, 서브프라임위기 부메랑 앨런 그린스펀 1980~2000년대(1987년 8월~2006년 1월):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마틴 의장에 이어 최장수 의장으로 재임했다.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4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경제 마에스트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0.25% 포인트씩 조심스럽게 금리를 움직이는 ‘베이비 스텝’ 인상으로도 유명하다. 그린스펀 의장은 두 차례 주식 폭락 때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의장을 맡은 지 2개월쯤 지난 1987년 ‘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 터졌다. 다우지수가 하루 만에 22.6% 곤두박질쳤다. 밤새 아시아 증시가 폭락하자 선물 매도가 이어졌고, 뉴욕 증시 현물도 폭락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기준 이자율을 신속하게 낮춰 1929년 같은 대공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린스펀 의장은 위기마다 금리를 인하했다. 그가 내린 처방에 미국 경제는 1991년 걸프전쟁, 아시아 경제 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서 회생했다. 연준이 2003년 기준금리를 1%대로 내리자 세계 중앙은행도 이를 따랐고 세계 경제가 회복됐다. 그린스펀 의장이 네 차례 연준 의장을 역임하는 동안 ‘그린스펀 효과’, ‘미국 경제의 조타수’, ‘통화정책의 신의 손’ 등 숱한 신조어가 쏟아졌다. 1970년대 초 이후 28년 만에 실업률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린스펀 의장은 FOMC 회의록을 공개해 중앙은행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도 강화했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은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에서 비롯된 세계적 금융위기의 주범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저금리 정책을 오랜 기간 유지한 탓이다. 게다가 그는 시장의 자정 능력을 과신한 탓에 급팽창하던 금융파생상품의 폭발력을 인지하지 못했다. 각종 금융 규제를 풀자 급속도로 발전한 세계 금융 산업의 부작용이었다. 가계가 직접 금융자산시장의 움직임과 얽히면서 전 세계가 ‘제2의 대공황’의 공포에 사로잡혔다. 6.양적완화 시대헬리콥터 벤·비둘기 옐런, 금융위기 넘다 벤 버냉키(2006~2014년) + 재닛 옐런(2014~2018년) + 제롬 파월(2018년~):‘헬리콥터 벤’. 벤 버냉키 의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헬리콥터로 공중에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말해 붙여진 별명이다. 연준은 2008년 위기 이후 3차례 양적완화를 선언해 약 3조 달러를 공급했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했다. 대공황을 연구한 경제학자 출신인 버냉키 의장의 결단이 통했다. 연준 의장으로선 최초로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타임은 버냉키 의장을 ‘1930년 대공황 당시 연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은행의 파산을 막아 낸 유능한 은행가’라고 치켜세웠다.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 것도 버냉키 의장의 공로다. 그는 2011년 4월부터 FOMC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결과를 직접 언론에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준 출범 이후 의장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그는 ‘화폐 전쟁’ 논란에도 불을 지폈다. 팽창한 달러 통화량에 다른 화폐가치가 급등했다. 2014년 브라질 헤알화는 2002년 말 대비 75% 급등했고,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46%, 30% 올랐다. 버냉키 의장의 한마디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도 했다. 2013년 5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해서다. 그는 “양적완화를 줄인다고 통화완화정책을 종료하는 것은 아니며, 제로 금리는 유지한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의 혼란이 벌어진 뒤였다. 버냉키 의장의 뒤를 이은 재닛 옐런 의장은 고용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였다. ‘에클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경기가 회복되기까지 기다렸다. 옐런 의장은 지난 9월 양적완화를 끝맺고 완만하게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였고, 연준은 목표한 물가상승률인 2%에도 곧 도달할 거라 내다봤다. 시장은 12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018년 2월 정식 취임할 제롬 파월 차기 의장은 월가에서 일한 인물로 옐런 의장의 ‘비둘기파’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지명자는 2일(현지시간) “가능한 최대의 근거와 통화정책 독립이라는 오랜 전통에 기초한 객관성을 갖고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 등의 완화와 연준의 독립성 강화 등은 파월 지명자의 과제로 꼽힌다. ‘중립적인 올빼미’라고 불린 파월 지명자가 어떤 의장으로 기록될지는 그의 몫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산후조리원 예약 취소할 경우 위약금 떼고 돌려받을 수 있다

    [장은석 기자의 호갱 탈출] 산후조리원 예약 취소할 경우 위약금 떼고 돌려받을 수 있다

    #1. 신혼인 A(20대)씨는 지난달 출산예정일에 맞춰 내년 1월에 산후조리원을 예약했습니다. 2주간 총 200만원의 요금 중 일단 계약금으로 20만원을 냈는데요. 최근 개인 사정으로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게 돼 조리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하고 환불을 요구했죠. 그런데 조리원 원장이 “계약서에 따라 계약한 날로부터 10일이 지나면 환불이 안 된다”고 우깁니다. #2. 주부 B(30대)씨는 최근 아이를 낳고 조리원을 이용하면서 무료 사진촬영 서비스도 계약했는데요. 아기 사진을 찍고 원본사진을 요구하자 스튜디오에서 CD 대금 등으로 30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B씨는 “무료라서 계약했는데 30만원을 내라니 너무한다”고 따졌지만 사진작가는 “앨범만 무료이고 원본 파일은 따로 돈을 내야 한다”고 하네요.A씨는 조리원으로부터 환불을 못 받고, B씨는 스튜디오에 원본 대금을 내야 할까요? 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조리원 계약 관련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무료 사진촬영이나 산모 마사지 등 부가서비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소비자도 많죠. 2015년 1월~2016년 6월 소비자원에 접수된 조리원 부가서비스 관련 피해 상담은 134건이나 됩니다. A씨의 경우 조리원으로부터 계약금을 모두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가 조리원 예약을 취소한 시점에 따라 일정 위약금을 뗀 나머지 금액을 되돌려 받을 수 있죠. 계약한 지 24시간 이내이거나 입소 예정일로부터 31일 전에 예약을 취소하면 계약금 전액을 환불받습니다. 입소 예정일 21~30일 전에는 계약금의 60%, 10~20일 전에는 30%를 돌려받죠. 당일~9일 전에는 한푼도 환불받을 수 없습니다. 예약을 취소하려는 소비자는 최대한 빨리 조리원에 알려야 위약금을 줄일 수 있죠. 소비자가 계약금으로 총요금의 10%가 넘는 돈을 냈다면 10%를 초과하는 금액은 전액 환불받고, 나머지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되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리원 총요금이 200만원이고 소비자가 40만원(요금의 20%)을 계약금으로 냈다면 계약금의 10%가 넘는 20만원은 모두 돌려받고, 나머지 20만원은 예약 취소 시점에 따라 위약금을 떼고 받는 거죠. 만약 오버부킹(예약 초과)이나 내부 공사, 산모·신생아 감염 등 조리원의 사정으로 예약을 취소해야 한다면 조리원에서 계약금 환불은 물론 계약금의 100%를 손해배상금으로 줘야 합니다. 조리원에 입실한 뒤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일찍 퇴소하는 산모들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 총요금에서 이용기간에 해당하는 요금과 총요금의 10%(위약금)를 뺀 나머지를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조리원의 사정으로 퇴소해야 한다면 조리원이 소비자에게 총 요금 중 이용기간 만큼의 요금을 뗀 잔액을 돌려주고 총 요금의 10%까지 배상해야 하죠. 홍인수 소비자원 서비스팀장은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이 강행 법규는 아니어서 일단 조리원이 작성한 계약서 내용에 따라 환불을 받아야 한다”면서 “하지만 ‘환불 불가’ 등 계약서에 위법한 내용이 있다면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을 적용하고, 소비자원에서도 피해 구제가 접수되면 이 기준에 따라 처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료 사진촬영 서비스는 계약 전에 계약서에 원본을 준다는 내용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없다면 광학방식(필름) 사진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원판을 무료로 줘야 하지만, 디지털 사진이라면 CD 등 실비를 소비자가 내야 하죠. 홍 팀장은 “무료 사진촬영 서비스는 계약서에 원본을 무료로 주는지와 촬영 횟수, 사진 장수, 앨범 제공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놔야 분쟁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산후 마사지도 횟수와 시간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뒤탈이 없죠. 부가서비스는 조리원이 단순히 업체를 소개만 해 주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계약할 때는 계약 상대자가 조리원인지, 스튜디오 등 다른 업체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esjang@seoul.co.kr
  • ‘우회전’하겠다고 경적울렸다가는 벌금형

    ‘우회전’하겠다고 경적울렸다가는 벌금형

    우회전을 하려고 하는데 신호 대기 중인 앞 차량이 비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적을 울렸다가는 벌금을 물게 된다.서울북부지법 형사11단독 장수영 판사는 앞차 때문에 우회전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30초 이상 경적을 울려댄 이모(64)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7월 3일 오후 3시 10분경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도 2차로를 운전하던 중 앞 차가 비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35초 동안 경적을 계속 울렸다. 검찰은 이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려달라고 청구하자 이씨는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은 비교적 경범죄에 한해 정식 재판 없이 형벌을 정하는 것으로 당사자가 원할 경우 정식 재판 청구가 가능하다. 법원은 이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지만 이씨의 혐의가 무겁지 않은 점을 고려해 검찰이 청구한 액수보다 적은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운전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연속적으로 경적을 울려 다른 사람에게 위협, 위해를 가하거나 교통상 위험을 발생시키면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씨의 경우처럼 직진 및 우회로 동시 차로에서 직진차량이 신호대기 중일 때 뒤에 있는 우회전 차량이 경적을 울리는 경우가 많고 직진 차량은 앞으로 이동하는 등 배려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신호에 따라 정지상태로 대기하고 있다가 신호가 풀리면 그 때 직진 방향으로 주행하고 우회전 차량도 그 신호에 맞게 우회전해야 한다. 도로교통법 제49조 1항에 따라 직진-우회로 차선에서 뒷차가 연속으로 경적으로 울릴 경우 범칙금 부과 대상이 된다. 또 경적을 연속해서 울리는 등 난폭운전을 한 경우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국 수석, 운영위 국감 불출석…야당 “국회 무시, 靑 예산심사 거부”

    조국 수석, 운영위 국감 불출석…야당 “국회 무시, 靑 예산심사 거부”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일부 청와대 참모들이 오는 6일 진행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정부의 잇단 ‘인사검증 실패’를 주장하며 조 수석의 출석을 요구해온 야당은 청와대 비서실 예산심사 거부까지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연합뉴스를 통해 “조 수석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영위 참석을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참모진 다수가 청와대를 비우는 상황에서 청와대를 지켜야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조 수석 외에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권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2차장도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당은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수석이 제출한 사유서를 보면 먼지 낀 레코드판을 튼 것 같다”며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수석부대표는 “인사검증 문제를 우리 야당과 국민의 입장에서 누구를 보고 따지라는 것이냐”며 “인사참사의 장본인인 조 수석의 출석은 여야 합의에 에둘러 포함됐는데, 이 중요한 국감에 조 수석이 안 나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장과 대통령 비서실장도 하는 국감을 무슨 특권이 있어서 거부하느냐”며 “민정수석 국회 불출석이라는 잘못된 관행을 이제 폐기처분 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양석 바른정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은 국회에 와서 국정 협조를 요청했는데 말로는 협조를 요청하며 비서실은 국회를 우습게 알고 있다”면서 “오늘 야 3당 수석부대표는 청와대 비서실 예산심사 거부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오만한 청와대를 문책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운영위의 청와대 국감에는 기관증인만 출석한다. 여야는 운영위 국감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시한을 넘겨 일반 증인채택은 불발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청와대 참모들을 증인으로 요구한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현 정부 및 노무현 정부 당시의 인사들에 대한 증인채택을 주장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의 경우 세월호 참사 및 국정농단 문제와 관련해 김장수·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신인호 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 신고리5·6호기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 등에 대한 증인채택을 시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4번째… 아베 정부 출범, ‘전쟁 가능한 日’ 개헌 가속

    4번째… 아베 정부 출범, ‘전쟁 가능한 日’ 개헌 가속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비롯한 현 각료들을 다시 기용하면서 4차 내각을 발족, 출범시켰다.중의원을 해산하고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한 아베 총리는 앞서 이날 중의원과 참의원 본회의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해 제98대 총리로 선출됐다. 그의 총리직 선출은 2006년 6월 9월, 2012년 12월, 2014년 12월에 이어 네 번째다. 새 내각 발족으로 아베 총리는 “정치적 사명”이라고 강조해 온 ‘전쟁 가능한 국가’로의 개헌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3일 헌법기념일에 “자위대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기해 2020년 시행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에 호소다 히로유키 전 총무회장을 내정했다. 호소다 전 총무회장은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 회장이라는 점에서 자신과 교감하고 있는 가장 가까운 인물을 통해 개헌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헌법 개정과 관련된 구체적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으며 (지난 5월에 앞서 밝힌) 2020년 시행 등의 구상은 하나의 예를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호소다 전 총무회장은 조만간 헌법개정추진본부 전체회의를 열어 개헌 추진 일정과 개헌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의회를 해산한 뒤 네 번째 아베 정부를 출범시킴에 따라 그는 최장기 집권도 바라보게 됐다. 아베 총리의 재임 일수는 1차 내각을 포함해 2138일로, 사토 에이사쿠(2798일), 요시다 시게루(2616일) 등 두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국 주도권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경우 전후 최장수 총리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겨울철 저체온사망률 높은 ‘한파 위험지역’은…곡성, 산청 등 23곳

    겨울철 저체온사망률 높은 ‘한파 위험지역’은…곡성, 산청 등 23곳

    전남 곡성, 경남 산청, 강원 횡성 등 전국 23개군 포함 겨울철 한파가 올 경우 저체온증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위험지역’으로 전남 고흥·곡성, 경남 산청, 강원 횡성 등 23개 군이 꼽혔다.행정안전부는 2003∼2015년 11∼3월간 시·군·구별 저체온증 사망자, 한파 일수, 지역 고령화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파 위험지수’를 산출한 결과 이렇게 예측됐다고 1일 밝혔다. 한파 위험지수는 인구 10만명당 저체온증 사망자 발생 정도를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값이 클수록 저체온증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음을 뜻한다. 전체 1∼5등급 중 위험도가 상위 10%인 5등급은 고흥과 곡성을 비롯해 충북 괴산·증평·보은군, 전북 무주·순창·임실·장수·진안군, 경북 군위·봉화·영양·예천·의성·청송군, 경남 산청·의령·함양·합천군, 강원 횡성군, 전남 구례·신안군 등 23개 군 지역이다. 이 지역의 한파 위험지수는 최저 2.6에서 최대 4.7이다. 행안부는 “한파 사망자는 기후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적으로도 취약한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한파 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동절기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종합 지원센터, 보호시설 등을 운영하는 등 한파 피해 예방활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2003∼2015년 한파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11월 3주차부터 사망자가 증가하기 시작해 12월 4주차∼1월 1주차에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전체 사망자 중 60대 이상이 50%, 40∼50대가 41%였다. 행안부는 올해 겨울철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12월에 일시적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됐다고 전했다. 한편 행안부는 한파를 비롯해 조류 인플루엔자(AI), 대설, 풍랑, 화재, 도로 교통사고를 올 겨울철 중점관리 대상 6대 재난안전사고로 선정하고 피해예방을 위해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역 중심으로 소규모 농가에서 키우는 오리 3500마리를 미리 수매해 처분하고, AI가 반복 발생하거나 오리를 밀집 사육하는 위험 지역에 ‘거점 소독소’를 설치하는 등 특별 방역도 추진하기로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이 유괴범 남녀 커플…총 징역 260년 선고

    아이 유괴범 남녀 커플…총 징역 260년 선고

    연인 사이인 남녀 유괴범에게 1세기 넘는 징역형이 선고됐다. 멕시코 법원이 남녀 유괴범에게 징역 100백년을 선고했다고 현지 언론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자는 여죄가 드러나면서 징역 60년이 더해져 160년 징역을 살아야 한다. 물론 만기출소를 하려면 거북이처럼 장수해야 한다. 다빗 비예가스 잉클란과 그의 여자친구 아나벨 모레노가 여자어린이를 납치한 건 지난해 6월. 멕시코주 산미겔엔에헤라는 곳에서 벌인 일이다. 두 사람은 호텔 앞을 지나는 어린이를 감금하곤 가족들에게 몸값을 요구했다. 두 사람이 요구한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아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두 사람은 결국 몸값을 받아냈다. 아이는 인근 지역에서 풀려났다. 여자어린이는 무사 귀환했지만 경찰은 그때부터 수사에 나섰다. 추적 끝에 경찰은 연인인 두 사람을 용의자로 검거했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몸값 등을 증거로 확보한 경찰은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1년 만에 열린 재판에서 재판부는 아동유괴를 매우 중한 범죄로 보고 중형을 선고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재판부는 산미겔엔에헤에서 벌인 유괴사건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두 사람에게 각각 100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유괴로 피해자와 가족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준 혐의도 인정돼 정신적 피해 배상을 위해 2만9000페소(약 169만원)을 가족에게 지불하라는 명령도 내려졌다. 남자 유괴범에겐 징역 60년이 더해졌다. 사건을 벌이기 전 또 다른 유괴사건을 주도한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면서다. 중남미 누리꾼들은 “처벌이 허술한 다른 국가와 비교된다”면서 “멕시코 재판부처럼 중벌을 내려야 치안불안이 해결된다”고 재판부에 박수를 보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맞벌이 가정 아기울음 줄고 암 때문에 곡소리 늘어

    맞벌이 가정 아기울음 줄고 암 때문에 곡소리 늘어

    외벌이에 학력 낮을수록 더 낳아 쌍둥이 많아지고 남아 출생 감소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나이는 점점 많아지고 맞벌이보다 오히려 외벌이가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암 때문인 사망자 수가 가장 많고 수명이 늘어나 은퇴 후 장기간 무직 상태에서 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31일 통계청과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등의 각종 통계를 분석해 우리 사회에 출생 및 사망과 관련한 10가지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엄마’가 늙고 있다. 산모의 평균 연령이 1996년 28.1세에서 지난해 32.4세로 높아졌다. 10년마다 엄마가 2살씩 나이가 더 든다. 산모 나이가 높아진다는 건 첫아이를 낳은 후 둘째·셋째를 낳을 가능성이 준다는 의미이다. 쌍둥이는 늘고 있다. 다태아 출산이 2006년 1만 768명에서 지난해 1만 5734명으로 5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출생아에서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3.9%로 올라갔다. 불임이나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시험관 시술로 아기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남녀 신생아 비율은 자연성비에 수렴하고 있다. 1996년 출생성비(여자아이 100명당 남자아이)는 111.5명이었으나 지난해 105명으로 떨어졌다. 남아선호 사상 대신 남아든 여아든 1~2명만 낳아 잘 키우겠다는 생각이 점차 자리잡고 있다. 맞벌이(0.82명)보다는 외벌이(1.01명) 신혼부부의 출생아가 많았다. 부부가 함께할 시간이 많아야 아이도 많이 낳는다는 걸 보여 준다. 대졸 평균 출생아(1.49명)가 고졸(1.75명) 및 중졸 이하(1.83명)보다 적은 현상도 나타나, 고학력일수록 결혼이 늦어지면서 아이 수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망자 수는 늘었지만 사망률은 떨어졌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가 1986년 1만 6822명에서 지난해 8393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의학의 발달 덕분이다. 그러나 암은 아직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사망한 28만명 중 7만 9000명(28%)이 암으로 숨졌다. 10명 중 3명꼴이다. 장수시대에 혼자 살다 죽는 ‘고독사’도 많아졌다. 미혼·이혼·사별자의 사망비율이 1986년 50.4%에서 지난해는 54%로 높아졌다. 사망자 중 대졸 이상 고학력자 비중은 1993년 4.6%에서 지난해 10.3%로 상승했다. 무직 사망자 비율도 같은 기간 58.8%에서 72.3%로 상승했는데, 수명 증가로 은퇴 후 노년을 보내다 사망한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동필 수석연구원은 “출생과 사망 통계에 사회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2031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할 전망인데 국가경쟁력 약화는 물론 나라 존립 자체도 위협받는 큰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정부, 세월호 추가 수색·수습비용 117억원 지출 의결

    정부, 세월호 추가 수색·수습비용 117억원 지출 의결

    정부가 세월호 미수습자를 찾기 위한 추가 수중수색 비용과 선체수습 비용으로 약 117억원을 의결했다.정부는 3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 및 후속 조치를 위한 소요 경비’ 지출안을 심의·의결했다. 일반예비비에서 지출되는 이번 예산은 세월호 침몰해역 2차·3차 수중수색비용 52억원과 선체정리업체 코리아쌀베지에 추가로 지급할 63억원이며 나머지는 현장수습본부 운영비 등이다. 정부는 앞서 세월호 침몰해역 1차 수중수색 비용 68억원은 올해 5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으나, 이후 미수습자가족·선체조사위원회의 요구로 2차·3차 수중수색이 진행됨에 따라 비용을 사후 정산하려는 것이다. 또 정부는 지난 3월 코리아쌀베지와 6개월간 선체를 정리하기로 40억원에 용역계약을 체결했으나 그동안 수색구역이 확대되고 복잡해지면서 5월에 20억원 추가 지출안을 의결했고, 이날 63억원을 더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조지선의 스타심리학] 장수 밴드의 비결

    음악 밴드의 성과 지표는 크게 세 가지다. 발매한 음반의 수 같은 생산성 지표, 빌보드 차트 같은 고객 만족 지표, 그리고 활동 기간의 장수 지표다. 롤링스톤스는 지표마다 감동이지만 ‘근속 기간’은 특히 압권이다. 1962년에 밴드를 결성했으니 올해로 55년째 바쁘다. 원년 멤버 6명 중 믹 재거, 키스 리처즈, 찰리 와츠는 아직도 활동 중이다. 일찍 세상을 떴거나 초기에 제명된 두 명을 제외하면 탈퇴한 이는 빌 와이먼뿐인데 그조차 무려 30년 넘게 밴드와 함께했다. 중간 하차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롤링스톤스처럼 장수 밴드가 되고 싶은 새내기들은 그 비결이 궁금하다. 탁월한 음악성? 가사에 담긴 선도적 정신? 전략적 기획력? 다 중요하지만 이 중 어느 것도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비결은 없다. 다만 하늘이 준 기회를 잡아 인기 밴드가 됐을 때 음악 앞에 겸손함이 필요하다. 일단 첫 히트곡을 내야 하는데 이게 참으로 어렵다. 안타깝게도 실력과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살가닉은 노래의 질이 음원의 상업적 성공을 예측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인공적인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 이 시장을 찾은 만 명의 사람들은 무명 밴드의 신곡 48개 중에서 각자 좋아하는 노래를 내려 받았는데 유일한 정보는 이전 고객들이 각 음원을 다운로드한 현황이다. 가수 후광 효과는 제거하면서 순위 정보가 구매에 영향을 주는 실제 상황처럼 실험 환경을 꾸민 것이다. 연습에 몰두하는 꿈나무에게 미안하게도 음악의 질은 성공을 결정하지 않았다. 따로 측정한 객관적 질이 동일한 두 노래 중 어떤 건 대박, 다른 건 쪽박이었다. 형편없는 곡들은 거의 망했으니 음악의 수준과 성적이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의 시장 움직임은 예측 불가였고 최종 결과는 무작위적 행운에 가까웠다. 베스트셀러 타이틀은 음악적 수월성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 아니다. 역사에 기록된 뛰어난 밴드의 초기 성공도 마찬가지다. 실력은 못지않으나 무명으로 사라진 뮤지션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프를 보며 흥분하는 살가닉에게 미국 방송사 NBC의 공동 연구진이 한마디 했다. “교수님, 너무 당연해 보여요. 실패할 작품은 알아봐도 성공할 작품은 모르거든요.” 첫 성공을 거둔 밴드가 세상의 인정을 자축하는 동시에 행운에 감사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면 어떨까. 이 수준의 심리적 역량이라면 장수 밴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많은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들을 보면 갈 길이 아직 멀지만 초기 성공으로 얻은 인지도는 큰 힘을 발휘한다. 배후에는 자기 충족적 예언 현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저 밴드 좋던데, 신곡도 괜찮겠지?” 이런 기대를 가진 사람은 노래를 구매하고 소개하는 등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실제 음원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예언이 스스로 자기를 실현하는 거다. 살가닉은 후속 연구에서 이 현상을 확인했다. 몇천 명에게 새 노래들을 들려준 뒤 1위부터 48위까지 선호도 순위를 정했다. 그리고 새 고객들에게 거꾸로 뒤집은 가짜 순위를 제공했는데, 예를 들면 1위를 48위로, 48위를 1위로 둔갑시킨 것이다. 관전 포인트는 48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1위)가 시간이 흘러 권좌를 되찾을지 여부다. 결과는 예스. 그러나 가짜 1위가 시장에서 한동안 정상을 차지한 뒤였다. 음악성만으로 일궈 낸 짜릿한 차트 역주행은 이게 다였다. 47위로 제시된 노래(실제 2위)는 맥을 못 추었고 가짜 2위는 승승장구했다.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1위를 하는 인기 밴드는 착각한다. 우월한 재능 때문에 성공을 거듭하는 거라고. 이 와중에 자기 충족적 예언의 역동을 알아채는 겸손함을 갖춘 음악인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다. 자만은 불평을, 불평은 멤버들 간의 갈등을 부른다. 다른 건 몰라도 “실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라고 서로 말할 수 있는 밴드라면 우리 곁에 오래 머물지 않을까.
  • “인류, 110세 시대 멀지 않았다”

    “인류, 110세 시대 멀지 않았다”

    “말로만 백세 시대가 아니라 곧 기대수명 110세 시대가 될 것이다. 과학기술로 늘어난 수명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는 인문사회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고령화 사회로의 성공적인 이행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함께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인구통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알려진 장 마리 로빈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및 파리 국립고등연구소 교수는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17’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미디어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로 ‘다가오는 고령사회’라는 주제로 열렸다. 로빈 교수는 “지난 200년 동안 인류의 생존 곡선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인류의 기대수명이 110세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며 “이른바 ‘장수혁명’이 2015년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 앨라배마 버밍엄대 스티브 오스태드 교수가 “2150년이 되면 인류의 기대수명은 150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로빈 교수를 비롯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노벨상 수상자 5명과 30여명의 노화 관련 세계적인 석학들은 지난 2000년 동안 인류가 찾아 헤맸던 ‘노화’의 비밀이 풀려 가고 있다고 강조하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려면 기술적 대비뿐만 아니라 인문사회학적 대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노화연구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DNA 연구가 노화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며 “사람의 몸속에 있는 젊은 세포와 노화 세포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면서 노화의 시계를 되돌리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교수는 “노화된 세포에 줄기세포를 넣어 회춘시키는 연구가 동물실험에서는 벌써 성공했다”고 언급했다.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리처드 로버츠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장내 미생물이 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로버츠 교수는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도 위장 내 서식하는 미생물이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장내 미생물은 일반 건강은 물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을 모두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노화연구는 다시 젊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늙는다는 이유 때문에 삶의 질이 하락하지 않도록 노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것에 좀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베르트 후버(80) 독일 뮌헨공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살아 있는 세포 안을 훤히 볼 수 있고 복잡한 단백질 구성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노화연구는 아직 터널 안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확실히 앞에 뭐가 있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며 노화연구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후버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깜깜한 터널 안이지만 이제 곧 환한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노벨상 수상자들은 과학기술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기초과학에 대해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73)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양자기술이 실생활에 쓰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고령화 사회에 양자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1945년 핵자기공명기술이 개발됐을 때 현재 같은 MRI 기술로 활용될지 아무도 예상을 못 했던 것처럼 양자기술처럼 기초과학에 꾸준히 투자하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령화 연구, 터널 끝에 다다랐다”

    “고령화 연구, 터널 끝에 다다랐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세계적인 석학들이 보는 고령사회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스웨덴 노벨미디어와 함께 30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다가오는 고령사회’라는 주제로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2017’ 행사를 열어 세계적인 석학들이 생각하는 다양한 측면의 고령화 사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번 행사는 과기한림원이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개최하는 ‘코리아 사이언스 위크 2017’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노벨상 수상자 5명과 함께 30여 명의 노화 관련 세계적 석학들이 참석해 고령화의 생물학적, 철학적 의미 뿐만 아니라 기술적 대비에 대한 주제강연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와 토론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마티아스 피레니어스 노벨미디어 CEO는 “고령화는 한국 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에서 중요한 이슈”라며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100세 이상 살아야 하는 장수 시대가 되면서 고령화라는 문제는 단순히 인문학이나 과학 어느 한 쪽만의 해법으로 풀어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베르트 후버(80) 독일 뮌헨공대 명예교수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살아있는 세포 안을 훤히 볼 수 있고 복잡한 단백질 구성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노화연구는 아직 터널 안을 지나고 있는 것처럼 확실히 앞에 뭐가 있다라는 말을 하기는 어렵다”며 노화연구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후버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노화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깜깜한 터널 안이지만 이제 곧 환한 터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버츠(74)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노화는 자연적인 생명주기 현상으로 마치 질병처럼 다뤄 치료하고 젊음을 되찾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노화연구는 다시 젊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늙는다는 이유 때문에 삶의 질이 하락하지 않도록 노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죽는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노벨상 수상자들은 과학기술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하는 것이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마련해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양자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201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세르주 아로슈(73) 꼴레주 드 프랑스 교수는 “양자기술이 실생활에 쓰이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고령화 사회에 양자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며 “1945년 핵자기공명기술이 개발됐을 때 현재 같은 MRI 기술로 활용될지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 것처럼 양자기술처럼 기초과학에 꾸준히 투자하다보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결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시민혁명 이제 시작… 삶의 광장서 변화의 동력으로 밝혀야”

    “시민혁명 이제 시작… 삶의 광장서 변화의 동력으로 밝혀야”

    1년 전 ‘촛불집회’는 부정하고 무능한 정권 퇴진이라는 무거운 목표를 지향했다. 6개월간 23차례에 걸쳐 이어진 기나긴 싸움이었다. ‘집회’는 ‘축제’로 격상됐고 1700만개에 육박하는 촛불 민심은 마침내 정권 퇴진이라는 ‘촛불혁명’을 완성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5일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전문가들을 초청해 촛불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좌담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공동상황실장으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이 참석했다.→촛불집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혼자 나온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깃발이 뇌리에 남는다. 조직을 통하지 않은 개인들이 개성을 표출하면서 촛불이 다양해졌다. 집회가 문화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었다. 오만한 권력에 분노했지만 즐겁게 싸웠기에 평화 집회의 기조가 이어졌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오래된 ‘깃발 논쟁’이 문화적으로 위트 있게 정리됐다. 그동안 집회에서 사회운동 단체의 깃발을 내리라고 항의했던 시민들이 이번에는 유독 스스로 깃발을 만들어서 나왔다. ‘장수풍뎅이연구회’, ‘화분 안 죽이기 실천시민연합’ 등의 깃발이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깃발과 광장에서 만났다. ‘아무 깃발 대잔치’를 주최한 것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만두노총 새우만두 노조였다. 그야말로 해학이 넘쳤다.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압도적인 규모가 감동을 가져왔다. 양희은씨 등 대중 가수들이 광장에 나와 노래를 부른 것도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증거다. -박 활동가 전경버스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떼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촛불광장을 주최 측이나 특정 단체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광장이기 때문에 내가 지키겠다’는 것이 전체를 관통한 감수성이었다. →23차례 집회 중 ‘터닝포인트’(분기점)가 됐던 집회는. -박 활동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광화문 인파 165만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32만명이 모였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9일 3차 담화에서 자신의 운신과 관련한 문제를 국회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자신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던진 수다. 야당도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하며 우왕좌왕했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 232만명의 시민들이 12월 3일 집회에 모여 길을 열었다. -김 사무차장 역시 12월 3일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안 발의를 1주일 미루자고 한 시점이었고, 민주당도 흔들렸는데 주권자인 국민이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의회를 만들어 국회를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대의제가 작동했다. -김 교수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성명을 낸 것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 청년들이 처음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탄핵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가 10월 말쯤이었다. →이번 촛불집회와 과거 집회의 차이점은. -김 사무차장 2008년 당시 촛불집회가 매일 열렸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토요일마다 열렸다. 모든 국민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김 교수 과거의 촛불과 지난해 촛불이 달랐다기보다는 점점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주말 집회가 중심이 된 이유도 자기 생활 속에서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 활동가 현장에서 진화의 증거를 자주 봤다. 2008년에는 ‘타협한다’는 비판 때문에 주최 측이 집회 종료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이번 촛불에서도 시민들이 비슷한 감수성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해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3일 새벽 5시쯤 시민 23명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도로를 점거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면회를 간 주최 측 변호사에게 “왜 집회종료 선언을 안 해서 잡혀가게 했느냐”고 항의했다. 그 후부터 저희가 “다음주에 만납시다”라고 집회종료 선언을 했다. 그랬더니 시민들이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갔다(웃음). 2008년의 교훈이 진화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장기항전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나오자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김 교수 ‘최순실 게이트’는 시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마지막 선이었다. 진보·보수라는 이념에 상관없이 ‘이게 나라냐’고 외치면서 남녀노소가 다 모였다. →정부가 촛불을 키웠다고 보나. 참여자가 폭증한 이유는. -박 활동가 그래서 퇴진행동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조직위원장’이란 직책으로 불렀었다. ‘연쇄담화범’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웃음). 사실 정부가 제대로 해명할 만한 카드가 전혀 없었다. -김 사무차장 전 정권들에서도 ‘부패 게이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방식이 해괴했다. 일가친척이 아닌 ‘유사친척’인 최순실이 나타나 국정을 휘둘렀다. 그래서 파급력도 컸다. -김 교수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모인 정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 단체의 태극기집회를 지원하는 등 박정희 정권 시절의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게 악수였다. →촛불집회를 통해 얻은 것과 향후 과제는. -김 사무차장 부패는 계속 반복돼 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회가 탄핵안 발의와 의결을 하지 못했다면, 또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조금 더 민주화된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 교수 우린 촛불을 통해 어떠한 정권이나 권력도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봤다. 국민들의 수준 높은 비판의식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서 확인한 가치들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박 활동가 저는 아직 평가하는 것이 이르다고 본다. 우리는 1987년 6·10민주항쟁 이후 30년간 변화를 거듭했다. 이제는 ‘촛불 시민혁명’과 함께 새로운 30년이 시작됐다. 촛불혁명의 기본 감수성은 특권과 반칙에 대한 반대다. 이를 실현하는 새로운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촛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방안은. -김 교수 촛불은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었다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이었다고 평가한다. 시민들은 기존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정치 일정에 맞춰 인내하면서 해법들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신을 미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김 사무차장 그동안 광장은 축제의 공간이었지 해방의 공간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다. 진정한 해방을 위해선 우리 삶 속의 광장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 말처럼 우리는 촛불을 통해 인내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체득했다. 긴 싸움을 잘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박 활동가 김 사무차장 말대로 삶의 광장을 어떻게 바꿀지가 핵심이다. 촛불광장은 1주일에 한 번 가서 분노를 퍼붓지만 내 삶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 시민 스스로 자기 삶 속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돼야 한다. →나에게 촛불은 ‘○○’이다. -박 활동가 촛불은 ‘현재 진행형’이다. 촛불광장 자체가 진보적이고 개혁적이었다고 보진 않는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이라는 단일 주제를 위해 함께 연대한 것이다. 적폐청산이란 과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고 이를 둘러싼 갈등도 남아 있다. 그래서 광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따라서 정체성에 맞게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 남은 과제는 대통령 1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 촛불은 ‘조용한 혁명’의 시작이다. 조용한 혁명은 미국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가 프랑스의 6·8혁명(5월 혁명) 이후 서구사회에서 탈물질적 가치관에 중점을 둔 변화상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우리는 촛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확인했다.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새겨줬다. 이를 계승하면 미래 동력으로 큰 에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김 사무차장 촛불은 ‘집단적 해결 방식의 복원’이다. 시민들은 이 해결 방식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는 앞으로의 30년을 구성해 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권리를 주장할 권리, 민주주의를 더 민주화하자는 요구 등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정리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檢 ‘국정원 수사 방해’ 부산지검장 등 압수수색

    檢 ‘국정원 수사 방해’ 부산지검장 등 압수수색

    변창훈 고검 검사·이제영 부장검사 등 당시 파견 근무했던 현직 검사 3명 포함 “가짜 사무실 만들고 위조한 서류 넘겨” 내일 장호중 지검장 소환 등 ‘속전속결’ 이 부장검사,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국가정보원에 파견 등의 형태로 근무한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하는 데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이 2013년 특별수사팀의 ‘국정원 댓글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27일 장호중(50·사법연수원 21기) 부산지검장 등 7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장 지검장을 비롯해 현직 검찰 간부가 3명 포함돼 있어 국정원 적폐 수사가 검찰 내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검사장급 이상 간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 주식 뇌물 의혹을 받던 진경준 전 검사장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압수수색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댓글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정원 내부 ‘현안 태스크포스(TF)’ 구성원을 상대로 이뤄졌다. 장 지검장과 변창훈(48·23기)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43·30기)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외에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전 국익정보국장 문모씨, 전 국익전략실장 고모씨, 전 대변인 하모씨가 대상이다. TF가 조직될 당시 장 지검장은 국정원 감찰실장 자리에 있었고, 변 검사와 이 부장검사는 국정원에 파견된 상태였다. 검찰은 TF가 2013년 4월 30일 당시 윤석열(현 서울중앙지검장) 수사팀장, 박형철(현 반부패비서관) 부팀장이 직접 지휘한 압수수색에 대비하기 위해 가짜 심리전단 사무실을 만들고, 위조된 서류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압수수색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소환 조사 다음날 전격적으로 이뤄져 성과에 따라 댓글 수사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심리전단 활동을 정당한 안보 활동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없던 서류를 (TF가) 만들었다”면서 “사이버 활동 중 정치·선거 관여는 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매뉴얼이 있었던 것처럼 문서를 꾸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정원 문서가 사본으로 제출돼 문서 조작 여부를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TF는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대상자들을 신속히 소환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이 부장검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가운데 28일 서 전 차장, 29일에는 장 지검장 소환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30일자로 장 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 부장검사를 대전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고려해 비지휘 보직으로 인사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보고 시간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신자용)가 2014년 4월 16일 당시 국가안보실장이었던 김장수 전 중국대사를 최근 출국금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대사는 세월호 상황보고서에 적힌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 시간을 오전 9시 30분에서 오전 10시로 조작해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받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하늘의 별따기’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2022년까지 40%로 확대

    ‘하늘의 별따기’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2022년까지 40%로 확대

    기초수급자·한부모가정 자녀 등 우선 입학 ‘하늘의 별따기’로 불리는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까지 늘리겠다고 교육부가 26일 밝혔다.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달성은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다.현재 한해 국공립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 수는 17만명으로 전체 취원 대상 어린이의 25%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이 수를 24만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택지개발지구 등 유아교육법에 따른 의무설립지역은 공립 단설유치원 위주로 유치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그 밖의 지역은 남는 초등학교 교실 등을 활용해 병설유치원을 늘려갈 계획이다. 학부모의 이용 편의성 확보를 위해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도 다음달 1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한다. 처음학교로는 온라인 유치원 입학 접수 시스템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원서접수 대란’을 줄이기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부터 전국 모든 시·도 교육청이 운영한다. 특히 기초생활보장수급자나 한부모가정 지원 대상 자녀 등 저소득층 자녀가 처음학교로를 통해 국공립 유치원 입학을 신청할 경우 정원 범위 안에서 우선 입학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저소득층 자녀라도 시·도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우선 입학 모집정원 비율을 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인천 논현유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는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쉬어가볼까 더 늦기 전에

    먼 길 날아온 기러기가 쉬어 가는 정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전북 완주의 비비정(飛飛亭)입니다. 정자 앞을 흐르는 만경강과 모래톱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비비낙안’(飛飛雁)이라 부르며 완산8경의 하나로 꼽는다니 필경 수묵화 같은 비경이 펼쳐지는 장소겠지요. 게다가 단풍으로 이름난 대둔산이 지척이고 삼례문화예술촌 등 독특한 여행지도 주변에 널렸으니 주저할 게 있겠습니까. 그저 행장 꾸려 떠나면 되는 것이지요.비비정(飛飛亭)이 선 곳은 삼례읍의 만경강 초입이다. 전주천 등 크고 작은 하천들이 합류하는 지역이다. 예전엔 큰 개천이란 뜻의 한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정자 이름은 장비와 악비, 두 중국의 장수 이름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비비정을 1573년(선조 6년)에 처음 조성한 이가 무인 최영길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이는 자연스러운 일처럼 여겨진다. 비비정에서 본 기러기떼… 완산8경, 비비낙안 (飛飛落雁) 이 일대 풍경을 따로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일컫기도 한다. 완산8경의 하나로, 비비정에서 한내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는 것을 일컫는다. 정자 이름을 지은 이가 이런 중의적인 풀이까지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비비’라는 표현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건 분명한 듯하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40~50년 전만 해도 이 일대는 잔풀 하나 없는 하얀 모래밭이었다고 한다. 이 멋진 풍경 속에 어찌 기러기만 있었으랴. 너른 강물 위로 목선들이 오가고, 모래밭은 술추렴하는 사내들의 불콰한 얼굴로 가득했을 터다. 그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강안으로 제방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갈대와 풀 등이 터를 잡으며 점차 모래밭도 사라졌다는 것이다.여러 전란 등을 거치며 사라졌던 비비정은 1998년에 복원됐다. 비비정은 건물 자체로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세월의 흔적이 깃들지 않은 탓이다. 한데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는 모습은 정말 멋들어지다. 만경강이 뱀처럼 휘돌아가고 그 너머로 억새 무성한 습지가 넓게 퍼져 있다. 드넓은 호남평야는 가을걷이를 앞둔 벼들로 온통 노란빛이다. 저물녘엔 더 멋지다. 해가 익산 쪽으로 넘어갈 때면 사위가 시뻘겋게 물든다. 불 칼처럼 빛나는 만경강 위로는 기러기들이 ‘차르르’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다. 이건 뭐 딱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장면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정자 바로 뒤 카페다. 삼례 출신의 사내가 낙향해 운영하는 업소다. 이 카페 옥상에 올라가면 이 ‘그림’을 온전히 담을 수 있다. 염치가 있으니 최소한 차 한 잔은 마셔야겠지만 그쯤의 값어치야 하고도 남는다.비비정 오른쪽은 옛 만경강 철교(등록문화재 579호)다. 길이는 476m. 문화재청에 따르면 옛 만경강 철교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목교로 건설됐다. 당시만 해도 한강철교 다음으로 긴 교량이었다. 이어 1928년 호남평야의 쌀 등 농산물 수탈을 목적으로 철교로 다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내내 자행됐던 수탈의 역사를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증거물인 셈이다. 그러다 2011년, 바로 옆에 새 다리가 놓이면서 철교로서의 기능을 잃었다.일제 수탈사 서린 만경강 폐철교, 예술열차 칙칙폭폭 철교 위엔 예술열차가 세워져 있다. 퇴역 열차를 개조해 만든 것으로, 식당 겸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예술열차 안에서 주변 풍경을 내다보는 맛도 각별하다. 비비정 뒤편은 카페 비비낙안이다. 옛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전망대와 도회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카페 건물이 어우러진 곳이다. 기껏해야 ‘동네 뒷산’ 정도의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사방이 훤히 트인 덕에 비비낙안에서 굽어보는 미감은 아주 색다르다. 왼쪽으로는 너른 만경평야와 대둔산 등 호남의 산들이 걸개그림처럼 어우러져 있다. 정면으로는 전주 시가지 풍경과 모악산 등이 어울려 있고, 오른쪽으로는 익산 쪽 풍경이 아스라하다. 전망대는 옛 물탱크 위에 세워져 있다. 양수장에서 물을 퍼 올려 익산 등으로 보내던 설비라고 한다. 그러니 언덕 아래 옛 삼례양수장(등록문화재 221호)과는 한 세트인 셈이다. 비비정 일대는 몇 년 전만 해도 삼례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이었다. 변변한 땅뙈기 하나 없는 이들이 만경강 인근의 자투리땅에 집을 짓고 살면서 형성됐다. 나날이 쇠락해 가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한 건 비비정 농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부터다. 비비정 레스토랑은 ‘엄마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가난해도 자식에겐 맛있는 밥을 먹이려 했던 마을 엄마들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낸다.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 이젠 ‘농가 집밥’을 맛보려는 식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비비낙안 언덕에서 일제강점기 때 조성됐다는 계단을 내려가면 비비정 레스토랑이 나온다. 비비낙안 카페 건물과 쌍둥이라 할 만큼 빼닮은 건물이다. 농가 레스토랑 앞은 옛 삼례양수장이다. 붉은 벽돌의 옛 건물과 모던한 레스토랑 건물이 제법 잘 어울린다. 비비정 마을에서 길 하나 건너면 삼례문화예술촌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양곡창고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비주얼미디어(VM)아트미술관과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 목공소 등 독특한 공간이 모여 있다. 옛 삼례역을 활용한 ‘세계 막사발 미술관’도 예술촌 초입에 있다. 완주에선 호수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맛이 각별하다. 완주가 뜻밖에 깊은 풍경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이라는 걸 새삼 일깨워 준 것도 바로 이 구간이다. 경천저수지와 대아저수지, 동상저수지 등을 따라 실로 다양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호수와 나란한 도로 주변은 대개 단풍나무다. 아직 일러 붉어지지는 않았지만, 만추에 이를 무렵이면 실로 농염한 풍경을 선사하지 싶다. 대아호와 동상호 주변 풍경이 특히 빼어나다. 732번 지방도가 두 호수를 바짝 끼고 도는 드라이브 코스다. 차량 통행량이 적어 적요하고, 높은 산과 깊은 물이 번갈아 차창에 매달린다. 눈이 호강하는 순간이다.울긋불긋 단풍·그림 같은 폭포, 위봉재에서 만난 ‘비경’ 동상면 쪽에서 위봉재를 넘다 보면 능선 중턱의 도로에서 폭포를 만난다. 위봉폭포다. 폭포는 길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져 있다. 차를 몰아가다 이게 뭔가 싶어 초점을 맞추다 보면 뜻밖에 제법 긴 폭포가 암벽 위에 걸려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폭포는 60m 높이를 2단으로 굽이쳐 떨어진다. 폭포수는 굵지 않다. 타래에서 풀린 명주실 가닥을 닮았다. 폭포 주변으로는 근육질 사내의 ‘알통’을 닮은 바위절벽이 둘러쳤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암벽, 그리고 명주실 같은 폭포가 기막히게 어울렸다. 도로에서 폭포까지 목재데크가 놓여져 있다.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내려가면 폭포와 마주할 수 있다. 위봉재 너머엔 위봉산성이 있다. 조선 숙종 원년(1675)부터 7년에 걸쳐 쌓았다는 성이다. 안내판은 “유사시 전주 경기전에 있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옮겨 보호하기 위해 조성됐다”고 적고 있다. 당초의 성의 규모는 16㎞에 달했다는데, 지금은 높이 3m의 아치형 석문과 복원된 성벽 일부가 남아 있다. 위봉산성을 내려서면 송광사와 만난다. 열십자 형태의 범종각(보물 1244)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이런 형태의 범종각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한다. 대둔산을 빼놓을 수 없다. 겨울 설경 못지않게 가을철 단풍 명소로 이름을 날리는 산이다. 단풍과 암릉의 변주곡이 이제 막 시작됐으니 다음주 초반까지는 화사한 단풍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63) →가는길:비비정은 호남고속도로 삼례 나들목으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간명하다. 비비정 주변에 농가 레스토랑, 비비낙안 카페 등이 밀집돼 있다. 삼례문화예술촌도 멀지 않다. 예술촌 안 시설물은 입장권을 사야 들어갈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이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오전 9시~오후 6시,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주말에는 더 자주 오간다. 왕복 9000원.→맛집:경천저수지를 끼고 있는 화산면은 붕어찜이 유명하다. 가장 오래됐다는 산수장가든(263-5078), 약수가든(262-2602), 화산식당(263-5109) 등이 이름났다. 비비정 레스토랑(291-8609)은 평일 오후 2시 30분께 문을 닫는다. →잘 곳: 대둔산 주변에 펜션이 많다. 대둔산 안쪽으로도 대둔산장 등 숙소들이 있다. 지은 지 다소 오래된 곳들이어서 값이 저렴한 편이다. 대둔산 관광호텔은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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