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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람둥이 애인 하나 갖고 싶다/공혜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바람둥이 애인 하나 갖고 싶다/공혜경

    바람둥이 애인 하나 갖고 싶다/공혜경 어느 날은 문득, 바람둥이 애인 하나 갖고 싶다 뭘 먹을까 어딜 갈까 뭐하고 싶니 묻지 않고도, 입속의 혀처럼 척척 감기는 그런 애인 하나 갖고 싶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별을 따오고 손끝의 움직임만으로도 나를 발가벗겨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사람 음 그런 사람 그렇게 속이 뻥 뚫리게 후련해지는 바람둥이 애인 하나 갖고 싶은 날 있다 =========================== 사랑은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가장 훌륭한 것. 그 훌륭한 것을 주는 이가 바로 ‘애인’이다. 애인은 내 안의 허영, 욕정, 허물, 슬픔과 냉소까지도 다 용납하고 끌어안아 준다. 내 안이 텅 비었을 때 채워 주는 이, 내 마음을 나보다 더 잘 알아주는 이, 내가 갈망하는 것을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갖다 주는 이가 애인이다. 나도 별을 따다 주는 애인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을 명랑으로 바꾸고, 죽은 시간에 생명을 불어넣어 불꽃으로 일으키고, 권태와 무료에 지쳐 진절머리 나는 나날을 정금(正金)같이 빛나는 세월로 바꿔 줄 그런 애인이.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박라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박라연

    나는 내가 아닐 때가 더 좋다/박라연 가득 차서 벅차서 무거워서 땅이 되었다새가 나무가빗방울이 되었다 어느새 집에 갈 시간이 되었나? 진실한 사람에게 기대어그를 베개 삼아 처음을 보냈다진실한 사람? 사람이 어떻게 진실할 수 있나요?그러해도 살아남을 수 있나요? 다음엔 낯선 얼굴들이 놀러 왔나요?땅 좀 달라고 나무 좀새나 빗방울 좀 달라고 말하던가요? 저리 가! 저리 가! 외치셨나요?피가 다른데함부로 얻어먹으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나요? 당신은 혹시 아름다운 사람인가요? 뭐요?사람이어떻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요? 꽃처럼수명이 짧다면 모르지만 사람의 아상(我相)이란 헛것이다. ‘나’를 우주의 중심으로 믿고 끌어안고 사는 것은 그림자놀이나 마찬가지다. ‘나’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면 낯설다. 우리가 ‘나’라고 믿는 것, 개체적 동일성으로 이루어진 ‘자아’는 헛것일 뿐만 아니라 실패의 궤적, 불우의 흔적, 소외의 리듬이다. 운명의 돛을 올리고 키를 잡고 방향을 가늠하며 어딘가로 데려가는 것은 ‘나’가 아니라 ‘나’를 구속하는 시간이다. ‘나’는 진실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본디 그것이 헛것,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다만 찰나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림자와 같은 것일 뿐.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달항아리(201407-7)/강민수 · 백자의 숲/이상협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달항아리(201407-7)/강민수 · 백자의 숲/이상협

    달항아리(201407-7)/강민수높이 64cm, 몸체 지름 63cm 단국대 도예과 대학원 졸업. 1998년 국제 공예공모전 입상 백자의 숲/이상협 불탄 목적지는 이해하기 쉽고 나는 도착하는 길이 계절마다 다릅니다 구운 흙은 울기 좋습니다 깨어질 듯 그러했습니다 밖에 누가 있나요 안에 누구 없습니다 나는 나의 작은 균열을 찾는 중입니다 금 간 서쪽 무늬를 엽니다 나는 획의 기울기를 읽는 데 온밤을 씁니다 중심은 맺혔다 사라집니다 나는 안팎이 없습니다 검은 모자 떼가 날아갑니다 불쏘시개로 흰 뼈를 깨뜨리고 경계에서 나는 태어납니다 몇 백도의 불을 견뎌야 차진 진흙 덩어리는 달항아리로 거듭난다. 백자는 구운 흙, 구운 몸이다. 불탄 목적지란 백자를 말하는 것일까? 백자를 불탄 목적지라고 말하는 거라면 이는 비범하다. 불의 고통을 겪었으니 백자는 울기 좋은 몸이다. 백자에 귀 기울이면 소리가 난다. 밖에 누구 있나요? 안에 누구 없습니다. 안과 밖에 아무도 없는데 그런 소리가 들린다. 생과 사의 경계를 넘어가면 안팎이 따로 없다. 중심도 있다가 사라진다. 오늘도 나는 한자리에 머무는 데 실패한다. 다만 작은 균열이 생겨나는 백자에는 흘러간 어제와 다가오는 내일이 와서 잠시 머물다 떠날 뿐이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유용주/묵언(默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유용주/묵언(默言)

    유용주/묵언(默言) 누가 오셨나 마루에 비 오시는 소리 듣는다 개울물 소리 읽는다 나무에 스치는 바람 소리 건너간다 짐승 우는 소리에 귀 쫑긋 늘어진다 벌레들이 어디로 꼬이는지 살펴본다 풀을 깎고 뽑는다 나무를 껴안고 빙빙 돈다 밤에 몇 번이고 마당에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릴 때처럼 별들이 흐르고 달이 이울고 뭉게구름이 떠 있고 수제비와 팥죽은 없다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을 깬다 가끔 텃밭을 고른다 감나무 잎이 소리 없이 진다 이빨 물고 깨어 있는 서리꽃을 밟아본다 눈물겹게 눈 내리시는 모습을 바라본다 꽁꽁 언 얼음장을 들여다본다 찬물 먹고 숨을 쉰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밥솥이 혼자 말한다 밥이 다 되었으니 잘 저어주라고 =========================================== 시골에서 혼자 지낼 때는 며칠씩 입을 다물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린 적도 있지만 대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간혹 개울물 소리를 읽고, 모란과 작약이 피는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헤어진 이는 멀리 있으니 굳이 안부를 물을 필요도 생기지 않았다. 가끔 마루까지 비가 들이닥쳐 내 안의 고요를 들여다보고 돌아갔다. 물은 흐르고, 복사꽃은 폈다가 지며, 달은 찼다가 기울었다. 노모가 헌옷 가지만 남기고 이승 떠난 뒤 수제비도 팥죽도 더는 없었다. 아주 굶을 수는 없어서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 전기밥솥에 밥을 지었는데, 전기밥솥이 저 혼자 끓다가 밥이 다 되었다고 소리를 냈다. 오, 고적한 생활 속에서 말 걸어 주는 전기밥솥아, 고맙구나.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늘족/홍일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늘족/홍일표

    그늘족/홍일표 저들이 모르는 나라에는 오늘도 혼자 사는 아침이 있고 혼자 자라는 계단이 있다 공중에서 떼어낸 새들이 푸드덕거린다 몇몇 나비들이 그를 조상하고 어디엔가 다른 하늘이 있을 거라고 말하는 예언자들이 나무 꼭대기에 죽은 부엉이를 올려놓는다 내 안에서 누가 총을 쏜다 다연발 권총이다 퍽퍽 장미가 핀다 피의 수요일이다 벙어리가 된 광장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왔는데 발이 없다 나는 쓸쓸한 아침을 위로하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멸망한 제국이 박하사탕처럼 희어질 때까지 지저귀는 땅속의 새를 본다 가끔 돌 틈에서 꽃잎으로 진화한 새의 표정을 발견한다 두 다리를 만지면서 아침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살냄새 가득한 즐거운 재앙 속으로 들어간다 혼자 잠 들고 혼자 잠깨는 ‘그늘족’이 혼자 사는 아침의 풍경이다. 그는 혼자 자라는 계단이 있고, 공중에서 떼어 낸 새들은 땅속에서 지저귀고, 죽은 부엉이를 나무 꼭대기에 올려놓는 예언자가 있는 곳에서 혼자 산다. 그를 ‘그늘족’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그늘족’이 맞는 아침에는 자라는 계단, 달아나는 얼굴, 장미꽃, 바다의 노령(老齡) 등이 성분으로 골고루 섞여 있다. 그의 안쪽에서 누군가 다연발 권총을 쏘아 대고, 따라서 그가 맞는 수요일은 늘 “피의 수요일”이다. 그는 발 없이 광장을 가로질러 돌아온다. 혼자 사는 생활에는 얼마간의 피로와 쓸쓸함이 깃드는 법이고, 그것은 “즐거운 재앙”이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을 보는 여인(알제리)/김병종 · 콜롬비아산 커피/김백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꽃을 보는 여인(알제리)/김병종 · 콜롬비아산 커피/김백겸

    콜롬비아산 커피/김백겸 콜롬비아산 커피가 내 서재에 오기까지의 인연을 생각하네콜롬비아 하늘과 검은 땅과 햇빛과 물과 바람이 이 커피 열매에 스며들었다는 생각콜롬비아 검은 원주민의 땀과 노동과 석유 불길이 커피 열매를 말렸다는 생각콜롬비아 트럭과 기차와 화물선과 무역상들의 욕심이 커피 열매를 한국에 실어 보냈다는 생각 기운을 북돋아 주는 커피 향이여, 그 불길이 꺼지지 않기를기운을 북돋아 주는 커피 맛이여, 내 사유의 불꽃을 화려하게 꽃피우기를기운을 북돋아 주는 카페인이여, 내 시의 불꽃을 축복하기를 커피는 험악한 산맥과 먼 바다를 건너서 온다. 나는 콜롬비아에 아직 가 보지 못했지만 서재에서 콜롬비아산 커피를 마신다. 비옥한 대지가 키운 커피나무 열매를 익힌 것은 콜롬비아의 햇빛과 비의 양(量)이다. 그것들이 의식을 깨우는 카페인에 뒤섞여 내 핏속으로 고스란히 흘러든다. 커피는 무료하고 지친 날의 외로움과 권태를 덜어 주는 벗, 빛나는 우애와 창조의 촉매제다. 우리는 햇빛이 나무 위로 흘러넘치는 게 좋아서, 또 다른 날은 비가 비둘기같이 걸어오는 게 좋아서 커피를 마셨다. 어느 심야, 커피를 마시며 쓴 내 시에는 분명 커피의 성분도 녹아들었을 테다. 커피는 상상력의 돛대를 활짝 펼치고 나아가게 하고, ‘사유의 불꽃을 화려하게’ 피어나게 만들었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못, 준다/손현숙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못, 준다/손현숙

    못, 준다/손현숙 연애 고수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잘 주고받기란다 피구 게임에서도 몸을 살짝 뒤로 빼면서 공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주고받기만을 잘하면 쇳덩이라도 가벼운 법이라는데, 나무껍질처럼 생긴 목수 아저씨 못 하나 입에 물고 한참을 중얼거린다 장미나무 찻장을 앞에 세워놓고 “꽃 줄게, 꽃 받아라” 문짝을 달랜다, 나무의 결 따라 못질한다 심하게 어깃장 놓던 장미 찻장이 거짓말처럼 부드럽다 못은 망치로 때려 박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당신아, 어쩌자고 우리는 몸을 주고받아 새끼를 나눠 갖게 되었을까 그나저나 눈 깜짝할 새 방바닥에 쓰러져서 돌아가신 아버지 어디 가서 도로 몸을 받아 오나 너를 덜어 나를 채우는 여기, 꽃잠이 밀려와 하품한다, 생글거리며 횡격막을 연다 사랑은 몸을 주고받는 일이다. 당신은 사랑스러운 표범이다. 사랑은 두 마리 표범으로 몸이 엉겨 몸을 주고받는 열락(悅樂)이다! 사랑은 피구 게임을 닮았다. 몸을 뒤로 빼면서 공을 받아야 한다. 목수는 오래 써서 뒤틀린 장미나무 찻장에 못을 박으면서 “꽃 줄게, 꽃 받아라”라고 말한다. 이 절묘한 은유에 무릎을 친다. 장미나무 찻장에 못 하나를 박으며 저토록 우아하게 속삭이다니! 장미나무 찻장을 어르고 달래며 못을 박는 저 목수는 연애에 빠진 듯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허둥지둥 제 욕심만 먼저 채우려고 들 게 아니라 “꽃 줄게, 꽃 받아라” 해야 한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간국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오유근/간국

    오유근/간국 뚝배기 안, 토막 난 침조기가 제 몸을 우려내고 있다 벌건 고춧가루 밑에서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부글부글 웃고 있다, 남은 한쪽 눈으로 쭉쭉 빠는 눈을 올려다보고 있다 껍질은 너무 비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떠밀리는 거죽 밑을 뒤지며 한 점 한 점 떠내는 제 살을 바라보고 있다 식탁 끝 차가운 쇠그릇 속에서 식어 있는 제 뼈를 바라보고 있다 발목뼈가 옆구리에 붙고 머리뼈가 엉덩이에 붙는 순간순간을 골수 들어가는 입을 허연 눈알이, 끝까지 보고 있다 떠낸 거죽으로 눈알을 덮어두고 나는, 후― 후― 누군가의 거적을 들추고 있다 누군가 살아서 간국을 허겁지겁 떠먹는다. 누군가는 잡곡밥과 구운 고등어를 먹고, 누군가는 뚝배기 안의 투막 난 침조기 살점을 발라먹고, 고춧가루를 푼 국물을 떠먹는다. 먹는 것은 허기를 채우고 관능적 즐거움을 얻는 일이면서 몸이라는 신전(神殿)에서 드리는 신성한 의식이다. 인생의 대소사들, 즉 결혼, 출생, 장례, 생일 때 특별한 음식을 차려 먹는 것으로 그 특별한 의미를 새기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우리는 더도 덜도 아닌 입으로 들어가는 밥으로 저를 빚는 존재인 것이다. 잘사는 것은 얼마나 균형이 잡히고 의로운 밥을 먹느냐에 달려 있다. 당신이 먹는 밥은 의로운가?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유희경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봄/유희경

    봄/유희경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을 세니 봄이었다 메말랐던 자리마다 소식들 닿아, 푸릇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제야 당신에게서 꽃이 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는 것만은 아니고, 오다 오다가 주춤대기도 하는 것이어서 나는 그것이 이상토록 좋았다 가만할 수 없이 좋아서 의자가 삐걱대었다 하나 둘 셋, 하고 다시 열을 세면 꽃 지고 더운 바람이 불 것 같아, 수를 세는 것도 잠시 잊고 나는 그저 좋았다 겨울을 견디며 서 있는 나무들의 인내는 심오하고 철학적이었다. 어느 날 그 나무들이 가지마다 꽃을 토해 냈다. 만개한 벚꽃이 비바람에 다 지고, 메말랐던 가지엔 신록이 짙어 간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에도 막 돋아난 연초록 잎은 꽃보다 더 눈부시고 어여쁘다. 나무들은 대지가 기르는 신생의 아기들이다. 아기들이 까르륵거리는 세상이 곧 천국이다. 우리는 이 천국에서 씨 뿌리고, 거두고, 뛰고, 걸으며, 사랑하고, 속을 끓이고, 아이를 키운다. 밀턴은 ‘실낙원’에서 “어느 쪽으로 달아나도 지옥, 내 자신이 지옥이니”라고 했다. 그 지옥을 버텨 내는 일이 진절머리 나고, 또한 세상의 악과 멍청함, 가난이 완고해도 나무의 신록이 짙어지는 걸 바라보는 일은 그 무엇과 바꾸고 싶지 않은 기쁨과 위안이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최명란/달콤한 소유

    달콤한 소유/최명란 찢어진 내 청바지에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게도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활짝 핀 꽃대 위에 달콤한 비가 내릴 것이다 개구리는 지천에서 베이스 톤으로 울고 장대비는 꽃들을 흠뻑 적시고 짱짱히 일어설 것이다 돌담을 붙잡고 일어서는 담쟁이처럼 나도 장대비를 붙들고 비를 따라 일어설 것이다 건조한 목구멍을 비에 촉촉 적시며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것이다 걸음 서툰 노인이 눈앞으로 지나가도 늙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희미해져가는 햇빛에 희망을 걸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흐르는 강물을 함께 바라볼 것이다 결혼식 날 소란 속에 열렬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슬픈 터널 같은 겨울을 통과하자 봄은 난만(爛漫)하다. 뒤뜰 앵두나무는 흰꽃을 피우고,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분홍꽃을 피웠다. ‘개구리는 베이스 톤으로 울고’, 벌들은 잉잉대며 벌통으로 꿀을 나르느라 바쁘다. 밤마다 별들은 찬란하고, 깊은 강물들은 고요하게 웃는다. 미래의 기쁨을 빌려다 오늘을 사는 당신은 우리 집 꽃핀 뒤뜰의 여왕이다. 당신은 ‘아직 눈뜨지 못한 새끼들을 오글오글 키울’ 테다. 아, 당신 마음이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가 무릉도원일까? 장석주 시인
  • [책꽂이]

    [책꽂이]

    공자를 찾아가는 인문학 여행(전용주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40여년간 공인회계사로 일하다 최인호의 소설 ‘유림’을 읽고 동양철학을 공부하게 된 저자가 유학을 집대성한 공자의 생애와 그의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420쪽. 1만 8000원.자본주의: 유령 이야기(아룬다티 로이 지음, 김지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한 인도 출신의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인도의 부자 100명이 국내총생산의 25%의 자산을 쥐고 있는데 반해 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하루 20루피(원화 300~400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의 부조리를 비판한 논픽션. 180쪽. 1만 3800원.나를 살리는 글쓰기(장석주 지음, 중앙북스 펴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지난 30여년간 문장 노동자로서 살면서 100여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자신만의 글쓰기 원칙 4가지로 ‘운명적 글쓰기’, ‘감동을 주는 글쓰기’, ‘나 자신을 증명하는 글쓰기’, ‘행복을 주는 글쓰기’를 꼽고 작가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담담히 고백한다. 276쪽. 1만 5000원.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모토카와 다쓰오 지음, 이상대 옮김, 김영사 펴냄) 일본의 저명한 동물생리학자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의 대표작으로 1992년 출간 후 과학책으로는 이례적으로 90만부 가까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몸집에 따라 각 동물의 생존 전략과 행동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한다. 280쪽. 1만 4000원.빈딘성으로 가는 길(전진성 지음, 책세상 펴냄) 빈딘성은 베트남 중남부 해안에 위치한 고장으로 베트남전 당시 한국의 맹호부대가 주둔한 곳이다. 당시 참전 군인과 그 가족들이 지닌 전쟁의 상처와 기억을 통해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참전군인들의 역사적 위치를 재조명한다. 280쪽. 1만 4800원.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과우체통/김응교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사과우체통/김응교

    사과우체통/김응교 부탁할 것 딱 하나 있소 주소 좀 빌려주실 수 있으시죠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자식놈이나 아내한테, 만약 편지가 오면, 토요일에 갖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냉장고나 베란다, 볕 잘 드는 서재가 없더라도 개집이라도 좋으니 그저 우체통 달린 데서 사는 것 지금 내 삶의 목표입니다 우체통은 위대한 존재 아침마다 나는 우체통이기를 소망한다 어느 날 내 몸이 빠알간 사과우체통으로 환생하더라 풀숲이 풀벌레 감추듯 파탄 난 과거 품어주는 우체통이 되었더라 왕년의 비밀이든 신음 소리든 너그럽게 삼키며, 마침내 헤어졌던 부부가 입맞춤할 때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는, 빠알간 능금우체통 뺨이었더라 어른이 되면, 내 꿈은 단 하나, 우체통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딴 욕심은 없었다. ‘우체통 달린 데서 사는 것’이 삶의 목표라니. 나는 벼락 맞은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사이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며 살았다. 그런데도 늘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저 초심에서 멀어진 탓이다. 소박함을 잃은 탓이다. 지금도 ‘사과우체통’으로 환생하기를 꿈꾸는 이가 단 하나라도 있다면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이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나쁜 짓들의 목록/공광규 길을 가다 개미를 밟은 일 나비가 되려고 나무를 향해 기어가던 애벌레를 밟아 몸을 터지게 한 일 풀잎을 꺾은 일 꽃을 딴 일 돌멩이를 함부로 옮긴 일 도랑을 막아 물길을 틀어버린 일 나뭇가지가 악수를 청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피해서 다닌 일 날아가는 새의 깃털을 세지 못한 일 그늘을 공짜로 사용한 일 곤충들의 행동을 무시한 일 풀잎 문장을 읽지 못한 일 꽃의 마음을 모른 일 돌과 같이 뒹굴며 놀지 못한 일 나뭇가지에 앉은 눈이 겨울꽃인 줄도 모르고 함부로 털어버린 일 물의 속도와 새의 방향과 그늘의 평수를 계산하지 못한 일 그중에 가장 나쁜 것은 저들의 이름을 시에 함부로 도용한 일 사람의 일에 사용한 일 세상 정의를 다 가진 듯 당당한 사람, 늘 옳은 소리만 외치는 사람,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어리석다.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걸 모르니 저토록 당당하다. 개미를 밟고, 풀잎을 꺾고, 꽃을 따고, 돌멩이를 옮기고, 도랑을 막아 물길을 돌렸다. 다 나쁜 짓이다. 만물이 한 몸으로 연결된 생명공동체, 세월 인연으로 얽힌 인드라망 속에 있는데, 오직 사람만이 우주의 주인인 양 제멋대로 산다. 저리도 많은 나쁜 짓을 하고서도 도무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하현/박완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하현/박완호

    하현/박완호 어제의 달을 오늘에게 또 달아주었다 전깃줄에 줄지어 앉았던 검은 새들이 남몰래 한 점씩 떼어가는 걸까 달의 모서리가 한층 수척해 보였다 달빛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그림자도 날마다 조금씩 야위어갔다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던 허옇게 서리 내린 여자가 티 나지 않게 오랫동안 휘어온 하현의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선 슬며시 기운을 보태주려는데 그새 더 수척해진 달이 괜한 짓 말라며 한사코 손을 내젓는다 오늘 달빛은 가만히 내버려둬도 되겠다 하현은 모서리가 깎이고 야위어 수척해진 달이다. 하현은 기우는 달이다. 가난한 달이다. 패배한 달이다. 시인은 어쩔 수 없이 야위고, 휘어져 기울며, 가난한 것들을 향해 마음을 나눈다. 야윈 것들, 휘어져 기우는 것들, 가난한 것들은 다 애잔하다. 그 애잔한 것들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그것들에 손을 내밀고 기운을 보태 주어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살 만해진다. 저 혼자만 잘사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음의 순서/유진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울음의 순서/유진목

    울음의 순서/유진목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본 적 없는 여자의 몸속에 있었다 몇 차례 진통이 있은 뒤에 만삭의 여자는 산부인과로 갔다 참 바람을 쐬어도 이마에 맺힌 땀이 식지 않았다 불어난 몸을 지탱하느라 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층계참에 서서 남은 계단의 숫자를 세어 보았다 다시 계단을 내려올 때는 아이와 함께라는 것을 생각했다 신기한 일이다 어느 날 몸속에 아이가 생기더니 이제는 몸 밖으로 나오려는 것이다 여자는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고 아랫도리가 찢어지도록 힘을 주었다 창밖에는 공중에 매달린 사내가 뒤엉킨 가로수의 가지를 베고 있다 일순 날카로운 빛이 쏟아진다 기억에 없지만 나는 울었을 것이다 나를 울게 하는 일을 생각한다 계단을 내려온 여자는 자신의 옷자락을 세게 움켜쥔 아이를 품에 안고 한참을 서 있었다 ===================== 만삭의 여자가 난간을 붙잡고 천천히 층계참을 오른다. 산부인과 병원으로 가는 중이다. 어제까지 모르던 여자의 몸속에서 꼬물거리던 아이는 여자의 생살을 찢고 나온다. 빛이 왈칵 쏟아지는 세상에 도착하자마자 터뜨린 아이의 첫 울음은 이 세계에 입성했다는 신고식이다. 이 첫 울음은 앞으로 그가 사람으로 겪어야 할 불행의 전조(前兆)를, 실존의 고투(苦鬪)와 고독의 전부를 대신한다. 어쩐 일인지 내 귀에는 이 첫 울음이 ‘내일부터는 불행한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소리로 들린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식물들의 외로움/임동확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식물들의 외로움/임동확

    식물들의 외로움/임동확 한사코 어미의 품에서 떼쓰는 아이들처럼 찰진 논바닥에 도열한 벼들. 낱낱이면서 하나인, 또 하나이면서 낱낱인 식물들의 일생을 좌우하는 건 결코 내부의 의지나 선택이 아니다. 홀연 태풍처럼 밀려왔다가 그 자취를 감추고 마는 낯선 동력. 누구에게나 단호하고 거침없는 죽음 같은 바깥의 힘. 필시 하나의 정점이자 나락인, 끝없는 나락이자 정점인 푸른 줄기마다 어김없이 같으면서도 같지 않을 외로움의 화인(火印)이 찍혀 있는, 여럿이면서 홀로인 벼 포기들이 끝내 제 운명의 목을 쳐 내는 낫날 같은 손길에 기대서야 겨우 고단한 직립의 천형을 벗어나고 있다. 논바닥에 도열한 벼들을 무심코 논바닥에 도열한 별들이라고 잘못 읽었다. 논바닥이 밤하늘이라면 저 푸른 벼들이 별이 아닐 까닭은 없을 테다. 6월의 무논에 늠름하게 서 있는 저 벼들은 혼자이면서 여럿이다. 벼들의 푸른 줄기는 정점이자 나락인데, 시인은 벼들의 푸른 줄기 안쪽에 찍힌 “외로움의 화인(火印)”을 투시해 낸다. 이 식물의 외로움은 제 운명이 타인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에 있다. 운명은 제 선택이나 의지의 일이 아니라 “죽음 같은 바깥의 힘”에 달려 있다. 벼들은 제 “고단한 직립의 천형”을 남의 손에 쥐어진 낫날에 기대서만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장석주 시인
  • 3월 10일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두 사람/서용선 98×163㎝, 종이에 아크릴 서울대 미대 서양학과 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지인 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이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아버지는 오함마로 벽을 철거하는 노동을 한다.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잔다. 좁은 방에서 자다 보니 조금만 뒤척일 때마다 살이 닿는다. 그래서 아들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잔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밥 먹고 잠자야 산다. 이 시는 생존의 최소한도를 이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의 고단함을 슬쩍 내비친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정규직이다. 그 비정규직에 아등바등 매달리다가 어느 날 퇴출당한다. 그 퇴출의 불안이 있는 한 세상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다. 장석주 시인
  • 3월 10일 그림과 시가 있는 아침

    두 사람/서용선 98×163㎝, 종이에 아크릴 서울대 미대 서양학과 교수. 2009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최지인 비정규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 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 아버지 살이 닿았다 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 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골목을 쏘다니는 내내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 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 세상에는 벽이 많았고 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 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 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 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 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 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 어쩐 일이니라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 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 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아버지는 오함마로 벽을 철거하는 노동을 한다.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잔다. 좁은 방에서 자다 보니 조금만 뒤척일 때마다 살이 닿는다. 그래서 아들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잔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밥 먹고 잠자야 산다. 이 시는 생존의 최소한도를 이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의 고단함을 슬쩍 내비친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정규직이다. 그 비정규직에 아등바등 매달리다가 어느 날 퇴출당한다. 그 퇴출의 불안이 있는 한 세상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다. 장석주 시인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최지인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비정규/최지인

    비정규/최지인 아버지와 둘이 살았다잠잘 때 조금만 움직이면아버지 살이 닿았다나는 벽에 붙어 잤다 아버지가 출근하니 물으시면늘 오늘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나는골목을 쏘다니는 내내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가양동 현장에서 일하셨다오함마로 벽을 부수는 일 따위를 하셨다세상에는 벽이 많았고아버지는 쉴 틈이 없었다 아버지께 당신의 귀가 시간을 여쭤본 이유는날이 추워진 탓이었다 골목은언젠가 막다른 길로 이어졌고나는 아버지보다 늦어야 했으니까아버지는 내가 얼마나 버는지 궁금해 하셨다 배를 곯다 집에 들어가면현관문을 보며 밥을 먹었다어쩐 일이니라고 물으시면뭐라고 대답해야 할까외근이라고 말씀드리면 믿으실까거짓말은 아니니까 나는 체하지 않도록누런 밥알을 오래 씹었다 그리고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아버지는 오함마로 벽을 철거하는 노동을 한다. 아들은 비정규직이다. 두 사람은 비좁은 방에서 함께 잔다. 좁은 방에서 자다 보니 조금만 뒤척일 때마다 살이 닿는다. 그래서 아들은 벽에 바짝 달라붙어 잔다. 밥 먹고 잠자는 게 사는 것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밥 먹고 잠자야 산다. 이 시는 생존의 최소한도를 이루는 밥 먹고 잠자는 일의 고단함을 슬쩍 내비친다. 따지고 보면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정규직이다. 그 비정규직에 아등바등 매달리다가 어느 날 퇴출당한다. 그 퇴출의 불안이 있는 한 세상은 언제나 막다른 골목이다. 장석주 시인
  • [그 책속 한 줄]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장석주 지음, 마음서재 펴냄)

    당신은 당신 인생의 여정에서 겪은 무수한 ‘당신의 첫’들의 찰나에서 발아되어 밀봉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첫 밤, 당신의 첫 울음, 당신의 첫 웃음, 당신의 첫사랑, 당신의 첫 실패, 당신의 첫 거짓말, 그 많은 ‘당신의 첫’들 속에서 당신은 무심코 발견됩니다. ‘당신의 첫’은 당신 인생을 스치고 지나간 한 찰나, 그리고 “곤경의 가장 미약한 부분”, “타버린 지푸라기”입니다. (중략) 나는 ‘당신의 첫’이 될 수 없습니다만, 그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그것은 영원한 목마름이 되어서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필연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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