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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정, 설 민생 대책 “성수품 공급 확대, 취약계층 난방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당정, 설 민생 대책 “성수품 공급 확대, 취약계층 난방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국민의힘과 정부가 설 연휴 민생 대책으로 성수품 공급 확대, 취약 계층 난방비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설 민생 안정 대책 관련 민·당·정 협의회’ 뒤 열린 브리핑에서 “3주간 설 명절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을텐데 역대 최대 규모로 성수품을 공급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역대 최대 규모로 할인 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어느 때보다도 많은 할인 혜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대형 마트 쪽에서는 국민이 편안하게 설을 쇠도록 30~50% 사이 대폭 할인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전통시장 측에서는 “가족들과 편안하게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만한 성수품 공급을 위한 도심 화물차 진입과 조류 독감 확산에 대비한 계란 방출·수급 관리 등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협의회에서 정부 측에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나 복지 할인 등 연료비 부담 경감 실질 대책 ▲기초 생활 수급자 보장 강화와 긴급 복지 지원금 인상 ▲저소득층 대상 양곡 단가 인하 및 농식품 바우처 ▲노숙인·결식아동 돌봄 지원 등을 요청했다. 또한 중소·소상공인 근로자를 위해서는 명절 전 ▲시중 자금 공급 ▲하도급 대금 조기 지급 ▲행정기관 부가세 확정 신고 등 연기 요청 수용 등을 주문했다. 나아가 명절 편의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차장 무료 개방 ▲문화 체험 행사 지원책 ▲전통시장 화재 점검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한 뒤 4일 범부처 합동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방침이다. 성 의장은 앞서 협의회에서 “당과 정부는 다른 때보다 이른 설과, 작년에 이은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민들이 추운 설날을 보내시지 않도록 세심한 설 민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설 연휴 성수품의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 계획을 세워 주시기 바란다. 당정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과 유통업체 할인 노력을 통해서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는 물가와 민생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기조를 금년에도 이어가면서 당에서 요청한 대로 범부처 합동으로 설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방 차관은 “서민 장바구니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주요 성수품을 중심으로 수급과 가격 안정에 집중하는 한편, 겨울철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대폭 줄여드리고 금융취약계층의 대출 상환 부담 경감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당정 “설 최대 성수품 공급…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당정 “설 최대 성수품 공급…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국민의힘과 정부가 설 연휴 민생 안정을 위해 성수품 공급 확대, 취약 계층 난방비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3일 국회에서 ‘설 민생 안정 대책 관련 민·당·정협의회’ 연 뒤 브리핑에서 “3주간 설 명절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있을텐데 역대 최대 규모로 성수품을 공급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수산물과 농산물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충분한 양을 시장에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어느 때보다도 많은 할인 혜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 의장은 “대형 마트 쪽에서는 국민이 편안하게 설을 쇠도록 30~50% 사이 대폭 할인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고 알렸다. 전통시장 측에서는 “가족들과 편안하게 전통시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원만한 성수품 공급을 위한 도심 화물차 진입과 조류 독감 확산에 대비한 계란 방출·수급 관리 등을 요청했다. 또한 국민의힘은 연초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앞서 정부 측에 취약계층 약 118만 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나 복지 할인 등 연료비 부담 경감 실질 대책을 요구했다. 이밖에 ▲기초 생활 수급자 보장 강화와 긴급 복지 지원금 인상 ▲저소득층 대상 양곡 단가 인하 및 농식품 바우처 ▲노숙인·결식아동 돌봄 지원 등을 요청했다. 중소·소상공인 근로자를 위해서는 ▲명절 전 시중에 자금 공급 ▲하도급 대금 명절 전 조기 지급 ▲행정기관 부가세 확정 신고 등 연기 요청 수용 등을 주문했다. 나아가 명절 편의에 대해서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차장 무료 개방 ▲문화 체험 행사 지원책 ▲전통시장 화재 점검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성 의장은 앞서 협의회에서 “정부는 설 연휴 성수품의 물가 안정을 위해 최대 규모의 성수품 공급 계획을 세워 주시기 바란다”며 “당정은 농·축·수산물 할인쿠폰과 유통업체 할인 노력을 통해서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누리 상품권에 대해 성 정책위의장은 “내년 예산이 5000억원이 늘어 4조원 규모로 발행되며 모바일 카드형도 신설됨에 따라 전통시장과 골목 상점 등에서 보다 활발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취약계층 118만 가구 등 에너지 취약계층이 난방비 걱정을 하시지 않도록 전기 가스요금에 대한 복지 할인과 에너지 바우처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4일의 연휴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적극 검토해 가족을 찾아가는 길을 좀 더 기쁜 마음을 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회에는 당에서는 성 의장을 비롯해 윤영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류성걸 기재위 간사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어명소 국토교통부 2차관,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이대희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 등이 자리했으며 민간에서는 이제훈 홈플러스 대표(한국체인스토어협회장), 신영호 농협하나로유통 대표, 추귀성 전국상인연합회 서울지회장 등이 참여했다. 정부는 오는 4일 범부처 합동 설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체조합시다/김사사 [서울신문 2023 신춘문예 - 소설]

    이것은 아시아나 스포츠 상설 매장에서 산 트램펄린. 공중부양. 수양은 뛰고 있다. 흔들리고 있다. 조금씩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 전시제품이므로 모서리 변색 있음. 그러나 탄력 좋음. 아시아나 아저씨는 이것이 아주 튼튼한 물건이라고 말했고 정말 그렇게 생겼으니 괜찮겠다 싶지만 수양은 어쩔 수 없이 좀 무서워진다. 그녀는 변색한 트램펄린 모서리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물었다. 아저씨. 만약 부러지면 어떻게 할 건지? 그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요 아가씨…. 맞는 말이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가기 전에 튼튼하고 단단한 물건들을 생각하며 오십 분씩 뛰었다. 붉은 벽돌과 철제 의자 강화유리로 된 창문 그리고 칼…. 트램펄린 앞에는 높이 백칠십 센티미터짜리 거울이 있고 수양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열심히 뛴다. 이것은 은근히 땀이 나는 일이므로 겨울에는 얇은 반소매 티셔츠만 입고 뛰어야 하고 여름에는 다 벗고 뛰어야 한다. 뛰어오를 때는 정말로 공중부양하는 기분이지만 그것은 기분일 뿐이고 어쨌든 떨어지는 일이다. 수양이 영양제나 선크림이나 치약이나 칫솔이 아니라 칼을 파는 이유는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무서워서라도 사 준다는 말이다…. 수양은 칼 판매상이다. * 수양은 택기와 알고 지낸 지 꽤 되었고 택기의 사육장에 가 본 적도 있다. 사육장은 동굴처럼 길고 캄캄해서 거기에 무엇이 있기는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나빴다. 수양이 택기야 저렇게 하면 토끼가 살 수 있냐 너무 어둡지 않냐 물었을 때 택기는 원래 조명을 켜 두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어두운 거니 묻자 기주가 깜박한 거라고도 했다. 사육장 입구에는 파란색 파라솔이 있었고 그 아래로 작은 탁자와 바퀴 달린 접이식 침대, 플라스틱 의자를 두었다. 의자에는 헐렁한 러닝셔츠와 익은 노른자색 사부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늘어져 있었는데, 수양은 그 사람이 말로만 듣던 기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택기의 둔하고 쓸모없는 동생 기주. 네가 바로 기주다. 기주는 고개를 뒤로 기울인 채 눈을 감은 모습이었고 무릎 위로 까만 총이 놓여 있었다. 택기야 저거 진짜 총이냐. 비비탄총이지. 그렇구나 난 또. 정오를 지나던 때였으므로 하늘을 향한 기주의 얼굴은 서서히 달궈지는 중이었다. 그늘을 벗어난 얼굴 위로 노랗고 깨끗한 햇빛이 일렁거렸으니 기주는 잘 먹고 잘 자라는 중인 아이처럼 보였다. 스포츠머리에다 늘 하얀 두건을 쓰는 택기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수양은 기주의 뺨 위로 조심스레 검지를 얹었고 손가락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따듯함을 느꼈다. 택기가 토끼 한 마리를 잡아 사육장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그의 표정은 중요한 약속을 앞둔 사람처럼 신중하고 뻣뻣했다. 기주는 그때까지도 절대 깨지 않았으므로 수양은 택기야 기주가 졸고 있어… 하고 작게 속삭였다. 택기는 기주가 졸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잿빛 토끼는 몸집이 컸다. 그냥 큰 게 아니라 아주 컸다. 택기는 자이언트 토끼라고 말했다. 크고 따듯하고 순한걸. 택기야 이 토끼는 정말로 순하다고. 털에 파묻힌 토끼의 눈이 마름모 모양이었기 때문에 수양은 토끼의 미간을 마름모꼴로 문질렀다. 몸집이 큰 것과는 별개로 토끼는 부드럽고 무른 표피를 가져서 조금만 세게 쥐면 으스러질 것 같았다. 수양이 토끼도 우는가 어떻게 우는가 기억이 나지 않네 하자 택기는 토끼를 가리켜 커서 문제다, 크고 소리도 없어서 문제다, 하고 중얼거렸다. 그게 왜 문제야. 커야 더 좋지. 너는 토끼로 요리하는 요리사니까 커야 좋은 거지. 개새끼들이 도망을 간다고. 토끼는 개새끼가 될 수 없었지만 택기는 달리 부를 말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도망을 간다니 탈출한다는 것인가. 어떻게 탈출해. 이렇게 큰데. 크기가 이런데. 가끔 유연한 토끼들이 있다고 해도 토끼는 액체가 아니므로 수양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택기가 하는 탕집은 사육장과 마주 보고 있고 탕집 주방 쪽창은 사육장 입구를 향해 나 있었다. 택기는 하얀 두건을 쓰고 방수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탕을 끓인다. 매일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면 택기의 몸에서는 아주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수양은 택기의 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본 적이 없다. 택기가 한참 탕을 끓이다가 쪽창을 쳐다보면 토끼 두어 마리가 잔디밭에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택기와 단번에 얼굴이 마주치고 어떤 때는 뒷모습이 보이지만, 뒤돌아 있던 놈도 언젠가 택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고 그러다가 산으로 사라진다고 했다. 택기는 개새끼들이 사람을 놀릴 줄 안다고 싫어했다. 사실 토끼는 번식이 빠른 동물이라서 두어 마리가 없어진다고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는데 택기는 기주더러 탈출하는 놈들을 되는 대로 잡아내라고 거기에 앉혀 두었다. 기주는 그동안 뭔가를 잡아낸 적이 없다. 쟤는 아무것도 못 잡아. 택기가 말했다. 기주는 여태껏 바닥에만 비비탄을 쏘아 댔기 때문에 기주가 앉은 부근으로는 잔디가 자라지 않았고 살짝 젖은 토양이 드러났다. * 수양은 이제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지만 원래는 여기저기에서 잘 팔고 다녔다. 모르는 집의 문을 두드리고 칼 세트를 재빠르게 보여 준 뒤 현관에 걸터앉아서 800방짜리 숫돌에다 느릿느릿하게 칼을 갈고 이것 보세요 참 쉽지요 하는 일을 잘했다. 배낭에 챙긴 A4 용지 다발 중 한 장을 꺼낸 뒤에 막 갈아 낸 칼로 비스듬히 잘라 내고 한번 해 보세요 정말 부드럽고 예리하지요 하는 일도 잘했다. 가끔은 몇 달 전에 팔았던 집에 가서 또 팔아 내고 이번에는 업그레이드되었으니 다르다고 거짓말하는 일도. 그런 일을 못 하게 된 것은 어느 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의 집에 갔기 때문인데, 그가 원로 마술사였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특히 손도 대지 않고 멀리 있는 폭죽을 터뜨리는 마술을 잘했는데 그것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게 없어서 터뜨리고 터뜨리다 귀가 먹었다고 했다. 어쨌든 수양은 원로 마술사쯤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수양이 아무리 이것 보세요 이것 보세요 해도 칼을 제대로 보지 않았고 대신 전화기를 들었다. 수양은 그날 처음으로 지구대에 가 보았는데, 눈썹이 짙고 목소리가 큰 박 순경은 그냥 말하는 것이지만 소리 지르는 것처럼 들리는 볼륨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당신은 당신이 얼마나 위험한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어요 알아야 해요 하며 조금은 간절한 표정으로 수양의 손을 꼭 붙잡았다. 박 순경의 손바닥이 참 축축해서 수양은 이 사람 겁이 많은 사람이잖아 생각했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칼 파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래도 수양은 칼 파는 데 재능이 있었고 다른 일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므로 지구대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하지 하며 트램펄린을 뛰었다. 뒤통수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느낌이 들자 수양은 앞으로도 트램펄린 타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멈추고 싶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기운이 빠져서 잠들었다. 다음 날에는 오전 다섯 시에 잠에서 깼다. 잠 없는 노인들이나 일찍 나가는 공장 사람들한테는 그만큼 이른 시간에 찾아가서 칼을 파는 수밖에 없었으니 수양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 노력하는 편이었는데 그것이 그만 몸에 익어 버린 것이다. 잠자는 동안에는 땀을 조금 흘렸다. 날이 점점 더워져서 그랬다. 수양은 택기가 토끼탕을 잘 끓인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택기가 만든 탕을 먹어 본 적이 없고 그때까지 택기의 얼굴을 본 적도 없었지만, 오가는 길에 택기의 탕집을 자주 보았고 거기에는 늘 사람이 많았으니 그런 집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국도가 있고 작은 산도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 작은 산이 국내 100대 명산 중 칠십 번째나 팔십 번째쯤 되었다. 수양은 그 산이 얼마나 명산인지 궁금했다. 지구대에 다녀온 다음 날, 수양은 일찍 일어나게 되었으니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싱크대에서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씻어 낸 뒤 밖으로 나가 아주 천천히 걸었다. 그녀는 무척 여유로운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차분한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를 끓여 마신 뒤에 산책하기를 즐기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몸을 앞뒤로 조금씩 흔들어 가며 걸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수양은 칼을 팔러 갈 때 주로 흰옷을 입었는데, 가장 친절하고 상냥해 보이면서도 미묘하게 위협적인 색깔이 바로 흰색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제 그런 식으로 칼을 팔지 않게 되었으나 자연스레 흰 옷을 골라 입었다는 사실이 좀 웃겼다. 어디서 자꾸만 하나둘하나둘하나둘하나둘 하고 조금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수양은 곧 택기의 탕집 앞 잔디밭에 다다랐고 거기에서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열을 맞춰 잔뜩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니 저건… 새천년 체조잖아. 수양은 원래 칼을 잘 파는 사람이었지만 그날처럼 칼을 많이 팔아 본 적은 없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구호는 알맞게 외치는데 동작은 전혀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이 체조를 끝내고 명산이라는 산을 탄다고 우르르 사라졌을 때, 수양은 생각을 하자 생각을 해, 하며 걷던 길을 다시 걸었고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로 들어섰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는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만두를 팔았는데 택기의 탕집만큼은 아니더라도 장사가 잘됐다. 여기까지 따라오기는 했으나 산을 타기 싫은 아이들이 김밥과 만두를 먹고 있었고 산 타는 사람들만 노리는 일명 등산객 전문 린치족들이 교복을 꼬박꼬박 챙겨 입은 모습으로 담배를 계산하는 중이었다. 수양은 매운맛 만두를 사서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에 자리에 앉았다. 김이 나는 만두를 젓가락으로 조금씩 잘라 먹으며 산을 타는 사람들에게 칼을 팔아야겠어 하고 중얼거렸다. 김밥과 만두를 먹던 아이들에게 혹시 칼을 사겠니 물었지만 아이들은 무시했고 김밥에서 빼낸 단무지만 계속해서 찔러 댔다. 수양은 왠지 섭섭해져서 입을 쩝쩝 다셨다. 그래 역시 어른들에게 팔아야겠지…. 수양은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던 사람들이 내려올 때까지 만두를 야금야금 베어 먹다가 벽걸이형 선풍기의 약풍을 맞으며 졸았다. 그러곤 결국 그들이 다시 돌아오는 데 무려 여섯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저렇게 작은 산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기에 그만큼이나 걸린단 말인가. 알 수 없었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수양은 사람들이 손바닥을 짝짝 부딪치며 내려와서는 곧장 택기의 탕집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집으로 달려가서 칼 세트와 함께 A4 용지가 든 배낭을 챙겼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는 종이를 자르는 시범 따위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것들을 챙기지 않았다. 택기의 탕집 앞에는 하얀 두건을 쓰고 분홍색 방수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이 바로 택기였다. 택기는 탕집 입구로 들어서려는 수양을 붙잡았다. 탕을 드시려면 예약을 하셔야 하는데요. 저는 탕 먹으러 온 사람 아니거든요. 그런 음식은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 왜 들어갑니까? 칼을 좀 팔고 싶어서요. 택기가 수양의 팔뚝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약간의 미소를 지었을 때 수양은 이 사람이 설마 나를 좋아하게 되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택기의 손바닥이 너무 두꺼웠고 반짝거리는 그의 분홍색 앞치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그의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길 바랐다. 탕이 싫으면 뭘 좋아하시죠. 택기가 물었다. 저는 감자튀김을 좋아해요. 수양이 대답했다. 산을 좀 타 봤다 하는 사람들은 주로 택기의 탕집에 모인다. 수양이 테이블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곳으로 다가가서 제 칼을 좀 보시겠어요 하면 어어 그렇지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수양의 칼은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었고 일주일에 두어 번 방영하는 홈쇼핑 식칼과 유사한 모양새였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수양이 칼을 꺼내 들 때마다 마술을 본 것처럼 좋아했다. 제 칼을 좀 사시겠어요 하면 당연히 사 줘야지 이걸로 기필코 그놈을 죽이고 말리라 그런데 아가씨는 누군가? 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칼을 사게 되어 있다. 수양은 매일 아침 몸을 앞뒤로 흔들며 산책하게 되었다. 하나둘하나둘하나둘 체조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뒤 명산 앞에 있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조금 식은 만두를 먹었고 할 일이 없어지면 린치족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려 했다. 그들은 늘 길쭉한 막대 모양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중얼거렸다. 그게 어떤 말인지는 들리지 않았다. 택기는 수양의 칼을 사지 않았지만 매일 웃는 얼굴 모양의 동그란 감자튀김을 내 주었고 수양은 그것을 천천히 먹어 치웠다. * 기주야 너는 왜 토끼를 잡지 못하니. 수양은 매일 택기의 탕집에서 칼을 팔게 되었으므로 기주의 얼굴도 매일 보았다. 택기는 두피부터 손등과 발가락까지 온몸에 땀이 많은 편이었는데 기주는 그렇지 않았다. 기주는 파라솔 아래 탁자 앞에서 밥을 먹고 침대나 플라스틱 의자에서 잠을 자거나 휴식을 취하고 하여튼 그런 식으로 종일 바깥에 있지만 가까이 다가가도 바짝 마른 풀 냄새나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 같은 것만이 났다. 밥을 먹고 나서는 바닥에다 비비탄총을 쏘고 종아리나 팔뚝 주위로 부채질을 조금 하다가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를 한참 붙잡고 있었는데 빈칸을 모두 채우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수양은 접이식 침대 위에 누워서 천천히 복식호흡을 했다. 언젠가 그것이 송장 자세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아주 편안해진다. 너는 왜 토끼를 못 잡냐고. 몰라. 그걸 왜 몰라, 보고 있는데 왜 몰라. 그냥 잠깐 눈을 감았는데 밖으로 나와 있었어, 저기에 서 있었어. 토끼를 왜 좋아하나. 누가? 여기 오는 사람들이. 정력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대. 토끼는 조루라던데?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일간 신문에서 오려 낸 스도쿠가 바람에 날아가도 기주와 수양은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내일은 또 다른 스도쿠가 배달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주는 공중에서 나부끼는 스도쿠 종이를 보며 이마를 조금 구겼고 모든 것이 무게중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심장은 아주 미세하게 왼쪽으로 치우친 상태이므로 무게중심도 왼쪽에 있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모두의 왼쪽 엉덩이는 조금 더 눌려 있고 작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왼쪽으로 살짝 돌아앉게 되어 있다고. 안 그래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런 편인데, 기주는 특히 자신이 왼쪽으로 조금씩 돌아앉는 상상만 해도 본능처럼 왼쪽으로 이끌리고 그래서 자꾸만 왼쪽을 주시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런데 토끼들은 하필 오른쪽에서만 출몰하고 그런 이유로 도저히 놈들을 발견할 수가 없다고. 그렇지만 기주가 신경을 써서 오른쪽으로 돌아앉아 보아도 변하는 건 없었다. 어떻게 해도 토끼들은 탈출하고 기주는 밥을 먹고 있었거나 스도쿠를 풀고 있었거나 눈을 감고 있었거나 무게중심 때문이었거나 무슨 무슨 이유로 토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산 쪽으로 멀어지는 토끼를 발견하고 아아아아 토끼가 나타났다 지금은 멀어지는 중이다 하고 소리를 지르면 택기가 뛰어나오지만 이미 모든 게 사라지고 난 뒤였다. 수양은 사라진 토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전에 살아 있기는 한 건지 궁금해졌다. 이만큼이나 사라졌으면 이미 산에는 토끼가 천지일 텐데 산을 타는 사람들은 자꾸만 택기의 탕집에 와서 토끼탕을 먹었고 산을 타다 토끼를 본 사람은 없다고 하니 저녁에는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수양은 보이지가 않네 여기로 좀 와 봐라 이리 좀 와라 하며 산을 오르다 페도라를 만났는데, 그가 페도라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페도라는 까맣고 큰 페도라를 쓰고 있었고 걸친 옷이 없었다. 아주 깊은 페도라여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페도라는 줄무늬 사각팬티만 입은 모습으로 큰 소나무를 껴안고 있었는데 팔이 긴 편이어서 편안하고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을 잘 다룰 줄 아는 사람 같았다. 수양이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서 만난 린치족들을 떠올리며 옷까지 모두 벗겨 가다니 정말 답도 없는 놈들이로군, 하자 페도라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산을 타고 또 탔지요. 그러다 보니 점점 더워져서 옷을 한 꺼풀씩 벗었고 이것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벗을 때마다 길을 잃는 기분이더군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만 뭐라고 했던가요…. 페도라는 여기에서 말을 멈추고 목을 가다듬더니 얇고 연약한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는 아주 건강해 너무 건강해 우리는 내일이 없는 사람이에요 하면서 나를 지나쳤습니다. 정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외우는 일은 잘해서 말이죠. 밤이 되니 추워져서 나무를 안고 싶었습니다. 그는 손가락을 세워 모자와 팬티를 가리켰다. 이건 제 자존심이라 남겨 두었습니다. * 택기의 손은 두껍다. 손등은 거칠지만 손바닥은 부드러워서 영 이상한 손이다. 수양은 택기가 탕집 안에서 날카로운 칼을 다루다 그 손까지 어떻게 해 버리는 건 아닌가 가끔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다. 산을 타고 온 사람들은 자리를 떠날 때까지 쉴 새 없이 떠들기 때문에 괴로울 만큼 시끄럽고 그것은 모두 택기의 탕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택기는 자주 지치고 늘어진다. 늘어진 택기는 수양의 집에서 잠을 잔다. 택기의 탕집과 택기와 기주가 사는 집은 아주 가까이 붙어 있는데도 택기는 가끔 수양의 집에서 자겠다고 성가시게 굴고 징징거리다 결국 그렇게 했다. 수양은 이제 칼 가는 시범을 보일 필요가 없지만 습관처럼 칼 가는 연습을 하고 트램펄린을 탔다. 그만 타. 왜. 나 머리가 아파. 이것만큼 긴장되는 게 없다고. 수양이 칼을 갈고 있으면 택기가 조용히 옆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허공에다 수양과 같은 동작으로 칼을 갈아 보고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다. 요리하는 택기는 두건을 쓰는 데다 표정도 굳어 있으니 어느 폭력배의 막내쯤으로 보이는데, 이럴 때는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니 정말 바보 같았다. 그러다가 너무 집중하면 택기의 작은 입술이 동그랗게 벌어지고 침이 떨어진다. 수양은 그때마다 택기의 목에 하얀 수건을 매 주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도 침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수건을 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택기는 칼 가는 시늉을 한참 하고 나서 미끄러지듯 바닥에 드러눕는다. 택기야 내일은 몇 마리나 잡냐. 아마 스물세 마리. 그렇구나 바쁘겠다. 택기와 수양은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가까이 붙어 잔 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수양은 아무래도 칼 있는 집에서 하는 건 좀 그렇지, 하고 택기에게 말을 걸고 택기는 나도 방금 개새끼들 잡고 와서 좀, 이라고 대답한 뒤 눈을 감았다. 기주 말로는 자기 몸은 왼쪽이 더 무겁대. 걔는 원래 헛소리를 잘해. 나 어제 페도라를 봤어. 어디서 파는데. 아니 페도라 쓴 사람 봤다고. 어디서 봤는데. 산에서. 산에서 그런 걸 왜 쓰고 있어. 내가 박 순경을 불렀어. 박 순경은 왜. 데려가 줄 것 같아서 불렀어, 진짜 데려가더라. 택기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토끼를 잡아야 하고 수양은 흔들흔들 걷는 산책을 해야 하므로 그때쯤이면 수양이 이제 자자, 하고 그들은 잠을 잤다. 그런데 그날따라 택기가 수양의 팔뚝에 얼굴을 비벼 댔고 수양은 그것이 아주 뜨겁게 느껴졌기 때문에 택기의 얼굴이 언제부터 뜨거웠는지 궁금해졌다. 택기야 너는 왜 요리를 잘하냐. 사실 택기는 요리를 썩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탕집은 택기의 고모가 소유하던 것이었는데, 그녀는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들기 전 택기와 기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붙잡고 볼 키스를 해 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 당시의 택기는 이미 어른이었고 그런 일이 시들했지만 어린 기주는 그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모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생활력이 강했으나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으므로 종일 동물을 관리하고 탕을 끓이는 일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이제는 정말 견딜 수 없겠다고 느낄 때마다 탕집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고모는 하루하루 침실 방문을 잠그고 우는 일을 반복했으며 아주 먼 곳에 사는 친구와 긴 통화를 이어 가다 결국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데, 수양은 도대체 그 고모가 어디로 떠났다는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말이 되냐. 말이 안 될 건 뭐지 나는 거짓말을 안 하는데. 택기가 말했다. 택기와 기주는 그녀가 아주 먼 곳에 있다던 친구를 찾아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고모로부터 딱 한 번 받은 엽서에는 그런 소식이 적혀 있지 않았고 감기는 걸리지 않았니 하는 식의 시답잖은 안부와 함께 탕을 맛있게 끓이는 조리법이 정갈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뒤에 고모는 택기 앞으로 분홍색 방수 앞치마가 담긴 택배를 보냈다. 멀리 있는 곳에서 모텔 장사를 시작했으며 경치가 좋다는 내용의 쪽지를 함께 남기곤 연락이 닿지 않았으므로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밤마다 전화를 걸었던 누군가가 정말로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고모가 보낸 엽서 앞면에는 어떤 지역의 문화재 사진이 크게 붙어 있었는데 기주는 택기 몰래 그곳으로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렸다가 들킨 적이 있다. 어쨌든 택기는 돈 때문에 요리사가 되었고 자꾸자꾸 토끼를 잡고 자꾸자꾸 탕을 끓이다 보면 다 잘하게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실망이야. 대대로 내려오는 명장 집안인 줄 알았는데. 택기는 이제 내가 명장이 되겠어 하고 속삭였다. * 수양은 아침 식사로 매운 컵라면을 먹은 뒤 집을 나섰다. 그날따라 날이 무척 더웠다. 이상하게도 수양은 배가 아주 헛헛한 기분이었고 뜨겁기도 해서, 어쩐지 저녁이 되면 배가 몹시 고파지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원한 게 먹고 싶다 차갑고 시원한 게, 하며 걸었다. 탕집 앞에서는 하나둘하나둘 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대신 몸을 꼭 죄는 회색 양복을 입은 페도라가 서 있었다. 그는 양손을 주먹 쥔 채 정면을 바라보았다. 산 타는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바둑판처럼 깔끔한 간격을 유지하며 페도라를 마주 보았다. 그 속에서 러닝셔츠를 입은 기주의 뒷모습이 함께 보였다. 바닥에 놓인 시디플레이어에서 노래 전주가 흐르자 수양은 트로트잖아, 했고 가장 뒤에 서 있던 짧은 파마머리 여자가 뒤돌아 이건 샹송이야 아가씨, 하고 단호하게 속삭인 뒤 고개를 돌렸다. 페도라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오른손을 올려 가슴 부근을 꼭 쥐더니 툭 하고 가볍게 무릎을 꺾어 쓰러지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가 똑같은 모션을 했다. 왼쪽 가슴 위로 손을 얹고 살며시 주먹을 쥔 뒤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바짝 서 있던 잔디가 푹푹 꺼지는 소리가 얕게 들렸다. 움직임 없이 서 있는 것은 수양과 탕집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던 택기뿐이었다. 페도라는 곧바로 일어나 정자세를 취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유연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런 일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반복되었고 사람들은 산을 타기 위해 흩어졌으며 페도라는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잰걸음으로 멀어졌다. 수양은 그날 밤에 페도라를 다시 만났다. 그는 기주와 함께 접이식 침대에 앉아서 사육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페도라는 페도라를 쓰지 않은 채였고 품이 큰 티셔츠와 반바지에 납작한 가죽 슬리퍼를 신었다. 얼굴 끝이 뾰족한 데다 길쭉하고 마른 몸을 가지고 있어서 물 위에서 흔들리는 수생식물 같은 모습이었다. 침대 옆 의자에는 박 순경이 등을 둥그렇게 말고 앉아 기주의 스도쿠를 대신 채우고 있었다. 수양은 그 모습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저것이 진짜인가 생각했다. 날이 더웠으므로 휴게소에 들러 과일과 빙과류를 사 오던 길이었고 기주가 수양을 발견하고서 손을 흔들었기 때문에 그들 넷은 한자리에 모이게 되었다. 기주야 택기는 어디 있냐. 사육장에. 또 토끼 잡으러 갔냐. 그래야 내일 팔지. 그렇긴 하지. 수양은 고개를 아래위로 흔들었다. 페도라가 수양에게 수양씨 반갑습니다 하자 수양이 네 페도라씨, 하고 대답했다. 페도라씨와 박 순경님은 왜 여기에 있나요. 저는 지금 박 순경의 집에 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요. 그날부터요. 수양은 페도라의 어조에서 어느 해안지역을 떠올렸으나 구태여 말하지는 않았다. 기주는 수양에게 페도라가 극장에서 일했다고 일러 주었고 수양은 배우이시군요, 하며 페도라를 바라보았다. 페도라는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닌 것도 같다고 대답했다. 박 순경은 수양의 노란 장바구니에서 크림 맛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더니 수양의 칼로 참외를 깎아 탁자 위에 한 조각씩 올려 두었다. 모두 참외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박 순경은 시간 간격을 두고 참외 다섯 개를 깎아 냈는데, 넷은 그것을 모조리 해치웠다. 탁자 한쪽에 쌓인 참외 껍질이 아주 얇게 깎인 모양새여서 박 순경은 그런 일에 소질이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페도라는 수양이 페도라씨, 하고 부를 때마다 턱 끝을 당기며 조금씩 새는 웃음을 참았다. 한때 자신이 그런 별명으로 불렸다고 했다. 그래서 배우라고요 아니라고요. 극장은 극장인데 영화를 보여 주는 극장은 아니고요…. 카바레라고 더 많이 부르던데요…. 그러면 가수인가 보군요. 그것도 애매한 것이 나는 노래에도 소질이 있었지만 다른 것을 조금 더…. 페도라는 관광지에 있는 관광 카바레 출신으로, 밤무대 가수를 노렸으나 실력이 그만큼은 되지 못해서 코미디와 차력을 하다가 나중에는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댄서가 되었다. 그는 주로 샹송 가수의 뒤편에서 팔다리를 부드럽게 흔들며 흐느적거리는, 춤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런 춤을 추었다. 노래의 분위기에 맞춰 페도라를 쓰고 실크 셔츠를 입었으므로 전체적으로 잠들기 직전인 사람이 몽롱한 정신으로 침실이나 거실을 슥슥 걸어 대는 느낌이었다. 샹송이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것과는 별개로 카바레에서 잘 통하는 장르는 아니었으니 샹송을 부르던 여자 가수와 페도라가 무대에 올라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체로 에이급 무대가 시작되기 전에 잠깐 세워지거나 펑크 난 공연을 메우기 위해 급조하는 식이었다. 원형 무대를 둘러싸고 앉거나 서거나 춤추거나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이미 정신이 나간 상태여서 이런저런 욕을 하고 술이나 음식 던지기를 좋아했으며 샹송 가수와 페도라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짧은 공연을 마치면 유령처럼 사라지던 샹송 가수와 페도라가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게 된 것은 어느 날 페도라가 춤을 추다 크게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춤에는 정교함이나 정신 집중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그는 늘 언제쯤 이따위 춤을 그만두게 될 것인가 골몰하며 춤을 추었다. 그 일은 다만 페도라의 정신이 다른 데 있었고 밑창이 닳아 본드 칠을 한 그의 구두가 미끄러운 무대 바닥을 견디지 못해 생긴 불상사였을 뿐이지만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페도라가 마치 허공에서 날아온 강렬한 펀치를 맞고 쓰러진 사연 있고 가련한 남자로 보였다. 그가 쓰러져 있는 동안 샹송 가수는 엉덩이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클라이맥스를 불렀다. 샹송 가수는 주로 앙리코 마시아스의 ‘추억의 솔렌자라’를 불렀는데 그것은 프랑스의 민요를 빌려 만들어진 노래였고 그날 샹송 가수가 부르던 노래 역시 그것이었다. 아무래도 민요라는 것이 공동체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것이라… 라고 페도라는 덧붙였다. 그 노래는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다. 프랑스인이 아니고서야 웬만한 사람들은 들어 보지도 못했을 곳이 솔렌자라였지만 어느새 솔렌자라는 모두에게 추억의 솔렌자라가 되어 있었다. 페도라가 쓰러지자 사람들이 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고 이내 샹송 가수의 목소리를 따라 흥얼거렸다. 무대 아래에서 뒷짐을 지고 서 있던 안내요원은 두 손을 입가로 모은 뒤 야 이 새끼야 계속해, 계속하라고. 멈추지 마!라고 외쳤다. 안내요원과 페도라는 가끔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그가 주춤거리며 일어서자 누군가 휘파람을 불었고 누군가는 소리를 질렀다. 그날부터 샹송 가수와 페도라는 ‘덜떨어진 듀오’로 불리며 완벽한 B급이 되었다. 페도라는 완벽한 B급이 된 이후로 춤을 그만두고 마임을 했다. 주된 특기는 역시 쓰러지거나 넘어지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화살 맞는 남자’를 가장 잘했다. 어떤 식으로 화살을 맞게 되는지는 매번 달라졌기 때문에 ‘덜떨어진 듀오’가 무대에 오르면 페도라는 먼저 무대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말했다. 오늘은 도망치다 화살을 맞는 소년입니다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 대신 화살을 맞는 남자입니다 하는 식이었다. 페도라는 관광 카바레의 유명 인사가 되어서 ‘덜떨어진 듀오’가 아닌 ‘페도라’로 불리기 시작했다. 카바레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미 페도라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어떤 이유로 화살을 맞는 콘셉트인지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페도라 역시 그 일을 자꾸만 반복하다 보니 정말로 자신이 화살을 수없이 맞아 본 가슴 아픈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감정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화살을 맞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일어나느냐였는데, 사람들은 원하는 것이 많았다. 화살을 맞고 쓰러진 뒤에 재빨리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자세였다. 그 외에도 아주 천천히 일어나거나 몸을 조금씩 굴려 일어나거나 하는 많은 방식이 있었다. 화살을 맞는 모습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는 일이 중요했다. 크고 동그란 무대를 둘러싼 사람들은 무대 앞 바리케이드에 달라붙어 페도라를 향해 다트를 던지는 듯한 가벼운 자세로 툭툭 한 손을 뻗거나 활시위를 당기는 척했고 그러면 페도라는 타이밍을 노려 바닥으로 주저앉아야 했다. 일어나! 일어나! 일어나! 사람들이 외치는 순간 알맞은 자세로 일어나는 것이 핵심이었다. 어느 틈에 관광 카바레 포스터에는 깊고 검은 페도라를 쓰고 하관만을 드러낸 페도라가 매력적으로 미소 짓는 측면 모습이 들어섰다.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는 ‘페도라는 무조건 일어난다’였다. 사람들이 ‘화살 맞는 남자’를 원한 것은 물론이고 페도라 역시 그런 일에 사로잡혔으므로, 그는 넉넉한 실크 셔츠 대신 흰색 쫄쫄이만을 입고 무대에 서게 되었다. 쫄쫄이는 페도라가 자세를 달리할 때마다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근육을 치밀하게 보여 주었다. 무대 조명 아래에서 길쭉하고 마른 페도라는 석고상처럼 보였다. 페도라는 그날 아침 택기의 탕집 앞에서 ‘화살 맞는 남자’를 시도할 때 입은 양복이 박 순경의 것이라고 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찾느라고 고생했습니다. 그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기주는 페도라를 향해 떼돈을 벌었냐고 물었다. 물론 그렇지요. 페도라가 답했다. 페도라가 점차 이름을 알리면서 샹송 가수는 잊히게 되었다. 그녀는 카바레에서 완전히 떠나기로 한 날 분장실로 페도라를 불러내었고 그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자다가 화살이나 맞아라…. 그는 그날의 분장실과 샹송 가수를 상기하며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끝내줬지요. 그는 잠시간 굉장한 화살을 맞은 기분을, 그것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화살이라는 기분을 온몸으로 느꼈고 ‘페도라’로 사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는 이제 밝은 낮부터 일하는 직업을 얻고 싶어졌으므로 골목길에 커피숍을 차렸는데, 그곳은 분명 커피숍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는 또 다른 카바레가 돼 버리고 말았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종종 무리 지어 커피숍에 들렀다. 그들은 테이블에 앉아 페도라가 내린 커피를 음미하고 얌전히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반복하다 어느새 에이프런을 두른 바리스타 페도라의 구역을 침범했고, 손수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커피값과 팁을 금고에 채워 넣기 시작했다. 장소는 달라졌으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페도라는 또다시 화살 맞는 남자가 되어서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중이었다. 카바레의 단골들은 매일 아침 일찍 경직된 얼굴로 찾아와서 페도라의 쇼를 관람한 뒤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돌아갔다. 커피숍을 접고 책 대여점과 노래 연습장을 차례로 열었지만, 그것은 아무 소용 없는 일이었다. 끝으로 번 돈을 모두 까먹은 페도라가 백화점 주차요원이 되었을 때는 그가 들고 있던 주홍색 경광봉마저 화살이 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그는 멀리 도망쳤고 그렇게 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들은 아주 캄캄한 시간까지 파라솔 아래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줄곧 무덥고 눅눅했다. 페도라의 이마에서 땀이 죽죽 흘러내려 턱 끝에 매달렸다. 기주는 비비탄총을 매만졌고 수양은 사육장 천장에 달린 노란 조명을 바라봤다. 박 순경이 수양씨 아직도 칼을 파신다고요, 하고 물었다. 정말 이상하시네 나한테 왜 자꾸 그러세요. 수양은 억울한 기분으로 되물었다. 저 사실 산을 잘 탑니다. 순경님이 산을 잘 타는데 나더러 어쩌라고요. 저도 린치족이었습니다. 뭐라고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박 순경은 코끝을 조금 긁적이다 또다시 수양의 장바구니를 뒤적였다. 이제는 깎아 먹을 참외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날씨가 참 덥네요 같은 말만 몇 번 더 했다. * 페도라는 매일 시디플레이어를 들고 나타났고 사람들은 새천년 체조를 하는 대신 화살 맞는 사람들이 되어 갔다. 쓰러졌다 일어나는 순간에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기 때문에 모두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숨 쉬었다. 방수 앞치마를 두른 택기도 종종 수양과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주로 산 타는 사람들 한복판에서 왼쪽 가슴을 그러쥐고 쓰러지는 기주를 구경했다. 택기야 기주가 제일 열심인 거 아냐. 쟤가 얼마나 땀이 없는데 저렇게 축축해지다니. 택기는 가만히 기주를 보다 사육장으로 걸어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시디플레이어의 노래는 한 시간가량 반복 재생되었으므로 사람들은 한 시간 동안 화살 맞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수양은 이른 오전마다 택기의 탕집 앞에 서서 기주와 페도라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그런 뒤에는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갔다. 페도라는 일이 끝난 후에 시디플레이어를 챙겨 신속하게 걸었다. 아무래도 박 순경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한 속도일 거라고 수양은 생각했다. 페도라의 ‘화살 맞는 남자’가 또다시 유명해지자 화살 맞는 사람이 되겠다는 이들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화살 맞는 산악 동호회’ 슬로건이 걸린 전세버스가 페도라를 찾아온 날에는 분반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먼저 맞는 조와 나중에 맞는 조로 나뉘었다. 그날의 페도라는 이전보다 땀을 많이 흘렸고 모든 일을 마친 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쪽으로 걸어가는 수양을 불러 세웠다. 수양씨, 칼을 파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다 알면서 왜 그러세요. 페도라가 입가를 우물우물 달싹였다. 나를 죽여 주십시오…. 수양은 그 순간 몹시 울고 싶어졌다. 나는 칼 파는 사람이지 칼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하고 말한 뒤 침을 삼켰다. 잘 알고 있습니다. 페도라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깊게 미소 지었다. 수양은 바로 그 미소가 한때 관광 카바레 포스터 속에 자리했던 그의 모습임을 알 수 있었다. 수양씨, 나는 이제 평생 이렇게 살게 되었습니다. 페도라는 느린 걸음으로 멀어졌다. 페도라의 속도가 아주 느렸기 때문에, 수양은 그의 크기가 도저히 작아지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다시 걸었고 ‘명산 앞 간이 휴게소’에 앉아 만두를 베어 먹다 다리를 덜덜 떠는 린치족과 눈이 마주쳤다. 이봐, 한가하면 우리랑 놀지 그래? 우리는 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나는 칼 파는 사람이다…. 어쩌라고! 크게 외친 린치족이 도망쳤다. 흐트러진 플라스틱 의자를 보던 수양은 애매한 기분이 되어서 린치족의 목소리를 되새겼다. * 페도라가 자취를 감춘 어느 아침에도 시디플레이어는 잔디밭 위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산 타는 사람들과 기주는 화살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착실히 열을 맞췄다. 기주가 시디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을 때 택기가 사육장 밖으로 뛰어나왔다. 수양은 사육장 바깥으로 몸을 내민 잿빛 토끼를 단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너는 그때 그 토끼구나. 너는 지금까지 계속 거기에 있었구나…. 잿빛 토끼 뒤로 몇 마리의 토끼들이 튀어나와 잔디밭 위에 선 사람들 사이를 헤집었다. 빠르고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오랫동안 화살 맞기를 훈련한 기주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발밑의 토끼를 피할 수 있었으므로, 끊임없이 화살을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 정면을 바라보는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고꾸라지다 분산되었다. 몇몇이 토끼를 잡기 위해 두 손을 죄며 바닥 가까이 몸을 숙였고 토끼는 매끄러운 몸짓으로 벗어났다. 택기가 기주의 비비탄총을 손에 들었지만 비비탄이 다 떨어져 틱틱 소리만 났다. 제법 많이 사라진 토끼 때문에 택기는 한동안 탕집 문을 닫았다. 박 순경은 꽤 오랜 시간 페도라를 찾다 ‘명산 앞 간이 휴게소’ CCTV에 찍힌 그의 마지막 흔적을 확인한 뒤 조용해졌다. 화면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기주야 너는 이제 화살을 맞지 않니. 나는 이제 다 해냈어. 화살 맞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찾아오다 발길을 끊었다. 페도라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에 대한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수양은 이제 페도라의 옆얼굴이나 자세, 목소리와 같은 것들을 묘연한 실루엣만으로 떠올렸다. 그러고는 택기와 잠을 자거나 트램펄린을 타거나 칼을 갈았다. 깰 생각 없이 느슨하고 풀어진 얼굴로 잠을 자는 기주의 뺨 위로, 수양은 그들이 아주 처음 만난 날처럼 손가락을 얹었다가 뗐다. 박 순경은 새로 마련한 자신의 과도로 참외를 깎았다. 그는 매일 누군가 내버려 둔 스도쿠를 채워 넣는 데 몰두했는데, 어떤 날에는 작은 탄성과 함께 저기에 토끼가, 하며 잔디밭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건 진짜 토끼야, 진짜다. 작게 속삭인 수양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나 방수 앞치마를 한쪽 어깨에 걸친 택기가 탕집 처마 아래에 서서 그곳을 바라보기만 했으므로 수양은 걸음을 멈추었다.
  • 가공식품 인상에 휘청이는 밥상물가

    가공식품 인상에 휘청이는 밥상물가

    정점을 지나나 싶었던 장바구니 물가 상승은 새해 벽두에도 이어졌다. 당장 콜라, 우유, 만두, 치즈,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 가격이 올랐는데 원자재값 상승세가 계속되는 데다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 인상까지 더해져 체감물가가 높아지면서 서민들 한숨이 커지고 있다. 이달 전기요금은 지난해 4분기 대비 9.5% 오른다. 4인 가구를 기준(평균 월 사용량 307kWh)으로 하면 월에 약 4022원이 오르는 꼴인데, 여기에 부가세와 전력기반기금까지 합치면 실제 월 청구액은 5만 2000원에서 5만 7000원으로 뛸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연초부터 시작된 밥상물가 고공행진이 내내 이어졌는데 올해도 이 기조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올라 외환위기 때인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가격이 오른 품목은 395개로 86.2%에 달했다. 물가품목 10개 중 9개가 오른 것으로,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됐다. 새해 첫날 해태제과식품은 편의점 만두 가격을 최대 10% 인상했고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음료도 캔 제품의 편의점가를 10% 이상 올렸다. 동원F&B는 참치캔 제품과 치즈 제품군 50여종에 대한 공급가를 인상했고 매일유업도 ‘바리스타룰스’ 등 커피 14종 제품 가격을 10~12.5% 올렸다. 오뚜기도 ‘자른당면’ 제품 가격을 20.5% 인상했다. 원유가격 상승에 따라 아이스크림과 두유 가격도 올랐다. 빙그레는 ‘투게더’,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 일부 아이스크림의 가격을 10~12% 올렸고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일부 두유 제품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식음료 업계는 원부자재값, 환율 인상 등을 이유로 최근 2년간 꾸준히 제품 가격을 올려 왔다. 최근 국제 유가나 환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에너지 요금이나 인건비, 물류비 오름세가 계속되는 한 연쇄적인 가격 상승 추세는 막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설을 앞두고 신선 식품 가격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최근의 안정세는 공급은 늘었는데 고물가 고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줄어든, 이른바 미스매치에 따른 것으로 이상 기후와 질병을 비롯해 사료값, 인건비 오름세 등 가격 상승 요인은 여전히 산재해 있다는 것이다.
  • 시급 9160원으로 한 해 보낸 정씨 “차비 없어 부모님 생일 못 챙겨”

    시급 9160원으로 한 해 보낸 정씨 “차비 없어 부모님 생일 못 챙겨”

    또 한 해를 살아냈다. ‘살아냈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은가 말이다. 지구촌 모든 이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신생아들은 태어나자마자 포성을 들어야 했다. 힘든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진 2022년이었다. 영국 BBC가 ‘최저임금을 받는 여성들이 올해 포기한 것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28일(현지시간) 실었다. 다섯 나라의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한 명씩을 꼽아 임금 수준, 가장 마지막 임금 인상 수준, 그 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비교하며 그가 포기한 것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대륙별로 안배한 것 같다. 아시아에서는 서울에 사는 정모(29) 씨가 선정됐다. 15만원이 없어 부모의 생일 날에 부모 집에 다녀오는 일을 포기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줬다. 정씨는 한 슈퍼마켓에서 일한다고 했다. 버스와 철도를 이용해 부모 집에 다녀오려면 15만원이 든다고 했는데, 사실 몇년 전에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고 했다. “부모님 생일에는 그들과 지내고 싶은데 이제 그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의 재정 상황이 나빠진 것은 장바구니 물가가 올라서만이 아니다. 전세 보증금을 대출받아 냈는데 금리가 올라 달마다 이자 액수가 불어난 탓이었다. 시급 9160원을 받는데 지난 1월 5%가 올랐고, 새달에 또 5%만 오를 예정이다. 지난달 연간 물가상승률이 5%로 잡혔으니 실질 임금 인상은 한 푼도 되지 않는 셈이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 일한다. 예전에는 부모님께 용돈도 조금 드리곤 했는데 올해는 그날그날 공과금 내려고 저축한 돈마저 써버렸다. 나중에 비상시나 부모님 공양하려고 모아둔 돈이었다.” 정부는 내년에 최저임금을 5% 인상하는데 물가는 더 급격히 올랐다. 정씨의 희망이다. “정부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가난한 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의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어떨까? 인도 북동부 오디샤주에서 미숙련 농업 노동자로 일하는 파르바니 츠후라는 일당 333루피(약 5200원) 밖에 안 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사는 주사라 바첼로는 월급 1212 레알(28만원)로 살아간다. 나이지리아 교사 레베카 옥본나는 월급 3만 나이라(8만 8620원)로 연명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청소 노동자 제시카 라콤은 시급 9.5파운드(1만 4800원)를 받고 살아간다.
  • 일상 속까지 녹아든 ‘노란 장바구니’… 영상·전시·판매 등으로 가치 알린다

    일상 속까지 녹아든 ‘노란 장바구니’… 영상·전시·판매 등으로 가치 알린다

    이마트가 ‘우리 모두의 든든한 빽’이란 모토로 연말 캠페인을 펼친다. 이른바 ‘국민백’으로 사랑받고 있는 이마트의 대여용 장바구니를 매개체로 활용해 총 세 가지 캠페인을 진행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마트 장바구니에 대한 추억을 따뜻하게 담아낸 ‘브랜드 필름’, 장바구니를 활용한 굿즈를 선보이는 ‘빽업 스토어’ 등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연말을 맞아 많은 소비자가 따뜻하고 가족적인 에피소드들에 공감하면서 훈훈하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 9일 유튜브 및 SNS 채널 등을 통해 ‘우리 모두의 든든한 빽, 이마트’라는 제목의 브랜드 필름 영상을 선보였다. 영상은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모두의 가치’에 집중했다. 해당 영상에는 우리 삶 속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마트의 노란색 대여용 장바구니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모습들이 소개된다. 20대 여성부터 중년 남성,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마트 장바구니를 어떻게 마주하고 사용하는지 보여준다. 이마트 장바구니를 수영장 가방 삼아 실내 수영장에서 아쿼로빅을 즐기는 60대 여성, 새벽에 일하는 아내를 위해 이마트 장바구니에 간식을 담아 전달하는 40대 남성 등이 영상을 통해 그려진다. 이마트는 해당 영상 속 장바구니라는 매개체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마트 장바구니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떤 역할들을 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또한 우리 모두의 든든한 빽이란 슬로건과 함께 노란 장바구니로 대표되는 이마트가 소비자들에게 일상에서 든든한 빽이 돼주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울러 이마트는 왕십리점에 팝업 스토어 개념의 ‘빽업 스토어’도 함께 공개했다. 이는 이마트 장바구니를 대형화한 듯한 모습의 팝업 스토어로, 이마트 장바구니 관련 사진 전시, 이마트 장바구니로 만든 굿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우리 모두의 든든한 빽 사진 전시’ 코너에서는 일상 곳곳에 활용되는 이마트 장바구니의 사진 전시를 통해 이마트가 유통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임을 시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사진은 실제 고객들이 촬영한 사진들을 공모해 선정했으며, 캠페인 영상도 전시관에 함께 상영한다. 장바구니 반납을 독려하기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바구니를 반납하는 고객들에게 새 장바구니와 굿즈를 제공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장바구니 굿즈는 매일 선착순 370명 한정으로, 장바구니 디자인을 활용한 앞치마 또는 런더리백을 준다. 또한 반납된 장바구니 환급금은 지구를 위한 친환경 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빽업스토어 한편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이마트의 한 해 소비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표현, 올해 소비 트렌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부스도 마련했다. 또한 이마트 성수점 입구에는 높이 3m에 달하는 초대형 장바구니 모형을 설치해 인증샷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SNS에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사진을 업로드 시 앞치마와 런드리백을 경품으로 주는 행사도 한다. 이마트 최훈학 마케팅 담당은 “연말을 맞아 고객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장바구니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 군입대하자 전 여친이 “다시 사귀자” 애원…러 입대 독려 영상

    군입대하자 전 여친이 “다시 사귀자” 애원…러 입대 독려 영상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입대를 독려하는 선전 작업을 새롭게 시작했다고 CNN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소셜미디어 등에는 현지 남성들의 애국심이나 경제력 상승 욕구 등을 자극하는 입대 홍보 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병이나 계약직 등으로 참전하면 매일 보드카나 마시는 지겨운 일상을 벗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올라온 동영상 중 하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러 다니던 청년이 갑자기 참전을 결심하는 내용이다. 그는 이후 군에서 받은 돈으로 새 차를 뽑아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15일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군인의 전 여자친구가 입대를 하게 된 그의 용기에 새삼 감동해 다시 만나자고 애원한다.최근 올라온 다른 영상에선 깔끔하게 차려입은 러시아 남성이 고급 승용차에 짐을 싣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디 가느냐는 물음에 이 남성은 “조지아로 영영 떠날 것”이라고 답한다. 이때 옆을 지나던 여성이 장바구니를 실수로 떨어뜨려 물건이 바닥에 쏟아졌는데도 이 남성은 이를 모른 체하며 떠나버린다. 그러나 근처에 있던 다른 청년이 재빨리 달려와 도움을 준다. 이를 지켜보던 누군가 “꼬마는 떠났지만 사나이는 남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이는 지난 9월 부분동원령 이후 강제징집을 피해 조지아로 피신한 일부 러시아 남성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 영상들은 보드카나 마시는 암울한 일상과 가난,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로 전쟁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러시아군은 보급품과 장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CNN은 꼬집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월 징집병들의 어머니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드카나 마시다 죽는 것보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낫다”고 말한 바 있다.러시아가 최근 이러한 입대 독려 작업을 다시 시작한 것은 고질적인 병력 부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 9월 부분동원령으로 예비군 30만명을 징집했고, 11월에는 필요한 병력을 모두 선발했다면서 소집 통지서 송달 등 관련 작업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추가 동원령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추가 동원령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동원령으로 30만명이 소집됐고, 15만명은 우크라이나에 배치됐다. 이들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전투 부대에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중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러시아 군인의 수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 [사설] 당장 힘들더라도 미래 위해 3대 개혁 속도 높여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는 150분간 TV 생중계로 국민에 공개됐다. 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생중계된 것은 지난 10월 27일 제11차 비상민생경제회의에 이어 두 번째다. 두 달도 채 안 돼 이런 자리가 또 마련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주요 정책의 속도를 내겠다는 강력한 정부 의지가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초 장관들한테 업무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될 회의가 윤 대통령의 제안으로 국민 패널 100명과 함께하는 자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회의에서는 장바구니 물가부터 부동산, 국가균형발전, 노동·교육·연금 개혁까지 최근 다양한 국정 현안들이 질의응답 방식으로 논의됐다. 특히 최근 정부가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노동·교육ㆍ연금 등 3대 개혁 정책에 대한 비전이 자세히 소개됐다. 윤 대통령은 “3대 개혁은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선택 아닌 필수”라면서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1970년대 만들어진 우리 노동시장의 법제도가 혁신을 가로막는다”면서 “이런 제도가 청년 취업을 막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법 사각지대로 내몬다”고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근로시간을 업장 사정에 맞춰 유연하게 조정하되 노동자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관련 법을 내년 상반기 입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교육개혁에선 획일적 평등 이념을 벗어나 기초학력을 키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교원 양성기관을 혁신하고 유보통합을 완수하겠다는 로드맵도 나왔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공적연금 개혁의 시급성도 강조됐다. 재정건전성과 세대 간 공정성이 확보된 연금개혁안을 내년 10월까지 내놓겠다고도 했다. 예정 시간을 50분이나 넘겨 150여분간 진행된 회의는 3대 개혁안을 설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할 만했다. 그만큼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결연함을 말해 준다. 역대 정부들도 모두 필요성을 인식하고도 실패한 개혁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특단의 의지를 국민은 충분히 읽었을 것이다. 기득권의 강력한 저항에다 거대 야당의 완력에 가로막히는 현실에서는 결코 쉬울 수 없는 국가적 난제들이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개혁은 인기 없는 일”이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국가적 사업들이다. 정부가 할 일은 좌고우면 말고 약속한 청사진대로 개혁을 실행하는 것뿐이다.
  • [길섶에서] 사과의 추억/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사과의 추억/박현갑 논설위원

    요즘 간식으로 사과를 즐겨 먹는다.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과즙이 입안 가득 퍼진다. 과당이 많아 자제해야 하는데 빨간 옷을 입은 녀석의 유혹을 뿌리치는 게 쉽지 않다. ‘어머니 사과’가 생각난다. 어머니의 장바구니엔 종종 사과가 들어 있었다. 아삭아삭 먹는 재미에 생선 바르듯 씨만 남긴 채 다 먹었다. 흠집 있고 쭈글쭈글한 볼품없는 녀석도 속맛은 일품이다. 껍질째 먹기도 했는데 퍼석퍼석한 과육 때문에 입맛을 버릴 때도 있지만 ‘달콤한 추억’ 하면 늘 사과가 떠오른다. ‘뉴턴의 사과’나 성경 속 ‘이브의 사과’도 있다. 인간이 얻은 지식, 죄와 유혹을 상징하며 세상을 바꾼 사과들이다. 하지만 맛을 말하기엔 거북스럽다. 차라리 ‘스피노자의 사과’가 침샘을 돌게 한다. 내일 죽더라도 묵묵히 내 길을 걷겠다는 멋진 자기 선언 아닌가. 마음속으로나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 보련다. 첫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리는 그날까지 정성을 쏟는다면 치유와 행복의 시간이 될 게다. 사과나무야, 잘 자라렴.
  • 데코뷰 “블프 반응 터졌다…공식몰·쇼룸서도 최대 70% 할인행사”

    데코뷰 “블프 반응 터졌다…공식몰·쇼룸서도 최대 70% 할인행사”

    데코뷰는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28일 밝혔다. 데코뷰는 ‘일상을 스타일링하다’라는 모토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블랙프라이데이에 고객들이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준 덕분에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에 보답하기 위해 특별히 ‘블랙프라이데이 앵콜 기획전’을 추가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번 앵콜 기획전은 28일부터 30일까지 총 3일 동안 데코뷰 공식몰에서 진행된다. 총 200개 이상의 상품을 선정해 기존 블랙프라이데이와 동일한 행사가로 판매하며,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공식몰에서의 판매량, 클릭수, 장바구니 담기 수가 높은 상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상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다. 데코뷰 쇼룸에서는 기존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가 30일까지 진행돼 전 품목 최대 70%까지 할인이 적용된다. 데코뷰 관계자는 “쇼룸 할인도 눈여겨본다면 지난주에 득템하지 못한 고객에게 반가운 쇼핑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겨울바다 향과 맛이 입안 가득[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겨울바다 향과 맛이 입안 가득[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얼마 전 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지인이 미국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굴 요리에 불만을 가득 드러냈다. 특별한 요리법도 아닌 생굴에 레몬즙을 곁들인 굴 요리 몇 개를 먹고 받은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 레스토랑의 잘못이 아니라 한국 11월의 굴을 두고 미국에서 굴 요리를 먹은 지인의 잘못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동양에서는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않는다’ 했고 서양에서는 알파벳 ‘R’이 들어가지 않은 달인 5~8월에는 굴을 먹지 않는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굴에 독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오는 굴은 겨울철이 되면 그 맛과 향이 절정에 달한다. 그뿐만 아니라 값도 착해 굴을 접시에 가득 담아 놓고 마음껏 먹게 된다. 유럽이나 북미 등은 한국과 달리 갯벌이 거의 없어 양식이 어렵고, 잘 잡히지 않기에 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굴은 비싼 레스토랑에서 먹는 최고급 요리로 여겨진다. 굴은 맛도 좋지만 영양가도 매우 높은 식품이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이 적고 칼슘이 풍부하며 굴에 함유된 아연은 성장 호르몬을 활성화시키고 스테미나 증진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를 비롯해 나폴레옹, 비스마르크 등 세계를 정복했던 많은 남성들과 고대 로마 황제들도 굴을 극성스럽게 챙겨 먹었다는 야담이 차고 넘치게 전해지는 것도 굴의 효능과 무관하지 않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굴을 좋아하지만 우리 밥상에서처럼 다양한 굴 요리법은 없을 것이다. 굴찜, 생굴회, 굴무침, 굴전, 굴튀김, 굴보쌈, 굴국, 굴떡국, 굴죽, 굴국밥, 굴밥이라는 기본 굴 요리 카테고리에 더해지는 재료에 따라, 곁들이는 양념에 따라 굴의 맛도 무한히 변신한다. 바다 향기 가득한 날것 그대로 또는 익혀서 감칠맛이 나게 하는 수많은 요리법들이 준비돼 있으니 싱싱한 굴만 장바구니에 담아 오면 된다. 오늘의 집밥은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굴밥이다. 굴은 오래 익히면 향이 사라지고 질겨질 수 있다. 밥이 뜸 들기 시작할 때 넣어야 굴이 부드러워지고 밥에 굴향이 가득 담기게 된다. 가끔 겨울철이 너무 따뜻해 굴이 폐사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는데 올해 겨울은 이상고온 없이 겨울다워서 싱싱한 굴을 맛있게 먹기를 기대해 본다.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재료: 굴 200g, 쌀 2컵, 무(5㎝ 길이) 1토막, 참기름 약간, 양념장(송송 썬 실파 2큰술, 간장 2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깨소금 2작은술) ●만드는 방법 1. 쌀은 씻어서 20분 정도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무는 일정한 두께로 썰고 굴은 옅은 소금물에 두 번 정도 흔들어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돌솥이나 두꺼운 냄비에 쌀과 무를 넣고 물 2컵을 부어 뚜껑을 덮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중간 불로 줄여서 5분 정도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인 상태에서 굴을 넣고 5분 정도 뜸을 들여 골고루 섞는다. 4.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어 곁들인다. ●레시피 한 줄 팁: 굴은 우윳빛을 띠며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르고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굴 껍질과 불순물을 제거한 후 물기를 빼고 밥을 짓는다.
  • 中 베이징 봉쇄 앞둔 아파트 긴급 탈출… 사재기 북새통

    中 베이징 봉쇄 앞둔 아파트 긴급 탈출… 사재기 북새통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1622명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확인된 지난 23일, 확진자들이 속출한 차오양(朝陽)구 내 중산층 거주지 왕징(望京)의 슈퍼마켓은 밤 9시에도 육류와 야채, 신선식품을 쓸어 담으려는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당근, 감자, 파 등이 순식간에 바닥났다. 다른 제품도 매장 직원이 매대에 채워 놓기 무섭게 누군가의 장바구니로 실려 나갔다. 갑자기 사람이 몰려 카트가 동나자 일부 주민은 집에서 대형 유모차를 가져와 음식을 담았다. ●“왕징 인근 아파트 단지 대거 봉쇄” 슈퍼마켓에서 만난 이모(46)씨는 “저녁 7시부터 인근 샤오취(小區·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봉쇄됐다. 내가 사는 동네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대비하는 것”이라며 “카타르월드컵을 보니 세계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축구를 즐겨 놀랐다. 중국만 언제까지 이러고 살자는 것이냐”고 분노를 터뜨렸다.●“언제까지 중국만 이러고 살 거냐” 중국 지도부가 ‘코로나19 최후의 방역 보루’로 여기는 베이징이 뚫렸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차오양구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자 당국은 23일 오후부터 감염 확산 지역 주민들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틀어막았다. 자신의 아파트가 1~2시간 뒤 봉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 일부는 차에 짐을 싣고 가족들과 서둘러 탈출했다. 갈 곳이 없더라도 ‘기약 없이 집 안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왕징에서 만난 장모(43·여)씨는 “요즘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자주 공유되는 내용”이라며 라오바이싱(老百姓·민중)의 여론을 보여 줬다. “(중국 당국은) 효율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지방 정부들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서로 인정해 주지 않는 상태에서 중증 치료를 위한 의료 체계도 갖추지 못한 채 대부분의 인력을 핵산 검사에 쏟아붓는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4월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시는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도시 전체를 두 달 가까이 봉쇄했다. 앞으로 베이징에서 1000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 머지않아 상하이처럼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철통 같은 ‘제로 코로나’ 기조도 바이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신규 감염 2만 9754명 사상 최고치 현재 중국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24일 중국 방역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본토 신규 감염자는 2만 9754명으로 상하이 봉쇄 때인 올해 4월 13일 최고치(2만 8973명)를 돌파했다. 둥베이 지역 최대 도시인 랴오닝성 선양은 이날부터 닷새 동안 도심 9개 구(區)에서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 실내 밀집시설 폐쇄 등 ‘봉쇄형 방역’에 들어갔다.
  • 中 ‘최후의 보루’ 뚫렸다..베이징, 봉쇄 공포에 사재기 봇물

    中 ‘최후의 보루’ 뚫렸다..베이징, 봉쇄 공포에 사재기 봇물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1622명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확인된 23일. 확진자들이 속출한 차오양(朝陽)구 내 중산층 거주지 왕징(望京)의 슈퍼마켓은 밤 9시에도 육류와 야채, 신선식품을 쓸어 담으려는 주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중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당근, 감자, 파 등이 순식간에 바닥났다. 다른 제품도 매장 직원이 매대에 채워놓기 무섭게 누군가의 장바구니로 실려 나갔다. 갑자기 사람이 몰려 카트가 동나자 일부 주민은 집에서 대형 유모차를 가져와 음식을 담았다. 슈퍼마켓에서 만난 이모(46)씨는 “저녁 7시부터 인근 샤오취(小區·아파트 단지)들이 대거 봉쇄됐다. 내가 사는 동네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아서 대비하는 것”이라며 “카타르 월드컵을 보니 세계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축구를 즐겨 놀랐다. 중국만 언제까지 이러고 살자는 것이냐”고 역정을 냈다. 중국 지도부가 ‘최후의 방역 보루’로 여기는 베이징이 뚫렸다. 외국인이 모여 사는 차오양구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퍼지자 당국은 23일 오후부터 감염 확산 지역 주민들을 거주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틀어 막았다. 자신의 샤오취가 1~2시간 뒤 봉쇄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차에 짐을 싣고 가족들과 서둘러 탈출했다. 갈 곳이 있든 없든 ‘기약없이 집 안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왕징에서 만난 장모(43·여)씨는 “요즘 웨이신(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자주 공유되는 내용”이라며 라오바이싱(老百姓·민중)의 여론을 보여줬다. “(중국 당국은) 효율적인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고 (지방 정부들이)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를 서로 인정해주지 않는 상태에서 중증 치료를 위한 의료 체계도 갖추지 못한 채 대부분의 인력을 핵산 검사에 쏟아 붓는다”는 내용이었다.올해 4월 인구 2500만명의 상하이시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도시 전체를 두 달 가까이 봉쇄했다. 지금 차오양구 상황은 봉쇄 직전 상하이와 비슷하다. 앞으로 베이징에서 1000명 넘게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면 머지 않아 전면 봉쇄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철통 같은 ‘제로 코로나’ 기조도 바이러스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현재 중국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24일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본토 신규 감염자는 2만 9754명으로 상하이 봉쇄 때인 올해 4월 13일 최고치(2만 8973명)을 돌파했다. 둥베이 지역 최대 도시인 랴오닝성 선양은 이날부터 닷새 동안 도심 9개 구(區)에서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 실내 밀집시설 폐쇄 등 ‘봉쇄형 방역’에 들어갔다.
  • [2030 세대] 파머스 캐리/김도은 IT 종사자

    [2030 세대] 파머스 캐리/김도은 IT 종사자

    ‘결혼’과 ‘연애’를 ‘해야 할 일’에서 지우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범주에 넣으면서 많은 것들이 해방되고 동시에 ‘혼자 해내야 하는 일’의 목록이 늘었다. 우선 여성과 남성의 역할로 나뉘었던 잡일들을 모두 혼자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했다. 크게 거창한 것은 아니고, 마트에서 한가득 장을 보고 나와 짐을 실어 나르는 것이라든지, 매립된 천장 조명의 전구를 교체하는 것과 같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남성에게 부여한 그런 일들 말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됐을 때에도 나는 혼자일 텐데 무엇이든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미래를 위한 연금저축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듯한 위기감이 느껴졌다. 세면대 물이 새거나 벽을 뜯어 전기를 살펴봐야 할 때 든든한 인터넷 해결사인 블로그나 영상들이 해결법을 알려 주기도 할 테고, 그래도 문제가 있다면 자본주의가 나를 구원하시며, 전문가를 부르면 될 일이다. 그러나 정말 매번 그럴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무거운 것 나르기. 일주일치 장만 보고 오더라도 양손 가득 무거운 것을 들고 와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집에서 크고 작은 집안일을 할 때에도 손에 물 묻히는 것만큼이나 힘쓰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정일만 하심에도 불구하고 힘을 번쩍번쩍 쓰시는 것은 하루이틀의 노하우로 쌓인 일이 아니기에 나도 훈련을 해 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빨리 힘깨나 쓰는 운동을 좀 해 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몇 해 전부터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헬스장이나 다른 운동이 아니라 크로스핏을 선택한 이유는 정말로 힘이 세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크로스핏에서 하는 운동 중 ‘파머스 캐리’라는 동작이 있다. ‘농부의 나르기’라는 의미로 양손에 무거운 덤벨이나 케틀벨을 들고 운동장을 오가기만 하는 운동이다. 이 단순한 동작을 보고 바로 이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무거운 장바구니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마트 주차장을 가로지르는 나의 모습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16㎏의 케틀벨을 양손에 들고 운동하는 동안, 내려놓고 쉬고 싶은 순간이 몇 번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이 무거운 것을 옮기는 것은 앞으로도 홀로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견뎌 냈다. 덕분에 그날만은 괜찮은 기록으로 기분 좋게 운동을 마칠 수 있었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의 삶의 무게는 해를 거듭할수록 무거워질 것이고 반대로 신체는 나약해질 것이다. 무거운 것을 든다는 것,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어떠한 연금 상품보다 가치 있는 ‘가능성’이라는 이자를 보장하는 기회가 돼 줄 것만 같다. 그렇기에 오늘도 그 무거운 것들을 한번 들어 보려고 한다.
  • 국민 96% “한국경제 위기… 저출산·고령화 대응 가장 시급”

    국민 96% “한국경제 위기… 저출산·고령화 대응 가장 시급”

    일반 국민의 96.3%, 경제 전문가의 97%는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서울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이달 초 20대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경제 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로 일반 국민 38.2%, 경제 전문가 37%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적극 대응을 1위에 꼽았다. 2위로 국민 36.9%는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을 꼽은 반면, 전문가 32.6%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을 들었다.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뤄 낸 경제·사회적 성과에 대해 국민의 72.8%, 전문가의 94.3%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국민(44.1%)과 전문가(68.4%) 모두 정부의 교육 확대 정책과 국민의 교육열을 들었다. 경제·사회적 발전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으로는 국민은 부정부패(57.7%), 전문가는 빈부 격차 확대(40.5%)를 가장 많이 꼽았다. 5년 후 한국의 위치에 대해 국민의 37.7%는 ‘보통일 것’을 택한 반면, 전문가는 56.5%가 ‘우수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래 한국이 가져야 할 중요 비전과 가치로 국민은 청렴성 제고, 소통 강화 등을 통한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45.6%), 복지 정책 강화 등 국민의 안정적 삶 보장(43%),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39.7%) 등을 많이 꼽았다. 이에 비해 전문가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55.3%),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37.8%), 성공적 디지털 전환·과학기술의 경쟁력 제고(37.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저출산·고령화, 고금리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됐다”며 “장바구니·생활물가 안정 대책 등 민생 경제 안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국민 96% “한국경제 위기”… 국민·전문가 “저출산·고령화 대응 시급”

    국민 96% “한국경제 위기”… 국민·전문가 “저출산·고령화 대응 시급”

    일반 국민의 96.3%, 경제 전문가의 97%는 한국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 홍릉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주최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간담회에서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는 이달 초 20대 이상 일반 국민 1000명과 경제 전문가 4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과제로 일반 국민 38.2%, 경제 전문가 37%가 저출산·고령화 문제 적극 대응을 1위로 꼽았다. 2위로 국민 36.9%는 진영논리를 벗어난 상생 정치의 실현을 꼽은 반면, 전문가 32.6%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개혁을 들었다. 지난 60년간 한국이 이뤄낸 경제·사회적 성과에 대해 국민의 72.8%, 전문가의 94.3%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사회적 성과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국민(44.1%), 전문가(68.4%) 모두 정부의 교육 확대 정책과 국민의 교육열을 들었다. 경제·사회적 발전 과정에서 미흡했던 점으로는 국민 57.7%가 부정부패, 전문가 40.5%가 빈부격차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5년 후 한국의 위치에 대해서 국민이 가장 많이 답한 답은 37.7%의 ‘보통이다’인 반면, 전문가는 56.5%의 ‘우수할 것이다’이었다. 미래 한국이 가져야 할 중요 비전과 가치로 국민은 청렴성 제고, 소통 강화 등을 통한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45.6%), 복지정책 강화 등 국민의 안정적 삶 보장(43%),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39.7%) 등을 많이 꼽았다. 이에 비해 전문가는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보장(55.3%), 신뢰 회복 및 사회 통합(37.8%), 성공적 디지털 전환·과학기술의 경쟁력 제고(37.3%) 등의 순으로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술패권 경쟁의 심화, 탄소중립, 저출산·고령화·과도한 규제 등에 더해 고물가·고금리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복합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장바구니·생활물가 안정 대책 등 민생 경제 안정을 추진하겠다”며 “과감한 규제 혁파, 기업과세체계 정비 등을 통한 민간 중심의 경제 운용 등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한 체질 개선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5월쯤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한국 경제의 지난 60년의 성과와 과제를 분석하고 한국이 나아갈 비전과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1962년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60주년을 기념해 한국 경제의 성과의 한계를 되돌아보고 현재 당면한 위기 극복에 대한 혜안을 모으고자 기재부·재경회·예우회·KDI가 주최했다.
  • 인플레이션으로 국민 고통 극심한데, 월드컵 우승이 먼저? [여기는 남미]

    인플레이션으로 국민 고통 극심한데, 월드컵 우승이 먼저? [여기는 남미]

    심각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 신임 장관이 월드컵 실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문제의 장관은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섰지만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라켈 올모스 아르헨티나 신임 노동장관은 14일(현지시간) TV 인터뷰에서 “월드컵도 시작되는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한 달간 쉬어도 된다”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월드컵이 끝난 뒤에 다시 계속하면 된다. 지금은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게 먼저다”라고 했다.  깜짝 놀란 기자가 이를 되묻자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한 달 멈춘다고 무슨 큰 차이가 있겠나. 국민 사기를 위해서 월드컵 우승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취임 하루 만에 나온 그의 발언에 각계에선 비판이 쇄도했다.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이 워낙 엄중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통계청의 마지막 발표에 따르면 9월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3%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을 90~100%로 전망했다.  현지 경제전문가들은 “4분기 들어서도 물가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며 올해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는 “아르헨티나가 인플레이션에서 베네수엘라를 따라잡게 생겼다”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다.  다급해진 아르헨티나 정부는 1700종 생필품의 가격을 4개월간 동결하는 등 인플레이션 불을 끄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노동장관의 실언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는 국민의 분노를 바짝 자극했다. “매주 담뱃값이 오른다.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한지 정말 모르는 것이냐” “마트에 갈 때마다 지갑은 더 두텁게 준비해야 하는데 장바구니는 갈수록 헐렁해진다”는 등 온라인에는 비판의 글이 넘쳤다.  야권 일각에선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하고 인플레이션과 국민정서라는 현실에도 깜깜한 인물이 중책을 맞고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올모스 장관은 하루 만에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는 “월드컵은 30일 동안 (우승까지) 7경기를 이겨야 하는 단기전이지만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장기전”이라면서 “조바심을 갖지 말고 인플레이션과의 장기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이라고 정부가 물가대책에 손을 놓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면서 “진의를 정확하게 전하지 못하고 오해를 살 만한 표현을 한 데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멕시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와 C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22일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 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씨줄날줄] ‘나쁜’ 밀크플레이션/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나쁜’ 밀크플레이션/이순녀 논설위원

    오는 17일부터 우유값이 줄줄이 오른다. 서울우유 대표 제품인 흰 우유 1ℓ는 대형마트 기준 2710원에서 2800원 후반대, 매일유업 흰 우유 900㎖는 2610원에서 2860원으로 인상된다. 남양유업과 동원F&B도 이달 중 우유 가격을 올린다. 인상폭은 회사별로 6~9%대다. 우유업계는 낙농가가 원유 가격을 대폭 올린 탓에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한다. 지난 3일 낙농가와 우유업계는 내년 음용유용(흰 우유) 원유값을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5.2%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2013년 ‘원유가격연동제’ 시행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값을 생산비, 물가상승률과 연계해 결정하는 제도다. 낙농가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도입됐지만 우유가 남아돌아도 싼값에 마실 수 없고, 소비가 줄어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우유값 인상에 주목하는 건 소비자가 장바구니에 우유를 담을지 말지 고민하는 차원을 넘어 빵, 커피음료, 아이스크림, 치즈, 버터 등 가공유제품과 식료품의 가격 상승을 연쇄적으로 촉발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 현상을 일컬어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 9월 우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유업계가 낙농가로부터 원유를 사들일 때 음용유용 가격은 올리되 가공유에 사용되는 원유값은 내리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흰 우유는 ℓ당 947원에서 996원으로 인상되지만, 발효유ㆍ탈지분유ㆍ크림 등 유제품 원료인 가공유용 원유값은 ℓ당 800원으로 147원 낮아진다. 그런데도 우유업계는 이들 가공유제품 값마저 줄줄이 올리고 있다. 빙그레는 편의점 바나나맛 우유(240㎖)와 요플레 오리지널 가격을 각각 13.3%, 16%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체다치즈 등 40여종의 가공유제품 출고가를 20% 올렸고, 남양유업은 ‘프렌치카페’ 등 컵커피 11종 가격을 평균 7~12% 인상했다. 가공유 원유값이 내렸는데 유제품값을 올리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업체들은 물류비용 증가와 환율 상승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데 군색하다. 낙농가의 희생과 비난을 무릅쓰고 원유차등가격제를 도입한 정부를 우습게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 김동욱 의원, 물가안정 및 푸드트럭·사회적경제 지원 등 경제 활성화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

    김동욱 의원, 물가안정 및 푸드트럭·사회적경제 지원 등 경제 활성화 위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김동욱 의원(국민의힘·강남5)은 지난 10일 노동공정상생정책관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물가안정 시책 마련, 푸드트럭 거리 조성 지원, 사회적기업 실적 관리 등 서울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이후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물가 폭등으로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기조의 여파는 가계 및 기업 부채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이자 부담까지 가중하고 있다. 이에 장바구니 물가, 공공요금 등 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물가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서울특별시 물가대책위원회는 ‘서울특별시 물가대책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3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사항의 협의·조정, 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협의·조정 사항은 물가관련규정의 제정 및 개정에 관한 사항, 물가안정 시책수립 및 시행에 관한 사항, 물가관련기관 단체간 협조에 관한 사항, 물가안정 동참분위기 확산을 위한 시민 계도에 관한 사항, 그 밖에 물가안정 및 소비생활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이고, 심의 사항은 서울시가 결정·관여하는 요금(교통 요금, 도시가스 요금, 상수도 요금, 하수도 사용료 등)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김 의원이 노동공정상생정책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물가대책위원회 개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12월에 한 차례 개최된 이후, 2019년부터 2022년 4월까지 개최한 이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 의원은 “코로나19 직후, 저물가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시 물가안정 관리 도모를 목적으로 설치된 물가대책위원회를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던 점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공공요금 심의에서 나아가 서울시 물가안정에 필요한 시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전문적인 의견을 구하고, 서울시 소관 실국과의 협의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한편, 김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침체되었던 푸드트럭 거리 조성 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후 다수의 푸드트럭 영업자는 매출 감소로 고통받았다”고 말하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후에 재개장된 한강달빛야시장이 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아, 지역 상권의 특색을 살리고 청년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의원은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지원 실적을 살펴보며, “최근 5년간 지원받은 사회적기업의 실적 기재가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매출액이 감소해 유의미한 실적이 없었더라도, 공적 지원을 받은 이상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책임은 다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재무정보 및 고용정보 등 자율경영공시 대상도 실적 데이터로 취합해 일원적·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공정상생정책관 대상 행정사무감사 질의를 마친 김 의원은 “서울시민의 살림살이, 소상공인의 미래 등 서울시 경제 현안과 직결된 사업, 위원회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토대로 의정활동을 펼쳐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 쭉쭉 찢어서 먹는 포기 못 할 맛[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쭉쭉 찢어서 먹는 포기 못 할 맛[이미경의 슬기로운 집밥 생활]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고 겨울의 시작인 입동이 지나면 슬슬 김장 준비가 필요하다. 생활환경이 변화되고 김치와 김치 재료를 언제든 구입할 수 있어 김장을 하지 않고 사서 먹는, 이른바 ‘김포족’이 늘어나고 있지만 김장은 여전히 월동 준비의 시작이다. 김치를 담그거나 담그지 않거나 장바구니 물가지수에 민감히 반응하게 되는 것이 배추값이다. 배추값이 한창 치솟을 때면 일반적으로 다른 물가도 함께 올라 금배추라고 불리며 배추김치는 물론 배추로 하는 요리도 쉽게 밥상에 올리지 못할 때가 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배추값이 안정세를 이루니 마음에도 안정이 찾아오는 것 같다. 김장 전엔 배추 한 통으로 그동안 해 먹지 못한 배추 요리를 원 없이 먹도록 하자.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인 만큼 된장국에 숭덩숭덩 배추를 썰어 넣고 푹 끓이기만 하면 시원한 배추 된장국이 되고, 절이지 않고 무친 배추 겉절이는 아삭한 샐러드처럼 많이 먹을 수 있다. 살짝 데쳐 송송 썰어 갖은양념을 한 배추 나물은 그 맛이 설탕처럼 달다. 생배추는 쌈장에 찍어 먹고 상추 대신 삼겹살을 싸서 먹으면 다른 쌈 채소도 필요 없다. 물론 배추 겉잎인 우거지도 버릴 수 없다. 데쳐서 쭉쭉 찢은 후 멸치와 된장을 넣어 자글자글 지져 주면 밥도둑이 된다. 배추와 더불어 무도 김장철에는 우리 식탁에서 친숙한 채소다. 가을무는 동삼(冬蔘)이라고 해 깎아 먹으면 달큼하면서 시원한 맛이 과일과 같다.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탁에선 소화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무로 담근 동치미 국물이나 나박김치 국물을 밥 먹기 전에 한 숟가락씩 떠먹거나 속이 답답할 때 김치 국물을 마신 것도 그런 이유였다. 오늘의 집밥은 김장철 무와 배추로 부치는 전이다. 무와 배추전에 고개를 꺄우뚱한다면 맛본 적이 없어 그 맛을 상상하기 힘들다거나 맛이 없을 것 같다는 뜻이고, 군침이 돈다면 가을철 배추와 무의 맛을 제대로 맛본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무는 단단하니 살짝 찌고 배추는 줄기를 방망이로 가볍게 두드려 전을 부친다. 덧밀가루는 생략하고 밀가루 반죽을 가볍게 입혀야 무도 배추도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추전은 김장김치 먹듯이 세로로 쭉쭉 찢어 줄기와 잎을 한꺼번에 맛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김장은 포기해도 배추와 무로 만드는 집밥은 포기하지 말고 가을의 맛을 느껴 보자. 요리연구가·네츄르먼트 대표 ------------------------------------------------------------------------------------------------- ●재료:무 2분의1개, 배추속대 8장, 부침가루 1컵, 물 1컵, 소금, 식용유 약간, 초고추장(고추장 2큰술, 식초 3큰술, 설탕 2큰술) ●만드는 방법 1. 무는 껍질을 벗겨 0.3cm 두께로 모양대로 썰고, 배추속대는 모양을 살려 한 잎씩 떼어 낸다. 2. 무는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2분 정도 부드럽게 찐다. 3. 배추는 굵은 줄기를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드린다. 4. 부침가루에 물을 넣어 반죽한다. 5. 무와 배추를 반죽에 적셔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노릇노릇하게 지진다. * 기호에 맞게 초고추장 또는 양념간장을 곁들인다. ●레시피 한 줄 팁:무는 너무 큰 것보다 동치미용 무를 활용하면 지지기도 편리하고 먹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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