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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운 겨울, 실내에서 즐긴다…방학에 가볼 만한 서울 실내공간

    추운 겨울, 실내에서 즐긴다…방학에 가볼 만한 서울 실내공간

    서울관광재단이 겨울 방학을 맞은 가족들에게 실내에서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서울의 명소를 6일 선정, 발표했다. ●서울의 생태 감수성 높인다…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 서울식물원은 서울을 대표하는 도시형 식물원이다. 규모가 축구장 70개 크기에 달할 정도로 크다. 넓은 잔디가 깔린 ‘열린숲’, 호수를 따라 마련된 산책로 ‘호수원’, 주제정원과 온실로 이뤄진 ‘주제원’, 한강으로 이어져 조망하며 산책하기 좋은 ‘습지원’ 등 4개 구역으로 나뉜다. 돔 형태의 온실과 새의 둥지 구조로 만들어진 식물문화센터가 눈길을 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실내 온실이다.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열대의 자연이 펼쳐진다. 온실은 열대관과 지중해관으로 나뉜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아프리카의 바오밥나무 등 12개 도시의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서울 종로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 대온실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온실이다. 1909년 11월 개관 당시엔 동양 최대 규모의 온실이었다. 쉽게 보기 힘든 열대 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화초들을 전시했다. 해가 일찍 지는 겨울에는 오후에 방문하기를 권한다. 온실을 비추는 조명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 역시 추위를 녹이고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방문한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아열대 식물을 위주로 전시했으나 현재는 국내 자생식물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를 이해하다…서울 잠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기존의 박물관과 달리 첨단 영상과 디오라마 연출, 축소 모형, 사물놀이와 탈춤, 마당놀이, 전통 혼례 등 다양한 전시기법으로 역사관람을 즐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선사시대 이후 고구려부터 가야까지의 문화를 모형으로 재현한 삼국시대관, 왕의 즉위식 장면을 비롯해 관혼상제, 세시풍속 등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조선시대관 등으로 구성됐다. 겨울 방학을 맞아 방 탈출 게임, 기획전시 등 다양한 체험형 관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 경기관광공사, 따뜻한 정이 흐르는 전통시장 6곳 선정

    경기관광공사, 따뜻한 정이 흐르는 전통시장 6곳 선정

    경기관광공사가 따뜻한 정이 흐르는 경기도 전통시장 6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전통시장은 재배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살 수 있고, 살 물건이 없어도 그냥 구경만으로 재미있다. 맛있는 먹거리도 풍성하다. 겨울의 대표 간식인 따뜻한 어묵, 추억의 떡볶이, 든든한 국밥은 물론, 요즘 이색적인 해외 별미까지 즐길 수 있다. [100년 역사의 경기도 3대 장 ‘양평물맑은전통시장’] 양평은 예로부터 한강을 이용한 물류의 중심지였다. 전국구 보부상들의 왕래가 활발하고 대규모 상단이 한양으로 물건을 공급하던 곳으로 1770년 무렵부터 시장이 시작되었다. 특히 3일과 8일에 서는 양평읍 오일장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며 경기도 3대 장으로 손꼽힌다. 지금은 400여 개 점포가 상설시장 형태로 운영되고 장날에는 200여 개 노점이 더 들어선다. 양평에서 생산한 과일과 채소 등 친환경농산물은 물론, 수수부꾸미와 다양한 전 등 먹거리가 풍성하기로 소문난 장이다. 특히 깨와 콩을 활용한 고소한 강정과 추억의 전통 과자를 직접 만드는 과자점에는 늘 긴 줄이 설 만큼 인기가 좋다. 맛보기 인심도 후해서 서너 가지 먹어보고 마음에 드는 과자를 고르면 한 봉지 푸짐하게 담아준다. 아이와 함께라면 장에 가면서 경기이야기골목으로 지정된 청개구리이야기거리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우리 모두 아는 청개구리 이야기를 귀여운 글과 그림으로 담았다. [경기도 국제시장, 해외 별미 기행 ‘안산 다문화특구’] 안산역 맞은편 원곡동에는 해외 여러 나라의 이주민이 모이면서 외국인 거리가 형성됐다. 2024년 6월을 기준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등록 외국인 및 외국 국적의 동포는 약 90%인 1만 8천여 명이다. ‘국경 없는 마을’로 불리며 많은 관심을 받던 중 2009년 ‘안산다문화특구’로 지정되었다. 아울러 음식 재료와 생필품을 구매하려는 외국인들이 몰리면서 독특한 거리 풍경이 만들어졌다. 거리 전체가 커다란 국제시장으로 발전한 것은 물론,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서 주말에도 은행이 문을 열고 병원이 진료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되었다. 다양한 외국 음식점도 성업 중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네팔 등, 조금만 발품을 팔면 여러 나라의 별미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주 음식 재료와 향신료를 본국에서 들여와 현지 본연의 맛을 낸다. [전통시장 발전의 모범 답안 ‘가평 잣고을시장’] 가평 잣고을시장은 올해로 개장 101주년을 맞이한 가평 최대의 시장이다. 1923년 보납산 앞 개천 변에 상인들이 모인 것이 시장 역사의 시작인데, 단순 거래를 넘어서 이곳저곳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모여 희로애락을 공유하는 소통과 상생 공간이었다. 이후 터미널 주변과 가평역 앞 등 여러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현재의 장터로 자리를 잡았다. 잣고을시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역시 오일장이다. 5일과 10일에 열리는 잣고을시장은 규모가 크고 취급하는 상품도 다양해서 둘러보는 데 한참 걸릴 정도다. 두 번째는 전통시장 육성사업의 하나로 건립한 잣고을시장 가평창업경제타운이다. 1층에는 식당, 과일, 장식품 등 소상공인 점포가 입주해있고 2층에는 시장 풍경을 감상하며 휴식할 수 있는 카페와 노브랜드 매장이 시장과 상생을 도모한다. 특히 기업에서 만들고 가평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이 인상적이다. 세 번째는 장 주변의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으로 잣고을시장 방문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물한다. [골목마다 즐거움이 가득 ‘용인중앙시장’] 용인시의 대표 시장이다. 시장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공영주차장을 늘리고 점포 이미지와 시설을 개선하는 등 여전히 진화 중인 시장이다. 시장을 만두 떡골목, 순대골목, 통닭골목 등 상권별 골목으로 나눈 점이 재미있다. 특히 떡골목 가게마다 방금 찐 시루떡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장면은 언제 봐도 입 안에 침이 고일 지경이다. 가게마다 특색 있고 떡 종류도 다양해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장의 골목 중에서 가장 인기 좋은 곳은 순대 골목이다. 약 20곳의 순댓국집이 모여있는데 업주들 모두 친절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순대는 잡내 없이 깔끔하고 곱창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다. 푸짐한 양에 노포 감성까지 더해져, 세대 구분 없이 많은 식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5일과 10일에는 에버라인 용인시장역에서 김량장역까지 하천을 따라 오일장이 선다. 장이 크고 점포도 많으니 일정을 여유 있게 잡고 천천히 구경하는 것이 좋다. 도래창, 호떡, 꽈배기 등 용인장의 명물도 꼭 즐겨보자. [찾아라. 맛있는 시장! ‘오산 오색시장’] 오산장은 택리지와 화성궐리지 등 조선시대 기록에 등장할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시장의 명칭을 한때 오산중앙전통시장으로 변경했었지만 2013년 시민 설문조사를 거쳐 지금의 ‘오산 오색시장’ 이름을 찾았다. 오색시장은 인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상설시장으로 운영되지만, 장이 서는 3일과 8일에는 오산 일대가 시끌벅적 들썩일 만큼 활기차다. 시장길을 취급 품목에 따라 미소거리, 아름거리, 맘스거리, 빨강길, 녹색길 등 5가지로 분류하고 점포의 간판에 고유번호를 부여해서 누구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길마다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농산물과 싱싱한 과일, 맛깔난 반찬과 다양한 음식 재료가 푸짐하니 욕심내서 모두 돌아봐야 할 시장이다. 쑥호떡, 꽈배기, 국밥, 칼국수 등 맛있는 먹거리가 유난히 많은 곳이니 하나씩 찾아 맛 탐험을 즐겨도 좋다. 최근에는 매콤한 곱창볶음이 인기인데, 맛도 좋고 푸짐해서 안주로 좋고 밥을 볶아도 좋다. 교통망이 발달한 지리적 특성과 수도권 전철을 이용한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 오산뿐 아니라 용인, 수원, 화성 등 인근 지역에서도 많이 찾는 시장이다. [도심 속 추억 한 스푼 ‘과천 굴다리시장’] 굴다리시장은 과천의 유일한 전통시장이다. 중앙공원 분수대에서 문원동으로 가는 길, 주공아파트 4단지와 5단지 사이 굴다리 인근의 작은 시장이다. 시장의 모습은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임시 건물 형태로 언뜻 보면 무허가 노점을 연상시키지만, 엄연히 과천시에서 관리하는 곳이다. 점포 수는 40여 개로 보이는데 그나마 문을 닫은 곳이 더 많다. 판매하는 품목도 단출해서 과일, 채소, 생선이 전부다. 하나둘 가게들을 살피다 보면 굴다리시장 유일의 음식점 ‘형태네’가 보인다. 가게 전면의 ‘추억의 맛집’이란 문구처럼 오래전 추억이 떠오르는 분위기다. 7~8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예전 학교 앞 스타일의 떡볶이, 순대, 튀김만두 등을 판매하는데 하나같이 익숙한 맛이다. 떡볶이집 형태네의 업주는 이 자리에서만 40년째 영업 중이다. 근방에서 노점을 하던 중, 합법적인 시장을 조성한다기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굴다리시장의 터줏대감인 셈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사람들의 입맛도 달라졌으니, 장사는 예전만 못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오랜 단골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 WP ‘트럼프에 돈 바치는 베이조스’ 만평 삭제로 시끌

    WP ‘트럼프에 돈 바치는 베이조스’ 만평 삭제로 시끌

    미국을 대표하는 유력 매체 워싱턴포스트(WP)에서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트럼프 비위 맞추기’를 풍자하는 만평이 검열되자 작가가 이에 반발해 사직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WP 만평 작가인 앤 텔네이스는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내가 WP에서 퇴사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베이조스를 풍자하는 만평이 부당하게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만평에는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동상 앞에 무릎을 꿇고 돈다발이 담긴 가방을 바치는 장면이 담겼다. 이들이 최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준비에 각각 100만 달러(약 14억 7000만원)를 기부한 것을 비꼰 것이다. 텔네이스는 “억만장자인 정보기술(IT)·미디어 거물들이 차기 대통령에게 아첨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라면서 “지금껏 내 만평이 ‘킬’(삭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WP에서 사직하기로 했다”며 “만평 작가에 불과한 내 결정이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지는 모르겠으나 진실에 힘을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고 덧붙였다. 만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텔네이스는 2008년부터 15년간 WP에서 일해 왔다. 이에 대해 WP 측은 “텔네이스의 주장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이미 같은 내용의 칼럼이 지면에 실린 데다가 비슷한 내용의 다른 칼럼도 예정돼 있어 중복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WP는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베이조스의 입김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였다. WP는 1976년 이후 거의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 초안을 만들어 놓고도 베이조스의 반대로 지면에 싣지 못했다. 이 때문에 논설위원들이 사퇴하고 온라인 구독자가 10%가량 감소하는 등 내홍을 겪었다.
  • “부모가 벌받아” “기장 생존”… 무너진 마음을 할퀴고 짓밟았다

    “부모가 벌받아” “기장 생존”… 무너진 마음을 할퀴고 짓밟았다

    “사고 낸 기장은 여성” 근거 없이 비난잔해 사진 보며 “사고 발생 없었다” 생존자 향해 “마네킹” 루머 퍼뜨려“계엄·내란 덮기 공작” 음모론까지경찰 118명 전담팀 99건 내사 착수“악성 글·영상은 심각한 범죄행위”유족 비하 악성 글 올린 30대 검거세월호·이태원 참사 모욕 누리꾼벌금 100만원 그치거나 2심 무죄“온라인 허위정보 강력하게 처벌을”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5일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가운데 ‘사고기 기장이 살아 돌아왔다’, ‘사고기는 사실 모형 항공기’와 같은 허위 주장을 담은 가짜뉴스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가짜 유족’, ‘부모가 벌 받았네’ 등 유가족을 조롱·비하하는 댓글과 게시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와 유가족을 향한 조롱이 도를 넘은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악성 게시글 99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참사 직후 11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악성 글 게시 관련 압수수색 영장 44건을 신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 참사 유가족 보상 관련 비방성 글을 올린 혐의(모욕)를 받는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사 관련 사이버 악성 게시글·영상 게시는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참사와 관련한 가짜뉴스와 유가족을 향한 악성 댓글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어서다. 유튜브를 비롯해 SNS에는 이번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부터 테러의 일환이라는 주장, ‘계엄과 내란을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음모론, ‘사고기 기장은 여성’과 같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허위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조종사가 생환했다’고 주장한다. 사고기 운전석 지붕 사진을 보여 주면서 ‘다른 곳에서 가져온 고철’, ‘잔해가 인위적으로 잘려져 있다’, ‘폭발이 있었는데도 잔해가 멀쩡하다’며 진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게 이 영상의 주된 내용이다. 비행기 잔해를 보면 불에 탄 자국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기가 ‘모형’이며 생존한 제주항공 승무원 2명이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두고 ‘마네킹’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사고기 기장의 성별은 여성’이라며 젠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국토부,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남성으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시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이번 참사가 예정된 테러 혹은 계엄과 탄핵 정국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어떻게 사고 순간을 미리 찍을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영상을 촬영한 이근영(50)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해 “진짜 너무하다”며 “엔진이 ‘펑’ 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4~5차례 들리더니 원래 비행기가 착륙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인 우리 가게 쪽으로 와서 ‘뭔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옥상에 올라가 영상을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짜뉴스에 담긴 정보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등과 비교해 보면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에 대한 갈구로 참사 이후 가짜뉴스가 나오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제주항공 참사 피해 유가족 박한식 대표에 대해 ‘가짜 유족’, ‘민주당 권리당원’ 등으로 지칭하며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에 대해선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명이 형사 고소에 나서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악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리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도 지난 1일 어머니를 잃은 20대 의대생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의정 갈등 속 휴학 동참을 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비꼬듯 댓글에는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와 같은 비하와 조롱이 이어졌다. 세월호·이태원 등 대형 참사 때마다 등장하는 가짜뉴스와 유가족 조롱은 형법상 모욕죄, 업무방해죄 등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낮다.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는 합성 포스터를 커뮤니티에 게시해도 벌금 100만원에 그쳤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채팅창에 올려 재판에 넘겨져도 1·2심에서 무죄를 받기도 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참사 때 사자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대한 고소·고발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며 “온라인에서의 허위 정보, 조롱 글 등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대한 유통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 [사설] 지지자 뒤에 숨은 尹, 탄핵 시간표만 앞당길 뿐

    [사설] 지지자 뒤에 숨은 尹, 탄핵 시간표만 앞당길 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하라며 법원에 낸 이의신청이 어제 서울서부지법에서 기각됐다. 그래도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발부 자체를 무효라고 주장하며 완강히 버티고 있다. 어제는 오동운 공수처장 등 공조수사본부 소속 150여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 구실 저 핑계를 대며 몸을 피하는 윤 대통령이 추레하다 못해 비애마저 느껴진다. 국가위신을 급전직하시킨 불법계엄을 선포했을 때는 어떤 결과도 책임질 각오가 됐어야 한다. 윤 대통령의 무책임한 체포 불응 행태는 세계에 실시간 타전돼 국가적 망신살을 뻗치고 있는 중이다. 제3세계에서도 일어나기 힘든 장면을 연출하면서 대통령경호처마저 사병화했다.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경호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완강하게 막았다. 5시간 30여분 몸싸움을 하며 대치하다 유혈 충돌을 우려한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수도경비사령부 제55경비단까지 투입시켜 관저 200m 앞에서부터 극렬 저항했던 경호처 소속의 일부는 소총 무장도 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경호처가 공수처 요원들을 상대로 실탄 발포도 불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호처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사실이라면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한은 오늘까지다. 경호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더이상 방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가해지는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경호활동을 한다는 근거를 내세우지만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시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통령 관저는 피의자를 보호하는 치외법권 지역일 수 없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을 경호처가 또다시 거부한다면 공수처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야 마땅하다. 만약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대비해 경호처가 대통령 관저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완전무장한 대테러팀을 투입한다면 물리적 유혈 충돌도 우려된다. 오늘까지 윤 대통령을 체포하지 못하면 정국 혼돈은 더 깊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과 정반대로 대응하고 있다. 유튜브를 보고 있겠다고 참담한 선동을 한 윤 대통령이 스스로 걸어 나오지 않는 한 극렬 지지자들은 더욱 과격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제 경호처가 영장집행에 협조할 것을 엄중 지시해야 한다. 지지자 뒤에 숨어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의 시간표를 스스로 앞당기고 있다.
  • “부모가 벌 받아”, “기장 생존”…도 넘는 가짜뉴스와 유족 명예훼손

    “부모가 벌 받아”, “기장 생존”…도 넘는 가짜뉴스와 유족 명예훼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째인 5일 사고 원인 규명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조사와 경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가운데 ‘사고기 기장이 살아 돌아왔다’, ‘사고기는 사실 모형 항공기’와 같은 허위 주장을 담은 가짜뉴스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가짜 유족’, ‘부모가 벌 받았네’ 등 유가족을 조롱·비하하는 댓글과 게시물이 기승을 부리면서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와 유가족을 향한 조롱이 도를 넘은 만큼 경찰 수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4일 오후 5시 기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악성 게시글 99건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참사 직후 118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악성 글 게시 관련 압수수색 영장 44건을 신청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전날 참사 유가족 보상 관련 비방성 글을 올린 혐의(모욕)를 받는 30대 남성 A씨를 검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사 관련 사이버 악성 게시글·영상 게시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참사와 관련한 가짜뉴스와 유가족을 향한 악성 댓글이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어서다. 유튜브를 비롯해 SNS에는 이번 참사가 조작됐다는 주장부터 테러의 일환이라는 주장, ‘계엄과 내란을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음모론, ‘사고기 기장은 여성’과 같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 허위 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조종사가 생환했다’고 주장한다. 사고기 운전석 지붕 사진을 보여 주면서 ‘다른 곳에서 가져온 고철’, ‘잔해가 인위적으로 잘려져 있다’, ‘폭발이 있었는데도 잔해가 멀쩡하다’며 진짜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게 이 영상의 주된 내용이다. 비행기 잔해를 보면 불에 탄 자국이 없다는 이유로 사고기가 ‘모형’이고 생존한 제주항공 승무원 2명이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두고 ‘마네킹’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사고기 기장의 성별은 여성’이라며 젠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국토부, 경찰,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기의 기장과 부기장은 모두 남성으로,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당시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이번 참사가 예정된 테러 혹은 계엄과 탄핵 정국을 덮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어떻게 사고 순간을 미리 찍을 수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영상을 촬영한 이근영(50)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기되는 음모론에 대해 “진짜 너무하다”며 “엔진이 ‘펑’ 하고 터지는 듯한 소리가 4~5차례 들리더니 원래 비행기가 착륙하는 방향이 아니라 반대인 우리 가게 쪽으로 와서 ‘뭔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옥상에 올라가 영상을 찍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가짜뉴스에 담긴 정보들은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등과 비교해 보면 근거가 없는 억지 주장에 가깝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에 대한 갈구로 참사 이후 가짜뉴스가 나오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제주항공 참사 피해 유가족 박한식 대표에 대해 ‘가짜 유족’, ‘민주당 권리당원’ 등으로 지칭하며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는 게시물에 대해선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10명이 형사 고소에 나서기도 했다. 변호인들은 “이번 고소는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악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종을 울리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도 지난 1일 어머니를 잃은 20대 의대생의 인터뷰 기사가 올라왔다. 의정갈등 속 휴학 동참을 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비꼬듯 댓글에는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와 같은 비하와 조롱이 이어졌다. 세월호·이태원 등 대형 참사 때마다 등장하는 가짜뉴스와 유가족 조롱은 형법상 모욕죄, 업무방해죄 등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처벌 수위는 낮다.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하는 합성 포스터를 커뮤니티에 게시해도 벌금 100만원에 그쳤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글을 채팅창에 올려 재판에 넘겨져도 1·2심에서 무죄를 받기도 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참사 때 사자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대한 고소·고발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쳤다”며 “온라인에서의 허위 정보, 조롱 글 등을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2차 가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에 대한 유통은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니클 보이즈’

    라멜 로스 감독이 연출한 ‘니클 보이즈’가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협회는 홈페이지에 올해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NSFC는 영화 비평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1966년 설립돼 그다음 해인 1967년부터 매년 투표를 거쳐 작품상·남녀주연상 등을 시상한다. ‘니클 보이즈’는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공동 2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공동 2위)를 제치고 2024년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다. 여우주연상은 ‘하드 트루스’의 마리안 장 밥티스트, 남우주연상은 ‘싱싱’의 콜먼 도밍고가 차지했다. 영화 ‘니클 보이즈’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2019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62년 미국. 할머니 해이티(오자뉴 엘리스-테일러)와 함께 사는 소년 엘우드(이선 해리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량 절도 누명을 쓰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엘우드는 니클 소년원에서 처참한 인권 유린을 경험한다. 교도관은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고, 낡은 옷과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한다. 엘우드는 가혹한 현실을 견디며 터너(브랜든 윌슨)와 친구가 된다. 터너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평등한 미국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엘우드와 달리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두 소년은 서로 다른 신념으로 충돌하면서도 생존이 걸린 투쟁을 함께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흑인 소년들이 교도관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 순간을 회피하듯 엘우드와 터너가 시선을 돌린 다른 물체에 고정된다. 라멜 로스 감독은 미 지역 일간지 ‘더 클라리온 레저’에 “사람들이 트라우마적인 일을 겪을 때, 항상 악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며 “그 순간 보게 되는 인상들이 폭력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파괴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엘우드(다비드 디그스)는 과거를 침묵하고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니클 소년원의 참상이 세상에 드러나자 엘우드는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엘우드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력의 잔상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됐다. 엘우드의 눈으로 들여다본 니클 소년원은 짐 크로법 아래 흑백 차별이 횡행했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다. 영화는 사회가 역사적 폭력의 유산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할 때 그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곳곳에 잠재된 폭력으로 새겨진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시네마랑]

    ‘니클 보이즈’,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2024년 최고의 영화 [시네마랑]

    라멜 로스 감독이 연출한 ‘니클 보이즈’가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협회는 홈페이지에 수상작을 발표했다. NSFC는 영화 비평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1966년 설립돼 그다음 해인 1967년부터 매년 투표를 거쳐 작품상·남녀주연상 등을 시상한다. ‘니클 보이즈’는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공동 2위), 션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공동 2위)를 제치고 2024년 최고의 영화에 선정됐다. 여우주연상은 ‘하드 트루스’의 마리안 장 밥티스트, 남우주연상은 ‘싱싱’의 콜먼 도밍고가 차지했다. ‘니클 보이즈’는 어떤 영화? 영화 ‘니클 보이즈’는 퓰리처상 수상작인 콜슨 화이트헤드의 2019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인종 차별이 극심했던 1962년 미국. 할머니 해이티(오자뉴 엘리스-테일러)와 함께 사는 소년 엘우드(이선 해리스)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차량 절도 누명을 쓰고 플로리다주 탤러해시의 니클 소년원으로 보내진다. 엘우드는 니클 소년원에서 처참한 인권 유린을 경험한다. 교도관은 흑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며 폭력과 성적 학대를 일삼고, 낡은 옷과 형편없는 음식을 배급한다. 엘우드는 가혹한 현실을 견디며 터너(브랜든 윌슨)와 친구가 된다. 터너는 흑인 민권운동으로 평등한 미국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엘우드와 달리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인물이다. 두 소년은 서로 다른 신념으로 충돌하면서도 생존이 걸린 투쟁을 함께한다. 영화는 폭력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흑인 소년들이 교도관에게 학대를 당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그 순간을 회피하듯 엘우드와 터너가 시선을 돌린 다른 물체에 고정된다. 라멜 로스 감독은 미 지역 일간지 ‘더 클라리온 레저’에 “사람들이 트라우마적인 일을 겪을 때, 항상 악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며 “그 순간 보게 되는 인상들이 폭력을 직접 보는 것보다 더 생생하고 파괴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엘우드(다비드 디그스)는 과거를 침묵하고 악몽에 시달린다. 하지만 니클 소년원의 참상이 세상에 드러나자 과거의 아픔을 직면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 엘우드는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폭력의 잔상은 평생의 트라우마가 됐다. 엘우드의 눈으로 들여다본 니클 소년원은 짐 크로법 아래 흑백 차별이 횡행했던 1960년대 미국 사회의 트라우마다. 영화는 사회가 역사적 폭력의 유산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을 때 그 상처는 치유되지 못하고 잠재된 폭력으로 남는다는 점을 되새기게 한다.
  • ‘오겜2’ 강하늘 대사 뭐길래…베트남 네티즌 “보이콧하자” 시끌

    ‘오겜2’ 강하늘 대사 뭐길래…베트남 네티즌 “보이콧하자” 시끌

    베트남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시즌2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현지 매체인 투오이 트레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베트남 관련 당국이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심의한 뒤 그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당국 관계자는 “오징어게임 시즌2에 대한 문제에 대해 회의하고 있으며 영화법에 따라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된 건 배우 강하늘이 연기한 ‘대호’가 배우 이서환이 연기한 ‘정배’와 대화하는 장면이다. ‘해병대 선배’인 정배가 대호에게 “2대 독자를 해병대에 보냈냐. 그렇게 귀한 아들을”이라고 하자 대호가 “좀 남자다워지라고 아버지가 보내셨다. 월남전 참전용사셨다”라고 답했다. 이에 정배는 “아버님이 훌륭하시네”라고 말한다. 이 장면을 두고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베트남 네티즌은 “역사 왜곡이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대량 학살을 정당화한 오징어 게임은 비판받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다. 오징어 게임을 절대 보면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단지 영화일 뿐이다”, “베트남 전쟁을 언급한 영화가 많은데 그렇다고 그게 특정 작품을 볼 수 없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베트남에서 싸웠다’는 건 명예의 상징을 드러내기 위한 대사일 뿐이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의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벌인 전쟁이다. 한국은 당시 30만명이 넘는 전투 병력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한편 글로벌 OTT 순위를 집계하는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10일째인 지난 4일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공개 이후 9일 연속 정상 자리를 지켰다.
  • 방송 중 엉덩이 노출 ‘XX 여성’에 열광한 여초… 트랜스젠더 혐오 폭발 어쩌다 [넷만세]

    방송 중 엉덩이 노출 ‘XX 여성’에 열광한 여초… 트랜스젠더 혐오 폭발 어쩌다 [넷만세]

    한 트랜스젠더 여성(MTF·성염색체는 XY이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하는 경우)이 시스젠더 여성(XX 성염색체와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경우)을 향해 “애벌레는 나비로 변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바꿀 수 있다. 넌 거미로 남을 것”이라고 쏘아붙인다. 그러자 시스젠더 여성은 말로 대꾸하는 대신 치마를 들어올려 엉덩이를 노출해 ‘타고난 여성 신체’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트랜스젠더 여성에 반격한다. 주변에 있던 출연진들은 이에 환호한다. 이탈리아 TV쇼 한 장면을 활용한 이같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최근 일부 국내 여초 커뮤니티에서 환영받고 있다. 평소라면 방송 중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노골적으로 몸매를 드러낸 행위가 ‘여성 성상품화’라는 비난을 받았을 수 있지만, 트랜스젠더를 조롱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맥락에서는 대다수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여러 여초 커뮤니티에 때아닌 트랜스젠더 혐오가 횡행하고 있다. 지난해 동덕여대 사태와 12·3 비상계엄 사태, 그리고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남태령 시위로 이어지는 이슈들과 관련해 여초 커뮤니티 인기글에서 정치적인 게시물 비중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얼마 전부터 트랜스젠더 혐오 글들이 여초 커뮤니티의 현재를 대표하는 목소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2024 파리올림픽 ‘XY 염색체’ 여성 복싱 선수의 성별 논란 또는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여성 경기 출전 뉴스들이 전해질 때마다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트랜스젠더에 반감을 보이긴 했지만, 최근처럼 집중적이고 폭발적으로 혐오 목소리가 분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같은 흐름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등에서 눈에 띄는 참여율로 주목받은 2030 여성이 정치적 영향력에 고무된 상황과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대형 여초 커뮤니티 ‘더쿠’에 지난 4일 올라온 ‘저희는 (집회) 자유발언에 퀴어, 트랜스젠더가 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은 이를 방증한다. 해당 글 작성자는 “탄핵에 대한 의지로 집회에 나간 2030 여성들이 대다수”라며 “탄핵 의지와 정치적 관심을 표하는 2030 여성의 응원봉 상징을 다 퀴어 세력으로 치환하려는 의도가 보여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최근 탄핵 촉구 집회와 남태령 시위 등에서는 성소수자와 트랜스젠더를 상징하는 깃발 등이 자주 포착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여초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는 대다수 이용자들은 일련의 국면에서 이들과의 연대보다는 선 긋기를 주장한다. 한 더쿠 이용자는 “트랜스젠더 지지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한테 뜬금없이 차별금지법 지지를 압박하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면 혐오자라고 했다. 또 시위는 트랜스젠더 지지자가 주도한다고 날조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여초 커뮤니티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여론이 안 좋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탄핵 시위 등에서 눈에 띄는 참여율로 2030 여성이 주목받으면서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실감한 계기가 된 가운데 탄핵 촉구에 집중돼야 할 시위에 일부 트랜스젠더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은 ‘숟가락 얹기’라고 보는 시각이 여초 커뮤니티에서 팽배하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반감은 밑도 끝도 없는 조롱과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남성 성기를 제거하고 여성 성기 모양을 만드는 성전환수술을 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고, 여기에는 “항문을 재활용해서 질이라고 우기는 것들” 등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희롱성 댓글들이 이어진다. 트랜스젠더 혐오를 경계하는 목소리 역시 곧장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일 엑스(옛 트위터)에 “‘페미니스트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말과 ‘트랜스젠더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는 말은 모든 사람의 평등한 존엄을 부정한다는 점에서 서로 같다”는 글을 올려 트랜스젠더를 비난·조롱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를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무지와 공포를 넘어 어렵더라도 함께 나아가자”며 “모든 페미니스트와 트랜스젠더가 사람 대접받는 민주공화국으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전 의원의 글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하는 많은 여성들로부터 공격받았다. 이들은 “‘남성 성기 덜렁이며 여자 화장실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걸 ‘트랜스젠더 사람 취급 안 해도 된다’로 매도한다. 아무리 혐오자로 몰며 입막음해도 여성의 공포는 실재한다” 등 댓글을 남기면서 XX 여성들의 권리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는 남자랑 성관계 하고 싶어서 몸에 구멍 하나 더 뚫은 사람들”, “트랜스젠더가 왜 여자냐. 한남(한국 남성 비하 표현) 그 자체에 이상성욕자일 뿐”이라는 등 원색적인 조롱·비하 댓글들도 이어졌다.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남성과 비교해 ‘약자’이자 ‘사회적 소수자’로 불리는 여성 다수의 여론이 특히 여초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트랜스젠더 혐오에 열을 올리면서 이에 대한 한탄도 나온다. 남녀공학 전환 반대 동덕여대 재학생들을 지지하고 윤 대통령 체포 촉구 집회 등에 참석하는 한 엑스 이용자는 “여초 커뮤에서 공유하는 트랜스젠더 괴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남초 커뮤에서의 꽃뱀 괴담, 성폭력 무고 괴담을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커뮤에선 왜곡되고 편집된 가짜뉴스를 신봉하며 비판에 일체 귀를 막은 채 상대를 악마화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일당은 어떻게든 계속 싸우다보면 끌어내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 속에 자리 잡아 분열시키는 혐오 선동과는 대체 어떻게 싸워야 할지”라고 토로했다. [넷만세] 네티즌이 만드는 세상 ‘넷만세’. 각종 이슈와 관련한 네티즌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 애경그룹, 제주항공 참사 후 ‘시끌벅적 잔치’ 사죄

    애경그룹, 제주항공 참사 후 ‘시끌벅적 잔치’ 사죄

    제주항공 모기업인 애경그룹 임원들이 국가애도기간 연말 행사를 강행한 계열사를 대신해 유족에게 고개를 숙였다. 4일 무안국제공항을 찾은 고준 AK홀딩스 대표이사는 유족 앞에 서서 “종무식이 열린 호텔은 외부 기관을 통해 위탁운영 중이나 관리책임은 분명 저희에게, 특히 저에게 있다”며 “그 안에서 이뤄진 경품행사 등 모든 보도 내용은 사실이다”라고 시인했다. 고 대표이사는 “참담한 심정으로 사과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모든 책임은 애경그룹 경영을 관리하는 제가 잘못한 것이고 이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할 경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고도 했다. 유족들은 고 대표이사의 사과를 묵묵히 지켜보고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 항의하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유족은 없었다. 제주항공 참사 발생 이틀 후인 지난달 31일 오후 3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에 있는 4성급 호텔인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 2층 연회장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인 노보텔 직원 30~40여명이 모인 가운데 ‘타운홀미팅’(분기별 월례회의) 행사가 진행됐다. 노보텔은 애경그룹의 계열사 중 하나인 AK플라자가 호텔 체인인 아코르 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호텔로,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12월 18일 수원역에 문을 열었다. 사실상 AK플라자가 보유하고 있는 노보텔은 애경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제주항공과는 한 집안 회사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제주항공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희생되는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자 국가애도기간(2024년 12월 29일~2025년 1월 4일)에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노보텔 “사고로 죄송하지만 성과급은 지급” 직원들 환호애경그룹, 사고수습 전사적 나섰는데 한쪽에선 연말행사3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는 타운홀미팅 형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신규 입사자에 대한 소개, 우수 직원 및 장기 근속자에 대한 포상, 생일자 이벤트, 럭키 드로(경품뽑기), 떡케이크 커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당시 촬영된 영상을 보면, 경품뽑기 행사가 시작 후 총지배인이 뽑기함을 흔들자 사람들이 웃으며 쳐다보고, 당첨자가 호명되자 박수갈채가 나왔다. 또 등수가 올라갈 때마다 상품 등급이 올라가 환호가 점점 커졌다. 이 밖에 업무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둔 직원에 대한 포상이나 10~12월 생일을 맞은 직원에 대해 선물이 주어지는 장면도 담겼다. 행사 말미에 총지배인이 “시국적으로도 그렇고 제주항공이나 이런 부분들 때문에 여러분께 죄송하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성과급은 지급하기로 했다”면서 소위 ‘반전’을 주며 말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총지배인의 말에 이 자리에 모인 직원들은 일제히 “와”라고 소리치며 손뼉을 치기도 한다. 총지배인은 “성과급은 1월 초에 전 직원에게 지급할 예정”이라며 “1년 이상 된 분들은 작년과 같이 급여의 50%, 1년 미만은 일할 계산으로 해서 급여의 50%를 성과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1시간가량 진행된 행사는 총지배인의 맺음말로 마무리됐다. 행사 예약서에는 ‘쿠키와 과일(10만원), 커피 세팅, 찻잔과 포크 넉넉히 요망, 예상인원 30~35명, 10주년 떡 케이크 테이블과 나이프 세팅’이라는 등의 요청 사항이 쓰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빔과 스크린, 포디움, 마이크 세팅’ 등을 준비해 달라는 내용도 있다. 애경그룹의 한 직원은 “제주항공을 비롯한 애경그룹 계열사 전체가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도 경품뽑기 등 행사를 하며 서로 자축하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번 참사와 관련 없는 회사들에서도 종무식 등 행사를 하지 않고 있는데, 당사자인 애경그룹에서 웃고 손뼉 치며 행사하니 눈살이 찌푸려졌다”고 했다. 그는 이어 “무안공항에서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 부회장,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 고준 AK 홀딩스 대표가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400명의 직원이 내려가 사고 수습을 하는 상황에서 이건 아닌 거 같다”며 “고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까지 AK 플라자 및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의 대표를 맡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행사에 참석했던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이래도 되는 것이냐”는 등의 말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 김여정 손 잡고 공연장 찾은 두 어린이…국정원 “자녀일 가능성”

    김여정 손 잡고 공연장 찾은 두 어린이…국정원 “자녀일 가능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두 어린이와 손을 잡고 신년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된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3일 “기파악된 김여정 자녀의 연령대를 감안시 사실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1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경축공연 실황 영상에서 김 부부장은 남자 어린이의 손을 잡고 여자 어린이와 함께 공연이 진행되는 5월1일 경기장 바깥에서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김여정이 행사에서 아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은) 이례적이며 그 행사가 가족을 동반하는 행사여서 특이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을 둘러싸고 결혼, 임신, 출산설 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아직 공식 확인된 적은 없다. 지난 2015년 4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김여정이 그해 5월 출산할 것으로 전망되며, 남편은 김일성대학 동기일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2018년 2월 당시 방남한 김 부부장이 임신한 것이 맞다고 해 둘째 임신설도 나온 바 있다.
  • 류현진 “넌 힘들 때까지 먹어야해”…한화 오키나와 미니 캠프 근황

    류현진 “넌 힘들 때까지 먹어야해”…한화 오키나와 미니 캠프 근황

    ‘괴물’ 류현진(38)이 한화 이글스 후배들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현에 차린 ‘미니 캠프’의 현지 근황을 전했다. 류현진은 지난 2일 장민재, 장지수, 황준서, 박상원, 이민우, 김범수와 오키나와에 짐을 풀었다. 팀 마무리 투수 주현상은 3일에 합류한다. 류현진은 일부 후배들의 체류비를 지원했고, 2025 시즌 ‘몸만들기’를 위한 음식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열기로 했다. 류현진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99코퍼레이션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오키나와 훈련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류현진이 지난 시즌 데뷔한 후배 투수 황준서에게 ‘식사 특훈’을 권하는 장면이 담겼다. 지난해 류현진은 체중이 가벼운 황준서에게 “체중을 불려야 한다. 힘들 때까지 먹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이어 류현진은 오키나와 미니캠프에서 ‘황준서 증량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몸을 키워 구속을 키우는 ‘벌크 업’ 전략이다. 일본 프로 리그에 이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최정상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일본에서 뛰던 2015년 겨울 스토브리그 때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10kg 이상 증량하기도 했다. 해마다 구단 스프링캠프에 앞서 일부 후배들과 별도의 미니 캠프를 차려 훈련을 진행해온 류현진은 2025 시즌은 신축 구장인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시대를 맞아 팀의 가을야구 진출 견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스톱! 스톱!” 관제사의 다급한 외침… LA공항 대참사 막았다

    “스톱! 스톱!” 관제사의 다급한 외침… LA공항 대참사 막았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항공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 2대가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항공교통 관제사의 긴급 정지 명령으로 대형 사고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후 4시 40분쯤 LA공항 활주로에서 미 곤자가대학 농구팀을 태운 키라임항공 56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135)가 애틀랜타행 델타항공 471편 항공기가 이륙하던 활주로에 진입하려다가 충돌할 뻔했다고 1일 전했다. 이 장면을 포착한 유튜브 채널 ‘에어라인 비디오 라이브’ 영상에는 당시 항공교통 관제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정지, 정지, 정지!”라고 외치는 소리가 담겼다. 채널 운영자인 케빈 레이는 “관제사가 이렇게 ‘멈춰’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당시 정지 명령을 받은 키라임 여객기에는 다음날 UCLA와의 경기를 위해 이동 중이던 곤자가대 농구팀이 탑승해 있었다. 미 농구 명문인 곤자가대에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 포워드 여준석이 소속돼 있다. 해당 사건을 조사 중인 연방항공청(FAA)은 농구팀이 탑승한 전세기가 활주로 끝 라인을 넘지 않았으며 델타 471편이 이륙한 뒤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를 건너 게이트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곤자가대는 “비행기에 탑승한 팀원들은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며, 사건이 모두 안전한 상태로 끝났다는 점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델타항공은 “델타 471편은 정상 운항했다”며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FAA의 2023년 조사를 언급하며 “비행기끼리의 아슬아슬한 근접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지난 10년간 비행기 간 충돌 직전에 관한 기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 채시라 여동생, 오달수와 결별 후 ‘세계적 무속인’ 된 근황

    채시라 여동생, 오달수와 결별 후 ‘세계적 무속인’ 된 근황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044번 선녀 무당 역으로 등장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 배우 채국희가 주목받고 있다. 채국희는 극 중 자신을 무당 ‘용궁 선녀’라 소개하며 예사롭지 않은 대사와 코믹한 연기, 섬뜩한 여운을 남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등장 장면은 단순한 캐릭터 소개를 넘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몰입감을 선사했다. 채국희는 채시라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건국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뒤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이후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 1994년 에이콤 뮤지컬 배우 2기로 데뷔해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하며 자신만의 개성을 쌓아왔다. 채국희는 연극 ‘지하철 1호선’과 ‘카르멘’ 등에서 활약하며 연기 내공을 다졌고, 영화 ‘도둑들’에서 의문의 의뢰인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였다. 이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주인공 지선우(김희애)의 친구이자 복잡한 관계를 가진 산부인과 의사 설명숙 역을 맡아 다시 한번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채국희의 출연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 연인이었던 배우 오달수와의 재회다. 두 사람은 2008년 연극 ‘마리화나’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고,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도 함께 출연하며 가까워졌다. 이들은 약 6년간 연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2018년 결별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오징어 게임’ 시즌2를 통해 6년 만에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되며 화제가 됐다.
  • 슬픔 삼키며 참혹한 현장 수습…트라우마와 싸우는 소방관들 [김유민의 돋보기]

    슬픔 삼키며 참혹한 현장 수습…트라우마와 싸우는 소방관들 [김유민의 돋보기]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희생됐다. 이번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됐다. 사고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시신을 수습했던 한 소방관은 “현장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희생자들의 주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데다, 일부는 소방관들이 알고 지내던 지인이었다. 소방관들은 구조 작업 중에도 슬픔과 상실감을 억누르며 자신의 임무에 집중해야 했다. 현장에 투입된 베테랑 소방관들조차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만에 다시 맞닥뜨린 비극적인 상황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에 유튜버 아옳이(김민영)는 “현장에서 시신을 수습하고 DNA를 대조하며 참혹한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마주한 소방대원들이 극심한 트라우마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NGO 단체를 통해 심리치료비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방송인 박지윤도 “소방관분들, 유족분들에게 따로 기부했다”라며 후원 사실을 밝혔다. 최근 소방관들의 고통을 조명한 티빙 다큐멘터리 ‘라이프 라인’에서 소방관들은 “닫힌 문을 열기 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야 한다. 그래야 충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소방관은 “불길 속에서 의식을 잃은 동료를 구하다가 실패한 기억이 아직도 악몽처럼 떠오른다”고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수난 구조 현장에 투입되었던 또 다른 소방관은 “물속에서 느꼈던 살의 감촉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며 끔찍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구조 현장의 잔상은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출동 벨소리나 심폐소생술 실패는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한 소방관은 “출동 준비를 할 때마다 사고 현장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눈앞에 펼쳐지는 끔찍한 장면들이 내면에 남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2023년 소방청이 발표한 ‘마음 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소방관 5만 2802명 중 43.9%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포함한 심리질환 1개 이상에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들 중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소방관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대형 참사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은 심리적 어려움이 더욱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구조 활동 후 PTSD 치료를 받은 소방관만 1316명에 달했다. 이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소방관들이 체계적인 심리 치료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한림화상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의 74%가 단 한 번도 심리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치료 프로그램의 부족’과 ‘상담의 낙인 효과’였다. 소방청은 현재 무안 참사에 투입된 422명의 소방관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 중이다. 또한, 복귀 후에도 ‘찾아가는 상담실’을 통해 지속적인 심리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소방관들에 대한 심리 치료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소방관들은 오늘도 참사의 잔상을 안고 구조 현장으로 향한다. 무안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 뒤에 남겨진 소방관들의 내면의 고통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참사 사진·영상 공유하지 마세요”…의료계 당부 사고의 충격과 슬픔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심리적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더불어, 재난 상황에서의 책임 있는 대처를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불의의 사고에 국민과 함께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구조작업에 헌신한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전라남도의사회와 광주시의사회도 유가족 및 생존자를 위한 의료지원책을 발표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특히 유가족에게는 심리적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신건강 전문의를 투입해 정신과적 상담과 심리 및 약물치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을 지낸 백종우 교수(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재난보도준칙을 준수하며 사고 장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언론에 당부했다. 그는 “가능한 빨리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심리적 응급처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또한 사고 장면을 목격했거나 관련 영상을 접한 사람들이 2차 외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러한 정신적 충격은 재경험, 회피, 우울증 등 장기적인 심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사고 영상과 사진의 공유 자제를 요청했다.
  • ‘건강 악화’ 걱정에 입 연 이지현 “집 비밀번호 기억 안 나면 병원 갈 것”

    ‘건강 악화’ 걱정에 입 연 이지현 “집 비밀번호 기억 안 나면 병원 갈 것”

    그룹 쥬얼리 출신 방송인 이지현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언급했다. 이지현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한 방송에 어머니와 함께 출연한 장면을 올리며 “녹화해놓고 깜빡하고 지인이 기사 보내줘서 모니터링했다”면서 “인친님들도 많이 깜빡깜빡하시죠. 저도, 저희 엄마도 진짜 심하다”라고 했다. 이지현은 “저는 혼자 다짐했다”면서 “집 비밀번호가 순간 기억이 안 나면 병원 가자고 다짐하고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지인 분들, 제가 깜빡깜빡 잊는 게 있어도 서운해 마세요. 많은 걸 기억하고 사는 게 버거운 저랍니다”면서 “비타민C가 뇌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인친님들 잘 챙겨 드세요”라고 덧붙였다. 이지현은 지난달 27일 방송된 tvN ‘프리한 닥터’에서 심각한 건망증을 고백했다. 이지현은 “깜빡거리는 게 너무 심각하다”며 “미용 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데 시험 준비물을 두고 간다거나 밖에 나갈 때 휴대전화 대신 리모컨을 들고 간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전화를 손에 들고 전화를 찾는 건 기본”이라며 “내가 어떻게 이 정신으로 애 둘을 키우지 싶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저도 나이를 먹었지만 엄마를 보니까 기억을 깜박하는 게 너무 심하다. 최근에 운동하시고 샤워하러 여탕에 들어가야 하는데 남탕에 들어가셨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이지현의 어머니는 방송에 출연해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사람 이름이나 물건 위치가 생각이 안 난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고 속상하더라”라고 말했다. 방송 이후 지인과 팬들의 걱정이 이어지자 이지현은 직접 근황을 알린 것으로 보인다.
  • “결혼 이틀 전 연락받고 다음 날 촬영”…‘오겜2’ 공기놀이 손, ‘달인’이었다

    “결혼 이틀 전 연락받고 다음 날 촬영”…‘오겜2’ 공기놀이 손, ‘달인’이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 출연한 배우 강하늘의 공기놀이 장면은 대역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10월 SBS ‘생활의 달인’에 공기놀이의 달인으로 출연한 박종남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넷플릭스 데뷔(했다)”라며 ‘오징어게임2′에 대역으로 출연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박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0월 결혼식을 이틀 앞둔 저녁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전화를 건 제작진은 “생활의 달인 PD로부터 연락처를 받았다”면서 “밝힐 수는 없지만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데 공기놀이를 하는 손 장면이 필요해서 출연해주실 수 있냐”며 박씨에게 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결혼식을 위해 마침 휴가를 냈던 박씨는 연락받은 다음 날 촬영을 위해 대전으로 갔다고 한다. 박씨는 “대전에 가서 엄청난 보안서약서들을 썼다”며 “점심 먼저 먹자고 하셔서 식당에 따라갔는데 앞에 (배우) 이병헌님, 이정재님, 강하늘님이랑 감독님이라는 분이랑 연락을 준 연출 감독님이랑 같이 밥을 먹었다”고 했다. 이어 “내 생애 이런 유명한 배우들과 한 상에서 밥을 먹다니. ‘결혼이 내일인데 와주셨다’는 얘기, 공기를 어쩌다 잘하게 되었느냐, 결혼 축하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었다”며 “유명 배우들이 우리 결혼을 그렇게 축하해 줬는데 보안 때문에 사진 한 장 사인 한 장 못 남긴 것은 너무 아쉽다”고 했다. 박씨는 “촬영장은 1단부터 꺾기까지 원테이크로 찍으면 되는 거라 어렵지는 않았으나 배우들과 이인삼각부터 같이 해야 해서 너무 떨렸다”며 “두 번 정도 촬영하고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고 했다. 이어 “촬영 전후로 강하늘님이 계속 긴장을 풀어주신 게 인상 깊었다”며 “공기하는 법도 알려달라고 해서 알려주고 같이 제기도 차고, 촬영 끝나고 아내에게 주라며 성심당 부추빵도 주신 게 생각난다”고 했다. 박씨는 “1년간 비밀로 하다가 오징어게임 공개된 날 아내랑 보는데 너무 재밌다”며 “이왕 나도 나왔으니 더 잘 됐으면 좋겠다. 오징어게임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강하늘은 극 중 해병대 출신 청년인 강대호역을 맡았으며, 강대호는 공기놀이에 도전해 한 번에 성공한다. 한편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2의 넷플릭스 시청 시간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23~29일)에만 4억 8760만 시간으로 집계됐다.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같은 기간 영어권 TV 부문, 영어·비영어권 영화 부문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공개 첫 주 기준으로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전작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세운 4억 4873만 시간의 기록을 깨고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 [최광숙 칼럼] 유상임 과기부 장관의 ‘정치란 무엇인가’

    [최광숙 칼럼] 유상임 과기부 장관의 ‘정치란 무엇인가’

    한국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진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는 국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깊은 상처와 함께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27일 국회 과기정통위 전체회의에서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설전을 벌인 장면이 눈에 띄었다. 돌부처처럼 담담한 말투였지만, 아귀다툼 벌이는 우리 정치권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한 편의 ‘정치학 강의’처럼 인상적이었다. 노종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소극적 권한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상임: 엄중한 시기에 여야가 대립만 하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뭐가 필요한지(고민해야 합니다). 노: 그게 현실성이 있다고 보세요. 유: 현실성이 없어도 만들어야죠. 그게 정치 아닙니까. 제가 이해하는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겁니다.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지요. 일방적으로 숫자로 밀어붙이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잖아요. 그게 민의입니까. (국무위원) 다 탄핵하고 정부를 무력화하면 얻을 수 있는 게 뭔가요. 무엇이 서울대 공대 교수 출신인 유 장관으로 하여금 소신 넘치는 정치 발언을 쏟아내게 했을까. 작금의 정치 상황이 답답한 나머지 가슴에 담아 놓았던 말을 쏟아놓은 건 아닐까 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 없는 통치’의 말로를 보여 준 최악의 참사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폭주’, ‘탄핵 질주’가 문제이긴 하지만 이를 대화와 정치로 풀지 않고 야당의 ‘패악질’만 탓하다가 대통령은 결국 제풀에 무너졌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부동산 가격 폭등 등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남겨 놓았는데, 2년 반 만에 윤 대통령이 다시 비상계엄으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었다. 외환위기급 환율 급등과 대외신인도 추락, 파탄 직전의 민생 등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코앞에 두고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속수무책이다. 누란의 위기 극복을 위해 무엇보다 ‘정치’가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질 대선에서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나라를 살리는 정치는 찾아볼 수 없고, 당파적 정쟁으로 나라는 결딴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여야 갈등과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체제’는 정치가 혼란을 수습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오히려 위기의 주범임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가 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 몫으로 돌아간다. 당장 무안공항 참사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맡았다. 한 대행 탄핵소추안의 국회 가결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뒤편에서 혼자 씨익 웃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모습은 이번 사태에 임하는 민주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민주당 사전에는 애초부터 ‘국정 안정’,‘국가 신인도’ 같은 단어는 없었다. 한 전 대행은 물러나기 전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나라에 큰일이 닥쳐도 늘 넘어설 수 있었던 힘 중 하나가 ‘정치의 힘’”이라고 했다. 그가 정치적 역할을 강조한 것은 정면으로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충돌 직전의 여야 정치권을 향한 뼈아픈 일침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까지 두루 요직을 거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고위공직자의 마지막 화두가 ‘정치 회복’이라는 것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사고는 정치가 치고, 뒷수습은 애꿎은 관료들에게 맡겨 정치적 결단까지 요구하는 것은 비겁하다. 노 의원은 정치적 해결의 현실성이 없다고 발뼘하는데, 오죽했으면 평생 과학자로 살아온 유 장관이 정치로 갈등을 해소하자고 했을까. “엄중한 시기일수록 여야가 한발씩 물러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자”는 유 장관의 호소가 어느 때보다 절절하게 다가오는 신년 아침이다. 최광숙 대기자
  • 포르노그래픽 디오라마 - 김언희론 1)/신은조 [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문학평론]

    사카모토 신이치의 만화 ‘이노센트’에서 등장인물 마리 조셉 상송은 조소한다. “정치는 남자들끼리 독점하고 있으면서 기요틴 앞에서는 여자와 애들도 평등하다 이거로군.” 물론 처벌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처벌을 가능케 하는 법령이 평등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법을 준수하지 않은 인간이 처벌받는 이유는 법이 인간을 보호할 수단이기 때문이지, 법 자체가 고귀한 것이라서가 아니다. 만약 어떤 법이 오직 법을 수호하기 위해 이행된다면 그것은 차별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상송의 조소는 푸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여성과 아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원칙주의의 모순을 꼬집는 대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의 만화가가 프랑스 대혁명 시대 여성의 입을 빌려 내뱉은 이 대사가 현 한국 사회를 향한 진단으로 읽힌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원칙주의의 모순에 매몰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과하며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규범이 가부장적 시선을 기반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여성을 착취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권력 구조의 단면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니즘이란 이와 같은 구조와 규범에 대항하기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여성 혐오에 대한 여성들의 항의가 젠더 갈등, 갈라치기라는 이름으로 폄하되기 일쑤인 근래의 정황에서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일컫는 일은 이와 같은 압제에 대한 저항의 표현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는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떻게 독해해야 할까. 이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을 처형하는 칼날의 집행 주체가 비단 남성이나 가부장적 시스템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야 하겠다. 걸 밴드 QWER은 데뷔와 동시에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석권하고, 펜타포트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일부 멤버가 노출도 높은 의상을 입고 선정적인 춤이나 언행을 통해 남성 시청자들의 유료 후원을 유도하는 방송, 이른바 “벗방” BJ 출신이라는 사실이 대두된 이래 그녀들을 향한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QWER의 메인스트림 데뷔가 여성 인권의 하락을 촉진하는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여성의 몸을 재화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이 “벗방”의 본질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어린 여성들이 “벗방”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QWER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각각 “그녀들이 진행한 방송은 유명 스트리밍 사이트의 규제를 위반하지 않았으므로 벗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과, “옷을 벗는 방식으로 자신을 성적으로 대상화하여 금전을 취했으므로 벗방, 더 나아가 성매매 종사자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이 부딪치며 격화되고 있다.2) 물론 QWER을 향한 비판이 전부 그녀들의 과거 행적 때문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다. 그녀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이 지점만을 지적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벗방 BJ의 양지 진출”이 토론의 주된 쟁점인 이상 해당 토론은 여성이 스스로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행동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페미니즘”이라는 이론의 보존이 아닌 “여성 인권”인 이상 진정 고민해야 하는 것은 벌거벗은, 음란한, 자신을 대상화하는 그 여성들의 존재를 삭제하지 않은 채 여성을 혐오하지 않는 방법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따사로운 빛이 포괄하지 못하는 “음지의 여자”들에게 줄곧 주목해 왔던 시인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다. 임산부나 노약자, 심장이 약한 사람과 과민 체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시집을 읽을 수 없으며, 시집을 읽고 난 후 온갖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한 시인. 김언희의 시에는 난도질당한 여성 육체의 단면이 가감 없이 삽입되어 있으며 음부와 성기, 성교와 폭력의 장면이 빈번히 등장한다. 이와 같은 태도는 시집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미쳐 마치 시인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시어와 심상 너머에 외설적인 함의가 담겨 있는 것처럼 읽히도록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섬뜩한 문구를 적어 둘 근거로는 충분하리라. 기실 임산부나 노약자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처녀막을 찢어”드리겠다 엄포 놓는 목소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독자란 그리 많지 않겠지만 말이다(‘가족극장, 이리 와요 아버지’). 그래서일까. 지금껏 수많은 비평가와 연구자들이 김언희의 시에 달아 둔 각주들은 크게 두 가지의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 김언희 시에서 그로테스크한 여성 이미지를 발굴한 이해운3)이나, 김언희 시의 여성을 서발턴으로 정의하는 장서란4)은 김언희의 시를 남성 중심적 현실을 전복할 에너지로 대우한다. 반면에 임지연5)은 김언희 시가 남성적 시선을 내면화하고 남성/여성이라는 근대적 시스템을 보존함으로써 기존 문제 틀에 갇힌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두 시점의 맹렬한 대립은 김정란과 남진우 사이에서 벌어졌던 설전을 펼쳐 볼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일찍이 김정란은 김언희 시가 “여성에 의해서 여성 육체에 가해지는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김정란이 엄격한 페미니즘에 근거하여 김언희 시의 벌거벗은 몸들을 체제의 프로파간다로 독해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6) 하지만 남진우는 그에 대해 김언희의 시선은 “남성들의 시각적 쾌락에 봉사하는 남근적 응시가 아니라, 거기 붙들린 사람을 삶과 죽음, 현실과 환상의 경계인 혼돈으로 초대하는 메두사적 응시”라고 반박했다. 그녀의 시가 “메두사의 시선을 통해 포착한 자아/세계의 추악한 실체를 메두사의 형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시인의 시를 읽는 사람은 마치 메두사의 얼굴을 앞에 두고 그러하듯이 “시 앞에서 분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7) 두 의견은 일정 부분 타당하고, 그래서 여태까지도 그 시비를 팽팽히 겨루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 정말 이 여성들이 성폭행범이나 메두사에게 필적할 권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그녀들의 고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난도질당하고 있다. “육회와 수육/ 창창한/ 육절기(肉切機)의 세월”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태어나보니’). “시인” 또한 사정은 매한가지인데, 그것은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서서 걷는 것과 같”다는 독백으로부터 드러난다(‘Eleven Kinds of Loneliness’). 다시 말하자면, 그녀들이 비명 지르는 것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한 화자들의 비명을 듣고 있노라면, 전성기의 메두사보다는 차라리 사후의 메두사가 더 떠오른다. 눈을 마주쳤다면 누구라도 돌로 만들어 버리는 능력으로 수많은 영웅을 쓰러뜨렸던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에 의해 목이 잘린 후 방패의 장식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메두사의 이야기는 전승되지 않는다. 이렇듯 단죄의 칼날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여성과 아이들의 목도 평등하게 잘라 버리는 기요틴처럼 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일견 세계를 파괴할 힘을 가진 것처럼 보였던 메두사도 영웅의 칼날 앞에서는 단순한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앞선 연구들이 전부 터무니없는 오독이라거나, 김언희의 작업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김언희의 작업을 절대 방어하려는 의도 또한 아니다. 단지 이 여성들의 “육체 전시”가 가능하기 위해서 어떤 숭고한 의미가 뒷받침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질문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문학비평이라 하는 장르가 언제나 작품에서 문학적 의미를 창출하는 작업이고, 김언희 시의 위계-모독이 여성의 몸을 중핵으로 삼아 작동하고 있는 이상 페미니즘적 읽기는 불가피한 일이리라. 하지만 이 여성들에게 엄격한 문학적·사상적 잣대를 들이밀기 이전에 이들이 호소하고 있는 고통의 정체를 규명하고, 이 시점에서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여러 가지 담론들이 여성의 몸을 횡단하고 있는 이 시대에 김언희를 읽는다는 것은, “음지”에서 뒤척이는 몸과 그에 잇따르는 감각을 시의 최종 심급으로 두고 있는 이 시인에게 여성이란 무엇인지 자문을 구하는 일과도 같다. 여성의 삶은 어디까지 다양하고, 어떻게 여성은 삭제되는가. 물론 대화 없는 공감은 언제까지고 모독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시도하는 이 독해가 모독이라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김언희의 화자가 실감 나게 들려주는 증언을 통하여 여성이 스스로 몸을 전시하는 일이 무슨 의미일 수 있는지 알아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므로 이것은 오독이다. 여성이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것이 단순한 욕망 전시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모독이다. 그 모독적 오독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김언희의 첫 시집 ‘트렁크’는 “가죽 트렁크”를 묘사하며 시작한다. “이렇게 질겨빠진/ 이렇게 팅팅 불은/ 이렇게 무거운” 가죽 트렁크. 그것에 담겨 있는 것은 “토막난 추억”이다. 짧은 진술을 통해 이 트렁크를 둘러싼 진실들을 포착하기란 쉽지 않다. 누가 어디로 보낸 것인지, 트렁크를 둘러싸고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심지어는 “토막난 추억”이라고 일컬어지는 내용물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기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트렁크가 수취를 거부당한 이유만큼은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것이 너무나도 흉측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디 가야 할 곳으로부터 거절당한 후 갈 곳을 잃은 가죽 트렁크. 이것의 이미지를 김언희의 시와 같이 놓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인의 말에 적혀 있듯, 김언희는 시가 고통뿐인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검출하는 작업이라고 여겨지는 보편적 인식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트렁크”를 시인의 작업물 그 자체에 대한 은유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로 김언희의 시는 “토막”난 것들을 그러모으고 있다. 이때 토막 나는 대상은 다양하다. “고기”, “개구리”, “당신” 등 수많은 생명이 시에서 도륙되지만, 가장 빈번히 유린당하는 것은 바로 화자 자신이다. 무형의 관념인 “고요”마저도 도살하고 도살당하기를 반복하는 이 “백정의 나라”에서 김언희는 참수도를 다만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다(‘고요의 나라 1’). 의자였는데 내가앉으니도마였다 베개였는데 내가베니작두였다 사람이었는데내가안으니 내가안으니포장육 손톱발톱이길어나는포장육 막다른데가따로없었다 꽃한송이꽃절벽 사람하나사람절벽 여기이절벽에서저기저 절벽으로내입에서내어놓은 거미줄에매달려간댕 간댕건너간다끊어 질듯끊어질듯 ‘의자였는데’ 안락하고 편안한 사물이어야 할 “의자”와 “베개”도 내가 베기만 하면 “도마”와 “작두”가 되어 버리는 정황은 김언희의 화자가 탑재하고 있는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난해한 정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날 때부터 고기”였다는 다른 시의 진술을 경유해야만 하겠다(‘태어나보니’). 나를 낳은 “엉덩짝”이 갈고리에 걸려 있고, 심지어는 그 엉덩짝의 정체조차 알 수 없는 “지하 식품부”의 “냉장고 속”으로부터 비롯된 고백을 참조해 보자. 이 세계가 나에게 적대적인 이유가 비로소 명료해지지 않는가.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처럼 비체는 언제나 주체의 의도에 귀속된다. 인간이 도마 위에 앉으면 도마는 의자처럼 기능하게 될 것이다. 일련의 심상들은 화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폭력적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물이 나를 공격하고 재단하는 상황을 “막다른 데”라고 일컫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언술 행동이겠지만, 나에게서 뽑혀 나온 “거미줄”에 의존해 위태롭게 이곳저곳을 오가야 하는 상황까지 읽어내고 나면 이 화자가 처해 있는 상황이 보다 더 극단적이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극단의 상황에서 김언희가 채택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그 세계의 작동 방법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것이다. 막차를 놓치고 저녁을 때우는 역 앞 반점 들기만 하면 하염없이 길어나는 젓가락을 들고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들…… 불어터진 음부뿐이면서 생은, 왜 외설조차 하지 않을까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 속에서 끝이 자꾸만 떨리는 젓가락으로 건져올리는 허불허불한 내 시의 회음들, 짜장이 더글더글 말라붙어 있는 탁자 위에서 일회용 젓가락으로 지그시 빌려보는, 이 상처의 모독의 시, 시, 시, 시울들……… ‘허불허불한’ “벌건 짬뽕국물 속에서 건져내는 홍합”이라는 먹음직스러운 음식은 직후 “불어터진 음부”로 변환된다. 이 회음은 “시”의 것으로, 시가 전적으로 화자에 의한 발화라는 것을 견지한다면 직후 들어오는, 왜 세상은 “외설조차 하지 않”느냐는 탄식은 자신에게 주어진 발화 방식도 충분히 이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화자 자신에 대한 통렬한 메타인지이기도 하다. 그렇다. 김언희에게 있어 세계란 외설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아니 외설밖에는 할 수 없는 침묵과 고요의 공동이다. “골수까지 우려준” 국물이 그렇듯 이 세계는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착취하면서 성립하는 세계다. 달콤한 복숭아의 “향기”에 “전신이 가려워”지는 방식으로 세계와 몸이 불화하는 상황이라면,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몸의 시 쓰기는 모독과 외설, 배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나의 몸에서 복숭아의 일각을 발견하는 상황에서 고통이 창작을 추동한다는 오래된 격언 또한 폐기를 피할 수 없다(‘복숭아’). 이렇듯 김언희에게 몸과 세계는 서로 공명한다. 지독한 자기도취로도 보이는 이 세계 인식이 쾌락적 나르시시즘으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공명이 상처와 고통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김언희의 시가 성감을 전면에 내세워 시를 창작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적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점이지만, 앞선 표현을 참조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금기 내지는 윤리를 깨뜨리기 위해 성감만을 강조하고 있다기보다는 몸과 감각에 대한 탐구에 치중하면서 그와 맞닿아 있는 가장 일차적인 감각의 일환으로 성감을 이용하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 쓰기와 배설이 살아남기 위한 외설의 표현으로 동등한 위치를 획득할 때, “봉합되지 않는” 인생으로부터 타액처럼 시가 흘러나오며 김언희의 세계-자기 인식은 완성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오늘은 또 무엇을 똥으로 만들어줄까 미나리 상추 쑥갓 바지락 피조개 펄펄 뛰는 저 도다리란 놈을 똥으로 만들어버려……? 항문을 쩝쩝 다시며 지나가는 과일전 좌판 위에 황도 백도 천도 복숭아들 등천하는 저 향기를 구린내로 저 신선한 과육들을 똥으로 만들어버리는 무서운 분뇨의 회로 나를 거치면 모든 것은 왜 심지어 당신, 심지어 하느님까지, 내게서 나오는 것은 왜 모조리 ‘왜 모조리’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보고 “항문을 쩝쩝 다시”는 행위는, 앞서 언급했던 몸과 세계의 미적 판단 기준이 불화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감각의 교란으로 이해된다. 더 나아가, 생명력 넘치는 도다리까지 모두 화자의 몸을 통과하며 똥으로 변모하는 상황으로부터 김언희의 화자가 갖추고 있는 소화 능력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함축한다는 결론 또한 도출할 수 있다. 김언희의 몸을 통해 세계는 모독의 대상이 되어, 역겹고 끔찍한 형상으로 변환 출력된다. 그러므로 배설은, 시 쓰기는 무서운 일이다. 대상이 미륵이건 나발이건 고려하지 않고 제 식대로 씹어 삼키는 방식은 그 원리의 측면에서 세계가 화자를 착취해 온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칼날을 휘두른다면, 그것은 그 칼날이 휘두르는 자에게도 유효하다는 뜻이 되지 않겠는가. 미륵과 하느님. 언젠가 재림하여 세계를 구원할 것이라고 믿어지는 선지자와 절대자 그 자체. 또는 규범의 화신. 그들을 욕보이는 행위가 화자의 자긍심으로 기능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그 행위에 혁명이나 대항, 자기표현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해 볼 수 있겠다. 김언희의 화자가 외설과 배설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화자들이 흉측하기 때문이다. “늙은 창녀”, “주검”, “미친년”과 같은 멸칭으로 묘사되는 화자들은 모두가 그 자체로 금기시되는 존재로, 이와 같은 꺼림칙한 감각은 김언희의 화자뿐만 아니라 그녀가 사용하는 시어와 제시하는 정황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사항이다. 트렁크는 수취 반송되었고, 고기는 잘려서 매달렸다. 이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것을 통해 권위에 상처 입는 당사자는 누구인가. 누가 그녀들을 가공하고, 왜 그녀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가. “아버지”, “하느님”, “당신”으로 호명되는 착취의 수혜자들. 그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저 여자가 죽지 않는다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은 쬐그만 구멍, 그 한 잎의 구멍을 사랑했네. 그 구멍의 솜털, 그 구멍의 맑음, 그 구멍의 영혼, 그 구멍의 눈물,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구멍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구멍을 사랑했네. 구멍만을 가진 구멍, 구멍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구멍, 구멍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구멍, 눈물 같은 구멍, 슬픔 같은 구멍, 병신 같은 구멍, 시집 같은 구멍, 그러나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구멍 영원히 나 혼자만 가지는 구멍, 나밖에 아무도 가질 수 없는 구멍,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가혹한 구멍 ‘한 잎의 구멍’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는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이는 과정에서 “구멍”으로 치환된다. 이때 기묘한 것은 오규원의 시에서 “여자”가 화자와 철저히 구분되는 타자로 등장하는 것과는 달리, 김언희에 의해 다시 쓰인 시의 “구멍”은 화자 자신이자 동시에 사랑하는 대상으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단순히 김언희가 여성 시인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성의 대명사로서 기용되는 구멍은 다분히 여성의 성기처럼 읽힌다는 지점에서 앞선 독해에서 줄곧 발견해 왔던 “모독에 의한 모독”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김언희는 이 “덮어씀”을 통해 기존 남성 권력이 선사하는 여성에의 사랑을 비웃음과 동시에 자신-여성마저도 비웃고 있다. “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고, “내 시에 대고 수음을 했느”냐며 범인을 색출하려는 행동은 그래서 이해될 수 있다(‘누가 내 시에 마요네즈를 발랐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어 채택했던 수단인 모독이 효과적인 이상, 상대를 색출해야만 모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대표적으로 불려 나올 수 있는 존재가 “아버지”다. 거울 속의 아버지, 새빨간 페티큐어를 하고, 아이, 꽃만 보면 소름이 져요, 허리를 꼬는 아버지, 과부가 된 아버지, 생리중인 아버지, 시뻘건 아버지의 음부, 아버지의 질, 하룻밤에 여든여덟 체위로 내 남자와 하는, 빗자루 손잡이와 그짓을 하고, 자동차 뒷자리에서 스무 켤레의 구두와 하고, 유리상자 속에서 왕과 동거를 하는, 아버지이, 아버지의 목청으로 부르르 나를 부르는 아버지 ‘가족극장, 과부가 된 아버지’ 아버지는 어떤 존재인가. “걸려 있는 어머니”에게서 자신을 “들고 가는” 존재다. 다시 말해, 세계 규범의 화신과 같은 존재이다. 시집의 한 부 전체가 “가족 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위계 관계를 뒤집고, 기제를 모독하는 것으로 메워져 있는 것은 그렇게 이해될 수 있다. 시인은 주님, 아버지, 오빠 등 남성적 주체들에게 여성의 음부와 행위를 오려 붙임으로써 그것의 권위를 훼손한다. 이와 같은 시적 전략은 ‘보고 싶은 오빠’를 비롯한 이후 시집에서도 두드러지게 활용된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이 “거울”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겠다. 거울이란 세계를 비추는 시선임과 동시에 내가 나를 자각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이미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를 다시 읽어 보면, 거울 속의 “아버지”는 여성의 신체를 하고 내 남자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나” 같다. 다시 말해, 김언희의 화자들은 아버지를 훼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남근중심주의적 관점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모독이 가질 수 있었던 승리의 감각은 피로스의 승리로 격하된다. 내 얼굴로부터 매 순간 아버지의 얼굴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녀를 고기와 구멍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외설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의 시 쓰기는 이 시점에서 오독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면, “상가”로 가도 “카바레”가 나오고, “꽃집”으로 가도 “족발집”이 나오며, 발걸음한 “예식장”은 “도축장”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비판하기 위해 세웠던 모독의 바리케이드가 되려 여성 자신을 음란함에 가두게 된다는 모순이다(‘피치카토’). 이 책이 소리를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비명을 전부 빨아먹는다 이 책이 피를 전부 빨아먹는다 육절기로 썰어 넘기는 책장 한 장 한 장이 혓바닥이다 흠씬 피를 빨아먹은 페이지 페이지, 면도날로 밑줄을 친 붉은 밑줄들이 줄줄 흘러내리는 이, 책이 ‘이 책’ 김언희는 시에 발린 “마요네즈”, 즉 “아버지를 내포하는 몸”을 경멸한다. 그래서 김언희의 시는 재생산이나 자신만만한 자의식의 표출이 아니다. 오히려 소화이며, 소비다. 먹어서 없애야 하는, 똥으로 만들어 버려야 하는 무엇이다. “아버지에게서 아버지를 파내드릴게”라고 이야기하는 김언희. 내 몸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은 “아버지의 좆대가리”에서 자신을 “벗겨내 달라”는 요청의 수행적 표현임과 동시에 화자를 포박하는 사상과 논리로부터 탈각하고자 하는 몸부림이다(‘벗겨내주소서’).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이 탈각이 모독으로써는 정복될 수 없는 무인도이기 때문이다(‘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난자당한 살점들이 에워싸고 있는 그 섬”에 닿을 때까지 그녀들은 죽을 수 없다(‘그 섬에 가고 싶다’).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삶의 결말을 유보하고 있는 이 화자들의 태도는 의미 없는 감각과 침탈을 반복하면서 이중의 모순을 안은 채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만 같다. 그렇다면 폭로를 위해 오독을 감수해야만 하는, 살을 취하기 위해 뼈를 줄 수밖에 없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아니, 질문을 바꾸어 보자. “음부”밖에는 없는 세상에서 “외설”로만 발화할 수 있는 여성들의 이와 같은 몸부림을 다만 윤리적 잣대로 처벌할 수 있겠는가? 쉽게 답변을 내릴 수 없는 질문, 그에 대한 사유의 약진이 김언희의 근작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자가 시인이 된다는 것 -인격이라는건온도와습도에따라변하는거야고환처럼 -1은홈리스II는섹스리스III는홈리스에섹스리스너에게는좆밖에없고나에겐그마저없고 -니체고시체고나랑맞바꾼개는잘커?네터럭이목구멍에엉겨죽을뻔한그개? - 죽여준다정말죽여줘新옥보단3D로보니온세상이肉蒲團之極樂寶鑑이네 -30년동안카데바노릇을하고있어6개국어로거짓말하는카데바그게나라고 -저개하지도못하고짖지도못하는저개엊저녁에광견병접종을하고온저개이제는미칠수도없게된저개 -난죽은년조차아냐시체조차도없어난내눈에도안보여 -정색은질색이야난잠을자면서도하품을해잠을자면서도존다고가래침이야말로내인생의토핑이지 -모든것을포기하고미쳐버리면시간이절약되지않을까 -나무젓가락같은잣대로젓대로나좀들쑤시지마지뢰를밟고선자만이경멸할수가있는거야똥밟은자를 -개가뒷다리로일어서서걷는것과같소…… 여자가시인이된다는것은 -내주여저는알알이익었나이다새까만악의의포도송이로나의모든사랑을다해나의모오든화냥을다해 ‘Eleven Kinds of Loneliness’ “까마귀에게 있어서 까마귀 자신만큼 불길”한 것이 또 없듯이, 여성의 몸은 그것이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한 번의 오독을 거치고 있다(‘미얀마’). “죽은 년조차도 아니고, 시체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나, “개하지도 못하고 짖지도 못하는 개”라는 호명은 그것이 비체화되고 있음의 표상이다. 기실 세상만사가 각각 결핍을 갖는 방식으로 성립하는 법이라지만, 남성 성기를 가진 “너”에게 “나에게는 그마저도 없”다는 화자의 토로는 화자 본인이 너보다 더 다중적인 압제 밑에 억눌려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발화다운 발화를 할 수 없는, 내가 나로 살 수 없는 이러한 치욕과 모멸의 세상에서 화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학대에 가까운 성교, 폭력뿐이다. 이 화자가 “사랑”과 “화냥”을 병치하면서, “새까만 악의 포도송이”만을 기를 수 있는 것은 날 때부터 고기로 다루어졌던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여자들에게 걸려 있는 저주들이 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태여 여성에게 씌워져 있는 성적 필터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작가의 작품이 작가 자신의 성분을 근거로 성기게 맥락화되는 상황을 여럿 마주쳐 왔다. 말이 말로만 판단될 수 없는 이 연좌제의 굴레 속에서 여성이 더욱 취약할 것임은 당연하다. 다시, 이 지점에서 김언희 화자의 발화가 일차적인 몸의 감각으로 소급되는 양상에 대한 재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 그것은 김언희의 무력한 화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발화 방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여성의 발화가 받아들여지던 방식이다. 오로지 자궁의 병 탓으로 여겨졌던 여성의 히스테리처럼, 멸시가 멸시를 낳고 오독이 오독을 낳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성을 어떻게 “정확히” 읽을 수 있을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촘촘히 짜인 의미망으로 기능하는 몸. 구멍과 음부와 외설로 대변되는 여성의 몸. 그러한 관점에서 의도가 없고, 말이 없고, 생각이 없는 “시체”는 역설적으로 여성 화자가 갈망해야 하는 종착점임에 틀림없다. 여성이라는 몸은 그야말로 죽어야만 해방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섹스와 끼니”, “모욕과 배신”, “지저분한 농담”과 “어처구니없는 삶”과 “죽음”에서 해방되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죽음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의 화자는 지속적으로 “6개국어로 거짓말하는 카데바”, 자라면서 뇌를 버리는 “멍게”의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죽음에의 달성을 꿈꾼다(‘Endless jazz 19’). I 혓바닥에 검은 털이 빡빡이 돋아나고 있어 입속의 검은 구두 솔 구두거나 귀두거나 모조리 光내줄 수 있어 막창에서 밑창까지 II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고 말다니 만인의 黃狗가 영원히 삭제 불가능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1초도 혼자 있을 수가 없어 1초도 혼자 있을 데라고는 없어 아무도 날 잊어주지 않아 단 1초도 더 이상 혀를 못 놀리게 된 자만이 진짜 죽은 자라고 발화의 욕구는 성욕보다 백배는 강해 귀를 대주라고, 언니, 뒤를 대주듯이 III 세 번이나 하고도 한 기억이 전혀 없어 이제 난 어제 한 거짓말도 기억이 안 나 난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아 말매미처럼 내 손으로 내 등짝을 가르고 ‘황색 칼립소’ ‘황색 칼립소’에서 “입”은 “구두 솔”의 이미지를 경유하여 여성 성기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것이 “구두”와 “귀두”를 광내는 도구로 취급된다는 지점에서 여성 몸의 현주소를 선고한다. “엉겁결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 평생 그 낙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비체의 끝이다. 내가 나로 있기 위해서 나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역설이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내 발화들이 전부 “거짓말”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언희의 화자는 “발화의 욕구”가 “성욕보다/ 백 배는/ 강”하다는 말을 통해 스스로가 이러한 무용한 반복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타진한다. 하지만 언제나 “귀를 대주”는 것보다 “뒤를 대주는 것”이 더욱 수월하다. 여성의 몸이 그렇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니”도 여성이고 화자도 여성인 이상 자신의 발화를 순수한 자신의 발화로 전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들의 대화가 대화로써 성립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처럼, 김언희의 시는 이 시집이야말로 “엽색”과 “치정의 끝”이라는 발화를 통해 모독이 모독당할 수밖에 없고, 오독이 오독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슬프게 폭로한다(‘격에게’, 96쪽). 이 시집은 모리스 블랑쇼의 “오늘 밤 나를 죽여주지 않으면 당신은 살인자요”라는 책망으로 끝을 맺는다. 모리스 블랑쇼는 여러 격언을 남겼지만, 이 시점에서 들여오기에 적합할 만한 다른 말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부터 쫓겨난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작품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말이었던 앞선 발언은 김언희와 맞닿았을 때 나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빗나가 버리는 오독의 광경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히게 된다. 이조차도 원 의미를 왜곡하는 오독이지만, 김언희의 화자가 오독과 적극적으로 싸우는 방식으로 오독당해 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시인의 시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리스 블랑쇼의 말이 해석 과정에서 변질되는 것은 그 불가역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지점일 수 있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완결되어 있는 내 몸의 의미. 하나의 의미망을 형성하고 있는 몸이 자꾸만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함과 동시에 탄생하는 시. 타자에의 침탈에 맞서는 이 힘 있는 비명이 어떻게 시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김언희에게 폭력에 대한 감상은 세계에 대한 단상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독해가 옳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벗어던져야 하는 마지막 실오라기”가 어디에 있냐는 질문과 “매 순간 나에게서 빠져나가야” 살 수 있다는 진술이 서로 호응하는 것처럼 읽히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쌍십절 2’). 내 몸은 포르노가 아니다 그리스의 남성 영웅 카이네우스는 본디 카이니스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녀)가 여성이기를 포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것이 그녀가 포세이돈에 의해 강간당했다는 설이다. 그녀는 자신을 차지하고자 했던 포세이돈에게 강간당한 이후 어떤 저항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해 분노에 떨었다. 이윽고 그녀는 자신에게 닥쳐온 모든 불행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졌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강간당했으며, 여성이기 때문에 저항할 수 없었고,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 욕구의 표적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달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포세이돈에게 남성이 되기를 청했고, 그렇게 카이네우스가 되어 신화에 이름을 새긴다. 우리가 카이니스와 카이네우스의 신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있다면,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해서는 안 된다는 자각이며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을 비윤리적이라고 일갈할 수 없으리라는 예감일 테다. 어떤 폭력이 여성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라면, 어떤 여성들이 그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성 아님”을 소망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폭력 자체를 근절하는 것보다 그 자신이 여성 아니게 되는 것이 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날 방법으로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여성”이라는 범주가 그 위신을 공고히 할수록, 오히려 그 집단이 갖고 있는 힘이 허약해진다는 것과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다. 기실 이것은 김언희 시에서도 “종이 고환”을 단 “여류 시인”의 이미지와(‘어지자지’), “몸만 여자지 음탕한 남자 아닐까” 되묻는 자조로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아닐까’).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 범주를 부정하며 여성 없는 페미니즘을 주장한다. 여성이라는 동일 정체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페미니즘은 가능하며, 되려 여성만이 페미니즘을 허락받을 때 이론은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강조되는 것이 “수행 뒤에 수행자는 없다”는 명제다. 바꾸어 말하자면, 젠더와 성 정체성 등의 “범주”는 나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결코 자아의 본질이나 골자에 도달할 수는 없다. 그것은 정체성이 여러 가지 속성들이 화합하고 상충하면서 교차적으로 성립하는 것이거니와,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이 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동시에 자신의 의견이 미국 동부 해안의 레즈비언/게이 커뮤니티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현재까지도 투쟁하고 있는 젠더퀴어들에게 감응하고, 그것이 페미니즘과 맞닿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젠더 트러블’의 개정판 서문 (1999)에서 주디스 버틀러는 이와 같은 착안점을 털어놓으며 자신이 학계라는 서로 만난 적 없는 문화지평의 수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8) 연거푸 강조하지만, BJ의 노출과 김언희의 비명을 동일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동일시될 수도 없거니와, 동일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어떤 폭력이 페미니스트이기에 가해지고 있고, 자신의 주변이 그러한 폭력을 기꺼이 휘두를 자들로 가득하다면, 페미니스트임을 부정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복종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으리라. 물론 이 사실을 주지하고서라도 자신을 “반페미”라고 지칭하며 몸의 이미지를 판매했던 QWER 일부 멤버들의 행동을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글 또한 순수히 그녀들을 방어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님을 밝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란 결국 여성 해방을 위해 고안된 이론 틀이기에, 만약 페미니즘이 여성의 삶, 또는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성질 그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면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요청이다. “여자의 완성이 얼굴”인 나라에서(시집 ‘보고 싶은 오빠’ 중 ‘르 흘레 드 랑트르꼬트’) 페미니즘마저 여성을 불순하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거절한다면, 그 여성들의 사활을 건 투쟁도 포르노로 전락하게 되지 않겠는가. 아니, 설령 그것을 포르노라고 일컫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참작이 진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침투를 불허하고 “음지”에 잠재우는 것은 “보기 편안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한 가지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그와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기회 또한 그녀들과 함께 영영 잠들게 하는 일일 것이다. 폭력은 다른 것이 아니다. 해석의 여지가 불가능하도록 맥락을 거세하는 것이 폭력이며, 알몸과 외설만을 보는 것이 포르노다. 그래서 포르노는 만들어지는 동시에 해석된다. 이것이 도발적이고, 충격적이고, 외설적이라고 할지언정, 그 너머에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을 실로 포르노로 만든다. 여성의 알몸과 성교를 그저 “외설적”이라고 말하면 그것들은 모두 외설로 남는다. 여성의 목소리를 그저 비명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단지 비명에 머무른다. 그러나 여성의 알몸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해석하는 순간 그것은 외설적인 알몸을 넘어 저항의 표현이 된다. 기실 비평은 언제나 이러한 해석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작업이었고 약자에게 견고한 법령에 틈입하는 몸짓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김언희의 시 세계를 톺으며 오독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는 것도 아닌 모호의 세계에 잠자는 여자를 깨우는 것이다. 그 후로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성감을 위해 태어나지 않은 음부로, 분뇨의 입구로 태어나지 않은 입으로. 1) 이 글에서는 김언희의 시집 ‘트렁크’(세계사, 1995),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민음사, 2000), ‘GG’(현대문학, 2020)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위의 시집에서 시를 인용할 경우 해당하는 제목만 표시하며, 맥락상 구분이 필요한 경우나 다른 시집에서 인용된 시의 경우 시집명이나 쪽수도 함께 명기하도록 한다. 2) 이정수 기자, ‘‘음지’에서 ‘양지’로 올라온 여캠 BJ들… “벗방이랑 뭐가 달라” 시끌’, 서울신문, 2024년 8월 12일, https://v.daum.net/v/20240812113303539 3) 이해운, ‘현대시에서의 그로테스크’, 한국문학과 예술 9(2012, 숭실대학교 한국문예연구소). 4) 장서란, ‘김언희 시의 서발터니티 연구 -‘말하는-죽음’과 ‘여성-괴물-되기’를 중심으로-’ 한국현대문학연구(2022, 한국현대문학회). 5) 임지연, ‘1990년대 여성시의 이상화된 판타지와 역설적 근대 주체 비판’, 한국시학연구(2018, 한국시학회). 6) 김정란, 남진우, 이희중, ‘특별좌담/올해의 시를 말한다’, 월간 현대시 56호, 1997년 12월호. 7) 남진우, ‘메두사의 시- 김언희의 시세계’, 계간 문학동네 25호, 2000. 8) 주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2006, 문학동네) 58~61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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