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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 본 할리우드 시리즈물 세가지 빛깔

    미리 본 할리우드 시리즈물 세가지 빛깔

    캐시카우(cash cow). 확실한 돈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을 뜻하는 경제용어다. 알려진 상품명 덕에 마케팅 비용을 덜 쓰고도 거듭 구매를 끌어낼 수 있다. 영화 산업에서는 시리즈물이 이에 해당한다. 때문에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는 웬만해선 시리즈를 끝내지 않는다. ‘프리퀄’(1편 이전 이야기를 다룬 속편·‘스타워즈 에피소드 1~3’)이나 ‘스핀오프’(특정 캐릭터를 뽑아 만든 새 작품·‘슈렉’에서 파생된 ‘장화 신은 고양이’)가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 천문학적인 성공을 거둔 시리즈물이 줄지어 개봉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그동안 즐거웠어… 아름답게 떠나줄게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단연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배트맨’(1989)과 ‘배트맨 리턴스’(1992)를 연출했던 팀 버튼 감독이 손을 떼고 조엘 슈마허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은 뒤로 뇌사상태에 빠진 배트맨을 되살린 건 오롯이 놀란의 공이다. 지지부진한 시리즈의 심폐소생 해법으로 놀란은 프리퀄을 택했다. 억만장자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왜 배트맨이 됐는지에서 영화를 시작한 것.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를 들인 ‘배트맨 비긴즈’(2005)는 흥행 수익 3억 7271만 달러를, 1억 8500만 달러를 투입한 ‘다크나이트’(2009)는 10억 달러를 돌파(10억 19만 달러)했다. 워너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한 셈. 놀런이 워너와 계약한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 편이 7월 개봉하는 ‘다크나이트 라이즈’다. 전편에서 조커 역을 맡아 영화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악역을 소화한 고(故) 히스 레저의 빈자리가 관건이다. 악당 베인 역을 맡은 톰 하디의 어깨가 무겁다. 2008년 이후 한 편씩 꼬박꼬박 나왔다. 그때마다 전 세계 소녀팬의 마음은 두근거렸다. 1~4편을 통틀어 24억 달러 이상을 빨아들인 ‘트와일라잇’ 시리즈 얘기다.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막을 연 위대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 ‘브레이킹 던 파트2’가 12월에 개봉한다. 열혈 팬은 이미 원작소설을 읽어 다 아는 결말이다. 그래도 티켓을 사도록 만드는 게 시리즈의 마력이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시리즈의 4편 ‘브레이킹 던 파트1’은 최종편을 향한 징검다리 역할에 그친 탓에 흥행이 부진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이 뽑은 최악의 영화 10위에 뽑히기도 했다. 원작소설 마지막 권을 2편의 영화로 나눠 개봉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로 자존심을 회복했던 전례를 ‘브레이킹 던 파트2’도 이을지 궁금하다. ◆쫄지마… 이번에도 뜰 거야 전 세계 흥행수익 25억 달러를 넘어선 ‘스파이더맨’ 1~3편을 이끌어온 샘 레이미 감독도, 주인공 토비 맥과이어도 떠났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시험대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다. ‘500일의 썸머’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마크 웹이 메가폰을 잡았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마크 저커버크의 친구로 나온 유망주 앤드루 가필드가 쫄쫄이 옷을 입은 영웅으로 변신한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3차원(3D)으로 제작된다. 거미줄을 타고 마천루 사이를 활강하고, 악당을 제압하는 스파이더맨만큼 3D에 적합한 소재도 없을 터. 코믹북(만화책) 회사 마블코믹스의 간판 캐릭터인 스파이더맨은 공교롭게도 경쟁사인 DC코믹스의 자존심 배트맨(‘다크나이트 라이즈’)과 7월에 정면 격돌한다. 액션영화의 문법을 바꿔놓은 맷 데이먼 주연의 ‘본 시리즈’는 1~3편으로 9억 달러 이상을 벌었다. 그런데 2~3편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물론, 제이슨 본의 현신이나 다름없던 데이먼은 시리즈를 떠났다. 또 다른 문제는 로버트 러들럼의 베스트셀러 원작소설 역시 1~3편이 전부라는 것. 2001년 러들럼이 심장마비로 숨지고서 반 러스트베이더가 ‘본 레거시’ ‘본 비트레이얼’을 집필했지만, 러들럼의 원작만큼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했다. ‘본 레거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본 시리즈 1~3편 각본을 맡은 토니 길로이가 메가폰을 잡으면서 위험 요인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미션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로 액션 본능을 드러낸 제러미 러너가 주인공을 맡았다. 8월 개봉. ◆갈 때까지 가볼 거야 1962년 첫 영화 ‘살인번호’가 만들어진 이후 어느새 50년. 영국 첩보기관 MI 6의 요원 제임스 본드는 첩보원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007 시리즈의 23번째 영화 ‘007 스카이폴’이 11월에 개봉한다. 숀 코너리(1~5, 7편)와 조지 라젠비(6편), 로저 무어(8~14편), 티머시 달턴(15~16편), 피어스 브로스넌(17~20편)에 이어 6대 제임스 본드로 기용된 대니얼 크레이그가 이번에도 주인공을 맡았다. 2006년 ‘카지노 로얄’에 이어 3번째다. 영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1999)로 2000년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던 샘 멘데스가 연출을 맡아 더 기대된다. 베니스·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쓴 스페인의 명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이 블록버스터 영화 악역으로 등장하는 것도 흥미롭다. 시리즈 최고의 캐스팅이다. 검은색 슈트와 선글라스를 끼고 묘하게 생긴 외계생명체와 사투를 벌이는 두 사내를 앞세운 ‘맨 인 블랙 3’도 5월에 개봉한다. 10년 만에 시리즈가 재개됐다. 1편이 나온 지 어느덧 16년째. 이합집산이 심한 다른 시리즈와 달리 배리 소넨필드 감독과 두 주연배우 윌 스미스, 토미 리 존스까지 그대로다.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 대통령도 의료사고…“수술하니 암이 없네”

    대통령도 의료사고(?)를 당하는 황당한 일이 남미에서 벌어졌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국영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미녀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58·여) 대통령이 갑상선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실 대변인은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끝났지만 검사 결과 암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 4일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대통령궁 대변인은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날 헬기를 이용해 병원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업무 복귀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남편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년 집권)은 2010년 60세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최근 중남미에서‘암 선고’를 받은 대통령은 전직과 현직을 포함해 모두 6명이나 돼 화제가 되고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전통시장 브랜드 상표출원 저조

    전통시장 살리기가 하드웨어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각 시장마다 시장 활성화를 부르짖지만 정작 시장의 얼굴인 이름을 상표나 서비스표로 출원한 곳은 극히 드물었다. 4일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전국 1500여개 전통시장 중 상표 출원한 시장은 1.5%인 22개에 불과했다. 시장 상표를 출원해 등록한 지자체는 서울을 비롯해 성남시(성남전통시장), 창원시(가고파의 고장 사고파), 안동시(안동장터) 등이다. 총 출원건수는 89건이며 이 중 56건이 상표로 등록됐다. 서울풍물시장 한 곳의 등록건수가 36건을 차지했다.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각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브랜드로 활용하는 차별화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中백만장자의 수상한 죽음…사인은 고양이 고기?

    백만장자로 알려진 중국의 40대 부호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지 공안은 ‘고양이 고기를 이용한 독살’로 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방데일리 등 현지언론의 지난 4일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 유명 부호 중 한 사람인 룽리위안(49)은 지난 달 23일 사업차 만난 관계자 2명과 점심으로 고양이 고기를 먹었다. 세 사람은 고양이 고기로 만든 중국식 샤브샤브를 먹은 뒤 복통 등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중 룽씨만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이 먹은 고양이 고기 샤브샤브에는 겔세민(Gelsemium)이라는 독성 약초의 뿌리가 들어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우림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 독초는 예로부터 ‘잎 3장과 한 잔의 물로 사람을 죽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강력한 독성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안은 함께 식사한 2명 중 한명인 황(黃)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황씨는 함께 고양이 고기 샤브샤브를 먹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조사에서 “평소보다 음식 맛이 씁쓸해 조금 먹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점심 만찬 전 황씨와 사망자 룽씨가 사업 문제로 다툼을 벌였다는 지인들의 증언이 나온 것. 한편 공안 당국은 비위생적인 음식을 판매한 음식점 주인을 구속했지만, 룽씨 유가족이 단순 식중독 사건이 아니라고 주장해 보강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인사]

    ■한국석유공사 △이사회 의장 김인철 ■전남도 △F1대회지원담당관 최종선△의회사무처 입법지원관 노두근△혁신도시건설지원단장 설동진△나주부시장 고성혁◇부군수△구례 김채홍△장흥 황기연△강진 박균조△함평 장석홍△진도 신우철 ■농협중앙회 △이사회사무국장 허원웅◇부장△경영감사 최홍영△영업감사 정민석△조합구조개선지원 최성수△총무 최규식△식품유통 한상구△양곡 조권형△축산컨설팅 남인식△개인고객 김종민△PB마케팅 박태석△농업금융 서기봉△외환업무 이창현△자금운용 서대석△투자금융 박규희△여신정책 김수호△심사 이종훈△여신관리 황관순△리스크관리 이윤배△카드회원추진 안홍기△상호금융수신 표정수△상호금융투자 차용식△신용보증기획 이재욱△신용보증업무 이남규<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 강주모◇분사장△유통센터 김원석△업무지원 김병문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교통본부장 정광용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특성분석센터장 안재평◇실장△지식재산경영 박종식△경영기획 강구인△경영관리 남동우△문화홍보 임환△정책 원유형 ■한국정보화진흥원 △경영기획실장 강동석◇단장△정보문화사업 전종수△국가정보화지원 류광택△디지털인프라 강선무△글로벌협력 윤정원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 소장 박진 ■하나대투증권 ◇상무보 승진 △준법감시인 문봉성 ■한화증권 △중계지점 센터장 김기영△중계지점장 임태성 ■IBK투자증권 △광화문지점장 최승일 ■대웅제약 ◇이사대우 <부장>△ETC사업본부 경인지점 이재용△생산본부 성남사업팀 이건철△연구본부 연구지원실 김현주△경영지원본부 회계팀 임성연△헬스케어사업본부 블루오션서울1 사업부 송광호 ■일동제약 △도매영업부장 박명근◇지점장△병원 김철△인천 김학지△수원 박종개△경남 박명호 ■TBWA코리아 ◇부사장 △경영지원본부장 남경우◇전무△IBC본부장 박준형◇제작본부△전문임원 박천규△수석국장 김상호△국장 박승욱 박준호◇광고본부△국장 방주성◇미디어본부△국장 김지영 ■신한생명 ◇승진 △준법감시인 최정환<부장>△TCM지원 이경환△은퇴시장마케팅 박세근△고객서비스 박승주△홍보 이상호△마케팅지원 김태환△인재개발 김명환△보험심사 김경철<지점장>△도봉 박효순△청계 김영곤△서대문 이성우△용산 신운교△반포 신준선△대명 홍승모△경주 최양호△화명 김민규△가야 박종호△동전주 박현님△남원 전성완△둔산 이국성△동대전 김철모△광주SOHO 임정일△서원주 신연자△드림 류시탁△삼다 김범중△클릭CM 전을주△대구TM 팽용운△리치TM 박보규△서부GA 조형엽△경복GA 허준회◇전보 <부장>△인사지원 하성식△운용전략 이영준<지점장>△종로 전병호△서일산 곽희정△미래 김용△강남 이정훈△용인 강수원△스카이 이주명△부평 유정식△삼산 김상락△계산 김원우△주안 정보영△대구 이준표△범일 제해옥△진해 심권보△익산 장석하△전주 국청△서군산 오정환△대전 장유희△일산SOHO 이성원△영등포SOHO 간종택△사당SOHO 백승일△부천SOHO 원경민△주안SOHO 이수형△대구SOHO 이재형△부산SOHO 심규봉△전주SOHO 조우현△중앙복합 오제연△부산복합 전근식△중부TM 윤승상△희망ACE 박병술△드림ACE 이은영△비전ACE 박오식△서울GA 허영재△신한GA 황성준 ■KBP펀드평가 ◇이사대우 승진 △기관컨설팅본부 엄익현 △리서치센터 김영훈
  • 공정위 소비자정책 기본계획 들여다 보니

    공정위 소비자정책 기본계획 들여다 보니

    개인택시 기사 김모씨는 K사의 자동차를 사서 영업용으로 쓰고 있다. 타이어에서 소음이 심하게 나서 한 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소음이 멈추지 않았다. 김씨는 K사에 타이어를 바꿔 달라고 요구했으나 K사는 이를 거절했다. 회사원 이모씨는 6년 전 우체국에서 암 보험과 종합보험에 가입했다. 2년 동안 3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개인 사정이 있어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TV 광고에는 보험을 해지하면 납입금의 80%를 환급해 준다고 나왔지만, 이씨는 30%인 90만원만 돌려받았다. 앞으로는 김씨와 이씨가 당한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김씨와 같은 1인 영세사업자도 소비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우체국 보험처럼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도 구제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소비자정책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확정했다. 가장 눈에 띄는 계획은 1인 영세사업자를 소비자로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지금의 소비자기본법은 1인 영세사업자를 소비자 개념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개인택시 사업자, 포장마차 주인, 자동판매기 운영업자 등 1인 영세사업자는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살 때 부당한 피해를 입어도 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절차를 이용할 수 없었다. 대신 민사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1인 영세사업자를 소비자 개념에 포함하기로 했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도 구제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는 민간사업자가 제공한 물품과 서비스로 인한 피해만 소비자원의 구제 대상이다. 우편, 우체국 보험, 상수도 등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다가 피해를 봐도 보상받을 길이 없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공서비스 분야의 피해도 구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올해 안에 소비자기본법 시행령을 고칠 방침이다. 공정위는 최근 해외 인터넷사이트를 통한 제품 구매나 해외여행과 관련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해 국경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거래의 경우 소비자들이 구제를 받고 싶어도 정보가 없거나 언어 장벽 때문에 구제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과 일본 사이에 피해 구제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한국 소비자원과 일본 소비자청이 한·일 국경 간 거래에서 발생한 자국민의 소비자 피해를 접수해 상대국에 통보하고, 피해구제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번지점프 등 레저스포츠의 안전 강화, 온라인 쇼핑몰 위법행위 억제를 위한 핫라인 구축, 소비자종합정보망을 활용한 ‘온라인 컨슈머 리포트’의 올해 1분기 출범 등이 추진될 계획이다. 이번에 마련된 기본계획은 중앙행정기관, 16개 광역자치단체, 소비자원, 금융감독원 및 소비자단체들의 사업계획이 모두 포함됐으며 오는 2014년까지 3년간 적용된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서울신문 201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모기/ 하우 (본명 신광수) 등장인물 무영(30대 초반·공무원시험 준비 중) 약희(20대 후반·백화점 화장품 매장 직원) 방역업체 직원 1(40대·제로버그 팀장) 방역업체 직원 2(20대·제로버그 사원) 집주인(40대·중반 여성) 매니저(소리·화장품 매장 관리인) 무 대 왼쪽에 침실과 작은 거실이 딸린 반지하 공간. 햇살을 느낄 수 없으며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이다. 거실 벽면 위로 창이 있으나 방충망은 찢기고 구멍도 뚫려 있다. 거실 한편에는 컴퓨터, 벽에는 벽시계가 걸려 있고 밑에는 커다란 동그라미가 그려진 달력이 걸려 있다. 침실에는 침대와 화장대, 구석에는 아기 침대와 모빌이 달려있다. 중장비의 굉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중장비 소음은 인물들이 등장하여 대화할 때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고 뚜렷하게 들린다. 중장비 소음이 들릴 때마다 무영은 귀를 후비는 습관이 있다. 희미한 침실 조명이 켜져 있고 ‘탁’ 하는 짧은 박수소리 한두 번 들린다. 조명 밝아진다. 무영 저희가 안 나가겠다는 겁니까? 아니잖아요. 아무리 월세를 제때 못 낸다 해도 그렇지 사람이 살 수가 없잖아요. (약희의 눈치를 보며) 알았어요. 그러니까요, 사모님께서 먼저 계약서대로 모기부터 해결부터 해주세요. (사이) 네, 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무영은 수화기를 휙 던지며 클렌징을 하는 약희의 눈치를 살핀다. 약희 뭐래? 무영 (말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알았대. 약희 (순간 울컥함을 참고 몸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이것 봐, 이것 보라구. 어! 여기도 물렸네. 아이 가려워. 에이 정말, 여름만 되면 이놈의 집구석은 모기가 온통 벽에 온통 도배를 해요, 도배를… 얘네들은 날개를 폼으로 달았나? 날개가 있으면 날아올라야지,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요 앞 40층짜리 탑궁전 아파트 사람들은 놔두고 (무영을 보며) 바닥보다 낮은 이런 곳으로 기어 들어와서 피곤한 사람, 잠도 못 자게 한담. 무영, 약희를 힐끗 보다 다시 허공에 시선을 응시하며 손뼉을 친다. 약희 잡았어? 무영 어 (씩 웃으며 약희에게 빈 손바닥을 펴 보인다.) 약희(다시 거울을 보며) 그 한 마리를 잡아서 집안의 모기를 도대체 언제 다 없애겠어? (사이) 다 없앨 수나 있겠어? 좋아, 설사 집안의 모기를 다 잡았다고 쳐. 그럼 뭐해, 좀 있다가 집 밖에 있는 모기들이 주택청약 대기자처럼 얼씨구나 들이댈 거 아냐? 무영 미안해. (표정을 바꿔 자신감 있는 태도로) 그래도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밤을 새워서라도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약희 허구한 날 또 그 소리 (무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자기랑 울 희망이, 내~가 책임진다. 테이프 같으면 벌써 늘어져서 내~~가 책~임진~다. 책임이 뭔지나 아나? 무영 뭐!? 약희 됐어. 그건 그렇고, 난 정말 못 참겠어. 가뜩이나 모기소리가 나면 불면과 신경쇠약에 시달렸는데 이젠 편두통까지, 앵앵거리는 소리만 들으면 미쳐버릴 것 같다구. 이번 여름, 아니 딱 일주일만이라도 모기가 없는 곳에서 살고 싶어. 무영 (혼잣말로) 난, 자기 잔소리 없는 곳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살고 싶다. 약희 뭐야! 잔소리? 그럼 지금 당장 짐 싸. 무영 아니, 내 말은… 약희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잔소리 안 하게 생겼니? 무영(한참 동안 약희의 눈을 피하며) … 약희 이제 집은 어떡할 거야? 이제 보름도 안 남았어. 무영 … 약희 (울컥 치솟는 것을 참으며) 아이 참, 오늘 밤은 또 왜 이리 덥담. 무영 (약희의 눈치를 살피다가) 미안해, 여봉~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약희를 안으며) 그리고 오늘 밤만큼은 자기하고 울 희망이, 내가 밤 새워서라도 모기들한테서 지켜줄게. 약희 (무영을 뿌리친 후) 더워 더워, 끈적거려, 붙지 말래두. 에어컨도 없는 집에서… 어! 빨리 손 안 치워? 무영 (머쓱한 듯 손을 빼며) … 약희 그리고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라는 말 도대체 몇 번째야.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먼저 모기 다 없애기 전까지 내 몸에 손도 대지 마. 무영 (약희를 한동안 말없이 쳐다보다가) 이놈의 모기들 오늘 밤 다 (목소리를 낮추며) 죽었어. 무영은 약희를 계속 쳐다보다가 ‘앵’ 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탁’ 하고 박수를 친다. 그리고 잠시 광기 어린 무영의 얼굴이 살짝 비친 후 조명 꺼진다. 조명 켜지면 창밖에는 매미 울음소리와 함께 보다 커진 중장비 소음이 들려온다. 반바지 차림에 부스스한 몰골의 무영은 처음에는 귀를 후비다가 나중에는 귀를 막는다. 이후 한참 만에 전화벨이 울리는 것을 확인하고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는다. 약희 지금까지 잔 거야? 무영 아, 아냐, 진작 일어났지. 지금 기출 문제 동영상 강의 듣고 있어. (사이) 정말이야. 자 들어봐. (아이 젖병을 꺼내면서, 목소리를 바꿔) 네, 지난 5년간의 기출문제 유형을 종합하여 정리한다면, 이번 10월에 있을 공무원 9급 공채시험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7주차 강의는~ 약희 됐어, 됐어. 소리 좀 줄여. 무영 거봐, 날 뭘로 보구. 흠 약희 잊지는 않았지? 자기가 한 약속,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무영 또 또 시작이다. 알았어요. 남자로 아니 가장으로, 아니 좋다. 울 희망이 이름을 걸고 약속한다. 약희 애는? 무영 엉, 지금 분유 타서 먹이려… 때마침 아이 우는 소리 약희 뭐야, 애 분유는 시간 맞춰 먹여야 한다고 했잖아. 그리고 알고 있지? 유아들한테 전자 모기향이나 에프킬라, 절대 안 되는 거. 무영 알아 알아. 약희 그저 말로만… 저기 그런데, 오늘 연락… 왔어? 무영 … 약희 (울컥 차오르는 것을 누르며) 아이 진짜, 그보다 먼저 진짜 집에 있는 모기 좀 당장 어떻게 좀 해봐. 나 지금 코끝을 물려서 완전 딸기코야. 며칠째 모기가 앵앵거려 잠을 설치니까, 얼굴이 부어서 화장으로도 안 가려지잖아. 무영 … 약희 (갑자기 너스레를 떨며) 그것 때문에 고객들하고 상담할 때 자꾸 얼굴을 숙이니까 매니저가 자꾸 눈치 주는 거 있지. 내가 말했지? 그 사람 성질 더러운 거. 뭐냐, 뉴월드 백화점의 얼굴인 슈넬화장품 직원 태도가 뭐냐구… (사이) 내말 듣고 있지? 무영 … 어. 약희 그리고 집주인이 많이 삐친 것 같으니까 자기가 먼저 전화해서 어떡해서든 집주인 비위 잘 맞추고 우리 사정을 잘 말해봐. 무영 (말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저기 자기야, 사실… 약희 어? 무영 사실은, 자기 출근하고 바로 집주인한테 연락이 왔었어. 약희 그래! 뭐라구 해? 아니, 자긴 뭐라고 했어? 무영 먼저 모기를 싹 없애 주겠대. 약희 야! 진짜? … 무영 그리고… 약희 그리고? 무영 이번 달까지… 약희 …나가래? 무영 … 약희 그러‥면, 결국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거잖아. 그, 그러면 우리는? 우리는 어떡하구. 완전히 길바닥에 나앉아 죽으라는 거잖아. 그래서 자긴 뭐랬어? 무영 … 그, 그래도 우리집 구조상 모기를 싹 없애긴 쉽지 않을 거야. 그건 자기가 더 잘 알잖아. (사이) 그럼 작성한 계약서대로 모기를 다 없앨 때까지 나갈 수 없다고 버텨봐야지 뭐. 약희 (끓어오르는 것을 다스리며)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그리고 집주인이 집안에 있는 모기를 진짜 다 없애면 그땐 어떡할 거야? 무영 그땐, … 사정이야기를 해봐야겠지. 그리고 우리는 우리대로… 약희 당신, 분명히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어. 그럼 이번에야말로 가장의 책임감이 뭔지 보여줘. 아니면 우리 가족 모두 그냥 확! 무영 … 약희 아 네~ 팀장님. (목소리를 낮추며) 나 오늘 저녁에 늦어. 무영 어! 잠깐 …안 되는데. 전화가 끊기자 무영은 뚜뚜뚜뚜 소리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다가 전화를 끊는다. 이후 젖병을 든 채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침대와 창문 등,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아기 침대 쪽에서 모기 잡는 시늉을 하며 한참 동안 좁은 거실을 서성거린다. 이때 귀를 후비면서도 전화기에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 후 결심한 듯 전화기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기를 내던진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무영 (조심조심 다가가 전화기를 들며) 여, 여보~세요? 목소리 이무영씨 댁 맞습니까? 무영 그, 그런데요. 목소리 집주인이 김수영씨 맞으시죠?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제로버그? 그런데… 목소리 이 집 주인께서 의뢰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 당황한 무영이 문을 열자 방역업체 직원1, 2 등장. 방역업체 직원은 빨간 모자에 동일한 유니폼(모기 박멸 프린팅)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였고, 직원1은 고글을 쓰고 지시봉을, 직원2는 특이한 가방을 들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제로버그입니다. 고객님, 잘 아시겠지만 저희 회사는 ‘고객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타업체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하여 해충 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입니다. 저희 회사가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바퀴벌레, 개미, 진드기, 거미, 모기, 집게벌레, 이, 좀벌레, 파리 등등을 박멸하는 곳이죠. 직원1이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2는 무영을 가볍게 밀치며 돋보기를 들고 분주히 집안 구석구석을 관찰하며, 수첩에 무엇인가를 적고 있다. 무영은 그런 직원2를 힐끗 보다가 다시 직원1을 다시 본다. 무영 (벙벙한 표정으로) 아, 네. 그런데 어떻게 벌써… 방역업체 직원1 (말을 자르며) 스피듭니다, 저희 팀 모토는 스피드 앤 퍼펙트, 다시 말해서 신속 완벽. (명함을 주며) 저희는 스카~이 파트입니다. 무영 스카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하늘, 다시 말해서 날아다니는 해충 중, 피를 빠는 모기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죠. 무영 모기를요? 방역업체 직원1 (고글을 벗고 주변을 둘러보며) 들은 바대로 이곳은 모기들이 살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네요. 무영 누구에게 그런 이야기를…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짧게) 아! 걱정 마십시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 집에는 모기가 23마리, 파리가 12마리, 바퀴벌레가 44마리, 그리고 쥐 4마리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래, 위치는? 방역업체 직원2 다 파악됐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바로 시작하지. 방역업체 직원1과 2. 가방에서 정체 모를 장비와 파리채를 꺼낸 후, 집안을 돌아다니며 체크한 후 구석구석에 커다란 모기박멸 스티커를 붙인다. 그 후 갑자기 책을 꺼내 천장으로 던지고, 파리채를 마구 휘두른다. 이때 무영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과 불안한 몸짓으로 그들의 행동을 지켜본다. 무영 어어, 저저, 저걸 (이때 방역업체 직원1과 눈이 딱 마주치자) 저, 저기요… 혹시 살충제 같은 것을 뿌리나요.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방역업체 직원1 (순간 단호한 표정으로) 걱정 마십시오. 저희 회사는 그런 비과학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는 두세 차례 손뼉을 치며,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다. 무영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2 어어, 거기 팀장님. 순간 방역업체 직원1, 재빠른 동작으로 손뼉을 친다. (손뼉을 칠 때의 동작은 전통 무예의 한 동작과 유사하다.) 잠시 후 손바닥을 펴 무영에게 보여주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띤다. 무영도 마지못해 웃음을 짓는다. 방역업체 직원1 (약간 고압적인 자세를 띠며) 잠깐만요, 이무영씨. 이 집에서 모기를 완전히 뿌리를 뽑고 싶으시죠? 무영 무물, 물론~이겠죠. 방역업체 직원1 음, 현실적으로 이 집의 구조상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무영 (화색을 띠며) 그, 그런가요? 방역업체 직원1 하지만, 저희가 누구입니까? 해충박멸의 신화 제로버그의 스카이팀. 괜히 스카이가 아니죠. 저희에게 불가능은 없습니다. 무영 아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그럼, 먼저 이무영씨에게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몇 가지 자세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첫째, 모기는 우리 가족의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무영씨, 지긋지긋한 모기를 박멸하고 싶지 않으시나요? 무영 그, 그렇긴 하지만… 방역업체 직원1 (말을 끊으며) 그렇다면 마지막은 복창해 주세요. (굳은 표정으로) 피를 빠는 적이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지그시 응시하며) 피 무영 (고개를 순간 돌리며) … 방역업체 직원1 (아주 낮은 저음으로) 피 무영 피, 피 방역업체 직원1 피를 빠는…적이다. 무영 (위세에 눌려 마지못해) 피이…를 빠는 적이다. 방역업체 직원1 (분위기를 바꿔 경쾌하게) 일부 모기가 나와 가족의 피를 머금었다고 해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여기는 감상적인 생각이나 동정은 금물입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적개심만이 필요하죠. (다시 힘 있게 주먹을 조금 치켜들며) 둘째, 모기는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강압적인 어투로) 애, 애 무영 애, 애 방역업체 직원1 애완동물이 아니다. 무영 (동작마저 따라하며) 애완동물, 애완동물이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취향이 아주 아주 독특한 일부 사람들 중에는 개와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애완동물에 싫증을 느껴, 모기를 애완용 곤충쯤으로 여기고 사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영을 보며) 자기 몸으로 말이죠. 물론 극소수의 사람들입니다. 하하하. 무영 (억지웃음을 지으며) 아, 네. 방역업체 직원1 (큰 동작으로 손끝을 하늘로 뻗다가 날갯짓을 하며) 셋째, 모기는 천사가 아니다. 무영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노려보며 힘을 주며) 천사가… 무영 천, 천사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가끔 자신의 옥탑방을 천당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중에는 모기의 앵~ 하는 소리를 천사의 음성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살짝 무영을 응시하며) 이런 사람의 특징은… 무영 (멈칫하다가 손을 내저으며) 아니, 아니에요. 방역업체 직원1 넷째, 모기는 여자가 아니다. 무영 (조금 놀라며) 여자, 여자가 아니다.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알고 계시죠? 흡혈을 하는 것은 모두 암컷들인 거. 무영 (어색한 웃음) … 방역업체 직원1 (무영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그들의 정신세계는 아주 독특해서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암컷들에게만, 그래서 모기를 아내나 애인처럼 생각하죠. (몰입하며) 모기가 자기의 몸에 빨대를 꽂는 바로 그… 순간을 즐기죠. 무영 아, 네에. 방역업체 직원1 마지막으로… 모기는 집주인이 아니다. 무영 (침을 삼키며) 모기는 집주인, 이…다. 방역업체 직원1 (가늘게 실눈을 뜨며) 흠… 극히 일부의 세입자 중에는 집안에 모기를 대할 때 당황하거나 조금 심한 경우는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마치 집주인을 대하듯 말이죠. 지난달에는 모기에게 안방을 내주고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세입자를 봤습니다. 물론 그와 반대인 상황도 있습니다. (무영을 지그시 응시한 채로 점점 다가가며) 그럴 경우 모기소리와 집주인의 목소리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모기소리만 나면 히스테리를 부리죠. 그간 당했던 설움과 쌓였던 분노를 집주인에게 마구마구 쏟아 내듯 말이죠. (갑자기 표정을 확 바꾸며) 네, 고객님께서 꼭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제 경험에 비춰봤을 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자신감 있는 웃음을 지으며) 이런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기는 100% 박멸 가능합니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이제 모기를 완전히 퇴치했습니다. 무영 벌, 벌써요? 방역업체 직원1 스피드 앤 퍼펙트, OK? 방역업체 직원2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들며) 이게 끝까지 남아 있던 놈으로 23마리째입니다. 방역업체 직원1 음, 좋아. (무영을 보며) 그럼 여기 점검 내역에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무영 … 무영이 마지못해 받은 내역서를 살피며 서명을 망설이자 방역업체 직원1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무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계속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방역업체 직원들의 태도가 서서히 위압적인 태도로 바뀐다. 이에 무영은 마지못해 서명을 하고, 방역업체 직원1은 뭔가를 해낸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역업체 직원2에게 서류를 건넨다. 무영 그런데, 저기… 방역업체 직원1 네? 무영 (쭈뼛쭈뼛 머뭇거리다가) 아! 쥐나 바퀴벌레 같은 거는… 방역업체 직원1 음. (단호한 표정으로) 스카이, 아까 말씀드렸죠, 저희는 모기 전문입니다. 무영 아하! 스카이 방역업체 직원1 혹시 다른 해충을 박멸하시려면, 바닥 쪽이나, 구멍 쪽으로 연락주세요. 그 팀들도 프롭니다. (절도 있는 자세로) 저희 제로버그는 과학적이고 완벽한 서비스를 통해 100%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추후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사이) 물론 완벽하겠지만요. 방역업체 직원1, 2 목례 후 바로 퇴장하자 전체 조명이 어둡게 깔린다. 무영은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본 후,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후 잠시 우스꽝스럽게 모기 흉내와 함께 모기를 잡는 행동을 한 후 한참 동안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은 점점 크게 들려온다. 무영은 갑자기 귀를 후비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게 귀를 후빈다. 이때 오른쪽 조명이 들어오면 백화점 유니폼을 입은 약희,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약간은 울먹이며 매장 매니저에게 경고를 받고 있다. 매니저 이것 보세요. 김약희씨, 이게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됩니까? 매장에서는 절대 기대거나 의자에 앉으면 안 되는 거, 사적인 통화 금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비주얼, 비주얼 관리, 잘 아시잖아요. (사이) 그런데 그걸 잘 아는 사람이 술 마신 사람 마냥 코끝이 벌겋게 부풀어 있어요? 약희 그게 모기가… 매니저 그 핑계 그만, 이게 벌써 며칠쨉니까? 고객들이 퉁퉁 부은 코에 억지 웃음을 짓는 당신을 보고 우리 화장품을 사서 바르고 싶겠어요? 도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사이) 죄송 죄송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말을 해보세요. (사이) 요즘 김약희씨를 보니까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아주, 정말, 매우 필요한 것 같군요. (사이) 계약서 내용은 잘 알고 있죠? 약희 …네 매니저 계약 위반 시에는… 약희 … 매니저 됐어요. (사이) 이만 됐구요, 서로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이만 하죠. 다음 주부터는 서로 볼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약희 네!? 매니저 제 말 뜻 아시죠? 김약희씨. 흐느끼며 털썩 주저앉는 약희,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매미소리와 중장비 소음, 그리고 아이 칭얼거리는 소리와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무대가 점점 밝아지면 무영은 헤드셋을 끼고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현관 문소리가 나면서 약희가 들어온다. 현관 문소리에 무영은 순간 벌떡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을 하고 거실로 나온다. 무영 왔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벽시계를 돌아보며) 어! 뭐야, 오늘 늦는다며 일찍 왔네? 약희 (모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나한테 말 시키지 마. 무영 뭔 일 있나? 아님, 땡땡이! 약희 (고개를 떨구며) … 무영 (살짝 건드리며) 내가 보고 싶어서 땡땡이 쳤구나. 그렇구나, 맞지? 약희 (말을 끊고 매섭게 노려보며) 나한테 말 시키지 말랬지. 무영 (움찔하다가 눈치를 보며) 왜 그래? 약희 당신은 도대체 뭐야? 마누라는 매일 뼈 빠지게 일하는데, 가장이란 사람이 1시가 넘도록 잠이나 퍼질러 자고, 그러고도 당신이 우리집 가장이라고 할 수 있어? 울 희망이 아빠냐고? 무영 약희야, 왜 그래, 농담한 걸 가지고 약희 됐어. 오늘은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마. 듣고 싶지 않아. 무영 자기, 무슨 일 있어? 갑자기 일하다 말고 집에 와서 약희 듣고 싶지 않다고 했지. (몸서리를 치며) 당신은 몰라. 아무도 내 맘 모른다구. 무영 (순간 당황하며) 아 참, 낮잠 좀 잤다고 그러는 거야? (약희를 달래며) 오늘 동영상 강의 듣다가 너무 졸려서, 알잖아. 며칠째 밤새 자기랑 울 희망이 옆에서 모기 잡은 거. (사이) 매일 힘들게 고생하는 자기하고 울 희망이한테 남편과 아빠로서 해줄 게 있어야지. (가슴을 두드리며) 나만 믿어. 내가 이번 시험만 붙으면… 이때 이상한 야릇한 소리가 더 분명하게 들린다. 그러자 무영과 흐느끼던 약희, 동시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다가 갑자기 무영이 컴퓨터 앞으로 뛰어간다. 허둥거리며 마우스를 잡는 무영. 잠시 후 무영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약희. 무영 아니, 그게 말이야. 있잖아. 아이 참 (표정을 바꾸며) 자기야 미안. 약희 (이를 악물고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는 말, 하지도 마. 당신, 나한테 아니 우리 희망이한테 부끄럽지도 않아? 무영 (머뭇거리며) 약희야, 내 말도 좀 들어봐. 그렇잖아, 내 사정이… 내가 자기한테 붙으면 덥다고, 피곤하다고, 도대체 이게 며칠째야. 석 달은 된 것 같다. 그래서 동영상 강의 듣다가 잠깐, 머리 식히려고… 그냥… (살짝 웃으며)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러잖아. 약희, 어이없는 표정 후 분을 삭이는 표정을 짓다 지그시 눈을 감는다. 이때 아이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자 약희는 눈물을 훔치며 젖병을 챙겨 아이에게 물리나 칭얼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약희 아가 아가, 괜찮아, 괜찮아. 무영 (약희에게 다가가며) 그러니까… 약희 가까이 오지 마, 당신 불결해. 무영 약희야, 저기… 약희 말하지도 마. 다, 당신, 말소리, 굶주린 모기가… 앵앵거리는 것 같아. 무영 (더 가까이 다가가며) 미안해, 내가 약희 (조금 더 악을 쓰며) 가까이 오지 말랬지. 피를 노리는 굶주린 모기…아니 모기보다도 못한… 무영 (멍한 듯 말을 잇지 못하며) 아무리 그래도… (순간 쓴웃음 지으며) 남편한테 모기는 너무, 너무했다. 약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너무하다고, 너무하다고, 내가 너무하다고. 김약희 내가? 으흐…흐…흑 난 처음에 당신이 생각이 깊은 줄로만 알았어, 또 누군가를 진정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사이) 생각이 깊어? 흐… (손가락을 흔들며) 오, 노~ 당신은, 당신은 우유부단했던 거야. 다른 사람을 배려, 흐흐, 당신은 원래 당신의 밥그릇조차 지킬 용기나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어. 흐…흐 이젠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햇빛도 안 드는 비좁은 이 집, 매니저와 손님의 비위 맞추느라 짓는 억지웃음, 매일 말뿐이고 책임감도 없는 무기력한 당신, 그런 당신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우리의 미래 (팔을 휘젓다가 순간 신경질적으로 신발과 책 등을 벽과 천장에 마구 내던지며) 특히 이놈의 성가신, 성가신 모기들도, 그리고 당신도… (폭발하며) 모두 모두 다 내 눈앞에서 사라져, 사라져버리라구. 무영 … 약희야! 어찌할 바를 모르던 무영이 세차게 흐느끼고 있는 약희를 보며 용기를 내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 하자 약희가 무영의 손을 가로막으며 돌아선다. 무영은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이때부터 조명은 무영의 행동에 집중되며 중장비 굉음이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무영은 한동안 심장박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짐을 느끼며 전화를 받는다. 무영 여, 여보, 여보세요 집주인 (소리만)마침 집에 있었네. 그쪽이 사인한 것 봤어요. 그럼 이제 그쪽이 약속을 지킬 차례네요. 제 말뜻 아시죠? 그럼 이만. 무영의 심장박동은 더욱 요동치며 점차 조명이 점차 어두워진다. 조명이 거의 사라질 무렵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무영에게 조명이 집중된다. 무영 그런데, 그런데, 이건 너무 일방적이지 않습니까? 무조건 정해진 날까지 집을 비워달라니요. 저희 세입자 입장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생각해 주세요. 집주인 (소리만)계약서, 계약서, 몰라요? 무영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배려를… 배려를 부탁드리는 것 아닙니까. 이번 가을까지, 아니, 다음 달까지라도… 집주인 (소리만)…… 배려라? 누굴 배려? 내가 당신들을? 난, 여태 배려했어요. 내 집에서 살도록 해줬잖아요? 물론 월세지만, 그리고 집세도 못 내는 당신들이 우긴, 그 말도 안 되는 그 요구, 그래서 이렇게 방역업체까지 불러 모기소리도 싹 없애 줬어요. 이만하면 집주인으로서의 충분한 배려 아닌가? 무영 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저…저도 (침을 삼키며) 몇 년간 여기 살면서 집세를 올려달라면 달라는 대로, 수도세 전기세 밀린 적 한번 없이, 때 맞춰 군말 없이 해드렸습니다. 한겨울에 보일러가 터져도, 장마철에는 방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곰팡이가 온 벽을 뒤덮어도, 한여름에는 방충망이 찢겨져서 온갖 해충들이 득실거려도, 그리고 지금처럼 하루 종일 공사 소음에 시달려 귀가 멍멍해져도 아무 불평 없이 지냈습니다. (사이) 작년 겨울 실직만 안 했어도 이런 부탁까지는 드리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치를 시험까지라도, 아니 다음 달 우리 애 돌까지만이라도 (무릎을 꿇으며)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집주인 (소리만)그래요, 듣고 보니 안타깝기는 하네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부탁은 내가 해야 되겠는 걸. 지금 공사가 지연된다고 재개발 조합에서 난리네요. 계약서대로 세입자를 내보내 집을 비우라구요. 그쪽이 용안 4동 재개발 구역에 거의 끝까지 남은 세대라는 거, 알고는 있었죠? 당신들이 나가야 우리 구역 철거가 마무리되거든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투자를 한 입장에서 손해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이제 당신들은 계약서대로 나가주면 되는 거예요. 내 말 알아듣죠? 배려라? 배려라면 이번에는 당신들 차례인 것 같은데 무영이 털썩 주저앉자 바로 조명 꺼진다. 어둠 속에서 한동안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던 무영이 어느 순간부터 어떤 소리를 집요하게 찾고, 약희는 집안을 정리한다. 무대가 점차 밝아지면 무대의 가재도구는 모두 정리가 되고 커다란 박스 두어 개와 여행용 가방이 무대 중앙에 있다. 약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달력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일어나 벽에 걸린 달력을 뜯는다. 그러자 다음 달력에 커다란 동그라미가 보인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 귀를 후비며,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뭔가를 찾고 있다. 약희 (달력을 보며) 뭐해? 무영 … 약희 뭐하냐구? 무영 찾고 있어. 약희 (심드렁하게) 뭘? 무영 (잠시 머뭇거리다가) 있어, 지금 어딘가에 있어. 약희 그러니까 뭐가 있냐구? 무영 (주변을 계속 살피며) 모기 약희 (힐끗 보며) 모기? 무영 안 들려, 소리? 지금 막 몰려오고 있잖아. 봐, 앵~앵 약희 (무영을 쳐다보다가 잠시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무슨 소리? 무영 아, 미치겠네. 에이, 도저히 안 되겠다. 무영은 계속 구석구석 살피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지갑을 뒤지기 시작한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자 약희가 전화를 바로 받는다. 약희 여보세요? 집주인 아직 있었나보네. 약희 … 네. 집주인 하긴 이틀이나 남았으니까. 지금 문 앞에 있어요. 약희 네? 알이 큰 색안경에 명품가방을 든 40대 여성이 현관문으로 들어온다. 이때도 무영은 집주인을 본 체 만 체 한쪽 구석에서 뭔가를 찾고 있다. 집주인 (무영을 힐끗 본 후,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댁 남편한테 이야기는 들었죠? 약희 … 집주인 (색안경을 벗고 여행용 가방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런데 갈 곳은 정해졌~ (손잡이가 쑥 들어가자) 어머! 나? 약희 걱정 마세요. 날짜 되면 알아서 나갈 테니까. 무영 (혼잣말로) 어딨더라. 여깄다. (명함을 보며) 오이제로에 제로제로제로제로.   핸드폰 발신 신호 후 제로버그회사의 경쾌한 컬러링이 들린다. 집주인은 자세를 가다듬고 눈을 내리깔며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본다.   집주인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내며) 여기, 이사비용하고 남은 보증금, 다 까먹고 얼마 남지도 않았지만 (약희가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받자) 거, 세어 봐요. 약희 (눈으로 대충 보며) 맞겠죠. 집주인 그런데 모기, 이제 더 없죠? (팔목과 다리를 긁적이며) 어휴, 그런데 왜 이렇게 간지러워. 하긴 이런 구질구질한 데서 내 피부에 트러블이 안 생기면 그게 이상한 거지. 소리 (경쾌한 소리로) 스피디하게 모시겠습니다. 제로버그입니다. 무영 (손짓을 하며) 있어요, 우리 집에 모기가 있어요. 커다란 모기떼가 몰려왔어요. 집주인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며) 이게 무슨 소리야? 모기? 소리 네? 잠시 만요, 고객님. 담당자를 바꿔 드릴게요. 방역업체 직원1 네, 스카이 팀장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무영 지금 우리집에 난리가 났어요. 어마어마한 모기떼가 몰려오고 있어요. 집주인 (놀란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모기떼? 방역업체 직원1 네? 이무영씨 이무영씨, 맞죠? 그런데 모기가 있다구요? 그것도 떼로? 무영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네. 아주 어마어마한, 그리고 커다란 방역업체 직원1 그럴 리가요? 그럼 본인이 직접 눈으로 확인했나요? 무영 소리가 들려요. (핸드폰을 공중에 대며)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의 모기떼 소리가 마구마구 들려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음… 바로 출동하죠.   무영이 잠시 큰 동작으로 모기를 쫓는 시늉을 하다가 귀를 막는다. 약희는 이런 무영의 행동에 당황하나, 그렇다고 무영을 말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주인은 무영의 행동에 많이 놀란 눈치이다. 그러다가 잠시 집주인과 무영의 눈이 마주친다. 이때 둘 사이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데, 갑자기 무영이 집주인에게 다가가 집주인의 뒷목을 찰싹 친다.   집주인 아! 뭐야? 무영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목이, 거기가 집주인 목! 모기요? 무영 그러니까 모기가 모게, 모기가 모게… 집주인 네? 모…모기!   집주인이 목 주변을 문지르며 긁다가 핸드백에서 거울을 꺼내 본다. 순간 멈추며 무영을 노려보지만, 무영은 무관심하게 계속해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있다. 바로 이때 초인종이 울리고 방역업체직원1, 2가 등장한다.   방역업체 직원2 네, 제로버그입니… 무영 빨리요 빨리. 이 모기들 좀, 정말 미치겠어요. 얘네들 좀 보세요. (손가락으로 허공과 집주인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지금도 막 나한테 달려들잖아요. 방역업체 직원1 (무영을 응시하다가 직원2를 힐끗 보고) 확인하지.   직원2는 바로 장비를 들고 구석구석을 확인한다.   무영 이놈의 모기들이 처음에는 한두 마리가 앵앵거리다가 지금은 숨어 있는 놈들까지 몰려나와 날 쫓아오는 거예요. 방역업체 직원1 그래요? 본인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셨다고 하셨죠? 무영 그, 그럼요.   방역업체 직원1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집주인과 약희에게 동의하느냐고 묻는 손짓을 취하자 약희는 모른 척 눈길을 피하고 집주인은 계속해서 몸을 긁적이며 모기를 피하는 몸짓을 취한다. 이때 방역업체 직원2가 직원1에게 다가온다.   방역업체 직원2 팀장님, 확인 결과 이곳에는 모기는 물론 날파리 한 마리도 없습니다. 방역업체 직원1 역시 (무영을 보며) 들으셨죠? 무영 그럴 리가… 지금 이 소리 안 들려요? 지금 막 앵앵거리잖아요. 와, 미치겠네. 여길 보시라니까요. 여기 여기요, 이곳에서 났다가 아니 저기서… 방역업체 직원1 어디? 여기? 도대체 어디요? 한 마리라도 잡아보세요. 무영 (주변을 마구 돌면서 구석구석을 가리키다가 직원1을 돌아보며) 한…마리? 방역업체 직원1 (검지를 흔들며 단호하게) 한 마리! 우리 제로버그 스카이팀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리콜도 없는 퍼펙~팀입니다. 무영 퍼․펙․트! 방역업체 직원1 (짧게) 네, 퍼펙트. 집주인 그, 그럼 뭐야? 아까 내 목을 내리친 것은, 일부러… 이 사람들 안 되겠네. (뒷목의 부여잡으며) 이젠 폭행까지, 아이고 목이야, 아이고 목이야. 약희 폭행이라니요? 모기 잡을 때처럼 살짝 친 것을 가지고 집주인 살짝? 이게 살짝이야? (방역업체 직원2를 보며) 거기 젊은 총각, 이걸 보라고, 여기 여기, 보이지? 빨갛게 손자국 난 거. 방역업체 직원2 (집주인의 목 가까이 얼굴을 대고 살펴보다가) 제가 보기에는 그냥… 집주인 그냥? 그냥 뭐? 방역업체 직원2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손톱으로 긁은 자국인데요.   어수선한 와중에 무영은 사람들의 대화에서 벗어나 있고 이러한 무영을 방역업체 직원1이 주의 깊게 살핀다.   방역업체 직원1 (곰곰이 생각하다가) 잠시, 잠시만요, 음, 제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이무영씨에게 들리는 모기 소리는 일시적인 환청인 듯합니다. 약희 (놀라며) 화,화, 환청이요? 방역업체 직원1 네, 맞습니다. 환청. 과도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실제 없는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죠. 때에 따라서는 환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약희․집주인 !? 방역업체 직원1 환청은 낮은 단계의 벌레 울음소리나 소음과 같은 단순한 잡음에서부터 단계가 높아질수록 뚜렷한 내용이 있는 특정한 사람의 말소리가 들리기까지 합니다. 사람 말소리인 경우에는 불쾌감을 주는 간섭이나 욕, 또는 명령하는 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심지어 아첨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경우도 있죠. (사이) 음… 제가 보기에는 이무영씨는 아직까지 환청의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만, 스트레스가 심해질수록 높은 단계의 환청을 넘어 마약 중독과 유사한 환각 증상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약희 그, 그럼, 지금 애아빠의 귀에 헛소리가 들린다는 말씀이에요. 방역업체 직원1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요. 약희 (무영의 모습을 멍한 듯 바라보며) 그, 그래서 아까도… 어이구, 세상에 집주인 (다리와 몸을 어색하게 긁다가 무영을 노려보며) 뭐야, 그럼 완전히 미친 거잖아? 어쩐지, 아까부터 눈빛이 퀭한 게 이상했어. 흥, 이제 정신병원에 가야겠네. 약희 (순간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마요. 당신이, 당신이 뭔데 남의 남편한테 미쳤다고 해요. 집주인 아니, 이 여자가 누구한테 당신이래. 그리고, 없는 소리가 난다고 우기면 그게 미친 거지. (사이) 아님 뻔한 거지. 모기 소리를 트집 잡아서 여기에 더 눌러앉으려고 하는 수작이겠지 뭐. 누가 그 뻔한 속셈 모를 줄 알아. 이래 봬도 나 산전수전 겪으면서 당신들 같은 사람 많이 상대해 봤어. 흥~ 약희 눌러앉는다고? 우리가? 여기에? 아무리 없이 산다고 자존심마저 죽지는 않아요. (단호하게) 걱정 말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짜 되면 이곳에서 나갈 테니까.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그래요. (무영을 보며) 당, 당신도 뭐라고 좀 해봐. 집주인 뭘로 보긴, 내 눈에 보이는 데로 보지. (혼잣말로) 딱 보니, 말 그대로 갈 곳 없는 거지네 뭐. 흥~ 약희 뭐 뭐, 뭐라고, 거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우리가 집을 빌린 거지 언제 당신한테 구걸을 했어? 집주인 구걸? 흥, 구걸은 아니어도 (무영을 곁눈질하며) 애걸은 했지. 약희 뭐, 뭐라고? 이 여자가 정말 집주인 뭐, 이 여자, 이제 갈 곳도 없는 밑바닥 주제에 집주인한테 감히, 분수도 모르는 것들이 약희 (순간 집주인에게 달려가 악을 쓰며) 그래, 그래, 나 이런 밑바닥에 산다. 이젠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다.   방역업체 직원1, 2가 맞붙은 두 사람을 떼어 놓으며 진정시킨다. 그 와중에도 방역업체 직원1은 집주인 편을 간간이 든다. 이때도 무영은 계속해서 모기를 찾고 있다.   방역업체 직원1 자자자, 이제 그만, 그만하시고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집주인 놔놔, 이것 안 놔? 깡패처럼 무조건 힘이나 써서 해결하려고 하고. 흥, 가진 것도 없는 것들이 분수를 모르면 교양이라도 있어야지. 약희 (악을 쓰며 다시 집주인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을 하며) 뭐라구? 깡패? 교양? 그래, 나 없어. 아무것도 없어. (한동안 엉겨 붙어 있다가 약희가 순간 엉엉 오열하며) 이젠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구.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들 두세요. 사모님, 사모님이 먼저 참으세요. 새댁도 진정을, 우선 진정부터 해요. (약희를 진정시키며) 그리고 새댁, 남편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 괜찮아, 괜찮아질 겁니다. (둘 사이가 조금 누그러지자) 음… 이런 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는데… 사실 저도 집에선 모기소리와 마누라의 바가지 긁는 소리가 헷갈릴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면… 마누라가 모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마누라를 보며 모기 때려잡는 생각을 합니다. (모기 잡는 동작을 취하며) 이렇게요. 이렇게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죠. (직원 2를 곁눈질하며) 안, 안 그런가? 방역업체 직원2 아 아, 네. (직원 1을 곁눈질하며) 사실 저도… 가끔 작업할 때 모기소리와 팀장님 목소리가 구별이 안 될 때가 있는데요, 그땐 이렇게… 방역업체 직원1 (싸늘한 미소로 직원2를 노려보며) 그래? 그래서 모기를 잡을 때 개잡듯이 후려치나? 방역업체 직원2 (뻘쭘한 표정) 그게 아니라 제 말은… 방역업체 직원1 (표정을 확 달리하며) 환청은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죠. 약희 (멍한 무영을 순간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기야, 무슨 말이든 말 좀 해봐. 집주인 이분들께서는 이 세상에서 배려와 관심이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흥~ 약희 (순간 매서운 눈매로 노려보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방역업체 직원1 그만, 그만 (절도 있는 자세로) 그럼 이만, 저희 제로버그의 리콜 서비스는 고객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무제한 달려갑니다. 추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연락 주십시오. 집주인 어머나! 내 정신, 어머, 시간 좀 봐. 나도 늦었네. 오늘 계모임이 있었는데… 알죠, 내일 모레까지인 거. 약속이나 지켜요. 약희 맘 푹 놓으세요. 설사 붙잡아도 더러워서 나갑니다. 흥~ 방역업체 직원1, 2 퇴장. 집주인도 서둘러 따라 나선다. 무영은 계속 멍하니 있다가, 주변을 둘러보며 힘없이 모기 잡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무영을 약희는 흐느끼며 바라본다. 이 와중에도 중장비의 소음은 계속된다. 얼마 후 무영은 축 처진 채로 의자에 앉는다. 약희 (맥이 풀린 듯 울먹이며) 그런데 자기야, 이제 우리, 우리, 어떡하지? 무영 진짜 들렸는데… 지금도, 지금도 분명히 들리는데 약희, 망설이다가 무영의 뒤로 가서 조용히 어깨를 감싸자, 잠시 후 무영은 약희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조명이 꺼진다. 공사장 착암기 소리가 집안 구석구석을 울린다. 실내조명이 켜지자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워 있고 시간이 갈수록 중장비 소음은 커지면서 간간이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약희 (몸을 일으켜 무영을 보며) 소리 들려? 무영 뭐? 약희 이 소리? 잘 들어봐. 무영 … 약희 이거 귀뚜라미 소리야.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편해진다. 벌써 가을이 오려나? 무영 (심드렁하게) 나도 알아. 모기소리가 아닌 거, 귀뚜라미 소리인 거. 약희 (사이) 삐쳤어? 무영 뭐가? 약희 아니다. 무영, 약희… 이때부터 아주 조금씩 실내 연기가 차오르는 것이 보인다. 무영 맞다. 조금 전에 하려던 말, 뭐야? 약희 (망설이다가 잔기침을 하며) 그래서는 안 됐는데… 무영 뭐? 약희 (뜸을 들이며) 엊그제… 자기한테 모기 같다고 말하고 확 뛰쳐나간 거. (사이) 그때는 모든 게 자기 탓 같았어. 자기가 한없이 못나 보이고 원망스러워서 울컥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자기도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나라도 당신 편이 되었어야 했는데… (기침을 하며) 그래서 환청이 들렸나 싶어지구… (속삭이듯) 미안해. 무영 (홱 돌아서 등을 보이며) 스트레스가 확 더 쌓인다. 약희 (의아한 듯) 뭐? 무영 (귀를 파며) 환청이 들려. 예전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이야기가 방금 내 귀에 들렸거든. 약희 (무영의 몸을 뒤집으며) 뭐야? 무영, 휙 뒤돌며 약희를 안는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애정이 담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이때 무영이 기침을 하자 약희의 구토가 시작된다. 약희 (구토를 참으며) 나… 나, 괜찮아. 무영 미안해. 약희 … 무영 고마워, 함께해 줘서… 약희 난 편안해. 아무 말 (기침을 하며) 하지 마. 무영, 약희… 약희 아, 덥다. … 우린, 우린 그 약속은 지킬 수 있을까? (사이) 집주인한테 무영 (한참 생각하다가) 아마도 이때 무영과 약희는 한참 동안 기침과 구토를 반복한다. 한참 후 쪼그려 앉아 있던 무영이 무엇에 집중을 하며 귀를 기울인다. 무영 소리 들려? 약희 … 뭐? 무영 그러지 말고 잘 들어봐. 약희 (기침을 하며) … 무영 자자, (기침을 하며) 정신을 집중하고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봐. 약희 처음? (사이) 처음이라… (기침 후 구토를 하며) 우리한테도 처음이 있었나? 무영 생각 안 나? 5년 전쯤에, 왜 있잖아, 강촌으로 동아리 MT 갔었을 때, (기침 후 헛구역질을 하며) 전혀? 음… 무영이 한참 헛구역질을 한 후, 엎드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일어나 손가락으로 점점 크게 원을 그린다. 그러자 연기는 점점 사라지고 대신 비눗방울이 서서히 날리기 시작한다. 무영 그럼 이 소리 좀 들어봐. 약희 소리? 무슨 소리가 나? 무영 잘 들어봐. 약희 (짧지만 심한 구토 후 웃으며) 혹시 자기, 또 환청 아냐? 무영 (진지하게) 지금 장난 아니야, (기침을 하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그리고 찾아봐. 약희 (조금 진지하게 살짝 눈을 감으며) 음… 들려. 물 떨어지는 소리랑, 계량기 돌아가는 소리, 음… 위층에서도, 어? 그 사람들, 그거 하나 부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기침을 하며) 에이, 부럽당~ 무영 참, 그런 소리 말고. 자, 마음을 편하게 눈을 감아. 그리고 천천히 집중해봐. 약희, 잠시 망설이다가 심호흡 후 진지하게 몰입한다. 점차 몽환적인 음악이 들릴 듯 말듯 울려 퍼지고, 이와 함께 환상적인 조명이 시작된다. 약희 음… 어! 이게 뭐지? 뭔가 들려, 음… 물소리랑, 바람소리 (일어나며) 어어, 잠깐 이건… 무영 들리지? 그럼 좀 더 주위 소리들을 찾아 봐, 그리고 느껴 봐. 약희 (다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음… 귀뚜라미랑 개구리 울음 소리, 어~어, 새소리도 들려.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순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눈을 감고 좀 더 깊이 빠져들며) 이 소리 이 느낌, 왠지 낯설지 않아. 무영 이제 그럼 눈을 감고 소리가 느껴지는 곳을 찾아가 봐. 약희 (무영의 어깨를 짚은 채 천천히 일어나 걸으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내가 예전에 느꼈던 그 편안함, 그리고 설렘… 그러면, 그러면, 여기는… 아! 조명이 꺼진다.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음악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점차 사라지면서 앳된 약희의 윤곽만을 확인할 수 있는 희미한 조명이 비춘다. 이때 분위기는 아늑한 꿈결 같은 분위기이다. 그 후 점차 계곡 물소리와 개구리소리, 새소리가 뒤섞인 자연의 소리가 함께 들리기 시작한다. 새소리는 뻐꾸기 소리이다. 약희 (황홀함과 나른함이 교차한 느낌, 그리고 혀가 약간 꼬인 발음으로) 여, 여, 여긴, 그러고 보니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 새소리도 들리네. 음, 이게 무슨 새더라? 딱따구리 소린가? 아니면… 부엉이? (이때 ‘뻐꾹’ 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뼉을 치며) 아, 맞네요. 뻐꾸기. 역시~ 무영 선배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근데… 저기요, 선배님. 자꾸 선배님라고 하니까 좀 어색하네요. 그, 그러니까, 저기… 저는, 위로 오빠가 셋인데요, …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해서요, 그러니까, 저기 (사이) 그냥 오빠라고 하면 안 돼요? … 왜, 왜 말씀이 없으세요? … 네에! 진짜, 진짜루요? (한참 후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하늘을 보며) 무영, 무·영·오·빠. 그런데요, 하늘에 별이, 별이 보여요. 아주 많이, 많이, 많·이, 많‥이… 무영 (소리)약희야! 야, 김약희, 너? 너! 약희 어… 어! 내 속에서 뭔가,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아. 잠깐만 여기서, 여기서 잠시 쉴래요. 약희 가 서서히 쓰러진 채로 눈을 감자 조명이 꺼진다. 잠시 후 급한 소방차의 경적소리와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무전소리 오전 02시 18분, 용안 4동 재개발 B-02지구 상황 발생. 도로 사정으로 소방차는 진입 불가능하며, 가스중독으로 인한 일가족 3명은 현재 후송 중, 이상. 조명이 꺼진다.
  • 김신재 출연 ‘한국농촌생활’ 발굴

    김신재 출연 ‘한국농촌생활’ 발굴

    식민지시대 스타 여배우 김신재(1919~1998)가 출연한 ‘한국농촌생활’(Korean Farm Life) 등 해방 전후의 희귀 영상자료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확인됐다. 냉전기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선전전략과 영화적 반영을 연구해 온 김한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최근 한국미국사학회의 미국사연구 제34집에 실린 ‘1945~48년 주한미군정 및 주한미군사령부의 영화선전’을 통해 이 사실을 밝혔다.  김신재는 최인규 감독과 결혼한 뒤 남편의 권유로 ‘심청전’(1937)에 출연하면서 18세의 나이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단성사에서 개봉한 ‘심청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도생록’, ‘애련송’ 등에서 거푸 주연을 맡는 등 당대의 톱스타로 군림했다. 큰 눈동자와 덧니가 보이는 웃음 등 앳되고 청초한 이미지로 ‘만년소녀’란 별칭도 얻었다. 한국전쟁 때 남편이 납북되고, 자식을 잃는 시련을 겪었지만 ‘낙조’(1978), ‘장마’(1979),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 등 만년에도 연기를 계속했다.  이번에 발굴된 ‘한국농촌생활’은 NARA가 소장한 작품 중 단독정부 수립 이후 미 공보원이 제작한 단 한 편의 문화영화로 추정된다. 1948년 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교포 2세인 이한근 미군 중위가 연출을 맡았다. 16㎜ 컬러 필름으로 촬영·제작한 다큐멘터리로, 하와이 교민 사회에 모국을 소개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해방기와 한국전쟁, 전후 재건기 한국영화사에서 미국의 영향은 중요하게 평가됐다. 특히 주한미군정과 주한미국공보원은 영화 제작과 배급에도 큰 역할을 했다. 다만 국내에 자료가 없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저자는 2010년 6~7월의 NARA의 현장조사를 통해 ‘한국농촌생활’ 외에도 1946년 미군정이 제작한 뉴스영화 ‘시보’(Korean Newsreel) 시리즈 제1편, 1948년 5월 총선거를 앞두고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원이 수입 상영한 ‘국도’(Nation’s Capitol), ‘11월의 화요일’(Tuesday in November) 등의 실체를 확인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떠나간 독재자들

    [2011 키워드로 본 인물] 떠나간 독재자들

    장기 집권으로 악명 높았던 전세계 독재자들이 공교롭게도 올해 잇따라 세상을 떠나거나 권좌에서 물러났다. 무려 42년간 리비아를 장악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는 민주화 시위대에 쫓기다 지난 10월 20일 고향인 시르테에서 시민군에 붙잡혀 살해됐다. 시신이 정육점에 방치돼 구경거리가 되는 등 비참한 최후였다. 1974년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37년간 북한을 통치했던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운명을 달리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야전열차안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랍국가를 휩쓴 민주화 혁명의 여파로 어쩔 수 없이 권력을 내놓은 독재자들도 적지 않다. ‘아랍의 봄’의 발원지인 튀니지를 23년간 집권했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튀니지 법원은 그에게 35년형을 선고했다. 30년 독재자인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도 지난 2월 권좌에서 축출된 뒤 부패와 권력남용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1978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33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지난 11월 면책특권을 조건으로 대통령직 이양에 합의했다. 반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이후에도 권력을 쥐고 있는 유일한 독재자로 남아 있다. 로랑 그바그보 코트디부아르 전 대통령은 10년 집권도 모자라 지난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 유혈사태를 촉발한 혐의로 전범재판을 받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강성대국 외치는 北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하자/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강성대국 외치는 北 급변사태 철저히 대비하자/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가고 하루 뒤면 2012년 임진년(壬辰年)을 맞는다. 임진년은 420년 전 왜군이 이 강토를 7년의 전란에 휘말리게 했던 해이다. 또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을 완성하는 해’로 선포한 해이기도 하다. 김정일 70세와 김일성 100세를 기념하는 2012년을 기점으로 사상·경제·군사적 강성대국을 완성하겠다는 것인데, 이 중 사상의 강성대국은 사실 비교할 대상이나 평가의 주체도 없기 때문에 완성했다고 우기면 그만이다. 반면 경제의 강성대국은 화폐개혁의 실패와 배급 시스템의 붕괴로 장마당 경제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봤을 때 성공했다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마지막 남은 군사적 강성대국이나마 성공했다고 우기고 싶어질 것이다. 특히 강성대국을 천명했던 김정일이 사망하고 그의 어린 아들 김정은이 현대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으로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군부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김정일 장례기간 중 김정은은 장성택 등 기존 기득권층의 도움으로 전광석화처럼 권좌에 오르는 듯 보인다. 장성택의 부상, 김정은의 등장과 함께 떠오르기 시작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리영호 총참모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 군부 각 분야의 실세들이 여전히 김정은을 밀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과거 오랫동안 대남공작사업을 주도했던 노동당 작전부장 출신인 군의 원로 오극렬도 실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김정은과 함께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 당분간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강성대국은 김정은으로서는 딜레마가 될 수 있다. 김정일 사망을 핑계로 강성대국을 늦추거나 포기하자니 너무 무능력해 보일 것 같고, 강성대국을 하자니 경제는 도저히 안 되는 것이고, 보여 줄 것이라고는 군사적 성공을 시현해 주는 결과물뿐인데 이런 군사적 행동은 기반이 약한 그로서는 남북관계나 국제사회에서의 입장이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 능력과 성과를 보여 줄 것이라고는 군사적 업적뿐이기 때문에 2012년은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행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념계획5029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북한급변사태’는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의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군부 간의 내전이나 대량탈북, 핵무기통제권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난 십수년 동안 가장 우려하며 대비해 오고 있던 북한급변사태의 전조인 김정일 사망이 발생한 이 시점에서 국회는 내년도 국방예산 중 제주 해군기지 건설, 차기전투기사업 등 전력투자비를 중심으로 3000억원이나 삭감하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격동의 시기에 복지예산의 증액을 위해 국방예산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국민이 정치권에 회의를 느끼고 있음은 여러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격랑의 시기에 나라를 경영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득표만을 위해 노력하는 이런 모습이 바로 구태정치의 전형이 아닌가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내년 한해가 북한의 강성대국으로 인한 도발 가능성과 북한급변사태의 시작점임을 직시하고 국방안보정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북한 상황에 더해 2012년은 미국의 대선, 중국의 정권교체, 러시아의 대선 등 우리 주변국 모두 큰 변화가 도래하는 해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군은 주변상황과 내년 대선정국의 향배에 곁눈질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도발에는 원천까지도 타격한다는 필승의 의지가 바로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국민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이 시기에 올바르고 우선순위 높은 정책부문이 어디인가를 정확히 인지하고, 국가 존재의 원초적 가치인 안보를 희생시켜 달콤한 사탕을 내놓는 이들을 표로써 심판할 마음자세를 가져야 한다. 군의 완벽한 대비태세와 국민의 수준 높은 의식이 뭉쳐진다면 북한의 도발이나 급변사태의 위협은 억제되고 임진년은 420년 전과 달리 평화로운 한해가 될 것이다.
  • 용산 ‘자율방재단’ 정부 포상

    재난·재해는 미리 살피고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공무원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용산구에서는 이런 재난·재해 예방 활동에 주민들이 ‘지역자율방재단’을 만들어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이 시스템에 힘입어 용산구는 최근 2011 여름철 민간분야 현장활동 수범사례 정부 포상자로 선정돼 소방방재청장 포상을 받았다. 28일 용산구에 따르면 지역자율방재단은 지난해 11월 정식 출범한 민간 단체다. 잦은 기상 이변과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민간 방재 역량을 강화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통·반장을 비롯한 일반단원 228명과 관련 분야 전문가 90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장마철에는 26회에 걸쳐 연인원 289명의 단원이 시설물 순찰 및 협잡물 제거, 정비 활동 등에 참여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재료비·임대료 뛰고 매출 줄고… 이젠 해고할 종업원도 없다”

    “재료비·임대료 뛰고 매출 줄고… 이젠 해고할 종업원도 없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도시락 가게 ‘호미’를 운영하는 이문철(62)씨는 28일 오전 6시에 문을 연 뒤 7시간 동안 8개의 도시락을 팔았다. 도시락은 한 개에 5500원. 모두 4만 4000원을 벌었다. 식재료비와 임대료, 세금, 카드 수수료를 떼고 나면 고작 2만원이 한나절 수입으로 남는다. 이씨는 “2년 전 개점할 때만 해도 하루 손님이 70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절반도 채 안 된다.”면서 “매년 매출은 10%씩 감소하는데 임대료는 50만원씩 오르고, 중국 동포 아주머니도 한국인 수준의 월급을 줘야 쓸 수 있는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자영업자 대란’이 예고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4명 가운데 1명꼴인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은 물가 상승 탓에 재료값이 2~3배 뛰어도 손님이 끊길까 봐 소비자 가격을 못 올리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서울신문이 27~28일 이틀 동안 서울 강북 상권의 중심인 중구, 종로구, 동대문구 일대 자영업자 35명을 만나 본 결과 이들은 공통적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가급적 고용하지 않고 가족 경영을 하고 있었다. 장사는 안 되고 임대료는 오르다 보니 폐업을 고민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자영업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첫 번째 고통은 물가 인상이었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서 ‘서울전집’을 운영하는 김인복(52)씨는 값이 뛴 밀가루를 살 때마다 손이 떨린다. 파전 위에 푸짐하게 올려 내던 해산물량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지난해 가을 20㎏에 2만 5000원 하던 오징어가 지금은 4만원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임대료도 크게 올랐다. 서울 중구 북창동에서 부동산을 하는 이동주(62)씨는 “지난해보다 계약 건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면서 “집주인이 올려 달라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20평짜리 사무실을 올 초 8평으로 줄여서 이사했다.”고 말했다. 재료값이나 임대료 등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을 올려야 수지가 맞지만 자영업자들은 그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안 그래도 없는 손님이 가격을 올리면 끊긴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서 25년째 중국집을 운영하는 김용호(50)씨는 “자장면값을 한 그릇당 500원 올려야 하지만 사람들은 100~200원만 올려도 안 사 먹는다.”고 했다. 남대문에서 여성 의류점을 하는 최진주(31)씨는 “원단부터 단추 같은 부자재까지 가격이 올랐는데 옷값은 못 올린다. 유동인구 자체가 줄어서 가게에 들어오려는 손님도 없어 가격을 올려 부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윤이 줄다 보니 종업원도 안 쓴다. 서울 중구 태평로의 화원 주인인 장석영(70)씨는 종업원 3명을 두었다가 지난해 다 해고했다. 그는 “1998년 외환 위기 이전만 해도 연말마다 승진이 많아 난 화분이 잘 나갔지만 요새는 화분 하나 못 팔고 허탕치는 날이 많다.”면서 “지난해에는 한 달 평균 500만원은 벌었는데 지금은 3분의1토막이 났다. 장사 40년 만에 올해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며 혀를 찼다. 상인들은 한창 돈을 써야 할 30~40대가 지갑을 꽁꽁 닫은 것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낙원상가 근처에서 실내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박모(60)씨는 “저녁에는 퇴근길에 술 한잔 하러 들르는 30~40대 직장인이 많았는데 지금은 눈에 띄게 줄면서 매출이 지난해 이맘때보다 20%나 줄었다.”면서 “안주를 2만원어치씩 시키던 단골들도 1만원어치만 시켜 소주를 비운다.”고 서민들의 최근 소비 분위기를 전했다. 오달란·명희진·박지환·이성원·조희선·홍인기기자 dallan@seoul.co.kr
  • [포스트 김정일-北 어디로 가나] ⑦ 끝 북한 민심 향방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후계자로 전면 등장한 김정은과 그의 주변에 포진한 새 지도부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27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 및 탈북자 등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는 달리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하면서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애도기간인 29일까지 상점 문을 닫고 생필품을 조달하는 장마당 등 시장이 폐쇄돼 걱정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보위부가 주민들이 시장 등에 모이는 것을 막는 바람에 경제활동이 쉽지 않다고 한다.”고 전하고 “김 위원장 사망이나 김정은의 등장보다 먹고사는 문제를 더 걱정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북한 당국은 국경 봉쇄를 예상보다 서둘러 해제하는 등 주민 동요를 막으려는 모습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 위원장 사망 후에도 먹고사는 문제, 즉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후계자에 대해 크게 반감을 갖기보다는 누가 되든 상관하지 않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소식통은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장마당 등을 통해 각자 알아서 자급자족해 온 만큼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먹고사는 문제에 간섭하거나 통제하지만 않으면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이 3대 세습을 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도 많은 변화를 겪어 새 후계자에 대한 지지도는 확실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세습 과정에서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우상’으로 받들었던 김일성과 달리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지지도는 확실히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은에 대한 지지는 이념에 의한 사회 통합적 접근이 아니라 식량난 해결 등 실적에 달려 있을 수밖에 없다. 대북 소식통은 “‘고난의 행군’ 이후 세대는 실용주의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새 지도자의 등장으로 실제 생활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이들을 통제할 경우 반발이 커지겠지만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주민들의 불안 요소를 잠재우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명시적인 동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거나 경제난이 심화될 경우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사회 통제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데다가, 탈북자에 대한 선별 처벌 등 ‘선택과 집중’ 방식을 취하고 있어 불안정성이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세대별 접근법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회적 불안요인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김정은이 등장했다고 더 냉소적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본다.”며 “남북 간 교류 강화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향상될 수 있도록 북한 내 접촉 채널들과 체계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英여왕 남편 필립공 심장수술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남편인 필립 공(90)이 23일(현지시간) 심장 수술을 받았다. 영국 버킹엄궁은 지난 19일부터 왕실 가족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잉글랜드 동부 노퍽 샌드링엄에 머물고 있던 필립 공이 격심한 가슴 통증을 느껴 케임브리지의 팹워스병원 심장센터로 옮겨져 관상동맥경화를 치료하기 위해 심장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고 AFP·AP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이어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통해 절개를 최소로 했으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버킹엄궁은 그러나 필립 공에게 심장마비가 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을 거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정일 사망 이후] 北측 초병 평소보다 2~3배 늘어 개성공단 물자차량 南으로 南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北측 초병 평소보다 2~3배 늘어 개성공단 물자차량 南으로 南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사흘이 지난 22일 휴전선 일대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긴장감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리軍 “北움직임 포착 안돼” 이날 서부전선 비무장지대 내의 북한 측 213민경초소(GP)에는 평소 2, 3명보다 많은 7, 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우리 측 보도진들이 건너편 육군전진부대 도라전망대에 몰려들어 취재에 열을 올리자 2명은 밖으로 나와 계속 동태를 관측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초소 뒤로는 널어놓은 빨래들이 보였고 밥을 지으려고 불을 피웠는지 연기가 계속 올라왔다. 도라전망대 왼편으로 보이는 개성공단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개성공단과 이어진 도로에서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실어나르는 차량들이 계속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보여 김 위원장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조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남북한의 긴장감이 높아졌지만 도라전망대에는 4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 군의 설명을 듣고 북한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이들이 내려가자 바로 다른 중국인 관광객 일행이 몰려 왔다. 민경초소 부근 위장마을인 기정동마을에는 158m 높이의 철탑에 가로 30m, 세로 15m인 인공기가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뒤 평소보다 5m쯤 낮게 게양돼 있었다. 일부에서는 북한 주민들이 추모를 위해 마을 회관 등으로 모여드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지만 이날 기정동마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마을 외곽에서 도로 청소를 위해 한 사람이 연신 큰 빗자루 쓸고 있었을 뿐이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만 보였을 뿐 주민들이 단체로 이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정동마을에도 저녁 무렵이 되자 난방 등을 위한 연기가 하나둘씩 올라왔다. ●北주민 마을회관 이동 관측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도 긴장감이 흘렀다.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높아진 관심에 이날 내외신 기자 90여명이 몰려 취재를 하자 북한군 초병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판문각 앞에서 취재진을 망원경으로 계속 관찰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담당 부대 병력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직전에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북한 전군(全軍)에 훈련을 중지하고 즉각 소속 부대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김정은 대장 명령 1호’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은 이 명령에 의해 현재 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최전방 말단 부대까지 조기를 걸고 김 위원장을 추모하고 있다. 휴전선을 두고 북한병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 군의 병사들은 차분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진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에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적 관측활동과 경계근무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현재 북한군 전방부대에서 특별한 군사적 움직임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셔먼 한미사령관 JSA 방문 또 이날 공동경비구역에는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관이 방문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군의 동향과 한·미 양국 군의 경계태세 등을 확인했다. 미군 관계자는 “김 위원장 사망 때문이 아니라 정기적인 방문”이라며 “보고를 듣고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셔먼 사령관은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난 19일에는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한·미 간의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북녘을 한눈에 바라다볼 수 있는 임진각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등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시민들이 나왔다. 이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정세변화에 대해 우려와 함께 기대를 걸기도 했다. 실향민 이모씨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너무 어려서 걱정”이라며 “경색된 남북 관계가 하루빨리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판문점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김정일·카다피·후세인…독재자 죽음의 나이는 ‘69’?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세계에 충격을 준 가운데 세계의 유명 독재자들이 주로 69세에 세상을 떠났다는 기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7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42년 생으로 만 69세이며 17년간 권좌에 머물며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 까지 철권통치를 이어갔다. 또 지난 10월 반군에 의해 처참하게 사살된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 역시 김정일 위원장과 같은 1942년 생이다. 1969년 권력을 쥔 카다피 원수는 지난 2월 이른바 ’중동의 봄‘에 의해 촉발된 국민적 봉기로 도망다니다 결국 사살돼 사막 한가운데 묻혔다. 1997년 쿠웨이트를 침공해 걸프전을 일으킨 중동의 대표적인 독재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69세에 세상을 떠났다. 1937년 생인 후세인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전범 재판에 회부돼 2006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밖에도 ‘킬링필드’로 잘 알려진 폴 포트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킬링필드’로 전세계에 충격을 던진 폴 포트는 캄보디아 공산주의 정당이었던 크메르루즈의 지도자로 1975년 집권한 후 2백만명의 양민을 학살했다. 1928년 5월 19일 생인 그는 70세 생일을 얼마 앞둔 1998년 4월 15일 자택 감금 중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SK ‘투톱’ 휘청… 경영공백 불가피

    최태원 회장이 19일 검찰에 소환되면서 SK그룹의 경영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투톱 경영’이 마비되면서 경영 공백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매출 100조원인 재계 3위 그룹이 오너 리스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1일 하이닉스반도체 인수가 확정된 후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자.”고 당부한 이후 한달째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국면에서 SK그룹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당장 글로벌 반도체 2위인 하이닉스에 대한 내년 투자 계획이 보류되면서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정밀 실사가 진행 중인 하이닉스는 내년 2월 본계약을 체결하면 10년 만에 SK라는 새 주인을 찾게 된다. SK그룹도 인수를 확정지으면서 곧바로 4조원이 넘는 설비 투자를 계획했다. SK그룹이 검토 중인 내년 15조원 투자의 상당 부분이 하이닉스에 대한 선행투자였지만 검찰 수사로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재정 위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등 대내외 급변 상황에서 SK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성장 전략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이닉스는 올 2분기 기준 D램 23.4%(2위), 낸드플래시 13.5%(4위)라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SK그룹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설 경우 성장의 터닝 포인트를 맞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최 회장의 사법 처리 가능성마저 대두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여의치 않은 입장이다. 하이닉스 경영 정상화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는 전문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경영 공백의 장기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연말 정기 인사와 하이닉스 인수에 맞춰 계획했던 조직 개편이 모두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검찰 출두로 혐의가 풀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 회장마저 소환된 데다 총수 형제가 모두 사법 처리될 가능성 때문에 내년 경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SK그룹 측의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글로벌 브랜드인 그룹 총수의 검찰 소환이 대외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해외 투자 및 사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총수 형제가 SK그룹 18개 계열사에서 유치한 투자금 2800억원 중 500억원을 선물 투자로 빼돌린 정황에 대해 집중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재계 3위 그룹의 회장으로 마음만 먹으면 지분을 담보로 500억원은 쉽게 조달할 수 있는데 굳이 회사 자금에 손을 댄다는 건 억지 논리”라고 반박해 왔다. 총수 형제가 모두 사법 처리의 도마에 오르면 현재의 경영 구도가 깨지게 된다. 사촌인 최신원 SKC회장 형제와의 계열 분리설이 가시화될 수 있다. 사촌 간 계열 분리 의지를 표출해 온 최신원 회장은 올 들어 SK증권 지분을 집중 처분하고 SK네트웍스 주식을 매입해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SK네트웍스의 현 대주주는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이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코오롱 “매장 공사지침 강요 안 했다” K2 “정찰제 어기면 소비자만 혼란”

    코오롱 “매장 공사지침 강요 안 했다” K2 “정찰제 어기면 소비자만 혼란”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들은 “어떤 의류 업체든 대리점마다 가격이 다르지 않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웃도어 가격만 문제 삼는 데 강력히 반발했다. 또 “대리점에 부당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대리점에 물건을 줄 때 알아서 팔라고 하면 브랜드 유지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입 방식은 점주들이 옷을 (본사에서) 구매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판매 가격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위탁 방식이어서 대리점의 재고 부담까지 본사가 진다.”며 “공정위에서 조사하는 ‘재판매 가격 유지’에 해당되지 않는 걸로 안다.”고 밝혔다. K2 관계자는 “정찰제이기 때문에 대리점에 정해진 가격에 팔라고 한다.”며 “매장마다 점주들이 가격을 정해 판다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어떤 고객은 한 매장에서 더 비싸게 살 수 있고, 어떤 고객은 다른 매장에서 더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테리어 지침과 관련,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본사에서 인테리어 지침을 마련해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다.”며 “본사 지침을 따르라고 한다고 해서 요즘 세상에 점주들이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K2 관계자는 “본사 지정 업체에서 인테리어를 하도록 하는 규정 같은 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대리점에 부당하거나 불법적으로 정책을 운영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인테리어는 본사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공통된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것”이라며 “시공 시간이 절약돼 매출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어 “가격 정책도 일종의 브랜드 콘셉트”라며 “대리점마다 가격이 다르면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통일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청바지 입은 택시 운전기사, 벌금이 170만원?

    청바지 입은 택시 운전기사, 벌금이 170만원?

    근무 중 청바지 입은 대가가 무려 170만 원?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택시기사가 영업 중 규정된 복장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려 17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냈다고 현지 지역일간지인 애들레이드가 보도했다. 14일자 보도에 따르면 샤람 포로젠다흐(44)라는 택시기사는 지난 1월 청바지에 양모로 제작된 상의를 입고 영업에 나섰다가 적발됐다. 남오스트레일리아 주정부의 규정에 따르면, 택시 운전사들은 반드시 깔끔한 셔츠와 정장바지 차림이어야 하며, 청바지나 편안한 트레이닝복 등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적발 당시 프로젠다흐는 깔끔한 양모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하의는 청바지를 착용한 탓에 결국 벌금형이 내려지고 말았다. 그는 “내가 입은 복장마저 문제가 될 줄은 전혀 몰랐다.”면서 항의했지만 결국 1415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17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게 됐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추억의 극장 간판 낭만을 다시 걸다

    추억의 극장 간판 낭만을 다시 걸다

    세련되고 미끈하게 잘빠진 영화 포스터에 밀려 이제는 사라져버린 극장 간판그림을 한데 모은 이색 전시가 열린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퇴계로 충무아트홀에서 열리는 ‘사라진 화가들의 영화’전이다. ‘간판쟁이’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수제 영화간판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가끔 인터넷 게시판에서 보이는 영화 간판이란, 대체 영화에 나오는 주연배우와 간판 속 인물이 동일 인물인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게 하는, 하나의 유머처럼 다뤄지는 대상이다. 그러나 별다른 홍보수단이 없던 예전에는 극장이 심혈을 기울여 내놓던 것이 대형 영화 간판이다. 줄거리도 적당히 담아내면서 영화를 보고 싶도록 관객의 흥미를 유발해야 했다. “예전에는 손으로 일일이 그리니 간판마다 그림도 달랐고 사람 냄새, 땀 냄새가 나는 게 극장마다 개성도 있었어요. 지금은 똑같이 찍어내니 생동감이나 인간 냄새가 안 나. 낭만도, 간판 자체가 풍기는 맛도 사라졌어.” 1960년대부터 40여년간 단성사, 대한극장, 국도극장 등에서 ‘겨울여자’,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수천편의 간판을 만들어 영화간판계의 산증인이자 역사로 볼리는 백춘태(67)씨 얘기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백씨는 6살 때 가족을 따라 월남했다. 인천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유난히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화가를 꿈꿨다. “전쟁이 끝나니 다들 생활이 어려웠어요. 우선 돈을 만지자 싶어 극장에 뛰어들었지요.” 처음엔 이름 없는 간판쟁이에 불과했지만 외화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간판 수요가 늘고, 간판 미술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도 나아졌다고 한다. “잘나갈 땐 서울 시내 개봉관 간판을 내가 다 그렸다.”며 웃는 그는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단성사마저 복합상영관으로 바뀌고 컴퓨터 실사 간판들이 생겨나면서 붓을 놓았다.”고 아쉬워했다. 전시에는 백씨를 비롯해 김형배, 김영준, 강천식, 김현승씨 등이 작업한 영화 간판의 옛 사진자료를 비롯해 간판 이미지를 몽타주 형식으로 다시 제작한 그림, 당시 증언을 담은 영상자료 등이 나온다. 에로영화, 홍콩영화 등 1970~80년대 유행했던 간판을 통해 그 시절을 음미해 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02)2230-6678.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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