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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증,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 키운다”(연구)

    “불면증,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 키운다”(연구)

    불면증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선양의과대학 연구진이 불면증 증상과 심혈관계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 총 16만 867명에 관한 코호트 연구 15건을 메타분석했다. 최소 3년부터 최대 29.6년까지의 중앙 추적관찰기간(median follow-up) 동안 1만 1702건의 유해사례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불면증의 대표적 증상인 ‘수면 개시의 어려움’과 ‘수면 유지의 어려움’, ‘새벽에 잠이 깸’, 그리고 ‘수면 중 지속적인 각성뇌파’(비회복성 수면)가 급성 심근경색증과 관상동맥 심장질환, 심부전, 뇌졸중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그 합병증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한 것이다. 분석 결과, 불면증 증상으로 수면 개시나 수면 유지의 어려움, 또는 수면 중 지속적인 각성뇌파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은 불면증 증상이 전혀 없는 이들보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각각 1.27배, 1.11배, 1.18배 증가하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었다. 반면 새벽에 잠이 깨는 증상과 심혈관계 질환 위험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허차오 박사과정 연구원은 “우리는 수면 개시나 수면 유지의 어려움, 또는 수면 중 지속적인 각성뇌파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각각 27%, 11%, 18% 더 높은 것과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물론 이런 연관성에 관한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연구들에서는 불면증이 신진대사 및 내분비 기능 변화, 교감신경 활성 증가, 혈압 증가, 전염증성 및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 급증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모두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인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서는 불면증 증상을 가진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회복성 수면에서 이런 성향이 있었지만, 성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허차오 연구원은 “남녀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고 메타분석 연구의 한계가 있어 우리는 불면증이 여성에게 더 위험하다는 결론은 내릴 수 없었지만, 여성들은 유전자와 성(性)호르몬, 스트레스, 스트레스 대응의 차이로 인해 불면증에 걸리기 쉽다고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여성들의 수면 건강에 더욱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 예방 심장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최신호(3월31일)에 실렸다. 사진=ⓒ Focus Pocus LTD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메디컬 라운지] 부정맥이 당신을 노린다

    심장 수축이 저절로 이뤄진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전기적 자극에 의해 작동한다. 그래서 심장에는 규칙적으로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전달 체계가 있다. 이 체계에 문제가 생겨 수축과 이완이 규칙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리듬을 잃는 것을 ‘부정맥’이라고 한다. # 1분에 100회 이상 뛰면 빈맥성 2일 신승용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부정맥은 일교차가 커지는 봄철에 발생할 위험이 높다. 부정맥에 의한 두근거림은 다양한 심혈관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크게는 ‘서맥성 부정맥’, ‘빈맥성 부정맥’ 등 2종류로 나눈다. 정상적인 박동은 1분에 60~100회다. 1분에 60회 미만으로 뛰는 것을 서맥성 부정맥, 100회를 넘어 빠르게 뛰는 것을 빈맥성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은 늘 뛰고 있지만 일반인은 대부분 그리 뚜렷하게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맥박이 너무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특히 위급하고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하는 ‘악성 부정맥’을 주의해야 한다. 신 교수는 “심장병을 앓아 심장 기능이 저하된 심부전 환자, 이전에 심장마비나 실신을 경험한 경우, 직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 유사한 증상이나 부정맥으로 급사한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부정맥을 경험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정맥이 있으면 심장의 수축 기능이 떨어져 뿜어져 나오는 혈액량이 감소한다. 따라서 호흡곤란과 현기증, 실신, 심장마비 등의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심장질환이 원인인 ‘속발성 부정맥’은 ‘심방세동’과 ‘심실빈맥’ 등의 형태로 나타나 사망 위험을 높인다. 신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경색 위험을 5배 높이고, 심실빈맥은 급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금연·금주·카페인 줄여야 병원을 방문하면 24시간 심전도 검사, 전기생리학 검사 등을 통해 부정맥의 증상과 문제 부위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상당수 환자가 가슴이 뛰고 기운이 없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도 증상이 저절로 사라졌다는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 병을 키우곤 한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금연과 금주, 카페인 섭취 줄이기 등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신 교수는 “부정맥으로 인한 뇌졸중을 예방하는 최신 치료법인 ‘경피적 좌심방이 폐색술’에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에게 더욱 안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엄혹한 외교 현실 보여준 김정남 시신 北 인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암살당한 김정남의 시신이 끝내 북한으로 인도됐다.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김정남 시신의 북한 인도와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 9명의 귀국 등이 포함된 6개항 공동 성명에 합의한 것이다. 양국의 합의에 따라 북한 대사관에 숨어 있던 암살 용의자 3명과 북측 협상 대표였던 리동일 전 유엔 주재 차석대사도 출국해 북한으로 향했다. 국제법과 외교 관행을 무시한 북한의 벼랑끝 인질 외교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굴복한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은 더욱 어려워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식적으로 사망자가 김정남이라고 확인했고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가 사인임을 밝혔지만 북한은 막무가내식으로 사망한 북한인이 김정남이 아니고 사인도 암살이 아니라 심장마비라는 억지 주장을 펴 왔다. 북한은 앞으로 김정남 시신을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과 한국의 음모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펼 것으로 보인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북한과의 외교 관계 단절을 심각하게 고려했던 말레이시아는 비자면제 협정 재체결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암살 사건의 진상이 명백하게 밝혀져 북한의 인권 탄압 실태가 알려져야 함에도 북한에 면죄부를 주는 식으로 유야무야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막무가내식 요구를 수용한 것은 엄혹한 국제사회의 외교 현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에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국민 귀환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협상에 임했다. 평양에 억류된 자국민의 귀환을 바라는 국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비자금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나작 총리의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의 벼랑끝 외교에 굴복한 말레이시아는 물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무시한 북한의 인질 외교는 규탄받아 마땅하지만 국익을 앞세우는 외교의 실상을 확인한 사례이기도 하다. 국제 공조를 통해 부도덕하고 야만스러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릴 기회를 놓친 외교부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 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모래시계 검사→4선 의원→도지사→우파 스트롱맨

    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모래시계 검사→4선 의원→도지사→우파 스트롱맨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모래시계 검사에서 우파의 스트롱맨을 추구하게 됐다. 한국당은 31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제1차 전당대회를 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대선후보로 홍 지사를 선출했다. 전당대회에서 홍 지사는 책임당원 현장투표(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50%)에서 1위에 올랐다. 홍 후보는 책임당원 투표에서 61.9%, 국민 여론조사에서 46.7%를 각각 얻어 합계 54.2%의 과반 득표를 얻으면서 김진태 의원(19.3%), 이인제 전 최고위원(14.9%), 김관용 경상북도지사(11.8%) 등 경쟁자를 따돌렸다. 원내교섭단체 가운데 대선 후보를 확정한 것은 지난 28일 유승민 후보를 선출한 바른정당에 이어 한국당이 두 번째다. 홍 후보는 어린시절 가난과 싸웠다. 홍 후보는 부친은 학교에 다니지 않은 무학(無學), 모친은 글자도 모르는 문맹(文盲)이었다고 말했다. 7살 때 가세가 기울자 홍 후보 가족은 고향인 경남 창녕을 떠나 대구로 이사했다. 손수레에 세간을 싣고 이틀 동안 걸었다. 월세가 싼 곳으로 옮겨 다니느라 초등학생 때 5차례 전학했다. 도시락을 싸지 못해 수돗물로 허기를 달랜 때가 많았다. 장마에 낙동강이 범람, 강 옆에 일구던 땅콩밭과 집이 물에 잠기기도 했다. “고리 사채로 머리채가 잡혀 끌려다니던 어머니”를 봤다고 기억하는 장소는 지난 1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대구 서문시장이다. 직물공장에 취직한 작은누나의 월세방에 얹혀 지낸 중학생 시절을 보냈다. 밤 10시 전 무조건 소등하라는 집주인의 눈을 피해 이불 속에서 공부했다. 그는 의사가 되려 했지만, 돈이 덜 드는 육군사관학교 시험에 합격했다. 부친이 누명을 쓴 사건을 목격하고 검사로 진로를 바꿨다. 빚을 내 마련한 등록금을 들고 무작정 상경했다. 홍 후보는 전북 부안에서 방위 복무를 마치고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울산 조선소 바닷가에서 일당 800원을 받고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던 부친이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하고 암으로 별세한 뒤였다. 검사가 된 그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사건을 1993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맡았다. 슬롯머신 사건이다. 당시 ‘6공화국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의원을 비롯해 고검장 등 검찰 간부들과 경찰청장, 병무청장까지 줄줄이 구속됐다. 조직폭력배도 등장한 이 사건은 드라마 ‘모래시계’로 제작됐다. 드라마 속 강우석 검사의 모델이 바로 홍 후보였다. 검찰 조직이 뿌리째 흔들렸다. 조직의 ‘이단아’ 취급을 받던 그는 버티지 못하고 사직했다. 변호사로 개업한 홍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연락을 받았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의 ‘개혁공천’ 사례로 초선 의원이 됐다. 그는 “광주지검 강력부 때 잡아넣었던 깡패들이 출소해서 검사 그만둔 나와 가족을 슬렁슬렁 겁주더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가족 보호를 위해 정치판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홍 후보는 제18대 총선까지 서울에서 내리 4차례 당선됐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는 계파가 없었다. 스스로 “친이(친이명박)도 친박(친박근혜)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계파 정치를 혐오한 측면도 있었지만, 계파에서도 그를 부담스러워했다. 계파가 없으니 혼자였고, 정치적 입지가 튼튼하지 못했다. ‘디도스 사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휩싸여 5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 자리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몫이 됐다. 2009년 펴낸 자서전 제목은 ‘변방’이다. 늘 ‘변방의 검사’였고, ‘변방의 정치인’이었다는 의미다. 길들이기 쉬운 성격이 아닌 탓이다. 그러다 보니 견제를 받았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을 때만 해도 “홍준표는 끝났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였다. 그는 “검사 시절 남을 처벌하며 저지른 업보”라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지난달 2심에서 무죄로 반전됐다. 법률심인 3심에서 무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 자신의 무죄 판결과 박근혜 정권의 몰락이 시기적으로 공교롭게 일치한다고 홍 후보는 여긴다. 홍 후보에 붙는 수식어는 ‘막말’이다. 실제로 그의 표현은 거침없다. 정치인은 말로 먹고사는 직업이라 말을 많이 한다. 거친 말이 그의 입에서 쏟아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한 최근 사례를 비롯해 예전에도 “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고 하거나 야당 도의원을 ‘쓰레기’로 비유해 구설에 휘말렸다. 자신은 숨김없이 솔직하게 말할 뿐이라고 항변한다. 막말보다 그를 어렵게 만들 요인은 이번 대선의 구도다.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높은 시기다. 자신은 성완종 리스트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후보로 나선 당은 대선 참패의 위기에 놓여 있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주자들의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어야 하는 자신에게도 가장 힘든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좌우의 대결 구도로 보면서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했다.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으로 국정을 장악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과연 그의 바람대로 얼마나 ‘강력한 동남풍’이 불어줄지 주목된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고지방 음식…견과류 함께 먹어야 심장 건강 지킨다(연구)

    고지방 음식…견과류 함께 먹어야 심장 건강 지킨다(연구)

    땅콩과 같은 견과류가 심장마비와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이 과체중과 비만인 성인남성 15명을 대상으로 식사할 때 땅콩을 함께 먹으면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실험해 위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영양학회지(Journal of Nutrition)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남성 모두에게 고지방 음식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중 절반에게는 무염 땅콩 85g이 함유된 셰이크를, 나머지 절반에게는 위약(플라세보) 음료를 줘 함께 섭취하게 했다. 이후 혈액 검사를 통해 몸에 나쁜 혈중 지방인 트리글리세라이드와 인슐린의 수치를, 초음파 검사로 동맥 혈류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땅콩 음료를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혈중 지방이 3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실험 참가자들의 땅콩 섭취량은 평균 섭취량의 3배에 달하지만, 땅콩뿐만 아니라 다른 견과를 먹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혈중 지방은 동맥을 좁아지게 만든다. 이런 지방은 물론 콜레스테롤과 기타 물이 동맥벽에 쌓여 ‘플라크’(plaque)라는 단단한 구조를 형성하면 동맥 경화가 되는 것이다. 이는 신체 전반에 걸쳐 혈류를 제한해 심장에 무리가 가게 해 결국 심혈관계 질환 등 신체 전반에 걸쳐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주저자로 참여한 페니 크리스-이더튼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먹었을 때마다 동맥은 조금 더 뻣뻣해진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연구처럼 식사와 함께 견과류를 먹으면 이런 경화 반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녹조 논쟁, 과학적 접근만이 해결책이다/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녹조 논쟁, 과학적 접근만이 해결책이다/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다. 일조량이 늘어나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벌써부터 녹조 걱정이 앞선다. 녹조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물에 인, 질소와 같은 영양염류의 농도가 증가하는 부영양화가 주범으로 알려졌다. 녹조가 발생하면 녹조류의 산소 소비가 늘어나고 독성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어패류의 아가미 폐쇄가 일어나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녹조 현상은 기온 상승은 물론 물 흐름과 밀접하다. 가뭄에 폭염이 계속되면 녹조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일조량이 많아지면 수중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되고, 녹조류와 플랑크톤이 부쩍 늘어난다. 최근 몇 해 동안 녹조 현상이 심각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녹조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녹조는 수중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녹조가 짙어지면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되고 산소가 들어가지 못해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고 결국 수중생물이 살지 못한다. 녹조가 심한 곳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도 바로 용존산소량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녹조 확산 자체보다 녹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인 듯싶다. 올해도 예외 없이 녹조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 흐름이 느리면 녹조 현상이 짙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녹조 피해가 컸던 것도 강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폭염에 장마가 짧아져 물의 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괴어 있는 물에서 녹조가 많이 발생한다. 4대강 사업 이후 주요 하천에 보가 설치됐다. 환경론자들은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원인이 4대강에 설치된 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보가 유속을 느리게 했기 때문에 녹조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결국 정부는 댐-보-저수지를 연계 운영한다고 밝혔다. 발전이나 수계 수량 조절용으만 방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두었던 물을 한꺼번에 방류, 하천의 물 흐름을 빠르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녹조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보나 댐을 건설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환경론자들의 비판을 일단 받아들인 셈이다.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해 녹조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녹조 발생의 원인을 모두 4대강 사업 탓으로만 돌리는 주장도 모순이지 않은가 싶다. 강이 메말라 수량이 적으면 건천화돼 수질 오염은 더 심각해진다. 물이 적은 상태에서 지상 오염원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인이나 질소 농도가 짙어진다. 유속을 빠르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상 오염원 차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녹조를 줄일 수 있다. 인과 질소 유입 원인만 차단하면 녹조는 크게 줄어든다. 동시에 녹조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 절실하다. 녹조 현상의 원인 규명은 과학자들의 객관적인 연구와 양심에 맡겨야 한다. 정치적 공격이나 이념 대립을 내세워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유관 부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녹조 대책팀을 만들어 발생 원인을 찾고 해결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chani@seoul.co.kr
  • ‘더 세게, 더 리얼하게’ 관찰 예능도 독해야 뜬다?

    ‘더 세게, 더 리얼하게’ 관찰 예능도 독해야 뜬다?

    치열한 경쟁에 독해진 에피소드 소소한 일상보다 설정 느낌 강해 흥미 더 떨어지고 불편함도 호소 KBS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①는 지난달 새 시즌을 론칭하면서 포맷을 대폭 수정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MC들이 스튜디오에 앉아서 하는 녹화분을 과감하게 없애고 야외 관찰 예능으로만 진행한 결과 시청률이 대폭 상승한 것. 졸혼을 선택한 백일섭, 장모와 7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정원관, 최연소 유부남 아이돌 일라이 등 각자 독특한 사연을 지닌 출연자들이 화제를 모으며 그들의 일상에도 관심이 쏠렸다. 제작진은 “스튜디오 녹화 분량이 빠지면서 시간이나 인력, 제작비도 줄어들어 가성비가 더 좋아진 셈”이라고 말했다.인기 여배우들을 대거 투입하고도 시청률 하락에 허덕이던 KBS ‘하숙집 딸들’②도 집 밖으로 나갔다. 게스트를 초대해 실내에서 벌이는 출연진들의 게임 대결 포맷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제작진은 결방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뒤 진짜 하숙집을 찾아가는 콘셉트로 바꿨다. 여배우들이 실제 하숙집에 머물면서 주인 할머니부터 20대 하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중심의 관찰 예능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 1인 가구가 늘고 혼자 TV를 시청하는 나 홀로 TV족이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청자가 대리만족을 느낄 여지가 큰 관찰 예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올해도 tvN ‘신혼 일기’와 ‘윤식당’, MBC ‘발칙한 동거-빈방 있음’ 등 새로운 콘셉트의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사람들은 관찰 예능을 보면서 남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감을 느끼기를 원한다”면서 “친근감을 주는 라면, 삼겹살, 소주 등은 관찰 예능의 단골 아이템”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관찰 예능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좀 더 리얼하면서도 독한 에피소드를 선보이게 된 것. 최대한 출연자들을 설득해 자연스러운 현실의 민낯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MBC ‘나 혼자 산다’를 제치고 금요일 밤 왕좌를 차지한 SBS ‘미운 우리 새끼’③는 지난 24일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시청률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실내에 거대한 횟집 수조와 포장마차 테이블 등을 설치하고 사람 얼굴 크기의 대왕김밥을 만드는 김건모를 비롯해 출연자들의 이색 기행이 시청률을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회가 거듭되면서 시청자들이 설정된 듯한 에피소드에 회의감을 드러낸 것. 첫 회부터 ‘미운 우리 새끼’를 즐겨봤다는 시청자 최명희(가명·46)씨는 “처음에는 싱글남들의 소소한 일상을 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출연자가 몇 년 만에 친동생을 만나거나 어머니와 인연이 있는 여성이 갑자기 등장해 소개팅 분위기를 내는 등 다소 부자연스럽고 일부러 만든 듯한 에피소드가 나와 흥미가 떨어졌다”고 말했다.광범위한 관찰 예능의 범주에 속하는 MBC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④도 무리한 에피소드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상대방을 속인다는 설정하에 인물 행동을 관찰하는 콘셉트지만 지난 26일 방송분에서 출연자 성훈에게 화보 촬영을 한다며 2주간 다이어트를 시켜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폐지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PD들은 “사생활을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와 감추려는 출연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지만 막장 같은 현실 속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으려면 독한 예능만 살아남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찰 예능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김교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일상을 드러내는 방식에 한계가 있고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 에피소드의 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지만 제작진이 과도하게 개입한다면 관찰 예능의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공사장 가설울타리에 의왕시만의 스토리 담는다

    공사장 가설울타리에 의왕시만의 스토리 담는다

    경기 의왕시는 대규모 공사장의 가설 울타리를 지역 특색과 시정을 나타내는 표준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배포·활용키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의왕백운밸리 개발, 장안지구 개발 사업현장을 비롯해 농어촌 공사부지, 재개발·재건축 도시정비 사업장 등의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울타리 표준디자인 주요 테마는 의왕의 랜드마크, 시민과 함께하는 도시갤러리, 의왕 상징문구 ‘행복 가득한 사람 중심 의왕’, 의왕백운밸리와 장안지구 도시개발을 위한 ‘창조도시 의왕’ 등 네가지다. 각 현장은 이를 토대로 한 기본형과 응용형을 주변 여건과 상황에 맞춰 변형할 수 있다. 의왕 색채 체계를 기준으로 주변환경과 조화롭게 색을 사용할 수 있으며, 의왕 상징요소, 슬로건 워트마크, 권장서체, 그래픽패턴 적용도 규정에 맞아야 한다. 표준디자인 적용 울타리에는 상업적 목적을 가진 어떤 광고물도 부착할 수 없다.  시는 공사장마다 불규칙한 디지안과 불법 광고물로 도배됐던 울타리가 표준디자인 활용으로 도시미관을 개선하고 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제 시장은 “의왕시만의 스토리와 특색을 담은 수준 높은 디자인을 개발해 예산을 줄이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10분마다 ‘쾅쾅’… 발파 공사에 속 터지는 시민들

    10분마다 ‘쾅쾅’… 발파 공사에 속 터지는 시민들

    “소음·진동 탓 손님들 그냥 나가” “서울 한복판 화약, 너무 위험해” 시공사 “규정 지켜 공사” 반박 전문가 “피해 방지 적극 나서야”“매일 10분 간격으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심장마비에 걸릴 지경이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교보타워 사거리 인근에서 순대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66·여)씨는 26일 “지금도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해 9월 이씨의 가게가 들어 있는 주상복합건물 바로 옆에서 시작된 재건축 공사 현장에서 거의 매일 발파 작업이 이어지면서 폭탄이 터지는 소음과 진동에 시달렸던 것이다. 이씨의 고통은 지난달까지 무려 5개월간 이어졌다. 이씨는 “한번 발파 작업을 하면 얼마나 땅이 흔들리는지 주방 찬장에 있는 그릇들까지 떨어지기 일쑤였다”며 “발파 소음과 진동 때문에 손님도 뚝 끊겼다. 손해는 대체 누가 물어주느냐”고 호소했다. 서울 곳곳에서 폭음 소리가 요란하다. 재건축·재개발 물량 확대로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공급 물량이 16년 만에 최대치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재건축 공사에 따른 주민들의 피해도 급증하는 양상이다. 공사장 소음·진동에 따른 분쟁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처리한 분쟁 사건의 73%(1415건 중 1039건)에 이를 만큼 환경분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원사안으로, 최근 재건축 활성화 이후 그 피해가 더욱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보호장치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씨가 입주한 건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이성옥(60·여)씨는 “공사 관계자에게 항의하면 잠시 발파를 멈출 뿐 다시 작업을 진행했고, 공사 감독을 맡은 구청에 신고하면 양측이 알아서 협의하라는 입장이었다”며 행정기관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공사 현장의 암층이 단단하게 형성돼 발파 공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진동과 소음은 규정치 이하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전모(45)씨는 “진동과 소음이 규정치 이하였더라도 도심 한복판에서 화약을 터뜨려 공사를 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고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실제 주민이 겪은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모텔 바로 옆에서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건설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D건설사가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지상 13층, 지하 5층 규모의 오피스텔을 신축하기 위해 발파 작업을 하면서 모텔 영업에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김씨는 “발파로 인한 소음과 진동이 계속돼 손님이 줄면서 매출이 15~20% 감소했다”며 “발파 작업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소음과 진동이 심한 모텔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소음·진동 피해를 수치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제반 환경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수갑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공사 허가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환경영향평가는 대부분 소규모 기업이 맡기 때문에 대규모 시공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한다면 발파 공정에 따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음진동피해예방시민모임 강규수 대표는 “소음·진동 기준치만 정할 게 아니라 공사와 세부 공정을 미리 고지하게 하고 공사 시간을 엄격히 정해 이를 어길 시 강력히 처벌해야 소음·진동 피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촬영 현장마저도 화보…수지 주얼리 광고 메이킹 영상

    촬영 현장마저도 화보…수지 주얼리 광고 메이킹 영상

    수지의 관능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광고 메이킹 영상이 공개됐다. 수지를 뮤즈로 내세운 한 주얼리 브랜드는 24일 광고 촬영 현장이 담긴 메이킹 영상을 공개했다.공개된 영상 속 수지는 자연스러운 눈빛 연기와 매혹적인 포즈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오묘한 촬영 현장 분위기와 수지의 고급스러운 여성미는 절묘한 조화를 이뤄 현장 스태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 공개된 메이킹 영상은 ‘여자의 색’(couleur de femme)이라는 메인 테마 아래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부제로 촬영됐으며, 듀얼 페미니티인 여자의 관능과 순수의 이중적인 매력을 담아냈다. 사진·영상=DIDIERDUBOTKOREA/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찍어줄만한 보수정당 후보 이제 누군지 봐야지. 아직까지 뜬구름이지예”

    “찍어줄만한 보수정당 후보 이제 누군지 봐야지. 아직까지 뜬구름이지예”

     지난 21일과 22일 바른정당 경선후보 토론회와 자유한국당 비전대회(합동연설회)가 부산에서 잇따라 열렸다. 그만큼 보수정당들이 부산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경남을 정치적 토양으로 삼은 정치인이다. 대통령선거를 한 달 보름여 남겨 놓은 지금 부산 민심은 어느 정당,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사실은 21일 바른정당 토론회 직후인 오후 5시 30분 쯤 ‘부산 민심 르포를 해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행사가 끝나자마자 후배인 ‘맥덕(macduck@seoul.co.kr)기자’가 추천해 준 광안리 맥줏집에 달려갈 생각이었는데 난감했다. 그러나 포기할 순 없었다. 약 30분 간 안 돌아가는 머리를 굴렸다. 결국 ‘그래. 길에서 몇 명 붙잡아 물어보고 마치 부산시민 전체의 민심을 들어 본 것처럼 쓰는 르포 따위는 의미 없다’고 스스로를 정당화 했다. 술집에서 진득하고 진솔한 르포를 하기로 한 것이다. 거기에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택시기사들의 목소리를 더하면 재미있을 것도 같았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콜택시를 부르며 술술술 이야기를 잘 하는 기사님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60대 중반의 택시기사 B씨(너무나 희귀성이라 지면엔 김씨로 대체)는 대번 “요 행사(토론회) 오셨능교?”라고 물었다. 그는 “박근혜를 믿었다가 뒤통수를 너무 세게 맞아가 기분이 언짢고 ‘오바이트(구토)’가 나올 지경”이라면서 “이번에는 할 수 없이 (여)당을 교체해 주고 싶습니더”라고 말했다. 기사는 고맙게도 말을 많이 했다. “우리(기사들)끼리 얘기를 나눠 보모 투표 안 할라카는 사람이 태반인기라”면서 “그런데 만약에 저쪽 당에서 문재인씨이 후보로 나와삐모 투표 안 한다카던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기 위해) 마 다 나올 낍니더”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문재인이 되면 저(북한) 쪽에 다 퍼줄깁니더”라고 대답했다. “(민주정권) 10년 동안 갖다 밀어 붙인 게 얼맙니꺼? 우리나라 몇 년 간 벌었는 거 다 갖다 부었지 싶으예”라면서 “그나마 우리가 그 뒤 10년 동안 안 퍼다 줬기 때문에 지금 찌끄레기라도 안 남았나 싶어예”라고 열변을 토했다. 찍어줄 만한 보수정당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B씨는 “그것은 이제 누군지 봐야지. 아직까지 뜬구름이지예”라면서 “자들끼리 걸러가 인간성이 됐다 싶은 놈 해 봐라 이깁니더”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그는 “안희정 그분은 나오면 입이 텁텁한 게(답답하고 지루한 게) 내용을 잘 모르겠지만 내 보이까네 그분한테 마음이 있는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 주변 민심을 전했다.  다음날 오전에 가야 할 벡스코 부근이 아닌 광안리에 일부러 숙소를 잡은 이유는 지면에서처럼 ‘젊은 층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광안리가 부산 수제맥주의 ‘메카’라는 이야기를 맥덕기자에게서 들었기 때문이다. 호텔(이라고 쓰고 모텔이라고 읽는 곳)에 짐을 풀자마자 약 2㎞를 걸어서 그가 추천해 준 맥줏집 중 한 곳 갔다. ‘훈남’ 매니저 박모(34)씨는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부산에서 산 지 3년이 넘었고 부산에서 투표를 할 예정이다. “아무래도 우리들끼리는 문재인을 많이 얘기한다. 안희정이나 안철수 얘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 B씨와 박 매니저의 말이 부산 민심을 잘 반영하고 있다면 어르신들은 ‘문재인만은 안 된다’고 하는데 젊은 층은 ‘오로지 문재인’이라고 하는 셈이다. 박 매니저는 “부산 젊은 층은 대체로 탄핵이 되면서 새롭게 바뀔 수 있는 하나의 초석이 마련됐다고들 생각한다”면서 “아직까지 누구를 뽑아야겠다고까지는 얘기하지 않지만 이재명 성남시장도 좋게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엄청나게 맛있는 IPA(인디안페일에일) 맥주를 세잔 마신 뒤 아쉬운 걸음을 옮겨야 했다. 사실 앞서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뒷편에 30여개의 포장마차가 수산물을 경매하는 어판장 바로 뒤에 줄지어 서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유명한 민락동 포장마차 골목엔 젊은 층과 중년층이 섞여 있었다.  60대 후반이라고만 밝힌 한 포장마차 이모는 이번 조기 대선에서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긴 한숨부터 푹 내쉬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는 꼭 해야지예”라면서도 “(18대 대선 당시) 자는 딸래미 억지로 끌고 가갖고 투표를 시켰으예. 요즘 딸이 ‘엄마 시킨대로 해가지고 이기 머꼬’라고 합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는 문재인 싫은데 젊은 사람들이 요 많이 오거든예. 오다 가다 얘기 들으모 문재인 좋아하는 것 같아예. 새벽 1시 다 돼가 오는 총각이 있는데 맨날 ‘이모, 요 앉아 보소’ 하모 문재인을 찍어야 된다꼬?”라고 말했다.  이모는 “나이 든 사람들은 다 문재인 싫어하고 안희정을 많이 밀더라”고 했다. 이모도 안 충남도지사를 지지하는 것 같았다. “좀 젊은 사람이 하모 정치가 안 바뀌겠냐고들 합니더”라는데, 이모 생각인 것 같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지난 10일 이 포장마차는 마음이 싱숭생숭한 손님들로 꽉 찼다고 한다. 이모는 “헌재 판결,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고 마 헷갈리대요”라면서 “박근혜 밑에 있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 우예 8:0이 날 수 있느냐꼬, 아무 ‘그거’ 없이는?”이라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사실 헌재는 이런 부분도 사전에 논의한 뒤 심판한다.  회를 혼자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달라고 했는데 한 접시 가득이었다. 그게 1만 5000원어치라는데, 너무 맛있어서 무슨 생선인지도 모르고 먹었다. 소주 한 병이 순식간에 들어갔다. 앞에 앉은 이 없이 소주 한병을 혼자 다 비울 수 있으면 진정한 술꾼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날 처음으로 혼자 한 병을 비웠다. 포장마차를 나설 때 먹은 생선이 뭐였는지 물어보니 ‘대광어’라고 했다. 광어가 그런 맛을 낼 수 있다는 데에 놀랐다.  다음날인 지난 22일 한국당 행사가 끝난 뒤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에 탔다. 40대 중반의 기사 최모씨는 “부산에서 생각 외로 안희정 표가 많이 나올낍니더”라면서 “근데 경선에서 이기야 나올 거 아입니꺼. 나이 든 사람은 홍준표 마이 찍을기고 젊은 사람은 민주당 마이 찍을깁니더. 내가 봐도 여당 쪽에 홍준표 말고 어데 있습니꺼?”라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즈그 아부지가 병원 낸 데가 못 사는 동네라. 못 사는 사람 마이 도와주고 민심을 마이 얻었더만”이라면서 “진짜 부산에서 큰 놈은 서울 가뿌고 문재인은 부산 아인데 언제부턴가 사상구에 나와가지고?”라고 말했다.  부산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우린 두렵지 않다… 영국의 反테러 물결

    #우린 두렵지 않다… 영국의 反테러 물결

    IS “英테러 우리의 전사가 수행” 승용차 돌진하며 ‘일반인’ 공격영국 런던 한복판 의사당 주변에서 22일(현지시간)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테러가 일어나 최소 4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쳤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23일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는 선전매체 아마크에 “칼리프국가의 전사가 영국 의사당 테러를 수행했다”며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날은 지난해 3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자살 폭탄 테러로 32명이 목숨을 잃은지 꼭 1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수법도 지난해 프랑스 니스와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트럭 테러’와 흡사했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으로 불특정 다수인 ‘소프트 타깃’(일반인)을 노렸다. 유럽 각국이 테러에 대한 경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점에 유럽의 심장부가 저격당하면서 유럽인은 또다시 충격과 공포에 빠졌다.이날 오후 2시 40분쯤 ‘현대 i4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의사당 인근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지나 인도로 돌진했다. 목격자 베일로 쿡(20)은 “차량 속도가 시속 35마일(약 56㎞)은 넘었으며 정말 빨랐다”면서 “차가 보도로 올라와 수많은 사람을 치었다”고 말했다. SUV는 이후 의사당 출입구 근처 난간을 들이받고 멈췄다. 용의자는 차에서 내려 비무장 상태였던 경찰관 키스 파머(48)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토비아스 엘우드 외무차관이 파머에게 달려가 인공호흡과 심장마사지를 했으나 끝내 숨졌다. 용의자는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경찰관 1명을 포함해 민간인(40대 여성, 50대 남성) 2명, 용의자 1명 등 4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2명은 용의자가 운전한 차량이 다리 인도로 돌진할 때 치여 목숨을 잃었다. 4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부상자 중 7명은 위독한 상태여서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인 여행객 5명도 부상을 당했다. 이 중 60대 부상자인 박모(여)씨는 쓰러지면서 난간에 머리를 다쳤다. 이 여성은 뇌출혈 수술을 받고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골절 등 경미한 부상을 입은 한국인 4명은 퇴원해 24일 귀국한다. 런던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이슬람과 관련된 국제테러조직에 경도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공범이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은 런던 테러와 관련해 런던과 버밍엄 등 6곳을 급습해 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 숫자도 5명에서 4명으로 정정했다. 당초 범인이 테러단체로 지정된 무슬림 조직 ‘알 구라바’의 대변인 아부 이자딘(42)으로 알려졌으나 그는 아직 복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 중 일부는 “7~8인치(18~20㎝) 길이의 흉기를 든 건장한 40대 아시아 남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용의자에 대해 확인을 거부했다. 당시 의사당에서는 하원의원이 표결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총성이 들리자 의회는 정회됐다. 의사당과 웨스트민스터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테리사 메이 총리도 총리 질의를 마치고 의회 로비에 서 있었다. 메이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했다. 메이 총리는 “관광명소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인 의사당을 겨냥한 이번 사건은 ‘사고’가 아니라 명백한 테러 공격”이라며 “비열하고 저열하다”고 비난했다. 메이 총리는 “용의자는 폭력적 극단주의와의 연관성이 의심돼 정보기관에 한 차례 수사를 받은 적이 있는 영국 출생자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는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이 유럽에서 소프트 타깃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테러 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을 경고한 지 3개월 만에 발생했다. 유럽 각국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고 함께 테러리즘에 맞서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민 모두와 슬픔을 함께한다”면서 “독일은 단호하게 영국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는 영국 국민이 느끼는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유럽을 넘어서서 우리 모두 조직적으로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현장 행정] 희망의 나비 만난 독거남, 재기의 날갯짓

    [현장 행정] 희망의 나비 만난 독거남, 재기의 날갯짓

    사업에 실패해 포장마차를 차린 50대 미혼 남성 A씨는 지난해 불황으로 포장마차를 접었다. 막노동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이어 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막일마저 못하게 되자 노숙으로 내몰렸다. 깊은 절망에 빠졌다. 생을 포기하려던 A씨가 서울 양천구의 복지망에 포착됐다. 양천구는 고시원에 쉼터를 마련해 주고 각종 물품도 후원했다. A씨는 재기했다. 현재 자활센터에서 택배를 하며 미래를 위해 저축도 꼬박꼬박 하고 있다.양천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A씨 같은 50대 남성들의 고독사 예방과 지원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일명 ‘나비남(男) 프로젝트’다. 나비(非)는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의미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23일 서울시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처한 50대 독거남을 찾아내 민·관이 함께 힘을 모아 희망을 되찾아 주고 공동체로 복귀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비남 멘토단, 50대 독거남 지원협의체, 재도전지원센터(가칭)가 핵심이다. 나비남 멘토단은 고·중 위험군 50대 독거남과 일대일 결연하고 친구·이웃·조언자가 돼 준다. 멘토단은 사회 명사나 공무원이 아니라 이들의 처지를 헤아릴 수 있는 은퇴자나 재기에 성공한 남성 등으로 꾸려진다. 50대 독거남 지원협의체는 32개 민·관 기관으로 구성된다. 복지기관, 의료기관, 소방서, 경찰서 등 유관기관 간 협력과 지역 사회자원을 활용해 50대 독거남을 통합 관리한다. 재도전지원센터는 50대 독거남 전용공간으로, 다양한 분야의 상담을 통해 일자리 등 필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시복지재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의 고독사는 모두 162건으로 남성이 85%(137건), 50대가 35.8%(58건)로 가장 많다. 양천구도 2013년 기준 고독사 7건 중 남성이 6명, 50대가 35.8%로 최고다. 양천구는 프로젝트 추진에 앞서 지난달 구 거주 만 50~64세 독거남 6800여가구를 전수 조사했다. 조사 결과 지원 필요 가구 404가구(5.9%), 조사 거부 가구 198가구(2.9%), 부재 가구 576가구(8.4%)로 나타났다. 구 관계자는 “부재 가구는 재방문과 전기·가스·수도 월별 사용량 등을 비교해 주거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조사 거부 가구는 복지·일자리 같은 정보를 제공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양천구가 처음 시작하는 50대 독거남 정책이 나비효과처럼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중앙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책 마련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돈 벌고 경험도 쌓고… 대선만큼 뜨거운 ‘선거 알바’

    돈 벌고 경험도 쌓고… 대선만큼 뜨거운 ‘선거 알바’

    일당 7만원~15만원으로 높고 짧은 근무 기간·이색 경험에 인기 유세車 제작 등 민간업체도 모집 “투표도 하고, 선거과정도 지켜보고, 용돈도 벌 수 있는 일석삼조 아르바이트예요. 어차피 선거일은 쉬는 날이잖아요. 이번에도 공고만 뜨면 바로 지원할 겁니다.”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 개표참관인으로 참여했던 대학생 백모(23)씨는 오는 5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이 자리에 지원할 계획이다. 개표참관인은 선거 당일에 개표장마다 돌아다니며 위법 사항을 감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일을 한다. 지난해 총선부터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서 정당 및 후보자가 개표참관인을 선정하는 형식에서 ‘국민공모’로 바뀌었다. 오는 5월 9일에 치르는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개표참관인, 공정선거지원단, 여론조사·출구조사 요원 등 선거 관련 아르바이트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 휴일을 이용해 일을 하고, 일당도 최저 7만원으로 업무의 강도를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게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으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올해는 더욱 높은 경쟁률이 예상된다. 23일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 공정선거지원단은 각 시·군·구 선관위별로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는 17명 모집에 39명이 지원해 2.3대1, 관악구는 14명 모집하는 데 42명이 지원해 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들은 선거 유세 현장이나 정당 및 후보자의 지역 선거사무소 등을 방문해 선거법을 안내하고, 위법행위를 단속한다. 하루 8시간 근무에 7만원(식비 포함)을 받는다. 단, 비당원이어야 한다. 개표참관인은 다음달 10~15일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시·군·구 선관위에서 서면 신청도 가능하다. 지난해 총선에서 활동했던 개표참관인의 경쟁률은 서울 관악구가 5대1(20명 모집에 100명 지원), 강남구는 12대1(15명 모집에 180명 지원)이었다. 개표 시점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일하고 식비를 포함해 9만 2000원을 받는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권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며 “참가자 입장에서는 직접적인 경험이 어려웠던 선거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선관위 입장에서는 개표절차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 선거 유세 차량을 제작하는 아르바이트, 여론조사 업체의 사무보조요원, 출구조사 사전조사팀원 모집도 시작됐다. 구직사이트에는 관련 아르바이트 공고가 10여건 이상 올라와 있다. 민간업체뿐 아니라 각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하는 사무보조요원도 포함돼 있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사전준비팀은 대선까지 일하는 조건으로 월 200만원 정도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당일 출구조사 현장조사원의 일당은 10만~15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업체의 사무보조요원은 자료를 수집하고 전화로 여론조사를 하며 일당은 7만~10만원 정도다. 지난해 총선 때 2개월 정도 여론조사 업체에서 일한 대학생 황모(25)씨는 “콜센터나 전화 판매로 오해해 고성을 지르시거나 응답하기 싫다며 끊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흔치 않은 경험인데다 근무기간이 짧아 구직활동에 큰 방해를 받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대선 D-46] “이번에는 바꿔야지예” “그래도 문재인은…” 갈곳 잃은 부산 민심 르포

    젊은 사람들 문재인 좋아하는데 文 나오면 보수표 다시 모일 것 투표 안하겠다는 사람 태반인데 나이 든 사람들은 홍준표 지지 안희정한테 마음 있는 사람 많아 지난 21일과 22일 바른정당 경선후보 토론회와 자유한국당 비전대회(합동연설회)가 부산에서 잇따라 열렸다. 그만큼 보수정당들이 부산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들 후보 중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부산·경남을 정치적 토양으로 삼은 정치인이다. 대통령선거를 한 달 보름여 남겨 놓은 지금 부산 민심은 어느 정당, 누구를 향하고 있을까. 바른정당 토론회 직후인 지난 21일 오후 6시쯤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만난 60대 중반의 택시기사 김모씨는 대번 “요 행사(토론회) 오셨능교?”라고 물었다. 그는 “박근혜씨를 믿었다가 고마 뒤통수를 너무 세게 맞아가 기분이 언짢고 구토가 나올 정도”라면서 “이번에는 할 수 없이 (여)당을 교체해 주고 싶어예”라고 말했다. 그는 “기사들끼리 얘기를 나눠 보니 투표 안 할라 카는 사람이 태반”이라면서 “그런데 만약에 저쪽 당에서 문재인씨가 후보로 나오면 투표 안 한다카던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투표하기 위해) 마~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찍어줄 만한 보수정당 후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그것은 이제 누군지 봐야 안 하겠능교. 아직까지는 뜬구름이지예”라면서 “자기들끼리 걸러갖고 인간성이 됐다 싶은 사람 해 봐라 이겁니더”라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김씨는 “안희정 그분은 나오면 입이 텁텁한 게(답답하고 지루한 게)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부산 쪽에서는 그분 생각을 엄청 하고 있어예”라고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이 몰리는 광안리 수제맥줏집에서 만난 매니저 박모(34)씨는 부산에 산 지 3~4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우리들끼리는 문재인을 많이 얘기한다. 안희정이나 안철수 얘기는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되면서 새롭게 바뀔 수 있는 하나의 초석이 마련됐다고들 생각한다”면서 “아직까지 누구를 뽑아야겠다고까지는 얘기하지 않지만 이재명 성남시장도 좋게 보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과 중년층이 섞여 있는 민락동 포장마차 골목의 민심은 또 달랐다. 포장마차 몇 곳에서 진득하게 얘기를 나눴다. 60대 후반이라고만 밝힌 한 포장마차 여주인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투표를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는 꼭 해야지예”라면서도 “(18대 대선 당시) 자는 딸래미 억지로 끌고 가서 투표를 했는데 요즘 딸이 ‘엄마 시킨 대로 해가지고 이게 머꼬’라고 합니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문재인이 싫은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더. 새벽 1시 다 돼 오는 총각이 있는데 맨날 ‘이모, 요 앉아 보소’ 하고는 문재인을 찍어야 된다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을 결정한 지난 10일 포장마차는 마음이 싱숭생숭한 손님들로 꽉 찼다고 한다. 다음날인 지난 22일 한국당 행사가 끝난 뒤 부산역으로 향하는 택시에 탔다. 40대 중반의 기사 최모씨는 “부산에서 생각 외로 안희정 표가 많이 나올낍니더”라면서 “근데 경선에서 이겨야 나올 거 아입니꺼. 나이 든 사람은 홍준표 많이 찍을기고 젊은 사람은 민주당 많이 찍을깁니더”라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진짜 부산에서 큰 사람은 서울에 가버리고, 문재인은 부산 태생은 아닌데 언제부턴가 사상구에 나와가지고…”라고 말했다. 부산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나른한 봄, 야식 먹기 딱 좋은 밤이네

    나른한 봄, 야식 먹기 딱 좋은 밤이네

    나른한 봄, 입맛도 나른해진다. 잃은 입맛 되찾는데 야시장만한 곳이 있을까. 한국관광공사에서 4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야시장 투어’를 선정했다. 전국에서 명자깨나 날린다는 야시장 여섯 곳을 꼽았다. ■전주 남부시장 한옥마을 야시장#맛깔나는 오방색 여행의 완성 수백 채 한옥 지붕 위로 달빛이 내려앉은 고요한 밤, 전주 남부시장에 오방색 조명이 켜진다. 남부시장 한옥마을에 야시장이 열린 것이다. 매주 금, 토요일이면 250m 길이의 시장 통로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에너지 넘치는 청년 상인과 손맛 좋은 다문화 가정 사람들, 시니어 클럽의 어르신들이 저마다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야시장의 꽃은 역시 먹거리. 45개 판매대 중 31개가 먹거리다. ‘군대리아’의 수제 버거, 양념 바른 낙지를 구운 ‘낙지호롱’의 낙지꼬치, ‘총각네스시’의 소고기불초밥, ‘지글지글팟’의 철판스테이크 등은 길게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남부야시장의 ‘시그니처 메뉴’다. 베트남, 태국 등의 이국적인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전주에 정착한 다문화 가족들이 실력을 뽐낸다. 시원한 국물맛의 베트남 쌀국수, 알록달록한 라오스 만두(사구)가 단연 인기다. 음식값은 3000~5000원 안팎이다. 야시장은 오후 7시부터 밤 12시까지 손님을 맞는다. 남문 쪽의 ‘청년몰’도 둘러볼 만하다. 작가 공방, 세계 각국의 음식점, 찻집과 카페 등 개성 넘치는 업소들이 즐비하다. 한옥마을, 풍남문, 경기전 등을 묶어 돌아보면 좋다. 남부시장 상인회 (063)288-1344. ■부산 부평깡통야시장#골라먹는 재미, 국내 상설 야시장 1호 부평깡통야시장은 전국에 야시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2013년 상설 야시장 1호로 개장했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함께 부산 3대 시장으로 꼽히는 부평깡통시장 골목의 110m 구간에 매일 들어선다. 오후 7시 30분쯤 이동 판매대 30여개가 입장하며 시작된 야시장의 열기는 자정까지 이어진다. 소고기를 구워 한입 크기로 잘라주는 서서스테이크, 빵 속에 따뜻한 수프가 담긴 파네수프, 주문과 동시에 토치로 익히는 즉석 소고기불초밥, 고소한 모차렐라를 얹은 가리비치즈구이 등이 출출한 여행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값은 1000~5000원대로 이것저것 골라 먹어도 부담이 없다. 나무를 깎아 펜을 만드는 우드 아트, 깜찍한 캐릭터에 향을 입힌 석고 방향제, 피규어 등 개성 넘치는 판매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깡통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나온 통조림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붙은 이름이다. 지금도 수입 양주와 담배 등이 시장 한쪽을 채운다. 부산지하철 1호선 자갈치역에서 찾아가기 쉽다. 부평 족발골목, 국제시장, 보수동책방골목, 감천문화마을도 지척이다. 부평깡통시장 상인회 (051)243-1128. ■대구 도깨비야시장 & 서문시장#맛있고 재밌는 골목길 여행 교동 도깨비야시장은 대구에서 처음 시작된 야시장이다. 규모는 작아도 대구역과 가까운 데다 활기찬 동성로의 분위기가 어우러져 여행자를 끌어모은다. 교동귀금속거리, 야시골목, 구제골목, 통신골목 등 동성로의 명물 골목 구경에 야시장 여정을 더하면 재밌는 하루 코스가 완성된다. 핵심은 역시 먹거리다. 오동통한 새우와 팽이버섯을 삼겹살에 돌돌 말아 구운 버섯새우말이, 토치를 이용한 직화구이 불막창, 무즙을 사용해 만든 무떡볶이 등 어느 하나 평범한 메뉴가 없다. 토요일마다 함께 열리는 벼룩시장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독특한 먹거리와 핸드메이드 소품 등을 파는 점포가 늘어서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다. 도깨비야시장은 매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벼룩시장은 토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지난해 말 화재로 임시 휴장했던 서문시장 야시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대구 하면 역시 근대문화골목 투어다. 근대건축물과 역사의 흔적을 좇아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도 돌아볼 만하다. 방천시장 인근 골목에 김광석을 테마로 벽화와 조형물 등이 조성됐다. 대구시 관광과 (053)803-3886. ■광주 1913송정역시장#104년 시간 위로 청춘의 밤 차오르다 ‘1913송정역시장’은 꼬박 104년 된 시장이다. 1913년에 형성돼 지난해 4월에 리모델링했다. 덕분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활기찬 시장으로 변모했다. KTX 광주송정역에서 200여m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열차 정보를 전하는 전광판, 물품 보관소 등도 설치돼 있다. 여행객들의 쉼터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시장의 규모는 작다. 직선으로 170m 정도다. 여기에 청년 상인들의 점포와 터줏대감 상인들의 점포 60여개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업종도 다양해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손님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입이 즐거운 가게다. 식빵, 크로켓, 국밥, 꽈배기, 계란밥, 양갱, 부각 등이 잘 팔린다. 고소하고 달콤한 ‘또아식빵’, 채소와 김치를 삼겹살로 말아 구운 ‘삼뚱이’ 등이 특히 인기다. ‘우아한쌈’은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삼겹살 한 점을 채소에 싸 먹으면 1000원, 소주 한 잔을 더하면 500원이다. 1500원이면 3분 만에 쌈을 안주로 소주 한 잔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당연히 갈길 바쁜 자유 여행객에게 인기다. 점포 앞 길바닥에 새겨진 숫자는 해당 가게가 문을 연 시기다. 마치 역사를 밟는 듯한 느낌이다. 광주시 관광진흥과 (062)613-3634. ■목포 남진야시장#님과 함께… 포장마차형 노점으로 Go! 남진야시장은 197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야시장이다. 2015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T 자형’ 시장 전체를 남진 콘셉트로 꾸몄다. 야시장을 알리는 조형물을 지나면 벽화거리다. 여기부터 대략 100m 거리가 남진야시장의 메인 도로다. 시장 좌우의 상점 사이에 포장마차형 노점이 일렬로 자리잡았다. ‘맛의 도시’ 목포의 먹거리를 파는 노점들이다. 원래 주변 상점들의 좌판이 있던 자리인데, 야시장의 취지에 공감한 시장 상인들이 흔쾌히 자리를 내준 것이다. 먹거리 판매대에는 홍어삼합과 홍어전,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 낙지호롱, 토치로 ‘불 마사지’를 받은 큐브 스테이크 등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는 먹거리가 많다. 다문화 가정 여성들이 만드는 외국 음식도 눈에 띈다. 야시장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7~11시에 열린다. 공연은 보통 7시부터 한 시간가량 이어진다. 목포역에서 2㎞ 남짓,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다. 낮엔 유달산과 갓바위, 삼학도 등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학생이 있는 가족이라면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어린이바다과학관 등을 둘러봐도 좋다. 자유시장 상인회 (061)245-1615.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다름과 틀림/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길을 물었다. 같은 곳인데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알려 준다. 술을 좋아하는 이는 “저쪽 호프집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포장마차가 있고, 거기서 곧장 가면.” 목사는 “교회를 지나서 100m쯤 걸으면 2층 교회가 보여요. 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됩니다.”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 줬다. 수학자는 덧셈,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 목사나 신부는 십자가,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자기 관점에서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반응은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이다. 서로 비판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종종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다르다고 외면하거나 따지며 ‘틀림’만 강조할 게 아니라 먼저 상대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다르다고 틀렸다고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때론 생각지도 못한 지혜를 상대로부터 배울 수 있다.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길이 따로 없다. 며칠 전 받은 메일 속의 글이다. 남들이 나와 같지 않다는 점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나에게 묻는 것 같다. 박홍기 수석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정유라 변호사 돌연사…박사모 “김정남처럼 북한 소행 가능성”

    정유라 변호사 돌연사…박사모 “김정남처럼 북한 소행 가능성”

    한국 특검으로부터 송환 요구를 받은 정유라 씨의 변호인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46) 변호사가 17일 돌연사한 가운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회원들이 북한 소행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사모 회원들은 20일 공식 카페 게시판을 통해 이와 관련된 의견들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정유라 빨리 송환해서 마녀사냥하거나 최서원 협박하려는 건지 대선에 이용하려는 건지 머리가 복잡해진다”라고 적었다. 이밖에 “북한 간첩들이 연관되어 있을 것 같다는 강한 심증이 듭니다”, “북한소행인거 같다. 김정남도 백주대낮 사람 많은 공항에서 보란 듯이 죽이고 최순실에게 압박하기 위해 딸 정유라도 죽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정유라 변호인을 죽인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편 정유라 변호사 블링켄베르는 지난 1월 정유라의 변호사로 선임됐으며, 사망 당일 오전까지도 언론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구체적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과로사나 심장마비로 추정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정유라 변호사 돌연 사망…사인은 과로사?

    정유라 변호사 돌연 사망…사인은 과로사?

    덴마크에 구금된 정유라 씨의 변호사가 돌연 숨진 것으로 알려져 향후 정씨의 송환 일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유라 씨의 덴마크 현지 변호를 맡은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 변호사가 지난 18일 46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숨졌다고 덴마크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덴마크 뵈르센지는 금융 범죄 전문 변호사 피터 마틴 블링켄베르의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과로사나 심장마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최근 덴마크 검찰이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자 이에 불복해 대법원까지 항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링켄베르 변호사는 정씨가 독일에서 덴마크 올보르로 거처를 옮긴 후 처음 변호를 맡았던 슈나이더 변호사가 사임한 후 채용된 인물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食’ 누구나 먹는다, 아프고 슬퍼도… 고로 존재한다

    ‘食’ 누구나 먹는다, 아프고 슬퍼도… 고로 존재한다

    먹는 인간/헨미 요 지음/박성민 옮김/메멘토/364쪽/1만 6000원“너덜너덜한 인간세계”의 풍경에서 포착한 ‘먹는 인간’의 모습은 애잔하고 슬프지만 풍요롭고 아름답다.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인 헨미 요의 ‘먹는 인간’이 그려 낸 세계의 실재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교도통신 외신부 기자인 저자는 어느 날 기사 몇 줄로 세상을 해석하는 데 염증을 느낀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크로아티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에티오피아, 우간다, 한국 등 15개 나라를 떠돌며 ‘식’(食)과 ‘생’(生)의 현장을 찾아 나선다. 포식에 길들여져 아무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혀와 위장을 반성하며.헨미 요는 음식을 씹고 쩝쩝거리는 일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신다. 그렇게 먹은 음식은 다카의 음식 찌꺼기, 고양이 통조림, 쌀국수, 되네르 케밥, 유고 난민용 구호 식품, 낙타 고기와 젖, 체르노빌의 방사능 오염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저자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쓴 글에서 “그곳에는 신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악마와 같은 사람들이 생활하고, 저마다 예외 없이 먹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는 고매하지도 거룩하지도 않다. 오감을 느끼며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 사람들에게 간직된 이야기는 아프고 슬프고, 폭력적인 동시에 존재들이 뿜어내는 역사의 발화다.저자는 이 책이 빚어낸 풍경 가운데 가혹하고 격렬했던 음식의 기억으로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떠올린다. 1994년 1월 25일 서울의 일본대사관 정문에서 시퍼런 빛을 뿜는 식칼로 자살을 시도했던 이용수·문옥주(1996년 별세)·김복선(2012년 별세) 할머니. 두 번째 자살 시도를 단념하지 않는 할머니들을 쫓아다니며 저자는 ‘그러지 마시라’고 애원한다. 일본인인 저자에게 ‘사과하라’며 울부짖던 할머니들은 저자와 함께 밥을 먹으며 끔찍했던 개인사와 맛의 기억을 떠올린다. 분노의 맛, 증오의 맛, 슬픔의 맛…. 열여덟 살 나이에 미얀마의 ‘랑군 군인 위안소’에서 미쓰코로 불린 김복선 할머니는 하루 20~30명의 일본군에게 범해졌다. “매일 강가에서 (콘돔을) 씻었어. 모두 웅크리고 앉아서. 괴로웠지. 한심했어.” 그녀에게 유일한 음식의 기억은 끌려가던 중 일본 오사카의 포장마차에서 허겁지겁 먹은 ‘우동’이 전부다. 요시코로 불린 문옥주 할머니는 랑군에서 일본 병사가 던져 준 꽁치 통조림 한 통을 떠올린다. 채소를 얹어 위안소 여자 열 명이 나눠 먹은 한 통의 통조림을 “맛있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부모님의 묘소 앞에서 “엄마…엄마…”를 부르며 끝없이 오열하는 이용수 할머니의 처절한 상처를 목격한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난이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의 비참함과 같이 보여도 하나하나 세세하게는 역시 자기 자신만의 것”(337쪽)이라는 걸 깨닫는다.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소말리아 난민들에게 전해진, 싸구려 개밥보다도 못한 구호 식품의 실체도 고발한다. 원전 사고에도 고향을 떠나지 못한 채 방사능에 오염된 식재료로 연명하는 체르노빌 주민들,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간의 살육전 속에서 난민 급식소가 제공한 돼지고기를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맹렬히 씹어대는 무슬림 여성을 통해 전쟁과 종교도 어쩔 수 없는 ‘먹고사는’ 일의 실존이라는 것을 환기시킨다. 책은 세계 도처에서 ‘먹는 인간’과 ‘먹는 행위’의 광경들을 관능적으로 그려 낸다. 저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책은 고단샤 논픽션상을 수상하며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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