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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기업 “인상 나빠지니 마스크 쓰지 말라” 강제 논란

    日대기업 “인상 나빠지니 마스크 쓰지 말라” 강제 논란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을 거느린 일본의 대형 유통그룹이 전국 모든 점포에서 판매원, 캐셔 등 매장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키면서 열띤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 이온그룹은 지난달 13일부터 모든 계열사의 매장직원들에 대해 손님을 상대할 때 원칙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마트 등 일선 점포에는 ‘접객 때의 마스크 착용은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배포됐다. 다만, 감기에 걸려 기침과 재채기가 심할 때, 화분증(꽃가루 알러지)이 심할 때 등에 한해 매장 측의 허락을 받으면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온그룹 측은 “마스크를 쓰면 손님이 점원의 표정을 알 수가 없고, 목소리도 뚜렷이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어딘지 아픈 인상을 준다”며 마스크 착용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치에 대해 트위터 등 SNS에는 “마스크를 못 쓰게 돼 어머니가 힘들어하고 계신다”, “아내가 분노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자유까지 침해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도호쿠 지방의 이온그룹 계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여성(30)은 아사히에 “기관지가 약해 매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서 그동안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으나 지금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손님들도 마스크로 감기 등 질병을 예방하는데 왜 우리만 그러면 안되는가“라고 말했다. 이온 측은 “직원들에게 감기, 화분증 등 예외 규정을 알려주며 사업장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점포 직원들은 “금지의 분위기가 워낙 강해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상사에게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자신의 표정을 감추거나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쓰는 경우가 많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마스크 차림이라고 해서 나쁜 인상을 받지는 않는다” 등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반면 “마스크를 쓰면 차갑다는 인상을 준다”며 회사 측의 조치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비즈니스 매너 컨설팅업체 아이캐리어의 오타 아키요 대표는 “마스크를 쓰면 아무래도 인상이 나빠지기 때문에 손님을 상대하는 접객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착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감기에 걸린 사람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되 손님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 마스크를 썼다’라고 양해를 구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日유통기업 ‘직원 마스크 착용 금지’...찬반 논란 가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을 거느린 일본의 대형 유통그룹이 전국 모든 점포에서 판매원, 캐셔 등 매장직원들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키면서 열띤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 이온그룹은 지난해 13일부터 모든 계열사의 매장직원들에 대해 손님을 상대할 때 원칙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마트 등 일선 점포에는 ‘접객 때의 마스크 착용은 고객과 원활한 소통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배포됐다. 다만, 감기에 걸려 기침과 재채기가 심할 때, 화분증(꽃가루 알레르기)이 심할 때 등에 한해 매장 측의 허락을 받으면 마스크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온그룹 측은 “마스크를 쓰면 손님이 점원의 표정을 알 수가 없고, 목소리도 뚜렷이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어딘지 아픈 인상을 준다”며 마스크 착용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 조치에 대해 트위터 등 SNS에는 “마스크를 못 쓰게 돼 어머니가 힘들어하고 계신다”, “아내가 분노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자유까지 침해한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도호쿠 지방의 이온그룹 계열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여성(30)은 아사히에 “기관지가 약해 매일 마스크를 쓰고 일하면서 그동안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으나 지금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손님들도 마스크로 감기 등 질병을 예방하는데 왜 우리만 그러면 안되는� 굡箚� 말했다. 이온 측은 “직원들에게 감기, 화분증 등 예외 규정을 알려주며 사업장마다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점포 직원들은 “금지의 분위기가 워낙 강해 마스크를 쓰고 싶다고 상사에게 말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자신의 표정을 감추거나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마스크 쓰는 경우가 많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마스크 차림이라고 해서 나쁜 인상을 받지는 않는다” 등 긍정적인 의견이 많다. 반면 “마스크를 쓰면 차갑다는 인상을 준다”며 회사 측의 조치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비즈니스 매너 컨설팅업체 아이캐리어의 오타 아키요 대표는 “마스크를 쓰면 아무래도 인상이 나빠지기 때문에 손님을 상대하는 접객업에서는 기본적으로 착용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감기에 걸린 사람에 한해 예외를 적용하되 손님에게 ‘감기 기운이 있어 마스크를 썼다’라고 양해를 구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마라톤 초심자 6개월 준비하며 “동맥 나이 4년은 젊어져”

    마라톤 초심자 6개월 준비하며 “동맥 나이 4년은 젊어져”

    런던마라톤에 처음 참가한 달림이들의 6개월 훈련 과정을 추적한 결과 동맥 나이를 4년은 젊게 해주더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바츠 앤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지난해 런던마라톤에 참가한 138명의 마라톤 초보자들을 6개월 전 훈련 때부터 지켜봤다. 동맥이 젊을 적의 활기를 다시 얻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확률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또 처방전을 받아 약물을 복용했을 때와 거의 같은 정도로 혈압을 낮춰줬다. 다시 말해 대회 참가 전에 이미 이들 초심자들은 제대로 된 몸을 갖추고 있었다.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한 영국심장재단(BHF)은 사실 적은 양의 에어로빅 운동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미국심장학회 저널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밝혔다. 42.195㎞를 완주한 이들 초심자의 평균 기록은 4시간 30분대~5시간 30분대였다. 이들 가운데 이미 심장 질환을 앓고 있거나 마라톤을 시도하다 죽을 수 있을 만큼 심장이 좋지 않은 이는 없었다. 연구진을 이끈 샬럿 매니스트리 박사는 “알려진 심장 질환을 갖고 있거나 다른 치료를 받고 있는 이들은 먼저 의사에게 얘기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다수는 운동을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어떤 위험보다 앞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라톤 대회 몇달 전부터 운동을 시작해 처음에는 가볍게 몸을 풀다가 차츰 거리를 늘려 달렸다. 달리는 것을 멈추고 쉴 때는 근육과 관절을 적당히 쉬게 해 회복을 도왔다. 건강에 염려되는 것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하도록 했다. 매주 빠르게 걷거나 테니스 복식 경기나 사이클 등 중간 강도의 격한 운동을 150분 이상 하거나, 달리기나 축구, 럭비처럼 격한 운동을 75분 하게 했다. 또 엎드려 뻗쳐, 앉았다 일어서, 역기를 드는 운동을 일주일에 두 차례는 적어도 하도록 했다. BHF 소속 의사인 메틴 아브키란은 “운동의 이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바삐 몸을 움직이는 일은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을 줄여 이른 사망에 이를 확률을 낮춰준다”고 말했다. 오랜 속담처럼 “운동이 약 한 정이라면, 신비의 영약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보졸레 누보를 세계에 알린 조르주 뒤뵈프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보졸레 누보를 세계에 알린 조르주 뒤뵈프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갓 수확한 포도로 담궈 재빨리 숙성시켜 마시는 붉은 와인 ‘보졸레 누보’를 지구촌에 유행시킨 ‘보졸레의 황제’ 조르주 뒤뵈프가 86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고인의 며느리 안느는 그가 4일 오후 6시(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로마네슈 또랭 마을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이 마을에는 그가 1993년에 세운 와인 테마파크 ‘하모 뒤뵈프’가 있어 지금도 테마 투어 관광으로 유명하다. 1980년대까지 프랑스는 와인 주산지로 이름이 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뒤뵈프가 열정적으로 보졸레 누보를 프로모션해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서 한꺼번에 와인 병을 따는 축제를 벌이게 했다. 그 정도로 20세기 와인 유통업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었다. 원래 보졸레 누보는 2차 세계대전 뒤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그 해에 생산된 포도로 즉석에서 만들어 마셨던 데에서 시작되었다. 파리나 리옹 등에서 나치 독일을 피해 온 이들이 이 햇와인을 즐기다 돌아가서 그 맛을 그리워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50년대 뒤뵈프는 와인 생산업자들의 모임 루크랭 모코나이스 보졸레를 만들어 지역 와인들을 프로모션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을 통해 와인 유통업자들, 레스토랑들과의 강력한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1964년 자신의 와이너리인 조르주 뒤뵈프 와인을 창업했다. 그는 전통적인 와인 주조 기법을 접목했는데 와인 숙성 상태를 엄격하게 모니터링하고 위생 관리를 거의 병원처럼 엄격하게 했다. 와이너리는 다른 지역들에서도 성장했고 그러면서도 보졸레 누보를 끊임없이 프로모션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주 등급으로 나오는데, 적포도 품종인 가메로 탄산 침용 방식으로 만든다. 밀폐된 발효조에 포도를 송이째 넣고 탄산가스를 가득 채워 발효시킨 뒤 일반 양조법으로 4~6주 동안 후딱 만든다. 이렇게 양조하면 떫은맛과 신맛은 적고, 딸기와 크렌베리 등 과일 향이 짙은 상큼한 와인이 된다. 보졸레 햇와인은 누보와 프리뫼르로 구분해 유통되는데 누보는 출시한 다음 해 수확일인 8월 31일까지, 프리뫼르는 출시한 다음 해 1월 31일까지만 유통한다. 1980년대 내내 보졸레 누보 축제들을 열어 미슐랭 스타 등급 레스토랑 등 각계 유명인들을 초청해 입소문이 나게 했다. 2018년 아들 프랑크에게 회사를 물려줬는데 한 해 3000만 병을 제작해 각국에 판매하고 있었다. 인터 보졸레 회장인 도미니크 피론 회장은 뒤뵈프야말로 보졸레가 전 세계에 깃발을 펄럭이게 만든 일등공신이라고 말하며 “그는 뛰어난 코, 직관, 모두보다 한발 앞선 인물이었다”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예능한류 무조건 베끼기가 스타 죽음 불렀다”

    “예능한류 무조건 베끼기가 스타 죽음 불렀다”

    “연예인, TV쇼 시청률 높이고자 위험 감수해야 하는 희생자” 중화권 매체에서 잇따라 한국식 예능 프로그램 촬영 관행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짧은 시간에 엄청난 강도로 빠르게 촬영하고 편집하는 작업 방식 때문에 출연자가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전에도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웬디가 ‘2019 SBS 가요대전’ 리허설 중 무대 아래로 떨어져 골절상을 당했다. 과연 우리는 이들의 지적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만계 캐나다 배우 가오이샹은 중국 저장 위성TV의 리얼리티쇼 ‘체이스미’(chase Me) 촬영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달리고 숨어서 상대편 등에 달린 이름표를 떼면 승리한다. SBS ‘런닝맨’의 중국 버전이다. 가오는 당시 독감과 고열로 고통받고 있었다. 17시간 동안 쉬지 않고 촬영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의 동료이자 대만의 유명 연예인인 재키 우(58)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가오의 죽음을 한국 탓으로 돌렸다. 현재 많은 중국 방송이 한국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합법적으로 리메이크하거나 허가 없이 표절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방송계가 한국의 나쁜 관행들까지 그대로 베꼈다는 것이다. 우는 “한국인과 한국 프로그램이 모든 것을 망쳤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은 정말 바보 같다” 등 극단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경험도 소개했다. KBS ‘1박2일’을 차용한 쓰촨TV의 리얼리티쇼 ‘량티엔이예’(2天1夜)를 촬영했다. 하루는 제작자들이 1만보는 족히 걸어야 할 칭청산(쓰촨성 소재 유명 관광지)을 두 번이나 올라갔다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는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죽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토로했다. 그는 “30여대의 카메라가 단 1초도 빼놓지 않고 모든 시점과 각도에서 출연자를 촬영하고 기록한다. 이런 엄청난 압박을 수반하는 작업 문화를 만들어낸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토로했다. SCMP는 당시 인터뷰에 대한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대부분은 우에게 ‘무뇌아’, ‘미친 논리의 소유자’ 등으로 비난했다. 어떤 이들은 “앞으로 대만에 가서 돈을 쓰지 말라”고 제안했다. 대만 내에서도 그의 발언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본토 방송사들을 제쳐두고 만만한 한국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가오이샹의 죽음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이라는 재키 우의 주장은 분명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우리 방송계가 중화권 매체들의 잇따른 비난에 자신있게 대응할 만큼 출연진 보호를 위해 진정성있게 행동해 왔는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배우 김성찬은 1999년 KBS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태국과 라오스 접경 지역에 체류하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다. 성우 장정진도 2004년 ‘일요일은 101%’에서 가래떡을 먹다가 질식해 숨을 거뒀다. 2005년 개그맨 김기욱은 SBS ‘일요일이 좋다’에서 말뚝박기 놀이를 하다가 무릎인대가 파열돼 다리를 절단할 뻔한 위기를 겪었다. 같은 해 연기자 정정아도 KBS ‘도전 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콜롬비아에 갔다가 거대 아나콘다에 물려 2년 넘게 방송활동을 접었다.2013년 코미디언 이봉원은 MBC ‘스플래시’에서 다이빙 묘기를 펼치다가 얼굴 뼈가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다. 같은 해 MBC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 배우 김수로도 촬영 도중 어깨가 탈골돼 논란이 됐다. 2014년 SBS ‘짝’에서는 한 여성이 촬영 막바지에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줬다. 사망한 출연자의 친구들은 “제작진이 그를 불쌍한 인물로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인터뷰 중에도 (일부러) 불공정한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YTN 인터뷰에서 “요즘 TV쇼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이 느끼는 고통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제작진이 ‘촬영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예인은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상황을 즐겁게 포장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방송사의 희생자가 된다. 제작진은 (안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그저 출연진이 촬영 도중 다치지 않게 해 달라고 바라기만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고 SCMP는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김택환 “이 정부, 브란트 같은 국가전략도 담대한 비전도 없다”

    뭣하나 제대로 정리되는 것 없이 2019년이 저물고 있다. 남북은 물론, 북미·한일·한중 관계 모두 뒤엉킨 가운데 새해를 맞게 됐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정권이나 정당 테두리를 벗어난 담대한 국가의 비전과 전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가비전 및 4차 산업혁명 전문가인 김택환(61) 경기대 특임교수를 최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마치고 1983년 독일로 떠나 본 대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학위를 따고 카셀 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10년 만에 귀국해 언론연구원(현 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으로 일하다 1994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 대학 객원교수로 있다가 홍 회장의 스카웃 제의로 2002년 귀국,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전문기자로 중앙선데이 창간, JTBC 창업 기획을 하고 경기대 특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광주광역시 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을 기획해 조직위원장을 맡아 일주일 동안 10만 명이 찾는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2012년부터 올해까지 약 300회 이상 국회, 지방자치단체, 경제단체 및 기업 등에 특강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 기업인들과 선진국 정부나 기업 등을 탐방하면서 미래 국가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부러움으로 독일 통일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일 정치인들의 탁월한 리더십을 탐구했다. 중앙일보 시절 북한도 여러 차례 다녀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있다. Q. 2019년을 패권전쟁의 각도에서 정리한다면. A. 2017년에 꽉 막힌 것을 지난해 풀어냈는데 올해 더 뚫어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두 차례 좋은 기회를 놓쳤다. 리더십이 축적돼 있지 않고, 스케일도 작아 그랬다. 미국과 북한, 중국과 일본과 연결된 한반도 국제정세를 주도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종속 변수로 전락됐다.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크게 실망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차례 한미 정상회담에도 북한이 원하는 일정한 제제 해제를 이끌어내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실망도 엿보인다. Q. 두 가지 기회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 지난해 첫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이 ‘왜 야당 대표들과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얘기했다. 우리도 세게 나갔어야 했다. 김구 선생이 염원했던 남북연석회의를 했어야 했다. 미국이나 다른 누구가 아닌, 남북이 힘을 합쳐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줄 수 있는 첫 기회였다. 또한 지난해 6월 문재인-김정은-트럼프 3자 정상회담이 우리 ‘안마당’에서 열렸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각각 설득해 성과를 이끌어냈어야 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같은 이들은 해냈다.Q. 우리 지도자들이 글로벌 시각과 판을 읽고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로 들린다. A. 결국 지도자 리더십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성공한 역사지만 미완이다. 평화통일을 달성한 독일과 비교하면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스케일이 너무 작다. 중요한 국가 과제들을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Q. 남남 화해도 안 됐는데 남북통일이냐는 시비도 있다. A. 우리는 말로는 통일을 떠들지만 조건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에 독일은 통일 노래를 부르지 않고 조건을 만들어갔다. 이 점이 우리와 독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남북 지도자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인기 영합으로, 우려먹은 면이 있다. 통일에 이르기 위해 우선적인 두 가지, 경제적 교류 및 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2차 세계대전이란 인류의 원죄를 갖고 있는 독일에 견줘 우리는 미국, 일본을 활용해 돌파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지가 있었다. 그걸 해내지 못했다. 그나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교역량을 보였지만 독일이 50년대 중도 보수인 기민당이 선보인 ‘올림픽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정도에 그쳤다. 개성공단은 큰 의미가 있다. 브란트 전 총리는 기민당식 보여주기를 끝내고 이산가족 교류 및 서신 교환, 상호 방문, 경제 지원 등 통일 기반을 다졌다. 그가 ‘통일의 시조’로 평가받는 이유다. 1970년 최초 동서독 정상회담 때도 와인 한잔 마시지 않고 냉철하게 서로의 요구를 주고받아 ‘실핏줄’을 이어갔다. 전후 독일은 여덟 명의 총리가 그 시대에 요청되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적을 보였다. 그들은 평균 10년씩 집권하면서, 본인, 자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 역사 반성과 성찰을 삶의 교훈으로 체득했다. 탄탄한 경제구조를 만들고, 사회보장 제도를 닦았고, 노사가 협력하는 공동 결정권을 제정하고, 평화 통일을 했다. 그리고 유럽 공동체를 주도하고 있다. 2011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인더스트리 4.0’(4차 산업혁명)을 국가 그랜드 플랜으로 채택해 미래를 개척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때 삽질에 여념이 없었다. Q. 너무 비관적이다. A.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위대했다. 정말 일 열심히 하고, 전 세계 디아스포라(유민)가 유대인보다 더 많다. 우리 국민 개개인은 어쩌면 독일인보다 빼어나다. 문제는 정치지도자 수준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보수인 메르켈도 난민 100만명 이상 받았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는 제주의 예멘 난민 몇 백명 갖고 쩔쩔 맨다. Q. 태영호 전 공사는 통일이 15년 후 가능하다며 장마당 등 자본주의의 숨결, 세대교체를 근거로 꼽았는데. A. 맞는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공부한 것도 ‘신의 한 수’다. 그러나 폐쇄적 북한체제에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이들이 바뀌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 중국, 일본을 활용해야 한다. 시진핑의 장기집권으로 중국이 위기를 맞을 수 있는데 그 때 우리 민족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본다. 결국 거대 국제자본이 북한에 들어가는 게 중요한다. 트럼프 말대로 북한에 투자할 나라는 일본과 남쪽 밖에 없다. 한반도 및 동북아 역학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다.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 유럽의 질서를 새로 짜듯 일본의 관심을 북돋아 북한 시장에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선 핵 폐기’는 리비아 모델로 북한을 두 손 들고 항복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하노이 결렬과 더불어 북미관계가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Q. 그런 생각을 문재인 정부의 생각할 줄 아는 이들에게 전달한 적이 있는지. A. 권력을 쥐면 달라지고 권위적이게 된다. 아직도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을 누리고 싶어하는 속성이 강하게 또아리를 틀고 있다. 메르켈은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전문가들을 초빙해 얘기를 듣고 토론해 국가비전을 다듬는 데 활용한다. 아베도, 마크롱도 그렇게 한다. 또한 선진국 지도자들은 실용적인 정상외교를 한다. 메르켈은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더라도 와인 마시지 않고 실무 회담을 한다. 아데나워 총리는 드골 프랑스 대통령을 사저로 초청해 신뢰를 쌓았다. 우리 외교는 형식적이다. 외교 통해 이룬 것 없이 와인 잔만 부딪힌다. 국민의 세금 한 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해서다. 지난달 우리 기업인들과 아데나워와 브란트, 두 독일 지도자의 생가를 찾았는데 모두들 놀라워했다. 아주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거대한 독일의 변화를 앞장서 이끌었기 때문이다. 메르켈은 총리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출퇴근하고 주말에 시장 보고 요리한다. 빌 클린턴은 자신이 일하던 조지타운 대학의 바로 외국 지도자들을 초청해 맥주 마시며 인간적으로 교류한다. 집권층이 자기 지갑을 열어야 서민경제가 돌아가게 도울 수 있는데 우리 정부는 예산을 아직도 토건산업에 펑펑 집어준다.Q. 내년을 전망한다면. A.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하다. 아마 4~5월이 결정적 시기가 될 수 있다. 희망을 가져 본다. 김정은 위원장도 선대가 잡지 못한 기회를 놓치기 싫을 것이다. 트럼프는 적대국 정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재선에 활용하고 싶어한다. 어찌됐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일은 없다고 보고 문재인 대통령은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국회가 큰 문제다. 자기 밥그릇 싸움만 하고 남 탓만 하지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 없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깨어있다. 내년 총선에 표심을 통해 절묘하게 정치권이 나아갈 바, 새 비전을 정리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낡은 누룽지 긁어 먹으려 다투는 형국을 끝내야 한다. 젊은 세대와 새 인물에게 기회를 주는 정당이 사랑 받을 것이다. Q. 우리의 국가전략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A. 당연히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야 한다. 한반도는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진입해야 한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철도 얘기가 나왔고, 러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을 얘기한다. 평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유라시아 철도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우리로선 미국과 일본의 ‘호랑이등’을 확실히 타고 넘는 게 중요하다. 가뜩이나 중국에 기울어지려 한다는 의심을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받고 있다. 우리는 미·중·일·러와 다면외교를 펼치고 이를 위해 다양한 전략전술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과 지정학적 위치, 미국과 일본의 자본을 버무려 만주 땅과 연해주까지 우리 경제영토로 가꿔내는 것을 꿈꿔본다. 글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황정음, 갑자기 불거진 성형설..왜?

    황정음, 갑자기 불거진 성형설..왜?

    배우 황정음이 ‘성형설’에 대해 입을 열었다. 황정음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27일 “생일에 오랜만에 안부인사 겸 예쁘게 나온 사진 올린 것 뿐”이라며 “현재 촬영 중인 배우가 성형 의혹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만에 배우의 근황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여러 의견을 주신 것이겠지만 추측성 악의적 댓글들의 경우 법적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황정음의 최근 근황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황정음은 뜻밖의 ‘성형설’에 휩싸였다. 황정음은 지난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는 열일 중”이라며 사진 한 장을 올렸고, 공개된 사진 속에는 그가 출연하고 내년 2월 첫 방송하는 JTBC 새 드라마 ‘쌍갑포차’의 촬영 현장이 담겨 있었다. 사진 속 황정음, 김용건 등이 현장의 훈훈한 분위기를 전한 가운데, 황정음의 이목구비를 본 일부 네티즌들이 “어딘가 달라졌다”며 성형설을 제기한 것. 이에 소속사 측은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마땅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황정음의 성형설이 퍼지면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까지 오르자 소속사가 적극 해명에 나서게 됐다. 한편, 배우 황정음이 출연하는 JTBC ‘쌍갑포차’는 늦은 밤, 낯선 곳에 나타난 의문의 포장마차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드라마로 JTBC 첫 수목드라마로 방송을 확정지었다. 사진 = 서울신문DB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별이 된 박완서 길이 되다

    별이 된 박완서 길이 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35차 서울의 문학5-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편이 지난 21일 서대문구 현저동과 종로구 무악동·사직동·필운동 일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독립문역 4번 출구를 출발, 현저동 가파른 언덕배기에 올랐다. 박완서 작가가 어린 시절 놀던 길과 매동보통학교(매동초등학교) 등굣길을 연상하는 코스였다. 독립문~옥살이 골목~무악현대아파트~인왕산 순성길~종로도서관~매동초등학교로 이어진 코스는 단출했지만 명작의 힘은 위대했다. 꼬불꼬불한 골목 귀퉁이마다 작가의 숨결이 느껴졌다. 한 참가자는 “작품 속 등굣길이 궁금했고, 그대로 따라 걸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꿈이 이뤄졌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남겼다. 올해 최종회인 이날 코스에서 서울미래유산은 영천시장이 유일했다. 해설을 맡은 심흥식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서울문학의 현장을 차분하고 깊이 있게 전달했다.박완서(1931~2011)는 서울과 서울사람을 탐구한 대표적 작가이지만 서울 토박이와는 거리가 멀다. 경기 개풍군 박적골에서 태어나 조부모 슬하에서 자라다 8살 때 극성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온 이주민이다. 사대문 밖 대표적 빈촌지대 현저동 46-418번지는 ‘제2의 고향’이었다. 숙명여고를 다니다 개성 호수돈여고로 전학 갈 때까지 6년간의 성장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광복 후 몇 차례 행정동 개편을 통해 의주로 남서쪽은 서대문구 현저동으로 남고, 북동쪽은 종로구 무악동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지금의 무악동 아이파크아파트가 있는 산 중턱이 옛 집터쯤으로 추정된다. 현저동을 벗어나서는 잠시 신혼살림을 차린 종로구 충신동과 성북구 돈암동 신흥주택 개발지구에서 살았다. 강남개발 이후 주저하지 않고 잠실 장미아파트로 이주, 강남문학을 선보인 이유도 서울의 사대문 안과 사대문 밖을 구분 짓는 앙상레짐이 싫었기 때문이다. 40세 늦깎이 데뷔작 ‘나목’((1970년)에서 거주지를 북촌 계동으로 설정한 것도 현저동 달동네를 벗어나고픈 의도였다.현저동은 박완서의 문학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장소다. 현저동이라는 사대문 밖에 둥지를 틀었지만 언젠가는 사대문 안에 입성하기를 갈망했다. 사대문 안과 밖이라는 분리주의는 남북 분단과정에서 빚어진 오빠의 죽음이라는 가족의 비극과 닮았다. 50~51세에 발표한 ‘엄마의 말뚝1~2’는 분리와 분단의 세계에 세운 작가의 깃발이다. ‘박완서 산문집6: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수(문학동네 2015)’에서 “그러나 막상 내가 도달한 어머니의 서울 살림은 형편없이 궁색한 것이었다. 평지의 반듯반듯한 기와집 동네를 다 그냥 지나쳐 꼬불꼬불한 돌사닥다리 길을 한없이 기어올라가 깎아지른 듯한 축대 끝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초가집의 우중충한 문간방이 어머니 서울 살림집이었다. …서울에서의 첫날밤…나는 이불 속에서 소리를 죽여가며 울었다”는 구절은 8살 박완서가 서울살이를 시작한 현저동 달동네 어느 문간방의 1938년 풍경이다.세월이 흘러 현저동 산기슭엔 아파트단지가 빼곡하다. 소설에서 “골목은 깎아지른 듯한 층층다리로 변했다, 집들도 층층다리처럼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곧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이상한 동네였다”고 묘사된 곳이라곤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미끈하게 변했다. 현저동은 물이 좋아서 악박골(약박골)이라고 불렸다. 이광수의 ‘흙’에 “…소화불량이 심하기나 해야 악박골 약물에나, 그것도 다른 사람들 오기 전에 이른 새벽에 다녀올까…”라는 대목이 나오고, 심훈의 ‘상록수’에서 주인공 영신과 동혁이가 나누는 대화에서도 “그럼 목두 마른데 악박골루 가서 약물이나 마실까요?”하고 독립문 편짝을 향해서 앞장을 선다. “참, 악박골이 영천이라구도 하는 덴가요?”라고 나온다. 약수로 유명한 이 동네의 진면목과 다양함은 박완서의 작품에 의해 사실화되고 구체화된다. 박완서의 연작 자전소설은 장장 15년 만에 마무리된다. 50세에 쓴 ‘엄마의 말뚝’에 나타난 자전적인 서사를 62세 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다듬었다. 이 작품에는 ‘소설로 그린 자화상’이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다. 65세 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드디어 3부작을 완성했다.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저서 ‘서울문학기행’에서 “이들 자전적 연작소설을 보면 박완서 가족에게 서울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부역과 전향에 얽힌 가족사 때문에 전쟁 속의 서울이 작품의 주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풀이했다.작가가 경험한 서울은 전쟁의 도시인 동시에 사랑의 도시였다. 해방과 전쟁, 피란살이가 중첩된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살았다. 현저동 ‘괴불마당집’은 서울에 입성한 작가에게 ‘지상의 방 한칸’이었다. 서울사람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이자 작가의 길을 마련해준 이야기보따리였다. “우리 세 식구가 처음으로 서울에 장만한 내 집인 현저동 꼭대기 괴불마당집에서의 첫 겨울은 가혹했다. 추위도 예년에 없이 혹독했지만 여름철 장마처럼 눈이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몇 날 며칠 계속됐다. …물보다는 불 걱정이 훨씬 더 심각했다”고 ‘엄마의 말뚝’에서 현저동 시절을 추억했다. ‘엄마의 말뚝’이란 소설 제목은 현저동에 입성했을 때 “드디어 서울에 말뚝을 박았구나”고 안도하는 어머니의 말에서 따왔다. 엄마의 말뚝은 서울의 말뚝이었다. ‘서울탄생기’의 저자 송은영은 “이 말뚝은 드디어 서울에 정착했음을 알게 해주는 장소이다. 말뚝은 지식과 주체성을 갖춘 새로운 여성상에 대한 지향과 그것을 딸에게 투사한 어머니의 욕망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어린 박완서는 등굣길 인왕산 산록에서 싱아를 애타게 찾아다녔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 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박완서의 작품에서 현저동은 ‘바닥 상것들’이 사는 ‘쌈박질이 그치지 않는 동네’로 묘사되고 있다. 현저동의 삶은 ‘서울살이의 법도라기보다는 셋방살이의 법도’부터 익혀야 하는 궁핍한 삶이었다. “오줌과 밥풀과 우거지가 한데 썩은 시궁창 물”이 흐르는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박완서는 현저동에서 작가의 길을 찾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나만 보았다는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 있다. 그건 앞으로 언젠가 글을 쓸 것 같은 예감이었다”고 썼다. 현저동은 박완서 문학을 잉태한 산실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메주 익는 계절

    메주 익는 계절

    전남 강진군 군동면 전통된장마을 주민들이 농한기를 맞아 메주를 말리기 위해 볏짚으로 묶고 있다. 가을에 수확한 콩을 삶아 절구에 곱게 찧고 메주를 만들어 40여일간 말린 뒤 물과 천일염으로 장을 담근다. 강진 연합뉴스
  • 메주 익는 계절

    메주 익는 계절

    전남 강진군 군동면 전통된장마을 주민들이 농한기를 맞아 메주를 말리기 위해 볏짚으로 묶고 있다. 가을에 수확한 콩을 삶아 절구에 곱게 찧고 메주를 만들어 40여일간 말린 뒤 물과 천일염으로 장을 담근다. 강진 연합뉴스
  • 美 18세 여성, 가슴성형수술 중 심장마비로 뇌 손상

    美 18세 여성, 가슴성형수술 중 심장마비로 뇌 손상

    미국의 18세 여성이 가슴성형수술을 받은 뒤 심장마비로 인해 뇌 손상이라는 치명적인 후유증을 얻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안겼다.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엠마린 응우엔(18)은 지난 8월 콜로라도의 한 성형외과에서 가슴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해당 수술은 매년 미국에서 약 40만 명의 여성이 받는 비교적 보편적인 수술이지만, 응우엔의 수술 결과는 다른 여성들과 달랐다. 마취한 지 1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해당 병원의 간호사들이 먼저 환자의 입술과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산소결핍으로 인한 청색증이었으며, 청색증 증상은 몸통에서 발끝까지 빠르게 퍼져나갔다. 수술실에 들어간 지 5시간이 지났을 무렵, 환자는 결국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병원 측은 그때가 되어서야 대형 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하다며 구조대에 응급구조를 요청했다. 환자의 변호를 맡고 있는 변호인 측은 해당 증상이 심장마비로 인한 청색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의 어머니는 ”딸이 수술실에 들어간 지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수술이 지나치게 길어져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담당 의사는 환자가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별 문제 없으며, 의식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가 수 십 일이 지나 눈을 떴을 때, 이미 그녀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심각한 뇌 손상으로 먹거나 말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 상태였다. 미국 성형외과의사협회는 가슴성형수술 시 가장 첫 번째 위험은 마취에 있다고 설명한다. 2009년에도 미국에서 가슴확대수술을 위해 마취를 받았던 환자가 1개월 뒤 사망한 사례가 있다. 다만 주 정부 기록에 따르면 당시 환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병원 측은 해당 사고로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환자의 어머니는 ”문제의 병원은 내 딸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인생을 망쳐놓았다“면서 ”이번 소송이 딸을 예전 상태로 되돌려놓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지만, 18살 밖에 되지 않은 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병원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랑의 불시착’ 손예진♥현빈, 로맨스 시작? 달달 모먼트 포착

    ‘사랑의 불시착’ 손예진♥현빈, 로맨스 시작? 달달 모먼트 포착

    ‘사랑의 불시착’ 현빈과 손예진이 ‘로코 포텐’을 제대로 터트린다. 21일 방송되는 tvN 토일극 ‘사랑의 불시착’ 3회에서는 약혼한 사이임을 선언한 후 변화된 윤세리(손예진 분)과 리정혁(현빈 분)의 애정전선이 그려질 예정이다. 특히 무심한 것 같지만 윤세리를 챙기는 리정혁의 모습과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윤세리의 모습이 포착돼,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다. 앞서 2회에서는 리정혁 집에 머물러 있던 윤세리의 존재가 발각되며 안방극장을 숨죽이게 했다. 이에 리정혁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위장전술로 그녀가 자신의 약혼녀라고 말했고, 윤세리를 포함한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3회 방송에서는 약혼자 선언 후 급 진전된 두 사람의 관계는 물론 리정혁의 사랑꾼 면모가 그려질 예정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출근하는 리정혁을 배웅하는 윤세리와,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묶어주는 리정혁의 모습이 펼쳐지며 시청자들에게 또 한번의 심쿵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개된 스틸에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섬세함에 쑥스러워하는 윤세리의 표정이 담겨있어 위기 후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예고해 방송을 기다리는 이들의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극 초반부터 리정혁은 무뚝뚝한 말투와는 달리 배고파하는 윤세리에게 국수, 고기구이 등 다양한 요리를 손수 만들어주는가 하면, 필요하다는 아로마 향초를 사주기 위해 장마당에 가서, 약과 화장품 등 필요할 것 같은 물건까지 다 챙기는 세심한 면모를 보여 여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처럼 겉모습과 다른 순박한 매력을 지닌 리정혁에 완벽히 녹아든 현빈의 연기 활약이 화제가 되면서, 3회 방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tvN ‘사랑의 불시착’은 21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안정적 일자리·현지 네트워크 없어…“제주살이 실패했어요”

    안정적 일자리·현지 네트워크 없어…“제주살이 실패했어요”

    ‘제주여 안녕~~~.’ 최근 7~8년간 불어닥친 제주 이주바람이 잦아들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꿔 왔던 이주민들은 하나둘 제주를 떠났다. 더러는 직장마저 내던지고 자연과 함께하는 여유로운 삶을 찾아 제주로 몰려왔던 이들은 왜 제주를 떠났을까. 이들의 사연을 들어 봤다.●우린 제주살이 접고 떠나요 제주 이주민 최경식(48·가명)씨는 내년 초 제주를 떠난다. 초·중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학기를 마치면 고향으로 돌아간다. 대구에서 회사에 다니던 최씨는 제주 이주바람이 한창이던 5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주했다. 이주하기 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제주에 먼저 온 이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등 꼼꼼하게 준비했다. 최씨는 SNS로 알게 된 제주 이주민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주민들의 권익 보호와 공동 사업 등을 추진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실시간 보여 주는 유튜브 개인 방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의 벽은 높았다. 제주에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최씨는 조합원들과 이런저런 사업을 구상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해변과 숲속을 달리는 시내버스에 카메라를 달아 인터넷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여 주는 아이디어를 구상했지만 역시 사업화하지 못했다. 최씨는 19일 “난개발로 망가졌지만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고 계속 살고 싶은 곳이지만 외지인이 이주해 새로운 일을 하기에는 네트워크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이 높았다”면서 “제주에 집이라도 없으면 영영 제주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아 언제 다시 올지 모르지만 살던 집은 팔지 않고 임대하고 떠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하던 임정수(52·가명)씨는 2년 전 중국자본이 투자한 제주의 한 대형 복합리조트에 안전책임자로 취업해 이주했다. 하지만 투자자가 금융비리 혐의 등으로 중국당국 조사를 받으면서 카지노에는 중국인 고객이 뚝 끊어져 경영난에 시달리자 몇 달 전 회사를 그만뒀다. 제주살이가 맘에 쏙 든 임씨는 제주에서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자신의 전문분야 일자리를 찾지 못해 육지에서 인척이 하는 일을 돕기로 하고 이달 말 제주를 떠난다. 임씨는 “제주에 중국인이 넘쳐나고 중국 자본이 수조원을 투자해 안정적인 회사로 알고 인생 2막을 제주에서 펼치려고 했는데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질지는 상상도 못했다”면서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제주는 외부요인에 따라 일자리와 경기가 불안정한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국 유학을 하는 등 중국통인 이상철(50·가명)씨는 2016년 제주의 한 분양형호텔을 통째로 임대해 제주로 이주했다. 당시 제주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넘쳐났다. 이씨는 중국 유학 당시 구축한 중국 현지 네크워크를 통해 모객활동을 벌이기도 하는 등 중국인 대상 숙박사업은 순탄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당국이 한국 관광을 금지하면서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씨는 중국 포털 등에서 직접 싼커(중국인 개별관광객)를 모객하고, 직원을 감원하는 등 버텼지만 투자 자금을 모두 날리고 지난 9월 쓸쓸하게 제주를 떠났다. 이씨는 “이주 당시만 해도 제주시 호텔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유커들이 몰려와 사업이 번창할 줄 알았는데 사드 한 방에 제주 이주는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대기업 연구소를 그만두고 2008년 애월 바닷가에서 혼자 카페를 운영했던 송영수(53)씨는 10년간 제주살이를 끝내고 지난해 제주를 떠났다. 제주올레길이 생기고 저비용항공사가 취항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덩달아 부동산 가격이 오르자 카페 건물주가 건물을 팔아 버려 카페를 접어야만 했다. 송씨는 근처에 다른 카페를 냈지만 얼마 버티지 못했다. 주변에 갑자기 유명 연예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카페가 등장하더니 블랙홀처럼 손님을 뺏어가 버렸다. 송씨는 “제주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유명 연예인이나 대규모 자본이 앞다퉈 카페업종에도 밀물처럼 밀려왔고 제주로 이주해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소시민은 종잣돈을 모두 날리는 등 한순간에 설 자리가 사라졌다”면서 “소시민들의 생업이 걸린 소규모 자영업종에 유명 연예인이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을 독점하는 게 너무 원망스러웠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 이주바람이 불기 전인 2007년 제주에 귀농해 5년간 감귤 농사를 짓다 고향으로 되돌아간 김현식(56·가명)씨는 요즘 제주만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김씨는 제주에 작은 감귤과수원을 구입, 나 홀로 유기농 감귤농사에 매달렸지만 수확도 시원찮고 판로도 막막했다. 김씨는 “혼자 귤 농사를 짓는, 말투도 다른 낯선 외지인에게 이웃 농가들이 살갑게 대하지 않았고 귀농이란 것도 나 혼자 농사만 열심히 짓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수입도 변변찮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제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김씨 감귤밭 땅값도 크게 올랐다. 김씨는 “감귤밭을 팔려고 해도 양도소득세 고민에 제주토박이에게 장기 임대했다”면서 “언젠가는 제주로 다시 이주해 농사를 짓는 꿈을 꾸지만 이뤄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도시에서의 치열한 경쟁에 내몰렸던 사람들이 보다 일상이 여유로운 삶을 찾아 제주로 이주했지만 사람 사는 제주 역시 나름의 생존경쟁이 있는 데다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대규모 자본 진출 등 급변한 제주의 경제환경에 이주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실패한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제주 이주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영업은 나만의 경쟁력 등 생업유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걸 보여 준다”고 말했다.●우린 여전히 제주이주를 꿈꾼다. 내년 봄 문을 여는 롯데관광개발의 초대형 복합리조트인 드림타워는 최근 경력사원 270여명 모집에 전국에서 8000여명이 몰려들었다. 김병주 홍보이사는 “취업난도 있지만 지원자의 60% 이상이 서울 등 육지 사람들이어서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아름다운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제주이주 바람은 여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드림타워는 내년 초에도 신입사원 250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던 박영수(42·가명))씨는 한 달 전 제주로 이주했다. 회사에서 서울 또는 제주지역 근무를 제안하자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제주를 선택했다. 박씨는 “집 나서면 푸른 바다고 오름인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보다는 느긋한 일상이 마음에 쏙 들어 지금 당장 가족들도 모두 데리고 오고 싶다”면서 “아는 사람이라곤 없지만 제주 역시 사람 사는 곳이어서 서두르지 않고 제주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인구(외국인 제외 주민등록인구)는 67만 895명이다. 제주 이주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2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서 한 달 평균 최고 1400여명이 제주로 몰려왔다. 2011년 57만 6156명으로 전년도보다 1099명이 감소했으나, 이듬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2012년 58만 3713명으로 7557명이 늘어나는 등 한 해 1만명 이상씩 급증했다. 하지만 2016년 1만 7202명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해 2017년에는 1만 5486명으로 전년보다 증가 폭이 줄었고 지난해에는 1만 108명으로 증가 폭이 더 감소했다. 올해는 증가 폭이 4000명을 넘어서지 않을 전망이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현지의 맛, 가성비, 젊음… ‘팔색조’ 야시장이 지역 살린다

    현지의 맛, 가성비, 젊음… ‘팔색조’ 야시장이 지역 살린다

    귤·새우 등 특산물 살린 제주 동문시장 ‘전국 최초’ 부산 깡통시장 매일 불야성 여수 낭만포차, 밤바다 감성 타고 인기 전주 남부시장, 주말 1만 7000명 몰려 서문·칠성시장 ‘대구 10미’도 성업 중지난 17일 밤 10시 제주 동문시장 야시장.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곳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일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시장 노상주차장 인근 진입로 주변 150m 구간에 32곳의 매대가 들어서며 형성되는 이 야시장의 최대 매력은 먹거리다. 감귤새우튀김, 흑돼지오겹말이, 우도땅콩 초코스낵, 함박스테이크, 이색오메기떡, 제주반반김밥 등 제주 특색을 살린 퓨전음식들은 먹음직스런 모양새와 향긋한 냄새가 사람들을 홀린다. 야시장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9500명이 넘는다. 지난 1년 동안 171만명이 찾았고, 매대당 매출은 하루 평균 60만원(주말 80만원)에 달한다. 야시장 상인은 젊은이가 많다. 한 번 운영자로 선정되면 최대 3년간 영업할 수 있는데 야시장 개장으로 청년 40명을 포함해 64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설명이다. 전국 지방 도시에서 야시장(夜市場)이 인기를 끌면서 지역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만 등 중화권에서 발달한 야시장을 벤치마킹해 2013년 부산 부평깡통시장이 국내 첫 상설야시장을 개설한 이후 각지에서 밤마다 야시장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저녁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는 포장마차, 노점, 가게 등이 한데 모여 야시장 상권을 형성했다. 낮시장 상인들이 철시하고 열리는 이 야시장들은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먹거리, 문화공연, 체험 등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 저물어 가던 지역 풀뿌리 상권을 살리고 있다는 평이다. 야시장의 최대 경쟁력은 가성비 뛰어난 먹거리다. 1만원이면 2~3명이 현지의 손맛과 인심을 즐기며 출출한 배를 채울 수 있다. 구수한 사투리에 지역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매력은 덤이다. 전주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전북 전주 남부시장에서는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낮장사를 하는 기존 식당가 45곳과 야시장을 위해 새로 뽑은 신규 매대 35개 등 총 80개 점포에서 먹거리 중심으로 야시장이 꾸려진다. 한 상인은 “그래도 우리 전주가 음식맛은 최고라는 말을 듣기 위해 전통음식과 퓨전음식 모두 맛으로 승부한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 특산품인 모주로 만든 모주초콜릿부터 중국, 베트남 등 다문화가정 고향의 이색적인 먹거리까지 입이 쉴 새가 없다. 1990년대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쇠락하는 듯했으나 야시장 개장으로 주말이면 1만 7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과 칠성시장도 맛으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서문시장 야시장에는 350m 시장 중심 통로에 80여개의 매대, 칠성시장 야시장에는 신천의 칠성교에서 경대교 방향 105m 구간에 68대의 매대가 각각 설치돼 있다. 막창, 납작만두, 무침회, 누른국수,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 논메기매운탕, 복어불고기, 대구육개장, 야키우동 등 ‘대구 10미(十味)’가 인기다. 이들 시장의 매대당 하루 매출은 100만원을 넘는다는 설명이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김광석거리, 근대골목, 동성로 등 대구 대표 관광지와도 연결돼 있다. 야시장은 청년 상인과 다문화 주민이 많아 젊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야시장 운영자를 모집할 때 젊은이나 다문화가정을 우대하기 때문에 기존 전통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게 된다. 젊음의 열기로 ‘불황’의 그림자는 느낄 수 없다. 전국 최초의 상설 야시장인 부산 부평깡통시장 야시장에서는 타코야키 캐밥, 철판구이 등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영화 ‘국제시장’의 촬영장소이기도 했던 부평깡통시장은 설과 추석 명절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7시 30분부터 자정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평일 2500여명, 주말에는 7500여명이 찾는다. 지역 고유의 분위기를 무기로 내세우기도 한다. 2016년 5월 문을 연 전남 여수낭만포차는 가수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수를 찾는 여행객들을 사로잡았다. 여수밤바다와 마주한 해양공원에 위치한 덕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게 인기 비결이다. 18개 매대에서 돼지고기·김치·돌문어·치즈·새우 등이 혼합된 삼합 종류를 판매한다.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7시간 운영한다. 방문객은 80% 이상이 외지인이다. 지난 10월부터 2개월 동안 6만 8000명이 다녀갔다. 야시장으로 일자리는 물론 야간 콘텐츠가 생기면서 지역 관광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당초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하는 전주 관광은 남부시장 야시장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무박 코스가 1박 2일 코스로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특별한 인허가 절차 없이 전통시장 내에 설치할 수 있는 데다 지자체가 오폐수 대책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도 야시장의 발전 동력이 되고 있다. 정미화 전북도 소상공인팀장은 “전통시장 활성화와 새로운 관광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골목의 풀뿌리 상권을 살리고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야시장을 더 많이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먼저 간 딸 보험금, 30년 전 父의 청빈… 나눔으로 꽃피었다

    먼저 간 딸 보험금, 30년 전 父의 청빈… 나눔으로 꽃피었다

    패혈성 쇼크로 40대 딸 잃은 강준원씨 딸 유지 따라 어린이재단에 4억 쾌척 故정운오씨의 네 딸들 “청년들 후원”아버지 모교인 고려대에 102억 기부세밑 어려운 이웃을 위해 큰돈을 선뜻 내놓는 따뜻한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 아버지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딸이 휴대전화에 남긴 유서에 따라 어린이를 돕는 단체에 4억원이 넘는 돈을 전달했다. 30년 전 아버지를 여읜 중년의 딸들은 아버지의 모교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18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는 경기 수원에 사는 강준원(84)씨가 4억 4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강씨의 딸인 성윤(43)씨가 지난 9월 패혈성 쇼크로 숨지면서 남긴 돈이다. 성윤씨는 생전 자신의 휴대전화에 “어린이 재단에 유산을 기부해 달라”는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 유서’는 성윤씨와 가깝게 지냈던 수원 매탄1동 행정복지센터의 지현주 통합사례관리사가 발견했다. 지씨는 성윤씨의 유지를 아버지인 강씨에게 전달했고, 아버지도 딸의 뜻을 따라 사망보험금과 증권, 예금 등 4억 4000만원을 재단에 기부하는 데 동의했다. 지씨는 “성윤씨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서인지 소외아동에 관심이 많았고 어린이 재단에 기부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써야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성윤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가장 역할을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노인성 질환으로 6년 전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자신의 몸도 성치 않으면서 부친을 살뜰히 챙겼다. 그는 요양병원에 홀로 남은 아버지를 위해 일부 재산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재단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에 재단은 강씨와 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재단은 기부금을 성윤씨의 거주지였던 매탄동의 소외된 아동들에게 일부 지원하고 나머지는 국내 아동의 주거비와 의료비, 자립지원금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한편 아버지의 오랜 뜻을 이어 100억원을 쾌척한 딸들도 화제가 됐다. 이날 고려대는 보성전문학교(고려대 전신) 상과를 졸업한 고 정운오씨의 네 딸(재은·윤자·인선·혜선씨)이 학교에 102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융복합 인재 양성에 기부금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정씨의 딸들은 “돌아가신 지 30년 만에 아버지의 꿈을 이뤘다”면서 “자신은 청빈하게 살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을 후원하고자 하는 뜻을 늘 말씀하신 분”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사업체를 일구며 자수성가했지만 1988년 12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고려대는 정씨의 이름을 따 ‘정운오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후 이공계 캠퍼스에 ‘정운오 IT·교양관’ 건립을 추진한다. 졸업생 등을 대상으로는 나눔 캠페인을 펼쳐 IT·교양관 건립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매운 맛 고추, 심혈관질환 사망위험 34% 낮춘다 (연구)

    [건강을 부탁해] 매운 맛 고추, 심혈관질환 사망위험 34% 낮춘다 (연구)

    저렴하고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고추가 뇌졸중 및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위험을 현저하게 낮춰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임상보건의료과학연구재단(IRCCS)가 이탈리아 중부 몰리세에 거주하는 성인 2만 2811명을 대상으로, 2005~2010년 설문 조사를 통해 식습관 및 건강상태를 추적·관찰했다. 몰리세는 건강에 이로운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이 보편적인 도시이며, 해당 지역에서는 과일과 야채, 견과류와 올리브오일 및 고추를 전통적인 식단으로 여긴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어떤 음식으로 식단을 채웠는지, 해당 식단에 고추가 들어있는지 등을 설문 조사했다. 이를 토대로 ▲고추를 먹지 않은 사람 ▲거의 먹지 않은 사람 ▲일주일에 2번 먹은 사람 ▲2~4번 먹은 사람 ▲4번 이상 먹은 사람으로 나누었다. 추적 관찰이 끝났을 때 실험참가자 중 사망한 사람은 1236명이었으며, 적어도 일주일에 4번 이상 고추를 먹은 사람은 거의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조기 사망할 위험이 23%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34% 더 낮았다. 연구진은 매운 맛을 내는 고추의 성분인 캡사이신이 이러한 효능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진은 “고추의 섭취와 심혈과 사망 위험 사이의 관계가 매우 명확하며, 전체적인 사망 위험을 낮추는 효능 역시 매우 놀랍다”면서 “그렇다고 고추의 섭취량을 이전보다 과도하게 늘릴 필요는 없다. 식단을 약물로 간주해서는 안 되며, 이번 연구에서는 하루에 몇 개 이상의 고추를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일반적으로 식단에 고추를 첨가하는 사람들이 계속 해당 식단을 유지하도록 격려할 수 있다. 충분한 과학적 근거가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연구는 식이요법과 같은 건강한 생활방식이 우리 건강을 개선하는데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실험참가자들의 개인 기억에 의존한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지중해식 식단 등 다른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월드피플+] 선생님이 매일 해주신 ‘덕담’ 모아 달력 만든 제자

    [월드피플+] 선생님이 매일 해주신 ‘덕담’ 모아 달력 만든 제자

    대학 입학을 앞둔 영국의 한 학생이 은사의 덕담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모은 달력을 제작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전했다.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제이미 하킨(18)은 친구들과 대학 합격의 기쁨에 들떠있던 중, 자연스럽게 과거 자신들의 영어 선생님이었던 그라함 피터를 떠올렸다. 피터 선생님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언제나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독려했지만, 암 투병을 하다 2017년 세상을 떠났다. 하킨은 “내년이면 내 인생의 다음 장인 대학에 가게 된다. 돌이켜보니 나의 학교생활에서 피터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인생의 다음 장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를 추억할 만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하킨은 피터 선생님이 담임교사였던 시절, 그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토이 스토리’ 같은 유명한 작품에 나온 명대사를 직접 꼽고, 이를 일일이 교실 벽면에 붙여주던 기억을 떠올렸다. 피터 선생님의 교실은 언제나 덕담과 명언으로 가득찼고, 때로는 그가 직접 학생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어느 순간 교실의 네 벽면은 피터 선생님의 애정과 희망이 가득 찬 글귀로 채워졌다. 하킨은 피터 선생님이 아내에게 이 같은 계획을 공유하고, 함께 달력 만들기에 돌입했다. 기억 속에서 피터 선생님이 전달하고자 했던 귀한 문구들을 찾아냈고, 이를 모아 2020년 탁상 달력을 제작했다. 선생님의 메시지를 한 번이라도 더, 오래도록 보고 새기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그가 세상에 없어도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긍정적인 메시지를 가슴에 담을 수 있길 희망했다. 하킨이 공개한 달력의 366장(2020년은 윤년으로 366일)에는 매 장마다 피터 선생님의 메시지가 인쇄돼 있다. 그리고 맨 앞장에는 그중에서도 하킨의 마음을 가장 많이 울렸던 “네가 웃는 걸 볼 때까지 난 떠나지 않을 거란다”가 적혀 있다. 또 “네가 누군가의 구름 속에서 무지개가 되어 주어라.”,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새로운 꿈을 꾸기에 늦은 나이란 절대 없다” 등의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공개된 탁상 달력은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팔려나갔다.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와 미국, 캐나다에서도 주문이 들어왔다. 하킨은 수익금 전액을 자신이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암 환자 지원센터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지엔티파마 심정지환자 치료 신약,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지엔티파마 심정지환자 치료 신약,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경기 용인시 소재 신약개발업체 ㈜지엔티파마가 개발한 뇌세포보호 신약 ‘넬로넴다즈’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임상 2상 연구만 끝나도 의약품 판매가 가능하고 신약 승인후 10년간 독점권을 부여하는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16일 ㈜지엔티파마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심장정지 발생후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 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넬로넴다즈’에 대해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심장정지가 발생하면 뇌졸중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과도하게 방출되고 과량의 활성산소가 생성되면서 뇌세포가 죽게된다. 심폐소생을 했더라도 뇌세포 손상으로 인한 심각한 뇌신경 기능 장애, 코마 등을 겪게 되며 심할 경우에는 사망으로 이어진다. 과학기술부, 경기도, 아주대학교 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넬로넴다즈’는 허혈·재관류 후에 발생하는 뇌손상을 막기위한 다중표적 약물로서, 글루타메이트 신경독성과 활성산소 독성을 동시에 제거하는 약리작용을 갖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심정지후 심폐소생술과 저체온 치료를 받은 1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42명의 약물 투여가 완료됐다.이미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된 비임상및 임상 1상연구에서는 안전성이 입증됐다. 임상 2상 연구는 삼성서울병원을 비롯 전남대학교, 강남세브란스, 부산대학교, 순천향대학교(부천), 충북대학교 등 5개 대학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신약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1·2 상 완료 후에 판매가능 ▲신약승인후 10년간 독점권 부여 ▲의약품 품목허가 신속심사 ▲국가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및 재정 지원 ▲세제상 혜택 등이 주어진다.  지엔티파마의 곽병주 박사 연구팀은 ‘넬로넴다즈’가 심장마비 동물모델에서 24시간 이내에 투여하면 뇌세포 보호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뇌병리 분야 최고의 국제 학술지로 알려진 ‘악타 뉴로패쏠로지카 (Acta Neuropathologica·피인용지수 18.174)’에 발표한바 있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병조 교수는 “심정지 환자의 경우 저체온치료와 대증치료 외에 공인된 치료법이나 약물이 없는 실정”이라며 “이런 가운데 국내 업체가 개발한 뇌세포 보호신약이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관세·산림청장 내부 승진에 직원들 환호

    관세·산림청장 내부 승진에 직원들 환호

    정부는 12일 차관급인 관세청장에 노석환(왼쪽·55) 관세청 차장, 병무청장에 모종화(가운데·62) 한국방위산업진흥회 부회장, 산림청장에 박종호(오른쪽·58) 산림청 차장을 임명했다. 노 관세청장은 부산 출신으로 고려대(경영)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6회로 관세청에서 인사관리담당관, 심사·통관·조사감시국장과 서울세관장 등 정책과 현장을 두루 섭렵했다. 2017년 1급으로 승격한 인천세관장을 거쳐 지난해 2월 차장에 임명됐다. 부드러운 외모와 달리 관세행정 전반에 능통해 ‘브레인’으로 평가받는다. 모 병무청장은 육사 36기로 31사단장과 합동군사대 총장, 1군단장, 육군 인사사령관을 거쳤다. 박 산림청장은 충남 서천 출신으로 기술고시 25회로 산림자원국장과 기획조정관 등을 거쳤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강력한 업무 추진력으로 ‘카리스마 박’이라 불린다. 인도네시아 임무관,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초대 사무차장,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 수석대표 등 역사적인 현장마다 자리를 지킨 산증인이다. ●관세청 14년, 산림청 10년 만에 현직 차장 발탁 관세청장과 산림청장이 오랜만에 내부에서 임명되자 정부대전청사 공무원들은 환호하는 분위기다. 내부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는 방증이다. 관세청장의 내부 승진은 2005년 성윤갑 청장 이후 14년 만이다. 2016년 28대 청장으로 천홍욱 전 차장이 임명됐지만 현직 차장이 청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산림청장은 2009년 정광수 청장이 차장에서 승진한 후 10년 만이다. 외청은 상대적으로 진보정권에서 ‘우대’를 받았다. 참여정부에서 관세청은 개청 후 첫 내부 수장을 배출했고 산림청장은 모두 내부에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외청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조직 안정과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고 정치적으로 무관한 전문가로서 능력이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영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고조됐다. 그러다 지난해 성윤모 특허청장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임명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기관장 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조직에 활기가 도는 ‘연쇄 효과’로 이어졌다. ●조직 재정비 시급… 안팎에서 반발 나올 수도 특히 차관급 인사가 예고되면서 내부 수장 발탁에 관심이 모아졌다. 가장 주목을 받은 기관은 산림청이었다. 산림청은 그나마 내부 임명이 많았던 기관이지만 정광수 전 청장이 떠난 2011년 2월 이후 명맥이 끊겼다. 8년 10개월 만의 내부 승진 청장의 ‘귀환’에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산림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교수들이 수장에 임명되면서 은연 중 자신들의 전공 분야 관련 정책 등을 강화한 측면이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조직을 재정비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그 과정에서 안팎의 반발이 나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스물여덟인데 14조 재산 휴 그로스베너, 런던 타워 재개발로 입방아에

    스물여덟인데 14조 재산 휴 그로스베너, 런던 타워 재개발로 입방아에

    이 훈훈한 외모의 청년은 스물여덟 살인데 영국에서 세 번째 부자다. 웨스트민스터 7대 공작 휴 그로스베너다. 외모까지 갖춰 일등 신랑감으로 손꼽히는데 2016년 작위를 승계한 뒤 좀처럼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고 은인자중하고 있다. 그런데 그와 그로스베너 그룹이 런던에서도 가장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런던 타워 부근을 재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는 지난 10월 영국의 억만장자들을 싸잡아 공격하며 공작을 “사기꾼 지주”라고 표현했다. 런던 타워 부근의 막대한 토지를 소유한 그로스베너 그룹은 12일 총선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승리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속도가 붙어 런던의 오래된 재산을 처분하는 일정도 앞당겨진다. 지난 8일 영국 신문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보수당이 상당한 폭으로 앞선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만약 노동당이 이겨 정부를 구성하게 되면 이 집안의 재산은 실제 위협에 맞닥뜨린다. 코빈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지주들의 재산권을 제한하며 그로스베너 가문과 같은 왕실 피붙이들의 재산을 신탁재단이 공시하게 하는 방안 등을 공약하고 있다. 그로스베너 가문은 노동당 정부의 가장 큰 타깃이 되고 있지만 전쟁과 정치적 격변의 와중에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둘러싼 논쟁에도 휩싸여 있다. 1066년 노르망디에서 잉글랜드를 침공한 정복왕 윌리엄의 친척들로 뿌리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가문의 초기 부는 탄광과 광물로 축적됐지만, 현대의 재산은 17세기 결혼에 터잡은 것이다. 1대 공작 토머스 그로스베너는 12세 신부를 데려오면서 그녀 부모로부터 지참금으로 런던 서부 500에이커(2.02㎢)의 습지와 과수원을 받아낸 것이 든든한 밑천이 됐다. 이곳이 지금 런던에서도 최고의 명품 가게들과 아트갤러리, 헤지펀드 사무실이 늘어선 메이페어와 벨그라비아로 떠오르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그로브베너 그룹은 전세계 60개 도시로 부동산 투자를 넓혔고, 지난해 말까지 123억 파운드의 자산으로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핵심은 런던에 있다. 휴는 아버지 제럴드가 심장마비로 예순넷에 세상을 떠나자 이 많은 재산을 물려받았다. 유언장에 따르면 6대 공작인 제럴드는 빚 등을 제하고 6억 1600만 파운드를 그에게 물려주고, 세 딸에겐 그로스브너 가족 신탁재산을 통해 추가 수입이 있을 수 있다며 2만 파운드씩만 물려줬다. 제럴드의 총기와 낚시 장비와 차들도 휴에게 물림됐다. 영국 법은 아들에게 절대 유리한 상속 제도를 자랑한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휴의 개인 재산은 놀라지 마시라, 118억 달러(약 14조원)다. 런던에서도 가장 값비싼 동네 가운데 하나인 벨그라비아의 슬로안 스퀘어에서 몇 블록만 가면 되는 곳에 있는 허름한 아파트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점포와 레스토랑 등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하면 훨씬 수지가 맞다고 그로스브너 그룹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의회의 도움으로 임대료를 내고 이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2023년이 되면 임대차 계약이 만료돼 이곳을 떠날 때까지 재개발을 멈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노동당 정치인들까지 가세해 반대 운동에 힘이 실리자 20만명 넘는 이들이 온라인 청원에 가세했다. 지난해에도 그로스베너 그룹이 런던 남동부 버몬세이에 1300 세대를 건축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집을 살 여력이 없는 노동자들을 너무 수입이 많아 사회적 주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로 바꾸겠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 지역의 노동당 지방 조직은 지난 2월 이런 계획을 거부하고 영세 가정들을 집밖으로 내모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그룹은 런던 시정부에 새로 신청서를 제출해 연말까지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이 관철되더라도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그의 왕국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납세 정의 네트워크의 존 크리스텐센 의장은 “막대한 부와 권력이 영국에는 집중돼 있으며 실제로 견제받지도 않는다. 소수의 엄청난 부자와 파워 엘리트와 나머지 사람들로 나라가 쪼개져 있다. 그리고 모든 조세체계는 엘리트가 아닌 사람들 것을 가져다가 있는 자들의 탈세를 메우는 데 쓰고 있다. 완전히 뒤틀렸다”고 개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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