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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잉어떼/최용규 논설위원

    출근길 걸음을 멈추고 중랑천 잉어떼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팔뚝보다 크고 토실토실 살이 오른 잉어들이 느릿느릿 헤엄을 치고 있다. 꼬리를 흔들며 몸통을 이리저리 꼬는 모습이 봄바람에 흐느적거리는 버들가지 같다.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보다 ‘참 잘 논다.’는 생각에 이르자, 장자와 혜자의 호량지변(濠梁之辯)이 떠오른다. 혜자와 호수의 다리 위를 걷던 장자가 물고기를 바라보며 “저렇게 유유히 헤엄치고 있으니 이것이 물고기의 즐거움이겠지(魚出遊從容, 是魚之樂也).”라고 하자, 혜자는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子非魚, 安知魚之樂).”라고 받아친다. 장자는 곧바로 “자네는 내가 아니거늘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을 어찌 아는가(子非我, 安知我不知魚之樂).”라고 응수한다. 둘의 대화를 말장난으로 치부하는 이도 없지 않지만, 자기의 견해와 관점을 분명히 한 주관론 경연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타인의 주장을 무시하기 일쑤다. 생각이 다 다른 것을 자기 생각만 고집해서야….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21일 TV 하이라이트]

    ●인간극장(KBS1 오전 7시 50분) 경북 상주의 작은 절 도림사. 새벽녘, 향 내음 가득해야 할 산사에 구수한 된장 냄새가 산사를 뒤덮는다. 이 절집에는 된장 냄새만큼이나 독특한 자용, 탄공, 법연 등 세 명의 스님이 있다. 그런데 스님들이 5년째 한 남자에게 빠져 있다. 바로 도림사의 트러블메이커이자 스님들의 짝꿍인 다섯 살 김홍인이 그 주인공인데…. ●월화 드라마 사랑비(KBS2 밤 9시 55분) 준과 하나는 잠시 둘만 있을 곳으로 떠난다. 준은 하나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한다. 하나도 그런 준의 손을 잡고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집으로 돌아온 하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었다고 윤희에게 솔직히 털어놓는다. 한편 윤희는 인하를 찾아가 청혼 때 받은 반지를 돌려준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정우와 준금이 사귀는 사이란 걸 알게 된 진행. 정우의 부탁대로 둘의 비밀연애를 지켜주려다 쌈디와 경표에게 준금을 짝사랑한다는 오해까지 받게 된다. 한편 연우의 아부가방이 사라졌다. 연우는 힘의 원천인 가방이 사라졌다며 점점 힘을 잃어가고, 기우는 장난으로 숨긴 가방이 사라지자 연우와 함께 가방을 찾아다닌다. ●백세 건강스페셜(SBS 낮 12시 30분) 아토피 피부염은 매우 가렵고, 심하면 진물과 딱지가 생기는 만성 재발성 피부병이다. 심한 피부 건조증과 가려움증이 특징이고, 발병 시기도 유아기나 소아기에 많은 편이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과 치료법, 생활 속 관리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본다. ●아름다운 소원(EBS 오전 6시 30분) 박의우 할아버지는 평생 음악인으로 살다 경북 의성으로 귀농한 초보 농사꾼이다. 아직 서툴러 작년에는 사과 농사를 하다 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올해는 자두 농사에 도전했다. 힘들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며 흐뭇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부부가 농사일을 끝내고 바삐 어디론가 향하는데….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강력팀에 긴급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 홀로 사는 80대 할머니가 흉기에 수십 군데 찔린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된 것이다. 이웃 주민들로부터 혼자 사는 피해자 집에 찾아온다는 조카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 강력팀. 새벽에 몰래 찾아와서 자고 간다는 노숙자 조카가 사건 발생 이틀 전에도 피해자를 찾아왔다가 쫓겨난 사실을 확인한다.
  • [저자와 차 한잔] 도시 빈민층의 삶 담은 ‘사당동 더하기 25’ 펴낸 사회학자 조은

    [저자와 차 한잔] 도시 빈민층의 삶 담은 ‘사당동 더하기 25’ 펴낸 사회학자 조은

    인터뷰를 끝내고 헤어지기 전, 질문만 받던 학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왜 이 책을 골랐어요.” “일단 시간적 공(功)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책이고, 가난의 대물림이 해소됐을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까요.” 다시 물었는데, 대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말을 이었다. “사실 인기를 끌 만한 요소는 없잖아요. 특히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가난이란 것을 다른 나라 이야기로 보니까요.” 학자가 궁금했던 것은 자신의 책이 인기가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비루한 삶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의문이었고, 이것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학자의 바람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사회학은 현장이다’라는 제목으로 마지막 강의를 하고 동국대를 정년퇴임한 조은(66) 교수에게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펴냄)는 사회학자로서 그의 삶을 관통하는 분신이나 다름없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찻집에서 만난 조 교수는 이 책의 시작에 대해 “한번 따라가 보자는 궁금증이었다.”고 설명했다. 때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대 사회학과 3년차 교수였던 그와 인류학자, 남녀 대학원생 등 4명이 철거를 앞둔 불량 주거지역을 찾았다. 철거·재개발이 지역 주민에 미친 영향 연구를 위해서였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3년밖에 안 된 그는 서울 사당동 철거 재개발 예정지에서 적잖이 당황했다. 지저분하고 칙칙한 ‘미국 슬럼’을 떠올렸는데, 좁고 가파른 골목에 화분이 놓여 있고 땅 한 뼘이라도 있으면 채소가 심어져 있었다. 골목에서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넘쳤고, 주민들 옷차림은 깨끗했다. “당황했던 순간은 이후에도 수도 없이 많았다.”는 조 교수는 “한나절 현장연구를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치 두 세계를 경험하는 듯했다.”고 떠올렸다. 길가에 있는 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고, 두세 평짜리 방 한 칸에 서너 명 이상 살았다. 밀착연구를 하러 방을 얻어 혼자 살던 조교는 졸지에 ‘부자’ 소리를 들었다. ‘교수 티’ 나지 않게 입는다는 게 스키점퍼를 꺼내 입어 민망했고, 함께 조사 다니던 남녀 조교는 ‘부부 위장 간첩’으로 신고당하기도 했다. 이런 이질감을 극복하면서 현장연구를 했다. 아들과 손자 세 명까지 3대가 함께 살던 금선(1922~2007) 할머니 가족을 비롯해 22가구가 대상이었다. 집을 만들고 얻는 방법, 전기를 끌어쓰는 방식이나 친밀감 형성 과정 등을 생생하게 바라봤다. 2년 6개월간 연구를 끝내고 보고서를 인쇄소에 넘긴 날, 이 지역은 ‘재개발 철거반의 주민 폭행’으로 일부 신문에 보도됐다. 과연 이런 식으로 재개발이 되고 주거가 안정되면 빈곤이 해소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조사 대상 중 유일하게 1991년 상계동 임대아파트로 이사하게 된 금선 할머니 가족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게 25년이 됐다. 그 사이 서울 사당동은 상전벽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급변했다. 재개발을 하면서 1990년에는 10평짜리 집이 1억원을 호가하고, 2·4호선 환승역이 생기고 경기도 수원·과천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가 됐다. 금선 할머니 가족의 형편은 나아졌을까. “빈곤의 재생산은 정말 지독한 악순환”이라는 그는 “그들이 옮겨간 곳이 다시 불량 주거지로 낙인찍히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은 다른 종족, 다른 부족이라는 생각은 더 짙어졌고, 최근에는 중산층까지 무너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금선 할머니네는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겪었다. 아들 수일씨는 다문화가정이라는 단어가 없을 때에 옌볜 여성을 만나 결혼했고, 이혼당했다. 큰 손자 영주씨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했고, 건설 노동일을 하고 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손녀 은주씨는 아이 셋을 낳았고 재봉일로 벌이를 한다. 막내 덕주씨는 그나마 잘 풀려 임대 아파트 근처에서 작은 헬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 학력자가 일제 강점기에 고녀(고등 여학교)를 나온 금선 할머니일 정도로 학력, 직업 등 계층 이동을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문제는 이것이 금선 할머니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할머니의 임대 아파트 이웃도 관찰을 했는데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는 그는 “빈곤의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을 했는데, 이를 풀어낼 해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안타까움을 비쳤다. 사당동을 중심으로 한 도시 빈민층의 삶과 공간을 세세하게 기록한 이 책에서, 그는 다른 의미를 찾는다. “오늘 도시 어딘가에서 누군가 겪고 있을 가난의 현실을 알 수 있도록, 관심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아보지 않게 되면 그때는 정말 어떤 해법도 찾을 수 없게 되거든요.” 가능하다면 계속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 ‘사당동 더하기 33’을 내고 싶다는 게 조 교수의 바람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 ‘사당동 더하기 22’(2009)이기 때문이란다. 더 나아진 이들의 삶을 확인하고 싶은 희망이기도 하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 문학·철학에 종말이 온다고? 읽고 쓸게 얼마나 많은데 감히!

    문학·철학에 종말이 온다고? 읽고 쓸게 얼마나 많은데 감히!

    사심 듬뿍 담아 감히 평하자면, ‘권력이란 무엇인가’,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펴냄)를 잇달아 내놓은 재독철학자 한병철과 함께 올 상반기 철학 교양서 저자 가운데 최고의 뉴 페이스로 꼽을 수 있겠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송태욱 옮김, 자음과모음 펴냄)을 내놓은 사사키 아타루다. 한병철과 저자의 가장 큰 공통점은 스타일이다. 본인이 정말 꼭꼭 씹어 소화해 낸 것만 내놓는다. 자신만의 독해법을 드러내 보일 뿐 그걸 번드르르한 인용으로 애써 포장하려 들지 않는다.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비평가나 “하나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 따위는 정보통이 되겠다는 헛된 욕망이라고 비판한다. 라캉의 말을 빌려 그것은 “향락 가운데 가장 비참한 팔루스(남근)적 향락”, 그러니까 홀로 우뚝 서겠다는 허세라는 것이다. 한병철은 똑같은 내용을 “(잡다한) 정보가 아닌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이론을 내놓겠다.”는 말로 표현했다. 그래서 두 저자의 문장은 대단히 쉽다. 어려운 단어에다 말장난까지 섞어 두세번 꼬아 놓는 바람에 몇번을 봐도 헷갈리게 써 놓은 게 아니라, 누구나 알 만한 쉬운 단어로 문장을 구성했는데 읽는 사람은 오히려 멈칫멈칫 두세번 곱씹게 만든다. ‘아포리즘’이라는 표현에 딱 맞아떨어진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면 침이 꿀떡꿀떡 넘어갈 법하다. 저자가 이론을 제시하고 싶은 대상은 문학이다. 문학(Literature)을 넘어 문학(Literacy)이다. 시와 소설 같은 개별 문학작품을 넘어 종교, 철학, 역사에까지 확장된, 총체적으로 세상을 읽고 쓰는 행위로서의 문학이다. 모든 것을 텍스트화한다는 점에서, 그래서 모든 문제를 문학화한다는 점에서 포스트모던의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사무엘 베케트·폴 발레리·버지니아 울프 같은 문학가들, 니체·라캉·푸코·들뢰즈 같은 철학자들이 수시로 등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저자의 핵심 메시지는 ‘포스트모던의 이름으로 모던의 종언을 얘기하는 모든 종말론에 대한 투쟁’이다.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으로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을 잘근잘근 씹는 대목이나 현대 프랑스 철학이 종말론적으로 이해되는 상황에 대해 어느 데마고그가 그런 헛소리를 퍼트렸느냐는 대목에서 웃음이 난다. 일본인인 저자가 이런 얘기를 하니까 퍼뜩 ‘근대 문학의 종언’을 말한 가라타니 고진, ‘역사의 종언’을 말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떠오른다. 저자는 “프랑스어로 된 책을 멋대로 읽고, 멋대로 쓰고, 멋대로 여기저기 가져가고” 했을 뿐 “그 사람들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고 시치미를 뚝 잡아뗀다. 그럼에도 “문학이 끝났다, 예술이 끝났다고 소동을 벌이는 사람”들에 대해 “가소롭기 짝이 없다.”고 명백히 말해 둔다. 한 술 더 떠 “철학이 끝났다고 한다면 철학과를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문학이 끝났다고 한다면 문학에 종사하는 걸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까지 한다. 무슨 근거로 문학, 종교, 철학, 역사의 종말을 부인하는가. 좁게는 문학작품, 넓게는 이 온 우주를 다 포괄하는 텍스트를 읽고, 다시 읽고, 제대로 읽어버린 이상 쓰지 않을 도리가 없으니까 쓰고, 고쳐 써야 하니까, 그래서 읽고 쓰는 과정 자체가 늘 혁명일 수밖에 없으니까 종말 따윈 있을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대답이다. 얼마나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할 것들이 많은데 감히 문학의, 종교의, 철학의, 역사의 종언을 말하느냐는 되물음이다. 해서 책 제목은 종말론을 떠벌림으로써 은근슬쩍 자신을 구세주로 포장하는 이들에게 혹해서 구원의 기도를 올리려는 그 손을 잘라야 한다는, 저자의 단호한 외침이다. 저자는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고쳐 쓰는 것이 왜 중요한가를 증명하기 위해 역사를 되돌아본다. 영국·프랑스·미국·러시아 4개 혁명 이전 혁명의 원형질이랄 수 있는 16세기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그리고 12세기 중세해석자혁명을 다룬다. 오늘날 루터에 대한 평가는 조금 각박해졌다. 라스카사스나 후스 같은 다른 개혁가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저자는 문헌을 읽을수록 오히려 루터의 위대함에 반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직접 읽는 게 좋겠다. 다만, 저자의 강조점은 루터가 성서를 직접 읽어 봤고, 읽은 이상 쓰지 않을 수 없었고, 쓴 이상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 꽂혀 있다.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12세기 중세해석자혁명이다. 저자는 서구의 ‘근대’라는 것이 이때 발생했다고 본다. 아날학파의 ‘장기 16세기’라는 표현에 빗대자면 ‘초장기 12세기’라 부를 만한 것인데, 물적토대라기보다 일종의 사상,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저자가 12세기에 주목하는 까닭은 교회법 정비다. 교회법은 오늘날 민법으로, 교황권은 주권(Sovereignty)으로, 공의회는 의회 개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중세란 근대 계몽의 빛이 들이치기 이전의 암흑동굴이었다는 이분법을 완전히 깨부순다. 어쨌든 여기서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우연히 발견한 로마법대전을 읽었고, 다시 읽었고, 읽은 이상 쓰지 않을 도리가 없어 교회법을 새로 쓰게 됐다는 사실이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하디자 부부 얘기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들이 천사를 통해 받은 신의 첫 계시는, 이쯤이면 짐작하다시피 “읽으라.”였다. 읽는다는 것은 개념을 이해한다는 것이고 개념의 이해란 생각을 임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가장 반여성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슬람교가 실은 가장 여성적이었다고 논증한다. 이렇게 보면 복음주의 기독교건 이슬람교건, 종말론적 철학이건, 그 모든 원리주의의 문제점은 열렬히 믿어서가 아니라 읽지 않아서다. 읽지 않아서, 읽더라도 제대로 읽지 않아서, 정직하게 읽어낼 용기가 없어서 생긴 일이다. 겉으로는 가장 선명하고 도덕적이고 용맹해 보이지만, 속은 가장 비겁하고 나약하기 이를 데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2008년 ‘전장과 영원’이라는 책으로 일본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깊은 사유와 독특한 문체가 눈길을 끌면서 온갖 대중강연, 토론 자리에 불려다녔는데 이때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이 “당신은 홀연히 나타났는데 지금까지 어디서 뭘하고 있었느냐.”였다고 한다. 그 뒤 각종 출판 제의를 거절하다 출판사 편집진들과 대화한 내용을 담은 것이 이 책이다. 실제 책도 5일밤 독자들과 나누는 대화체로 꾸며져 있다. 이 책 역시 지난해 일본에서 인문서 최대 화제작이었다고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있다. 저자는 논의가 조금만 더 깊어지려면 “이 부분은 이미 ‘전장과 영원’에서 논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겠다.”는 언급을 반복한다. 아무래도 ‘전장과 영원’ 번역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그 책이 600쪽에 이른다는 사실. 번역자는 의욕을 보이지만, 출판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낙관은 이르다. 참고로 번역자는 이 책의 저자가 안 그런 척하면서 때려대는 가라타니 고진을 한국에 많이 소개해 온 번역자다. 묘한 인연이다. 1만 35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길섶에서] 작은 키/최광숙 논설위원

    남들은 키가 작다고들 하지만 다행인지 키에 대해 별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예전에 “키가 작지 않아요?”하고 어머니께 물어보면 늘 “작은 키는 아니다.”라고 하셨다. 자식 기를 죽이지 않으려 하셨던 속 깊은 말씀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런 어머니의 긍정적인 마음을 배웠다. 2007년 금강산 육로 관광이 열리면서 취재차 북한 방문길에 나선 적이 있다. 강원도 고성을 지나 군사분계선을 관광버스로 통과했는데 곳곳에 총을 들고 서 있는 북한 군인을 만났다. 언뜻 보기에 초등학생 아이들이 실물 모양의 큰 장난감 총을 들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 키가 작고 체격도 왜소했다. 다소 까무잡잡한 얼굴을 봐도 아직 험난한 일을 하기에는 너무 앳되었다. 그들이 안쓰러워 보였다. 얼마 전 북한 남성의 평균 키가 남한보다 8㎝가량 작다는 조사 결과를 봤다. 배 곯는 북한의 참상을 아는지라 그리 놀랄 통계가 아니었다. 조상의 뿌리가 같건만 이러다가 남북한 주민들의 DNA 자체가 달라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중국통신] 머리에 가위 ‘꽂힌’ 中 4살 남아

    냉장고 위에서 떨어진 가위가 4살 남아의 머리에 꽂히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첸장완바오(錢江晩報) 18일 보도에 따르면 저장성 주지시에 살고 있는 왕(汪, 男)씨 부부는 지난 14일 저녁 갑자기 들려온 아들의 비명 소리에 놀라 황급히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 아연실색 했다. 아들의 머리에 세로로 ‘박혀’있는 가위.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냉장고 앞에 주저 앉아있었다. 평소 아들의 손을 피해 냉장고 위에 보관해오던 가위가 냉장고 흔들기를 좋아하던 아들의 장난으로 떨어지면서 머리에 박힌 것이었다. 부부는 부랴부랴 아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달려가 머리에 박힌 가위 제거 수술을 받았다. 아이는 현재 상처를 치료하며 안정을 되찾은 상태다. 한편 아이의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은 “(가위가)1cm 가량 박혀있었다.”며 “다행히 사고 부위가 깊지 않아 상처도 크지 않고 출혈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그러면서 “머리에 가위를 꽂은 채 병원 온 아이는 처음 보았다.”며 “부모가 칼, 가위 등 위험한 물건을 보관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국통신원 홍진형 agatha_hong@aol.com
  • 도마뱀에 혀 물린 고양이의 ‘굴욕 동영상’ 인기

    도마뱀에 혀 물린 고양이의 ‘굴욕 동영상’ 인기

    도마뱀에게 혀를 물린 고양이의 굴욕적인 장면이 공개돼 네티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인터넷판에 소개된 이 동영상은 도마뱀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던 한 고양이가 도마뱀에게 혀를 물린 뒤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 고양이는 혀를 물린 상태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등 도마뱀을 떼어내려 노력했지만, 끈질긴 도마뱀은 이를 놓지 않은 채 고양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고양이는 이빨로 도마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저 주위를 맴돌며 고개를 흔들어대기만 했다. 결국 도마뱀은 고양이의 혀에서 떨어졌지만, 고양이의 굴욕을 담은 동영상은 유투브에서 13만 건이 넘는 클릭수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이 동영상을 올린 네티즌은 “고양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분명 꽤 기분이 나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영상 보러가기(클릭)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욕심이 왜 나빠요? (노경실 글, 김영곤 그림, 한림출판사 펴냄) 친구의 장난감을 갖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에게 “안 돼.”라고 잘라 말하지 않고 잘 설득할 수 있는 이야기가 5편 실려 있다. 1만 3000원. ●암탉, 엄마가 되다 (김혜형 글, 김소희 그림, 낮은산 펴냄) 닭튀김을 좋아하면서도 닭이 어떻게 태어나 살아가는지를 아는 어린이는 많지 않다. 생생한 사진들과 노란 병아리들이 가득하다. 1만 2000원. ●못생긴 씨앗 하나 (질 아비에 글, 정지음 그림, 이주영 옮김, 책속물고기 펴냄) 심술쟁이 이르고는 열한번째 생일날 못생긴 씨앗 하나를 선물받는다. 씨앗에 싹이 나면서 이르고가 변화한다. 9000원. ●늑대야 울지 말고 노래해 (최영란 글·그림, 노란돼지 펴냄) 노래를 좋아하게 된 늑대. 밤마다 노래하지만 동물 친구들은 ‘울지 말고 노래해’라고 응답한다. 수탉과 양, 소, 고릴라 등을 따라 노래하던 늑대의 노래에 손뼉을 쳐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1만 1000원.
  • [5·11 입양의 날] 입양 선택 두리모 50% “경제 지원·편견 개선땐 양육”

    [5·11 입양의 날] 입양 선택 두리모 50% “경제 지원·편견 개선땐 양육”

    한 해에 2500여명의 아이들이 국내외로 입양된다. 입양 아동은 2005년 3562명에서 지난해 2464명으로 줄었다. 2464명의 아이 가운데 1548명은 국내에서, 916명은 미국·스웨덴·캐나다 등 국외로 입양됐다. 국외 입양 1위라는 불명예는 여전하다. 국외 입양 916명 가운데 707명은 미국으로 간다. 두 번째로 많은 필리핀 216명의 3배 이상이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두리모(미혼모) 실태가 파악된 적은 없다. 두리모 자녀의 입양 통계도 확실치 않다. 보건복지부는 대략 해마다 2000여명의 두리모가 입양을 선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9년 전국 43개 두리모 시설에 거주하는 두리모 등을 조사한 결과 입양을 결정한 두리모는 39.0%인 218명, 직접 키우기로 작정인 두리모는 53.5%인 299명이었다. 결정 못 한 두리모는 7.5%인 42명에 달했다. 입양을 택한 두리모들의 34.4%는 경제적 능력 부족, 29.8%는 아기의 장래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9.8%는 부모 역할을 하기에 아직 어려서, 7.4%는 자신의 장래를 생각해서, 7.0%는 가족의 권유로, 5.1%는 아기 아버지와 결혼할 수 없어서라는 이유를 댔다. A씨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가족끼리 얘기하다 키울 능력도 안 되고 학생이다 보니까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인 탓에 입양을 결정했다. B씨도 “차라리 입양 보내서 평범하게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가족이 한 조언도 큰 영향을 미쳤다. 두리모의 임신을 알았을 때 가족들의 38.2%는 임신중절을 권했고 24.6%는 사회복지기관에 상담받을 것을 권했다. 또 16.9%는 아기 아버지와 결혼하도록, 9.7%는 알아서 해결하도록 조언했다. 혼자 양육하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입양을 선택했더라도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으면 키울 의사가 있다는 응답도 전체의 53.0%에 이르렀다. 57.0%는 사회적 편견이 개선되면 양육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일하면서 두 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C씨는 “월세를 살고 있는데 아이 이유식 비용에 장난감이나 책으로 지출되는 돈도 적지 않아 생활이 팍팍하다.”고 하소연했다. D씨는 “아이와 함께 외출할 때 받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면서 “애 아빠는 뭐 하느냐고 물어보고 왜 이렇게 엄마가 동안이냐고 하거나 ‘애가 애를 업고 있다’고 하면서 지나가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경찰서에 가서 “돈 내놔!” 협박한 황당 강도

    경찰서에 가서 “돈 내놔!” 협박한 황당 강도

    한 청년이 경찰서를 털려다 체포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5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인근 윌머의 경찰서에 한 청년이 들어섰다. 잠시 후 청년은 타올로 감싼 손을 들고 여직원에게 “총을 들고 있다.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 여직원은 즉각 경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현장에 있던 경찰들이 달려들어 청년을 제압하고 체포했다. 조사결과 이 간 큰 강도는 18세의 케이단 마뉴엘로 실제로 총을 들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서장 빅터 캠프는 “마뉴엘이 창구에 다가와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 면서 “마뉴엘은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됐으며 조만간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대해 마뉴엘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마뉴엘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 달라고 협박한 적은 없으며 단지 장난을 좀 친 것 뿐”이라며 “실제로 나는 총도 없었고 여직원이 상황을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경찰서장 빅터 캠프는 “우리 도시에서 이런 범죄가 일어날 지 생각하지도 못했다.” 면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멍청한 강도”라고 밝혔다.     인터넷뉴스팀 
  • [여행가방] 코레일관광 열차도시락 ‘레일락’ 출시

    ●코레일관광 열차도시락 ‘레일락’ 출시 코레일관광개발(대표 방태원)이 새로운 열차 도시락 ‘레일락’을 출시했다. 메인 메뉴를 보강하고 지역 특산물과 제철 음식을 담았다. 출시 품목은 6종이다. 커틀릿세트와 주먹밥세트(이상 5000원), 닭다리살데리야키, 제육볶음(이상 7500원), 오삼불고기, 떡갈비도시락(이상 1만원) 등이다. KTX의 경우 예약하면 승무원이 자리까지 가져다준다. 제육볶음과 떡갈비도시락은 온라인에서도 예약할 수 있다. ●에버랜드 장미축제 내일 개막 에버랜드가 27년 전통의 ‘장미축제’를 11일 연다. 총 850여종, 100만 송이의 장미를 선보인다. ‘존 F 케네디’ 등 희귀종도 다수 포함됐다. 장미축제와 함께 밤 10시까지 야간 개장도 시작한다. 11~20일 ‘로즈데이 야간 커플권’도 선보인다. 4만 6000원(2인 기준). ●롯데월드 ‘뽀로로 파크’ 오픈 이벤트 롯데월드는 ‘뽀로로 파크’ 오픈을 기념해 11일까지 어른 무료 입장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사용하던 장난감을 뽀로로 파크에 기증하면 상품 구매 시 10% 할인받을 수 있다. 뽀로로파크는 오전 10시~오후 8시 운영(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되며 기본 이용 시간은 2시간이다. 어린이 2만원, 어른 1만원이며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입장해야 한다. ●오션월드 새달 1일까지 할인행사 오션월드(www.daemyungresort.com/vp)가 다음 달 1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초등학생은 일~금요일 2만원(토요일 2만 2000원), 중·고·대학(원)생의 경우 동반 1인까지 일~금요일 2만 5000원(토요일 3만원)이다. 구명조끼(5000원)는 무료다. 생일자와 여성, 군인 등도 할인된다. 1588-4888. ●테마파크 ‘원마운트’ 아이디어 공모 내년 5월 경기 일산 대화동에 문을 여는 테마파크 ‘원마운트’가 놀이 아이템 101가지를 공모한다. 접수는 6월 8일까지이며 대상 1팀에 350만원 등 푸짐한 상품을 준다. 수상자 전원에게 정규직 공채 시 가산점도 부여한다. 홈페이지(www.onemount.co.kr) 참조. (031)905-5444. ●이천도자기축제 생일·다자녀 이벤트 이천도자기축제는 오는 20일까지 생일을 맞은 내방객 가운데 선착순 50명, 세 자녀 이상 가족 가운데 선착순 50가구에 각각 도자 체험 이용권을 제공한다. 홈페이지(www.ceramic.or.kr)에서 신청 내역을 프린트해 운영본부에 제출하면 된다.
  • 투명망토 현실화할 ‘비대칭 물질’ 만들어

    투명망토 현실화할 ‘비대칭 물질’ 만들어

    국내 연구진이 영화 ‘해리포터’ 속에 등장하는 투명 망토 및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기에 잡히지 않는 군사적인 은폐 기술(스텔스)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비대칭 금속 나노 입자를 대량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강태욱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유럽의 전통 요리 중 하나인 ‘퐁뒤’를 먹는 방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용액 속에서 대칭이 깨진(비대칭) 금속 나노 입자를 대량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는 광학 특성을 이용한 질병의 조기 진단과 빛을 이용한 질병 진단과 치료 등 의학 분야에 쓰일 전망이다. 연구 결과는 나노과학 분야 권위지인 ‘나노 레터스’ 최신 호에 실렸다. 강 교수팀은 용액 속에서 금(Au)과 폴리스타이렌 나노 입자를 각각 하나씩 한 쌍으로 붙여 혼성 나노 입자를 합성한 뒤 금만 과도하게 성장시킨 용액을 찍어서 금속 나노 입자의 대칭을 깨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스타이렌은 열가소성이 있는 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생활용품·장난감·전기전열체 등의 케이스와 포장재로 사용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기상캐스터, 절대 녹색옷 입으면 안되는 이유는?

    기상캐스터, 절대 녹색옷 입으면 안되는 이유는?

    미국의 한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오늘의 날씨를 소개하던 기상 캐스터의 몸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폭스2(Fox2)채널의 기상캐스터인 제시카 스타르는 최근 생방송에서 초록색의 무늬가 없는 심플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 결과 옷이 감싸고 있지 않은 얼굴과 팔 등만 화면에 나타나고, 나머지 신체 부위는 투명하게 처리돼 촬영 현장에 있던 진행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제시카가 초록색 옷을 입고 크로마키 앞에 섰기 때문인데, 초록색 옷 위에 기상정보 이미지나 동영상이 투과되면서 그 앞에 선 사람이 투명인간으로 변하는 시각적 ‘효과’를 낳는다. 일반적으로 그린 또는 블루 컬러는 사람의 피부색과 가장 무난하게 어울리기 때문에 많은 옷들이 이 컬러들로 제작되지만, 기상캐스터라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제시카는 자신의 사라진 몸을 모니터로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짓다, 이내 적응한 듯 장난을 치며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겼다. 이 장면은 방송사고가 아닌,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크로마키는 텔레비전 카메라의 적·녹·청 3원색 신호를 이용한 화상합성 특수기술로, 기상안내 프로그램 뿐 아니라 영화 속 특수장면을 찍을 때도 널리 사용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두산 니퍼트·프록터 전담 통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

    두산 니퍼트·프록터 전담 통역사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야말로 ‘야구 전성시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불꽃 튀는 순위 경쟁과 각본 없는 드라마가 지난 시즌보다 더 많은 관객몰이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왕들의 귀환’을 무색케 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인다. 롯데 자이언트의 쉐인 유먼과 라이언 사도스키, SK 와이번스의 마리오 산티아고 등과 더불어 주목받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두산 베어스의 더스틴 니퍼트와 스콧 프록터. 하지만 이들이 낯선 타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있기까지 24시간 그들의 눈과 귀와 입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외국인 선수 전담 통역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잠실대첩’ 첫날이었던 지난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수 전담 통역사인 남현(33)씨를 만나 야구를 향한 열정과 외국인 선수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어봤다. Q.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하며 5년 정도 생활했다.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 관련된 직장을 찾다가 2009년 12월 SK 와이번스에서 외국인 선수 통역을 시작하면서 야구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Q. 두산 베어스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맡고 있는지? -두산 베어스의 선수 스카우트 팀과 함께 외국 선수들의 리스트를 뽑는 일부터 협상, 통역까지 외국인 선수와 관련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Q. 외국인 선수(프록터와 니퍼트)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키거나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가족과 함께 하는 일정 등을 대부분 챙기고 있다. 매니저와 비슷한 개념이다. 니퍼트 가족 3명, 프록터 가족 6명 등 10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한국 생활을 가장 근거리에서 책임지고 있다. 선수들이 쉬는 날이면 가족들과 놀이공원에 가거나 가까운 대형마트에 가고 싶어 할 때도 동행한다. Q. 외국인 선수 통역사로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평일에는 12시에 출근한다. 선수들이 1시 정도에 나오면 훈련 스케줄을 전달한다. 훈련하는 내내 곁에서 통역하며 돕고, 이후 치료실에 갈 일이 있으면 역시 동행한다. Q. 니퍼트와 프록터의 가장 가까운 한국 친구로서, 평소 두 사람의 성격은 어떤지? -니퍼트는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 소소한 장난을 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생활을 프록터보다 오래해서인지,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도 이미 이해하고 있다. 프록터는 남자답다. 군인같은 면이 있어서 종종 어린 후배들을 ‘집합’시켜 다양한 조언을 해준다. 어린 선수들한테 유독 잘 하는 편이라 후배들로부터 ‘프록터에게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좀 물어봐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는다. Q. 훈련이나 경기 중 두 선수의 특징은? -니퍼트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 심리적인 안정을 상당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심각한 이야기는 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프록터는 마무리 투수여서 더 긴장하는 면이 있지만 언제나 웃으면서 경기를 하는 특징이 있다. 내가 운이 좋아서 참 착한 외국인 선수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외국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잘 안 어울리기도 하지만, 두 선수는 한국 선수 뿐 아니라 음식도 차근차근 접하려는 노력을 한다. 프록터는 이제 피자 시켜주겠다고 하면 그냥 한국 음식 먹겠다고 한다.(웃음) Q. 외국인 선수와 함께 지내며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면? -니퍼트는 한국생활에 거의 적응한 편이다. 최근에는 우연한 기회에 친동생이 니퍼트 가족에게 한글을 가르치게 돼서 더욱 가까워졌다. 니퍼트 역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어서, 이제는 경기장 내에 붙은 광고판도 한글도 하나씩 읽는 수준이 됐다. 최근에는 당구장에서 당구치는 법을 알려줬다. 외국에서는 포켓볼을 주로 치다 보니, 사구 치는 법을 모르더라. Q. 문화적 차이 때문에 곤란했던 적은 없었나? -외국 선수들은 개인 훈련을 많이 해 왔지만, 한국 선수들은 단체 훈련을 많이 하는 편이다.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 내가 잘 설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Q. 두 선수가 유독 관심을 가지는 팀이 있나? -롯데 자이언트와 경기를 하면 신나한다. 응원가가 재미있다며 노래도 따라하곤 한다.(웃음) 롯데 선수들 특유의 공격적인 면이 그들의 경기 스타일과 잘 맞는 점도 있다. Q. 외국 선수들의 통역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와, 힘들다고 느낀 때는? -아무래도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면 보람을 느낀다. 또 TV로 보고 응원만 했던 선수들을 직접 만나고,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하지만 쉬는 날에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야 할 때는 ‘가끔’ 힘들기도 하다. 쉴 틈이 없다는게 가장 큰 단점이다. Q. 프록터, 니퍼트 선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한국 약도 잘 맞지 않는다. 병원에 가도 의학적인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주사 하나를 맞는 것도 일일이 자신의 미국 에이전시에게 전화해 물어보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 ※외국인 야구 선수 통역사는? 두산 베어스처럼 선수 스카우트와 통역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단이 있고, SK처럼 통역만 담당하는 구단이 있는 등 임무가 다소 다르다. 대부분은 행정적으로 외국인 선수 관리부터 리스트업 협상의 중간자적 역할을 많이 한다. 두산 베어스의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메일과 전화로 이 일에 대해 문의해 오고 있다.”면서 “학생, 직장인 등 직종도 다양하고 이 일을 원하는 사람의 수도 많지만, 한정된 자리다 보니 추가 선발이 다소 어렵다.”고 설명했다. 글·사진=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7일 TV 하이라이트]

    ●별도 달도 따줄게(KBS1 밤 8시 25분) 해병 전우회 모임에서 자식들 자랑에 침이 마르는 만호. 하지만 그 시간 첫째 아들 진우는 수술 공포증으로 수술실에서 큰 실수를 하고 있고, 둘째 아들 진구는 공사 중에 한판 싸움이 붙어 경찰이 출동한다. 한편 엄마 영선의 생일 파티 겸 새로운 케이크 론칭 행사 시간에 늦은 채원은 드레스를 입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지고 만다. ●월화 드라마 사랑비(KBS2 밤 9시 55분) 준과 인하의 관계를 알게 된 하나는 그동안 준이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리고 하나는 자신에게 차갑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준이 가엽기만 하다. 준도 엄마의 행복과 자신의 사랑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하나를 지켜보는 게 괴롭다. 한편 인하는 윤희에게 청혼을 한다. ●스탠바이(MBC 밤 7시 45분) 방송사고의 종결자인 진행에게 저녁 뉴스 앵커의 기회가 찾아왔다. 진행은 생각지도 않았던 저녁 뉴스 앵커 후보로 거론되면서, TV11 간판 아나운서인 석진과 정면승부를 하게 된다. 한편 다시 뉴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진행과는 달리, 석진은 만만하게만 봤던 진행과의 경쟁에 점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백세 건강스페셜(SBS 낮 12시 30분) 발은 체중을 지탱하면서도 우리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특별한 구조물이다. 그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 우리의 발은 28개의 작은 뼈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 뼈는 100개가 넘는 인대와 20개가 넘는 근육들로 채워져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족부질환의 종류와 증상, 치료법에 대해 명의를 모시고 집중적으로 알아본다. ●달라졌어요(EBS 밤 7시 35분) 하랑이는 밥 한 번 먹는데 1시간은 기본이다. 옷을 갈아입을 때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장난만 쳐서 엄마 속을 태운다. 여느 엄마라면 화를 낼 법도 하지만 엄마는 좋은 말로 하랑이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다섯 살이 되면서 자기주장이 강해진 하랑이는 고집을 피우고, 신경질적인 말투로 반항하는데….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도심의 가로수 보호판이 사라진다는 사건이 접수됐다. 다양한 사건을 맡아온 형사들에게도 생소한 절도사건이었다. 없어진 가로수 보호판은 모두 77개, 시가로 총 1000여만원에 달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되는 수목 보호판을 노리는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 형사들은 끈질긴 잠복 끝에 진범으로 추정되는 용의자를 발견한다.
  • 어린이 벼룩시장

    어린이 벼룩시장

    6일 농협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에서 열린 제4회 ‘어린이 벼룩시장’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집에서 쓰던 책과 장난감 등을 서로 바꾸거나 싼값에 팔고 있다.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남자들이 철없는 이유, ‘맨업’에 있다

    남자들이 철없는 이유, ‘맨업’에 있다

    남자들이 나이를 먹어도 아이 같은 이유를 케이블채널 폭스라이프가 미국드라마 ‘맨업(Man Up!)’을 통해 밝힌다. 5일 밤 9시 국내 처음 방송하는 로맨틱 코미디 ‘맨업’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립한 30대 남성들로 이뤄진 키덜트족(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말)의 이야기다. 시트콤 ‘맨업’에 등장하는 소심한 남자, 제멋대로인 남자, 감성적인 남자 등 3가지 유형의 남자들을 통해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도 철없는 이유를 알아본다. 첫째, 아이들처럼 장난감에 빠져 지낸다. 최근 왕성한 구매력을 가진 키덜트족들이 피규어나 만화책 등을 수집하면서 새로운 문화 소비자로 부상하고 있다. ‘맨업’의 주인공들 역시 콘솔형 게임기인 엑스박스 삼매경에 빠져있거나 스타워즈 광선검, 피규어 등에 몹시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전통적인 가구 형태가 해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30~34세 미혼 가구 비중이 89.3%에 달했다. 시트콤 ‘맨업’의 남자 주인공들도 각각 유부남, 이혼남, 싱글남이다. 이들도 일반적인 형태의 가족을 꾸리는 것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즐기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남자들이 많아지면서 패션, 뷰티 등의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시트콤 ‘맨업’에서도 특정 브랜드의 샤워 젤을 고집하다 아내에게 핀잔을 맞거나, 지나치게 화장에 치중해 동성애자로 오인 받는 장면이 등장해 폭소를 유발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 화장품 시장은 매년 평균 15%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는 남성들도 2008~2010년 새 매년 평균 11% 증가했다. 한편 ‘맨업’은 철없는 남자들의 로맨틱한 사랑 도전기를 그린다.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방송. 사진=폭스라이프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반쪽·위조·장난감지폐까지… 버스 부정운임 3개월간 358건 적발

    반쪽·위조·장난감지폐까지… 버스 부정운임 3개월간 358건 적발

    서울 시내버스 요금함에서 반쪽 지폐(위)와 장난감 지폐(아래)는 물론 위조 지폐(가운데)까지 발견되면서 서울시가 집중 단속에 나섰다. 위조 지폐에 대해서는 법적 처분을 하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3월 시내버스 부정 운임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358건의 부정 운임 사례를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시는 승객들의 부정 운임 사례가 적지 않다는 운전기사들의 지적에 따라 처음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시에 따르면 3개월간 발견된 부정 운임 사례 중에는 반으로 찢은 1000원권 지폐를 몰래 요금함에 넣는 사례가 35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00원권을 컬러복사기로 위조한 위조 지폐 3건, 장난감 지폐·외국 지폐가 2건으로 나타났다. 월별로는 1월 115건, 2월 105건, 3월 138건 등이다. 버스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월 10건 안팎에 불과했다. 시는 반쪽 지폐가 매달 100장 이상 꾸준히 나오는 데다 위조 지폐 또한 특정 노선이나 시간대에서 여러 차례 발견됨에 따라 의심되는 노선·시간대에 인원을 집중 배치해 단속하고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위조 지폐 등에 대해서는 법적 처분을 하는 방안을 경찰과 협의 중이다. 화폐를 위·변조하거나 이를 사용할 경우에는 ‘형법’에 따라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을 받는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박경환 시 버스정책팀장은 “버스 운임으로 ‘위조 지폐’ 등을 사용하는 비율은 매우 낮지만 이는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라면서 “다음 달부터는 부정 운임 지불뿐만 아니라 교통카드를 미리 찍는 행위, 운임에 못 미치는 개수의 동전을 내는 행위, 뒷문으로 승차해 운임을 지불하지 않는 행위 등에 대해서도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77) 경북 구미 독동리 반송

    길가에 늘어선 개나리 노란 꽃이 지고 뒷동산 관목 숲에 다문다문 피어있던 진달래 붉은 꽃도 어느 틈에 낙화를 마쳤다. 살랑이던 바람결에 더위가 끼어들고 5월의 태양에는 여름 뙤약볕의 이글거림이 담겼다. 나무 그늘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기후 변화는 농부들의 손길에도 경황이 없게 했다.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다는 게 우리 기후의 특징이었건만 이제 초등학교 교과서도 부분 수정이 필요하지 싶다. 햇살 따갑고 이마엔 땀이 흐르지만 농부들은 태양과 더운 바람에 정면으로 맞서 들녘으로 나서야 한다. 언제나처럼 볍씨를 모판에 파종하는 일에서 한 해 농사가 시작된다. ●옛날 나무 옆에 빨래터… 땡볕 땐 쉼터로 경북 구미 옥성면 독동리 마을의 중심인 큰 나무 그늘 아래에 마을 농부들이 모였다. 일흔을 넘나드는 일곱 할머니들이다. 청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라 해 봐야 파종기 작동을 맡은 올해 쉰여섯 살의 조필형(56) 이장 정도다. 나무 그늘에 모여 앉아 새참을 마친 할머니들이 일손을 멈추고 파종기 곁에 흩어져 아무렇게나 주저앉았다. 파종기가 고장을 일으킨 탓에 망중한의 짬이 생겼다. 덕분에 바쁜 일손의 농부들과 나무를 둘러싸고 이어온 마을 살림살이 이야기를 넉넉하게 나눌 수 있었다. 나무는 우리나라의 모든 반송 중 가장 아름답다 할 만한 몇 그루 가운데 하나인 천연기념물 제357호인 구미 독동리 반송이다. “옛날엔 이 나무 곁으로 개울이 흘렀어요. 마을 여자들은 죄다 여기로 빨래하러 나왔죠. 하기야 뭐 빨래만 했나. 큰 나무가 있어서 그늘이 좋으니 햇살 뜨거우면 자연히 지금처럼 나무 그늘을 찾아와 쉬곤 했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나서 나무 주위에 낮은 울타리를 만들어 놓긴 했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건 나무 아래예요. 방금 전에도 나무 아래에서 새참을 나눠 먹었어요.” 어린 시절에 이 마을로 시집 와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정씨 할머니는 독동리 반송의 오래된 벗이다. 개울가 빨래터에 빨래 바구니를 이고 나오던 그 시절에도, 모내기 준비로 나온 지금도 정씨 할머니는 마을에 이만큼 훌륭한 나무가 있다는 것이 좋기만 하다. 이 마을에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고까지 덧붙인다. 파종기를 고치려 애쓰던 조필형 이장은 결국 파종기를 자동차에 실었다. 가까운 농기구 수리점에 가서 고쳐올 요량이었다. 조 이장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할머니들의 나무 이야기는 더 넉넉해졌다. ●가지 부챗살처럼 퍼져… 높이 13m 넘어 “저 나무는 이장 댁 조상이 심은 나무예요. 몇 살이나 된 나무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되게 오래됐다고 하죠. 또 반송 중에서 저렇게 크고 예쁘게 퍼지는 나무로는 우리나라에서 첫손에 꼽힌답니다.” 소나무의 한 종류인 반송(盤松)은 하나의 줄기로 뻗어 오르는 소나무와 달리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지는 특징을 가져서 줄기와 가지가 구별되지 않는 나무다. 대개는 크게 자라기보다 부챗살 펼치듯 넓게 퍼지며 아담한 크기로 자란다. 가지의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서 ‘천지송’(千枝松) 혹은 ‘만지송’(萬枝松)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아름다운 생김새가 보기 좋아 우리의 옛 선비들이 정원수로 키웠을 뿐 아니라 조상의 무덤을 꾸미기 위해서도 심어 키운 나무다. 크게 자라지 않는다는 특징에 비춰 보면 구미 독동리 반송은 키가 큰 편에 속한다. 뿌리 부분에서부터 줄기가 10여개로 나뉘며 넓게 퍼져서 전형적인 반송의 형태를 가진 이 나무의 키는 13m를 넘는다. 키만으로는 이보다 훨씬 큰 반송이 있지만 독동리 반송만큼 풍성한 가지를 가진 아름다운 반송은 흔치 않다. “큰 나무이지만 전설로 전해오는 옛 이야기는 없어요, 당산제도 안 올리죠. 그래도 여느 마을의 당산나무 못지않게 정성으로 아끼는 나무죠. 천연기념물이 되고 난 뒤로 주변에 집도 지을 수 없게 됐지만 우리 나무를 잘 지키려는 건데 뭐 나쁠 것 없죠. 나라에서 나무를 잘 돌봐 주고 때맞춰 영양 주사까지 놔주는 보물이에요.” ●나무 보호에 정성… 때맞춰 영양주사 독동리 반송은 마을에서 잘 지키는 나무여서 특별한 관리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나무다. 또 스스로 제 몸을 지킬 만큼 긴 세월의 풍진을 모두 이겨낸 연륜 깊은 나무다. 문화재청의 나무 관리는 나무의 자연 치유력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사람의 마을을 지켜달라는 뜻일 뿐이다. 고장난 파종기를 고치러 떠났던 조 이장은 금세 돌아왔다. 모판의 파종 준비에 마음이 바쁜 농부 할머니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무가 있는 땅 주변이 모두 우리 밭이에요. 오래전에 우리 조상 한 분이 밭 한가운데에 심은 거죠. 천연기념물 지정과 함께 주변 보호구역을 나라에서 매입한다고 했지만 제 아버지께서 안 파셨어요. 대대로 물려온 땅이니까요.” 모판 위에 볍씨를 고르게 흩뿌리고 고운 흙을 한 꺼풀 덧씌우는 파종기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조 이장은 안도하는 표정으로 나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굽은 허리의 할머니 농부들도 제가끔 맡은 역할로 바빠졌다. 한쪽에서는 모판을 파종기에 밀어넣고 반대편에서 대기하던 할머니는 파종기에서 밀려 나오는 모판을 경운기 위에 차곡차곡 쌓는다. 덜거덕거리는 파종기 소음 사이로 흩어지는 할머니들의 차진 수다가 정겹다. 파종기 핸들을 돌리는 조 이장의 너털웃음이 간간이 끼어든다. 독동리 반송의 봄 풍경이 풍요롭다. 나뭇가지 아래로 드리워진 그늘엔 벌써부터 가을 들녘의 황금빛이 얼비친다. 할머니들의 깊이 팬 주름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 따라 나무가 방긋 풍년을 예감하는 미소를 던진다. 글 사진 구미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 중부내륙 고속국도의 선산나들목으로 나가서 선산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3㎞ 가면 선산읍 서쪽의 이문삼거리에 닿는다. 읍 외곽으로 난 오른쪽 도로를 이용해 1.2㎞ 더 가면 단계천이라는 개울을 만난다. 개울을 건너자마자 우회전하여 2.2㎞ 직진해 낮은 고개를 넘은 뒤 길가 왼편 들판 가장자리에 서 있는 아름다운 생김새의 독동리 반송을 만나게 된다. 나무 주변에는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지만 비교적 한산한 도로여서 길 가장자리의 여유 공간에 자동차를 세울 수 있다.
  • ‘진짜같은 가짜’ SNS 괴담 꼬리 무는데… 처벌규정 없어 무차별 양산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에 살인마가 돌아다녀요.”, “강동구에 할머니를 앞세운 인신매매단이 출몰해 여고생들을 납치해 가고 있습니다.”, “경기 수원역에서 한 남성이 살해됐습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이런 괴담들이 잇따라 퍼져 나갔다. 살인마의 인상착의부터 인신매매 현장 목격자의 증언까지 오르는 등 내용도 사실적이다. 심지어 시신을 옮기는 장면을 담은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집 밖에 나가기가 무섭다.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시민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진짜 같은 가짜였을 뿐이다. 연신내 괴담 소식에 경찰은 강력팀 형사 25명을 현장에 배치해 범인을 잡겠다며 진땀을 뺐지만 헛심만 썼다. 수원역 살인 괴담은 한 노숙인의 자살이 와전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내 ‘유언비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괴담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커져버린 SNS의 파급력만큼 괴담의 확산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한두 사람이 말하면 안 믿어도 여럿이 반복해서 말하면 믿게 되는 식이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잘못된 정보가 SNS의 강한 전파력 탓에 왜곡될 수 있으므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잇따르는 SNS 괴담이 수원 토막살인사건 등 흉흉한 사회 분위기를 악용한 ‘장난’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양치기 소년’ 효과다. 실체 없는 뜬소문에 연이어 헛탕만 치다가 막상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공권력이 이마저 괴담으로 여겨 안이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출동 소모비용이 엄청나며, 오인 출동으로 인한 경찰의 심리적 허탈감 또한 적지 않다.”면서 “혹시라도 실제 상황에서 괴담 학습효과로 인해 경찰이 느슨하게 대응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이 마땅치 않다 보니 괴담이 꼬리를 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해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현재 위헌 결정이 나 있는 상태다. 2010년 12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사건의 피고인 박대성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악의성이 없다면 법적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라면서 “허위정보 유포자 처벌에 대한 법적규정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도 “허위사실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를 사전에 규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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