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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언스 톡톡] 140세 전화 출생의 비밀

    [사이언스 톡톡] 140세 전화 출생의 비밀

    나는 누구일까요? 나이는 140세. 별명은 ‘악마의 발명품’. 이렇게 불리는 친구들은 나 말고도 많이 있지만 원조는 바로 나야.눈치 빠른 사람은 벌써 알아차렸겠지? 난 바로 ‘전화’야. 공식적으로 등록된 내 생일은 1876년 3월 7일이지. 나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특허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확히 태어난 날짜는 몰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1847~1922)과 엘리샤 그레이(1835~1901)가 서로 자신이 내 아버지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특허청은 벨이 내 아버지라고 손을 들어 줬지. 특허청에 등록된 내 이름은 전화가 아닌 ‘개선된 전신기술’이야. 진짜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건 내가 태어난 지 126년이 지난 뒤였어. 2002년 6월 미국 의회가 내 진짜 아버지는 벨이 아니라 이탈리아 발명가인 안토니오 메우치(1808~1889)라고 인정했다는 거야.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지만 나를 지금처럼 성장시켜 준 게 ‘특허 도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벨 아저씨라는 사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벨이 나를 세상에 처음 소개했을 때 사람들은 쓸모없는 것을 만들었다고 뒷얘기들을 했지. 그 당시에는 전신이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는 그저 값비싼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던 거지. 그렇지만 내가 특허청에 등록된 지 불과 10년 지난 1886년에는 미국 내 15만 가구가 전화를 소유하게 됐어. 최첨단 전화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지난해 기준 전 세계인의 36%가 갖고 있다고 하잖아. 저개발 국가와 영유아들을 제외한다면 전 세계 성인 모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내가 사람의 목소리를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음성을 전류나 전파로 바꿔서 전달하고 전파를 다시 음성으로 바꿔 주는 변환 기술 덕분이야. 벨이 특허를 받은 전화는 전자석에 전류를 흘려 주면 자석의 성질을 갖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자석식 전화야. 송화기에는 전자석과 얇은 철로 된 진동판이 있어서 여기에 대고 말을 하면 소리가 진동판을 흔들면서 유도전류를 만들지. 이 유도전류가 전선이나 전파를 타고 가서 수화기의 진동판을 움직여 소리로 재생시키는 거야. 스마트폰은 ‘손 안의 작은 컴퓨터’라고도 불리잖아. 스마트폰은 음성 전달이라는 고유한 기능보다는 메시지 전송, 음악 감상, 인터넷 검색 등 다른 기능으로 더 많이 쓰인다는 통계를 봤어. 심지어 나한테 중독된 사람들도 많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아무리 내가 좋다고 해도 하루에 한 시간만이라도 나보다는 사람을 만나고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해 보는 건 어떨까.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고장난 아파트 승강기에 한 달간 갇힌 뒤 시신으로 발견된 중국 입주민

     중국의 한 여성이 고장난 아파트 승강기에 갇힌지 한 달만에 시신으로 발견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즐기려고 안전규칙을 위반한 정비공들과 느슨한 법 집행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이다.  6일 중국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에 따르면 북부 시안에 사는 이 여성이 승강기에 갇힌 건 지난 1월 30일의 일이었다. 아파트 승강기가 고장 났다는 연락을 받고 나온 정비회사 직원 2명은 10층과 11층 사이에 멈춘 승강기를 향해 “안에 누가 있느냐”고 물어본 뒤 곧바로 전원을 꺼버렸다. 춘제 연휴 기간 큰 수리를 벌이지 않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이 승강기는 2월 말까지 그대로 방치됐다. 시신은 지난 1일 아파트를 찾아 승강기를 수리하려던 다른 정비공에게 발견됐다. 사망자는 아파트에 홀로 살던 43세의 중년 여성으로, 승강기 안에선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한 흔적들이 발견됐다.  사고가 난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아파트에는 2대의 승강기가 있었고, 이 중 1대가 한 달 전부터 멈춰 서 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정비회사의 실수로 이 여성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관계들을 체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7월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발판이 무너져 30대 여성이 추락사하는 등 다양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英찰스 왕세자 1949년 ‘아기 시절’ 모습 공개

    英찰스 왕세자 1949년 ‘아기 시절’ 모습 공개

    '영원한 왕세자' 라는 수식어로 유명한 영국 찰스 윈저 왕세자(67)의 아기 시절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왕실은 클래런스하우스(엘리자베스 여왕 저택) 트위터를 통해 찰스 왕세자의 한 살 시절의 모습을 영상으로 공개했다.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을 기념해 공개된 이 영상에는 당시에는 공주였던 엘리자베스 2세(89) 여왕과 비서, 그리고 아들 찰스 왕세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빛바랜 흑백 영상이지만 그 내용은 흥미롭다. 지금의 중후한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장아장 걸어다니며 장난치고 투정부리는 찰스 왕세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영상은 지난 1949년 클래런스하우스에서 촬영됐으며 3년 후 엘리자베스 2세는 만 25세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이 덕에 찰스 왕세자는 어린 나이에 왕세자로 책봉됐지만 무려 65년 째 왕위 계승 1순위만 지키고 있다. 지난해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국 군주 역사상 최장수 통치자(기존 기록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간인 2만 3226일 16시간 30분)로 이름을 올리며 전세계의 축하를 받았지만 찰스 왕세자는 진작에 최장기 영국 왕위 대기기간(59년 2개월 13일) 기록을 갈아치운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에게 붙은 고약한 수식어는 ‘잊혀진 왕자’, ‘비운의 왕세자’ 심지어 ‘직업이 왕세자’ 다. 이같은 달갑지 않은 별명에 영국민들의 동정심도 클 법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1981년 다이애나비와 결혼한 찰스 왕세자는 윌리엄 왕세손까지 낳으며 자신은 물론 왕실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이애나비와의 이혼과 그녀의 갑작스러운 죽음, 커밀라 파커볼스와의 불륜 등이 알려지면서 영국민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 특히나 최근에는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아들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심지어 조지 왕자와 샬럿공주까지 인기 ‘상종가’를 치면서 그는 더욱 ‘뒷방’으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그러나 찰스 왕세자는 왕세자로서의 본분은 다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송보급장교로 근무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해 6년간 해군장교로 복무한 그는 1976년 ‘프린스 트러스트’(Prince‘s Trust)를 설립해 수많은 자선활동을 벌여왔으며 현재 전세계 400여곳의 관련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다. 또한 말 많았던 파커볼스 콘월 공작부인(68)과 함께 살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멀티비츠 이미지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에 간 동물들… 공부할까 장난칠까

    [이주일의 어린이 책] 학교에 간 동물들… 공부할까 장난칠까

    동물 학교 한 바퀴·우리 집 한 바퀴/박성우 지음/박세영 그림/창비/104쪽·108쪽/각 1만 1000원 ‘수학 문제 풀 때는 팔이 없어서 못 푼다더니/급식 시간에는 여덟 개 팔로 얼른 먹고/흐물흐물 졸더니//학교 끝나니까/여덟 개 다리로 뛰어서 문방구에 1등으로 가네.’(문어는 못 말려) 50여 가지도 넘는 동물들이 왁자지껄 학교로 몰려왔다. 등교는 꼴찌여도 거꾸로 매달리기는 일등인 나무늘보, 늘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데 ‘여기가 학원이야, 여기가 학교야’ 대꾸하는 굼벵이, 받아쓰기 공책이고 스케치북이고 먹어 치우기 바쁜 염소…. 박성우 시인은 그림 동시집 ‘동물 학교 한 바퀴’에서 동물들을 학교로 들여보내 이들이 짓까부는 모습을 시로 엮어냈다. 동물들은 허둥지둥 실수 연발이다. 배추흰나비는 책은 안 가져오고 공책만 펄럭인다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고슴도치는 가시에 닿아 자꾸 터지는 풍선 때문에 주눅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새 유쾌하고 씩씩하게 친구들과 어울린다. 동물들의 특성에 착안한 재치 있는 시들을 짚어 읽다 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이 설핏 보인다. 김제곤 아동문학평론가는 “동물과 친구가 되고 싶은 어린이의 마음을 자연스레 북돋우고 거기에 살포시 날개를 달아 주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동물 학교 한 바퀴’가 한바탕 익살을 풀어냈다면 함께 펴낸 ‘우리 집 한 바퀴’는 아이의 입말로 쓰인 서정시들을 소담스레 담아냈다. 엉뚱하면서도 당찬 9살 규연이네 가족의 일상을 시로 옮겼다. 툭툭 뱉어내는 듯하지만 어른이 흉내 낼 수 없는 통찰력이 깃든 아이의 말을 받아 적은 듯 순전한 언어들이 반짝인다. ‘뚜띠가 하도 낑낑 짖어 대서/마당에 나와 보니//지붕 위에 반달이 올라 있다//반달아, 순한 강아지니까/마당에 내려와서 놀아도 괜찮아!’(강아지와 반달) ‘엄마, 아빠랑 별을 보러 갔다.//우리가 별을 보려고 반짝이니까/별들도 우리를 보려고 반짝였다.’(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흡연자 살던 집, 당뇨병 유발…“제3의 흡연’

    [건강을 부탁해] 흡연자 살던 집, 당뇨병 유발…“제3의 흡연’

    이제 집을 구할 때 전 주인이 흡연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이른바 ‘제3의 흡연’이 간과 폐에 해를 주는 것은 물론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흡연과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으나 제3의 흡연은 다소 생소하다. 제3의 흡연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때 그 유독 잔여물이 집안 가구, 카페트, 장난감 등에 달라붙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제3의 흡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약자인데 아기들의 경우 잔여물이 달라붙은 물체를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더욱 해롭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제3의 흡연의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흡연 잔여물이 남아있는 공간에 쥐들을 넣어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 밝혀진대로 간과 폐의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상처 치료가 둔화되거나 과잉행동을 보이는 현상도 발생했다. 여기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인슐린 저항성이 야기돼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제2형 당뇨병은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병한다. 국내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제1형과 달리 성인에게 주로 발병한다. 연구를 이끈 마누엘라 마르틴스-그린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잔여물은 가구, 커튼 등 집안 곳곳에 남으며 심지어 2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노인들은 장기가 노화되어 있어 이같은 잔여물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입주하는 집의 전주인이 흡연자였다면 가구, 가정용품, 페인트, 배관, 환기시설 모두에 잔여물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3의 흡연에 대한 유해성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담배 연기에 노출된 가구 등이 직접흡연 만큼의 니코틴을 방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와인 곁들인 저녁, 요리책 옆 음식재료… 생활을 파는 책방

    와인 곁들인 저녁, 요리책 옆 음식재료… 생활을 파는 책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피로감은 독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한다. SNS의 뉴스피드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보여 주는 새소식은 무척 피로하다. SNS는 감정 해소를 하듯 정제되지 않은 글, 자극적으로 제목이 편집된 뉴스들, 급기야 스폰서라고 표시된 광고 포스팅까지 쉴 새 없이 보여 준다. 어느새 SNS에서 읽는 재미를 상실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간다. ●영화·드라마 DVD도 대여… 새벽 2시까지 운영 올해 초 도쿄의 다이칸야마에 쓰타야서점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에 도쿄로 날아갔다.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최고경영자(CEO) 마스다 무네아키가 자신의 저서 ‘지적자본론’에 담은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해 운영하는 서점이다. 그가 주창한 지적 자본의 개념대로라면 이 서점은 그저 짧은 시간에 1400여개의 매장과 5000만명의 회원을 지니고 있다는 통계 수치, 성공 스토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 서점을 찾는 사람들 각자의 개인적 감상이 쌓이고 모여 또 다른 문화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서점의 자랑이고 사회적 가치다. 과거 일본 유학 시절 쓰타야는 동네마다 있었던 비디오 대여점에 불과했다. 보잘것없는 이들 비디오가게를 마스다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차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고, 새로 나온 음반을 들어 보고, 흥미로운 주제를 다양하게 다룬 책들을 한자리에서 읽을 수도 있었다. 큰 서점이지만 곳곳에 부드러운 조명을 활용, 특급호텔 로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안겨 줬다. 서점 곳곳의 휴식 공간들은 남들 눈에 띄지 않고 여유 있게 책을 보고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배치됐다. 책들 사이에서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할 수도 있고, 퇴근길에 오래된 영화나 드라마 DVD를 빌려 갈 수도 있다. 서점은 새벽 2시까지 운영된다. ●주제별 책 배치… 큐레이터 기획 전시 보는 듯 쓰타야서점의 책 배치는 마치 큐레이터의 전시 기획을 연상케 했다. 인문, 정치, 경영과 같이 도서관 분류의 배열이 아니다. 책은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담당한 직원이 큐레이터와 같이 그 분야의 책을 모아서 배치했다. 누가 이 부분을 담당했는지 직원의 사진과 이름이 소개돼 있었다. 각 코너는 하나의 기획특별전처럼 기획자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담고 있었다. 최근 관심을 가진 마음론에 관한 코너를 발견하고 무릎을 쳤다. 한국의 서점에서 마음론에 관한 책을 찾으려면 의학, 심리학, 경영학, 예술 코너들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이곳엔 하나의 코너에 마음론에 관한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모아져 있었다. 흥미진진하게 배열된 책의 제목을 살펴보니 내가 아는 책도 있었고, 전혀 모르던 책도 있었다. 30분 정도 책을 훑어보니 어떤 책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 고심하고 고심한 담당 직원의 노력과 내공이 느껴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주제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여성의 아름다움은 사라지는가’라는 코너다. 유명 배우의 사진집에서부터 여성학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모여 있었고, 이 책들은 서점을 찾은 이들에게 하나의 관점이 아닌 다각도의 시각과 생각을 갖게 했다. 돌이 갓 지났을 아이를 안고 앉아 책을 탐독하던 여성의 모습은 마치 책과 사람이 하나가 된 듯한 착각마저 갖게 했다. ●예술·디자인 서적 즐비… 문화 성장의 토대로 예술과 디자인 부문에서는 외국 서적을 즐비하게 갖추어서 온라인으로 살펴보기 어려운 것을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미술과 디자인 책은 도판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까닭에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예술가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책을 사서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서점에 가면 책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서점이 차세대 문화 성장의 토대가 돼 주고 있는 셈이다. 남자들의 로망이자 어른들의 장난감인 자동차 관련 서적 코너에서는 우선 엄청난 규모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마니아층의 끊임없는 지지가 바탕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한류 팬 등 겨냥 장르별 CD·잡지 꼼꼼히 갖춰 쓰타야는 원래 비디오와 CD 판매, 렌털 체인점이었다. 일본의 집들은 매우 비좁기 때문에 CD나 DVD를 사서 수집해 쌓아 두기도 어려웠고, 까닭에 렌털이 주류였다. 쓰타야 서점은 기존 사업을 버리지 않고 업그레이드시켰다. 영화와 드라마 코너에는 일본 영화와 외국 영화를 장르별로 정리해 배치했다. 인터넷으로 보기 어려운 영화들이 장르별로 모아져 있다. 틈틈이 본다면 관심 있는 장르의 영화를 섭렵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특별한 주제로 정리된 영화 코너엔 ‘컨시어지’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문화 안내자임을 자임하고 있는 것이다. 한류 팬들을 위해 한국 영화·드라마의 DVD, 한류 잡지까지 함께 보도록 한 배려에서는 마니아의 세계를 아는 서점의 통찰력이 느껴졌다. 음악 코너의 CD는 명불허전이다. 인터넷의 유튜브나 음원으로 쉽게 들을 수 있을 듯한 음악 CD도 장르별로 촘촘하게 갖추고 있다. 음악 CD는 헤드폰으로 들어 볼 수 있게 해 전혀 몰랐던 분야의 음악도 들어 보면서 뜻밖의 기쁨을 느끼게 했다. 적절한 가격에 고음질을 내는 각국의 헤드폰도 갖춰 놓아 직접 들어 보고 사갈 수 있게 했다. 음악 코너는 CD와 헤드폰을 파는 것이 아니라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희귀본 꽉 찬 레스토랑은 대중식당처럼 저렴 쓰타야서점 1관과 2관 사이에서 ‘라운지 안진’이라는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책장에는 고서 희귀본들이 즐비하다. 고급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에 가격은 대중식당과 같이 1만~2만원대다. 게다가 맥주와 와인까지 곁들여 주문할 수 있다. 멋스러운 의자와 테이블에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대화를 하는 사람,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 혼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와인 한 잔에 식사를 하면서 책, 영화,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삶이 풍요롭게 느껴졌다. 실제로 든 비용은 2만원 남짓이다. 일본의 좁은 주거 환경은 이런 풍요로운 공간으로 보완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경제의 저성장 속에서도 감성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면서 장수 시대를 즐기고 있다. ●서점 들른 젊은 층 일본 신성장 견인 주역으로 쓰타야서점은 책만 팔지 않는다. 책 사이로 생활용품들이 함께 비치돼 있다. 예를 들어 요리책 코너에는 ‘음식과 의료는 근원이 같다’는 작은 문구 아래 음식에 관한 책과 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재료들이 함께 배치돼 있다. 식재료들은 식료품 가게와 달리 책의 콘셉트에 맞게 장인의 숨결을 담은 것을 고른 듯했다. 일본의 음식 재료를 이렇게 홍보하고 알리다니 고도의 문화 홍보를 한 수 배웠다. 음식박물관을 만들 것이 아니라 서점에 음식 재료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는, 이 발상의 전환은 쉬운 듯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혁신이다. 문구 코너는 ‘이것이 일본’이라는 선전 문구를 붙여 두고 일본의 장인과 예술가들이 만든 상품을 다양하게 배치한 점이 독특했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가 즐비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었다. 일본은 저성장 시대의 출구를 감성의 지속 성장에서 찾고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을 주도한 단카이세대는 은퇴했지만, 나는 아직 건재하고 멋스럽다고 주장한다. 음악, 영화, 오토바이, 여행, 차, 요리 등 모든 라이프의 영역에서 취향의 만족감을 고도로 높여 가는 삶이다. 내면의 충만감은 사회적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성이 지속 성장의 열쇠라는 사실을 다음 세대에게 일깨워 주는 듯했다. 서점에 들른 젊은 층은 이런 감성을 토대로 일본의 새로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오랜 집단우울증을 털어내고 감성을 고도로 성장시키는 단계로 진입했다. 우리 대한민국도 이제 우울이나 ‘혼자’라는 문화 코드를 속히 털어내야 할 시점임을 말해 준다. 선승혜 아시아인스티튜트 문화연구수석·도쿄대 박사 ■쓰타야 서점은 1983년 1호점… 회원 4918만명, 33년 만에 점포 1444개로 늘어 쓰타야 서점은 1983년 히라카타의 1호점으로 시작해 2016년 현재 도쿄 다이칸야마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1444개의 점포와 4918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일본 대표적 오프라인 서점이다. 1999년 2만 2396개이던 서점이 2014년엔 1만 4241개로 줄어들 만큼 일본의 서점가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수년째 판매고 1위를 달리며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단순히 책이나 문구류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보다 풍성한 라이프스타일과 지적 자본을 제공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서점 안에 다양한 문화 공간을 배치하고 저렴한 렌털 서비스를 갖춤으로써 소비자들의 요구를 파고든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 [애니멀 픽!] 사자와 가족이 된 한 남자의 삶

    [애니멀 픽!] 사자와 가족이 된 한 남자의 삶

    한 남성이 사자들과 교감을 나누는 모습을 담은 인상적인 사진이 인터넷상에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진 속 남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자 전문가 케빈 리처드슨(42). 그는 자신을 ‘라이온 위스퍼러’라고 소개합니다. 라이온 위스퍼러는 사자를 뜻하는 라이온과 속삭인다는 뜻을 가진 위스퍼러의 합성어로, ‘사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과 사자의 공존을 담은 이 사진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 있는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사진작가 에이드리언 스테인(36)이 촬영한 작품입니다. 야생동물 보호론자이기도 한 리처드슨은 지금까지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자 보호의 필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사진작가 스테인이 함께 해 멋진 사진 작품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두 사람은 이번 촬영에서 한 장의 사진에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무엇을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촬영 작업은 리처드슨이 소유한 민간 수렵금지구역인 웰지다츠 프라이빗 게임 리저브(Welgedacht Private Game Reserve)에서 이뤄졌습니다. ‘라이온 위스퍼러’의 삶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죠. 사실, 리처드슨과 지내고 있는 사자들은 완전히 야생의 사자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작가나 일반인이 접근하기에 매우 위험한 존재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따라서 작가는 튼튼한 차 안이나 별도로 설치한 철조망 안에 들어가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처드슨만큼은 사자 무리와 함께 뒹굴며 장난치고 공놀이를 하고 보호구역 안을 자유롭게 걷습니다. 이는 리처드슨이 오랜 기간 사랑과 이해, 신뢰로 사자들을 대하고 유대관계를 발전시켰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실제로 수년 전 그는 자신과 생활하던 사자 중 한 마리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그 사자의 삶을 세세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야생동물 가운데 최상위 포식자로 여겨지는 사자. 우리는 아직 동물원이나 야생에서 이들을 볼 수 있지만, 다음 세대는 그림이나 사진, 영상 등을 통해서만 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기억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야생의 사자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만 마리에 달했지만 지금은 고작 2만 마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사진=Top photo/Barcroft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북극곰에게 산 강아지를 먹이로 던지는 러시아 남성

    북극곰에게 산 강아지를 먹이로 던지는 러시아 남성

    살아있는 개를 북극곰에게 던지는 충격적인 순간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최근 러시아 시베리아 최북동부 추코트카 해안의 한 가정집에 나타난 북극곰에게 개를 던지는 남성의 영상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영상에는 북극곰에게 허름한 창고 주변에 출현한 북극곰의 모습이 보인다. 한 남성이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끌고 간 뒤, 창고 아래 북극곰에게 던진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른다. 북극곰 코앞에 떨어진 개는 기겁하며 북극곰을 피해 달아나지만 생사여부는 명확지 않다. 한편 영상 속 장소는 지난 2014년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북극곰에 공격당하는 러시아 여성의 모습이 포착된 곳과 동일한 곳으로 알려졌다. 북극해와 마주한 러시아 북부 마을엔 온난화로 북극의 얼음이 녹아 먹잇감인 물개가 사라지면서 북극곰들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사진·영상= 24/7 WorldBreakingNews-3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인간 잔인함의 끝은?’ 칼집 낸 살아있는 물고기에 술 먹이는 남성 ☞ 사람들 셀카 장난질에 숨을 거둔 어린 희귀 돌고래
  • ‘흡연자 살던 집’ 당뇨병도 유발…‘제3의 흡연’ 아시나요?

    ‘흡연자 살던 집’ 당뇨병도 유발…‘제3의 흡연’ 아시나요?

    이제 집을 구할 때 전 주인이 흡연자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돼야 할 것 같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이른바 ‘제3의 흡연’이 간과 폐에 해를 주는 것은 물론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흡연과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으나 제3의 흡연은 다소 생소하다. 제3의 흡연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때 그 유독 잔여물이 집안 가구, 카페트, 장난감 등에 달라붙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를 말한다. 특히 제3의 흡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노약자인데 아기들의 경우 잔여물이 달라붙은 물체를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더욱 해롭다.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제3의 흡연의 유해성을 입증하기 위해 흡연 잔여물이 남아있는 공간에 쥐들을 넣어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기존에 밝혀진대로 간과 폐의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상처 치료가 둔화되거나 과잉행동을 보이는 현상도 발생했다. 여기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은 인슐린 저항성이 야기돼 제2형 당뇨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 확인됐다. 제2형 당뇨병은 충분한 양의 인슐린이 체내에서 분비되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병한다. 국내 당뇨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제1형과 달리 성인에게 주로 발병한다. 연구를 이끈 마누엘라 마르틴스-그린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잔여물은 가구, 커튼 등 집안 곳곳에 남으며 심지어 20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노인들은 장기가 노화되어 있어 이같은 잔여물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입주하는 집의 전주인이 흡연자였다면 가구, 가정용품, 페인트, 배관, 환기시설 모두에 잔여물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3의 흡연에 대한 유해성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담배 연기에 노출된 가구 등이 직접흡연 만큼의 니코틴을 방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자치단체장 25시] 유종필 서울 관악구청장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언론인 10년, 정치인 20년 경력의 6년차 구청장이다. 빨간색, 보라색 등으로 염색한 머리 색깔과 여름이면 반바지에 잠자리 눈알 같은 파란색 렌즈의 미러 선글라스 차림으로 가끔 주민들을 놀래 주기도 한다. 외양만 파격적일 뿐 아니라 구민들을 위한 정책도 ‘용꿈꾸는 작은도서관’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도시’ ‘지식도시락 배달서비스’ ‘365 자원봉사도시 관악’ 등 재치와 배려가 넘친다. 억지에 가까운 민원은 “세종대왕이 관악구청장을 해도 그 문제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라며 단호하게 대처하지만, 대부분의 민원을 세종대왕처럼 슬기롭게 해결해 낸다. 신문기자 시절 그는 ‘머’로 불렸다. 재치 있는 농담을 잘해서 성과 합하면 ‘유머’가 그의 별명이었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군중을 웃게 하는 농담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민주당의 대변인으로 활약할 때도 그의 유머 감각은 빛을 발했다.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해 김한길 의원의 속마음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의 답은 이랬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겠습니다.” 경로당을 자주 찾는 그가 인사말로 꼭 꺼내는 농담이 있다. “저는 여당도 야당도 아니고 경로당입니다. 어르신 모시는 일에는 오로지 경로당만 있을 뿐입니다.” 여러 번 들은 말이라도 들을 때마다 어르신들은 박장대소한다.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여러 일을 하다 정치계에 뛰어들고서 낙천, 낙선을 다섯 번이나 겪은 끝에 “겨우” 구청장에 당선됐다. 대기업 사원, 기업 홍보실장, 공공기관장, 편집국장, 방송작가, 베스트셀러 작가, 방송국 사장 등 무수한 이력을 쌓는 중간중간 백수로 지낸 적도 많았다. 유 구청장이 던진 사표 숫자만도 7장이다. 감정적으로 던진 것은 아니었다. 첫 직장인 LG그룹 기획조정실은 ‘혼을 바쳐 일하는 기자’가 되고 싶어 나왔다. 한국일보 기자 시험에 합격해 3년간 다녔지만, 국민주주의 성금으로 한겨레가 창간되자 과감히 옮겼다. 5년간 일한 한겨레는 고(故) 송건호 전 한겨레 초대회장의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표를 던지고 떠났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사표를 던지고 엄청 고생이 많았다”며 “젊음은 용기와 배짱이 생명이니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사표를 던지면 더 좋은 길이 나타날 거란 무책임한 충고는 할 수 없다”고 ‘사표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했다. 유 구청장은 서울대와 함께 성장하는 도시인 관악구의 첫 서울대 출신 민선 구청장이다. 서울대 안에 경전철 역이 들어설 수 있도록 역할도 했다. 현재 역사 건설 비용을 놓고 서울대와 서울시가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서울대 캠퍼스를 지나는 경전철을 후보노선으로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고, 도시철도법상 2018년에 재검토하도록 법적으로도 조치했다. 삼성전자 연구소도 서울대와 협력해서 유치해 내년 1월 낙성대 주변에 연구원 1000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연구시설이 완공된다. 철학을 전공한 그는 50대 후반의 공무원이란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틀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종종 던진다. 선거운동을 하다 구청장이 뭐냐고 묻는 아이에게 “관악구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라고 대답했다가 “잘난 체하시네!”라는 핀잔을 들었다. ‘잘난 체하시네!’라는 제목으로 펴낸 구청장 선거 일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바라던 국회의원은 못 되고 국회도서관장이 되었을 때, 모두 “한직이지만 책이나 많이 읽다 와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직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서 세계의 위대한 도서관 50여곳을 탐방해 쓴 ‘세계 도서관 기행’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개정판까지 낸 ‘세계 도서관 기행’으로 아직 전국 곳곳에서 강연 요청이 오고, 인세 수입도 쏠쏠하다. 해외 도서관을 탐방하며 보고 들은 바를 관악구 정책에 접목시킨 것도 상당하다. 도서관에서 전문 직업 상담사가 취업정보를 제공하고, 각종 취업 관련 세미나도 여는 ‘잡 오아시스’는 뉴욕 공공도서관의 사례를 적용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카고에서 첫 직장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뉴욕 도서관의 직업정보센터의 힘이었다. 해외 사례는 물론 가까운 국내 사례의 잘된 정책을 빨리 도입하는 것이 그의 구정 경쟁력이다. 본격적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하면서 서울시 도시농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강동구도 이미 다녀왔다. 유 구청장이 관악구 공무원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좋은 것은 따라 하자’는 정신이다. 올해는 옥상텃밭, 상자텃밭, 자투리텃밭 등으로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 도시’에 이어 ‘걸어서 1분 거리 텃밭 도시’로 관악구를 만들 계획이다. 처음 도시농업 계획을 내놓았을 때 공무원들은 농사를 지을 땅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유 구청장은 공무원들에게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했다. 결국 공무원들은 여기저기서 노는 땅을 찾아왔다. 그는 “자치단체장의 역할은 ‘조물주’에 맞먹습니다. 구청장이 말을 하면 공무원들이 이뤄내니까요”라고 ‘구청장 조물주론’도 농담 삼아 곁들였다. 기초단체장으로서의 철학도 확고하다. 아무리 기초단체장이 주민 복지를 챙겨도 국가 안보가 불안하면 ‘지붕 새는 집’이라는 것이다. “국가 안보는 집으로 치면 기둥이자 지붕이고, 지방 자치의 복지는 아늑한 이불 덮고 따뜻한 밥상 차리는 문제 아니겠습니까. 기둥이 기울고 지붕이 새는 문제를 복지로 해결할 수는 없지요. 게다가 안보는 99%를 막아도 1%가 새면 문제입니다.” 지방 자치로 국민 불안을 잠재울 수 있어도 국가 안보는 1%의 빈틈도 메우겠다는 자세로 안정적 운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간 정치계에 몸담은 유 구청장은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치는 짧고 정책은 길다”라며 그동안의 경험을 담은 정치철학을 소개했다. 별 4개 단 장군도, 시민운동가도, 언론사 사장도, 앵커도 정치권만 가면 멀쩡하던 사람이 ‘건달’이 된다는 것이다. 자기 정책이 없고 누구 따라다닐까만 생각하다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 건달’이 되어버린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무역 폐지를 정치 목표로 삼고 20여년에 걸쳐 결국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유명 정치인 누구를 따라다닐까, 누구 눈치를 볼까에 집중하다 보면 장군도 정치계에서는 졸병이 되어버립니다. 자기 테마와 정책을 갖고 이 제도개선을 꼭 해야겠다, 작은 진보라도 이뤄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뤄야만 정치 건달이 되지 않습니다.” 정치권 20년 경험자의 ‘정치 건달 되지 않기’ 철학이다. 유 구청장이 올해 새롭게 구상 중인 정책은 ‘동물복지’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작되면서 인구 50만명인 관악구에서 4만여 마리의 반려견을 등록했다. 동물복지에 관한 책인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를 ‘관악의 책’으로 선정한 관악구는 반려동물에 관한 교육을 시작으로 다양한 반려동물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1인 가구가 많은 관악구를 포함해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필수적인 사회구성원이란 생각에서다. 반려동물을 돌보는 방법부터 이웃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예의 등을 가르치고 ‘애견 파크’와 같은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도 늘려 간다는 구상이다. 보건소에서 정육점 민원을 처리하던 수의직 공무원도 반려동물 업무에 배치했다. 정책 구상을 위해 사료업체 대표를 만난 유 구청장은 “15살짜리 개가 동물병원에서 곧 사망한다는 판정을 받았는데 주인이 정성으로 밥을 해 먹였더니 6년이나 더 살았다고 하더라”며 동물이 행복하면 사람은 더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도시농업, 동물복지는 모두 시대의 흐름을 읽은 구청장이 내놓은 정책이다. ‘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그가 세상을 바꿀 또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음악과 공학의 만남…2000개 구슬이 연주하는 매혹적 음악

    음악과 공학의 만남…2000개 구슬이 연주하는 매혹적 음악

    한 스웨덴 음악가가 제작한 목재 ‘음악 기계’가 네티즌들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IT전문지 씨넷 등 외신은 2일(이하 현지시간) 스웨덴 밴드 빈테르가탄(Wintergatan)의 리더 마르틴 몰린이 2000개의 쇠구슬로 음악을 연주하는 기계 ‘빈테르가탄 마블 머신’을 완성해 그 연주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업로드된 이 연주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 157만, 좋아요 10만 이상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끌고 있다. 영상에 담긴 곡은 몰린이 직접 작곡한 것으로, 제목 또한 ‘마블 머신’이다. 몰린의 기계는 여러 개의 쇠구슬을 정해진 경로에 따라 굴러가도록 만드는 공학 장난감 ‘마블 머신’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설계기간 2개월, 제작기간 14개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기계 측면에 위치한 크랭크를 돌리면, 물레방아 형태의 바퀴가 돌면서 쇠구슬들을 기계 상단부로 올려놓는다. 이 구슬들은 22갈래의 경로를 따라 내려와 떨어지면서 비브라폰, 전자드럼, 심벌즈, 전자 베이스 기타 등을 두들긴다. 혼자서 조작하는데도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나는 것은 이 덕분이다. 베이스 기타의 경우 왼손으로 지판을 직접 눌러주며 연주하게 된다. 이 때 쇠구슬이 떨어지는 시점은 연주하고자 하는 곡에 따라 재설정할 수 있다. 즉 하나의 노래만 연주하도록 고정된 기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몰린은 “악보 상으로 총 32마디를 반복해 연주하도록 돼있다. 기계에 설치된 레고 부품을 옮겨 끼우면 각 경로의 구슬이 떨어지는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몰린이 이렇게 ‘재 프로그래밍’ 가능한 음악 기계를 만들 수 있었던 것에는 컴퓨터로 작곡을 해왔던 지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어려서부터 컴퓨터로 미디(Midi) 음악을 작곡하며 자랐다. 요즘엔 다들 그렇게 작곡을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런데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프로그래밍 된 내용에 따라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기계를 많이 만들어왔다. 이를테면 교회 종탑의 바퀴달린 종들은 내가 만든 기계와 똑같은 원리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창문도 없는 공장 건물에서 이 기계를 제작해 온 몰린은, 포기할 뻔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몰린은 “기계가 완성될 것처럼 보일 때마다 새로운 문제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며 작업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이토록 갖은 고충 끝에 기계를 완성했지만 몰린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는 마블머신을 휴대하기 간편한 형태로 다시 만들어 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마블머신을 다른 장소로 옮기기 위해서는 해체 후 다시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몰린은 개조된 기계를 올 여름부터 시작될 투어 공연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유튜브/빈테르가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덩칫값 좀 하지” 장난감 자동차 몰던 美남성 체포

    “덩칫값 좀 하지” 장난감 자동차 몰던 美남성 체포

    올해 26세의 덩치 큰 미국 남성이 나이에도, 몸집에도 걸맞지 않은 미니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도로를 내달리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고 미 현지 언론들이 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州) 샌저신토 지역에 거주하는 데이비드 슈메이커(26)는 지난달 25일, 배터리 충전을 사용하는 핑크색 미니 장난감 자동차를 몰고 도로를 주행하다 출동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슈메이커는 주위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 작은 미니 장난감 자동차를 마치 자신의 승용차처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인터뷰에서 "그가 25km나 되는 거리를 이 장난감 차를 타고 와서 다시 돌아가곤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슈메이커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훔쳐갔다는 한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은 눈에 잘 띌 수밖에 없는 그를 한 도로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슈메이커가 전에도 여러 번 체포된 적이 있다"며 "덩칫값도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슈메이커와 친한 한 친구는 "그가 약간 성장 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한 비난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는 주위의 관심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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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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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서울포토] ‘우리도 학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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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서울 종로구 혜화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다. 2016. 3. 2.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28) 3D 프린팅 ① 패션을 출력하다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28) 3D 프린팅 ① 패션을 출력하다

    #1 아이리스 헤르펜과 입체 인쇄술(SAL)  2011년 <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50대 발명’에 네덜란드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인체의 골격을 형상화한 파격적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은 이 의상은 3D 프린터로 플라스틱을 녹여 한 겹 한 겹 쌓아 올린 것이었다. <타임>은 디자인과 3D 기술이 결합된 환상적인 패션이라며 격찬하였다. 가장 진보적인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그녀는 “3D 프린팅이 전통적인 패션디자인의 한계에서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라고 말한다. 옷감 대신 3차원 인쇄를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그녀는 20대에 이미 디자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 미국의 3D 시스템즈, 벨기에의 머티리얼라이즈 등과 같은 전문 3D 프린팅 회사와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그녀는 패션계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마그네틱 모션’ 컬렉션에서 니콜로 카사스와 함께 선보인 얼음조각과 같은 반투명의 크리스털 미니 드레스는 또 한번 패션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작품은 3D 시스템즈의 고성능 프린터인 ProX950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는데 기계 가격이 30만 달러가 넘는다. 3차원 스캔 데이터를 기본 모델로 하여 앞 판과 뒤 판을 따로 만들어 붙인 드레스는 출력에만 80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8시간 정도 수작업으로 마무리하여 완성된 이 옷의 가격은 수천 달러를 호가한다. 헤르펜이 작업에 사용한 방식은 미국의 척 헐이 개발한 적층 방식이었다. 3D 시스템즈의 창업자인 척 헐(Chuck Hull)은 최초의 3D 프린터 ‘STL1’을 세상에 내놓아 3D 프린터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다. 당시 가구회사에 다니던 그는 빛을 이용해 플라스틱 표면의 코팅제를 만들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빛을 받으면 딱딱해지는 액체 광경화 수지를 수조에 넣고 레이저를 쏘았더니 표면이 얇게 굳었다. 경화된 층을 아래로 조금 내려 윗면을 액체에 담근 다음 다시 원하는 모양으로 레이저를 스캔하였다. 이 과정을 반복하여 얇은 막을 겹겹이 쌓아 컵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하였다. 척 헐은 1986년 특허를 출원하고 3D 시스템즈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입체 인쇄술(stereolithography, SLA)로 불리는 이 방식은 해상도가 높아 세밀한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에 가격이 비싸고 현재 사용하는 폴리머 소재의 강도와 내구성이 좋지 않아 상용 제품에는 적합하지 않다. 2004년 SLA 방식의 특허가 만료되어 최근에는 저가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2 가루 옷을 입다(레이저 소결 SLS) 2013년 뉴욕에서는 모델 디타 본 티즈가 3D 프린터로 만든 고풍스러운 롱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디자이너 마이클 슈미트와 프란시스 비톤티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3D 프린팅 서비스 회사인 쉐이프웨이즈(Shapeways)에서 제작을 맡았다. 나일론을 소재로 만든 3000개의 조각이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움직임이 편하고 실제 착용할 수 있는 의상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해 겨울,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에서는 슈퍼모델 린제이 엘링슨이 천사 날개로 장식한 란제리를 입고 런웨이를 걸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트레이드 마크인 에인절 윙은 프랙털 모양으로 눈꽃을 형상화하여 3D 프린터로 제작되었다. 그녀는 날개와 왕관, 부츠에 수많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화려하게 장식하여 작품을 마무리하였다.  마침내 샤넬도 2015년 고급 맞춤복을 선보이는 파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3D 프린팅을 접목한 10벌의 재킷과 스커트를 선보였다. 샤넬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패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해야 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탑 속에만 있으면 잊힌다”라며 3D 프린팅이 패션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하였다.  이 세 명의 디자이너들은 액체 수지 대신 분말 소재를 사용하여 쌓아 올리는 ‘선택적 레이저 소결’(Selective Laser Sintering, SLS) 방식을 적용하였다. SLS 방식은 롤러나 블레이드로 분말을 얇게 깔고 그 위에 원하는 패턴으로 레이저를 조사한다. 여기에서는 SLA 방식보다 강력한 CO2 레이저로 재료를 녹이고 응고시켜 한 층을 만든다. 다시 분말을 깔고 레이저를 쏘는 과정을 반복해 한 겹씩 적층을 해나간다. 금속 분말을 주로 사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플라스틱이나 세라믹 계통의 소재도 사용할 수 있다. 강도가 높고 정밀한 프린팅이 가능하지만 고가의 레이저와 롤러 등이 필요해 장비의 가격이 비싼 편이다.  #3 패션과 글루건(용융 압출 FDM)  3D 프린팅은 전문가들의 영역만은 아니다. 최근 이스라엘 셴카 칼리지(Shenkar College)의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2014년, 런던의 3D 프린트쇼에서는 최종 12개 팀이 ‘올해의 패션 디자이너 상’(The Fashion Designer of the Year Award)을 두고 경합을 벌였다. 수상의 영예는 셴카 칼리지의 노아 라비브(Noa Raviv)에게 돌아갔다. 현실과 가상 세계가 혼재한 듯한 그녀의 졸업 작품 컬렉션인 ‘하드 카피’가 패션 업계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처음에는 자신이 디자인한 그리드 패턴과 기하학적 형상이 가상의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만들 수 없는 물체라고 생각했다. 결국 세계 최대 3D 프린터 회사인 스트라타시스(Stratasys)와 협업으로 그녀의 작품은 구현되었고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2015년에는 27살의 나이에 뉴욕과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며 화려하게 패션 본고장에 데뷔를 하게 된다. 이미 2016년 메트로폴리탄 모던 아트 전시회와 보스턴 박물관 전시까지 예약되어 있는 스타 디자이너로 떠올랐다.  일 년 뒤, 셴카 칼리지에 청출어람의 후배가 나타났다. 디자인학과 3학년 대니트 펠렉(Danit Peleg)은 3D 프린터로 졸업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당시 그녀는 3D 프린터를 접해본 적이 없는 문외한으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디자인 공유 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받아 아이디어를 더하고, 가정용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며 제작실에서 밤을 새웠다. 졸업을 하기 위해서는 9개월 내에 5종류의 의상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당장 소재부터가 문제였다. 기존에 사용하던 PLA 소재는 전분을 사용한 친환경 재료였지만 부서지기 쉬워 의상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수소문 끝에 고무 성질이 있는 필라플렉스를 찾아 제작을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속도가 문제였다. 그녀는 6대의 프린터를 구해 24시간 가동을 해 출력을 하고 퍼즐과 같은 조각들을 모두 이어 붙여야 했다. 작년 6월 작품을 완성하고 발표회를 하자 워싱턴 포스트, 블룸버그, 월스리트저널, 가디언, 엘르 등 전 세계 언론은 그녀에게 찬사를 보냈다. 펠렉이 세운 기록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최초로 가정용 3D 프린터로 의상 제작, 한 벌당 400시간씩 총 2000시간 출력, 3D 프린터 문외한이 9개월 만에 3D 패션 컬렉션을 열고 27살에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음”. 그녀는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머지않아 누구나 집에서 옷을 프린팅해서 입을 날이 올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3D 프린터는 플라스틱 재료를 녹여 치약처럼 짜면서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비이다. 20여 년 전 스캇 크럼프는 글루건으로 딸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주다 3차원 프린트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1989년 특허를 출원하고 아내와 함께 스트라타시스라는 회사까지 차렸다. 용융 압출 조형(Fused Deposition Modeling, FDM)으로 이름 붙여진 이 방식은 레이저와 같은 고가 부품이 들어가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2009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3D 프린터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짧은 시간에 패션 산업을 통해 대표적인 세 가지의 3D 프린팅 방식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3D 프린팅은 3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과대 평가되었다는 우려도 있다. 다음에는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김지연 R&D경영연구소 소장 jyk9088@gmail.com  <지난 칼럼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List.php?section=kimjy_it
  • [스타뷰] 10년 만에 14집 앨범 녹음하는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

    [스타뷰] 10년 만에 14집 앨범 녹음하는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

    청년들 직장 줄어들어 힘든 시기인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 위로했으면, 희망 줄 수 있다면… “좋아, 좋아, 좋아. 기분 조오타. 상원아, 고무신이란 노래 한번 해볼까. 베이스 원혁이 함 들어오고. 자, 기타도 좀 울리고. 스티브야 니 거기 있나. 장구 좀 땡겨 봐라. 바람 불어라…기타 소리 좋다. 기타 치는 거 어디서 배웠노, 혹시 니 보스턴 갔다 왔나. 크하하하.” 경복궁 옆 레코딩 스튜디오 오디오가이. 2월 중순의 쌀쌀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스튜디오 안은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68)의 14집 앨범 녹음 열기로 후끈했다. 한대수는 국내 정상급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이끄는 밴드(베이스 최원혁·드럼 스티브 프루이트)와 함께 초창기 명곡인 ‘고무신’을 녹음하고 있었다. 원래 노랫말을 이날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바꿔 부른다. 베이스 연주자의 이름이 입에 제대로 붙지 않아 녹음이 반복되기도 했다. 너털웃음이 터져나온다. “우리나라 첫 번째 랩이에요. 60년대에 이런 음악 없었어. 또 재미있는 점은 사투리가 녹음됐다는 거야. 그땐 쓸 수 없었지. 방송이 안 되거든. 크하하하.” ●고무신·애즈 포에버 등 리메이크… LP도 발매 한상원은 선배가 신명 나게 부를 수 있는 리듬을 찾았다며 펑키록과 레게, 두 가지 편곡 버전을 들고 왔다. 모두 덩실덩실 흥겨움이 넘쳐난다. 얼굴에 고민하는 빛이 살짝 스치더니 이내 싱긋 웃는다. “아까 록도 신나고 이번 레게도 흥겹고 재미있네. 둘 다 좋은데. 결정하기 힘들면 둘 다 넣지 뭐. 드럼에 한국적인 맛이 있네. 국악 레게야. 상원씨 연주도 장난 아닌데?.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야. 뷰티풀!”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호흡을 맞춰 ‘애즈 포에버’, ‘이프 유 원트 미 투’를 다시 불렀다. 영어 가사로 된 사랑 노래들이다. 워낙 오래됐다며 가사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고 녹음실로 들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하지만 녹음된 트랙을 모니터링할 때는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사운드 그레이트. 비오는 날 연애하기 딱 좋겠다. 무드가 있네. 앨범 정서에도 맞고. 머릿곡이 될 수 있겠는데? 남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조니 미첼, 존 바에즈 느낌이 나는데. 그런 뮤지션이 한국엔 없지.” 정규 앨범은 2006년 13집 이후 10년 만이다. 리메이크 앨범이다.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박준흠 사운드네트워크 대표가 기획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재조명하자는 취지로, 한대수가 그 시작이다. 이르면 5월 나오는 14집은 LP로도 발매될 예정이다. ‘고무신’이 두 가지 버전으로 담길 예정이라 모두 11개 트랙으로 구성된다. 이 중 2개는 LP만을 위한 트랙이다. 평전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특별 전시도 준비된다. 널리 알려진 곡만 담기는 식상한 앨범이 되지 않도록 선곡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 1집 ‘멀고 먼 길’(1974)과 2집 ‘고무신’(1975)에서 ‘물 좀 주소!’, ‘사랑인지?’ ‘고무신’, ‘희망가’가 뽑아져 나왔다. 세월을 건너뛰어 1989년 나온 ‘무한대’에선 ‘이프 유 원트 미 투’, 이듬해 4집 ‘기억상실’에서는 ‘헤들리스 맨’과 ‘아무리 봐도 안 보여’가 선택됐다. 9집 ‘고민’에선 ‘애즈 포에버’다. 평소 즐겨 부르는 팝의 고전 ‘그린 그래스 오브 홈’, ‘아 유 론썸 투나잇?’을 추가했다. 악기 구성은 최대한 단출하게 가기로 했다. 저마다 1~2곡씩 편곡을 맡아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하는 후배 뮤지션들도 쟁쟁하다. 한상원, 신윤철, 카스가 ‘하찌’ 히로부미(이상 기타), 이우창(피아노), 남궁연(드럼), 심성락(아코디언), 최고은(보컬), 캐나다 컨트리 싱어 피터 제임스 등이다. 사실 2006년 13집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다. 왜일까. “나이가 들면 창의성이 없어져요. 계속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 대가라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또 애를 키우니까 너무 피곤해. 음반 만드는 게 대단히 피곤하고 신경 쓰이는 작업이거든. 그리고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만큼 벌어들일 시장이 없어. 해외 록 스타들은 대통령 같은 대우를 받잖아. 그런 멋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게 전혀 안 돼. 안 되는 정도가 아니고 난 고시원(사실은 오피스텔) 월세도 못 낼 정도야. 으허허허.” ●“한국 떠난다는 얘기 나왔지만 꼭 그런 건 아니고” 생각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영국의 전설 데이비드 보위에게 책임을 돌린다.“처음엔 안 한다고 했거든. 그랬는데 데이비드 보위가 죽었어. 이글스의 글렌 프레이도 죽었지. 나랑 나이가 비슷해. 한번 가면 끝이야. 음악가가 유리한 건 있지. 음악이 남으니까. 건강할 때, 연주할 수 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지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이 나이에 앨범을 녹음하는 건 흔치 않아. 내 목소리가 얼마나 가려나? 한 1~2년 더 가려나?” 한대수는 연신 “원더풀”, “잘했어”, “양호” 등을 외치며 스튜디오 분위기를 띄웠다.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그런데 ‘양호’는 그의 늦둥이 딸에게 붙여준 이름이기도 하다. 잠시 쉬는 틈이 생기면 수시로 딸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와우, 정말 좋겠다!” 통화를 끝낸 한대수가 딸 이야기를 귀띔해준다.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는 데 3학년 올라가서도 같은 반이 됐다고 좋아하네요. 허허허.” ●“고독한 커피를 마시며 들을 수 있는 앨범 어때요” 딸의 교육 문제로 고민이 컸던 게 ‘한대수가 한국을 떠난다’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음악 활동을 중단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몸이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랴. “정확하게 계획이 잡힌 게 없지만 양호는 내 두 번째 고향인 뉴욕으로 유학을 보내든 내가 직접 데리고 가든 둘 중 하나는 할 거예요. 난 기타 한두 개, 카메라 두 개만 챙기면 되는 데 아직 집사람이 짐을 안 싸네. 하하하. 우리 교육이 너무 빨라요 .애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나게 해야 하는 데 그럴 시간을 안 줘. 정서적 손상이 있어. 오십아홉 살에 온갖 노력해서 가진 하나밖에 없는 딸이에요. 잘 키워야지. 으허허허. 고별이다, 한국 떠난다 이야기 나왔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뉴욕, 서울, 제주도 어디에서 머물든 목소리가 남아 있는 한은 음악을 할 거야. 음악을 하겠다고 인생을 바친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앨범.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랄까. “고독한 커피를 마시며 들을 수 있는 앨범 어때요. 앨범 제목을 고독한 커피라고 하면 되겠네. 으하하하. 나이 들어 바라보는 세상이 좀 슬퍼요. 뭐, 인생은 항상 슬프지만. 세상에 평화는 오지 않고 더 악해지는 것 같아. 경제 사정도 어렵지. 나 같은 늙은이도 먹고살기 힘들지만 젊은이들은 더 큰 문제잖아요. 직장도 자꾸 줄어들고. 어려운 시기이고 슬픈 시기인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했으면. 웃음도 주고. 아, 그래도 살아 있다, 살아 있는 것도 고맙다, 그런 느낌도 주고 싶고요. 젊은 음악인들에게 희망도 주고 싶고. 그랬으면 좋겠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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