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대화 재개… 남북협력 다리놓기/대북적십자회담 제의 배경
◎수해지원 메시지… 북 변화 유도/“이산가족 더 미룰수 없다” 적극해결 의지
강영훈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12일 조건없는 남북적십자회담 재개를 제의한 것은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우리측 정부와 민간의 합치된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공신력 있는 민간단체간의 대화를 재개해 당국자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보겠다는 정부의 희망도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강총재의 이날 대북 성명은 명분과 실리 모두를 겨냥하고 있다.즉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인도적 차원에서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된다는 당위론과 함께 이 문제 논의 과정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실리적 측면이 함께 고려된 것이다.
남북적십자회담은 지난 71년 8월부터 25년간 1백여 차례 진행됐다.하지만 85년 한차례 고향방문단을 교환한 이래 회담 자체가 중단상태다.
더욱이 92년 5월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노부모방문단 교환 합의가 이뤄지고 같은해 8월 남북교류·협력 부속합의서 채택에 따라 이산가족 문제가 적십자사에위임됐다.그러나 북측의 무성의로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산가족문제 해결이 답보상태인 근본 원인은 체제동요를 염려하는 북측의 회담 기피증에 기인한다.그럼에도 우리측이 총재 또는 부총재회동이라는 남북적십자사 지도부회담을 거듭 제안한 데는 그 만한 까닭이 있다.
첫째,이산가족 1세대 대부분이 70∼90대 고령자들이라 인도적 차원에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탓이다.강총재도 이날 『시간은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둘째,북한적십자회,나아가 북한당국이 다소간의 태도변화가 감지된다는 점이다.북측이 최근 집중호우로 서해상에 떠내려온 북한주민 시신 2구를 인도받기 위한 남북 적십자연락관 접촉에 응한 사실 등이 이를 말해준다.더욱 주목되는 점은 북측 스스로 서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남한 시신 1구를 6일 같은 방식으로 돌려보낸 사실이다.
이같은 태도변화는 악화일로에 있는 북한의 경제난,특히 2년 연속 수해로 말미암은 최악의 식량난과 무관치 않을 수도 있다.요컨대 수해지원을 요청하는 북한식 SOS일 수 있다는 얘기다.
강총재가 『남과 북의 적십자사 단체가 협력한다면 수재로 인한 북한동포들의 고통을 해소하는 일이 훨씬 더 용이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요컨대 적십자 채널간 대화의 불씨를 되살려 남북당국간 대화와 협력의 큰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게 우리측의 바람인 셈이다.
□남북적십자회담 주요일지
▲71.8.12=한적,남북적십자 회담 제의 성명
▲71.9∼72.8=판문점 예비회담 25회 개최
▲72.8∼73.7=남북적십자 회담 본회담 7회 개최
▲73.8=북한,모든 남북대화 중단 발표
▲74.7∼77.12=남북적십자 실무회의 25회 개최
▲77.12=북적,한미 연합군사훈련 「팀스피리트 78」구실로 실무회의 중단
▲84.9.29∼84.10.4=한적,북적 제공 쌀 시멘트 의약품등 수재물자 인수
▲85.5∼85.12=적십자 회담 본회담 3회 개최
▲85.9.20∼85.8.23=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 및 예술공연단 교환
▲86.1=북적,「팀스피리트」 군사훈련 구실로 본회담 중단 발표
▲89.1.24=한적,이산가족 소재확인을 의뢰하는 4천3백46명 명단 전달
▲89.9∼90.11=남북 적십자 실무대표 판문점 접촉 8회 개최.북측이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 서울 공연 고집해 결렬
▲91.8.12=한적총재,남북적십자 회담 제의 20주년 성명 통해 제11차 본회담개최 촉구
▲92.6.5∼92.8.7=남북적십자 실무대표 판문점 접촉 8회 개최.비전향장기수 이인모 송환,북한의 핵사찰 문제거론중지 주장으로 결렬
▲94.8.12=한적총재,적십자총재 또는 부총재 판문점 회동 제의
▲95.8.12=한적총재,남북적십자 총재 또는 부총재의 판문점 회동제의에 대한 북측 호응 촉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