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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철도, 이번에 이것만은 바꿔야] 인력 감축·운용 경직… 비틀거리는 코레일

    MB·朴정부 효율 내세워 과도하게 줄여 올해 증원됐지만 노조 입김에 관리 제약 격무 인센티브 없어 오지 근무 기피 경강선 유지·보수 50%가 비숙련자 365일 운영 불구 정부 획일적 관리 잣대 시설 첨단화에 맞춰 전문인력 양성 필요 “철도 현장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승진이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런 구조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챙기려고 하겠어요?” 우리나라 철도의 기본이 무너졌다. 철도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실해졌을 뿐 아니라 안전과 직결된 현장 업무마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철도 안전과 인력·예산은 동면의 양면과 같다. 13일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코레일이 관리하는 선로는 총 9693㎞로 2014년 8456㎞보다 14.6% 늘었다. 하지만 최대 3만 2000여명에 달했던 코레일 정원은 현재 2만 7000명선에 머물고 있다. 선로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인력은 되레 줄었다. 코레일은 올해 2000명을 새로 뽑았고 해고자(98명)와 KTX 여승무원(180여명)을 특별 채용했다. 올해 임단협에서는 노조의 3064명 증원 요구도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인력 부족 현상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효율화’로 인해 인력이 과도하게 줄어들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본다. 그렇다면 인력만 늘리면 앞으로 이런 사고나 장애가 없어질까. 코레일 내부에서조차 이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추정이 아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정확한 역량 평가를 통해 코레일이 제 구실을 다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회에 철도 현장의 ‘작동 원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발생한 경강선(서울~강릉) KTX 열차 탈선 사고는 철도 현장 근무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책임의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 코레일은 지난해 12월 22일 경강선을 개통하면서 신규 인력을 전체의 30%나 배치했다. 새로 운행을 시작하는 노선이고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철도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인력 구성이었다. 심지어 유지 보수 인력의 경우 비숙련자 비율이 50%를 넘는다는 말도 나왔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직원 가운데 오지, 그것도 고생할 것이 뻔한 신설 노선을 누가 지원하겠나. 격무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회사가 직원들에게 사정사정해서 현장에 배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노조의 입김이 강해지고 근로 조건도 강화돼 인력 운용 경직성이 심해졌다는 평가다. 사측의 인사권을 제약하던 ‘자동 근속 승진 제도’와 ‘강제 순환 전보 제한’이 2014년 이후 폐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복직된 해고자 65명 가운데 50여명이 승진해 논란이 크다. 특히 2005년 이후 공사(코레일)로 입사한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획일적 관리 방식에도 개선이 요구된다. 철도 현장은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운영되는 데도 정부가 코레일 역시 일반적인 공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안전 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초과근무나 휴일수당 지급이 안 되니까 본사나 지역본부 직원들이 대체근무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철도 시설관리 업무에만 치중하다보니 기술자로서의 역할이 부족하다”며 “시설 첨단화에 맞춰 전문인력 양성 교육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뉴델리 중년 여성의 기묘한 우주여행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뉴델리 중년 여성의 기묘한 우주여행

    “마침내 내가 무엇인지 알았어. 나는 행성이야.”‘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의 표제작은 카말라의 선언으로 시작된다. 수십년간 아내 카말라를 인자한 어머니이자 전통적인 여성상을 따르는 부인으로만 알아 왔던 람나스의 일상은 어느 날부터 시작된 아내의 기묘하고 이상한 변화로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반다나 싱은 인도 뉴델리 출신의 작가로, 현재 미국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론물리학자이기도 하다. 수학과 물리학의 논리를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무한’이나 ‘보존법칙’ 같은 단편들은 반다나 싱의 전공영역과도 어우러져 과학소설다운 경이감을 맛보게 하지만, 한편으로 그의 작품 속에서 꾸준하고 치밀하게 묘사되는 또 다른 주축은 현대 인도 사회를 살아가며 제도와 관습에 억압받는 개인들의 삶이다. 어릴 때부터 인도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껴 사회운동에 참여했던 과거나 육아 때문에 한동안 학계를 떠나 있었던 개인적 경험은 그의 과학소설에 독특한 색채를 더하는 듯하다. 반다나 싱이 가장 세심하게 그려내는 인물들은 ‘변화하는 여자들’이다. 그의 작품에는 남편이 있는 여자, 아이를 키우는 여자, 인도라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일상의 억압을 경험하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 억압을 단순히 받아들이거나 수긍하지 않는다. 여자들은 어느 날 비현실적인 사건에 휩쓸리면서 늘 품어 왔던 세계에 대한 의문을 재인식한다. 때로 여자들은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거나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발견하고, 그때 그들을 억압해 왔던 법칙은 진부한 위력을 잃는다. ‘사면체’의 마야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차원으로, 좁은 지구 바깥의 우주로 떠난다. 그곳은 인간이라는 종이 서로에게 들이대는 수많은 잣대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광활한 세계다. “지구에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범주들은 이곳에서는 아무 의미 없어요.” 우주에서 바라보았을 때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의 익숙한 부조리들은 더욱 분명해지고,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부조리를 벗어나거나 혹은 정면으로 마주한다. 반다나 싱의 과학소설들이 먼 미래에서 시작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환상성 가운데서도 세계의 균열과 전복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그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의 가장 닫혀 있는 사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언젠가 진정한 의미의 미래를 만난다면, 그 미래는 미국 항공우주국에 재직하는 백인 남성의 책상 위에서 시작되지 않을 것이다. 그 미래는 인도 뉴델리에서 남편과 아들을 돌보며 밥을 해 먹이고 빨래를 하는 한 아내의 어느 비일상적인 하루에서 시작될 것이다.
  • [서울광장] 국민 눈높이에 대하여/임창용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민 눈높이에 대하여/임창용 논설위원

    “보험료율 인상 부분이 가장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생각하고 계신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헌법기관들이 아직 국민 눈높이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문재인 대통령),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장관들을 교체했다는 의미가 있다.”(8·30 개각에 대한 언론 보도),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점검하고 성찰하는 데 부족한 면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김상환 대법관 후보자)….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문구 중 하나가 ‘국민 눈높이’가 아닐까. 취임사를 할 때도, 정책을 발표할 때도,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비판할 때도, 인물을 중용하거나 면죄부를 줄 때도 국민 눈높이가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나 국민 상당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때 내세운 명분도 국민 눈높이였다. “국민 눈높이에 비춰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유은혜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당시 청와대 대변인)처럼. 이렇게 임명된 장관들 역시 취임사에선 이구동성으로 국민 눈높이를 외쳤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국방운영 체계를 확립하겠다.”(정경두 국방부 장관) 한데 궁금증이 생긴다. 국민 눈높이가 뭐지? 사람마다, 세대마다, 처해진 환경에 따라 생각이 다른데 어떤 기준으로 눈높이를 잴 수 있다는 거지? 이렇게 국민 눈높이를 남발해도 되는 건가 등등. 생각할수록 의문이 꼬리를 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 눈높이가 유난히 애용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란 점이다. 네이버에서 꽤나 꼼꼼히 검색해 본 뒤 내린 결론이다. 물론 그전에도 쓰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습관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뒤부터다. 대통령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데 누가 시비를 걸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돼 있지 않은가. 한데 투표를 통해 작용하는 국민주권과 달리 국민 눈높이는 막연하고 모호해 적용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 학습서인 ‘눈높이 수학’만 봐도 유아 나이나 초등학교 학년별로 세분화해 놓지 않았나. 뭉뚱그려서 무차별적으로 국민 눈높이를 들이대면 그게 진정한 눈높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민 여론이나 지지도를 국민 눈높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맞는 측면도 있지만 상당한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책은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에서 설문조사나 여론조사를 통해 다수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리면 소수의 이익은 항상 침해될 수밖에 없다. 부자 증세를 놓고 조사를 하면 대개 찬성이 많고,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겠다고 하면 반대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근거로만 정책을 세우면 자산가들은 큰 손해를 보고 건보료 재정은 결국 파탄 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건복지부가 고심해서 작성해 올린 국민연금보험료 개편안을 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돌려보낸 것은 아쉬움이 크다. 현시점에서 다수인 4050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소수의 1020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긴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민 눈높이의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편의에 따라 달라지는 병폐도 크다. 국회 인사청문회만 해도 이번 정부 초기엔 위장전입과 다운계약 등 까다로운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내세웠다가 나중엔 위반 시기를 따지는 등 검증 잣대를 낮췄다. 자녀 학교 배정을 위한 위장전입은 두 번까지는 봐주고, 2005년 이전 다운계약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 등이다. 과거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한데 내 주변을 돌아보면 위반하지 않은 지인이 위반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도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비춰 하자가 없다고 한다. 국민 눈높이가 불과 1, 2년 만에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인가. 청와대 참모든, 부처 장관이든 입을 열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앞세우지 말기를 바란다. 정치인이나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작 국민은 그 눈높이가 자신의 것이 아닌 그들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고 싶다면 ‘이게 혹시 내 눈높이는 아닐까’ 하는 의문부터 가져 보길 바란다. 아니면 솔직하게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춰”, “내 눈높이에 맞춰”라고 표현하든가. sdragon@seoul.co.kr
  •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고도… ‘지옥훈련’합니다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고도… ‘지옥훈련’합니다

    일반적인 공무원시험 수험생과 달리 체력 운동을 반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이들이 있다. 체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경찰직·교정직·소방직·철도경찰직 공무원 수험생들이 그렇다. 이들은 보통의 공시생처럼 독서실에서 하루 10시간 넘게 공부하는 것 외에도 매일 1~2시간씩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달리기 등을 병행한다. 이들은 필기시험과 체력검정시험 준비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부와 체력검정시험 중 어느 하나가 모자라거나 과하면 수험 생활의 쓴맛을 볼 수 있다.●책상 앞에 10시간 앉았다 폭풍 팔굽혀펴기 “몸 풀기도 실전처럼 해야 다치지 않습니다.” 4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에 위치한 공무원 체력검정 전문학원인 ‘배터리 체력학원’에는 며칠 남지 않은 경찰직 체력검정시험을 준비하려는 수험생들로 가득 찼다. 학원에서 체력팀장을 맡고 있는 김윤희씨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수험생들은 하나같이 전력을 다해 스트레칭과 몸풀기에 들어갔다. 수험생들은 노량진 고시촌에 있는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잠깐 왔다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운동이 어느 정도 몸에 익어 보였다. 이들은 30분간의 몸풀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가장 느리게 근력이 는다는 악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케틀벨’(무게추에 손잡이가 달린 운동기구) 들어 올리기부터 정확한 자세가 요구되는 팔굽혀펴기까지 이어졌다. 30분 간격으로 쉬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수험생들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시작됐다. 말 그대로 합격을 향한 ‘지옥 훈련’이었다. 이처럼 필기시험 공부에 못지않게 체력 운동에 집중하는 건 체력검정시험 격차가 종종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경찰공무원 순경직 시험에 합격한 이기호(33)씨는 “필기 비중이 높다고 하지만 결국 실기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많다”면서 “필기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일정 수준 이상까지 올라가 있지만 체력은 천차만별이라 변별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오후 4시에 시작한 수험생들의 운동은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마무리됐다. ●절대평가기준 삼거나 점수 그대로 반영 현재 공시에서 체력검정시험을 도입한 직렬은 경찰직과 소방직, 교정직, 철도경찰직 등 모두 4개다. 그러나 체력검사 종목과 합격 기준은 사뭇 다르다. 경찰직은 100m 달리기, 10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악력, 팔굽혀펴기 등이 시험 종목이다. 소방직은 악력과 윗몸일으키기가 동일하지만 배근력 측정과 앉아 윗몸 앞으로 굽히기, 제자리멀리뛰기 등이 다르다. 특히 1000m 달리기로 지구력을 측정하는 경찰직과 달리 소방직은 20m 거리를 반복해 달리는 ‘셔틀런’(왕복오래달리기)을 시행한다. 경찰직이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잡기 위한 순발력과 민첩성을 평가하려는 반면 소방직은 화재 현장에서 필요한 근지구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 차이다. 교정직은 10·20m 셔틀런과 악력, 윗몸일으키기 등 모두 4개 종목이다. 다만 교정직은 체력검정 점수가 그대로 성적에 반영되는 소방직과 경찰직과 달리 일정 점수를 넘으면 통과시키는 절대평가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올해 총 50명만을 뽑는 소수 직렬인 철도경찰직도 교정직과 마찬가지로 합격과 불합격만을 판단한다.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종목이 2개 종목 이상이면 최종 불합격 처리돼 면접시험에 응할 수 없다. 철도경찰직은 교정직이 치르는 4개의 시험 종목에 더해 ‘눈 감고 외발 서기’를 추가로 봐야 한다.●급하면 다칠 수도… 단기 합격 헛된 꿈 버려야 일부 수험생들은 필기에 합격하고 체력검정시험까지 주어진 한 달 남짓 동안에 이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와 합격자들은 이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시험준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구 배터리 체력학원 체력실장은 “오랜 시간 공부만 한 수험생들은 신체 수준이 ‘장기요양 상태’라고 보면 된다”면서 “단기간에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꾸준히 운동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단기간에 성급하게 준비하려 들면 부상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이 실장은 “수험생들이 지금껏 들어 올렸던 물건 중 그나마 무거운 게 가방과 책”이라며 “왕년에 ‘나 운동 좀 했는데’라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큰코다칠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앉아서 오랜 시간 공부한 탓에 갑작스레 무리한 운동으로 허리디스크가 오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중은 많이 나가고 근육량은 적은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인사혁신처 인터뷰에 응한 합격생들의 분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5년 경찰공무원 순경직 공채시험에 합격한 방준영(33) 경장은 “온·오프라인에서 많이 공유되는 각종 팁이나 방법들을 시도해 봤지만 내게 맞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았다”며 “운동은 몸으로 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고 믿고 매일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게 유일한 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체력검정시험 전 과도한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 합격자도 있었다. 2013년 교정직 7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교정본부에서 근무하는 소민형(29) 교위는 “체력검정시험 전까지 부상을 일으킬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은 삼가고 시험이 임박했을 땐 가급적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며 “시험 전날까지 무리해 연습하면 근육에 피로가 쌓여 기록이 더 나쁘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핑약물 확인 필수… 과도한 운동은 금물 합격생과 전문가들은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 이외에도 체력검정시험을 준비할 때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고 말한다. 도핑약물목록 확인도 그중 하나다. 소 교위는 “체력검정시험을 치르기 전까지는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약물이 무엇이 있는지를 숙지해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약물을 복용할 일이 생기면 의사에게 금지약물에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교정직 9급 공채에 합격해 서울구치소에서 일하는 지정환(29) 교도는 과도한 음주를 경계했다. 지 교도는 “나는 흡연도 하고 술도 마시는데, 그중에서 술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며 “흡연은 당장 끊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고 술까지 마신다면 안 되겠다 싶어 술은 자제했다”고 말했다. 지 교도는 음주량을 줄인 후 왕복달리기 기록이 확실히 향상됐다고 덧붙였다. 거꾸로 지나친 운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3개월 이상 장기간 준비할 수 있는 조건이라면 하루에 2시간 이상 준비하는 것은 공부에 되레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가끔 보면 너무 오래 운동해 코치들보다 몸이 더 좋은 학생들이 있다”며 “필기시험 성적을 생각하면 이런 과도한 운동도 수험 생활에 과유불급”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 경찰에 지인수사 캐물어

    청와대 특별감찰반 직원, 경찰에 지인수사 캐물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이 경찰에 지인이 연루된 사건의 수사상황을 사적으로 캐물었다가 적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과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에 이어 청와대의 공직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청와대와 경찰 등에 따르면 검찰에서 특별감찰반으로 파견돼 일하던 김모 수사관은 지난달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자신의 소속을 밝히고 경찰이 수사 중인 ‘공무원 뇌물 사건’에 대한 진척 상황을 물었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 최모 씨 등이 국토교통부 공무원에게 돈을 건넨 사건으로, 김 수사관은 최씨와 아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수사관의 물음에 입건자 숫자만 알려주고서, 그 외의 자세한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경찰은 청와대에 특별감찰반 차원에서 이 사건을 감찰 중인지 확인했으나, 청와대에서는 ‘김 수사관이 감찰반 소속인 것은 맞지만, 이 사건을 감찰 중이지는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김 수사관이 청와대 공무와는 관계 없이 사적으로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 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수사관에 대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즉각 감찰조사를 했고, 부적절한 행동으로 판단돼 검찰로 복귀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복귀조치를 하면서 소속 기관(검찰)에 구두 통보를 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한 만큼, 모든 조사를 마치고 기관에 서면통보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최근 청와대 직원들의 연이은 일탈 행동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경호처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시민을 폭행하고 불과 2주 만인 23일 김 비서관의 음주운전이 적발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엄격한 잣대를 통해 고위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찰해야 하는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이 연관됐다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 인천 틈새시장을 노려라…영종하늘도시 화성파크드림 분양중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 인천 틈새시장을 노려라…영종하늘도시 화성파크드림 분양중

    정부의 잇다른 고강도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율이 둔화되고 거래가 점차 줄어드는 등 전방위적으로 정책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발표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경우 실거주를 위한 내집마련 준비자들에게도 엄정한 대출규제의 잣대를 씌워 선의의 피해자도 양산한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발표된 9.13대책은 대출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임대사업자 대출강화, 전매제한지역 확대 등을 주요 키워드로 삼고 있다. 8.27 대책에 이어 이번 9.13대책에 이르기 까지 규제지역을 피하기 위한 부동산 풍선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규제를 피해 비규제지역으로의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비규제지역이 무조건 최선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내 생활인프라 구축에 대한 개발가능성과 특히 교통여건의 개선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악한 후 접근해야 실패가 없다 조언한다. 또한 비규제지역중에서도 개발호재의 유무, 실현가능성에 대한 차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 봤다. 수도권 비조정대상지역이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영종하늘도시 화성파크드림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단지는 지하2층, 지상30~39층 아파트 5개동으로 구성되며 전용면적 73㎡, 84㎡ A,B 타입 총 657세대로 구성되어 있다. 입주는 오는 2019년 9월예정이다. 영종은 대형복합리조트 개발사업으로 인해 인구유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내륙을 잇는 다양한 교통인프라 구축계획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서울과 타 수도권으로의 빠르고 편리한 이동이 가능하여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연이어 계속 진행이 되고 투기과역지구나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영종은 부동산 틈새시장을 노리는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를 모은다. 영종하늘도시 화성파크드림은 이러한 영종의 개발계획을 품고 단지 주변으로 생활편의시설과 자연환경이 뛰어나 호평을 받고 있다. 단지 뒷편으론 35만㎡의 천혜의 자연환경인 박석공원이 펼쳐져 단지 안팎에서 그린테라피를 누릴 수 있다. 단지내에서는 박석공원으로 연계된 산책로도 조성이 되기 때문에 언제나 내집정원처럼 누릴 수 잇다. 바다 조망을 즐기면 여유를 즐기는 씨사이드파크도 가까이 있다. 또한 중심상업지구가 인접하여 더욱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영종하늘도시 화성파크드림은 계약즉시 분양전매가 가능하며 계약금 1차 정액제 1000만원, 중도금 무이자, 발코니 확장 무상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중심상업지구 내에 분양홍보관을 운영 중에 있으며 현장에는 샘플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말 랭킹, 목숨 건 테니스

    연말 랭킹, 목숨 건 테니스

    남자프로테니스(ATP)는 왜 연말(Year-End) 랭킹이 중요할까? 결론적으로 ATP가 200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ATP 엔트리 시스템’ 때문이다. 이와 대별되는 ‘ATP 챔피언스 레이스’는 전년도 획득한 랭킹포인트를 싹 무시하고 새해 첫날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 반면 엔트리 시스템에서는 향후 1년 동안 이 포인트가 유지된다. 예를 들어 올 11월 30일 확정된 랭킹포인트는 내년 11월 29일까지 유효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시즌 마지막 주에 발표되는 랭킹은 새 시즌 첫 주로 그대로 이월돼 이듬해 4개 그랜드슬램과 9개 마스터스대회 등 13개 메이저급 대회의 시드는 물론 참가 자격을 좌우하는 잣대로 작용하게 된다. 성적은 최근 52주 동안의 출전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산정되지만, 그 기간 모든 대회를 따지는 게 아니라 주요 18개 대회의 성적만을 반영한다. 등급이 다른 각 대회마다 다르게 부여되는 랭킹포인트를 합산한다. 여기에는 4개 그랜드슬램 대회와 마스터스로 불리는 8개 ATP 1000시리즈, 월드 투어 대회인 6개 인터내셔널 시리즈 대회 등이다. 올해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2018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마치게 됐다. 31세 7개월로 연말 세계랭킹 1위 최고령 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지난해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세운 31세 6개월이었다. 시즌 마무리 랭킹을 1위로 끝낸 것은 올해 통산 5번째로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의 최다 기록(6회)에도 한 발 다가섰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부모 죗값을 왜” “남의 피눈물로 성장”… 마이크로닷 ‘연좌제’ 논란

    “부모 죗값을 왜” “남의 피눈물로 성장”… 마이크로닷 ‘연좌제’ 논란

    부모가 거액을 빌려 잠적했다는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에 대한 방송 하차 요구와 함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좌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모 죄를 아들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다”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이크로닷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마닷이 4살일 때 부모의 사기 사건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부모가 아닌 마닷이 책임을 지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현대판 연좌제’라고 동의하는 댓글도 있지만 비난의 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그때 나이가 잣대가 돼야 하나. 아들이 연예계로 나간다면 부모가 먼저 사죄하고 죗값을 치러야 했다. 부모는 사기 치고 이민 가고, 그 자식은 고국에 와서 돈벌이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의 피눈물로 성장하고 공인이 된다?”며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제도다. 6·25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부역했거나 납북됐던 인사의 가족·친지 등이 이 제도로 공무원 진출을 못하거나 해외여행을 제한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 제도는 1981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졌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20년 전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한 그의 부모가 친척과 이웃 등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이크로닷은 논란 초기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다 과거 방송에 나와 부를 과시하는 듯한 태도로 네티즌들의 공분이 커지는 상태다. 변호사들은 “부모가 저지른 범죄에 도의적 책임은 질 수 있지만 개입하지 않는 한 민·형사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카터, 40년 전 남·북·미 대화 자카르타서 추진

    지미 카터 전 미국 정부가 1979년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목적으로 남·북·미 3자 고위급회담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극비리에 추진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해 온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고위급회담 개최 및 한반도 긴장 완화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의 명분을 강화시키려고 했던 의도였다. 이 같은 내용은 연합뉴스가 25일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제임스 퍼슨 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미 외교 기밀문서에 나타나 있다. 당시 미국은 남북한 의사를 타진하는 등 남·북·미 대화를 위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워 추진했다. 1979년 6월 카터 대통령은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도네시아가 남·북·미 고위급회담 장소를 제공하기로 한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1979년 7월 작성된 또 다른 비밀 전문에서 미 정부는 남·북·미 고위급회담을 자카르타에서 개최하자는 제안을 인도네시아를 통해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돼 있다. 이후 북한이 호응하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유엔 사령부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상호 관심사가 논의대상이 될 것임을 관련 문서는 지적했다. 당시 미국은 옛 소련과 대치 중이었고, 미 의회 등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반대하고 있었다. 한편 공개된 1979년 6월 30일 청와대 한·미 단독 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카터 대통령에게 “남북한 (군사력) 격차에 변화가 생기고, 북한이 정책을 바꿀 때까지 미군이 철수하지 않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카터 대통령은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0%가량을 군사비에 쓰고 있다”며 한국의 방위비 확충을 압박하자 박 대통령은 자주국방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리가 GNP의 20%를 군사비에 쓰면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받아치며 대립했다. 또 카터 대통령이 인권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면서 “현 상황에서 긴급조치 9호를 폐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긴급조치)를 무기한 유지할 의도는 없다. 당신의 충고를 새겨듣고 그런 방향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이재록 목사 중형, 성범죄 불관용 인식 확산 계기돼야

    신도 8명을 4년여간 수십 차례나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가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목사가 피해자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정신적으로 길들인 뒤 성적으로 착취했다고 판단했다. 최근 교회 내 성폭력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법원이 종교계의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회 그루밍 성범죄란 목회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여신도를 길들인 뒤 심리적 우위 상태에서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다. 이번 재판은 피해자들이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하기 어려운 ‘항거불능’ 상태였는지가 핵심이었다. 이 목사 측은 정상적 지적 능력의 성인 여성들을 항거불능 상태라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절대적 권위에 복종하는 신앙생활을 했으므로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신도 수가 13만 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 담임목사가 인면수심의 만행을 수년 간 저질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더욱 충격인 것은 교단에서는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폭로들이다. 신앙을 악용한 성적 착취가 암암리에 묵인되고 있다면 이런 야만이 또 없다. 올 들어 ‘미투 운동’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성범죄 인식에 일대 변혁을 맞았다. 성범죄로 좌절하는 피해자에게 증거를 직접 제시하라는 식의 재판 태도는 넘기 힘든 2차 고통의 벽이었다. 지나친 증거주의 재판에 가해자가 명예훼손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는 사례는 흔했다. 피해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법원의 경직된 판단이 성범죄에 경고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법원의 판결들은 유의미한 변화로 읽힌다. 30대 부부가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은 가해자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피해자답지 않았다’며 성폭행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던 1, 2심에 “성인지 감수성을 결여한 판결”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법원의 노력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피해자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하고 가해자에게는 관대한 이중잣대를 들이댄다는 인식은 법원이 스스로 불식시켜야 할 문제다. 이참에 13세 이상의 성범죄 피해자는 강제성이 입증돼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의 구멍도 손질돼야 할 것이다. 법의 보호 범위를 13세 이상으로 확대해 성범죄에 관한 한 가해자를 최대한 엄벌하려는 사회적 의지를 확인시켜야 한다.
  • [이정수의 B-Side] 모른다는 워너원, 책임 없는 방탄소년단… ‘꼭두각시 아이돌’

    [이정수의 B-Side] 모른다는 워너원, 책임 없는 방탄소년단… ‘꼭두각시 아이돌’

    음원 유출·재킷 표절 등 논란…워너원 꼭두각시처럼 ‘모르쇠’ 원폭이미지 티셔츠 파문 방탄…사과문에도 소속사 감싸기 ‘눈살’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는 요즘도 ‘아이돌은 꼭두각시’라는 편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등급을 매기듯 가창력을 평가하거나 작사·작곡 능력 등 잣대만으로 모든 아이돌을 폄하하는 것은 더 큰 장점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최근 아이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일을 잇달아 보게 됐다. 아이돌을 아티스트라 부르기 망설여지는 일들이었다. 지난 19일 워너원의 첫 정규앨범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국민 프로듀서’에 의해 탄생한 워너원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는 자리여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해체를 앞둔 심경을 묻는 질문이 많아서인지 간담회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어 컴백 전 불거진 음원 유출과 앨범 재킷 표절 논란, 콘서트 계획 등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리더 윤지성은 세 질문 중 콘서트 관련에만 “저희가 월드투어를 하면서 앨범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지내서 콘서트에 관해선 아직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사회자는 취재진에게 “다른 관련 질문을 해 달라. 해당 내용은 관계자를 통해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흐름을 끊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몇 가지 질문을 돌아 답변하지 않았던 사안에 대한 멤버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는 질문이 또 나왔다. 옹성우는 “저희는 유출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회사에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윤지성이 “저희 콘셉트 포토가 플라톤 ‘향연’의 사랑의 기원을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많은 분들의 의견과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뭐라고 설명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은 죄송하다”며 에둘러 답했다.앞서 지난 13일에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원자폭탄 이미지 티셔츠’, ‘나치 문양 모자’ 등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과거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 이미지가 들어 있는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입었던 일을 일본 우익세력이 논란으로 키운 일과 관련해 원폭 피해자 등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입장문에서 수차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들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책임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분명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주체는 방탄소년단임에도 모든 책임을 소속사에만 돌린 것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빅히트의 입장을 지지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에게 책임이 없다고 밝힌 부분을 환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꼭두각시 아이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워너원에게 한 질문이 책임을 추궁하자는 것은 아니었을 터다.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바라는 사람도 (극우세력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다만 부정적인 이슈와 관련해 본인의 의견을 한마디도 못 하거나 엄마 치마폭에 싸인 아이처럼 ‘과잉보호’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의 이미지에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아이돌이라는 말이 계속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tintin@seoul.co.kr
  • [이정수의 B-Side] 모른다는 워너원, 책임 없는 방탄소년단… ‘꼭두각시 아이돌’

    [이정수의 B-Side] 모른다는 워너원, 책임 없는 방탄소년단… ‘꼭두각시 아이돌’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는 요즘도 ‘아이돌은 꼭두각시’라는 편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등급을 매기듯 가창력을 평가하거나 작사·작곡 능력 등 잣대만으로 모든 아이돌을 폄하하는 것은 더 큰 장점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일 뿐이다. 그럼에도 최근 아이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일을 잇달아 보게 됐다. 아이돌을 아티스트라 부르기 망설여지는 일들이었다. 지난 19일 워너원의 첫 정규앨범 발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국민 프로듀서’에 의해 탄생한 워너원의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는 자리여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해체를 앞둔 심경을 묻는 질문이 많아서였는지 간담회는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던 중 컴백 전 불거진 음원 유출과 앨범 재킷 표절 논란, 콘서트 계획 등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리더 윤지성은 세 질문 중 콘서트 관련에만 “저희가 월드투어를 하면서 앨범 준비를 하느라 바쁘게 지내서 콘서트에 관해선 아직 전달받은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사회자는 취재진에게 “다른 질문을 해달라. 해당 내용은 관계자를 통해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흐름을 끊었다. 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몇 가지 질문을 돌아 답변하지 않았던 사안에 대한 멤버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는 질문이 또 나왔다. 옹성우는 “저희 멤버들은 유출 과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회사에서 해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는 윤지성이 “저희 콘셉트 포토가 플라톤 ‘향연’의 사랑의 기원을 모티브로 제작했는데 많은 분들의 의견과 관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저희가 뭐라고 설명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쳐드린 점은 죄송하다”고 에둘러 답했다.앞서 지난 13일에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원자폭탄 이미지 티셔츠’, ‘나치 문양 모자’ 등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과거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 이미지가 들어 있는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입었던 일을 일본 우익세력이 논란으로 키운 일과 관련해 원폭 피해자 등에게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런데 입장문에서 수차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들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책임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분명 옷을 입고 모자를 쓴 주체는 방탄소년단임에도 모든 책임을 소속사에만 돌린 것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빅히트의 입장을 지지했다. 특히 방탄소년단에게 책임이 없다고 밝힌 부분을 환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꼭두각시 아이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아이돌은 아티스트 이미지를 얻고 싶어 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작사·작곡부터 전반적인 프로듀싱에 이르기까지 앨범 참여도를 높이고, 실제 참여한 것 이상으로 아이돌의 역할을 부풀려 홍보하기도 한다. 워너원에게 한 질문이 멤버들의 책임을 추궁하자는 것은 아니었을 터다. 마찬가지로 방탄소년단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바라는 사람도 (극우세력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다만 부정적인 이슈와 관련해 본인의 의견을 한마디도 말하지 못하거나 엄마 치마폭에 싸인 아이처럼 ‘과잉보호’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그들의 이미지에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다. 아이돌이라는 말이 계속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사설] 미국은 남북 철도 현장 조사에 융통성 발휘해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갔다. 미국이 제안한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에 참석한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 이행을 점검하는 워킹그룹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현장조사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현장조사는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됐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명하면서 미뤄지고 있다. 조사에 사용되는 장비 가운데 북한으로 반입이 금지된 품목이 포함돼 있어 미국이 우리의 제재 면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들의 독자 제재 대상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뉴욕, 워싱턴 방문 때에는 일시적으로 제재를 풀었다. 제재란 게 피제재 대상을 벌주기 위한 것이지만 필요하면 푸는 융통성이 필요하다. 철도 현장조사는 제재가 풀릴 때를 대비한 선행 작업이다. 대대적인 장비와 물자, 현금이 들어가 북한에 철도를 새로 깔거나 보수하는 것이 아닌데도 미국이 조사조차 못 하게 막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 미국이 금지한 장비가 들어가긴 하지만 조사만 끝나면 회수하는 것이다. 비핵화 전까지 북한을 단단히 옥죄어 보다 빠른 양보를 받아 내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일방적인 압박만으로는 북한을 굴복시키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대북 제재 역사가 증명해 준다. 미국은 철도 현장조사가 가능하도록 제재 면제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견제도 풀어야 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자금 확보가 어려워 대북 인도적 사업이 쉽지 않다고 한다. 통일부는 지난해 9월 WFP 등을 경유한 800만 달러의 대북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으나 미국 눈치를 보느라 집행조차 못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는 관계가 없는데도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착수한 것을 “좋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북·미 교섭이 좋은 결실을 거두려면 미국이 남북과 북·미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하고, 제재 지상주의로부터 빠져나오는 게 중요하다.
  • 음주운전이 품위 손상? 심각성 못느끼는 정부

    음주운전이 품위 손상? 심각성 못느끼는 정부

    2년 동안 음주운전 2회 적발돼도 ‘정직’ 처분 만취 상태에서 교통사고 낸 검사, 감봉 1개월 “경찰 수준으로 징계 수위 강화“ vs ”인사상 불이익 감안해야“ 지난 3월 21일 부산지검 동부지청 소속 A검사는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 알코올농도 0.08%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로부터 7개월 후인 지난달 23일 A검사는 징계 수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징계 양정 기준이 바뀌면서 음주운전 1회 적발 시 감봉 이상의 처분을 받지만, A검사는 기준 개정 전에 적발됐고 당시 상황을 고려해 견책 처분이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을 한 검사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정부가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음주운전 위반 사범을 처벌하는 검사는 음주운전을 해도 경징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경찰과 최소한 같은 수준의 징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무부가 대한민국 전자관보에 공고한 ‘징계 처분 결과’를 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음주운전 사유로 징계를 받은 현직 검사는 5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검사는 한 명 뿐이었다. 지난해 7월 ‘정직 1개월’ 처분을 받은 B검사는 201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2015년 6월 음주운전을 했을 때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0.179%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고 교통사고까지 냈지만, 당시 B검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나머지 4명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라는 취지의 ‘견책’ 또는 월급이 일부 깎이는 ‘감봉’ 처분을 받았다. 이중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은 C검사는 2014년 3월 혈중 알코올농도 0.130%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놓고도 즉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5년 만취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또 다른 검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법무부는 음주운전을 한 검사에 대해 징계를 내릴 때마다 징계 사유로 “품위를 손상했다”는 점을 들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하마터면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단순히 검사로서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보는 대목은 정부가 여전히 음주운전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검사에 대한 징계 양정 기준은 일반 공무원들이 적용받는 징계 기준보다는 다소 높지만, 경찰청이 마련한 징계 기준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경찰관은 단순 음주운전으로 1회 적발되더라도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받는다. 2회 적발되거나 교통사고를 내면 직급이 한 단계 이상 떨어지는 강등 처분을 받거나 해임된다. 반면 현직 검사는 2회 적발이 되더라도 강등보다 한 단계 아래인 정직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교통사고를 내도 중징계를 피할 수 있다. 경찰청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정부 부처 음주운전 징계 현황’을 분석한 결과, 법무부는 직원 1000명당 연 평균 1.95명, 대검찰청(검사, 일반 직원 포함) 1.28명, 경찰청 0.5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 위반자 수는 경찰관이 가장 많을 수 있어도 상대 비교를 하면 법무부, 검찰 직원들의 음주운전 비율이 더 높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자들에 대한 기소 권한을 가진 검사가 사회의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법 위반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현행 음주운전 징계 기준도 경찰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징계를 받더라도 승진 등 인사 상 불이익을 감안하면 개인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사회 여론에 따라 무조건 처벌 강화를 외치기 보다 정해진 기준 안에서 공정하게 심사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서울광장] 우리가 만드는 내신 ‘타짜’들/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우리가 만드는 내신 ‘타짜’들/황수정 논설위원

    숙명여고 사태는 쌍둥이 자매의 퇴학 조치로 일단락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말이 쉬워 일단락이지 이건 최악이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결말들 중에서 가장 나쁘다.잔인하지만 상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은 어떤 표정이었을까.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의 딸들에게 시험 답안을 빼내는 모의를 하며 뭐라고 입을 뗐을까. 암기장에 답안을 몰래 옮겨 적는 딸들의 손은 어땠는지, 답안을 달달 외웠다가 시험지를 받자마자 깨알 글씨로 쏟아낼 때 심장은 온전하게 뛸 수 있었는지. 숙명여고 학부모들한테는 뭇매 맞을 각오를 하고 내 눈에는 두 딸이 참담해 보인다. 괴물이 되는 줄도 모르고 시험 때마다 제어 불능의 괴물로 일그러졌을 것이므로. 대입에서 수시를 아예 폐지하라는 요구가 부글부글 끓는다. 숙명여고 같은 곳이 도처에 있을 텐데 내신으로 대학을 가는 수시 전형을 믿겠느냐는 것이다. 2022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비율을 30% 이상 늘리라고 정부가 대학들에 권고한 것이 지난 8월이다. 공론화위원회까지 만들어 온갖 잡음 끝에 새 입시안을 내놓고 입을 딱 닫은 교육부에 정시 확대를 외치던 학부모들은 자포자기였다. 이번 일이 터지니 정시 30% 정도로는 도무지 되는 일이 아니라며 다시 격분한다. 올해는 어쩔 수 없더라도 당장 현재 고2부터 정시 비율을 압도적으로 늘리라는 직설화법의 성토가 무섭다. 내신 불신은 건드리면 터질 화약고가 됐다. 수능 점수로 입시를 치르는 정시가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는 인식이 이번 사태로 더 공고해지고 말았다. 올해 대입에서는 전체 입학 정원의 76.2%가 수시 모집이었다. 교육부가 돈주머니를 쥐고 대학들을 음양으로 독려한 덕에 해마다 늘어 역대 최고를 찍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든 교과전형이든 내신 등급은 기본이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의 주요 항목 그러니까 동아리 및 봉사 활동, 교내 수상, 소논문 등은 부모의 뒷바라지와 학교장의 의지에 따라 천차만별. 유일하게 공정하다고 믿고 싶었던 내신성적마저 요지경일 수 있다면 입시 불신이 꼭대기까지 차는 것은 당연하다. 이 난리법석에도 기말고사는 또 바짝 다가왔다. 정말 딱하고 답답한 것은 정시와 수시의 숫자 싸움이 아니다. 앞뒤 돌아볼 겨를 없이 학생부를 장식하는 요령만 아등바등 익히는 아이들이다. 학기 초면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 그럴싸한 봉사활동 자리를 구하고, 열혈 엄마들끼리의 네트워크로 자율 동아리가 원격으로 결성되는 일은 흔하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영역이다. 읽었거나 안 읽었거나 일단은 책 제목이라도 두둑하게 챙겨 학생부에 기록되게 해야 뒤탈이 없다. 내신성적은 화려하고, 봉사활동과 동아리활동은 찬란하고, 독서량은 짱짱해야 한다. 그래야 수시 전형에 명함을 내밀 수가 있다. 고작 열일곱 열여덟 살들에게 말도 안 되게 비현실적인 팔방미인이 되라고 덜미를 잡고 있다. 그러니 용빼는 재주가 없다. 건드릴 수 없는 내신성적 빼고는 전부 양념을 치는 요령부터 가르치고 배운다. 이런 형편을 다 알고 있는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살벌한 잣대를 들이댈 수가 없다. 독서, 자율동아리·봉사활동 기록은 학생이 제 손으로 써오는 대로 학생부에 올린다. 학습 태도와 성취도를 담을 과세특(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내용까지 학생이 직접 써오게 하는 학교는 넘쳐난다. 믿기 싫겠으나 이것이 80% 수시 전형 시대의 암담한 실화다. 어떻게든 입시 도박판을 먹고 봐야 하므로 타짜가 되라고 등을 떠민다. 숙명여고 이야기는 숙명여고에만 있지 않다. 우리 모두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즈음 고1 교실만 지나가 봐도 다 보인다. 타짜가 될 수 없어 이미 기가 질린 패잔병들이 널렸다. 내신성적이 볼품없고 학생부를 장식하지 못한 패자들은 부활전의 기회가 영영 없다. 책상에 엎드려 바늘구멍 정시를 뚫는 낙타가 되는 꿈을 꾸는 것.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왜 귀를 닫고 입을 닫고 있나. 입시의 근본을 불신하는 문제가 유치원 비리보다 덜 뜨거운가, 데이트 폭력보다 덜 급한가. 댓글 하나 퍼왔다. “전교조 교사, 고위 공무원, 정치인들의 아들딸이 모두 대학을 가는 그날까지 수시 전형은 줄지 않겠지.” 생트집인데 자꾸 눈이 간다. 이런 불신을 낳는 현실이야말로 교육적폐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sjh@seoul.co.kr
  • 홍콩도 중국과 같은 언론 잣대?

    홍콩도 중국과 같은 언론 잣대?

    홍콩이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아시아 지국 편집장의 홍콩 입국을 거부했다. 9일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하루 전 빅터 맬릿 FT 아시아 지국 편집장을 국경지대에서 수시간 동안 심문한 뒤 입국을 허가하지 않고 추방했다. 이는 홍콩이 맬릿 편집장의 취업 비자 갱신을 거부한 지 수주일 만이다. 맬릿은 지난달 홍콩의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해 지금은 활동이 금지된 ‘홍콩민족당’의 앤디 찬 대표를 홍콩 외신기자클럽으로 초청해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주선한 직후 비자 갱신을 거부당했었다. 홍콩의 출입국 관리 당국은 맬릿에 대한 추방이 법과 정책에 따른 정당한 것이며 입국 허용 또는 거부는 사안 별로 세심한 검토를 거쳐 결정된다는 내용의 성명만 발표했을 뿐 어떤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맬릿에 대한 비자 갱신 거부는 당시 기자들과 인권단체,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홍콩의 의사 표현 자유에 대한 중국의 침해를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을 받았다. 홍콩도 이제 중국과 비슷한 표현의 자유 등이 허락받는 지역이 됐다는 비판이다. 홍콩기자협회의 크리스 융은 말리의 비자 갱신 거부가 법의 통치가 실현되고 의사 표현이 자유로운 나라라는 홍콩의 명성을 크게 손상시켰다고 말했다. 홍콩은 지난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됐지만 59년 간 50년 간 준자치와 집회·결사 및 의사 표현의 자유와 같은 권리들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문재인의 새 경제팀 ‘구원의 미소’ 이어갈까

    문재인의 새 경제팀 ‘구원의 미소’ 이어갈까

    노무현, 이명박 정부 때 2기 경제팀 ‘경제 지표상 성과’경제 지표 넘어선 ‘포용적 성장’ 어느 때보다 큰 도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김&장(김동연·장하성) 경제 라인’ 대신에 홍남기(58)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수현(56)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일명 구원투수다. 김&장 선발진이 경제 개혁의 주춧돌을 놓았다면 안정적으로 현실 경제에 안착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은 셈이다. 문제는 악화하는 글로벌 경제 여건과 구조적 저성장 기조다. 게다가 고차원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이번 정부는 소위 ‘닥치고 경제성장’이 아니라 누구나 경제 성장의 온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을 볼때 두번째 경제팀이 맡았을 때 경기가 좋아졌다는 ‘구원투수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이유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경제 구원투수는 모두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던 2003년 3분기 경제성장률은 1.8%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2004년 들어선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분기별로 2.5%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신용카드 부실 사건이 경제에 큰 타격을 준 뒤에 영향력이 줄어들던 시기에 이 부총리가 들어섰다는 분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이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08년 2월부터 1년간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고, 경제성장률은 2008년 4분기와 2009년 1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경제 위기설이 퍼지면서 2008년 2월 구원투수로 윤증현 전 장관이 투입됐다. 당시 기재부에서 ‘큰 형님’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윤 장관은 안정적인 경제운용으로 2011년 2분기까지 경제의 선장으로 2년 이상 장수했다. 당시 2010년 1분기와 2분기에는 7% 이상의 고성장을 달성하기도 했다. 다만, 2013년 2분기부터 들어선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뒤를 이은 최경환 부총리는 큰 차이가 없었다. 잠재성장률 4%라는 정부의 목표에 근접하지 못했고, 이 시기는 2~3%의 저성장이 지속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2기 경제팀이 성공하려면 8개월째 계속되는 ‘고용 참사’를 막을 비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반짝 정책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는 방향이 요구된다. 홍 부총리가 규제 개혁 전문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유경제 등 최근 논란이 된 규제들을 타파하면서 경제와 고용 분야에 마중물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포용적 성장도 성공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다. 일각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됐다고 힐난하는 가운데 성장하며 동시에 나누는 2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맡게 됐다. ‘근본적 성장과 실질적 분배’라는 경제 지표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는, 높아진 국민들의 기준도 압박이 될 수 있다. 정부의 한 관리는 “경제 성과라는 것이 정책을 구사하면 곧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어서 우선 엄혹한 국내외의 경제 여건에서 경제 주체들의 부정적 전망과 심리를 어떻게 돌려놓을 것인지가 관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김균미 칼럼] 美 중간선거와 여성, 그리고 트럼프

    [김균미 칼럼] 美 중간선거와 여성, 그리고 트럼프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하원은 민주당이, 상원은 공화당이 각각 다수당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게 됐지만, 민주당 열풍(블루 웨이브)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 미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반면 선거의 주요 변수로 관심을 모았던 여성 돌풍은 역시 거셌다. 여성 하원의원이 사상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서 2018년은 ‘여성의 해’로 역사에 남게 됐다. 예상치 못했던 2016년 대선 결과와 지난해 말 시작된 #미투운동(#Me Too·나도 피해자다)으로 촉발된 ‘성난 고학력 백인 여성들의 심판’이 현실화하면서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더욱 활발해지고, 정치문화 혁신의 추동 세력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젠더와 학력, 지역을 따라 더욱 깊고 확연하게 갈라진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놀라운 보수세력 결집력도 재확인하면서 가깝게는 2년 뒤, 조금 더 멀게는 10년 뒤 미국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을지 많은 이들에게 숙제를 던졌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에 버금갔다. 북한이나 이란핵, 중국과의 관계 같은 국제 현안들이 다뤄진 것도 아닌데 개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추격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지난 2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리더십에 대한 미 유권자들의 평가이고, 2년 뒤 대통령 선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독주가 막을 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식의 보호주의, 미국우선주의가 지속될지, 트럼프식 분노와 공포 정치 틀이 계속 통할지, 여풍(女風)과 변화하는 미국 유권자 지형이 미 국내 정치를 넘어 국제적 역학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국은 분석하느라 바빠질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눈여겨봐야 봐야 할 대목을 꼽는다면 피부색과 젠더, 학력, 지역에 따른 갈등과 분열이 두 개의 미국으로 고착화할지 여부다. 전통적인 지지층이 뒤바뀐 공화당과 민주당이 지지 기반을 넓히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궁금해진다. 미국은 이민으로 세워진 나라다. 다문화, 다양성은 미국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미국의 고졸 이하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는 블루칼라의 반감이 커졌고 국가 정체성과 관련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민주·공화당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둘째, 여성의 커진 영향력과 역할이다. 전체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이미 51%를 넘어섰다. 등록 유권자 수도 이미 2016년 대선 당시 여성이 남성보다 1000만명이나 많았다. 이번 중간선거에 276명의 여성 후보가 상하원과 주지사 선거에 나섰다. 역대 최다다. 상하원 의원의 경우 187명이 민주당이고 52명이 공화당으로 민주당이 압도적이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20대 밀레니얼 세대(18~29세 유권자)의 정치 참여 정도와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로 튈지도 관심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트럼프의 주요 정책들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면 트럼프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공산이 크다. 그러면 트럼프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 특유의 분노와 갈등의 정치 강도를 높일 수 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 한·미, 북·미 관계 등 대외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안보와 외교, 동맹 관계에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며 미국 국익을 강조하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통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미국이 더이상 ‘지구촌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의 정치분석 전문가들 중에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뒤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미국이 변하고 있다. 한국은 변화하는 미국을 제대로 보고 한·미와 주변국들과의 관계 등에 대한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간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지 모른다. 2018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는 그래서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김균미 대기자 kmkim@seoul.co.kr
  • 슬금슬금 떨어지는 아파트값… 슬쩍슬쩍 등장하는 급매물

    슬금슬금 떨어지는 아파트값… 슬쩍슬쩍 등장하는 급매물

    서울 아파트값이 고개를 숙였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아파트값 하락세는 비강남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가격이 하향 조정된 매물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고, 급매물도 더러 나오고 있다. 경기 부진 속에 거래량은 줄어들었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연말쯤에는 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안정세로 접어들 전망이다.4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2% 상승했다. 아직 상승세를 유지했지만, ‘9·13대책’ 이후 상승폭은 8주 연속 줄어들었다. 특히 상승세에 굳게 닫혔던 강남권 아파트값은 2주 연속 떨어졌다. 강남권 아파트는 전국 집값 움직임의 잣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움직임에 민감하다. 서초구 아파트값 하락률은 전주 0.02%에서 지난주에는 0.07%로 확대됐다. 강남구 아파트값 하략률도 0.02%에서 0.06%로 커졌다. 송파구 역시 하락률 그래프 기울기가 0.04%에서 0.05%로 좀 더 가팔라졌다. 저평가된 단지와 개발 호재를 안은 강북권 아파트값도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다. 주간 가격 움직임이 0.05% 상승에서 0.04% 상승으로 오름폭이 축소됐다. 특히 용산구는 0.01% 상승에서 0.02% 하락으로 반전됐다. 용산구 주간 아파트값 하락은 2015년 1월 이후 3년 10개월 만이다. 아파트값 조정폭은 고가 아파트일수록 크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 시행 이후 보유 가구 수는 줄이고 가격 상승폭이 큰 아파트를 보유하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중대형 비싼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는데, 9·13대책 이후 이런 흐름이 바뀐 것이다. 9·13대책 이후 거래량도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1만 2355건을 기록했다. 집값 상승을 타고 투자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거래량은 1만 238건으로 전달 대비 17% 줄었다. 주택거래 신고는 계약 체결 이후 60일 이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지난달 신고된 거래량 가운데는 9·13대책 이전에 거래된 물량도 포함됐다. 9·13대책 발표 이후 뚝 끊겼던 매물도 서서히 나오고 호가도 떨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 호가가 1억~2억원 내려간 가격 조정 아파트 매물이 조금씩 늘고 있다. 조정 폭은 고가 아파트일수록 크게 나타나고 있다. 4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업자들은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본격적인 가격 하락 현상으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폭등 장세는 잡혔다”고 진단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아파트 76㎡는 9·13대책 이전까지 18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이 아파트 호가는 17억 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84㎡는 20억 5000만원까지 팔렸던 아파트지만, 최근 19억원에 팔렸다. 1억원 이상 실제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 저층 아파트 호가는 2억원 정도 떨어졌다. 부동산중개업소마다 매물도 한두 건씩 갖고 있다. 가격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더는 오를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판단, 매도 쪽으로 방향을 트는 집주인이 나오는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76㎡ 아파트는 대책 이전에 18억 9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8억원 안팎에 형성됐다. 잠 실 리센츠아파트 84㎡ 아파트값은 대책 이전에 17억~18억원을 불렀지만, 지금은 16억~17억원으로 떨어졌다. 매물도 더러 나오고 있다. 중개업계는 연말로 예정된 기준금리 인상, 종합부동산세 인상 법률 통과, 공시가격 인상 방침 등이 결정되면 호가는 추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총체적 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본격 시행돼 수요 감소와 거래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가격 하락이 눈에 띌 것으로 전망된다. 대책 충격이 진정되면 사라졌던 매물도 점차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호가는 분명히 떨어지고 있지만,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아 본격적인 가격 조정은 연말쯤 돼야 나타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사사건건] 공정성 vs 위헌성… 특별재판부 설치 ‘여의도 전쟁’

    [사사건건] 공정성 vs 위헌성… 특별재판부 설치 ‘여의도 전쟁’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민생법안 처리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의혹 등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지난달 25일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추진에 합의했지만 국회선진화법상 한국당의 동의 없이는 정기 국회 내 법안 통과가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가 정기 국회 내에 특별재판부, 법관 탄핵 소추, 국정조사 등 ‘사법농단 국회 3트랙’에 대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여야,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이견 계속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4일 방송에 나와 가진 토론에서도 가장 쟁점이 된 사안은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였다. 홍영표·김관영 원내대표는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재판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사법부가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권위를 되찾는 계기를 만들려면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하고 그것은 특별재판부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사법농단과 연루된 고위 인사가 검찰에서 만약 기소하면 무죄를 해버리겠다는 식으로 세력을 규합한다는 말까지 나오기 때문에 더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사법부가 스스로 자정능력이 있어서 공정한 재판부를 꾸리면 좋을 텐데 지난번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와 납득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기각하면서 사법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굉장히 높아졌다”며 “검찰의 수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에 영장전담판사부터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사법농단 사태로부터 자유로운 재판부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삼권분립 훼손이 우려되고 헌법에 위배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당이 특별재판부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와 집권당인 민주당이 고의적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덮기 위한 수단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라며 “특별재판부를 하려면 사법 불신이 국민들로부터 조장된 현실에 대해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그만두게 한 이후에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 특별재판부 관련 합의점 찾을까 김관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라고 하는 것이 제1야당의 동의가 없으면 통과가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당에서 우려하는 위헌의 가능성, 삼권분립 훼손의 가능성 등을 제거해서 야당도 받을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소위 시민단체라고 생각되는 기타 전문가 단체의 추천 몫을 제거하고 다른 공정한 방법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며 “예를 들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10명을 추천하고 그중 국회에서 ‘비토권’을 갖고 나머지 5명을 확정해서 주면 대법원장이 그중에서 임명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도 “김 원내대표가 말한 대로 추천위원회를 시비가 걸리지 않도록 공정하게 하면 된다”며 “편향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민단체를 배제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태 원내대표는 “결국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 9명의 추천위원을 최종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의 코드인사인 김명수 대법원장”이라며 “무작위 배당의 원칙을 무시하고 특정 사건을 위해서 특정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은 재판의 공정성을 심각히 저해하는 행위”라고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재판부 배당을 사법부가 아닌 일반 시민단체까지 참여해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은 헌법 101조의 위반”이라며 “특별재판부 구성은 시민단체의 재판농단이자 문재인 정권의 맞춤형 재판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 법관 탄핵 소추 요구 여야가 특별재판부와 관련한 정쟁을 벌이는 사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법관 탄핵 소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강해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가 참여한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는 지난달 30일 사법농단에 적극 관여한 권순일 대법관, 이규진·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 등 6명을 탄핵 소추해야 한다고 공개 제안했다. 국회에서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돼 있어 국회 내 공감대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 국회 법관 탄핵 소추에 대해 공개적인 찬성 의견을 보인 의원은 정의당 소속 의원 5명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6명에 불과하다. 특별재판부 추진에 동의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여전히 국회 법관 탄핵 소추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특별재판부 추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도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는 검찰 수사에 앞서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고 탄핵 소추는 최후의 수단이므로 특별재판부 설치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단 탄핵 소추를 하려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법관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어서 헌법·법률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국회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아직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판사 탄핵과 사법부 대상 국정조사는 성립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일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으니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 특별재판부법률안 사법농단 국회 3트랙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고조되면서 결국 논의의 시작점은 지난 8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따르면 이 법의 적용 대상 사건은 법원 내 국제인권법연구회 모임 동향 파악 및 개입 등에 관한 사건 등 법관 사찰과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진 사건이다. 해당 사건의 전심 재판에 관여했거나 같은 재판부 또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법관, 양 전 대법원장이 임명을 제청한 대법관 등은 직무집행에서 배제된다. 압수·수색·검증·체포 또는 구속영장의 청구에 대한 심사를 전담할 특별영장전담법관을 1명 이상 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판사 3명씩으로 구성된 1심 특별재판부와 항소심 특별재판부 판사도 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특별재판부의 판결문에는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했고 재판 과정 기록 및 중계를 목적으로 한 녹음·녹화·촬영을 허가해 재판의 투명성을 기하도록 했다. 또 사법농단으로 공정성이 침해된 사건 당사자의 피해 구제를 위해서 국무총리 소속의 사법농단 피해구제위원회를 두고 재심 사유의 특례와 소송비용 면제, 소멸시효 완성의 항변 금지 등도 인정하도록 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특별재판부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법 통과를 위해서라도 법관 탄핵 소추와 국정조사 추진을 선제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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