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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산업 현재와 미래] 국가대표급 BT기업 전략적 육성 급하다

    [바이오산업 현재와 미래] 국가대표급 BT기업 전략적 육성 급하다

    바이오 신약·장기 분야가 정부가 추진중인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에 포함되고,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줄기세포 연구에서 잇따라 쾌거를 올리면서 바이오기술(BT)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2002년 ‘벤처 거품’ 붕괴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여전히 직원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하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BT는 정보기술(IT)보다 연구개발 투자액이 많고, 투자 회수 기간이 훨씬 길 뿐만 아니라 실패 위험도 커 꾸준한 지원 없이는 ‘성공 신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IT의 삼성전자처럼 BT산업을 이끌 대표주자 육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4년새 500여 바이오벤처 문닫아 강모(33·여)씨는 최근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바이오벤처회사인 M사에서 끝내 퇴직했다.M사는 상피세포 분리와 화상 부위에 세포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인공 지지체 개발 등으로 여러개의 특허권을 보유했지만 자금 조달이 문제였다.1999년 회사 설립 당시에는 수많은 투자자들이 나섰지만 벤처거품 붕괴 이후 자금이 끊겼고, 결국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10여명의 직원들이 짐을 쌌고, 남은 10여명 역시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는 실정이다. 강씨는 “퇴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이오벤처를 계속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관계자는 “2002년 이후 투자가들이 바이오 분야를 외면하는 바람에 대부분의 벤처기업이 성장 동력을 잃었다.”고 말했다.2002년 600여개에 달하던 바이오벤처 기업은 2004년 450여개로 줄었고, 현재는 100여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거치고 있는 벤처기업은 10여개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부가가치 반도체산업보다 월등 생명공학기술로 만든 항암제 인터페론은 g당 5000달러이고 부가가치 비중이 60%인 데 비해,256KD램 반도체는 g당 360달러에 부가가치는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에른스트 영은 2008년 바이오산업시장이 반도체산업의 2.5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의 바이오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빈혈치료제 에포겐을 개발해 ‘바이오스타’가 된 미국의 암젠사(社)는 지난해 세계 10위 제약회사로 성장했다. 암젠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1조원대로 한국 정부의 바이오 투자비보다 많다. 선진국에서는 유전자 치료나 신약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기반기술 제공업체, 신약 후보 물질을 초기 단계에서 개발해 대형 제약사에 파는 기술 전문기업, 기술 판매까지 전담하는 대형 바이오업체들이 ‘가치 사슬’을 형성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고령화대비 선진국 BT투자 늘려 한국은 이제 바이오 산업에 막 진입하려는 단계라는 평가다. 정부의 BT분야 예산도 올해 7086억원으로 미국에 비해 채 3%(2000년 25조원 대비)도 되지 못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유석 수석연구원은 “IT에는 ‘따라잡기’ 전략이 가능하지만 바이오의 원천기술은 대부분 선진국들이 선점해 따라가기가 더 어렵다.”면서 “바이오 투자는 일종의 ‘물탱크 채우기’와 같아 물이 다 차야 넘치듯 일정 수준의 투자가 쌓여야 성과를 내기 때문에 조급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 사회 진전으로 선진국들은 IT에서 바이오 분야로 연구개발 투자가 옮겨가는 분위기”라면서 “BT·IT 융합, 바이오 치료 등 우리의 강점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행히 산업자원부가 올해 ‘바이오스타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고무적이다. 산자부는 향후 10년간 2600억원을 투입, 바이오 산업분야의 ‘블록버스터형 스타제품’ 발굴에 적극 나섰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 양재혁 과장은 “업계에서 산자부의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잣대로 ‘스타 기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자금 지원은 물론 복잡한 인허가 과정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성매매 현장 밖의 삶/최광기 전문MC

    뜻밖의 일이었다.“너 어떻게 살았니?”라고 물을 수도 없었다. 그저 담담하게 “너, 희야 아니니?”라고 물으며 내 기억 속에 있던 어린 희야의 말투와 모습을 떠올리며 반갑게 웃었다. 그랬다. 열두세살의 희야는 자기보다 두세살 많은 오빠와 단둘이 살았다. 유난히 눈이 크고 수줍음이 많았던 희야. 나와도 몇개월을 함께 지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지역을 떠나면서 희야 남매에 대한 기억도 세월 속에 묻혀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성매매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쉼터인 ‘M 쉼터’에서 이제는 25세가 된 희야를 만난 것이다.10여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그 아이가 겪어야 했을 그 험한 세상을, 그 고단한 삶의 무게를 가늠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할까? 2000년과 2001년, 군산 성매매 집결지 내 업소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사건은 우리 사회 성매매 피해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등장시켰으며, 이는 성매매 방지법 제정운동으로 이어졌다.2004년 성매매 방지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관련 예산이나 시설의 수가 늘어나고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단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법적인 제도가 갖추어진 만큼 강력한 행정력이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지난 3월에 하월곡동,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5명의 여성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의 현장에서 나는 또다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과 ‘일하게 해달라는’ 여성들…. 그 끔찍한 삶의 현장에서 도덕적 잣대로만 길들여진 내가 다양한 삶을 수용하고 존중하며 함께 삶의 그림을 그려나간다는 것은 여간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성매매 현장에 있는 여성들의 대부분은 성매매를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인식하며 ‘언젠가는 그만둬야 할 일’로 여기고 있다. 성매매에 관한 사회적 비난과 낙인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여성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성매매로 인한 폐해를 그들 스스로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상황 인식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현장 밖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특히나 학력이 낮고 상대적으로 다른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여성들로서는 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누구나 누리는 배움과 경험의 기회가 그들에게는 없다. 이들 역시 우리 사회가 확보하고 있는 ‘여성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탈출’을 시도한 여성들의 경우 당장의 주거 문제에서부터 성매매 현장에 남겨진 채무 관계며 그 안의 인간관계를 해결하고 나면,‘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긴 시간 성매매 현장에서 생존을 위해 체득된 삶의 양식을 한꺼번에 바꾸기란 쉬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 현장 깊숙이에서 벌어지는 하루하루의 삶에는 우리가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는 인권의 문제, 한 개인의 삶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사회 속으로 ‘탈출’한 성매매 여성뿐 아니라 아직도 그 안에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 존재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과 밖의 거리를 좁히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그 지원의 내용과 방법이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그 여성들이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희망을 걸고 익숙했던 그 많은 것들과 결별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천천히, 조금씩 넘나듦이 필요한 것이다. 성매매의 대안은 그 ‘안’의 여성들을 ‘밖’으로 탈출시켜 ‘편입’되도록 하는 식으로 바라볼 수 없다. 그 안의 여성들은 삶의 새로운 변화가 아닌 자신의 인생의 변혁(transformation)을 치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법적·제도적 변화로 너무나 오랫동안 우리 일상에 뿌리박힌 관념과 삶의 방식을 한꺼번에 바꾸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성매매에 대한 적극적인 인식,‘피해’와 ‘비난’이 아닌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고민하는 것,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권리를 더욱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1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M쉼터’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모습으로 자신과 닮은 여성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희야를 보며 다시 한번 묻게 된다. 나는 지금 희야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최광기 전문MC
  •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용인시 새청사 덩치 시비

    신축중인 용인시 청사를 놓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용궁’ 또는 ‘용인궁’으로 표현하며 사치의 표본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연일 공격성 보도와 지적에 시달린 용인시는 “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원색적 입장을 문서로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용인시의 청사규모는 이미 오래전 확정됐다. 지난 1996년 기본계획에 착수해 이듬해인 97년 주민설명회를 거쳐 토지보상을 실시한 뒤 2001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용인시 도시기본계획안을 기초로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기본계획을 완성했다. 새청사는 2001년 12월 공사에 들어가 이달중 입주를 앞두고 있다. 용인시 삼가동 산 1번지 일대 7만 9420평에 들어서는 행정타운은 연면적 2만 4070평으로 이 가운데 시청사 본관건물은 연면적 9917평에 지하 2층, 지상 16층으로 건립된다. 행정타운에는 시청사외에 보건소와 복지센터, 문화예술원, 야외공연장, 용인경찰서, 교육청, 우체국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1620억원이 소요됐다. 얼마전 모 중앙일간지를 포함한 몇몇 언론사는 용인시 새청사를 용궁으로까지 표현하며 호화청사로 평가했다. 대부분 행정타운내 경찰서와 문예회관, 교육청 등 타 시설이 들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면적과 크기를 타자치단체의 시청사와 단순 비교했다. 그러니까 클 수밖에 없다. 용인시 행정타운에는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1671평 규모의 문화예술원이 자리잡고 있다. 인구 100만명을 예상했을 때 결국 다시지어야 할 운명에 놓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소규모다. 성남시 문화예술회관(성남아트센터)은 지난 2000년 5월 869억원(국비 200억원, 도비 60억원)의 예산으로 분당구 야탑동 1만 2000평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로 착공됐다. 회관내에는 1778석 규모의 대극장과 1000석짜리 중극장,424석의 소극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에 비해 용인시는 300석 규모 공연장 하나가 전부다. 성남시에 비하면 판자촌(?) 수준이라는 자평이다.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좁아 경기도내 1인당 치안수요가 가장 많았던 용인경찰서는 더 이상 좁아터진 사무실을 참지 못하고 행정타운에 이미 입주했다. 당장 인구 70만명을 돌보아야 하는 행정타운내 보건소는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1506평으로, 성남시 분당구 보건소 규모다. 사정이 이러니 용인시가 발끈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현재 용인시의 인구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고 한창 공사중인 동백지구까지 입주하면 인구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눈치밥 먹으며 인구 100만명의 안목을 가지고 지었지만 오히려 작다는 지적이 나올까 걱정이다 행정자치부의 청사규모 판단에도 문제가 있다. 행자부는 지난 2002년 8월 ‘지방청사 설계표준면적 선정기준 시달’이란 공문을 자치단체로 발송했다. 이 문서에는 지방청사의 경우 행정수요기구 인력의 증감 등 장래수요를 감안한 적정규모로 지을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구아래 청사규모를 측정하는 ‘표’가 문제다. 이 표는 자치단체가 새 청사를 지을 경우 기준을 삼도록 하는 공무원 수와 직제 등을 명시하고 있다. 표기상 현재를 기준으로 삼고, 자치단체가 청사를 지을 경우 잣대로 삼고 있다. 이러니 일선 시·군이 인구증가율을 감안해 제출한 설계규모와 마찰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용인시의 경우도 지난 2001년 융자신청을 냈다가 행자부가 ‘규모가 너무 크다’며 대출규모를 줄였다. 또한 2003년에는 ‘적정규모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저금리로 대출해주는 정부청사기금융자를 거부했다. 결국 시는 예산을 털어 공사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용인시가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5년 인구 12만여명때 두배가 넘는 30만명을 예상해 지은 하남시청. 당시 호화청사로 지목됐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이상적인 청사로 평가받고 있다. 풍산지구와 덕풍지구 등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시청사는 단순 행정기구가 아닌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널찍한 잔디밭과 주차장, 운동시설 등은 시청사의 이미지를 바꿔놓았고, 저녁때면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청사도 크지 않았다. 지나치게 넓은 지하주차장이 예산낭비로 지적됐지만 지금은 직원들의 차량도 출입이 제한돼고 있을 정도로 주민들의 차량이용이 늘고 있어 추가로 주차장 확보에 나섰다. 만약을 위해 농구대 등을 설치해 청사 인근에 남겨 두었던 부지에는 조만간 지하주차장 공사가 시작된다. 시는 만약에 대비해 청사 앞 덕풍천을 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해 인구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수원시는 지난 1987년 수원시청을 완공하면서 청사뒤편에 부지를 남겨놓았다. 이 부지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영통지구 등 굵직한 아파트단지가 개발되면서 인구증가로 자칫 새청사로 이전해야 할 판이었지만 얼마전 청사 본관 뒤편에 제2청사 신축공사에 들어가 금년 말 완공한다. 당초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무실공간이 워낙 협소해 공기를 앞당겼다. 수원시는 2년여전부터 사무실 공간부족으로 8개과가 인근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의정부시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1989년 당시 인구 40만명에 50만명 기준으로 신축된 의정부시청도 당시 잘 지은 청사와 널찍한 주차장, 테니스장 등 여유공간으로 인근 자치단체의 부러움을 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교통행정과와 차량등록사업소가 남의집 신세를 지고 있다. 직원들은 일찌감치 복개천 임시주차장 신세를 지고 있다. 세간의 지적과는 달리 성남 등 기초자치단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용인시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청사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난 것이 화근이지만 조직이 세분화되면서 공무원 수가 늘어난 것도 한 원인이다. 여기다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와 직업교육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청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지난 1983년 인구 20만 기준으로 지은 청사를 여태껏 사용하고 있는 성남시도 수년전부터 새청사를 지을 예정에 있지만 여의치 않다. 청사내 위치한 예술회관을 제외하면 분당구청보다 작은 규모로, 상당수 부서가 인근 건물을 임대 사용하고 있다. 이러니 용인시 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자치단체들은 최근 중앙부처나 언론이 새청사 건립비용을 거론하며 자신들을 정신나간 사람 취급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따지면 정부가 행정도시를 건설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맥락이 아니냐는 것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용인인구 10년만에 3배로 2010년엔 100만 넘어설듯 용인시 새청사의 덩치시비는 지나친 인구증가와 이에 따른 택지면적의 기하급수적인 확대에서 비롯된다. 인구폭발로까지 일컬어지는 용인의 인구증가는 수지에 아파트단지가 처음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94년 12월 수지택지개발 1지구 아파트단지에 첫 입주가 시작되면서 용인시의 인구는 용틀임을 시작했고, 같은달 31일 처음으로 인구 20만을 돌파했다. 이듬해부터 인구증가율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94년부터 95년까지 수지지구와 구갈지구에는 모두 4만여명이 입주, 인구는 24만명이 넘어섰다. 이어 96년 3월에 시로 승격된 후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무려 18개소에 이르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가 준공됐거나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인구는 10년 동안 매년 2만에서 많게는 6만명가량 꾸준히 늘었고 지금은 7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95년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무려 3배로 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공사가 한창인 아파트단지가 많다. 신갈택지개발지구를 포함해 죽전·동백·보라·구성·서천·흥덕지구 등이 올해 말부터 오는 2007년까지 순차적으로 입주한다. 이 가운데 동백지구와 죽전지구만 무려 10만여명의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이들 택지개발지구에다 인구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오는 2010년에는 102만명,2015년에는 123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율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00년 용인시는 2005년 12월31일 기준으로 인구가 68만 4500여명에 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지난 6월31일 현재 이미 68만 5000명을 넘어섰다. 택지면적도 지난 1995년 1589만㎡에서 지난 2003년에는 2배 가까운 2818만㎡를 기록했다. 여기다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한 소규모 공동주택까지 감안한다면 인구수로는 원만한 광역시 수준을 유지하게 될 전망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화난 이정문 용인시장 이정문 용인 시장이 잔뜩 화가 났다. 억울하게 옥살이하는 심정이라고 한다.‘촌놈은 초가집에 살아야 분수를 지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도 발표했다. 이시장의 하소연을 담은 글을 가감없이 소개한다. ‘최근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을 비난하며 호화청사, 한국에서 제일 좋은 시청사라고 수식하고 있다. 말그대로 시골의 조그만 시에서 분수에 맞지 않게 시청 건물을 호화스럽고 너무 크게 지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시청사로서 크다는 지적이라면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단순 시청사가 아닌 행정타운이라는 것을 감안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많이 서운하다. 전국 최초의 복합 행정건물이니 겉으로 보기에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청사가 차지하는 면적은 절반에도 못미친다. 과거 인구 20여만명에 맞춘 열악한 행정편의시설이 새로 입주한다. 여기다 문화예술회관과 복지센터, 경찰서, 교육청 등까지 입주한다. 복지센터에는 시민들이 혐오시설로 옆에도 못오게 하는 노인치매시설이 들어온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불과 300석규모의 소극장과 200석 규모의 도서관 등이 입주한다. 이게 용궁인가? 일제시대인 1926년 지어진 서울시 본청사나 중앙 정부청사보다 크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광역자치단체나 중앙부처 등은 민원인이 항상 붐비는 기초단체의 청사와는 달리 거의 공무원만 상대로 근무해 청사가 클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 여건을 간과하고 있다. 행정청사만을 비교해도 인구가 훨씬 작은 서울 도봉구청이나 천안시, 강릉시보다 비슷하거나 작으며, 시세가 비슷한 부천시는 오히려 우리보다 4600여평이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가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은 인구 100만을 바라보는 시를 여전히 과거의 자그마한 촌으로 생각하며, 없는 집이 갑자기 살림이 늘어 집을 크게 지은 것을 보아넘기지 못하겠다는 심산이다. 본인이 처음 행정타운을 계획하였다면 지금보다 더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타운내 장례식장 등 혐오시설을 넣었을 것이고, 공연장도 최소 1000석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취임전 이미 공사에 들어간 바람에 변경이 불가능해 미련이 남는다. 이제 지방청사는 휴식과 문화, 교육, 행정이 복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주말에 가족나들이 코스로,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사설] 실체 확인된 재벌 뻥튀기 지배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내놓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현황을 보면 총수의 지배력이 얼마나 뻥튀기 돼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총수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지분율에서 총수 본인과 친인척의 소유지분율을 뺀 소유지배괴리도의 경우 자산 2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31.21%포인트, 자산 6조원 이상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은 35.25%포인트나 된다. 또 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의결권 승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이 6.78배,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이 8.5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 총수들이 자신들의 보유지분보다 7∼9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재벌 총수들이 2% 안팎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이면에는 계열사끼리 얽히고 설킨 순환식 상호출자와 계열금융사를 통한 계열사 지분율 확보가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재벌 계열사 중 60%에 대해 총수 일가가 단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음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유다. 더구나 계열금융사의 경우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고객이 맡긴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있어 수익률 극대화라는 고객의 요구와 상충될 소지도 없지 않다. 공정위가 재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벌 금융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키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재계는 소유지배구조 공개가 반재벌 정서를 부추길 뿐이라며 경영의 효율성이 잣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상호출자로 연결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는 외환위기 당시 경험한 바 있다. 재계는 반발에 앞서 시장이 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길섶에서] 젊은 후배에게/이호준 인터넷부장

    시인은,‘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는 말로 이별을 위안했지만, 그게 어디 맘 먹은 대로 되더냐. 아직도 내일의 희망으로 오늘의 아픔을 치유할 능력이 없는 나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영영 못 보는 건 아니겠지만 널 먼 곳으로 보내며, 손은 자꾸 술잔을 더듬는다. 잘하고 있지만, 선배라는 이름에 기대어 또 잔소리 보따리를 푼다. 이름 석자 높이려 자신과 남을 속이지 마라. 양심을 재는 잣대는 고무줄과 같아서, 제멋대로 늘어나고 줄어든다. 하지만 뭇사람의 눈에는 늘 칼날이 번득인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임을 명심해라. 잘못을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대신 변명과 합리화로 때우려 할 때, 무덤은 눈앞에 있다. 돈과 출세에 매몰되어 발버둥치지 마라. 화살과 같은 세월 속에 얼마나 허망한 짓인지. 사람은 누구나 매일 도화지 한 장씩을 받는다. 누군 그 곳에 무의미한 낙서를 하고, 누군 알차고 예쁜 그림을 그려 넣는다. 선택은 자신에게 달렸다. 하지만 후배여, 언젠간 그렇게 쌓인 도화지를 검사 받는 날이 온다는 걸 잊지 마라. 이호준 인터넷부장 sagang@seoul.co.kr
  • ‘MS 끼워팔기’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앞두고 ‘이견 팽팽’

    ‘MS 끼워팔기’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 앞두고 ‘이견 팽팽’

    불공정거래행위인가,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른 결과인가.5년여를 끌어온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이번주 시작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는 13일 재판부에 해당되는 전원회의를 열고 MS의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 끼워팔기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다. 이번 사안은 디지털 제품의 융화·복합화가 추세인 IT산업을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첫 사례로, 향후 IT분야의 분쟁에서 공정위의 판단 잣대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MS 입장에서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결론이 날 경우 거액의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되는 데다 다른 나라에서도 똑같은 소송에 휩싸일 수 있어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국제적 관심 집중 지난 2001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국내 컴퓨터 운영체제의 시장점유율 1위인 MS가 윈도에 메신저를 끼워파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제소했다. 인터넷 상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는 MS의 윈도메신저와 MSN메신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다음메신저, 네이트의 네이트온 등이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이어 미국의 리얼네트워크도 2004년 MS 본사와 한국 지사가 미디어플레이어(동영상이나 음악을 재생하는 프로그램)를 부당하게 끼워팔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제소했다. 리얼네트워크는 지난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동영상 재생프로그램인 리얼플레이어를 내놓았으나 지금은 MS에 밀려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시장점유율이 99년까지 90%를 넘었으나 이후 급락, 지금은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다. MS가 미국의 간판 대기업이라는 점, 리얼네트워크가 유럽, 한국에 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MS를 제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세계 IT업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004년 MS를 상대로 100억원대의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메신저 끼워팔기가 위법으로 판명되면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 제작업체들도 똑같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끼워팔기냐 기술발달이냐 MS측 논리는 여러 프로그램이 하나의 운영체제(OS)로 통합되는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흐름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기술 발달로 카메라 기능까지 추가되면 카메라 제조업체가 휴대전화 제조업체를 제소할 수 있는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치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소한 메신저는 윈도메신저이며 현재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메신저는 내려받기를 해야 하는 MSN메신저라고 강조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 메신저를 내려받는 데 별 무리가 없다는 점도 MS측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다음측은 MSN메신저와 윈도메신저는 핵심 기능을 공유하고 있어 같은 소프트웨어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판단은 다르다. 미국은 2001년 11월 MS의 익스플로러 끼워팔기에 대해 바탕화면에 익스플로러 설치 금지,MS 운영체제 정보 공유, 경쟁사가 호환 가능한 소프트웨에 개발 지원 등의 명령을 내려 MS측 입장을 대거 반영했다. 반면 EU는 지난해 3월 리얼네트워크의 제소에 대해 MS에 4억 9700만유로(62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미디어플레이어를 제거한 운영체제 출시를 명령했다. ●가을쯤 결론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은 “보통 전원회의가 열리면 당일에 결론이 나거나 연기되더라도 두 차례 정도 심판하는 것이 관례인데 MS건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심의속개 형식으로 심의가 여러 차례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MS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만 1500페이지나 된다. 전원회의에는 MS 본사측 변호인 7∼8명도 참여한다. 이들은 미국과 EU에서 ‘독점적 지위남용’에 대한 대형 소송을 해본 베테랑들이다.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위법성 판단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에서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MS의 끼워팔기가 위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부과될 과징금 자체는 한국에서의 MS의 매출액과 매출액의 최고 5%에 해당하는 과징금 등을 고려하면 큰 의미는 없다. 문제는 시정명령이다. 가령 ▲윈도에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를 분리해서 팔도록 하는 조치 ▲메신저와 미디어플레이어가 갖춰진 윈도와 그렇지 않은 윈도를 출시해 소비자들이 선택하게 하는 방법 ▲해당 프로그램은 그대로 두되, 윈도 초기화면에 아이콘이 뜨지 않도록 하고 경쟁업체들과 윈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라는 조치 등이 내려질 경우 MS는 물론,IT업계에 미칠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고] 주택담보대출에 금융기관 윤리경영 절실/이정조 리스크컨설팅 코리아 대표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야단법석이다. 진단과 처방 아이디어가 백가쟁명이다. 부동산 문제는 한두 가지 처방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단기간에는 더욱 힘들다. 과거 정책들은 내성만 키워온 탓에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양도소득세 부과가 그렇다. 투자자 입장에선 남은 이익에서 세금을 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안 된다고 여길 뿐더러 거래를 위축시켜 공급만 줄이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담보대출에 추가 이자를 부담시키자는 방안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투기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먼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다주택 소유자를 위한 부동산 투기자금 지원창구가 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된다. 즉,1가구 1주택 구입에 대한 담보대출은 활성화해야 하겠지만 2주택 이상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은 막아야 한다. 아무리 회수 가능성이 100%라도 모두에게 손해를 끼치는 투기를 위한 돈까지 금융기관이 대주어선 곤란하다. 지나친 주택담보 대출 경쟁은 금융기관이 안전한 담보물을 잡고 도박자금을 대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기관의 윤리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미 집이 한 채 있는데 다른 집으로 바꾸기 위해 대출받는 경우처럼 1가구 2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대출에 대해선 예외인정 기간을 6개월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6개월 안에 둘 중 하나의 대출금을 갚도록 하면 그전 주택을 매각하는 등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투기자금은 시중에 떠도는 4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과 함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이 주요 원천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대출로 집값이 오르면 결국 고가 주택이나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곤 집 없는 사람부터 장래 더 큰 주택으로 늘려가려고 하는 사람까지 손해를 보게 된다. 과거에도 금융기관의 무리수는 결과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곤 했다. 당장 신용카드 사태로 인한 고통을 생각해보자. 요즘 형편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무분별한 카드발급 행위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나라 경제를 어렵게 만들었는가. 보증기관의 보증서만 있으면 손실 위험이 없다고 회사 내용은 따지지도 않고 대출함으로써 신용위험 관리의 동반자 역할을 포기한 결과가 고스란히 부실로 돌아왔다. 고객의 상환 능력을 검증하기보다는 고객이 파산한 시점에서 회수 가능성만 고려하는 작금의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우리 사회에 큰 병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나친 가계부채 부담을 경고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택에 대한 담보인정비율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금력이 부족하고 투기할 여력도 없는 1주택 구입자들을 곤경에 빠뜨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을 낮추기보다는 가구당 주택담보대출 최고한도(예컨대 3억원)를 설정해 차입을 통한 악성 투기를 막아야 한다. 아울러 차입한 금액 중 일부에 대해서라도 나눠서 상환하도록 허용함으로써 무리한 차입을 억제하고 고객들이 금융상황 악화에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 상환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고 장사하는 것이 금융의 ABC 아닌가. 실수요자에게 서비스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기관의 윤리경영은 은행과 보험사는 물론 캐피털, 상호저축은행 등 모든 제도권 금융기관이 동참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떤 곳에서 대출을 억제하면 다른 금융기관을 찾아가 돈을 빌리는 풍선효과 때문에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항상 뒷북을 치는 게 문제다. 미리 대처함으로써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거나 최소화하지 않고 겉으로 심각하게 드러나야 야단법석을 떤다.1가구 2주택자의 모기지론 이용을 막아 주택투기 자금화를 원천 봉쇄하고 있는 주택금융공사를 벤치마킹하자. 아무리 좋더라도 탁상공론은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현실적인 잣대와 기준을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설득력이 있고 시장에 먹혀드는 것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 코리아 대표
  • [클릭이슈] ‘민주화 기여도’ 백분위 평가 논란

    [클릭이슈] ‘민주화 기여도’ 백분위 평가 논란

    연세대 법학과 95학번 노수석. 법대 풍물패에서 활동했던 노씨는 1996년 3월29일 서울지역총학생회연합 주최로 열린 ‘대선자금 공개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시위’ 도중 사망한다. 사인은 심근경색. 경찰의 과잉 진압이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그의 민주화 기여도는 60%. 경희대 사학과 79학번 이길상. 서양사상연구회원으로 활동하던 1980년에 5·18 광주민중항쟁을 규탄하는 시위를 주도한다. 이후 그는 경찰에 수차례 연행돼 갖은 구타와 고문에 시달렸다.1982년부터는 정신분열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 17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결국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1998년 투신, 삶을 마감했다. 그의 민주화 기여도는 10%. 서슬 퍼렀던 군부 독재에 맞섰다가 스러져간 사망자들에 대한 민주화 기여도 평가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사망자의 기여도는 우리나라 민주화에 얼마나 이바지했느냐에 따라 10∼90%까지 수치로 매겨진다.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측은 “시위하다가 죽었다고 모두 똑같은 열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연대회의측은 “근거없는 잣대로 민주열사의 정신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심의위원회의 민주화 기여도 평가를 규탄하며 종로구 중부학당길 심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85일째 농성 중이다.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에 따라 민주화 관련 인사로 선정된 희생자는 90명. 심의위원회는 2001년부터 이들에 대한 민주화 기여도를 백분율로 평가해 왔으며 27%에 해당되는 24명의 평가 작업을 완료했다. 민주화 기여도를 가장 높게 평가받은 사람은 원태조(당시 37세)씨와 박성호(당시 29세)씨. 이들은 1990년 9월 금강공업 노조 임단협 교섭 중에 이뤄진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며 분신 자살, 민주화 기여도 90%로 평가받았다. 반면 1977년에 사망한 동아방송 해직 기자 조민기(당시 35세)씨와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다 1998년 투신한 이길상(당시 38세)씨 등 6명의 민주화 기여도는 10%로 가장 낮다. 이들 대부분은 고문 수감 후 지병이 악화됐거나 민주화 운동 중 몸을 돌보지 못해 사망한 경우라 민주화 운동과 사망 원인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심의위원회의 설명이다. 민주화 운동 관련자들의 기여도는 심의위원회 위원 8명이 결정한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하경철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백경남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인봉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결정한 기여도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의 보상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국가 배상법 시행령에 따른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라 사망자의 사망 당시 경제적 능력을 돈으로 환산해 보상금이 지급되는데 민주화 기여도가 10%로 평가되면 유가족은 보상금의 10%만 받게 된다. 여영학 변호사는 민주화 기여도 평가는 물론 이에 따른 보상금 지급 기준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국가유공자나 독립운동유공자의 보상 규정에도 희생 정도에 따라 보상을 달리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사망이냐, 상해냐에 따른 차등 지급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이들의 기여도 정도를 평가해서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심의위원회가 이들의 민주화 기여도 정도를 심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심의위원회 조현기 민주화운동보상지원단 계장은 “민주화 관련 사망자 중에는 그 공로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똑같이 ‘열사’라고 칭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사망한 모든 사람들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심의위원회 위원들이 사망자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기여도를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별 다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여성&남성] “여자가 어디서 담배를…”

    “아니, 재수없게 여자가 길바닥에서 담배를 피워.” 지난달 30일 자정 전북 전주에 사는 A(28·여)씨는 생면부지의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다. 집 근처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에게 40대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담배를 끄라고 했다.A씨는 “나도 내일 모레면 서른이다. 내 담배 내가 피우는데 왜 기분 나쁘게 그러느냐.”고 대꾸하자 남자의 폭행이 시작됐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남자는 당당했다. 그는 붙들려가는 과정에서 “너희들이 뭔데 선량한 시민을 잡아가느냐.”며 경찰관들에까지 주먹을 휘둘렀다. 지난 2월에도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노점상 유모(26)씨가 주먹을 휘둘렀다 경찰에 입건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드러내놓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위의 사례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남자와 당당한 여자가 충돌한 이례적인 경우지만 폭력 부분을 제외한다면 흡연여성들은 비슷한 경험이 한 두번쯤은 있을 듯하다. ●“담배 피우는 여자는 그냥 싫다.” 흡연여성들은 “남성들에게는 그저 기호품일 뿐인 담배가 유독 여성에게는 혐오나 금기의 대상이라는 이중잣대가 존재한다.”고 토로한다. 컴퓨터 하드웨어 정보를 제공하는 파코즈(www.parkoz.com)에서 남녀 네티즌 1270명을 대상으로 ‘담배 피우는 여자를 어떻게 보는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53.4%(678명)가 ‘싫다.’ 또는 ‘매우 싫다.’고 답했다.‘좋아 보인다.’는 4.3%(55명)에 그쳤다. 부정적인 답변을 한 사람 중 49.1%는 ‘그냥 이유 없이 싫다.’고 답해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저 그렇다.’ 또는 ‘상관 안 한다.’는 33.7%(429명)이었다.‘예쁘면 상관없다.’는 대답도 5%를 차지해 여성의 흡연을 성적 매력 차원에서 접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설문을 진행한 사이트의 주된 이용자가 여성 흡연에 비교적 관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대란 점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의 연령층을 포함하면 여성 흡연에 대한 우리사회 인식은 더욱 부정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성흡연자 “국내 여성흡연율 2.8%?” 이런 탓에 여성흡연자는 죄라도 짓는 듯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많다. 지난해 대기업에 입사한 최모(25·여)씨는 담배가 급할 때는 회사 화장실이나 인근 카페를 찾는다. 사내 흡연장소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남자선배나 회사간부들의 따가운 눈총을 참아가며 담배를 피우는 것은 차라리 안 피우는 것만 못하다. 그는 “입사 초, 호기 있게 흡연실이 어디냐고 물었다가 골초 여사원으로 찍혀 몇달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면서 “사내 분위기를 감지한 이후로는 스스로 숨어 피울 곳을 찾지만, 내가 왜 이래야만 하는지는 아직 혼란스럽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5일 국내 여성의 흡연율이 2.8%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흡연여성들은 이 통계치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실제 흡연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란 얘기다. 대학생 정모(21·여)씨는 “카페 등에 가면 담배 피우는 여자는 많은데 정작 주변에 흡연여성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남자친구는 물론 때로는 동성친구에게도 숨기는 흡연이 여론조사를 통해 제대로 측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권 보장이 금연권 보장” 지난해 ‘흡연여성 잔혹사’라는 책을 낸 서명숙(48·여·오마이뉴스 편집국장)씨는 한국사회에서 여성들 자신의 담배에 대한 금기와 속박은 깨졌지만 ‘외부의 금기’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 흡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우리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여성 흡연에 대해 여전히 봉건적인 사고와 관습법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도 어렵게 금연을 했다는 서씨는 “금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지 여성에게만 강제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흡연의 자유가 허락될 때 자연스럽게 금연의 자유도 허락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기고] ‘선심성 행정’이란 말은 쓰지 말자/권문용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

    시칠리아 마피아의 슬로건은 ‘착하게 살자’이다. 이 좋은 말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폭언이 될 수 있다. 그네들 사회에서 “요사이 당신 착하게 사는 것 같지 않아.”라는 말을 하면 상대는 엄청난 두려움에 휩싸인다. 착하게 산다는 것에 대해 명백한 기준이 없으므로 말하는 사람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게 된다. 그래서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없는 사회는 무질서하다. 실제로 이 섬에서는 택시요금을 맘대로 부른다. 그래서 이 섬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하다. 마피아의 ‘착하게 살자’같은 애매한 표현이 우리에게도 있다. 바로 ‘선심성 행정’이다.‘선심성’이란 단어는 국어, 영어사전을 아무리 뒤져도 찾아볼 수 없다. 사업에 들어간 비용에 대해 나오는 편익을 계량화하여 평가하는 것이 세계은행이 정한 사업평가 원칙이다. 기업도 이처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그래야 모두 잘 산다. 지방행정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선심성’이란 잣대는 열이면 열 모두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평가기준이다. ‘선심성 행정’이란 기준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필자는 지난번 세계혁신포럼에서 독일 법학자에게 다른 나라에도 이런 애매한 기준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한참 생각하더니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인기있는 사업이라면 우선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이런 사업이 문제가 되는가 되레 내게 반문했다. 그리고 “누구나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 선심성이란 기준으로 사업을 평가한다면 그것은 무뇌적(brainless) 평가이며 만일 그러한 평가가 실제로 행해진다면 그것은 해외토픽감이다.”라고 말했다. 필자는 얼굴이 붉어졌지만, 인기영합주의 행정은 비판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은 시민이 투표로 결정할 문제”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선심성이라 불리는 지방자치현장에 가보자. 함평, 보령, 강경, 부여, 이천 등에서는 각각 나비, 갯벌, 젓갈, 연꽃, 도자기 관련 축제를 벌여 연간 100억∼400억의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지방축제가 아니라 국가로 말하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것이다. 그뿐인가, 안동시는 농산물 수출을 두 배나 증가시키고 있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지났다. 요즘 이에 대한 평가가 한창이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전국 1000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지난 10년 사이에 행정서비스와 그로 인한 삶의 질 향상에 엄청난 발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예로 민원처리에 대하여 좋아졌다 49%, 보통 36%였고 생활쓰레기에 대하여 잘 치워진다 65%, 보통 22%로 나타났다. 많은 분야에서 잘되고 있다는 것이 안 되고 있다는 것보다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전국이 지금 힘차게, 그리고 눈물겹게 뛰고 있다. 제발 ‘선심성 행정’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대신 순천시의 슬로건처럼 ‘서로 칭찬하자!’란 말을 쓰자. 권문용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
  • “태권도 2012올림픽종목 유지에 총력”

    “태권도 2012올림픽종목 유지에 총력”

    ‘죽느냐, 사느냐.’ ‘국기’인 태권도의 사활 여부가 오는 8일 결정된다.5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17차 총회에서 2012년 하계올림픽 종목이 찬반 비밀 투표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28개 종목별 퇴출 여부는 오는 8일 총 116명의 IOC위원 가운데 출석위원의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가려진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세계태권도연맹(WTF)은 태권도 올림픽 종목 ‘사수’를 위해 지난 2일 싱가포르로 향했다. 김정길 위원장을 비롯한 KOC 대표단은 이날부터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을 비롯한 국제 스포츠 인사와 활발한 접촉을 갖고 막판 득표 활동에 돌입했다. 앞서 1일 타이완으로 출국한 조정원 총재 등 WTF 대표단도 4일 싱가포르에 입성, 올림픽 종목 사수 외교에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육상·수영 등 기초종목의 올림픽 퇴출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 현실. 따라서 이들 종목을 제외한 대략 7∼8개 종목이 퇴출의 위기에 놓여 있다. 보편·대중성, 이미지·발전성 등을 잣대로 한국의 금맥인 양궁과 태권도, 근대5종·소프트볼·사이클에 심지어 인기 구기 종목인 야구 축구 배구까지 퇴출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태권도를 집중 공략하고 있는 가라테와 골프·럭비·스쿼시·인라인롤러 등 5개 종목이 올림픽 진입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재 태권도는 잔류 전망이 우세하지만,‘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상당히 위험하다.’는 관측도 있어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태권도계 내부에서는 30표 정도는 확실한 지지 입장이며, 여러 변수를 감안하다라도 70∼80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IOC의 평가보고서는 다소 부정적이다. 회원국이 179개국에 달해 보편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TV시청률 등 미디어 노출효과가 낮고 경기의 흥미도가 떨어지며 심판 판정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낙관은 금물이다.WTF는 이들 문제점을 개선할 개혁 프로그램을 이미 제시했고 IOC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애써 강조하고 있다. 태권도가 과반을 넘지 못해도 2012년 올림픽 종목에서 빠질 뿐이지만, 한번 빠진 이후에는 재진입이 어려워 잔류에 끝까지 힘을 모아야 할 처지다. 김민수기자 kimms@seoul.co.kr
  •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부너 지음

    마약판매상은 왜 어른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 걸까? 미국에서 가장 수익이 높은 사업중의 하나인 마약거래. 저소득층 주택단지에서 조금만 어슬렁거려도 싸구려 코카인 ‘크랙’의 거래가 가능할 정도다. 그러나 크랙 판매상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 대부분 자기 집도 없이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마약 갱단의 조직을 파고 들어가면 갱단은 맥도널드사의 조직도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갱단에 중앙본부가 있고, 그 아래 수백개의 지부가 있다. 본부는 각종 변호사비용과 뇌물, 갱단이 후원하는 지역행사 지원에 돈을 써야 한다. 중간 관리책은 자신의 구역에서 크랙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대가로 수입의 일부를 이사회에 지불해야 한다. 거리에서 크랙을 파는 이들은 다른 경쟁관계에 있는 갱단으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조직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갱단의 고위 간부는 큰돈을 만지지만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받는 돈은 줄어들게 마련. 거리 크랙상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기준에도 못 미치는 3.3달러에 불과하다. 부모들에게 얹혀 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의 젊은 경제학자 스티븐 레빗. 그는 기존 경제학자들이 쓸데없는 짓이라고 여기는 ‘마약 판매상의 재정분석’을 통해 마약 판매상의 가난을 경제학적으로 고찰했다. 일상 생활속에 숨겨진 진실을 방대한 데이터로, 치밀한 통찰력과 과학적 논증으로 파헤쳤다. 그는 이외에도 ‘낙태의 합법화가 미치는 영향’‘승리가 전부는 아니다:스모경기에서의 부패’등 누구도 연구하지 않는 흥미로운 주제에 시간을 쏟아 부었다.2003년 미국 ‘예비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하고, 같은해 포천지 선정 ‘40세 미만의 혁신가 10인’에 선정됐다. ‘괴짜 경제학’(스티븐 레빗·스티븐 더부너 지음, 안진환 옮김,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은 상식과 통념을 깨는 괴짜 경제학자의 세상 읽기다. 뉴욕타임스의 기고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더부너의 글솜씨가 더해져 난해한 경제학을 쉽게 읽히게 한다. 그는 ‘그 많던 범죄자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에 의문을 표시했다. 연구 결과 그는 1990년대 미국의 범죄율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사회의 완벽한 치안정책이나 총기규제, 경제번영 등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낙태의 합법화라는 뜬금없는 사건이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원치 않는 출산은 범죄율을 높이지만 반대로 낙태의 합법화는 범죄율을 낮춘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현대의 삶을 지탱하는 초석은 ‘인센티브’라고 분석한다. 스모 선수와 교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승부조작과 시험부정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한 설명은 인센티브로 설명했다. 또 우리가 아는 세상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범죄학자가 범죄율이 줄어든 것을 설명해내지 못하고, 교사가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돈이 선거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경제적인 잣대가 아니라 도덕적인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1만 2000원.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국적포기 ‘단죄’ 수포로…재외동포법안 부결

    국적포기 ‘단죄’ 수포로…재외동포법안 부결

    이중 국적인 남성이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국적을 포기하면 재외동포의 자격과 혜택을 박탈하는 내용의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 법안은 지난 6월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을 이탈하도록 국적법이 시행되기 직전 국적 포기 사례가 증가하자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는 재석 의원 232명 가운데 104명이 찬성,60명이 반대,68명이 기권했다. 법률안이 표결에서 통과하려면 재석 의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 기권과 반대표를 던진 일부 의원은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인재를 두루 활용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편협한 잣대를 적용하면 위헌 소지도 있고, 부작용도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적법 개정안이 발의된 뒤 이달초 시행 직전까지 1678명(해외공관 접수자 제외)이 국적을 포기했다. 국회는 또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영을 태만히 하면 지자체에 교부할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도 재석 227명, 찬성 112명, 반대 110명, 기권 5명으로 부결시켰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불법정치자금을 환수하고 가압류,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불법정치자금몰수법과 헌법재판관 9명 전원으로 인사청문회를 확대하는 헌법재판소법 등 54개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복수차관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작은 정부’에 역행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방위사업청 신설을 추가한 수정안을 공동 발의,30일로 처리가 미뤄졌다. 박찬구 박지연기자 ckpark@seoul.co.kr
  • [CEO 칼럼] ‘김우중’ 공정한 평가 이렇게/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CEO 칼럼] ‘김우중’ 공정한 평가 이렇게/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인위적이고 주관적 잣대에 의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더구나 대우 출신 등 이해가 걸린 이들의 아우성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6월15일 새벽 5시30분에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에 모습을 나타냈다.69세 노인의 모습이었다. 자신의 잘못에 책임을 느껴 과거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로써 1999년 중국에서 종적을 감춘 뒤 5년 8개월간의 해외 체류를 끝내고 그는 한국인들 앞에 서게 됐다. 1967년 3월,31세의 김우중씨는 자본금 500만원을 가지고 대우실업을 창업했다.30년 후 대우는 자산 83조원과 매출 62조원의 국내 2위 재벌로 컸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대우가 무너진 것은 1999년이다.IMF 외환위기를 만나면서 벼랑에 섰다. 분식회계로 빚을 끌어다 신규 투자를 벌이는 김우중식 경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68조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던 대우는 무너졌고 공적자금 29조 7000억원이 투입되면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이 시작됐다. 자산관리공사에 의하면 지금까지 계열사 매각이나 채권권리 등을 통해 7조 7000억원을 회수했을 뿐이다. 대우 조선해양 등을 추가 매각한다 해도 결국 10조원대의 국민혈세는 허공에 날리게 됐고 38만명에 이르는 대우 소액주주들도 3조원 가까운 피해를 봤다. 귀국 전부터 그의 공과에 대해 논란이 분분했다. 민주노동당은 김우중식 세계경영은 실패한 경영의 표본이라고 깎아내렸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세계경영에 대한 공과가 엇갈렸다.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이한구 의원은 대우 부도사태에 대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김 전 회장의 경제성장에 끼친 공을 강조했다. 반면에 대우사태 때 재경부 금융국장을 지낸 이종구 의원은 대우부도는 투자실패와 위기관리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김 전 회장의 과(過)를 주장했다. 그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의 냉철한 노력이 긴요하다. 첫째, 인위적이고 주관적 잣대에 의한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더구나 대우 출신 등 이해가 걸린 이들의 아우성은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전 회장을 진정 돕고 싶다면 주장을 아껴야 한다.‘세계가 열린다, 미래가 보인다-김우중의 세계경영’이란 책을 쓴 학자들도 신중하기 바란다. 대우에 근무하던 386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발언할 차례를 조용히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보도에 의하면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사법적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우리 경제에 미친 김 전 회장의 공과문제는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마땅한 말을 하면서도 “실패한 기업인과 나는 백지한장 차이”라는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모든 기업인들이 범죄 수준에 있다.’는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족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박 회장의 말대로 ‘법을 존중하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못만 앞세워 김우중 전 회장을 몰아붙이기만 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주장도 미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過)가 있으나 공이 있으므로 비겨 버리자는 은연 중의 주장은 현재 모든 국민들의 합의가 아니다. 둘째,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따른 ‘후폭풍’(?)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 전 회장 자신부터 무리한 명예회복(?)과 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무상심이 필요하다. 정치와 경제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지만 김우중 공과의 평가는 시종 경제논리로 풀어가는 게 슬기로운 일이다. 셋째, 언론 자체가 원래 센세이셔널리즘에 입각하여 선정적 보도로 장사를 해야 하는 메커니즘이긴 하다. 하지만 각계의 주장보다 DNA를 판독하듯 팩트(fact)를 좀더 꼼꼼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여 역사 앞에 헌신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넷째, 경제·경영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건강한 식견을 갖춘 경영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김우중 공정평가를 위한 자문기구’를 발족시켜 사법권의 판단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김 전 회장과 대우 사태는 진행형이다.CEO 연구가로서 필자는 지켜볼 것이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컨설턴트
  • 공공기관 이전, 거센 후폭풍… 과제 ‘산넘어 산’

    공공기관 이전, 거센 후폭풍… 과제 ‘산넘어 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밑그림인 공공기관 이전안이 우여곡절끝에 실체를 드러냈다. 하지만 희망 기관의 유치에 실패한 광역자치단체가 강력히 반발하는 등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이같은 반발은 24일 177개 기관의 이전지가 최종 확정되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177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인력 3만 2000명(본사 정원 기준)과 지방세 914억원이 수도권을 빠져나가 지방으로 분산된다. 전 가족이 한꺼번에 이주한다면 인력이동 규모는 12만명(4명 가족 기준)을 웃돈다. ●어떻게 나눴나 정부는 지역전략산업과 공공기관의 기능적 특성을 연계해 이번 배치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전대상기관들을 가능한 한 기능군으로 묶고 기능군이 애매한 경우 기타기관으로 분류됐다. 가장 중요한 잣대는 지역의 낙후도였다. 형평성과 효율성도 기준이 됐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한전이 울산 대신 광주로, 토공이 부산 대신 전북으로 결정된 것도 ‘낙후도 우선 원칙’때문이었다. 광주와 전북은 낙후도면에서 매우 후한 점수를 받았다. 대신 희망 기관을 유치하는데 실패한 부산과 울산 등에는 지역 특성을 감안해 공공기관을 배치했다. 울산의 경우 에너지산업 특화 계획에 따라 석유공사 등 관련 시설을, 부산에는 금융산업 특화계획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3개 기관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군·구 치열한 경쟁 불가피 광역자치단체내에서도 어디에 입지를 선정할 것인가를 두고 시·군·구별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이 경우 주민들간의 분열도 우려된다. 자칫하면 기능군별 기업을 한데 묶어 혁신도시를 건설키로 한 당초 원칙이 흐트러질 수도 있다. 주민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시·군·구별로 이를 나눠 분산배치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혁신도시 건설을 통한 지역의 경쟁력 제고라는 취지에 배치된다. 중앙정부가 지자체 내부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이다. 이전 비용도 문제다.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답변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들어가는 총비용은 12조원으로 추산되나 이전대상 기관의 자산(토지 및 건물) 매각 대금은 8조 7000억원”이라며 “3조 3000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이전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땅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덩달아 이전 비용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전남 등의 일부 시·군은 벌써 땅값이 크게 올랐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을 계기로 전국의 땅값과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07년 착공예정 공공기관 이전안이 마련됨에 따라 올 하반기중 시도지사, 이전 대상기관, 주무부처간 ‘이전협약’을 맺는다. 또 지자체는 10월을 전후해 구체적인 부지를 결정하게 된다. 내년부터 2007년까지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오는 2007년 말쯤 착공,2012년 입주를 시작할 계획이다. 다만, 주공과 토공, 도로공사 등 건교부 산하기관은 공공기관 이전을 선도한다는 차원에서 2010년까지 조기 이전할 방침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LPGA US여자오픈] ‘꿈의 그린’ 주인공은?

    미국 남녀프로골프를 통틀어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연승 행진에 내로라 하는 노장들과 ‘젊은 피’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23일 밤(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체리힐스빌리지의 체리힐스골프장(파71·6749야드)에서 개막하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인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달러)이 그 무대.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올시즌 몇 승을 더 보탤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할 만큼 소렌스탐의 낙승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디펜딩 챔피언 멕 말론(42)을 비롯한 LPGA의 노장뿐 아니라 ‘천재’ 미셸 위(16)와 ‘신인왕 0순위’ 폴라 크리머(18) 등 소장파들까지 합세해 ‘안티 소렌슬램’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때문에 올해로 60회째를 맞는 US여자오픈 그린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8년 만의 우승컵과 ‘소렌슬램’의 7부 능선 소렌스탐은 이미 나비스코챔피언십과 맥도널드LPGA챔피언십 등 올시즌 두 차례의 메이저대회를 석권, 올 초 “올시즌 목표는 그랜드슬램”이라는 약속의 절반을 지켰다. 이 대회마저 우승할 경우 한 시즌 3개 메이저 싹쓸이는 물론, 사상 초유의 그랜드슬램까지 눈앞에 두게 된다. 지난 1993년 투어 입문 이후 지금까지 웬만한 기록들은 모조리 새로 세운 그의 최근 기량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 홀당 평균 퍼팅수(1.72개)를 제외하곤 드라이브샷 비거리(평균 274야드)와 그린적중률 (75.3%) 등 타수의 잣대가 되는 절대 조건에서 그를 넘볼 선수가 없다. 8년째 안아보지 못한 대회 우승컵에 대한 욕심도 남다르다.11차례 출장 가운데 1995∼96년 2연패 이후엔 ‘노골드’.2002년에는 2타차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섰지만 줄리 잉스터에 역전패를 당했고, 이듬해에는 마지막홀 보기를 범해 불과 1타차로 연장전 진출에 실패한 쓰린 기억도 새롭다.●노장의 부활이냐, 젊은 피의 반란이냐 ‘타도 소렌스탐’의 선두에 선 건 대회 둘째날 45번째 생일을 맞게 될 잉스터(미국).24차례 출전해 두 차례(1999·2002년) 우승을 거머쥐었고,02년에는 소렌스탐에 역전승을 거둔 경험이 있어 유난히 자신감에 차 있다. 체리힐스골프장에 익숙한 몇 안되는 선수 중 하나라는 사실도 강점이다.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거푸 컷오프 당했지만 여전히 장타를 뽐내고 있는 로라 데이비스(41·잉글랜드)도 난적의 대열에 섰다. 역대 대회 가운데 가장 긴 코스는 그에겐 유리한 점. 이미 두 차례나 그린을 훑어 볼 만큼 퍼트도 갈고 닦았다. 지난해 마지막 라운드 최소타(65타)로 두번째 우승을 거머쥔 멕 말론(42·미국)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미셸 위는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소렌스탐에 이어 2위를 차지해 ‘대항마’로 충분히 인정받았다. 별명만큼이나 장타를 뽐내는 그는 “드라이브샷을 15∼20야드는 더 늘리겠다.”고 장담, 체리힐과의 궁합을 맞춰보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사이베이스클래식에서 투어 첫 승을 거둔 크리머와 지난달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소렌스탐의 6연승을 저지한 크리스티 커(27·미국)도 복병으로 평가받고 있다. 24명이 출전한 ‘코리아 여군단’의 시즌 2승째 저울질도 주목거리. 최근 4개 대회 연속 ‘톱10’으로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김미현(28.KTF)을 비롯, 박희정(25·CJ) 장정(25)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스포츠 포커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스포츠 포커스]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이 유력시되는 박지성(24·PSV에인트호벤)의 몸값이 부쩍 치솟고 있다. 당초 이적료 ‘300만 파운드(약 55억원)설’이 나오더니 600만 파운드(110억원)까지 치솟았다. 네덜란드 한 언론은 20일 “맨체스터가 박지성과 4년 계약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4년간 연봉만 148억원이 될 전망이다. 박지성에 대한 유럽축구 시장의 ‘객관적’인 평가인 셈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스타들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유럽에서 활성화된 축구의 경우 대개 연봉이 밝혀지지 않는다. 따라서 몸값의 기준은 ‘이적료’로 파악해볼 수 있다. 반면, 미국에서 흥행하는 농구와 야구는 드러난 선수의 연봉이 잣대다. ●유럽축구는 이적료가 평가 기준 지난 2001년 ‘드리블의 마술사’ 지네딘 지단이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지급된 이적료는 6620만 달러(약 794억원)로 지금까지 최고의 몸값을 기록하고 있다.2000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루이스 피구(33)의 이적료 5610만 달러가 역대 2위다. ‘골든 키드’ 웨인 루니(19)가 지난해 3000만 파운드(약 621억원)를 받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옮기면서 단숨에 3위가 됐다. 최근 첼시 이적설이 나도는 호나우두(29·레알 마드리드)가 실제 팀을 옮길 경우 ‘이적료 1억 달러(1000억원) 시대’도 머지않다는 전망이다. 월드컵에 맞춰 거의 4년 주기로 이적료가 폭등하고 있다. ●MLB와 NBA는 선수연봉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올시즌 평균연봉은 263만 달러(26억여원). 반면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은 평균 490만 달러(49억원)를 받았다. 평균적으로 보면 농구가 야구를 앞지른다. 하지만 상위 랭커만의 몸값을 보면 야구는 농구에 뒤지지 않는다. FA시장을 주도하는 뉴욕 양키스의 연봉 총액은 2억 593만 달러(약 2600억원).‘연봉킹’ A 로드리게스와 유격수 데릭 지터(31·1960만 달러), 우완 에이스 마이크 무시나(37·1900만 달러) 등 연봉 상위 랭커들이 즐비하다. 한 시즌 최다홈런(73개)과 MVP 4회 등 화려한 경력의 배리 본즈(41·샌프란시스코)는 비록 부상 중이지만 2200만 달러로 연봉 2위다. 사이영상 6회 수상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43·휴스턴)는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기록을 3번이나 경신했다. 올해 연봉은 1800만 달러. 농구 역시 케빈 가넷과 샤킬 오닐, 알론조 모닝, 코비 브라이언트 등과 함께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1462만달러), 빈스 카터(뉴저지) 등이 연봉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다만 NBA는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의 규정에 묶여 있어 ‘야구의 뉴욕’ 또는 ‘축구의 레알 마드리드’ 같은 고액 선수가 집중되는 현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 NBA 샐러리캡은 4400만 달러(440억원)였다. ●국내 프로 시장은 아직 걸음마 눈을 돌려 국내를 보면 열악하다.5년간 6500만 달러의 FA대박을 터뜨린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 연봉 600만 달러의 김병현(26·콜로라도), 그리고 4년간 30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NBA 진출 1호 하승진(20·포틀랜드)은 어린 운동선수들에게 ‘최고 선망의 대상’이다. 프로야구 삼성 심정수의 연봉은 국내 최고인 7억 5000만원이다. 농구 역시 서장훈(삼성)이 3억 8000만원, 축구는 송종국(26·수원)이 6억원의 연봉을 받고, 김도훈(성남)·김남일(수원) 등이 4억∼5억원의 연봉을 받지만 공식 공개되지는 않았다. 국내선수들이 끊임없이 해외무대를 곁눈질하는 이유는 바로 ‘거액의 돈’이 유혹하기 때문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이영훈교수 “박정희시대 뒤집어 보면 분배 잘돼”

    최근 학계의 논쟁 가운데 선 인물이 있다. 바로 서울대 이영훈 교수다. 우리의 근대 경제성장이 식민지 때 시작됐다는 주장에 이어 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에서 저임금 등의 꼬리표를 떼내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런 주장도 주장이지만 그의 특별함은 여기에 실증적 통계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쏟아지는 비판에 홀로 맞서고 있는 이 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악역을 자처한 까닭은. -나는 실증주의자다. 온갖 오해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자신과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내 주장은 식민지·박정희 시대에 대한 서술이 사실과 다르며,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자는 것이다. ●70년대 생산성 향상과 임금증가율 비슷 ▶박정희시대 논란은 어떤가. -흔히 저임금과 농어촌·중소기업 배제를 거론한다. 그러나 이는 60년대 데이터를 봤을 때나 맞는 말이다.60년대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 지난 40여년간 고착화됐다. 상황 변화는 70년대의 고미가 정책과 대기업-중소기업간 산업연계정책인데, 고도성장은 이런 정책으로 가능했다. 저임금 부분도 노동을 한 단위 더 투입하는데 따른 생산성 향상과 임금 증가율이 비슷하게 갔다는 게 중요하다. ▶전태일은 어떻게 말하겠는가. -전태일로 70년대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70년대의 임금이 생계비의 절반이었다는데 이는 단정하기 어렵다. 정말 그랬다면 빈곤의 세습과 광범위한 슬럼화가 누적되는 이른바 ‘사회적 침전’ 현상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뒤집어 보면 분배가 잘됐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삶의 질을 통계로 평가할 수 있나.. -통계로 모든 역사를 이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적 접근법이어서 수많은 신화와 도덕적 허구를 깰 수는 있다. 그게 통계의 힘이다. ▶허수열 충남대 교수는 통계 수치만 보고 한·일 민족간 차별은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는데…. -그 지적을 높이 평가한다. 허 교수 자료는 식민시기 생활수준이 최소한 수평을 유지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는 수탈론 부정이다. 식민시기 경제성장을 30년대 후반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근본주의·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 ▶경제사 연구에 ‘민족’을 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허 교수와 다른 관점인 것 같은데…. -우리는 민족근본주의에 빠져 있다. 모든 기준이 민족이다. 그러나 근본주의, 원리주의는 중세적 사고방식일 뿐이다. ▶박정희 시대를 민주와 인권으로 평가하면 어떤가. -그것도 다시 봐야 한다.10·26 뒤 사면복권된 사람이 800명도 안된다.4000만 인구 중 일부다. 보통사람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암울했다기보다 외려 자기실현 과정에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안 그렇다면 당시 10%대의 고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800여명을 비용으로 중화학·자동차공업, 철강산업을 일으킨 것은 평가받을 일이다. ▶시대를 평가함에 있어 도덕적 관점은 무의미하다는 뜻인가. -도덕적 잣대로 국가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비판자들이 알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우선 ‘나라 만들기’는 장기적 과정이다. 미국 흑인들은 1950년대에야 공민권을 얻었고 조선도 반석에 오르는 데 70년이 걸렸다. 각 시대는 각각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도 그런 차원에서 봐야 한다. 두번째는 헌법이념과 대의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나설 수 있는 ‘교양인’으로서의 국민이 있느냐다. 조선시대 소농 중심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전환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근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 ▶과거사 문제와 관련, 클린턴처럼 먼저 사과할 수는 없을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했다. 그리고 부패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과거 집권세력은 상대적으로 청렴했다고 본다. ▶결국 경제성장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보는 관점인 것 같은데. -어떤 사물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성숙한 자세다.20세기 우리 역사도 그렇다. 식민지에, 분단에, 전쟁에 얼마나 끔찍한 경험이 많았나. 비판할 일이 있으면 해야겠지만 기본은 통합으로 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이영훈교수가 주장하는 수량경제사란 이영훈 교수의 접근법은 수량경제사적 관점으로, 이는 서구에서 20세기 초부터 지속되어온 방법이다. 물가, 이윤, 임금 등 장기적인 경제지표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자는 입장이 그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서구의 경우 90년대 들어 거의 폐기됐다는 반론도 있다. 통계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건전하다고 발표하지만 서민들은 와닿지 않는다고 아우성이고, 언론은 정부가 실체를 제대로 모른다고 비판하기 일쑤인 점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은 60년대 이후 일본에서 활발히 다뤄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0년대 중반 안병직 교수가 주도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중심으로 받아들였다. 수량경제사가 한국의 근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건드린 것은 90년대 중반. 그러나 우리에게는 공신력있는 자료와 기록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서구 제국과 달리 근대적 의미의 통계가 도입된 것은 20세기 초였으니 그 이전 자료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이에 따라 낙성대팀은 양반가와 촌락의 각종 고문서에서 의미있는 통계치들을 추출해 냈다. 지금의 ‘가계부’ 개념과 비슷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 출간되자마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후기’ 등의 연구물도 이들 고문서에서 추출한 자료를 기초로 했다. 즉, 경북 예천의 박씨가 문헌, 전남 영암의 문씨가 계(契)문서 등을 통해 농촌경제를 분석하고, 족보를 분석해 인구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물론 비판도 많다. 일본 학계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또 다른 식민주의 폐해라거나 제한된 자료에 근거한 만큼 해석 역시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반론 등이 그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현대重노조 노사상생 선포

    “노사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 상생의 관계다. 이제 투쟁 대상을 같은 업종의 외국 경쟁업체로 바꿔 우리 모두의 몫을 키워야 한다.” 현대중공업노조가 노사 상생을 바탕으로 21세기 선진노조 건설을 지향하는 이념과 강령을 새로 만들어 15일 오후 사내 체육관에서 1만 8000여 전체 조합원이 모인 가운데 선포식을 가졌다. 현중 노조는 노사가 상생으로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내용이 담긴 노조운동 이념 및 노조 강령 각 6개항과 선언문 3개항을 선포하고 이를 앞으로 노조활동 지표 및 잣대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노조는 강령에서 특히 분배와 관련해 “회사에 요구하고 투쟁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회사 생산성 향상에 적극 참여해 경쟁력과 파이를 키워야 공정한 분배가 이뤄질 수 있다.”며 분배의 실천대안도 제시했다. 탁학수 노조위원장은 “새로 정립한 이념·강령에는 선진·복지 노조의 위상을 반석위에 올려놓고 국민과 국가경제에 희망을 안겨주겠다는 노조의 뜻이 담겨 있다.”며 “기업 생존은 노사의 책임이며 상급단체·외부 노동단체·경쟁사 노동조합이 지켜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동전문가들은 현중노조의 이번 선언이 현대차, 두산중공업 등 이념성향이 강한 대기업 노조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이갑용 울산동구청장을 비롯한 현중노조 전 위원장 7명과 현장 활동가 14명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중노조 이념·강령 선포식은 노조창립 정신을 뒤흔드는 자본협력선포식이라며 철회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3)정감록과 혹세무민

    ‘정감록’ 때문에 민중이 울었다. 정감록은 민중의 희망이었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정감록을 이용해 자기 한 몸의 안락과 치부(致富)를 꾀하는 못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물론 정감록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지배층의 평가는 늘 부정적이었다.‘혹세무민’(惑世誣民)이라는 것이다. 이런 평가는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잣대로 삼은 것이었다. 민중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 해도 상당수 민중이 정감록 때문에 재산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앗기는 일도 심심치 않았다. ●백백교(白白敎)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일제시대 백백교 사건은 그야말로 혹세무민의 대표적인 사례다.1937년 백백교 간부 150여명이 집단살인사건으로 검거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조사 결과 핵심 간부 18명이 최소한 신도 314명을 살해한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이경득은 61회에 걸쳐 166명을 살해했고, 문봉조도 129명이나 되는 교인을 죽여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백백교는 교단 이름부터 ‘정감록’을 빌렸다. 정감록에 보면 말세에 사람이 다 죽은 뒤 “사람의 종자를 양백(兩白)에서 구한다.”고 했다.‘양백’은 곧 백백(白白)으로 풀이된다. 백백교에서는 이 구절을 끌어다 구원을 받을 사람들은 오직 백백교도뿐이라고 내세웠다. 또 한 가지. 정감록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라도운봉두류산(全羅道雲峰頭流山) 성인출어함양림중(聖人出於咸陽林中)”이란 대목이 있다. 글자 그대로는 “전라도 운봉에 두류산 즉, 지리산이요, 성인은 함양 땅 수풀 속에서 나온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백백교에선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앞부분은 “전(全)씨가 도(道)를 열(라)고 운(運)을 만(逢)난다.”고 보았다. 뒷부분은 성인이 출현하기로 예정된 ‘함양림’이란 장소를 백백교가 창시된 함(咸)경도 운림(林)면 마양(陽)리로 풀이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란 말이 있긴 하지만 이쯤 되고 보면 정말 기발한 해석이었다. 나로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억지 춘향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많은 한국 사람들은 백백교 식의 정감록 해석을 환영했다. 그들은 도리어 기상천외한 해석에서 비결의 힘과 매력을 발견했다. 그만큼 순리대로 살기가 어려웠다는 뜻이다. ‘백백’이란 “한 가지 흰 것으로 천하를 희게 만들자(一之白將欲白之於 天下地).”는 구호를 요약한 것이기도 했다.‘흰 것’은 정감록에서 말하는 “계룡산 바위가 희어진다.”는 구절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흰 바위란 전통적으로 미륵을 상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 가지 흰 것”은 정씨 진인이 출현할 시기이자 미륵부처나 다름없는 백백교의 교주를 가리켰다. 요컨대, 새 종교 백백교와 더불어 이 세상이 완전히 바뀐다는 선동적 믿음이 구호에 담겨 있었다. 백백교의 남자 신도들은 “백백백의의의적적적”이라는 주문을 줄곧 외워댔다. 그러면 무병장수하고 말세에 살아남는다고 했다. 그들은 말세에 서양은 불로 망하고, 동양은 물로 망한다고 했다. 불로 심판을 받는다는 것은 본래 기독교 성경에 나와 있다. 그런 이유로 기독교의 본고장 서양은 불로 망한다고 보았다. 동쪽은 서쪽의 반대라 물에 약하다고 풀이했다. 중요한 점은 백백교를 믿는 사람만이 무사히 살아 남는다는 주장이었다. 교단 측은 신도들에게 일단 한국의 53개 성지에 들어가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다 말세의 심판이 닥치면 곧바로 금강산으로 들어가라 했다. 금강산엔 ‘피수궁’(물의 재난을 피하는 궁궐)이 있고 거기서 잠시 기다리면 백백교의 교주 대원님이 하강해 신도들을 이상향으로 인도한다는 것이었다. 백백교의 이상향은 동해의 섬이었다. 동해 바다 한 가운데 3000리나 되는 영주란 섬이 있다고 했다. 그 섬엔 봉황과 기린이 살고 불로초도 있다. 신선처럼 살고 싶은 백백교 신도는 누구나 그리로 인도된다. 그러나 만일 부귀영화를 한껏 누려보고 싶은 이라면 계룡산으로 안내된다. 백백교의 수장인 대원님이 새 세상의 왕이 되어 교단에 대한 공헌도에 따라 신도들에게 관직을 준다고 했다. 교단에 재산을 많이 헌납한 사람은 당연히 큰 벼슬을 받게 된다. 이런 감언이설로 백백교 지도층은 세상 삶에 지친 민중을 유혹했다. 백백교를 세운 이는 가난한 농부 전정운(全廷雲)이었다. 본래 동학교도였던 그는 1900년 평안남도 영변군 근산면 화현동에서 백도교(白道敎)란 간판을 걸었다. 얼마 뒤 그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로 교명을 백백교로 바꿨다. 그는 1904년 6월 사상 초유의 대홍수가 한국을 휩쓸어 말세가 된다면서 이상향에서 살고 싶으면 무조건 백백교에 입교하라고 선동했다. 물론 전정운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럼에도,1905년 강제로 을사보호조약이 맺어지는 등 세상은 무척 어수선해졌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백백교의 거짓 예언을 뿌리치지 못했다. 교주 전정운이 늙어 죽자 아들 전해룡이 뒤를 이었다. 전해룡은 1923년 경기도 가평에 궁궐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교당을 지었다. 교단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높이려는 술책이었다. 그는 평소 단식을 잘했다.20일 동안 단식한 뒤에도 평소와 같은 기력을 과시해 신도들 사이에 신비감을 조장했다. 이 역시 28수라는 그의 허다한 고등 사기수법의 하나였다. 전해룡은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신도들의 재산을 갈취했다. 그뿐 아니었다. 만일 신도들의 자녀 가운데 아직 미혼인 여성이 있으면 성적 노예로 삼아 착취했다. 유부녀라 해도 용모가 아름다우면 마음껏 유린했다. 전해룡은 변태성욕자가 분명해 자기의 정사(情事) 장면을 숱한 여신도들이 지켜보게 했다. 그는 이를 신(神)의 행사라고 불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신도가 있으면 이상향에 보낸다며 산으로 끌고 가 남몰래 살해했다. 살인을 담당한 간부들은 벽력사(霹靂使)라는 명칭으로 부를 만큼 백백교 지도층은 집단광란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들의 살인극은 무려 14년간 지속됐다. 만일 교주 전해룡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교단을 배신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엿보이는 경우는 물론 간부나 첩이라도 태도가 변한 기색이 보이면 즉시 살해되었다. 또한 신도들은 재산을 전액 헌금하게 돼 있었는데, 이를 조금이라도 어길 경우 생매장 당했다. 엄청난 범죄행위에도 불구하고 백백교는 무사했다. 교단 간부들이 해마다 거액을 상납했기 때문에 일제 경찰은 눈을 감아준 것이었다. 그러다 1937년 우연한 일로 백백교의 비리가 세상에 폭로된다. 백백교 사건의 충격과 파장은 컸다. 소설가 박태원은 ‘금은탑(金銀塔)’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소설화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이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일제시기 한국의 민중은 정치에 실의하고 생활에 궁핍했다. 근대 한국 민중의 불안한 사회심리를 이용해 우후죽순 격으로 뻗어난 것이 바로 백백교 따위의 악질적인 사이비 종교단체였다.1930년 6월 현재 정체불명의 그런 사이비 단체가 55개, 신도 수는 10여만명을 헤아렸다(동아일보 1930년 6월16일자 사설). 백백교 같은 사이비 종교단체는 암울한 시대배경 속에서 자라난 독버섯이었다. ●정감록을 이용한 재물 뺏기 ‘정감록’을 이용한 사기행각은 식민지 시기 사회 전반에 꽤 널리 퍼진 병리현상이었다.1930년께 김창하라는 사람은 ‘천병만마’(千兵萬馬·무수한 군대)를 격퇴할 해인(海印)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병통치약이라며 가짜 약을 판매하다가 검거됐다. 비슷한 무렵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면에 살던 경호창과 최성기는 태백산 기슭의 벽촌을 돌아다니면서 곧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보천교도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 입교하라고 강요했다. 물론 입교 시에는 소정의 돈을 납입하게 돼 있었다. 경호창 등은 유언비어를 살포한 죄로 20일의 구류처분을 받았다(중앙일보 1932년 3월16일자). 이런 일은 식민지 사회에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비슷한 사건은 조선 후기에도 많았다.1826년(순조 26) 충청도 청주에서 정상채라는 사람이 붙들려 처벌을 받았다. 그는 여러 고장을 들락거리며 나이와 이름을 멋대로 속였다고 했다. 도술을 부린다고 거짓을 늘어놓고 ‘환묘문(幻妙門)’과 같은 도술 책을 친구에게 주어 타인의 물건을 빼앗게 했다. 마침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자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하며 진짜 난리는 얼마 뒤에 일어난다며 민심을 선동했다. 그러면서 정상채는 진인이 이미 섬에 와 있다고 황당한 말을 꾸미는 한편 진인의 당에 가입하려면 이름을 직접 서명하라고 사람들을 졸라댔다. 뿐만 아니라 섬에 있는 진인의 군대에 군복을 지어 입힌다며 군자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그가 착복했음은 물론이다. 정상채의 동료 박형서도 비슷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받았다. 주된 죄목은 남의 재물을 속여서 빼앗고 ‘흉언(凶言)’ 즉 거짓 소문과 예언을 지어내 인심을 소란케 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전쟁이 박두했다는 둥, 해도(海島)에 진인이 있다는 둥 거짓 예언을 퍼뜨리며 자기가 살길을 아노라 했다(실록·순조 26년 10월27일 을해). 비슷한 예는 정말 많았다. 박형서나 정상채 같은 사람들을 변호하는 입장에서는 그들은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기 위해 군자금을 마련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변호인들은 왕조사회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면서 ‘범인들’이야말로 실은 ‘혁명아’였다고 강변하겠지만, 과연 그랬을까?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군자금을 생활비와 용돈으로 소비한 사람들이 과연 혁명아일지 의문이다. 그들이 말한 진인은 결국 환상적인 존재였을 뿐이다. 그들에게 금품을 건네준 사람들의 기대는 처음부터 어긋났다. 한마디로 그들은 사기꾼이었다. ●홍경래의 난 그런데 어떤 경우엔 도무지 이것이 ‘혹세무민’인지, 사기행각인지 또는 진정한 의미로 민중의 투쟁이었는지를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 결코 백백교와 동렬에 놓일 성질은 아니지만 경계 짓기의 어려움을 확인하기 위해 홍경래의 난을 예로 들어 보겠다. 결코 홍경래 난을 매도하려는 뜻은 아니란 점을 다시 강조한다. 홍경래 난은 1811년(순조 11) 12월18일 시작됐다. 반란군은 순식간에 청천강 이북을 장악했다. 그러나 전열을 재정비한 관군의 반격을 받고 곧 정주성에 갇혀 버렸다. 정주성 싸움은 이듬해 4월19일까지 제법 오래 계속됐지만, 결국 관군의 승리로 끝났다. 장기간 싸움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반란군 측은 여러 차례 격문을 내걸었다. 격문엔 정감록이 예언한 정진인(鄭眞人)도 언급됐다. 서북 사람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철폐하라, 세도정권의 가렴주구는 악행이라는 등 그 시대 서북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도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로 정감록과 관련된 부분만 발췌하면 대개 이런 식이었다. “지금 나이 어린 국왕과 주위의 간악한 무리들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그런데 다행히도 세상을 건질 성인이 청북 선천 검산 일월봉 아래 군왕포 위 가야동 홍의도에서 탄생하셨다. 성인은 나서부터 비범하신데 평안도 지역은 성인의 고향이라 직접 손을 대지 못하시고 우리들에게 명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셨다.” 정감록이 예언한 새 왕조의 창건자가 이미 홍경래의 곁에 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로써 반란이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격문을 짓게 한 홍경래 자신은 각종 병서(兵書)와 술서(術書), 특히 ‘정감록’에 조예가 깊었다고 한다. 그는 풍수지리에도 능통해 전국을 유람했다고도 전한다. 홍경래 일당은 정감록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런 까닭이겠지만 난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에도 사람들은 정감록과 해도 진인에 대해 더욱더 이야기하게 되었고, 심지어는 홍경래가 아직 살아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홍경래 난은 무려 10년 동안 사전에 준비됐다고 했다. 조직적인 반란이었던 셈이다. 풍수 전문가 홍경래를 비롯해 우군칙, 김사용, 김창시 등 유랑지식인 또는 몰락 양반들이 반란군의 지도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중국과 무역을 통해 벼락부자가 된 이희저의 가산 다복동의 사저를 거점으로 삼아 평안도 각지의 부자들과 연합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운산에 광산을 열어 빈농과 유이민 등을 모아 훗날 군사로 동원했다. 이 당시는 청나라와 국경무역이 활발했을 때라 평안도 출신 가운데는 이희저의 경우처럼 대상인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수요에 맞춰 평안도엔 유기(鍮器) 등 수공업이 발달했으며 광산 개발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었다. 홍경래 일파는 이런 시대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 기회에 서북지역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서울로 진격해 일거에 정권을 장악하려 했다.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홍경래를 지지한 계층은 민중이라기보다는 평안도 각지의 부호들이었다. 좌수와 별감을 비롯한 향임(鄕任·행정보조집단)과 별장(別將)과 천총 등 무임(武任·군사 및 치안담당자) 가운데 재산이 넉넉한 사람들이 홍경래를 후원했다. 민중의 지지는 정주성을 지킬 때 엿보이는 정도였다고 한다. 본래 유랑지식인이었던 홍경래나 자칭 제갈공명이라 불렀던 우군칙은 반란을 모의하는 과정에서부터 갖은 방법으로 부자인 이희저를 포섭하는 데 주력했다. 결과적으로 이희저는 반란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책임지게 됐으며, 비슷한 처지에 있던 평안도 유지들을 후원자로 끌어들인다. 그런 점에서 홍경래 난은 일부 유랑지식인과 상층부 인사들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 홍경래 등은 서북지방의 숙원이던 지역차별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했고, 그 점에 있어 해당지역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만했다. 하지만 일반 민중과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평안도의 부호들이 반군을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 점으로 보아 실상은 평안도 지배층의 정치적 이해를 반영하는 반란이었다. 실제로도 격문을 분석해 보면 소농과 빈농 등 하층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1894년의 동학농민운동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만일 이 점을 확대 해석한다면 홍경래의 난은 평안도 지배층이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홍경래 등이 자주 거론한 ‘정진인의 출현’은 민중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민중을 동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조선왕조의 입장에서 보면, 홍경래 난은 두말할 나위 없이 ‘혹세무민’이었다. 왕조의 입장은 그렇다 해도 반란이 실패로 끝난 뒤 한때 홍경래 일파를 적극 지지했던 평안도의 부자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한마디로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사물은 하나지만 해석은 구구하다.’라 했던 어느 역사가의 주장이 문득 뇌리에 떠오른다. 홍경래의 난은 복잡했다 해두자. 어쨌거나 틀림없는 한 가지 사실은 때로 정감록은 민중에게 고난과 아픔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그런 경향이 심했다. 이 점을 인식한 듯 근세의 종교지도자 소태산은 이렇게 말했다.“근래의 인심을 보면 사술(邪術)로 대도를 조롱하는 무리와 모략으로 정의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세상에 가득하여, 각기 제가 무슨 큰 능력이나 있는 듯이 야단을 치고 다니나니, 이것이 이른바 낮도깨비니라. 그러나 시대가 더욱 밝아짐을 따라 이러한 무리는 발 붙일 곳을 얻지 못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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