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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경계해야 할 교육 포퓰리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경계해야 할 교육 포퓰리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면서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규제와 간섭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현 정부의 중요한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교육포퓰리즘으로 흐르는 느낌이다. 눈앞의 인기에 급급하여 학교와 교육현장의 발목을 잡아 장기적인 교육발전을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정부가 앞장서서 대학등록금 동결을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각종 불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과 달리 사립대학의 경우 대학 운영비 중에서 등록금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정부의 지원과 민간의 기부가 적기 때문이다. 대학의 운영비는 늘어가기만 하는데 정부가 지원을 늘리지도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하면 결국 교육과 연구를 충분히 지원할 수 없게 된다. 정부나 기업이 학교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는 한 등록금 동결은 불량교육과 부실한 연구, 학생복지의 감소 등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대폭적인 등록금 인상이 따를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은 현재의 학생들이나 학부모로부터 인기를 끌기 위하여 미래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에 개정된 고등교육법은 그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한다.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하여 대학에 교직원, 학생,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는 등록금책정위원회를 두고 등록금 인상률을 3년간의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가재정지원에 의존하는 국립대학의 경우는 몰라도 자율과 책임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있을 수 없는 발상이다. 국가가 사립학교의 사활이 걸린 등록금을 규제하려면 사립학교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는 충분한 지원 대책과 재원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순서이다. 사교육과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의 역할은 사교육을 받을 형편이 되지 않는 소외된 계층을 챙기고 공교육을 개선시키는 데 있는 것이지, 사교육을 단속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사교육을 단속한다고 공교육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사교육이 급격하게 증가하자 교육 당국자가 나서서 사교육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에 대해서 사교육과 경쟁하라고 주문했다. 공교육이 개선되지 않는 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되지도 않을 목표를 설정하여 인기를 얻으려는 교육정책이야말로 무책임한 교육포퓰리즘이라고 본다. 공부를 하는 데 따로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때든지 원하는 시간에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밤 10시 이전에는 과외를 해도 되고 10시 이후에는 과외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교육을 획일적 잣대로 재단하려는 관료적 발상에 불과하다. 더구나 심야과외 신고자에게 포상금까지 주는 것은 매우 비교육적이다. 대학입시도 각종 규제로 자율적인 결정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검증되지도 않은 제도를 대학에 강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를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헌법도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은 무엇보다도 학생에 대한 선발권을 포함한다. 어떤 학생을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여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는 대학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나서서 획일적인 잣대를 강요할 일은 아니다. 외고 입시 문제도 마찬가지 우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설익은 교육정책들은 미래를 희생하여 현재의 인기를 얻으려는 교육 포퓰리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포퓰리즘의 본질은 다수의 질투로 소수를 희생시키는 데 있다. 결국은 질투의 대상이 되는 소수도, 질투하는 다수도 공멸의 길을 가게 된다. 지금이라도 대학과 학교가 사활을 걸고 학교운영과 학생모집에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자율에 맡겨야 한다. 자율과 책임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면 학교부터 교육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 [사설] 공무원 정치활동 허용 쟁점화도 말아야

    야4당이 공무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을 고치겠다고 나섰다. 정치 활동을 어느 정도로 허용할 것이냐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추진 원칙에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민노당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과 정치활동을 모두 보장하자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전자에는 조심스럽다. 설령 야4당이 이런 이견을 해소하고 공동 법안을 내놔도 소모적인 논란만 예상된다. 과반 의석의 한나라당이 반대를 고수하는 이상 국회 통과는 난망하다. 법안의 본질을 보더라도 득보다 실이 많은 만큼 논쟁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 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공무원의 정치 활동 금지를 명시한 게 국가 공무원법 제65조다. 공무원의 안전을 담보하는 장치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의무이기도 하다. 개정안 공동 발의를 먼저 제의한 민노당은 정치 활동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에 공무원도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논거로 삼는다. 그러나 민주당마저 조심스러운 것은 뭘 말하는가. 공무원의 정치 활동에 원칙적인 제한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닌가. 더욱이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민노당의 제안이 수상쩍다. 민노당은 전교조와 공무원 노조 간부들의 민노당 가입 및 후원과 관련해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다. 공무원 정치활동 허용을 정치 이슈화시켜 수사의 본질을 물타기하려는 게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든다. 공무원들이 집단화된 힘으로 정부 정책을 제대로 견제하고 미래지향적인 국정운영 방향을 도출해 낸다면 그 또한 순기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때만 되면 공무원들이 학연과 지연을 통해 줄대기하는 행태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가오는 6·2 지방선거에 대선, 총선까지, 선거가 얼마나 많은가. 그들만의 자리 보전을 위한 사조직이나 정치권 줄대기의 합법화 등으로 이어진다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민노당 수사에서 드러나듯이 이념의 잣대까지 얹혀져 갈등을 키우게 될 소지도 다분하다. 100만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들에게 정치권력의 힘까지 쥐여준다면 무소불위, 통제불능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열린세상]책도둑과 세금도둑/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내 초대형 서점 한 곳에서 1년에 없어지는 책은 7만~8만권, 전체 매출의 0.6%라고 한다. 책을 훔치는 사람의 나이와 직업, 그리고 동기는 다양하다. 중고생은 참고서나 문제집, 대학생은 전공서적, 중장년층은 취미서적이나 잡지가 주된 ‘목표물’이다. 잡아 보면 대개 번듯한 회사원인 경우가 많고, 학생 책도둑도 지갑 속에 훔친 책의 값을 치르고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 도둑은 안 그래도 이윤이 빡빡한 서점 경영을 위협하는 가장 골치 아픈 존재다. 20세기 최대의 책도둑은 스티븐 블룸버그(1948~ )다. 그는 1968년쯤부터 20년 이상을 미국과 캐나다의 도서관에서 모두 2만 3600여권의 책을 훔쳤다. 그가 훔친 책은 무게로 19t, 시가로는 무려 2000만달러에 달했다. 수사기관이 아이오와에 있는 그의 집에서 훔친 책들을 옮기는 데만 12m짜리 견인 트레일러 2대와 870개의 포장용 종이 상자가 필요했고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는 아무 책이나 훔친 게 아니다. 그가 훔친 책 목록이 ‘블룸버그 컬렉션’이라고 불릴 정도다. 주제를 정해 주도면밀하게 수집했다. 훔친 책을 팔지도 않았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도저히 다스릴 수 없고 채워지지도 않는 욕망 하나’를 갖고 있다고 고백했다. 바로 ‘책을 향한 욕망’이었다. 멀쩡한 사람을 책도둑으로 만드는 동인(動因)이 ‘책을 향한 다스릴 수 없는 욕망’이라면 자치단체장들을 자칫 세금도둑으로 몰고가는 욕망의 끝은 ‘호화청사’인가. 국민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호화 청사 건립 경쟁이 갈수록 태산이다. 최근 15년간 신축된 59개 지자체의 청사 건립비용은 3조 561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청사를 앞으로 짓겠다는 지자체도 줄을 잇는다. 그중에서도 선두는 안양시다. 2조원 이상을 들여서 100층 높이 초고층 빌딩을 짓겠단다. 더구나 현 청사는 준공한 지 14년밖에 안 된 건물이라니 기가 막힌다. 새 청사 신축 때문에 빚더미에 앉은 부산 남구가 직원 인건비를 주지 못해 지방채를 발행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 지난달이다. 안양시는 부지의 효율적 운용, 민간자본 도입 운운하지만, 잘못되어 재정이 파산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안양시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만약 소문처럼 지방선거용으로 개발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헛나발을 불었다면 더더욱 용서할 수 없다.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출처 모를 속설은 헛소리지만, 거의 모든 책도둑의 목적은 훔친 책을 읽기 위함이다. 소설가 성석제는 말한다. “훔친 책은 가슴을 뛰게 하는 긴장이 부작용처럼 곁들여져 잘 읽히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다. 나보다 수준 높은 책도둑의 서고에서 동굴 속의 알리바바처럼 넋이 나가 서 있던 적도 두어 번 있다. 그 정선된 보물을 다시 훔침으로써 우리 책 도둑들은 시대정신을 공유했다.(‘책, 세상을 탐하다’에서)” 언젠가 ‘한국 도난도서 목록’을 만들어 시기별·지역별로 분류해보고 싶다. 책도둑들이 가장 사랑한 책이야말로 당대(當代) 정신세계의 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잣대가 되는 것은 아닐까. 목적이 독서이든 수집이든 판매이든, 붙잡힐 위험을 무릅쓰고 훔칠 만큼 한국의 책도둑들이 꼭 가지고 싶었던 책은 무엇일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 세금도둑 목록’은 만들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우선 시대별 분류가 필요 없다. 세금 도둑질의 목적은 오직 하나, 돈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절도의 목적 면에서 세금도둑은 책도둑보다 오히려 개도둑과 더 닮았다. 훔친 개를 기르거나 예뻐해 주려고 훔치는 개도둑은 없을 것이므로. 또 지역별로 분류할 필요도 없다. 초고층 호화청사가 세금도둑의 상징물로 바벨탑처럼 우뚝 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서점들은 책도둑을 막기 위해 분주하다. CCTV를 더 달고, 도난방지 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세금도둑은 책도둑보다 훨씬 막기 어렵다. 시민들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감시하는 게 제일이다. 헛된 수작이 보이면 표심으로 재빨리 응징할 일이다. 안 그러면 개도둑들에게 개 취급당하는 수가 생긴다.
  • MTV 패리스 힐튼의 BFF, ‘시즌 2’ 론칭!

    MTV 패리스 힐튼의 BFF, ‘시즌 2’ 론칭!

    ‘너티걸’답게 사사건건 이슈를 낳는 패리스 힐튼이 또 한 번 친구 사냥에 나선다. ‘패리스 힐튼의 BFF’ 시즌 2는 ‘철없는 말썽꾸러기’를 의미 하는 ‘너티걸’의 패리스 힐튼이 독하고 한층 과감한 과제들로 우정을 시험하는 이야기로 BFF는 ‘Best Friend Forever’라는 의미로 영원한 단짝친구를 의미한다.지난 시즌 1에서 우승자이자 BFF로 꼽힌 브리트니는 ‘헝그리 타이거(배고픈 호랑이)’로 보인다는 이유로 패리스 힐튼에게 절교를 당했다. 이는 패리스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유명인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 패리스가 독창적으로 만든 말인 것.또한 룸서비스라며 스트립댄서들을 들여보내 후보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탁 트인 야외공간에서 속옷만 입은 체 ‘봉춤’을 추라는 무리한 요구를 들이댄다.하지만 스케일도 크고 통도 큰 그녀는 잠정적 친구 후보들에게 호텔에 머물게해 사교계 인사와 어울리기 위한 정식 테이블 매너를 가르치고 파파라치와 미디어를 대처하는 방법론도 알려준다.이어 패리스는 진정한 우정을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며 시즌 2의 시작을 알렸다. 총 12명의 후보들과 함께 라스베가스, LA 등 미국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전편보다 훨씬 높은 잣대와 기준으로 우정 시험대를 만들었다.‘패리스 힐튼의 BFF 2’는 총 10편으로 제작해 오는 13일 오후 11시 MTV를 통해 첫 전파를 탄다.사진 = MTV 코리아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볼턴의 新개척자, 이청용-바이스-잭 월셔

    볼턴의 新개척자, 이청용-바이스-잭 월셔

    올 시즌 볼턴 원더러스는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뻥 축구’의 대명사였던 볼턴은 2009년 여름 ‘블루 드래곤’ 이청용을 영입하며 변화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맨체스터 시티와 아스날에서 각각 블라디미르 바이스와 잭 월셔를 임대 영입하며 세밀함과 스피드를 더하고자 노력했다. 이 같은 볼턴의 변화 의지는 저조한 성적과 팬들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볼턴의 성공시대를 이끈 ‘빅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볼턴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늘 강등을 걱정해야 했다. 또한 지나치게 투박한 볼턴의 ‘롱볼 축구’는 팬들로 하여금 축구 보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결국 볼턴은 팀 컬러를 바꾸기 위해 한국의 이청용을 영입했고 그 변화는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비록 팀 성적이 급격히 오르지 않았지만 이청용은 그동안 볼턴이 보여주지 못했던 축구를 선보이며 팀에 활력을 불어 넣어줬다. 이후 이청용의 성공적인 안착은 그와 유사한 스타일의 바이스와 월셔를 임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블루 드래곤’ 이청용, 볼턴을 변화시키다 최근 연속 출전으로 인해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올 시즌 이청용은 볼턴의 축구를 변화시킨 장본인임에 틀림없다. 짧은 패스를 통해 중원에 세밀함을 더했고 날카로운 전진패스와 결정적 한방으로 여러 차례 볼턴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사실 볼턴 입단 당시 이청용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볼턴과 이청용의 플레이 스타일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과 기존에 없던 새로운 플레이로 볼턴의 신무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와 볼턴 축구에 빠르게 적응했다. 볼턴의 롱볼 축구와 자신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키며 플레이를 펼쳤고 문전에도 매우 침착한 모습을 선보이며 상대 골문을 여러 차례 갈랐다. 비록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인해 체력저하와 팀 동료와의 호흡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입단 첫 시즌임을 감안한다면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한 활약상이다. ▲ 이청용의 든든한 지원군, 바이스와 잭 월셔 본래 바이스와 월셔의 영입은 이청용의 입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두 선수의 영입은 실 보다 득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바이스와 월셔 모두 이청용과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들이다. 피지컬을 활용한 거친 축구 보다는 패스와 움직임을 통한 아기자기한 축구를 구사한다. 이는 이청용의 플레이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맨시티전을 통해 볼턴 데뷔전을 치른 월셔는 이청용과 함께 나란히 측면에 배치돼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였다. 월셔는 아스날 시절 아르센 벵거 감독으로부터 “월셔는 베르캄프의 후계자”라는 극찬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테크닉과 정확한 패싱력을 갖춘 선수다. 오웬 코일 감독 역시 “월셔는 측면 보다 중앙이 더 어울리는 선수”라며 앞으로 볼턴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나폴리의 마렉 함식과 함께 슬로바키아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 받고 있는 바이스 역시 이청용과 함께 볼턴의 축구를 변화시킬 키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다. 맨시티 유스 출신으로 2008년 FA 유스컵 우승을 견인하는 등 엄청난 스피드와 화려한 개인기를 갖췄다. 월셔와 달리 이청용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오히려 이청용의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09/2010시즌 볼턴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올 시즌 볼턴의 생존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과연 볼턴 축구의 新개척자, 이청용과 바이스 그리고 월셔는 볼턴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축구 팬들이 시선이 볼턴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종교계 왜 ‘아바타’에 민감?

    종교계 왜 ‘아바타’에 민감?

    장면# 1 지난달 바티칸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영화 ‘아바타’를 두고 “놀랄 만한 기술과 황홀한 이미지는 많지만, 자연 숭배와 연결된 정령주의에 빠져 있다.”고 혹평했다. 바티칸 라디오도 “‘아바타’는 생태학을 21세기 신흥 종교처럼 믿게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면# 2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5일 자승 총무원장과 부·국장 스님들을 비롯해 200여 종무원이 ‘아바타’를 단체관람했다. 총무원장 취임 100일 맞이 내부 단결을 위한 자리라고 했지만, “불교적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아바타’가 대중적 사랑을 받자 스님들이 이를 직접 보고 싶어한 것도 한 이유였다. 종교학의 거장 미르치아 엘리아데(1907~1986)는 “영화는 현대의 종교”라고 말했다. 영화를 통해 세속적인 일상의 시공과는 전혀 다른 시공을 체험하며, 현실과의 단절을 느끼는 것이 종교적 행위와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론의 시비를 떠나 영화라는 예술이 종교와 충돌을 일으킬 만큼 대중적 지지를 얻게 된 건 사실이다. 종교적 성격이 짙은 경우 영화가 종교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06년에 기독교 단체들이 신성을 모독했다며 영화 ‘다빈치 코드’를 거세게 비난한 게 대표적 예다. ●교황청이 혹평한 아바타, 스님들 단체관람 ‘아바타’ 역시 국내에서만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가운데, 그 내용을 두고 종교계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교황청은 ‘아바타’를 비판했다. 영화 속 ‘나비족’의 사상과 생활이 기독교와 동떨어진 종교 색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불교계는 환영했다. 영화 곳곳에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불교의 불이(不二)나, 하나가 모두와 통한다는 화엄(華嚴) 사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바타’를 단체관람한 조계종 문화부장 효탄 스님은 “인간과 나비족, 자연과의 교감은 불교의 연기적(緣起的) 세계관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확대해석할 수는 없지만 영화 저변에서 불교적 메시지를 많이 발견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색채가 우리에겐 익숙함으로, 서구에서는 이채로움으로 읽혀 영화의 인기를 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민반응은 종교계 위기의식의 발로”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종교계의 반응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런 주제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술 장르로서 영화의 다양한 상상력을 인정해야지 여기에 일일이 종교의 잣대를 예민하게 들이댈 필요가 없다는 태도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종교적 감동이 목적이 아닌 상업영화를 두고 종교계가 왈가왈부하는 것 자체가 “현대 사회에서 종교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창익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는 “종교계의 반응에는 영화가 종교를 위협할 정도로 문화의 첨단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면서 “매체 환경은 급속하게 변하는데 종교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오히려 영화 같은 발전된 매체를 종교가 경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기독교는 영화가 보여주는 대중적인 신학이 정통신학을 약화시킨다는 위협감에, 불교는 자신들이 최신 기술이나 유행에 뒤처진다는 생각에 대중영화에 급격히 반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문화계 블로그]꽃남밴드 ‘씨엔블루’ 표절시비에서 인디논란까지

    [문화계 블로그]꽃남밴드 ‘씨엔블루’ 표절시비에서 인디논란까지

    아이돌 밴드 ‘씨엔블루’(CNBLUE)의 표절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의 데뷔곡 ‘외톨이야’의 후렴구가 데뷔 10년이 넘은 인디밴드 ‘와이낫’(Ynot?)이 2008년 발표한 ‘파랑새’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먼저 네티즌의 지적이 있었고, 와이낫 측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뒤 공방이 이어졌다. 인디밴드 출신으로 소개된 씨엔블루가 ‘진짜’ 인디밴드에게 횡포를 부리고 있다거나 와이낫이 씨엔블루의 인기에 편승해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식의 감정적인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최근 가수 신해철이 “씨엔블루가 인디밴드면 파리가 새”라는 독설을 던지면서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인디밴드의 정체성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음악을 업(業)으로 삼아온 제3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어떤 이는 “표절이 확실하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하지만, 또 다른 이는 “코드 조합이 비슷하다 보면 멜로디에서 유사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수 년째 표절 공방이 되풀이되는 것은 큰 문제라는 데 이견은 없다. 인기 작곡가에게만 작업이 쏠리고, 두 소절 정도로 성공 여부가 판가름나는 ‘후크송’(hook song)이 쏟아지면서 표절 유혹이 더욱 커졌다는 얘기도 있다. 표절 ‘논란’은 있되, 표절 ‘판결’은 거의 없는 현실도 악순환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표절에 대한 특별한 기준이 없다. 1999년 이전에는 공연윤리위원회가 음반 및 노래에 대해 사전심의를 하며 ‘표절이 되려면 두 소절 이상의 음악적 패턴이 유사해야 한다.’는 규정을 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뒤 사전심의 기구 및 제도가 사라졌다. 이후 표절 판단은 법원 몫이 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표절 논쟁이 법정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물밑 합의를 통해 조용히 매듭지어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징벌적 배상 제도가 없어 원저작자가 승소하더라도 큰 실익은 없다. 반면 미국에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1970년 ‘마이 스윗 로드’라는 노래를 히트시켰지만, 더 시폰스의 1963년작 ‘히 이스 소 파인’을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해리슨은 해당 노래를 들어본 적도 없다며 우연의 일치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잠재의식적인 표절로 판단했고, 결국 58만달러(약 7억원)를 물어줘야했다. 이번 씨엔블루 논란으로 음악인들 서로가 상처만 받는,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됐다는 게 음악계의 대체적 분위기다. 대중이 잇단 표절 논란에 둔감해지고 있는 상황도 문제다. 표절은 창작자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음악계 내부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래서 나온다. 자정 능력이 모자라 정부가 나선다면 음악계 스스로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며 제 발등을 찍는 형국이 되기 때문이다. 성시권 대중음악평론가는 “표절 논란이 법정으로 가더라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간 분쟁조정 자율기구가 생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안드로이드폰 연합군 “아이폰 잡는다”

    안드로이드폰 연합군 “아이폰 잡는다”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안드로이드 연합군은 SK텔레콤과 모토롤라, 삼성전자로 편성됐다. 국내 첫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모토롤라의 모토로이가 SK텔레콤을 통해 10일부터 시판된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이달 말 한국형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인다. 출시 이후 30여만대가 팔린 아이폰의 아성에 안드로이드폰이 속속 도전장을 내밀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내산 vs 외산’ ‘아이폰 vs 안드로이드폰’ 등 전선도 다변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연합군의 성공 여부는 국내 시장 적응력과 아이폰을 제외한 라인업 규모에 따라 판가름날 듯하다. 8일 SK텔레콤 측이 밝힌 모토로이의 예약 판매 신청자 수는 약 2만명. 이 정도면 국내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글의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이 지난달 5일 출시 이후 미국에서 8만여대가 팔린 것과 비교해보면 이같은 관측이 힘을 얻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니에릭슨과 노키아 등에서 스마트폰을 내놓아도 국내 시장에선 별 움직임이 없었다.”면서 “모토로이가 아이폰에 비하면 예약자 수는 떨어지지만 시장규모와 아이폰 선점효과, 성능 검증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SK텔레콤은 출시를 앞두고 스마트폰 실무자 설명회를 갖고 마케팅전에도 힘을 쏟아붓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모토로이 예약 가입자의 52% 정도가 번호이동 고객일 정도로 다른 이동통신사 고객들의 관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으로선 아이폰을 제외한 모든 상품을 최대한 많이 출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올해 시판하는 15종의 스마트폰 가운데 90% 정도인 13종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안드로이드폰 열풍은 다른 이동통신업체와 제조업체에서도 몰려올 조짐이다. 이들의 시너지 효과도 아이폰 제압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세계 첫 영상통화 기능을 가진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폰은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3.7인치 ‘AMOLED’ 디자인, 800㎒ 전용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갖춰 사양도 아이폰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올해 180만대의 스마트폰을 공급할 계획인 KT도 연내 시판하는 스마트폰 7~8종 가운데 절반을 안드로이드폰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도 2~3종의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기로 했다. 모토로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국내 최초의 스마트폰이다. 3.7인치 해상도를 가진 풀터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화질이 아이폰에 비해 선명하다. 800만 화소 카메라를 사용해 300만 화소 카메라를 보유한 아이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지상파 DMB TV를 볼 수 있고 FM 라디오 수신도 가능하다. 아이폰은 보유하지 못한 기능이다. 하지만 반응 속도는 아이폰이 낫다. 아이폰은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지만 모토로이는 이보다 느린 편이다. 애플리케이션(응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아이폰은 14만여개지만 모토로이는 2만여개에 불과하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부끄러운 막말공화국/이순녀 논설위원

    조용하던 지하철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아저씨가 실수했잖아요.” “내가 왜 아저씨야. 말조심해 당신!” “아니, 누구보고 당신이래요?” 70대로 보이는 노인과 50대쯤으로 가늠되는 아주머니가 서로 언성을 높였다. 들어보니 노인은 호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를 확인하려고 여러 차례 손을 넣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이를 스킨십으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한 듯 노인은 기어이 “별 볼 것도 없는 당신한테 내가 뭣땜에…”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험악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는지, 때마침 목적지에 도착해서였는지 아주머니가 서둘러 내리는 바람에 말다툼은 거기서 끝났지만 씁쓸한 풍경이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재상 풍도(馮道)는 사람의 혀를 칼에 비유했다. ‘설시(舌詩)’라는 작품에서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口是禍之門)/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舌是斬身刀)/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다(安身處處)’고 했다. 입조심하라는 의미의 ‘구화지문’이란 고사성어가 여기에서 비롯됐다. 칼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낫지만 말에 찔린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잘 아물지 않는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말의 품위인 언품(言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들은 너무 거칠고,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도 명색이 사회 지도층이라는 법조인, 교사의 입에서 시정잡배에게나 어울릴 법한 막말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39세 판사가 아버지뻘인 69세 원고에게 “버릇없다.”고 면박을 주고, 검사는 조사 대상자에게 “이 XX가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검사 앞에서 훈계하려 들어?”라며 모욕을 준다.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은 학생들에게 “인간쓰레기들, 바퀴벌레처럼 콱 밟아 죽여버리겠다.”고 폭언을 한다. 인격침해 행위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실제 사례들이다. 막말하기로는 고위 공직자, 정치인도 더하면 더했지 이에 못지않다. 학자 출신의 정운찬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정치인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이나 계파 보스의 입장을 국민 뜻을 대변하는 의원의 본분보다 앞세우기 때문에 정쟁 문제가 됐다.”는 이른바 ‘계파 보스’ 발언으로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앞서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오면 나라가 거덜날지도 모른다.”는 격한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새해 첫날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 의원이 서로 삿대질을 해가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고함을 치고, ‘청와대 용역깡패’ ‘사기꾼’이란 폭언이 횡행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런 정치인들이 예능프로그램의 막말 방송을 규제하고, 장삼이사들의 인터넷 언어를 정화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명심보감 언어편은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솜과 같고 남을 상하게 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덤불과 같다.’고 했다. 막말이 난무하는 건 그만큼 사회가 독해졌다는 얘기다. 논리로 상대를 설득하려는 노력 대신 자극적 언사로 일단 상대를 먼저 찌르고 본다. 방어와 공격을 거듭하며 강도를 높이다 보면 웬만해선 자극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너나없이 막말을 하는 막말공화국의 오명을 뒤집어쓸 일만 남는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방송사만 ‘막말 삼진아웃제’를 적용할 게 아니다. 지도층부터 보다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법관 스스로의 인성 고양 노력이 우선돼야겠지만 대한변호사협회의 주장처럼 재판 과정과 판결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판사의 막말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학생을 벌레 취급하는 교사는 교단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고, 국회에서 상습적으로 막말과 폭언을 일삼는 정치인도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시트콤에서 ‘빵꾸똥꾸’ 대사를 못 쓰도록 권고조치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체면이 그나마 설 것이다. coral@seoul.co.kr
  • 1년 맞는 ‘경제 구원투수’ 윤증현號

    1년 맞는 ‘경제 구원투수’ 윤증현號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벼랑 끝에 몰린 한국 경제의 ‘구원투수’로 나선 지 10일이면 어느 새 1년이다. 야구로 치면 8회 절체절명의 위기에 기용돼 급한 불을 무난하게 껐다는 평가다. 하지만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윤 장관 자신도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민간의 회복세가 본격화되지 않은 데다 고용 창출도 쉽지 않다. 연초부터 중국의 긴축정책과 미국의 금융규제안,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 악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험난한 9회 승부가 예고된 상황이다. ●성장률 급상승… 외환보유 치솟아 윤 장관은 취임식에서 “하루아침에 정상궤도로 올려놓을 요술방망이는 없다.”고 밝혔다. 첫 조치로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로 종전 목표치(3% )보다 5%포인트 낮춰 잡았다. 정부의 상황 인식에 대한 신뢰를 높여 시장의 믿음을 되찾겠다는 의지였다. 이어 28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을 편성하고 상반기에 재정의 65%를 조기 집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전기 대비 성장률이 2008년 4·4분기에 29위였던 우리나라는 2009년 1~3분기에 각각 3위, 2위, 1위로 급상승했다. 극적인 회복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3월 초 157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1100원대로 떨어졌다. 바닥을 보이던 외환보유액은 1월에 2736억 9358만달러로 사상 최대치. 대외신용도의 잣대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3월 465bp(bp는 0.01%)까지 치솟았지만 5일 현재 125bp로 떨어졌다. ●구조조정 등 여전히 남은 숙제들 정부는 ‘25만명+α’로 올해 고용 목표를 높여 잡았다. 고용투자세액공제 등 진작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좀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다. PIIGS의 위기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6%, 재정적자 비율은 2.7%로 주요 20개국(G20) 평균치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2001년 18.7%였던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5.6%까지 뛰는 데 8년밖에 안 걸렸다. 위기극복 과정에서 늦춰진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걸림돌이다. 곳곳에 ‘잔불’이 남아 있는 격이다. 영리의료법인 도입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도 커다란 숙제다. “내수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답은 결국 서비스업”이라면서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반발과 청와대의 제동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구원투수로 투입된 특수 상황에서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이어 “회복 기반을 다지고 고용구조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최대 과제”라면서 “노동유연성을 제고하는 게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증현 경제팀이 위기를 관리하고 회복세를 이끈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위기국면에서 드러난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는 미흡했던 만큼 단기적 성과보다 구조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사설] 정 총리 해임안 세종시 해법 본질 아니다

    세종시 정국에 정운찬 총리 해임건의안이란 돌출 변수가 등장했다. 원안과 수정안을 놓고 옳다 그르다의 논리 대결이 아닌 행정부 수반을 내쫓느냐 마느냐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정 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며 해임 건의안을 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 일부가 동조 움직임을 보이면서 인책 논란은 급속히 확산되는 조짐이다. 하지만 정 총리의 퇴진 공방은 세종시 논란의 본질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을 더 키울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세종시 정국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역기능만을 낳을 뿐이다. 야권은 국론 분열과 무능함을 정 총리 인책론의 논거로 삼는다. 한나라당은 상투적인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여야의 대결 구도로만 전개된다면 그저 그런 정치다툼에 그칠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야 4당의 연대만으론 해임 건의안을 가결시키지 못한다. 가결이냐 부결이냐의 결정권은 사실상 친박계가 쥐고 있다. 친박 일부는 동조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격앙된 감정의 표현에 그쳐야 한다. 만일 실행에 옮기려고 한다면 한나라당은 물론 친박 자체도 파탄으로 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분당·탈당 등 극단적 용어가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해임 동조는 정치적 위험을 감수할 사안도, 시기도 아니다. 현 시점에서 친박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해임안에 동조할 움직임은 아니다. 따라서 야권의 해임 건의안은 정치 공세에 그칠 뿐 실현 가능성이 많지 않다. 공허한 해임 공세를 거두고 실효성 있는 공략 포인트를 재설정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 물론 정 총리 스스로도 인책론의 원인 제공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에게도 반대세력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지 않도록 입조심을 주문해야 한다. 설 연휴를 앞두고 여야 간은 물론 친이-친박 간에 여론몰이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시기에 조성될 여론의 흐름이 세종시의 명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여야든, 친이-친박이든 여론의 잣대에 맞춰가는 노력에 성패가 달려 있다. 총리 해임 공방은 정치 불신만 더 키우고 파국만 조장할 뿐이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해임안 공방을 접고 건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 [책꽂이]

    ●한 출판인의 여정 일기(윤형두 지음, 범우 펴냄) 산과 낯선 땅을 사랑하는 이의 여행기다. 미국과 유럽, 동남·서남 아시아 등을 돌며 만난 사람들, 그 감동들, 기억들을 아름다운 문체로 옮겼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으로서 출판인이자, 수필가, 여행가인 그답게 문장마다 배어 있는 설렘과 감동의 울림이 그대로 전달된다. 1만 2000원. ●참여정부 인사검증의 살아있는 기록(권오중 지음, 리북 펴냄) 누구나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인사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하물며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핵심 인사를 책임진 청와대라면 더 말한들 뭣하겠는가.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인사검증 부서 행정관으로 꼬박 5년을 일한 저자의 ‘참여정부 인사원칙 백서’다. 인사의 시스템과 원칙의 공과를 공유하며 평가하는 것은 더욱 구체적인 인사원칙의 진전을 갖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거대담론 또는 이념적 잣대에 갇혀 있던 참여정부 인사 시스템의 구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1만 3000원. ●크리에이티브 블록/아이디어 블록(루 해리 지음, 고두현 옮김/ 제이슨 르쿨락 지음, 명로진 옮김, 토트 펴냄) 쌍둥이책이다. 아이디어 고갈에 허덕이는 작가, 기획자 등에게 보물창고와도 같은 책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면밀한 관찰과 창조적 사고를 통해 다르게 사고하고,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천, 수만에 이를 답은 각자의 몫이다. 각 권 1만 5000원.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황인원 지음, 흐름출판 펴냄) 바야흐로 인문학이 회사경영과 조직운용에 풍성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때다. 저자는 46편의 시를 소개하며 상상력과 창의력, 순수한 서정, 인간에 대한 근본적 사고 등 시를 쓰고 읽을 때 나오는 힘이 조직의 리더 또는 회사 대표들에게 유효함을 설명하고 있다. 1만 3000원. ●마음의 쉼표(도종환 지음, 프레시안북 펴냄) 부제는 ‘도종환의 산방엽서’다. 조금만 더 느리게 움직이며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를 노래하는 것, 그 자체가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길임을 조용히 얘기한다. 산중에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시인이 나무 한 그루 놀라지 않게 조용히 들숨 날숨 쉬며 ‘나의 오늘, 우리의 오늘’을 묻는다. 곁들여진 손문상 화백의 그림이 가슴을 넉넉하게 해준다. 1만 2000원.
  • [리콜의 경제학] 시대변화 반영하는 리콜

    리콜에도 시대의 흐름이 잘 반영된다. 리콜 제도 도입 초기인 1990년대만 하더라도 자동차나 가전제품의 결함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2000년에는 전체 리콜 건수 41건 중 40건이 자동차 리콜이었다. 식품에 대한 리콜은 1996년 1건, 2000년 1건에 불과했다. ●1996·2000년 식품리콜 1건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식품에 대한 리콜 건수가 2007년 102건, 2008년 200건으로 폭증했다. 같은 기간 의약품에 대한 회수 건수도 각각 140건, 182건으로 불어났다. 특히 2007년에는 전체 리콜 건수의 73%가량인 242건이 식품과 의약품에 집중됐다. 2008년에도 전체 544건 중 70%인 382건이 식품·의약품 관련이었다. 2000년대부터 ‘웰빙’ 바람을 타고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당시 ‘쥐머리 새우깡’ 사건, 중국발 멜라민 파동 등으로 소비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먹거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신고가 늘었고 지방자치단체와 기관에서도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리콜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2009년에 한국소비자원이 정부에 건의하거나 기업에 권고한 리콜 품목들을 보면 유아용 자동차나 의자, 흔들침대, 유아용 치약, 유모차 등 어린이 용품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은실 소비자원 생활안전팀장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등으로 해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수입 제품을 많이 사용하면서 품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안전에 대한 기준도 대폭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안전기준이 높은 선진국의 잣대를 적용하면서부터 국내 소비자들도 기존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제품들을 리콜 대상에 추가하게 된 셈이다. ●소비자 품질·안전의식 높아져 지난해 12월 유럽과 미국에 몰아닥친 ‘블라인드 리콜’ 사태가 그중 하나다. 어린이들이 고리형으로 된 블라인드 높이조절용 끈에 목이 걸려 숨지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면서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가 블라인드 5000만개에 대한 대량 리콜 조치를 내렸다. 미국의 경우 모자 달린 후드티의 모자 조임용 끈도 리콜 대상이다. 최 팀장은 “스쿨버스 문이 닫히면서 후드티의 끈이 걸려 어린이들이 질식사하거나 다친 경우가 많아 업체들이 후드티의 끈을 없앴다.”면서 “우리나라도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글로벌 금융규제 한국에 毒 될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 규제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것이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과 산업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경쟁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자칫 규제 강화의 바람에 휩쓸릴 경우 금융 선진국 도약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생각도 확고하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발전모델을 찾아야지 무작정 선진국 논리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 금융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미래 비전’ 국제세미나에서 “외국과 같이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할 경우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선진국의 ‘사다리 걷어차기(Kicking away the ladder)’가 금융부문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사다리 걷어차기란 독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개념화한 것으로 먼저 사다리를 타고 꼭대기에 오른 선진국이 자기들이 딛고 올라온 사다리를 치워버림으로써 후발국들의 도약을 가로막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지난달 21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대형 은행 규모 제한 및 자기자본 거래 금지 방안을 발표했고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자본주의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강력한 금융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곽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금융 규제가 강해 초등학생 수준의 자율만 허용됐던 상황에서 일부 규제 완화를 통해 겨우 중학생 수준으로 올라가려는 시점”이라면서 “최근의 국제적 논의를 그대로 적용해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의 금융 자율화 정도를 다시 초등학생 수준으로 되돌리는 잘못을 범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우리나라 금융이 처한 상황은 선진 금융시장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어 글로벌 차원의 흐름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사후 감독과 모니터링은 강화하되 진입 규제와 같은 사전규제나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약점이 선진국과 달리 금융회사의 쏠림현상과 외환부문 취약성이라는 점에서도 규제 완화, 투자은행(IB) 업무 확대, 대형화 등 기존 육성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 전문가들의 견해도 큰 틀에서 일치하는 편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고 은행들이 파생상품 개발에 눈을 뜬 수준인데 선진국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사설] 경찰 불법업소 접촉차단 일회성 안돼야

    불법 유흥업소와 경찰관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칼을 빼들었다. 서울경찰청은 사행성 오락실과 성매매업소의 업주, 조직폭력배 등과 단속 경찰관의 사적인 접촉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기는 경찰관은 중징계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경찰관은 앞으로 단속 대상자들과 면담, 회식, 금전거래는 물론 전화통화와 이메일을 해선 안 된다. 업무 때문에 꼭 접촉해야 할 때에는 사전에 보고하거나 사후에 증빙자료를 첨부해 확인을 받아야 한다. 서울경찰청은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기에 앞서 유예 기간을 두고 지난달 중순부터 오는 10일까지 유흥업소 접촉 여부와 관련해 경찰관의 자진 신고를 받고 있다고 한다.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유예 기간 이후에 유흥업소 업주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력이 나오면 파면, 해임, 정직의 중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직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혀온 경찰관과 유흥업소의 유착 비리를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읽힌다. 조 청장은 지난해 경기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유흥업소와 게임장, 조직폭력배 등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경찰 비리가 오죽했으면 이런 고육지책이 나왔을까 싶어 참담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을 비롯한 전국 16개 지방경찰청에서 금품 및 향응 수수 사유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총 210명에 달했다. 그중에서 서울이 8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부 경찰의 유흥업소 유착비리는 그늘진 곳에서 묵묵히 맡은 임무를 다하는 경찰 공무원의 사기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고,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풀린다. 일선 경찰서에선 엄격한 잣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유흥업소를 통해 첩보 등을 얻어 기획수사를 해온 현실적인 관행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비리 근절은 요원해진다. 비리 척결은 단호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서울경찰청의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일선 현장에서 독버섯처럼 상존하는 경찰 비리를 뿌리뽑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서울광장] 투자 손실은 무죄다/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투자 손실은 무죄다/육철수 논설위원

    주식 투자자들 가운데 증권시장에 적선하러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투자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최선의 전략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그들의 목표다. 그들은 큰돈을 벌기 위해 때로 고위험을 감수한다. 그러나 투자해서 누구나 돈을 번다면 증시에 기웃거리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다행히 시장은 간이 콩알 만한 사람들은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예측불허다. 단 5분 앞이라도 시장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다면 돈 벌기는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투자자들은 그래서 매수·매도 시점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돈과 정보의 전쟁터인 주식시장에서 투자의 최종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는 말은 냉혹함의 극치를 대변한다. 감사원이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해 지난주 예비감사를 거쳐 그제부터 본감사에 들어갔다. 3년 만에 실시하는 정기 감사여서 인사·회계 등 경영 전반을 살펴볼 예정이란다. 그러나 초점은 KIC가 2008년 1월 메릴린치(미국 투자은행)에 투자한 20억달러에 대한 투자 과정의 적법성과 책임소재 등이라는 소식이다.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 관여할 계제가 못 되지만, 정책적 투자와 관련한 책임 추궁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법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 자칫 ‘화풀이 감사’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서다. 투자 당시의 정황과 투자 결정의 합리성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조사하는 게 바람직하다. KIC가 메릴린치에 투자를 결정할 무렵의 세계 자금시장은 각국 정부 주도의 ‘국부펀드’가 유행이었다. 오일머니와 무역흑자로 여러 나라에서 달러가 넘쳤기 때문이다. 국부펀드는 아랍에미리트연합(8750억달러), 싱가포르(330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3000억달러), 중국(2000억달러) 등 30여개국이 3조달러를 운용했다. 이 나라들은 재정 건전화와 국채상환을 위해 국부펀드를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대부분 큰 수익을 올렸다. 그때 국내 여론은 “우리 정부는 왜 팔짱만 끼고 있느냐?”고 질타하는 분위기였다. 2007년 말 우리의 외환보유고는 2600억달러였다. 달러 약세로 2005~2007년에 50조원 이상 누적 외환 평가손을 보고 있었다. 정부는 망설이던 끝에 KIC에 맡겨뒀던 200억달러 중 20억달러를 메릴린치에 투자하게 된 것이다. KIC투자운영위원회(경제부총리·한은총재·KIC사장, 민간위원 6명)는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던 메릴린치의 요청으로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 성격상 공개가 어려웠을 테고 유리한 매수 시점을 맞추려고 절차를 간소하게 했을 수 있다. 싱가포르의 테마섹, 쿠웨이트 투자청, 일본 미즈호 금융그룹이 경쟁적으로 메릴린치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시간을 끌기도 여의치 않았을 것이다. 당시 투자일정을 보면 2008년 1월7일 메릴린치에서 30억달러 투자 요청을 받았고 불과 일주일 만인 15일에 2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돼 있다. 속전속결로 진행한 것 같으나 실은 그보다 몇달 전부터 실무적 투자 논의가 있었다. 권오규 당시 부총리가 언론 간담회에서 KIC의 해외투자를 암시한 게 2007년 11월 중순이다. 정부가 투자를 놓고 적어도 두어 달은 고민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투자 9개월 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이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 A)에 합병됐고 현재 KIC의 투자원금 손실은 9억달러다. 그렇다고 이를 졸속·편법 투자로 몰아 법적 책임을 묻는다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아직 투자가 유지되는 상황이고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BOA 주가는 한때 주당 3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5달러 선으로 올라섰다. 주가 변수는 많다. 섣불리 문책을 논할 때가 아닌 것이다. 12년 전 외환위기 때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강경식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경제수석을 검찰에 형사고발한 곳이 감사원이다. 두 사람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나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KIC 감사에 나선 감사원이 반드시 되돌아 봐야 할 과거사다. yc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시장과 경제관료/주병철 경제부장

    [데스크 시각] 시장과 경제관료/주병철 경제부장

    #경제 관료 출신인 금융공기업 사장 A씨는 주변의 경조사나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 때만 되면 고민에 싸였다고 한다. 생각 끝에 눈 딱 감고 무조건 10만원을 담은 봉투를 주기로 하고,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체면치레를 하느라 몇십만원은 넣었을 터이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 개혁방안으로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을 일률적으로 차관급(1억 900만원) 수준으로 내렸다. 전에 비해 2분의1 내지 3분의1로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일반 공기업보다 금융공기업은 민간금융사 CEO 연봉(평균 8억~10억원대)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150%로 책정해 1억 6000만원가량 받는다. 세금(40%)을 제외하면 1억원 남짓이다. A씨는 지금도 놀고 있는 동료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했다. 전 정권 퇴직 관료들 가운데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하기 전 3년간 일했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곳에는 2년간 못 가도록 돼 있어 취직제한기한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간금융사 CEO를 몇년째 하고 있는 B씨는 연봉이 10억원이 훨씬 넘는다. 성과급으로 받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하면 재산이 엄청나다. 남다른 노력과 성실함으로 일군 성과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민간 CEO들의 역량이 높이 평가되면서 생긴 일이다. 해외 유학파의 인기는 더 높다. 이들은 해가 갈수록 금융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지금 당장 퇴직해도 얼마든지 더 좋은 회사로 옮길 수 있다. 두 사람의 얘기는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대란 사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등 굵직굵직한 국내외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제를 움직이는 주도 세력이 정부에서 시장으로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큰손’들도 생겨났다. ‘갑’인 정부와 ‘을’인 시장의 역할이 바뀐 것은 경제 규모와 글로벌 경제 흐름에 걸맞은 일이다. 하지만 시장의 역할에 대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첫번째는 시장의 역할이 커졌다고 해서 정부의 역할이 축소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시장의 질서에 반하거나 왜곡시킬 때 정부가 나서는 일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사외이사들의 문제, 이와 관련된 정부의 개입을 둘러싼 논란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정부의 개입이 적절치 않았다면 비난받아야 한다. 의혹이 제기된 사외이사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기업지배구조를 왜곡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면 개입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정부의 문제제기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후보중에 일부 관료가 섞여 있다고 해서 ‘신관치’라고 하는 것은 다소 비약적인 논리인 듯하다. 적어도 2004년 2월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부총리가 취임 때 “시장은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지금도 유효하다면 그렇다. 당시 이 전 부총리의 발언을 관치라고 비난하지는 않았다. 시장을 왜곡시키는 장사꾼들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두번째는 인(人)의 장막을 거둬야 한다. 시장은 누구든지 들어와서 경쟁하고 퇴출되는 곳이어야 한다. 시장의 뒤에 숨어서 ‘시장의 목소리’라며 누구는 안 되고 누구는 되고 하는 식의 잣대를 유도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경제 관료는 시장 경험이 없어서 안 된다, 누구누구는 이 정권과 유착돼 있어서 안 된다는 식의 논리가 그런 것이다. 능력이 있다면, 능력을 검증받고 싶다고 한다면 정당하게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건전한 시장은 진입장벽이 없고 공정한 경쟁이 담보되는 곳을 말한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모씨는 이런 말을 했다. “중국산 조기와 국내산 조기의 차이점이 뭡니까. 조기의 출신(지역)을 따지는 것은 웃기는 얘깁니다. 중국산이든 국내산이든 고향은 바다입니다. 다만 국내산 조기가 더 맛이 있는 것은 중국보다 냉동기술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bcjoo@seoul.co.kr
  • [태블릿PC 시대 개막] 아이패드는 PC 세대교체 신호탄

    [태블릿PC 시대 개막] 아이패드는 PC 세대교체 신호탄

    애플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차세대 태블릿PC ‘아이패드(iPad)’를 28일 전격 공개하면서 국내에서도 태블릿PC 열풍이 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P3플레이어 ‘아이팟’, 스마트폰 ‘아이폰’ 등으로 전 세계 디지털 기기의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애플이 태블릿PC 시장에 본격 뛰어든 만큼, 손가락과 펜으로만 작동되는 태블릿PC로 인해 ‘앞으로 PC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그러나 태블릿PC가 넷북 정도의 영향력에 그치고, 콘텐츠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애플 아이패드는 전자책과 영상,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가 최적화된 기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애플은 자체적인 유통망으로 디지털화된 책과 영상, 신문, 잡지 등을 공급할 계획이어서 콘텐츠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아이패드와 태블릿PC의 앞날을 상당히 밝게 보고 있다. 한 외국계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이패드는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도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인터넷 서핑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구현한 첫 작품”이라면서 “스마트폰이 휴대전화의 과거와 미래를 구분하는 잣대였다면 태블릿PC는 컴퓨터의 세대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도 “아이패드 자체의 성공 여부를 점치기는 이르지만 큰 흐름의 모티브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건”이라면서 “정보기술(IT) 산업의 주도권이 하드웨어와 통신에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넘어가는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소비자들은 높은 사양의 하드웨어 대신에 우수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기기를 선호하고, 아이패드가 이러한 추세를 대변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태블릿PC의 성공에 유보적인 입장도 많다. 태블릿PC가 기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대신하기에 위상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동성이 강점인 스마트폰과 다양한 기능이 가능한 노트북의 위상을 태블릿PC가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결국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중간 시장에서 넷북과 경쟁을 펼칠 테지만, 이 곳은 그리 큰 시장이 아니고 결국 틈새시장(니치마켓)에서의 돌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콘텐츠의 원활한 공급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김성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국내 상황에서는 기존 전자책(e-book)과 마찬가지로 각종 저작물 등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태블릿PC의 성공을 섣불리 점치기 힘들다.”면서 “다만 저작권이나 심의 문제가 해결되고 콘텐츠가 원활하게 공급된다면 기능이 향상되면서 빠르게 쏟아져 나올 태블릿PC들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호 수석연구원도 “디지털 기기의 미래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좌우할 것”이라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기반으로 한 기존의 소프트웨어와 달리 태블릿PC 환경에 맞는 콘텐츠가 활발히 나온다면 태블릿PC도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한·일 100년 대기획]일제시대 경제사적 평가 팽팽

    일제시대에 대한 평가는 잣대에 따라 다양하지만, 경제사 영역에서는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이 팽팽히 대립한다. 자본주의 경제 발전이란 결과에 일제시대가 어떤 공과(功過)를 남겼는지를 두고 양 진영의 학자들은 여전히 날카롭게 각을 세운다. 1990년대 전까지는 일제시대를 ‘침략과 수탈의 시간’으로 보는 수탈론이 지배적이었다. 수탈론은 한국 자본주의의 맹아는 이미 조선시대에 싹 트기 시작했다는 ‘내재적 발전론’을 따른다. 그러면서 활발한 민족운동 등으로 자주적 근대화가 꽃피려 했으나 일제의 침략으로 그 가능성이 말살됐다고 주장한다. 고등학교 교과서도 기본적으로 수탈론을 바탕으로 한다. 그 역사적 사례로 드는 것이 토지조사사업·회사령·광업령·어업령 등이다. 정책의 옷을 입었지만 이는 결국 약탈의 방법이며, 일본 경제는 발전시키고 조선 경제는 몰락으로 내몰았다는 게 수탈론의 시각이다. 수탈론은 기본적으로 민족주의 지향의 성격이 있지만 단순히 반일 정서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수탈론 이전 학계에는 일본 학자들이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식민사관’이 팽배했었다. 이 역사를 왜곡하는 정체성론·타율성론·당파성론 등을 타파하고 바른 역사관 수립을 유도한 것이 바로 수탈론이었다. 이러한 수탈론에 다시 반발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일제시대를 평가하자며 나선 것이 ‘식민지 근대화론’이다. 1980년대 중반 일본 학계에서 ‘중진(中進) 자본주의’ 개념을 가져온 안병직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진에서 선진(先進)으로 가기 위한 사회경제적 구조 마련이 일제시대에 이뤄졌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는 선진 자본주의로 가기 위한 필수 조건인 ‘개방 체제’가 일본과의 각종 조약으로 마련됐으며, 이로써 조선으로의 자본과 기술 유입이 자유로워졌다고 주장한다. 또 후발 자본주의 사회일수록 정부 주도의 개혁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일본이 했다면서, 토지조사사업, 산미증식계획, 식민지공업화정책 등을 예로 든다. 이런 근대화론이 제시되자 학계는 비판을 쏟아냈다. 신용하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등은 토지조사사업을 포함해 일제 정책은 애초 본질이 ‘수탈’에 있었다면서 반발했다. 그후 수탈론과 근대화론의 논쟁은 지루하게 이어졌으나, 각자 자기 입장을 재확인하는 것 외에 발전적 결론은 내놓지 못했다. 2년 전에는 이 논란이 학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 단체인 ‘교과서 포럼’은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친북·좌경이라면서 근대화론에 입각한 대안교과서를 펴냈다. 안 교수와 이 교수가 그 중심에 있었다. 대안교과서가 출간되자 학계는 물론, 정치·사회 전반의 논란을 불러왔다. 교과서 포럼의 예도 그렇지만 최근 수탈론-근대화론 논쟁은 경제사 영역을 넘어 정치·사회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해방 후 경제개발에 대한 평가와도 맞물리면서 친일·반공·독재·좌경·종북·진보·보수 등 이념색 강한 용어들이 섞여들게 됐다. 그러는 사이 두 주장에 대한 합의점이나 발전적 대안을 찾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음은 물론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공무원 예능인 생존경쟁 바람

    공무원 예능인 생존경쟁 바람

    실력 없는 ‘공무원 예능인’들의 설 땅이 좁아진다. MB(이명박 대통령)식 경쟁 논리가 국립 문화단체에도 파고든 여파다. 연봉제가 도입되고 실력에 따른 퇴출 시스템 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연의 질(質) 등 성과 평가도 엄격해졌다. 공무원 신분에 기댄 단원들의 안이한 태도가 적자생존 경쟁을 자초했다는 지적 속에, 선진국처럼 ‘2등을 위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력없으면 나가라” 칼바람 부는 장충동 25일 문화예술계에 따르면 생존 한파에 당장 노출된 곳은 ‘장충동’이다. 서울 장충동은 국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창극단, 국립국악관현악단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들 4개 단체를 전속으로 두고 있는 국립극장은 지난 15일 정부에 제출한 2010년 업무보고에서 단원 연봉제 시행, 개인별 오디션 강화, 계약 상한 연령제 도입 등의 쇄신안을 밝혔다. 능력에 따른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국립극장은 26일 세부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맏형 격인 국립극단은 법인화도 추진 중이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법인화는 자생력을 키우라는 요구”라며 “단원들의 재오디션을 통해 본격적인 물갈이를 시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재평가받자는 측과, 신분상의 불안을 들어 반발하는 측이 대립한다.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은 이미 법인으로 전환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법인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받는 서울 명동예술극장과 정동극장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명동극장은 자체 제작공연의 경우 출연진을 상대로 시즌제 계약을 도입할 방침이다. 정동극장은 배역 비중에 따라 출연수당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성과 평가에서 2회 연속 부진한 점수를 받은 직원은 대기발령 내는 일종의 퇴출 프로그램이다. 문화단체는 아니지만 문화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도 비슷한 성격의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일반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기관장 평가도 강화한다. 오는 5월 말 국립공연단체장 첫 성적표가 나올 예정이다. 법인으로 성격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나랏돈을 지원받는 발레·오페라·합창단도 평가 대상이다. ●MB식 경쟁논리 수혈… 관객수 잣대는 금물 여기에는 ‘문화예술인도 국민세금을 수혈받는 이상 경쟁해야 한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자리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공무원 그늘에 숨으려 하지 말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나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국립극장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전속 단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나가야 한다.”며 “일년 내내 공연을 안 해도 좋으니 확실한 단원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감사원이나 기획재정부에서 덩치가 큰 국립 문화예술단체만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규모가 작아도 국가예산을 지원받는 곳이라면 어디든 철저히 평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평가점수는 단체장 기획력, 예산집행 투명성, 고객 만족도 등을 종합해 매긴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협의회장은 “문화예술계도 개혁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대의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문화예술 특성상 기계적인 경쟁 논리 적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료 관객수’라는 양적 잣대만 들이밀 경우 자칫 흥행 위주의 콘텐츠를 양산, 오히려 전체 공연계 발전을 제약하고 창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유럽의 문화계는 경쟁을 중시하면서도 경쟁에서 밀려난 문화예술인들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며 “정부가 이런 부분에도 동시에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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