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잣대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로크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유도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트리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 010 번호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25
  • [생각나눔] 은행들, 학생도 전문직 포함 ‘논란’

    [생각나눔] 은행들, 학생도 전문직 포함 ‘논란’

    은행들이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빌려주는 ‘전문직론’의 자격대상에 법대생이나 의대생 등도 포함시키는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수입이 없는 ‘학생’에게까지 전문직 대출을 해주는 것은 특혜라는 지적과, 미래의 우량고객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영업전략의 일환이라는 반론이 맞선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하나·기업은행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치·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등의 재학생도 전문직 대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예컨대 농협의 ‘슈퍼프로론’은 로스쿨 학생도 법조인 대우를 해준다. 하나은행의 ‘로이어·닥터클럽’은 로스쿨생과 의대생·의전원생을 각각 법조인과 의사로 인정, 대출해 준다. 기업은행의 ‘파워신용대출-전문직론’은 의대 본과 4년생을 우대한다. 법대생의 경우 사법고시만 합격하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사법연수원생은 법조인 자격이 있으니 그렇다 쳐도 로스쿨생이나 의전원생은 일반 대학원생과 다를 게 없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국장은 “은행들이 일반인들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신용대출 잣대를 들이대면서 예비 전문직에게는 대출 한도와 금리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은행의 높은 대출 문턱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사, 회계사, 대학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전문직론은 일반 직장인 신용대출보다 대출한도가 2~3배 높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영업전략’이라고 항변한다. 장차 고소득을 벌어들일 법조인, 의사 등 전문직 고객을 미리 끌어들이는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미래 고객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예비 전문직에게까지 기회를 주고 있다”면서 “로스쿨생이나 의대생 대부분이 법조인·의사가 되기 때문에 ‘어려울 때 도와준 은행’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문직처럼 3억~4억원씩 빌려주는 것도 아니라는 게 은행권의 항변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3000만원 안팎의 마이너스 통장을 로스쿨·의대생에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문직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전문직들이 고소득을 올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떼이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특정 상품의 연체율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2007~2008년만 해도 0.1% 미만이던 연체율이 최근에는 1%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의사, 변호사도 개업 후 폐업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김천식 前차관 “남북관계 막장으로 가고있다”

    김천식 前차관 “남북관계 막장으로 가고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북 비밀 접촉을 주도했던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이 14일 이임식을 끝으로 28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통일정책을 둘러싼 당파적 갈등에 일침을 놨다. 그는 이임사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일정책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가 있었다면서 “통일 문제라는 의미의 수준에 맞는 비평이 없는 것은 아니나 때로는 엉뚱하기도 하고 파(派)와 당의 잣대로 사리에 맞지 않게 국익을 재단하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것에 동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대북 포용 정책을 주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대북 강경 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 간 극심한 정치적 갈등으로 5년 내내 소모적 논쟁을 벌여 온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정책, 교류 협력, 회담 등을 섭렵했고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도우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 정부 5년간 대북정책의 최전선에 섰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른바 ‘K 실장’이란 이니셜로 대북 비밀 접촉 주역으로 활동했고 북한이 2011년 5월 폭로한 중국 베이징 비밀 접촉 당사자로 이름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현 남북 관계에 대해 “분단 질서가 녹슬어 푸석거리고 있다. 현실 속에서 시퍼렇던 분단 대결은 이제 무대 위에 올려진 소극(笑劇)이 됐고 지금은 막장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국민행복기금 긴급진단] (하) ‘도덕적 해이’ 논란

    [국민행복기금 긴급진단] (하) ‘도덕적 해이’ 논란

    국민행복기금이 6개월 이상 연체채무의 원금을 50~70% 탕감해 주기로 하면서 꼬박꼬박 빚을 갚아 온 성실 채무자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대부업체 등의 채권도 떠안아 주기로 해 금융기관이 엄격하게 대출을 심사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푸념도 터져 나왔다. 역대 정권의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은 가장 포괄적인 채무 탕감 대책이란 평가를 받는다. 채무자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연체기간이나 원금 탕감률 중 하나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마련인데, 국민행복기금은 양쪽 모두에 관대하기 때문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원칙적으로 원금 감면 혜택이 없다. 금융기관이 이미 추심업체 등으로 넘긴 채권에 대해서만 원금을 최대 50% 탕감해줄 뿐이다. 3개월 미만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리워크아웃은 연체이자만 없애준다. 캠코는 원금을 최대 30%까지 감면해 주지만, 빚이 5000만원 이하인 사람만 대상으로 한다. ‘카드사태’ 뒤 급증한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시적으로 운영한 한마음금융과 희망모아 역시 일시상환자에 한해 원금을 30%까지 깎아줬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캠코의 바꿔드림론은 연체 중인 빚이 있으면 신청할 수 없다. 빚에 허덕이면서도 연체를 하지 않은 가구는 100만 가구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구는 그 ‘성실성’ 때문에 되레 원금 탕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저소득층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민행복기금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연체가구 수는 49만 7000가구”라고 추정한 뒤 “월평균 가처분소득 72만 3000원 중 원리금 상환액이 71만 8000원으로 한계상황에 처했지만 빚을 연체하지 않아 국민행복기금의 구제 대상이 안 되는 가구는 106만 7000가구”라고 집계했다. 빚을 갚지 않고 버틴 사람은 이자는 물론 원금까지 탕감받고, 빠듯한 형편에도 꼬박꼬박 빚을 갚아 온 사람은 원금은 커녕 이자도 깎아주지 않는 캠코의 바꿔드림론을 써야 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중채무자들이 모인 인터넷 게시판에는 현재 시행 중인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국민행복기금을 비교하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빚을 안 갚으면 행복해지는 이상한 나라’라는 성토성 냉소도 보인다. ‘사상 최대 규모의 빚 잔치’를 하게 된 금융기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의 부실·악성채권을 떠안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금융기관의 ‘묻지마 대출’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일 한국개발원(KDI) 연구위원은 “대출심사 체계 개선과 도덕적 해이 방지, (기금 수혜자에 대한) 일자리 연계 등 근본적인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이름만 바꾼 국민행복기금이 계속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실은 따먹는 사람만 계속 따먹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단순한 빚 구제가 아닌, 자립·자활 유도에 초점을 맞춘 구제책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정치에 발목 잡힌 경제/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경제 현상이 정치 현상이나 사회 구조와 많은 관련을 지니고 있을 때는 정치적으로 타결하는 것이 효과적일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경제 문제는 경제로, 정치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치유책이 나온다. 경제 문제에 정치적 명분을 내세우거나 이해관계를 들이대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레 복잡하게 꼬이는 경우가 많다. 진실이 왜곡되고 이해관계자들이 왜곡된 내용을 악용하면서 시장은 더욱 혼란에 빠진다. 치명적인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경제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거나, 이념을 들이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택시지원법안 등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제 문제들이다.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하게 된 배경은 건설업체들이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적정한 이윤을 넘어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분양가를 시장 자율기능에만 맡길 수 없을 정도로 과열돼 자고 나면 집값이 뛰고 분양가가 오를 때 불가피하게 나온 조치다. 분양가 폭등을 막고 개발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순기능도 컸다. 그런데 주택시장은 변했다.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건설업계는 꾸준히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도 지금이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풀 기회라고 생각한다. 야당도 상당수 의원이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맴돌고 있다. 투기가 우려될 땐 다시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지만 지루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한 야당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당론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야당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관련한 정책 세미나를 열었다가 시민단체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사안의 본질을 경제적으로 풀려고 하지 않고 정치적인 시각에서 선과 악으로 구분해 접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명분에 가로막혀 경제의 본질을 읽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취득세 감면 연장법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주택시장을 살리고 지방자치단체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법 개정에는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부동산 거래 중단으로 취득세를 거둬들이지 못해 파탄 일보직전인데도 국회는 느긋하다. 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택시 지원 문제나 철도 경쟁력 확보방안도 그렇다. 택시와 철도 문제를 이토록 방치해 곪아 터지도록 한 것은 분명 정부와 업계의 책임이다. 하지만 혼란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정치인들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대선을 치르면서 경제 문제를 정치적 논쟁거리로 이끌어내 되레 문제만 키운 꼴이 됐기 때문이다. 택시법의 경우, 국회가 정치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결국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개정 법률을 정부가 거부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많은 국회의원이 속으로는 정부가 내놓은 택시산업발전 대체 입법안에 찬성하면서도 뒷짐을 지고 있다. 국가경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 실태가 볼썽사납다. chani@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이 대작을 연주해야만 비로소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척도가 되는 곡이다. 150년 전 초연 당시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 루빈시테인도 처음 이 곡을 받고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연주를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 연주가라면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한 곡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전문가가 모여 기술적인 연주법에 대해 계속 토의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주법에 대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본 바둑의 몰락이다. 한·중·일 3국 가운데 바둑 선진국이었던 일본은 기타니 도장 등 바둑가문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적인 폐쇄성과 속기 바둑의 경시 등 시대흐름을 좇지 못했다. 철녀(鐵女)로 불리는 루이 9단이 1990년 중국 기원과의 불화로 조국을 떠나 낭인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다. 그녀는 당시 최강의 일본기원에서 활동하고 싶어했지만 일본 여류기단이 쑥대밭이 될 것을 두려워한 일본은 그녀의 입성을 거절했다. 반면 한국 기원은 과감하게 그녀를 받아 줬고 바둑 중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소통과 개방의 힘은 민주주의 본질과도 맥이 닿는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가운영에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정치분야에 적용되면 통합의 정치가 꽃을 피우는 것이고, 경제분야에 접목되면 경제민주화가 되는 이치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보름을 맞으면서 불과 3개월 전 박 대통령에게 보냈던 우렁찬 박수소리가 점차 잦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박근혜 정부 출범 2주간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국민들도 많아진 듯하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집권 비전에 동의해 표를 던졌다는 한 지인의 경우 내각과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란 믿음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면서는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통합, ‘100% 대한민국’이 구호로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 측근들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정부출범조차 못하게 막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더 부각시키고 싶을 테고 이명박 정부와 달리 측근들의 전횡을 막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갖는 불안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정치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달라진 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망이 높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막상 대통령직에 오르면 국민들의 평가는 더욱 엄격해진다. 언론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갈등 조정 능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통합 정치와 경제민주화 공약이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의 논리에 갇혀 있는 한국의 정치는 강한 압박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정치가 빛을 발하는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확고한 원칙의 정치를 펼친 영국의 대처 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용의 정치가 합쳐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어 한다. oilman@seoul.co.kr
  •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 “금융당국 감독 기꺼이 받겠다…저축은행 인수 9전10기 도전”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 “금융당국 감독 기꺼이 받겠다…저축은행 인수 9전10기 도전”

    “대출금리를 20%대로 인하하기 위해서라도 저축은행 인수는 꼭 필요합니다.” 저축은행 인수전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최윤(50)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9전 10기’ 의지를 밝혔다. 아프로파이낸셜은 대부업체 러시앤캐시 등을 두고 있는 그룹이다. 언론 인터뷰에 좀체 나서지 않는 최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신문과 만나 “서울·경기권 중대형 저축은행 인수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2007년부터 예한울·예쓰·중앙부산·프라임·파랑새·현대스위스4 등 9곳의 저축은행 인수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에 대한 정서적 반감 때문이다. 언론사 개별 인터뷰에 응한 것이 “이런 세간의 오해를 벗고 싶어서”라는 최 회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부업체와 개인이 운영하는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가 필요하다”면서 “(대부업체 감독권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대신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아야 한다면 (러시앤캐시도) 기꺼이 받겠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인수에 왜 그렇게 매달리는가. -제도권 금융에 진입하게 되면 자금조달 비용이 대폭 싸진다. 그러면 대출금리를 낮출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동력이 확보되면) 소상공인 대출, 자영업자 전용상품 등을 내놓을 작정이다. 아직도 제도권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해 고통받는 금융소외자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대부업체에 대한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 아닌가. -대부업체라서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GE(제너럴일렉트릭), 씨티, SC(스탠다드차타드) 등은 모두 한국 내에서 캐피털 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20~30%대 금리로 금융업을 하는 회사들이다. 캐피탈, 대기업, 저축은행이 하면 소비자금융이고 대부업체가 하면 사채라고 매도하는 시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부업체라는 것도 그렇지만 심지어 일본계 아닌가. -금융 당국이 이미 일본 대부업체의 국내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했다. J트러스트는 미래저축은행을, SBI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했다. 그런데 솔직히 두 회사는 일본인이 운영하고, 철저하게 일본에 기반을 둔 금융사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남’이다. 재일교포인 저는 굳이 비유하자면 ‘사촌’쯤은 된다. ‘남’에게는 (저축은행 인수) 기회를 주면서 ‘사촌’에게는 왜 계속 벽을 치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는 어려운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이 한국에서 고금리를 받고 있다고 해서 러시앤캐시에 저축은행 인수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럴수록 소비자의 권익을 더 잘 지켜줄 만한 곳으로 저축은행을 넘겨야 하는 것 아닌가.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점이다. 러시앤캐시는 무조건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곳이 결코 아니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신용이 낮은 80여명 정도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곳이다.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280만원, 평균이자가 한달 약 8만원 정도다. 제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택시론’이다. 택시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 교통 수단보다 비싸지만, 급할 때 요긴하고 또 반드시 서민에게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지갑에 택시비가 없는데 (상환능력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택시를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러시앤캐시는 채권을 발행하거나 기존 자본금을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어 택시비(금리)를 낮추기가 어렵다. 지난해 영업정지 이슈가 있었음에도 찾아오는 고객 수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 자금 조달방식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제도권 문만 열어주면 엄청 잘할 수 있다는 말로 들린다. -(웃음) 큰소리 치는 건 아니지만 2002년 한국에 대부업법이 처음 생겼을 때를 생각해 보라. 제가 (아프로의 토대인) 원캐싱을 설립해 담보 없이 200만~300만원을 빌려주자 제도권 금융에서는 돈을 떼일 것이라며 비웃었다. 하지만 10년 만에 자산 2조원대의 대형 대부업체로 키우지 않았나. 저축은행은 원래 서민을 위한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부동산 파이낸싱프로젝트(PF) 등에 손을 대며 욕심을 내다가 망가진 것이다. 자영업자 전용대출 등 개척 가능한 상품이 굉장히 많다. →영업정지 처분과 관련해 1심 법원은 부당하다며 러시앤캐시 손을 들어줬지만 금융 당국이 항소해 2심 법원에 계류 중이다. 2010년에는 검찰의 압수수색도 받았다. -사정기관에서 여러 차례 조사받은 것이 사실이다. 횡령, 탈세, 배임은 기본이고 일본 야쿠자 자금을 세탁했다느니, 조총련을 통해 북한에 자금을 송금한다느니 별별 혐의가 다 있었다. 지금은 웃지만 당시에는 너무 억울했다. 결국 아무것도 나온 건 없었다. 오히려 러시앤캐시의 결백을 입증시켜준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직도 항간에는 (러시앤캐시) 순익의 상당액이 일본으로 빠져나간다는 의심이 많다. -2002년 원캐싱을 설립해 운영하던 중 일본 법원에서 A&O(아프로파이낸셜그룹의 전신)가 매물로 나왔다. 그때 나고야와 오사카 재일교포 상공인들의 도움을 받아 J&K캐피탈이라는 법인 명의로 A&O를 인수했다. J&K가 서류상으로는 일본에 본사를 둔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일본계로 오해 받지만, J&K 지분 100%를 제가 다시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 한국계 회사이다. 저는 알다시피 재일교포 3세다. 할아버지 때부터 100년이 넘게 한국 국적을 유지했다. 1년 365일 중에 330일은 한국에서 산다. 어디 그뿐인가. 지난 10년 동안 저는 단 한 차례도 이익금 배당을 받지 않았다. 지금도 가장 억울한 오해가 국부 유출을 했다는 것이다. →공식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인지 국부유출설 외에도 유난히 루머가 많다. 모 여배우와의 소문도 끊이지 않는데. -그 여배우와는 회사 일로 딱 5분간 얘기한 게 전부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재외동포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도 났다.조국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생각했다. 거듭 말하지만 어려서부터 한국인임을 잊지 말라는 교육을 수없이 받았다. 또 결코 잊은 적도 없다. 체계적인 고객정보(CB) 구축 노력 등을 통해 사채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소비자금융업을 어엿한 금융업의 한 축으로 양성화시켰다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이 노하우를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전파하고 싶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CNN “북한·부친 2개의 그림자 속 취임”… 中 관영매체들 취임식 생중계 관심집중

    해외 주요 언론들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첫 여성 지도자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북핵 문제와 세계 경제 위기 등 국내외의 산적한 문제가 새 정권 초기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AP통신은 “박 대통령이 지난 5년간 한반도에 흘렀던 적대감을 완화하는 대화 정책을 추구할지, 아니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유지할지 평양과 워싱턴, 베이징, 도쿄가 지켜보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결단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접근 방식의 큰 잣대를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NN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망령과 부친 박정희의 유산이라는 ‘2개의 거대한 그림자’ 속에서 취임한다”고 소개한 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신뢰하는 한국의 몇 안 되는 인물로서 신뢰 외교의 기조 아래 ‘당근과 채찍’을 섞은 대북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BBC는 “아시아 외환 위기를 극복했던 한국이 지금은 성장에 필요한 연료가 바닥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경기 침체, 유로존 위기, 일본의 엔저라는 3대 악재가 새 정부의 난제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34년 전 암살당한 아버지의 피 묻은 셔츠를 씻으며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던 박근혜가 오늘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돼서 청와대로 돌아왔다”고 다소 감상적으로 보도했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도 박 대통령의 취임식을 생중계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중국중앙(CC)TV는 박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북한 스스로가 핵실험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북에 핵 포기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 청사진에 북핵 위협 해소 방안을 구체적으로 담지는 못했다는 일부 한국 언론의 지적이 있지만 정권이 막 첫발을 떼는 단계여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출했다. 일본의 요미우리, 아사히신문 등은 박 대통령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 영유권 같은 역사 및 영토 문제에 대해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박 대통령이 대일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케이신문은 오는 3월 일본 교과서 검정에 이어 외교청서, 방위백서 발표, 헌법 개정 등이 예고돼 한·일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uol.co.kr
  •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 靑비서관 ‘제2 밀봉인사’… 검증 피하려 인선하고도 미공개 논란

    [박근혜 대통령 오늘 취임] 靑비서관 ‘제2 밀봉인사’… 검증 피하려 인선하고도 미공개 논란

    청와대가 비서관 인선 일부를 사실상 내정하고 공식 발표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선동 전 의원을 정무비서관으로 내정하는 등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급(1급) 이하 인선이 24일 일부 이뤄진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했음에도 청와대 전체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점은 과거 정권에선 볼 수 없었던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사흘 전인 2008년 2월 22일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발표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 발이 묶여 ‘반쪽 정부’로 출범하는 데 이어 청와대도 인선 난항으로 ‘반쪽’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당분간 전·현직 정부의 청와대 인사가 공존하는 ‘이상한 동거’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3실 9수석 34비서관’ 체제에서 장관급인 3실장과 차관급인 수석비서관 9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날 일부 드러난 인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인선 스타일과 전혀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인사 검증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재산 공개 대상인 비서관의 명단을 공식 발표하지 않는 것은 ‘제2의 밀봉 인사’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아닌 언론 취재로 비서관 인선이 확인되면서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이 보여 준 인사 스타일은 ‘철통 보안’ 그 자체였다. 박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해 언론에 사전 보도가 이뤄지면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할 정도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다른 한편에선 34명의 전체 비서관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발표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 대통령은 24일 윤창중·김행 대변인을 내정한 것과 함께 경제금융비서관에 주형환 기획재정부 차관보, 산업통상자원비서관에 문재도 지식경제부 산업자원협력실장, 기획비서관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민정비서관에 이중희 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공직기강비서관에 조응천 변호사, 법무비서관에 변환철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회안전비서관에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을 각각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진이었던 ‘측근 3인방’도 청와대에 입성했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인수위 활동 기간에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이재만 전 보좌관은 총무비서관으로, 안봉근 전 비서관은 제1 또는 제2부속비서관으로, 정호성 전 비서관은 연설기록비서관 혹은 제1부속비서관으로 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기자실 책임자인 홍보수석실 산하 춘추관장에는 최상화 대통령 취임준비위실무추진단장이 내정됐으며, 홍보기획비서관에는 이종원 전 조선일보 부국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관 인선 방향은 박 대통령과의 호흡이 중요한 잣대가 됐다. 박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비서진과 18대 대선에서 실무그룹으로 뛰었던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특히 정무수석에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전 의원을 내정한 데 이어 국회와 언론 등 정무 업무의 실무를 담당할 정무비서관에 친박(친박근혜)계 김 전 의원이 내정됨에 따라 정무에 상당한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박 대통령 측은 청와대의 초대 여성 대변인으로 김행 위키트리 부회장을 내정한 배경에 대해 “전 국민통합21 대변인으로서 국정에 대한 일관성 있는 설명과 홍보를 지속화하기 위한 인선”이라며 “여성을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 내정자는 한국사회개발연구소 조사부장과 디오픈소사이어티 대표이사, 디인포메이션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여론조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윤 대변인 내정자와 관련, “그의 막말을 본 국민과 무능을 본 기자들에게 어처구니없는 인선 발표”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박 대통령의 청와대가 기자와 언론,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기보다 국민의 알 권리를 봉쇄하는 최선봉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며 “박 당선인의 유아독존 태도를 보는 것 같아 가슴마저 아프다”고 꼬집었다. 한편 역대 정권에서 ‘문고리 권력’으로 인식되면서 각종 부패 사건에 연루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줬던 현행 제1·2부속실장을 없애고, 제1·2부속비서관을 두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실장이라는 ‘상징성’과 ‘권력의 힘’을 빼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제1부속비서관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제2부속비서관에게는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받은 비공식적 민원을 처리하는 역할이 맡겨질 전망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사설] 대통합 의지 보이고, 靑 비서실 인선 서둘러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어제 11개 부처 장관 내정자를 발표함으로써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른 17개 부처 장관 인선 작업이 모두 마무리됐다. 박 당선인은 국민대통합과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당선인이 내세운 동서화합과 탕평인사 의지가 얼마나 반영됐느냐는 인선 평가의 리트머스가 될 것이다. 박 당선인은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을 강조해왔다. 대통합의 핵심은 동서화합과 탕평인사라고 할 만하다. 그렇지만 장관 내정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탕평인사 원칙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가 하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장관 내정자들이 수도권과 영남 출신에 집중되면서 호남 출신은 단 한명에 그친 것이 단적인 예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서울 용산이 지역구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까지 합해도 호남 출신은 고작 2명에 불과하다. 능력과 전문성의 잣대를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인사에서는 특정지역 홀대론 같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대통합의 의지를 더욱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장관 내정자들은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전문가들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러나 새 정부의 과제로 꼽히는 책임장관제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연구소 출신 또는 ‘민간’ 출신 장관 내정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부처의 예산·인사·조직을 장악하고 정무적인 판단 아래 책임 있는 권한을 행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제난을 감안하면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를 팀장으로 하는 경제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새정부 출범이 눈앞인데 아직 3처17청의 기관장과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 인선이 남아 있고 청와대 비서실은 진용조차 꾸려지지 않은 상태다. 청와대 보좌진의 3실장, 9수석, 35비서관 가운데 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 빼고는 모두 깜깜이다. 대통령을 보좌할 핵심인 비서실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온갖 억측이 난무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불안감을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 만사는 때가 있는 법이다. 이제는 인사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때다. 박 당선인은 덕망과 능력이 있으면 여야를 뛰어넘어 발탁하겠다는 공언대로 탕탕평평의 대통합 인사를 보여주기 바란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인적 진용을 갖춘 새정부 출범을 바라는 국민 여망을 외면해선 안 된다.
  • 美, 북핵 사실상 묵인?… 파키스탄 전철 밟나

    美, 북핵 사실상 묵인?… 파키스탄 전철 밟나

    북한이 3차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핵무장을 현실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대응전략이 북한의 ‘비핵화’보다 ‘비확산’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비핵화가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궁극적인 폐기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면 비확산은 핵무장을 사실상 묵인한 상태에서 핵무기와 기술의 외부 확산을 막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비확산 정책을 대표하는 사례로 파키스탄이 꼽힌다. 미국은 1974년 핵무기 개발을 선언한 파키스탄에 강력한 제재조치를 가했으나 일단 핵무기를 보유하자 이를 사실상 묵인해 북한과 이란에 비해 이중적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북한이 파키스탄의 선례를 따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최근 미국 정부가 비확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되면서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폐기를 언급한 적은 없다. 하지만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노력에 위협이 되는 만큼 유엔 차원의 신속하고 강력하고 확실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북한의 행동이 확산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등 ‘확산’이라는 용어의 사용이 늘어 비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북한이 최근 수년간 핵과 탄도미사일 기술의 해외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이의 저지가 더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7일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전 세계적 원칙은 비확산이지만 한반도 문제에 국한해서 보면 여전히 비핵화를 추구한다”면서 “한·미 공조하에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정책적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북한과 파키스탄에 대한 입장이 다르므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피로감을 느낀 미국이 비확산으로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미국의 입장에서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인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우호국으로 묶어 둘 필요가 있으나 북한은 핵을 묵인했을 경우 실익이 없고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미국이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에 대비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등으로 이를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데스크 시각] 편안한 신발/박현갑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편안한 신발/박현갑 사회부장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곧 시작된다. 서막은 좋지 않다. 2000년 6월 도입 이래 13년째 운영 중인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이라는 검증과정에서 낙마사태가 이번에도 재현되고 있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재산을 둘러싼 잇단 의혹에 사퇴했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사퇴했다.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낙마자는 전 정부에서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 무려 8명이 낙마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와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자가 낙마했다. 모두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면제 등이 문제였다.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는 사퇴하면서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이런 식으로 하는가. 모든 인생을 살아온 것 중에 뭐라도 조금이라도 의심 되는 부분은 변명을 다 해야 되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는 “손자손녀까지 가혹한 검증의 회오리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했다. 2년 전 정동기 후보자도 “재판 없는 사형선고”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인사청문회는 과거의 일을 현 제도의 잣대로 재단하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문대상은 확대됐다. 청문대상은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대법관 등에서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4대 권력기관장으로까지 그 대상이 확대됐다. 국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어제 발표된 6명의 장관 후보자들도 인사청문회 대상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도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누군가는 또다시 갑론을박 대상이 될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 측에서 김용준 총리 후보자 지명 때와 달리 이번 인사에서는 청와대 인사자료를 참고로 해서 꼼꼼히 검증했다고 하니 한 명도 예외 없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박 당선인이 시행착오를 경험한 만큼 제대로 된, 고위공직자 전형을 통과할 만한 후보들로 엄선하였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또다시 고위공직자로서의 흠결사항이 드러나면, 국회 표결처리를 하든 자진사퇴를 하든 문제 있는 후보자는 정리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에서 잇단 낙마에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된 사항이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공개적인 청문회에서는 업무 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보자고 제안했다. 박 당선인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옳지 않다. 특정 제도로 인해 누구나 이해할 만한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제 능력을 펼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면, 그런 대목은 제도 개선을 통해 해소하면 된다. 투기 목적이 아니라 자녀교육이나 국민주택 청약으로 주택을 분양받으려는 무주택자가 제도 때문에 위장전입자가 된 경우, 주민등록법 등 관련 제도 개선으로 해결하면 된다. 청문회의 틀 자체를 뜯어고쳐서 풀 일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살기에 바쁘다. 정치나 행정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 지하철·버스요금 인상이나 콩나물값 인상에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는 게 서민들이다. 신어서 편한 신발이 있는가 하면, 모양새는 좋은데 신으면 발이 불편한 것도 적지 않다. 박 당선인이 신었는지 안 신었는지 모를 정도로 편안한 신발 같은 정치를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agleduo@seoul.co.kr
  • [열린세상] 가치를 섬기는 ‘잘 사는 사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가치를 섬기는 ‘잘 사는 사회’/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즈음에 언급한 ‘잘 살아 보세’ 발언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룩한 잘 살아 보세 신화를 다시 이뤄보겠다는 부전여전 대통령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연상케 하면서, 동시에 지금 시대에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만약 박 당선인의 잘 살아 보세가 박정희 시대의 의식주 문제 해결의 연장선상인 경제적 성장, 물질적 풍요, 개인의 행복 등에 국한하는 것이라면 시대적 흐름이나 과제와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왜냐하면 이제 어느 정도 경제적 성장을 이룬 우리가 선진국처럼 잘 살아 보세 하려면 빠른 시간 안에 힘겨운 산업화를 이루느라 잊고 살아온 선진적인 가치들을 배우고 추구하고 섬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 과정은 이 시대에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본인들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의식주 문제를 넘어 돈과 명예·권력을 획득하며 성공적으로 잘 살아 오신 분들이 사회적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니 갑자기 그다지 잘 살아 오지 않은 분으로 판명난 꼴이다. 새 정부에서 중용할 만한 많은 사회적 명사들이 후보 검증 과정이 두려워 공직에 나서지 못한다고 하니, 잘 사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가치의 문제를 새삼 곱씹게 한다. 이 과정에서 박 당선인은 공직 후보자 검증이 지나쳐서 후보자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발언을 했다. 관련 댓글을 봤더니 시민들의 비판과 비난, 분노와 야유, 심지어 욕설로 넘쳐났다. 2013년판 잘 살아 보세를 두고 권력자와 시민 간의 골 깊은 인식의 차가 느껴져 순간 아찔했다. 어느새 우리 사회도 정의·배려·사랑·봉사 등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삶들이 모여 잘 사는 사회, 즉 선진국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일까. 사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잘 사는 선진국이 되지 못하게 하는 많은 문제들은 존재의 이유, 다시 말해 사회적 가치를 망각함으로써 발생하고 있다.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은 공사 구별이 불분명하고 공적 가치보다 이기적인 행복을 추구할 때 후진적인 공직자로 처져 문제를 일으킨다. 대한민국 교육은 교육의 목적, 학교의 존재 이유에서 이탈하여 후진적인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매몰돼 있다. 선진국 학생들은 다양한 과목을 학습할 때, 왜 이 과목을 배우는지 분명이 알고 느낀다. 학습의 가치를 실감하는 학생은 행복하다. 영문도 모르고 시험을 위해 과목을 외워야 하는 한국 학생들은 불행하다. 그래서 교육 개혁은 존재 이유와 가치문제의 천착과 성찰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영적 방송사와 신문사, 포털뉴스 등 언론이 망가지는 모습도 저널리즘 가치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낙하산 사장이 지배하는 공영적 방송사, 사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신문사, 상업주의에 매몰된 포털뉴스 등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종속시킴으로써 가치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많은 대기업들도 오너의 이기적 경영이 지나쳐 기업의 공적·사회적 가치를 망각함으로써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되곤 한다. 잘 살아 보세는 모든 분야에서 본연의 존재 이유, 사회적 가치를 성찰하고 추구하고 섬기는 사회를 만드는 일과 직결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가 가치를 추구할 때 행복해지고 잘 살 수 있는 것이지, 행복을 추구한다고 진정한 행복에 도달하고 가치가 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철학서의 많은 충고는 ‘돈을 추구하는 기업은 결국 망하고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 돈을 번다’는 메시지로 요약되는 것과 같다. ‘삶의 작은 교훈서’로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미국의 잭슨 브라운은 “잘 사는 삶이란 자식들이 공정, 배려, 정직을 생각할 때 당신을 떠올리는 삶”이라고 했다. 곧 대통령에 취임하는 박 당선인의 잘 살아 보세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든, 가치를 섬기는 박 당선인의 마음이 우리 사회를 ‘진정 잘 사는 사회’로 만들기 바란다. 그런데 나는 오늘 삶을 이끄는 어떤 가치를 섬기며 사는 것일까?
  •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김문이 만난사람] 조선백자 달항아리 맥 잇는 도예가 양구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일년 중 가장 큰 달은 언제일까. 정월 대보름에 뜨는 달이다. 그렇다면 달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자. 몸체는 풍만하고 굽은 입술의 지름과 다소 작은 모양을 하고 있다. 몸통 중간 부분에는 성형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듯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후 붙인 이음자국이 있다. 여기에 투명한 우윳빛 유약(釉藥)이 발라지면서 휘영청 둥근 달이 된다. 두둥실 하늘로 솟구친다. 어찌 할 거나. 그냥 쳐다만 볼 거나 아니면 달려가 손을 뻗을 거나. 그래서 불러본다. ‘달항아리’라고 말이다. 둥그스름한 모양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순백의 조선백자이다. 바라만 보아도 보름달과 같이 풍요롭고 두 팔 벌려 품으면 계수나무 은하수까지 가슴에 안은 듯한 느낌이다. 백자 달항아리는 서양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보기에도 가장 한국적 정서가 풍기는 도자기이다. 둥근 몸체와 흰 때깔 등에서 오묘함이 절로 우러나오기 때문이다. 화가 김환기(1913~74)는 유별나게 달항아리를 좋아했다. 골동품상을 기웃거릴 때마다 달항아리를 하나씩 들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면서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라고 읊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칠야삼경(漆夜三更)에도 뜰에 나서면 허연 항아리가 엄연하여 마음이 든든하고 더욱이 달밤일 때면 항아리가 흡수하는 월광(月光)으로 인해 온통 달이 꽉 차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하여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라고 했다. 그만큼 달항아리를 가슴에 꼭꼭 품고 작품 활동을 했던 것이다. 달항아리를 얘기할 때 흔히 백자대호(白姿大壺)라고 한다. 이유는 높이가 40㎝ 이상 큰 항아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몸체를 위 아래 따로 만들어 붙여 완전한 원형이 아닌 부정형의 둥그스름한 달덩이 모양을 하고 있다. 조선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 숙종때인 17세기 후반에서 영·정조 시대인 18세기의 것으로 짧은 기간 그 모습을 드러낸 ‘백자대호’를 말한다. 유백이 가지는 따뜻한 촉감과 비대칭의 조형은 언어를 초월한 그윽함이 있고 한국인의 순수한 미감을 가장 잘 표현해내고 있다. 이러한 달항아리의 맥을 잇는 도예가는 흔치 않다. 양구(46)씨는 달빛을 머금은 순백의 항아리를 온몸으로 품은 지 28년째다. 정월 대보름을 앞두고 지난 7일 오전 경기 이천에 있는 공방에서 그를 만났다. 백토를 꺼내 탁탁 두드리더니 물레를 돌리기 시작한다. 대충하는 듯이 보였지만 금세 모양을 갖춰나간다. 달항아리를 만들어나가는 손놀림과 눈빛이 간단치 않았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한다. “달항아리는 보름달을 닮아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정월 대보름에 풍년을 빌고 팔월 한가위 풍년에 감사했던 그런 보름달이지요. 원래 달항아리는 위와 아래를 각각 따로 만들어서 이어 붙입니다. 그래서 굽다보면 조금 틀어지기 때문에 둥그렇다가 아닌 둥그스러한 모양이 나오지요.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지는 달항아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녹아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이 작업의 화두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올 한 해도 달항아리처럼 다들 서로 아름답게 어울리고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담아낸다. 물레작업을 하던 그와 마주 앉았다. 달항아리의 특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달항아리는 둥그스러한 모양입니다. 때문에 어떠한 잣대로 규정짓지 못하지요. 유한이 아니고 무한이며 무궁무진과 깊은 한국적 미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식이 없고 솔직하며 시공을 초월한 우주적 표현과 자연스러운 미가 특징이지요.” 달항아리는 옛 조상의 소박하고 실용적인 그릇인 동시에 달과 같이 너그러움의 관용을 베푸는 미학의 결정체라고 거듭 강조한다. 달항아리의 역사에 대해서는 “17세기 중엽 관요로 시작됐으며 일제 강점기에 우리 고유의 것이 사라졌다가 200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그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면서 현재 달항아리에 전념하는 작가는 7~8명정도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아무런 장식도 없이 오직 둔중한 구체 하나만을 하얗게 보여주는 달항아리가 최근 들어 서서히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다고 부연한다. 그런 까닭은 담백하면서도 고요하고, 과묵하면서도 넉넉함이 넘치는 그 자태에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매력 때문에 그동안 한눈 팔지 않고 달항아리 하나만을 고집해왔다. 자극과 수다스러움이 난무하는 시각적 무질서의 환경에서 절제된 미의식을 추구해왔고 ‘고도의 문명에 의해 상처받은 정신적 치유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스스로 달항아리라는 내면의 성찰을 찾으면서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사각 사각’ 고운 살결 보이려고 물레 위에서 춤추는 항아리를 좋아했다. 그 춤사위는 민요가 되고, 블루스가 되고, 때로는 세상을 울리고 웃기는 소리꾼이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노동이 있더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모양이 밉든 곱든 ‘달항아리 탄생’이라는 기대와 설렘으로 흙을 만졌다. “달항아리의 격식을 따진다는 것은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그러면 한 사람의 행위를 초라하게 만들어버리지요. 잘생긴 놈, 못생긴 놈, 길쭉한 놈, 넓적한 놈, 많은 관찰 끝에 나온 손놀림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돌돌돌, 물레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흥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달항아리라고 부르지요.” 전남 무안 출신인 그가 달항아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이다. 지인의 권유로 여주로 건너간 그는 전승 도자의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쳤다. 이 무렵 평생 스승으로 여긴 도예가 정형선씨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달항아리에 빠졌다. 전국의 박물관과 도요지 탐방 등을 통해 흙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조선의 달항아리가 소박하고 따뜻한, 그리고 가식 없는 한국인의 성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았다. 여러 문헌을 섭렵하면서 끈덕진 실험정신을 이어나갔다. 진정한 달항아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보여줄 수 없을까 하고 늘 고민했다. “조선의 백자를 공부하는 사람이 달항아리와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입니다. 넉넉하고 풍성한 달항아리를 보면 마음이 저절로 따뜻해지고 경건해지기까지 하거든요. 흙과 유약, 불을 공부하면서 조선 백자의 자연스러운 감성을 되살리기 위해 수없이 실험하고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어떨 때는 과연 조선의 백자가, 달항아리가 이 시대에 되살아날 수 있을지 한참 염려하기도 했지요.” 달항아리의 맛은 여러 요소가 통합될 때 나온다는 그는 20대 후반에는 역량이 부족해 형태만이라도 맛을 낼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다가 부수고, 수없이 그런 행위를 반복했다고 술회한다. 좋은 백토를 구하기 위해 소문을 들을 때마다 전국을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이 과정에서 무기재료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단절된 감성과 때깔을 되살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몇십t의 백토를 사들였다가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달항아리의 형태를 만들 때는 입술의 추임새와 몸체의 당당함, 굽의 비례가 조화로울 때 가능해지는데 물레기능이 일류라고 자부하는 양씨 자신도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맛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선 백자의 때깔을 살리려는 것은 모든 도예인의 소망입니다. 도자기 공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너무도 당연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헌을 찾고 도요지를 답사하면서 도자사학에 심취한 것도 그런 까닭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가 달항아리 연구에 정열을 쏟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흙 주변에 흩어지는 보석 같은 파편들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다시 흙을 만지고 달항아리를 만들면서 마음에 들지 않아도 꾸준히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흙을 찾으러 다닐 때의 고달픔과 뙤약볕 아래에서의 곡괭이질도 달항아리가 주는 감동 앞에서는 모두 인내할 수 있었다. 그 영혼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물론이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두근거린다는 말이 있지요. 어느 날 조선 백자에서 그 두근거림을 봤습니다. 앞으로도 단지 달항아리가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따뜻한 피와 넉넉함의 온기가 흐르는 달항아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럴수록 연애하는 것처럼 마음은 더욱 두근거리겠지요”(웃음) 달항아리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도 없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고 하면서 작업장에 흩어진 달항아리에 푹 파묻혀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보름달처럼 다가왔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도예가 양구는 1968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고등학교 졸업후 여주 도자 요장에서 물레대장 등을 거치면서 조선백자 달항아리에 입문했다. 1997년 이천에 전시장 ‘보인행’을 설립했고 2003년 서울 삼청동에 개인 전시장 ‘보인행’을 오픈했다. 2000년 ‘일묘(一妙) 양구 청자전’(인사이트센터, 인사동)을 시작으로 ‘한국의 도자기’(2005, 부산 롯데호텔), ‘한국의 명품전, 달항아리’(2005, 보인행, 삼청동), ‘한국·프랑스 작가 교류전’(2005, 세계 도자센터, 이천) 등을 거쳐 2006년 양구 도작(陶作) 20주년을 맞아 ‘청자와 백자전’(가나아트스페이스, 인사동), ‘고객 초대전’(보인행, 삼청동), ‘창작가마 초대전’(세계도자센터, 이천), ‘청자전’(보인행, 삼청동), ‘백두산과 달항아리’(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등의 전시를 열었다. 이 밖에 ‘양구 달항아리전’(2007), ‘양구 달항아리전-달이 휘영청’(2011), ‘양구의 달항아리전’(2012) 등이 있다.
  • 새터민·부인 대행 알바… 절박한 일곱명의 여자들

    문학평론가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손현주’라는 이름 석 자를 신인작가 중 첫손가락에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 2010년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두 차례나 작가와 마주한 인연 덕분이다. 방 교수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이보다 문제적인 등단작은 없을 것”이라며 작가에게 번번이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청소년소설 ‘불량가족 레시피’로 알려진 손현주 작가가 2010년 평사리 문학대상 수상작인 단편 ‘두 시간’을 포함해 총 7편의 단편을 실은 첫 소설집 ‘헤라클레스를 훔치다’(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았다. 방 교수의 머릿속에 담긴 잔상처럼 작가는 우리 사회에서 눈여겨보지 않은 소외된 자리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쉬운 연민과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각기 다른 시기, 다른 지면을 통해 발표된 작품들이지만 화자가 모두 여성이고, 주인공들이 더 이상 떨어질 곳 없는 절박한 상황에 놓였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작가는 한 발을 떼기 위해 턱밑까지 차오르는 진창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그네들에게 섣부른 희망을 불어넣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자’는 식의 흔한 메시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표제작 ‘헤라클레스를 훔치다’는 북한에서 귀순한 이소향이라는 여성 새터민이 주인공이다. 남한 남자에게 배신당하고 생계마저 막막한 주인공은 완벽한 동거를 꿈꾸다 우연히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헤라클레스’라는 남성 인형을 훔친다. 달콤했던 시간도 잠시, 밀린 월세 독촉에 그녀의 안락한 보금자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엄마의 알바’는 16세 어린 딸의 시선으로 가족을 다룬다. 깡통주식으로 큰 빚을 지고 집을 나간 아빠와, 아빠를 대신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엄마의 이야기다.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나날이 변해 가던 엄마는 급기야 부인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상대 아저씨를 좋아하게 된다. 상처 입은 엄마를 바라보던 딸은 아빠를 찾아 집으로 데려온다. 극적 화해는 없었지만 가족은 일상적인 아침을 맞는다. ‘콜라 버리기’는 사업에 실패한 남편이 떠나고 홀로 딸과 자폐아인 아들을 키우며 사는 여성 이야기이다. 결혼정보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재혼을 위해 회사에 등록한 훤칠한 외모의 남자에게 푹 빠진다. 아들의 존재를 숨긴 채 만남을 이어간다. 자폐를 가진 아들과 중국행 비행기를 탄 주인공은 아이를 그곳에 버려둔 채 서울로 돌아온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도, 함부로 말할 수도 없는 이들의 절박함에 어떠한 도덕적 잣대도 들이대지 않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盧 차명계좌’ 발언 조현오 징역 1년6개월 구형

    검찰이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에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불행하게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 유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 일반 상식으로도 중대하고 악의적인 발언을 하고도 그 근거를 밝히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고위공직자 신분으로 믿기 어려운 발언을 진위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발언했다”며 “누군가로부터 들었다는 사람이 실제 유력인사인지조차 법정에서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행위를 한 피고인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누가 처벌을 받겠는가”라며 “엄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청장은 최후 진술을 통해 “유가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한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증인으로 채택된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조 전 청장에 대한 판결 선고는 2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높새바람 그리고 동서고속화 철도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높새바람 그리고 동서고속화 철도

    동해와 서해를 철도로 직접 연결하고 포화상태인 한반도의 서부와 잠재적 역량이 풍부한 미래의 땅 강원도를 하나로 묶자는 구상 아래 사반세기 이전에 나온 계획이 속초~인천 동서횡단철도 211.3㎞의 건설이다. 이 계획은 기존 수도권 광역철도의 일부인 인천~망우 37.1㎞ 구간에 2010년 12월 건설된 서울~춘천 복선전철 망우~춘천 81.4㎞를 연결하여 인천~춘천 118.5㎞ 구간에 철로를 부설하였지만 현재 미완성이다. 한반도 중앙 허리를 가로 지르는 동서횡단철도가 완성되려면 횡단노선의 44%를 차지하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92.8㎞가 준공되어야 한다. 동서고속화철도는 강원도민들에게 매우 각별한 존재이다. 휴전선에 근접한 춘천과 속초를 잇는 강원북부 6개 시군 앞마당을 횡단하는 철로 위를 최고속도 250㎞의 기차가 달리게 된다. 초기 핵심목적은 오랫동안 소외되고 겹겹의 규제와 제한 속에서 고통을 감내해 온 강원도 접경지역 주민들을 위무하며 희망과 번영을 심어주는 데 있었다. 장밋빛 약속의 시작은 1987년 13대 대통령후보의 선거공약이었다. 이후 25년에 걸친 5차례의 대통령 선거와 7차례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6차례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공약으로 등장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동서고속화철도를 강원도 제1 공약으로 내세운 여섯 번째 대통령이 된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허망이 이제 끝났으면 좋겠다. 대규모 교통시설은 기술적 타당성보다는 대부분 경제적 타당성, 즉 1999년부터 실시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라 좌우된다. 조사기준은 교통 수요가 있어야 교통시설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경제적 효율성이다. 이 기준이 철칙이라면 현재적인 수요가 없는 낙후된 강원북부에 고속화철도를 건설하겠다는 약속 자체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요가 없어도 필요한 곳에 공급하면 수요가 만들어지는 실증적 사례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다. 선 수요, 후 공급이라는 기준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춘천~서울 고속도로와 춘천~서울 복선전철이 함께 건설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하루 평균 2만대 이상 신규 교통 수요가 발생하고 전철이용객이 5배 이상 증가하는 등 춘천 방문객은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두 곳은 물론 영동고속도로와 미시령관통도로 등 네 곳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면제되었지만 모두다 이용률이 계속 늘어나면서 높은 경제적 효용을 입증하고 있다. 대형 사회간접자본의 누적 투자가 많은 지역의 신규 요구에 대해서 공급을 창출할 만한 수요가 있는지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길이 없어 길을 열면 사람과 물자의 흐름이 생기는 강원도에 대하여 기존 예비타당성의 잣대를 가감 없이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강원도의 경우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구 크기와 정치적 힘의 세기에 따라 한반도의 서쪽이나 남쪽에 편리하게 마련되어 온 예비타당성의 기준을 이제 와서 탓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것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고 모든 일들이 항상 편서풍처럼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가야 순리라는 관성적 사고는 버리자고 말하고 싶다. 한반도 북동쪽에서 생성되고 있는 기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높새바람처럼 변화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어오고 있다. 열리는 북방경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FEZ)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이 우리 경제의 새 마당을 강원도 동해안에 깔고 있다. 우리 국력이 북극으로 뻗어나가는 새로운 실크로드의 개척이 절실하다. 강원도 동해안과 수도권을 잇는 튼튼한 동맥이 될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의 존재 이유가 빛을 발하는 까닭이다. 조기 착공은 그 수요가 충분하며, 낡은 레코드판 같은 공약을 지우는 데 효과적인 해법이다.
  •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해외법인은 슬그머니 제외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해외법인은 슬그머니 제외

    정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해놓고는 해외법인을 과세 대상에서 슬그머니 제외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말로만 옥죄고 실제로는 푸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확정된 세법시행령 개정안은 해외법인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얻은 회사가 외국법인이면 아예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본사가 미국에 설립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 완성차 조립이나 부품 생산 등 일감을 몰아줬을 때 현대차 미국 법인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한 푼도 할 수 없다. 당초 재정부는 과세표준 1000억원 이상 대기업이 계열사에 매출의 15%가 넘는 일감을 몰아주면 ‘편법 증여’로 해석, 증여세를 매길 계획이었다. 해외법인이라도 지배주주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지난해 도입돼 오는 7월 첫 시행된다. 그러자 재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세금을 걷는 국세청도 “국내와 해외 법인의 회계 기준이 달라 과세하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시했다. 미국 기업들은 자국식 기업회계기준(US-GAAP)을 사용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사용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해외 법인마다 회계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과세를 하게 되면 회계 기준을 다시 바꿔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피해) 자사 해외법인 대신 현지 법인으로부터 부품 등을 구매하는 부작용도 염두에 뒀다”고 과세 방침 철회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생산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제조업 기업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은 2003년 4.6%에서 2010년 16.7%로 올랐다. 국내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지난해 해외 현지생산 비중은 각각 49%, 81%에 육박한다. 회계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있다. IFRS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글로벌 잣대’로 통용되고 있고 미국 역시 IFRS로 회계 기준을 전환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도 감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 기준을 개별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친인척으로 연결된 광범위한 대기업집단으로 넓히고, 이를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해외법인 과세대상 제외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는 최근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당초 정치 논리에 의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밀어붙이다보니 치밀하게 진행되지 않은 면이 있다”면서 “향후 시행 과정에서 (해외법인 제외 등의) 문제들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사설] 골목상권 지키되 자영업자 몰락 경계해야

    동반성장위원회가 어제 제과점과 외식업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로 꼽혀온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연 2% 신규점포 제한과 동네빵집 500m 이내 출점 금지 대상이 된다. 전국적으로 파리바게뜨는 3200여개, 뚜레쥬르는 1270여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점포가 포화상태인 수도권 지역에서는 더 이상 늘어나기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넘보지 말고 역지사지로 배려하라는 성장위 조치의 원칙은 옳다고 본다.다만 성장위의 결정은 사회적 합의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겨두고 있다. 프랜차이즈 등의 업계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탓에 경제단체의 반응이 엇갈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대기업·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발판이 되어야 한다면서 환영했으나, 전경련은 제과산업과 외식산업 위축을 우려했다. 골목상권 보호 조치에 법적·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증폭될 가능성이 많다. 외식업종에서 규제대상에 들어간 외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는 놀부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발이 묶인 사이에 동반성장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피자헛, 도미노피자 등의 외국업체는 날개를 단 듯 확장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외국 외식업체들이 국제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골목 깊숙이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 있는데 SSM에는 제과점을 허용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외식업 전문 중견기업인 새마을식당의 출점 제한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형평성 논란 여지를 안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매장의 95%는 자영 가맹점이어서 이들을 법적으로 중소기업으로 봐야 할지도 다시 따져봐야 할 일이다. 점포 증설이 제한되면 기존 점포의 기득권은 강화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프랜차이즈 업체의 위상 강화는 명약관화하다. 이는 프랜차이즈 업체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자영가맹점 점주가 더욱 열악한 지위로 내몰릴 것이라는 얘기 아닌가. 대기업 간판 밑의 자영업자나 이와 무관한 골목의 자영업자나 모두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장위는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후속조치를 강구하기 바란다.
  • [지방시대]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정책/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정책/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결혼이주여성들과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 지난 주말 일본의 기타큐슈 아시아 여성 교류연구포럼이 개최한 ‘일·한·미 다문화 공생’에서 필자가 행한 기조 강연의 키워드다. 2011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14만 5000여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있다. 그 가운데 많은 분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경우 1만 2000여명 가운데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4000여명에 불과하다. 한국에 시집 와서 남편과 살고 있지만 65% 정도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적 미취득의 이유는 다양하다. 일본에서 시집 온 신부들은 자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엄격한 국적취득요건이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거주 5년, 혼인신고 후 2년’ 조건이 그것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귀화시험도 난제다. 언어와 풍습도 다르고 관련서류 구비도 버겁다. 남편의 의심도 문제다. 결혼하고도 위장결혼을 의심하는 남편들이 아내의 국적 취득에 소극적이다. 정부는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열린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결혼은 허락하고 국적 취득을 어렵게 하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 외국인들은 할 말이 많다. 2011년 국제결혼은 2만 9762건으로 9%에 달한다. 그리고 140만명의 거주 외국인 시대를 맞이하였다. 불법체류 외국인도 28만여명에 달한다.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차별적 대우로 나타나는 비자제도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도적 차별 이외에도 결혼이주민들은 또 다른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배우자와의 나이 차이, 자녀양육과 경제적 자립 문제, 문화적 차이와 언어 소통의 문제 등도 무거운 짐이다. 물론 외국인을 무조건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와 정착이 가져올 사회적 부담과 갈등을 강조하는 점이나 국익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외국인을 대하는 정책과 의식에는 자성할 점이 많다. 외국인을 노동시장 교란 주범이라거나 기초생활보호대상자라는 시각에서 과장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다.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추방 그리고 범죄자 이미지가 외국인에 대한 적대 원인이 아닌가에 대해서도 검토를 해야만 한다. 그것은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 본질 문화와 가짜 문화라는 이중기준에 기초한 인종차별과 민족차별의 잣대와 같은 논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수직적 질서를 당연시해 왔다. 우리들에게 내재된 그런 사고방식과 행동들이 결혼이주자와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가족들을 배제하는 논리와 편견의식으로 진행된 것은 아닌지 자성할 때다. 글로벌화는 필연적으로 다문화 시대를 초래한다. 다문화에는 서로 다른 언어, 기억, 가치, 관행 등의 존재와 그에 대한 저항이 혼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습, 편견, 무지가 뒤섞여 충돌과 투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문화 사회가 진행될수록 상대방에 대한 동질성 강요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강조한다. 바람직한 다문화 정책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배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내각 인선·정부조직법·국정밑그림… 이번주 새 정부 순항 분수령

    내각 인선·정부조직법·국정밑그림… 이번주 새 정부 순항 분수령

    박근혜 정부 출범이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주가 순항 여부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국정과제 수립 등 3대 현안이 모두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번 주는 내각 인선 발표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간주됐다. 국회 인사청문회 개최와 임명동의안 처리 등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이 이러한 ‘조기 인선’ 요구에 부응하기 보다는 충분한 ‘사전 검증’을 통해 인선 논란을 차단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29일 ‘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 이후 당선인 비서실에 별도의 인사검증팀을 꾸리고, 정부기관들로부터 검증 관련 전문인력까지 파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검증팀은 주말인 2~3일부터 체계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 작업이 방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른바 ‘내정에서 발표’까지 상당한 시간차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인선 발표는 총리 후보자의 경우 설 연휴(9~11일) 전후로, 경제부총리 등 내각 후보자는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시점(14일) 즈음으로 각각 늦춰질 수도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통과는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17부·3처·17청’으로 짜여진 개편안에 대해 여야 모두 큰 틀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 전례가 없는데다, 이번에도 미래창조과학부의 ‘공룡 부처’ 논란 등 각론에서는 이견도 적지 않은 만큼 진통도 예상된다. 오히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이 박 당선인의 대국회 교섭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와 지역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연쇄 회동을 갖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 여부와 시기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 입장에서는 대야 관계의 첫 시험대라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협조 요청 차원에서 야당 지도부를 만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오히려 인선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속 처리를 당부하기 위해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회동 시점은 설 연휴 전보다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취임 직후부터는 민생 정책을 중심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막바지로 접어든 인수위의 국정과제 수립 작업이 중요한 이유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3일 “오늘 인수위 (분과위별) 간사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비전과 목표에 관련된 토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도 “상황을 보면서 최종 (국정과제) 보고서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