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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대우건설 ‘용산 大戰’

    삼성물산·대우건설 ‘용산 大戰’

    ‘서울 용산 고급 주거지구 분양 승자는 삼성물산의 ‘래미안’일까, 아니면 대우건설의 ‘푸르지오’일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무산 등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용산 지역에 보기 드문 대형 건설사들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용산역 전면3구역을 재개발한 ‘래미안 용산’을, 대우건설은 용산역 전면2구역을 재개발한 ‘용산 푸르지오 써밋’을 각각 이달 말 분양한다. 견본주택 개장도 23일 같은 날이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의 견본주택은 용산구 한강로3가에, 래미안 용산의 견본주택은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 5층에 각각 마련된다. 이 건설사들의 분양이 주목받는 이유는 부촌이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됐던 용산 지역에 오랜만에 고급 브랜드의 주상복합단지가 경쟁적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시공능력 2위인 삼성물산의 대표 브랜드 래미안과 시공능력 3위인 대우건설의 대표 브랜드 푸르지오가 맞부딪히게 됐다. 또 이 주상복합단지가 서로 옆에 붙어 있다시피하고 분양 시기가 겹칠 뿐더러 분양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여러모로 비슷해 두 건설사가 치열하게 홍보하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건물도 크게 다르지 않고 인지도도 비슷해 분양 결과에 따라 어느 곳이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큰지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단지의 입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지하철 1호선과 중앙선 용산역, 4호선 신용산역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접해 있고 강변북로, 한강대교, 올림픽대교 접근이 좋아 교통이 편리하다. 건물 높이가 150m에 달해 한강과 남산 조망이 가능해 전망도 좋다. 래미안 용산은 지하 9층~지상 40층의 2개동으로 이뤄졌으며 전용면적 42~84㎡의 오피스텔 782실, 135~243㎡의 아파트 195가구(펜트하우스 5가구 포함)로 구성됐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지하 9층~지상 38층의 주거동과 39층의 업무동으로 나뉜다. 전용면적 112~273㎡의 아파트 151가구, 24~48㎡ 오피스텔 650실 등으로 꾸려졌다. 분양가는 래미안 용산은 3.3㎡당 2900만원대, 오피스텔 1500만원대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3.3㎡당 2800만원대, 오피스텔이 1400만원대로 두 곳 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다. 차이점은 래미안 용산은 같은 건물 5~19층에 오피스텔을, 21~40층에 아파트를 배치했다. 모든 가구에서 한강과 남산, 용산민족공원 가운데 하나 이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20층에 두 동을 잇는 스카이브리지를 설치했다. 용산 푸르지오 써밋은 아파트동과 오피스텔동을 따로 구분했다. 아파트동은 4면 개방형인 타원형 구조로 설계해 조망과 채광을 높였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세월호 민심’ 朴정부 중간평가

    ‘세월호 민심’ 朴정부 중간평가

    내달 4일 열리는 제6회 동시 지방선거의 공식선거 운동이 22일부터 시작돼 13일간의 레이스가 막이 올랐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2년 18대 대선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이자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 시·도 지사와 교육감 각 17명, 구·시·군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시·도 의원 789명, 구·시·군의원 2898명,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의원 5명 등 총 3952명의 일꾼이 선출된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지방정부 심판론’, ‘현 정부 견제론’ 프레임, 야당 통합 효과를 뛰어넘어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이번 선거는 박근혜 정부 중반기의 향배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난 17~19일 여론조사 등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인천 등 수도권, 충남 등 중원에서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강세이고, 새누리당이 우세했던 경기·세종마저 1% 포인트 내외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여권 표심 이탈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중도층과 무당파로 돌아선 여권 지지층, 40대 ‘앵그리맘’ 계층의 표심과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금명간 발표될 내각·청와대의 인적쇄신의 폭과 수위도 민심 변화에 영향을 끼칠 주요 요소다. 여야는 각기 총력전을 다짐하면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을 믿습니다”는 공식 슬로건을 내걸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 책임론’으로 맞서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후보자와 배우자, 사무장·사무원, 회계책임자는 어깨띠·표찰·소품을 몸에 부착하거나 지니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후보자와 선거사무원은 확성장치를 부착하고 공개 장소에서 연설·대담할 수 있다. 일반 유권자도 공개장소에서 후보자 지지를 호소하거나 전화·인터넷·이메일·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자원 봉사도 가능하다. 그러나 선거사무 관계자를 제외하면 선거운동 대가로 수당·실비를 받을 수 없다. 선거권이 없는 사람, 공무원, 언론인, 향토예비군 중대장급 이상 간부, 통·리·반장, 주민자치위원, 각종 조합의 상근 임직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KCB·롯데카드, ‘정보유출’ 경영진 예우 논란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롯데카드가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경영진을 억대 연봉의 고문직에 앉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박상훈 전 사장을 1년 기한의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했다. 연봉은 현직 때의 40% 수준인 2억 88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득 전 KCB 사장도 1억 2000만원 연봉의 비상근 고문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모두 고객 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올 1월 물러났다. 롯데카드 측은 “퇴직 임원에게 은퇴 내지 다른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1년 정도 고문 대우를 해주는 것은 대기업의 통상적인 인사관리 방침”이라면서 “박 전 사장은 롯데에서만 30년을 몸담은 분”이라고 해명했다. KCB 측은 “경영진 교체에 따른 주요 해외사업의 진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고객 정보유출 사태를 야기한 책임자에게조차 이런 관행을 적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제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문책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단순히 실적이 나빠 물러난 임원과 사건사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임원은 예우 잣대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한 금융 당국의 명확한 지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시 동반 퇴진한 심재오 전 KB국민카드 사장과 손경익 전 농협카드 사장은 어떤 자리도 맡고 있지 않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순환보직제 개선… 전문성 높이는 직위분류제로 전환 착수

    박근혜 대통령은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현재의 공직사회를 “폐쇄적인 조직문화와 무사안일”로 규정하며 “순환보직제를 개선해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안전처를 시작으로 순환근무와 계급제 구조를 직위분류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공직 인사는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는 순환근무제를 근간으로 한다. 1~2년을 주기로 여러 부서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순발력 있게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고 기관 전체 업무를 잘 이해하는 관리자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난·안전 관리를 총괄 조정하도록 돼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책임자 가운데 재난관리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에서 보듯 전문성이란 잣대로 보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직위분류제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을 정하고 그 영역에 대해서는 직무요건을 갖춘 후보자를 채용해 장기간 관련 업무에 종사하도록 해서 전문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방식이다. 자기 분야에서 붙박이로 일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문관료를 육성하는 데 효과적이다. 얼핏 직위분류제가 순환근무제보다 우월한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처럼 현장 전문인력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법이 규정한 정년 보장도 제대로 안 되는 현실에서는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어느 부서든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일반능력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근무평가 제도는 엄격해진다. 중앙부처 3급 이상은 근무평가에서 2차례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적격심사를 통해 직권면직되는 ‘2진 아웃제’가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 이를 받은 고위공무원은 한 명도 없다. 평가등급 등을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령인 ‘공무원 성과 평가 등에 관한 규정’ 16조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기관장의 ‘재량 결정’ 부분도 정률화될 가능성이 크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세월호 참사] 은행권 ‘유병언 대출’ 총 3033억

    은행권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관계사들에 총 3033억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언 일가와 관계사들이 전체 금융권에 진 빚 3747억원의 90%다. 은행권 대출금은 대부분 용도대로 쓰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금융 당국의 제재를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해진해운 등이 법정관리나 파산 절차를 밟게 되면 대출금 회수가 불투명해져 거액의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병언 일가 등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 준 곳은 우리은행이다. 926억원을 빌려 줬다. 그 다음은 산업은행(611억원), 기업은행(554억원), 경남은행(544억원) 순서다. 은행권 대출금의 88%가 이들 4개 은행에 몰려 있다. 하나(87억원), 농협(77억원), 국민(64억원), 신한(54억원), 외환(37억원) 등 다른 은행들도 크고 작은 대출금을 갖고 있다. 은행권은 “적정한 담보를 잡고 빌려 준 것”이라며 적법 대출이라고 항변한다. 감독 당국의 기류는 다르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대출금이 용도 외에 쓰이거나 다른 관계사 지원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며 “은행들이 사후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 일가 등이 담보 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어 담보 가치 산정의 적정성도 심사 잣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출금 회수도 걱정거리다. 산은의 경우 세월호 담보 가치를 168억원으로 산정해 청해진해운에만 100억원 넘게 빌려 줬으나 담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과적 등 청해진해운의 명백한 과실이 드러나면 재보험금을 받지 못해 담보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세월호 직시하되 성숙한 지방선거 치러야

    오늘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6·4지방선거가 막을 올렸다. 20일 뒤 치러지는 이번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시장과 도지사 17명, 광역자치단체 교육감 17명, 시·군·구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 시·도 의원 789명, 시·군·구 기초의원 2898명, 제주 교육의원 5명 등 모두 3952명의 지역 일꾼을 뽑게 된다. 2018년 6월까지 향후 4년간 지역 살림을 챙길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부활과 함께 민선자치 20년째를 맞는 이번 지방선거는 그러나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말해주듯 여러모로 우려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기초선거 정당공천 존폐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논란으로 선거 일정 자체가 크게 지연됐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달여 전 통합과 창당 과정을 밟은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 당내 경선 절차를 밟아야 했을 만큼 후보 선출 자체가 늦어졌다. 과거 같으면 이미 10여일 전에 여야 후보가 확정되고, 지역별 정책공약들도 제시돼 유권자들의 선택을 기다렸을 상황이건만 올 지방선거는 후보의 면면조차 제대로 익히기 힘든 판국이 된 것이다. 게다가 온 국민을 슬픔 속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참사마저 겹치면서 지난 한 달 동안 지방선거가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후보도, 공약도 모르고 그저 관행적 타성에 의한 ‘묻지마 투표’가 벌어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하다. 낮은 투표율 또한 걱정되는 요소다. 유권자들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지방자치 4년은 결코 짧지 않다. 어떤 단체장, 어떤 지방의원을 뽑느냐에 따라 내 고장의 살림과 복지, 안전이 달라진다. 우리는 지난 다섯 차례의 지방선거를 통해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1995년 이후 지난 20년간 비리 혐의로 중도 하차한 광역·기초단체장만 77명이다. 이들로 인해 파생된 부패와 행정 공백, 추가 선거비용 지출 같은 폐해는 고스란히 유권자들의 몫이 됐다. 비단 임기를 채운 단체장이라 해도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을 변변히 지키지 못해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을 우롱한 인사들도 부지기수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본지가 공동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현 제5기 광역단체장 공약이행률만 해도 17곳 평균 76.8%에 그쳤다. 공약 4건 중 1건은 공수표로 끝난 셈이다. 역대 최대의 ‘깜깜이 선거’라는 이번 지방선거로 구성될 6기 지방자치가 이보다 나을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 공방에 매몰돼 있으나 유권자들이 옥석을 잘 구분해야 한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의 논리에 매몰되는 상황을 유권자가 막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 책임을 묻는 일이 마땅하나, 세월호 하나만을 지방선거의 잣대로 삼아서도 안 될 일이다.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는 안전 공약뿐만 아니라 복지와 재정 등 여타 공약도 면밀히 살펴야 하며, 무엇보다 후보들의 자질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허튼 괴담과 음모론으로 표심을 어지럽히는 일이 없어야 하며, 특히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단체들은 세월호 참사를 지방선거에 활용해 희생자들을 욕되게 하고 지방자치를 왜곡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세월호 침몰 원인의 뿌리는 무관심과 외면일 것이다. 적극적인 선거 참여로 세월호 참사 극복의 첫발을 내디뎌야 한다.
  • [데스크 시각] 단원고 학생들도 ‘의사자’다/조현석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단원고 학생들도 ‘의사자’다/조현석 사회부 차장

    얼마 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한 조문객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모두를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세월호 실종·희생자 부모와 비슷한 나이대인 그는 “과거 대형 참사와 달리 국민들의 자존심마저 무참히 짓밟은 참사라 더 가슴 아프다”면서 “학생들의 명예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사자로 지정되려면 요건이 까다롭다”며 말끝을 흐렸었다. 침몰 순간까지 승객들을 구조하다 숨진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 등에 대한 의사자 지정도 구조행위 입증서 등의 문제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맞장구를 칠 수는 없었다. 그러자 그는 “선장이 도망가고 구조가 우왕좌왕했지만 학생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질서 정연하게 움직였다. 선장의 잘못된 지시였음에도 한꺼번에 몰려나가면 배가 기울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내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아무도 갑판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학생들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더 들었다. 돌이켜보면 학생들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어느 의사자들 못지않은 의로운 행동을 보여줬다. 많은 학생들이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도 학교에서 배운 대로 어른들의 지시에 따랐고,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한 희생자 부모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학생들이 자신보다 더 힘든 친구에게 구명조끼를 양보하는 등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를 위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 위치에서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절대 움직이지 말래”하며 서로를 다독거렸다. 한 학생은 “구명조끼 입어”라며 급박한 상황에서 서로를 챙겼고, 또 다른 학생은 “내 구명조끼 입어”라고 친구에게 구명조끼까지 양보하기도 했다. 혼자 살겠다고 승객들을 내버려두고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과는 너무나 달랐다. 한 학생은 혼자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무서워 울먹이는 친구를 다독이며 선실에 함께 남았다는 말도 전해진다. 의사자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다.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했을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까다로운 현행 법으로는 학생들의 의사자 지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사자 지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구조행위 입증을 위한 목격자나 증거 자료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하기에 앞서 꽃다운 나이에 펴보지도 못하고 어른들의 잘못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들의 명예를 회복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관련법을 탄력적으로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허술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면, 이번 사고는 안전불감증, 민관유착, 책임회피 등 사회 구조와 의식을 바꾸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학생들의 죽음이 외롭고 쓸쓸하지 않도록, 그리고 영원히 기억되도록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된 학생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hyun68@seoul.co.kr
  • [오늘의 눈] ‘징계 잣대’ 없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김승훈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징계 잣대’ 없는 대검찰청 감찰본부/김승훈 사회부 기자

    “이제 간첩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은 간첩이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들어온다. 북한 입장에선 간첩으로 드러나도 탈북자라고 둘러대면 그만이니 부담이 없다. 유우성(34·전 서울시 공무원)씨 사건으로 북한은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 공안부 간부 A씨의 말이다. A씨의 하소연은 공안부 검사들의 공통된 인식이기도 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수사·공판 담당 검사들이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공안부 검사들 사이에선 안타까움과 무력감마저 퍼지고 있다. 검사 중징계와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간첩 증거 조작 여파로 대한민국 체제 수호의 보루인 공안부 수사 기능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지난 1일 유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2명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검찰 안팎에서 대검 감찰의 징계 잣대에 의문을 표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것이다. 검사가 정권이나 특정 권력과 유착돼 ‘봐주기·축소·은폐’ 수사를 했다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는 ‘민간인 불법 사찰’ 등 살아 있는 권력 비리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거나 면죄부 수사로 일관한 검사들은 비호하고 승진까지 시켰다. 대검 감찰본부에서 감찰에 착수했다는 말조차 들어본 적 없다. 유씨는 화교 신분을 속이고 탈북자로 위장한 데다 정부로부터 지원금까지 받았다. 가명도 여러 개 썼다. 행적에 의문이 가는 점이 한둘이 아니다. 검사가 이런 석연치 않은 점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수사를 덮고 실체를 파헤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직무태만이자 직무유기다. 검찰 내에선 “수사·공판 검사들이 개인 비리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리를 덮으려 한 것도 아니다. 간첩을 잡고자 검사의 본분을 다한 게 죄가 돼 중징계를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공판 검사들이 국정원 직원들과 증거 조작을 모의하거나 조작된 증거인 줄 알면서도 항소심 공판에 증거로 제출했다는 정황조차 없다. 징계 수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결정적 이유다. 이번 검사 징계는 성추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이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에 대한 경고 처분으로 비판 여론이 들끓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도 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해 정작 경고 수준에 그쳐야 할 사안을 정직으로까지 수위를 높였다는 것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묻는다. 후배 검사들에게 간첩을 어떻게 잡으라고 할 것인지를. hunnam@seoul.co.kr
  • “성공회대 진보대학 역할 잘해 와… 종합대로도 발전·개혁할 것”

    “성공회대 진보대학 역할 잘해 와… 종합대로도 발전·개혁할 것”

    “성공회대는 그동안 진보대학의 역할을 잘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종합대학으로서 성공회대는 자부심만 내세우고 자기 발전과 개혁을 소홀히 한 것 또한 인정합니다.” 이정구(61) 성공회대 총장은 개교 100주년을 하루 앞둔 2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00주년은 뜻깊은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성공회대의 기본 정신은 ‘진보’여야 하고 교수들이 사회를 향해 진보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그렇지만 학교가 존립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성공회대의 전신은 1914년 4월 30일 문을 연 성미가엘신학원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신사 참배 거부를 이유로 문을 닫아야 했고 한국전쟁 때는 원장과 교수가 납북돼 순교하는 수난을 겪었다. 1994년 ‘성공회대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4년제 종합대학이 된 이후 신영복, 김민웅, 김수행, 조효제, 조희연, 한홍구 등 사회참여 성향이 짙은 진보적인 인문·사회·경제학자들로 교수진을 꾸리면서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낮은 취업률 탓에 통칭 ‘부실 대학’이라 불리는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총장은 “취업률을 잣대로 대학을 평가하는 교육부의 행태는 옳지 못하다”면서도 “우리가 그동안 사회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제 ‘공동체적 교육중심대학’으로서 정체성을 공고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변화의 과정 중 안팎에서 반발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이 총장은 “바뀌어야 한다는 총론은 받아들이지만 해당 학과 교수들이 각론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학부제를 필두로 한 학사구조의 개편은 특히 논란의 중심이다. 각 학과의 이해득실이 갈리면서 잡음이 불가피하다. 최근 일부 교수가 이사회 참여를 요구하거나 신부가 아닌 교수도 총장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공회대는 당초 30일 100주년 기념식에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대부분 취소하거나 미뤘다. 29일 공공성과 실천적 아카데미즘을 주제로 한 ‘100주년 기념 학술심포지엄’만 진행했다. 30일에는 조촐하게 기념식과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만 열 예정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어른들이 잘못했다’는 글귀를 보고 큰 울림을 받았다”면서 “이제야 우리가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학교에서 치이고 고생하면서도 미래를 꿈꾸던 그 아이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학들도 관성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속 압축 성장의 그늘을 되돌아보고, 여기에서 파생하는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던지는 대학 본연의 역할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총장은 2012년 9월 취임식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다름 아닌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이정구 총장은 1954년생. 한신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았다. 영국 버밍엄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신학자로서는 드물게 교회 건축사를 전공했다. 저서로는 ‘한국교회건축과 기독교미술탐사’, ‘교회그림자 읽기’, ‘교회건축의 이해’ 등이 있다.
  • [길섶에서] 과욕 내려놓기/구본영 논설실장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공직사회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만난 한 노선배가 던진 한마디가 그럴싸하게 와 닿았다. 즉, “받은 뒤 잠이 안 오면 뇌물이고, 그렇지 않으면 선물이다”는 말이었다. 10여년 전 공직에서 은퇴한 그가 제시한, 선물과 뇌물을 구분하는 나름의 잣대였다. 그는 작은 선물로 알고 받았더라도 왠지 켕기면 필시 뇌물이라고 보고 꼭 돌려줘야 한다는 신조로 공직생활을 영위했다고 했다. 예컨대 고위급 공무원 시절 치른 자식 혼사 때 받은 축의금 중에서도 지나치게 많다 싶으면 반드시 돌려줬다는 것이다. ‘관(官)피아’란 신조어에서 보듯이 전·현직 관료들이 이익집단처럼 서로 챙기는 병폐가 부각되는 요즘이다. 하긴 늘 옷깃을 여미며 과욕을 경계해야 탈이 나지 않는 것은 어느 직종인들 마찬가지가 아닐까. 문득 언젠가 어느 문필가의 글에서 읽었던 역도선수의 예화가 생각난다. “역기가 너무 무겁다 싶으면 얼른 내려놓아야 몸을 크게 다치지 않고 선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을 읽고 무릎을 쳤던 기억이 새롭다. 구본영 논설실장 kby7@seoul.co.kr
  •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세계의 창] 中 자극하고 TPP도 못 풀고… 오바마 빈약한 귀국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부터 시작한 일본과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 순방을 29일 마무리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은 네 번째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최다 방문 기록이다. 일본은 18년 만의 국빈 방문이었고, 말레이시아 방문은 미 대통령으로는 1966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처음이었다. 이렇게만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상당히 중시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외교 정책인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순방에서도 앞날이 밝지만은 않음을 보여줬다. 정책의 두 중심축인 ‘동맹 협력’과 ‘경제 협력’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있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국으로 양대 동맹국이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국 또는 관심국인 한국과 일본을 골랐다. 말레이시아도 TPP 협상국이고, 필리핀도 협상 참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4개국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의 핵심인 TPP 협상으로 묶이는 것이다. 특히 한·일 방문은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부상 등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중시 정책을 천명한 것은 2011년 11월 호주 의회 연설에서다. 그러나 이 정책이 하루 아침에 나온 것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여파로 2011년 8월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겪은 미국은 아시아에서 시장 확대에 나섬과 동시에 중국의 부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협력 전략이 필요했다. 또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에서의 장기 전쟁이 끝나면서 아시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유효했다. 이런 과정 속에 아시아 회귀·재균형 정책이 등장했지만 정책 추진을 위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미국은 자신들의 핵심 이해 지역인 중동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 내전, 이란 핵 문제 등이 불거지자 이들 문제에 적극 개입했고, 이 결과 아시아 중시 정책은 말뿐만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1년 말 미얀마를 처음 방문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토머스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물러난 뒤 그들의 자리를 이은 존 케리 국무장관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아시아보다는 중동 정책에 집중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자 불을 끄기 바빠지면서 아시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잇단 도발과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북한은 4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한·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고, 중국은 일방적인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등을 통해 주변국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6월 미 서부에서 열었던 미·중 간 정상회담의 빛이 바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영토 문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정권의 우경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한·일 방문에 앞서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주최하면서 이들 동맹국의 화해를 유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아시아 중시 정책을 말뿐만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 11월 중간선거 등 국내외 상황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에 모습을 드러내 동맹을 재확인하고 경제 협력을 추구함으로써 내부 지지로 이어질 것인지도 관건이다. 그러나 순방 결과만 놓고 볼 때는 오바마 대통령이 큰 만족을 느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사활을 건 TPP 협상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고, 센카쿠 지지 발언으로 중국만 자극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일 간 TPP 조율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보여 한국의 참여 문제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미국으로서는 TPP를 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북핵 불용을 재확인하고 위안부 비판 발언을 통해 안심을 줬지만 한·일 관계 개선, 한·미·일 3국 협력 강화 등은 진전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연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은 난관이 적지 않아 한·미 동맹 강화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레이시아와의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고, 필리핀 방문을 계기로 미군 병력의 필리핀 기지 순환 배치를 확대하는 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 순방의 성과로 평가된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무질서한 듯 질서 있는 자연·사회 속 수많은 형태

    무질서한 듯 질서 있는 자연·사회 속 수많은 형태

    형태학 3부작/필립 볼 지음/ 조민웅·김지선·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심장이 발작을 일으킬 때 내부에서 규칙적으로 이동하던 과녁형 파장은 나선형으로 변환한다. 심장의 나선형 패턴을 조작함으로써 심장이 멈추기 전에 일으키는 경고에 대응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이슬람권 최대 연중행사인 성지순례 ‘하지’ 때면 수백만명의 이슬람교도가 사우디아라비아 성지 메카로 몰린다. 워낙 많은 순례자가 한 번에 밀려들다 보니 사람들이 인파에 밟혀 죽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군중의 움직임을 동영상으로 찍어 군중의 밀도 변화와 개인 움직임의 속도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인파의 흐름이 걷잡을 수 없게 되는 지점을 포착해 그곳에 통행료를 설치하고, 그 시간에 순례자의 이동도 통제했다. 이후 사고는 크게 줄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흐름’이었다. 자연 세계에서 미세한 형태들이 반복해 분할하면서 거대한 형태로 성장하듯 인간 사회의 다양한 관계망이 형성된다. 도시의 형성 방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와 유사하다. 수없이 가지치기를 한 인간관계와 인터넷망은 무한증식할 것 같지만 적절한 지점 몇 군데만 무너지면 순식간에 괴멸된다. 누군가 설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저명한 과학저술가 필립 볼은 자연과 사회에서 접하는 수많은 형태들의 탄생, 발전, 확산의 과정을 분석해 ‘모양’(Shapes) ‘흐름’(Flow) ‘가지’(Branches)의 형태학 3부작으로 엮었다. 모든 형태의 기원과 성장을 다루는 형태학의 잣대로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흥미롭게 살펴본 과학 시리즈다. 볼은 옥스퍼드대 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과학 잡지 ‘네이처’에서 20여년간 물리·화학 분야의 편집자와 편집 고문으로 일했다. ‘모양’에서는 개미집, 얼룩말의 줄무늬, 나비 날개 무늬 등 자연 곳곳에서 스스로 발생한 사례와 원리를 살펴본다. 저자에 따르면 식물의 잎차례, 형태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결과이다. ‘흐름’에서는 생물학, 물리학, 기상학, 유체역학, 천문학, 경제학을 넘나들며 일관성 없는 각각의 현상으로 간주했던 다양한 흐름의 이면에 자리한 근본적 원리를 보여준다. ‘가지’는 다양한 형태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토대로 자연 세계와 인간 사회의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왜… 선원들과 국민들의 옳음은 다를까

    왜… 선원들과 국민들의 옳음은 다를까

    바른 마음/조너선 하이트 지음/왕수민 옮김/웅진지식하우스/ 692쪽/ 2만 9000원 “승무원 지시만 따르면 배가 어느 교통수단보다 안전하다.”(2010년 방송사 인터뷰) “물에 뛰어들면 위험할 것 같아 자리를 지키라고 했다.”“내가 직접 운항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후)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한 수백명의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이준석선장이 늘어놓은 핑계와 변명은 슬픔에 빠진 국민을 더욱 분노케 했다. 그는 선장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는 물론이고, 인간으로서 도덕적 의무마저 저버렸다.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승객들을 대피시키기는커녕 자기부터 살겠다고 구명보트에 먼저 몸을 실었다. 우리 모두의 도덕적 잣대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행동을 저지르고,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궤변을 늘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덕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가 쓴 ‘바른 마음’(원제 The Righteous Mind)을 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 만한 답을 찾을 수 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의 교수인 저자는 2008년 테드(TED) 강연에서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라는 강의로 주목받았다. TED 강의 내용을 더 확장하고 도덕의 감정에 대한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해 2012년 출간한 책은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동안 윤리와 정의를 다룬 책들이 도덕적 딜레마의 상황에 대해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세상에는 다양한 정치적 성향과 종교적 믿음, 사회적 가치들이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른다. 하이트는 이런 즉각적 판단이 가능한 것은 저마다 도덕, 즉 ‘바른 마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우리가 흔히 개인의 윤리적 문제 혹은 착한 성격으로 좁게 이해하던 도덕이 실제로는 인간의 판단과 집단적 행동을 결정하는 매우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면서 “이 시대의 모든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라고 단언한다. 책 제목을 ‘도덕적인 마음’이 아니라 ‘바른 마음’이라고 붙인 것에 대해서 그는 “인간 본성은 본래 도덕적이기도 하지만, 도덕적인 체하면서 주관적으로 옳다는 신념하에 비판과 판단도 잘한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하이트에 따르면 도덕이라고 부르는 내면의 ‘바른 마음’은 철저히 이기적이며 전략적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직관이 먼저 작용한다. 직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한 뒤에 추론능력을 동원해 자신의 판단에 대한 논변을 찾아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변명을 일삼는 행위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저자는 지난 500만년 동안 인간의 뇌는 3배나 커졌지만 진실을 밝히거나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그것을 사용해 온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고 그 증거를 찾는데 뇌의 힘을 동원한 것은 아닌가 묻는다. 저자는 이런 도덕의 모습을 ‘직관이 먼저이고, 전략적 추론은 그다음’이라는 원칙으로 정리한다. 또 도덕이란 올바르게 살기 위한 지침이라기보다는 주변의 평판을 살피고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즉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 같은 행위라고 정의한다. 하이트는 도덕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게 살지 않기의 차원을 뛰어넘는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도덕은 다양한 인간의 가치, 신념, 판단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하이트가 정립한 도덕의 또 다른 원칙은 도덕이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군집 스위치’라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작동하는 순간 마치 벌처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이는 사람들을 눈멀게도 하지만, 단단하게 뭉치게도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후자의 경우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 모든 국민이 함께 슬퍼하고, 미안해하고, 분개하며 유가족과 고통을 나누고자 하는 데에서 그 사례를 찾을 수 있겠다. 수천 년을 지배해 온 도덕 프레임을 완전히 뒤엎은 하이트의 도덕에 대한 재해석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던진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놓치면 후회할 작품들 신선하거나 실험적이거나

    놓치면 후회할 작품들 신선하거나 실험적이거나

    새달 1일 개막하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전주영화제 측은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와 리셉션 행사 등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0일까지 열리는 영화제 기간 동안 전 세계 44개국에서 온 영화 181편이 상영된다. 올해는 새로운 기법,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초점을 맞춘 만큼 신선하고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영화 선택에 갈등하는 영화팬을 위해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상용·김영진·장병원이 영화 7편을 엄선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철의 꿈’(한국, 박경근 감독)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철의 역사’라는 키워드로 조망한다. 철강, 조선 산업을 기반으로 산업화를 이룩한 경로는 철에 대한 숭배와 공포라는 이중 잣대로 풀이된다. 두 가지 관점이 한 몸을 이룬 경제성장의 신화를 훑으면서 감독은 근대의 지도 그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안 작업 공정을 찍은 이미지들이 압도적인 인상을 남긴다. ●‘미조’(한국, 남기웅 감독) 입양 부모에게 성폭행을 당하며 만신창이로 살아온 미조는 자신이 버려질 때 있던 피 묻은 유니폼을 갖고 친부모를 찾아 나선다. 갓 태어난 미조를 쓰레기통에 버린 아빠 우상은 여전히 쓰레기처럼 살고 있다. 미조는 우상에게 가장 아픈 복수를 꿈꾼다. 금기의 선을 넘어선 복수라는 테마로 날것 그대로의 감성을 전시하는 이 작품에서 감독은 전작들에 비해 자신의 개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로크’(영국, 스티븐 나이트 감독) 건설현장 감독 로크는 런던으로 차를 몬다. 자신의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 떠난 한밤의 여로를 따라가면서 인간의 책임과 윤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로크가 차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카메라는 차 안을 벗어나지 않는다. 과거 여인, 가족, 직장 동료와의 릴레이 통화를 통해 한 평도 되지 않는 차 안에선 선택의 기로에 놓인 이의 딜레마가 팽팽한 긴장을 연출한다. ●‘레옹M의 보트가 처음으로 뫼즈강을 내려갈 때’, ‘전쟁을 끝내기 위해 벽은 무너져야 했다’(벨기에, 장-피에르·뤽 다르덴) 21세기 영화 미학의 혁신가인 다르덴 형제의 초기 다큐멘터리. 두 작품 모두 1960년대 벨기에에서 있었던 총파업을 모티프로 삼았다. 각각 레옹 마시, 에드몽 G라는 노동자를 따라 총파업 당시의 상황을 더듬어 간다. 팩트에 대한 기록보다 자유로운 에세이 스타일의 작품으로 다큐멘터리적인 방법론을 근간으로 숙성된 다르덴 영화 미학의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스틸 라이프’(영국,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 존 메이는 고독사한 이들의 장례를 대신 치러 주는 공무원이다. 구청에서 존을 해고하기로 결정한 후 그는 빌리 스토크라는 남자의 장례를 마지막으로 맡게 된다. 타인의 죽음을 수습하는 존의 일상은 외롭게 죽음을 맞은 그의 고객들처럼 쓸쓸하다. 외로운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과업은 단조롭지만 숭고하게 묘사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영국의 유명 배우 에디 마산이 출연한다. ●‘세컨드 게임’(루마니아,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 루마니아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이 전직 축구심판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1980년대 축구경기를 복기한다. 90분간의 경기를 에누리 없이 보여 주는 이 영화는 차우셰스쿠 독재에 대한 풍자인 동시에 ‘영화’에 관한 논평이다. 영화감독과 축구심판의 상관성과 차이, 축구경기가 펼쳐지는 피치와 스크린의 유사성을 오가면서 흥미진진한 대화가 이어진다. 영화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한 작품. ●‘키페의 여인들’(칠레, 세바스티안 세풀베다 감독) 칠레 산악지대에서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 자매의 이야기. 1974년 피노체트 집권기의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이 영화는 독재의 손길이 어떻게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의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가를 실감 나게 보여 준다. 알티플라노 고원에서 양과 염소 등을 치며 사는 세 자매는 세상 물정에 밝은 맏언니를 잃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가축 몰살 계획이 발표되자 세 자매는 가축을 팔고 도시로 갈 생각을 하지만 유목민의 삶 외에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에게 도시 이주는 그 자체가 공포다.
  • 한기호 최고위원 발언 “좌파 정부 전복”…원혜영 “다같이 통곡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기호 최고위원 발언 “좌파 정부 전복”…원혜영 “다같이 통곡해도 시원찮을 판에…”

    한기호 최고위원 발언 “좌파 정부 전복”…원혜영 “다같이 통곡해도 시원찮을 판에…”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북한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간접 비난한 데 대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면서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또 발언을 통해 “국가 안보조직은 근원부터 발본 색출해서 제거하고, 민간 안보 그룹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북한의 비난만을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각에서는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좌우 이념의 잣대로 색깔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기호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때문에 논란이 일자 이날 자진해 삭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우리나라의 한 방송사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실종자 가족들이 품었을 슬픔과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정부’ 당국은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며 남한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다같이 통곡을 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아무리 정치적 이념이 달라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단 한번이라도 울부짖는 가족들의 얼굴을 인간의 마음으로 들여다봤다면 최소한 침묵할 줄이라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생명의 窓] 대학교육,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 경쟁력이 가능할까/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생명의 窓] 대학교육,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 경쟁력이 가능할까/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45억년 지구의 역사를 하루로 환산해 보면 지구에 생물체가 처음 출현한 것은 새벽 3~4시쯤, 우리처럼 여러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다세포생물체가 출현한 것은 저녁 6시 30분쯤, 동물이 출현한 것은 저녁 7시쯤, 동물이 육지로 상륙한 것은 밤 9시쯤, 그리고 원시 인간이 출현한 것은 밤 11시 59분 40초라고 한다. 오랜 지구의 역사속에서 공룡을 비롯해 무수한 종의 생물체들이 출현했다가 사라져 갔다. 또한 그 시간 속에서 생명체는 아주 다양한 수천 만종의 다른 형태로 진화할 수 있었다. 지구에는 현재 870만~1000만종(種)의 생물이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무엇이 사라져간 종과 살아남은 종의 차이를 가른 것일까. 무엇이 이렇게 다양한 진화를 가능하게 한 것일까.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바로 ‘다양성’이다. 생명체는 환경 변화에 살아남는 종(種)이 되기 위한 절박한 생존 전략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생명체의 종(種) 내에 특성이 다른 여러 종류의 개체가 존재할수록 환경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수 있는 개체가 만들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주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계속 변화시키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지구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생태계에서는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다양성이 확보될수록 서로에게 ‘윈-윈’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양성이 확보돼야 다른 생명체들이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교육의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오랜 세월 축적된 생명체의 지혜가 전혀 없는 듯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개나 되는 4년제 대학이 존재한다. 원래는 설립 목적이나 교육 목표가 달랐을 수도 있는 이 대학들은 그러나 모두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고 순위가 매겨진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국제화가 중요한 정책 목표이면 영어강의, 취업이 중요 정책 목표이면 학생 취업률 등 평가 기준들은 약간씩 변화하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어떤 정부도 대학의 다양성이 확보돼야 대학마다 학교의 특성과 교육 목표 및 학생의 수준에 맞는 교육이 가능하니 대학에 자율을 보장해서 다양성을 갖도록 하겠다는 정부는 없었다. 너무나 우려스럽게도 획일화된 잣대의 평가와 규제가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싶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잘 따라가고 순위가 높아질수록 교과부의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기에 그 어느 대학도 평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대학 교육은 본래의 철학은 잊은 채 평가기준에 의해 표류하며 모두 고유의 색깔을 잃고 획일화되고 있다. 또 각 대학은 이 기준에 맞추려 교육 내용과 행정 및 평가 시스템을 끌고 가고 있는 것이 슬픈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현주소다. 이런 획일화된 교육 체제의 대학이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미래에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을까. 또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극심할 미래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창의적 인재들을 제대로 길러 낼 수 있을까. 대학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 없이 경쟁력 있는 인재교육이 가능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 [기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기대하며/한수구 전 복지부정신고센터장

    [기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기대하며/한수구 전 복지부정신고센터장

    1980년대 초 대구에서 공직에 입문해 정부합동 복지부정신고센터장을 끝으로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면서 남다른 소회가 떠오른다. 필자는 낙동강 페놀 오염사고, 대구지하철 사고 등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랐던 때 공직에 입문해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을 두루 경험했다. 국민과 공직자 모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가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우리나라는 어느새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날로 급변하는 행정수요에 대해 현재와 같이 법과 제도, 예산의 잣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일이 국가적·시대적으로 꼭 해결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과제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이후에 법·제도·예산을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식으로 접근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이른바 수직적 관행과 계급적 문화를 타파하고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집단지성의 시대, 사회적 자본시대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공직자나 기득권층 등 사회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복지 예산의 확대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현재의 느슨한 ‘복지 그물망’을 전면적으로 진단하고, 복지선진국 수준의 촘촘한 그물망을 짜기 위한 장·단기 전략을 마련해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국가 예산으로 부족하면 민간 복지 등 제3의 재정으로 연결하며 끝까지 책임지는 ‘원스톱 행정’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국민생활 중심의 현장행정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공직자가 먼저 찾아 나서고, 문제가 있다면 적극 해결해야 한다.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읍·면·동·통·반별 담당구역을 정하고 국민생활 현장의 방문을 일상화할 때, 앞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불행한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려면 사회를 앞장서 이끄는 학계, 종교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경제계, 공공기관 등 6개 집단의 견제와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 상황을 볼 때 과연 이들의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또 ‘그들만의 리그’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민과 공직자 모두 힘을 모아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길 기대해 본다.
  • 아이들의 비명… 귀 막은 法

    아이들의 비명… 귀 막은 法

    경북 칠곡과 울산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 임모(36)씨와 박모(41)씨에게 상해치사죄가 적용돼 징역 10년과 15년의 중형이 각각 선고됐다. 정부는 아동 학대를 강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각급 경찰서에 아동 학대 전담 수사팀을 운영키로 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 김성엽)는 11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또 숨진 A(당시 8세·초교 2년)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친아버지(38)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숨진 A양 언니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되며 피고인들이 학대를 부인하고 뉘우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해 8월 14일 오후 의붓딸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부장 정계선)는 박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박씨가 아이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심각한 상태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검찰이 기소한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할 책임이 있는 박씨는 비정상적인 잣대로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하는 등 잔인하게 학대했다”고 밝혔다. 상해치사죄의 법정 최고형은 20년이다. 검찰은 두 사건 모두 항소키로 했다. 한편 새누리당과 법무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열고 경찰에 아동 학대 전담 수사팀 지정을 추진키로 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서울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울산 계모 징역 15년…살인죄 적용 논란

    ’울산 계모 징역’ ’울산 계모 사건’ 계모 박모(41)씨에 징역 15년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1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에 대한 살인 혐의는 인정하지 않아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이날 “박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씨가 아이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심각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며 검찰이 기소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책임이 있는 박씨는 비정상적인 잣대로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등 잔인하게 학대했다”며 “기소된 학대행위 외에도 고강도의 학대가 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박씨는 훈육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폭행했고 학대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했다”며 “반성의 기미나 진정성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복합적인 사회문제에서 비롯돼 이를 두고 피고인에게만 극형을 처하기는 어렵다”고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선고 뒤 곧바로 살인죄와 검찰이 구형한 사형 형량을 인정받기 위해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숨진 의붓딸의 유일한 보호자인 피고인이 살인을 한 반인륜적 범죄”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간 부착을 청구했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성엽 부장판사의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선고 배경은?

    김성엽 부장판사의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선고 배경은?

    ‘김성엽 부장판사’ ‘칠곡 계모 사건’ ‘칠곡 계모 사건’의 계모 임모(36)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돼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판결을 내린 김성엽 부장판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성엽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해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었다. 재판부는 또 숨진 A(당시 8세·초교 2년)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친아버지 김모(38)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에 선고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검찰 구형량(계모 20년, 친아버지 7년)과 비교하면 계모 임씨는 절반, 친아버지는 절반 이하의 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이종길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공소사실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범행 이후 피고인들의 태도, 범행을 숨기려는 의도 등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법의 엄중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상해치사죄의 양형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선고된 아동학대치사죄에서 선고된 형량보다는 다소 높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명숙 회장은 11일 “피고인들의 범행에 비춰 형량이 터무니없이 낮다. 검찰이 제대로 추가조사해서 항소심에선 죄명을 바꿔야 한다. 검찰이 반드시 항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재판부의 1심 선고 직후 대구지법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솔직히 ‘도가니 사건’(검찰 징역 7년 구형했지만 법원 12년 선고) 때처럼 검찰 구형량보다 법원이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것이라 생각했고 이 때문에 검찰이 살인죄로 혐의를 바꿔 항소할 수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다”며 “이런 면에선 이번 결과가 그나마 다행이라 본다”고 말했다. 또 “1심 재판부가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을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 같은데 양형기준 자체가 너무 낮다”며 “일본 등 외국의 경우 ‘칠곡 계모 사건’ 같은 사례는 예외없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무기·종신형에 처한다”고 했다. ’칠곡 계모 사건’ 1심 재판부의 재판장인 김성엽 부장판사는 1987년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인 1988년 제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20기로 1994년부터 대구지법에서 근무했다. 지난 2006년부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하고 있다. 한편 이날 오후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의붓딸(8)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살인죄로 사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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