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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검·경 무리수가 자초한 세월호 유족 영장기각

    대리기사 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검경은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애초 폭행의 정도나 경위 등을 살펴볼 때 구속 수사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검경이 법리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라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판사는 그저께 세월호 유가족 3명에 대해 공동상해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피의자들이 집단적 폭행을 저지르고도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목격자의 진술로 확인되는 범행까지 일부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은 CCTV가 증거로 확보된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유리한 증거를 찾기 위한 변호인의 현장 방문을 증거인멸 의도로 검경이 해석한 것도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법원은 유가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통상적인 폭행 사건의 처리도 이번 법원 판단이나 유가족 측 주장과 부합한다. 조직폭력 범죄나 폭행치사, 보복범죄 등 죄질이 나쁘고 피해가 치명적인 폭행은 경찰이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지만, 우발적인 취중 폭력은 벌금형으로 처리되는 게 일반적이다. 검경이 유독 이번 사건에 대해 과잉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나 죄를 지었다면 법에 따라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세월호 유가족이라고 해서 예외는 될 수 없다. 하지만 죄의 경중을 따지는 잣대가 자의적으로 운용돼서는 검경 수사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을 보면 검경이 세월호 유가족의 부도덕성을 부각하고 사건을 침소봉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권에 부정적인 세월호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비판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나온다. 세월호 시위에 차벽을 동원하고 집시법을 과도하게 적용하는 등 세월호 정국에서 공권력이 보여온 행태에 비춰보면 전혀 근거없는 지적이 아니라고 본다. 세월호 유가족의 폭행 혐의는 통상적인 형사사법절차에 따라 처리하면 그만이다.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법에 따른 형벌보다 더한 법적 제재나 사회적 비난을 덧씌우는 것은 공권력의 과잉이며 피해자에 대한 2차 폭력에 다름 아니다. 검경은 이번 수사가 다른 일반 폭행사건과 비교해 객관성과 형평성을 갖추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 [시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부쳐/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시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에 부쳐/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지난 9월 24일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교육계 안팎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아울러 2015년 9월에 각론을 고시한다. 2017년 3월부터 교육과정을 적용하겠다는 일정도 함께 내놓았다. 교육이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 백년지대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가교육과정의 큰 방향을 바꾸려면 사회 석학들이 모여 적어도 10년 후에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할 바람직한 교육과 인간상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해 교육과정 개정 기본 방향 초안을 제시하고, 국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면서 교육계와 학생 학부모의 마음을 열어주어야 한다. 이를 알면서도 정부는 왜 교육과정 개정을 이리도 서두르는 것일까. 현행법상 교육 과정의 기본사항 결정권은 교육부 장관이 갖고 있다. 집권기간 중 개정교육과정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면 차기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곧바로 개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주기 때문은 아닐까. 역대 정권을 이러한 조급증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방안 중 하나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 산하에 국가교육과정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 안에 과거 교육부 편수실과 유사한 조직을 둔다면 많은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교육과정위원회가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교육과정 수시 개편뿐만 아니라 대규모 개편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임기를 보장해준다면 집권 정부에서 서두를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며, 서두르려고 하더라도 불가능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학력주의가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는 다른 보완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능력의 잣대로 삼고 있는 학력을 획득하기 위한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어찌 바꾸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은 수능 및 대학 입학전형제도에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이 모든 점수를 합산해 상대평가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여부와 무관하게 학생들의 대입준비 부담과 사교육비 총량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본질로 돌아가 미래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능 그리고 인품을 갖추고 있는지를 제대로 잴 수 있도록 수능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또 대학 학생 선발 기준과 고등학교 교육과의 불일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통합형 교육과정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정 개정 및 수능체제 개편에 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대표를 참여시키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교육과정 개편에서 이제 우리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은 각론이다. 총론은 집의 외관이자 큰 설계에 해당한다면 각론은 이제 그 안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채워 넣어 우리가 원하는 집이 되도록 할 것인가에 해당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총론의 문제에 매달리다가 정작 학생들에게 가르쳐질 교과 내용인 각론에는 충분한 관심을 쏟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 확정된 총론에서는 ‘과도한 학습량’과 ‘문제풀이 위주의 수업’이 문제였으니 이를 줄여 ‘행복을 체험하는 교육’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줄이는 내용은 별로 없고 새로운 교과만 더해지고 필수 시간은 증가하고 있다. 혹시 과거처럼 총론의 방향과 달리 실제 교과에는 내용을 더 집어넣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래사회를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학교가 모두 가르칠 수도 없고, 학창시절에 다 배울 필요도 없음을 개정 주도자들이 명심하기 바란다. 뇌는 그릇이 아니라 발달시켜야 할 근육이다. 각론을 개발할 ‘국가교육과정 각론 조정위원회’는 너무 많은 지식을 나열하는 대신 ‘일문지십’(一聞知十) 효과를 가져다 줄 핵심 지식을 최소한의 범위에서 엄선하고, 학생들이 몰입하는 속에서 행복을 체험할 수 있게 이를 잘 조직하여 제공하기를 기대한다.
  • 삼성물산 분양 ‘래미안 서초’ 167대1

    강남 재건축 시장 분양 싸움에서 삼성물산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며 시공능력순위 1위 건설사로서 이름값을 했다. 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더불어 4위 대림산업, 5위 대우건설 등이 이날 동시에 서울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의 청약 접수에 들어가 관심을 모았다. 삼성물산이 서초우성3차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서초 에스티지’의 1, 2순위 청약 접수 결과 전용면적 83㎡C타입 11가구 모집에 1837명이 몰리면서 무려 167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분양된 서초구 재건축 아파트에서 가장 높은 청약 경쟁률이다. 대림산업이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2차’의 1, 2순위 청약도 고액 분양에도 높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분양가가 3.3㎡당 5000만원으로 국내 일반 아파트 분양가 가운데 최고로 기록된 112㎡A타입은 1가구 모집에 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날인 1일 대우건설이 서초동 서초삼호1차를 재건축한 ‘서초 푸르지오 써밋’의 1, 2순위 청약 접수에서 중소형 타입 대부분이 1순위에서 청약 마감된 것과 달리 중대형은 미달됐으나 이날 3순위 청약에서 이를 만회했다. 1, 2순위에서 미달됐던 104㎡C타입(4가구)은 42대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분양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재건축 등의 규제 완화, 청약 제도 단순화 같은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나온 후 첫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라는 점에서 향후 재건축 시장 전망의 잣대가 될 수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높은 분양가를 설정한 것이 도리어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투자 가치가 높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금액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100% 라이브 진행, 무슨 민원 나올지 몰라요

    100% 라이브 진행, 무슨 민원 나올지 몰라요

    “임대아파트에 불법 입주한 이들을 가려내주세요.” “화단으로 바꾸는 담장을 조경석으로 꾸며주세요.” 1일 오후 2~4시 노원구청 5층 김성환(49) 구청장실에는 민원인 5팀이 찾아와 각종 요구를 쏟아냈다. 김 구청장이 매주 수요일 운영하기로 한 ‘구민소통의 날’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민원인들이 무엇을 요청할지 김 구청장도 사전에 자세히 알지 못하는 상황. 기존의 생각이나 판단 잣대 때문에 민원의 요구를 예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100% 라이브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상계주공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화단블록으로 진행 중인 담장 재조성 공사를 조경석으로 바꾸어 달라고 했다. 그는 “지난 4월 조경석 담장을 만들기로 했는데 중간에 화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대다수가 몰랐다”고 귀띔했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조경석을 사용하는 데 대해 변경을 결정해 당시 주민들에게도 설명했던 부분”이라면서 “이미 공사가 80% 진행됐지만, 미공사 부분 중 극히 일부라도 조경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른 주민은 영구임대아파트에 불법입주자가 많은데, 이들을 적발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점검을 하지만 불법입주자를 적발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었다. 김 구청장은 “불법입주가가 있다면 대기 중인 다른 주민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 문제가 된다”면서 “최근 통·반장 제도를 강화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 불법입주자가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응답했다. 또 자신의 발명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거나 구의 예산집행에 대한 고언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구청장과의 면담은 원하는 날 2주 전에 행정지원과(2116-3084)로 전화하거나 구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김 구청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지금까지 벌인 사업에 대해 평가를 받는 한편, 앞으로 벌일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은행 신용등급 돈놀이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시중 은행들의 얄팍한 ‘이자놀이’ 행태가 알면 알수록 가관이다. 기준금리가 낮아졌는데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올렸다는 건 지난 얘기다. 은행의 주관적이고 모호한 신용평가 기준이 도를 넘어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다고 한다. 기준금리가 내리자 손실이 나는 곳을 메우려는 술수란 지적이다. 특히 신용이 좋지 않은 대출자에게 더 가혹한 금리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시중의 고리대부업자와 진배없는 행위가 아닌가. 신용평가기관에서 ‘A 등급’을 받은 한 중소업체의 경우 한 해 전과 재무 상태가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단 9일간 연체를 이유로 최근 거래 은행에서 4단계나 등급을 떨어뜨렸다고 한다. 항의를 했더니 하루 연체도 은행 자체 등급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만 들었다. 2개월 전에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금리 인하로 서민 가계의 금융 부담을 덜어 내수시장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 발표가 허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리 인하 혜택이 고스란히 고신용자에게로 쏠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마다 자체적으로 정한 금리 기준은 있다. 대출금리 구조는 크게 ‘기준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이뤄져 있다. 개인신용을 기초로 대출 금리를 달리하고 상품에 따른 금리 차를 두고 있다. 기업의 경우 재무적인 요소 말고도 경영자의 업력, 회계 신뢰도 등 비(非)재무적인 요소가 등급 평가에 반영된다. 이는 은행의 자율권으로, 토를 달 건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객관적 평가 지표가 부족해 지점장 전결 등 현장의 주관적인 영업 전략에 따라 좌우된다. 더욱이 그 폭이 크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행 문턱이 높게만 보이는 서민과 영세 상공인에게 은행은 결코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다. 한두 번 연체했다고 거래 실적과 빚을 갚아온 추이 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신용 등급을 일순간 깎아내리는 게 지금의 은행 실정이다. 은행 빚을 달고 사는 서민들로선 30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은행의 CEO들이 서러울 만큼 야속하게 느껴진다. 금리 인하의 여파로 은행의 잘못된 돈놀이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금융감독기관이 이러한 행태를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여론 악화를 직감한 정치권의 언급으로 금융 당국은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믿음이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은행 부실만을 염두에 둔 한통속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만 짙어진다. 감사원이 나서길 바란다. 금융 당국 점검을 통해 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으라는 말이다. 최근 엔저의 지속으로 추가 금리 인하론이 다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리지 말고 그냥 두라고 한다.
  • [오늘의 눈] 임영록 전 회장을 위한 辯/이유미 경제부 기자

    [오늘의 눈] 임영록 전 회장을 위한 辯/이유미 경제부 기자

    지난 8월 22일, 템플 스테이(사찰 체험)를 위해 경기도 가평에 있는 백련사를 찾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날 새벽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 전 회장에게 사전 통보됐던 중징계(문책경고)를 경징계로 낮추는 내용의 징계수위 완화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늦게까지 가슴 졸이며 잠을 설쳐 피곤한 기색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계열사 임원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표정에는 한결 여유가 넘쳤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금융감독원 특별검사와 제재심의위원회 등 3개월을 끌어온 징계국면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안도감이 배어 있었다. 그날 그는 불과 한 달도 못 돼 지주 이사회가 자신의 회장직 해임안을 결의(9월 18일)하고 등기이사직에서조차 스스로 물러나는(9월 28일) 암울한 미래는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KB사태는 임 전 회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버렸다. 임 전 회장 스스로도 “억울하다”는 얘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이유도 바로 이 억울함이다. 금융권에서도 임 전 회장에 대한 동정론이 적지 않다. 그가 최고경영자(CEO)로서 내분을 제대로 봉합하지 못하고, 조직 혼란을 초래했단 사실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임 전 회장에 대한 동정론의 이면엔 여론재판에 떠밀리듯 칼자루를 휘두른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깔려 있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징계내용을 두고 매번 다른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로 올린 건의안에 대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초유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문책경고인 중징계로 징계 수위를 높였다. 제재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지닌 금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를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중징계로 한 단계 더 제재강도를 높였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에서부터 금융위 최종결정까지 불과 2주 동안 임 회장의 위법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된 것은 없다. 다만 그 사이 템플 스테이에서 ‘잠자리 다툼’이 벌어지고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모두 끝났다고 생각했던 ‘KB내홍’에 이 전 행장이 또다시 불을 붙이며 여론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는 타협하지 않는 성격을 지닌 이 전 행장의 돌출행동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보단 최 원장의 중징계 결정 이후 자진사퇴한 이 전 행장과 달리 금융당국의 강권에도 사퇴거부를 고수했던 임 전 회장에게 ‘괘씸죄’가 덧씌워졌다는 데 더 힘이 실린다. 임 전 회장의 억울함도 여기서 비롯됐다. 금융당국이 명확한 잣대 없이 정무적인 계산에 따라 징계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임 전 회장이 행정소송에 착수하는 결과를 금융당국 스스로 초래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회장이 소송을 끝까지 강행했다면 승소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KB사태는 결국 마무리됐지만 금융당국에도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감독권(제재)에 대해서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yium@seoul.co.kr
  • [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

    [박찬구의 시시콜콜] 세월호,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

    납덩이처럼, 세월호의 시간이 흐른다.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신기루를 좇는 헛된 바람일 수도 있다. 일상과 거리에서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온전히 되살릴 수 있을까. 다시 계절이 바뀐다. 꽃가루 날리더니 광염의 열기를 거쳐 가을 바람이다. 스산한 바람은 마음에서 먼저 불어온다. 노란 리본이 국화 꽃잎처럼 바람 따라 휘청거린다. 무고한 죽음에 이입된 오감(五感)의 촉수는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과거의 대형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무감각과 부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자책이다. 계절은 바뀌어도 각인된 비극과 원죄의 통증은 그대로다. 거리는 다시 일상이다. 연례행사인 가을축제를 맞아 골목길엔 만국기가 펄럭이고 대학가는 젊음의 해방구가 된다. 비극과 억눌림의 현실에서 일상과 시간의 반복은 비현실로 와 닿는다. 불의와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당위와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서로 맞물려 겉도는, 비정한 세월이다. 진실규명의 호소가 이념과 정략의 잣대로 역풍을 맞고 비극은 ‘사고’일 뿐 경제는 가라앉지 말아야 한다는 프레임 정치가 작동하면서 세월호의 교훈은 서서히 망각된다. 수백명이 숨진 세월호에는 역설적으로 ‘사람’이 없다. 무도한 권력과 삐뚤어진 아집, 몰상식과 비이성이 참사에서 사람의 가치를 지워버렸다. 사람의 가치는 단절되고 분리됐다. 남은 건, 우리 속에서 자생한 괴물 같은 광기와 폭력이다. 피해자를 위로하기는커녕 이중, 삼중으로 고통의 나락에 빠뜨리는 모순된 현실이다. 인문학을 얘기하던 권력도 사람의 가치를 외면한다. 허언이고 가식이다. 치유와 성찰이 없다면 생명의 상실과 공동체 함몰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세월호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10대 자살과 노인 빈곤, 복지사각의 위험수위는 도를 넘었다. 서울역 광장에는 노숙자의 절망과 회한이 깔려 있고 도심에는 고층 호텔 공사장의 소음과 자영업자의 한탄이 뒤섞여 있다. 상생과 공존은 권력과 자본의 겉치레 수사일 뿐이다. 바다는 생명의 시원(始原)이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바다를 갈구한다.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꿈을 꾼다. 하지만, 바다가 죽음이 되고 진실이 가라앉은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구원을 찾고 생명을 구가할 것인가. 희망은 스산하다. 그럴지라도 생명과 사람의 가치를 향한 여정을 멈추거나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다음 세대가 있고 그들이 이어갈 미래가 오늘을 뚜렷이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겨울을 대비할 때다. ckpark@seoul.co.kr
  • [사설] 표적심의에 맛든 방통심의위의 이중잣대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막말·편파 방송을 시정해 달라는 시청자 민원은 늘고 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제재조치는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을 노골적으로 비하하거나 인신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종편 출연자들의 폭언에 ‘문제없음’ 처분을 남발한 데서 보듯 방심위 스스로 불공정과 편파성 시비를 자초하는 꼴이다. 여권에 불리한 방송 보도에는 표적 심의를 하는 냥 제재의 칼을 휘두르고 야권이나 시민단체를 겨냥한 막말과 폭언에는 눈을 감는 이중잣대가 아닐 수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이 공개한 방심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0건이었던 종편의 심의건수가 2013년 105건, 2014년 8월 현재 102건으로 늘었다. 심의건수 대비 제재조치 비율은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52.5%, 50.4%로 절반을 웃돌았지만 2014년에는 24.5%로 확연히 줄었다. 종편 보도에 대한 시청자 민원은 늘어났지만 제재 비율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물론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제재조치 비율도 같은 시기에 24.9%, 36.4%, 12.6%로 떨어지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방심위가 종편의 심의 건수 가운데 ‘문제없음’을 의결한 비율과 그 내용을 보면 방심위 제재조치가 정치적 편파성을 띠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종편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한 ‘문제없음’ 의결 비율은 2012년 10.3%, 2013년 8.5%에서 2014년 22.6%로 급증했다. 예를 들면 ‘정의구현사제단은 조폭사제단이다’, ‘민주당 집권 때 국정원이 김정일 비자금 심부름을 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민주당과 야당이 반대하면 잘한 정책이다’, ‘유시민 전 장관은 싸가지다’라는 종편 보도·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발언에 대해 ‘개인 견해’, ‘프로그램 장르의 특성’, ‘해학적 소개’ 등의 이유로 문제없다고 결론지었다. 국정원 간첩조작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 인터뷰나 진도 해역의 다이빙벨 투입 관련 기사를 보도한 jtbc 프로그램을 징계한 것과 비교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방심위는 방송언론이 정도와 진실을 지향하도록 심의·규제해야 하는 곳이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방송 언론의 시대적 과제는 대국민 신뢰회복이며, 이는 방심위도 예외일 수 없다. 정파와 정치의 이해관계를 초월한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만이 방송은 물론 방심위 본연의 역할이며 존재 이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사설] 특검 공방 넘어 실질조사 방안 찾아야

    어제 국회는 본회의 개의 여부를 둘러싸고 몸살을 앓았다. 5개월 동안 법안 한 건 처리하지 못한 식물국회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본회의를 강행하려는 여당과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야당 주장이 뒤엉켜 온종일 어수선했다. 세월호법과 별개로 시급한 민생 관련 법안만이라도 처리해 최소한의 국회 기능만이라도 살리라는 게 다수 여론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본회의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헌법이 정한 정기국회 일정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여야의 빈약한 정치력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그동안 요구해 온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 수사권·기소권 보장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은 막힌 정국에 숨통을 트게 할 지형 변화임에 틀림없다. 이른바 ‘세월호 피로감’이 점증해가는 상황에서 세월호유족대책위 간부들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으로 여론이 급속히 악화돼 가는 데 따른 태도 변화이겠으나 꼬인 매듭 하나를 풀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세월호법 논의가 금세 접점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장 특검후보 추천을 놓고 여야 간 의견 차가 여전하다. 새누리당은 자신들 몫인 특검후보추천위원 2명을 세월호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 선임하도록 한 2차 합의안에서 더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유족들은 여당의 추가 양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 있다. 내부적으로는 유족들이 여당몫 특검후보 추천위원으로 10명 정도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새누리당이 2명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렇게 되면 특검후보추천위는 사실상 야당과 유족이 선임한 4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유족 측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야당·유족 측 5명과 정부 측 2명의 구성비가 되는 셈이다. 새정연 안팎에선 이와 더불어 진상조사위에 강제소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세월호법을 둘러싼 양측의 이 같은 공방의 이면에는 유감스럽게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별개로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에 대한 계산이 어른댄다. 새정연은 최장 2년까지 활동하게 될 진상조사위 활동을 통해 여권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것이고, 같은 맥락에서 새누리당은 특검 추천 등에서 한사코 물러서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월호 참사에 들이대고 있는 여야의 정략적 잣대가 세월호법과 국정 전반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여야 모두 지난 4월 16일로 돌아가기 바란다. 참극 앞에서 함께 울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라를 개조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날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여야가 따로 없고, 정치적 계산도 없었던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 세월호를 가라앉힌 나라의 적폐와, 희생을 키운 정부의 부실 대응 모두 철저히 가리되 그 경중을 올바로 헤아릴 지혜를 공유해야 한다. 야당은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들지 말고, 여당은 참사를 키운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참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정치적 계산을 배제한 실질적 진상조사는 얼마든 가능할 것이다.
  • [기고] ‘서민증세’ 논란에 유감/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서민증세’ 논란에 유감/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주민세와 자동차세 중심의 지방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자 ‘서민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하루 전날 발표된 담뱃값 인상 발표와 겹치면서 세금인상 폭탄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은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는 세목이므로 세율이 인상될 때 서민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세의 특성과 세제개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서민증세로만 몰아가서 세제 개편을 무산시켜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세이론상 서민의 세부담을 고려하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소득세와 법인세가 중심이 되는 국세의 몫인 반면, 지방세는 주민의 소득 수준에 대한 고려 없이 지방공공서비스 편익에 대한 보편적 과세가 중심이다. 따라서 지방세제 개편에 서민 세부담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방세 특성을 무시한 주장으로 보인다. 또 이번 지방세제 개편은 그동안 올려야 할 세금을 올리지 못한 부분에 대한 조정으로, 과세형평성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도 강하다. 정액분 지방세의 경우 1991년에 1만원이던 세금이 물가는 두 배, 소득은 네 배 오른 2014년에도 똑같이 1만원이므로 실질세수 감소가 나타난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세율 현실화를 통한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으로 봐야 한다. 이번 지방세제 개편이 왜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중심으로 이루어졌는가. 우리나라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및 부동산세제 등 주요 기간세목의 수입 증가 폭이 커서 재정수요 충당에 별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경제는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부동산시장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경험하면서 세수 증대가 매우 부진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심 부족으로 세율현실화 수준이 낮았던 정액분 지방세 중 주민세, 비승용 소유분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다만 그동안 정액분 지방세 현실화에 손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여러 세목을 한꺼번에 조정하면서 엄청난 세부담이 늘어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점은 정책당국자의 책임이다. 어떤 형태로든 세금을 올리는 것은 증세가 맞다. 하지만 증세가 정책의 핵심 목표라고 하면 주요 기간세목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의 세율 인상을 통해 세수증대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세제 개편안 중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부분의 세수효과는 합계 약 5000억원 정도로 전체 지방세의 1% 미만 수준이므로 증세를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구고령화와 복지확대 정책으로 재정수요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급증할 것인 반면, 경제성장률 하락과 부동산경기 장기침체 등으로 인한 세수부족 현상도 갈수록 심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증세 불가 방침을 금과옥조처럼 여길 것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조세부담률과 소득양극화 심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등을 반영해 증세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서울시 “재건축 기준연한 현행 40년 유지해야”

    서울시 “재건축 기준연한 현행 40년 유지해야”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 연한을 두고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내놓은 9·1 부동산 대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현행 재건축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2일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현재 운영 중인 재건축 연한 40년을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열린 시의회 임시회에서 이건기 행정2부시장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총론적인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안전진단 기준과 사용 연한 등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시장은 “현재 재건축 연한에 대한 서울시 안은 40년”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1 대책을 통해 아파트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국토부가 재건축 연한을 법으로 못 박을 경우 서울시가 이를 따르지 않을 방법은 없다. 시 관계자는 “조례에 위임이 돼 있던 재건축 연안을 법으로 규정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밀어붙이면 어쩔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 있다. 시 관계자는 “법으로 재건축 연한을 정해도 심의 과정에서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는 사업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좋다는 강남권도 사업 추진이 1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시가 어떤 입장을 정하느냐에 따라 사업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전진단 기준 변경에 대해서도 시는 반대 입장이다. 정부는 기존에 구조안전성 중심으로 진행되던 안전진단 기준을 ‘구조안전성 평가’와 ‘주거환경 중심 평가’로 이원화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에는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들도 많이 줄었다”면서 “건축물의 안전에 이상이 없는데도 재건축을 진행하게 되면 엄청난 재건축 폐기물 등 환경문제와 함께 경제적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정부와 시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이번 입장 표명을 정치적인 수사로 분석하기도 한다. 임대주택 8만 가구 공급 등 친서민 주거정책을 표방하고 있는 서울시가 이번 9·1 대책에 침묵하기 어려워 이러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강남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목동과 노원 상계 등의 재건축에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 주민들의 반발을 살 게 뻔하다”며 “친서민 주거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명분을 쌓기 위해 이 같은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택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사설] 檢 외부인사 수혈로 감찰 실효성 높여라

    비위와 부정을 저지른 직원을 대상으로 한 검찰의 자체 감찰이 실효성도 떨어지고 국민 신뢰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바깥으로는 추상같은 법의 잣대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제 식구에게는 여론 뭇매를 피하고 보자는 식의 형식적 감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법 집행으로는 법치의 근간도, 공권력의 공정성이나 정당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감찰의 실효성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해 9월 검찰 안팎의 전문가 147명에게 설문한 결과 변호사·학자·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의 86.7%가 검찰의 감찰 업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 원인으로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을 꼽았다. 감찰이 효과적이라고 답한 외부 전문가는 5.3%에 그쳤다. 조직 폐쇄성과 비밀주의, 외부 통제의 부재도 불신의 원인으로 꼽혔다. 설문 결과는 법무부가 국회에 낸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외부 전문가와 검찰 내부 구성원 간의 의견이 판이하다는 것이다. 검사·검찰 공무원 등 내부 구성원은 절반 이상(58.4%)이 감찰 업무가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제 식구 감싸기를 신뢰 저하의 원인으로 꼽은 구성원은 26.4%에 그쳤다. 내부 구성원의 인식이 사회 일반의 눈높이나 도덕률과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이래서는 검찰의 법 집행이 권위를 가질 수도, 신뢰를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 눈의 들보에 무감각하고 관대하면서도 어떻게 투명하고 균형 잡힌 국민의 검찰을 자임할 수 있겠는가.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조직적인 적폐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스폰서 검사, 브로커 검사, 벤츠 검사, 성추행 검사 등 위법·탈법의 내부 비리가 흐지부지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력가에게 금품을 받은 부부장검사는 대가성을 따질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하고 성접대 논란을 빚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해서는 사표 수리로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다. 음란행위 혐의를 받는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서둘러 면직처리했다. 감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하나같이 용두사미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이제라도 검찰은 환골탈태의 각오로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기소권 독점을 비롯한 막강한 권한을 자의적, 편의적으로 휘둘러서는 아무리 법의 정의를 외쳐봐야 헛일이다. 감찰 업무를 외부인사에게 개방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의 80%, 검찰 구성원의 50%가 감찰업무에 외부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개방과 수혈로 폐쇄적인 조직 이기주의의 혁파에 나설 때다.
  •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중) 정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 시험대

    [‘KB사태’가 남긴 문제점] (중) 정부의 ‘낙하산 근절 의지’ 시험대

    KB사태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금융권 인사는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결사항전을 결심한 데는 (회장후보추천위원인)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얻어 정정당당하게 회장으로 뽑혔다는 자존심도 크게 작용했다”면서 “정권이나 현직 모피아(재무부+마피아)들에게 빚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까 억울함이 더 컸던 것”이라고 전했다. 임 전 회장은 행정고시 20회로 정통 모피아로 분류된다. 자신을 ‘차원이 다른 모피아’로 생각하는 임 전 회장은 이번 사태를 ‘서로 다른 줄을 잡고 내려온 두 개의 낙하산이 부딪친 결과’라는 세간의 해석에 몹시 불쾌해한다. 하지만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정권과 연관이 없었다면 회장에게 그렇게 강하게 반기를 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19일 서울 중구 명동 KB지주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후임 회장 인선 절차 등을 논의했다. 경영 공백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빨리 인선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최종 후보 1명을 추려 오는 11월 14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계획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한 모피아는 “KB사태의 출발점은 정치권에서 다른 사람을 심기 위해 (임 전 회장을) 흔든 데 있다”면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임 전 회장) 자신도 모피아를 배경으로 그 자리에 앉은 만큼 후배(신제윤 금융위원장)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비켜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낙하산 윤리’라는 희화화된 표현 밑바닥에는 낙하산을 당연하게 여기는 인식이 깊숙이 배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눈먼 떡고물(주인 없는 금융사 수장 자리)을 먹으려는 정치권과 관료집단의 이런 인식과 행태를 뿌리뽑지 않고서는 KB사태 재발을 막기 어렵다”면서 “낙하산 인사를 원천 차단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일절 입김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B회장 후임 인선이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 근절 의지를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지주사 체제는 은행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은행장은 (회장에게) 휘둘리려 하지 않으려 하고 회장은 그룹을 장악하려 한다”면서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회장이 행장을 겸하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은행 못지않게 증권, 보험 등 비(非)은행업도 균형 있게 키우자며 도입한 게 지주사 체제인데 정착 과정에서 삐걱댄다고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시키는 것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우리금융과 KDB금융지주가 회장·행장 겸직 체제이지만 ‘민영화’와 ‘무늬만 지주사’라는 각각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어차피 국내 지주사들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현실론 측면에서 겸직 체제가 낫다는 것일 뿐, 반드시 그것이 정답이라는 얘기는 아니다”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회장과 행장의)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회장과 행장을 따로 둘 경우 회장에게 은행장을 포함한 자회사 사장단 인사권을 확실히 주고 그 대신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자면 이사회가 ‘경영진 거수기’나 ‘정권 방패막이’ 역할에서 벗어나 경영 감시와 견제라는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책임자인 사외이사들이 회장 인선 작업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성낙조 노조위원장은 언론에 거론된 차기 회장 후보들에게 “(낙하산 고리를 끊으려면) 내부 출신이 회장이 돼야 한다”며 회장직을 고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자필 편지를 일일이 보내기도 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영화 多樂房] ‘60만번의 트라이’

    [영화 多樂房] ‘60만번의 트라이’

    김명준 감독의 ‘우리학교’(2006)는 재일동포 3, 4세들이 우리말과 문화를 배우는 ‘조선학교’에 관한 다큐로, 약 3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한국 독립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그로부터 8년 후, 우리는 다시 한 번 스크린을 통해 일본 오사카에 있는 조선고급학교(이하 ‘조고’)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60만번의 트라이’는 오사카조고 럭비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두 명의 여성이 오로지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가슴만으로 완성시킨 이 작품은 여느 웰 메이드 상업 영화도 쉽게 품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미학적 잣대를 들이대자면 쓴소리를 피해갈 수 없다. 화질이나 사운드 상태가 좋지 못한 것은 장비 탓이라 해도 미숙한 촬영은 비전문성을 드러내는 데다 구성 또한 매끄럽지만은 않다. 특히, 감독이 영화 안에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몇몇 부분은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감독의 암투병기는 그 자체만으로 가슴 찡한 드라마지만, 그런 사생활을 오사카조고 럭비부 이야기에 삽입시키는 것은 다소 무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한 구성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초반부, 감독이 촬영 중 축구공에 맞는 바람에 카메라가 엉뚱한 곳을 비추고 있는 영상을 길게 가져간 연출에도 납득할 만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아이들에 대한 애착은 이 영화의 완성 자체만으로 충분히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는 ‘좋은 영화’이며,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 해도 이런 수식어들을 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상찬(賞讚)이다. 무엇보다 ‘60만번의 트라이’의 독보적 소재는 여러 결핍들을 무마시킨다. 이 영화의 강력한 흡입력은 스포츠 영화의 내러티브로부터 나온다. 여기에는 2010년 전국 럭비대회부터 2011년 대회까지, 1년간의 훈련 과정과 주요 시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땀 냄새 진한 훈련장의 풍경, 부상 선수의 등장,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쓰라림 등 스포츠 게임이 스스로 연출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가 이 다큐에도 예외 없이 펼쳐지며 감동을 끌어낸다. 더욱이 이 영화는 샤워실도 없는 오사카조고의 럭비부가 전국대회 4강까지 올라갔던 기적 같은 사건과 일본의 모든 조선고급학교들이 ‘고교무상화’(고교무상교육)에서 제외된 아픈 현실을 차례로 보여준다. 천진한 웃음과 순수한 열정을 가진 재일동포 학생들이 이렇듯 차별받고 있음은 오로지 정치적 이유 때문이기에,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럭비부를 포함한 오사카조고 아이들은 침착하고 성숙하게 경기장 밖의 위정자들과 맞서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이제 성인이 된 이들은 여전히, 시합 종료가 선언됨과 동시에 ‘우리 편, 상대 편’의 개념이 없어지는 럭비 경기의 ‘노사이드(no side) 정신‘이 사회에도 적용되길 소망하고 있다. 덩치가 산만한 우리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과 뜨거운 눈물만으로 충분히 강렬한 작품이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윤성은 영화평론가
  • “재지정 조항 없는데…” 조희연, 혁신학교 연장 추진

    “재지정 조항 없는데…” 조희연, 혁신학교 연장 추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진보 교육감들의 대표적 교육 정책인 ‘혁신학교’ 감싸기에 나섰다. 올해로 지정기한이 끝나 일반학교로 전환되는 혁신학교들을 재지정해 수명을 연장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폐지를 위해 평가지표를 바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정책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이중 잣대’ 논란과 함께 교육계 내부의 진보·보수세력 간 충돌도 예상된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해 말로 지정기한이 끝나는 27개 혁신학교를 재지정한다는 방침하에 평가지표를 만들고 있다. 이들 학교는 2011년 지정기한 4년의 혁신학교로 처음 지정됐다. 혁신학교를 만든 곽노현 전 교육감의 당초 계획안에는 재지정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정기한이 만료된 혁신학교는 일반학교로 환원키로 했었다. 그럼에도 조 교육감은 이번에 재지정 평가를 도입해 혁신학교 재지정을 시도하고 나섰다. 혁신학교 확대 운영은 조 교육감의 공약 사항이지만 올해 안에 평가기준을 새로 만들어 재지정까지 완료하기에는 시일이 촉박한 데다 지난 4년 동안 평균 5억원 이상 투입된 혁신학교에 또다시 매년 1억원 이상을 투입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시교육청 예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7개 학교가 모두 다시 지정될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조 교육감이 자사고를 처리한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자사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조 교육감은 전임 문용린 교육감 시절 평가를 마친 자사고를 새로운 평가지표로 재평가해 8개교를 재지정 취소 대상으로 선정한 바 있다. 보수 교육단체 등에서는 조 교육감이 본인의 공약에 따라 입맛대로 재지정 지표를 바꾼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학교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학교에 대한 지원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면서 “교육감이 바뀌면 교육 현장의 혼란도 심해지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시교육청은 이날 서초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연 혁신학교 워크숍에서 교원 71%가 혁신학교 재지정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의 29개 혁신학교 교원 1072명을 대상으로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설] 만성적자 공기업 퇴출 제대로 하라

    새누리당이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공기업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19일 경제혁신특위 공청회에서 구체적인 개혁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재정난이 심한 공기업은 경영진 교체나 복지 혜택 축소 등에 그치지 않고 퇴출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담는다는 복안이다. 부디 요식 행위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문을 닫는 공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여당이 공기업 개혁에 나선 것은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공기업은 지방공기업과는 달리 적자가 나더라도 청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지방공기업법은 가령 5년 이상 당기 순손실이 날 경우 퇴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지방공기업 이외 공기업들은 법적 근거가 없어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해도 수명을 유지해 국민만 크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출연금 등으로 51조 9300억원을 공공기관에 지원했다. 정부는 38개 공기업을 중점관리하고 있지만 경영 정상화 실적이 부진해도 임원 해임 건의 등의 조치를 취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제재만으로 진정한 공기업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적자 누적 등의 문제를 해결할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의 부채는 523조 2000억원으로 국가채무(482조 6000억원)의 108.4% 수준이다.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역전되는 현상이 4년째 이어졌다. 공공기관 부채는 2009년에는 국가채무의 94.1%에 그쳤으나 2010년(101.7%) 이후 국가채무 규모를 웃돌고 있다. 공공기관 부채가 국가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해선 안 된다. 금융부채 5000억원 이상인 비(非)금융 공공기관의 지난해 총이자 비용은 12조 6000억원에 이른다. 경영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등 해당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크지만 주무부처의 관리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 사업을 이행하면서 부채 비율이 급증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같은 잣대로 경영평가를 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국민에게 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이 주목적이기에 공공성 관련 평가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공공기관의 퇴출을 실행으로 옮기려면 국가정책 사업과 자체사업에 대한 평가 지표를 분리하는 등 공공기관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공기업 낙하산’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도화하길 기대한다.
  • 이범균 판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원세훈 선거법 위반 무죄 선고

    이범균 판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원세훈 선거법 위반 무죄 선고

    이범균 판사,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원세훈 선거법 위반 무죄 선고 11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는 지난해부터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아 판결을 선고해왔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사건과 서울시 간첩사건, 원 전 원장의 개인비리 사건이 모두 형사21부 재판장인 이범균(50·사법연수원 21기) 부장판사의 손을 거쳤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 은폐 의혹과 관련돼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청장 사건의 1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하면서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았다. 당시 이 부장판사는 사건의 유력한 증거였던 권은희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청장은 이후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인 유우성씨의 재판에서도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직접적이고 유력한 증거였던 유씨 여동생의 진술 중 일부가 객관적 증거와 모순되는 등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이처럼 증거능력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판결을 선고해왔고, 핵심 증인의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 의원도 이런 기준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에 앞서 “오로지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증거만으로, 법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공정한 결론 도출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원 전 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개인비리 사건에 대한 심리도 함께 맡아 왔다. 국정원 사건 심리가 지연되자 지난 1월 개인비리 사건 재판을 먼저 끝내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로 감형받은 뒤 지난 9일 만기출소했다.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이 부장판사는 2005년 당시 대법관이었던 양승태 대법원장의 전속연구관을 지냈고, 수원지법 여주지원장 등을 거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선거개입 무죄” 원세훈 전 국정원장 1심 판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지난 대선 당시 정치관여 혐의와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각각 유죄와 무죄를 선고했다. 한마디로 정치에는 관여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이 불구속 기소된 지 1년여 만의 판결이다. 일각에선 ‘어정쩡한 판결’, ‘정치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다만 검찰은 내부 진통과 갈등을 드러낸 사건 앞에서 최선을 다해 유죄 입증 노력을 했는지 자문하기 바란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국기를 흔들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다. 일단 항소를 해서 법리 보강을 통해 2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어제 원 전 원장에게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선을 앞두고 원 전 원장이 부서장 회의 등에서 시달한 ‘지시·강조 말씀’에 따라 국정원 심리전단이 댓글·트위터 활동을 한 것은 국정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직접 개입한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고질적인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에 경종을 울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정치적, 사회적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국정원의 정치 관여를 차단하기 위한 내부 개혁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국가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실효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입법 조치를 검토하기 바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3월 국정원 내부문건인 ‘원장 지시·강조 말씀’이 공개되면서 본격화했다.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댓글 의혹과 맞물리면서 혼란과 파장을 불렀다. 수사 과정에서 당시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이 보직 해임되고 조영곤 중앙지검장이 물러나는 등 권력 핵심의 외압 시비와 검찰의 항명 사태가 잇따랐다. 검찰총장이었던 채동욱 찍어내기 논란도 거셌다. 이번 판결이 국가 정보기관의 일탈 행위가 정치 이해관계에 따라 윤색·은폐되거나 소모적 논란으로 흐르는 일을 막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다만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원 전 원장의 혐의 내용을 증거와 진실에 입각해 수사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과거 검찰이 권력의 심기를 살피며 특정 수사를 축소·왜곡한 사례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권력이 연관된 사안에 대해 엄정중립의 잣대를 들이댔는지 의심을 받는 게 사실이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도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사건에 대해 연제욱 전 사이버 사령관 등을 불구속 입건하면서 윗선 개입이나 국정원과의 연계가 없는 개인 범죄로 결론지어 꼬리 자르기와 축소 수사 의혹을 샀다. 행여 국방부나 검찰만이 아니라 사법부조차 최고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선 긋기 판결을 내린 것은 아닌지, 의심을 완전히 지울 수 없다. 국가기관의 정치 관여와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해치는 중대 범죄다. 국정원법 위반에 대한 유죄만으로도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은 앞으로 반복돼서는 안 될 행위로 단죄를 받은 셈이다. 다만 선거법 위반 부분에 무죄가 선고돼 사실상 재판에서 진 검찰은 2심의 판단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려면 증거와 법리를 더 보강해 대비해야 한다.
  • 대기업 가려던 전 靑비서관 취업심사서 ‘고배’

    MB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고위 공직자가 대기업에 취업하려다 정부 취업심사에 막혔다. 계약이나 인허가 등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청와대 등 권력기관의 고위직에 대해 세월호 참사 이후 직무 관련성을 더 깐깐하게 판단한 결과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근 취업심사를 요청한 퇴직 공직자 23명 가운데 추가 조사를 위해 심사가 보류된 4명을 제외하고 19명을 심사했다. 이 가운데 퇴직 전 직무와 취업 예정 기업 사이에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9명에 대해 취업을 제한했다고 10일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코오롱 임원으로 취업하려 했던 임성빈 전 대통령실 기후환경비서관이다. 청와대 출신 고위직은 제도와 정책에 영향력이 지대하지만 계약이나 인허가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까진 직무 관련성 잣대를 모두 피해 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공직자윤리위는 청와대 등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더 넓게 인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는 계약과 인허가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해당 기업의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원회 활동 등을 한 행적이 있다면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기로 위원회가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위는 이번 취업심사에서 윤종오 전 울산 북구청장 등 선출직 5명과 박석환 전 영국 주재 대사의 재취업도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해 불허했다. 반면 심사 대상 19명 중 김태훈 전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 10명은 취업심사를 통과했다. 김 전 본부장은 법무법인 화우에서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다. 현 정부 출범 후 7월까지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통과한 비율은 92%에 달했으나 이번 심사에서는 53%로 크게 낮아졌다. 공직자윤리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퇴직 공무원이 재취업 전에 스스로 직무 관련성을 따져 보기 때문에 실제 심사에서 통과율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심사에서는 선출직 출신 퇴직자들의 재취업이 모두 막혀 통과율이 낮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사설] 부처 개방형직위 외부임용 더 넓혀야

    개방형 직위로 부처에 들어온 10명 가운데 6명이 해당 부처의 전·현직자란 자료가 나왔다. 비슷하게 뽑는 공모 직위도 같은 수치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없애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제도가 제대로 접목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가 올해 들어 이 제도의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가야 할 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도 도입 15년간 줄곧 ‘집안 잔치’에 머문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이 그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개방형으로 뽑은 고위공무원단 166개 직위 가운데 60.2%인 100개가 해당 부처 출신과 현직이었다. 반면 다른 부처 출신은 23개, 민간 출신은 31개에 그쳤다. 통일부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청 등 4곳은 외부인이 한 명도 없었다. 공모 직위에서도 96개 가운데 57개(59.3%)가 소속 부처의 전·현직자로 채워졌다. 다른 부처 출신은 27개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개 모두를, 해수부는 6개 중 5개를 자신의 부 출신자로 임명했다. 특히 직무 성과 미달자를 가리기 위해 2011년 적격심사제를 도입했지만 단 한 명도 부적격 판정을 받지 않았다. 갖춰진 제도가 사문화된 꼴이다. 정부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개방형 직위 보완책을 내놓았다. 지난 7월엔 부처에서 선발하던 절차를 접고,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중앙선발시험위원회를 발족했다. 또 외부인의 임용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신분 불안의 요인이던 정년 보장도 가능하게 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에 있은 7개 과장급 개방형직위 모집 경쟁률은 최근 5년간 평균 경쟁률보다 두 배 높은 10대1을 보였다. 또 지난달 말엔 부처의 국·과장급 8개 직위에 대한 공개모집에 들어갔다. 이달 말 면접시험이 예정돼 있다. 민간 전문가의 지원이 많아야겠지만 심사 잣대를 더 엄격히 해야 할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정치권 인사를 뽑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관피아’를 막은 자리에 정치권 인사가 앉고 있다는 우려의 말이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제도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의 폐쇄성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느슨한 공직자 적격심사를 강화해야 할 것이고, 지원자들도 공정한 기준에서 심사해야 한다. 제도도 필요하지만 운용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의 외부임용 자료를 거울 삼아 앞으로 공직의 문을 더 넓히려는 노력과 함께 제도 개선책도 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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