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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국익 외교와 사드, 그 불편한 진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국익 외교와 사드, 그 불편한 진실/오일만 논설위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국 사회는 혹독한 후폭풍에 직면해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훈풍이 감돌았던 대중 관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속속 들어오면서 한반도에 냉전의 기운마저 감돈다.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작도 못 해본 상황에서 집권 4년차 외교 안보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정도다. 현 정부의 외교 안보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역할론’을 과대 평가한 측면이 크다. 남북 등거리 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국이 자신의 국익을 제쳐 두고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 것 자체가 오산이다. 국가는 의리나 도덕으로 움직이지 않고 오로지 국익을 잣대로 모든 정책을 결정하기 마련이다. 4차 핵실험 대응책으로 우리 정부는 한·미·일을 축으로 중국의 동참을 통해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중국은 3국이 제시한 경제봉쇄에 버금가는 대북 제재에 대해 ‘북한의 민생파탄’을 이유로 거부했다. ‘역대 최상의 관계’로 자평했던 중국이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의 손을 들어 주면서 우리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것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외교에서 남 탓은 있을 수 없다. 2012년 11월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모든 외교 안보 전략은 미국의 포위전략을 깨는 데 맞춰져 있다. 그동안 힘과 덩치를 키운 중국은 군사 안보적으로 시시각각 조여 오는 미국의 대중 포위망이 중국의 근본적 이익을 해치고 있다는 판단을 했다. 특히 미국은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을 한·미·일 3국 군사협력 체제로 포위망을 가동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동안 중국이 한국에 공을 들인 이유도 한·미·일 군사협력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중국의 근본적인 국가 이익이 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우쭐했던 우리 외교 수뇌부들의 안일한 상황 판단을 질책할 일이다. 4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갔다. 중국 수뇌부들은 북핵 위기관리 국면에서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 대북 억제를 넘어 대중 견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4차 핵실험 직후 격노한 중국이 결정적인 순간에 전통적인 북한 자산론으로 돌아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일과 중국의 대립선상에서 북핵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사드 시스템은 북핵 억지라는 측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격론이 오갈 정도로 아직 효용성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북핵 방어용이 아니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동북아 정세는 북·중·러 대(對) 한· 미·일의 대립 구도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이며 북한의 전략적 가치만 높이는 꼴이 된다. 사드 배치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익은 무서운 것이다. 미·일 군사동맹 강화는 사실 일본의 군수산업 부흥이라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 일본이 미국의 묵인 아래 4020억 달러(2013년 기준·약 480조원)에 이르는 세계 군수시장에 뛰어드는 실익을 챙겼다. 일본은 지난해 ‘무기수출 금지 3원칙’을 폐기해 수출의 길을 열어 놓았고 지난해 9월 안보법 통과 직후 우리의 전경련 격인 게이단렌((經團連)은 무기 수출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할 것으로 공식 제안했다. 아베 정권이 왜 미·일 군사동맹에 기를 쓰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반대로 한국은 지난해 78억 달러(약 9조 1300억원)의 무기를 구매해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이 됐다. 동북아 파고가 높아질수록 미국과 일본은 돈을 벌고 우리는 귀중한 달러를 바쳐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국익은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세계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이나 이를 깨려는 중국, 군사대국화를 통해 아시아 맹주를 꿈꾸는 일본과 달리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지켜야 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과정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작금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의 국익은 늘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oilman@seoul.co.kr
  • “새 대출조건 문의 뜸해”… 은행 창구 한산

    “새 대출조건 문의 뜸해”… 은행 창구 한산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는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기준 강화가 적용된 첫날인 1일. 서울 서대문 우리은행 독립문지점을 찾아 대출창구 번호표를 뽑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운 오전 11시 30분이었지만 순번은 ‘6번’. 은행 영업점이 문을 연 오전 9시부터 2시간 반 동안 대출창구를 다녀간 손님은 5명뿐이라는 얘기다. 임윤우 대부계 계장은 “새로 바뀐 대출조건과 관련한 문의 전화조차 뜸하다”며 “지난해 12월부터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탓도 있고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으려는 고객들 자체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가을 성수기 대비 체감 고객 숫자는 3분의1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시중은행 영업창구도 대부분 한산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국민은행 A영업점도 이날 오전 대부계를 찾은 고객이 5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2명은 정부 기금으로 운영하는 디딤돌대출을 신청하러 나온 고객이었다. 나머지 3명은 기존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이 목적이었다. 모두 이번에 강화된 대출심사 대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 영업점 관계자는 “기존 주택담보대출 고객 중에 혹시 자신도 원리금을 동시에 갚아 나가야 하는 대상인지 묻는 전화가 더러 있었다”며 “대출 절벽까지는 아니지만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니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게 사그라든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때문인지 새로운 대출 조건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고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KEB하나은행 종로 영업점에서 만난 정모(32)씨는 “거치기간을 1년으로 두고 이후에 원금과 이자를 어떻게 갚아 나갈지 자금 계획을 미리 세워둔 상태에서 은행에 왔다”고 말했다. 당초 새 잣대가 올 1월부터 적용된다고 예고됐다가 한 달 미뤄진 것인 만큼 그 사이 대비 시간이 있었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상배 농협은행 감사원지점장은 “주택담보대출이 필요한 고객들은 지난해 12월이나 1월 중순까지 미리 대출을 받도록 안내했다”며 “원금과 이자를 한꺼번에 갚아나갈 여력이 안 되는 고객들은 서둘러 대출을 받아갔다”고 전했다. 새 대출심사 잣대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소득이나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진다. 연소득 3000만원인 A씨가 시세 3억원짜리 주택을 장만하면 종전에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60%에 따라 최고 1억 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똑같은 금액을 변동금리(1년 거치·10년 만기, 연 3.05%)로 빌릴 경우 계산이 복잡해진다. 향후 대출금리 상승을 감안한 ‘스트레스 DTI’가 85.7%나 돼서다. 스트레스 DTI가 80%를 넘는 대출은 규제하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따라서 A씨는 만기를 10년 이상으로 늘리거나 대출금액을 1억 7000만원 미만으로 줄여야 한다. 물론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1억 8000만원을 그대로 빌릴 수 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보험사 대출은 3년 거치기간… 풍선효과 우려

    은행권이 1일 주택담보대출 고삐를 조이고 나섰지만 ‘풍선효과’를 노리는 보험권은 느긋한 모습이다. 2금융권은 하반기부터 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 희망자들을 반년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극소수의 대형 보험사만 정부 정책에 동참해 새 잣대를 미리 적용할 뿐이다. 서울신문이 이날 생명·손해보험사 6곳에 문의한 결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은행권과 함께 ‘가계주택담보대출 새 여신심사 잣대’를 미리 자체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생명, 한화생명,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은 생·손보협회에서 마련 중인 ‘보험권 가이드라인’이 확정되면 적용하겠다는 태도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권의 주택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보험과 은행 간에)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보험사 대출은 (최대 1년인 은행과 달리) 3년 정도 거치 기간을 둘 수 있어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늘었다”면서 “어차피 2금융권은 하반기부터 시행하라는 게 당국의 지침인 만큼 굳이 날짜를 앞당겨 오는 손님을 내쫓을 필요는 없다”고 털어놨다.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2금융권 적용 시기도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성생명의 자체 대출심사 강화안만 하더라도 ‘능력만큼 빌리고 빌린 만큼 처음부터 나눠 갚으라는’ 은행권 가이드라인과 차이가 없다. 신고소득 기준, 비거치형 적용 의무화 등 세부사항도 같다. 보험료 가입 기간(대출 조건)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변경해 일종의 ‘안전장치’도 뒀다. 보험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4조원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 477조원(12월 기준·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포함)의 7.1% 수준이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사정 칼날 휘두르는 시진핑의 속내는? “집권 2기 준비중”

    천쉐펑 서기·왕바오안 통계국장 등 올 들어서만 고위관료 세 명 낙마시키고 측근에는 당중앙에 대한 절대 충성 강조 中언론 “내년 새판짜기 앞두고 권력 강화” 지난 16일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새해 첫 부패호랑이 사냥 사실을 알렸다. 비운의 주인공은 허난성 뤄양시 당위원회 서기 천쉐펑이다. 천 서기는 전날까지만 해도 빈곤퇴치 행사를 주관했다. 사흘 뒤 발표된 두 번째 부패호랑이는 국무원 대만판공실 부주임 궁칭가이였다. 궁 부주임은 시진핑 주석이 푸젠성 근무 시절부터 애지중지한 측근이었기 때문에 파장이 더 컸다. 대만 총통 선거 직후인 까닭에 온갖 추측이 난무할 게 뻔한데도 시 주석은 과감히 ‘읍참마속’에 나섰다. 세 번째 부패호랑이 사냥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지난 26일 오후 3시 왕바오안 국가통계국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화 급락 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 상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1시간 뒤 중앙기율위 제8순찰조가 들이닥쳤고 2시간 뒤 체포 사실을 공개했다. 통계조작 논란이 한창인 와중에 국가통계의 수장을 체포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장의 불신을 초래할 게 뻔한데도 시 주석은 중국이 자랑해 온 재정·세무 전문가의 목을 벴다. 열흘 사이에 낙마한 셋은 모두 한국의 차관급에 해당한다. 시 주석은 왜 전도유망한 이들에게 사정의 칼을 휘둘렀을까.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2017년 시진핑 2기 체제를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은 내년 제19차 당대회를 통해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을 전부 교체할 예정이다. 최고 지도부 교체는 정치국원, 중앙위원, 성 서기·성장, 장·차관 등 핵심 요직의 연쇄이동을 부른다. 둬웨이는 “지난해까지의 사정은 보시라이, 저우융캉, 링지화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정권의 인물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올해는 19대 때 승진할 인물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청렴을 잣대로 일대 혁신을 이룬 뒤 2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2기 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은 최근의 ‘충성 강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시 주석의 오른팔인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격)은 지난 27일 열린 당 중앙직속기관 공작회의에 참석해 “사상과 정치행동에서 시진핑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당 중앙에 대한 절대 충성이 바로 최고의 기율”이라고 주장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앙 영도에 대한 충성 강조는 곧 시 주석에 대한 절대복종 요구”라면서 “새 판 짜기를 염두에 둔 기강 잡기”라고 분석했다. 리 주임의 발언은 지난 8일 황싱궈 톈진시 당서기를 시작으로 쓰촨, 안후이, 광시, 후베이성 지도자들이 잇따라 시 주석을 당 영도의 ‘핵심’으로 부른 것과 맥을 같이한다. 당 영도의 핵심이란 표현은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에 사용되다가 후진타오 시대에 사라진 표현이다. 그만큼 시 주석의 권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데스크 시각] ‘달달한 정의’를 기대하며/이제훈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달달한 정의’를 기대하며/이제훈 사회부 차장

    법무부가 지난 20일 평검사 453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의 첫 인선이 마무리됐다. 김 총장 체제의 특징은 누가 뭐래도 서울고검 산하에 신설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설치다. 비극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을 계기로 폐지됐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실상 부활된 것이다. 검찰은 중수부 부활이라는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설치한 이유로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 수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강조하고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특수4부를 설치해 부패 수사 역량 강화를 추구했다. 그렇지만 검찰이 화력을 쏟아부었던 포스코와 농협 관련 수사는 요란하기만 했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수사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검찰 수사의 능력 저하가 아닌 피의자 인권 중심의 수사 여건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별수사에 정통한 김 총장으로서는 이런 평가가 마뜩지 않았을 것이다. 이 때문인지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부정부패 수사는 새가 알을 부화시키듯이 정성스럽게, 영명한 고양이가 먹이를 취하듯이 적시에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단을 이끌게 된 김기동 단장이 27일 특수단 출범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총장의 주문은 시종일관 ‘수사력 강화’였다”고 강조한 것도 수사력 약화를 지적하는 외부 시선에 대한 반응이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특수단 출범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이가 많은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중수부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거악 척결’이라는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정권 입맛에 맞는 표적 사정을 했다는 비난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단도 비슷한 운명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중수부 수사에 국민이 환호했던 사건을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등 권력형 비리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이 연관된 수사였다. 권력이나 돈이 있더라도 잘못이 있다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검찰이 실제로 보여 주었을 때다. 그런 중수부가 2013년 4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도 결국 성역 없는 수사, 거악 척결이라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하명(下命)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특수단이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여야에 이중잣대를 적용할 경우 국민적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만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특수단 출범은 검찰에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수단의 첫 번째 수사 대상과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다시 정치 검찰의 오명을 뒤집어쓸지, 아니면 비리 척결의 선봉장으로 국민적 환호를 받을지는 검찰 몫이다. 최근 인기를 얻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밑바닥을 거친 깡패인 안상구(이병헌 분)는 ‘족보도 없는 검사’인 우장훈(조승우 분)에게 미래자동차의 비자금 장부를 둘러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런 말을 한다. “정의? 대한민국에 아직 그런 달달한 게 남아 있긴 하나?” 주변의 우려 섞인 시각 속에 출범한 특수단이 대한민국에 아직 ‘달달한 정의’가 남아 있음을 보여 줘야 하는 이유다. parti98@seoul.co.kr
  • 김무성 “과거엔 권력자가 밀실서 공천 좌지우지”

    김무성 “과거엔 권력자가 밀실서 공천 좌지우지”

    새누리당의 4·13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이 ‘인재추천, 경선룰, 현역심사’와 더불어 공천 갈등의 4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무성 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28일 (위원장 인선이) 의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친박계가 앞세운 대구 출신 4선 이한구 의원에 대해 비박계는 “전략공천 소신론을 펴 온 이 의원은 김 대표와 맞지 않는다”며 난색을 표했다. 대신 김 대표 측은 2014년 지방선거 때 친박계 지원을 받았던 김황식 전 총리, 김능환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외부인사에 무게를 뒀다. 김 전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친박계는 인재영입·전략공천론도 노골화하고 있다. 전날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에 대해 청와대·친박계는 공식 대응을 삼갔지만 불쾌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쟁점법안 처리에 앞선 당·청 갈등 부각을 자제했다. 반면 친박계는 공개비판은 자제하되 전략공천론을 공공연히 피력했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우선·단수 공천을 포함한 전략공천, 인재영입은 선거승리를 위해 당연한 것”이라며 “김 대표 혼자 (상향식 공천을) 떠들고 있는데 조만간 친박계가 따로 모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박’(신친박근혜)으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미 독자적인 인재 찾기에 나섰다. 원 원내대표는 기자와 만나 “수도권 지역구인 원내대표로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피겨 여왕’ 김연아 접촉 사실을 공개했던 원 원내대표는 바둑황제 조훈현 9단, 김규한 전 쌍용차 노조위원장 등을 포함해 전방위 영입작업 중이다. 김 대표가 임명한 안대희 최고위원도 이날 인터뷰에서 “당에서 처음부터 인재 양성을 못했다”며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각자 분야에서 쌓은 지식을 국정에 반영하면 큰 발전이 될 것”이라고 김 대표와 각을 세웠다. 그러나 김 대표는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돼 왔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는 국민공천 제도를 도입해 열린 공천, 투명한 공천을 지향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30 공천설명회’에서 김 대표는 전날에 이어 ‘권력자’ 단어를 반복해 파장을 남겼다. 역대 공천이 주류 계파나 외부 입김에 따라 좌우됐다면 이번 총선에선 그런 영향력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경선 방식도 뇌관이다. ‘여론조사 70%, 당원 투표 30%’로 치러질 현행 방식에 대해 김 대표는 “현역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100% 여론조사를 요구할 (당내) 움직임이 있다”고 시사했다. 친박계는 국민여론조사에 부정적 입장이나, 일부는 TK(대구·경북) 영입인사 배려 차원에서 ‘100% 여론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계파별 셈법도 엇갈린다. 현역 평가에 대해 비박계는 “사실상 컷오프”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지역 관리, 의정활동 등 판단 잣대가 ‘공천학살’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역대 공천과 달리 당무 감사가 진행되지 않아 평가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반면 친박계는 물갈이용 현역 평가를 바라고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새달 깐깐해지는 은행 담보대출심사… 얼마나 빌릴 수 있을까

    다음달 1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은행 창구의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다. 지금까지는 이자만 내고 대출 원금은 3~5년 뒤부터 갚아 나가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새달부터는 처음부터 대출 이자와 원금을 동시에 갚아 나가야 한다. 능력만큼 빌리고 빌린 만큼 나눠 갚으라는 게 핵심이다. 은행연합회가 26일 홈페이지(www.kfb.or.kr)에 개설한 ‘셀프 상담 코너’를 이용하면 자신의 대출 조건(금리유형, 상환방식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주요 궁금증을 문답으로 짚어 봤다. Q. 새 심사 잣대는 모든 대출에 적용되나. A. 아니다. 은행이 신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대상이다. 수도권부터 적용하고 지방은 그동안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해 추가 준비 기간을 거쳐 5월부터 적용한다. Q. 소득 증빙이 까다로워진다는데. A. 맞다. 돈 빌리는 사람의 ‘갚을 능력’을 엄격하게 따진다. 과거에는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4인 가족이 최저생계비(연 2000만원가량) 수준의 소득만 있어도 10년 만기에 1억원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같은 금액을 신규로 대출받으려면 증빙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원 등)이나 인정소득(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등을 바탕으로 추정한 소득) 등 소득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Q. 이런 자료가 없으면 어떡하나. A. 신용카드 사용액 등 신고소득 자료를 제출해도 된다. 매출액이나 임대소득 등으로 추정한 소득도 된다. Q. 모든 대출을 처음부터 쪼개 갚아야 하나. A.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만 해당돼도 분할상환 대상이다. 세 가지 조건은 ▲주택구입용 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DTI가 60%를 초과하는 고부담 대출(다만 LTV가 60%를 초과해도 DTI가 30% 이하인 경우는 제외) ▲소득 산정 시 신고소득을 적용한 대출이다. 그렇더라도 대출시점으로부터 최소한 1년까지는 원리금 상환을 미룰 수 있다. Q. 예외는 없나. A. 집단대출(아파트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이나 상속·채권 보전을 위한 경매 참가 등 불가피한 채무 인수 때는 예외가 인정된다. 예·적금 만기가 곧 다가오거나 일시적 2주택 처분 등 상환계획이 명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가장의 사망이나 퇴직·해방불명, 거주주택의 소실, 의료비, 학자금 등 급전이 필요할 때도 예외를 인정해 준다. Q. 원리금을 동시에 갚아 나가면 종전보다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나. A. 5년 만기 연 3.34%(1월 가중평균금리)로 1억원을 대출받았다면 종전에는 매월 이자만 28만원 내면 됐다. 이를 분할상환으로 바꾸게 되면 만기를 10년으로 늘리고 금리를 연 3.17%로 낮춘다고 해도 매월 94만원(원금+이자)씩 갚아야 한다. 만기에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은 줄지만 매월 나가는 돈이 3배 정도로 늘어난다. Q. 대출 한도가 줄어들 수도 있나. A. 거의 없다. 다만 스트레스 금리(상승 가능 금리)를 감안한 DTI가 높게 나오면 고정금리 대출로 금리 유형을 바꾸거나 스트레스 DTI가 80% 이내가 되도록 대출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 있다. 소득 자료로 최저생계비를 활용하면 대출 규모가 3000만원 이내로 제한된다. Q.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면 대출 금리가 오르나. A. 그렇지는 않다. 대출 가능금액 등을 산정할 때만 활용한다. 실제 대출 이자에는 가산되지 않는다. Q.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로 도입한다는데 기존 대출금 산정 방식(DTI)과 어떤 차이가 있나. A. 종전에는 연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대출의 이자 상환 능력만 따져 DTI를 산정했다. 반면 DSR은 여기에 다른 대출의 원금 상환 능력까지 함께 따진다. 이렇게 되면 빚 갚을 능력이 훨씬 엄격하게 검증된다. 다만, 이 잣대를 바로 들이대면 대출이 거절되거나 한도가 축소되는 사람이 속출할 수 있어 은행의 사후관리 대상 선정용으로만 활용한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서울광장] ‘무상 시(詩)밥’은 안 되는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무상 시(詩)밥’은 안 되는가/황수정 논설위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가 요즘 많이 붐빈다. 최근 리모델링을 하고부터다. 매장 중심부에는 10m가 넘는 원목 책상 두 개가 새로 자리 잡았다. 얼핏 도서관 열람실 분위기다. 눈치 보지 않고 신간을 몇 권씩 쌓아 놓고들 읽는다. 400석의 대형 책상이 밀고 들어온 탓에 서가는 복잡해졌다. 책을 보기만 하고 그냥 가는 사람이 많아 당장 매출액도 줄었다. 밑지는 장사인데 교보의 셈법은 다른 듯하다. 장기적으로는 독서 인구가 늘어 득이 된다는 계산이다. 멀리 내다본 투자다.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는 24시간 열린 도서관이 있다. 기증받은 장서 50만권으로 사방의 천장까지 채워 놓은 ‘지혜의 숲’이다. 문을 연 것은 1년 반 전쯤. 대출과 검색 기능이 취약해 책무덤이라는 비판이 없진 않다. 부부싸움 하고 한밤에 집 나온 사람들이 화 풀고 가는 곳이라는 우스개도 있다. 그럼에도 즐거운 곳이다. 두 공간은 책 읽겠다는 사람을 최고로 대접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독서 인구 붙들기 실험에 안간힘 쓰는 두 곳의 운영 주체는 모두 민간이다. 공짜 독서를 배려하느라 팔아야 할 신간을 무더기로 치우고, 반신반의 속에 24시간 불 켜진 도서관을 만든 일은 간단할 수 없다. 풍경 속에 공통분모는 또 있다. 눈을 씻고 봐도 청소년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보문고에서 중·고교생들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방학을 앞뒀거나 신학기 즈음 참고서 코너에서다. 주말이면 가족 방문객으로 붐비는 지혜의 숲도 마찬가지다. 부모 손에 이끌려 책 읽고 열심히 독서록을 쓰는 것은 유치원생, 초등생들뿐이다. 저 아이들이 몇 년 뒤면 다 어디로 가 버리는 것일까. 번번이 궁금하다. 텔레비전을 치우고 책장으로 채워진 거실에서 한번쯤 독서 습관을 붙여 보지 않은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아이들은 중학생이 되면서 거의 어김없이 독서와 결별한다. 메뚜기 한철. 우리 청소년들의 독서 행태에 이 표현 말고는 없다. 현실을 모르는 정책을 견디기란 시간이 갈수록 버겁다. 아이들이 대상인 정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등 학년으로 진입하면서 독서와 담을 쌓게 만드는 장애물은 역설적이게도 현행 독서 정책이다. 살인적 학습량에 쫓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짬을 내더라도 취향에 맞는 책을 마음 편히 읽지 못하는 강박에 시달려야 한다.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꾸준히 학생부(학교생활기록부) 중심의 전형을 강화하는 정책을 편다. 영어 과목에 절대평가가 적용되고 기타 과목의 성적도 일절 공개하지 못하는 고교 입시에서는 학생부의 독서 기록이 결정적인 평가 장치다. 담임교사, 학부모, 학생이 손발을 맞춘 ‘기획 독서’가 관건인 것이다. 진로 계획에 보기 좋게 꿰맞추는 기획력이 독서의 근원적 욕구를 앞질러야만 한다. 목적이 개입되면 책 읽기는 부담스러워진다. 목표를 의식해 강요당하는 책 읽기에 자발적 참여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중·고등학교에 ‘오직 읽을 뿐’인 강박 없는 독서 풍토를 더 늦기 전에 돌려줘야 하지 않을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닥치는 대로 읽어 좌충우돌한 독서라야 청소년기에는 의미 있다. 그런 토양을 돌려주려면 정책의 고민이 앞서야 한다. 고작 중학생이 미래 진로를 결정해 그에 맞는 일관된 독서 활동을 했다고 꾸미는 학생부의 기록은 열에 아홉은 진실일 수 없다. 기획 독서를 평가 잣대로 한눈 감는 실질 없는 정책은 정말 재고해 보자. 오랜 관행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원회를 꾸려 선정하는 청소년 추천 도서도 시효가 다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는 인터넷 세상이다. 광대한 독서 지형을 굳이 조각난 창으로 들여다보라고 정책이 권유할 필요가 없다. 그 공력과 예산으로 딴생각을 해 보라. 바야흐로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시대다. 별렀다는 듯 인문대 축소 정책이 가속페달을 밟는다. 청년 취업률 높이기가 지상과제이니 말릴 수도 없다. 그러니 ‘오직 읽을 뿐’인 독서를 한 번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청춘들을 어쩌면 좋은가. 무상 시집(詩集)이라도 어떤가. 어느 시장이 크게 한턱 쏘겠다는 무상 교복 한 벌 값이면 서른 권쯤 사고도 남는다. 무상 급식보다 더 급한 청춘들의 밥이다. 불쏘시개를 하든, 베고 자든, 냄비 받침을 하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sjh@seoul.co.kr
  • 성남시 ‘청년 배당’ 지급 시작… 거세지는 논란

    정부 반대에도 경기 성남시가 연 50만원의 ‘청년 배당’을 지급하면서 ‘보편적 복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은 “내가 낸 세금으로 연봉 4000만원 청년까지 50만원씩 주다니, 절대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성남시는 20일 청년 배당금 지급을 시작한 지 3시간 만에 2000명 가까운 청년이 몰렸다고 밝혔다. 일부 동주민센터에서는 신청자가 몰려 줄을 서야 할 정도였다. 시는 이날부터 50개 동별 주민센터에서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의 신청을 받아 1/4분기 배당금을 지급했다. 취업 여부나 소득, 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주는 보편적 복지 혜택이다. 배당금은 애초 분기별 지급액의 절반인 12만 5000원을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로 지급했다. 올해는 연간 50만원씩 지원한다. 시는 청년 배당을 연간 100만원으로 정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올해는 50만원만 지급하기로 했다. 지급 개시 3시간 만인 낮 12시까지 1951명이 청년 배당을 받아 갔다. 이는 올 한 해 전체 수혜 대상자 1만 1300명의 17.27%에 해당한다. 올해 사업비로 113억원을 확보했으나 중앙정부의 반대로 이 중 절반만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 청년 배당을 받은 김모(24)씨는 “어려운 시기를 겪는 우리에게 청년 배당은 힘이 된다”면서 “책도 사고 문화 활동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 이상호 대표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애타게 하는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외면하면서 자신의 공약인 청년 배당은 강행하고 있다”며 “내가 하면 복지요, 남이 하면 포퓰리즘이라는 전형적인 정치적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이규원(48·성남시 중원구)씨는 “소득이나 재산에 관계없이 지역 청년 모두에게 50만원 나눠 준다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면서 “정말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무상교복’ 지원금을 47개 중학교(위례신도시 2개 중 포함) 학부모에게 15만원씩 모두 지급했으며 ‘산후조리지원금’도 지역 모든 산모에게 25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獨, 아동 못 지킨 보호자도 ‘실형’… 美 일부 州도 처벌 명문화

    獨, 아동 못 지킨 보호자도 ‘실형’… 美 일부 州도 처벌 명문화

    우리나라에 아동학대를 처벌하는 법 조항은 26가지나 된다. 살해나 각종 폭행 등은 물론이고 아동 노동력을 착취한 경우에도 2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심지어 아동 모욕도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아동복지법은 35년 전인 1981년에 만들어졌고 2014년 9월부터 아동학대처벌 특례법까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법이 가짓수만 많지 질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형량만 조금 바꿔 특례법에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다. 형법 제259조에 따라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상해치사에 대해 특례법에서는 단순히 아동학대치사죄로 구분해 5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 수위를 높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세부 사항은 빠진 채 법 이름만 바뀌다 보니 ‘아동 보호’라는 당초 특례법의 제정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아동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해 범죄 유형을 세분화해 처벌하는 외국 사례와 비교된다. 영국의 경우 83년 전인 1933년 아동·청소년법을 만들 당시에도 아동학대 범죄를 연령별, 행위별로 나눠 조문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4세 이상 16세 미만 아동에게 성매매를 위해 유인하거나 성매매를 한 행위에 대해 6개월 미만의 구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집, 거리 등에서 구걸 목적으로 아동을 유인해 이용한 경우 3개월 미만의 구금형에 처하고 5세 미만의 아동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행위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등으로 구체화했다. 특히 1974년 시설보호 아동인 마리아 콜웰 사망 사건을 계기로 중앙정부가 아동학대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1989년 아동법을 제정해 아동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학대와 손상에 대해 엄벌하고 있다. 영국 검찰은 해마다 7000~8000건의 아동학대 사건을 접수해 다룬다. 2014년 기소율만 74.4%로 27.7%인 우리의 3배에 달한다. 영국의 지난해 아동학대 사망 사고가 17건으로 우리(17건, 2014년 기준)와 비슷한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 비해 수사기관들이 아동학대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도 아동학대 처벌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미국 버몬트주는 10세 미만 아동에게 고의적으로 나쁜 취급을 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미주리주는 14세 미만 아동에게 중상해가 발생했는데 그 상해가 성범죄에 의한 것이라면 A급 중죄로 분류한다. 가석방이 되려면 15년 이상 복역해야 한다. 일부 주에서는 부모나 보호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아동이 피해 입는 것을 보호하지 못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아동복지법에 의해 15세 미만 아동에게 집이나 도로에서 관람을 목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하고 있다. 또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 집이나 도로에서 물품의 판매나 배포, 전시를 위해 아동에게 사람을 모으게 하면 3년 이하 징역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한 아동을 학대한 경우에도 1년 이하 징역이나 50만엔 이하 벌금에 처하는 등 처벌 요건을 세분화했다. 독일의 경우 아동복지법 등 아동학대와 관련한 별도 법은 없지만 형법을 확대해 아동학대를 엄벌하고 있다. 아동학대 가해자나 보호 의무를 위반한 사람에 대해 반드시 실형을 살도록 강제하고 있다. 독일 형법(제225조)에서 18세 미만 아동을 학대하거나 악의로 보호 의무를 태만히 해 아동의 건강을 해치면 징역 6개월 이상 10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형관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19일 “외국 사례를 바탕으로 주요 범죄 간 서열화를 하고 아동학대 관련 법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아동 피해자의 나이를 유형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③ 골프] 112년 만의 빅매치…박인비·리디아 고 ‘金전쟁’

    [리우올림픽 메달 전망 ③ 골프] 112년 만의 빅매치…박인비·리디아 고 ‘金전쟁’

    올해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지난 대회와 다른 것 중 하나는 골프의 복귀다. 골프가 올림픽에 처음 선을 보인 건 1900년 파리대회 때다. 하지만 4년 뒤 세인트루이스대회를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이후 한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꾸준한 발전을 거듭한 골프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대중성의 부족함을 채워 내면서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에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는 영예를 안았다. 리우올림픽의 골프 종목에는 남녀 개인전 각각 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단체전은 없다. 단 2개뿐인 112년 만의 금메달은 남녀 1명씩 가져가게 된다. 한국이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여자 부문이다. 올림픽 출전 자격은 세계 랭킹을 환산해 국가별로 쿼터를 결정하는 국제골프연맹(IGF)의 올림픽랭킹에 의해 좌우된다. 남녀 각 1위부터 60위까지, 60명만 출전할 수 있다. 이 예순 명의 명단, 즉 최종 엔트리는 오는 7월 11일 발표되는 올림픽랭킹에 의해 결정된다. 단 가능한 한 모든 나라가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존중해 국가별로 정해진 출전 쿼터는 최대 2명이다. 그러나 세계 랭킹 15위 안에 여러 명이 포함될 경우 4명까지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남자 가운데는 지난해 5월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안병훈(25)이 19일 현재 올림픽랭킹 18위로 출전이 유력하다. 지난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상금왕이자 최우수선수에 오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도 세계 랭킹을 60위까지 끌어올리며 2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둘 외에는 현재까지 올림픽 랭킹 60위 이내에 든 선수가 없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의 리우행은 이미 7부 능선을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여자의 경우 남자에 견줘 치열하기 짝이 없다. 랭킹 2위의 박인비(28)와 5위 유소연(26), 7위 김세영(23), 8위 양희영(27)이 ‘톱10’ 안에 버티고 있다. 이 밖에 세계 랭킹 9위의 김효주(21),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시즌 새내기인 10위의 전인지(22), 14위의 장하나(24), 올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를 평정한 15위의 이보미(28) 등 상위 세계 랭커들이 즐비하지만 올림픽 랭킹 60위권 밖에서 떠돌고 있다. 6개월 뒤를 상상하기란 어렵다. 극단적으로 60위권 밖의 선수들이 매번 우승하고 유력한 이 네 명이 매 대회 때마다 컷 탈락하면 출전 명단이 바뀔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사 치열한 경쟁 끝에 60위 밖의 선수들이 치고 올라온다 해도 랭킹 2위 정도면 ‘안전지대’다. 200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골프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을 때만 해도 한국여자골프의 에이스가 과연 누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한 대답을 던질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의 해가 밝은 지금 박인비가 아니면 다른 정답을 찾을 수가 없다. 박인비를 평가하는 가장 큰 잣대는 메이저 우승이다. 2008년 US여자오픈 이후 지난해까지 7개 메이저 우승컵을 수집했다. 각 봉우리를 한 차례 이상씩 오르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작성하며 이제 ‘명예의 전당’ 헌액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해당 포인트를 충족시키고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 ‘투어 10년 이상’을 채우는 5월 말쯤이면 박인비는 ‘명예의 전당’ 명찰을 달고 올림픽에 나설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박인비에게도 강력한 라이벌이 있다. 지난해 치열하게 랭킹 경쟁을 펼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다. 지난해 박인비와 나란히 LPGA 투어에서 5승을 올리며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타이틀을 차지한 리디아 고는 올해 만 19세가 됐다. 어린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침착한 플레이와 강인한 정신력, 정교한 아이언샷을 갖춘 그는 올림픽에서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박인비도 “나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리디아 고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최근 해외의 베팅업체 ‘스카이벳’은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리디아 고의 우승 배당률을 3분의1로 잡아 박인비의 5분의1보다 더 낮게 평가했다. 또 ‘377벳’이라는 업체 역시 리디아 고에게 4.35, 박인비에게 6.00의 배당률을 매겨 리디아 고가 금메달을 따내는 쪽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큰 무대에서의 굵직한 경험과 우승 전력에서는 박인비가 한 수 위라는 데 국내외 골프계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누가 되든 112년 만의 빅매치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경기 초등학교 일제평가식 시험 단계별 폐지

    경기도 초등학교에서 같은 학년 학생이 같은 날 일제히 정기적으로 치르는 시험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우선 올해는 초등학교 1·2학년, 내년엔 3·4학년, 2018년엔 5·6학년까지 중간·기말시험이 차례로 폐지된다. 경기도교육청은 13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16학년도 교육과정 정책 추진 계획’을 마련해 각급 학교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교과 진도 수업, 수업과 무관한 평가, 학습 성과와 무관한 학생부 기록을 탈피해 수업시간 안에 이뤄지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배움 중심 수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를 위해 교사의 평가권을 강화해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적절한 시기에 평가하게 하고 올해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일제평가식 정기고사를 폐지한다. 초등학교 3∼6학년도 2018년까지 연차적으로 시험을 없애되 올해 우선 같은 문항으로 같은 날짜에 시행하는 시험을 축소한다. 외부기관 시상, 반 배치고사 등을 위한 학년 단위 일제고사도 없어진다. 그 대신 지필 평가와 수행평가에서 논술형 평가를 확대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평가 방법 개선보다 수업 개선에 더 역점을 둔다.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충실하게 기록하려면 교사가 수업방식부터 바꾸지 않고 종전의 문제풀이 식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이해와 요구가 다양한데다 학력과 입시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탈피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고등학교 평가는 지난해와 연계해 일관되게 추진하면서 학생 참여형 수업에 맞은 관찰 평가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관리 위주의 시험 관행도 개선된다. 중·고등학교에서 시험 관리 때 휴대전화 소지, 필기도구 위반 등 부주의나 단순 지시 불이행 행위를 0점 처리하는 규정을 삭제하게 했다. 종전의 엄격한 잣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리기준을 준용한 것이어서 수업을 통한 교사와의 소통 결과를 평가하는 것과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교육적 측면의 평가 심의를 강화하고 평가시스템을 보완해 이의제기에 대한 적극적 대응과 설명을 주문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초등은 일제평가식 정기고사를 폐지하고 교사별 평가를 전면 시행하며, 중등은 입시를 위한 평가가 아닌 정상적인 교육활동 과정과 그 결과로서의 평가에 중점을 둔 게 성장 중심 평가의 골자”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인기짱’ 학생 나서면 왕따 문제 줄일 수 있다” (美 연구)

    “’인기짱’ 학생 나서면 왕따 문제 줄일 수 있다” (美 연구)

    '영향력 있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학교 내 ‘왕따’와 폭력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정책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싣고, 미국 뉴저지 지역 56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2012~2013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뉴저지 주 교육당국의 협조 아래 자발적으로 프로그램 도입을 원하는 학교들에 한하여 ‘뿌리’(Roots)라는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뿌리 프로젝트에서 가장 공을 기울인 부분은 다수 학생들의 가치관 및 인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뿌리’와 같은 학생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연구팀은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실제적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 학교 학생 2만 4191명에게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 10명’을 꼽아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 가장 영향력이 큰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엘리자베스 팰럭 교수는 “보통 어른들이 직접 ‘지도자 학생’을 뽑을 때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착한 학생’을 고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 사이의 실제적 사회관계망을 이용함으로써 진짜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골라내는데 성공했다”며 “이렇게 뽑힌 이들 중에는 학생 간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선정된 학생들을 포함, 학교별로 약 22~30여 명의 학생들을 주기적으로 초청해 이들에게 학생들 간 다툼을 조정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교육 참여는 강요되지 않았지만 과반수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고안한 방식에 따라 교내에 ‘학생 간 폭력 반대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파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스스로 SNS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학생 간 갈등 조절에 힘쓴 학생들에게 기념 팔찌를 선물하는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프로젝트 참여 학교들의 폭력사건 발생 확률이 불참 학교들에 비해 30% 낮아지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가 학교폭력 방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 내 갈등 감소를 위해서는 학생들을 체벌하는 대신,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메시지를 전파하게 하면 된다”며 “왜냐하면 이들의 행동은 학생들 사이에서 ‘무엇이 정상적며 매력적인 행동인가’를 규정하는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인기짱 학생’ 특명, 왕따 친구를 구하라!(연구)

    ‘인기짱 학생’ 특명, 왕따 친구를 구하라!(연구)

    '영향력 있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학교 내 ‘왕따’와 폭력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정책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싣고, 미국 뉴저지 지역 56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2012~2013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뉴저지 주 교육당국의 협조 아래 자발적으로 프로그램 도입을 원하는 학교들에 한하여 ‘뿌리’(Roots)라는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뿌리 프로젝트에서 가장 공을 기울인 부분은 다수 학생들의 가치관 및 인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뿌리’와 같은 학생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연구팀은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실제적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 학교 학생 2만 4191명에게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 10명’을 꼽아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 가장 영향력이 큰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엘리자베스 팰럭 교수는 “보통 어른들이 직접 ‘지도자 학생’을 뽑을 때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착한 학생’을 고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 사이의 실제적 사회관계망을 이용함으로써 진짜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골라내는데 성공했다”며 “이렇게 뽑힌 이들 중에는 학생 간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선정된 학생들을 포함, 학교별로 약 22~30여 명의 학생들을 주기적으로 초청해 이들에게 학생들 간 다툼을 조정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교육 참여는 강요되지 않았지만 과반수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고안한 방식에 따라 교내에 ‘학생 간 폭력 반대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파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스스로 SNS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학생 간 갈등 조절에 힘쓴 학생들에게 기념 팔찌를 선물하는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프로젝트 참여 학교들의 폭력사건 발생 확률이 불참 학교들에 비해 30% 낮아지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가 학교폭력 방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 내 갈등 감소를 위해서는 학생들을 체벌하는 대신,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메시지를 전파하게 하면 된다”며 “왜냐하면 이들의 행동은 학생들 사이에서 ‘무엇이 정상적며 매력적인 행동인가’를 규정하는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시장 교란 기업 퇴출” 조달청의 강경 대응

    [지금 대전청사에선] “시장 교란 기업 퇴출” 조달청의 강경 대응

    조달청이 최근 가격 조작과 부당 납품 등의 불공정 행위를 저지른 조달업체를 잇따라 검찰에 고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공공조달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해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제공하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체는 영구 퇴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7일 조달청에 따르면 계약 과정에서 가격을 조작하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등 부정행위를 한 토목용 보강재 업체 5곳을 사기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부당 납품이 확인된 3개 업체를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민간시장에서 조달청 계약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품을 거래해 ‘우대가격 유지의무’(다수공급자계약 물품 가격을 시장 공급 가격과 동일하거나 그보다 낮게 유지할 의무)를 위반하거나, 계약 체결 당시에는 자신이 직접 생산하는 것처럼 꾸몄다가 실제로는 기존 제품을 조립해 납품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사례도 드러났다. 이들에 대해서는 나라장터 쇼핑몰 거래 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조달청은 이 같은 불공정 행위가 심사·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자행되고 있다고 보고, 비슷한 사례에 대해 엄중 대응키로 했다. 또 30만개에 이르는 품목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계약관리 전담부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직접 생산 여부와 원산지 표시, 적정 가격 등을 훑어볼 계획이다. 각 계약 부서의 사무관을 민원 처리 담당자로 지정해 접수 민원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토록 하는 한편 각 국 심의회를 거치도록 민원 처리 절차도 강화한다. 김상규 조달청장은 “조달시장의 심판자로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담뱃값 인상 ‘금연 효과’보다 ‘세수 효과’ 컸다

    담뱃값 인상 ‘금연 효과’보다 ‘세수 효과’ 컸다

    지난해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세금이 3조 5608억원 더 걷힌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정부 예측치(2조 8547억원)보다 7061억원 더 늘어난 것이다. 담뱃세 인상에 따른 ‘금연 효과’보다 ‘세수 효과’가 더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담배 세수가 예상보다 더 많아지자 정부가 담배제조업체 측에 반출량을 줄여 달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배는 공장에서 반출될 때 세금이 매겨진다. 세금이 더 많이 걷히지 않도록 물량 조절에 나섰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가 7일 발표한 ‘2015년 담뱃세 인상에 따른 효과’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거둬들인 담배 세수는 10조 5340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6조 9732억원)보다 51.1%(3조 5608억원) 급증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추산한 담배 세수 증가분(4조 3000억원)보다는 적지만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하면서 전망했던 세수 증가분보다 7061억원 더 걷혔다. 기재부는 “애초 예측보다 세수가 더 증가한 것은 경고그림 도입 지연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번에 집계한 담배 세수 현황은 실제 세입과는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담배 반출량은 약 31억 7000만갑으로 전년(45억갑)보다 29.6%(13억 3000만갑) 감소했다. 도·소매점 담배 판매량도 지난해 33억 3000만갑으로 전년(43억 6000만갑)보다 23.7%(10억 3000만갑) 줄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2014년 반출량이 판매량보다 1억 4000만갑 많은 반면 지난해는 반출량이 판매량보다 1억 6000만갑 적었다. 2014년은 담뱃값이 오르기 전에 반출량을 늘린 뒤 담배 제조업체가 담뱃세를 수익으로 챙겼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1억 4000만갑이면 담뱃값 인상분(2000원)으로 계산하면 2800억원이다. 지난해는 ‘담배 사재기’ 탓도 있지만 지난 4분기부터 반출량이 줄어든 영향이 커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정부가 반출량을 줄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담배 세수가 크게 늘어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과 10월, 11월 반출량은 각각 3억 2850만갑, 2억 8630만갑, 2억 6310만갑으로 갈수록 줄어들었다. 반면 2014년의 경우 반출량은 각각 5억 7890만갑, 3억 7130만갑, 3억 7730만갑으로 지난해 추세와 달랐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제조업체에 반출량을 줄여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납세자연맹은 이날 기재부의 담배 세수 발표에 대해 “반출량 기준으로 담배세수 증가가 적었다는 정부의 해명에도 흡연율의 주요 잣대인 담배 판매량을 보면 정부의 흡연율 감소 예측치는 심각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담뱃값을 올리면서 담배 판매량이 34.0%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23.7%에 그쳤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골프 프리즘] ‘상금도 대회 개수도 역대 최다’ 2016 LPGA 29일 개막 올 시즌 3대 관전 포인트

    [골프 프리즘] ‘상금도 대회 개수도 역대 최다’ 2016 LPGA 29일 개막 올 시즌 3대 관전 포인트

    올해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여정은 그 어느 해보다 길고 숨가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시즌 개막전 일주일 앞당겨 일단 그 어느 해보다 일찍 시즌을 시작한다. 오는 29일(한국시간)부터 바하마에서 열리는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이 개막전이다. 지난해 2월 초 시즌 첫 대회로 열린 코츠챔피언십보다 일주일 앞당겨졌다. 대회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지난해보다 2개 늘어난 모두 34개 대회가 치러진다. 총상금도 6300만 달러(약 742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파이가 커진 만큼 관전 포인트도 수두룩하다. 올해는 전인지(22·하이트진로)의 신인왕 여부가 주목된다. 올 시즌에는 29명의 루키가 투어에 대거 데뷔한다. ●전인지, 로페스·클리번 등 기대주와 경쟁 LPGA 투어는 5일 홈페이지에서 지난해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투어에 무혈입성한 전인지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투어 카드를 받은 가비 로페스(멕시코), 홀리 클리번(잉글랜드) 등도 기대주로 함께 거론됐지만 전인지만 한 신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Q스쿨 수석 합격자인 중국의 펑시민은 2년차인 탓에 후보에서 제외됐다. LPGA 투어 데뷔 10년차가 된 박인비(28·KB금융그룹)의 행보는 더 비상한 관심을 받는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시기에 관계없이 4대 메이저대회를 한 차례 이상씩 우승하는 것)을 달성했다. ●박인비 올해 10개 대회 출전 시 명예의 전당 여기에 연말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받으면서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27점)까지 모두 채웠다. 올 시즌 10개 대회에 출전하면 박인비는 역대 최연소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다. 박인비는 또 6월에 열리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단일 대회 4연패라는 이전에 없던 기록에도 도전한다. 일반 대회 4연패 기록은 로라 데이비스(1994~97년·스탠더드 레지스터 핑)가 가지고 있다. 박인비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내 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에 복귀하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나서기 위한 경쟁도 본격적으로 치열해진다. 올림픽 골프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따로 없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7월 11일 발표되는 국제골프연맹(IGF)의 올림픽 랭킹을 잣대로 대표팀 당락이 결정된다. 국가당 2명으로 출전 선수가 제한되지만 한국처럼 랭킹 15위 이내의 선수가 많은 국가는 최대 4명까지 출전권이 주어진다. 5일 기준으로 현재 세계 랭킹 15위 안에 8명이나 포함된 한국은 박인비(2위)를 비롯해 유소연(5위·26·하나금융), 김세영(7위·23·미래에셋), 양희영(8위·27·PNS) 등 4명의 출전이 유력하다. 하지만 7월까지 장담하지는 못한다. ●7월 ‘올림픽 모의고사’ 인터내셔널 크라운 올림픽 랭킹은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삼고 세계 랭킹은 각 투어대회에서 반영되는 랭킹 포인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한 대회라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만약 이 4명이 대회 때마다 컷 탈락하고 차순위 선수들이 매번 우승한다면 출전 명단도 바뀌게 된다. 올림픽 메달보다 힘든 게 투어 성적을 쌓는 일이다. 올림픽 개막 2주 전인 7월 22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올림픽 모의고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세계 랭킹 상위 8개국이 맞붙는 국가대항전인 이 대회에는 6월 말 랭킹 기준으로 국가별 4명이 출전하는데 이들이 올림픽 출전 명단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인기 학생’ 나서면 왕따·폭력 줄일 수 있다 (연구)

    ‘인기 학생’ 나서면 왕따·폭력 줄일 수 있다 (연구)

    '영향력 있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면 학교 내 ‘왕따’와 폭력 문제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우드로 윌슨 공공국제정책대학원 공동 연구팀은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을 싣고, 미국 뉴저지 지역 56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2012~2013년에 걸쳐 실험을 진행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뉴저지 주 교육당국의 협조 아래 자발적으로 프로그램 도입을 원하는 학교들에 한하여 ‘뿌리’(Roots)라는 이름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뿌리 프로젝트에서 가장 공을 기울인 부분은 다수 학생들의 가치관 및 인식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뿌리’와 같은 학생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연구팀은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실제적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연구팀은 실험대상 학교 학생 2만 4191명에게 ‘온·오프라인에서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 10명’을 꼽아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학생들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 가장 영향력이 큰 학생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엘리자베스 팰럭 교수는 “보통 어른들이 직접 ‘지도자 학생’을 뽑을 때는 자체적 판단에 따라 ‘착한 학생’을 고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 사이의 실제적 사회관계망을 이용함으로써 진짜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골라내는데 성공했다”며 “이렇게 뽑힌 이들 중에는 학생 간 갈등의 핵심이 되는 인물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선정된 학생들을 포함, 학교별로 약 22~30여 명의 학생들을 주기적으로 초청해 이들에게 학생들 간 다툼을 조정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교육 참여는 강요되지 않았지만 과반수의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고안한 방식에 따라 교내에 ‘학생 간 폭력 반대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파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자기 고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학생들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스스로 SNS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학생 간 갈등 조절에 힘쓴 학생들에게 기념 팔찌를 선물하는 등 다양한 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프로젝트 참여 학교들의 폭력사건 발생 확률이 불참 학교들에 비해 30% 낮아지는 성과가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프로젝트가 학교폭력 방지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 내 갈등 감소를 위해서는 학생들을 체벌하는 대신, 영향력 있는 학생들을 찾아내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메시지를 전파하게 하면 된다”며 “왜냐하면 이들의 행동은 학생들 사이에서 ‘무엇이 정상적며 매력적인 행동인가’를 규정하는 잣대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사설] 새 길 찾는 희망을 얘기하자

    역사는 긍정의 힘으로 나아간다. 공동체는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얘기할 때 길을 찾는다. 2016년 새해, 대한민국 공동체는 나라 안팎으로 위기의 경보음이 끊이지 않는다. 국가적 난관도 국민들이 소망을 품고 소통하며 다 함께 손을 맞잡을 때 극복될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안으로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는 1200조원에 이르고 있어 적신호가 켜졌다. 수출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고 소비 절벽, 실업대란 우려 속에 저출산, 고령화로 성장의 잠재력마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바깥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유럽·일본의 양적완화 지속 등 서로 제 살길에 바쁘다. 국내 정치 일정과 남북한 관계, 동북아 정세를 놓고 볼 때도 정치 환경의 변화가 읽힌다. 국제정치적으로도 한반도 주변 4강의 세력 판도가 미묘하게 재편될 조짐이 없지 않다. 20대 국회를 구성할 4월 총선은 여의도 정치를 진정한 대의정치의 본산으로 거듭나게 할 것인지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하반기에는 내년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 세력 간의 경쟁이 정국을 뒤흔들 수 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36년 만에 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5월에 개최한다. 인민생활 개선과 장마당 같은 초기 시장경제를 확산시켜 나갈 것인지를 비롯한 노선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올 동북아 정세는 11월에 대선을 치르는 미국의 변수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 미·일 동맹과 중·러의 전략적 동반 관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한·일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위안부 문제 타결을 계기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기류가 조성될 수도 있다. ●가보지 않은 길도 합심하면 개척된다 이 같은 나라 안팎의 불확실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제적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국가의 총체적인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한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를 견뎌 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그때마다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고통스러운 개혁을 감내했고 금 모으기 캠페인과 같은 국민적 합심이 위기 극복의 추동력이 됐다.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라고 한다. 지난 연말 국회에서 노동개혁법을 비롯한 경제활성화 관련 법이 야당의 제동으로 처리되지 못했지만, 연초에라도 제도적 정비를 갖춰야 한다. 기업이 자유롭게 채용을 하려면 성과가 나쁜 사람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 물론 사용자의 일방적인 잣대로 해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완장치는 필수적이다. 업계도 ‘중국 시장은 끝났다’고 한탄하지 말자. 제조업에 문화예술을 결합하면 제3의 잡종강세 융합 상품이 나올 수 있다. 블루오션은 찾으면 있게 마련이다. 남북 관계 개선에 따라서는 북한은 무진장한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바이오, 의약, 전기차 등 새로운 먹거리도 얼마든지 신성장 동력으로 우뚝 설 수 있다. 비록 이 길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두려운 길이라 해도 경제주체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함께 나간다면 새 길은 반드시 개척되고야 말 것이다. ●위기 극복의 동력을 만드는 정치 되어야 올 4월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위기 극복의 동력을 생산하는 정치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경제를 선심 포퓰리즘의 수렁으로 밀어 넣는 정치가 판을 치기 쉽다. 유권자들이 여기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정치가 바로 서고 경제가 살려면 정책 노선이 다른 정파라 해도 서로 논쟁하면서도 결국은 타협점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 내는 의회문화가 필수적이다. 총선에서 여당 후보를 찍느냐, 야당 후보를 찍느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분법적인 진영 논리에 매몰된 현 정치권의 비타협적인 의회 문화를 바로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권자들이 4·13 총선에서 냉철한 투표권 행사를 통해 이를 교정할 수 있다. 올해는 남북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평화적 관리에 역점을 두자. ‘통일 대박’은 우리 모두의 꿈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준비해 나가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다. 지금은 민족공동체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더 노력하자. 남북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 ‘개성만월대유적발굴사업’ 등 민족의 뿌리를 공유하는 사업을 더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적교류 접촉은 규모가 크면 클수록, 횟수가 잦으면 잦을수록 신뢰가 더 쌓인다. 인도적 지원 사업도 한 단계 끌어올려 산림녹화 등 작은 프로젝트별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남북 관계 개선에 촉진제가 된다. 동북아 외교도 과거 냉전시대의 진영 외교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한·미 동맹 관계와 한·중 전략적 동반 관계가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남북한이 북핵 문제를 다룰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북·미 회담 또는 6자회담과 같은 다자 테이블에서 이뤄질 수 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종속적이 아니라 주도적인 외교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내외 여건이 어려울수록 국가 지도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서로 소통하고 나누고 보듬고 품는 대한민국 공동체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거기에서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얘기하고 새로운 길로 담대하게 나아가야 한다. 한 국가의 진운은 국민이 품는 희망의 총량에 따라 달라진다. 그 희망의 총량이 크면 클수록 앞길은 탄탄대로로 펼쳐진다. 위기를 기회로 바꿔 활기찬 대한민국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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