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잣대
    2026-06-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24
  • [사설] 검찰 수사에 대한 선관위의 이례적 재정신청

    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의 선거사범 기소에 반발하고 나섰다. 4·13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당선자 12명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이 친박 김진태·염동열 의원 등 2명을 빼고 기소하자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것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여당(11명), 야당(22명) 등 의원 33명을 기소했다. 그렇지 않아도 야당으로부터 “친박은 봐주고 야당은 탄압하는 편파수사”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워졌다. 재정신청이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불기소 처분의 당부를 가려 달라고 직접 고등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선관위가 이들 2명의 의원을 고발할 때는 합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김 의원이 허위 사실 내용을 지역 유권자 9만명에게 문자로 뿌렸는데도 “내용을 잘 몰랐다”는 해명을 순순히 받아들여 기소하지 않았다. 염 의원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 지난 1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친박인 새누리당 지상욱 예비후보 캠프의 금품 살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수사 경찰의 증언까지 나왔다. 늑장 수사로 지 의원이 검찰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을 수도 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서울 구로을) 의원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구로 지역 모든 학교의 반 학생수를 25명으로 줄였다”고 단 한번 발언했는데 기소 전날까지 아무런 얘기가 없다가 전격 기소됐다고 한다. 옆 지역구인 구로갑까지 포함하면 평균 학생수가 25.7명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이 ‘모든’이라는 단어 하나까지 문제 삼으며 야당 의원들을 수사망에 넣기 위해 일부러 작정하고 달려든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쯤 되면 “검찰이 이중 잣대로 야당과 정적을 잡는 데 권력을 쓰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이 무리한 정치 공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선관위조차 재정신청이라는 방식으로 검찰의 불편부당함에 대한 의사표시를 했겠는가. 검찰이 재정신청에 대해 뭐라고 말할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눈에는 사실상 선관위로부터도 수사의 형평성을 잃은 ‘편파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검찰은 권력의 의중을 읽고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 검찰이 하는 것을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권력 앞에서 숨소리조차 못 내면서 자신들의 허물은 감추고, 개그맨의 발언을 수사하겠다는 것을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 [단독] 28년 전 ‘日 정치스캔들’ 주역 리크루트 한국서 피소

    일본 취업정보 업체 ‘리크루트’가 최근 한국에서 특허법 위반 혐의로 피소돼 우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리크루트는 1988년 정·관계 인사 76명에게 미공개 주식을 불법 양도해 당시 다케시타 노보루 일본 총리 등 ‘거물’들까지 사임하게 했던 ‘리크루트 스캔들’의 장본인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8월 관련 고소장을 접수한 뒤 지적재산권 문제를 담당하는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최근 고소인 측 조사까지 마친 상태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한국 검찰이 다루는 일본 기업 간 형사 사건이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고소장을 낸 일본의 취업정보회사 ‘크리니칼’은 2007년 9월 한국에서 취득한 ‘취직 정보제공시스템’에 대한 특허권을 리크루트가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취업 희망자의 학력, 적성 등을 파악한 뒤 실제 회사와 연결시켜 주는 크리니칼 프로그램은 한국, 일본에서 출원이 이뤄졌다. 리크루트는 2004년 크리니칼과 해당 프로그램 사용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프로그램을 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리크루트가 공개한 재무 자료에 의하면 관련 사업으로 올린 매출은 2013년 한 해에만 2668억엔(한화 약 2조 9000억원)이고, 2006년부터 기록한 총매출은 1조엔(약 11조원)으로 추정된다. 크리니칼 관계자는 “일본에서 논란이 일자 2012년 무렵 800억원에 특허권을 매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협상을 주도하던 리크루트 창업주가 사망하고, 곧이어 일본 증시 상장에도 성공하면서 돌연 입장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크리니칼은 같은 혐의로 2014년 7월 일본 검찰에 고소장을 냈지만 여전히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특허 변호사는 “일본에서 리크루트의 영향력이 대단한 데다 수사 속도도 한국만큼 빠르지 않다”며 “우회로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리크루트는 2014년 상장 때 시가총액만 18조원으로 일본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진 1990년대 이후 일본 최대 규모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면서 “국내 굴지의 로펌들까지 가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크리니칼은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고소를 벌일 예정이어서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향후 고소전의 잣대가 될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보고 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사설] 신속·공정한 재판으로 총선 후유증 줄여야

    지난 4·13 총선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가 있는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어젯밤으로 끝났다. 검찰 수사망에서 벗어난 국회의원들이야 족쇄를 벗었지만 기소된 이들은 배지를 떼냐 마냐의 기로에 섰다. 여야 간 공방도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와 윤호중 정책위 의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해 의원들이 줄줄이 기소되자 ‘노골적인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야 간 대치 정국이 더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더민주는 이번 검찰의 기소를 놓고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검찰 및 청와대와 전면전을 벌일 태세다. 추 대표는 “최순실·우병우 사건을 덮기 위한 물타기, 치졸한 정치공작, 보복성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다. 선거사범에 대해 법에 따라 엄정 대처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 대표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이건 야당이건 선거 비리로 기소됐다면 우선 반성과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다. 개인적으로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수억원의 공천 헌금을 받고 수천만원을 유권자들에게 뿌린 이들마저 정치 희생양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공천 전횡 의혹이 담긴 통화록 녹취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정권의 실세들은 무혐의 처리해 준 반면 야당 의원들은 무더기로 기소한 것은 다분히 편파 수사로 비칠 수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친박 무죄, 비박 유죄’, ‘검찰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야당에서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을 단순히 정치 공세로 보기만도 어려워졌다. 정당별로 기소된 의원들을 봐도 어제 오후 현재 야당(20명)이 여당(11명)의 거의 2배나 된다. 게다가 여권에 미운털이 박힌 더민주 출신의 정세균 국회의장 주변까지 검찰의 칼끝이 향한 대목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특히 허위사실을 공포한 혐의로 제1야당 대표를 기소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있다. 법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적용하는 법의 잣대 역시 같아야 한다. 정권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무딘 칼날을, 야당에는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댄다면 그것은 검찰 자신이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신속하고도 공정한 수사와 판결로 불필요한 정쟁을 빨리 끝내야 한다.
  • 최경환 윤상현 현기환 무혐의…이재오 “이것보다 더 큰 선거법 위반이 어딨냐”

    최경환 윤상현 현기환 무혐의…이재오 “이것보다 더 큰 선거법 위반이 어딨냐”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고발된 최경환·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4ㆍ13 총선 과정에서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경기 화성 갑)에 등록한 예비후보에게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한 녹취록이 공개돼 기소된 바 있다. 13일 늘푸른한국당 창당준비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은 “선거법 중에서도 최악의 선거법을 적용해야 하고, 아주 나쁜 죄질”이라며 “검찰이 어떻게 판단한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국민 상식 잣대로 볼 때 안 맞는다”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그 지역구 가면 안 된다, 딴 지역구 가라, 아니면 뒷조사해서 사달낸다’ 이건 완전 협박이다. 후보 불출마 협박하는 건데 이것보다 더 큰 선거법 위반이 있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또 세 사람의 무혐의 처분과 동시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것을 두고 “기소한 내용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국민들이 볼 때 뭔가 석연치 않다”며 “선거 협박범은 무혐의 처분하고 야당 대표는 얼마나 중한지 모르지만 기소하느냐”며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지금 기소 안 된 의원 중에도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 많다”며 “야권 단일후보라고 실컷 주장했는데 검찰에 가서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하면 증거 확인도 안 하고 증거불충분으로 기소 안 된다.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지금 선거법, 정치자금법 위반 선거 이후 6개월인데 어영부영하다 보면 6개월이 지나간다”며 “공소시효를 임기 내내 적용해야 하지만, 그러면 의원들의 의정활동이 위축되거나 권력이 의원들을 탄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임기 1년에서 2년 이하로는 선거법 위반 조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4ㆍ13 총선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가 13일로 완료된다. 검찰은 12일까지 선거법 위반 혐의로 현역 의원 29명을 기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임창용 논설위원

    ‘폴크 대 어웨어 사건’은 미국에서 ‘블랙리스트’의 가공할 위력을 드러낸 대표적 사건이다. 1950년대 냉전체제 시작과 함께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고, 그 바람은 문화계에서도 매서웠다. 당시 조 매카시 상원의원을 추종하는 사설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는데 ‘어웨어’도 그중 하나였다. 무명 작가 빈센트 하트넷 등이 만든 이 단체는 특정인을 공산주의 동조자로 암시하는 간행물을 내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리스트는 문화계 채용과 해고의 기준이 됐다. 업계에선 아예 하트넷에게 자문료를 내고 채용 예정자의 사상 검증을 의뢰할 정도였다. 이때 반기를 들고 나선 인물이 CBS 라디오 인기 진행자였던 존 헨리 폴크다. 하지만 그 또한 블랙리스트에 올라 CBS에서 쫓겨난다. 긴 소송 끝에 승리하지만 이미 청취자들로부터 잊혀 재기에는 실패한다. 블랙리스트의 특징은 인물 정보가 암암리에 수집되고 쓰임새는 더 비밀스러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검증되지 않는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피해자는 자신이 왜 당하는지조차 모르기 쉽다. 폴크 대 어웨어 사건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문화예술인이 이유도 모른 채 해고되거나 채용을 거부당했다. 고용주는 업무상 사소한 실수를 내세웠지만, 실제 이유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다. 리스트에 들어간 이유 또한 황당했다. 공산주의 옹호 발언을 한 사람과 친하다든가, 그가 주관하는 행사를 후원했다든가 하는 식의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청와대가 지난해 9000명이 넘는 문화예술계 인사 명단을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보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명단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 등에 참여했거나,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문재인·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 참여 인사 등을 담고 있다. 그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5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블랙리스트 존재 가능성을 제기했다. 회의록엔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이 기금 지원과 관련해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라는 등 블랙리스트를 암시하는 듯한 언급이 나와 있다. 11월 회의록에선 심사위원 추천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로 해서 심사에 빠졌다’는 한 참석자의 발언도 나온다. 블랙리스트는 지난해부터 문화예술계의 논란거리였다. 담당 공무원들이 각종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서 매 심사 단계마다 지나치게 시간을 끌고, 간섭하는 게 블랙리스트 때문 아니냐는 의심이 불거졌다. 문화예술인들을 정치·이념적 잣대로 차별한다면 이는 문화예술 발전에 독이 될 뿐이다. 과거 1970, 80년대 군사독재 시절 검열과 탄압 아래 문화예술인들은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문화예술 발전도 멈췄다. 의심스러운 명단이 나온 만큼 그 실체가 반드시 규명됐으면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나이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나이 차별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새파랗게 젊은 것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못해 먹겠다.” 얼마 전 국정감사를 받던 70대 한 기관장의 말이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에 대한 멸시와 비하의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질문한 사람들은 50대 중반의 국회의원이었음에도 오직 나이라는 잣대 하나로 그들의 지위와 역할, 지식이나 능력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정작 나이를 이유로 수모당한 직접적인 피해자는 오히려 그 ‘젊은 것들’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태도와 언행은 노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연령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공공연한 일상이다. 10여년 전 40대 초반에 취임한 행정자치부 장관이 국회에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60대 중반의 국회의원으로부터 “젊은 나이에 장관 됐는데 기분 좋지요?”, “아직 장관이 젊어서 잘 모를지 모르지만”, “내가 나이도 장관보다 많고” 등 무수한 조롱을 받았다. 그는 결국 6개월 만에 물러나고 만다. 나이를 들먹이며 행해지는 부당한 차별은 직장에서 더 심각하다. 20·30대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하게 되면 직장에는 모두 ‘어른들’뿐이다. 10년 이상 자신을 낮추고 온갖 잡일 다 해가며 나이 든 선배와 상사를 모시다가 40대가 돼야 겨우 한숨을 돌린다. 오죽하면 김용 세계은행 총재도 “입사 후 마흔이 되기 전까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서 “나이 차별이 있는 한 한국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겠는가. 그래서인지 50대를 넘기면 이제부터 ‘내 맘대로 살아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이처럼 나이 차별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사회적 편견이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고 성인의 권리를 훼손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 관계를 수직적으로 서열화함으로써 정상적인 대화와 토론을 가로막는다. 나아가 젊은 세대에게는 부당함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고 약자로서의 비굴함을 키운다. 최근 5년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행위 상담 건수를 보면 나이와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 장애인과 성희롱 다음으로 많았다. 두 유형의 진정 접수 건수를 합하면 매년 200~300건으로 성희롱 진정 접수 건수를 능가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잘못된 편견은 바로잡아야 한다. 우선 ‘새파랗게 젊은’ 세대를 위한 ‘나이차별금지법’을 만들자. 고령자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노인차별주의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청년차별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상의 연령차별금지’만이 아니라 업무와 생활상의 차별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 양성평등법의 성희롱 규정과 같이 젊은 세대들이 연령에 의한 차별, 편견, 비하 및 폭력 없이 인권을 동등하게 보장받고 모든 영역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대우받도록 하자. 또한 나이 ‘차별’만이 아니라 나이 ‘괴롭힘’도 금지하자. 영국의 연령차별 규칙도 나이를 이유로 적절치 못한 언행, 모욕적인 농담, 사회적 모임으로부터의 배제 등의 괴롭힘을 모두 차별금지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연장자 중심의 제도와 관행도 바꾸어야 한다. 직장에서 보수 지급 기준은 여전히 직무나 직급보다 나이와 근속연수가 먼저다. 20대 후반에 입사해 30대, 40대까지 어렵고 힘들게 살다가 근속 호봉이 빵빵한 50대에 도달하면 악착같이 기득권을 지키는 세대 간의 차별적 악순환을 끊을 수는 없을까. 지난해 논란 끝에 확정된 공무원연금제도의 개혁 역시 젊은 재직 공무원이나 신입 공무원들의 희생과 부담만을 더욱 키웠다는 평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모두 인정하고 선관위까지 나서 제안한 선거 연령 18세 인하 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저자 한윤형은 “20대는 386 부모 세대의 훼방만 이겨 낸다면 놀라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상회담’ 프로그램 미국 대표였던 타일러는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부당한 일도 참아 내는 우리들의 비정상을 “참지 말고 항의하라”고 일침을 놓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나이 중심의 위계질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계급과 권위가 아니라 존경과 감사의 상징이 될 수는 없을까.
  • 두산밥캣 상장 연기…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 강등 위기

    두산밥캣 상장 연기…두산인프라코어 신용등급 강등 위기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의 상장 연기로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용평가사들은 두산그룹이 두산밥캣 상장을 연기하자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사의 신용도 모니터링 작업에 착수했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10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차입금이 그룹 내 40%를 차지한다”며 “제대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물론 그룹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두산밥캣 상장 연기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도가 악화할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겠다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두산밥캣 상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도 개선의 잣대”라며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두산인프라코어 신용도 조정 가능성이 커진 만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두산밥캣 상장은 그룹 내 긍정적인 크레딧 이벤트로 여겨졌었다”며 “하지만 차질이 생기면서 그룹 신용도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BBB’ 수준으로, 추가 강등되면 ‘BBB-’나 투기등급인 ‘BB’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신용평가사들은 실제 등급하향 조정은 더 지켜봐야 할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신용평가사들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두산밥캣 상장으로 1조 1000억원이 유입되면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산밥캣은 공모를 위한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가 기대 범위의 하한 수준인 4만 1000원을 밑돌자 상장이 연기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 회사채 규모가 6500억원에 이른다. 당장 내년 2∼3월에 3200억원어치가 만기 도래한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현재 신용등급 ‘BBB’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만기 도래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내년에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사채(영구채)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있어 자금 부담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다. 2012년 9월에 발행된 이 영구채는 만기일은 2042년 10월 5일이지만, 내년 10월에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외 채권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하거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모기업에 해당하는 두산중공업의 재무 상황도 여의치 않은 편이다. 한편 두산밥캣은 다음 달 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까지 완료를 목표로 상장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실상 총량관리…은행들 4분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종합)

    사실상 총량관리…은행들 4분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종합)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대한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가운데 당국이 직접 총량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 설정 목표’에 근거한 사실상의 총량 관리이다. 은행에서 대출 심사 잣대를 한층 깐깐하게 들이대거나 더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자산건전성에 비춰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과도한 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해달라고 지속해서 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주택시장에서도 분양물량이 대거 대기하고 있어 중도금 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이 자율적으로 설정한 연말 가계대출 목표치 상황을 점검하고,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는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차원의 금감원 특별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임 위원장은 “인위적인 총량 관리로 가계부채를 단기에 과도하게 억제하면 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언급해 정부가 부동산 시장이 꺾일 정도의 과도한 속도 조절을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미 일부 시중은행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에 가산금리를 소폭 높여 적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2.70%로, 8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태도는 한은이 조사하는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이 지난 6일 발표한 가계 대상 주택담보대출 태도지수 전망치는 -27로, 마이너스를 기조를 이어갔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고 밝힌 기관보다 많다는 뜻이다.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한 것도 대출심사 강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0%의 리스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은행들은 분양 사업장별로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지를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사업성이 낮거나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거부할 경우 은행이 개별 차주의 상환능력을 보고 대출한도를 제한하거나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은행권 가계대출 사실상 총량관리…대출 심사 잣대 깐깐하게

    은행권 가계대출 사실상 총량관리…대출 심사 잣대 깐깐하게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대한 자체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 조절을 주문한 가운데 당국이 직접 총량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율적 설정 목표’에 근거한 사실상의 총량 관리이다. 은행에서 대출 심사 잣대를 한층 깐깐하게 들이대거나 더 높은 가산금리를 적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나 자산건전성에 비춰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과도한 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리스크관리를 적절히 해달라고 지속해서 신호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주택시장에서도 분양물량이 대거 대기하고 있어 중도금 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규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정한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살펴보고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자산규모 대비 지나치게 가파른 금융회사를 상대로 특별점검에 나서는 등 리스크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8월 한 달간 은행권 가계대출은 8조 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어 월간 기준 최대 증가치(지난해 10월 9조원)에 육박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이어졌지만,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대출도 2조 5000억원이나 늘어 2010년 5월(2조 7000억원) 이후 사상 두 번째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만 9월 들어서는 KB국민·우리·하나·신한·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 폭이 8월 대비 9000억원가량 줄어드는 등 증가세가 소폭 둔화하는 분위기다. 일부 시중은행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주택담보대출 등에 가산금리를 소폭 높여 적용하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8월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7월보다 0.04%포인트 오른 연 2.70%로, 8개월 만에 오름세를 보였다.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태도는 한은이 조사하는 대출행태 서베이에서도 드러난다. 한은이 지난 6일 발표한 가계 대상 주택담보대출 태도지수 전망치는 -27로, 마이너스를 기조를 이어갔다. 전망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 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고 밝힌 기관보다 많다는 뜻이다. 8·25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 보증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추기로 한 것도 대출심사 강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0%의 리스크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은행들은 분양 사업장별로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이 없는지를 더 꼼꼼히 들여다볼 수밖에 없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外人지분 높고 족벌체제… 韓대기업은 ‘방어력 부족한 먹잇감’

    外人지분 높고 족벌체제… 韓대기업은 ‘방어력 부족한 먹잇감’

    헤르메스, 삼성·현대차 지분 다수 블랙스톤도 삼성전자 지분 사들여 업계 “韓, 헤지펀드 놀이터로 찜” 지배구조 불투명성도 공격 부추겨 경영권 보호장치 취약… 대책 시급 삼성 공습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엘리엇 매니지먼트 외에도 상당수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우리나라 대기업 지분을 속속 사들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4.65%를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0.034%), 삼성화재(0.47%), 현대차(0.025%), 현대모비스(0.129%) 등 삼성과 현대차그룹 핵심 기업 지분도 다수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삼성전자 지분(0.0002%)을 사들였고, 싱가포르 시장을 중심으로 한 헤지펀드 ASP자산운용도 삼성전자(0.0002%)와 현대모비스(0.7%)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투자업계에서는 이미 “한국은 헤지펀드가 찜한 놀이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왜 한국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적당히 살이 붙었으면서도 방어 능력은 부족한 먹잇감’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기업은 외국인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7일 현재 국내 10대 기업의 외국인 평균 소유 지분은 42.66%다. 외국인 간 합종연횡만으로도 언제든 경영권을 뒤흔들 수 있다. 삼성전자만 해도 외국인 지분율(50.71%)이 절반을 넘는다. 반면 오너 일가 4.84%(이건희 회장 3.49%,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6%, 이재용 부회장 0.59%)를 포함한 삼성 측 지분율은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헤지펀드들이 눈독을 들인다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외국인 지분 역시 각각 43.21%와 49.08%다. 한전(33.12%), SK하이닉스(51.83%), 네이버(61.05%) 등도 외국인 지분이 높다. 한 투자은행(IB) 고위 임원은 “운용자산만 150조원이 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작정하고 달려들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는 국내 기업은 몇 개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질적 약점인 족벌 체제와 경영 불투명성도 헤지펀드들의 공격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헤지펀드들은 몇 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뒤 지배 구조가 취약한 가족 기업을 겨냥하는 일이 많은데, 국내 대기업은 대부분 오너를 중심으로 한 가족 기업 형태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국제적인 기준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기업은 한참 뒤처진 잣대로 기업을 운영하는 일이 태반”이라며 “굳이 경영권 획득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투명한 경영과 주주 이익 보장을 명분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엘리엇의 2차 공격은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보호 수단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점도 공격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식 종류별로 의결권 수에 차등을 두는 ‘차등의결권’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8개국이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지하고 있다. 적대적 기업 인수 비용을 높이는 ‘황금낙하산’ 제도는 허용돼 있긴 하지만 도입하려면 각 기업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외국인 지분이 높아 정관 변경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 기업들의 목소리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영권 보호 장치가 미진한 것이 사실이지만 자칫 이런 말을 꺼내면 ‘대기업 편만 든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순환출자 해소 등 투명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인 토론과 공감대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In&Out] 풍요로운 삶 위한 스포츠 정책을 기대하며/이정대 미국 조지아그위넷대 교수

    [In&Out] 풍요로운 삶 위한 스포츠 정책을 기대하며/이정대 미국 조지아그위넷대 교수

    미국 문화의 근간은 개척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는 미국 문화 현상 중 단연코 가장 열광을 많이 받는 것 중 하나일 것이다. 스포츠 현장에서만 확연히 두드러지는 도전정신 혹은 경쟁 등이 그들의 개척주의와 잘 부합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생활체육 저변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넓히는 데 주력한다. 국제적으로 미국은 엘리트 스포츠는 물론 생활체육까지 타국에 좋은 본보기를 제시한다. 자타 공인 ‘스포츠 선진국’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미국에는 국가 차원의 체육정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미국에는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처럼 체육정책을 전담할 만한 정부의 행정기구가 따로 없다. 물론 미국올림픽위원회나 그 산하 경기 단체가 있지만 국가 정책적 기능과는 거리가 먼 단체로 규정돼 있다. 혹 있을지 모를 일명 ‘스포츠’ 혹은 ‘체육’이라는 이름 아래 운영되는 정책 담당 부서조차 없다. 예산 편성에서는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이라고 항목을 찾을 수 있었지만, 전체 예산 규모와 비교한다면 매우 미미하다. 체육정책에 대한 기사나 연구논문 역시 쉽게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는 국가가 주도하는 체육정책이 존재한다. 정부는 지난 몇십년 동안의 한국 스포츠에 깊게 관여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예전에는 체육부), 연구소, 선수촌 등이 스포츠 인구 확대, 프로그램 및 시설 관리, 경기력 향상 연구, 더 나아가서 자금이나 국민 정서를 움직일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행정력이 이들 국가주도 정책들의 결과물들로 나타난다. 필자는 미국도 국가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한국에서처럼 적극적으로 이뤄진다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미국 스포츠는 지나친 물질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적 경쟁으로 인해서 최근 약물이나 여러 도덕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조금 강력한 정부 차원의 정책적 통제와 관리가 있었다면 그러한 문제들이 대폭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바람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무작정 정부 주도의 정책을 환영하고 받아들일까 하는 의문 역시 가져본다. 미국은 개인의 의지와 신념을 비교적 존중하고 그 권리를 매우 중시하기 때문에 일방적이고 획일화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개입을 무조건 환영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에는 종목별로 혹은 지역적으로 무수히 많은 스포츠 조직들이 있다. 스포츠 종목에 따라 대부분 자생적으로 형성되지만 나름의 필요 때문에 다양한 정책을 내세워 그 조직을 유지한다. 한국적 풍토로 보면 공인 조직이 아닌 소위 ‘사설’ 조직인 셈이지만 많은 조직이 뜻밖에 건실하고 공적 인지도 또한 높다. 더불어 스포츠인들의 넓은 저변으로 인해서 공적 인지도만 갖추고 있다면 쉽게 소멸하는 조직들은 찾아볼 수 없다. 이들에게도 나름대로 정책이 있지만, 조직 구성원의 필요와 추구 점에 따라 매우 정밀하고 탄력성 있게 정책이 입안이 되고 시행된다. 하지만 그들의 정책 대부분은 개개인의 긍정적인 스포츠 경험과 안전에 대한 지원에 매우 집중돼 있다. 스포츠 정책의 필요성과 그 효율성에 관련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의 여러 자생 스포츠 조직들이 국가 차원의 정책적 개입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미국의 스포츠 문화가 더욱 개개인의 삶의 가치와 추구 점에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형성되는 토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책이 필요하다면 조금 더 개인의 삶에 대한 긍정성에 중점을 둬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단편적으로 금메달이나 성적으로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지 않는, 하지만 조금은 이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스포츠에 참가하는 개개인의 긍정적 삶의 발전에 잣대가 주어지는 그러한 정책을 바라는 것이다.
  • [사설] 있으나 마나 한 고위 법관 재취업 심사

    고위 법관의 재취업 심사가 있으나 마나 한 장치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퇴직해 취업 제한 기관에 재취업한 고위 법관들은 전원 취업 심사에서 통과했다. 대법원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관으로 분류된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으로 재취업한 고위 법관과 법원 공무원은 18명이다. 이들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한 사람도 빠짐 없이 통과해 LG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취업 이후 심사를 받은 사람도 8명이나 됐다. 그중에는 취업 1년 후 심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공직자 재취업의 뒷북 심사는 비단 고위 법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통계에서는 공직자 재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한 다음에야 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쪽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검사 출신 재취업 신청자 중 심사도 없이 기업에 무단으로 취직한 경우는 30%나 됐다. 귀가 따갑도록 개선을 주문해도 고쳐지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는 과연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윤리위의 까다로운 잣대에 걸려 재취업이 막혔다는 사례는 소문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러니 공무원들이 취업 심사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대로 엄격히 적용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문제는 공직자윤리위가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심사를 하면서도 심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규정을 따른 사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공직자 중에서도 특히 고위 법관들의 재취업을 엄격히 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력과 인맥에 기댄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온 국민이 사회 체질 개선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어느 곳보다 부패 관행 척결에 앞장서야 할 쪽이 공직사회다. 이런 엄중한 현실인데 법관들이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망각한 관행을 이어 간다면 어불성설이다. 재취업 공직자 당사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해야만 심사가 진행되는 현행 제도의 구멍부터 손봐야 한다.
  • [사설] 있으나 마나 한 고위 법관 재취업 심사

    고위 법관의 재취업 심사가 있으나 마나 한 장치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퇴직해 취업 제한 기관에 재취업한 고위 법관들은 전원 취업 심사에서 통과했다. 대법원이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기관으로 분류된 대기업이나 대형 로펌으로 재취업한 고위 법관과 법원 공무원은 18명이다. 이들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한 사람도 빠짐 없이 통과해 LG나 삼성전자 등 대기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심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 취업 이후 심사를 받은 사람도 8명이나 됐다. 그중에는 취업 1년 후 심사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공직자 재취업의 뒷북 심사는 비단 고위 법관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최근 통계에서는 공직자 재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한 다음에야 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쪽도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검사 출신 재취업 신청자 중 심사도 없이 기업에 무단으로 취직한 경우는 30%나 됐다. 귀가 따갑도록 개선을 주문해도 고쳐지지 않는 까닭을 알 수 없다. 공직자윤리위는 과연 심사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심스럽다. 윤리위의 까다로운 잣대에 걸려 재취업이 막혔다는 사례는 소문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러니 공무원들이 취업 심사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개정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다. 이대로 엄격히 적용된다면 걱정할 게 없다. 문제는 공직자윤리위가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심사를 하면서도 심사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규정을 따른 사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공직자 중에서도 특히 고위 법관들의 재취업을 엄격히 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력과 인맥에 기댄 전관예우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온 국민이 사회 체질 개선에 소매를 걷고 나섰다. 어느 곳보다 부패 관행 척결에 앞장서야 할 쪽이 공직사회다. 이런 엄중한 현실인데 법관들이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망각한 관행을 이어 간다면 어불성설이다. 재취업 공직자 당사자가 취업심사를 요청해야만 심사가 진행되는 현행 제도의 구멍부터 손봐야 한다.
  • 박원순 서울시장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 물 공급 안 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 물 공급 안 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이 “앞으로는 경찰 물대포에 서울시 소화전의 물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 백남기 농민을 쓰러지게 한 경찰의 물대포 사용과 관련해 “서울시가 소화전을 통해 경찰 살수차와 물대포에 물을 공급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앞으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 산하기관인 소방재난본부가 소화전에 쓰는 물은 화재 진압을 위해 쓰는 것이다. 시위 진압을 위해 그 물을 쓰게 하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서도 박 시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소방용수시설은 기본적으로 소방용도로 쓰게 돼 있고 (물대포 등에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물대포에 사용되는 물은 통상 경찰이 서울시 관할인 종로소방서에 사용협조 공문을 보내 사용한다. 지방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울시가 노사합의로 결정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국민이나 당사자의 동의와 합의를 얻지 못한 점에서 생명력이 없다”고 정부의 일방도입 방침을 비판했다. 박 시장은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등 힘쓰는 사람은 성과연봉제 안 하고 노동자만 하나. 대통령 직무와 국회의원 직무를 어떻게 성과연봉제로 평가하겠냐 그런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만이라도 공공기관 잣대를 수익이 아니라 공공성을 얼마나 잘 실현하고 있느냐로 기관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청년수당이 포퓰리즘”이라는 중앙정부 비판에 대해 박 시장은 “저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년수당만 하더라도 저희들이 협의체를 만들자, 대통령 좀 뵙자, 이렇게 수없이 전했는데 결국은 법정까지 가지 않았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박 시장은 “박원순을 보지 말고 제발 청년들, 시민들, 국민들 좀 보라,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면세점 강남대전 개막… 12월 PT가 당락 가를 듯

    면세점 강남대전 개막… 12월 PT가 당락 가를 듯

    롯데, 월드타워점에 유치 배수진 SK “워커힐 면세점 2.5배 확장” 한화·두산 포기… 기존 사업 주력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 3장을 놓고 ‘강남대전’이 시작됐다. 롯데, 현대백화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가 후보지로 강남을 골랐다. SK네트웍스는 기존 면세점 부지였던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을 후보지로 내놨다. 면세점 대표들은 입찰 마감일인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본부 세관을 직접 방문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화갤러리아63과 두산(두타면세점)은 참여를 포기했다. 기존 면세점의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입찰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네트웍스의 복귀 여부다. 롯데면세점은 이날 입찰 서류 제출에 앞서 노사가 함께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23층 전망대에 올라 특허 획득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롯데로서는 올해 말 완공될 월드타워의 성공을 위해 면세점 유치가 절실하다. 롯데 측은 지난 6월 월드타워점 폐점 이후 직원들의 순환 근무, 월드타워점 내 인터넷면세점 키오스크 설치 등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근숙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은 “이번에도 특허를 받지 못하면 진짜 실직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과 근심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SK네트웍스는 대규모 투자안을 내놨다. 12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장의 인피니티 풀과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스파 시설을 갖춘 ‘워커힐 리조트 스파’를 2년 내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앞으로 5년간 6000억원을 투자하고 워커힐 면세점 공간은 기존 공간보다 2.5배 넓은 1만 8224㎡(총면적 기준)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했던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점을, 면세 사업을 시작한 신세계DF는 센트럴시티를 각각 후보지로 내놨다. 현대산업개발과 신라면세점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의 후보지는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의 맞대결 양상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입지가 몰려 있어 가장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관세청은 서류·현장실사 및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 중 사업권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신청사들이 특허심사위원회 심의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한 직후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직전 진행될 프레젠테이션이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함께 진행된 중소·중견기업 몫의 면세점 입찰에는 서울에서 5개, 부산 3개, 강원 1개 사업자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한미약품 파문 확산] 중증부작용 크지만 폐암 말기 ‘유익성 크다’ 판단

    식약처, 신규 환자도 처방 허용 시민단체 “경제논리 따른 폐해” 약학 전문가로 구성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4일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제품명 올리타정)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판매 허가 결정을 뒤집지 않았다. 심의위원장을 맡은 김열홍 고려대 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교수는 부작용의 위험성에 대해 “예측이 불가능하고 중증 피부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평균 25%에 이를 정도로 위중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중증 피부 이상 반응 가운데 스티븐슨존슨증후군은 사망률이 5~12%에 이르고, 독성표피괴사용해가 발생하면 약 30%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환자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약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전문가들은 왜 ‘계속 판매해도 좋다’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식약처는 “대체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에 대해 치료 기회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김 교수는 “말기 폐암 환자는 이런 약제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위험성은 여전하지만 이 약이 아니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약제처럼 안전성 잣대를 엄격히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환자가 이 약을 처방받으려면 중증 피부 이상 반응 등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겠다고 동의해야 한다. 부작용 발생 시 환자가 동의했다는 이유로 충분히 구제받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환자가 부작용에 대한 모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식약처는 올무티닙을 신규 환자에게도 처방할 수 있게 했다. 이원식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피부 이상이 발생하면 즉시 약 사용을 중단하고 의사를 찾아가라든지 주의사항을 환자에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약 복용 환자의 전수 모니터링, 집중 교육, 제한적 사용 허가 등이 식약처가 내놓은 대책이다. 항암제 등에 한해 임상 2상 자료만으로 판매 허가를 내주는 조건부 허가제도를 손질할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올무티닙은 이 제도 덕에 중증 부작용이 발생했는데도 임상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을 거치지 않고 판매 허가를 받았다. 정부는 임상시험 규제 완화를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단축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알츠하이머와 뇌경색 치료제에도 조건부 허가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 혁신’을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는 “치료제 적시 공급과 바이오헬스케어산업의 경쟁력 확보가 규제 혁신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한미약품 폐암신약 ‘올무티닙’의 문제는 경제 논리에 따른 규제 완화 정책이 가져올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길섶에서] 아파트 감나무/오일만 논설위원

    아파트 입구에 제법 튼실한 감나무 한 그루가 눈에 띈다. 올해는 유독 무더운 여름을 겪어선지 감나무에 매달린 열매들이 제법 씨알이 굵어 보인다. 밑동부터 올라오는 붉은 기운이 며칠 새 짙어지면서 가을 운치를 더해 준다. 감이 익어 갈수록 커지는 새들의 울음소리 역시 결실의 계절이 목전에 다가왔음을 알리는 듯하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르신들은 익은 감들을 거둬들이면서 나무 꼭대기 근처는 늘 남겨 두곤 했다. 새들의 먹이가 되는 일명 ‘까치밥’이다. 자연의 결실을 누리면서도 다른 생명들을 배려하는 자연 친화적 인생관이 아니겠는가. 배고프고 힘든 인생살이지만 더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마음 씀씀이 역시 까치밥의 의미와 통한다. 모든 세상사 기준이 돈으로 변하면서 우리네 정신세계는 더 초라해지고 있다. 내면의 품격보다 눈에 보이는 재산이 평가의 잣대가 된 지 오래다. 가질수록 더 가지려는 욕망이 앞서지만, 걱정에 찌든 인생은 만족을 모른다. 조금 적게 가지더라도 까치밥을 남기는 그 여유가 그립다. 정신의 여백이 커질수록 더 행복하지 않을까. 나만의 착각인가. 감나무 아래서 느낀 단상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oilman@seoul.co.kr
  • [현장 블로그] ‘백남기 사망’ 수사는 소극, 부검은 적극

    장향진 前서울청 차장 소환 예정 국정감사 임박해 면피성 논란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257조를 보면 검사는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3개월 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게끔 돼 있습니다. 물론 이는 훈시규정이어서 강제성은 없습니다. 검사는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얼마든지 공소제기를 늦출 수 있습니다. 실제로 1년 넘게 진행되는 장기 사건들도 숱하게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규정이 유지되는 건 사건을 최대한 공정하면서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검사들을 독려하는 차원일 겁니다. ‘3개월’이라는 잣대로 봤을 때 검찰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숨진 백남기씨의 가족이 지난해 11월 18일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와 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건입니다. 검찰은 고발장이 접수된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했고, 12월에는 큰딸에 대한 고발인 조사도 마쳤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경찰에 대한 조사는 사건 발생 7개월 만인 지난 6월에야 이뤄졌습니다. 그마저도 살수요원 2명과 현장에 있던 4기동단 기동장비계장, 기동단장 등을 조사하는 데 그쳤고, 경찰 지휘부에 대한 조사는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조사도 지난 5월 31일 야 3당이 ‘백남기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것을 염두에 둔 ‘면피’ 차원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변호사는 “증거가 될 만한 영상도 있고, 피고발인의 신분도 확실한 상황에서 수사가 늦춰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사건과 비교를 해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백씨처럼 지난해 11월 민중총궐기에 참석했습니다. 폭력 시위를 주도했다면서 올 1월 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상 등 혐의로 기소돼 이미 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입니다. 최근 검찰은 백씨 사건과 관련해 당시 서울청 차장이던 장향진 충남지방경찰청장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탓에 이번에도 국정감사가 임박해 부른 것이 아니냐는 의심부터 나옵니다. 4일 이뤄질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이번 수사 상황에 대한 질의를 예고했습니다. 검찰이 어떻게 답변할지 궁금합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빚 없이 공부할 권리를” 학자금 부채 세대의 항변

    “빚 없이 공부할 권리를” 학자금 부채 세대의 항변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사이행성/288쪽/1만 3800원 10명 중 7명은 대학에 가는 세상이다. 경쟁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필수 자격처럼 돼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대학 진학을 개인의 선택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대학에 가더라도 졸업장을 손에 쥐기까지가 험난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등록금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대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이라는 특혜가 있다고 슬며시 미소 짓는다. 빚을 내 소비하라며 신용카드를 권장한 지 오래됐고, 집도 빚을 내서 마련하라고 하는데 공부도 빚을 내서 해야 하는 게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저자는 필연적으로 빚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요즘 청년 세대를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로 명명한다. 또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라고는 대학밖에 모르는 우리 사회가 청년 세대를 구조적인 빈곤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석사 과정을 마치기까지 10년간 여덟 차례에 걸쳐 22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모두 상환하기까지 10년이 남아 있는 실제 학자금 채무 당사자다. 이런 자신의 경험과 빚쟁이로 전락한 수많은 청년 세대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청년 빈곤의 현실을 생생하게 진단한다. 저자는 빚지지 않고 공부할 권리를 주장하며 이를 위해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제안한다. 등록금은 인하돼야 하는 게 아니라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대학 교육의 무상화다. 그리고 대학만이 살길이 아니며 대학 바깥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젊어서 고생이 뭐 그리 대수냐고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를 기성세대에게 저자는 일갈한다. “고성장 사회에서 일한 만큼 돈을 축적하고, 살림살이도 하나씩 장만하고, 대학만 나오면 취직되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과 경제관으로 오늘날 청년들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미 사회는 저성장 사회로 접어들었으며, 과소비를 하느라 대출을 받고 저축을 못 하는 게 아니라 학자금 대출금이 너무 많아서 월급의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쓰고, 취직을 하더라도 월급이라고는 겨우 최저임금이 넘는 정도에, 취직해서도 계약 갱신이 안 되면 바로 실업자가 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영란법 위반 관련 인지수사 최소화하기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인지수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 신고자가 실명으로 서면 신고하는 사안에 한해 수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27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검찰 조치’를 통해 이 같은 김영란법 수사 기준을 제시했다. 윤웅걸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다른 혐의 없이 김영란법 위반 여부만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권을 발동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김영란법 위반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다 다른 혐의가 나올 때에는 수사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가 김영란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죄나 배임수재죄에도 해당될 경우 양형에 대해서는 구성요건이 엄격하고 법정형이 더 높은 뇌물·배임수재죄를 우선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으로 3년 이하 징역인 김영란법보다 처벌이 무겁다. 검찰은 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 행위는 직무관련성에 상관없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 중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사안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이번 기회에 ‘비리 검찰’ 오명을 씻고 청렴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청별로 ‘청탁 방지 담당관’을 지정, 관련 업무를 감독하도록 하고 감찰인력을 보강해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법원은 수도권 지방법원 과태료 재판 담당 법관들을 중심으로 연구반을 구성, 과태료 부과 관련 재판에 대한 세부 절차 등을 마련하고 나섰다.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보다는 과태료 부과 사안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관련된 재판 수요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법원은 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판단 및 수사의 주체로서 직원들에 대한 행동기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법원의 경우 특히 직무관련성 인정 가능성이 큰 변호사와의 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내부 지침서에서 ‘자신의 재판에 선임된 변호사뿐 아니라 선임되지 않은 변호사와도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고 3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수사 관련 청탁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만큼 부정청탁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일선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사건을 법대로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을 경우 외관상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정황상 의미와 내심의 의사에 따라 법령 위반이 이뤄진다면 부정청탁이 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