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만섭 청장에 듣는 산림정책(국정 어떻게 돼 갑니까)
◎지리산 등 16개산 올해 집중 조림/가공품 생산·산림 관광자원 활용 역점/상속세 공제액 높여 사유림 투자 촉진/2040년까지 해외조림지 확대… 목재 자급률 60%로
□대담=정종석 경제부차장
5일은 제50회 식목일이다.
요즘은 전국 어디에도 헐벗어 볼썽사나운 민둥산은 찾기가 힘들다.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푸르름만큼 쓸만한 나무는 그리 많지 않다.심는 정성에 비해 가꾸고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한 탓도 있다.
서울신문 경제부 정종석 차장이 나무심는 기간(3월21일∼4월20일)을 맞아 곽만섭 산림청장을 만났다.
심는 정성보다 가꾸거나 보살피는 정성이 모자란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지금까지는 심는 일이 급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60년대부터 시작한 녹화사업으로 산림이 제법 울창해졌으므로 앞으로는 간벌과 풀베기·가지치기 및 비료주기 등의 육림사업을 적극 펼쳐 쓸모있는 경제림을 조성하는 등 산지를 자원화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예산 효율성 극대화
임업은 앞으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된다고 봅니까.▲지금은 나무를 심어서 목재를 생산하는 1차산업으로만 보는데,바로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2,3차산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국토의 67%가 산지인 핀란드는 임산물의 수출이 전체수출액의 37%나 되며,국민 총생산(GN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이상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65%가 산지이면서도 임산물소득이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미만입니다.나무로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가공품을 만들고,산림을 관광휴양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국민경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합니다.
임도 등 생산기반이 취약하고,예산도 빈약하지 않습니까.
▲산림청의 올 예산은 1개 군의 예산과 비슷한 3천7백억원으로,관리하는 면적에 비해 아주 적습니다.앞으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의 모든 산림을 대상으로 산발적으로 지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산을 중심으로 조림과 육림 및 간벌을 할 계획입니다.올해에는 강원도 원주의 유명산과 강릉의 봉룡산,경북 안동의 장군봉,충남 공주의 오성산,전북 남원의 지리산 및 덕유산 등 전국의 16개 산에 집중투자하기로했습니다.
아직은 산지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편이지요.
▲그동안 산지가 국민경제에 미친 기여도는 작았습니다.산지를 국가발전의 밑바탕이나 삶의 터전이라는 폭넓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그래서 나무만 다루지 않고 산지와 산촌을 함께 다루는 종합적인 행정을 펴나갈 생각입니다.
연평균 8천㏊가량의 산지가 골프장이나 공장용지 등의 비농업용으로 전용되는데,너무 개발에 치우치는 것 아닙니까.
○연 물1백80t 저장
▲도시화 및 산업화가 진전되면 토지의 공급원으로서 산지에 대한 수요가 늘게 마련입니다.때문에 자연경관을 보존해야 하는 지역은 전용제한구역으로 지정,엄격하게 관리하는 반면 그 이외에는 개발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사도에 따라 보전 및 준보전임지로 나뉜 현체계를 위치와 형태 및 이용목적에 따라 생산·공익·산업임지로 바꿔 국토종합개발계획과 연계시킴으로써 보존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상반기중 관계부처와 협의해 6백40만㏊의 산지를 이렇게 다시 고시할 계획입니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산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산림은 산사태를 예방하고 맑은 공기와 물을 공급하는 등의 공익적인 기능이 엄청납니다.화폐가치로 평가하면 GNP의 12%가량인 28조원이나 됩니다.예컨대 산림의 연간 물 저장능력은 1백80억t으로,국내 7개 다목적댐의 최대저수량의 2배입니다.거대한 「녹색댐」이지요.
맑은 물을 공급하는 데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5개년 사업으로 5대강유역의 수종을 참나무 등의 활엽수로 바꾸는 등 환경림도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10년쯤 자란 나무를 산에서 솎아내 도심이나 공단으로 옮겨심어 산의 나무도 잘 자라도록 하고 도시도 녹화하는 2중의 효과를 거둘 계획입니다.
국토의 65%가 산지인데도 목재의 자급도는 13%밖에 안되지요.
▲녹화가 제법 이뤄졌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87%가 30년생이하의 어린 나무들이기 때문입니다.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치며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후반부터입니다.목재로 쓰려면 최소한 50년생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2040년 목재의 자급률을 60%까지 높이기 위해 호주와 칠레·베트남 및 미얀마 등에 70만㏊의 조림지를 확보할 계획입니다.93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지금까지 2천㏊의 해외조림지를 개척했습니다.
무역을 환경문제와 연계하는 그린라운드에 대비,목재의 수입선도 동남아 위주에서 남미와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현지에 가공공장도 만들어 합판 등의 반제품을 들여올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산지의 71%가 사유림인데,산주들이 대부분 영세한데다 수익성도 낮아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경향입니다.
○영세 산주 지원 확대
▲작년말에 산지의 상속세 공제한도를 9만평에서 30만평으로 늘렸고,공제액도 1억원에서 3억원까지 높이는 등의 투자촉진책을 마련했습니다.전체산주의 96%를 차지하는 10㏊미만의 영세산주로 하여금 협업체를 만들어 조림사업을 함께 펴도록 하고,자금지원도 늘릴 계획입니다.
요즈음은 산불도 자주 일어나고 규모까지 커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진화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동력펌프 등의 지상장비 말고도 헬기 18대를 전국의 산불취약지역에 배치했습니다.금년에 5대를 더 들여와 97년까지 1개 도에 3대씩 배치할 계획입니다.
솔잎혹파리의 피해가 크다지요.
▲전체 소나무숲의 11%인 21만2천㏊가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나무에 주사를 하면 효과가 가장 크지만 인력 및 예산상 솔잎혹파리의 천적인 목좀벌레라는 익충을 피해가 심한 지역에 푸는 방제법을 쓸 계획입니다.
올해는 광복 50주년이자 식목일도 50회인데 예년과 다른 행사가 있습니까.
▲전국 2만4천㏊에 6천2백만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 이외에 남산 소나무의 복원사업 및 비무장지대(DMZ)의 생태계를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행정고시 6회에 합격한 곽청장은 창원과 울산시장 및 부산부시장 등을 역임한 내무관료다.지난해 9월 부임한 그는 직원들에게 목재만 생산한다는 단순한 생각에 머물지 말고 다양한 소득원을 개발하는 등 임업을 산업화하는 데 앞장서라고 강조한다.
◎정부의 조림 5년계획을 보면/5대강 유역 활엽수림 조성/뿌리길고 낙엽쌓여 물저장 뛰어나/33만㏊ 대상… 올 1만5천㏊ 작업/벌채나무 목재이용·도심지역 옮겨
앞으로 5년 뒤 한강 등 우리나라 5대강 유역의 산림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대종을 이루는 소나무·잣나무 등 침엽수림이 상수리나무·자작나무 같은 활엽수림으로 크게 바뀐다.올해부터 오는 99년까지 5년 동안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산림이 목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 만은 아니다.거대한 「녹색댐」으로서의 기능도 한다.
우리나라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림이 연간 물을 저장하는 능력은 1백80억t이다.7개 다목적 댐의 최대 저수량인 98억t의 갑절 가까이나 된다.
민둥산에 비가 오면 대부분 강으로 바로 흘러가고 만다.그러나 숲이 우거지면 뿌리나 줄기 등에 수분이 흡수됐다가 서서히 강이나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며,지하수가 되기도 한다.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셈이다.우리나라의 연간 강수량은 1천2백67억t이지만 22% 가량인 2백86억t만 이용된다.오는 20 01년에는 이용량이 3백30억t이 돼야 한다.산림의 녹색 댐 역할은 더욱 요구된다.5대강 유역의 숲을 침엽수 대신 활엽수림으로 바꾸려는 것은 활엽수림의 물 저장 능력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침엽수림에 비해 뿌리의 길이가 더 길다.낙엽이 지면 나무 아래의 땅이 햇볕을 많이 받게 돼 다른 식물도 잘 자란다.물을 더 저장하는 효과를 얻는다.
5대강 유역의 산림은 전체 산림면적의 68%인 4백40만㏊이다.산림청은 이 중 7.6% 가량인 33만4천㏊를 활엽수림으로 바꿔 심을 계획이다.5대강으로 합류하는 지류 주변의 3백42개 취수장을 중심으로 반경 5∼10㎞ 이내가 대상이다.
올해에는 5백4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33만4천㏊중 1만5천㏊에서 작업을 펼 계획이다.솎아내거나 벌채하는 침엽수림은 목재로 쓰거나 10년짜리 이하이면 도심지역으로 옮겨 심는다.산의 경사도가 36도 이상으로 가파른 지역은 벌채로 인한 산사태를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만 활엽수로 바꿔 심고,침엽수림이라도 천연림으로 보존할 가치가 큰 나무는 그대로 놔둔다.
바꿔 심는 수종은 활엽수 중에서도 갈참나무와 굴참나무·상수리나무·자작나무·고로쇠나무 등 물의 저장 능력이 뛰어난 나무들이다.산림청 자원조성과 정수봉 계장은 『5대강 유역의 상수원 오염 및 물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 산림의 대체 조성사업을 펴기로 했다』며 『이 사업이 끝나면 산림에서 천연 여과과정을 거친 1급수 식수를 원활히 공급하게 되며,아울러 쾌적한 휴식공간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