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잣나무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아이스하키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전작권 회복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생애주기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 지방선거
    2025-12-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91
  • 儒林(95)-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제1부 王道 제4장 文正公 차에서 내리자 오월의 햇살이 한꺼번에 플래시를 터뜨리듯 작열하고 있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낮은 울타리를 따라 피처럼 붉은 영산홍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서원 뒤편의 숲 속에 아카시아 꽃들이라도 만발한 듯 달콤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그러나 서원 주위는 문자 그대로 천지개벽이었다.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까뭉개고 그곳에 새 아파트를 짓고 싶지만 명색이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돼 있는 유적지라 어쩔 수 없이 보존하고 있는 듯 서원의 건물들은 흥부네 집 아이들의 헤진 옷을 기운 누더기처럼 간신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원래는 야산을 등 뒤로 하고 양지바른 명당자리에 세워진 서원이었지만 이제는 볼썽사나운 고층아파트들로 둘러싸여 서원은 데리고 온 의붓자식처럼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서원의 입구는 세 칸의 솟을대문으로 이루어진 외삼문(外三門)으로 돌계단 위에 우뚝 서 있었다.홍살문처럼 역시 붉은 칠을 한 대문에는 각각 태극문양이 그려져 있었고,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쓰여진 ‘심곡서원’이란 현판이 내걸려 있었다.그러나 그것보다 강렬하게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서원 바깥에 있는 작은 못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조광조는 이곳에 스스로 못을 파고 그곳에 연꽃을 심었다고 하는데,그렇다면 이 못자리가 조광조가 만들었다는 그 연지(淵池)가 아닐까.그러나 철책으로 둘러싸인 못자리는 물조차 없는 메마른 구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개발,개발에만 온 정신을 팔고 있는 사람들.그러나 그들은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는 이와 같이 무신경하다.아파트 한 채에 들어가는 주방기구의 값만으로도 조광조가 만들었던 연못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다.아파트 거실에 매달린 고급 샹들리에의 조명 값만으로도 그 못에 연꽃을 심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미친 것은 우리들이다.기록에 의하면 사람들은 ‘선생이 하는 것을 보며 어떤 사람은 미치광이라 칭하였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러나 미치광이는 조광조가 아니라 후세를 사는 우리들인 것이다.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이 귀한지 모르고 오로지 경제적 논리에 의해서 이익을 좇고 프리미엄에 미쳐 있는 미치광이들. 그 메마른 구덩이가 조광조가 직접 만든 연못임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바로 못자리 위쪽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조광조는 ‘이곳에 연못을 만들고 잣나무 두 종류를 심어놓고 쉬는 것을 위탁하였다.’고 전하고 있다.조광조가 심었던 잣나무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그 나무들이 연못 위쪽에 아직도 남아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남아 있는 나무들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세 그루. 나는 연못가에 있는 느티나무로 올라가 보았다.나무 밑둥 옆에는 이 느티나무가 경기도에 의해서 보호수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었고,수령 5백년이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5백년이 된 느티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나무의 높이는 17m,밑 둘레가 4m에 이를 만큼 거목으로 자라 있었다.조광조가 죽고 왕이 바뀌고 왕조가 멸망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5백년 동안 그가 심은 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역사의 진리를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노래하였던가. “나무는 신성한 것이다.나무와 이야기하듯 나무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아는 사람은 진리를 안다.나무는 교의(敎義)도 처방도 듣지 않는다.나무는 개개의 일에 집착하지 않고 삶의 근본법칙을 말해준다.” 조광조가 심은 느티나무.조광조가 죽은 이래 5백 년 동안이나 삶의 근본법칙을 말해주는 느티나무.조광조의 혼백은 저 느티나무처럼 아직도 살아남아 역사의 진리를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교의를 가르쳐주고 있지 아니한가.˝
  • ‘도봉산 산불’ 1000여평 태우고 1시간여만에 진화

    서울지역에 습도 29%의 건조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22일 오후 국립공원인 서울 도봉산 중턱에서 산불이 발생,자칫 대형 화재로 번질 뻔했으나 헬기 5대와 인력 400여명이 긴급 투입돼 가까스로 불길을 잡았다. 이날 오후 2시18분쯤 서울 도봉구 도봉산 은석암 뒤쪽에서 불이 나 소나무와 잣나무 등 산림 1000여평을 태우고 1시간30여분 만에 꺼졌다.기상청은 “건조주의보 속에서도 그나마 바람이 초속 3.5m로 산들바람 수준이어서 불이 확산되는 속도가 빠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이 나자 소방 헬기 2대와 산림청 헬기 3대,소방대원·군인·공무원·경찰 등 418명이 동원돼 진화작업을 벌였다.하지만 건조한 날씨에 소방차가 화재지역까지 진입할 수 없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인근 등산로인 다락원 능선 쪽으로 번졌지만 소방대원과 공무원들이 등산객을 신속히 대피시켜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불이 난 곳은 산 입구에서 40분 남짓 떨어진 해발 500m 지점으로,등산로가 갈라지는 지점이라 평소 등산객의 왕래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소방방재본부측은 “등산객이 버린 담뱃불이 낙엽과 잔목 등에 옮겨 붙으면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
  • 산초입 자연훼손 단속

    이기재 서울 노원구청장은 18일 “월계4동 영축산 등 무단경작으로 산림훼손 규모가 큰 5개 구역 29곳 2만 3200㎡(7000여평)에 대해 4월말까지 집중 단속을 펴겠다.”고 밝혔다.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정비작업을 벌인 뒤,그 자리에 잣나무 등 수목 2만여 그루,싸리나무 씨앗 등 6종 400ℓ를 파종해 원상 복구할 계획이다.산림 훼손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벌금부과 등 관련 법규를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최용규기자˝
  • 온몸으로 느낀다/평창으로 떠나는 건강여행

    어느새 겨울의 문턱.하지만 아직 눈도 없고 날씨도 어정쩡하게 추운 이맘때는 오히려 나들이 갈 곳이 마땅치 않다.이럴 때 몸에 좋다는 약수도 마시고 삼림욕과 찜질 등을 연계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100만여그루 빽빽 전나무 터널 강원도 평창 계방산과 오대산 사이의 8번 지방도로 주변은 울창한 전나무숲과 방아다리 약수,신약수,황토 찜질방,한방사우나 등이 모여 있어 건강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가까운 곳에 있는 천년 고찰 월정사와 상원사 관람은 덤이다.인근엔 용평리조트,휘닉스파크,성우리조트 등 스키장도 많아 스키를 즐긴 후 피로를 풀겸 들러도 좋다. 방아다리 약수는 찾아갈 때부터 기분이 좋다.방아다리 약수 안내판이 있는 8번 도로변의 자그마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국립공원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들어서면 바로 약수터 가는 길.길 양편으로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마치 터널을 걷는 느낌이다. 100만여 그루에 달하는 이 전나무숲은 30∼40년생의 인공숲.약수터 주변엔 또 잣나무와 소나무,가문비나무,주목 등 70여종의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진한 전나무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5분쯤 걸어 올라가니 약수터가 모습을 드러낸다.약수터와,약수터를 지켜준다는 용신각(龍神閣)이 낙옆 쌓인 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모습이 고즈넉하다.약수터 벽에 걸린 작은 바가지로 물을 떠 마셔보니 약간 신 듯하면서 톡 쏘는 맛이 난다.조선시대 숙종 때 발견됐다는 이 약수는 철분,나트륨,칼슘,마그네슘,불소 등이 함유된 탄산천.피부병과 위장병,신경통에 효험이 크다고 한다. ●피부병·위장병에 효과 ‘방아다리 약수' 이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이 파르스름한 빛과 함께 윤기가 돌고 맛이 좋다.그래서 약수터 인근 식당들은 대부분 약수로 밥을 지은 ‘약수 돌솥밥 ’을 낸다.방아다리 약수터 입구에서 속사 방향으로 8번 도로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으면 신약수가 있다.30여년 전 심마니가 발견했다고 한다.방아다리 약수의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그 성분과 약효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도로 바로 옆에 있는 신약수는 국립공원에서 벗어나 있어 입장료도 아낄 수 있다.방아다리 약수터는 공원 내에 있어 입장료 1300원을 내야 한다. 약수를 마신 뒤엔 황토토굴이나 한방사우나에서 찌뿌드드한 몸을 풀어보자.신약수 아래 자리잡은 ‘방아다리 산방’(033-333-0606)에 있는 황토토굴은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쪼이는 건강사우나.벽과 천장에 매주 황토물을 발라 원적외선의 양을 조절한다. 섭씨 60∼70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처음엔 별로 더운 기운을 느끼지 못하지만 5분쯤 뒤부터 땀이 나기 시작한다.사우나는 15분,5분,3분씩 3회 정도 하면 좋다고.스키나 골프 후 근육통이나 신경통,피부미용에 효험이 있다는 게 주인의 자랑이다.7000원. ●뜨끈뜨끈 황토토굴서 몸도 풀고 방아다리 산방에서 속사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포시즌콘도가 나온다.콘도내의 한방사우나(033-334-1140)를 이용해도 좋다.약알칼리성 성분의 암반수를 이용하며,옥사우나,옥기포탕,황토찜질방 등을 갖추고 있다. 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는 진부면 동산리 오대산 동쪽 계곡의 수림 속에 자리잡고 있다.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됐다.방아다리 약수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월정사에선 1㎞에 달하는 500년 수령의 전나무숲이 유명하다.하늘 높이 솟은 아름드리 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면 인간의 왜소함이 새삼 느껴진다.경내엔 국보 48호인 월정사 팔각9층석탑이 우뚝 솟아 있다.고려 초기 세워진 이 석탑은 북쪽 지방에 유행했던 다각다층석탑의 하나로,고려의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인근 월정사·상원사서 역사 공부도 월정사를 나와 비포장도로로 7㎞ 정도 올라가니 상원사가 나온다.역시 자장율사가 선덕여왕때 세운 사찰.1946년 불타 이듬해 새로 지은 건물이다.이곳엔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국보 제36호)이 있다.그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조선 세조가 직접 보았다고 하는 문수동자상,세조의 친필어첩인 중창권선문 등이 있다.문수동자상이 만들어진 연유가 재미있다.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날,사찰 앞 오대천에서 목욕을 하다가 지나가던 동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다.목욕을마친 세조가 동승에게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니 동승은 미소를 지으며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했다고 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주위를 돌아보니 동승은 간 데 없고 어느새 불치병이었던 종기가 씻은 듯 나은 것을 알았다.세조는 감격하여 화공을 불러 동승의 모습을 그려 그대로 목각상을 조각하게 하니,바로 문수동자상이다. 글·사진 평창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속사IC에서 빠져 31번 국도를 타고 홍천 방면으로 5분 정도 가면 오른쪽으로 방아다리 약수란 이정표와 함께 8번 도로와 만난다.8번 도로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신약수,10분쯤 더 가면 방아다리 약수가 잇달아 나온다. 방아다리 약수에서 10㎞쯤 직진하면 6번 국도와 만나는데,여기서 좌회전해 진고개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월정사,상원사 가는 길로 빠지면 된다. ●숙박 숲속에 자리잡은 산방에서 묵어보자.황토굴사우나를 운영하는 방아다리산방(033-333-6987)에서 묵을 수 있다.가족실은 3만원,5∼6인이 잠잘 수 있는 단체실은 5만원. 이승복기념관 앞의 700리조빌(033-333-5341)도 묵을 만하다.통나무와 황토로 지어 깔끔하면서도 푸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3만원. ●5일장 평창엔 5일장이 많다.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대화장 등 평창의 5일장에 가면 시골장의 소박한 운치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또 제철의 농특산물도 사고,메밀부침 등 향토음식도 맛보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평창장(5,10 평창읍 하리),미탄장(1,6 마탄면 창리),계촌장(2,7 방림면 계촌리),대화장(4,9 대화면 대화리),봉평장(2,7 봉평면 창동리),진부장(3,8 진부면 하진부리) 등 5개가 운영되고 있어 아무때나 평창을 찾아도 5일장 구경을 할 수 있다. 문의 평창군 문화관광과(033-330-2399). 식후경 예전에 흉년이 들면 산골 사람들이 뜯어다가 죽을 쑤고 밥을 해먹었다는 곤드레 나물.아무리 많이 먹어도 부황기가 없고 주식으로 대용해도 배탈이 안나는 게 곤드레밥이라고 한다.곤드레나물을 뜯으며 부른 노래가 바로 곤드레타령이다. 요즘엔 건강식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방아다리 약수에서 8번도로를 타고 진부쪽으로 7㎞쯤 내려오다가 왼쪽에 보이는 성주식당에 가면 곤드레밥을 맛볼 수 있다.쌀과 몇가지 잡곡,곤드레 나물을 넣고 지은 밥에 양념간장,된장찌개,게조림,버섯조림,백김치 등이 상에 오른다. 손님이 일단 주문해야 밥을 짓기 때문에 2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밥이 다 되면 나물이 익으면서 파르스름하게 물든 밥을 퍼 대접에 담아준다.여기에 양념간장을 적당히 넣고 비벼먹는데,곤드레 특유의 그윽한 향과 함께 고소한 맛이 난다.곤드레는 4,5월에 뜯은 것을 생채로 삶아 냉동실에서 보관한 것을 쓴다.(033)335-2063.
  • 책꽂이

    ●가을공연(한용환 지음,민미디어 펴냄)동국대교수로 재직중인 작가의 소설집.광주 민주화항쟁 소식 앞에서 무기력한 지식인의 우울함을 그린 ‘햇빛과 비애’ 등 14편의 단편을 모았다.주로 30대에 쓴 작품을 고른 작가는 “저절로 우러나듯이 씌어진 작품들”이라고 자평.8000원 ●푸른 별의 세상(윤종영 지음,현대시 펴냄)91년 등단한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자아에 대한 관심’이란 부제처럼 거대담론이 사라진 뒤 채 정리하지 못한 정체성을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를 통해 드러낸다.그 모습은 “추울수록 더 맑게 빛나는 별”을 닮았다.6000원 ●불꽃나무 한 그루(안차애 지음,문학아카데미 펴냄)“세상과 깊이 내통하고 싶다.”는 시인은 늘 뭘 찾고 있다.삼림욕장 잣나무를 애인으로,멧돼지 어금니 모양의 피어싱에선 야생동물의 더운 피를 상상한다.길들여진 현대 문명을 탈출하려는 꿈이 아닐까.지난해 등단한 뒤 낸 첫 시집.6000원 ●낙하하는 저녁(에쿠니 가오리 지음,김난주 옮김,소담출판사 펴냄)영화로 만들어져 화제인 ‘냉정과 열정사이’를 쓴 작가의 신작.한 여성이 15개월 동안 실연을 당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다뤘다.역자는 “거대한 사랑의 실험장”이라고 말한다.9000원 ●스피크(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최필원 옮김,문학세계사 펴냄)1999년 미국 도서관협회 최우수 청소년도서상 수상작.성폭행당한 여고생이 실어증 등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1년 동안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소설.8000원 ●하얀 길 위의 릴케(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김상영 옮김,모티브 펴냄)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연인이자 시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지은이가 쓴 회고록.한 천재시인이 인간적 고통을 이겨내고 위대한 예술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한다.8900원
  • 야생화 식물원 나들이/철부지 도시인 반기며 ‘살랑살랑’

    벌개미취,층꽃,며느리밑씻개,바위구절초….재미있지만 어렵기만 한 우리 야생화 이름들.태고적부터 우리 산야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건만 관심조차 보이는 사람도 없었기에,아니 ‘잡초’란 이름으로 그저 뽑아내고 밟아서 죽일 대상에 불과했기에,이렇게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생경하고 신기한 게 바로 우리 야생화다. 그러나 이젠 야생화도 ‘구경되고 가꿔지는’ 귀한 몸.봄,가을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까지도 우리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산과 들로,식물원으로 기꺼이 달려간다.가을 야생화가 있는 식물원을 소개한다.그곳엔 어릴적 동생을 업어주던 누이의 표정을 닮은 야생화들이 활짝 웃으며 ‘철부지’ 도시인들을 맞는다. ●꽃무지 풀무지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 대금산 자락에 지난 5월 문을 연 야생화 전문 수목원.1만 4000여평의 산 능선에 토종 야생화 600여종이 모여 산다.김광수(51)씨 부부가 5년간 흘린 땀의 결실이다.건축자재 납품업체를 운영하던 김씨는 7년 전 여의도에서 열린 한 야생화 전시회에 갔다가 한눈에 반해 야생화키우기에 매달렸다고 한다.수목원은 크게 수생식물원,향원,자생난원,국화원,습지원,암석원 등 14개 테마로 이루어져 있다.요즘엔 국화원이 가장 볼 만하다.황금색의 청초한 꽃이 피는 마타리,쑥을 캐러 간 대장장이 딸이 죽어 핀 꽃이라는 쑥부쟁이,한라산 정상 부근에 자생하는 한라구절초 등 20여종의 국화과 야생화들이 각각 모듬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향기원은 알싸한 향의 세계다.10여종의 야생화가 역시 모듬을 지어 살고 있다.요즘엔 꿀벌에게 꿀을 제공하는 꿀풀과의 꽃향유,‘모시나물’로 널리 알려져 보라색 꽃을 피우는 초롱꽃과의 모시대,제주도에 주로 자생하는 층꽃이 만발해 있다. 테마별 정원을 천천히 돌아보려면 2시간 정도가 필요하다.미리 연락하면 직원의 안내로 상세한 설명까지 들을 수 있다. 수목원 주변엔 밤나무 잣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어 삼림욕을 즐기기도 좋다.밤과 잣이 여물어 덤으로 결실의 기쁨도 누릴 수 있다.입장료는 어른 4000원,어린이 2000원.수목원을 나올 때 벌개미취,층꽃 등 요즘 한창인 야생화중 하나를 선물로 들려준다. 서울에서 가려면 47번 국도를 타고 퇴계원과 진접을 지나 현리 방향의 37번 국도로 갈아탄 뒤 현리를 조금 지나면 대보리로 들어서는 좌회전 길이 나온다.‘꽃무지 풀무지’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031)585-4875. ●한국자생식물원(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병내리) 오대산 국립공원 비안골 3만 3000여평의 산자락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의 사설 우리꽃 식물원.1100여종의 자생식물이 자라는 곳.우리나라 토종식물이 4400여종인 점을 감안하면 이곳에 가면 국내 토종식물의 4분의1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셈이다. 김창렬 원장이 1986년 조성한 식물원은 크게 실내전시장 및 주제원,재배단지,생태식물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야외 전시장엔 900여종의 야생화가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데,이맘 때는 구절초,솔체꽃이 한창이다.산자락을 하얗게 덮은 산구절초,보랏빛 꽃송이가 탐스러운 솔체꽃이 군락을 이루어 꽃물결을 이룬 모습은 그야말로 한 편의 ‘가을동화’다.얼마 전까지 연자줏빛 꽃잎과 진노랑 꽃술이 예쁜 벌개미취가 꽃물결을 이루다가 최근 들어 지기 시작했다. 전시판매장이 따로 있어,구절초 및 솔체꽃,마타리 등의 야생화를 구입할 수 있다.전망 좋은 카페 ‘비안’에서 차를 마시는 것도 큰 즐거움.단 식사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인근의 다른 식당을 이용해야 한다.입장료는 어른 3000원,어린이 1000원.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6번 국도를 타고 오대산국립공원을 향해 12㎞쯤 가면 오대산 매표소 못미처 식물원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온다.(033)332-7069. 임창용기자 sdargon@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3) 김지하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

    “달마가 동쪽으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저 뜰 앞에 선 잣나무이니라.”.옛 선사에게 불법을 묻듯,지하에게 이 시대를 물으러 간다.대답은 듣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그것이 바로 해답일 테니까.얼굴과 손이 희지 않고,상민(常民)의 옷을 걸치고 살아가는 그에게,옛날 백 사람의 시인에게 시대를 물을 때 묻지 않은 물음을 던지기 위해,그가 몸을 기대고 살아가는 백성의 마을로 간다. 얼마 전 서울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열린 김지하 시인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에서 본 시인의 모습은 예전보다 한층 더 수척하면서도 어딘가 부은 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장기간 요양을 해야 할 만큼 상한 몸을 이끌고 멀리 부산 범어사에서 요양을 하다가 올라온 시인을 붙들고 무슨 말을 들으려 한단 말인가.그러나 자기 바깥에 싸리 울타리를 두르지 않는 시인은 흔쾌히 내방을 허락해 주었다. “회고록의 제명이 ‘흰 그늘의 길’이더군요.그 말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 법한데요.” “글쎄,애매성이라고나 할까.안개 낀 것 같은.단지 이성,오성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던 거겠지요.내가 흰 그늘이라는 말을 쓴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하나는 우리 삶이 상당히 이상해졌다는 것이에요.사이코,정신분열적인,착란적인 사회심리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것을 인식하고 용서할 어떤 시적인 그릇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요.흰 그늘이라는 것도 일종의 환상이지만,치료적 기능을 갖는 환상입니다.마치 융의 그림자처럼 가라앉은 욕구라고 할까…,일종의 역설이지.고통의 역설적 인식,성스러운 고통,이런 것을 추구함으로써 시대의 정신적 질환을 넘어설 수 있지 않느냐는 거지요.시(詩)가 바로 그에 관한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김지하 시인은 천래(天來)의 시인답게 비약적인 어법으로 생각을 전개하기 시작한다.그렇다면 나는 논지를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지나온 삶이 어땠다고 보시는지요? 요약하신다면요?” “요약? 한두 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지.소위 ‘요기 싸르’라고.요기는 요가를 하는 사람,즉 수련자지.그러니까 내면적으로는 수련자고 외면적으로는 싸르,코뮌 싸르,직업 혁명단.그러니까 요기 싸르는 명상을 통한 내면적 수련과 외면의 사유적 변혁,두 가지를 같이 추구하는 자야.나는 옛날에 이 요기싸르라는 말은 몰랐지만 바로 그런 삶을 희망했었다고 생각해요.삶에 대한 쉬르(초월)적 인식과 그 아래 미학으로서의 리얼리즘을 함께 추구했으니까.리얼리즘과 함께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성,철학 같은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어요.이것이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생명’과 ‘살의(殺意)’죠.내 첫 시집 ‘황톳길’에서 보듯 ‘뛰어올라오는 숭어’와 ‘가마니에서 죽어가는 아버지의 시체’,즉 생명과 죽음의 대비를 늘 생각했어요.이것이 현실에 대한 비평으로,부정으로 나타났죠.생명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이것은 죽음까지도 포함하는 어떤 전체변화의 질서를 말하는 것이었어요.” 시인의 말씀은 깊은 숲 같아 갈래가 많고 걸리는 것도 많다.그 속을 호랑이 타고 달린다면? 다치지 않으려면 머리를 잔뜩 숙여야 하리라. “선생님의 삶에서 예지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그런 삶을 가능케 한 근거를 찾아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글쎄,그건 꼭 시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시를 쓰면서도 시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남고 싶었고,그러면서도 세상은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사람의 정신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시대야말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선생님께서는 젊은 세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무엇보다 ‘현실적 부정’입니다.그들은 자기들 삶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에 대해 선험적 사고에 익숙했던 우리나 우리 바로 아래 세대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부정적입니다.뭘 보면 알 수 있느냐.정치나 경제에 대한 부정은 사항적 비판일 수 있지만 문화적 반항은 사항에 따른 게 아니라는 겁니다.지금 젊은이들은 문화적 반항 밑에 더 커다란 문명 단위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어요.그 불만을 가지고 오히려 능동적으로 ‘붉은 악마’라든가 ‘네티즌 선거’라든가 ‘촛불 시위’ 같은 것으로 빛나지 않나 싶습니다.내가 보기에 그들의 이 힘은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대에 대한 긍정이 광폭(廣幅)인 김지하 시인이다. “그렇다면 선생님 세대와 이 시대 젊은이들의 세대적 역할은 어떻게 비교하거나 대조할 수 있을까요?” “저는 4·19세대였음에도 불구하고 4·19의 혁명적 의미를 똑똑히 몰랐습니다.그러다가 5·16 뒤에 차츰 민족이라든가 민중이라든가 변혁이라든가 하는 개념에 눈뜨게 됩니다.그러면서도 소수이기는 하지만,리얼리즘과 함께 반리얼리즘적인 추상·환상·상상력의 측면을 강조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는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리얼리즘 안에 반사실과 환상을 이끌어들일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했던 세대입니다.지금 젊은이들도 자기들 수백만 명이 거리에 나와서 외쳐대던 구호의 진짜 의미를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생각해 봅니다.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나는 이제 나이가 들었습니다.글 쓰고 그림 그리고 강연을 통해서라도 젊은이들의 소명이 무엇이고, 그 사람들이 한 일이 무슨 뜻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되는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지금 젊은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세계적이고 동시에 민족적입니다.아주 개인적이고 내면적이면서도 범생명계적인 성격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그렇다면 그들에게는 이런 모순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세대적 특질에 걸맞은 복합적인 역할과 내용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지혜 또는 슬기라면 어떤 것이 있겠는지요?” “첫째는 들뢰즈나 가타리,미셸 셰르 같은 선각자들이 이미 지적했던 것인데 현대,모던 월드의 가장 큰 질병으로 논리를 들고 있습니다.‘이것은 이것,저것은 저것’이라며 상호 배제하는 것,‘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다’라면 싸움이 시작되고 경쟁이 시작되겠지요.또 하나의 질병은 전쟁법입니다.나와 너는 싸울 수밖에 없고 싸워서 하나가 이김으로써 상호 통합을 한다.전쟁의 철학이죠.우리는 매일 평화를 원하고 안정된 삶과 우정과 휴머니즘과 생명계와의 화합을 원하면서도 그 매일의 생활 속에서는 전쟁 논리를 진행시키고 논리의 전쟁을 치러내는 겁니다.나는 전쟁법의 반만 긍정하고 다른 반은 부정하는 길을 생각해 봅니다.너는 내가 아니고 나는 네가 아니지만 너는 나일 수 있고 나는 너일 수 있다.이게 뭡니까? 음(陰)과 양(陽)의 철학이죠.음이면서 양이고 양이면서 음인,그러면서도 양은 양이고 음은 음인 음양법 말입니다.철학적으로 더 들어가면 불교의 인식논리입니다.색(色)은 공(空)이 아니고 공은 색이 아니면서도 공은 색일 수 있고 색은 공일 수 있다.결국은 색공이 하나다.하나가 아니고 둘이 아니면서 하나도 둘도 될 수 있다는 것.묘한 이치에 도달하는 겁니다.여기서 또 숨은 차원과 드러난 차원을 생각해야합니다.드러난 차원은 가시적이고 진행 중이고,숨겨진 차원은 드러난 차원 밑에서 드러난 차원을 조절하고 진행시키고 수정하고 교정을 보다가 전혀 이것이 유지될 희망이 없을 때에는 이것을 와해시키면서 안에서 새로운 드러난 차원으로 다시 시작하는 겁니다.이게 뭘까요.생명이죠.생명의 논법이 ‘아니다’이면서 ‘그렇다’이고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인 겁니다.이러한 인식은 다행히도 우리 민족의 근대에,1860년대에 유럽 쪽의 베르그송이나 생철학자들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습니다만.이 부분에서 우리의 논리적인,새로운 변혁적 생활을,새로운 논리의 발견을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일상적으로.말로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삶에 있어서는 늘 투쟁이나 경쟁,대결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생각하면서 논리를 진행시키고 현실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조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는 김지하 시인의 거침없는 논리 개진에 언더라인(밑줄)을 긋는다.인터뷰를 떠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리 전환인 까닭이다.내친 김에 더 ‘광폭(廣幅)’한 물음을 던져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우리는 공공성을 회복해야 합니다.남북의 통일에도 공공성이 있어야 하는데 사회적 공공성과 우주적 공공성을 함께 회복해야 합니다.너무 작은 담론들에 얽매여 공공성을 무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또 자신만이 아니라 타자까지도 자기 안에집어넣는 것이 중요합니다.주체를 배제해버리고 타자화하는 유럽사상을 따라가지도 말고 주체를 회복하면서 우주적 주체가 되는 것,이것이 새로운 인간입니다.그것은 개인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동학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서로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생명의 총체,정체성을 각자 자기 나름으로 실현하라.’고.‘밝고 밝은 이 우주를 각자 자기 나름대로 밝혀라.’고.이게 뭘까요.개인주의죠.그러나 그것은 개(個)이지 사(私)는 아닙니다.개와 사는 다른 겁니다.사는 그 뒤에 세모꼴 같은 것이 붙어 있죠? 이게 귀신에 붙어 있는 거예요.잡귀.인간의 정신 가운데 자기만 생각하고 자기만 위해서 살려고 하는.” 오랜만에 거인을 만나는 귀한 시간을 놓치기 싫어 더 많은 것을 물었고 더 많은 말씀을 들었다.병마에 시달리는 ‘대선사’가 탈진에 이를 때까지 마구 괴롭혔다.그러나 그렇게 귀동냥한 모든 것을 여기에 쓸 수 없음이 안타깝다.이 나라에 또 누가 있어 그처럼 많은 궁리를 하고 세상의 내일을 이야기할까? 바로 김지하 시인 같은 이를 종요로운 존재라 이름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사진 이언탁기자 vielee@ 방교수가 본 시인 김지하 ●수척해진 어깨 위에 걸린 흰 달 지하는 지하라고 하지 말고 지하당(芝河堂)이라고 해야 하리라.평생 바람으로 살되 가는 곳이 집이다.바람이 바로 집이다.살아 움직이는 집이다.바로 그가 김지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본 지하당의 낡은 서까래가 기울어졌다.어긋난 문짝 같은 옷을 걸친 지하당,구멍이 숭숭 뚫린 지하당의 야윈 몸채,두 시간 남짓에 배터리가 소진되고 마는 허한 기운.이것을 본 어느 누가 지하당의 과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인터뷰를 마치는데 회고록을 쓰느라 바싹 야윈 지하당의 어깨 위에 흰 달이 떠 있었다. 지하당의 후광은 낮달,희미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달이었다. ●김지하는 누구인가 1941년생으로 문명(文名)이 높은 분들이 많은 문학계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지하는 거인이다.아니,괴물이다.희대의 풍운아다. 전라남도 목포 출생.1959년에 서울대학교 미학과에 입학.이후 그의 삶은 바람의 삶이었다.한·일회담 반대운동,그리고 저항시인.황토빛 한의 전달자,박정희 군사정권을 향한 조롱과 야유(풍자시 ‘五賊’).시집 ‘황톳길’과 함께 열린 김지하의 1970년대는 연행·석방·도피로 점철된 시대,부당한 체제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여나간 시대였다.군사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무기로 감형된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그는 옥중의 시인이었다.많은 이들이 그가 걸어간 길처럼 민주주의를 외치며 전두환 정권과 처절한 항전을 벌일 때 김지하는 황야를 건너 생명의 낙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폭력이 아니라 비폭력을,광폭한 남성성이 아니라 섬세하고 여린 여성성을,대립과 투쟁이 아니라 화회(和會)의 세계를. 그는 시대와의 불화를 감당해야 했다.시집 ‘애린’의 세계가 그것이다.1980년대였다.1990년대,그리고 지금,김지하는 또 다른 초극을,완성을 꿈꾼다.시집 ‘중심의 괴로움’은 내가 내 안에 갇히지 않고 우주와 호흡을 함께 하는 새로운 리듬과 조화의 세계를 노래한다.김지하는, 뜨거운 불꽃 김지하는 오늘,안으로 타오른다. 정지용으로부터 김수영을 지나 김지하로통하는 한국 현대시의 행로는 내부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성찰적인 것과 투쟁적인 것이 맞씨름을 벌이며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해간 운명의 길이었다.
  • 이통 기지국·중계소 마구 설치 / 산림 파먹는다

    전국의 울창한 산림이 허가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선 이동통신사의 기지국과 망사업자들의 중계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산꼭대기와 고갯마루마다 기지국과 중계소를 세우기 위해 깎아낸 산길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춘천시 사북면 오탄리 국도변(56호선) 산꼭대기에 불법으로 세워진 기지국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하지만 중장비가 드나들어 폭 3∼4m의 흙길이 나 있다.설치된 기지국까지 족히 50m는 넘어 보이지만 훼손된 길 양쪽에는 앙상한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숲 곳곳에 버려진 나뭇등걸이 널브러져 있다.복구 흔적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산마루쯤에 설치된 기지국은 통상 16㎡ 정도면 가능하지만 눈대중으로도 콘크리트 구조물 등으로 훼손된 면적이 40∼50㎡는 넘어 보인다. 춘천시 남산면 행촌리 산중턱에 설치된 기지국도 불법으로 30㎡ 이상의 산림을 깎아내며 주변의 20∼30년생 잣나무숲을 마구잡이로 훼손해 놓았다. 농림지역에 들어선 기지국들도 땅 임자와 임대계약만 했을 뿐 마구잡이로 들어서 있다.기지국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공작물 설치 점용허가’를 먼저 받아야 하지만 통신회사들이 이를 무시해버린 것이다. 주로 도로변을 따라 들어선 중계소도 대부분 불법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이같은 불법 기지국과 중계소는 강원도내에서만 4300여개 가운데 80%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춘천지역에서 허가된 기지국은 단 1곳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순래(42·회사원·강원 춘천시)씨는 “도로변이나 산꼭대기 곳곳에 설치된 이동통신사들의 기지국들로 강원도내 산림들이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남 구례군도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지리산에 중계탑이나 전파기지국으로 5건을 허가했지만 중장비를 동원해 편의대로 공사를 하다보니 나무를 마구 베어내거나 산을 깎아낸 흔적이 역력하다는 게 주민들의 지적이다.순천시는 산악지역인 황전면 등 산 17곳에 중계탑을 허가했지만 해당 면사무소 직원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간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산림 무단훼손등으로 준공검사를 미루거나 당국에 고발한 사례도 없었다. 경북지역도 3950여개의 기지국이 있지만 대부분 불법 기지국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이동통신사와 망사업자들의 불법행위는 전국을 무대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강원지방경찰청이 불법으로 기지국망을 설치하면서 산림을 훼손하고 도로점용료 등도 내지 않은 혐의(산림법 등 위반)로 통신업체와 담당자들을 무더기 입건해 조사하면서 밝혀졌다.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3개 이동통신사와 SK글로벌,KT,파워콤 등 3개사 전송망사업자 등 국내 굴지의 통신사업자들이 망라돼 있다. 통신업체들이 기지국과 중계소를 불법으로 설치하고 사후관리마저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허가권자가 해당 시·군과 국도유지관리사무소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데다 허가기간이 2개월 이상으로 길고 절차마저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지난 99년부터 2001년 사이에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무차별 가입자 확보경쟁을 벌인 결과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 기지국 설치 필요성이 커지자 허가기간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편법 설치했다.”면서 “앞으로 불법기지국을 점차 양성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는 98년 말 1398만명에서 2001년 2904만명으로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통화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죄의식 없이 행해진 이동통신사들의 불법 기지국 설치 행위가 전국 산림에서도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주말 여기 어때요 / 면목동 용마폭포공원

    한낮이면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시원한 바닷가가 벌써부터 그립지만 비용과 교통체증을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교외 나들이가 여의치 않다면 중랑구 면목동 산 1의4 ‘용마폭포공원’을 찾아보자.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 2번 출구로 나와 도시개발공사 아파트 쪽으로 5분만 걸어가면 거대한 절벽에 설치된 인공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폭포공원은 1961년부터 88년까지 서울시내 도로 등 온갖 건설 현장에 필요한 골재 채취장으로 이용된 용마산 절개지를 절묘하게 폭포로 재활용한 곳이다.더 이상 파들어갈 데가 없어 용도 폐기된 절벽에 96년부터 97년 4월까지 폭포를 만들고 소나무 잣나무 등을 심어 공원으로 조성했다. 5월부터 9월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가동되는 폭포는 인공폭포로는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가운데 용마폭포의 높이는 51m나 되고 양편의 천마·청룡폭포도 각각 21m 높이에서 물줄기를 쏟아낸다.폭포가 흘러내리는 부분은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인조 암벽이다. 폭포수는 깨끗한 수돗물을 받아서 사용한다.폭포를 돌리는 데 들어가는 물의 양만 하루 1300t.이 물을 350마력짜리 모터 1대와 100마력짜리 6대가 폭포 꼭대기까지 퍼올려 내려보낸다.1시간 전기료만 7만원이나 된다. 폭포는 지난해 10월부터 4월까지 가동을 중단한 뒤 지난 10일부터 다시 가동됐다.28일부터 3일간 연못(저수조) 청소를 했기 때문에 물이 더욱 깨끗해졌다. 5만 570평의 공원에는 축구장 테니스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농구장 등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져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31일 오후 1시에는 폭포광장에서 중랑구와 한국차문화협회 후원으로 ‘중랑구 어린이 차 예절 경연대회’가 열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김화식 공원관리사무소장은 “주말이면 하루 1000여명이 공원을 찾을 정도로 명소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공원 오른 쪽에 있는 어린이놀이터 뒤로 난 돌계단을 따라가면 용마산, 아차산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무료 주차장이 있지만 주말에는 혼잡하다.지하철이나 19,555,525,567,205,50번 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비가오면 폭포는 가동되지 않는다. 류길상 기자 ukelvin@
  • [녹색공간] 숲속 공기의 ‘상쾌한 맛’

    한 번,두 번,세 번,심호흡을 한다.허파꽈리가 한껏 부풀게 숲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그리고는 밑바닥에 고인 마지막 찌꺼기조차 뱉어내듯이 내쉰다.눈가엔 눈물이 고인다.싱그러운 공기 맛을 느껴본다.구수하고 상쾌한 공기의 맛에 취해본다.마음이 안정된다.기분도 상쾌하다.숲이 담고 있는 공기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숲의 정령들이 밤새 놀다 간 여운이 남아 있는 새벽 공기는 조금은 무겁지만 서기가 서려 있다.반면에 새들의 합창이 숲의 정적을 깨는 아침 공기는 싱그럽다.햇볕으로 달구어진 한낮의 공기는 심심하며,바람이 놀다 간 오후 공기는 부드럽다.그리고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공기는 조금 아스스한 느낌을 안겨준다. 숲이 담고 있는 공기의 맛은 장소에 따라,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숲에서 맛본 공기에 대한 감각 덕분에 숲을 찾으면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그래서 고산 사막지대의 소나무 숲에서 느낀 부드럽고 메마른 공기의 맛이나,해수면 가까이 자리잡은 온대 우림에서 느낀 심심하고 습한 공기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매서운 된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 숲에서 마시는 찬 공기의 맛과 찌는 듯이 무더운 장마철에 들이켜는 습한 공기의 맛이 다르듯이 자라는 나무의 종류나 서식지의 위치에 따라서 숲의 공기 맛은 각기 다르다. 숲의 공기가 도시의 공기보다 특히 정갈하고 상쾌한 이유는 맑고 깨끗한 숲의 공기 속에 마음과 육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숲 속의 공기는 대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더 맑다.숲의 공기가 맑고 깨끗한 이유는 숲 속 식물들이 대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오염물질 알갱이들을 흡착하여 정화시키기 때문이다.그런 이유로 공업지대의 먼지 알갱이 수는 숲에 비하여 250배 내지는 1000배 더 많고,대도시는 50배 내지 200배 더 많다.이것은 숲의 공기가 공업지대나 대도시에 비하여 최소 50배,최대 1000배 가량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의 공기와 도시의 공기가 다른 점은 피톤치드와 테르펜의 존재 유무에서도 찾을 수 있다.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고자 식물성 살균물질 즉,피톤치드를 발산한다.숲의 식솔들이 방출하는 이 살균성 물질은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나무에 해로운 곤충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테르펜은 식물체의 조직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을 말한다.편백,화백,잣나무,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 있는 이 성분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숲 공기 중에 있는 음이온도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건강 유지와 문명병 치료에 대단히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숲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은 초록 공기를 뒤집어쓰는 일(Green shower)과 다르지 않다.산림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활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그러나 이런 공리적인 셈보다 더 근원적인 자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그것은 숲을 찾을 때마다 하는 심호흡이 숲과 내 자신이 다른 몸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일이다.내 들숨 속의 산소는 바로 나무들이 만든 것이며,내 날숨 속의 이산화탄소는 나무들의 식량이 된다는 자각 말이다.숲에서 맛보는공기를 통해서 우리는 모두가 하나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전 영 우 국민대 교수 산림자원학
  • 메트로플러스/ 관악구,관악산자락 나무심기 행사

    관악구(구청장 김희철)는 다음달 4일 오전 10시 신림10동 산 86의6 관악산 자락 6000여평에 잣나무 1230그루를 심는 등 나무심기 행사를 펼친다.880-3904.
  • 남북청소년적십자 22일 금강산 온정리서 ‘우정의 나무심기’

    대한적십자사(총재 서영훈)는 남북 청소년 20명이 오는 22일 금강산 온정리에서 ‘남북 청소년적십자 우정의 나무 심기’ 행사를 갖고 묘목 500 그루를 함께 심을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한적과 북한 조선적십자회가 공동 주최하고 노르웨이 적십자사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남측에서 김하연(12.여·경북 포항 유강초등학교)양 등 초·중·고·대학생 10명과 북측에서 남학생 4명과 여학생 6명 등 10명이 각각 참가한다.남북 청소년들은 22일 오전 함께 나무를 심은 뒤 오후에는 금강산 구룡연을 함께 등반할 예정이다. 남측에서는 이영구 한적 사무총장과 윤미혜 청소년본부장 등 지원인원 5명과 기자 3명 등 8명이 동행하며 북측에서는 민병관 북적 부서기장 등 7명이 동행한다. 북적은 이전부터 북측에 식목을 지원해온 노르웨이 적십자사 관계자를 이번 행사에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적은 행사 당일인 22일 북측에 학용품 5000 상자를 ‘우정의 선물’로 전달할 예정이며 지난 14일에는 잣나무 묘목 30만 그루를 미리 북측에 보냈다. 한적 관계자는“그동안 남북 적십자사가 식목 지원 방안을 꾸준히 협의해 오다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아시아 5개국 사무총장회의’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며 “앞으로도 대북 식목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도운기자 dawn@
  • [메트로 인사이드]‘시민의 숲’ 조성사업 확정,뚝섬 35만평 시민휴식처로

    축구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뚝섬축구장이 사라지고 업무시설 등이 들어선 분당선 성수역 역세권 시설부지로 거듭난다.승마장은 50년만에 자취를 감춘다.7홀짜리 퍼블릭 골프장은 가족피크닉 장소로,승마장 사무실은 유스호스텔로 바뀐다. 서울시는 17일 이런 내용의 ‘뚝섬 숲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다.기본계획안 현상설계 당선작인 서울시립대 조경진 교수 등의 공동작품을 뼈대로 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뚝섬 숲 35만평은 시민이 함께 만드는 ‘참여의 숲’ ‘기쁨의 숲’ ‘생명의 숲’이라는 기본 개념아래 개발된다.주변에 나비온실,우리꽃정원,수생식물원,미디어아트 마당,야외공연장,청소년 X게임장 등을 갖춰 시민들이 휴식과 여가활동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축구장 5개면은 역세권 시설부지로 흡수되지만 주변에 축구장 1면을 새로 만들고 테니스장,숲속 배드민턴장 등을 조성해 시민들의 스포츠 수요도 흡수할 방침이다.뚝섬 승마장은 폐쇄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다. 뚝도정수장의 물을 이용해 숲속에 계곡이 흐르게 하고,뚝섬 유람선선착장에서 가족피크닉장까지 ‘전망보행다리’를 건설,시민들이 숲을 내려다보며 뚝섬을 가로지를 수 있게 된다.한강변 자전거도로와 숲을 연결,가까운 곳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뚝섬 숲으로 올 수 있다.느티나무·은행나무·잣나무 등 키 큰 토종나무 위주로 가꿔진 숲에서는 사슴 등 야생동물이 뛰노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오는 5월4일 시민들이 숲 조성부지에 직접 나무를 심는 행사를 마련,사업을 알리고 9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10월쯤엔 첫 삽을 뜰 예정이다.시민 참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시민기금으로 다 자란 나무를 사들여 처음부터 울창한 숲을 만들 계획이다.숲 조성 공사는 2005년 6월 마무리된다. 공사비 514억원,이주보상비 2000억원 등 총 사업비 2510억원은 보상부지와 시설부지를 바꾸는 방법으로 사업비를 줄여갈 방침이다. 뚝섬은 조순 전 시장 때 돔구장 건설 후보지로,고건 전 시장 때는 대규모 문화관광타운 후보지로 조감도까지 발표됐었다.그러나 이명박 시장 취임 직후 숲 조성 부지로 갑자기 운명이 바뀌었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시의회도 올해 숲 조성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 37억원을 전액 삭감하는 등 탐탁지 않은 눈치여서 준공까지는 많은 장애물을 안고 있다. 시는 뚝섬길 일부 구간을 교량으로 처리,숲 경관 파괴와 소음을 최소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그러나 성수대교 북단부터 왕복 8차선 ‘응봉로’가 숲을 동서로 가르고 있는데다,‘뚝섬길’이 연장되면 남북으로도 나뉘게 돼 자동차 소음 등으로 숲의 적막감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류길상기자 ukelvin@
  • 北 경제시찰단 뒷얘기/ “남측 가로수 옮겨가면 좋겠다”

    북한 고위급 경제시찰단이 8박9일 동안의 ‘남측 경제 고찰(考察)’을 마치고 지난 3일 돌아갔다.이번 시찰단은 1992년 1차 때에 비해 훨씬 실속있는 경제학습에 무게를 두었다.영접과 안내를 맡았던 우리측 인사들을 통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보았다.취재원들이 익명을 요구,이름·직책을 생략하고 영문이니셜로 처리했다. ◆“곧 자주 보게 될 거야요.” 시찰단원 18명의 방문기간에 우리측 안내원들은 이들을 1명씩 전담하는 방식으로 안내했다.‘경제고찰’ 목적에 맞게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과장급 직원들이 주로 투입됐다.시찰단은 우리 안내원들을 ‘안내선생’ 혹은 ‘과장선생’ 등으로 불렀다. “솔직히 처음에는 북한 사람들에게 말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많이 부담됐는데,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3∼4일 지나니까 한마디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북측의 한 인사도 방문 마지막날,“우리 곧자주 보게 될 거야요.”라며 무척 아쉬워하더군요.”(당중앙위 간부를 안내했던 정부부처 A과장) “방문 첫날 한 시찰단원이 서울시내 도로변에 걸린 태극기를 보고 ‘무슨일로 이렇게 국기를 많이 걸었느냐.’고 하더군요.과거 태극기 관련 시비가 떠올라 긴장하면서 ‘일상적인 일’이라고 하자 ‘그렇구만요.’라며 그냥 넘어가더군요.”(오랫동안 북측인사를 접해온 B씨) 지난 2일 제주 월드컵경기장 방문 때에는 관광객들이 시찰단을 향해 ‘대∼한민국’(월드컵 응원구호)을 연호해 우리측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북측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중 하나가 ‘대한민국’인 탓이었지만 정작 북측인사들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C과장은 “방문기간중 우리체제(자본주의 경제)가 북한보다 낫다는 식의 발언이 많이 나왔는데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술은 원래 잘 안하지만….” 시찰단은 우리측과 자주 술을 마셨다.술자리가 끝날 즈음에는 으레 ‘돌아와요,부산항에’ ‘고향의 봄’ 등 가락이 이어졌다.이는 상당한 노력의 결과라는 게 우리측 인사들의 전언이다.한 시찰단원은 “북에서 고급간부들은 사회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술을 잘 안 마신다.”면서 “그러나 남측의 동포애를 생각해 거절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특히 경주·광주 등 지방 만찬에서는 우리측 일부 인사들이 “남한에서는 말좀 통하면 이렇게 한다.”며 ‘폭탄주 파티’를 시도했으나 한갑수(韓甲洙) 우리측 영접위원장이 “먼 일정 가셔야 하는데 우리가 자제하자.”며 진정시키기도 했다. ◆“남측 가로수들 옮겨가면 좋겠습니다.” 시찰단원중 한 명은 “동구권과 중국을 다 둘러보았는데,워낙 남측과 수준차가 커서 비교도 할 수 없겠다.”며 우리경제의 발전을 솔직하게 칭찬했다.서울 동대문시장과 현대백화점 등에서는 일일이 물건가격을 물어보며 달러로 환산해 본 뒤,지난 7월1일 경제관리개선조치로 대폭 오른 북한내 가격과 비교하면서 “비싸다.” “싸다.”를 연발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산림녹화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한 시찰단원은 고속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들의 이름을 물어본 뒤 잣나무와 전나무라는 답변을 듣고 “평양이 거리녹화사업을 계획중인데 앞으로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이 부분을 다뤄보자.”고 제안했다. ◆실제 장관급은 6명 의외로 주목받은 사람들은 박규홍 락원무역총회사 총사장과 문경덕 조선대양회사 총사장.이들은 북한에서 장관급으로 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락원무역 박 사장은 외국경험이 많아 남쪽 경제에 대한 이해력도 탁월하고,재미있는 말로 좌중을 사로잡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때문에 이번 시찰단에는 단장인 박남기(朴南基) 국가계획위원장,장성택(張成澤)·김히택(한자표기는 金熙澤) 당중앙위 제1부부장,박봉주(朴鳳柱) 화학공업상 등을 포함,장관급이 사실상 6명이나 됐던 셈이다. ◆장성택 부부장은 수줍은 성격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매제로 북한권부의 실세인 장성택 부부장은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말수는 가장 적었다.카메라를 피해 시찰단 뒤쪽에서 행동했고,기자들의 접근을 극도로 피했다.수원 삼성전자에서는 박 위원장이 “장 동무도 이것 좀 보시라요.”라며 손을 잡아 끌 정도였다.이에 대해 D씨는 “중요인사여서라기보다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수줍은 성격이라고 한다.”면서 “장 부부장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악수하는 것조차 어색해했다.”고 전했다.하지만 지방 방문이 시작되면서 이런 어색함은 풀렸다.박 단장은 마지막 일정인 제주관광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경제고찰하러 온 것인데,관광하는 것까지 신문에 낼 필요는 없지 않갔네?”라는 북한말로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자본주의 방식은 어려워.” E씨는 “시찰단이 자본주의 경영방식을 이해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기업은 국가에서 인민민주주의식으로 운영한다는 생각이 고정돼 있어 개인이 기업을 자기판단에 따라 운영하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경남 마산 한국소니(일본 소니의 한국법인)를 방문했을 때의 일.신의주특구,개성공단 등 대대적인 외자유치를 꾀하는 시점이어서 어느 곳보다 관심을 많이 보였다.이들은 남한내 투자수익을 일본 소니가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의아해했다.수익의 일정부분을 한국정부 등과 나누어야 하지않느냐는 것이었다.F씨는 “외국기업은 수익을 해당국가와 일정부분 나눠가져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면서 “이는 신의주특구,개성공단 등에 우리가 진출하려 할 경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환위기 어떻게 극복했나.” 시찰단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이 대목은 각각 경제기획과 금융부문 전문가인 김광린 국가계획위원회 책임참사(우리나라의 차관보급)와 박순철 조선보험그룹 부총사장이 주도했다.“금융기관이 몇개냐.” “어떤 식으로 운영되나.”에서부터 1997년 외환위기 극복과정,기업·금융 구조조정 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우리측이 “수출기반이 튼튼했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하자 과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남한경제가 1960년대 후진국에서 오늘날의 성공을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재벌보다는 중소기업” 북측 인사들은 남한의 재벌보다는 중소·벤처기업에 더 높은 관심을 기울였다.북한 경제회생의 ‘벤치마킹’모델로 생각하는 듯했다.박 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가산동 이레전자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작은 중소기업이 이렇게 놀라운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극찬했다.박 단장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물었다. ◆송이선물 110상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시찰단 편에 보내온 송이 110상자는 우리측이 북한 핵개발 파문 등을 의식해 ‘조용하게’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송이 박스마다 누구누구에게 보내라고 이름이 다 적혀져 있었기 때문에 남북회담사무국은 이를 모두 당사자들에게 배달했다.2000년 6·15정상회담 때 방북한인사 및 장관급 회담에 참석한 전·현직 통일부 장관,6·15직후 방북한 언론사 사장들이 주 대상들이었다.6차 장관급 회담에서 언쟁을 하다 결렬시키고 돌아온 홍순영(洪淳瑛) 전 통일부 장관은 빠져 있었다. 함혜리 김수정 김태균기자 lotus@ ■한갑수 영접위원장 “경제격차 줄여 통일 앞당기자” 북측 경제시찰단 영접위원장으로서 전체 과정을 총괄했던 한갑수(韓甲洙)농어촌특별대책위원장은 5일 “남북이 경제격차를 줄여야만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1992년 1차 경제시찰단 방문과의 차이점은. 이번에는 경제개발에 대한 의지가 확고했다.뭔가 배우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남쪽 경제가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고,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문제는 무엇인지,협력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등을 상세히 보고 갔다.남한에 이어 추가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3개국을 5일씩 15일간 둘러보게 된다.획기적인 개혁조치를 구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평균주의 배격’을 강조하고 있다고 시찰단은 전했다. ◆어느 정도까지 개방을 추구하고 있나. 자본주의와의 차별성은 분명히 했다.개인이 아닌 집단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조했다.이를테면 400명 정도 규모의 협동농장이 ‘창발성’을 발휘해 종자·농약·비료 등을 마음대로 사용해 농사를 짓고,국가에는 토지사용료만 내라는 식이다.나는 집단보다는 개인에 대한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다고 했으나 시찰단은 그정도(집단중심)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남북경협과 관련,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나. 남쪽의 도움을 통해 경제를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은 강했지만 당장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다만 개성공단에 대한 남한의 적극 참여를 강조했다.특히 남한이 전기를 공급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가동할 수 없다며 전력지원을 강력히 희망했다.삼성 SK 현대 등 대기업들과도 많은 일을 하고 싶어했다. ◆시찰단원들이 각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는데. 박남기 단장이 특히 방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었다.화학 자동차 물리 건축 전기 등 각 분야에 정통했다.제주 월드컵경기장에서는 건축구조가 강한 바닷바람을 견디는 데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시찰단에 어떤 말을 해 주었나. 남북경협과 관련,3가지를 강조했다.우선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우리 기업에 이익을 남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각종규제 완화,인·허가 간소화 등 편리한 기업환경을 만들 것도 주문했다. ◆핵문제에 대해 이야기가 있었나. 시찰단이 언급할 사안이아니었다.다만 핵문제는 빨리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 ■김범훈 훈넷사장의 '평양 10개월 체류기'/ “北 연내 e메일 서비스 추진” 이르면 연내에 북한에서도 e메일 서비스가 시작될 전망이다. 지난 1월부터 10개월 동안 평양에 머물다 최근 돌아온 ㈜훈넷 김범훈 사장은 5일 “북한은 정보기술(IT)산업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전화모뎀을 통해 서버에 접속하면 외부에서는 고속 인터넷망으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e메일 서비스가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일차적으로 12월 이전 북한 기업이나 외국 대사관 직원들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현재 북한은 매년 2000명 이상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를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 등 일련의 내외변화에 대해서도 고위간부들은 변화를 절감하고 있는 반면 일반 주민들은 그리 민감하지 않게 느끼지 않는 듯하다고 전했다. 그는 “고위 간부로부터 ‘급물살의 꼭지점에 앉아 있는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주민들은 물가 인상 보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변화를 정확히 느끼지 않는 듯 물가나 임금 걱정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병원비나 학비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특히 김장철이 가까운 요즘 대부분 회사들이 생활필수품을 공동으로 구입해 나눠쓰고 있다고 전했다.회사에서 무나 배추를 확보해 김장을 하고 직원들이 김장배추를 나눠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주민들은 아직도 돈보다 정치(체제)가 좋다면 좋은 나라이고,사상이 좋으면 좋은 나라로 생각한다.”면서 변화에 대해 둔감함을 지적했다. 하지만 “윤도현 밴드 등 남측 예술인의 공연에 대해서 처음에는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나중에는 많이 적응된 듯 호의적이었다.”고 전했다.특히 북측관계자들이 윤도현 밴드의 공연시작 30분이 지나도록 “저것이 무슨 노래냐.고함만 지르고 정신나간 사람처럼 뛰어다닌다.”라고 평한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을 연결하는 인터넷망 이용이 활성화돼 남북한 교류협력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40년이상 된 나무 베지않고 보호땐 山主에 예상수익 70% 융자

    산림자원 증대 및 생태계 보호,목재의 안정적 수급 등을 위해 ‘산지목재비축제도’가 신설된다. 31일 산림청에 따르면 국내 목재 수요량의 94%를 수입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생산국의 수출제한이나 수입가격 급등 등의 상황에 대비하고,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목재공급을 위해 산지목재비축제도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지목재비축제도는 법적으로 나무를 벨 수 있는 수령(벌기령·소나무의 경우 50년)이상이거나 벌기령이 이르지는 않았지만 40년 이상된 나무를 베지않는 산주에게 벌채시 예상되는 수익금의 일부를 장기저리로 융자해 주는 제도다. 계약기간은 10년 이상으로 연장이 가능하고 융자조건은 1㎥기준 예상수입액의 70%인 2만7000원 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산림청은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12년까지 수령 40년 이상인 나무가 자라고 있는 삼림 320만 5000㎥(전체 사유림의 30%)를 대상으로 총 900억 2500만원(융자 886억 5000만원,보조금 13억 75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산림청은 우선 내년에 3만㎥의 산림에 8억 3100만원의 예산을 시범 지원하며,연차적으로 지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육림은 경제성이 떨어져 조기 벌채를 하는데 이 제도가 신설되면 산림소유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30년 이상된 나무가 전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질 경우 상당한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림법상 벌기령(사유림)은 소나무가 50년,잣나무 60년,리기다소나무 25년,편백 50년,낙엽송·삼나무 40년 등이다. 한편 산림청이 지난 5월 목재비축제도와 관련해 산림소유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9%가 자금부족을 이유로 융자 혜택을 원했고 연간 융자금리는 연리 1%미만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굄돌] 후손사랑 나라사랑

    해마다 가을이면 찾아 뵙는 아버지의 묘소이지만 갈 때마다 풍경이 달라져있음을 느낀다.묘원은 훨씬 확장된 것 같고 길도 가로수도 잘 정비되어 있다.여기저기 흩어져 나름대로 자리잡은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메타세쿼이아 등은 한해 사이에 훌쩍 자란 것 같다.병영처럼 질서정연하게 잘 정돈된 묘원은 고요하다.그러나 적막해 보이지는 않는다. 형형색색 온갖 색깔과 모양의 꽃들은 석병에 꽂혀,비록 찾는 이는 없지만 자손들의 정성스런 손길이 배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유택도 시간이 흘러가면 비워주어야만 한다.매장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3∼4배나 되는 넓은 땅이 묘지로 이용된다고 한다.세월이 흐를수록 묘지로 변하는 국토는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하여 매장문화를 화장문화로 바꾸려 많은 애를 쓰고 있다.또한 묘지법도 강화하였다.그러니 어차피 묘소는 60년 후에는 파헤쳐지고 납골당으로 이사가야만 한다. 지난 여름에도 태풍과 장마에 많은 묘소가유실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자손들이 허탈해 하고 민망해 하는 모습은 남의 일 같지 않았고 정말 보기에도 딱했다. 와우아파트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 우리는 참으로 마음 아파했고 또 분노했었다. 우리 모두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혔었다.그래서 건축법이 보완되었고 책임 있는 관련자들은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록 유택이지만,자손들이 소중히 하는 묘소들이 해마다 장마 때면 유실되었다는 기사는 보았지만 누군가가 책임을 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어차피 죽은 자의 일이라서 그러하겠지만 적절히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또한 일정기간이 지나고 나면 납골당으로 옮겨야 할 처지라면,얼굴도 잘 모르는 후손들에게 번거럽고 힘든 뒷 치닥꺼리를 맡길 것이 아니라,스스로 자손들에게 부탁하여 아예 처음부터 납골당으로 들어가 좌정(?)하는 것이 더 깨끗하고 마음 편할 것 같다.생을 마감하면서 후손과 나라사랑의 작은 뜻을 실천하는 길이 되기도 할 것이다. ▶ 김춘옥 전업미술가협 이사장
  • 미술관서 만나는 부처

    미술 전시장에서 보는 부처? 불교문화산업기획단(이사장 도후 스님)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17일부터 28일까지 ‘아름다움과 깨달음-한국 근현대 미술에 나타난 불교사상전’을 연다.20세기 이후 근현대 불교미술 작품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자리.작고작가 14명,현역작가 28명의 회화·조각 등 72점이 나온다. 특히 개막일인 17일에는 국내 최초의 조각가 김복진(1901∼1940)의 ‘석고관음보살좌상’과,월북작가인 동양화가 정종여(1914∼1984)의 괘불인 ‘의곡사 여래좌상’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또 근대화가의 대표격인 서양화가 오지호(1906∼1982)의 ‘아미타후불탱화’도 선보인다.이들은 각각 충남 예산의 선방 ‘정혜사’와 경남 진주의 ‘의곡사’,광주의 ‘원효사’등에 봉안된 작품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윤범모 경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불교미술 전시는 고미술중심으로 이뤄져 1900년대 이후 근현대 불교미술전은 한 번도 기획된 적이 없어 부끄럽다.”면서 “불교미술을 ‘찬란했던’이란 과거형이 아닌 ‘찬란하다’는 현재형,더 나아가 미래형으로 이어가기 위한 첫 디딤돌로 이 전시를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세 작품외에 근현대 작고 작가의 불교미술 작품은 박광생의 ‘청담스님’,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이 그린 ‘인봉 선사 초상’,조각가 권진규가 남긴 테라코타 작품 ‘춘엽 비구니’,재일교포작가 전화황의 유화 ‘백제관음’,장욱진의 ‘진진묘’등이 주목할 만하다. 현역작가의 작품으로는 이만익의 ‘월인천강’,전혁림의 ‘사원’,황주리의 ‘황혼’,이왈종의 ‘생활속의 중도’,이철수의 ‘조주 잣나무’등이 돋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관음보살좌상과 여래좌상이 개막일인 17일 하루만 전시된다는 점.주최 측은 “아침 저녁으로 모시고 예불을 해야 하는 불상과 보살상을 모셔온 만큼 장기 전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불상들은 해당 사찰에서 별도의 이운 의식을 거친 뒤 전시장에 모습을 나타낸다. 서울전이 끝나면 경주(11월 2∼17일)속초(11월22∼12월1일)여수(12월 초)등지에서 순회전을 갖는다. 부대행사로 26일 오후2시 가나아트센터 아카데미홀에서 열리는 특별강연회에는 장충식 동국대박물관장,최태만 서울산업대 교수가 ‘한국 근현대 불교미술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한다.(02)720-1020. 문소영기자 symun@
  • 성북 학교유휴지 4곳 녹지 조성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30일 지역 청소년들의 정서순화와 주민들의 휴식공간 확충을 위해 관내 숭곡·삼선·성북 초교와 고대부고 주변에 유휴공간을 활용,올해 말까지 녹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월곡동 숭곡초교 입구 190평에는 소나무 등 나무 1043그루와 구절초 등 향토꽃 2170포기를 심을 예정이다. 또 삼선초교의 담장 250m를 헐어 장미꽃을 심고 성북초교의 건물앞에 화단을 조성할 방침이다. 또 고대부고 운동장과 정릉길 경계부분 절개지 200m에는 조경석을 쌓고 개나리 스트로브잣나무 등 2000여그루를 심어 아름다운 가로를 꾸밀 계획이다. 조덕현기자 hyoun@
  • 책/ 나, 황진이-名妓 황·진·이 소설과 역사로 부활

    그녀는 평생 세 부류의 사내에게만 ‘잣나무배 오르기’를 허락했다.첫째는 돈많은 송도의 거상이고,둘째는 저보다 음률에 앞선 자이며,마지막은 시문에 탁월한 문재인데 이중 시 잘 짓는 이를 만나면 버선발로 맞았다.누구라도 그 이름을 대면 ‘아,’하며 한두마디 거들고 나서지만 정작 그를 아는 사람은 없다. 조선 중종조의 명기로 송도 어름을 주름잡았다지만 역사적 평가의 장에서는 노류장화라거나 해어화의 꼬리표를 뗄 수 없던,그러면서도 조선시대 철학사의 한 축인 화담 서경덕의 철학세계를 열라치면,어김없이 시·서·화 3절의 튼실한 격을 지분 향내처럼 풍기며 다가서는 여인,바로 황진이(黃眞伊)다. 결코 색정만으로는 옷고름을 풀지 않았으며 절창에 명필의 재능까지 겸비한 그녀가 ‘문사철(文史哲)’이라는 제법 무거운 분장으로 우리 곁을 다시 찾았다. 우리가 아는 황진이의 히끄무레한 실루엣을 단번에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거침없이 새 그림을 그려 넣은 김탁환의 소설 ‘나,황진이’(푸른역사)가 문제의 책.책은 소설과,학문적 시각에서해설을 넣은 주석판 등 두 종류로 따로 나왔다. 박종화 류의 역사소설을 냉소하며,조선왕조실록에 한줄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황진이를 이렇게 철저하고 완벽한 고증으로 재현해 낸 사실이 놀랍다.놀라움은,소설과 함께 ‘역사와 소설의 포옹’이라는 부제를 달고 발간한 주석서,거기에 빼곡이 적힌 600여 주석에 이르면 이 실험이 결코 허튼 것이 아님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기생 황진이를 섣부른 덧칠로 윤색하려는 어설픈 기도는 아예 하지 않았다.대신 ‘문사철’을 넘나드는 사료적 근거에 천착해 누가 보아도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일세를 풍미한 지식인 황진이를 창조해 냈다. 저자는 당대의 풍류객이자 종실인 벽계수를 낙마하게 한 시가(詩歌)‘청산리 벽계수야…’를 작품의 모두에 얹지 않았다.대신 황진이를 고려의 수도인 송도 지식인의 태두 ‘서경덕 에콜’의 대모로 자리매김해 당대 지식인들의 고뇌와 정서를,그가 음유하는 장대한 서사적 시상으로 복원해 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렇다고 황진이를 둘러싼 야담요설을 피해간 것은 아니다.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그를 둘러싼 많은 일화를 재해석했다.마치 ‘황야의 이리’에서,헤르만 헤세가 하리 할러의 수기를 빌어 지식인의 분열된 정신세계를 분석한 것처럼 황진이의 의식으로 16세기 지식인 사회를 해부한다. 허균이 황진이를 박연폭포·서경덕과 함께 묶어 ‘송도 3절’이라고 칭했으나 속세의 일이 한량없이 가볍기만 한 황진이는 소설 속에서 이렇게 되뇌인다.“폭포와 사람의 어깨를 견주는 것이 우습고 스승과 내가 함께 논의되는 것도 어불성설이기에 물러나 등 돌리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다한다.”고. ‘한숨을 토했답니다.’‘몰랐을 따름이지요.’‘상관하지 않으셨답니다.’의 서술형태에 골라쓴 단어가 구석구석 빛나는 등 작품 전체를 관류하는 작가의 문체 미학적 시도도 일단 신선하다.‘같은 종결어미의 숨막히는 반복이 읽는 이들에게 과연 어떤 느낌을 줄까.’라는 문제에 대해 진지한 검증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작가는 최근 들어 관심을 모으는 미시사(微視史)적 접근,즉 기존 역사에서 문학을 추출해 내는 방법 대신 문학을 통해 역사를 조합하려는 역시도를 하고 나선다. 아직 성과를 거론할 단계는 아니나,작가는 소설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화가(백범영 용인대 교수)한문학자(안대회 영남대 교수)중문학자(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역사학자(홍영의 국민대 강사)와 문학평론가(장일구)의 감수까지거쳤다.이른바 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해 탄생시킨 역사이자 시·소설·그림이 함께 한 복합장르적 작품이다. 작가는 “황진이의 마음으로 16세기 지식인들의 사상적·미적 성취를 살피는 것은 물론 그들의 고뇌까지도 속속들이 이해하고 싶었다.”고 토로해 그의 애씀이 결코 도로(徒勞)일 수 없는 당위성을 얻고 있다.하지만 그래도 남는 아쉬움 하나.새로 시도한 소설의 사료적 근거가 일제 어용학자인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점이다.작가가 사료로 제시한 이덕형의 ‘송도기이’와 허균의 ‘성옹지소록’,유몽인의 ‘어우야담’과 서유영의 ‘금계필담’이 모두 이능화의 저서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소설 9500원,주석서 1만5000원. 심재억기자 jeshim@
  • 경제 호전 나무시장 호황

    올들어 나무 판매량이 늘면서 경기호전을 반영하고 있는것으로 분석된다.또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 및 매스컴의영향으로 ‘히트 수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4일 올해 전국 150개소의 나무시장을통해 약 336만여 그루가 일반에 공급될 것으로 전망했다.2000년 255만 그루,지난해 280만 그루가 팔렸다. 지난달 11일 문을 연 서울 양재동 나무시장의 경우 3월말현재 22만 그루를 판매, 폐장하는 4월20일까지 40만 그루(지난해 35만 그루)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종별로는 감·모과·대추 등 꽃과 열매, 관상용으로도적당한 유실수가 9만여 그루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산소 주변에 심는 옥향과 황금측백 등 조경용이 7만여 그루, 소나무와 잣나무 등이 5만 9000여 그루였다. 지난해 드라마 허준 때문에 인기를 모았던 매실나무가 올해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고 최근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가시오갈피나무는 최대 히트 수종으로 부상하고 있다.전국적 집계는 아직 없으나 양재동 나무시장에서만 지난달 매실나무 2만여그루,가시오갈피나무가 1만여 그루씩 팔렸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