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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마음의 감기’로 여기고 적극적 자세면 극복할 수 있다

    ’주부 우울증’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곁들인다면 빠른 시일 안에 완치가 가능하다. 우울증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라져야 한다. 주부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감기’ 정도로 여기고,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한다면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시·군·구 등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건강센터는 주부 우울증 환자의 상담과 치료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광주 서구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2009년 첫째 아이를 낳은 이후 산후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최근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우울증은 더욱 깊어졌다. 김씨는 “배 속의 둘째 아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첫째 아이를 안고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자신의 이 같은 생각이 정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김씨는 서구보건소가 운영하는 상무금호 보건지소에 전화를 걸었다. 보건지소 정신보건팀은 곧바로 김씨를 만나 상담을 했다. 호르몬 변화, 외로움, 육아 부담 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원인으로 꼽혔다. 전문 상담 요원들은 김씨가 현재 임신한 상태라서 약물치료 대신 적극적인 상담 서비스를 펴고 있다. 박상하 팀장은 “상담을 거듭할수록 김씨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또 최근 남편의 사망 이후 경제적, 정서적 어려움으로 두 차례 자살을 시도한 서모(51)씨를 상담과 병원 입원치료를 통해 거의 회복 단계로 끌어올렸다. 박현희 소장은 “서씨를 상담한 결과 그가 두 자녀와 물에 빠져 죽으려고 맘먹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며 “약물치료와 가정 방문, 전화 상담 등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건지소는 이들처럼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300여명을 등록해 지속적인 상담과 보호 관찰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전업주부이거나 이혼해 자녀들과 살림을 꾸려 가는 여성들이다. 주부들은 특히 출산과 육아·경제적 궁핍·가정불화·외로움 등으로 우울증에 자주 노출된다. 주부 우울증은 자칫 자녀와 동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예방대책 마련도 절실한 실정이다. 선제적 예방책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사례도 수두룩하다.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A(41)씨는 지난해 11월 둘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육아와 가사로 인한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었다. A씨는 육아 스트레스가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했을 뿐 아니라 시도까지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2월 초 남구보건소 모자보건실에서 산모를 대상으로 한 산후 우울증 선별검사에서 수치가 높게 나와 같은 달 13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남구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았다. 치료 당시 A씨는 남편과 함께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A씨에게 스트레스 및 우울증 관리 방법을 상담·치료했고, 남편에게는 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을 알리고 육아·가사를 함께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이 센터 이경진 정신보건임상심리사는 “육아와 가사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반면 남편 등 가족은 여성의 산후 우울증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본인 치료와 주변 가족의 도움을 병행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씨도 구가 운영하는 정신보건센터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부모의 무관심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결혼을 했지만 남편의 경제적 무능, 폭언, 술 주정, 또 시댁과의 갈등으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이후 약물 치료를 받으며 증세가 약간 호전됐으나 남편의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재발하고 생활고까지 겹치면서 우울증도 재발했다. 자살까지 시도했던 김씨는 자살 사고 이후 동 주민센터를 통해 사례 관리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동 주민센터와 정신보건센터, 이웃 등의 폭넓은 관리를 받고 있다. 김씨는 정신병 증상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을 받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 향상 교육, 분노 조절 프로그램, 자조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또 김씨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인 남편은 같은 센터 알코올 사례 관리팀에서 치료와 관리를 받고 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사는 김모(35)씨 역시 3살과 5살짜리 사내아이를 두고 있는 전업주부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 살림을 하면서 개구쟁이 아이를 돌보다 보니 저녁에는 파김치 되기 일쑤였다. 남편도 업무상 늦게 귀가하는 일이 잦은 데다 주변에 터놓고 대화할 친구도 없어 하루 종일 혼자 지낼 때가 많았다. 이웃과 단절된 공간 속에서 스트레스가 쌓여 가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파트 20층에 살고 있는 김씨는 어느 날 “한 마리 새가 되어 아래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김씨는 병원을 찾았는데 주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3개월에 걸친 약물치료와 함께 남편의 도움으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남편은 가급적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일찍 귀가해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단지 내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주말에는 골프 등 스포츠를 즐기도록 아이 돌보는 일을 도맡았다. 집안 청소도 남편 몫이었다.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말도 많아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우울증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로 점증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이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주부 우울증 관련 자살이나 각종 범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우울증을 고쳐야 하고, 고칠 수 있는 ‘질병’으로 보기보다는 개인의 ‘성격’ 문제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환자 역시 전문가의 상담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큰 것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조사 결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일반인의 67%가 스스로 우울증을 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국민보건증진 차원에서 일부 지자체와 광역정신보건센터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우울증 환자 등의 자살 예방과 상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홍보 부족 등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아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김명권 광주서구보건소장은 “정신건강센터로 연락만 하면 전화·방문 상담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우울증 등으로 판단되면 관내 정신의료기관과 협진 체제를 구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도 우울증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5월 직장 정기 건강검진 항목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검사를 포함하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노동안전위생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이 같은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은 일본 자살자 수가 연간 3만명을 넘기는 등 자살 및 우울증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98년 청소년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자살방지 프로그램을 제정·선포한 이후 우울증 등을 국민건강 우선과제로 삼고 자살과 우울증에 대처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오고 있다. 유성은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특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 탓에 많은 환자가 병원에 잘 가지 않는데 가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병원 말고도 우울증을 상담하는 정신보건센터 등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도 이런 정보를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산후 우울증은 남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가사와 육아를 돕고 아내와 함께 동반 대처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토깽아” 부르면 달려와 품에 안겼던 할아버지와 단짝 토끼 10년 이야기… 작가 가족의 실제 모습 예쁘게 담아

    “토깽아” 부르면 달려와 품에 안겼던 할아버지와 단짝 토끼 10년 이야기… 작가 가족의 실제 모습 예쁘게 담아

    목련 꽃이 활짝 핀 어느 봄날, 조용하고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할아버지에게 낯선 토끼 한 마리가 찾아온다. 주택가에서 아파트로 이사 가는 할아버지의 친구가 하얀 토끼 한 마리를 선물로 주고 간 것이다. 낯선 토끼와의 동거는 할아버지에게 달가운 일은 아니다. 한 번도 토끼를 길러 본 적 없는 할아버지는 난감하기만 하다. 토끼도 사정은 마찬가지. 할아버지는 거실 한편에 토끼장을 설치하고, 상추를 건넨다. 토끼는 상추를 먹기는커녕 토끼장 구석에 웅크리고 눈치만 본다. 할아버지의 친구가 토끼를 건네며 “약으로 달여 먹으라”던 말을 알아들었던 것일까. 할아버지는 토끼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토끼를 위해 뚝딱뚝딱 멋진 집도 만들어주고, 달달한 당근도 챙겨 준다. 매일매일 새로운 일을 하나씩 꾸민다. 어느 날 문득 토끼 이름을 지어주기로 한다. 눈을 끔뻑이는 토끼에게 이렇게 ‘토깽이’란 이름이 붙는다. 어느새 한 식구가 된 것이다. ‘최고 멋진 날’(고정순 지음, 해그림 펴냄)은 할아버지와 ‘토깽이’의 ‘최고 멋진 날’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며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이라고 속삭인다. “토깽아”하고 할아버지가 부르면, 토끼는 귀를 쫑긋, 코를 벌름거리며 뒷발을 힘차게 굴러 할아버지 품에 와락 안긴다. 할아버지는 더욱 바빠졌다. 옥상에는 토끼를 위한 예쁜 텃밭이 들어서고 상추, 가지와 호박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 할아버지는 때론 ‘토깽이’와 바둑을 두고 강아지처럼 함께 산책한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아는 단짝 친구다. 그렇게 아홉 해가 훌쩍 흘렀다. ‘토깽이’도 하나둘 이가 빠지고 힘껏 뛰어오르지 못한다. 기운 없이 온종일 잠만 자는 날이 늘어간다. 어느 날 ‘토깽이’는 할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한다. 할아버지는 ‘토깽이’와의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관계 맺기의 소중함과 함께 이별의 아픔을 가르쳐 준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고정순 작가는 따뜻한 글에 스스로 삽화를 입혔다. 작가는 “30여년 전 유치원에 다닐 무렵, 친할아버지의 실제 모습을 담은 그림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10년 가까이 애완견처럼 할아버지를 따르던 토끼가 늙어 죽자 할아버지도 5년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면서 “어릴 적 이야기를 동화로 만들기 위해 2년여간 작업했다”고 말했다. 1만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 펴낸 前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저자와의 차 한잔]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 펴낸 前국가인권위원장 안경환

    여기 문제적 인간이 있다. 족적만 살펴보자. 대구사범학교를 다니다 사회주의 서적을 읽고 독서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중국에 끌려간다. 광복군의 일원으로 해방 조국에 돌아와 교육에 매진하다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이 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의 시신을 용기있게 보도해 4·19 혁명에 불을 당긴다.   대구사범 동기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공분, 5·16 쿠데타와 이후 조국 근대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미국의 반대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박정희를 부추긴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방송사 사장에까지 오른다. 곧바로 주체세력의 암투에 휘말려 나락을 경험한다. 1964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등을 월간 ‘세대’에 실었다가 구속된다. 이후 40여년의 삶은 ‘함께 혁명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에 오롯이 바쳐진다.  황용주(1918-2001년) 전 문화방송 사장. 그가 평생 남긴 40여권의 일기를 유족에게서 건네받은 안경환(65) 서울대 법대 교수가 여러 인사의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쓴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까치 펴냄)를 냈다. 진보진영에 속하며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 교수이기에 의외로 비칠 여지도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책을 내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10년도 전에 일기를 입수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산 지식인이 그렇게 무덤도 없이 간 것에 대해 아련한 마음이 있었죠. 우리 문화나 정체성이 4·19 이후에야 시작됐다고 보며 일제시대는 우리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대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윗세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일제 말기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학병 세대들을 전체적으로 엮어서 시대사를 써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려니까 벅차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황용주씨) 부인(이창희 여사·프랑스 거주)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기왕 하는 거 10주기에 맞춰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제 평가를 배제하고 그 사람 목소리를, 그 분 입장에서 재현해봐야겠다 그렇게 된 거고요. 그래서 ‘인물전기’라고, ‘평(評)’ 자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의 기록들을 보니까 다행히 그 시대 분위기를 공부해야 하고, 특히 일본 관련 책들을 많이 봤죠.   일제 말기 사람들의 지적 역량이나 스케일, 능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높더라. 일본 제국의 지적 수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정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러니 잘못됐다고 생각해버립니다. 후세대들은 내가 모르는 옛날 건 중요하지 않은 거고, 나쁜 거다,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됐어요. 후속 세대는 더하더라고요.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운동가나 정치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식인들이 정보나 지식을 선택적으로 취해 경박하게 판단하는 것을 보고 전 많이 불편했습니다. 요새 말로 좌든 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공부를 덜하는구나, 균형 감각이 덜하구나, 우리는 완전히 체화되기 전에 들어오면 말로 다 풀어버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그렇듯 이 작업에만 매달린 건 아니고 다른 책도 준비하면서 조금씩 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쯤 낼 수 있었는데 박정희 문제가 걸려 있기에 선거전에 이슈가 되는 건 원치 않아 이번에 내게 된 것입니다.  →황용주와의 첫 만남은?  -1987년에 처음 교수가 된 뒤 찾아 뵜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느라 비었던 공백을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을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왜 저런 구호를 내걸까 궁금증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이해랄까, 그런 차원에서 이문열도 그때쯤 다시 만났고요.  당시 이미 황 선생은 형편이 어려워 제가 ‘문예춘추’ 몇개월치 모아서 드리기도 하고 프랑스 문학 얘기도 나누며 일년에 서너 번, 명절 뒤 인사도 드리고 바둑도 두고 했습니다.  →두 분이 (경남 밀양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 얘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분이 학생 때도 문학을 공부했고, 부산일보 시절 영화제도 만들고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제가 공유한 취향을 한 세대 앞서 가지신 분입니다. 난 내 얘기하고, 응 그러냐 그런 거죠. 황용주 하면 떠오르는 게 박정희니까,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식인으로나 교양인으로서의 제 이미지와 제가 만나본 많은 원로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분이었어요.   →역시 자료 수집하고 증언 채취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10년 동안 꾸준히 조금씩 하신 것이네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묻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던지기도 했습니다. ‘세대’지 관련해서는 많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고 정 안될 때는 그냥 증언만 실었지만.  인권위원장 그만 둔 뒤인 2010년, 사모님(이창희 여사) 증언 받으러 프랑스를 며칠씩 두 차례 다녀왔죠. 딸(황용주는 프랑스를 동경해 이름을 ‘란서’라 지었다)에게는 단편적으로 한 게 아니라 너 써라, 무조건 써달라고 해서 대학노트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 양반에게는 단순한 딸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의 표현이자 상징이었잖아요. 그런 딸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데도 프랑스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도록 한 것도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라는 뜻이었을 정도였다. 마지막 운명의 순간에 ‘정희야, 란서야’라고 외친 것도 상징성이 크다.  →10년을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거겠지요.  -네, 크게 보면 김윤식 교수가 해온 일과 비슷합니다. 제가 진보진영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황용주는 나쁜 인간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그렇지만 그 사람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법률가로서 누구의 변호를 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다른 얘기를, 판사의 판단을 받기 위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책을 쓰면서 100% 공감이 안 가서 힘든 구석은 없었는지.  -예를 들어 5.16은 어쨌든 헌법학자 입장에서는 쿠데타입니다. 헌법이 그렇게 정리가 되고. 그걸 혁명이란 이름으로 내세워서, 군인이 권력을 잡아 출세를 하겠다, 사심을 채우겠다고 달려든 사람도 있었겠지만, 황용주는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한 국가를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로드맵으로서 높게 생각하고 정당화시키는데 헌법학자로선,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쿠데타의 결과로서 산업화에 기여한 역사는 현 시점에서 인정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또 10월 유신(등에 눈 감거나 박정희가 죽은 뒤에) 추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두환을 찬양하고 나아가 노태우까지 그러는 건 동의할 수 없었죠.  →다투거나 한 건 아니시죠.  -그러진 않았고요. (웃음) 일제시대의 훌륭한 군인들 얘기 많이 하잖습니까? 그 때 장군들의 스케일과 지적 역량, 신화같은 얘기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박정희의 유업을 이어가려면 군인이 더 집권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전혀 용납할 수 없죠. 서로 시대가 다른 사람 얘기하는 거니깐.  그 때마다 바둑이나 두고, 뭐 이렇게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웃음) 저도 대학생 때 1급이었는데 나이 차도 있으니까 제가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프랑스를 동경해 딸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일반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분이 한국적 민주주의를 얘기한 것은 극히 모순되는데.  -그건 이해가 가는 것이 한국이란 사회가 식민 지배 이후 아무것도 없었지 않습니까. 민족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누가 먼저 썼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군대가 집권해서 공업화를 서두르고 남북한이 유엔 동시가입한 뒤 통일로 간다, 이런 로드맵을 만든 것은 완전히 황용주의 머릿속에서 나온 겁니다. 사회 변혁을 이끌 지식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은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신생국가의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람은 본 거지요. 4·19 다음에 대한 기대가 많았겠죠. 당당히 4·19의 연장이란 주장을 하게 되고 당시 그런 생각에 호응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황용주는 평생 ‘국민’이나 ‘시민’이라 하지 않고 ‘한반도 주민’이라 불리길 열망했다. 그렇게 평소에 증오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즈음에 그가 흥분했던 모습을 안 교수는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1947년 마크 게인(281쪽)과 1979년 황용주(459쪽)의 경고는 지금 정확히 들어맞는데요.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 역사를 길게 보고 낙관하는 쪽이에요. 연초에 이문열씨와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해 대담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은 진보와 보수 모두 역사의 완결성을 믿지 않잖습니까. 우리 역사가 이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성공한 양상과 속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더 괜찮은 나라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옆으로 챙기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 박근혜 시대에 반감 같은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박정희 체제에 당했느냐와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연좌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니까 안된다’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정치적 연좌제인 거죠. 반대로 박근혜씨는 아버지의 영광만 누리려 하지 말고 ‘그늘’도 같이 받아라고 칼럼에 적었던 것이지요.  →이병주(1921~92년) 평전을 내겠다고 했는데 마음의 빚이라도 있나.  -앞에 학병시대를 얘기한 것처럼 그를 작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평론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 며칠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지금 보면 문단에 그의 자리는 없다. 중학교 다닐 때 주필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당시 국제신문 주필이 이병주였다. 부산일보 사설과 비교하며 읽고 친구들에게 떠들곤 한 기억이 있다.  대학 때 건방지게 문단에서 대들고 한적도 있는데 다 받아주고 했다. 그런데 5·16 이후 문단이 완전 진보 쪽으로 정리돼 경상도 출신 작가는 모두 전두환과 도매금이 됐다. 또 이병주씨는 문단이나 대학에서 패거리를 이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뚝 서 있던 거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그를 정리하는 건 좌와 우가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가장 맞춤하다는 데 공감대가 맞춰져 있고 은근히 압력도 가해지곤 한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그는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느라 무척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거리라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처분하는 문제, 저자 서명이 담긴 수천 권의 책을 어떻게 처분하느냐 고민하고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파주서 …청주서… 그녀들의 극단선택 아픈 사연

    [커버스토리-주부 우울증] 파주서 …청주서… 그녀들의 극단선택 아픈 사연

    파주 지난 21일 오후 7시 45분. 경기 파주 119센터에 다급한 목소리의 30대 후반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아파트 출입문 번호키를 누르고 현관에 들어서자 아내(32)가 목에 피를 흘리며 왼손에 흉기를 들고 자신과 마주 서 있다”는 신고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애기들 보러 가자”고 말했으나 남편은 두려운 생각에 꼼짝을 할 수 없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 흉기를 들었다는 말에 전화는 112로 넘어갔고, 5분 만에 강력계 형사들이 아파트에 들이닥쳤다. 아내는 안방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왼손에 든 흉기를 목에 대고 있었다. 형사들은 즉시 흉기를 빼앗아 아내를 제압했다. 그러나 만 1살을 겨우 넘긴 큰아들은 이미 침대에 엎드린 채 숨져 있었다. 지난 5일 태어난 작은 아들은 방바닥에 누워 있었으나 한눈에 봐도 위급해 보였다. 두 아들 모두 목 부위에 치명상을 입은 뒤였다. 남편이 쓰레기를 내다 버리고 가게를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시간은 겨우 15분이었다. 그 짧은 틈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즉시 큰아들 손목을 잡고 가슴에 귀를 댔으나 맥박이 잡히지 않았다. 가쁜 숨을 쉬는 작은아들은 급히 일산백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같은 날 밤 10시 15분 끝내 숨졌다. 아내는 지난해 1월 큰아들을 임신 중일 때부터 성격이 급변했다. 이름을 불러도 잘 듣지 못하고 웃지도 않았다.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임신 우울증’이라고 했다. 약을 먹고 치료를 받자 금세 좋아졌다. 그러나 이달 초 둘째를 낳은 뒤 재발했다. 친정아버지가 찾아와 딸의 이름을 불러도 다른 곳을 쳐다보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편은 경찰에서 “심각하다. 다시 병원을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사고가 난 것”이라며 좀 더 빨리 병원을 찾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산후조리원에서 좀 더 지내지 못한 것도 후회가 됐다. 병원 정신과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는 아직 아들 둘이 숨진 사실을 모르고 있다. 청주 지난 2월 21일 오전 8시 20분 충북 청주시 흥덕구 분평동의 한 아파트. 주부 이모(42)씨는 남편이 출근한 이후 갑자기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급습했다. 안방에서 주방으로 나와 싱크대에 보관하던 식칼을 꺼냈다. 자살을 결심한 이씨는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딸(11·초등 4년)을 본 순간 딸의 걱정이 밀려왔다. 자신이 하늘나라로 가면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할 딸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딸도 함께 죽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평소 엄마를 잘 따르고 착했던 딸은 죽어도 천당에 가서 지금보다 행복할 것만 같았다. 결국 이씨는 잠자는 딸의 목을 흉기로 한 차례 찌른 뒤 자신의 목을 수차례 찔러 자해를 시도했다. 방에 있던 아들(15)이 동생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와 이 광경을 목격하고 119에 도움을 청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은 침착하게 엄마와 동생을 지혈했고, 신속하게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병원으로 이송해 모녀의 목숨을 구했다. 끔찍한 이날 사건도 이씨의 우울증이 가져온 참극이었다. 이씨에게는 결혼 후 2007년 약간의 우울증 증세가 찾아왔다. 결혼 전 있었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몸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남들보다 뒤떨어진다는 절망감이 누적돼 왔던 게 원인이었다. 이씨는 11차례 병원 치료를 받고 상태가 호전되자 치료를 끊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일 뿐,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절망감은 이씨를 계속 괴롭혔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청소일을 하기 위해 나가던 어린이집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을 빨리빨리 하지 못한다는 핀잔을 듣자 이씨의 절망감은 더욱 심해졌다. 이씨는 자책하면서 사고 발생 2주 전 어린이집을 그만뒀고, 이때부터 우울증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열등감이 하루종일 계속됐고, 이런 정신적 고통은 불면증으로 이어졌다. 2주 동안 잠을 못 잤고, 음식도 먹지 못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혼자 먹지 못하는 술까지 마셨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사고 당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결국 가족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에 대한 절망감과 사회에서 이씨를 바라보는 그릇된 시선이 우울증을 키운 것 같다”면서 “이런 이씨를 돕기 위해 남편이 곁에서 애를 썼지만 참극을 막지는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씨는 처벌보다 치료가 중요하다는 검찰의 판단에 따라 지난 4일 석방됐다. 조사 과정에서 검찰은 이씨가 우울증을 장기간 치료하지 않다가 병세가 악화돼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의 딸도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길 간청했고 남편도 부인을 꼭 치료하겠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영주 지난해 8월 24일 오후 7시쯤. 주부 김모(42)씨는 4살과 2살 난 아들을 데리고 경북 영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대구 동구 신서동 한 아파트로 향했다. 이 아파트는 김씨가 결혼하기 전 살았던 곳. 아파트에 도착한 김씨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3층으로 올라가 아들 2명을 안고 계단을 통해 투신했다. 투신한 이들 모자가 아파트 앞 화단에 쓰러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 119구조대 등에 신고했다. 하지만 발견 당시 두 아들은 숨진 상태였으며 김씨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투신은 우울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결혼한 김씨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편(47)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늦은 결혼이었지만 김씨 부부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하는 잉꼬부부였다. 늘 행복할 것만 같았던 김씨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 것은 결혼 3년 만인 2009년이었다. 당시 돌을 지난 첫째 아들이 말을 못하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 처음에는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생각하다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2010년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나왔다. 자폐증이라는 것이었다. 김씨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둘째 아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둘째도 첫째와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설마 하고 병원을 찾았으나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첫째 아들이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꼭 1년 뒤다. 이때부터 김씨에게 무서운 병이 찾아왔다. 두 아들이 아픈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자책이 우울증으로 이어졌다. 1년 동안 꾸준히 약을 복용했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 김씨는 주변 사람에게 “나의 잘못이다. 사는 것이 힘들다. 죽겠다”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김씨의 남편은 김씨와 두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씨가 자살하던 날도 김씨의 남편은 2년과 1년여 동안 치료를 했지만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 두 아들을 위해 서울의 유명 병원을 찾았다. 아들을 입원시켜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서울 병원 일을 본 뒤 집에 전화를 한 김씨 남편은 부인이 전화를 받지 않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김씨가 평소 “죽겠다”고 한 말이 머리에 스쳤기 때문이다. 처가에도 김씨를 찾아보라고 전화를 했지만 이미 김씨는 두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경찰은 “김씨가 둘째 아이가 발달장애로 판명난 뒤 우울증을 앓았지만 1년 동안 약만 먹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황용주의 진지한 믿음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황용주의 진지한 믿음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여기 문제적 인간이 있다. 족적만 살펴보자. 대구사범학교를 다니다 사회주의 서적을 읽고 독서회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퇴학당한 뒤 일본 와세다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중국에 끌려간다. 광복군의 일원으로 해방 조국에 돌아와 교육에 매진하다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이 돼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김주열의 시신을 용기있게 보도해 4·19 혁명에 불을 당긴다.   대구사범 동기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나 조국의 암울한 현실에 공분, 5·16 쿠데타와 이후 조국 근대화의 밑그림을 그린다. 미국의 반대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박정희를 부추긴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방송사 사장에까지 오른다. 곧바로 주체세력의 암투에 휘말려 나락을 경험한다. 1964년에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남북한 상호 체제 인정” 등을 월간 ‘세대’에 실었다가 구속된다. 이후 40여년의 삶은 ‘함께 혁명했던’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추모에 오롯이 바쳐진다.  황용주(1918-2001년) 전 문화방송 사장. 그가 평생 남긴 40여권의 일기를 유족에게서 건네받은 안경환(65) 서울대 법대 교수가 여러 인사의 증언과 자료를 수집해 쓴 인물전기 ‘황용주: 그와 박정희의 시대’(까치 펴냄)를 냈다. 진보진영에 속하며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 교수이기에 의외로 비칠 여지도 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만난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    →책을 내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10년도 전에 일기를 입수했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산 지식인이 그렇게 무덤도 없이 간 것에 대해 아련한 마음이 있었죠. 우리 문화나 정체성이 4·19 이후에야 시작됐다고 보며 일제시대는 우리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게 대세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윗세대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나 일제 말기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는 학병 세대들을 전체적으로 엮어서 시대사를 써볼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려니까 벅차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어요. 그런데 (황용주씨) 부인(이창희 여사·프랑스 거주)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기왕 하는 거 10주기에 맞춰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제 평가를 배제하고 그 사람 목소리를, 그 분 입장에서 재현해봐야겠다 그렇게 된 거고요. 그래서 ‘인물전기’라고, ‘평(評)’ 자를 넣지 않은 것입니다. 개인의 기록들을 보니까 다행히 그 시대 분위기를 공부해야 하고, 특히 일본 관련 책들을 많이 봤죠.   일제 말기 사람들의 지적 역량이나 스케일, 능력이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세대보다 훨씬 높더라. 일본 제국의 지적 수준 영향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인정하기 싫어하거든요. 그러니 잘못됐다고 생각해버립니다. 후세대들은 내가 모르는 옛날 건 중요하지 않은 거고, 나쁜 거다, 은연 중에 생각하게 됐어요. 후속 세대는 더하더라고요. 심정적으로 동조하면서도 그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운동가나 정치가는 그럴 수 있겠지만 지식인들이 정보나 지식을 선택적으로 취해 경박하게 판단하는 것을 보고 전 많이 불편했습니다. 요새 말로 좌든 우든 마찬가지입니다. 요새 사람들이 공부를 덜하는구나, 균형 감각이 덜하구나, 우리는 완전히 체화되기 전에 들어오면 말로 다 풀어버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그렇듯 이 작업에만 매달린 건 아니고 다른 책도 준비하면서 조금씩 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쯤 낼 수 있었는데 박정희 문제가 걸려 있기에 선거전에 이슈가 되는 건 원치 않아 이번에 내게 된 것입니다.  →황용주와의 첫 만남은?  -1987년에 처음 교수가 된 뒤 찾아 뵜습니다. 외국 생활을 하느라 비었던 공백을 채우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을 것 아닙니까. 학생들이 왜 저런 구호를 내걸까 궁금증이 있었고 한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 이해랄까, 그런 차원에서 이문열도 그때쯤 다시 만났고요.  당시 이미 황 선생은 형편이 어려워 제가 ‘문예춘추’ 몇개월치 모아서 드리기도 하고 프랑스 문학 얘기도 나누며 일년에 서너 번, 명절 뒤 인사도 드리고 바둑도 두고 했습니다.  →두 분이 (경남 밀양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정치 얘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분이 학생 때도 문학을 공부했고, 부산일보 시절 영화제도 만들고 칼럼니스트로 일하면서 제가 공유한 취향을 한 세대 앞서 가지신 분입니다. 난 내 얘기하고, 응 그러냐 그런 거죠. 황용주 하면 떠오르는 게 박정희니까,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식인으로나 교양인으로서의 제 이미지와 제가 만나본 많은 원로 가운데 가장 잘 맞는 분이었어요.   →역시 자료 수집하고 증언 채취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을 것 같다. 10년 동안 꾸준히 조금씩 하신 것이네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묻기도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던지기도 했습니다. ‘세대’지 관련해서는 많이 증언을 들었습니다. 가능하면 증언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찾으려 노력했고 정 안될 때는 그냥 증언만 실었지만.  인권위원장 그만 둔 뒤인 2010년, 사모님(이창희 여사) 증언 받으러 프랑스를 며칠씩 두 차례 다녀왔죠. 딸(황용주는 프랑스를 동경해 이름을 ‘란서’라 지었다)에게는 단편적으로 한 게 아니라 너 써라, 무조건 써달라고 해서 대학노트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 양반에게는 단순한 딸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의 표현이자 상징이었잖아요. 그런 딸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데도 프랑스에서 이공계를 전공하도록 한 것도 조국 근대화에 기여하라는 뜻이었을 정도였다. 마지막 운명의 순간에 ‘정희야, 란서야’라고 외친 것도 상징성이 크다.  →10년을 매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 시대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거겠지요.  -네, 크게 보면 김윤식 교수가 해온 일과 비슷합니다. 제가 진보진영에 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데, 황용주는 나쁜 인간으로 평가돼 있습니다. 정수장학회를 만들고. 그렇지만 그 사람의 입장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법률가로서 누구의 변호를 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그 사람의 다른 얘기를, 판사의 판단을 받기 위해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책을 쓰면서 100% 공감이 안 가서 힘든 구석은 없었는지.  -예를 들어 5.16은 어쨌든 헌법학자 입장에서는 쿠데타입니다. 헌법이 그렇게 정리가 되고. 그걸 혁명이란 이름으로 내세워서, 군인이 권력을 잡아 출세를 하겠다, 사심을 채우겠다고 달려든 사람도 있었겠지만, 황용주는 적어도 지식인으로서 가지고 있던, 한 국가를 전체적으로 개발하는 로드맵으로서 높게 생각하고 정당화시키는데 헌법학자로선, 쿠데타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쿠데타의 결과로서 산업화에 기여한 역사는 현 시점에서 인정할 수 있지만 말입니다. 또 10월 유신(등에 눈 감거나 박정희가 죽은 뒤에) 추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두환을 찬양하고 나아가 노태우까지 그러는 건 동의할 수 없었죠.  →다투거나 한 건 아니시죠.  -그러진 않았고요. (웃음) 일제시대의 훌륭한 군인들 얘기 많이 하잖습니까? 그 때 장군들의 스케일과 지적 역량, 신화같은 얘기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박정희의 유업을 이어가려면 군인이 더 집권해야 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전혀 용납할 수 없죠. 서로 시대가 다른 사람 얘기하는 거니깐.  그 때마다 바둑이나 두고, 뭐 이렇게 하면서 넘어갔습니다. (웃음) 저도 대학생 때 1급이었는데 나이 차도 있으니까 제가 나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안 그렇더라고요.  →프랑스를 동경해 딸 이름을 지을 정도로 일반적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분이 한국적 민주주의를 얘기한 것은 극히 모순되는데.  -그건 이해가 가는 것이 한국이란 사회가 식민 지배 이후 아무것도 없었지 않습니까. 민족적 민주주의라는 말을 누가 먼저 썼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군대가 집권해서 공업화를 서두르고 남북한이 유엔 동시가입한 뒤 통일로 간다, 이런 로드맵을 만든 것은 완전히 황용주의 머릿속에서 나온 겁니다. 사회 변혁을 이끌 지식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은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사실 신생국가의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고, 그렇게 그 사람은 본 거지요. 4·19 다음에 대한 기대가 많았겠죠. 당당히 4·19의 연장이란 주장을 하게 되고 당시 그런 생각에 호응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지요.    황용주는 평생 ‘국민’이나 ‘시민’이라 하지 않고 ‘한반도 주민’이라 불리길 열망했다. 그렇게 평소에 증오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즈음에 그가 흥분했던 모습을 안 교수는 어제 일처럼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1947년 마크 게인(281쪽)과 1979년 황용주(459쪽)의 경고는 지금 정확히 들어맞는데요.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면.  -전 역사를 길게 보고 낙관하는 쪽이에요. 연초에 이문열씨와 한 케이블 채널에 출연해 대담하면서 느낀 건데 결국은 진보와 보수 모두 역사의 완결성을 믿지 않잖습니까. 우리 역사가 이만큼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성공한 양상과 속도는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더 괜찮은 나라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이냐?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옆으로 챙기고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전 박근혜 시대에 반감 같은 건 없어요. 개인적으로 박정희 체제에 당했느냐와 역사적으로 평가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정희 시대에 연좌제 피해를 받은 사람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니까 안된다’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습니까. 그건 정치적 연좌제인 거죠. 반대로 박근혜씨는 아버지의 영광만 누리려 하지 말고 ‘그늘’도 같이 받아라고 칼럼에 적었던 것이지요.  →이병주(1921~92년) 평전을 내겠다고 했는데 마음의 빚이라도 있나.  -앞에 학병시대를 얘기한 것처럼 그를 작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평론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소설 알렉산드리아’를 읽고 며칠 잠을 못 잘 정도로 큰 감명을 받았는데 지금 보면 문단에 그의 자리는 없다. 중학교 다닐 때 주필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는데 당시 국제신문 주필이 이병주였다. 부산일보 사설과 비교하며 읽고 친구들에게 떠들곤 한 기억이 있다.  대학 때 건방지게 문단에서 대들고 한적도 있는데 다 받아주고 했다. 그런데 5·16 이후 문단이 완전 진보 쪽으로 정리돼 경상도 출신 작가는 모두 전두환과 도매금이 됐다. 또 이병주씨는 문단이나 대학에서 패거리를 이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우뚝 서 있던 거인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다. 그를 정리하는 건 좌와 우가 함께 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가장 맞춤하다는 데 공감대가 맞춰져 있고 은근히 압력도 가해지곤 한다.    오는 8월 정년퇴임하는 그는 “아무 것도 안하는” 자유로운 삶을 꿈꾸느라 무척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걱정거리라면 그동안 읽은 책들을 처분하는 문제, 저자 서명이 담긴 수천 권의 책을 어떻게 처분하느냐 고민하고 있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프로야구] 옥스프링의 봄… 1698일만에 승리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야구] 옥스프링의 봄… 1698일만에 승리꽃이 피었습니다

    날씨는 아직 쌀쌀하지만 프로야구 롯데엔 봄이 왔다. ‘옥춘이’ 옥스프링(36)이 마수걸이 승리를 챙긴 데 힘입어 홈 5연패 뒤 2연승을 기록, 5할 승률에 복귀했다. 25일 사직 SK전에 선발로 등판한 옥스프링은 7이닝 동안 안타는 5개 내주고 삼진은 8개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6-0 승리를 견인했다. 올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뒤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다섯 번째 등판 만에 처음으로 선발승을 거두는 기쁨을 맛봤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마자 무릎 부상을 입은 외국인 스캇 리치몬드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한국 무대에 재입성한 옥스프링은 기대 이하의 부진에 허덕였다. 4경기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6.63을 기록했다. 최근 두 경기는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가장 최근 등판인 18일 사직 넥센전에서는 4이닝 12피안타 7실점(7자책)으로 최악의 모습이었다. 2007~08년 LG에서의 활약은 물론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호주 대표팀으로 출전해 씩씩하게 공을 뿌린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옥스프링을 구하기 위해 롯데 코치진은 ‘개인 과외’까지 했다. 지난 21일 대구구장에서 정민태 투수코치와 최기문 배터리코치가 옥스프링의 불펜투구 하나하나를 면밀히 지켜보며 투구폼에 대해 조언해 줬다. 코치진은 옥스프링이 준비 동작을 할 때 그립을 글러브 밖에서 쥐는 습관을 고치자는 제안을 했고, 옥스프링은 이를 받아들였다. 특별 과외 덕이었을까. 옥스프링은 이날 호투로 벼랑 끝에서 살아나오며 2008년 8월 31일 잠실 두산전 이후 1698일 만에 선발승을 기록했다. SK는 4연패. 올시즌 두 번째로 등판한 SK 선발 김광현은 5와3분의1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4실점(4자책)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첫 패를 떠안았다. 목동에서 두산은 3-3으로 맞서던 10회초 1사 만루에서 양의지가 상대 마무리 손승락에게 얻어낸 밀어내기 볼넷과 이종욱의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넥센을 6-3으로 꺾고 2연패에서 탈출했다. 넥센은 연승 행진을 ‘6’에서 마감했다. KIA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NC를 11-4로 대파하고 3연승을 기록,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최희섭이 6-1로 앞선 5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아담의 4구째에 왼쪽 손목을 맞고 쓰러지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지만 인근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다. 잠실에서는 삼성이 LG를 2-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프로야구] 7회에 3점, 8회에 또 3점… 롯데 무서운 뒷심

    [프로야구] 7회에 3점, 8회에 또 3점… 롯데 무서운 뒷심

    롯데가 막판 뒷심을 발휘, 짜릿한 역전승을 일궜다. 롯데는 2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서 8회 말 대타 박종윤의 역전 3루타에 힘입어 8-7로 이겼다. 6회까지 2-6으로 끌려가던 롯데는 7회와 8회 각각 3점씩을 얻는 집중력을 보이며 케네디 스코어 승리를 이끌었다. 롯데는 2회 말 1사 2, 3루에서 장성호의 적시타로 먼저 두 점을 올렸다. 그러나 3회와 6회 정근우에게 연달아 홈런포를 얻어맞으며 역전당했고, 7회에는 한동민에게도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롯데는 7회 말 반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선두 강민호가 2루타로 포문을 연 데 이어 장성호의 볼넷, 황재균의 2루타가 이어져 득점했다. 박기혁의 내야 땅볼 때 3루에 있던 장성호가 홈을 밟았고, 김문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추가했다. 8회 초 수비에서 한 점을 빼앗긴 롯데는 8회 말 바뀐 투수 채병용의 제구가 흔들린 틈을 타 경기를 뒤집었다. 김대우와 강민호, 장성호가 차례로 볼넷을 골라 1사 만루를 만들었고, 황재균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히어로’ 박종윤이 1루수 옆을 빠지는 2타점 3루타를 날려 사직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김성배가 9회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따냈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유한준의 홈런포를 앞세워 두산에 9-1 완승을 거두고 6연승을 내달렸다. 나이트는 6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으며 1실점(1자책)으로 호투, 시즌 3승째를 챙겼다. 넥센은 2회 말 김민성의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고, 곧바로 유한준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3-0으로 앞섰다. 3회 초 김현수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한 점을 빼앗겼지만, 5회 말 박병호의 2타점 2루타로 점수 차를 벌렸다. 6~8회 4점을 더 달아난 넥센은 박성훈과 송신영, 한현희를 차례로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잠실에서는 삼성이 7회 초 박한이의 역전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LG를 3-2로 꺾었다. ‘끝판왕’ 오승환은 8회 2사에 등판, 네 타자를 상대로 삼진 3개를 솎아내며 시즌 3세이브째를 올렸다. NC와 KIA는 창원 마산구장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5-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NC는 4-5로 뒤진 9회 말 2사에서 조평호가 상대 마무리 앤서니에게 극적인 동점 2루타를 뽑아냈지만,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편 LG와 넥센은 내야수 서동욱과 포수 최경철을 주고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LG는 현재윤의 부상 공백을 메웠고, 넥센은 내야진을 강화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심재억 전문기자의 건강노트] 너무 가까이 있어서 소홀하기 쉬운 치아

    아내나 자식이 그럴까요. 세상에는 너무 가까이 있거나 아니면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습니다. 치아가 그렇습니다. 상황으로만 보자면 제가 누구에게 치아 건강이 중요하다고 말할 계제가 못 됩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치아와의 불화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의 길고 힘겨운 체험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제 치부를 들추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치아의 문제를 달고 사는 건 아닙니다. 멀쩡하다가 한번 사달이 벌어지면 어떨 때는 볼때기가 퉁퉁 부어오르기도 하고, 잇몸이 들떠서 음식을 씹지 못하기도 합니다. 충치 때문에 몇날씩 잠을 못 자 “정말 환장하겠네. 당장 이걸 빼버려야지” 하고 벼르다가도 다음 날 고통이 좀 누그러지면 “어, 이러다 좋아지는 거 아닐까” 하는 황당한 기대로 치과 가는 일을 미루곤 했지요. 치과도 숱하게 들락거렸습니다. 아, 하고 입속을 들여다보면 그냥 충치 구멍을 떼운 게 하나, 덧씌운게 넷이고, 벌써 서너 주째 잇몸이 부은 건 충치가 생겨 빼낸 사랑니 앞 어금니 쪽에 문제가 생긴 탓입니다. 어려서는 칫솔 대신 소금으로 이를 닦았습니다. 손가락에 굵은 소금을 찍어 이를 문질러대곤 했는데, 이를 닦는다기보다 용의검사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시늉만 낸 거지요. 게다가 손가락의 기능적 특성상 위아래로 쓸어닦기는 애당초 불가능해 제대로 이를 닦을 수가 없지요. 지금, 가만 이를 들여다 보면 잇몸이 좀 주저앉은 이가 한층 건충해 보입니다. 하기야 평생을 가로닦기로 일관한 그 대책 없는 손가락질, 칫솔질을 이 잇몸이 그나마 오래 견뎌준 셈이지요. 잇몸이 부어 오늘 아침도 건성으로 때웠습니다. 이 나이 되도록 생각 없이 치아를 방치했던 일 후회합니다. ‘설마’하는 안일함도 없지 않았고, 항상, 그리고 너무 가까이 있어 귀한 줄 몰랐던 탓이기도 하지요. 어디 치아만 그렇겠습니까. 눈, 코, 귀가 다 그렇지요. 귀찮더라도 건강하게 살려면 너무 가까이 있어 더 잘 잊혀지는 것들 좀 챙기면서 사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jeshim@seoul.co.kr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안녕, 하세요(KBS1 토요일 밤 1시 10분) 세상에는 보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많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공간 인천 혜광학교는 시각장애 아이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느 아이들처럼 유·초·중·고, 그리고 전공과 교육을 받는 인천 혜광학교의 아이들. 휴지 풀기를 가장 좋아하는 귀여운 사고뭉치 초등과정 지혜부터 훌륭한 즉흥연주를 자랑하는 중학과정 희원과 수빈 콤비,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부문 대상에 빛나는 고등과정 보혜까지. 이곳의 아이들은 오롯이 세상에 나가기 전 각자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기르며 홀로서기를 배워간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을 통해 세상을 보는 혜광학교의 아이들. 여전히 시각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아이들은 넓은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용기 있는 인사를 건넬 수 있을까. ■나비와 바다(SBS 토요일 밤 12시 15분) 뇌병변장애를 앓는 스물일곱 살 재년과 서른아홉 살 우영. 이들은 띠동갑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만남을 시작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그녀를 바래다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벗어 던지고, 그를 배웅해야 하는 아쉬운 헤어짐을 끝내고 싶어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결혼하고자 한다. 그러나 미처 몰랐다. 결혼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은. ‘내가 다 책임질게, 오빠만 믿으라’는 우영의 프러포즈가 거듭될수록 재년의 고민은 깊어져 갔다. 험한 세상에 덜컥 둘만 남겨진 기분. 남편과 아내로 규정되는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고,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공포로 다가왔다. 과연 재년과 우영은 결혼에 성공할 수 있을까. ■사라진 여인(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유럽을 여행하던 영국인 처녀 아이리스 헨더슨은 눈사태로 기차가 정차하면서 우연히 들른 기차역에서 중년의 영국 부인 프로이를 알게 된다. 그때 건물 2층에서 떨어진 물건 때문에 머리를 다친 아이리스는 열차에 오르자마자 의식을 잃었다가 그 중년 부인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깨어난다. 아이리스는 기차의 식당 칸에서 부인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후, 두통 때문에 객차에서 잠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앞에 앉아 있던 프로이 부인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모른다고 한다. 한편 식당 칸에서 프로이 부인에게 설탕을 건네주었던 컬디컷과 차터스는 사람이 없어져 열차가 늦어지면 크리켓 경기에 못 갈까 봐 못 봤다고 대답해 버린다.
  • 주말 하이라이트

    ■세계는 지금(KBS1 토요일 밤 10시 30분) 히틀러와 나치를 추종하는 신나치주의자들의 단체, ‘네오나치’. 최근 독일에서 청년들의 ‘네오나치’ 가입률이 늘어나고 있다. ‘네오나치’는 10년간 터키 출신 이민자 10명을 살해하는 등 인종차별적 성향으로 독일 사회에서 문제가 되어 온 단체이다. 그런 이들이 독일에서 세력을 점점 키워가고 있는데…. ■최고다 이순신(KBS2 토요일 밤 7시 55분) 준호는 미령이 순신을 가르치는 데 뭔가 꿍꿍이가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일도의 말실수 때문에 이정을 그만두게 하려 순신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정애는 옷을 차려입고 미령을 찾아갔다가 길자를 찾아가 서러움을 토해낸다. ■OBS 스페셜(OBS 토요일 밤 8시 15분)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고급육은 몸에 해로운 고지방육에 불과했다. 이번 시간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에서는 소고기 마블링 속에 숨어 있는 거짓과 담합, 자본의 암투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한국의 식 문화와 소고기 생산구조, 환경 문제까지 한눈에 살펴본다. ■나눔 0700(EBS 토요일 오후 3시 50분) 올해 서른여덟 살인 양미정씨에게는 뇌병변을 앓고 있는 딸 열네 살 허주민양이 있다. 딸뿐만 아니라 미정씨에게도 뇌병변 장애와 시각 장애가 있다. 게다가 주민이를 낳고 왼쪽 편 마비가 온 미정씨. 주민이는 실제 나이는 열네 살이지만 뇌병변 장애 때문에 한 살짜리 어린아이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 ■문화 책갈피(KBS1 일요일 밤 11시 30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이 불러 놀라운 감동을 불러낸 아리아가 있다. 그중 폴 포츠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러 더욱 유명해진 곡, ‘네순 도르마’. 우리에게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음악이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금나와라 뚝딱(MBC 일요일 밤 8시 45분)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 대역으로 가게 된 몽희. 현수에게 유나의 평소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지만, 평소 성격이 불쑥 튀어나오며 현수를 조바심 나게 한다. 한편 영애를 무시하는 듯한 가족들의 태도에 기분이 상한 현태는 현준과 싸운다. ■SBS 스페셜(S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어느 순간부터 어떤 사람들은 특정 물건에 집착하며, 그 물건이 쌓여 있는 틈바구니에서 생활하고 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사거나 주워 와 집안 가득 축적하는 행위를 호딩이라 일컬으며, 이러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호더라 부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최근 호더들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 [커버스토리-불법 온라인 도박의 함정] “연봉보다 수입 많아”… 직접 베팅하거나 돈받고 승부조작까지

    운동을 직업으로 하는 선수들에게도 사설 스포츠토토는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일반인보다 경기를 분석하는 안목이 높은 데다 선후배들을 통해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어 별다른 죄책감 없이 사설토토에 빠져든다. 고등학교 축구선수는 “언제 부상당하고 은퇴할지 불안한 데 벌 수 있을 때 왕창 벌어야 하지 않냐”면서 “친한 프로 형들한테 선발 엔트리나 전술 등 경기관련 정보를 받고 베팅한다”고 말했다. 한 구기종목 감독은 “애들이 밤새 사설토토를 하느라 잠을 안 잔다”면서 “실업팀에서 죽어라 운동하면서 받는 연봉보다 토토로 버는 돈이 더 많다는데 뭐라고 혼내기도 답답하고 서글프더라”고 하소연했다. 스포츠토토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직접 승부의 결과를 바꾸기에 이른다. 스스로 베팅한 상태에서, 혹은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특정한 경기결과를 내기 위해 뛰는 것. 승부조작 브로커는, 축구로 치면 골키퍼나 최종수비수 등 패배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선수들에게 전주(錢主)에게 받은 돈을 쥐어 준다. 이걸 ‘약을 친다’고 표현한다.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갖은 협박과 회유로 발을 빼지 못하게 한다. ‘파리 지옥’인 셈이다. 우리나라 4대 프로스포츠가 전부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은퇴한 한 농구선수는 “선수생명이 짧고, 몇몇 스타를 빼고는 연봉도 못 받고, 은퇴 후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 그런 유혹이 오면 당연히 끌릴 수 있다”면서 “특히 첫 파울처럼 승부에 영향도 안 주고 티도 안 나는 거라면 몇 백만원에도 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실하게 약을 쳤다면, 합법 스포츠토토(베트맨)로도 충분하다. 배당률이 별로 높지 않지만, 전주나 조직폭력배 등 ‘검은손’들은 사채·대출까지 해 억대의 큰돈을 걸어 잭팟을 터뜨린다. 스스로 경기를 뛰면서 돈벌이 내기를 하는 경우도 최근 부쩍 늘었다. 대학교 구기종목 코치는 “연습경기를 하는데 선수들끼리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내기(베팅)를 하는 걸 봤다”면서 “최고 50만원까지 통 크게 돈을 걸고 살벌하게 경기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는 “자기팀에 걸면 그나마 다행인데 지는 쪽에 걸고 일부러 태업을 해 기합을 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돈에 눈이 멀어 장난을 치는 거라고 보는 건 단편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지도자의 불안정한 지위·처우 ▲입시·진학·스카우트 비리 ▲학부모의 자녀 이기주의 ▲조직폭력배의 돈놀음 ▲경기단체의 무감각 ▲개개인의 도덕불감증 등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뭉쳐서 폭발한 게 승부조작, 사설 토토라고 규정했다. 선수들은 정상적인 스포츠맨십을 교육받지 못했다. 입시, 진학, 지도자 재계약 등 여러 문제에 따라 져줄 수도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은퇴한 구기종목 선수는 “경기에서 감독님이 100% 전력을 다하지 않는 걸 느낀 적이 있다”면서 “다른 팀 지도자와 친하다거나, 토너먼트 상대를 감안해서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경우”라고 했다. 그는 “괜히 에이스 선수를 내보냈다가 부상당해서 결승에 못 나가면 어쩌냐고 둘러댄 뒤 약한 멤버를 투입하는 식”이라면서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어서 학부모도 선수도 발만 굴렀다”고 회상했다. 매년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계약에 실패하는 지도자들은 성적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건강한 스포츠 토양이 정착되지 않는다면 사설토토는 영원히 뿌리 뽑을 수 없고, 승부 조작도 반복될 문제라는 얘기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자금줄과 브로커를 색출하지 않고 선수·지도자 개개인 도덕불감증으로만 치부하면 이런 문제는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유명인이라 도마에 올랐지만 사실 불법토토의 구조에서 선수·감독은 하수인, 깃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과 교수는 “입시·진학·지도자끼리의 친분 등에 따라 학생 때부터 자연스럽게 승부 조작을 해온 선수들의 인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힘들다”면서 “도덕성이 낮은 게 아니라 잘못된 줄도 모르는 상태인 건데 체육계 전반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음주운전’ 최종훈, 푸른거탑 다시 나온다

    ‘음주운전’ 최종훈, 푸른거탑 다시 나온다

    음주운전으로 불구속 입건된 탤런트 최종훈(34)이 활동 중단을 선언한지 20일만에 tvN ‘푸른거탑’ 촬영에 합류한다. 18일 푸른거탑 제작진에 따르면 최종훈은 이날 촬영부터 다시 출연할 예정이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성원과 끊임없는 요청에 따라 복귀를 결정했다”면서 “최종훈도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과 복귀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종훈도 같은 날 소속사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면서 “깊이 반성하는 만큼 더 좋은 연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훈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의 한 초등학교 도로에 정차한 채 잠을 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최중훈에게 3차례에 걸쳐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최종훈은 “전날 회식 뒤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하는 과정에서 운전기사를 지하철역 근처에서 내려주고 주차를 하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잠이 들었다”면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도 경찰에 사정을 설명하던 중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후 최종훈은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면서 푸른거탑에서 하차하는 등 활동을 중단해왔다. 그 사이 푸른거탑은 최종훈이 맡고 있던 ‘말년 병장’이 영창에 가있는 설정으로 대체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잠에서 깬 소냐, 꿈·현실 사이 혼란을 겪고…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소냐는 투신자살한 손님을 목격하던 날 클럽에서 귀도라는 전직 형사를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어느 날 귀도가 경비원으로 일하는 갑부의 저택에 강도가 든다. 소냐는 머리에 총알이 박힌 채 깨어나지만 귀도는 목숨을 잃는다. 경찰은 소냐가 강도와 한패가 아니었는지 의심한다. 소냐는 죽은 귀도의 환영을 보기 시작한다. 얼마 후 소냐와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의문의 자살을 한다. 소냐는 평소 추파를 던지던 직장 상사에게 납치돼 생매장을 당한다. 하지만 다음 순간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귀도는 멀쩡히 살아서 그녀를 간호하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이때부터 꿈에서 보았던 환영과 현실 사이의 복잡한 퍼즐 맞히기가 시작된다. EBS가 19일 밤 11시 15분 방송하는 주세페 카포톤티 감독의 ‘더블아워’는 지난 2009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리메이크 판권경쟁이 불붙었던 화제작이다. 영화는 고독한 남녀의 쓸쓸한 사랑이야기로 출발하지만 여주인공이 총을 맞은 뒤부터 스릴러와 공포 장르를 오간다. 소냐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며 반전을 겪는다. 이때부터 느와르에서 익숙하게 다뤄온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심리게임이 펼쳐진다. 뮤직비디오와 광고를 찍던 신인감독 주세페 카포톤티는 로맨스와 스릴러, 심리 드라마, 누아르가 뒤범벅된 영화를 꽉 짜인 편집과 아슬아슬한 속도감으로 끝까지 몰아간다. 예술영화 스타일의 느린 전개방식 탓에 내용보다는 스타일에 눈이 간다. 감독은 좀처럼 암시나 복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픔을 가진 도시 남녀의 외로움과 사랑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놀라운 반전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독의 속임수다. 어느 순간 불쑥 던진 단서를 가지고 관객은 영화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크세니아 라포포트는 근심과 외로움, 연약함 등 복잡미묘한 단면을 지닌 소냐를 완벽하게 소화한다. 2009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볼피컵)을 받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호텔 종업원, 女연예인 방 몰래 들어가 ‘성폭행’

    호텔 종업원, 女연예인 방 몰래 들어가 ‘성폭행’

    손님의 짐을 운반해주는 호텔 포터가 투숙해 잠든 한 여성 TV스타를 성폭행 한 혐의로 지난 15일(현지시간) 징역 10년을 받았다. 현지 재판부가 ‘사악한 포터’라고 지칭한 남자는 인도 출신으로 영국 런던으로 건너 온 소비 존(25). 과거 학생 비자로 영국으로 온 존은 그러나 만료 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호텔 종업원으로 일했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일어났다. 런던 시내의 한 특급 호텔에서 포터로 일한 존은 마침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온 한 여성 TV스타를 목격했다. 곧 그는 몰래 복사해 둔 마스터키로 여성 스타의 방으로 들어가 술 취해 잠든 그녀를 성폭행했다. 특히 존의 파렴치한 행각은 주도면밀했다. 성폭행 후 피해 여성의 스마트폰으로 나체 사진 및 ‘즐거웠다’ 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도 함께 보내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관계인 것 처럼 꾸몄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여성 피해자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성폭행 당한 상태였으며 저항할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존 측 변호인은 과거 범죄 경력이 없다는 점과 한순간의 실수였다고 주장하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징역 10년과 이후 추방이라는 중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과거 다른 문화에서 살았던 것은 인정되나 범죄가 매우 용의주도하고 사악하다.” 면서 “사진까지 찍어 피해자에게 굴욕감을 준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뉴스팀 
  • [정보마당] 구청소식·대중음악·공연·전시·영화

    [구청소식] ●강남구 강남구주부환경연합회는 18~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사거리 지하 역삼 지하보도에서 재활용 물건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알뜰장’을 연다. 환경과 (02)3423-6193. 제1회 강남구청장배 생활체육 구민 건강 걷기대회가 20일 오전 9시 학여울역 SETEC 제3전시장 뒷광장(집결지)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과 (02)3423-5953. ●강동구 오는 29일 천호동 천호공원 야외무대에서 ‘장애인의 날 한마당 축제’를 개최한다. 성악가 김태섭, 청음수화합창단, 가수 이아름의 축하 공연과 함께 각종 체험 행사가 열린다. 학생들은 참여 시 자원봉사 시간을 받을 수 있다. 사회복지과 (02)3425-5721~3. ●강북구 다음 달 9일 강북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제19회 강북구 어린이 동요잔치 예선에 참가할 5세 이상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들의 신청을 17일부터 30일까지 받는다. 우편이나 팩스, 이메일, 방문 접수 모두 가능하다. 교육지원과 (02)901-6307. ●강서구 오는 22일부터 보건소 기능의 일부를 동네 약국에 접목해 투약 이력 관리부터 금연, 자살예방 상담 등을 연계해 주는 세이프약국 10여곳을 운영한다. 의약과 (02)2600-5950. ●관악구 오는 21일까지 청소년 음악 아카데미 참여 학생을 모집한다. 청림동 음악의 열정 연구소에서 3개월간 발성의 기본부터 각종 동요, 가곡 등을 배운다. 교육사업과 (02)880-3986. ●광진구 18일부터 매주 목요일 당뇨질환 예방과 관리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전문강좌가 보건지소 5층 보건교육실에서 열린다. 당뇨 환자를 비롯해 교육을 희망하는 주민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광진구보건지소 지소사업팀 (02)450-1461. ●구로구 오는 27일부터 6월 1일까지 구로아트밸리에서 어린이 시각 체험 창의예술교실을 진행한다. 24일까지 선착순 접수한다. 피노키오의 내용과 장면을 미술, 연극, 무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술 활동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엄마·아이반 10만원, 아이반 5만원. 구로아트밸리 홈페이지(www.guroartsvalley.or.kr)에서 접수한다. 구로아트밸리 (02)2029-1700, 1746. ●금천구 17일 구청 12층 대강당에서 통장 360명을 대상으로 ‘통장 아카데미’를 연다. 이경옥 유로드소프트 대표를 초빙해 통장 업무 수행에 관련이 있는 도로명 주소 사용 강의를 진행한다. 주요 현안 사항인 음식물류 폐기물 종량제 사업과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간 연장에 대해 이태홍 청소행정과 재활용팀장이 강의한다. 차성수 금천구청장도 ‘마을 만들기로 그려 보는 금천의 미래’라는 주제로 직접 강의에 나선다. 자치행정과 (02)2627-1046. ●노원구 가정에서 책 읽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책 읽는 어머니 학교’를 오는 23일부터 6월 26일까지 노원정보도서관과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서 운영한다. 노원정보문화도서관에선 매주 화요일,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선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가량 10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모집 인원은 110명이며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접수한다. 평생학습과 (02) 2116-3993. ●도봉구 오는 26일까지 2014년도 예산 편성을 위한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 주민제안 대상 사업은 지역 현안사업이나 주민 숙원사업, 일상생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사업, 주민 안전과 복지 등 구정 발전을 위한 사업이다. 동 주민센터나 구청 민원부서 접수 창구는 물론 우편, 팩스, 이메일, 홈페이지 모두 이용 가능하다. 기획예산과 (02)2091-2614. ●동대문구 주민참여형 도시농업 체험학습장 개장 행사를 18일 오후 3시 중랑천 둔치 겸재교 아래에서 개최한다. 체험학습장에선 앞으로 구민 1150명이 오는 11월까지 공동체 형태로 도시농업 활동을 할 수 있다. 공원녹지과 (02)2127-4778. ●동작구 공원 이용 프로그램의 하나로 오는 20일부터 10월까지 사육신공원과 국립현충원, 제비어린이공원 봉숭아 물들이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숲 생태전문지도자, 역사박물관 대학 등 전문 지도자 과정을 거친 해설가가 진행해 내실 있는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토요일,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진행한다. 관심 있는 단체나 개인은 구 공원녹지과로 전화나 방문 신청하면 된다. 공원녹지과 (02)820-9845. ●마포구 오는 23일 구의회 1층 다목적실에서 ‘EM 친환경 빨랫비누 만들기 체험 교실’을 진행한다. 합성 계면활성화의 폐해, 식물성 계면활성제 활용법, 비누 만들기 방법 등을 강의한다. 선착순 40명. 환경과 (02)3153-9250. ●서대문구 17일 제33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홍제천 폭포마당 일대에서 ‘서대문구 장애인 한가족 한마당’ 축제를 연다. 국내 최초 시각장애 마술사 김병휘씨의 마술쇼, 하이천사 모바일 카페, 시각 장애인 체험, 휠체어 면허시험장, 스킨케어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장애인 자립을 도와주는 취업박람회, 점자 명함 만들기 행사도 연다. 사회복지과 (02)330-1268. ●서초구 오는 20일 서초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제3회 서초구청장배 전통 무용 경연 대회’를 연다. 한국 전통 무용, 외국 전통 무용, 생활 창작 무용 등 분야 경연이 벌어진다. 관람을 원하는 주민은 행사일 오후 1시 30분까지 대강당으로 오면 된다. 생활운동과 (02)2155-6762. ●성동구 19일까지 주민들이 베란다와 옥상 등 가정에서도 작은 텃밭을 조성해 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는 텃밭상자 391세트(배양토와 모종 9주)를 분양한다. 동주민센터에 방문해 신청하면 되고, 8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지역경제과 (02)2286-5455. ●성북구 4월 행복한 부모교육 강의가 오는 23일 오전 10시 고려대 사범대학에서 ‘자녀의 문제행동 이해와 변화를 위한 기본기술 배우기’를 주제로 열린다. 아동·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문제행동에 대해 알아보고 구체적인 사례와 대처·교육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 (02)3290-1660. ●송파구 잠실 관광특구 지정 1주년을 맞아 다음 달 10일까지 ‘송파 관광 전국 사진 공모전’을 개최한다. 송파구의 사계절이나 지난 12~14일 열린 잠실 관광특구 1주년 페스티벌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응모하면 된다. 송파구 사진 작가회 (02)415-5195. ●양천구 구 장애인단체연합회는 17일 오전 11시 양천문화회관 리더스클럽에서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열고,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한 장한 장애인과 장애인 복지 증진에 헌신한 유공자를 표창한다. 어르신장애인복지과 (02)2620-3371. ●영등포구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핀터레스트를 활용한 포토소셜 역사관 ‘시간여행’(pinterest.com/ydpoffice) 서비스를 시작한다. 핀터레스트는 기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달리 사진과 그래픽 등 이미지 중심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일종의 온라인 스크랩북이다. 영등포의 시대별 변화 모습, 관광사진,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 등 30개의 보드로 구성된 핀터레스트를 열었다. 홍보전산과 (02)2670-7559. ●용산구 오는 22일까지 글로벌빌리지센터에서 외국인 지원 업무를 맡을 외국인 시간제 공무원을 모집한다. 외국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1년 이상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으로 일본어와 한국어 구사가 자유롭고 취업 가능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치행정과 (02)2199-6414. ●은평구 만성관절염을 가진 주민들을 대상으로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 관절염 운동교실 참가자 4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교육은 보건소 4층 회의실에서 다음 달 1일부터 6월 26일까지 총 12회에 걸쳐 진행된다. 방문보건팀 (02)351-8277. 오는 19일까지 컴퓨터 입문, 인터넷 기초, 한글2007, 엑셀, 스마트폰 활용 등에 참가할 ‘주민 정보화교실 5월 수강생’을 모집한다. 대상은 20세 이상 주민으로 교육은 다음 달 2일부터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정보화기획팀 (02)351-6355. ●종로구 오는 6월까지 흥인지문부터 숭인사거리까지 노점 정비 사업을 진행한다. 시민 불편을 주는 노점 과다 적치 상품 제거, 대규모 노점 규모 축소, 교통사고 유발 위험 노점 축소 및 이전 정비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건설관리과 (02)2148-3143. ●중구 오는 30일까지 내 집 앞, 내 상가, 내 점포 앞을 청소하는 주민 자율청소에 참여할 단체와 개인, 동호회 등 희망 단체를 모집한다. 단체명과 소재지, 참여인원, 청소 가능 시기, 청소구간 등을 표시해 신청하면 된다. 청소행정과 (02)3396-5482. ●중랑구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 1명을 공모하기로 하고 오는 19일까지 원서를 접수한다. 4년제 보건관련학과 졸업자로 간호사 면허증 소지자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보건소 근무 경력이 1년 이상이거나 중랑구 거주자, PC활용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한다.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시험을 치른다. 응시원서, 이력서(반명함판 3.5×4.5㎝ 사진 부착), 자기소개서 각 1부를 중랑구 홈페이지(jungnang.seoul.kr)에서 내려받아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1부 등 서류를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 선발되면 다음 달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근무한다. 5년 범위에서 연장 가능하다. 의약과 (02)2094-0895. ●경기 고양시 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일산동구청 여권민원실에서 10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일할 기간제 근로자 채용 서류를 접수한다. 일당은 3만 9100원이며, 주휴수당, 월차수당이 지급되고 4대 보험이 적용된다. 여권민원실 (031)8075-2466. ●의정부시 18일까지 산림정화감시원 1명을 추가 모집한다. 자격은 18세부터 60세까지이며 주말이나 휴일 근무가 가능해야 한다. 근무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공원녹지과 (031)828-2342. [대중음악] ●미스틱 89 레이블 콘서트 19~2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가수 윤종신이 이끄는 음반 레이블 ‘미스틱89’ 소속 가수들이 여는 합동 공연으로 윤종신과 가수 하림, 기타리스트 조정치가 결성한 프로젝트 밴드 신치림과 ‘슈퍼스타K 3’ 출신 혼성 듀오 투개월 등이 각자 개성 있는 무대를 꾸민다. 6만 6000원. (02)514-1630. ●2013 클래지콰이 전국투어 콘서트 ‘비 블레스드’ 오는 5월 10~1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그룹 클래지콰이가 약 4년 만에 펼치는 콘서트로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을 아우른 풍부한 사운드, 3D 매핑 기술을 동원한 영상 쇼 등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충족시킨다. 7만 7000~8만 8000원. 1544-1555. [공연] ●무용 ‘피나 안 인 서울’ 18~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춤은 누구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고 생각한 현대무용의 혁명가 피나 바우슈의 예술정신을 일반인 78명이 몸으로 표현한다. 피나의 작품으로 만든 영화 ‘피나’를 본 사람들이 무용가 안은미와 토론, 워크숍을 이어 가면서 각자 자기의 이야기로 2분짜리 무용작을 만들었다.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안은미는 “누구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한다. 오후 5시부터 ‘피나’ 3D 영화를 상영하고, 공연은 8시에 시작한다. 영화 1만 2000원, 공연 2만원, 영화와 공연 패키지는 2만 5000원. (010)2981-0626. ●어린이 뮤지컬 ‘꼬마버스 타요’ 오는 26일~5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버스 ‘타요’를 상상 속 슈퍼버스라고 생각하는 아이와 겁쟁이가 아님을 증명하고 싶은 ‘타요’가 하루 동안 벌이는 모험. 관람객 중 매일 3명을 추첨해 타요 관련 상품을 담은 선물상자를 증정하고, 공연을 본 모든 어린이들에게 초콜릿과 풍선껌을 나누어 주는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2만 5000~5만원. (02)711-0284~5. ●뮤지컬 ‘드랙퀸’ 오는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SH아트홀. 드랙퀸(여장 남자) 쇼로 유명했던 블랙로즈클럽에 동성애 혐오자인 폭력조직 2인자가 신변보호차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한판 소동. 존폐 위기에 놓인 클럽을 살리기 위한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4만~5만원. (070)8146-2780. [전시] ●‘소전 손재형’전 18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북구립미술관. 중국에서는 서법, 일본에서는 서도라 부르던 것을 한국에서 서예라는 말로 정착시켰고, 추사 이래 최고의 서예가로 꼽히면서 소전체를 남겼고, 추사의 세한도를 오늘날까지 전해준 인물이 바로 소전 손재형이다. 그의 서예, 문인화, 전각 등 40여점을 모았다. (02)6925-5011. ●‘서늘한 현실, 빈 그림자’전 오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스페이스99. 평화박물관이 진행하는 신진 작가전이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가를 발굴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행사로 도심 재개발 문제를 다룬 홍진훤, 자유라는 것이 결국 주어진 범위의 것이라 지적하는 윤동희, 인간의 조건이 영원한 부조리임을 드러내는 이재환 등 작가 3명의 작품이다. 최종 수상 작가는 내년 봄 평화박물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열게 된다. ●‘더 완벽한 날: 무담 룩셈부르크 컬렉션’전 오는 6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유럽의 현대미술관 무담 룩셈부르크의 소장 작품들을 선보이는 기획전. 유토피아를 키워드로 소장품 550여점 가운데 작가 21명의 작품 30여점을 뽑아냈다. (02)733-8945. [영화] ●노리개 감독 최승호. 출연 마동석, 이승연, 민지현. 한 신인 여배우의 자살 사건 후 정의를 쫓는 열혈 기자와 검사가 그녀의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자 거대 권력 집단과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 고(故) 장자연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로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성상납 문제를 낱낱이 고발하고 이와 관련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직격탄을 날린다. 95분. 청소년 관람 불가. 18일 개봉. ●로마 위드 러브 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예술 작품 같은 도시 로마를 배경으로 추억, 명성, 욕망, 꿈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낸 영화. 냉소와 풍자를 기반으로 낭만적이고 따뜻한 휴머니즘이 가미된 우디 앨런식 코미디와 인생에 대한 페이소스가 잘 살아 있다. 감독은 물론 배우로도 출연한 우디 앨런을 비롯해 로베르토 베니니, 알렉 볼드윈 등 명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111분. 청소년 관람 불가. 18일 개봉. ●송 포 유 감독 폴 앤드루 윌리엄스. 출연 테렌스 스탬프,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젬마 아터튼. 말기암 환자이지만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부인 마리온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 주기 위해 합창 오디션에 도전하는 노인 아서와 연금술사 합창단의 유쾌한 미션을 담은 휴먼 코미디. 배우들의 호연과 실제 합창단원인 조연들의 아름다은 목소리를 담아낸 ‘트루 컬러’, ‘유 아 마이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 등 주옥같은 삽입곡들이 영화의 감동을 더한다. 93분.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 길이 135cm…괴물 넓적머리 메기 잡혔다

    ▶사진 보러가기 몸길이가 135cm나 되는 괴물급 넓적머리 메기가 잡혀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리조나 피닉스시(市) 북서쪽에 있는 바틀렛호(湖)에서 에디 윌콕슨(56)이 약 35분간 힘 싸움을 벌인 끝에 거대한 넓적머리 메기를 잡는 데 성공했다. 공개된 사진은 윌콕슨이 거대 메기를 잡게 된 기념으로 이를 힘겹게 들고 찍은 모습이다. 그는 “지난 13일 새벽 보트 위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뭔가가 미끼를 물어 깼다.”면서 “곧바로 낚싯대를 잡고 끌어당겼지만 어찌나 힘이 센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애리조나 야생동물 관리부는 윌콕슨이 낚은 넓적머리 메기가 몸길이 135cm, 중량 34.7kg이 나가는 것을 최종 확인, 주(州) 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넓적머리 메기에 관한 기존 애리조나주 기록은 1988년 콜로라도강(江)에서 잡힌 33.5kg짜리며, 세계 기록은 1998년 캔자스강에서 잡힌 55.8kg짜리로 알려졌다. 윌콕슨은 지난 2003년에도 샌카를로스호(湖)에서 32.6kg짜리 거대한 넓적머리 메기를 잡은 바 있다. 한편 이를 접한 해외 네티즌들을 트위터상에 “괴물 물고기다!”, “진정한 담수 괴물이다.”, “자다가 잡다니 횡재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도 경로당엔 카네이션이 피었습니다

    경기 안양시 만안구 안양 9동에 사는 최병재(가명·79) 할아버지는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카네이션 하우스’가 동네에 생긴다는 소식에 들떠 있다. 아내를 먼저 보내고 3년째 홀로 지내는 최씨는 외로움에 지쳐 극단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었는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는 소식을 들어서다. 게다가 일자리도 제공될 것으로 알려져 소일거리를 찾던 최씨에게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최씨는 “주변에 나처럼 혼자 외로운 나날을 보내는 노인이 적지 않은데 함께 지낼 친구도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하니 고민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공부방 등이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공동생활주택으로 탈바꿈한다. 독거노인 급증과 함께 생겨나는 노인 자살, 고독사, 우울증 등의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15일 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도 노인 인구 107만 2000명 가운데 22%인 24만 4002명이 독거노인이다. 이 가운데 56.8%인 13만 8675명은 기초수급자, 차상위자, 장기요양등급자 등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다. 독거노인 수는 2007년 15만 2851명에서 2011년 23만 3706명으로 급속히 늘고 있다. 노인 자살률도 해마다 증가해 2011년 기준으로 노인 10만명당 90.5명이 자살하고 있다. 전국 평균 79.7명보다 높다. 자살 원인은 우울, 고독, 가족 갈등이 51.2%로 가장 많았고 경제 문제(30.5%), 건강·생활 문제(15.6%) 등이 뒤를 이었다. 도 노인상담센터 김은주 실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 자살이 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려운 노인들은 갈 곳도 없고 가족을 대신해 얘기를 나눠 줄 말벗도 없다”면서 “쪽방을 잡기 어려운 이들에게 안정적인 거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도청에서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 협약을 맺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공부방 등을 공동생활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충남도 등에서 시행하는 독거노인 공동생활제<서울신문 1월 2일자 2면>를 벤치마킹하고 여기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도는 예산 2억 4000만원과 행정 지원, 대한노인회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연계, 농협은 사업비 1억 2000만원 지원과 노인 일자리 창출을 맡는다. 카네이션 하우스가 들어서는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공부방,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마을회관, 이천시 율면 고당3리 마을회관, 구리시 교문동 경로당, 가평군 북면 백둔리 보건진료소, 연천군 청산면 초성2리 마을회관 등 6곳이다. 김용웅 노인정책팀장은 “노인들에게 제과·제빵 포장, 잡곡 선별, 절임 음식 생산 작업 등의 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시범 운영 뒤 성과가 좋으면 내년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다음 달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 7월에 문을 연다. 통장이나 부녀회장 등 마을 대표자를 지정해 관리하게 된다. 노인들은 자신의 집에 있으면서 원할 때 공동거주시설에서 취사와 숙박, 작업 등을 하게 된다. 김용연 도 보건복지국장은 “독거노인들이 겨울에 난방비를 아끼려고 난방하지 않고 그냥 잠을 자다 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카네이션 하우스는 냉·난방이 잘되기 때문에 이 같은 돌발적인 사고도 미리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MLB 경기 중 강제로 옷 갈아입은 가족의 사연

    MLB 경기 중 강제로 옷 갈아입은 가족의 사연

    ”옷 바꿔 입으세요!”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경기 중 상대팀 유니폼으로 바꿔 입게 된 웃지 못할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경기 중 한 남자가 푸른색의 다저스 옷을 입고 응원 나온 가족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경기장 관계자와 함께 사라진 가족은 황당하게도 모두 다이아몬드백스의 유니폼을 입고 나타났다. 이같은 모습은 TV로 경기를 보던 일부 시청자들도 눈치챘다. 왜냐하면 가족들의 위치가 포수 뒷편으로 화면에 계속 노출됐기 때문. 현지 언론인 뉴욕데일리뉴스는 “경기가 시작됐을 때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가족이 곧 다이아몬드백스 팬이 되어 나타났다.” 면서 “이유는 바로 켄 켄드릭 애리조나 구단주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애리조나 홈구장 경기에서 상대팀 팬들이 포수 뒷편에 위치해 화면을 ‘장악’하자 구단주가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애리조나 구단 측은 “TV 중계 기술이 발달해 포수 뒷편에 앉아있는 관중들의 유니폼까지 생생히 안방으로 전달된다.” 면서 “가족에게 다른 자리로 옮기던가 우리 유니폼을 입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 가족은 애리조나 구단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본의 아니게 광고판 역할까지 한 셈. 그러나 이에대해 현지언론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이 옷도 마음대로 못입느냐?” 며 비판했다. 사진=MLB TV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투데이 인사이드] 평범한 부모는 왜 두 딸을 죽였나… 포천 자매 살해사건 재구성

    성탄절 분위기가 채 가시지 않은 2011년 12월 30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에서 처참하게 일그러진 진청색 중소형 승용차와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소녀의 시신이 유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동반 자살하겠다”는 편지를 매형과 누나에게 보낸 이모(46)씨가 아내 정모(37)씨와 함께 두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 지난 10일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부산의 한 농장에서 이씨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세상은 이씨 부부가 천륜을 저버리고 몹쓸 짓을 했다며 혹독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 평범한 젊은 부부가 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하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을까. 부인 정씨는 아동학습지 판매 회사인 A사의 경기 고양 시내 모 지점 영업팀장을 지내면서 1억 3000만원에 가까운 빚을 져 괴로워했다. 당시 1년간의 지역국 매출 6억원 가운데 4억 5000만원이 정씨 실적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빚은 늘어만 갔다. 급한 김에 책을 팔고 고객에게서 받은 현금으로 돌려 막기를 한 사실이 회사에 적발돼 팀장에서 평사원으로 강등된 것은 물론 1000만원의 벌금까지 물게 돼 빚을 내 해결해야 했다. 이 때문에 월급은 본부장이 직접 관리하고 정씨는 고작 50만원만 손에 쥐게 됐다. 공금에 손을 댄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회사 빚은 매달 600만~700만원씩 상급자 신용카드를 빌려 상환했으나 빚은 줄지 않았고 모든 짐은 정씨 책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이씨 부부가 얹혀살고 있던 누나 집도 몇 개월째 월세를 못 내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한 달 후면 중학생이 될 큰딸(당시 12)의 교복은 구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정씨는 2011년 2월 15일 포천시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주차장에서 남편 이씨의 누나에게 쓴 유서에서 당시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형님’이라 불러 보네요. (중략)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기에 이리 죽을 결심을 했습니다. 세상이 참 무섭다는 거 너무 늦게 깨달아 죄송합니다. (중략) 제가 사치스러운 것도 아니고 제 욕심만 채우자고 했던 일도 아닙니다.” 정씨는 옴짝달싹 못할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남편 이씨는 그런 아내를 달래기 위해 2011년 2월 14일 새벽 4시 고양시 일산 집을 나섰다. 누나와 매형에게는 “바람 쐬러 간다”는 메모를 남겼다. 이씨 부부는 집을 나선 지 13시간 만인 오후 5시쯤 이동면 백운계곡의 한 민박집 3호실에 투숙했다. 큰딸 민이(가명)와 둘째 영이(10·가명)는 일찍 재우고 이씨는 밤을 새워 가며 아내 정씨를 설득했지만 정씨의 자살 의지는 확고했다. 이씨도 “차라리 함께 죽자”며 체념했다. 이튿날 오후 1시 20분쯤 이씨는 지인에게서 21만원을 입금받아 근처 편의점에서 유서를 작성하기 위해 편지지와 편지봉투, 볼펜을 구입해 민박집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에서 놀고 있었고 부부는 주차장에 세워 놓은 승용차 안에서 각자 유서를 써 내려갔다. 이씨는 매형에게, 정씨는 처음으로 남편의 누나인 시누이에게 편지지 한 장 가득 꾹꾹 눌러 유서를 썼다. 정씨는 유서에서 “잠시 후 저희 손으로 아이들 목을 졸라야 합니다. 이런 부모가 또 있을까요?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모든 사람에게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것입니다.” 남편 이씨도 눈물로 매형에게 유서를 써 내려갔다.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남아 있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 저희가 데려갑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죽을 각오로 잘 살아보려 했는데 현실은 너무 무섭습니다. 어제도 결정을 해서 행동으로 옮기려 했으나 아이들의 눈을 보니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오후 5시쯤 근처 이동우체국에서 남편이 우표를 구입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밤 11시쯤 다시 민박집에 투숙했다. 민이와 영이는 잠시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한 채 이내 잠이 들었다. 이씨는 천천히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주방 가스레인지와 연결된 LPG의 호스를 칼로 반쯤 잘랐다. 정씨는 말없이 옆에 서서 물끄러미 지켜봤다. 이씨는 밖으로 나가 낮에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고기를 구워 먹는다며 받은 번개탄 2장에 불을 붙였다. 냄비에 담긴 번개탄을 방 안 출입문 앞에 놓은 이씨 부부는 꼭 안고 자리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꽈당’ 하고 냄비 떨어지는 소리와 누가 넘어지는 소리에 가족들이 잠에서 깼다. 막내 영이가 화장실을 가던 중 그만 번개탄이 들어 있는 냄비를 밟고 넘어진 것이다. 이씨는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즉시 창문과 출입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번개탄을 밖으로 던졌다. 이튿날 오전 11시 민박 집을 나온 일가족은 일동면 화대리 제일유황온천 부근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주차장으로 나온 정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죽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보육원에 보내 주겠다”며 처음으로 죽음을 암시했다. 큰딸은 울면서 따라 죽겠다고 했고 작은딸은 울기만 했다. 오후 6시쯤 지인에게 빌린 돈 15만원을 근처 농협에서 찾아 산정호숫가의 한 숙박업소로 이동했다. 길가 마트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각각 2병 사고 번개탄을 3장 구입했다. 새벽 2시쯤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다독여 차에 태우고 호숫가 공터에 차를 세운 후 불붙은 번개탄 3장을 냄비에 담아 차량 안 정씨 다리 밑에 놓았다. 잠을 청한 지 2시간쯤 지난 새벽 4시. 두 딸이 괴로워하며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있는 뒷자리로 넘어가 작은아이부터 목을 졸랐고 정씨는 발버둥치는 아이들 다리를 잡았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 고요함과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 딸을 뒷자리와 그 밑에 각각 눕힌 이씨 부부는 차량을 추락시킬 장소를 찾아 1시간여 동안 주위를 배회했다. 여우재고개 6부 능선 계곡이 적당해 보였다. 차량을 그대로 몰아 돌진했다. 70m 아래로 떨어진 자동차는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고 두 딸의 시신은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갔지만 안전띠를 맨 이씨 부부는 멀쩡했다. 가까스로 차량을 빠져나온 부부는 소나무 가지에 줄을 걸어 나란히 목을 맸지만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체중을 견뎌내지 못했다. 2월 중순 여우재 계곡은 한겨울 날씨 그대로였다. 가만히 있으면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질긴 목숨은 4~5일이 지나도 이상이 없었다. 결국 부부는 계곡을 걸어 나와 산정호수로 갔고 화장실, 빈 컨테이너 등에서 며칠을 더 보냈다. 2월 25일 오후 1시 40분쯤. 부부의 편지를 받은 이씨의 매형 차모씨가 급히 일산경찰서 실종수사팀을 찾아가 유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때 이씨가 산정호수 부근 현금지급기에서 지인들이 보내준 현금을 3회에 걸쳐 인출하자 경찰은 단순 가출로 봤다. 여러 차례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하자 부부는 3월 1일 버스를 이용해 의정부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지인들에게 소액을 통장으로 받아 인출한 다음 병원을 찾아갔다. 이씨는 동상에 걸려 걷기가 어려웠다. 정씨는 상태는 덜했지만 치료가 필요했다. 열흘간 의정부에 머물면서 병원 치료를 받은 부부는 강릉 주문진으로 몸을 옮겼다. 강릉에서도 이씨는 병원을 오가야 했다. 같은 달 23일까지 강릉을 배회하던 부부는 눈에 잘 안 띄는 시골로 도피하기로 하고 PC방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마침 충북 진천의 한 오이 재배 농가에서 낸 구인광고를 보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부부는 월 230만원을 받기로 했다. 3개월 후인 6월 30일 말없이 편지만 한 통 써 놓고 충남 보령(대천)으로 이동했다. 약 1주일간 모텔을 전전하며 발길 닿는 대로 움직였다. 이후 경북 상주 버섯농장, 경북 청도 염색 공장, 새마을 농장을 돌며 하루벌이를 했으나 힘에 부쳤다. 다시 인터넷 구인광고를 검색해 7월 21일 경남 밀양의 한 펜션에서 둘이 250만원을 받기로 하고 몸을 의탁했다. 그러나 다른 종업원과 마찰을 빚어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경남 마산, 전남 여수, 충남 강경, 전남 해남을 떠돌았다. 9월 추석 명절 직전 부산의 한 농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봤다. 명절 연휴가 지난 뒤 오라고 했다. 부부는 220만원을 받기로 했다. 1년 6개월 지나는 동안 월급도 오르고 잘 지내는가 싶었지만 천륜을 어기고 이 하늘 아래 숨을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중요 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전단을 본 한 주민의 신고로 부부는 사건 발생 2년 2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경찰로부터 신병을 넘겨받은 포천경찰서는 12일 이씨와 정씨 부부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두 자녀 살해범인 이들도 평범한 대한민국 엄마 아빠였다. 이씨는 전문대학과 같은 2년제 동국대 전산원을 졸업하고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컴퓨터 관련 일을 했다. 집 전세금 전체를 털어 지인들과 함께 하던 사업이 잘못돼 누나 집에 얹혀살게 됐지만 닥치는 대로 일을 할 만큼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 역시 고등학교 졸업 학력으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맞벌이에 나섰다. 국내 유명 아동학습지 회사에 입사해 영업팀장직에 올랐다. 한 질에 70만~100만원 하는 교재를 팔면 13%의 판매 수수료가 수당으로 떨어졌다. 실적 부담에 쫓겨 허위 판매를 하고 허위 판매 대금을 입금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현금으로 받은 책값을 유용한 것이 화근이 됐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회사는 돈을 벌었지만 자신과 직원들의 빚은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만 갔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민이와 영이는 교우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성적도 중상위권이었다. 두 자매의 담임교사들은 “민이는 특히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도 강했다. 어머니 역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다른 엄마들보다 강했다”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를 맡은 포천경찰서 김중기 형사는 “이씨 부부 모두 지극히 평범한 엄마 아빠였지만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꽃의 계절, 피어나는 천식

    꽃의 계절, 피어나는 천식

    누구나 기다리는 봄이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봄은 만물이 소생하고, 몸과 마음이 활성화되는 활력의 계절이 아니라 고통과 싸워야 하는 시기다. 문제는 천식이다. 우리나라 1∼4세 소아의 천식 유병률은 23%를 넘고 있으며, 성인도 12∼13%에 이른다는 조사보고도 있다. 안타깝게도 천식 발작이나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천식을 남의 일이라고 여기거나 너무 가볍게만 생각한다. 봄을 맞아 앞다퉈 피는 꽃들이 반갑지 않고, 여기에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문밖을 나서기가 두려운 질환 천식을 두고 어수택 순천향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대화했다. →천식이란 어떤 질병인가. -천식은 기관지(기도)가 좁아지는 병이다. 이물질의 자극으로 공기의 길목인 기도가 좁아져 호흡이 어렵고, 숨 쉴 때 ‘쌕쌕’ 하는 천명음이 들린다. 물론 기침도 심하다. 천식 환자의 기도는 정상인과 달리 찬 공기나 담배 연기, 향수나 화학약품 등의 강한 냄새,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같은 알레르겐(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 자극에 민감해 쉽게 좁아지는 게 문제다. →특히 천식이 봄철에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생기기 때문이다. 천식 환자의 70%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갖고 있는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는 당연히 천식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봄에 꽃가루를 날려 천식을 악화시키는 나무로는 참나무·자작나무·오리나무·너도밤나무·버드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도 심각한 문제다. 미세먼지를 실은 황사가 환자의 기도를 자극해 천식을 악화시키는데, 이 때문에 황사철에는 입원하거나 응급실을 찾는 천식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일교차도 조심해야 한다. 낮에는 문제가 없지만 새벽녘에 차가워진 공기를 들이마시면 기도가 쉽게 좁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유병률과 최근의 발생 추이를 짚어 달라. -천식 유병률은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의 천식 유병률은 2007년 5.4%에서 2010년 6.7%로 증가했다.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서도 2007년 8.5%이던 것이 2010년에는 9.3%로 높아졌으며,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된다. 이처럼 천식 유병률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위생가설’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위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세균이나 기생충 감염이 줄어 역으로 천식이 늘어나고 있다는 견해다. →현 단계에서 천식의 원인을 특정할 수는 없는가. -원인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선천적으로 천식 요인을 가진 사람이 발작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에 노출됐을 때 발생한다. 즉, 자극을 받으면 쉽게 기관지가 좁아지는 유전적 요인을 가진 사람이 특정 알레르겐이나 직업적 요인, 감기 등에 따른 자극에 노출돼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천식은 중증도에 따라 어떤 증상을 보이는가. -증상은 다양하다. 경증일 때는 별 증상이 없어 운동할 때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정도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기관지가 좁아진 경우라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숨이 찬데, 특히 밤에는 기침까지 심해져 잠을 잘 자지 못한다. 감기나 꽃가루 등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갑자기 기도가 좁아지는 급성 악화의 경우 평소보다 호흡곤란과 기침이 심해 가만 있어도 숨이 차는가 하면 더러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로 악화되기도 한다. →진단은 어떻게 하며, 특이증상은 무엇인가. -발작적인 기침과 쌕쌕거리는 천명음, 운동 시 호흡곤란 등의 증상에다 폐기능검사에서 전형적인 소견을 보이면 천식으로 진단한다. 폐기능검사란 기관지 확장제를 이용해 기관지의 확장 정도를 측정하거나, 기관지가 줄어드는 약제를 사용해 기관지가 좁아지는 정도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천식은 기침과 호흡곤란이 대표적 증상이며, 밤에 기침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찬 공기나 자극적인 냄새, 담배연기를 맡거나 감기에 걸리면 숨이 차고 심한 기침을 하게 되는데, 이때 천명음이 들리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 청소년이 가벼운 운동만으로도 숨이 찬 경우에도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가장 일반적인 치료는 약물 투여인데, 약물 사용방식에 따라 유지요법과 완화요법으로 구분한다. 유지요법은 약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천식은 기도 질환이어서 기도로 직접 약이 들어갈 수 있는 흡입제를 주로 사용한다. 이때 환자 상태에 따라 스테로이드 단독 제제나 기관지 확장 흡입제를 사용하며, 이후의 증상과 폐기능검사 결과에 따라 약제를 조절하게 된다. 완화요법은 천식이 갑자기 악화됐을 때 적용하는 방식으로, 10분 안에 기관지를 확장시켜 주는 속효성 기관지확장제가 주로 사용된다. 이와는 달리 아예 천식을 악화시키는 인자를 없애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금연을 하게 하는 등 주변의 알레르겐을 없애거나 피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고, 알레르겐을 제거하기 어렵다면 장기간 피하주사를 놓는 면역요법을 적용할 수도 있다. 이런 방법으로 천식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천식 반응과 관련된 물질을 억제하는 주사제를 사용하는 표적치료 방법도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치료 예후와 치료에 따른 합병증도 짚어달라. -환자의 80% 정도는 흡입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증상이 없어졌다고 임의로 약제 사용을 중단하면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약제를 중단할 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천식 치료제는 합병증이 거의 없는 편이다. 흡입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의 경우 고용량이 아니어서 장기간 사용해도 전신 부작용은 없으며, 간혹 구강에 곰팡이가 생기는 정도다. 중요한 것은 천식을 치료하지 않으면 기도벽이 두꺼워지는 개형현상이 나타나 치료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천식과 관련한 정책적인 문제는 없는가. -현재 적용되는 보험 기준이 최근의 치료방법을 반영하지 못해 현장에서의 치료와 보험 기준에 차이가 있는데, 이런 점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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