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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힙합 래퍼로 변신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힙합 래퍼로 변신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책 속에 파묻혀 지낸 40여년, 경제학과 법학 박사학위 타이틀에 무어 아쉬운 게 있을까. 더욱이 이순(耳順)이 멀지 않은 연배에, 자유시장 이념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작정한 김정호(55) 자유기업원 원장이 힙합 래퍼로 변신했다. 7년째 이 ‘액션 & 싱크 탱크’를 꾸려 오고 있는 그가 마이크를 잡고 리듬에 몸을 맡긴 이유가 궁금했다. 김 원장은 3일과 10일 두 차례 인터뷰에서 “딱딱한 메시지를 전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며 “미래 동력인 젊은이들이 사상적으로 방황하고 목표를 상실한 것 같아 이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심어줄 수단을 찾은 결과가 힙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변신 자체도 놀라움이지만 지난 1월 프로젝트그룹 ‘김 박사와 시인들’이 출시한 앨범에 담긴 3곡의 가사는 의미심장하다. 트로트계 ‘이 박사’가 힙합계의 ‘김 박사’로 현신했다고나 할까.‘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란 노래에는 ‘일자리를 달라고만 하니…공짜는 없어…독립문이 왜 서대문에 있는 줄 알아?…김정일은 벌써 북한 팔아먹어’ 등 신랄한 어조로 가득하다. 3분 50초 뮤직비디오에는 강의 도중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이내 힙합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고 손동작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차 안에선 리듬에 맞춰 손가락으로 ‘탭’(tab) 하고 어깨를 들썩인다. 김 원장은 “주요선진20개국(G20)에 안주하지 않고 G5로 진입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단순한 저항을 뛰어넘어 긍정적인 변화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연세대, 중앙대, 숭실대에서 랩을 곁들여 2~3시간 강연했고 인터넷TV를 통해 ‘프리스타일 코리아’ 강연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유기업원부터 소개해 달라. -액션 & 싱크 탱크다. 보통 싱크 탱크라고 하는데 우리는 생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까지 담보하는 싱크 탱크라 보면 되겠다. →표방하는 바는. -한민족은 굉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본격 발휘된 것은 대한민국에 들어와서였다. 보통 반만년 역사라고 하는데 대한민국 이전에는 그다지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했다. 이걸 이어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최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우리도 고래가 되자, 될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랩인가. -강연으로 전달하려니까 몇 사람 안 되고 강연 끝나면 다 잊어먹고 그렇더라. 국민들의 마음에 직접 다가가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감성에 호소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노래가 좋겠다, 해보자 했는데 노래를 잘 못하니까 노래 못하는 사람이 잘할 수 있는 노래가 랩이었다. 리듬감만 있고 조금 용감하면 되겠다 싶었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이 랩을 한다면 관심을 많이 가질 것 같더라. 그런데 때마침 하드코어 랩으로 유명한 힙합 그룹 ‘거리의 시인들’ 리더 노현태씨가 도와주겠다고 나서 프로젝트 그룹까지 만들게 됐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텐데. -2009년 5월 대학을 졸업한 딸이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을 건네며 아빠가 꿈을 잃은 것 같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 돌아보니 자유기업원에 다니는 직장인으로 그저 목표 없이 떠돌았다는 성찰을 하게 됐다. 그래서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고자 했고 사회운동가로서 좌표를 다시 설정하게 됐다. 그 연장이 힙합인 것이다. →랩을 배우면서 재미있는 일 많았겠다. -힙합은 생각보다 빨리 배울 수 있어서 나도 놀랐고 젊은 친구들도 놀랐다. 지난 1월에 뮤직비디오를 18시간 걸려 촬영하는데 굉장히 추웠다. 바지를 갈아입을 일이 있었는데 젊은 친구들은 바지를 올리니까 바로 맨 다리가 드러나더라. 그런데 난 내복을 껴입고 있었다. 무지 창피했다. →주위의 반응은. -‘하던 일이나 잘하지.’ 하는 분들이 많다. 직원들도 ‘왜 저러나?’ 한다. →잘한 일이라고 보나. -아주 잘한 선택이라고 본다. 힙합을 하면서 젊어졌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앨범 수록곡을 소개해 달라. -‘개미보다 베짱이가 많아’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내용이다. 대한민국이 얼마든지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챔피언 한국’은 대한민국이 우리의 국호이고 1948년에 건국돼 63년 동안 이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이 대척점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똥파리들’이란 곡에 거친 표현도 보이더라. -젊은이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꾸짖고 싶었다. 악플만 달고 있지 말고 국가와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스펙만 쌓지 말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기업가 정신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사실 욕설에 가까운 내용도 있는데 원래 힙합이 욕설에서 시작한 것이다.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 그런 노래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래퍼가 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3곡 모두 지상파 3사에서 계층 간 갈등 조장, 특정 정당 및 국가 언급 등을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반항과 저항은 청년들의 특권이다. 생물학적 특권이기도 하고 도덕적으로 봐도 그렇다. 그런데 저항을 통해 무엇을 지향하느냐가 문제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미국의 반대편, 우리의 반대편을 지향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북한과 비슷해지는 것을 진보라고 오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오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이나 중국 체제와 비슷하게 가는 것을 진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위험하다. 지금 중동의 민주화 운동이 한창인데 이것이 이슬람 독재나 중국처럼 공산당 일당독재 비슷한 무엇을 꿈꾸고 있다면 진보가 아니다. →진보에 냉소하는 건가. -진정한 진보라면 김정일 정권을 제거하고 북한 인민에게 자유를 주는 진보를 꿈꿔야 한다. 우리 사회도 완벽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가야 한다고 꿈꾸는 것이 진정한 진보다. 내가 돈을 벌어서 남을 돕고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진보다. 그런데 남의 호주머니 털어 그걸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것은 도둑질이다. 내가 변해서 세상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이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영국의 1940년대와 비슷한 구석이 적지 않다. 지식 지형이 완전히 왼쪽으로 기울고 있다. 예전에 남로당 지원을 받던 좌파가 아니라 자생적 사회주의자들이 생겨나고 그 여파로 ‘강남 좌파’란 말이 등장할 정도다. 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국가에 생떼를 쓰게 만들고 이도저도 안 통하면 짱돌을 들라고 가르친다. 어쩌자는 것인가. 심지어 기업도 우파 싱크탱크를 외면하고 좌파에 돈을 갖다 받치고 있다. 이런 사상 지평을 바꾸고 싶다. →트위터에 ‘우파 문선대’란 비아냥도 있더라. -그런 지위를 내게 부여해 준다면 영광이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랩을 2~3분 들려주고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2~3시간짜리 강연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2017년까지 이런 활동을 계속할 것이며 언제든 어디든 달려갈 것이다. →왜 2017년인가. -차차기 대선이 실시되는데 그때까지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보수 이념을 표방하는 정권과 정부가 출범할 수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까지 진정한 보수로 보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이 정부가 한번도 진정한 보수임을 표방하지 않았다. 늘 중도 보수라고 물을 타왔다. 그런데 사람들은 착각을 하고 잘못된 비판을 가하곤 한다.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은. -먼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나도 2009년 5월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 만나기 두려워하고 게으름 피우다 밤늦게 잠들곤 했던 내가 이만큼 달라질 정도로 인간의 잠재력은 놀랍다. 여러분의 잠재력을 지금 살리고 있나? 아니면 ‘잠 재’우고 있나? 그건 여러분 태도에 달려 있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강의를 묶은 ‘대한민국 이야기’(이영훈 지음)와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를 파헤친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박성현 지음)을 권한다. 임병선·강경윤기자 bsnim@seoul.co.kr ●김정호 원장 ▲1956년 서울 출생 ▲197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미국 일리노이대학 경제학 박사 취득 ▲2003년 숭실대 법학 박사 취득 ▲2009년 12월 인터넷방송국 ‘프리넷 뉴스’ 개국 ▲2004년~ 자유기업원 원장
  •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 2~3년앞 내다보지 못해”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 2~3년앞 내다보지 못해”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국내 대기업들은 정부 부처보다 더 관료적이며, 단기성과에 급급해 2∼3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17일 저녁 국민금융지주(회장 어윤대)가 시내 한 호텔에서 개최한 세미나 특별강연에서다. 기업과는 무관한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기업을 직접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초과이익공유제와 무관치 않은 듯 곽 위원장이 대기업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초과이익공유제 논란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집권 초기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맡아 새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린 인물이다. 그는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껍게’라는 휴먼 뉴딜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공정사회’라는 개념 도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대기업들이 ‘생산 이익’을 독점하면서도 근로자나 하청업체에 대해 공정한 분배에 인색하지 않으냐는 생각이 그의 발언 저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곽 위원장은 “지난 2년간 고환율로 좋았지만, 대표 기업들이 수익을 많이 낸 것이 오히려 독약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부처가 관료적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은 더 관료적이며, 그때그때 성과로 포지션이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로 2, 3년 앞을 내다보지 않는다.”고 공세를 폈다. 이어 “(국내) 조선 산업은 중국에 뺏겼다고 보고 있으며, 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의 자동차 등록 수 제한이 영향을 줄 수 있어 잘하면 버틸 수 있고 잘못하면 못 버틴다고 본다.”며 “전자 산업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핵심산업으로 대기업이 주도하는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의 미래가 전혀 밝지 않다는 ‘비관론’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미국이 가전에서 가장 셌지만, 일본에 줘 버리고 기업을 시스템 반도체와 인터넷 등 고부가가치로 만들었다.”며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하고 콘텐츠 회사로 전환한 일본 소니는 경영진의 콘텐츠 마인드 부족으로 10년간 헤매고 있으며 힘들게 굴러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하이얼(가전)한테 내줘야 한다.”며 ”가격은 반이지만 거의 (기술) 차이가 안 나고 삼성과 LG 공장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어 하이얼한테 먹히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가전제품 中 하이얼에 밀릴라” 곽 위원장은 비판에 이어 미래를 위한 자신의 구상을 펼쳤다. 그는 “한국이 버틸 수 있는 것이 콘텐츠 산업”이라며 “고도 경제 성장에 좋고, 젊은 층에 필요한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대안 제시도 잇따랐다.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러시아 과학자를 데려와서 한국 시민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 필요성을 역설한 뒤 “중국은 소수 민족 문제로, 일본은 폐쇄성·경직성 등으로 당분간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굉장히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규제 때문에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컨트롤할 수 있는 정도만 규제해야 한다.“며 ‘작은 정부론’을 거듭 주장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유시민 “민주당에선 정치 혁신 이룰 가능성 없어”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 유시민 “민주당에선 정치 혁신 이룰 가능성 없어”

    국민참여당의 차기 당 대표로 사실상 확정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거나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지난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갔던 길은 대통령이 되는 데는 유리했는지 모르지만, 정당지형·선거구도·정치문화 혁신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느냐.”면서 “민주당 안에서 그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 확신, 그런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의 유 원장 집필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국민참여당과 4·27 재보선 →19일 당 대표에 취임하게 된다.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당을 이끌 것인가. -중요한 건 2012년 권력교체다. 권력교체를 하려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 우선 당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야권연대에 비중을 두면 국민참여당이 임시 정당이라고 오해받지 않을까. -야권의 혁신, 정치지형의 정상화, 지역주의·양강주의를 혁파하는 것, 진보의 집권, 이런 것들이 장기적 목표다. 그러나 매 시기 국민이 강력히 요청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장기적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국민참여당은 ‘친노 정당’인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참여당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의 정치철학을 계승·발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못했던 것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4·27 재·보선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년에 의회 권력 및 정권의 교체가 어떻게 하면 이뤄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선거다. 진보개혁 정당들이 실효성 있는 야권연대를 만들지 못하면 내년 선거도 안 된다. 일종의 시금석이다. →시·도당 대회 등을 거치면서 지켜본 표심의 흐름은 어떤 것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정권이 너무 못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잘하도록 경고를 주라는 요구가 많다. 두 번째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두 흐름이 중첩돼 있다. →김해을 선거가 ‘이명박 대 노무현’, ‘김태호 대 유시민’의 대결이라고도 한다. 동의하나. -김 전 경남도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면 김태호와 이봉수(참여당 후보)의 대결이며, 이명박 대통령과 김해 시민의 대결이다. 결국 집권 세력과 김해 시민의 대결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분당을의 민심이 예전과 다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나와 김문수 지사의 득표율 차이가 10%포인트 밖에 나지 않았다. (유 원장은 인터뷰가 끝나고 가진 오찬에서 “손 대표가 분당을에 나가면 강원, 김해을, 순천 등 재·보선 전 지역에서 야권이 이긴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나의 득표율이 44%였는데, 손 대표가 44% 이상 못 받겠나.”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과 야권 연대 →4·27 재·보선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정치권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1987년 이후 5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3번은 보수 진영이, 2번은 진보개혁 진영이 이겼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한번도 단결했던 적이 없다. 진보개혁 진영은 단일화 방식으로 보수 일부와 결합해 겨우 이겼다. 내년 선거에서도 보수는 다시 분열될 거다. 친이와 친박이 나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권교체는 진보진영이 하나로 결속할 때 가능하다. 총선과 대선까지 더 높은 연대가 이뤄지면서 단결할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나. -박 전 대표가 여권에서 확고한 우위를 갖고 있는 후보임은 분명하지만 대세라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않나. →야권은 박 전 대표에 맞서 어떤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대선은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 스스로가 원하는 걸 가지는 선거다. 전략보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 원장이 현재 야권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다. 만일 야권의 단일후보가 된다면 박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안 될 것이라고 할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국민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원을 획득해 가는 야당 후보들이 많아져야 한다. →유 원장이 대통령을 하겠다면 민주당에 들어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들 한다. -(웃음)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면 예전처럼 혼자는 아닐 거다. 오면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의 뜻을 잘 알지만 그길은 노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다. 이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혁신이다. 앞으로 정당·정치 문화·정책 발전을 이루는 도전을 해야지, 권력 도전만으로 의미를 찾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내년 대선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어떤 역할을 할 거라고 보나. -그분은 한때 보수의 지도자였는데 지금은 지역의 지도자가 돼 있다. 계속해서 그런 역할을 하실 건지, 다시 보수의 지도자를 하실 건지는 그분이 선택할 거라고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보나. -그렇다. 미디어 정보화 사회니까. 과거에는 선거운동 조직이나 직능단체 조직, 친목회 같은 조직이 정보를 유통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이제 개인이 다양한 정치적 경로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시기다. 조직 없이도 정당을 형성할 수 있다. →경제학과 출신이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을 어떻게 보나. -정운찬 전 총리가 재임시에는 제대로 된 걸 거의 못하더니 총리 마치고 나서 오랜만에 좋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협력업체들의 도움 덕분에 기업이 성장한 건데, 물론 방법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토론할 만하다. 그러나 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식으로 나오는 건 문제다. 집권 세력에 의해 깔아뭉개지는 걸 보니 안타깝다. →이슬람채권(수쿠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쿠크법은 아랍 자금 유입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 실물경제를 북돋우는 데 도움이 되는지, 금융 분야에서 자유화의 정도를 이슬람 자본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슬람 자본이 율법 때문에 문제 생기는 거라며 우회로를 만들어 주기 위해 조세특례를 해준 게 아닌가. 어이가 없다. ●참여정부와 정치인 유시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나 ‘후계자’라는 말에 동의하나. -‘(경호실장이란 말은) 정치적인 면에서 그런 거지’라고 말해서 그러는 것 같다. 노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분이 하려고 했던 정치적인 목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친노는 분명하다. 후계자란 말은 적절치 않다.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씨가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별로 괘념치 않는다고 대응했다. 진짜 그런가. -노 전 대통령 서거 전까지 강 회장을 잘 몰랐다. 그분과 정치적인 문제 등을 의논하는 사이가 아니다. 그분은 내가 의논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분이 참여당 창당을 부정적으로 봤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의 동요는 전혀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은 노 전 대통령과 이광재·안희정 세분이 갖고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지분이 없나. -없다. →왜 없나. -난 사실상 혼자 대통령과 결합했다.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했던 측근이나 참모도 아니었다. 정부와 결합할 정도의 인적 기반을 가진 세력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관계다. 실제로 정부의 인사나 공공기관에 사람 넣는 것까지 해본 적이 없다. 좀 유명한 자원봉사자라고나 할까.(웃음) →한나라당 인사들 가운데 김두관 지사를 강적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 유 원장이 보는 김 지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경남에서 압도적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건 잠재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 기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이 나보다 더 좋은 분이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정치적 지도자가 될 만한가. -그렇다. 말할 나위가 없다. 5년간 대통령을 모시면서 온갖 일을 겪은 분인데 자기 삶에 대한 실존적 선택, 그 문제가 남아 있다. 정치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정치해도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한다. 개인적 결단의 문제다. →노무현 정부는 언론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유 원장의 언론관은 무엇인가. -원래 불편한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장 권력은 국가의 규제를 받는다. 유일하게 언론 권력만큼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만인의 언론 자유가 특정인이나 소수 언론 자본을 위해 남용될 때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친노 세력의 분열은 당연한 귀결인가, 안타까운 일인가. -한 사람이나 한 정치 세력이 계승하기에는 노 전 대통령은 매우 다양한 목표를 추구했던 분이다. 참여당은 3당 합당 합류를 거부하고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우했던 시절의 정치인 노무현을 계승하려는 것이다. 그 때 추구했던 정치적 목표들은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koohy@seoul.co.kr
  • 유시민 “노 대통령이 가지 않은 길 가겠다”

    유시민 “노 대통령이 가지 않은 길 가겠다”

     국민참여당의 차기 당 대표로 사실상 확정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거나 민주당과 통합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16일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갔던 길은 대통령이 되는 데는 유리했는지 모르지만, 정당지형·선거구도·정치문화 혁신은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느냐.”면서 “민주당 안에서 그런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 확신, 그런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의 유 원장 집필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국민참여당과 4·27 재보선  19일 당 대표에 취임하게 된다. 어떤 목표와 비전을 갖고 당을 이끌 것인가.  -중요한 건 2012년 권력교체다. 권력교체를 하려면 야권이 단결해야 한다. 우선 당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겠다.  야권연대에 비중을 두면 국민참여당이 임시 정당이라고 오해받지 않을까.  -야권의 혁신, 정치지형의 정상화, 지역주의·양강주의를 혁파하는 것, 진보의 집권, 이런 것들이 장기적 목표다. 그러나 매 시기마다 국민이 강력히 요청하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장기적 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국민참여당은 ‘친노 정당’인가.  -그렇다. 그러나 그것이 참여당의 전부를 설명하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의 정치철학을 계승·발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했던 것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4·27 재·보선 전체를 아우르는 흐름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년에 의회 권력 및 정권의 교체가 어떻게 하면 이뤄질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선거다. 진보개혁 정당들이 실효성 있는 야권연대를 만들지 못하면 내년 선거도 안 된다. 일종의 시금석이다.  시도당 대회 등을 거치면서 지켜본 표심의 흐름은 어떤 것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 정권이 너무 못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잘하도록 경고를 주라는 요구가 많다. 두번째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두 흐름이 중첩돼 있다.  김해을 선거가 ‘이명박 대 노무현’, ‘김태호 대 유시민’의 대결이라고도 한다. 동의하나.  -김 전 경남도지사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면 김태호와 이봉수(참여당 후보)의 대결이며, 이명박 대통령과 김해 시민의 대결이다. 결국 집권 세력과 김해 시민의 대결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 나가야 한다고 하는데.  -분당을의 민심이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나와 김문수 지사의 차이가 10% 밖에 안났다. (유 원장은 인터뷰가 끝나고 가진 오찬에서 “손 대표가 분당을에 나가면 강원, 분당을, 순천 등 재·보선 전 지역에서 야권이 이긴다. 내가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득표율 44%였는데, 손 대표가 44% 이상 못 받겠나.”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과 야권 연대  4·27 재·보선 이후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정치권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1987년 이후 5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3번은 보수 진영이, 2번은 진보개혁 진영이 이겼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선에서 보수 진영은 한번도 단결했던 적이 없다. 진보개혁 진영은 단일화 방식으로 보수 일부와 결합해 겨우 이겼다. 내년 선거에서도 보수는 다시 분열될 거다. 친이와 친박이 나눠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권교체는 진보진영이 하나로 결속할 때 가능하다. 총선과 대선까지 더 높은 연대가 이뤄지면서 단결할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을 인정하나.  -박 전 대표가 여권에서 확고한 우위를 갖고 있는 후보임은 분명하지만 대세라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국민의 신임을 받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지 않나.  야권은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 어떤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을까.  -대선은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는 선거가 아니다. 국민 스스로가 원하는 걸 가지는 선거다. 전략보다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 원장이 현재 야권에서 대선후보 지지율 1위다. 만일 야권의 단일후보가 된다면 박근혜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을 것 같나.  -승리할 수 있다 말하기도 그렇고, 안될 것이다라고 할 것도 아니다. 지금은 ‘내가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보다 국민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원을 획득해가는 야당 후보들이 많아져야 한다.  유 원장이 대통령을 하겠다면 민주당에 들어가는 방법 말고는 없다고들 한다.  -(웃음) 지금 다시 민주당에 가면 예전처럼 혼자는 아닐 거다. 오면 도와주겠다는 분들도 계시고, 그 분들 뜻을 잘 알지만 그길을 노무현 대통령이 간 길을 뒤따라 가는 것이다. 이젠 익숙한 것들과 결별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혁신이다. 앞으로 정당·정치 문화·정책 발전을 이루는 도전을 해야지, 권력 도전만으로 의미를 찾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내년 대선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어떤 역할을 할 거라 보나.  -그 분은 한때 보수의 지도자였는데 지금은 지역의 지도자가 돼 있다. 계속해서 그런 역할 하실 건지, 다시 보수의 지도자를 하실 건진 그 분이 선택할 거라 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뉴미디어가 선거에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보나.  -그렇다. 미디어 정보화 사회니까. 과거에는 선거운동 조직이나 직능단체 조직, 친목회 같은 조직이 정보를 유통하고 정치적 의사 결정에 큰 영향줬다. 하지만 이제 개인이 다양한 정치적 경로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시기다. 조직 없이도 정당을 형성할 수 있다.    정치 현안  경제학과 출신이다. 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을 어떻게 보나.  -정운찬 전 총리가 재임시에는 제대로 된 걸 거의 못하더니 총리 마치고 나서 오랜만에 좋은 걸 했다고 생각한다. 협력업체들의 도움 덕분에 기업이 성장한 건데 물론 방법이 적절하냐는 토론할 만하다. 그러나 공산주의냐 사회주의냐는 식으로 나오는 건 문제다. 집권 세력에 의해 깔아뭉개지는 걸 보면서 안타깝다.  이슬람채권(스쿠크)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쿠크법은 아랍 자금 유입이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의 안정, 실물경제를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는지, 금융 분야에서 자유화의 정도를 이슬람 자본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가 논쟁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슬람 자본이 율법 때문에 문제 생기는 거라며 우회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조세특례를 해준 게 아닌가. 어이가 없다.    참여정부와 정치인 유시민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이나 ‘후계자’라는 말에 동의하나.  ‘(경호실장이란 말은) 정치적인 면에서 그런 거지’라고 말해서 그러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 분이 하려고 했던 정치적인 목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친노는 분명하다. 후계자란 말은 적절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강금원 씨가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고 했는데, 별로 괘념치 않는다고 대응했다. 진짜 그런가.  -노 대통령 서거 전까지 강 회장을 잘 몰랐다. 그 분과 정치적인 문제 등을 의논하는 사이가 아니다. 그 분은 내가 의논하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 분이 참여당 창당을 부정적으로 봤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다.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은 노 대통령과 이광재·안희정 세 분이 갖고 있다고 했다. 유 원장은 지분이 없나.  -없다.  왜 없나.  -난 사실상 혼자 대통령과 결합했다. 오랫동안 대통령과 정치적 행보를 했던 측근이나 참모도 아니었다. 정부와 결합할 정도의 인적 기반을 가진 세력이 아니었다. 개인적인 관계다. 실제로 정부의 인사나 공공기관에 사람 넣는 것까지 해본 적이 없다. 좀 유명한 자원봉사자라고나 할까.(웃음)  한나라당 인사들 가운데 김두관 지사를 강적으로 꼽는 이들이 있다. 유 원장이 보는 김 지사의 강점은 무엇인가.  -경남에서 압도적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건 잠재력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정치 기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통합의 리더십이 나보다 더 좋은 분이다.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정치적 지도자가 될 만한가.  -그렇다. 말할 나위가 없다. 5년 간 대통령 모시면서 온갖 일을 겪은 분인데 자기 삶에 대한 실존적 선택, 그 문제가 남아 있다. 정치하지 않아도 아름답고, 정치해도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한다. 개인적 결단의 문제다.  노무현 정부는 언론과 관계가 좋지 않았는데, 유 원장의 언론관은 무엇인가.  -원래 불편한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장 권력은 국가 규제를 받는다. 유일하게 언론 권력만큼은 어떤 규제도 받지 않는다. 만인의 언론 자유가 특정인이나 소수 언론 자본을 위해 남용될 때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노 대통령 서거 뒤 친노 세력의 분열은 당연한 귀결인가, 안타까운 일인가.  -한 사람이나 한 정치 세력이 계승하기에는 노 대통령은 매우 다양한 목표를 추구했던 분이다. 참여당은 3당 합당 합류를 거부하고 새정치국민회의에 들어가기 전까지 불우했던 시절의 정치인 노무현을 계승하려는 것이다. 그 때 추구했던 정치적 목표들은 한국 정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긴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과 계속 연계되는 게 정치인으로서 부담스럽지 않나.  -한때 부담이 많이 됐다. 난 노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정치에 들어왔고, 국회의원으로 있던 5년 내내 노 대통령과의 관계 속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정부에 있었던 1년 반을 빼고는 주관적으로 과제 설정을 했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유 원장을 훌륭한 전임자로 평가했다. 스스로 무엇을 잘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는데... 열심히 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활동하듯이 장관 활동을 했다. 산악회, 축구팀, 낚시·당구 동호회, 매달 호프데이도 하면서 직원들과 스킨십을 열심히 했다. 장기요양보호법, 국민연금법, 기초노령연금법 등 입법을 많이 했다. 약사제도 개편의 틀을 만들어놨다. 바우처 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 아마 그래서 평가를 좋게 해주는 것 같다.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란 책을 쓰고 있다. 책을 써보니 훌륭한 국가란 어떤 국가인가.  -첫째,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다. 국가 정의를 실현하려면 확실한 정통성이 뒷받침되는 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둘째는 사람들이 자기가 마땅히 받아야 될 것을 받게 해줘야 한다. 서유럽 국가가 비교적 거기에 근접해 있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열린세상] 창의력이 희망이다/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열린세상] 창의력이 희망이다/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1974년 7월 어느 일요일, 섭씨 40도가 넘는 더위가 모래 먼지와 함께 사람들을 괴롭히는 미국 텍사스의 조그마한 시골마을 콜맨에서의 일이다. 사위인 제리가 딸 베스와 함께 ‘여름손님’으로 방문했는데, 무기력하게 모여 앉아 있는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장인이 ‘애벌린에 다녀올까.’라고 제안했다. 콜맨에서 100㎞나 떨어진 곳, 식당도 별로 좋은 데도 없고 에어컨이 시원찮은 차로 흙먼지 속을 헤치고 가야 하는데…. 그러나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4명의 가족은 살인적인 더위 속에 3시간이나 사막 길을 달려 애벌린에 도착하여 시설이 시원찮은 식당에서 맛없는 음식을 먹었으며, 다시 3시간 동안 아무런 의욕도 없이 황폐한 길을 되짚어 기진맥진한 채 콜맨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말을 맞추어 보니, 정말 애벌린에 가고 싶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둘러앉은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한 장인의 제안을, 모두 서로를 배려한다고 생각하고 수용했던 것뿐이었다. 이들은 휴일을 함께 망쳤다. 이 이야기는 미국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조지워싱턴대학 교수였던 제리 하비 박사가 자신의 저서 ‘애벌린 패러독스’(Abilene Paradox)에서 창의력을 배제한 지나친 배려나 인정주의가 공동체에 끼치는 해악, 곧 합의 도출의 모순 사례로 적시한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와 같은 경험의 기억을 한두 가지씩 갖고 있다. 한국 사회처럼 혈연·지연·학연으로 묶인 공동체에서는 피해 가기 어려운 애벌린 패러독스의 함정이 도처에 널려 있는 형국이 된다. 2003년 가을, 하버드대학의 컴퓨터 천재 마크에게 비밀 엘리트 클럽의 윈클보스 형제가 하버드 엘리트들만 교류하는 ‘하버드 커넥션’ 사이트 제작을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힌트를 얻은 마크는 획기적인 인맥 교류 사이트 ‘페이스북’을 개발, 삽시간에 세계를 석권한다. 마크는 기업가치 58조원을 창출한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다. 하지만 윈클보스 형제를 비롯한 동참자들과의 소송에 휘말리고 아이디어 전쟁도 시작된다.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를 소재로 한 실명영화 ‘소셜네트워크’의 줄거리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부와 명성을 함께 얻은 현대판 신화를 다룬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상의 편집·각색·음악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지금 우리가 눈앞에 보고 있는 아랍권의 지각변동, 즉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축출하고 리비아의 카다피를 절벽으로 몰고 있는 힘은 군사적 압박 이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부양한 시민 봉기로부터 비롯되었다. 한 젊은이의 창의력이 세계사 변혁의 단초를 이룬 사례이다. 세상 사람들의 대다수가 분별 없이 편의와 향락의 저잣거리를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그처럼 무책임하고 경박한 자리에 있지 않다. 활자매체와 문자문화가 퇴색하고 전자매체와 영상문화가 시대의 길목을 점령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여전히 지식의 근본에 대한 목마름과 삶의 진실한 가치를 추구하는 정신은 깨어 있다. 그러한 정신이 자기 갱신을 거듭하면서 세상의 미래를 밝히는 저력은 곧 창의적인 사고와 개방된 세계관으로부터 온다. 필자가 일하는 대학의 부서에서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독서토론회를 연다. 책 읽기, 깊이 생각하기, 창의적으로 발상하기. 어려운 환경을 자발적으로 넘어서 보자는 뜻에서이다. 우리 내부에 숨어 있는 잠재력을 깨워 작동할 통로를 열자는 의도이다. 작가 김영하는 언젠가의 강연에서, 이런 방식을 두고 의식의 지하실에 갇혀 있는 ‘괴물’을 이끌어 내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우리의 작고 소박한 삶터에는 소중한 진정성이 숨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동시대의 거시적 물결을 바라보면서 스스로의 눈을 밝히고 꿈을 키우는 경각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별다른 부존자원도 없이 분단된 상황에서 사람만이 자산인 나라가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력 없이 버틸 수는 없다. 하나의 생각, 한권의 책, 한 인물과의 만남에서 얻을 수 있는 창의적 정신은 누구에게나 판도라의 상자에 끝까지 남은 희망이 될 수 있다.
  • [사설] 대입 試案만 3696개… 학생들은 울고 싶다

    2012학년도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속이 타고 있다. 대입 자율화의 여파로 다양하고 복잡해진 전형방법을 파악하기가 여간 버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대학별 입시 최종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학전형계획에 따르면 4년제 220개교의 전형은 무려 3696개에 달한다. 실력 못지않게 정보력이 진학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인 현실에서 학부모들은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마땅히 의존할 곳 없는 학부모들은 초조하고 다급한 심정에 사교육 입시상담기관들의 설명회를 찾거나 컨설팅을 받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학벌사회와 맞물려 떨칠 수 없는 대입 앞에서 불안하고 괴롭기만 하다. 대입 전형 다양화는 1997년 성적에 따른 한줄 세우기 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잠재력을 지닌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차원에서 본격화됐다. 시대 흐름도, 취지도 옳다. 하지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대학들은 전형방법을 세분화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논술·면접·입학사정관제·학교생활기록부 등의 활용 방식을 쪼개고 쪼갠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별 평균 전형이 18개씩에 달해 대학 네댓 군데만 추려 전형방법을 따지더라도 100개 가까이 되는 형국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난수표’라느니, ‘대학 총장도 다 모르는 전형’이라는 웃지 못할 말이 나오겠는가. 안타깝고 서글픈 대입의 현주소다. 대학들은 전형을 간소화해야 한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논술의 비중 축소·폐지를 권고하거나 전형방법의 단순화를 대학에 주문했다. 일부 대학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유사한 전형을 통폐합하는 등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 자율로 판단, 실행에 옮겼다면 모양새가 더 나을 뻔했다. 대학들은 입시최종안을 빨리 발표해야 함은 물론이다. 교과부는 더 이상 실험 또는 땜질·보완식으로 대입 제도를 건드리지 않길 바란다. 손을 댈수록 대입의 혼선이 가중되는 탓이다. 또 체계적인 대입 및 진학상담 등을 위한 장치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다소나마 덜어줄 수 있다.
  • 저소득층 학생 주축 오케스트라 65개 창단 “음악 연 주하며 인성 가꿔요”

    저소득층 학생 주축 오케스트라 65개 창단 “음악 연 주하며 인성 가꿔요”

    일본영화 ‘스윙걸즈’를 본 적이 있나.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던 말썽꾸러기 시골 여고생들이 우여곡절 끝에 ‘빅밴드’를 만들고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된다는 내용의 유쾌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이들이 학생오케스트라 음악제에 참가해 멋지게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올해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 속에서 벌어진 일이 현실이 된다. 12월에 학생오케스트라단이 참여하는 ‘전국 학생오케스트라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학생오케스트라는 저소득층이나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지역의 학교 학생들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다. 음악을 통해 자긍심과 유대감, 인성을 가꾸기 위해 마련된 음악수업 방식이다. ●교과부 1억씩 지원… 12월 전국 음악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초등학교 36개교, 중학교 22개교, 고등학교 7개교 등 65개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를 선정했다. 선정된 학교에는 악기 구입 등 창단에 필요한 비용을 1억원까지 지원한다.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교당 1~2명의 예술교육 인턴교사도 뽑아 학생들에게 음악기초 이론과 오케스트라 합주 등을 가르친다. 교과부는 학생오케스트라 운영학교를 앞으로 100개교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에 선정된 학교들의 대부분은 관·현·타악 형태의 오케스트라를 만든다. 하지만 전북 정주고는 특이하게 국악오케스트라를 운영할 계획이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할 학교오케스트라 단원은 문화혜택을 받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자녀 등 학생의 가정형편을 감안해 뽑는다. 물론 음악에 대한 흥미와 잠재력이 있는 학생들도 포함된다. 악기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학교에서 플루트, 트럼펫 등 악기를 구입한 뒤 학생들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물론 연습을 위해서다. 학생 수가 적어 한 학교만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없는 곳은 소규모 학교가 공동으로 악단을 만들기도 한다. 학교별로 현악단, 관악단, 타악단을 따로 만들어 배우다가 거점학교에서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는 식이다. 전북에서는 화정초·가래초·칠곡초가 모두 합쳐 ‘두레현악단’을 만들고, 경남에서는 구이초·청명초·전주예술고가 협력 관현악단을 만든다. ●악기 무료임대… 지역사회와 연계 학생오케스트라의 성공을 위해선 지역사회의 힘도 필요하다. 교육지원청에서는 인근 대학, 지방자치단체, 예술단체 및 기업 등이 참여하는 ‘지역예술교육협의회’를 만들 계획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나 강사를 활용하고 기업과 지자체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식이다. 최은희 교과부 창의인성교육과장은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할 기회를 제공해 예술적 능력과 인성을 높이고 문화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 과장은 “학생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계발은 물론 함께 악기를 배우고 공연하는 과정에서 자긍심과 유대감을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책꽂이]

    ●십대를 위한 재미있는 어휘 교과서(서보건 지음, 뜨인돌 펴냄) 진짜 위험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늘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 우리말이지만, 오히려 늘 읽고 쓰고 말하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신문 기사나 방송 뉴스 등에서 널리 쓰이지만 청소년들이 어려워하는 용어와 표현 등 100가지 어휘를 선별해 상세하게 풀어냈다. 어휘 탄생의 사회적 배경, 구체적인 용례, 예문, 삽화 등으로 뒷받침한 어휘 관련 사전이자 시사상식의 보고가 되도록 구성했다. 생각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과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넓어짐을 느끼게 된다. 1만 1000원. ●보이지 않는 고릴라(크리스토퍼 차브리스·대니얼 사이언스 지음, 김명철 옮김, 김영사 펴냄)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굳게 믿었던 상식이 사실은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농구 경기 한 팀의 패스 횟수를 세라고 했더니 그 중간 고릴라 의상을 입은 이를 등장시켰지만 절반 이상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주의력 착각’ ‘기억력 착각’ ‘자신감 착각’ ‘지식 착각’ ‘원인 착각’ ‘잠재력 착각’ 등 6가지 착각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고릴라 실험’은 주의력 착각이 가져오는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만 4000원.
  • 세계 最古 교향악단 LGO 동양인 첫 수석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 단독 인터뷰

    세계 最古 교향악단 LGO 동양인 첫 수석바이올리니스트 조윤진 단독 인터뷰

    여섯살 때부터 꼬마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렸다.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엄마의 손에 이끌려 간 것. 그런데 피아노가 싫었다. 엄마랑 싸우기 일쑤. 어느 날 길가의 바이올린 학원을 보더니 엄마를 졸랐다. 그 후론 한번도 징징거린 적이 없었다. 서울예고 1학년 때 훌쩍 독일로 떠나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최고 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그러고는 2008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에 입단했다. 단원들은 “동양에서 온 조그만 여자애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라며 수군거렸다. 그 뒤 1년 만에 ‘수석’ 자리를 꿰찼다. 268년 역사의 세계 최고(最古) 교향악단에 동양인으로는 처음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에 발탁된 조윤진(28)씨의 얘기다. 일본인 출신 부수석이 있지만 수석은 동양인 통틀어 처음이다. 그런 그가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말 세 차례에 걸친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독일 필하모니카 함부르크 악장에 뽑힌 것. 오는 8월 취임한다. LGO 아시아 투어(일본~한국~타이완) 일환으로 오는 7일 한국을 찾는 조씨를 1일 전화로 만났다. 프랑스 공연을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통화에서 조씨는 “LGO 종신단원을 약속받았지만 좀 더 도전해 보고 싶어 함부르크 악장 오디션에 응모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겸손해했다. 이어 “8월부터 함부르크로 옮겨 1년 동안 (악장을) 해 보고 단원 전체투표를 통과하면 종신단원이 된다.”면서 “LGO에서 1년 동안 자리를 비워 놓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지만, 함부르크에서 잘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다른 오케스트라로 떠난 연주자를 위해 수석 자리를 비워 놓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 2년여의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LGO에서 그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씨는 “좋은 기회니까 동료들이 축하는 하면서도 (서운해하며) 삐치신 분도 있다.”고 웃었다. 악장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에 이어 ‘2인자’에 해당한다. 지휘자의 뜻을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고, 지휘자도 각 악기 파트에 대해 지시를 내리기 전에 악장과 상의한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현지에서 나고 자란 교포도 아닌, 조씨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뒤늦게 유학길에 오른 연주자가 콧대 높은 독일 오케스트라의 악장이 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그렇더라도 필하모니카 함부르크가 객관적인 명성에 있어 LGO보다 한 단계 아래인 것은 명백한 사실. 갈등은 없었을까. 조씨는 “솔직히 고민은 됐다. 하지만 악장과 수석은 하늘과 땅 차이”라면서 “악장은 오케스트라를 끌고 가는 자리”라고 힘주어 말했다. 역사나 규모는 LGO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지만 필하모니카 함부르크 자체의 저력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음악감독(시몬 영)에게 끌린 점이 많았다는 게 조씨의 얘기다. 시몬 영은 여성 최초로 빈 필하모닉을 지휘할 만큼 독보적인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악장이 되면 보수는 두배로 늘면서 연주 일정은 절반으로 주는 것도 큰 매력”이라며 조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 속에 그동안 독주나 협연 짬을 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2009년 LGO 수석으로 발탁됐음에도 독주든 협연이든 오케스트라 공연이든 공연차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그래서 오는 7~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LGO의 내한공연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유학을 떠나기 전인 1997년 예술의전당에서 뉴서울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게 국내에서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14년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 조씨는 “한국 공연 일정을 듣고 뛸 듯이 좋았다.”면서 “(올여름에 함부르크로 옮기니까) 공교롭게 (LGO 단원 자격으로는) 마지막처럼 돼서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나마 타이밍이 맞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이어 “첫날의 드보르자크는 워낙 대중적인 레퍼토리니까 많은 분이 오시겠지만, 정말 놓쳐선 안 될 프로그램은 둘째 날 브루크너(교향곡 8번)”라면서 “지휘자 리카르도 샤이와 함께하는 브루크너는 정말 최고”라고 ‘강추’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샤이는 단원들이 따라오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로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씨는 “LGO에 들어갈 때는 여기에서 ‘징을 박아야겠다’ 했는데 옮기게 됐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가르치는 일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 중 짬을 내 모교인 서울예고에서 8일 연주 교실도 열 예정이다. 클래식 공연 기획사 빈체로의 한정호 과장은 “중요 콩쿠르 우승 경력 없이 LGO 수석이나 독립 오케스트라의 악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이슈 인터뷰] 조순 前 경제부총리에게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이슈 인터뷰] 조순 前 경제부총리에게 한국경제의 길을 묻다

    조순(83)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원로다. 한국은행 총재와 경제부총리, 초대 민선 서울시장을 거쳐 민주당·초대 한나라당 총재 등 정계와 경제계를 넘나들며 격동의 현대사에 한획을 그은 인물이다. 20년간 대학 강단에서 경제학을 강의하며 불모지대나 다름없던 한국 경제학의 초석을 닦은 그는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정신으로 한국 사회 개혁에 자신의 경제이론을 접목시키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린다. 그는 1988년 12월 부총리로 관직에 첫발을 디뎠다. 토지공개념 등 안정 위주의 긴축정책을 주장하다가 3당 합당을 준비하던 집권세력과 재계의 경기부양을 위한 성장론에 밀려 중도 하차하는 비운도 겪었다. 한국은행 총재 시절에도 중앙은행 독립과 통화가치 안정 등을 외치다 정부 측과 알력을 빚어 물러나는 등 원칙주의자로서 진면목을 보여 줬다. 조 전 부총리를 1일 서울 봉천동 자택에서 만났다. 30년 가까이 살아온 집안 거실에 각종 난과 꽃들이 가득한 가운데 20년 넘게 사용했을 법한 브라운관 TV가 눈에 띈다. 검소함과 겸손의 덕목으로 인생을 헤쳐 온 그의 모습이 낡은 TV와 겹쳐진다. 1928년(용띠) 생인 그는 올해로 여든셋의 나이지만 인터뷰 내내 정확한 수치를 인용하면서 또렷한 기억력을 보여 줘 기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현역을 떠나서도 여전히 자유로운 시각에서 사색과 독서에 몰두하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환한 웃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현 정부의 국가 운용 전략 대목에 와서는 심각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장기적인 국가 경영 비전과 철학이 없이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금의 운영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운을 뗐다. “관료들은 목표가 주어지면 어떻게 하든지 해내는 집단이다. 현재 뚜렷한 국가적 목표가 없기 때문에 관료들은 국가보다는 자신들의 출세를 위한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장 제일주의, 성장 지상주의의 국가 정책이 문제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도 이런 정책으로 양극화와 경제불균형, 재정적자, 국제수지 적자 등 부작용이 컸지요. 현재 기축통화국의 위치도 위협받는 신세가 됐고요. 성장 지상주의, 즉 신자유주의는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봤듯이 전세계에 재앙을 불러왔습니다. 우리도 성장 제일주의에서 하루빨리 이탈해 지속적이고 발전 가능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은 무엇입니까. -경제성장을 해서 소득 4만 달러가 돼야 선진국이 된다는 구호는 공허한 도식이에요. 그런 정책은 양극화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합니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하게 국민들이 알게 하고 정부와 기업과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방향을 알고 그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낡은 이데올로기에 따라 소모적인 논쟁만 하면 성장 잠재력을 기를 겨를이 없습니다. 나는 성장 제일주의에서 벗어나 ‘고용 제일주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의 경제정책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 중심의 정책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요. -고용 중심주의로 경제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면 고용을 확보할 수 있는 내수산업이 발달합니다. 수출은 물론 중요하지만 길게 보고 내수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대기업만으로는 고용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기업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내수산업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해야 합니다. 고용이 많아지면 양극화 문제도, 분배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입니다. 성장에서 고용중심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교육문제는 중요해요. 각급 학교에서 졸업생이 사회의 수요와 일치하도록 교육을 조절해야 합니다. 교육과 학교의 시스템을 정비해서 졸업자와 사회고용인력 수급을 일치시키는 국가적 계획이나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고용을 자유시장에 맡기고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현재 정치권에서 복지, 분배 정책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 논쟁은 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요. 경제사회의 현실을 무시하면서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두고 공허한 논쟁을 벌이고 있어요. 무상급식이 필요한 아동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바로 실사구시이고 실용주의입니다. →MB(이명박 대통령) 정부의 3년을 평가한다면 어떻습니까. -개별 정책들이 그때그때 상황논리에 의해 임기응변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모든 경제정책을 포괄하는 비전과 전략이 부족한 것 같아요. 상황논리에 따르다 보니 국가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게 됐습니다. 아직 나라의 앞날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지 못했어요. 이런 것들이 없으면 경제를 일관성 있게 이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G20 서울 정상회의 등은 그나마 차질 없이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최근 쓴소리를 하셨는데요. -약간의 오해가 있었어요. 나는 FTA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FTA만 하면 무조건 이익이 된다는 관념은 옳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 겁니다. 이미 체결한 FTA는 해야 하지만 FTA 만능주의는 위험한 사고라고 봐요. 그렇게 좋은 것이면 다른 나라들이 왜 우리처럼 안 하겠습니까.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FTA에 어떤 ‘함정’이 있다고 보시나요. -FTA를 많이하면 할수록 우리의 대외 경제정책을 펼 여지가 줄어듭니다. 우리가 수출과 해외투자를 좀 늘릴 수 있지만 반대로 수입과 해외투자를 받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생깁니다. FTA가 많아질수록 능동적인 경제정책의 여지가 줄어드는 것이 세상 사는 이치지요. 경제주권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단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무조건 남발하면 안 되고, 신중한 자세로 선별적으로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정부의 목표인 3%대 물가인상과 5%의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최근 곡물가 급등이나 유류파동 등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3%대의 물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키기 어려운 목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5%의 경제성장은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지금까지 추세는 괜찮아 보입니다. 대담·정리 오일만 경제부 차장 oilman@seoul.co.kr 사진 이호정차장 hojeong@seoul.co.kr ●약력 ▲1928년 강원도 강릉 출생 ▲49년 서울대 상대졸업 ▲67년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68년 서울대 상대 부교수 ▲70~88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88~90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92~93년 한국은행 총재 ▲95년 서울시장(초대 민선) ▲97~98년 한나라당 총재 ▲98~2000년 15대 국회의원 ▲2002년 이후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명지대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 바른경제동인회 회장 등으로 활약
  • [시론] 중동정세 불안과 한국 경제정책/김중관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시론] 중동정세 불안과 한국 경제정책/김중관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튀니지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중동 지역 봉기가 심각한 사태로 진전되고 있다. 세계 경제에 파장을 일으키고, 우리 경제도 영향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해외건설 수주에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800억 달러로 예측했으나, 중동에서의 시위 격화에 따른 피습사태와 공사 차질, 발주 취소 등으로 연초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다. 리비아 사태는 내전으로 확대돼 현지에서 진행돼 온 각종 대규모 공사의 유지와 건설 중장비 관리의 손실은 불가피하다. 리비아의 정정불안 사태가 내전으로 격화되면서 코스피지수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1949.88로 장을 마쳤다. 25일에는 미국 뉴욕증시의 급락 추세가 다소 진정된 데 힘입어 전날보다 13.55포인트(0.69%) 오른 1963.43으로 마감했다.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195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12월 1일 이후 처음이다. 증시 급락은 원유 수급 불안이 주요 요인이며, 리비아 사태가 극적인 전환을 하더라도 뚜렷하게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기간 지수는 시장 평균 주가수익배율(PER) 9.5배 수준(1960)을 기점으로 PER 0.5배 안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다. 중동의 정정불안에 따라 우리나라 석유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문제는 이런 원유 상승세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는 것이다. 확산 일로의 중동 사태에 투기적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리비아 사태가 생산 및 수송 시설 파괴로 이어지면, 두바이유가 120달러 이상 상승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는 국내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석유 수급 문제는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원유가격 상승으로 국내 원자재가격이 오르면 한국 경제는 크게 취약해진다. 물가가 오르면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면서 경기는 침체될 수 있다. 여기에 원유 수입대금이 추가로 늘면 경상수지가 악화된다. 중동 정정 불안으로 두바이 원유가격이 110달러 수준에서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원유 수입대금은 올해 170억 달러가 늘고,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과 단기 외채 1500억 달러의 상환 압력으로 이어진다. 유가 변동폭에 따라서 한국 경제는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국제 유가는 국내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석유가 우리 산업구조에 직접적 투입요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국제 원유가격이 배럴당 90달러 중반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3% 물가 안정과 5% 성장률을 목표로 경제 운용 계획을 세웠다. 정부가 기업의 가격 인상을 억제했지만 이미 4%대 물가에 더해 국제유가 상승까지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2%포인트 증가하고 GDP는 0.21%포인트 감소한다. 두바이유가 3월 첫주에도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면 유류세 인하를 통하여 국내 공급 원가를 조절하는 것이 당연하고, 차제에 지속적 인하를 통하여 현재 50%에 가까운 세율을 정상화하여 물가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물가 문제는 현 시점에서 우리 경제 안정에 가장 중대한 현안이다. 중동 사태가 산업 부문에 미칠 파장과 함께 유가 문제 등으로 국민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정부는 최적의 정책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의 정확한 예측과 균형 있는 정보 수용이 중요하다. 우리 상식 기준의 무분별한 예단이 아니라, 현지 사정에 정통한 전문적 견해가 필요하다. 정부는 원유 도입처 다변화 추진, 비축유의 긴급 방출 검토 등과 같은 제도적 조치와는 별개로 국제 평균 수준의 유류세를 모색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중앙아시아를 포함하여 아라비아반도, 북아프리카의 지역경제 연구 활성화와 핵심산업 전문화 연구, 신성장동력 개발 연구 등 세개의 축에 집중하여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지속적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 오서, 美선수 코치로 강릉 방문

    세계 피겨스케이팅 꿈나무들의 제전인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오는 28일부터 1주일간 강릉에서 열린다. 특히 김연아(21·고려대)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오서(50) 코치가 김연아와 결별한 뒤 처음으로 한국에 올 예정이라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이번 대회에는 한국 남녀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꼽히는 이동원(14·과천중)과 이호정(14·서문여중)이 출전해 주목된다. 이동원은 2009년 4월 스타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트리글라프 트로피 노비스(13세 이하)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우승했다. 그러나 주니어 무대에 데뷔한 올 시즌 첫 그랑프리에서 종합 4위에 올랐지만 두 번째 대회에서는 11위로 밀려났다. 이동원은 이번 대회에 톱10에 들어가 잠재력을 입증하는 게 목표다.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이호정은 지난해 대표 선발전에서 김해진(14·과천중)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기대주다. 김해진의 부상으로 한 차례 나설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두 차례나 출전, 6위와 9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위권 이상의 목표를 세웠다. 오서 코치는 크리스티나 가오(17·미국)의 코치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오서 코치는 지난해 8월 김연아와의 결별 이유를 놓고 김연아 측과 설전을 펼친 바 있다. 오서 코치 측은 “이번 방한은 전적으로 가오를 지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김연아와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질문이 나오더라도 ‘노코멘트’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1996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피겨 스타들의 판도를 점쳐 볼 수 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가 2006년과 2005년 대회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휩쓸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일본의 사례로 알아본 ‘저출산의 덫’

    일본의 사례로 알아본 ‘저출산의 덫’

    저출산에 대한 우려, 괜한 말이 아니다. 최근 10년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이어가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이 6학년의 절반에 불과한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보다 10여년 먼저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은 20년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노인들은 돈이 있어도 소비하지 않고, 왕성하게 소비해야 할 젊은이들은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소비할 사람이 줄어들면 경제는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게 2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의 교훈이다. 한국은 일본보다도 출산율이 낮다. 일본 전문가들은 몇 년 안에 일본식 경기 악순환 고리가 한국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KBS 1TV ‘시사기획 KBS10’은 15일 밤 10시 ‘저출산의 덫, 일본 장기불황의 교훈’을 방송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 서서히 다가오는 재앙, 저출산을 극복하고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로 불리는 울산시. 30~40대 인구 비중이 높은 젊은 도시다. 하지만 이 지역의 초등학교에선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다. 1학년 학생 수가 6학년의 절반인 초등학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의 경우 5년 동안 초등학교 입학생이 3분의1이나 줄었다. 전국적으로는 25%가 줄었다. 앞으로 5년 뒤에는 한 학년에 해당되는 입학생이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세계를 놀라게 했던 대한민국의 기적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한국보다 저출산이 먼저 시작된 일본은 대도시에서 문을 닫는 초등학교가 줄을 잇고 있다. 폐교 도미노는 중학교까지 번져나가 도쿄 나카노 구의 경우 지난 3년간 초·중학교 10% 이상이 문을 닫았다. 한국에선 농촌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일본의 경우 도쿄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만 해도 21세기는 일본의 시대라는 게 정설이었다. 20년 전 일본의 유명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2010년이 되면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거란 장밋빛 전망을 커버스토리로 싣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기대와 달리 일본은 3위로 밀려났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고령화가 경제침체를 불러온다는 것을 절감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노사정 합의로 ‘일과 삶의 조화 헌장’을 제정하고 ‘육아 개호휴가법’을 개정했다.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3세 이하 아이를 둔 직장 여성들의 ‘하루 6시간 단시간 근로’를 의무화했다. 한국은 어떤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까.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고전톡톡 다시읽기] 계몽을 둘러싼 사상적 대립

    1930년대 조선은 ‘브나로드(민중 속으로) 운동’의 열기에 휩싸인다.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시작된 계몽운동을 본뜬 이 운동은 동아일보를 중심으로 6000여명의 학생을 농촌으로 향하게 했고, 10만여 명의 농민이 교육을 받는 성과를 낸다. 이를 전후해 문학계에서는 농촌계몽 소설이 잇달아 발표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기영의 ‘고향’과 이광수의 ‘흙’이다. 지식인의 농촌 귀향과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서 두 소설은 여러 모로 닮아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다. 왜냐하면 두 소설 사이에는 계몽을 둘러싼 첨예한 사상적 대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두 작가가 벌인 논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광수는 당시 문단의 주축이었던 ‘공산주의’ 세력을 겨냥하여 주인공 ‘공산’의 무기력함과 혁명의 허망함을 묘사한 소설 ‘혁명가의 아내’를 발표한다. 이를 “문학예술의 사상성과 계급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이기영은 ‘민족’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 ‘변절자의 아내’를 발표하여, 이광수의 소설을 저열한 연애지상주의와 제국주의로 변질된 실력양성론이라 매도한다. 이러한 사상적 대립을 반영하듯 두 소설의 차이는 도입부부터 명백히 드러난다. ‘고향’이 ‘농촌 점경’이라는 소제목으로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반면, ‘흙’은 주인공 ‘허숭’이 여인네를 두고 망상에 빠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는 소설 말미까지 이어져 농민들의 잠재력 및 지식인과 농민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고향’과 달리 ‘흙’은 농촌의 현실보다는 주인공 허숭과 그의 아내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결국 농민과 어우러짐으로써 계몽의 구도에서 벗어나 변신을 거듭하는 ‘고향’의 희준과 달리 ‘흙’의 허숭은 농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계몽주의자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농민들의 무지에 지쳐 또 다른 곳으로 떠나고 만다.
  • ‘NO 안티’ 박근혜

    ‘NO 안티’ 박근혜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호감도’가 가장 높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비호감도’ 지수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안티’도 적다는 뜻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우리리서치는 지난달 27일 전국의 유권자 1020명을 대상으로 여야 차기 대선주자 6명의 ‘정치 지도자 역량분석’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후보군은 김문수 경기도지사(가나다 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다. 단순 지지도가 아닌 차기 주자의 이미지와 역량 등 성장 잠재력을 파악한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근혜, 호감도 43% 호감과 비호감으로 구분된 ‘호오(好惡)도’ 조사 중, 호감도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43.1%로 1위였다. 오세훈(20.3%) 시장과 유시민(19.9%) 원장 순이다. 비호감 후보로 정동영(56.3%) 최고위원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손학규(49.8%) 대표와 유 원장(48.6%) 등이 뒤따랐다. 적대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유 원장이 야권 후보 중에선 비호감도가 가장 낮았다. 민주당 지지층의 비호감도 수치는 정 최고위원(26.1%), 유 원장(21.6%), 손 대표(18.9%)였다. 비호감도의 맨 마지막 순위는 박 전 대표(24.3%)였다. 박 전 대표만 놓고 호오도 조사를 분석하면 특이점이 발견된다. 박 전 대표는 진보 성향 유권자 가운데서도 36.4%의 호감을 얻었다. 유 원장(40.7%) 다음이다. 하지만 부산·경남(41.8%)과 대전·충청(43.9%)에 견줘 대구·경북(63.5%)의 호감도가 훨씬 높다. 박 전 대표의 영남 기반은 야권 후보로 누가 나서느냐에 따라 반감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우리리서치 측은 설명했다. ●경제·법치부문 오세훈 1위 우리리서치 측은 차기 대통령의 역할을 5개 분야로 나눠 후보자별 핵심 역량을 조사했다. ‘국가경제’와 ‘법치실현’은 오세훈 시장, ‘남북관계’는 정동영 최고위원, ‘서민대변은 김문수 지사, ‘국민화합’은 박근혜 대표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서민대변’은 김 지사(31.9%)·유 원장(30.5%)·손 대표(22.8%) 등으로 경쟁이 치열했다. 차기 지도자의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우리 사회의 시대 정신을 묻자 응답자들의 29.1%가 ‘복지국가’를 택했다. 정의구현(21.7%), 헌법정신(14.0%), 경제도약(10.1%), 평화번영(9.6%), 선진사회(9.3%) 순이다. 지도자의 리더십 유형은 신속성(14.2%)보다 공정성(85.3%)을 선호했다. 우리리서치 측은 “복지국가, 정의구현, 공정한 처리 등은 마이클 샌델 열풍에서 보듯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여론의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 후보군으로 ‘정권교체’ 불가 이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47.6%, 민주당 21.3%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특히 현재 거론되는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군으로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9.6%나 나왔다. 우리리서치 측은 “영남 패권을 흔들 수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 개혁성을 앞세운 천정배 최고위원, 도덕적 이미지의 박원순 변호사·원혜영 의원 등 민주당 및 야권 전체의 후보군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기고] 과도한 물가 개입도 포퓰리즘이다/김병철 한국필립모리스 전무·광고홍보학 박사

    [기고] 과도한 물가 개입도 포퓰리즘이다/김병철 한국필립모리스 전무·광고홍보학 박사

    1793년 혁명을 통해 프랑스의 정권을 잡은 로베스피에르의 고민은 우유 가격 안정이었다. 우유 가격의 상승은 민심을 흉흉하게 만들고, 혁명의 당위성마저 부정할 수 있는 소재였기에 그는 강력한 가격통제 정책을 시도했다. 처음엔 서민들이 환호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 때문에 우유를 팔아도 사료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낙농업자들은 젖소를 도살해 버렸다. 이렇게 되자 혁명정부는 다시 억지로 사료값을 낮췄고 이번엔 사료업자들이 건초 재배를 중단했다. 얼마 가지 않아 생산자, 소비자 모두로부터 불만이 터졌다. 최근 야당의 ‘무상’ 시리즈를 놓고 포퓰리즘 논쟁이 한창이다. 세금으로 제공되는 것을 가지고 무상으로 포장한 것만으로도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여당은 이런 포퓰리즘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까. 몇 가지 측면에서 ‘억지 물가인상 억제’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먼저 일부 공공요금은 요금 현실화, 경영 합리화 대신 이용자와 업계의 반발이 무서워 ‘세금’으로 풀고 있다. 물가 자체보다는 물가를 잡는 방식을 ‘과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대대적인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시장에 더욱 강력히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민을 한숨짓게 하는 신선식품 물가(작년 21.3% 상승)보다는 보여주기 쉬운 밀가루·설탕·식용유 등의 제조업체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설령 물가 안정에 대한 충정을 십분 살핀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시장경제 발전을 위한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좌고우면 대신 손쉬운 정책수단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선진화의 방향으로 ‘오픈 프라이스제’(판매가격 자율결정제도)를 꾸준히 확대 시행해 왔는데, 작금은 역행하고 있다. 또 시장에서 가격결정 주도권이 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 즉 대형마트·홈쇼핑·온라인판매점 등으로 넘어간 지도 오래됐다. 가격이 내려갈지 여부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조업체에 부담을 더 안기는 형국이다. 이런 접근법으로는 인상 요인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상을 단지 지연시키고 더 큰 인상을 잠복시킬 뿐이다. 언젠가는 억눌렸던 것들이 한꺼번에 더 큰 상승을 불러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 100원 올리면 될 것을 미뤄 두면 나중에는 500원을 올려야 한다. 아니면 그때는 한꺼번에 500원을 올리는 데 따른 ‘여론’이 무서워 결국 요금인상 대신 반발이 덜한 세금으로 보전하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무상 복지가 무상이 아니라 세금복지이듯이 무리한 물가안정도 결국 세금을 통한 물가 안정, 왜곡된 시장의 비효율성을 낳게 되기 쉽다. 경제인에게 가격은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주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의 상징이다. 정치인에게 가격은 ‘표심’(票心)이라는 잣대가 하나 더 붙는지 모른다. 여야를 떠나 국가의 정책은 정치와 사회, 경제 전반을 두루 읽는 거시적 관점에서 계획되어야 할 것이다. “훌륭한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라는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한국 갈 길은 제조업… 금융업 미래동력 삼는건 어리석어”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진 ‘상식’에 거침없이 메스를 댔다. 장 교수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여야 정치권이 벌이기 시작한 복지 논쟁은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와 같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여야 간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방향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라며 강도 높은 금융 규제를 역설하기도 했다. 1990년부터 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일련의 저서를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은 더 이상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일부에선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 보인다,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를 훈련시키는 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런 거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라고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이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국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 게 맞지만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금융업은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로 규제를 완화한 탓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야 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이 FTA를 맺는 건 비판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제 규모와 수준이 두 배쯤 차이나는 상대와 FTA를 맺으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FTA를 맺는다면 대다수 중소기업과 농업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기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외환위기 이전 은행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지금의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 주주자본주의보다 장점이 훨씬 많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은행의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의 80%를 넘을 정도였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은행이 기업대출은 기피하고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돈벌려 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지금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됐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산업정책’이라는 말 자체가 관치경제의 요소를 담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과거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지만, 정부가 선별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현재 가장 취약한 분야가 부품소재 산업이다. 이 분야는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제조업, 특히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데.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먼저 대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강력 규제해야 한다. 한국은 과거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가했다.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했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해법은 두 가지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하거나,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도록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세금도 내기 싫고 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으로 되돌아가자는 말이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라는 식으로 질문하는 자체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건 잘했지만 저건 못했다는 걸 용납 못하는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박정희 경제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 게 결코 아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주주중심경제로 가야하는 것인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은 없다. 다만 소액주주운동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가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서 참여연대가 주도한 소액주주운동은 주주자본주의 논리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물 건너간 것인가.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했을 때는 국제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재벌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복지국가를 얘기하면 진보진영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지금은 복지가 대세가 됐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이대로 두면 재벌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 다 먹힌다. →정치권에서 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복지국가가 돼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복지가 안 되고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가 의대와 법대로만 몰리고 출산을 기피하고 사교육 광풍이 분다.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지 특정 계급이나 집단이 될 수가 없다. 일단 무상복지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무상급식을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부자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더 내니까 부자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라고 하면서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뺀다면 민주당의 ‘3+1 복지정책’(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건 지속 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빼앗아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이게 된다. →대처 전 총리가 영국병을 고쳤다는데. -신자유주의자가 대처리즘을 선전하면서 영국병을 얘기하지만 그건 실체가 없는 신화일 뿐이다. 경제성장률만 봐도 대처 이전과 이후에 차이가 없다. 과감하게 복지지출을 삭감하고 감세를 했다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났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당장은 이뤄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계속 얘기하고 싶은 것 두 가지를 꼽고 싶다. 먼저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과 두 번째로 낮은 복지 지출 등에서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10년 전만 해도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무너진 걸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울러 선진국과 저개발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나라가 양자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자 구실을 한다면 지구적 차원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데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그들이 한국경제에 대해 말하지 않는 13가지”...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경제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를 기록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상식’에 거침없는 메스를 들이댔다.  장 교수는 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은 금융업이 아니라 제조업이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편다면 성장여력도 충분하다.”면서 “한·미 FTA가 오히려 성장동력을 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국가의 역할>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가 파헤친 ‘상식의 오류’를 주제별로 질문·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고도성장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현재 한국 경제는 지표와 체감이 괴리되는 현상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제는 과거 같은 높은 경제 성장률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주장도 많다. 일각에서는 ‘통큰치킨’ 논란에서 보듯 과거 과감한 설비 투자로 경제 성장에 이바지했던 재벌기업이 이제는 중소 자영업 영역까지 진출하는 것도 한국경제가 성장여력을 없어지면서 나타나는 제 살 깎아먹기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끊임없이 ‘성장동력이 없어진다, 먹을 게 안보인다’ 하는 비관론을 펴면서 ‘제조업 시대는 끝났으니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가야 한다’라고 얘기한다. 근거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단순하게 말한다면 성장동력을 찾기 귀찮으니까 자꾸 그런 얘길 하는 것이다. 국가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 자체는 낮아지는게 맞다. 만약 경제 수준이 높아져서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는 것이라면 그 추세가 완만해야 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 이전까지 6% 정도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이건 자연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면서 추진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개혁’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증거다.  ‘중국이 쫓아온다’는 샌드위치론도 말도 안되는 궤변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와 제일 못하는 나라를 빼고는 세상 모든 나라가 언제나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이 어려운 경쟁 상대라는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가령 태국은 1990년대까지 노동집약을 무기로 한국을 추적했지만 크게 걱정할 게 없다. 임금이 낮은 대신 기술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적인 임금 수준도 낮고 기술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 끝났다고 볼 게 아니다. 왜 쫒아오는 국가만 걱정하고 도망가는 국가는 무서워하지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중국 추적 때문에 이제는 금융업과 서비스업으로 가자는 얘기가 많지만 그 분야는 이미 선진국들이 단단히 똬리 틀고 앉아 있다. 금융업이 겉보기엔 좋아보여도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금융혁신이란 사실 생산성 향상이 아니라 로비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생겨난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더구나 정부가 정말 심각하게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면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수십년짜리 목표를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 금융허브라는게 지금처럼 적당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부나 재계가 ‘금융업 해서 쉽게 먹고 살 수 있는데 우리가 왜 이 고생하나’ 하는 생각하니까 자꾸 제조업 끝났다는 담론을 확산시킨다. 결국 설비투자하고 기술개발하고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게 힘들고 귀찮으니까 성장동력 없어진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언제는 경제여건이 쉬워서 경제발전했나? 언제는 선진국들이 낮잠 자는 틈에 경제성장했나? 충분히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 우리는 전쟁으로 모든 게 잿더미가 된 속에서도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1960년대 포항제철 건설할 때를 생각해보자. 전세계가 다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결국 해냈다.        ●경제성장을 위해 한미 FTA를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EU FTA 등 적극적인 FTA 정책을 추진하면서 FTA가 경제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끼리 FTA를 체결하는 것까지 비판할 생각은 없다. 서로 시장도 커지고 경쟁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와 수준에서 차이가 큰 나라와 FTA를 하게 되면 문제가 다르다. 한국은 현재 국민소득도 그렇고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생산성이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한마디로 시기상조다. 한국이 미국이나 EU와 FTA를 한다면 자동차나 전자 등 일부 분야는 이득을 좀 볼지 모르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농업 등에선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부품소재를 비롯해 한국이 GDP 4만불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들의 성장 잠재력을 꺾어 버릴 것으로 본다. 한국이 언제는 FTA 덕분에 고도성장했나. 남들이 미쳤다고 비웃어도 기를 쓰고 기술개발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미FTA가 갖는 장밋빛 미래를 홍보하는 글을 읽어봐도 한미FTA가 경제성장에 미미한 도움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한미FTA 타결시 1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 2% 증가라고 했다가 그것밖에 안되느냐는 비판이 나오니까 나중에는 6%로 전망치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경제학 예측에서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고 어떤 모델을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조차도 한미FTA 명분으로 삼기엔 한참 부족하다.        ●기업자금조달 위해 주식시장 활성화해야 한다?    ▶돈줄이 막혔다고 하소연하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에서 기업 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고 과거 개발 독재 당시처럼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해주는 간접금융방식도 없어진 지금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외환위기 이전 방식은 은행중심 경제 시스템인 반면 지금은 주식시장 중심 시스템이다 (@@@) ‘기왕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되돌리느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좋은 게 있으면 되살려야 한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외환위기 이전 은행중심 경제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은행은 기업대출을 기피하고 주식시장은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전혀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을 떠올려보자. 우리나라 은행은 기업대출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환위기 이전에는 총대출금 중 80% 정도가 기업대출이었는데 외환위기 이후 몇 년만에 가계대출이 85% 정도가 돼 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 지금 은행들은 엄청나게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 소비자한테 주택을 담보로 잡고 대출해준 뒤 문제가 발생하면 차압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쉽게 돈벌게 해줘선 안된다.  주식시장도 개편해야 한다. 1972년부터 1991년 사이에 한국의 투자자본 조달에서 주식발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13.4%로 영국(7.0%)이나 미국(-4.9%)보다도 훨씬 높았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주식시장은 기업에서 돈을 빼가는 장치가 돼 버렸다. 거기다 인수합병(M&A)을 자유화하면서 세계에서 M&A가 가장 쉬운 나라가 돼 버렸다. 이제는 대기업조차 과거처럼 장기적 안목을 갖고 투자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외국자본이 단기간에 몰려왔다 나가는 과정에서 거시경제까지 불안해진다. 이제는 M&A를 좀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미국의 포이즌필이나 스웨덴·벨기에처럼 차등의결권을 도입할 수도 있다. 독일식으로 노조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골고루 참고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더 논의해야 겠지만 기존 선진국 장점을 받아들여야 한다.        ●산업정책은 관치경제다?    ▶과거처럼 정부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방식은 쉽지도 않을 뿐더러 사회적 동의를 얻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정부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유치산업을 ‘선별’하고 집중 지원했다. 이에 대해 ‘관치경제’라는 비판이 많았다. 선별적 정책이 나쁘다는 얘길 많이 하지만 따지고 보면 기업도 항상 선별을 한다. 모든 계열사에 똑같이 지원하는 기업이 어디 있느냐. 정부가 선별을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하느냐이다. 경제발전 단계와 정책목표에 따라 지원방식이나 지원방향은 달라지게 돼 있다. 개입 방식도 은행을 통할수도 있고 연구개발 지원을 통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대규모 조립가공산업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대기업에게 은행대출을 집중해줬다. 지금 단계에선 부품소재산업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중소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야 한다. 물론 초기자본이 많이 필요한 에너지 같은 분야는 대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현재 대기업이나 수출 기업은 엄청난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내수 기업은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보기도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이 절실해 보인다.  -1966년 상위 10대 재벌 중 세 곳만이 1974년 상위 10위 안에 남았다. 1974년 상위 10위 기업 중에서 1980년에도 상위 10위 안에 들었던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런 구조변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문제는 몇 가지 차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첫째, 대기업들이 불공정 경쟁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쟁 상대가 될 만한 기업이 성장하는 걸 막는다거나, 하청기업이 기술 개발하면 납품단가를 깎아서 싹을 잘라 버리는 행태가 존재한다. 규제를 통해 그걸 막아야 한다. 단순히 ‘상생하자’고 말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된다.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력이 잘 이뤄지는데 마음씨가 착해서 그런게 아니다. 정부가 1950년대 말 1960년대 초에 규제를 강화해서 대기업 행태에 제동을 건 덕분이다.  그 다음에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제일 취약한게 부품소재 산업이다. 우리나라 무역적자 가운데 일본과 무역하면서 발생하는 적자가 제일 많은데 그 대부분이 부품소재산업에서 경쟁력이 없어서 발생한다. 더구나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품소재 수입의존도가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최근 다시 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림없다. 문제는 부품소재산업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영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를 보거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이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나서서 고급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꼭 개발해야 하는 기술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서 기술개발하도록 보조금을 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정치적 차원을 봐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침투하는 현상은 사실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지만 한국은 양상이 더 심각하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과거 사회통합과 평등을 유지하려는 의지는 있었지만 복지제도에 제약이 많을 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는 방편으로 편 정책이 바로 특정 영역에서 대기업에게 진입 규제를 만드는 것이었다. 한국에 식당이나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것도 과거 그런 방식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 유지를 도모해준 덕분이었다. 이게 나름대로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왔는데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예전 방식으로 되돌아가서 재벌들이 특정 업종에 진입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경쟁에서 탈락하는 사람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고 기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복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서비스업이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재벌이 진출하면 생산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금처럼 복지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선 경쟁에서 탈락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죽기살기로 저항하고 결국 생산성도 못 높이고 갈등만 첨예해지는 것이다. 내 주장은 차라리 대기업에게 진입을 허용하는 대신 대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거둬 그 재원으로 기본생활권 보장하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식으로 일괄타결하자는 것이다. 지금 대기업들은 세금도 내기 싫고 옛날처럼 사업규제를 받기도 싫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은 척결대상이다?    ▶민주화 이후 박정희 정부의 산업정책과 개발계획은 독재시대의 유산으로 취급받으면서 ‘개방과 자유화’가 대세가 됐다. 이를 꾸준히 비판해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정희 독재시대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 박정희가 잘했단 말이냐’ 하는 식으로 질문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가 아직도 군부독재의 망령 속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이런건 잘했지만 이런건 못했다는 걸 용납을 못하는 자세, 그런 이분법이야말로 박정희와 그 이후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해로운 유산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그건 마치 북한에 대해 한 가지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북 낙인을 찍는 식이다. 그것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식 경제정책의 ‘성공’을 말하는 건 독재를 찬양하는게 결코 아니다. 사실 민감한 문제라는 건 잘 안다. 당시 투옥되는 등 피해를 본 분드링 많다. 선뜻 용납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이분법을 극복할 때만이 군부독재 유산이 청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 위해 주주중심 경영해야한다?    ▶재벌을 비판하는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가 ‘극히 일부 주식만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꾸준히 주주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며 참여연대 등이 벌인 소액주주운동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최근 ‘회사 돈 빼돌리는 총수를 고발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뭐가 잘못됐다는 말일까’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재벌 총수의 횡령을 막자는 걸 비판한 적이 한번도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건 소액주주운동은 국제적 맥락에서 봤을 때 주식으로 돈을 버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도 끼워달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미국에서 1980년대부터 주주자본주의와 소액주주운동이 강화됐는데 그 이후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비율이 계속 높아졌다. 아이러니한 것은 처음에는 전문경영인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 소액주주운동의 명분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전문경영인들의 연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 미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선 참여연대가 소액주주운동을 사회운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주주자본주의 시대에 주주자본주의 논리를 써서 재벌을 비판하니까 특히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주주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주주자본주의는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걸 조심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판을 한 건데, 박정희 문제 못지않게 재벌문제도 민감하니까 재벌옹호론자로 오해를 산다. 내 입장은 참여연대가 좋은 일을 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뿐 아니라 모든 자본주의 국가에 해로운 논리를 정의로운 논리로 잘못 인식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걸 비판하는 것이다.        ●사회적대타협은 물넌거갔다?    ▶노무현 정부 시절 <쾌도난마 한국경제> 등을 통해 국가·자본·노동이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국가를 달성하자는 주장을 펴왔다. 그 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는지.  -현실적 조건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 얘길 처음 했던 때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경제를 잠식하고 재벌조차도 경영권에 위협을 느끼던 때였다. 지금은 그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재벌들 자체도 금융자본화 경향이 가속화됐고 정부도 그런 흐름에 동조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6년 전 <쾌도난마 한국경제>에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제시했을 때 개혁·진보진영에서도 많은 이들이 현실성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은 어떤가. 복지국가는 기본 전제로 깔고 방법론을 갖고 논쟁하고 있다. 그걸 지렛대로 정치적 타협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 당시 구상했던 사회적 대타협은 힘들겠지만 정신 자체는 앞으로도 유효하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인 방식은 계속 바뀌는 조건 속에서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재벌들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지금같은 식으로 그냥 놔두면 재벌들이 제조업은 버려둔 채 금융자본으로 변신하거나 외국 금융자본에게 다 먹히게 된다.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 자본의 출처가 러시아 마피아인지 이탈리아 마피아인지도 불분명한 투자자본이 국내에 들어올 것이다. 그때는 누구와 싸워야할지도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것보다는 정씨 재벌 이씨 재벌처럼 눈에 보이는 대상과 싸우는게 낫다.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재벌들과 타협하는게 낫다. 재벌들 미우니까 재벌 해체하고 외국자본 들여와 견제하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다같이 죽자는 것밖에 안된다.        ●복지제도가 경제성장 가로막는다?    ▶‘더 나은 자본주의’로서 ‘복지국가’를 강조하기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동력’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복지국가의 주체 혹은 동력은 구체적으로 누구인가.  -그 문제를 지적하시는 분들은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시나리오를 얘기해주길 바라시겠지만 내가 보기에 동력은 말 그대로 모든 국민이라고밖에 얘길 못하겠다.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복지국가 담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건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정치세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이 스웨덴처럼 노조 조직률이 80%를 웃도는 나라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 중심으로 복지국가 하자고 해서는 얘기가 먹히질 않는다. 특정집단이 논의 끌어갈 상황이 아니고, 둘째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도 우리가 주체다 하는 식으로 얘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마음만 바꾸면 안 될 일도 된다는 점이다. 그게 민주국가가 위대한 점 아니겠는가.        ●복지정책은 빈곤층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    ▶무상복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3+1 복지정책을 발표했고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포퓰리즘과 세금폭탄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일단 ‘무상’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라도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낸다. 반면 의무급식에 대해 ‘부자복지’라고 비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부자들이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내니까 부자들도 엄연히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부자복지’를 문제삼으려면 왜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지 묻고 싶다.  용어 문제를 빼고 민주당이 내세우는 3+1 복지정책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나는 보편적 복지확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은 빈곤층을 대상으로한 복지정책만 얘기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결국 부자한테 돈을 뺏어서 빈곤층에게 나눠주는 식이 되기 때문에 미국처럼 복지에 대한 거부감과 조세저항만 높아지게 된다.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를 잘해야 개인도 더 잘 살 수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 가령 복지가 안 돼서 미래가 불안하니까 우수한 인재들이 안정성 높은 직업을 갖기 위해 의대와 법대로 몰리면서 이공대 기초학문 분야가 어려움에 빠졌다. 복지제도가 없으면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지가 안되니까 저출산문제가 가중되고, 복지가 안되니까 자녀들에게 엄청난 사교육을 시키려는 과열 경쟁이 벌어진다. 복지가 안되니까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다.        ●대처 총리가 영국병 고쳤다?    ▶영국은 석유산업과 금융업, 프리미어리그를 빼고는 제조업 기반이 무너졌다. 특히 대처 총리의 감세와 복지지출 삭감 등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논거로 자주 거론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영국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은.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장근본주의, 이른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분들이 ‘대처리즘’을 많이 얘기한다.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영국병’이란 것은 영국병이란 건 그들이 만들어낸 신화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영국병은 실체도 없고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당장 경제성장률을 보자.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영국 경제성장률이 1인당 2% 안팎이다. 대처 총리 등장 이후인 1990년대 평균 경제 성장률이 2.2%이다. 변화가 없다.  대처가 과감하게 복지 삭감했다거나 세금을 엄청나게 깎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대처 이전과 이후를 비교해봐도 복지지출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고소득세율을 엄청나게 깎은 건 맞지만 그건 극히 일부 고소득자에게만 해당될 뿐이고 또 간접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세수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 다시 말해 특별히 더 작은 정부가 된 것도 아니다.  대처가 노조를 꺾고 세금은 깎고 금융업 키운 것을 두고 영국을 살렸다고 하지만 따지고보면 대처야말로 영국병의 원인이다.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는 유럽에서 가장 뒤진 철도시설과 설비투자 기피로 나타나고 있다. 빈부격차도 대단히 악화됐다. 영국의 소득분포 최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율이 1975년에 5.37%였는데 1998년에는 9.57%가 됐다. 대처 총리 정책으로 제조업은 다 무너지고 금융 분야만 강해졌지만 그마저도 미국발 금융위기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영국은 지금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걱정하는 신세다. 물론 대처 이전에 영국 노조에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순 없다. 가령 산업별 노조가 아니라 직능별 노조가 많다보니 한 직장에 노조가 대여섯 개씩 있는 경우도 있었다. 경영진이 노조들과 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 하나만 거부해도 파업이 터지는 식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말했듯이 노조가 강했을 때와 노조가 약해진 이후 경제성장률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처가 노조를 희생양삼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제와서 어떻게 하느냐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속표지에 쓴 “200년 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메모가 화제다. 이 메모에서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것 두세 가지를 꼽아달라.  -먼저 우리나라에 우선 한정시켜 보자면,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세계 1위 (최소한 OECD 1위)를 하고 있는 남녀 임금격차, 주당 노동 시간, 복지 지출(OECD 꼴찌에서 2위, 꼴찌는 국민소득이 우리의 반도 안 되는 멕시코) 등 분야에서도 앞으로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자동으로 오는 것은 아니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겠지만, 10년 전만 해도 정말 깨질 것 같지 않던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이 깨진 것을 보면 앞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꼭 있을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이전에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에서 이야기했듯이 선진국이 후진국을 압박하는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지금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 속에서 선진국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그런 속에서 후진국 지위를 방금 벗어나 아직도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두 세계에 다리를 걸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중재자의 역할을 떠맡는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좀 더 빠른 진전이 있을 것이다. 분발을 촉구하고 싶다.        ●경제학은 계량분석만 잘하면 된다?    ▶한국 사회과학계는 미국식 영향으로 계량분석에만 치중하면서 현실 현실 설명력을 잃고 대중들과 괴리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그런 고민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온다. 너무 수학이나 통계 쪽으로만 발전하니까 방향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열심히 배우긴 하는데 왜 배우는지 잊어버린 셈이다. 영미 경제학계에서도 교육방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의가 있다. 왜 배우는지도 모르면서 계량분석만 배워서는 나중에 길을 잃어버린다. 뭘 배울지 목표를 정하고 큰 그림을 배우고 시작을 해야 하는데 테크닉만 배우니까 그것에 빠져 버리는거다.    ▶그동안 제도경제학에 입각해 한국과 세계 경제를 분석하는데 천착해 왔다. 한국에선 낯선 분야인 제도경제학을 소개해달라.  -쉽게 말해 ‘덜 추상화한다’는게 가장 큰 특징이다. 주류경제학은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추상적인 논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을 좀 더 복합적인 제도의 망과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본다. 기업을 놓고 보면 국가별 차이와 역사적 맥락에 따라 조직형태나 사회속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고 접근한다. 역사적 비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현실을 봐야지 이론만 보면 상상력을 제약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많이 드는 예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자유무역을 중시하면서도 모든 토지가 국가 소유고 대부분 주택을 국가가 공급하고 GDP에서 공공부문 비중도 엄청나게 크다. 어떤 단일한 경제이론으로도 싱가포르를 설명하지 못한다. 현실을 보지 않으면 특정 이론에만 빠지게 되고 그런 눈으로 싱가포르 보면 제대로 설명을 못하게 된다.  사실 제도경제학은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제도가 무엇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로 대단히 범위가 넓다. 일반적인 흐름은 제도가 경제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이다. 나는 거기에 더해 제도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 미치는가를 많이 보려고 한다. 개인은 물론 자유의지가 있고 개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선택에 영향 미치는 건 어떤 제도적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굉장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령 스웨덴과 한국에서 똑같이 정부 역할 축소를 말하더라도 그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같은 환경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에 관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산발적 지원보다 스타 디자이너 키워야”

    “산발적 지원보다 스타 디자이너 키워야”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재학생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잠재력이 큰 한국 디자이너가 많은데 아직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게 속상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서울 수송동 제일모직 본사에서 ‘한국 패션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연 정책간담회에서 이서현(38) 제일모직 부사장은 정부의 지원이 산발적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서현 부사장은 지난해 초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이사가 됐으며, ‘콘셉트 코리아’ 첫 행사부터 빠짐 없이 참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2월 ‘콘셉트 코리아Ⅰ’ 개최와 함께 론칭한 제일모직의 디자이너 브랜드 ‘구호’(KUHO)는 뉴욕에서 패션쇼를 열고, 뉴욕 패션위크에서 이름을 알렸다. 제일모직 정구호 전무가 디자인하는 ‘헥사 바이 구호’는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서 ‘빙의’를 주제로 새로운 개념의 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부사장을 비롯해 백덕현 Fnc 코오롱 사장, 박성경 이랜드 대표, 민복기 EXR코리아 대표, 패션 디자이너 이영희·안윤정·이상봉·박춘무·장광효씨 등 한국 패션을 대표하는 얼굴들이 대거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윤경 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패션 분야에서도 김연아나 박세리처럼 세계적 스타가 나와야 한국의 패션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고 제안했다. 문화부는 국내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을 늘리기 위해 오는 15일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현지에서 열리는 한국 패션쇼 ‘콘셉트 코리아Ⅲ’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뉴욕 패션위크의 ‘콘셉트 코리아Ⅲ’에는 도호, 이상봉, 스티브 J & 요니 P, 최범석 등 4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한국 전통 청자의 색감인 쪽빛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국내기업 카메룬광산’을 가다] 사금 하루 1.5㎏… 상반기 다이아도 채굴

    [‘국내기업 카메룬광산’을 가다] 사금 하루 1.5㎏… 상반기 다이아도 채굴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금광 방문을 환영합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 국가 카메룬의 수도 야운데에서 동북쪽으로 버스를 타고 9시간 달려 도착한 베타레 오야에 위치한 금 광산. 우리나라 기업인 ㈜씨앤케이마이닝(CNK Mining)과 카메룬이 합작해 만든 씨앤케이마이닝 광산법인 직원들이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카메룬 현지에서 채용한 기술자 등 40여명의 직원들이 4㏊ 규모의 광산에서 사금을 채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우·두산 로고가 찍힌 굴착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돌과 사금을 분리하는 대규모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직원들과 함께 근처 사무실로 향했다. 가건물 형태의 사무실은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열악했지만, 하루에 0.5㎏에서 많게는 1.5㎏씩 채광된다는 사금의 상당량이 온전히 보관돼 있었다. 씨앤케이마이닝 측은 2006년 4월부터 4~6개월마다 4㏊씩 60㏊ 규모를 개발해 왔다. 파리와 취리히를 거쳐 비행기만 21시간을 타고 도착한 ‘기회의 땅’ 카메룬. 석유와 천연가스,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 50여종의 광물자원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기에는 멀게만 느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낭보가 들려왔다. 금·다이아몬드 수입·유통업체인 ㈜코코엔터프라이즈를 인수한 ㈜씨앤케이마이닝이 카메룬에 진출한 지 5년 만에 카메룬 정부로부터 동남부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획득한 것이다. 카메룬 정부가 광물자원에 대한 탐사·개발권을 엄격하게 적용, 2002년 미국 기업인 지오빅이 코발트·니켈·망간 채굴권을 획득한 데 이어 한국 기업이 두 번째로 개발권을 받은 것이다. 특히 2005년 탐사권과 개발권을 동시 부여하는 카메룬 광물법 개정 이후 ㈜씨앤케이마이닝이 2006년 탐사권에 이어 지난해 개발권을 획득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한반도의 2.2배 면적인 카메룬은 국토의 55% 지역에 대한 자원 분포가 밝혀지지 않아 개발 잠재력이 큰 나라다. 석유·가스에 의존해온 카메룬 정부가 뒤늦게 개발에 눈을 뜨면서 지금까지 광물자원 개발권 2개, 탐사권 100여개를 허가했다. 그만큼 개발 초기 단계인 셈이다. 현지에서 만난 씨앤케이마이닝 광산법인 한석주 대표는 “2006년 금광 개발권에 이어 다이아몬드광 탐사권을 획득한 뒤 3년여간 탐사·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카메룬 대통령 서명을 통해 오는 2035년까지 25년 동안 개발권 및 10년 단위의 개발기간 갱신 권한을 받았다.”며 “올 상반기부터 다이아몬드의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및 충남대 탐사팀 탐사 결과에 따르면 요카도마 지역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은 4억 1500만 캐럿 이상인 것으로 추정됐다. ㈜씨앤케이마이닝 오덕균 회장은 “가까운 동남아 국가였다면 우리한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멀고 험한 카메룬까지 와서 카메룬 정부가 원하는 기준에 맞게 준비하면서 오랫동안 신뢰를 쌓은 결과, 금에 이어 다이아몬드 개발권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아프리카 개발은 1~2년 한다고 해서 결실을 얻기 어렵다.”며 “중국을 비롯, 미국·호주·유럽 등과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인내와 겸손으로 현지 정부의 마음을 사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베타레 오야(카메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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