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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병 숨겼다”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 사생활 논란

    “성병 숨겼다”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 사생활 논란

    인기 약사 유튜버 ‘약쿠르트’(본명 박승종)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약사 유튜버 OOOO에 대해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네티즌 A씨는 “영상에서 보이는 다정하고 건실한 모습에 반해 응원하게 됐다”며 ‘약쿠르트’ 유튜브 영상 썸네일을 모자이크 처리해 올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그 사람과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먼저 제게 만나자고 했다. 저희 집에 온 후 그는 피임기구 없이 관계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저를 무시하고 그냥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임기구 없이 억지로 관계를 했을 때 이 사람을 끊어냈어야 했는데 저는 그저 그 사람과 더욱 가까워졌다고만 생각하고 상황분별을 할 수 없었다”며 “이후 그 사람은 사귀자는 말도 없었다. 저를 여자친구로 두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저와 잠자리를 가졌다. 제가 노력하면 (관계가) 변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계속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성관계로 전염되는 헤르페스 2형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평생 없앨 수 없는 바이러스라 몸에 계속 지니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생식기에 수포가 올라오며 평생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는 병이었다”며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그와 통화를 했다. 성병에 옮았다는 얘기를 하자 많이 당황한 듯 보였다. 그는 울먹이는 저에게, 왜 내가 전염시킨 것처럼 얘기를 하냐며 너가 그런 상태로는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으니 진정하고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별거 아닌 바이러스지만 미리 얘기 안 한 것은 미안하다는 카톡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적으로 사람들을 챙겨주고 여성 건강을 생각한다는 사람이 왜 만나는 여자 건강은 신경 안 쓰고 회피했는지 묻고 싶더라. 그래서 그에게 우리가 무슨 사이냐고 연락했다”라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메시지에서 약쿠르트로 추정되는 인물은 “나는 너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만큼 너랑 더 만나고 싶지만 너도 알다시피 지금 약국에 유튜브에 다른 일들에 너무 바쁘다. 사실 당장 제대로 연애하거나 여자친구를 만들고 잘해줄 자신까지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연애하다가 너무 힘든 적이 많아서 지금 일단 스스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약쿠르트는 계속해서 A씨의 집에 계속 찾아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미 자신에게 성병이 있는 걸 인지하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계속 관계를 하고 미리 얘기도 해주지 않았던 것, 제가 성병에 옮은 걸 알고 회피하며 절 버렸던 것, 그리고 다시 찾아와서도 저를 그저 잠자리 도구로만 생각하며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절 이용했던 것. 이 모든 것들은 그 사람에게 얻은 육체적인 피해보다 더 아픈 마음의 상처다”고 털어놨다. 이어 “누구보다 의학지식이 있고, 방송 매체에서 항상 건강과 예방을 강조하는 그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그런 짓을 한 건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의학지식 따위 없더라도 저를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러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 사람이 적어도 부끄러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폭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삭제됐다. A씨는 “그 사람에게 연락이 와서 집에 찾아오고 자살하겠다고 해서 무서워서 일단 글 내린다”고 밝혔다. 또 약쿠르트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모든 영상이 사라진 상태다. 한편 약쿠르트는 2018년 11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훈남 약사’로 이름을 알리며 생활습관, 영양제, 건강정보 등을 전달했다. 과거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에 출연했으며, 현재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 중이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빈곤은 돈 아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

    빈곤은 돈 아닌,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

    불황으로 해고당한 계약직 주인공 거리로 내몰리는 과정 생생하게 그려 ‘대졸’ 간판, 갑질·성희롱 피해 못 막아 10년 넘게 생활고 겪은 작가 경험 바탕 처절한 ‘청년 홈리스’ 삶 속 희망 담아 하얀 바탕에 처연한 뒤통수. 세로로 내려오는 ‘신을 기다리고 있어’라는 글자. 얼핏 보면 신에게 고통의 근원을 물었던 영화 ‘밀양’(2007)이 생각나는 표지다. 그러나 일본 작가 하타노 도모미의 신작 소설 ‘신을 기다리고 있어’가 말하는 ‘신’은 하늘에 계신 절대자가 아니다.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잠자리나 돈을 제공하고 데이트나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성들을 가리키는 일본 사회의 은어다.소설은 문구 회사에서 파견계약직으로 일하던 미즈코시 아이가 일방적인 해고를 통보받는 것에서 시작된다. 근로계약 당시에는 노동자파견법에 의거해 ‘3년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으나 때가 되자 경기 불황을 이유로 가장 먼저 가차 없이 ‘잘렸다’. 살고 있던 방의 월세를 지탱할 수 없게 되자 보증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가방 하나 짊어지고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아이의 주거지는 만화카페다. 낮 동안은 중개업소에서 연결해 준 아르바이트장에서 하루 단위로 일하고, 밤에는 맡겨 뒀던 가방을 챙겨 만화카페의 1인실에 몸을 누인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왜 건강한 사람이 그러고 있느냐는 물음, 왜 부모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에 적극 답한다. 실제 아이는 몇 개월간 계속된 거리의 생활도 버텨 낼 만큼 몸이 부실하지 않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다. “건강한 사람이 왜 그러고 있어”라는 세상의 추궁에 마음은 더없이 쪼그라들었다. 도쿄에서도 나쁘지 않은 대학을 나왔다는 간판을 달고서도 갑질과 성희롱, 열악한 근무 환경, 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일터를 피해 아이가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대졸 여성’이라는 간판은 일일 아르바이트장에서도 그를 작게 만들었다. 책은 정규직을 바라고 파견계약직도 꺼리던 아이가 일일 아르바이트에서 즉석만남 카페로,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차를 마시는 정도의 가벼운 데이트만 하다 호텔로 향하는 ‘2차’를 고민하기까지의 과정을 곡진하게 그린다. 이 과정을 거쳐 아이는 여성 홈리스를 취재하겠다며 다가온 사회학도에게 무조건적인 경계만 드러내고, 거듭 ‘2차’를 요구하는 남성은 사랑으로 여길 만큼 피아 식별도 불분명해진다. 이 와중에 단 하나 남은 혈육인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후 불륜 여성과 함께 가정을 꾸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은 아이가 극한 상황 속에서도 주변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령 빚쟁이들에게 쫓겨 도망간 남편 대신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 사치, 친아빠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고 거리로 내몰린 청소년 나기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같은 맥락에서 결국 아이를 구하는 것도 주변의 돌봄이다. 연락이 끊긴 아이를 부단히 찾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죽마고우 야마미야다. ‘빈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309쪽)라는 아이의 언설은 그래서 소중하고 뼈아프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하타노 도모미는 젊은 세대와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이는 작가다. ‘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작가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까지 10년 넘게 생활고를 겪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코로나19 속 일본 출간기념회

    [김금숙의 만화경] 코로나19 속 일본 출간기념회

    “미쳤군, 미쳤어! 당장 취소해.” ‘풀’의 일본 출간을 기념한 강연과 사인회로 일본에 간다고 했더니 우리 가족은 난리가 났다. “지금 도쿄가 제일 위험해. 가지 마.” 나는 조심하겠노라고 안심을 시켰지만 막상 떠나기 전날 밤에는 작업하느라고 잊었던 불안이 몰려왔다. #2월 20일(목) 코로나19 때문인가? 이렇게 한산한 김포공항 국제선을 보기는 처음이다. 오후 6시 35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짐을 찾아 나가니 이케다(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 : WAM의 전 관장), 오카하라(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히로시마 네트워크 사무국장) 고로카라 출판사의 대표 기세, 그리고 ‘풀’을 일어로 번역한 스미에, 이령경씨가 나를 열렬히 환영해 주었다. 다음날 오전 나는 이케다, 오카하라, 스미에와 간다 고서가에 들렀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1971년에 발간된 일본만화잡지 ‘가로’를 두 권이나 구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시히로 다쓰미의 작품이 실려 있었다. 오후 2시, 신주쿠 니시와세다 아바코(AVACO) 빌딩에서 이케다의 사회로 행사가 시작됐고 스미에가 ‘풀’의 일본 출간 동기와 과정을 설명했다. 솔직히 나도 궁금했다. 스미에가 설명한 동기 중 하나를 인용해 본다. “나라나 지역은 달라도 누군가의 폭력에 겁먹지 않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찾은 것은 인류 보편의 것이다.” 사인회가 끝난 후 WAM을 견학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빈틈없이 가득 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자료들과 꼼꼼한 분류, 치밀한 전시에 놀랐다. 망자의 사진 앞에는 하얀 꽃이 있었다.#2월 22일(토) 오사카 쓰르하시에 도착했을 때엔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역을 나와 걷는 길에는 한글로 된 상점들과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코리아타운인가? 행사장은 예상보다 많은 사람으로 실내가 꽉 찼다. 령경씨가 관부재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재일조선인들과 일본인들이 모였다. 뒤풀이 때 나이 든 일본인 할아버지도 왔다. 그는 당시 차별받던 조선인들을 평생 본인의 회사에 고용해 가족처럼 챙겼다고 한다. 나는 일본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 같은 생각을 가진 일본인들이 몇 프로나 됩니까?” “아마도 1%?” 잠자리에서 1%라는 숫자가 머릿속을 맴맴 돌았다. #2월 23일(일) 히로시마의 남녀공동참획추진센터에서는 조선학교 고등학생이 사회를 봤다. 위아래 까만 치마저고리를 입었는데 교복이라고 했다. 행사를 마치고 일본의 작은 음식점에 갔다. 사회를 본 학생이 내 옆에 앉았다. 음식을 먹는 중 열띤 토론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한 한국인이 일본의 현재 우익화는 절망적이라고 했다. 일본인들이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자 일본인 한 명이 무상교육에서 유일하게 일본에서 차별받는 조선학교에 대해 한국에 알려서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한국인은 그것을 왜 한국이 지원하느냐, 일본 내의 문제이니 일본에서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더 집회도 열고 운동도 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학생의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이 일본 내에서 사라지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해결될 거라고 대답했다. 꿈이 뭐냐고 물으니까, 조선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다음날엔 후쿠야마 시민참획센터에서 강연을 했다. 4일간의 행사에 총 280명이 왔다. 강연하는 동안 단 한 사람도 조는 사람이 없었다. 돌아와서 책꽂이에 꽂힌 ‘풀’을 꺼내 본다. 나라마다 표지, 제목, 구성이 조금씩 다르다. 국내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출판의 경우 현지의 책 버전과 다를 수 있다. 그 나라 시장에 맞게 세일즈 포인트를 정한다. 기대작일 경우 표지와 제목 등에 더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풀’은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이옥선들’처럼 굳세게 살아남고 있다. 일본에서 돌아온 다음날부터 기침이 나고 목이 아팠다. 팔다리도 쑤셨다. 코로나19는 아니었다. 14일간의 자가 격리를 마쳤다. 나는 다시 붓을 든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며.
  • 코로나19 의료진 쫓아냈다? 호텔 회장이 직접 밝힌 속사정

    코로나19 의료진 쫓아냈다? 호텔 회장이 직접 밝힌 속사정

    경남 창원에서 코로나19 병동 의료진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호텔에서 쫓겨났다는 보도가 논란이 된 가운데 해당 호텔 회장이 직접 편지를 통해 해명했다. 주민 민원 때문에 호텔이 의료진을 퇴실 조치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은 호텔 내 입점한 예식업체의 반발 때문이라며 사과한 것이다.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창원에 있는 A 호텔의 윤모 회장이 쓴 장문의 편지를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윤 회장은 “그 동안 저희 호텔에서 지내시기에 불편함은 없었는지요?”라면서 “심각한 국가 재난 시기에 즈음해 호텔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병원 직원분들의 숙식을 제공할 기회가 주어져서 영리와는 별개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의 공포와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병마와 싸우는 여러분에게 경의와 존경의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도 했다. 윤 회장은 “송구하게도 저희 호텔 내 입점해 있는 예식업체의 강한 반발로 인해 여러분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환난에 더는 동참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고 설명했다.윤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 동안 예식업체 업주가 관공서와 병원 측에 의료진의 A 호텔 숙식을 금지시켜 달라고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었다. 윤 회장은 “업주를 설득하지 못해 국가적 역경 극복에 동참시키지 못했다. 제가 여러분에게 양해와 용서를 구한다. 참으로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며 사과했다. 그는 “이 어려운 때에 작은 힘을 보태어 병마와 싸워도 힘든 형편인데 여러분과 같이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잠자리 하나 제공해 드리지 못하게 된 점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병원 측 요청으로 의료진 여러분 모두 가정으로 혹은 다른 숙소로 옮기게 되겠지만 어디에 가시든지 국가 재난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한다는 긍지를 잃지 마시고,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부디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 편지는 지난 11일 쓴 것으로 돼 있다. 처음 보도에서는 의료진이 13일 호텔을 떠날 예정인 것으로 전한 바 있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예식업체 측이 병원 의료진들의 투숙 이전부터 줄곧 불만을 제기해 온 것으로 보인다. 또 예식업체가 병원에 손해배상청구와 관련해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예식업체 측은 예식장 이용객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시설이 입점해 있지 않은 인근 비즈니스 호텔 등을 권유했을 뿐 방을 빼라는 식의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예식업체 관계자는 “의료진들이 투숙하기 이전에 감염 등의 우려를 호텔 측에 전달한 적은 있지만, 이내 수긍하고 조식을 준비했었다”며 “3월 말까지라던 투숙 기간이 코로나19 종식 무렵까지로 변경된 것을 알고 뒤늦게 호텔 측에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국일보에 전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자니 윤의 죽음을 둘러싼 두 갈래 착잡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자니 윤의 죽음을 둘러싼 두 갈래 착잡함

    2016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치매와 싸워 온 자니 윤(한국 이름 윤종승, 84)이 지난 8일 새벽 4시(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요양 시설에서 타계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10일 오후였다. 하지만 두 가지 점 때문에 이 란에 쓰는 일이 주저됐다. 첫째는 고인의 가족사와 임종 여부 등을 둘러싸고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였다. 국내의 한 매체에 따르면 그와 이혼했지만 5년 가까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온 전 부인 줄리아 리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가 화상통화로 임종을 했고, 대신 줄리아 소생의 아들이 임종했다고 했다. 그런데 다른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한 지인이 쓸쓸히 곁을 지킨 상태에서 눈을 감은 것으로 나온다. 줄리아의 아들은 두 사람의 이혼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만큼 새아버지와 극심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생전에 고국의 팬이나 미국인들에게 이혼한 사실만은 알려지길 원치 않아 줄리아에게 파티나 방송 출연 등 공적 모임에 함께 나서달라고 주문했다는 사실 역시 2017년 12월 방영된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가족사와 임종 여부, 장례 일정 등 분명치 않은 대목이 적지 않아 줄리아가 미국에 돌아가 여러 가지를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그가 뇌출혈로 쓰러지게 된 결정적 이유로 지목한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 건 때문이었다. 고인은 2007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을 때 ‘박근혜 후원회’ 회장을 맡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에 발탁돼 교민들의 표심을 모으는 데 일조한 공로로 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2014년 감사로 임명됐지만 2016년 4월 뇌출혈로 쓰러져 임기 만료 한 달을 앞둔 같은 해 6월 사표를 제출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투병에 전념했다. 박근혜 정부의 논공행상 낙하산 인사가 부른 비극으로 정리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첫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진룡 씨가 2017년 초 블랙리스트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2014년 장관 직을 물러나게 된 것은 “자니 윤을 관광공사 감사로 임명하라는 청와대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처음에는 윤씨를 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했지만 언론에 새나가 반대가 심해지자 감사로 임명하라고 지시했는데 유 전 장관 등이 감사도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라며 고문으로 임명하자고 제시했다는 소문이 문체부 안팎에 파다했다. 유 전 장관이 감사가 더 낫지 않느냐고 제안했을 때 윤씨도 반색했으며 첫 출근 날, 노조가 막아서자 “내가 원해서 이 자리에 오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줄리아도 강하게 만류했다. 실제로 앞의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고인은 78세 노령에 관광실무 경험도 없이 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된 것이 뇌출혈을 일으킨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뇌물을 받은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틀 밤 잠을 못 이루는 등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고 했다. 잘못된 논공행상식 인사가 한 개인의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내몬 사례로 자니 윤의 죽음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우리에게 묻는다.충북 음성 출신인 고인은 1962년 해군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가 오하이오 웨슬리언 대학 성악과를 졸업한 뒤 영화배우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일하다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미국 공중파 채널에 출연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동양인으로서 자신이 당한 성적, 인종차별적 발언을 툭툭 치고 넘어가는 식으로 미국인들을 웃겼다. 1977년 샌타모니카의 코미디 클럽에서 NBC ‘투나잇쇼’의 호스트이자 미국의 저명한 방송 진행자 자니 카슨의 눈에 띄어 아시아인 최초로 출연했다. 당시 영화 ‘벤허’에 출연 중이던 배우 찰턴 헤스턴이 지각하는 바람에 그가 20분 넘게 쇼를 진행했는데 능수능란하게 해낸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엔 비중이 크지 않았으나 뛰어난 순발력으로 카슨의 마음을 사 서른 차례 넘게 ‘투나잇쇼’에 출연했다. ‘투나잇쇼’의 인기를 업고 NBC에서 ‘자니윤 스페셜 쇼’를 진행하며 MC가 됐다. 1973년엔 뉴욕 최고 연예인상을 수상했다. 1980년대엔 저예산영화 ‘내 이름은 브루스’(They Call Me Bruce)를 제작하고 주연했다. 고인이 1989년 KBS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방송한 ‘자니윤 쇼’는 한국 토크쇼의 원조격이었다. 밤 11시에 편성됐지만 오락적인 토크쇼라 인기를 끌었다. 가수 조영남이 보조 MC를 맡았고 배철수도 출연했다. 자니 윤은 특유의 ‘버터 발음’과 입담으로 쇼를 이끌었고, 마지막 멘트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를 유행시켰다. 1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는데 고인은 나중에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방송에서도 제한된 것들이 많았다. 열심히 방송해도 편집 당하기 일쑤였다. 난 정치와 섹스 코미디를 즐겼는데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자니윤쇼’ 이후에도 SBS TV ‘자니윤, 이야기쇼’, iTV 토크쇼 ‘자니윤의 왓츠업(What’s Up)‘, KBS ’코미디 클럽‘, SBS골프채널 ’자니윤의 싱글로‘ 등에 출연했다. 앞의 종편 프로그램을 통해 치매까지 앓아 과거를 생각하기도 싫다고 털어놓던 그는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줄리아와 결혼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인생을 재미있고 행복하게 산 사람으로 오래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신은 오래 전 그의 뜻을 좇아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에 기증된다. 그의 명복을 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마지막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전국민 웃게 했던 ‘자니 윤 쇼’

    마지막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전국민 웃게 했던 ‘자니 윤 쇼’

    美 NBC ‘투나이트쇼’ 출연으로 유명세 성·정치 풍자 ‘미국식 토크쇼’ 첫 도입 박근혜 후원회장 경력… 말년엔 치매한국에 처음으로 미국식 토크쇼를 선보이며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 자니 윤(한국명 윤종승)이 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별세했다. 84세.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그는 1962년 해군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가 오하이오 웨슬리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영화배우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1977년 샌타모니카 코미디 클럽에서 NBC ‘더 투나이트 쇼’ 호스트이자 토크쇼의 황제로 불리는 자니 카슨에게 발탁돼 아시아인 최초로 이 프로그램에 34번이나 출연하며 미국에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름 ‘자니’는 한국 이름을 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워해 만든 영어 이름 ‘존’(John)의 애칭이다. 1989년 한국에 돌아온 그는 1990년까지 KBS 2TV에서 ‘자니 윤 쇼’를 진행했다. 진행자의 이름을 내걸고 매회 연예인 등 게스트를 초대하는 미국식 방송을 처음 시도해 한국 토크쇼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주병진 쇼’, ‘서세원 쇼’, ‘이홍렬 쇼’ 등이 잇따라 나오는 계기가 됐다. 당시 자니 윤은 재미교포의 ‘버터발음’과 정치와 성(性) 등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는 유머, 특유의 미소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는 전 국민의 유행어였다. 이후 1991년부터 1년간 SBS에서 ‘자니 윤 이야기 쇼’, 2009년 SBS골프 ‘자니 윤의 싱글로’ 등 방송 활동을 이어 갔다. 1년 만에 막을 내린 첫 토크쇼에 관해 그는 2011년 KBS 2TV ‘승승장구’에 출연해 “당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었고 방송에서도 제한된 것들이 많았다”며 “나는 정치·섹시 코미디를 즐겼는데 (이에 대한)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정치권과도 인연이 있었다. 2007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로스앤젤레스에 방문했을 때 박근혜 후원회 모임 회장을, 2012년 대선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듬해에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됐지만 실무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2014년 관광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됐다. 2016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뇌출혈로 입원하며 미국에 건너가 치료와 요양 생활을 했다. 말년에 치매가 찾아와 로스앤젤레스 요양시설에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은 고인의 뜻에 따라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메디컬센터에 기증된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안도현의 꽃차례] 아, 변산반도

    [안도현의 꽃차례] 아, 변산반도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 모항. 모항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1980년대에 부안읍 터미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변산반도를 구불구불 몇 굽이 돌면 마음이 덜컹거리는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 펼쳐진 서해는 언제나 발끝으로 변산반도를 간질였다. 그러면 가만히 뻗어 있던 해안선이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국도 30호선을 따라 모항에 가는 일은 여행처럼 꽤 설레는 일이었다. 모항의 ‘모’는 띠풀을 뜻하는 ‘茅’를 쓴다. 봄에 삘기라고 부르는 띠의 어린 새순을 빨아먹으면 입안에 달콤한 맛이 감돌던 기억이 있다. 옛적에는 바닷가 풀밭에서 자라는 띠를 엮어 지붕을 올렸다. 모항 해수욕장 솔숲 뒤쪽 박형진 시인의 집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었다. 나지막한 슬레이트집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마을에 그 흔한 횟집 하나 없었다. 우리는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붙이고 집 바로 앞으로 펼쳐진 갯벌로 들어갔다. 갯벌에 난 구멍에다 소금을 뿌리면 대나무처럼 생긴 맛조개가 머리를 내밀었다. 어둑한 저녁에 숯불을 피워 놓고 그 맛조개를 구워 먹었다. 소주 한 잔에 간간하고 말캉한 바다를 한 입 삼키면서 수평선이 어둠 속으로 자신을 지우는 것을 바라보았다. 잠결에 파도 소리가 귀밑까지 밀려와 찰랑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를 옆자리에 눕히고 바다와 함께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닷물이 사립문 안까지 밀려들어 왔다가 나간 흔적이 마당에 남아 있었다. 그 흔적은 거무스름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경이로운 일이었다.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미당 서정주의 ‘해일’이 생각났다. 해일이 아니고 밀물이었지만 내 잠자리에서 불과 몇 걸음 앞까지 바다가 들어왔던 것이었다. 그 둥그런 밀물의 발자국은 아직도 뇌리에 뚜렷하게 찍혀 있다. 2월 중하순부터 3월 초순 사이에 변산에는 변산바람꽃이 핀다. 이 꽃은 한라산에서 피어도 변산바람꽃이고 설악산에서 피어도 변산바람꽃이다. 개체수가 그리 많지 않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아무렇게나 얼굴을 내미는 꽃이 아니다. 나는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이 피는 곳 한 군데를 안다. 몇 해 전 생태사진가 허철희 선생을 따라가서 알게 된 곳이다. 부안군 진서면 운호리 계곡 어디쯤이라고만 해 두자. 사람의 발소리는 언제나 변산바람꽃에게 해로울 뿐이다. 내 발소리를 듣고 겁먹은 그들이 자지러지게 울 것 같아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러 가는 날은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는다. 아쉽게도 올해는 그들과 대면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것이다.몇 년째 방학이면 노트북을 들고 찾아가던 변산바람꽃이라는 펜션이 있다. 공으로 방 하나를 얻어 열흘이고 보름이고 나를 격리시키던 곳. 서융이라는 이 펜션의 주인은 치과의사인데 나하고 동갑이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싶다면 고기를 구울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방에는 주방시설도 없고 텔레비전도 없다. 삼겹살 굽는 냄새를 기대하고 짐을 풀었다면 입을 삐죽 내밀 수도 있다. “집을 짓는 일은 제 꿈을 형상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집의 쓰임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을 해 보지 않았어요.” 주인은 집에 대한 자신만의 고집을 숨기지 않는다. 내가 짓고 싶어서 지은 거지 손님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한심한 고집쟁이를 보았나! 집과 나무에 대한 그의 애착은 아예 나무를 심어 가꾸면서 목재를 얻어 볼까 궁리하는 데까지 이른다. 나는 그가 생전에 그 꿈을 실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주의자가 아니라 낭만주의자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상하고 그 상상을 이야기하고 그 상상하는 일 때문에 행복한 그가 부럽다. 하지만 올겨울은 그곳에도 가 보지 못했다. 그것뿐이랴. 변산반도 가는 길에 반드시 들러 가는 부안시장 안 변산횟집을 가 보지 못하고 겨울을 보냈다. 그 식당에서 물메기탕을 세 번쯤 먹어야 겨울이 간다고 큰소리치고 다녔는데 나는 허풍선이가 되고 말았다. 아흐, 바야흐로 때는 3월이니 주꾸미 살이 오를 때구나.
  • “벽 두드려 인간의 존재 확인” 완치자 줄리가 밝힌 격리 경험

    “벽 두드려 인간의 존재 확인” 완치자 줄리가 밝힌 격리 경험

    새 아침을 맞는 일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지난달 8일(이하 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를 당한 싱가포르 여성 줄리(53)에겐 지난 한달 이 단순한 명제가 절절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영국 BBC가 70개국에서 확진 환자가 9만명 가까이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완치 판정을 받은 수천 명의 생생한 체험을 직접 듣기 어려웠는데 줄리가 용기를 냈다고 동영상 인터뷰를 2일 게재했다. 지난 2일 싱가포르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확진 환자는 106명이며 이 가운데 74명이 완치됐다. 완치 판정을 받은 이들의 경험담을 접하기 어려운 것은 사회생활에 복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조심스럽고 두려움에 떨며 병마와 싸우는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해서일 것이다. 확진 판정 아흐레 만에 자가격리를 마치고 퇴원해 일상을 되찾은 줄리의 경험담을 기사체로 바꾸지 않고 육성을 듣는 것처럼 옮긴다. “난 콧물을 흘리지도, 기침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7일 오전 3시쯤 잠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빙글빙글 어지러웠다. 다음날 곧바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됐다. 문 하나 달린 방 안에 앉아 사면의 벽만 바라보는 생활이 시작됐다. 안전한 문구멍으로 먹거리와 약품, 갈아입을 옷, 수건 등을 전달받았다. 휴대전화를 쓸 수 있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화상 통화를 하는 게 유일하게 세상과 연결된 끈이었다. 그 밖에는 모든 인간적 접촉이 제한됐다. 오죽하면 벽을 두들겨 옆방에 누군가답하면 그제야 세상에 나혼자 뿐이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위중해진 적이 있었는데 숨쉬기가 곤란했다. 폐에 많은 부하가 걸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나빠지지 않더라도 건강했던 여느 때와 확연히 달랐다. 몸이 정상일 때야 우리는 어떻게 숨을 쉬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지 않는가? 그런 것이었다. 화장실까지 불과 5m 거리를 걷는 데 엄청난 시련으로 여겨졌다. 장기적으로 내 몸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른다. 이제 내가 알게 된 유일한 것은 그저 숨쉬기 곤란하다는 이유만으로 걷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가끔 앉고 싶어지긴 하지만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난 이 독감이 지구촌의 (나쁜 의미의) 각광을 이끌어냈다고 생각한다. 해서 사람들은 걱정했다. 하지만 두려움에만 사로잡히는 일은 많은 무지와 편견을 불러들이게 된다.”한편 3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4812명, 사망자는 28명인데 격리 해제된 완치 환자는 34명에 그치고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한상헌 아나운서, 가세연 실명 공개에 “자진 하차”[공식입장 전문]

    한상헌 아나운서, 가세연 실명 공개에 “자진 하차”[공식입장 전문]

    유튜브 채널 ‘가세연’이 성관계 논란이 불거진 아나운서가 KBS 한상헌이라고 실명을 폭로한 가운데, 그가 맡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9일 한상헌 아나운서가 KBS ‘생생정보’ ‘더라이브’에서 모두 하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KBS 측 관계자는 한상헌 아나운서가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방송에서 자진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매체는 한상헌 아나운서의 하차는 사실무근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20일 KBS는 한상헌 아나운서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KBS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논란에 대해 추후 정돈해 밝히겠다. 하지만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누를 끼칠 수 없어 자진하차 하고자 한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프로그램 하차를 공식화했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당장 오늘(20일) 방송부터 ‘생생정보’, ‘더라이브’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8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한상헌 아나운서 수시 성관계 논란’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언론에 보도된 ‘유흥주점에서 3억 협박당한 남자 아나운서’의 정체는 한상헌”이라고 주장했다.최근 한 방송사 현직 아나운서가 유흥주점 여성 종업원에게 “3억원을 주지 않으면 성관계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법원에 따르면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는 지난 6일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방송사 아나운서인 C씨에게 술집 여성과 만남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2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유흥주점 접객원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8월 손님으로 온 C씨와 알게 됐고 이후 2~3주에 한 번씩 만나 잠자리를 가졌다. A씨에게 이 이야기를 들은 또 다른 손님 B씨는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올렸고, C씨에게 직접 “언론에 아는 사람이 많다”며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세연은 이 사건에 등장하는 C씨가 한상헌 아나운서라고 지목한 것. 가세연은 “이분이 워낙 안 유명해서 이름 듣고는 몰랐다. 검색해서 얼굴 보니 알겠더라”며 한상헌 아나운서의 사진 여러 장을 화면에 띄웠다. 이어 “‘한밤의 시사토크 더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첫 방송이 지난해 9월 23일인데 그 직전에 유흥주점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상헌 아나운서가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사실도 강조했다. 가세연 방송 이후 한상헌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생생정보’ 시청자 게시판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상헌 아나운서는 2011년 KBS 38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입사 당시 ‘유부남 신입사원’ 이라는 사실로 관심을 모았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 메인 MC를 맡은 적 있으며, ‘누가 누가 잘하나’ ‘2TV 아침’ ‘생방송 아침이 좋다’ ‘추적 60분’ 등을 진행했다. 다음은 KBS 입장 전문. [최근 논란에 대한 한상헌 아나운서 입장]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논란에 대해 추후 정돈해 밝히겠습니다. 하지만 먼저,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에 누를 끼칠 수 없어 자진하차 하고자 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똑똑똑~ 장하나, 신지애도 하지 못한 9년 연속 우승 노크

    똑똑똑~ 장하나, 신지애도 하지 못한 9년 연속 우승 노크

    KLPGA 투어 역대 다승 공동4위 .. 커리어 누적 상금은 40억여원으로 단연 1위세계랭킹 끌어올리려 L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피레이션으로 시즌 시작 “올 시즌에도 거르지 않고 우승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언젠가 지애 언니의 20승도 넘어서야죠”.프로골프를 직업으로 삼는 선수에게 투어 대회 우승은 자신이 지향하는 최대 목표다. 한 번 우승이면 속된 말로 ‘일 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우승을 하면 모든 사람이 알아본다. 쌓이고 쌓여 관련 기록들을 갈아치우고 일정 나이 이상이 되면 그 공로를 인정받아 골프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게 된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 우승인 것이다. 그런데 그 우승이라는 게 간단치가 않다. 물론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벼락 우승’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많게는 10년 안팎의 기간 동안 온갖 노력과 좌절을 겪고 난 뒤에 꿈처럼 홀연히 다가서는 게 우승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 (KLGPA) 투어 역대로 데뷔 후 가장 오랜 기간 끝에 감격의 첫 우승을 일궈낸 선수는 안송이(30)다. 그는 지난시즌 최종전인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데뷔 11년 1개월 만에 감격의 첫 승전보를 날렸다. 무려 237경기, 704라운드 만에 일궈낸 우승이었다. 앞서 5월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우승자 박소연(27)은 6년 1개월, 167경기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이처럼 한 번도 하기 힘든 우승을 한 해도 거르지 않은 선수가 있다. 어릴 적 ‘장타 소녀’로 불리며 골프 꿈나무로 쑥쑥 자라온 장하나다. 그도 이제 어느덧 27세의 ‘처녀 골퍼’가 됐다. 드림(2부)투어를 통해 9년 전인 2011년 KLPGA 투어에 입성한 장하나도 1년 10개월이 지난 이듬해 10월 인천 스카이72 골프장 하늘코스에서 열린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감격의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첫 해만 걸렀을 뿐, 이후부터 매년 우승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2016~2017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뛴 기간을 포함해서다. 그가 2019시즌까지 8시즌 동안 올린 승수는 모두 12승이다. 2013년에는 한꺼번에 4승을 거둬 상금왕에 올랐고, 최근 2년 동안에는 연속 2승씩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KL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상금이 많은 하나은행 챔피언십과 LPGA 투어 대회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거푸 제패해 단박에 상금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내외를 통틀어 KLPGA 투어 시드를 가진 현역 선수 가운데 8년 동안 매년 꼬박꼬박 우승을 챙긴 선수는 장하나가 유일하다. 신지애(32)가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2010년까지 20차례나 국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딱 한 번, 2011년에는 우승없이 빈 손으로 돌아섰다.장하나는 또 KLPGA 투어 역대 공동 최다승(20승)을 작성한 구옥희(작고)·신지애와 고우순(17승)에 이어 정길자(12승)와 함께 우승을 많이 한 공동 4번째 선수로도 이름이 올라있다. 우승이 많으면 돈도 따라온다. 장하나는 8년 동안 12승을 수확하면서 1978년 출범해 41년 동안 거쳐간 KLPGA 투어의 전현 멤버들 가운데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158개 대회에 출전해 12차례 우승은 물론, 상금을 단 1원이라도 받을 수 있는 컷 통과를 132개 대회에서 해낸 덕이다. 누적 상금 약 41억 3000만원을 쌓아 그야말로 진정한 ‘상금 퀸’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장하나는 프로 데뷔 10년째인 2020년에도 우승을 다짐했다. 지난달 9일부터 돌입한 베트남 전지훈련을 마치고 1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장하나는 “매년 우승을 했다는 것은 아빠를 통해 알았지만 커리어 통산 상금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았다”면서 “첫 승할 때의 감격 만큼이나 가슴뛰는 일”이라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장하나는 이번 전지훈련에서 어느 때보다 촘촘한 일정표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화했다. 매일 5시에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오전에는 늘상 했던 것처럼 문경준을 비롯한 남자선수들과 연습라운드를 함께 했다. 오후에는 레인지에서 쇼트게임 훈련을 하고 오후 7시부터는 체력훈련으로 몸과 마음을 더 단단히 했다. 장하나는 “지금까지 승수도 많이 올렸고, 상금도 많이 탔지만 이루지 못한 게 딱 세 가지가 있다.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과 US여자오픈을 제패하지 못한 게 그것”이라면서 “이젠 승수와 상금보다는 저 자신에게 더 떳떳할 수 있도록 명에를 들어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KLPGA 챔피언십을 비롯해 세 차례나 국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면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한국여자오픈에선 지난해 6위를 비롯해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다. US여자오픈도 2016년 공동 21위가 최고 성적이었다.마지막 하나는 올림픽 출전이다. 올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오는 6월 29일 기준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들어야 하는데, 17일 현재 장하나의 랭킹은 31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선수 랭킹 순으로는 13번째다. 수치로만 보면 버거운 일이다. 그러나 장하나가 메이저대회를 거론하는 건 이 때문이다. 랭킹포인트는 일반 투어 대회보다 메이저대회가 훨씬 높다. 한국여자오픈은 올림픽 엔트리가 확정되기 한 주 전인 6월 21일부터, US여자오픈은 이에 앞서 2주 전인 6월 첫 주에 열린다. 당초 2주 뒤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HSBC 위민스 챔피언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19)의 여파로 태국·중국대회 등과 함께 무더기로 취소되면서 장하나의 시즌 시작도 다소 늦어졌다. 장하나는 4월 둘째 주로 예정된 KLPGA 투어 개막전이 열리기 열흘 전인 3월 말 미국으로 건너가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을 준비할 예정이다. 이 역시 도쿄올림픽을 위한 초반 포석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기자들에게 성관계 폭로한다” 협박당한 男 아나운서

    “기자들에게 성관계 폭로한다” 협박당한 男 아나운서

    방송사 아나운서 C씨가 자신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술집 종업원에게 협박을 받았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김춘호 판사는 지난 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방송사 아나운서인 C씨에게 술집 여성과의 만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2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에 따르면 유흥주점 접객원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손님으로 온 C씨와 알게 됐다. 당시 연락처를 교환한 뒤 2~3주에 한 번씩 만났고, 잠자리를 갖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역시 손님으로 알게 된 B씨에게 C씨와의 관계를 알렸다. 성관계를 암시하는 C씨와의 문자 대화를 캡처해 보내주기도 했다. 이에 B씨는 C씨가 술집 여성을 만난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가 하면, A씨와 함께 C씨에게 돈을 뜯어내기로 마음먹고 “기자들에게 사진을 다 보냈는데 입을 막고 있는 중이다. 방송일 계속하고 싶으면 3억 원을 보내라”는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들의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 징역형을 내렸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곤충 50만종 멸종 위기 처했다…원인은 인간 탓”

    “곤충 50만종 멸종 위기 처했다…원인은 인간 탓”

    멸종 위기에 처한 세계 동식물 100만 종 가운데 절반이 곤충이며, 이들 곤충이 세상에서 사라지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일부 과학자가 경고하고 나섰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핀란드 자연사박물관의 생물학자 페드로 카르도소 박사 등 세계 과학자 25인은 국제학술지 ‘생물보존’(Biological Conservation) 최신호(9일자)에 이런 내용의 ‘견해 논문’(Perspective)을 발표했다. 견해 논문은 한 분야의 근본적이거나 널리 알려진 개념에 대해 학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통 단어 2000~3000자의 짧은 동료검토 논문을 말한다. 이 논문을 정리한 주저자이기도 한 카르도소 박사는 10일 AFP통신에 “현재 곤충의 멸종 위기는 매우 우려스럽지만, 우리가 아는 사실은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날아다니거나 기어다니고 땅을 파고 공중으로 도약하고 또는 수면 위로 다니는 이들 곤충은 지난 50억 년간 여섯 차례 발생한 ‘대량절멸 사건’을 통해 멸종을 경험했다. 마지막 사건은 약 6600만 년 전 발생한 것으로, 당시 소행성이 지구상에 충돌해 곤충은 물론 공룡까지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말았다. 하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곤충의 멸종은 우리 인류의 책임이 전적으로 크다. 이에 대해 카르도소 박사도 “인간의 활동은 거의 모든 곤충의 개체수가 줄고 멸종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곤충이 멸종하는 가장 큰 원인은 서식지 감소와 서식 환경의 악화이며, 그다음 원인은 흔히 농약으로 불리는 살충제 등 오염물질과 침략적 외래종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남획 역시 문제가 되는 데 곤충 2000여종이 일부 인류의 식량이 되고 있고, 인류가 일으킨 기후 변화 역시 이들 곤충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나비와 딱정벌레, 개미, 벌, 말벌, 파리, 귀뚜라미 그리고 잠자리 등 이들 곤충의 감소가 단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 이상의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도 카르도소 박사는 “곤충이 멸종하면 우리(인류)는 이들(곤충) 종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곤충 중 많은 종이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 여기에는 식물의 수분과 양분 순환, 해충 구제 등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곤충은 생태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는 데 미국에서만 연간 570억 달러(약 67조 2315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유엔(UN)의 과학자 집단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곤충의 수분이 필요한 작물은 연간 최소 2350억~5770억 달러(약 277조650억~680조2830억 원)의 경체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많은 야생동물 역시 생존을 위해 많은 양의 곤충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유럽의 조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살충제 사용의 영향으로 인한 곤충 개체군의 붕괴와 관계가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곤충의 종을 최대 550만 종 정도 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그중 5분의 1만이 발견돼 이름(학명)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도소 박사도 “곤충 중에는 보기 드물거나 기록에도 남아 있지 않는 종이 많다. 따라서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이미 멸종한 곤충 개체 수가 상당히 과소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공개하는 ‘레드리스트’(멸종위기종 적색목록)에서 평가 대상이 되고 있는 곤충은 존재가 알려진 100만 종 가운데 8400여종에 그친다. 이 밖에도 18~19세기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로 멸종한 곤충 종은 전체의 약 5~10%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中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연

    中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지난달 23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이 봉쇄된 지 3주 가량이 지나면서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이 굶주림으로 죽어 가고 있다. 이에 봉쇄령이 이토록 오랫동안 지속되리란 생각을 못하고 단기간 먹을 먹이와 물만을 남겨 놓고 우한을 떠난 주인들의 마음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에 미국 NBC뉴스는 우한에 남겨진 이런 반려동물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의 사연을 보도했다. 우한캣 동물보호소의 라오 마오 소장은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의 수를 약 2만에서 3만 마리로 보고 있다. 이 보호소에서는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봉쇄령이 선포된 이후 약 2500마리의 반려동물을 구조했다. 라오는 “최근 주인이 반려묘에게 3일 정도의 먹이와 물 만을 남겨 놓은 집에 들어갔다. 고양이는 굶주림과 탈수증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물을 주자 10초 정도를 계속해서 마셨다. 다행히 그 고양이는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이들이 반려동물을 구조하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굳게 잠긴 문을 여는 것. 일부 반려동물 주인들은 집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비상열쇠가 있는 곳을 알려주기도 한다. 아니면 집주변의 열쇠 수리업자와 연락을 해 자원봉사자들이 들어갈 수 있게 문을 여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휴대폰 화상통화를 통해 주인이 반려동물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우한 동물보호회의 두 판 소장은 봉쇄령 이후 약 3500여 건의 구조 연락을 받아 1300여 건의 동물을 보살피고 있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들은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해 저녁 7시 30분 정도까지 구조 활동을 한다. 집에 와서는 또다시 반려동물 주인들과 연락을 하면서 다음날 찾아갈 곳을 정리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 대부분의 연락은 개나 고양이 구조이지만 파충류, 토끼, 새, 미니 돼지를 보살펴 달라는 연락도 받는다. 대부분의 집에는 동물들의 먹이가 충분이 있어 보통 10일에서 15일 정도까지 먹을 분량을 준비해 주고 나온다. 만약 먹이가 충분하지 않으면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사료를 남겨 놓는다. 반려동물의 주인과 가능하다면 휴대폰 화상 통화를 통해 반려동물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에 자원봉사자들은 반려동물이 코로나19를 전염시킨다는 소문으로 인해 주인들이 개나 고양이를 내다 버리는 경우가 발생해 우려를 하고 있다. 이창에 위치한 중청 동물 보호소의 왕 다구오 소장은 최근 5마리 정도의 유기견을 구조했다. 이 개들은 개옷을 입고 있었고, 상태도 깨끗해 주인에 의해서 버려진 유기견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구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코로나19는 반려동물에 의해 전염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반려동물 주인들은 소문보다 과학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나이지리아 IS 지부, 운전자 잠든 차량에 불 질러 30명 이상 희생

    나이지리아 IS 지부, 운전자 잠든 차량에 불 질러 30명 이상 희생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무장세력이 고속도로를 봉쇄한 뒤 차량 운전자들이 근처 마을에서 잠을 청하던 사이 불을 지르고 총격을 가해 적어도 3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의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전날 북동부 보르노주의 아우노 마을에 차량을 세우고 운전자들이 잠을 청했는데 중화기로 무장한 여러 대의 트럭에 나눠 타고 도착한 괴한들이 덮쳐 18대의 차량에 불을 질렀다고 아흐마드 압두라흐만 분디 주정부 대변인이 AFP 통신에 밝혔다. 분디 대변인은 괴한들이 여성과 어린이들을 끌고 갔다고 덧붙였는데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 희생된 운전자들은 보르노주의 주도인 마이두구리에 여행을 갈 목적이었는데 무장세력이 이 도시로 들어가는 도로를 봉쇄하는 바람에 25㎞ 떨어진 아우노 마을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려다 참혹한 변을 당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AFP는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ISWAP) 지부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인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처음에 2009년 이후 잔인한 만행을 저질러 3만 5000명 가량이 희생되고 200만명 넘게 집을 떠나 피난 생활을 하게 만들고 수백 명을 납치해 끌고 간 보코하람의 잔존 세력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 나라 정부는 2015년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코하람과 여러 분파들이 완전 소탕됐다고 공언했지만 최근에도 군인은 물론 민간인들을 겨냥한 무람한 만행은 계속되고 있다. 바바가나 줄룸 보르노 주지사가 아우노 마을을 찾았는데 숯검댕이가 된 시신들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고 민영 신문 디스 데이가 전했다. 나이지리아 국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다시 무장세력이 민간인까지 겨냥해 공격하는 일이 잇따르자 보안군과 군부의 지도자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없는 듯 무시됐던 이야기… 먹먹한 장애인의 性과 사랑

    없는 듯 무시됐던 이야기… 먹먹한 장애인의 性과 사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천자오루 지음/강영희 옮김/사계절/324쪽/1만 7000원“성 자원봉사자의 손길에 나는 정말이지 시원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적어도 나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죽기 전까지 누군가와 섹스 한 번 해보지 못했다면 틀림없이 우울과 원망으로 점철된 인생이라 관에 들어가지 않으려 버텼을지도 모르겠다.” 스티븐이라는 중증장애인 청년이 대만의 장애인 성 자원봉사 단체인 ‘손천사’ 홈페이지에 ‘그렇게 시원해 본 적이 있었던가’라는 제목으로 올린 감상문의 일부다. 스티븐은 이 특별한 서비스의 첫 번째 대상자였고, 그 역시 이 서비스를 통해 생애 처음으로 황홀경을 경험한 뒤 이 같은 감상문을 남겼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없는 듯 무시되거나 특별한 미담으로만 소비되는 사랑이 있다. 바로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다. ●‘대만판 도가니’ 학교 취재·인터뷰 담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은 ‘대만판 도가니’라 불리는 특수학교 성폭력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 출신 저자가 장애인과 가족, 장애인을 위한 성 서비스 제공자 등을 취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인들이 가슴에 꼭꼭 묻어 뒀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두르지 않고 핵심을 묻는 저자 앞에서 장애인들은 어둠 속에 방치했던 마음속의 말을 다 꺼내 놓았다. 세상은 이들을 ‘장애인’이라는 하나의 말로 분류하지만, 1만 장애인에겐 만 가지 빛깔의 사랑이 숨 쉬고 있었다. 장애인이 성과 사랑을 추구하는 데는 경제적 빈곤, 자신감 결여, 이동의 곤란 등 무수한 난관이 늘어서 있다. 위험이 따를 때도 있다. 욕망을 혼자 해결하다 손가락뼈가 부러진 장애인 이야기는 비장애인들 입장에서야 황당한 일이겠지만 장애인들에겐 슬픔이 북받칠 일이다. 책은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쟁점을 각각의 사례를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부모가 장애인 자녀의 성생활, 출산과 양육을 대신 결정해도 되는 걸까. 일본의 화이트 핸즈, 대만 손천사, 네덜란드 성 보조금 등 국가나 민간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유·무료의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복지일까, 또 다른 차별일까. ●“성은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생존 방식”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쟁점은 이것 아닐까 싶다. 장애인은 부모가 될 자격이 없는가. ‘도라: 욕망에 눈뜨다’(2015)란 영화가 있다. 지체장애인인 열여덟살 도라는 우연히 부모님의 잠자리를 목격한 뒤 욕망에 눈을 뜬다. 처음 만난 남자와 한 잠자리에서 이어진 임신. 영화는 이 대목에서 답변하기 쉽지 않은 많은 물음을 던진다. 몸은 성숙한 여성이지만 지능은 어린아이와 다름없는 도라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누가 돌볼까. 성이 출산과 양육의 책임으로 이어질 때 도라의 권리가 제한될 수 있을까. 낙태를 결정한 도라의 부모는 비난받아 마땅한가.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확고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신체의 자유, 출산과 양육의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더더욱 생식기를 적출하는 비인륜적인 일들이 자행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성은 양다리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라 자아를 탐색하고 욕망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든 인간의 생존 방식”이라며 “타인과 신체 접촉을 통해 더 깊고 장기적인 관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80세 영국 할머니와 결혼하는 35세 남성… “우리 사랑은 진실“

    80세 영국 할머니와 결혼하는 35세 남성… “우리 사랑은 진실“

    80세 영국 할머니가 무려 45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35세 이집트 남성과 결혼할 것으로 알려지자, 영국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남성이 할머니의 재산과 영국 국적을 얻기 위해 할머니에게 접근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집트 연하남은 영국 데일리메일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와의 사랑은 진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모하메드 아메드 이브리함은 "나의 엄마보다 20살이 많은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사람의 눈을 멀게한다. 사랑에 빠지면 그녀의 나이나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페이스북에서 만나 사랑을 속삭인 후 지난해 11월 할머니가 그를 만나기 위해 카이로를 방문했다. 그는 "공항에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순간 진정한 사랑임을 깨달았다. 그녀를 만난 나는 행운아"라며 첫만남을 설명했다. 그들은 만나지 몇 시간 만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은 서구 여성은 이집트 남성과 잠자리를 함께 할 수 없기 때문. 결혼식에는 그의 부모님과 친구 2명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비공식 결혼을 올린 이 커플은 4일 동안 카이로를 여행하며 뜨겁고 로맨틱한 신혼여행을 즐겼다. 할머니는 "다시 처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며 "너무나 사랑스럽고 로맨틱한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할머니의 재산과 영국 국적을 노리고 결혼 한다는 비난에 "나는 그녀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어디에 살든지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리스 그녀 뿐이다. 그녀와 함께라면 세상 어디에서든지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리스를 집으로 초대해 가족과 저녁을 함께 했다" 며 "엄마와 아이리스는 정말 잘 어울렸다. 엄마는 내가 행복하면 엄마도 행복하다고 하신다. 세상의 모든 엄마처럼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하기를 바라신다"고 말했다. 또 "아이리스의 두아들이 내가 너무 젊고 그녀의 재산을 노린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나를 만난다면 내가 얼마나 그들의 엄마를 사랑하는지 알 것이며, 그들도 나 같은 의붓아버지를 만난 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영국을 방문한다면 리버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집트 축구영웅 모하메드 살라의 경기를 직접 보고는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영국으로 방문하기로 했지만 경비부족으로 관광비자가 발급이 안되었다. 할머니가 카이로에 방문할 당시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휴가를 신청했지만 사장이 휴가를 허락하지 않자 아예 용접공 일을 그만두고 현재는 무직이지만 새로운 직장을 찾고 있다. 그는 2명의 여동생과 1명의 남동생과 함께 3개의 침실이 있는 부모님 집에 살고 있다. 혹시 전에 결혼한 적이 있느가란 질문에는 "그런 것은 아이리스와의 사랑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카이로 방문시 서류미비로 공식적인 결혼을 할 수 없었던 할머니는 다음 달에 카이로를 다시 방문해 공식적인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김경태 해외통신원 tvbodaga@gmail.com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한 잔의 서울을 들이마시오/신현림 나무마저 없다면 이곳은 딱딱한 피자 한 덩이요 삭막하오 요즘 사람들은 폭탄 같소 성이 나 있소 마음 못 다스리는 나도 죄인이지만 부익부 빈익빈 골짜기를 더 깊게 만든 그대들의 죄업도 심각하오 “사람들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나는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카뮈의 말을 실감하오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함도 어둠 속에 길을 내는 건데 마음은 코끼리 가죽처럼 두꺼워지고 뻔뻔해지오 당신은 성실한 의사예요 토요일까지 일하고 일요일 하루 쉬지요. 그래 강남에 30억 집 샀지요. 축하해요. 참 잘했어요. 이런 게 인생이지요. 힘들게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한 당신 밤낮으로 재판정 드나들고 전관우대 받으며 강남에 번듯한 집 마련했지요. 축하해요. 이런 게 인생이고 말구요. 학생운동 출신인 당신, 출세한 정치가 되어 국회의원도 하고 장관도 한 덕에 강남에 집 샀지요. 국회의원이라고, 장관이라고 강남에 살면 안 되나요. 장관도 가족이 있고 인생이 있는 거지요. 힘든 연습생 시절 7년을 보내고 당신은 아이돌 스타가 되었죠. 행사비, 저작권 사용료, 광고료가 무럭무럭 쌓여 강남북 부동산들 사 모았죠. TV가 당신의 재테크 비법을 자랑스레 소개하네요. 그래요 자랑스런 당신, 그런데 이런 게 정말 인생일까요? 잠자리에 누워 중얼거려 봐요. 이게 인생일까? 곽재구 시인
  • 생각 버리고 사람 만나고 매일 걸으면 일상이 명상

    생각 버리고 사람 만나고 매일 걸으면 일상이 명상

    지난 22일 서울 중구의 한 공유오피스. 자유롭게 배치된 테이블에서 커피를 마시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 각종 스타트업 관계자들 사이에 앉아 있는 혜민스님(47)의 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한 손에는 코끼리 인형을 들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며 인형의 정체를 물어 보니 “최근 ‘코끼리’라는 이름의 명상 애플리케이션 사업을 시작해 일부러 들고 나왔다”고 웃었다. ●공유오피스에 그가?… 앱 론칭 석 달 만에 15만 다운로드 그는 인터뷰에 앞서 “요즘 미국 정보기술(IT)업계에선 ‘명상 관련 앱’이 수천개씩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 가운데 ‘캄’(Calm)이라는 앱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등의 비즈니스 이야기를 한참 했다. 스님이 대낮에 공유 오피스에 출근해 있는 모습이 그제서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하버드대 종교학과 출신인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교인 가운데 한 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힐링 멘토’다. 그가 2012년 펴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교보문고가 선정한 2010년대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혔다. 5년 전부터는 명상 센터인 마음치유학교를 운영하면서 평온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전파하고 있다. 37개국에서 번역된 책 덕분에 그의 강연 무대는 최근 북미, 동유럽, 남미로까지 넓어졌다. 이 바쁜 와중에 어떻게 ‘명상 앱’까지 만든 걸까. 그는 “평소 친분이 있는 다니엘 튜더(38·전 이코노미스트 한국특파원)가 불면증을 호소해 개인적으로 명상법을 알려주었는데, 효과를 보더니 명상 앱 아이디어를 제안했다”면서 “마침 지방 사람들로부터 마음치유학교에 오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고 말했다. 월 4500원 유료 회원제로 운영되는 코끼리 앱은 론칭 3개월 만에 15만 다운로드를 기록, 국내 앱 마켓 건강·피트니스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국내 앱 시장에 잔잔한 명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튜더 전 특파원이 보증한 불면증 해소법 먼저 튜더가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불면증 해소법부터 물었다. 진짜 명상만 잘하면 ‘꿀잠’을 잘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스님은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생각을 버리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것은 하루 종일 지나치게 많은 생각 속에 빠져 살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은 자신이 생각에 끌려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잠자리에 누웠는데 어깨나 허리 등 특정 부위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낮에 활동하는 내내 어떤 생각에 빠져 긴장을 하느라 신체에 힘이 들어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사실부터 인식하는 ‘알아차림’ 단계를 거쳐야만 생각을 잊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후에는 ‘보디 스캐닝’을 해 보라고 권했다. 누워서 몸의 감각에 집중해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하나하나 천천히 어떤 상태인지 느껴 보라는 것이다. 지금 내 몸의 어느 부분이 긴장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면 서서히 그 긴장이 풀린다. 이 단계를 거쳐야 렘(REM) 수면으로 들어설 수 있다. ●‘생각’보다 적극적 ‘행동’ 필요… “앱서 미팅 주선” 귀띔 그렇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은 주로 어떤 생각에 빠져 특정 감정에 사로잡히고 이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 자존감 결여 등에 시달리는 것일까. 그는 “국내외 강연을 다녀보면 요즘 한국인의 고민은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무기력으로 모아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내가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향후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 하나? 등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이러한 고민들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문제고, 당장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하다가, 자기 전에, 혹은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불안감이 밀려오면 “마음아, 그 일이 일어나면 생각하자”고 하는 문구를 되새기는 명상법을 통해 생각을 날려 버리라고 조언했다. 외로움에 대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사용 등에서 비롯된 ‘초연결사회’의 부작용 탓에 요즘 사람들이 더욱 크게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예전과 달리 사람이 싫어지면 온라인에서 쉽게 차단해 버리는 탓에 관계 맺기 과정에서 에너지를 쓰기 싫어하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생각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행동도 중요하다고 봤다. 우선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혼자가 편하다고 여길 때도 있는데 외롭다고 느껴지는 건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누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면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떠오르는 사람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연락은 하지 않은 채 수동적으로 연락을 받기만을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그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서로 배우고 공감하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서 “만남을 통해 때론 상처를 주고받지만 치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세 번째, 무기력은 “반복되고 지쳐 있는 일상에서 온다”고 했다. 그는 “‘회사, 집, 회사, 집’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내가 무엇을 했을 때 활력이 생기는지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코끼리 앱에선 명상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싱글 남녀의 활력을 위해 ‘스피드 데이팅’ 등 미팅도 주선하고 있다”고 슬쩍 귀띔하기도 했다. ●‘無毛한 형제들’·‘TMI메이트’ 교류 자체만으로 힐링 그가 아무리 만인의 ‘힐링 멘토’라 해도 생각을 버리지 못할 때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나도 사람”이라면서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내 SNS에는 종교인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며 세속적이다. 땡중이 뭘 안다고 조언하느냐 등의 악플이 잔뜩”이라면서 웃었다. 그는 “기분 나쁜 말을 되새기면 몸이 아프고 힘들다”면서 매일 의식적으로 1시간씩 걷는 것이 생각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걸으면서 나무도 보고, 웃는 아이들도 보고, 신호가 바뀌고 차들이 달리는 것에 주의하면 잡생각이 저절로 사라진다. 그는 스트레스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도 해소한다. 헤어 스타일이 서로 비슷한 연예인 홍석천, 하림,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 등과 ‘무모한 형제들’이라는 모임을 갖고 정기적으로 만나 ‘폭풍 수다’를 떤다. 스타강사 김미경, 야구선수 박찬호 등도 그의 ‘TMI(Too much talking) 메이트’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모임이 오히려 피곤할 때가 있지 않느냐고 물으니 “모임은 목적이 있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속한 모임이 내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판단하는 순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는 “진정한 치유의 모임은 좋은 사람들이 교류 자체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마지막 질문에 그는 확신에 찬 눈빛 속에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행복의 조건은 확실히 있습니다. 몸이 건강한 것, 스스로 의미를 느끼는 일을 하는 것,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것입니다. 물론 좋은 집, 차를 사거나 명품을 구매하는 것도 기쁨이지만 우리는 사람이기에 순간의 만족뿐만 아니라 의미를 찾으며 살아갑니다. 가장 보람된 삶의 의미는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여길 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자존감과도 연결되고요. 명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감사함과 자신감을 얻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좀더 행복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초인종 누르고 달아나는 아이들 차량 들이받아 3명 사망

    초인종 누르고 달아나는 아이들 차량 들이받아 3명 사망

    10대 아이들이 이웃집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나는 장난을 쳤다. 그런데 40대 집주인은 화가 치밀어 아이들이 타고 달아나던 자동차를 뒤쫓다가 들이받아 3명이 목숨을 잃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일어난 일인데 리버사이드 카운티 지방검찰청은 23일 아누락 찬드라(42)를 테메스칼 캐니언 로드에서 교통사고를 고의로 일으켜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혐의로 기소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6일 전했다. 한 아이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남동쪽으로 80㎞ 떨어진 코로나 시의 모예스카 서밋로드에 있는 자택 초인종을 누른 뒤 아이 6명이 2002년식 도요타 프리우스 차량을 타고 달아나자 2019년식 인피니티 Q50을 몰아 추격하다 프리우스 뒤를 들이받았다. 프리우스는 도로에서 퉁겨나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대니얼 호킨스, 제이콥 이바스쿠, 드레이크 루이스(이상 16) 등이 목숨을 잃었고 운전을 했던 세르히오 캄푸사노(18)를 비롯해 각각 13세와 14세 두 소년 등 셋이 다쳤다. 존 홀 검사는 24일 이메일 답변을 통해 “이 사건 정황들은 예사롭지 않다. 피고가 한 행동들은 초인종 장난을 치고 달아나던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고 부적절한 응징이었다”고 말했다. 피고 찬드라는 방어권을 주장하며 23일 예정됐던 법정 출두를 다음달 21일로 미뤘다. 사형 선고가 가능한 양형이어서 보석도 허용되지 않는다. 캄푸사노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방송인 NBC4 인터뷰를 통해 인피니티 차량이 자신의 차 뒤쪽을 들이받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으며 얼굴이 유리 파편에 맞아 찢겼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들은 제이콥의 생일을 함께 축하한 뒤 밖에서 잠자리를 청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풀장에 뛰어들든지 아니면 초인종을 누르고 달아나자고 했다며 그 아이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제의 남성이 자신들에게로 달려오자 마침 옆에 있던 프리우스 차를 몰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바람의 시작/박준

    바람의 시작/박준

    며칠 전 경남 밀양을 지났습니다. 한번 제대로 가본 적 없는 밀양이지만 이처럼 길 위로 지난 것은 여러 번입니다. 그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 아무런 일도 없이 밀양에 와야지, 여행이라 할 것도 없이 밀양에 와야지, 와서 며칠이고 머물러야지’ 하고 말입니다. 이것을 두고 소망이나 소원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거창하겠지요. 그러니 바람이나 희망쯤으로 해 두겠습니다. 바라고 희망하던 그날이 오면, 저는 아마 밀양역에서부터 걸음을 시작할 것입니다. 역 밖으로 나와서 가장 먼저 그동안 간판만 보며 군침을 삼켰던 밀면집에 들어갈 것입니다. 오후 두 시 정도 되는 늦은 점심이나 오후 다섯 시쯤 되는 이른 저녁에 들어서서 혼자 테이블에 앉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비빔밀면과 물밀면 사이에서 고민할 것입니다. 만두나 전병처럼 곁들일 수 있는 음식이 있다면 혼자 왔다는 미안함을 핑계 삼아 함께 주문할 테고요. 밀면을 먹으면서 누구를 떠올리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유난히 신맛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면 요리를 먹을 때면 으레 들어 있는 삶은 계란을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 남은 면발과 함께 먹던 사람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지금은 제가 생각하지 못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가 되었든 그리울 것입니다. 누가 되었든 그리워서 더 좋아질 것입니다. 밥을 먹고 나온 후에는 천변을 걸을 것입니다. 밀양강은 조금 더 남쪽으로 흘러 삼랑진쯤에서 낙동강과 만나며 스스로의 이름을 숨기게 됩니다. 천변을 걷는 동안 상상력이 좋지 않은 저는 분명 ‘밀양 아리랑’의 노랫말을 더듬어 볼 것입니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로 시작되었다가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 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으로 이어지는 노래 말입니다. 저녁이 깊어지면 숙소도 하나 구할 것입니다. 가방을 내려두고 거칠어진 몸을 씻을 테지요. 잠자리에서는 누워 한참이나 뒤척일 것입니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새벽쯤에야 깊은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뜰 것입니다. 눈을 뜨고 나서는 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 탓에 아주 잠시나마 멍해지기도 할 것입니다. 어떤 일의 이루어짐은 그것을 바라고 희망하던 사람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삶이라는 것이 혹은 계획이라는 것이 늘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바람과 희망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루어진다는 말 자체는 성립되지 않을 테니까요. 밀양에 머물고 싶어 했던 그간의 바람이 없었다면 어쩌다 그곳에 가게 된다 하더라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처럼 말입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를 그 음식 앞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고, 어딘가로 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나를 그곳으로 보낼 것입니다. 어떤 대상을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결국 그 사람과의 만남을 부를 테고요. 그러니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앞으로 이루어질 일들이 많다는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생각 역시 저의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그리고 믿음이기도 합니다. 바람과 희망 그리고 믿음에 관해 제가 좋아하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기왓장에 흰 글씨로 자신의 소원을 적는 ‘기와불사’. 저는 그 기왓장에 적힌 사람들의 소원을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거기에 요행이나 무리한 소원을 적어놓은 사람은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나의 기왓장에 가족이 서로 다른 필체로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행복’이나 ‘화목’ 같은 말들을 적는 것이 보통이지요. 그 글자들을 하나하나 눈에 넣으며, 사람의 바람과 희망에는 이미 자신이 이루어낸 것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 아니었다면 그 깊은 산사까지 여행을 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 기왓장에 소원을 쓴 가족은 이미 소원을 이룬 셈입니다. 환하게 열린 한해의 시간들 속에서 어떤 바람을 품어야 할까요. 그 바람은 어떻게 현실이 될까요. 그리고 현실 앞에서 우리는 어떤 말을 꺼내게 될까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마음의 바람과 삶의 현실과 인간의 말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 멀지 않음의 힘으로 우리는 더 멀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오래된 저의 믿음입니다.■ 박준 시인은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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