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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버스·지하철 타면 꾸벅꾸벅 조는 건 ‘미세진동’ 탓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버스·지하철 타면 꾸벅꾸벅 조는 건 ‘미세진동’ 탓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 히터가 가동됩니다. 따뜻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밤잠을 제대로 못 잔다고 하는 사람들도 차를 타면 고개를 떨구고 잠에 빠지기도 합니다. 잠을 안 자고 칭얼대는 아기들은 안고 살짝 흔들어 주면 금세 잠든다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방법으로도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은 카시트에 앉혀 드라이브를 하면 10분도 안 돼 잠들기도 하지요. 물론 버릇이 되면 침대에서 재우기는 더 힘들어진다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를 타면 꾸벅꾸벅 졸게 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호주 왕립멜버른공과대 연구팀은 자동차에 사람을 태우고 진동 주파수를 조절하면서 졸음이 오는 순간을 측정한 결과 저주파인 4~7㎐ 진동이 지속될 경우 졸음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국제학술지 ‘인체공학’에 발표했습니다. 그렇지만 진동이 수면을 유도하는 신경학적 과정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신경과학과, 파버신경과학연구소, 펜실베이니아대 생명공학과 공동연구팀은 초파리 실험을 통해 미세한 진동이 ‘습관화’되면서 더 쉽게 잠들고 일정 진동이 있을 때 더 깊이 잠들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수면과학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재미 한국인 신경과학자 고경희 토머스제퍼슨대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12월 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생물학 실험 동물인 초파리로 진동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파리에게 처음 진동을 가하면 활동성이 커지지만 진동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습관화’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쉽게 잠들게 됩니다. 습관화는 동일한 자극이 반복적으로 제시될 때 점차 주의를 덜 기울이고 초기 반응이 감소하며 자극에 익숙해지는 일종의 학습 과정입니다. 실제로 초파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세 진동이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서 진동 자극에 대해 둔감해지고 수면 자극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연구팀은 미세 진동 환경에서는 더 깊고 오래 잠든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미세 진동은 깊이 잠들었을 때와 비슷한 뇌파를 유도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도록 변형시킨 돌연변이 초파리는 일반 초파리들이 쉽게 잠드는 진동 주파수에서도 잠들지 못하고 잠이 들더라도 금세 깬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초파리 수면 패턴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유전학적 관점에서 사람과 초파리는 유사점이 많은 만큼 파리의 수면조절 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의 수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점은 있을 것입니다. 겨울이 되면 추위로 활동량이 줄어들고 난방으로 실내가 건조해지면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나 불면의 밤을 새우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처럼 흔들침대에서 잠들거나 초파리들처럼 미세 진동 환경에서 잠들 수는 없는 만큼 야식을 피하고 잠들기 직전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마시고 잠자리에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불면의 겨울밤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신간] 김이환 시인의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

    [신간] 김이환 시인의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이환 시인이 19일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을 출간했다.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에는 김이환 시인이 그동안 쓴 100여편의 시 가운데 ‘구월의 메아리’, ‘물레방아 인생’, ‘고추잠자리’ 등 60여편의 작품을 4부에 걸쳐 담았다. 그는 시집에 실린 유수진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시집을 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2019년 1월 어느 아침에 아침 불연 듯 시상이 떠올라 시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첫 작품은 ‘어디로 가고 있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태주 시인이 그리는 계절과 상황의 멋과 필치를 존경한다”면서 “소소한 일상을 담은 진솔한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194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전 보문고와 중앙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신문대학원과 성균관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남그룹 기조실장과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한국PR협회장을 지내는 등 지난 50년간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광고업계의 산증인이다. 한국시인협회장인 나태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시는 정제된 언어,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데 김 시인의 시들이 그렇다”면서 “김 시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살가운 눈길이 있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도훈. 128쪽. 1만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건조한 날씨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모발에 영양분 주세요

    건조한 날씨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모발에 영양분 주세요

    머리 감지 않고 60개 정도 당겼을 때3개 이상 빠지면 ‘탈모 진행중’ 의심남성 30대 초반·여성 40대 많이 빠져 균형 잡힌 식단·두부·야채 섭취 도움지나친 스트레스 피하고 숙면도 중요머리 감을 때 가벼운 두피 마사지 효과지루피부염 환자는 잦은 파마 피해야‘가을바람과 함께 떨어지는 머리카락.’ 낮은 짧아지고 건조한 계절이 되면 탈모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데서 나온 표현이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 탈모의 원인과 증상, 대처법을 알아본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각각의 모발이 독립적인 성장 주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동물처럼 털갈이를 하지 않고 일정한 수의 모발을 유지할 수 있다.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동양인의 모발은 대략 9만~10만 가닥 정도라고 한다. 모발은 평균 3~10년을 성장하며 하루 평균 50~100개 정도가 자연적으로 빠지고 같은 수의 모발이 새로 생겨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평균 하루 60~80개 정도 빠지면 정상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하지만 새로 자라는 숫자보다 더 많은 모발이 빠지는 현상이 나타나면 모발 개수가 점차 줄어들어 흔히 얘기하는 탈모증에 이르게 된다. 탈모증인지 아니면 자연스런 모발의 생장 과정인지를 스스로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발을 당겨 보는 것이다. ‘당김 검사’라고 한다. 최소 하루 전부터 머리를 감지 않은 상태에서 엄지와 검지, 중지를 이용해 모발의 뿌리 근처에서 60개 정도의 모발을 팽팽하지만 강하지 않게 당겼을 때 3개 이상의 모발이 떨어져 나오면 탈모가 진행 중이라고 의심할 수 있다.●두피 혈액 순환 안 되면 평소보다 많이 빠져 모발의 성장과 수명에는 영양상태나 호르몬, 기온, 햇빛 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가을, 겨울철에는 일조량의 변화로 탈모에 영향을 주는 체내 호르몬 분비가 변하고 차고 건조한 날씨가 두피의 혈액 순환을 방해해 모발을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탈모가 생길 수 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피부센터 김규석 교수는 “여름철 강한 자외선과 땀, 피지, 먼지 등으로 두피와 모발이 손상을 입은 경우 가을에 본격적인 탈모가 시작될 수 있다”면서 “가을 탈모는 실내 난방 생활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두피가 더욱 건조해지는 겨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생활습관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일조량을 고려할 때 가을부터 겨울까지 일어나는 탈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통해 만들어진 영양분인 정혈(精血)이 온몸의 세포, 조직, 기관에 충분히 영양을 공급하고 남아돌아야 비로소 모발에 공급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모발 생장에 필요한 많은 양의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인체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을 탈모 치료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사람의 모발은 평생 수차례에 걸쳐 성장하고 빠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모발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발주기에서 모발이 활발하게 자라는 시기를 생장기, 모발이 성장을 멈추고 빠져나가는 시기를 휴지기라고 한다. 정상적으로는 전체 모발의 10% 정도가 휴지기 모발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고 우리 몸의 대사도 활발해 생장기 모발의 비율이 높아졌다가 가을이 되면 대사율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휴지기 모발 비율이 높아진다. 이를 계절에 따른 ‘휴지기 탈모’라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허창훈 교수는 “휴지기 탈모는 대부분 증상이 심하지 않고 3~4개월 안에 회복되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서 “다만 시간이 지나도 탈모가 멈추지 않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요인이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탈모 증상이 주로 나타나는 연령대는 남녀가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이르면 10대 후반부터 나타나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증상이 뚜렷해진다. 여성은 20대 후반에 시작돼 40대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도영 교수는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탈모 증세가 좀더 늦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도 점차 식생활을 포함한 전반적 생활 패턴이 서구화되면서 발병 연령이 남녀 모두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탈모증은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탈모를 예방하는 특별한 음식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강조한다. 특정 식품이 탈모를 치료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장성은 교수는 “탈모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이 되는 건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균형 잡힌 식단”이라면서 “다만 동맥경화 같은 심장질환과 머리털이 빠지는 증상이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나친 동물성 지방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두피 마사지도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과도한 경우에는 오히려 탈모를 촉진할 수도 있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특정 식품이 탈모 치료’ 과학적 근거 없어 탈모를 예방하려면 모발에 필요한 에너지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인체 시스템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소 지나친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히 잠을 잔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긴장은 모발 성장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을 이완시키는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반신욕이나 족욕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두피와 얼굴로 지나치게 열이 몰리거나, 땀을 내면 기운이 빠지는 체질이라면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반신욕으로 땀을 빼거나 몸의 열을 높이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평소 달거나 기름진 음식, 과도한 음주는 피한다. 체내 노폐물이 쌓이면 지루성 피부염 등 두피 염증을 일으키고 탈모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콩이나 두부 등 식물성 에스트로겐, 생선, 들깨 같은 필수 지방산, 항산화 작용을 하는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끼니를 거르거나 TV, 컴퓨터 모니터 등을 오랜 시간 마주 하고 잠을 늦게 자는 생활습관은 피해야 한다. 평소 머리를 감거나 빗을 때 가볍게 두피 마사지를 하는 습관도 권장된다. 모발 성장에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녹차, 사과, 포도, 보리 등의 자연추출물을 이용해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차례 마사지를 하는 게 좋다. 손가락 끝 지문 부위로 5~10초간 머리를 지그시 누르는 방식으로 5~10분 정도 두피 전체를 마사지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모발 손상을 막기 위해 저녁에 머리를 감되 머리를 완전히 말린 뒤 잠자리에 든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김정은 교수는 “두피에 만성 염증성 질환인 지루피부염을 가진 환자는 잦은 파마나 염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자칫 피부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온택트로 세계문화체험… 어린이 행복한 금천

    온택트로 세계문화체험… 어린이 행복한 금천

    서울 금천구가 어린이를 위한 ‘세계문화체험-달라서 좋아요’를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14일과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시흥글로벌인재학당 온라인플랫폼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세계시민교육의 하나로 어린이에게 여러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4회를 맞는 이번 행사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체험교육으로 진행된다. 참가자는 사전에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배부받은 체험 소품을 활용해 실시간 중계를 보며 체험할 수 있다. 체험관은 베트남관, 중국관, 터키관, 이탈리아관, 프랑스관, 영국관, 미국관, 하와이관 등 8개 문화관으로 구성된다. 외국어 전문 마을강사 8명이 체험관 운영을 담당한다. 체험자는 온라인에서 각 문화관을 한 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두 차례, 이틀 동안 4개관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베트남관에서는 대나무로 잠자리 만들기를, 하와이관에서는 꽃목걸이로 치장하기를, 영국관에서는 해리포터 마법 게임 등을 진행한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앞으로도 금천구 어린이들이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밤 10시 전 잠들면 키 ‘쑥쑥’… 먹고 뿌리는 성장호르몬은 없다

    밤 10시 전 잠들면 키 ‘쑥쑥’… 먹고 뿌리는 성장호르몬은 없다

    또래보다 키가 작은 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말 그대로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키가 안 큰다 싶으면 혹시 모유를 덜 먹여서 그런 건 아닐까, 아침을 제대로 안 챙겨 줘서 그런 건 아닐까 죄책감을 느끼기 일쑤다. 키 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식품 등 관련 정보도 넘쳐난다. 그 가운데 하나인 성장호르몬을 살펴본다. 성장호르몬은 말 그대로 키를 자라게 해 주는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체내에서 뼈와 연골의 성장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지방을 분해하고 단백질 합성을 통해 근육량 증가를 촉진하는 구실을 한다. 사람의 뇌하수체에서 처음으로 성장호르몬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 건 1956년이었다. 1972년에는 성장호르몬의 생화학적 구조를 규명했고 1979년에는 성장호르몬 유전자도 발견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성장호르몬을 성장호르몬 결핍증 어린이에게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건 1985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성장호르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성장호르몬 결핍이 있는 저신장 아이들에서 키를 키우는 목적으로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성장호르몬을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 것을 가리킨다. 성장호르몬 치료 대상은 성장호르몬결핍증(선천성, 뇌종양에 의한 기질성), 태어날 때부터 작은 아이, 만성신부전, 모든 것이 정상이지만 부모 키가 작아서 작은 아이로 성인이 됐을 때 남자 160㎝, 여자 150㎝ 미만으로 예측되는 아이 등이다. 서정환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는 3일 “성장호르몬 치료는 정확한 성장 속도를 측정해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면서 “성장 속도 평가는 적어도 3개월 간격으로 진행하며 성장 반응과 몸무게, 성장호르몬 농도에 따라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연령과 성별에서 키 순위가 100명 중 세 번째 이하로 작고 정밀 검사상 성장호르몬 결핍증으로 진단을 받은 경우, 골연령(뼈 나이)이 역연령(실제 나이)보다 어린 경우 등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성장호르몬 무분별한 치료 땐 부작용 많은 부모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혹시 부작용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김재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일반적으로 약을 투약했을 때 얻는 이득이 부작용 등으로 인한 손해보다 더 크다고 판단될 때 투약을 결정한다”면서 “성장호르몬은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약제”라고 말했다. 김진섭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가장 흔한 부작용은 5~10%에서 나타나는 손발이나 얼굴이 붓게 되는 수분 저류로 인한 말초 부종 증상이며 그 외에 이상감각, 관절 경직, 관절통, 근육통, 두통, 혈압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호르몬의 무분별한 치료나 검증되지 않은 약제들과 병용 사용할 경우 또는 기저질환을 고려하지 않은 치료 등에서는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성장호르몬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많이 분비되기도 하고 적게 분비되기도 한다. 또 분비된 성장호르몬이 아이의 키 성장에 쓰일 수도 있고 다른 곳에 쓰일 수도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면, 즐거운 마음가짐, 규칙적인 운동, 건강한 신체 등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킴과 동시에 성장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불균형한 영양 섭취, 과식으로 인한 비만, 정신적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 운동 부족, 질병 등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저해하고 성장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창 키가 클 때는 하룻밤에도 3㎝씩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수면이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성장호르몬 하루 분비량의 약 60~70%가 오후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분비되기 때문에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아이의 성장에 좋다. 아이들이 늦게 잠자리에 드는 이유 중 대부분은 부모의 생활습관을 닮기 때문이다.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아이는 키 성장을 위한 황금시간대를 놓치는 꼴이 되니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부모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보통 2~3세 아이들의 경우 하루 12~14시간 정도의 수면이 필요하고 4~6세 아이들은 11~12시간, 7세 이후는 매일 적어도 9~10시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 몸이 아파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든지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될 경우 당연히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돼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 역시 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만약 아이들이 어떤 이유로 인해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다면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저하돼 성장 속도가 늦춰지게 된다. ●스트레칭하면 성장판 주위 혈액순환 촉진 성장호르몬은 가만히 있을 때보다 몸을 일정한 강도 이상으로 움직일 때 더 많이 분비된다. 뛰어노는, 좀더 정확히 말하면 뛰는 것이 성장점을 자극해 성장호르몬 분비를 늘리는 것이다. 팔다리 관절을 쭉쭉 펴 주는 스트레칭 체조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시간, 장소 모두 내 맘대로 할 수 있다. 몸을 쭉쭉 늘여 주는 효과 외에 성장판 가까이 위치한 관절과 근육을 자극해 성장판 주위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키가 크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 박수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운동은 단순히 아이의 키만 쑥쑥 늘여 주는 것이 아니다. 뼈와 마찬가지로 근육에도 성장판이 존재하는데 관절운동으로 인해 수축과 이완이 반복되면 근육 성장판이 자극을 받아 근육세포가 자라게 된다”면서 “성장판 주위의 혈액순환과 대사활동을 증가시켜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더욱 촉진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소아과 관련 전문의들은 ‘키가 커지는 비법 같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유한욱 서울아산병원 소아내분비대사과 교수는 “성장호르몬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먹게 되면 분해돼 효과가 없어진다”면서 “많은 부모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먹는 약(한방약 포함)이란 없다. ‘먹는 성장호르몬’이나 ‘스프레이 성장호르몬’ 등은 성장호르몬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시신 사진까지” 검은 반지의 비밀…징역 30년 확정(종합)

    “시신 사진까지” 검은 반지의 비밀…징역 30년 확정(종합)

    가출청소년 모아 절도 등 범죄행위 동원도망친 청소년 유인해 살해 후 사체은닉1·2심, 징역 30년·25년 선고…대법 확정법원 “죄질 매우 나빠” 중형 선고 숙식을 해결해주겠다며 가출청소년들을 모아 범법 행위에 동원하던 중 달아난 미성년자를 유인해 살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에 대해 중형이 확정됐다. 2일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보복살인등) 및 피유인자살해, 사체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3)에게 징역 30년, 살인과 사체은닉을 도운 공범 변모씨(23)에게는 징역 25년이 확정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가출한 미성년자를 상대로 숙식을 해결해주고 이를 빌미로 범법행위를 시킬 목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잠자리를 제공해주고 쉽게 돈을 벌게 해주겠다”며 가출청소년들을 유인했다. 김씨는 ‘가출팸’의 일원으로 들어온 청소년들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이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감시해 감금하면서 타인의 체크카드를 배송받아 전달하는 일 등을 시켰다. 김씨는 ‘가출팸’을 탈퇴한 A군(당시 16세)이 자신의 범행을 경찰에 진술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지인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해 측근인 변씨 등과 함께 살해하고 오산시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김씨 등은 A군을 살해한 뒤 시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숨진 A군은 지난해 6월 한 시민에 의해 발견됐다. 산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된 건데 당시엔 그 누구도 시신이 A군이란 걸 몰랐다. 부검으로 시신이 남성이란 점과 15세~17세의 청소년인 점, 심한 충치가 있다는 점이 나왔지만 그 외에 특별한 신체적 특징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검은색 반지와 귀걸이가 단서였다. 경찰은 사건을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그 일대에 사는 비슷한 연령대의 장기결석자·주민등록증 미 발급자 등 3만8000여명을 추렸다.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던 중 연락이 닿지 않는 4명의 SNS를 살피던 경찰은 그중 1명의 SNS에서 검은색 반지를 발견하게 된다. A군의 SNS였다. 그는 백골 시신에서 나온 반지와 같은 디자인의 반지를 끼고 있었다. 경찰은 A군의 가족과 시신 DNA 결과를 대조해 A군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이후 주변 행적을 뒤져 김씨 등을 지난해 8월 붙잡았다. 범행 11개월 만의 일이었다.“범행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조직적 살해” 1심은 “살인 및 사체은닉 등 범행은 가출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김씨가 변씨 등과 공모해 사전에 범행방법을 모의하고 범행도구를 준비하는 등 계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살해 방법 역시 매우 잔혹하다”며 “게다가 김씨는 범행을 주도하고도 구체적 경위에 관해 변씨 등에게 그 책임을 일부 전가하고 있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했다. 변씨에게는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위치추적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했다. 2심도 “양측이 각각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미성년인 피해자의 생명을 일순간 앗아간 범행에 이르게 된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의 수단과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다”며 “김씨 등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유가족 중 일부와 합의한 점 등 여러가지 유리한 정상참작을 살펴봐도 원심이 선고한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 등은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피고인들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김씨에게 징역 30년, 변씨에게 징역 25년을 각 선고한 것이 부당하지 않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2일부터 접경지 한강하구 생태조사 착수

    2일부터 접경지 한강하구 생태조사 착수

    환경부와 통일부는 2일부터 내년 8월까지 10개월간 남북접경 지역인 한강(임진강) 하구 우리측 지역 습지에 대해 생태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조사 구역은 김포시 월곡면 보구곶에서 한강 상류부(만우리) 일대 80㎢, 4개 구역이다.남북은 지난 2018년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한강하구 공동이용수역에 대한 공동수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한강 하구의 생태·환경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조사 필요성에 따라 남북 공동의 추가 조사에 대비해 기초자료 수집 차원에서 추진된다. 한강 하구는 자연적으로 바닷물이 유입되는 열린 하구이자 장기간 인간의 간섭없이 보존돼 생물 다양성이 뛰어난 세계적인 하천·해양 생태 구간이다. 그동안 남북 접경지대라는 지리적 여건상 세부 현황 파악이 어려웠다. 부분적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저어새·수원청개구리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개리·꼬마잠자리·노랑부리저어새·뜸부기·물방개 등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한강 하구 우리측 지역 습지와 그 배후지역의 사계절 생태 변화를 비롯해 야생동물의 분포 현황 및 식물의 지리학적 특성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조사대상은 조류·포유류·식생·식물상 등 8개군이다. 위치추적기 등을 활용해 한강하구 일대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조류·포유류 등)의 분포 현황 및 특성도 파악한다. 또 식물유전자의 염기 서열을 분석해 한강하구 식물의 지리학적 특성을 조사하고, 남북 지역에 공통으로 서식하는 식물의 유전학적 영향을 밝혀 남북 공동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4년간 매일 용돈 주고 잘 곳까지 내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노숙인에게 친절을 베풀던 노인이 있었다. 자신도 넉넉지 않은 사정인데도 친인척도 아닌 노숙인에게 매일 용돈을 챙겨줬을 뿐만 아니라 잘 곳까지 종종 내준 터였다. 4년 넘게 이어진 호의를 어느새 권리로 받아들였던 걸까. 지난해 9월, 노숙인은 노인을 폭행하고 살해했다. 그는 “무시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유 없는 살인’에 가깝다고 보고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4년간 매일 용돈 주며 잘 곳까지 내준 피해자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0)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피해자 B(사망 당시 68세)씨는 부산의 한 옥탑방에서 거주하며 시장에서 꽃이나 화분을 파는 가난한 노점상이었다. 그는 건물 관리인으로도 일하는 등 성실하게 삶을 꾸려갔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B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었다. A씨도 B씨의 도움을 받는 노숙인 중 1명이었다. B씨는 2015년 겨울부터 A씨에게 매일 용돈 1만원을 줬고, 가끔 그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자신이 생활하는 방을 내주기도 했다. 건물관리 일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앙심 B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베푼 호의는 A씨에게 어느새 당연한 권리처럼 여겨졌다. B씨가 다른 노숙인들에게도 호의를 베푸는 것도 탐탁지 않게 느껴졌다. A씨는 B씨가 맡고 있던 건물관리인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B씨가 이를 거절하자 A씨는 분노했다. A씨는 “무시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월, A씨는 B씨의 옥탑방에 자주 들르던 다른 노숙인에게 “B씨가 형님을 다시는 안 보고 싶다고 한다. 찾아오는 것도 싫다고 하더라”라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노숙인은 B씨의 옥탑방에서 짐을 챙겨 떠났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다른 노숙인을 떠나게 할 목적이었다. 잔혹하게 살해…증거 은폐·현장 정리까지 B씨가 돌아오자 A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곧 주먹과 발로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내 선풍기 전선으로 목을 졸랐고, 흉기로 손목을 긋는 등 잔혹하게 B씨를 살해했다. B씨가 숨진 뒤에도 A씨는 곧바로 떠나지 않고 현장에서 3~4시간 동안 머물며 증거를 은폐한 뒤 도주했다. 1심, ‘무시당해 앙심 품고 살인’ 징역 15년 선고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양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A씨의 살해 동기를 ‘보통동기’로 봤다. 법원은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으로 범행 동기도 살피는데, ▲참작동기 살인은 4~6년(가중시 5~8년) ▲보통동기 살인은 10∼16년(가중시 1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비난동기 살인은 15∼20년(가중시 18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중대범죄 결합 살인 20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25년 이상 또는 무기 이상)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 23년 이상 또는 무기(가중시 무기 이상) 등이다. 보통동기 살인에는 ‘피해자로부터 인간적 무시나 멸시를 받았다고 생각하여 앙심을 품고 살인’이 포함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무시받았다고 생각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보통동기 살인으로 판단했다. 징역 15년은 양형 기준상 권고형 범위 내에서 선고한 것이었다. 2심 “무시당했다? 석연찮다”…징역 18년 선고 그러나 2심의 판단은 1심과 다소 달랐다. 항소심(2심) 재판부 역시 A씨의 범행이 보통동기 살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양형에서는 1심보다 엄중하게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이 사건 범행을 ‘보통동기 살인’의 기본영역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적절한 판단”이라면서도 권고형의 상한을 벗어난 징역 18년을 선고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어왔고, A씨 역시 B씨로부터 용돈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등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럼에도 A씨는 억지 요구를 거절한 것이 불만이었다거나,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B씨의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살인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에서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를 ‘비난동기 살인’으로 규정해 ‘보통동기 살인’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근거는 피해자가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는 억울한 결과와 그 유족들이 겪어야 하는 황망한 상황을 초래한 위법성과 책임이 더 크다는 고려를 반영한 것”이라며 “A씨의 범행을 ‘비난동기 살인’에 준해 처벌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형량이 너무 과하다’는 A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사설]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 방지책 서둘러 내놔라

    올해 들어 택배 노동자 10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지난 12일 숨진 한 택배기사의 메신저 내용이 어제 공개돼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에서 일하던 김모(36)씨가 지난 8일 새벽 4시 28분쯤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오늘 420(개의 물량을)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 집에 가면 5시”라며 “밥먹고 씻고, 바로 한숨도 못 자고 나와 터미널에서 또 물건 정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택배 기사들은 보통 집하장 물류센터에서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심지어 점심을 거르면서도 분류 작업에 매달리다 오후에 배달 업무에 나서는데 밤늦게나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격무에 시달린다. 김씨는 “어제도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했다”며 힘들어했는데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 15일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한 택배기사의 아내는 남편의 몸 상태가 걱정돼 “잠자리에서 일부러 몸을 건드려 본다”고 털어놓아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8일 서울 노원구에서 일하던 CJ대한통운 소속의 김모(48)씨가 여덟 번째 희생자로 기록됐는데 김씨가 숨진 날 경북 칠곡의 쿠팡 물류센터 20대 일용직 A씨가 세상을 등진 사실이 16일 뒤늦게 알려졌다. 여드레 동안 세 명이 유명을 달리하자 국회와 고용노동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치권은 국정감사에 택배 기사들을 증인으로 불러 고충을 들어 보겠다고 했고, 고용부는 어제 고용노동 위기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등 주요 서브 터미널 40곳과 대리점 400곳을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3주 동안 과로 등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 긴급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택배 기사 6000명에 대한 면담과 함께 대리점이 산재보험에 가입했는지 등을 점검한다고 했다.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근본 원인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유통이 폭증해 인력 충원이 제때 이뤄져야 하는데 택배 회사들이 이를 외면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부 당국마저 변죽만 울리고 있다. 많은 이들이 물류 분류와 배달 업무를 이원화해야 과로사를 막을 수 있다고 요구해 왔는데도 택배 회사들은 들은 척 만 척한다. 그나마 가족이 분류 업무를 도와주면 과로사를 면하고 혼자 떠맡으면 과로사한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대리점은 물량이 늘었다는 이유로 건당 수수료를 깎아 기사들이 더 많은 물량을 떠맡도록 강요한다. 범정부 TF는 10~12월 실태 조사를 거친 뒤 내년에 방지책을 내놓겠다는 것이 종전 입장이었다. 늦어도 너무 늦다.
  • 유령과 사랑에 빠져 약혼 주장하던 英 여성, 파혼…이유는?

    유령과 사랑에 빠져 약혼 주장하던 英 여성, 파혼…이유는?

    2년여 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령과 사랑에 빠져 사귀고 있다”고 주장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던 영국인 여성 애미시스트 렐름. 현재 나이 만 32세인 이 여성은 유령과 사귀기 시작했다고 주장한 지 9개월 만에 약혼까지 발표했었지만, 올해 파혼한 소식이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유는 유령 남자 친구의 제멋대로 구는 성격을 뒤늦게 깨달아 버렸기 때문. 즉 성격 차이라는 것인데 함께 여행에 다녀온 뒤 그의 성격이 돌변했고 악한 유령 친구들까지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는 것이 렐름의 주장이다.영매사인 렐름은 2018년 8월 영국 ITV 아침방송 ‘디스 모닝’에 출연해 유령과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었다. 렐름은 그전에도 방송에 출연해 20여 명의 유령과 만나 잠자리(귀접)를 가졌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렐름은 마침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대를 찾게 됐고 매우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는 것을 방송 중에 밝힌 것이었다. 당시 그녀가 푹 빠진 상대는 호주 여행 중에 만난 레이라는 이름의 유령으로 알려졌다. 렐름은 이 방송에서 “어느 날 수풀 속을 걷는데 갑자기 너무 강력한 에너지가 느껴졌다”면서 “그때 내게 이 사람(유령)이라고 생각되는 상대가 나타났다는 것을 바로 느꼈다”고 말했다. 렐름은 또 “우리 관계는 진지하다. 그의 아이를 낳는 것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게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난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믿는다”고 털어놨다.이날 렐름은 사귄지 9개월만에 약혼하게 된 레이에 대해 “낭만적인 청혼을 하는 사람처럼 무릎을 꿇는 게 아니었다. 그에게는 무릎이 없으니까(웃음)”라면서도 “하지만 목소리는 잘 들는데 낮고 너무 섹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르고 싶다. 과거에는 사람 남자와 약혼한 적도 있지만 레이와의 약혼으로 난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면서 “잠자리도 사람 남성보다 훨씬 더 쾌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렐름의 이런 발언은 당시 SNS나 다른 나라 여러 매체에서도 다뤘을 만큼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유령 레이에게 홀딱 빠진 모습을 보였던 렐름이 올해 들어 갑자기 파혼을 선언했다는 것이다.지난 14일(현지시간) 또 다시 ‘디스 모닝’과의 인터뷰에 응한 렐름은 현재 포르투갈에서 살고 있어 영상 통화를 통해 파혼 이유를 설명했다. 렐름은 “호주에서 함께 여행할 때는 잘 지냈었다. 하지만 그 후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면서 “그는 나쁜 유령 친구를 만나 배려심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또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나쁜 유령 친구들을 여러 명이나 데리고 함께 집에 오기까지 했다. 그래서 헤어지기로 결심했다”면서 “그를 집에서 내쫓아내고 집 주위에는 검은 전기석(투르말린·붕소, 알루미늄 따위를 함유한 규산염 광물)을 놓고 주문을 외워 정화했다”고 설명했다. 2년여 전과 확연히 달라진 렐름의 모습에 다소 놀란 방송 진행자들. 하지만 렐름의 결심은 굳은 듯이 보인다. 렐름은 또 양측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렐름은 “우리 가족과 레이의 가족들도 우리의 이별에 매우 실망했다. 레이의 가족과 잠시 만났지만 아들의 나쁜 행동을 그저 슬퍼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이렇게 된 것은 나 역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렐름이 주장하는 유령과의 잠자리는 이른바 귀접 현상으로도 불린다. 이는 귀신(또는 유령)과 접했다는 의미로, 귀신이 신체적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일부 정신분석학자는 내면에 잠재돼 있던 성적 욕망이 꿈을 꾸면서 표면 위로 올라와 특정한 현상으로 투사하는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상떠난 할머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기견의 눈물 사연 (영상)

    세상떠난 할머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기견의 눈물 사연 (영상)

    10년 넘게 이어진 80대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유기견의 우정이 사회에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할머니는 보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유기견은 매일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숨진 할머니 에우헤니아 프랑코(81)와 유기견 비앙카의 이야기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투누얀에 살던 할머니 프랑코가 유기견 비앙카를 처음 만난 건 최소한 10년 전으로 추정된다. 약국에서 근무하던 할머니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약국 주변을 배회하던 유기견에 음식을 주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약국에서 일한 할머니는 워낙 성실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2년 전 약국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근무를 계속했다고 한다. 지인들은 "이미 약국이 없어져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할머니가 유기견을 처음 만난 건 적어도 2000년대 후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 찾아오는 유기견에게 할머니는 비앙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먹을 걸 챙겨줬다. 약국이 문을 닫자 할머니는 79세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래서 문을 연 게 사망하기까지 운영해온 문방구다. 할머니와 유기견 비앙카가 만나는 장소는 약국에서 출근길로 바뀌었다. 매일 오전 8시 문을 열던 할머니는 자택까지 찾아오는 유기견 비앙카와 함께 걸어서 문방구로 출근했다. 종일 할머니와 시간을 보낸 유기견은 할머니가 퇴근할 때면 자택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반복됐다. 할머니가 자식 같은 유기견 비앙카를 입양하지 못한 건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이미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던 할머니에겐 비교적 덩치가 큰 유기견 비앙카를 데리고 살 만한 공간이 없었다. 할머니는 지인에게 "잠만 재워달라"고 부탁해 유기견의 잠자리를 마련해줬다. 10년 넘게 이어진 할머니와 유기견 비앙카의 만남이 끝난 건 지난달 16일 밤 할머니가 돌연 숨을 거두면서다. 할머니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와 유기견의 우정 스토리는 할머니의 사망 후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문방구 앞에서 매일 할머니를 기다리는 유기견 비앙카를 본 한 이웃이 한 신문사에 제보를 하면서다. 할머니와 유기견의 스토리를 취재한 신문은 3일 "할머니가 사망한 지 이미 보름이 됐지만 유기견 비앙카는 문방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연을 알게 된 이웃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빚 담보로 형님에게 아내를 맡긴 한 남편의 최후

    빚 담보로 형님에게 아내를 맡긴 한 남편의 최후

    돈을 빌릴 때 담보로 돈 되는 물건을 맡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최근 아프리카 남부 짐바브웨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담보로 맡겼다가 낭패를 본 다소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데일리스타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짐바브웨 마니칼랜드주(州)에 있는 마을 ‘지문야’에서 주민 앤서니 카반다는 동서지간인 형님 대니얼 마시코티에게 돈을 빌려썼다. 생활고에 빠져 식비와 자녀 학비 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반다는 돈을 빌리면서 먼저 형님에게 아내인 타파즈와 마투라를 담보로 맡기겠다고 나섰다는 것이다. 마시코티는 마투라의 언니와 결혼했었지만, 몇 년 전 사고로 사별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마투라는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잠자리에 드는 밤 10시부터 형부 집에 갔다가 그다음 날 새벽 4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 일이 카반다에게 끝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카반다는 형님에게 빌린 돈을 모두 갚았지만, 아내가 자신에게 돌아가길 거부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아내는 남편보다 형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좋다고 생각한 듯하다.아내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형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마치 소녀처럼 “사랑에 빠졌다”면서 “앞으로 평생 그와 함께 살고 싶다”고 털어놨다. 심지어 아내는 은연 중에 “남편은 침대에서 1분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니까”라고 폭로하기도 했다.이 사실을 안 카반다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 후로도 형님에게 소 한 마리를 빌렸지만, 갚겠다는 목표도 세우지 못하고 마을 대표에게 찾아가 아내를 되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이 변한 것에 대해 “그가 흑마술과 주술로 아내를 홀렸다”면서 “아내를 되찾기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반려독 반려캣] “왜 안오세요?”…세상떠난 할머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기견

    [반려독 반려캣] “왜 안오세요?”…세상떠난 할머니 하염없이 기다리는 유기견

    10년 넘게 이어진 80대 아르헨티나 할머니와 유기견의 우정이 사회에 알려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할머니는 보름 전 세상을 떠났지만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유기견은 매일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숨진 할머니 에우헤니아 프랑코(81)와 유기견 비앙카의 이야기다.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투누얀에 살던 할머니 프랑코가 유기견 비앙카를 처음 만난 건 최소한 10년 전으로 추정된다. 약국에서 근무하던 할머니가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약국 주변을 배회하던 유기견에 음식을 주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약국에서 일한 할머니는 워낙 성실해 고령에도 불구하고 2년 전 약국이 문을 닫을 때까지 근무를 계속했다고 한다.지인들은 "이미 약국이 없어져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얘기를 들어보면 할머니가 유기견을 처음 만난 건 적어도 2000년대 후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 찾아오는 유기견에게 할머니는 비앙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먹을 걸 챙겨줬다. 약국이 문을 닫자 할머니는 79세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그래서 문을 연 게 사망하기까지 운영해온 문방구다. 할머니와 유기견 비앙카가 만나는 장소는 약국에서 출근길로 바뀌었다. 매일 오전 8시 문을 열던 할머니는 자택까지 찾아오는 유기견 비앙카와 함께 걸어서 문방구로 출근했다. 종일 할머니와 시간을 보낸 유기견은 할머니가 퇴근할 때면 자택까지 바래다주는 일이 반복됐다. 할머니가 자식 같은 유기견 비앙카를 입양하지 못한 건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이미 반려견 한 마리를 키우고 있던 할머니에겐 비교적 덩치가 큰 유기견 비앙카를 데리고 살 만한 공간이 없었다. 할머니는 지인에게 "잠만 재워달라"고 부탁해 유기견의 잠자리를 마련해줬다. 10년 넘게 이어진 할머니와 유기견 비앙카의 만남이 끝난 건 지난달 16일 밤 할머니가 돌연 숨을 거두면서다. 할머니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와 유기견의 우정 스토리는 할머니의 사망 후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문방구 앞에서 매일 할머니를 기다리는 유기견 비앙카를 본 한 이웃이 한 신문사에 제보를 하면서다. 할머니와 유기견의 스토리를 취재한 신문은 3일 "할머니가 사망한 지 이미 보름이 됐지만 유기견 비앙카는 문방구 앞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사연을 알게 된 이웃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세종로의 아침] 지금이야말로 공정 여행이 필요한 때/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지금이야말로 공정 여행이 필요한 때/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요즘 같은 시기를 두고 여행업계에서는 ‘보릿고개’라고 부른다. 쌀독은 진작에 바닥났고 그나마 ‘구휼미’라고 내놓은 정부 지원금은 허기를 달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수확할 보리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보릿고개’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엄혹한 시기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는 관광 분야가 있다. 캠핑이다. 이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자동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의 증가세가 도드라진다. 한국관광공사의 캠핑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캠핑 유형별 언급량 증감률 가운데 차박 증가율이 71%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성장세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언택트’(비대면) 풍조를 타고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박은 장점이 많은 여행 패턴이다. 무거운 캠핑 장비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고 그 어렵다는 캠핑장 예약 관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이와 식사를 함께 하거나 잠자리를 공유하지 않으니 ‘언택트’ 시대에도 딱 맞는다. 이처럼 차박이 인기를 끌게 된 것엔 차량의 구조 변경이 용이하도록 법을 고친 정부의 몫이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일반 차량의 캠핑카 개조를 전면 합법화했다. 차종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차를 튜닝해 캠핑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다. 통 크게 선심을 쓴 것까지는 좋았다. 이젠 통 큰 후속 대책이 뒤따라야 할 때다. 우선 차박지에 대한 정비와 규제 완화가 시급해 보인다. ‘법대로’ 따지면 대한민국에서 차를 세워 두고 잘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국립공원과 도립·시립·군립 공원, 국유림의 임도, 사유지 등에서 야영하는 건 불법이다. 해안 방파제도 불가다. 휴게소에서 차박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한데 취사를 위해 불을 켜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 이 좁은 땅에서 국유림, 사유지 빼면 남는 땅이 얼마나 되나. 그러니 풍경 좋은 곳에서 차박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범법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차박의 성지’라는 곳치고 주민 민원이 폭주하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렵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원하는 여행 패턴이라면 어떻게든 합리적이고 공정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일 테니 말이다. 조리는 차 안에서 하고 취식만 밖에서 할 수 있게 하든지, 소방 장비를 갖췄을 때만 일정 공간에서 취사 행위를 허용하든지 어떤 식으로든 숨통을 틔워 줘야 할 것 같다. ‘차박러’들의 자세도 바뀔 필요가 있다. 먹거리만큼은 현지 조달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도시의 대형 마트에서 산 식재료를 트렁크에 바리바리 싣고 가면 주민들에게 남는 건 쓰레기와 매연, 소음뿐이다. 이건 공정과 거리가 멀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선 차박러들을 좋은 고객으로 만들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간 목청껏 외쳤던 ‘지역관광 활성화’에 딱 좋은 기회 아닌가. 그 좋은 예를 전북 완주의 비비정농가레스토랑에서 찾을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당이다. ‘엄마의 레시피’로 만든 ‘농가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 나면서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 이 마을 경제에 은근한 효자 노릇을 한 건 물론이다. 한때 공정 여행이 화두였던 적이 있었다. 여행을 하는 사람도, 여행지에 사는 사람도 다같이 좋아지는 여행을 하자는 것이 취지였다. 당시엔 특정 부류에서 용어를 독점하고 계몽하려는 의도가 읽혀 마음이 부대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야말로 내 나라 안에서 공정한 여행이 필요한 때다. 그것도 매우 실천적으로. angler@seoul.co.kr
  • 나훈아 ‘15년만의 외출’ 국민도, 정치권도 들썩들썩

    나훈아 ‘15년만의 외출’ 국민도, 정치권도 들썩들썩

    “저는 옛날 역사책을 보든 살아오는 동안을 보든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런 분들 모두가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 IMF 때도 세계가 깜짝 놀라지 않았냐.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세계에서 1등 국민이다.”15년 만에 방송에 귀환한 ‘가황’ 나훈아(사진)의 소신 발언과 진정성 어린 공연에 추석 연휴인 1일 국민도, 정치권도 들썩였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국 시청률 기준 29.0%를 기록했을 정도다. 고통받는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비대면 공연을 준비한 그에게 정치권도 ‘팬심’을 드러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늦은 밤인데 가슴이 벌렁거려서 금방 잠자리에 못 들 것 같다. 나훈아 때문이다”라고 운을 뗐다. 원 지사는 “저만 이런 것 같진 않다. ‘가황’이 추석 전야에 두 시간 반 동안 온 국민을 들었나 놓았다 했다”며 “힘도 나고 신이 났다. 그런데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이십 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곤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도 나훈아의 소신발언을 다룬 기사를 SNS에 공유하며 “가황 나훈아의 ‘언택트(비대면)쇼’는 전 국민의 가슴에 0㎜로 맞닿은 ‘컨택트쇼’였다”며 “진정성 있는 카리스마는 위대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SNS를 통해 “가황 나훈아 님에 빠져 집콕 중”이라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라고 물었다. 이어 “인생의 고단함이 절절히 녹아들어 있는 그의 노래는 제 인생의 순간들을 언제나 함께 했고, 그는 여전히 저의 우상”이라며 “그런 나훈아 님이 ‘이제 내려올 때를 생각한다’는 말에 짧은 인생의 무상함도 느낀다”고 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모두처럼 저도 집콕하느라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지 못하고 처갓집에도 못 가는 외로운 시간에 가황 나훈아 님의 깊고 묵직한 노래가 큰 힘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인 신곡 가운데 ‘테스형!’은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KBS는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오는 3일 오후 10시 30분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비하인드를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을 긴급 편성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국제기구 직원들, 콩고 여성 수십명 취직 빌미로 성착취...WHO 조사 나서

    국제기구 직원들, 콩고 여성 수십명 취직 빌미로 성착취...WHO 조사 나서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주요 국제 비정부기구(NGO) 직원들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 바이러스 구호 활동 과정에서 현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콩고 여성 51명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자신을 국제기구 직원으로 밝힌 남성들로부터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고발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2000명 이상 사망한 콩고에서 국제 구호 활동가 일부가 현지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자행하고 있다는 주장이다.피해 여성 대다수는 남성들이 일자리를 대가로 약속하면서 성관계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면 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들은 남성이 건넨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거나 사무실과 병원 등에서 습격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들 중 최소 2명은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44세 여성은 자신이 취직하기 위해 WHO 직원이라고 말한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다며 “많은 여성들이 이런 피해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동부 도시 베니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이와 유사한 증언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국제기구 직원들이 현지 여성을 성착취하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여성들은 요리사나 청소부 등 단기계약직 종사자로, 매달 50달러에서 10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이는 현지 평균 임금의 두 배 수준이다. WHO 측은 이같은 일련의 성 학대 혐의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직원들이 저지른 행위는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하게 조사될 것”이라며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즉시 해고 등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기구 직원들의 성착취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무관용 원칙에도 불구하고 국제기구의 현지 성착취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8년 공개된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서아프리카 난민캠프에서 유엔기구와 유명 NGO의 일부 직원들이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유엔에서도 2017년 10월부터 12월까지 평화유지활동 중 40건의 성추행·성착취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태권 기자 rights@seoul.co.kr
  • [여기는 남미] 멕시코 경찰, 여경들에게 성상납 요구 “비일비재”

    [여기는 남미] 멕시코 경찰, 여경들에게 성상납 요구 “비일비재”

    멕시코 여자경찰들이 성 상납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에서 여경이 연루된 성추행 또는 성 상납과 관련해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86건에 이른다. 모두 남자 상관이 용의자로 지목된 대가성 성추행 또는 성 상납 요구 사건이다. 조사를 받는 남자경찰들은 승진 또는 자택과 가까운 지역 내 배치 등을 반대급부로 제시하며 여경을 성추행하거나 잠자리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감시기관인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내사가 진행 중인 사건보다 훨씬 더 많다. 위원회에는 성 상납 요구 등과 관련된 피해사례 1892건이 신고됐다. 위원회는 공정한 조사를 위해 검찰, 시민안전비서실, 멕시코시티 인권위원회, 여성비서실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성 상납 요구 등은) 경찰의 부패라는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이라며 멕시코시티뿐 아니라 전국 경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멕시코 경찰 내 여경에 대한 성적폭력이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멕시코의 비정부기구(NGO) '공통주의'는 최근 '멕시코에서 여경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성상납 요구 등에 대한 실상을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여경 10명 중 7명은 경찰 내부에서 여성폭력을 경험한 바 있다. 이 단체가 여경 3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8%는 "남자 동료나 상관으로부터 음담패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는 직간접적으로 잠자리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경찰조직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 상납 요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데는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치안과 사법 정의를 위한 시민위원회'의 위원장 살바도르 치프레스는 "남자가 모든 걸 지배하고 명령하는 구태 문화의 뿌리가 워낙 깊은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폐쇄적인 경찰조직의 특성상 이런 문화를 개선하는 데는 특히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고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사진=자료사진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관리를 위해서는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관리를 위해서는

    이른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중들은 비싸고 특별한 것보다 잘 먹고, 잘 자는 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잠은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인 동시에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수면 관리를 위해서는 수면의 절대적인 양보다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 야식을 자제하고, 자기 전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는 등의 습관을 가지면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스트레칭 등을 통해 근육을 이완시키면 잠자리에 들기 더 수월해질 수 있다. 습관 교정만으로 숙면을 취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면 수면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프롬바이오는 아기가 우유를 먹고 잠드는 이유를 연구한 끝에 발견된 수면 건강 소재 ‘락티움’을 원료를 바탕으로 한 수면건강엔 락티움플러스를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미국 FDA NDI 안전성 확인을 받아 15년간 32개국에 ‘락티움’ 원료의 분유를 수출한 ingredia의 ‘락티움’으로 안전한 원료를 사용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휴식인 듯 휴식 아닌 휴식 같은 시간

    [배민아의 일상공감] 휴식인 듯 휴식 아닌 휴식 같은 시간

    한창 혈기 왕성하고 정열이 넘쳤던 청춘 시절을 워커홀릭으로 살았다. 일이 좋아서라기보다 일 외에는 할 게 없었다는 것이 솔직한 이유였다. 과감히 삶에 변화를 줄 용기도 없었고 심취한 취미도 없었던 데다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 놀아 줄 상대도 별로 없었던 터였다. 그러던 여자에게 늦은 결혼 이후 6개월의 금쪽같은 안식년 휴가가 주어졌다. 그저 일만 했던 결과로 받은 선물 같은 휴가였다. 설렘 가득한 인생 첫 장기 여행을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 휴가 첫날 출국해 마지막 날 귀국하는 꽉 찬 6개월의 야심찬 여행을 준비했다. 나라와 도시를 이동하는 대략의 일정을 짜고 할 일을 계획했다. 첫 여행이니만큼 가고 싶은 곳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다. 스마트폰 이전 시대였기에 옷가지와 일상용품 외에도 노트북에 외장하드, 카메라에 인터넷 전화기와 공유기까지 욱여넣은 짐이 성인 한 명의 무게였지만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 하는 심정으로 바쁘게 옮겨 다니는 떠돌이 여행자가 됐다. 볼거리를 찾아다니다가도 유급 휴가였기에 수시로 유선 인터넷망을 연결해 이메일을 체크하거나 인터넷 전화로 업무 소통을 하고, 서둘러 일을 처리하면 다시 또 여행 정보를 찾아 쏘다니고, 놀기만 하는 휴가는 안 되겠다는 조바심에 현지의 평생학습센터와 학원에 등록해 요리나 언어를 배우기도 하고, 숙소에 돌아가서는 그날의 일정과 지출,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고 다음 일정을 위한 정보 수집까지 마친 후에야 잠자리에 들었다. 욕심껏 일정을 계획한 여자야 그렇다 쳐도 신혼임에도 베개에 머리만 닿으면 폭풍 취침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남자에게는 몸을 혹사해 금욕수련을 하는 어쩌다 고행자의 시간이었고, 여자 역시 휴식인 듯 휴식 아닌 휴식 같은 일정으로 매일이 피곤한 어설픈 휴가였다. 늘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조바심에서 벗어나고자 프리랜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히 휴식하는 여유는 익숙하지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이 길어지며 프리랜서의 시간도 무척 길다. 할 일도, 외출도, 만남의 시간도 줄었는데 시간 여유는 많아졌다. 오래전 바쁘게 보낸 휴가를 후회하며 지금의 어쩔 수 없는 휴식의 시간은 한가하게 보내리라 작정하지만 어떻게 쉴까를 계획하느라 머리가 복잡하고, 아무것도 안 하려 해도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그제야 찾아 하느라 번잡스럽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소파에 눕는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들었다 다시 내려놓고 아무 생각을 안 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온갖 잡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생각을 끊자 싶어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린다. 생각 없이 편히 볼 수 있는 영화 중 곰돌이 푸의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생각의 곁길로 나갔다 돌아오기를 수차례. 영화 속 곰돌이 푸의 대사가 마음을 붙잡는다. “가끔씩은 아무것도 안 해야 해.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하게 되지. 걱정은 근심을 낳고 근심은 혼란을 일으킬 뿐이야.”(영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 지금은 모든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휴식 아닌 휴식인 듯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쉬어야 할 때 굳이 무언가를 하겠다고 억지 행동을 하는 것이 걱정과 근심이 되고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곰돌이 푸의 말처럼 코로나의 시간에는 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무언가를 하게 된다는 것을 모두가 기억하고 따랐으면 좋겠다. 바삐 움직였던 장기 여행 중 그늘에 누워 휴식을 즐기는 현지인의 여유를 따라 하고자 구입했지만 십여 년째 방치해 둔 해먹을 찾아 명절 연휴에 마당에 걸어야겠다. 그저 기분을 좋게 해 주니 풍선이 좋다는 곰돌이 푸처럼 빨간 풍선도 하나 달아 두면 기분 좋은 휴식을 즐길 수 있을 거 같다.
  • 엘리베이터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응원하는 법

    엘리베이터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응원하는 법

    장기화되어가는 코로나 시대에 엘리베이터TV에서 송출되는 벚꽃놀이, 동물들과의 만남, 곤충채집대회 등의 콘텐츠가 서울·경기권 아파트의 입주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콘텐트를 기획, 운영하는 곳은 서울·경기권 23개 도시 아파트에 4만 6천 여대의 엘리베이터TV를 운영하는 생활공간 커뮤니케이션 컴퍼니 ‘포커스미디어코리아(대표 윤제현)’이다. 올 4월, 여의도 한강 공원을 포함한 국내 대표적인 벚꽃놀이 명소들이 폐쇄되었다. 매년 봄을 맞은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벚꽃 명소들이 자칫 코로나19 전염의 온상이 될 것을 우려한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이에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입주민을 위해 엘리베이터TV에 벚꽃을 피웠다. 잠시나마 입주민이 따뜻한 봄을 느낄 수 있도록 낮에는 햇살 아래 흩날리는 풍경의 낮 벚꽃 영상이, 밤에는 달빛 아래 빛나는 밤 벚꽃 영상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파트 입주민들을 반겼다.가정의 달인 5월에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봄소풍, 어린이날 행사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됐다. 가족과의 나들이조차 힘들어진 입주민 가정에 즐거움을 주고자 이번엔 동물들이 엘리베이터TV에 찾아왔다. 어린이날 전일부터 5월 한 달간 송출된 이 영상은 기린, 판다, 아기 사자 등 세계의 동물들이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동물친구들 영상을 사진으로 촬영해 인증한 입주민에게는 추첨을 통해 동물백과 및 동물인형을 선물해 아이들과 뜻깊은 가정의 달을 맞이 할 수 있도록 했다.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산세도 잠시, 급격히 느는 확진자 수에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가 격상되었다. 이에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입주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지속적으로 응원하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 찍는 것만으로 힐링할 수 있도록 곤충채집대회를 열었다. 잠자리, 나비, 장수풍뎅이, 무당벌레 등의 곤충들이 번갈아 엘리베이터TV에 등장하면 해당 영상을 사진으로 찍어 채집하는 방식으로 콘텐트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편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된 이후로 입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함께 이행해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TV를 통해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해오고 있다. 사람 손이 많이 닿는 엘리베이터 버튼 부위에 무료로 항균 필름을 부착하고, 정기 관리하는 ‘클린엘리베이터 서비스’와 더불어 행정안전부와 협업한 ‘코로나19 국민예방수칙’, 아이돌봄·교육 서비스 자란다와 협업한 ‘돌봄 및 교육 선생님 지원’ 등 시기 별로 입주민에게 필요한 캠페인을 추진했다. 포커스미디어코리아에서 아파트 단지와 소통하는 로컬매니지먼트(LM)본부 담당자는 “아파트 엘리베이터TV를 시청하는 입주민분들이 답답한 생활 속에서 잠시라도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며 “입주민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되 마음거리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시의성 있고 유익한 캠페인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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