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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김이환 시인, 두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출간

    [신간] 김이환 시인, 두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 출간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이환 시인이 두 번째 시집 ‘늦가을 억새바다’를 출간했다. 지난해 11월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을 출간한데 이어 10개월 만에 내놓는 두 번째 시집이다. ‘늦가을 억새바다’는 김이환 시인이 첫 시집에 담지 못한 시와 새로 쓴 ‘4월의 향기’, ‘꼬부랑 소나무’, ‘영흥도의 밤’, ‘사프란 겨울꽃’ 등 60여편을 4부에 걸쳐 담았다. 그는 출간사에서 “시가 없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허전할까”라며 “자연에 대한 겸허한 마음과 자세는 물론, 삶에 진지한 접근으로 늦은 가을, 푸른 하늘 아래서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바다를 체험해 본다”고 적었다.194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전 보문고와 중앙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신문대학원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남그룹 기조실장과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한국PR협회장을 지내는 등 지난 50년간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광고업계의 산증인이다. 문학평론가인 박수빈 시인은 서평에서 “그의 시는 세상사의 곡절을 성찰한 기록이다. 장황한 요설이나 어려운 용어로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읽으면서 이해되고 사색에 잠기는 시어들이 등장한다. 현실을 대하는 화자의 시선은 침착하다. 욕망을 전면화하기 보다 이성의 영역으로 삶의 실존에 대한 통찰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도훈. 112쪽. 1만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케이팝 이어 케이드라마도 인기…자막봉사하는 미국인

    케이팝 이어 케이드라마도 인기…자막봉사하는 미국인

    세계 최대 통신사인 미국의 AP통신이 케이팝에 이은 케이드라마의 인기를 조명하며, 한국드라마에 무료로 영어 자막을 다는 이들을 소개했다. AP통신은 20일 대부분 가족이 잠자리에 드는 오후 10시면 캐롤 홀라데이는 컴퓨터를 켜고, 한국 드라마에 영어 자막을 다는 작업을 한다고 전했다. 그녀는 주로 동영상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 200개 이상 드라마의 자막 작업을 했다. 일본, 한국, 중국, 대만 등의 드라마를 소개하는 라쿠텐 비키의 주 시청자는 미국인이며 이들의 75%는 아시안이 아니다. 라쿠텐 비키에 자막을 다는 이들은 모두 기꺼이 자원봉사에 나선 케이드라마 팬들이다.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홀라데이는 영어 자막에 문법이나 철자 오류가 없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국드라마에 더 좋은 영어 자막을 달기 위해 은퇴한 변호사가 하와이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경우도 있다.하와이대에 진학한 코니 메레디스는 “문법 구조가 영어와 달라 너무 어렵다”면서 10분짜리 영상의 자막을 완성하는데 약 두시간이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는 500개 이상 드라마 자막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취미로 자막작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어 번역이 뉴욕타임스 낱말퀴즈를 푸는 것처럼 가장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라쿠텐 비키는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더 좋은 영어 자막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비키의 번역작업은 영어만이 아니어서 드라마 방영 뒤 24시간 안에 20개의 다른 언어 자막이 생산된다. 돈을 받는 번역가는 극소수며, 만약 자원하는 자막 봉사자가 없는 드라마일 경우 유료 번역가가 참여한다.애플티비는 현재 두 개의 한국어 드라마를 작업중이다. 한 편은 이선균이 주연을 맡은 ‘닥터 브레인’이며 또 한편은 배우 윤여정이 출연하는 ‘파친코’다. 파친코는 이민진씨의 소설이 원작으로 4세대에 걸친 한국 이민가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올해 넷플릭스는 약 5억 달러(약 5900억원)를 한국어 콘텐츠 생산에 투자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로는 ‘스타트업’ ‘사이코지만 괜찮아’ ‘김비서가 왜그럴까’ ‘사랑의 불시착’ 등이 있다. 해외 케이드라마 팬들은 한국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 케이팝처럼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것을 꼽는다. 공포물이나 로맨틱코미디로 시작하는 듯한 드라마가 실은 갱스터에 관한 이야기였으나 블랙 코미디로 끝난다고 한국 드라마에 대해 평가했다. 포브스지에서 한국 미디어를 취재하는 존 맥도날드는 “많은 케이팝 스타들이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이 가수로 활동하기도 한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차은우와 수지를 들었다.
  • [아하! 우주] 토성 위성 타이탄에 ‘잠자리 드론’ 뜬다…NASA 새 탐사선

    [아하! 우주] 토성 위성 타이탄에 ‘잠자리 드론’ 뜬다…NASA 새 탐사선

    올해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인류의 태양계 탐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화성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를 통해 사상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이후 가장 놀라운 비행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성과였다. 하지만 우주 동력 비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화성에 이어 NASA가 두 번째 우주 동력 비행을 생각하는 장소는 금성과 토성의 위성 타이탄이다. 금성은 지구에서 가깝다는 장점이 있으나 표면은 고온 고압 상태이기 때문에 높은 고도에 풍선 혹은 글라이더형 탐사선을 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동력 비행기는 아마도 다음 목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은 매우 멀리 떨어진 차가운 위성이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생각할 때 오히려 화성보다 동력 비행에 더 유리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우선 타이탄의 표면 중력은 지구의 1/7에 불과하다. 반면 대기의 밀도는 지구보다 더 높다. 지구 중력의 1/3이지만, 대신 대기의 밀도가 지구의 1% 수준에 불과한 화성보다 훨씬 동력 비행에 유리한 조건이다.타이탄은 토성 최대의 위성으로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두꺼운 대기를 지닌 위성이다. 대기의 주성분은 메탄 같은 탄화수소로 온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부는 액체 상태로 고여 큰 호수를 이루고 있다.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대기가 지구 초기 대기와 유사한 성분을 지니고 있고 약하더라도 태양 에너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따라서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2005년 타이탄 표면에 호이겐스 탐사선을 착륙시켰지만, 타이탄의 극히 일부 지역만 탐사했을 뿐으로 결정적인 정보를 수집하지는 못했다. 타이탄은 매우 큰 위성이고 지형이 다양해 여러 지역을 이동하면서 조사할 탐사선이 필요하다. NASA의 드래곤플라이(Dragonfly) 탐사선은 이런 이유에서 인저뉴어티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먼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우주 최초의 장거리 비행 탐사선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최근 드래곤플라이 프로젝트 책임자인 아이다호 대학의 제이슨 번즈 교수는 드래곤플라이의 과학적 목표를 학술지 행성과학 저널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주 목표는 1) 화학적인 생물학적 신호(chemical biosignatures) 확인, 2) 타이탄의 메탄 사이클(methane cycle) 조사, 3) 현재 타이탄의 생물 전 단계 화학(prebiotic chemistry) 조사 등이다. 쉽게 말해 타이탄의 지표와 대기, 호수의 화학적 구성을 조사해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과 타이탄의 독특한 탄화수소 사이클을 알아내는 것이다.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은 무게 450㎏로(인저뉴어티는 1.8㎏) 지름 1m의 로터 네 쌍(4x2)을 이용해 비행한다. 타이탄 표면은 뿌연 안개 같은 탄화수소 가스로 가려져 있고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가 너무 약하기 때문에 인저뉴어티처럼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할 순 없고 원자력 전지(MMRTG)를 사용한다. 타이탄의 두꺼운 대기와 낮은 중력 덕분에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은 한 번에 고도 4㎞까지 상승할 수 있어 매우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원자력 전지 덕분에 몇 년 간 이동하면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드래곤플라이가 타이탄의 다양한 장소에서 대기 및 지표의 화학 조성과 지형 등 중요한 정보를 수집해 지구로 보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2027년 발사 예정으로 2030년대 중반 타이탄에 도달한다. 인저뉴어티가 퍼서비어런스 로버를 보조하는 정도의 역할이라면 드래곤플라이는 날아다니면서 이동하는 탐사선으로 본격적인 우주 동력 비행 탐사의 시작을 알리는 탐사선이 될 것이다. 드래곤플라이가 과연 타이탄에서 무엇을 보게 될지 궁금하다.
  • [여기는 인도] 연중 300일 잠만 자…중증 수면장애 가진 남성의 사연

    [여기는 인도] 연중 300일 잠만 자…중증 수면장애 가진 남성의 사연

    1년 365일 중 300일가량 잠만 자는 중증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남성의 사연이 인도에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라자스탄주(州) 바드와 마을에 사는 잡화점 주인 푸르카람 데비(42)는 심각한 수면장애 탓에 한 달에 닷새밖에 가게 문을 열지 못하고 일하는 도중 졸아버리기 일쑤여서 가족들이 뒤처리를 해야 한다. 그가 이런 수면장애에 빠지게 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23여 년 전으로, 당시에는 하루 15시간가량 잠을 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점차 악화해 2015부터 가족들은 그의 수면 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짜로 세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그런 그는 한 번 잠이 들면 7, 8일 이상 연속해서 잠만 자며, 최대 25일 동안 잠을 잔 경우도 있다. 이를 계산해보면 1년 중 300일은 잠이 든 상태로, 가게는 한 달에 5일 정도만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다. 또 일하다가 졸리면 금세 잠이 들어버린다. 그때마다 가족들은 그를 집으로 데려가 잠자리에 재운다. 그렇다면 식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오래 자면 영양실조는 물론 탈수 증상도 생길 수밖에 없지만, 이런 문제는 가족들의 도움 덕에 막을 수 있었다. 그가 꾸벅꾸벅 조는 사이 정기적으로 식사와 물을 입에 넣고 목욕도 시켜주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 가족들도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지 그의 아내 리츠미 데비는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남편은 12일 연속 잠만 잤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가게 문을 연 것”이라면서 “그가 다시 과면증에 빠질 때까지 얼마나 가게를 열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의 수면장애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 과면증(HPA axis hypersomnia)으로 불리는 매우 드문 것으로, 그동안 치료를 시도해 왔지만 심한 두통과 권태감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 현재 시점에서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지만, 가족들은 언젠가 그가 회복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2년 전 잃어버린 강아지 방송 뉴스 보고 찾은 미국 가족

    2년 전 잃어버린 강아지 방송 뉴스 보고 찾은 미국 가족

    2년 전 잃어버린 개를 방송 뉴스를 보고 발견해 다시 찾은 가족의 이야기가 화제다.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 사는 드와이트는 지난달 입양을 기다리는 개에 대한 방송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오후 10시에 방송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잠자리에 드는 드와이트는 뉴스에서 유기견으로 나온 강아지가 낯이 익었다. 위스콘신 동물보호소에 있는 작은 갈색 개가 2년전 잃어버린 강아지 ‘페이데이’인 것을 보자마자 알았기 때문이다. 페이데이는 12살 난 드와이트 딸의 가장 좋은 친구였으며, 가족들은 언젠가 강아지를 다시 찾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드와이트는 당장 방송사에 전화를 걸어 동물보호소와 연락했다. 페이데이가 있는 동물보호소는 다행히 드와이트의 집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바로 동물보호소로 달려간 드와이트 가족은 감동의 상봉을 했다. 위스콘신 동물보호소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강아지는 드와이트 가족을 만나자마자 반가움에 꼬리를 치고 기쁜 마음에 사람들의 얼굴과 손을 핥으며 좋아했다.
  • ‘성폭행’ 크리스 우 밀랍인형 철거, 투자사 주가 곤두박질

    ‘성폭행’ 크리스 우 밀랍인형 철거, 투자사 주가 곤두박질

    여러 건의 성폭행 혐의로 중국 경찰에 체포된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 우의 왁스 인형이 철거됐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상하이에 있는 마담 투소 밀랍 인형 전시관에서 크리스 우의 인형이 철거됐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시관에는 한국 배우 이민호의 밀랍 인형도 전시 중이며, 크리스 우의 인형은 2015년부터 전시됐다. 크리스 우는 지난달 19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피해자의 성폭행 폭로가 제기된지 11일 만인 지난 30일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 중국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퍼진, 크리스 우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사진은 합성 사진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네티즌은 이 사진이 다른 연예인에게 주는 경고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팬들은 메신저인 위챗 단체대화방을 통해 수감 중인 크리스 우의 면회를 가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2016년 크리스 우가 팬들과 잠자리를 한다는 폭로가 나왔을 때 당시 “너무 잘생겼기 때문에 함께 자는 것이 영광”이라며 그를 비호했던 극작가 류류는 사과에 나섰다. 한편 크리스 우가 처음 출연한 텔레비젼 드라마 ‘청잠행’에 투자한 회사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6억 위안(약 1068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촬영이 모두 끝난 60부작 드라마를 제작한 텐센트의 주가는 3일 전날보다 6.11% 떨어진 446홍콩달러(약 6만 6070원)를 기록했다. 텐센트의 주가 하락은 이날 관영매체들이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묘사하며 비난한 탓도 있다. 궁중사극 ‘청잠행’의 또 다른 투자사인 웨원그룹의 주가도 1.47% 떨어졌다. 크리스 우를 모델로 기용했던 국수회사 및 과자회사의 주가는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미 피해자인 두메이주가 성폭행 의혹을 폭로했을 때부터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12개의 브랜드가 크리스 우와의 모델 계약을 끝냈기 때문이다. 대학생 두메이주는 자신을 포함해 8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미성년이라고 크리스 우의 성폭행을 폭로한 바 있다.
  •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불편함, 그 곳곳에서… 사계절을 보았고 겸손을 배웠다

    ‘시대와 소통하는 실천적 도구로서의 건축’이라는 담론을 내세운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공간이 건축가 이일훈의 ‘기찻길 옆 공부방’이었다. 건축의 공공성에 주목한 작업을 해 온 선생이 인천 동구 만석동의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지은 공간이다. 그에게 ‘사회성 짙은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붙여 준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이달 초 선생의 부고를 접했다.지난 2일 별세한 건축가 이일훈은 ‘채나눔’ 설계방법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년쯤 전, 홍대 앞의 카페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그림을 그려 가며 채나눔의 개념을 열심히 설명하던 선생 모습이 떠올랐다. 채나눔은 선생이 1990년대 초부터 줄기차게 설파한 건축이념으로 편리함을 좇는 우리에게 불편하게 살기, 밖에 살기, 늘려 살기를 제안한다. 감염병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할 이 시대에 가장 유효한 건축적 대안일지도 모른다.경기 화성시 외곽에 있는 ‘자비의 침묵’ 수도원은 채나눔의 개념이 온전하게 구현된 작품이다. 기록적인 폭염 속의 오후 2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신학원(‘자비의 침묵’ 수도원의 원래 이름)에 도착했다. 잔디가 깔린 마당 뒤로 녹음 속에 나지막한 회색 건물들이 보인다. 콘크리트와 벽돌, 시멘트 블록 등 소박한 재료로 만들어진 건물들에는 세월의 흔적이 진초록 넝쿨 잎과 함께 내려앉아 있었다. 멀리 제주에서 올라온 수도회의 양운기 수사와 경기대학원 제자로 선생과 인연을 맺은 아뜰리에나무의 정성훈 소장과 이수학 소장이 이어 도착했다. ●‘채’로 나눈 수도원의 삶 1994년 완공된 이곳에는 수련 중인 젊은 수사 18명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신학교 2학년생인 김모세 수사에게 일과를 물어보니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아침 기도하고 미사 드리고, 낮 기도하고, 공부하고, 저녁 기도하고 저녁 미사 드리고, 밤에 다시 기도하고 침묵의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침묵의 시간에는 신학 공부를 한다. 식사 준비와 구역별 청소는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맡는다. 2인이 한방을 사용하는데, 한 달에 한 번씩 방을 옮긴다. 신앙의 열정을 품고 기도하고 밥 먹고 잠자고 공부하고 묵상하며 살아가는 것이 수사들의 삶이다. 채나눔 설계방법론의 범용적 사용을 고민하던 건축가는 미사를 드리는 경당을 수도원 경내에서 제일 먼 곳에 배치하면 어떨까를 제안했고 수행이 삶 그 자체인 수도회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건축가는 에세이집 ‘모형 속을 걷다’(2005·솔 출판사)에 이렇게 썼다. ‘경당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불편하다. 비 오는 날은 비 맞고 눈 오는 날은 눈 맞아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니다. 특히 겨울 새벽에 살을 파고드는 추위를 뚫고 가려면 귀찮은 일이다. 말하자면 대충 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나는 바로 그 점을 노렸다.’ ‘작을수록 나누자’는 채나눔은 불편함을 근간으로 삼는다. 건축가는 수도원의 기능별로 단위 건물들을 나누고 땅의 높낮이와 연결하는 방식을 달리하며 다양한 동선을 만들고, 공간 구성을 통해 채나눔의 철학적 권유를 풀어놓았다. 양 수사는 “불편함 속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시시각각 풍요로운 사색거리를 제공한다”고 말했다.●이야기가 있는 작은 경당 북쪽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경당은 생활관에서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돌로 만들어진 좁은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야 도달한다. 정말 크기도 작고 소박하다. 제일 값싼 재료인 드라이비트로 외벽을 마감하고 가기둥을 세운 것 말고 장식도 없다. 내부도 거친 콘크리트를 그대로 두고 장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 소장은 “싼 재료를 사용한 것은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건축주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가장 흔하게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재료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쓰는가에 따라 그 건축의 맛이 더할 수 있다는 건축가의 평소 생각이 배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일반적인 성당의 화려함이나 격식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은 공간일수록 많은 이야기를 갖게 의도한 건축가의 세심한 배려가 보인다. 경당 본 건물과 입구의 계단 사이에 철판이 놓여 있는데 자세히 보면 살짝 분리돼 있다. 성스런 공간과 속세를 구분해 놓은 것이다. 3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작은 공간. 의자는 콘크리트 거푸집에서 뜯어낸 나무로 만들었다. 좌석 옆으로 ‘ㄱ’자 모양의 가기둥을 여러 개 세워 측랑의 효과를 냈다. 십자가는 따로 없다. 왼쪽 측면에 십자가 모양의 가벽을 만들어 설치하고 벽 뒤쪽 측창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십자가 모양을 드러나게 한다. 제대는 시멘트로 만들었다. 제대 뒤의 벽에 설치된 구리로 된 삼각뿔 모양의 청동 조각작품 같은 것은 성체, 제구 등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감실(龕室)이다. 육방체가 비스듬히 벽에 박힌 모양인데 나머지 반은 북쪽 외벽으로 돌출돼 있다. 북측 외벽의 튀어나온 감실에는 뱀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다. 구리 뱀은 모세의 지팡이를 상징하며 두려움 없이 세상 속으로 나아가 실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불편함의 선물 건축가는 규칙적인 수도원의 삶 속에서 다채로운 자연의 변화를 느끼도록 했다. 윤안드레아 수사는 “동지 즈음에 미사를 마치고 나올 때면 십자가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 햇살을 맞는다”면서 “계절마다 경당과 주변의 자연이 주는 감동이 더욱 경이롭다”고 말했다. 안에서 편하게 생활하면 알 수 없는 자연의 조화다. 불편함의 미학을 들여놓은 ‘자비의 침묵’ 수도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겸손의 복도’다. 생활관은 길게 가로로 배치한 2층 건물이다. 방을 여러 개 만들면 자연스럽게 복도가 생긴다. 건축가는 단순한 연결 통로가 아닌 의미와 효용을 지니는 복도를 만들 궁리를 했다. 경당을 일부러 멀리 두었듯 복도를 일부러 좁게 만들었다. 생활관의 복도는 폭이 75㎝로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동시에 지나가기 어려운 넓이다. 비켜서야 지날 수 있으니 저절로 예의와 공경이 묻어나고 겸손을 배운다.‘겸손의 복도’만큼이나 건축가들 사이에서 유명한 것이 난간 없는 계단이다. 생활관의 한 귀퉁이 2층에서 복도로 연결된 곳에 ‘하늘 성당’이라 이름 붙은 열린 공간이 있다. 옥상을 이용해 만든 사각의 작은 공간으로 개인의 묵상과 특별한 날의 작은 미사를 위해 만들었다. 마당에서 옥상 공간으로 직접 올라갈 수 있도록 외벽에 계단을 만들었는데 난간이 없다.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건축가는 “여기서 떨어질 정도로 산만하다면 수도원을 나가야지 않겠느냐”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금은 아래의 세 칸 돌계단만 남기고 뒤의 계단에는 난간이 설치돼 있다. 연로한 책임 수사신부가 있을 때 설치한 것이라고 양 수사는 설명해 주었다. ●삶을 담는 그릇 건축가는 수사들이 자연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함으로써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반응하고 사색하는 삶을 유도했다. 채로 나눈 건물 사이사이에 휴식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을 만들었고 독서실 아래 필로티에는 테이블을 놓았다. 작은 경당 앞에는 길쭉한 판벽으로 기도공간 14처를 만들어 사색의 마당을 꾸몄다. 옥상 공간은 입구만 빼고 사방의 벽을 키보다 높게 쌓아 오로지 하늘만 보이도록 했다. 하늘을 보며, 별을 보며 묵상하기엔 여전히 제격이다. 혼자 기도하고 싶을 때를 위해 건물 외부에 1인 기도실도 만들었다. 2007년 증축할 때 지어진 도서관 건물도 책을 보다가 밖으로 나가 자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테라스를 두었다. 수도원의 작은 건물들은 적절한 거리 또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수사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려면 무조건 밖으로 나와서 가야 한다. 이른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기도하러 가는 동안 마음이 정화되고 생각이 가다듬어져 겸손한 마음으로 경당에 들어가게 된다. 양 수사는 “선생은 건축은 겸손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건축이지만 마치 우리의 신앙생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건축가 이일훈은 가고 없으나 건축은 이렇게 남았다. 마음이 담기고 삶과 맞닿아 있는 건축, 그가 추구하던 인문학적 건축은 이런 것이리라.함혜리 칼럼니스트
  • 똥파리·퇴물 취급…‘지옥의 묵시록’ 그 헬기 다시 날았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똥파리·퇴물 취급…‘지옥의 묵시록’ 그 헬기 다시 날았다 [밀리터리 인사이드]

    2012년부터 순차 퇴역한 ‘500MD’재사용 가능성 검증…“1만시간 가능”창 정비 통해 모든 노후 부품 교체새 비행제어시스템·통신장비 장착개발 5년 만에 ‘제자리 비행’ 성공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항공기. 바람이 강하게 불면 흔들리고 높은 고도에선 비행성능이 떨어져 ‘똥파리’, ‘잠자리’로 불리기도 했던 그 헬기. 바로 500MD입니다. 1976년부터 국내에서 면허 생산되기 시작해 길게는 40년을 비행해 안정적인 운용능력을 보여줬지만, 한편에서는 ‘퇴물’ 취급을 받았던 기체입니다. 이 군용기의 맏형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퇴출되기 시작해 일부는 전시관으로, 일부는 격납고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1979년에 개봉한 ‘지옥의 묵시록’부터 2001년 ‘블랙호크다운’까지 수많은 전쟁 영화속에서 활약했던 그 헬기는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500MD를 생산했던 대한항공이 7년 전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500MD의 운용 가능 시간은 2만 시간인데, 폐기되는 기체의 실제 운용 시간은 7000시간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퇴역했지만…1만 시간 더 쓸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노후화한 기체를 계속 운용할 순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체를 재정비해 ‘무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500MD 무인화 사업의 첫 성과로 ‘제자리 비행’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정비를 제대로 하면 ‘1만 시간’ 가량을 더 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대한항공 연구진은 이 무인 헬기 개발 과정을 최근 한국항공우주학회지에 논문으로 냈습니다.무인화 연구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고 합니다.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감항성’이라고 하는데, 이미 퇴역해 격납고에 들어가 있던 500MD는 감항성 인증이 불가능했습니다.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감항성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아예 핵심 부품을 다 뜯어 새 기체처럼 만드는 ‘창 정비’부터 시작했습니다. 엔진 부품 중 유효기간이 지난 일부를 교체하고 조종사가 탑승해 5.2시간의 기능점검비행을 했습니다. 엔진, 연료, 전기, 계기 계통의 작동 상태, 회전날개 균형을 점검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최종 확인한 다음 유인기 감항성을 확보했습니다. 일단 조종사가 탄 상황에선 문제없이 날 수 있도록 기능을 회복한 겁니다. 연구팀은 그렇게 어렵게 조립한 기체를 다시 뜯어냈습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조종간과 관련 부품, 통신장비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리고 무인화를 위한 비행제어시스템 장비, 데이터통신 장비, 추진계통 제어 장비, 비상용 배터리와 외부 안테나를 장착했습니다. 탑승자가 없어 유리창 대신 덮개를 장착했습니다. ●유무인겸용기 건너뛰어 개발과정 단축 비행체의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조종사석과 부조종사석엔 ‘무게추’를 달았습니다. 원격 조종장치를 통해 각종 기기들이 명령에 따라 제대로 움직이는지 검사했습니다. 이렇게 기본 장비 세팅이 마무리됐습니다. 특별히 설계한 지상 구조물 위에 헬기를 올려놓고 회전날개 추력도 점검했습니다. 이렇게 긴 과정을 거치고도 헬기는 아직 지상에 있었습니다.더 큰 문제는 연구 1단계 과정인 ‘제자리 비행’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인 기체의 무인화는 ‘유무인겸용기’(OPV) 과정을 거칩니다. 유명한 미국의 ‘MQ 프레데터’ 시리즈도 첫 개발 당시엔 비슷한 형태의 유인기를 만들어 조종 안정성을 검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항공 연구팀은 개발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OPV 단계를 과감하게 생략했습니다. OPV를 이용하면 개발이 완료된 뒤에도 불필요한 조종장치가 그대로 남아있어 공간활용에 불리하고, 심지어 장치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종장치를 완전히 뜯어낸 겁니다. 따라서 조종사가 탑승한 형태의 OPV 시험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렇다고 무게가 1t이나 되는 무인 헬기를 작은 드론처럼 무작정 날려볼 순 없었습니다. 그러다 헬기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너무 위험했습니다.이에 연구팀은 기상천외한 기술을 동원했습니다. 회전날개 위에 ‘안전줄’을 연결시켜 크레인으로 공중으로 띄운 다음, 날개를 회전시켜보기로 한 겁니다. 무게 200㎏인 소형 헬기에 이런 방식을 적용한 적은 있어도 1t급 헬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무인기 동체가 아닌 회전 날개 위에 줄을 매단 방식은 사실상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조종사는 5m 가량 공중으로 들어올려진 헬기를 외부에서 조종하면서 비행제어시스템을 점검했습니다. 그 뒤엔 바닥에 있는 헬기를 띄웠다가 다시 착륙시키는 연구를 수차례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가 끝난 뒤에야 무인기 개발을 위한 ‘특별감항확인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30분 가량의 ‘제자리 비행’에 성공했습니다. 2014년 무인기 개발을 시작한 지 불과 5년 만이었습니다. 연구 기체엔 ‘KUS-VH’라는 새 이름이 붙었습니다. ●1t 헬기로 안전줄 시험…‘제자리 비행’도 성공 왜 이미 개발된 무인 헬기를 사용하지 않느냐는 물음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격 헬기 도입 예산도 빠듯한 상황에서 무인 헬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미국 해군이 도입하는 무인 헬기 ‘MQ-8C’는 순수 기체만 1대당 가격이 120억~150억원 규모로, 무장과 훈련, 연구개발비를 합하면 1대당 예산이 3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반면 500MD 무인기는 기동비행과 임무비행 등 여러 과정이 남아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이미 능력이 검증된 기체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해상 경계 등에 활용할 경우 조종사 피로도는 낮추고, 향후 본격적으로 무인 헬기를 개발할 때 필요한 운항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개발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퇴역한 헬기가 다시 하늘을 날았다는 점만으로도 첫 발은 성공적으로 내디딘 것으로 봐야 할 겁니다.
  •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오늘마음읽기]자려고 누워 걱정만 키우고 있는 당신에게

    <4> 진료실 밖 진료실 이야기 병원 상담 보다 약을 먼저 찾는 환자들마음 속 응어리 털어내는게 진료의 기본심적 응어리,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효과타인에 말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 드립니다. 네번째 회에서는 믿을 만한 타인에게 속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이 마음 건강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봅니다. 걱정과 고민을 마음 속에 담아두면 어떻게 될까요? 이광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설명해드립니다.“속에 있는 걸 털어놓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보다 상담 중심으로 진료를 하다 보면 간혹 이런 질문을 듣게 됩니다.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요. 진료실에 들어오면서 주변을 살피고, 몸은 긴장돼 있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대화하려고 시도하면 ‘이 의사는 약이나 빨리 주고 보내주지, 왜 자꾸 나에게 말을 하라고 하나’라는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진료에 대한 거부감일 수도 있고, 개인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꺼려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마음속 깊이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비밀스러운 내용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웃음거리는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까지 와서 자신의 얘기를 꺼내기 곤란하다고 하니 난감하지만 언뜻 그 마음이 이해도 됩니다. ●부끄러워서, 웃음꺼리될까봐…말 못해 병키우기도 정신과 약물이 없던 시절에는 의사의 치료 방법은 대화뿐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양의학에서 이 대화라는 치료 방법이 생긴 것도 1800년대 후반 무렵입니다. 이전에는 정신과 질환에 대해 더 원시적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종교적 문제로 보고 마녀사냥을 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몰아내며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격리시켰습니다. 그러다 산업혁명과 르네상스를 거치며 정신적 질환을 과학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장 마르탱 샤르코의 최면요법이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정신의학적 치료의 초기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면 상태에서 말하든 혹은 맑은 정신에서 말하든 방법상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무의식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말로 표현합니다. 지금은 정신분석 뿐 아니라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스키마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상태를 바라보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런 치료기법들은 학술적으로는 복잡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정신과 진료에서 기본은 내 마음 안에 답답한 응어리를 말로 털어 놓는 과정입니다. 마음 안에 여러 복잡한 감정과 생각은 그냥 두면 줄어들기보다는 쉽게 불어납니다. 고민이나 걱정을 안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한번 떠오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 극단적 상황까지 떠올리게 됩니다. 잠을 설치는 일도 흔하죠. 이런 생각들은 털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마음 안에 모아뒀던 응어리를 말로 털어내면서 그런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면서 바라보게 됩니다. 말로 풀어내도 되지만 글로 풀어내도 좋습니다. 그저 어딘가 쏟아낸다는 것만으로도 꼬리를 무는 생각의 흐름은 조금이나마 줄어듭니다. 믿고 의지할만한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면 더욱 좋습니다. 때론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털어 놓으면서 내 마음을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 나는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내 안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치료에서 관계가 주는 긍정적인 힘입니다. 대화라는 치료기법이 요즘과 같이 뇌과학이 발달한 시대에는 뒤쳐진 치료법이라고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최근 뇌과학에서는 대화에 바탕을 둔 정신치료가 우울증에서 약물치료만큼 효과적임을 입증했습니다. 대화 기반의 치료의 효과는 더디긴 하지만 지속기간도 길고 재발 위험도 낮춘다고 하죠. 흥미로운 건 대화치료 만으로도 우리 뇌의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우리 뇌는 환경의 다양한 자극에 따라 그 상황에 적응하며 뇌 신경망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데 대화 기반 치료는 우리 뇌에서 트라우마 등 부정적 감정을 일으키는 편도체와 생각 및 이해를 담당하는 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적응을 위한 우뇌의 기능을 강화하거나 사회적 공감을 나타내는 거울뉴런의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보니 우리 삶에서 내 마음을 말로 털어 놓은 걸 고리타분한 상담이라 치부할 수 없는 셈입니다. ●친구이든, 가족이든, 스승이든… 나만의 ‘대나무숲’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털어 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얘기입니다. 커다란 귀 탓에 고민하던 임금님이 모자 장수를 불러 귀를 감춰줄 모자를 만들어 달라고 시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귀에 대해 절대 말해서는 안 되며 소문을 내면 가족까지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하죠. 임금님이 만족할만한 모자를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후에 생깁니다. 커다란 고민을 안은 채 살아가던 모자장수는 결국 큰 병을 얻습니다. 마음의 부담이 몸의 병으로 옮겨간 셈입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모자장수는 고민 끝에 마을 뒷산에 대나무 숲으로 가서 큰소리로 외치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요. 다들 알고 계신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이유는 이후에 이 모자장수의 병이 씻은 듯 낫기 때문입니다. 마음 안에 담긴 응어리는 결국 마음과 몸에 병을 만들지만 그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만 전래된 건 아니라고 합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중앙아시아에도 있다고 해요. 아마 신라시대 때 실크로드를 통해 중동과 직접 교역을 하던 중 흘러 들어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역만리를 건너 비슷한 이야기에서는 우리의 대나무 숲이 우물로 바뀌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마음 속 무거운 이야기를 털어 놓을 대상이 필요합니다. 이런 대상은 가족일 수도 있고 스승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할 수 있는 누군가라면 됩니다. 때로는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도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에는 전래동화 속 대나무 숲이나 우물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으신가요? 이광민 전문의는 마인드랩공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의 실체적 방향을 찾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아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됐다. 오랫동안 임상에서 청소년과 청년, 암환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왔다.
  • [여기는 남미] 달랑 핸드폰 1대 받고 12살 여동생 처녀성 판 언니

    [여기는 남미] 달랑 핸드폰 1대 받고 12살 여동생 처녀성 판 언니

    가해자와 피해자, 신고인이 모두 가족인 복잡한 사건이 남미 콜롬비아에서 발생했다. 콜롬비아 경찰이 미성년인 여동생의 처녀성을 팔아넘긴 혐의로 25살 여자와 공범을 체포했다고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콜롬비아 북동부의 지방도시 아구아치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체포된 여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알게 된 남자에게 12살 친동생과의 잠자리를 주선하겠다며 협상을 벌였다. 자신도 모르게 성매매 거래의 대상이 된 12살 여동생은 남자와 동침한 적이 없었다. 언니가 돈을 받고 여동생의 처녀성을 팔아넘긴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여자는 어이없는 조건으로 남자에게 12살 여동생의 처녀성을 팔아버렸다. 여자가 여동생과의 잠자리를 주선하는 대가로 남자로부터 받기로 한 금품은 핸드폰 1대와 약간의 현찰이었다. 경찰은 핸드폰의 기종과 금액을 공개적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현지 언론은 "공분을 자아낼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말이 비공식적으로 소식통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건에 합의한 여자는 이후 남자와 약속한 모텔로 12살 여동생을 데려가 잠자리를 갖게 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남자는 알프레도라는 이름의 성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남자는 모텔에서 동생을 데리고 나간 여자와 만나 핸드폰과 약속한 돈을 건넸다. 남자는 현재 체포돼 구속된 상태다. 계약대로 12살 여동생을 넘겨주는 자리에는 25살 친언니의 연인인 또 다른 21살 여인도 함께했다. 두 사람은 레즈비언으로 상당기간 연인관계를 유지해왔다. 경찰은 "연인 사이인 두 사람이 여동생의 처녀성을 산 남자와의 접촉에서부터 모텔에서 여동생을 넘겨주기까지 줄곧 함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21살 연인은 공범으로 피해자의 친언니와 함께 체포됐다. 경악할 이 사건은 아버지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12살 딸에게 뒤늦게 사건의 전모를 듣고 알게 된 아버지는 딸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신고자가 모두 가족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면서 친언니와 공범, 금품을 주고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진 남자를 전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도쿄올림픽 골판지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도 칭찬 들은 아일랜드 선수

    도쿄올림픽 골판지 침대 위에서 방방 뛰고도 칭찬 들은 아일랜드 선수

    “성관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침대라고요? 이렇게 방방 뛰어도 되는데.” 아일랜드 체조 대표팀의 선수 라이스 맥클레너건(21)이 도쿄올림픽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가 어떻다니 하는 잘못된 말들을 쑥 들어가게 했다고 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칭찬을 들었다. 이번 대회는 지속가능한 소재들을 많이 쓰는 것을 표방했다. 해서 전기는 재생에너지로 돌리고, 올림픽 성화는 알루미늄을 재사용해 만들어졌으며, 메달 역시나 재활용해 제작됐다. 선수들이 가장 불만을 터뜨린 것이 골판지 침대다. 재활용 골판지로 침대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일부 선수들은 ‘우리가 성생활을 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딴 걸 만들어냈느냐’고 흥분했다. 제조업체는 200㎏ 무게까지 지탱할 수 있다며 5년 전 리우올림픽 때보다 더 튼튼하다고 주장했지만 선수 중에는 코로나19 방역의 일환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게 하려고 한 사람 이상 올라가면 안되게 침대를 만들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미국 육상 선수 폴 첼리모가 그런 의심과 불만을 표현한 선수들의 대표 격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선수끼리 친해지는 일을 피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맥클레너건은 이런 낭설을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겠다며 이런 동영상을 만들었고, 대회 조직위의 공식 트위터 계정은 고마움을 표시하기에 이르렀다고 영국 BBC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그는 “어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라도 무너지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조직위 계정은 “미신을 혼쭐내줘 고마워”라고 적은 뒤 “여러분은 아일랜드 체조 대표팀의 라이스 맥클레너건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처음으로 들었다. 지속가능한 골판지 침대는 튼튼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조직위는 선수촌에 머무르는 선수들은 가급적 혼자 잠자리에 들며 어디에서건 다른 선수들과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회 플레이북은 “불필요한 껴안기나 하이파이브, 악수 같은 신체 접촉을 피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주류 판매는 되지 않는다.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배포하기 시작한 콘돔은 안전한 성관계를 위해 이번 대회에도 뿌려지는데 다만 5년 전 리우올림픽 때 새 기록을 고쳐 쓴 45만개의 3분의 1로 축소했다. 조직위는 대회 도중 쓰고 귀국할 때 하나씩만 챙겨 떠나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양이라고 주장했다.. 그나저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도쿄올림픽을 집어삼킬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대회 ‘플레이북’을 적용하기 시작한 지난 1일 이후 19일까지 58명의 대회 관계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중 4명이 선수다. 남아공 축구 대표팀의 타비소 모냐네와 카모헬로 마흘랏시, 체코의 비치발리 선수 온드레이 페루시치, 미국 체조 대표팀의 여자 선수 카라 이커다. 남아공 축구대표팀 선수와 지원인력 모두 자가 격리됐다. 영국 선수단 가운데 선수 6명과 지원 인력 2명은 음성 판정이 나와 훈련에 임해도 좋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미국의 테니스 스타 코코 가우프는 양성 판정을 받은 뒤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도쿄도(東京都)는 19일 코로나19 확진자 727명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주일 전보다 225명(44.8%) 늘었다. 도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30일 연속 증가했다. 도쿄는 이미 지난달 말 ‘감염 폭발(4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후에도 확산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오후 6시 30분까지 2329명이 새로 파악됐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54.9% 늘어난 것이며 누적 확진자는 84만 4539명이다. 12명이 사망해 누적 1만 5075명이 됐다. 정부는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23일 개막식이 예정된 도쿄올림픽이 감염 확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교도통신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9%는 도쿄에 현재 네 번째 발효 중인 코로나19 긴급사태가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7.0%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개최되면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불안을 느낀다고 밝혔다.
  • 우유자조금위, 여름철 수면에 도움 주는 ‘우유 주스 3종’ 소개

    우유자조금위, 여름철 수면에 도움 주는 ‘우유 주스 3종’ 소개

    무더위가 시작되고 낮 기온이 최고 30도,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을 웃돌며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한밤중 실내온도가 28도를 넘으면 수면각성과 체온을 조절하는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겨 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낮에 소모된 에너지를 보충하고 신체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잠’을 통한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성인은 하루 6~8시간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대한수면학회에 따르면,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질병 위험률을 낮추고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이 정도의 수면시간을 채워야 한다. ▲잠자리 온도 조정하기(온도 18~20℃, 습도 50~60%) ▲규칙적으로 가벼운 운동하기 ▲장시간 낮잠은 피하기 ▲카페인, 흡연, 음주 피하기 ▲잠자기 전 과식, 야식 금물 등은 수면에 도움을 준다. 더불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우유’를 활용해 만든 건강한 수면에 도움을 주는 꿀잠 주스 3종을 16일 소개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우유 속 비타민 C‧B6, 엽산, 마그네슘 등은 뇌에서 트립토판의 이용률을 높이고, 신경을 진정시키는 세로토닌을 만들어 불안감을 해소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꿀잠 주스ⓛ<재료>우유 200ml, 셀러리 3개, 키위 2개, 꿀 2큰술<만드는 법>믹서기에 셀러리, 키위, 꿀을 넣고 우유를 부어 갈아주면 완성이다. ▲ 꿀잠 주스②<재료>우유 500ml, 바나나 1개, 콩가루 1스푼, 호두 5조각, 꿀<만드는 법>믹서기에 바나나와 호두, 콩가루를 넣고 우유를 부어 갈아주면 완성이다. ▲ 꿀잠 주스③<재료>우유 200ml, 들깨, 꿀 적당량<만드는 법>들깨를 약한 불에 볶는다.볶은 들깨를 분쇄기에 갈아준다.들깻가루와 꿀을 1:1로 섞어준다.따뜻한 우유에 들깨청 한 스푼을 넣으면 완성이다.
  • 때론 잔혹한 때론 은밀한 물속 하모니

    때론 잔혹한 때론 은밀한 물속 하모니

    지구 3분의2 거대 생태계바닷가재·해달 내밀한 사생활부터인간 주도 ‘골드러시’ 폐해 지적까지바닷속 유영하듯 저자 경험 펼쳐“해양 파괴 땐 산소 고갈” 지적도바닷가재 암컷이 수컷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목적은 하나다. 강한 녀석을 고르는 것. 마음에 드는 수컷이 생기면 암컷 바닷가재는 수컷의 동굴을 찾아간다. 그리고 이마에 있는 분비선으로 오줌을 눈다. 짝짓기 신호다. 그렇다고 곧장 잠자리로 파고들지는 않는다. 이들은 먼저 더듬이에 있는 화학수용체를 이용해 서로를 꼼꼼하게 더듬는다. 이 과정이 며칠 동안 이어질 때도 있다. ‘케미’가 맞는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함께 동굴로 들어간다. 짝짓기가 시작되면 암컷은 껍데기를 벗는다. 이후는 보통의 생물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껍데기를 벗어 허약해진 암컷은 며칠 더 수컷의 동굴에 머물며 벗었던 갑옷이 다시 단단해지기를 기다린다. 사랑꾼 수컷은 세심하게 암컷을 보살핀다. 물론 여기엔 다른 수컷으로부터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려는 의도도 있을 터다.우리는 바닷가재의 이 같은 삶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아는 거라곤 어쩌면 식탁에 오른 바닷가재의 몸맛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다른 해양 생물들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구의 3분의2가 바다이고, 그 속에 가장 거대한 생태계가 있지만, 우리가 아는 건 극히 일부다. ‘바다 생물 콘서트’는 이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바닷속 놀라운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은 일종의 해양 개론서다. 크고 작은 바다 생물들의 사생활부터 이들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지구의 천적’인 인간의 탐욕스런 바다 자원 개발에 이르기까지, 바다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짚어 낸다.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탁월한 현장감이 아닐까 싶다. 저자가 바다 위 아래에서 체득한 경험들이 잔뜩 담겼다. 이 덕에 내용 하나하나가 바닷속을 유영하듯 생생하다.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역시 동물의 은밀한 사생활이다. 마냥 귀엽기만 한 해달 수컷은 사실 ‘악당’이다. 암컷과 짝짓기를 하며 폭력을 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 자신만의 하렘을 구축하지 못한 해달 수컷은 난데없이 바다표범 새끼들에게 성폭행을 일삼고, 새끼 해달을 납치해 어미가 가져온 먹이와 맞바꾸기도 한다. 펭귄도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다. 매춘이다. 산란철이면 둥지를 짓는 재료인 자갈이 품귀현상을 빚는데, 암컷은 돌을 얻기 위해 짝 몰래 이웃 동네의 독신 수컷에게 몸을 판다. 아델리 펭귄은 부상당한 암컷을 성폭행하거나, 죽은 펭귄을 능욕하는 변태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울러 몸통 8배 길이의 생식기를 가진 따개비, 고환 하나의 무게가 70㎏에 달하는 ‘생식기의 제왕’ 대왕고래 등 해양 생물들의 내밀한 세계가 섬세하게 펼쳐진다.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남획, 어족자원 고갈, 플라스틱 쓰레기 등의 이야기들 말이다. 게다가 지금 바다 깊은 곳에선 ‘골드 러시’가 한창이라고 한다. 많은 나라들이 망간단괴 등의 자원을 캐내기 위해 혈안이다. 재난영화에서처럼 철없고 무책임한 개발지상주의자들이 금단의 땅을 두드리고 있는 형국이다. 저자는 “우리가 숨을 쉴 때 두 번 중 한 번은 바닷속 미세 조류가 생산한 산소를 들이마신다”며 “해양생태계 멸종이 이어진다면 지구에 인간의 삶을 유지할 만큼의 산소는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英 ‘축구 과부’, 남편이 유로 2020 빠진 사이 산 복권 16억원 당첨

    英 ‘축구 과부’, 남편이 유로 2020 빠진 사이 산 복권 16억원 당첨

    남편 폴은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영국 햄프셔주 배싱스토크에 사는 주부 서맨서 영(33)은 남편에게 잔소리 깨나 해봤지만 도무지 소용이 없었다. 남편은 코로나19 때문에 일년 늦게 개최된 대회 조별리그 모든 경기를 다 챙겨 보려고 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은 대회 8강전을 앞둬 경기가 없던 날이었는데 남편은 미처 보지 못한 경기 동영상을 찾아 보고 있었다. 보통 매주 금요일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경기가 없는 날이어서 남편과 함께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 한 잔을 홀짝이며 곧바로 당첨 여부를 확인하는 복권을 긁는 날이었는데 이날은 남편이 또 축구에 빠져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서맨서는 체념하고 즉석복권을 긁었는데 20파운드에 당첨됐다. 그 돈으로 그녀는 유로밀리언스 영국의 밀리어네어 메이커 복권을 구입했는데 잭팟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당첨됐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13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다음날 아침 이메일을 열어봤더니 그녀가 당첨됐다고 알리는 이메일이 와 있었다. 처음에 서맨서는 1000 파운드(약 160만원)에 당첨된 것으로 알았다. 회계사로 일하며 허구헌날 숫자와 씨름하며 살았는데도 그 정도 금액에 당첨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남편 폴이 찬찬히 살피더니 그 1000배인 100만 파운드(약 16억원)에 당첨된 것이라고 일러줬다. “우리 둘 다 진짜로 당첨된 것이라고 믿지 않으려 했다. 이메일은 가짜이고, 피싱 사기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히 그날 밤 추첨된 20명의 우승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조울증이 심한 그녀는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도 없었는데 이제 당첨금으로 가족의 미래를 더 안정되게 설계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서맨서는 맨날 축구만 보는 남편에게 리버풀 시즌 관람권을 선물할 것이라고 했다. 또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결승에 오를 때까지 남편을 즐겁게 만들었던 잉글랜드 대표팀을 계속 함께 응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온 가족이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의 보라보라 섬에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또 레인지로버 스포츠카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사는 그들, 고양이/화가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함께 사는 그들, 고양이/화가

    “우다다다다다! 우다다다다다 우당탕!” 아침부터 새끼 고양이들 뛰어다니는 소리로 집안이 소란스럽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 주니 우르르 몰려들어 밥을 먹고는 한여름 소나기 쏟아지듯 우당탕탕 뛰어다니다가 금세 아무 데서나 잠이 들어 버린다. 그제야 주섬주섬 녀석들이 흩트려 놓은 물건들과 지저분해진 집안 청소를 한다. 이것도 한때려니 생각하며. 태어나 어미 품에서 놀던 새끼 고양이들은 이제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집안에서 눈 뜨자마자 싸우며 놀던 녀석들이 마당에 나가 뛰어다니고 나무를 오르내리며 놀다 볼일도 화단에서 처리한다. 그 곁에서 새끼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노는 어미들, 아직 함께하며 즐기는 모습이다. 새끼들을 쫓아다니며 챙기는데 한번은 개가 쫓아오자 순식간에 달려들어 쫓아내는 모습을 보고 기겁한 일도 있다. 점차 어미 고양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새끼 고양이들은 독립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스스로 돌아다니며 사냥해 조만간 잠자리를 비롯해 나비, 개구리, 뱀, 쥐까지 사냥해서 가지고 들어올 것이다. 집안에 쥐가 없는데 고양이 때문에 쥐가 생길까 바짝 긴장해야 한다. 지나고 보면 그것도 한때이다.새끼 고양이들은 성격이 하나같지 않아 처음부터 사람을 따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삼개월이 넘었는데도 밥 먹을 때 외엔 거리를 두고 가까이 하지 않는 녀석도 있고, 그저 겁이 많아 도망갔다가 호기심으로 다가오는 녀석도 있다. 그중 한 녀석은 책상 위에서 떠나지 않고 계속 같이 놀자고 한다. 처음엔 그 수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분양해야 하나 고민이었으나 잠시 줄어들 뿐 그 자체가 해결점이 되지 않았다. 어린 길고양이가 도움을 요청하니 외면할 수 없었고, 또다시 고양이 수는 늘어났다. 무엇을 고민해야 할 것인가. 집안에서만 키우는 반려묘가 아닌 영역동물로서 살아갈 고양이들로 바라봐도 괜찮을까. 많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데 해줄 수 있는 것은 먹을 것과 잠자리뿐이다. 그들은 점차 숲으로, 동네 빈집으로, 밭으로 영역을 확대하며 자신의 영역을 찾아갈 것이고, 마침내 집을 떠나는 녀석도 있을 것이다.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흘러갈까. 어우러질 수 있을까. 더워지는 만큼 고민이 쌓여 가는 나날이다.
  • 클린턴 부부·펠로시… 카터 부부 덕에 동네잔치 커졌네

    클린턴 부부·펠로시… 카터 부부 덕에 동네잔치 커졌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전 국무장관 부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테드 터너 CNN 창업자,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와 트리샤 이어우드 부부…. 지난 10일(현지시간) 70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미국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 플레인스는 내로라하는 유명인들로 북적거렸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의 결혼 7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80년 전 카터 부부가 다녔던 ‘플레인스 고교’에서 열렸다. 카터(96) 전 대통령과 부인 로절린(93) 여사는 손님 350여명을 직접 맞이했다. 그는 로절린 여사에게 “내게 꼭 맞는 여성이 돼 줘서 특별히 감사하다.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로절린 여사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는데 지미가 나타났고, 내 인생은 모험이 됐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부부는 “오래가는 결혼을 하고 싶다면 꼭 맞는 사람과 결혼하라”며 “우리는 이견을 풀기 전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인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대선에서 승리해 39대 대통령을 지냈지만 재선에 실패했다. 단임 대통령이라고 폄하되지만 퇴임 후에 더 빛났다. 그는 한 번에 수십억원씩 받는 고액 강연이나 기업 이사회 참여를 거절했다. 대신 저소득층을 위한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 활동과 저개발국의 민주 투표 참관인 봉사, 질병 퇴치, 인권 증진 활동에 전념했다. 더군다나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으로 돌아와 부부가 50년 전에 지은, 21만 3000달러(약 2억 4000만원)짜리 고색창연한 집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백악관 생활을 마친 뒤 자신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살던 곳으로 돌아온 유일한 전직 대통령이다. 덕분에 모범적인 퇴임 대통령의 삶을 사는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으로 불린다.
  • 2년 동안 같은 번호로 복권 도전한 집념, 402억원 손 안에

    2년 동안 같은 번호로 복권 도전한 집념, 402억원 손 안에

    캐나다의 한 연금 생활자가 2년 동안 같은 번호를 적어내 마침내 로또 맥스 복권 추첨에서 3500만 달러(약 402억원)의 행운을 거머쥐었다. 주인공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캠루프스에 사는 개리 힐. 20년 동안 장거리 이삿짐 트럭을 운전하다 퇴직했다. 그는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로또 맥스 추첨 결과 제2의 인생을 완벽하게 바꿀 수 있는 횡재를 했다고 야후 뉴스가 9일 전했다. 어머니가 그에게 먼저 캠루프스에서 로또 당첨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알려줘 그때에야 당첨 확인 사이트(bclc.com)에 접속해 당첨 복권 번호를 확인했더니 자신이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써낸 번호여서 금방 알아봤다는 것이다. 그는 과장되게 “두 다리가 스파게티처럼 돼(힘이 없어져) 침대 위에 엎어졌다. 난 15분 정도 울기만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당첨 사실을 알렸더니 어머니는 “오, 개리!”란 말만 했다고 했다. 그는 전날과 이날 일평생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잠자리들을 연거푸 본 것이 행운으로 연결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당첨된 날 밤 크고 밝은 보름달을 본 것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첨금으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다면 덴마크를 가보고 싶다면서 그 돈을 가족과 나눈 뒤 현지 병원에 보탬을 주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 주위 분들을 돕고 싶다.” 올해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는 8300만 달러의 당첨금을 거머쥔 사람이 나오면서 더욱 많은 이들이 구매 행렬에 가담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 10시 30분에 추첨된다. 힐은 2년 동안 같은 번호를 적어 행운을 거머쥐었는데 이건 약과다. 앨버타주 에드먼턴에 살던 본 트루옹은 지난 2018년 10월 추첨된 로또 맥스로 6000만 달러(당시 약 730억원)의 당첨금을 챙겼는데 가족들의 생일 날짜 등을 조합한 번호를 20년 동안 계속 적어낸 끝에 일궈낸 결실이었다. 일부 보도에서는 30년 동안이라고도 했다. 그는 또 추첨 당일 당첨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돈을 쓸 계획을 짜느라 다른 사람에게 일절 알리지 않고 10개월이 지난 뒤에 당첨금을 찾아간 은근과 끈기로도 남다른 눈길을 끌었다.
  • 자전거 여행에 지쳐 잠든 65세 미여성, 회색곰에 질질 끌려나가

    자전거 여행에 지쳐 잠든 65세 미여성, 회색곰에 질질 끌려나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미국 몬태나주에서 야영하던 60대 여성을 공격해 숨지게 한 회색곰이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   연방 야생동물 당국은 9일 새벽 함정으로 마련된 닭장을 습격한 회색곰을 잠복하고 있던 직원들이 야간투시경을 이용해 총으로 쏴 사살했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회색곰은 이날 여성이 숨진 곳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설치된 함정을 덮쳤다가 사살됐다. 이 곰은 지난 7일 밤에도 이 닭장을 습격했고, 이에 야생동물 담당 관리들은 미끼를 놓은 함정을 설치해 다시 이 곰을 유인했다. 한 번 사람을 공격한 곰은 되풀이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사살해야 했다.  몬태나주 관계자는 “곰의 크기와 색깔, 그리고 닭장을 습격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우리가 (사람을) 공격했던 그 곰을 잡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살 현장에 발견된 발자국도 로컨이 살해된 곳에서 나온 발자국과 일치했다. 당국은 다만 DNA(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 일대 캠핑장에 내려진 폐쇄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치코에서 간호사로 일한 레아 데이비스 로칸(65)이 몇달 일정으로 자전거 여행을 즐기려고 헬레나에서 96㎞ 떨어진 오밴도란 마을 근처에서 야영을 했는데 전날 오전 4시와 5시 사이에 회색곰의 습격을 받고 숨을 거뒀다. 곰은 깊이 잠든 그녀를 텐트 밖으로 끌어낸 뒤 죽였다고 통신은 야생보호국 간부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무게가 181㎏ 정도 돼 보이는 이 곰은 새벽 3시쯤 이곳 야영지를 찾아왔는데 그녀와 다른 두 야영객은 먹을 거리를 텐트 밖으로 던져 곰의 공격을 모면했다. 모두 마음을 놓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곰이 한 시간 남짓 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가 공격을 받는 끔찍한 소리를 듣고 놀라 깨어난 두 야영객은 스프레이 퇴치제를 뿌려 곰을 쫓아냈다. 파웰 카운티의 부보안관 개빈 로셀레스는 “습격을 당하기 전 곰들과 짧은 접촉이 있었는데 다시 야영지로 돌아와 이같은 짓을 저질렀다. 앞서 한 쌍의 회색곰이 여러 차례 야영지 근처를 배회했다”고 말했다. 로칸을 공격한 곰은 전날 밤에도 닭 우리를 습격해 몇 마리를 먹어치운 상태였다. 친구인 매리 플라워스는 로칸이 이전에도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여러 차례 즐겼으며 이번에는 자매, 친구와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워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로칸은 자매와 친구가 잠든 바로 옆에서 변을 당했고, 어쩌면 그녀 덕분에 두 사람은 화를 모면한 것으로 보인다. 주 관계자는 “사람이 회색곰을 마주친 뒤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면서도 “인간과 곰이 충돌하는 일은 해마다 벌어진다”고 말했다. 보안관실은 근처 캠핑장들을 폐쇄했다. 지상 수색은 물론 참변이 발생한 날과 다음날까지 헬리콥터 등을 띄워 수색하고 다섯 군데 함정(트랩)을 설치해 포획하려 했지만 곰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캐나다와의 국경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이 마을은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으로 나와 유명해진 블랙풋 리버 유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근처에는 회색곰 10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5명 밖에 안되는 이 마을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로데오 이벤트 업체를 운영하는 티파니 사바렐리는 “모두가 서로 아는 마을이다. 몬태나주 사람들은 곰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여인숙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리 안 발리튼은 마을 전체가 깊은 정적에 빠졌다고 전했다. 몬태나주에서는 지난 4월에도 40세 남성이 남서쪽 옐로스톤 국립공원과의 경계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낚시를 즐기다 음식을 찾아 달려든 회색곰의 공격에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회색곰의 공격이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개체 수가 회복하면서 전에는 살지 않던 지역까지 서식지를 넓힌 영향이라고 몬태나주 회색곰 자문위원회는 밝혔다.
  • [따뜻한 세상] 거동 불편한 할머니 휠체어 밀어주고 숙박비 내준 경찰관 ‘훈훈’

    [따뜻한 세상] 거동 불편한 할머니 휠체어 밀어주고 숙박비 내준 경찰관 ‘훈훈’

    새벽 시간 거동이 불편한 70대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잠자리까지 마련한 경찰관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새벽 3시쯤 “병원에서 퇴원해 귀가하려는데 택시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한 70대 할머니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습니다.신고를 접수 받은 서귀포경찰서 중동지구대 홍유중(50) 경위와 정성진(32) 순경은 5분 만에 서귀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환자복을 입은 한 할머니가 휠체어에 탄 채 추위에 떨고 있었습니다. 몇 달 전 할머니는 가스폭발 사고로 장기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달 8일 퇴원을 준비 중이던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낙상사고를 당해 응급치료를 받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퇴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경찰관은 할머니의 휠체어를 1km가량 밀어 귀가를 도왔습니다. 하지만 힘들게 도착한 할머니 집 현관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자 육지에 사는 가족이 보안장치 잠금 설정을 해놓은 겁니다. 정성진 순경은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할머니께서 ‘병원에 오래 입원해서 아들이 시정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시정 보안업체가 새벽에 전화를 받지 않아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경찰관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할머니를 인근 숙박시설로 모셨습니다. 수중에 돈이 없다며 걱정하는 할머니를 위해 숙박비도 대신 지불했습니다. 할머니는 경찰관의 따뜻한 배려에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였다고 합니다. 정 순경은 “할머니께서 고맙다고, 꼭 은혜를 갚겠다고 하셨다”면서 “작년에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가 생각났는데, 다치지 않고 오래오래 건강하시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 “서로에게 화 남긴 채 잠들지 않아요” 카터 부부 75년, 그렇게 함께 흘렀다

    “서로에게 화 남긴 채 잠들지 않아요” 카터 부부 75년, 그렇게 함께 흘렀다

    “매일 부부간에 화해와 소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불화를 남긴 채 잠을 자지 않습니다.” 7일(현지시간) 결혼 75주년을 맞는 지미 카터(96) 전 미국 대통령은 부인 로절린(93)과 백년해로하는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일 AP통신에 따르면 카터는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면, 딱 맞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비결”이라며 자신들을 “완벽한 동반자 관계”라고 지칭했다. 카터는 과거 인터뷰에서 1987년에 낸 부부의 회고록을 함께 쓰다 이때 생긴 불화로 다시는 공저를 쓰지 않기로 했고, TV프로그램을 뭘 볼 거냐 같은 사소한 다툼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절대 화난 채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며 “나는 그녀에게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 나도, 그녀도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그런 다음 함께 할 것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카터가 62세 때 부부는 스키를 배웠고, 미국 곳곳은 물론 몽골까지 플라이 낚시를 하러 갔으며, 조류관찰 여행을 다니며 약 1300종의 새들을 만났다. 서로에게 딱 맞는 상대인 두 사람은 싸워도 금방 화해했으며, 관심사를 늘 공유했다. 카터는 뉴욕타임스에 이날 “나는 매우 행복했다. 처음보다 지금 그녀를 더 사랑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남부 농촌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자란 둘은 카터가 해군으로 복무하던 스물한 살, 열여덟 살의 로절린을 만나 결혼했다. 로절린은 2년 전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에 카터의 여동생 루스와 친구였는데 “루스 집에 갔다가 카터의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고 했고, 카터도 “첫 데이트 다음날 어머니에게 로절린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가부장적인 시대 탓인지 결혼 초기에 카터는 로절린과 상의 없이 거주지나 직업을 바꾸곤 했다. 하지만 카터는 이후 조지아주 상원의원과 주지사를 역임하면서 로절린의 정치 및 정책 조언 능력을 보면서 양성평등 옹호자로 바뀌었다. 로절린은 처음으로 백악관에 영부인 사무실을 만들고 별도의 직원을 거느리며 당시 여권 신장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1981년 백악관에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카터 부부는 50대였고, 이후 이들은 카터센터를 세워 전 세계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이 공로로 카터는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카터 부부는 역대 미 대통령 부부 중 가장 오래 결혼생활을 했다. 2위는 73년을 넘게 해로한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다. 카터 부부는 고향 플레인스에서 지인들과 결혼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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