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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영화]

    [토요영화]

    ●목포는 항구다(MBC 오후 11시40분) 철 지난 조폭을 소재로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 조재현을 머리는 셜록 홈즈이지만 몸은 굼뜬 서울내기 형사로, 차인표를 공사다망한 가운데 주말의 명화는 꼭 챙겨보는 조폭 두목으로 등장시키며, 고정된 이미지를 뒤집는 캐릭터와 설정으로 관객의 배꼽을 잡게 했다. 강력반 형사 이수철(조재현)은 목포의 조직폭력배 ‘성기파’의 마약밀매 루트를 알아내기 위해 내부로 잠입을 시도한다. 남기남이란 가명을 사용한 수철은 두목 백성기(차인표)에게 가오리파 일당이 그를 덮치려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성기는 몸을 피하고, 수철은 공을 인정받아 일단 성기파의 조직원이 되는 데 성공한다. 한 술 더 떠 성기가 추진 중인 ‘보물선 탐사사업’ 유치를 위한 권투시합에 조직을 대표하는 선수로 출전해 극적으로 승리하는 수철. 그에 대한 성기의 신임은 깊어가고, 수철은 조직에서 지위가 급상승한다. 하지만 성기의 인간미에 끌리게 된 수철은 자기가 형사인지, 건달인지 점점 헷갈려 한다. 그러던 어느날 수철은 조직의 넘버2 마두호(손병호)가 반역을 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간혹 선을 넘는 화장실 유머가 거슬리기는 하지만,‘사나이들의 의리’를 밑바탕에 깔고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다양한 캐릭터로 웃음을 끌어냈다. 액션 느와르와 조폭 코미디를 섞어낸 김지훈 감독의 데뷔작. 지난해 일본 유바리 팬태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110분. ●휘파람(EBS 오후 11시45분) 열여섯 살 베베는 행복한 소녀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은 다른 세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댄서인 마리아나는 남자랑 잠자리를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줄리아는 아무 곳에서나 의식을 잃는다. 물라토 출신의 음악가인 엘피디오는 과거 어머니에게서 버림을 받은 기억을 안고 쿠바를 정처없이 배회한다. 시끄럽고 복잡한 현대의 하바나를 화두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일상을 묵묵히 관찰하는 영화. 자유와 의무 사이에서 최후의 선택을 한 세 주인공들의 미래를 전적으로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기는 열린 결말을 택했다. 쿠바 출신의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의 1998년 작품으로, 선댄스영화제 특별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존 레넌을 좋아하는 페레즈 감독의 취향도 영화 곳곳에 묻어났다. 존 레넌의 노랫말이 인용됐고, 그의 노래 ‘줄리아’는 주인공 이름으로 사용됐다.106분.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기준이네 집을 찾은 인경은 자신을 낳아준 생모에 대해서 기준 엄마에게 캐묻는다. 기준 엄마는 당혹스러워하며 인영에게 전화를 건다. 늦은 밤, 자신을 찾아온 인철과 함께 귀가한 인경은 고모의 품안에서 목놓아 울고, 인영의 가족들 역시 모두들 눈물로 인경을 위로한다. ●사랑공감(SBS 오후 9시55분) 지숙의 간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치영은 단호하게 희수를 만나러 나간다. 지숙은 마치 정신을 잃은 듯이 동우에게 전화를 걸어 치영과 지숙이 만나고 있다고 말한다. 영문도 모른 채 전화를 받은 동우는 어리둥절해 한다. 급히 호텔로 온 동우에게 지숙은 치영과 희수의 관계를 얘기한다. ●언론과의 대화(YTN 오후 3시15분) 한국현대사를 온 몸으로 살아온 리영희 선생의 인생역정과,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 등은 70∼80년대 ‘사상의 은사’로 불렸던 리영희 선생의 저작물이며, 최근에는 자신의 삶과 사상을 담은 회고록 ‘대화’를 펴내기도 했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서울 청량리 588 한복판에서 노숙자 등에게 밥을 지어준 것을 시작으로 소외계층과 동고동락하며 ‘다일공동체’를 꾸려온 최일도 목사의 일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시간. 올바른 부모로 살아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생활 속의 나눔정신과 거기에서 얻는 보람 등을 들어본다. ●오아시스(MBC 오후 11시10분) 대한민국 대표 배우 최민식이 출연해 좌절과 고난을 이기고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그가 걸어온 영화 같은 인생이야기를 들려준다. 소문난 애주가로, 기회가 된다면 소주 광고를 꼭 하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생각해 놓은 콘티와 함께 술버릇 때문에 벌어진 에피소드도 공개한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남들에 비해 강한 성욕을 가진 태호. 현애는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태호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현애는 차라리 밖에 나가 바람이라도 피우라며 태호에게 짜증을 내기에 이른다. 매번 구걸하듯 아내와 잠자리를 해야 하는 태호도 화가 날 대로 나 결국 외도를 하고 마는데….
  • 뇌도 운동시키면 똑똑해진다

    뇌도 운동시키면 똑똑해진다

    사람은 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천재도, 둔재도 될 수 있다. 고3 수험생이라면 이른바 ‘사당오락’(四當五落·4시간 자고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그러나 잠을 안 자고 공부하면 집중력과 창의성이 떨어진다. 즉 공부의 ‘양’은 많아지지만,‘질’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실제로 불면증 환자의 뇌를 검사한 결과, 뇌의 시상신경이 거의 모두 손상됐다. 즉 사당오락은 비과학적인 ‘우격다짐’에 지나지 않는다. ●사당오락은 불변의 진리다? 수면 중에는 눈동자가 빨리 움직이는 현상(REM·Rapid Eye Movement)이 나타난다. REM수면 중에는 척수신경 및 운동뉴런이 강하게 억제돼 몸은 마비상태에 가까워지는 반면 뇌의 활동은 활발해져 대뇌 혈류 및 산소 소모량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REM수면 상태에서는 소음에 반응이 없지만, 이름을 부르는 등 의미있는 일에는 반응하게 된다. 고려대 인지과학연구소 한종혜 박사는 “REM수면과 비REM수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한 주기는 90분가량이며, 주기마다 20∼30분이 REM수면”이라면서 “뇌는 REM수면 중 스스로 반복학습하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암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학습내용은 영구적으로 기억되기 전에 뇌 속 중간에 자리잡은 ‘해마’에 임시 저장된다. 이 때문에 해마를 다치면 다친 이후의 일은 기억할 수 없어 방금 만난 사람도 돌아섰다 다시 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 된다. 한 박사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면 해마는 학습내용을 장기기억창고로 잘 보내게 된다.”면서 “또 장기기억력 향상에는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머리 큰 사람이 똑똑하다? 현재 인류의 뇌 용량은 1400㎤가량이다.150만년전 호모 에렉투스는 900㎤에 불과해 뇌 용량이 클수록 지능이 높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4만년전 크로마뇽인은 현대인과 비슷한 1300∼1400㎤였다.1만년전 네안데르탈인은 1500∼1750㎤로 오히려 현대인보다 뇌가 컸다. 그렇다면 뇌의 무게와 지능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남자는 1350∼1400g, 여자는 1200∼1250g이기 때문에 뇌의 무게와 지능이 비례한다면 남자는 여자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하지만 천재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경우 뇌의 무게는 1230g에 불과했다. 한 박사는 “아인슈타인은 수학적 능력과 공간 지각력을 좌우하는 뇌의 두정엽 부분이 일반인보다 15% 넓었다.”면서 “다른 똑똑한 사람의 뇌를 검시한 적이 없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지능은 뇌의 크기와 무게보다 신경세포 밀도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뉴턴은 왼쪽 이마 윗부분과 오른쪽 이마 아랫부분이 도드라졌으며, 베토벤 역시도 왼쪽 이마가 볼록했다. 이는 뇌의 어느 부분을 잘 쓰는지가 얼굴 모양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왼쪽 이마가 튀어나온 ‘짱구’는 생각을 깊게 하고 언어나 수리를 동원해 논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중 왼쪽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즉 머리의 크고 작음보다 뇌를 사용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셈이다. ●천재는 타고난다? 몸을 단련하기 위해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것처럼 뇌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법도 있기 마련이다. 뇌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호르몬 분비 등이 달라지게 된다. 최근 국내 주요 대학 재학생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좋아하는 과목부터 공부 ▲과목별로 번갈아 공부해야 집중력 향상 ▲전체 흐름 파악한 뒤 중요 내용 암기 ▲학습능률 높이는 주말 취미생활 등이 공부 비결로 꼽혔다. 실제로 어떤 것에 대한 의욕은 뇌의 전두엽 부분을 자극한다. 한가지 일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도 뇌의 각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면 뇌의 특정 부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 쉽게 피로하지 않는다. 또 단순하고 기계적으로 외운 내용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이를 이미지화하면 더 오래 기억되며, 명상과 적당한 휴식은 긴장과 스트레스 등을 이완시켜 뇌를 활발하게 만든다. 공부에 왕도(王道)는 없다고들 하지만, 왕도는 뇌를 자극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있는 셈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반갑다, 독도야!…어떻게 갈까

    반갑다, 독도야!…어떻게 갈까

    ‘반갑다, 독도야!’ 우리 마음속에 가고 싶은 여행지 하나가 추가됐다. 봄꽃 내음이 완연한 2005 봄, 독도에 설레는 첫발을 내딛게 된다. 그동안 독도는 울릉도 여행길에 배를 타고 먼발치에서 돌아보며 아쉬움을 달래던 섬.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떼쓰는’ 독도는 꼭 가봐야 할 답사지이기도 하다. 마음에 간직하기만 했던 섬, 독도. 이 봄에 가보고 싶은 우리 땅이다. ●성큼 다가온 아름다운 우리땅 동도와 서도 등 36개의 크고 작은 바위섬으로 이뤄진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해저 약 2000m에서 솟은 용암이 굳어져 형성된 화산섬들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동도는 해발고도 98m에 분화구가 있으며, 서도는 해발고도 168m에 응회암 지질이다. 독도경비대 막사와 등대가 있는 동도는 주변에 천장굴과 독립문 바위, 얼굴바위, 촛대바위 등 생긴 모양을 따 붙여진 바위섬들이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서도에는 상장군바위, 외딴바위, 관음바위, 탕건봉 등이 있으며, 인근의 물개바위가 장엄하게 다가온다. 천연기념물과 희귀종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 슴새, 황초롱이, 물수리, 노랑지빠귀, 흰갈매기, 흑비둘기, 까마귀, 딱새 등 30여종의 조류를 볼 수 있다. 또 잠자리와 집게벌레, 메뚜기, 매미충, 딱정벌레, 파리, 나비 등 53종의 곤충이 서식하는데, 지난 1981년 발견된 독도장님노린재와 섬땅방아벌레, 어리무당벌레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이다. 독도에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씨앗을 전해줄 공급원이 멀고 경사가 급해 자생 식물의 종류는 적지만 민들레와 괭이밥, 강아지풀, 쑥, 쇠비름, 명아주, 질경이, 갯괴불주머니 등 70∼80종의 식물이 자생한다. 섬시호와 큰두리꽃은 보호식물로 지정돼 있다. ●울릉도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독도는 그리 멀지 않다. 육지에서 뱃길로 4시간 남짓 걸린다. 울릉도를 거쳐 가야 하는데 육지에서 울릉도까지 2시간30분∼3시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거리상으로도 경북 울진군 죽변에서 동쪽으로 217㎞, 울릉도에서 9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조만간 여행상품이 본격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다. 현재는 독도를 배로 2회 선회하는 울릉도·독도 패키지 상품만이 나와 있다. 개인적으로 독도를 가려면 울릉도로 먼저 가야 한다. 울릉도까지는 묵호와 후포, 포항에서 울릉도행 배가 있다. 묵호여객터미널(033-531-5891)에서는 카타마란호(386명 정원) 또는 한겨레호(445명 정원)가 매일 오전 10시에 출발한다. 울릉도까지 2시간30분이 걸리며, 요금은 편도 카타마란호 3만 4000원, 한겨레호 4만 2000원이다.포항여객터미널(054-242-5111∼5)에서는 썬플라워호(815명 정원)가 매일 오전 10시 출발한다. 편도 5만 1100원. 차량을 가지고 갈 수 있다. 기상이나 계절에 따라 운행시간이 자주 바뀌므로 여객 터미널이나 대아여행사(02-514-6766)로 미리 문의를 하는 것이 좋다. 독도까지는 울릉도에 있는 독도관광해운(www.dokdotour.com)이 운항하는 삼봉호가 매일 오전 7시40분과 오후 2시30분 두차례 운항한다. 아직은 독도에 상륙은 하지 않고 주변을 두차례 돌아본다. 요금은 성인 3만 7500원이다.(054)791-8111.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해양수산부 홈페이지(www.momaf.go.kr)
  • [인간시대]20년 헌책방 운영 이범순씨

    [인간시대]20년 헌책방 운영 이범순씨

    인터넷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고구마’의 이범순(표지 50) 사장. 여느 중고서적상과는 달리 나름대로 헌책방에 대한 정연한 논리를 갖추고 있다. 그는 “헌책방은 단순히 책을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고서와 희귀서적, 고문서 등을 보관하는 문화창고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詩 흠모하는 문학청년의 변신 시를 흠모하던 문학 청년이 헌책방 주변을 맴돌다 아예 헌책방 주인이 됐다. 돈이 부족해 청계천 서점가에서 시인 김지하의 ‘오적’을 베껴 읽던 그였다.1984년부터 20여년째 서울 성동구 금호2가동에서 중고책 서점을 운영하는 이범순(50)씨. 인터넷 시장으로 진출해 10명의 직원까지 거느린 인터넷 중고서점 ‘고구마(www.goguma.co.kr)’의 사장님이다. “처음에는 책방을 하면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시를 쓰려고 시작했어요. 장소를 금호동으로 택한 것은 당시 술집이 많았던 이곳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goguma.co.kr로 인터넷시장 공략 그의 단순하던 책사랑이 상품성 있는 책을 발견하는 안목을 터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데만 꼬박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도 역시 10여년동안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헌책방 주인에 불과했다. 적어도 8년전 헌책에 인터넷을 도입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1998년 가게를 홍보하려고 제작했던 인터넷 홈페이지를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개편하면서 그의 8평짜리 헌책방도 200여평으로 늘어났다. 덩달아 그의 손도 바빠져 밤 12시를 넘기지 않고서는 잠자리에 들지 못 할 정도가 됐다.2만권에 불과하던 보유 서적이 35만권으로 늘었다. 그의 모습도 손님을 막연하게 기다리던 헌책방 주인이 아니라 책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달려가는 책 수집가로 변했다. “인터넷은 제게 문화적인 충격이었습니다. 이를 접목시키면 어떤 길이 보일 것 같았죠. 책의 저자와 출판사, 수량 등 기본적인 최소정보를 올렸는데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했어요.” ●수익 치중하면 단순한 장사꾼에 그쳐 현재 고구마는 인터넷 중고책 사이트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하루 방문객만 해도 많게는 1000명에 달한다. 그렇지만 그는 일반적인 중고서적상과는 다르다. 헌책방의 완충지대론까지 주장하는 등 나름대로 헌책방에 대해서는 이론까지 겸비했다. 헌책방은 우리 사회에서 헌책으로 수익을 내는 가게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고서와 희귀서적, 고문서 등을 보관하는 문화창고의 역할까지 병행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도 헌책방이 많았다면 많은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책을 읽지 않는 세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중고서점 많았다면 日에 문화유산 덜 뺏겼을 것”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아요. 책을 읽지 않으니 최소한의 합리적인 사고를 갖추기 어렵고, 그렇다보니 이상한 사건·사고가 터지기 마련이죠.” 헌책방은 모든 분야의 책을 다루기 때문에 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 3∼5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능력을 갖춘 헌책방 전문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인터넷 헌책방을 잘 운영하는데 필요한 3가지 요소를 꼽았다. 양질의 책과 효율적인 시스템, 그리고 전문인력이다. 헌책방은 책을 분류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일손이 많이 필요하며 노동강도도 세서 사람 구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뉴욕에는 300만권의 책을 가지고 2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헌책방이 있어요. 여건이 허락되면 대중적인 문화공간의 역할을 하는 헌책방을 제대로 세우고 싶습니다.” 그는 수백만권의 책 뿐만 아니라 책박물관과 카페, 세미나실, 희귀서적 전시실 등이 갖춰진 공간을 만드는 ‘소중한 꿈’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다.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신입사원’의 에릭, 문정혁 입니다

    ■ ‘신입사원’은 어떤 드라마 ‘신입사원’은 최근 드라마의 트렌드인 ‘유쾌·통쾌·상쾌’ 공식에 충실한 작품. 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한 코믹물이 아니라 ‘시대 풍자극’을 표방한다. 드라마 줄거리 전개의 중심축은 삼류대학 출신 백수 강호가 전산착오로 대기업에 수석입사한 뒤 벌어지는 해프닝. 그러나 코믹한 내용과 함께 우리사회의 청년실업문제, 학벌지상주의 등을 신랄한 풍자로 꼬집는 시도가 돋보인다. 또 최근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벌2세’가 나오지 않는 것도 특징. 에릭, 한가인, 오지호 세 주인공이 모두 어려운 집 출신으로 사회적 성공을 위한 갈등과 대결 구도는 배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신입사원’의 에릭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편하게 느껴져요.” 톱스타 에릭(26·본명 문정혁)이 명품 정장을 벗고 싸구려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는다. 여태껏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줬던 ‘백마탄 왕자’와 정반대 이미지인 ‘백수’로 변신, 안방극장으로 복귀한다. 그는 23일 첫 전파를 타는 MBC 새 수목드라마 ‘신입사원’에서 공부 빼고는 뭐든 잘하는 주인공 강호역을 맡았다. 취업 실패 후 당구장과 만화방을 전전하며 ‘백수’로 살다가 황당하게도 전산착오로 인해 대기업에 수석 입사하지만, 특유의 넉살과 개성으로 어려움을 돌파해나간다. 가수 출신 연기자인 그는 이전 두 드라마 ‘나는 달린다’와 ‘불새’에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하기 위해 주로 ‘이미지’로 어필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이번 역할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연기력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작품 선택에 앞서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대본과 캐릭터가 맘에 들어 출연을 결심했지만,‘과연 변신하는게 가능할까.’라는 생각과 함께 적잖이 부담이 됐어요. 하지만 열심히 해서 캐릭터를 만들면 드라마도 성공하고 제 스스로도 발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이전까지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됐지만, 이번엔 무게를 잡다가도 금방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해야 해 쉽지만은 않다며 미소짓는다. 이번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가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연기자로 활동할 때는 ‘문정혁’이라는 한국 이름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미국 영주권도 포기했는데 영어 이름을 고수할 필요는 없죠. 노래 부를 때는 그룹 ‘신화’의 ‘에릭’이지만, 연기에 임할 때는 팬들에게 연기자 ‘문정혁’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의 연기 열정 또한 예전과 달리 무척 뜨겁다. 캐스팅이 결정되자마자 연기 선생님을 모시고 줄곧 합숙을 해왔다.“부족한 연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연기선생님과 한방을 쓰고 있어요. 밥 먹거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서로 대사를 주고 받으면서 연습하고 있죠.”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모습도 선보이겠단다. 허술하고 빈틈투성이에다 장난치고 놀기 좋아하는 극중 강호의 모습이 실제 자신의 성격과도 비슷하다는 것. 그는 “그룹 활동할 때 새 앨범을 낸 뒤 6개월 정도 집에서 트레이닝복만 입고 뒹굴거리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가수 ‘에릭’과 연기자 ‘문정혁’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편하게 와닿느냐고 묻자, 그가 잠시 숨을 고른다.“아직까지 무대에서 노래하는 게 더 편해요. 가수보다 연기자로서 더 잘해낼 거라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모자라는 부분을 연습을 통해 인정받으면 더 의미 있지 않겠어요?” 결혼 계획을 묻자 그의 커다란 눈이 더욱 커진다. 그는 “극중 상대인 한가인씨가 결혼을 앞두고 있고, 가수 조PD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결혼하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치면서도 “아직 여자친구가 없어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군대에 갔다와서 서른한살쯤 되면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우 주성치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와 만화 ‘열혈남아’를 꼼꼼히 챙겨 보고 있다는 그는 ‘의미있는 웃음’을 전해주도록 노력하겠단다.“극중 강호의 모습을 보고 청년실업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희망과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이해찬 총리의 힘] “대권 욕심없는 사람” 盧 전폭신뢰

    [이해찬 총리의 힘] “대권 욕심없는 사람” 盧 전폭신뢰

    ‘실세’ 총리 이해찬…. 국민들은 지금 새로운 국무총리의 모델을 지켜보고 있다.‘일인지하 만인지상’을 넘어 대통령과 수평적 ‘동지적 관계’에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6월30일 총리에 취임했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지금까지 총리에 오른 인사는 초대 이범석(1948년 7월31일∼1950년 4월20일) 총리부터 모두 36명. 이 중 이 총리가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위상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근의 일화에서도 이해찬의 ‘힘’은 입증되고 있다. 한덕수 경제부총리 인선 과정이 그것이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과 윤증현 금감위원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제동이 걸리면서 다음 후보군으로 신명호씨와 함께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의 이름도 10일 오후 흘러나왔다. 이어 11일 아침 이 총리는 청와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한 실장을 쓰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같은 이 총리의 뜻은 13일 노무현 대통령과 한 실장의 면담으로 이어졌고,14일 경제부총리 인선이 매듭지어졌다.12일 문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제청권이 행사됐지만 유례를 찾기 힘든 ‘전화 제청’이 경제부총리 인선에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다. 최근에는 노 대통령이 내려보낸 일을 이 총리가 되돌린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총리의 말이다.“내게 올 일이 아닌데 청와대에서 보내 왔더라. 내가 알기를 하나 책임을 질 수 있나, 해서 다시 보냈다.” 총리실 직원들은 과거 경험하지 못한 ‘일복’에 비명을 지른다.400여명이던 직원 수는 이 총리 취임 후 8개월여 만에 파견공무원을 포함,600여명으로 늘었다. 과거 청와대에서 하던 일 대부분이 총리실로 옮겨왔다. 정원에 비해 일은 곱절 더 늘었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위상도 올랐다. 한 서기관은 “업무협조요?좋죠. 요청하지도 않은 자료까지 해당 부처에서 들고 와요. 과거엔 독촉전화 여러번 했죠.”라고 말했다. 이 총리의 위상을 장관들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보니 그 밑의 간부들은 말할 것도 없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과 이 총리의 관계를 과거 김대중(DJ) 대통령-김종필(JP) 총리의 관계와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적 무게로만 따지면 ‘대주주’격인 JP를 따를 총리가 없다. 그러나 당시 총리실의 위상과 역할은 지금과 비교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나눠 먹기식 연립정권의 성격을 지니다 보니 DJ쪽 장관과 JP쪽 장관이 확연히 나뉘었고, 자연스레 총리실의 조정기능도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DJ쪽 장관이 JP를 제쳐두고 대통령과 ‘직거래’했다.”는 귀띔이다. 이 총리의 파워는 물론 노 대통령에게서 나온다. 국정원과 군, 검찰의 고급정보까지 공유할 정도로 노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노 대통령은 매주 한두 차례씩 이 총리와 따로 만난다고 한다. 주로 주말에 오찬·만찬을 같이 하며 정책현안이나 정국 전반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현안이 있는 부처 장관이 함께하지만 사실상 독대나 다름없다. 공식행사까지 포함하면 이 총리가 노 대통령을 만나는 횟수는 일주일에 10여 차례가 넘는다. 전화로 현안을 논의하는 횟수는 하루에도 여러 번이다. 그럼 노 대통령은 왜 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까.‘국정의 분권운영’이 근본취지다. 통상적인 국정 관리는 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 자신은 주요 국정 현안이나 국정방향을 구상하는 데 진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런 취지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 배경은 개인 이해찬에게 있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이 총리의 측근은 “두 분은 상호보완적인 동지적 관계”라며 “이는 이 총리가 사욕이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욕이란 ‘대권도전’ 의지를 말한다. 이 총리는 이달 초 관훈토론에서 “총리가 대권에 기웃거리면 하는 일마다 오해받고, 정부를 끌어갈 수 없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노 대통령도 이런 이 총리의 모습을 신뢰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이 총리도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혜안을 마음으로 존중하고 있는 듯하다. 이 총리의 역할도 과거 ‘의전총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이 총리가 주재한 회의만 800여차례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이 자체 집계한 수치다. 한달 평균 100회, 하루에만 5회꼴이다. 당장 16일에만 해도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등 4개의 공식일정과 3개의 비공식 일정이 놓여 있다. 짬짬이 총리실 내부 현안까지 챙기면 아침 8시40분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하루 일정이 모자랄 정도다. 그는 공관으로 퇴근한 뒤에도 자정 무렵까지 현안자료들을 꼼꼼히 챙긴다고 한다. 이 총리는 매일 새벽 5시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30분 정도 반신욕을 한다. 종합일간지와 지방지를 일람하는 시간이기도 하다.‘일하는 총리’ 앞에서 장관들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도 이 총리의 이런 개인시간 반납에 있는 것 같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잘 자려면 밤중에 잠 깨도 시계 보지 마세요

    홍 박사는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생체시계에는 밤과 낮에 따른 생리조절 프로그램이 입력돼 있어 생체리듬이 유기적으로 되풀이되도록 조절·통제하는데, 좋은 잠이란 바로 이 생체리듬을 지키는 수면”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좋은 잠, 즉 숙면을 위해서는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10∼15분 이상의 낮잠을 피한다든가, 규칙적인 운동, 잠자리에 누워 있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잠들기 2시간 전쯤 더운 물로 목욕을 해 체온을 약간 올리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평일은 물론 휴일에 늦게 잔 경우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밤중에 일어나더라도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아침에 일어나서는 30분 내에 햇빛에 몸을 노출시키는 등 일주기성 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한 숙면 조건이다. 숙면 방해요인을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녁 시간대의 과음과 흡연, 커피 콜라 초콜릿 등 카페인식품, 잠들기 3시간 이내의 과식 등을 피해야 숙면에 이를 수 있다. 수면 환경도 중요하다. 홍 박사는 “잠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시계를 두되 밤중에 일어나더라도 시계를 보지 않으며, 잠에서 깼을 경우 억지로 잠들려고 하기보다 책을 읽거나 단순작업을 반복하면서 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반달가슴곰 네마리 지리산 방사 3년 보고

    반달가슴곰 네마리 지리산 방사 3년 보고

    사람과 대형 야생동물의 조화로운 공생이 가능할까. 지금 지리산에서는 이같은 물음에 답하기 위한 진지한 실험이 한창이다. 올해 5년째로 접어든,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 복원 프로젝트’. 정부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들여온 새끼곰 6마리를 방사한 데 이어 오는 2008년까지 해마다 6마리씩 총 30마리를 지리산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이럴 경우 10년 뒤에는 자연번식과 함께 50여마리로 늘어나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이 존속 가능한 개체군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01년 시험방사됐다가 지난해 회수된 반달가슴곰 네마리(장군·반돌·반순·막내)의 야생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기록이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관리팀이 최근 펴낸 ‘반달가슴곰 시험방사(2002∼2004년) 결과보고서’에는 곰과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등 흥미진진한 내용도 담고 있다. ●물어준 벌꿀값만 1억2500만원 “곰은 미련하다.”는 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을 듯싶다. 지리산에서 반돌이와 장군이를 3년 동안 추적해 온 관리팀은 “사람 머리 꼭대기에 앉은 게 곰”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깊은 산속에 놓인 양봉 벌통을 터는 솜씨나 암자의 양식을 훔쳐 먹는 기술은 “기막힐 정도로 영악했다.”(한상훈 반달가슴곰관리팀장)고 한다. 다음은 관리팀이 전한 에피소드. #장면1 한번은 벌통을 터는 반달곰 모습이 관찰됐다. 벌들이 이리저리 달라붙어도 괘념치 않고 꿀을 먹곤 하지만 때로는 성가시기 마련이다. 그럴 땐 벌을 유인하기 위해 벌통 안에 놓인 설탕물 그릇을 먼저 꺼내 멀찌감치 옮겨 놓는다. 벌들이 설탕물 그릇으로 몰려가면 그때부터 느긋하게 식사에 들어갔다. #장면2 학습능력도 탁월하다. 반돌이와 장군이가 본격적으로 꿀을 털기 시작한 것은 방사 후 14개월여가 흐른 2003년 봄부터. 처음엔 닥치는 대로 벌통을 쓰러뜨렸지만 몇번 정도 벌통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하자 그 뒤부터는 반드시 뚜껑을 열어본 뒤 꿀이 들어있는 벌통만 건드렸다는 것. 반돌이와 장군이는 2001년 9월 방사된 후 지난해 5월 회수되기까지 모두 402건의 벌통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집계됐다. 벌 피해와 꿀값으로 한통에 30여만원씩 보험회사에서 지급했는데 1억 2500만원이 나갔다. #장면3 반돌이와 장군이는 피아골 대피소와 깊은 산속의 암자를 모두 15번이나 털었다. 한번은 피아골 대피소 관리인이 쌀을 훔쳐 먹는 반돌이의 등쌀을 견디다 못해 반돌이를 쫓아갔다고 한다. 반돌이는 대피소에 있던 플라스틱 쌀통을 통째로 들어 앞발로 품에 안은 채 한참을 달아났다. 수백m 떨어진 조용한 곳에 앉아 식사를 즐긴 뒤 용변까지 보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두 녀석의 도구 사용 능력도 뛰어났다. 지리산에 우거진 조릿대(산죽)를 꺾은 뒤 여러 겹으로 쌓아 잠자리를 만들곤 했는데 조릿대가 탄력을 받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도록 무거운 돌로 누르거나 나뭇가지를 꺾어 조릿대 사이에 끼워넣기도 했다. ●반달곰은 초식동물로 변화중? 반돌이와 장군이는 다양한 먹잇감을 섭취했다. 배설물 조사를 통해 가재 등 갑각류와 쥐 등 소형 포유류를 잡아먹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대부분은 도토리와 조릿대, 진달래 등 식물성이었다. 한상훈 팀장은 “곰은 원래 육식성 동물이었지만 생존을 위해 식물성으로 먹이습성이 변화하고 있으며 현재도 그같은 진화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야생 반달곰의 신체크기 변화에 대한 자료도 처음 축적됐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체중변화. 태어날 때 400g 정도 나가던 체중이 3년 6개월여만에 133㎏으로 불어났다. 특히 2003년 4월 54㎏이던 반돌이의 몸무게가 1년 뒤 124㎏으로 늘어 관리팀을 놀라게 했다. 한 팀장은 “우리나라 반달가슴곰보다 몸집이 큰 아메리카 흑곰과 상대적으로 작은 일본의 반달가슴곰에 비해 체중 변화의 폭이 훨씬 크게 나타나 이채로웠다.”면서 “연중 고열량의 벌꿀과 고단백의 애벌레를 많이 섭취해 비정상적으로 과대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달곰의 귀소(歸巢) 경향도 위성추적장치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관리팀은 양봉 피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장군이와 반돌이를 네 차례 포획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 풀어놓았다. 한번을 빼고는 모두 원래의 포획지점으로 되돌아와 다시 꿀을 턴 것으로 관찰됐다. 직선거리로 6∼16㎞ 떨어진 곳에 풀어놓았는데 3∼14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한 팀장은 “마취시킨 곰을 차량에 실은 뒤 외부 경관을 보지 못하도록 가린 채로 이동했는데도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은 귀소본능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달곰 복원은 인간의 적응이 관건” 한 팀장은 이번 반달곰의 시험방사와 관련,“반돌이와 장군이는 생후 7개월째 방사됐는데 어미의 도움 없이 스스로 야생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면서 “아울러 연간 300만명에 이르는 수많은 탐방객과 지역 주민들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어린 곰의 생존을 가능케 한 지리산국립공원의 생태적 수용력도 확인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봉 벌통과 암자의 곳간 털기를 지속하며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키던 반돌이와 장군이는 지난해 5월 회수돼 지금은 반달곰관리팀 옆 계류장에서 지내고 있다. 경남 산청군 지리산 자락의 염소농장을 습격해 염소 3마리를 숨지게 했다는 의심을 받은 것이 야생생활을 마감한 결정적 계기였다. 자칫 인명피해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현재 지리산에는 러시아산 새끼곰 6마리가 2차로 방사돼 있다. 곰이 매년 추가 도입되고 자체 번식으로 늘어나면 먹이사슬상 꼭대기 위치의 대형 포유류가 지리산에 서식함으로써 생태계가 활기를 띨 것으로 관리팀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인간과의 각종 마찰로 인한 ‘공존의 그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 관리팀의 대답은 이렇다.“산에서 곰을 만나는 것은 이제 미국의 요세미티뿐 아니라 지리산에서도 현실로 다가왔다. 자연은 원래 그 정도로 위험한 것이다. 큰 산이라면 곰이 살 정도의 생태계는 갖춰야 하는 게 정상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는 방사한 곰의 자연적응 가능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반달곰에 어느 정도까지 적응할 준비가 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최태영 전 반달가슴곰관리팀원)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영화속 수능잡기]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

    어린 시절 아이들은 잠자리에 누워 할머니와 엄마를 졸라 옛날 이야기를 청한다. 그 이야기들은 한결같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만약 그 이야기가 불행한 결말로 끝난다면 어떨까. 안 그래도 한밤중의 캄캄한 시간이 두렵고 떨리기만 한데 이야기마저 불행한 결말로 매듭지어진다면 아이들은 세상이 훨씬 공포스러울 것이다. 밤잠을 설칠 것이 뻔하다. 아이들은 그 동화 속에서 도깨비와 귀신은 악이고, 그것을 물리치는 존재는 선이라는 흑백의 논리를 배운다. 그 흑백논리는 선과 악이 분명한 이분법이다. 아이들은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마녀는 나빠, 공주를 도와주는 일곱난쟁이와 왕자님은 좋아. 물론 세상이 ‘좋다, 나쁘다’로 간단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단순한 이분법은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일정한 도움을 준다. 이분법의 논리는 세상을 흑백의 논리로 단순하게 이해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지혜와 힘이 자라면서 자신이 배운 이분법의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달아간다. 그러나 섬세함을 분별할 수 있는 지력이 아직까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이분법적 논리는 그 나름대로 긍정적 기능을 한다. 생명을 해치는 것은 나쁜 일이고, 어려움에 처한 이를 돕는 것은 선한 일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쁜 일이요, 남의 것을 지켜주는 것은 선한 일이다. 이런 이분법이 반드시 도덕적 원칙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이분법적 논리를 통해 도덕을 연습할 기회를 갖는다. 영화 ‘레모니 스니캣의 위험한 대결’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동화의 이분법적 논리, 해피엔딩의 세계를 살짝 뒤엎는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고 있는 세계는 행복한 요정이 노래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들레어 가문의 고아들에게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에 관한 것이다. 하나의 어려움을 극복하면 하나의 어려움이 뒤따라 일어나는 것은 여느 동화와 다름이 없다. 그러나 영화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결말을 안겨주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한 이 세계에는 ‘위험한 대결’이 그치지 않음을 강조하려는 듯 영화는 아이들에게 끝없는 시련을 안겨준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아 너희들이 알고 있는 해피엔딩의 세계, 동화의 세계는 하나의 허구에 불과하단다. 세상은 너희들이 알고 있는 세계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단다. 너희들이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기에는 세상은 너무도 비정하단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닥쳐오는 시련을 지혜로써 물리친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동화지만 그들에게 행복한 결말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동화와는 거리가 멀다. 브래드 실버링 감독, 짐 캐리, 메릴 스트립, 에밀리 브라우닝, 리암 애이켄 주연,2004년작. 김보일 서울 배문고 교사 uri444@empal.com
  • [길섶에서] 아내의 빈 자리/우득정 논설위원

    “마누라가 집에 없으니깐 이상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 의욕도 나질 않아. 결혼 후 마누라가 집을 비우기만 눈 빠지게 기다렸는데 말야.”결혼 24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를 1주일간 해외여행 보낸 K의 푸념섞인 하소연이다.“마누라가 곰국을 끓여 놓고 갔는데, 가스레인지 불이 켜지지 않는거야. 아들놈한데 물었더니 가스불 켤 줄 모르면 굶으라며 면박만 주더군. 여기저기 전화하고 난리를 피운 끝에 중간 밸브가 잠겨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그동안 집안 일에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며 ‘반성문’을 쏟아내고 있는 사이 함께 아내를 여행 보낸 J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4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만취란다.“좋은 건수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질렀다고 한다. 평소 아내에게 다소 고압적이었던 J이고 보면 아내가 집을 비운 1주일 동안 계속 술에 절어 인사불성이었다니 의외다. 비로소 아내의 빈 자리를 본 것일까. J와 만나 봐야 술밖에 더 마시겠느냐며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나 들겠다는 K에게 애처가로 소문난 한 친구가 충고한다.“마누라가 없을 때 집안 청소나 한번 해 봐라. 마누라의 무게가 새롭게 느껴질 걸.”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애경 장영신 회장 ‘성공 스토리’

    [재계 인사이드] 애경 장영신 회장 ‘성공 스토리’

    “나는 어려운 위기에 처했을 때 운이라든가 여자임을 내세워 도망가지 않고 운명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애를 썼다.”한국 기업 최초의 여성 대기업 총수인 애경그룹의 장영신(69)회장이 늘 하는 말이다. 경영학자들로 구성된 한국경영사학회가 최근 장 회장에 대한 연구 단행본을 발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단행본에는 장 회장 생애·경영이념, 경영혁신활동과 경영전략, 사회적 책임 등 논문 6개가 수록돼 장 회장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엄격히 말하면 애경의 창업주는 장 회장의 남편 고 채몽인씨다. 하지만 경영학자들은 남편 뒤를 이어 CEO가 된 장 회장이 어떻게 ‘경영의 천애고아’에서 ‘경영의 어머니’가 됐는지를 이 단행본을 통해 설명하며 그를 실질적인 애경의 창업주로 규정하고 있다. 1970년 남편이 갑자기 타계했을 때 그의 나이 35세. 네 아이의 어머니로 평범한 주부에 머물던 그는 경영에 관여하던 친오빠와 경영층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경영에 나섰다. 오로지 그의 친정 어머니만이 “너의 결심이 그렇다면 해봐라. 내가 도와주마.”라며 살림을 맡고 아이들을 키워 줬다. 경리학원에서 복식 부기를 수강하며 경영을 배워 나갔던 그는 당시를 “이대로 잠자리에 들어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회고할 정도로 힘든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그가 애경 사장 취임 당시인 72년 매출총액이 23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2003년 1조 6000억원으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비누 제조 기업에서 생활용품, 화학사업, 유통부문을 3대 축으로 하는 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굴지의 기업이 된 것이다. 그런 애경의 성장 이면에는 장 회장의 기업가적 도전 정신에서 비롯된다고 이 논문은 지적하고 있다. 그의 이런 도전정신은 경기여고 시절 친구들중 가장 먼저 유학시험에 합격하고 풀 스콜러십으로 미국 체스넛 힐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장학금을 계속 받기 위해 한동안 누워서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피나는 노력을 했었다. 대학 3학년때는 합창단에 들어가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프리마돈나 역을 맡아 필라델피아 오페라하우스와 협연하는 예술적 재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자가 되려는 여성들에게 ▲건강 ▲근면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가정환경 조성 ▲인내와 도전 ▲전문적인 지식 ▲자금조달능력 ▲담력 ▲조화를 이루려는 미덕 ▲사업보국하려는 가치관 등 9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레인콤 양덕준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레인콤 양덕준 사장

    기업의 경영활동을 게임에 비유하자면 바둑에 가깝다. 포석을 깔고 전략을 짜며 내내 고민하는 장기전이기 때문이다.성능, 디자인, 서비스는 물론 브랜드 가치와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기업도 살아남는다. 이처럼 지루하고 긴 싸움에서 양덕준(54) 레인콤 사장은 6년만에 연매출 4500억원의 세계적인 MP3플레이어 브랜드 아이리버를 키워냈다. 본인은 최근 1000억원대 주식보유 평가액으로 벤처 갑부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 제사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유교 집안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괴짜기질이어서 꾸중도 많이 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동네 고철을 죄다 모아 뒤뜰에 쌓아두었다. 나중에 헬리콥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닥치는 대로 모았다. 이를 발견한 부모님으로부터 혼쭐이 났던 기억만 남아 있다. 고등학교 시절엔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재수 끝에 70학번으로 영남대 응용화학과에 진학했다. 사촌들까지 식구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은 아닌 셈이다. 지금도 머리를 염색하고 다닐 정도로 자유로운 영혼을 인생의 모토로 삼는다. 전형적인 올빼미족으로 새벽 3시나 되어야 잠자리에 든다. 리니지 등 젊은이들의 게임을 즐기고 다빈치코드와 같은 베스트셀러도 챙겨 읽는다. 그는 인생은 예측불허의 이동 경로를 가진 분자처럼 ‘랜덤’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조언을 얻고자 사람들이 물어와도 “마음대로 하라.”고만 말한다. 대신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무슨 일을 하든 당사자의 마음 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브랜드 파워를 키워라 사업은 제대로 마음을 먹고 임해야 한다. 준비와 전략, 그리고 투자 없는 사업은 연명하는 수준의 돈벌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직원 7명,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불과 6년만에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석권하게 만든 그의 소신이다. 국내외 대기업까지 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국내 시장점유율 60%를 고수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으로 그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한다. 혁신적인 제품은 브랜드 제고를 위해 필수다. 예컨대 아이리버의 첫 제품인 CD형 MP3플레이어 iMP100은 기존 제품과 비교하면 혁신적이랄 만큼 MP3플레이어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모델이 바뀔 때마다 새 제품을 사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듯 소프트웨어만 얹으면 되는 펌웨어 방식을 채택한 것. 가사보기 등 새 기능이 나와도 기존 제품에 추가해 쓸 수 있다. 제조 회사와 사용자가 계속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만큼 제품을 발전시키고 장기 고객도 확보할 수 있다. 플래시메모리 타입의 MP3플레이어를 목걸이 일체형 디자인으로 처음 내놓은 업체도 아이리버다. 지금은 타사에서도 기본 모델로 생산할 만큼 유행이다. 제품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창의력과 속도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레인콤 전체 직원 470명 중 연구인력이 100명을 웃돈다. 올해 연구개발(R&D)비만 전년 당기순이익(432억원)의 20% 수준인 80여억원을 쓸 계획이다. ●세계화 시대, 글로벌 회사 브랜드 파워를 갖고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이다. 회사 이름 레인콤과 브랜드 이름 아이리버는 회사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 알파벳 ‘R’ 발음이 외국인들에게는 쉽고 친숙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아이리버는 인터넷 리버(internet river)를 의미하고 레인콤의 레인(reign)은 카리스마에 의한 자발적인 복종을 뜻한다.”면서 “뜻보다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소리에 중점을 두고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9년 레인콤을 창업할 당시 홍콩과 중국에도 법인을 만들어 일찌감치 세계화를 준비했다. 최근 중국 내수판매권도 따면서 심천에 오는 3월 정식 독자 공장도 생긴다. 그동안은 임대로 사용해 왔다. 미국·중국·일본·홍콩·독일 등 4개국에 5개 현지법인이 있다. 판매는 전세계에서 이뤄진다. 지난 2002년 MP3플레이어 ‘프리즘’이 미국시장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플래시메모리타입 시장 1위를 차지, 세계적인 위상을 강화했다. 그는 “미국시장에선 MP3플레이어가 ‘애플과 나머지 MP3플레이어들’로 구분될 만큼 애플의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면서 “올해는 이를 ‘아이리버와 애플, 그리고 다른 나머지들‘로 인식시킨다는 계획 아래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에 사용할 예산만 200억원에 달한다. 레인콤이 애플이란 거대 부대와 맞서기 위해 섭외한 연합군은 MS다. 온라인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MS의 DRM(digital right management) 솔루션을 레인콤이 자사 제품에 장착해 판다. 빌 게이츠 MS 회장이 지난 1월5일 2005 국제가전전시회 기조연설에서 미래를 이끌 첨단 제품으로 아이리버 MP3플레이어를 소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서비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세번째 조건은 최고의 서비스다. 중소벤처이지만 아이리버는 전국에 서비스 센터를 10개나 두고 있다. 조만간 11번째가 문을 연다. 판매된 제품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기능을 추가하는 만큼 제품 지원 활동이 중요하다. 특히 이 회사 제품을 사면 문제가 생겨도 쉽게 해결된다는 신뢰를 소비자 마음에 심어야 한다. 그래서 사업 초기 서비스 센터가 없었을 때에는 고객이 수리를 의뢰하며 제품을 보내올 경우 택배비는 전액 회사 비용으로 처리했다. 자기 돈으로 택배비를 미리 부담한 고객에게는 환불해 줬다. 불만을 갖고 찾아온 고객과 함께 식사를 하며 직접 기분을 풀어줬던 일도 다반사였다. 과거 서울 서초동 보나벤처타운 사옥에 있을 때에는 점심시간에 수리를 맡기러 오는 고객에게 구내식당 쿠폰을 무료로 주었다. 그는 “레인콤의 감동 서비스 일화는 대기업 사내 방송에서도 소개될 만큼 정평이 나 있다.”면서 “서비스는 기업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중요한 투자”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인콤의 3개 자회사 중 하나는 제품서비스 회사인 ㈜아이리버다. 서비스센터 및 콜센터 운영을 전담하며 인력은 100여명 수준. ●예측불허 인생, 깜짝놀랄 제품 마케팅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그의 전 직장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지난 1978년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에 입사해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영업팀에서 보냈다. 미국과 홍콩 등 해외법인에서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 반도체를 파는 게 그의 일이었다.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영업에 대한 철학과 전략도 터득했다. 그는 “영업의 실제 장면에선 자서전에서 나오듯 느닷없이 귀인을 만나 극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키는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는다.”면서 “상대방이 필요한 것과 나의 제품을 잘 아는 게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영업 일선에서 몸소 겪어온 경험이 오늘날 성공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이어 “문제는 역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면서 “처음엔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에 60개가 넘는 중소업체가 경쟁했지만 지금은 극소수만 살아남아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대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아성을 지키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굳힐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장난치듯 얘기한다. “아침 7시에 출근하고 6시간짜리 롱런 회의를 하지 않아도 되는 적당한 인생을 살고싶어 전 직장을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그 때보다 훨씬 더 바쁘고 치열하게 산다. 예측하는 대로 살아지지 않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인생은 언제나 예상을 뒤엎는다. 올해는 세상이 깜짝 놀랄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레인콤, 업계표준 ‘펌웨어 플레이어’ 첫 판매 레인콤은 양덕준 사장이 지난 1998년 삼성전자에서 퇴사한 뒤 이듬해 전직 동료들과 만든 MP3플레이어 제조회사다. 이 회사가 만드는 MP3플레이어의 브랜드명은 아이리버. 아이리버는 국내 MP3플레이어 시장점유율 60%를 차지한다. 플래시메모리타입 MP3플레이어 시장에선 세계 1,2위를 다툰다. 레인콤이 사업 초기 취급하던 종목은 해당 제품에 맞도록 반도체를 개량해주는 반도체솔루션. 지금은 MP3플레이어만 만든다. 자회사로는 서비스 회사 ㈜아이리버와 온라인 유료 음악사이트 유리온이 있다. 세계 최초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인 엠피맨닷컴도 지난해 말 인수했다. 레인콤은 인터넷상으로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이미 구입한 제품의 성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펌웨어 방식의 MP3플레이어를 최초로 판매했다. 이 방식은 현재 업계 표준이 됐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전문 디자인업체인 이노디자인과 협력해 우수 디자인에도 중점을 두어 왔다. 최근에는 PMP(동영상재생기), 소형 하드디스크타입 MP3플레이어 H10, 전자사전 겸용 MP3플레이어 딕플 등 신제품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업계 화제를 뿌리고 있다. 올해 레인콤이 목표하는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3% 많은 7800억원, 순이익은 32% 증가한 570억원. 경상이익도 32% 늘어난 670억원이다. ■ 양덕준 레인콤 사장 약력 ▲1951년 1월17일 대구 출생 ▲1969년 2월 대구 계성고등학교 졸업 ▲1977년 2월 영남대 응용화학과 졸업 ▲1978년 2월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 입사 ▲1995년 1월 삼성전자 반도체 비메모리 마케팅/수출 담당 이사 ▲1999년 1월 ㈜레인콤 설립 ▲2001년 11월 ‘2000만달러 수출탑’ 수상 ▲2004년 12월 ‘1억달러 수출탑’ 수상
  •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뒷골목 맛세상] 탑골의 따뜻한 맛집들

    지난 해 11월에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30주년 기념식에서는 약간 색다른 공로상이 발표되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한 술집 주인에게 공로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이 공로상은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아 끝내 시상을 하지 못하고 말았는데, 기념식에 참석한 문인들은 한결같이 안타까운 빛이 역력했다. 공로상의 주인공은 한복희라는 이로 탑골이라는 카페의 주인이었다. 카페 탑골은 이름 그대로 탑골공원 뒤편 골목에 자리해 있었는데,1980년대부터 주로 문인들을 위시한 예술인들이 마치 제집 안방처럼 무람없이 드나들던 곳이었다. 탑골을 드나들던 문인들로는 위로는 시인 신경림·민영·김지하, 작가 황석영을 비롯해서 시인 이시영, 작가 박범신·김성동이며 나를 거쳐 아래로는 시인 강형철·이영진·박철·김사인, 작가 김영현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작가회의에 적을 둔 문인들로서는 한두 번 이곳을 드나들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였다. ●술집 주인에 공로상… 한가닥 미안한 마음 달래 미처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인들이 드나들었다고 해서, 작가회의가 굳이 탑골 주인에게 공로상까지 마련한 것은 아닐 터이다. 지금에 와서도 1980년대의 탑골시절을 돌이키면, 저 암흑 같은 시절을 과연 탑골이 없이 제대로 견딜 수 있었을까 하고 의구심이 들고는 한다. 이를테면 탑골이야말로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허우적대는 문인들에게는 참으로 제집 안방처럼 아무 때나 무람없이 찾아들어 술이며 안주로 배를 채우고, 더 나아가 지친 몸을 기대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15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문인들이 한낱 술집 주인에 불과한 한복희씨에게 기꺼이 공로상을 주기로 한 데에는, 너나없이 그이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한 가닥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문인들이 얼마든지 외상으로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고, 게다가 술청의 아무데나 쓰러지는 식으로 잠자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곳은 탑골 말고는 달리 없었으리라. 탑골이 문을 닫은 후에, 오죽하면 문인들 때문에 결국 탑골이 망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까. 1980년대의 탑골 풍경에 대해서는 시인 이시영이 ‘김사인의 흰고무신’이라는 산문시에서 다분히 해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날 밤은 모든 것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다. 폭우 속을 뚫고 김사인이가 왔었고 흰고무신을 신고 있었고, 새로 막 시작된 술자리가 새벽으로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천둥소리 속에 밖에서 누가 희미하게 나무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설연이가 귀를 쭝긋 세우고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송기원과 나의 처가 거센 빗줄기 속에서 기세등등 들이닥치고 있었다.“복희년 나오라고 그래!” 바로 그때였다. 나와 송 사이에서 묵묵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사인이가 갑자기 일어나 문밖으로 내빼는데 흰고무신 신은 발이 비호처럼 빨랐다. 그리고 빗속을 번개처럼 가르며 사라졌다. 복희씨가 졸린 눈을 뜨기도 전에, 송과 나의 처가 시퍼렇게 걷어붙인 팔을 풀기도 전에 일어난 아주 순식간의 일이었다.’ 1980년대라면 개인적으로는 30대에서 40대로 접어든 언저리의 나이이다. 그리고 이미 살아낸 삶은 물론이려니와 또한 앞으로 살아내야 할 적잖은 부피의 삶이 너무 무거워서 비단 술에 취하지 않아도 거의 날마다 어쩐지 걸음이 비틀거리던 나이이다. 그렇듯 비틀거리는 걸음은 때로는 지극히 퇴폐적인 행태로, 때로는 황폐한 스캔들로 나타나 탑골 주변에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러나 스스로 돌이켜보면 그렇듯 퇴폐적이고 황폐한 나이에 내가 그나마 사람냄새를 풍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순전히 탑골 덕분이었다. 나의 사람냄새 속에는 분명히 탑골의 따뜻하고 넉넉한 분위기와 주인되는 이의 너그러운 품성이 깃들어 있을 터이다. ●골목 어느집이든 2000~3000원이면 한끼 해결 기이하게도 탑골공원 주변에는 카페 탑골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돈을 버는 장사라고 여기기에 앞서, 우선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앞서는 식당들이다. 탑골공원 담벼락을 끼고 돌아 낙원상가가 시작되는 어름에서 카페 탑골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유천식당(02-764-2835)은 아예 간판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영업합니다’ 하고 무슨 구호처럼 써놓았다. 식당에 들어가서 한 그릇에 2500원짜리 설렁탕이나 돼지머리국밥을 시켜보면 그 구호가 결코 빈말이 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설렁탕이며 돼지머리국밥은 양도 양이지만 맛 또한 여느 5000원이나 6000원짜리 식당보다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한 그릇으로 양이 부족한 이라면 시쳇말로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하다. 밥보다 술이 우선인 손님이라면 한 접시 수북이 쌓아올린 3000원짜리 돼지고기에 소주 한 병이나 막걸리 한 주전자면 충분하다. 이 유천식당이 탑골공원 뒷골목에 한 그릇에 1500원짜리 추어탕의 소문난추어탕집이나 2000원짜리 황태해장국의 황태식당이나 2000원짜리 선지해장국의 고향집 등을 있게 한 원조격이다. 유천식당의 주인되는 문용춘씨는 80이 가까운 나이인데, 여전히 정정한 몸으로 주방을 맡고 있다. 벌써 40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설렁탕과 돼지머리국밥만으로 식당을 해온 그이는 평안남도 덕천에서 1·4후퇴때 월남한 피란민 출신인데, 어릴 적부터 하도 배고프게 자라서 자신만이 아닌 남들까지 실컷 배불리 먹이는 것이 소원이었고, 그 소원이 자연스럽게 식당을 하게 했다. 일찍이 할아버지로부터 비롯하여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벌써 4대째 독실한 천도교 집안인 그이는 자신이 만드는 음식 속에는 ‘사람이 하늘이다’는 천도교의 인내천(人乃天)사상이 들어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이로서는 식당을 처음 열었을 때 한 그릇에 500원이었던 설렁탕 값이 4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2500원으로 오른 것이 못내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한 모양이었다. 그런 그이는 평생토록 집 한 채 마련해본 적이 없이 지금도 일산의 백석동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10년동안 가정식 백반 한상에 2500원 고수 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에서 내려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쪽으로 20m쯤 걸어오면 길 건너편에 낙원장모텔과 세느장모텔 골목이 있다. 이 낙원장모텔 골목을 굽어돌면 수련집이니 찬미식당이니 남양식당이니 하는 난데없는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끝에 바로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이 있게 한 원조격인 부산집(02-744-2331)이 숨어 있다. 부산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집인 것은 마찬가지다. 가정식백반에는 병어조림이며 조기조림에서부터 미역무침, 김, 콩나물, 갓김치, 배추김치 같은 반찬들이 수북수북 나오고 미역국에 고봉밥까지 곁들여 한 상을 이루는데, 이 푸짐한 한 상에 2500원이라는 사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이 집 또한 밥이며 반찬이 손님의 양에 따라 얼마든지 리필이 된다. 부산집에는 가정식백반 이외에도 3000원짜리 돼지갈비탕이 있는데, 만일 몸은 물론 마음까지 함께 허한 이라면 마땅히 돼지갈비탕을 권하고 싶다. 돼지갈비탕도 반찬은 가정식백반으로 나오는데, 주인의 인정이 함께 전해 와서 허한 마음이 저절로 채워질 터이다. ●국수보다 해물이 더 많이 들어간 칼국수 얼핏 주방을 올려다보면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 떠억 하니 자리잡은 주방 한 가운데에서 주인되는 이영자씨가 눈이 마주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온다.“뭐 좀 더 드려?” 환갑 언저리에 이른 그이의 넉넉한 자태와 반말 비슷한 말투가 어쩐지 마음 한 쪽에 따뜻하게 스며오는 것을 느끼며 수저를 들면, 자칫 목이라도 멜 것 같은 기분이 되고 만다. 그이는 10년 전에 이 골목에 2500원짜리 가정식백반집을 차린 후에 단 한번도 값을 올린 적이 없이 그대로 지켜내고 있는 고집불통이기도 하다. 모르기는 해도 단골손님들의 이제 그만 밥값을 올리라는 주문은 한마디로 내칠 것이다.“올려서 뭐하게?” 역시 지하철 5호선의 종로3가역 4번 출구를 나와 낙원오피스텔 앞으로 오면 건너편에 희망상회가 있는데, 바로 그 골목에 찬양집(02-743-1384)이라는 칼국수집이 있다. 찬양집 또한 돈 버는 장사에 앞서 배고픈 손님에게 자신의 음식을 베푸는 즐거움이 우선인 것은 당연하다. 주인되는 김옥분씨는 환갑 언저리에 이른 고운 자태인데, 어쩌다 반가운 단골손님이라도 오면 처녀같은 수줍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진한 표정이기도 하다. 나로서는 카페 탑골 시절부터 비롯하였으니 20년 가까운 단골이기도 한데, 나보다 오랜 단골손님들 중에는 800원부터 시작한 칼국수값이 지금 3500원으로 올랐다는 것에 대해 누구 하나 토를 다는 이가 없다. 오히려 칼국수 한 그릇에 국수보다 더 많이 들어가는 듯한 갖은 해물들을 대하다 보면, 이것을 정말로 3500원만 받아도 장사가 될까 하는 걱정을 앞세울 뿐이다. ■사랑의 칼국수 ‘찬양집’ 찬양집에 가면 1990년대 초에 내가 어느 일간지 칼럼에 썼던 이 집에 대한 기사가 그대로 스크랩되어 벽에 걸려있다. 이제 노랗게 빛이 바래 글씨조차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기사를 힐끔거리다 보면, 비틀거리던 40대 언저리의 내가 그대로 되살아오는 기분이기도 하다. ‘종로3가에서 낙원상가로 빠지는 한옥 뒷골목에 내가 잘 가는 칼국수집이 있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느라고 벽을 빙 둘러가며 송판을 붙여 탁자를 대신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골목길에까지 탁자를 마련하였다. 내가 이 칼국수집을 다니기 시작한 지도 5년 남짓 되었다. 주로 몇 십년을 다니는 이 집의 단골들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어쩌면 단골이랄 수도 없을지 모른다. 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병적인 감정 중의 하나로, 이따금씩 자신이 사람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서 못 견디는 순간이 있다. 한편으로는 어디 발길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에라도 정을 쏟고 싶은 마음 여린 순간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이 칼국수집을 찾는다. 그리하여 칼국수가 마련되는 동안 주인아주머니가 밀가루반죽을 밀어 칼국수를 만드는 것을 구경하다가 마침내 칼국수를 먹는다. 그렇게 칼국수를 먹으면서 이따금씩 한두 방울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언제 그렇듯 못견뎌 했냐 싶게 기분이 좋아져 있다. 스스로는 역시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고까지 생각한다. 물론 칼국수 만들기에 바쁜 주인아주머니는 손님에게서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터럭만큼도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 나 혼자서 칼국수 한 그릇에 그렇듯 감동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선의(善意)이다. 자, 우선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재료 좀 보아라. 화학 조미료는 일체 사용하지 않은 채 멸치를 끓여 우려낸 국물에는 커다란 대합 한 마리에, 맛살조개에, 미더덕에, 미역에, 호박에, 감자에, 깻잎에, 김가루에… 이런 건더기들이 오히려 수제비보다 많을 지경이다. 그리고 2000원만 내면 양은 먹을 수 있는 한두 그릇도 좋고 세 그릇도 좋다. 독실한 신앙인인 주인아주머니는 살아가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을까 하던 어느 날 기도 중에 예수님이 나타나 바로 칼국수집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라고 일렀다는 것이다. 나 같은 무신론자 비슷한 사람에게도 이런 경우 예수는 참 재미있는 분이다.’
  • [기고] ‘야생동물 사랑 캠페인’ 펼치자/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얼마 전 호주의 한 해안에서 보트놀이를 하던 한 젊은이가 식인상어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호주 해안 경비대는 백상아리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사망자의 부모는 자식의 생명을 앗아간 백상아리 수색을 중지해 줄 것과 문제의 상어를 사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연유인즉 “우리 아이는 상어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우리 아이가 변을 당한 곳은 다름아닌 바다 생물의 삶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혀 동물을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 수렵 철을 맞아 불법 밀렵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한 TV 고발 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억센 올무에 걸려 벗어나려고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여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또 어느 농장에서는 사육하고 있는 곰 가슴에 고무 호스를 삽입하여 생 쓸개즙을 빼 먹었다니, 구석기 수렵시대도 아니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가축들로부터 얼마든지 육류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밀렵은 인간으로서 할 일이 못 되는 끔찍한 살육행위다. 현재 우리나라 야생동물 중 까치와 청설모, 멧돼지를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 번식하는 동물은 거의 전무하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산천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 뱀, 개구리, 반딧불, 가재, 잠자리 등은 이제 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나 보아야 할 실정이다. 희귀 동식물들도 어디 어디에 좋다는 근거 없는 낭설들로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가뜩이나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와 서식지가 척박해진 우리의 야생동물들은 이래저래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온 산천에 거미줄처럼 각종 도로와 교량이 건설되어 동물들의 이동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간 정말로 이 땅은 탐욕 많은 인간밖에 살지 못하는 황량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텃새가 아닌 제비가 이 땅에서 대접받는 것은 흥부와 놀부의 우화 속에 이롭고 신성한 철새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보신문화도 바로잡아야 한다. 야생동물의 혈액이나 고기를 아무렇게나 섭취할 경우 각종 기생충과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해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되어야 한다. 또한 독극물이나 덫, 올무를 제작·판매하는 것은 강력한 법으로 금지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야생동식물을 포획하거나 유통, 구입, 식용, 밀수, 반입하는 사람에게는 더 엄중한 법을 적용해 단속해야 한다.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그 존귀한 생명을 아무렇게나 빼앗을 권리는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찾았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앞 호수에서 청둥오리들이 산책나온 사람의 손이나 어깨에 앉아서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물들이 그처럼 인간과 친화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불법으로 연어를 잡은 사람에게 5년 동안 연어를 먹지 못하게 하고, 영국에서는 지렁이라도 이유 없이 학대하거나 해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불법 포획이나 학대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와 다름없다. 또한 현재 제정된 야생 동식물 보호법이나 지리산 반달곰 방사와 같은 동물보호 노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산야를 평화로이 날거나 달리는 야생동물을 보려면, 동물이 사라진 황량한 땅을 만들지 않으려면, 범국민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동식물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뒤따라야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환경은 인간만이 살도록 주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 460여종 생물서식 ‘자연사 박물관’

    “무제치늪은 어떤 곳인가.” 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 공사로 인해 훼손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무제치늪은 천성산(양산시)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정족산(울주군) 정상 아래 자락에 위치해 있다. 크게 1·2·3,3개 늪으로 나뉘어져 있고 3개 늪 전체 면적은 0.18㎢(5만 6000여평)에 이른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검단마을 뒤쪽 임도를 따라 3㎞쯤 올라가면 무제치 1늪이 나타난다. 평소에는 임도를 따라 1늪 가까이 자동차를 이용해 갈 수 있으나 겨울철에는 눈 때문에 임도 중간쯤에서 차를 세워놓고 1시간쯤 걸어가야 한다. 울타리를 설치해 출입을 막아놓은 편평한 무제치 1늪 안에는 마른 억새가 무성하다. 무제치늪은 6000여년 전에 생성된 늪으로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사결과 보호야생동물인 꼬마잠자리와 땅콩물방개를 비롯한 곤충류 200여종과 이삭귀개 등 습지식물류 260여종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자연환경의 변천과정과 식물·곤충의 서식상태를 연구할 수 있는 ‘자연사 변천기록의 박물관’이라고 일컫는다. 정부에서도 자연 고층습원으로 보존가치를 인정해 무제치늪 전체를 지난 1998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측은 늪은 단단한 암반 위에 빗물 등 표층수가 고여 생성된 것으로, 암반아래 지하수와 관계가 없는 데다 원효터널은 이들 늪과 멀리 떨어져 지하 수백m 아래로 지나가기 때문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에 대해 지율 스님측은 천성산 아래로 터널이 뚫리면 지하 수맥에 영향을 미쳐 늪과 계곡 물이 마르는 등 환경훼손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150분 협상…“기적이뤘다” 환호

    150분 협상…“기적이뤘다” 환호

    “그간 많이 애쓰셨습니다. 여러분의 성원으로 지율 스님이 살 길이 열렸습니다.” 극적인 타결로 100일 만에 지율 스님이 단식을 중단한 3일 밤 10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토회관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법당 안에서 색종이로 도롱뇽을 접으며 지율 스님의 건강을 염려하던 시민들은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지율 스님을 살렸다.”며 기뻐했다. 이날 지율 스님이 머물고 있는 정토회관은 오후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 관계자의 방문이 잇따랐고, 도법 스님과 문규현 신부 등 종교계 인사들도 협상 타결을 위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이해찬 국무총리는 정토회관을 방문한 뒤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정부측 입장을 정리했다. 남영주 총리실 민정수석비서관이 오후 6시20분쯤 이 협상안을 갖고 정토회관을 방문하면서 타결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 비서관은 40분 만에 정토회관을 나서면서 “지율 스님은 만나지 못했으며 타결된 것은 없다. 아직 그런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해 결렬의 기미도 보였다. 남 비서관이 자리를 뜬 뒤 동국대 홍기성 총장과 동국대 정각원종 진월 스님도 찾아왔다. 오후 8시 남 비서관이 다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 스님과 협상에 들어갔다.2시간30분 만인 10시30분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을 살리기 위한 많은 분들의 애끓는 정성에 불가능해 보이던 기적을 이루었다.”며 지율스님의 단식 중단을 발표했다. 지율 스님은 이날 밤 10시20분쯤 대기하던 한의사의 검진을 받고 안정을 취했다. 스님은 극심한 저혈압 증세를 보였던 전날에 비해 혈압은 다소 올라갔지만 맥박은 거의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법륜 스님은 “대장이 손가락만큼 말라있을 정도로 몸 상태는 악화돼 있다.”면서 “2∼3일 안정을 취한 뒤 입원 등의 다른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협상 타결 이후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단식을 풀며’라는 짧은 편지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법륜 스님은 “지율 스님도 옛날처럼 자기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고 모든 사람의 열망을 수용한 것”이라면서 “합의 문안만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정부 당국자들도 어려움을 무릅쓰고 내린 결론이라 스님도 기꺼이 응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밤 서울,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17곳에서 ‘지율 스님 살리기’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그동안 접은 종이 도롱뇽들을 한데 모아 놓고 집회를 열었다. 이효용 유지혜기자 utility@seoul.co.kr
  • 골리앗, 파이터 변신중

    골리앗, 파이터 변신중

    “스트레스라니요? 처음이라 재미도 있고, 즐기면서 운동하고 있어요.” 모래판의 골리앗 최홍만(25)이 ‘파이터’로 거듭나기 위한 담금질이 한창이다. 지난달 25일 도쿄 토털워크 체육관에 훈련캠프를 차린 지 일주일여. 처음 며칠은 제주도 부모님 집에 전화를 걸어 “엄마! 엄마가 해주는 국수 먹고 싶어.”라면서 에둘러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K-1 주관사인 일본 FEG가 제공한 시나가와 프린스호텔에서 편히 지내지만 잠자리와 언어, 먹을거리까지 바뀌어 힘든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야식까지 먹어야 잠이 드는 체질 때문에 입맛에 맞는 한국식 야참(국수류)이 가장 그립단다. 물론 육체적 고통도 따랐다. 코 앞으로 다가온 데뷔전에 맞춰 난생 처음 겪는 강도높은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훈련이 끝나면 곯아떨어지기 일쑤다. 최홍만은 최근 메디컬테스트에서 유연성과 스피드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훈련을 총괄하는 캐빈 야마자키(49)는 “K-1 파이터의 몸을 만들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냉정히 진단했다. 야마자키는 이종격투기는 물론 프로야구와 스모 스타들의 트레이너로도 유명한 일본 최고의 조련사.2002년 안정환의 체력훈련을 돕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첫 훈련에 돌입한 최홍만은 샌드백 치기부터 시작해 격투기 기본자세와 복근 및 하체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땀의 대가로 체지방이 7%에도 못 미치는 근육질로 변했다.7일부터는 약식 스파링을 통해 본격 파이터 수련에 들어간다. 복싱과 킥복싱 전문가를 초빙해 스트레이트와 로킥, 커버링 위주로 실전 감각을 쌓는다. 첫 실전인 다음달 19일 ‘K-1 월드그랑프리 2005 서울’ 대회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역대회라서 ‘절대강자’는 출전하지 않지만, 갓 ‘걸음마’를 배운 최홍만에게 녹록한 상대는 없다는 것. 그나마 해볼 만한 선수는 아케보노(36·일본·203㎝ 220㎏)와 장친준(19·중국·185㎝ 103㎏) 정도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3라운드 내내 스텝을 밟으면서 커버링을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나 보강이 급선무다. 차성주 KBS스카이 해설위원은 “안면 커버링이 내려가면 하이킥 한방에 KO패 당할 수도 있다.”면서 “쉴새 없이 로킥을 뻗어 견제를 하고, 틈이 보일 때 무릎공격을 노린다면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하루 6시간씩 비지땀을 쏟고 있는 최홍만은 오는 21일부터 훈련 시간을 2시간 더 늘리고, 실전 스파링을 곁들이는 등 스퍼트를 올릴 생각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길섶에서] 아들의 친구/이용원 논설위원

    며칠전 대학 동기가 모친상을 당했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라서 장례식장에 모인 우리 동기들은 궁금한 게 많았다. 밤이 깊어 문상객이 뜸해지자 상주를 붙잡아 놓고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어느덧 시계는 새벽 2시를 넘겼는데 남은 문상객이라고는 우리뿐이었다. 어느 상가를 가봐도 가장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은 역시 상주의 친구들이다. 친구라고 해 봐야 평상시 얼굴 보기 힘든 세상이니, 만사 제쳐 두고 가게 되는 상가는 귀한 만남의 장소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주의 슬픔을 어루만지고 장례 전후의 어려움을 상의해 주는 것도 결국은 친구의 몫일 터이다. 상가를 나와 귀가하는 길에 몇년전 아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아들 녀석은 친구가 많아 툭하면 집에 데려와서 밤을 보냈다. 아무리 어린 손님이라도 비좁은 아파트에 객식구가 끼면 여러모로 불편한 건 당연하다. 아내는 먹을 거며 잠자리며, 그 친구 집에 연락하는 일까지 일일이 챙기면서도 “친구를 너무 자주 데려온다.”고 불평했다. 그래서 한마디했다. “이봐요, 나나 당신이 죽으면 영안실에 와서 밤새 줄 사람이 바로 저 녀석들이야.”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공부 잘하고 싶으면 학원부터 그만둬라/이병훈 지음

    치맛바람이 유별난 학부모가 아니라도 학원 2∼3개쯤은 기본으로 여기는 요즘 같은 ‘과외 만능’시대에 이 무슨 당돌한 주장인가. 게다가 학교 공교육마저 무너질 대로 무너진 이 마당에 뭘 믿고 학원을 그만두라는 얘기인지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한가한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저자가 ‘공부를 가르치지 않는 교육기관’이라는 독특한 발상으로 사교육1번지인 대치동을 비롯해 분당, 목동, 대구 등 전국에 학습매니지먼트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절로 귀가 쫑긋해진다. 저자가 주장하는 공부의 왕도는 간단하다.‘누가 시켜서 하는 피동적인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하는 능동적 학습’이다. 사실 이 점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자녀가 제 의지로 알아서 공부해준다면 그것만큼 부모에게 흐뭇한 일이 있을까. 문제는 자기주도 학습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있다. 때문에 대다수 학부모와 학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이나 동조심리로 학원을 전전할 수밖에 없다. ●학원수업 너무 빡빡… 자기것으로 소화 못해 저자는 두 학생의 사례를 들어 자가학습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학기 초반 성적이 비슷했던 두 학생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적차가 벌어졌다. 성적이 오른 학생은 과외는 물론이고 학원도 전혀 다니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귀가해 복습위주의 공부를 하고 11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반면 또 다른 학생은 학교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직행해 밤 12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왔다. 학교 수업시간에는 졸기 일쑤였다. 학생의 어머니는 “학원을 5군데나 보내는데 왜 성적이 오르지 않느냐.”며 하소연했다. 저자는 바로 이 질문속에 해답이 있음을 강조한다.‘1시간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면 혼자서 3시간을 공부해야 한다.’는 3배수 법칙에 근거할 때 후자의 학생은 배운 것을 내면화할 최소한의 시간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수험생 스케줄·인성관리 지속적으로 해줘야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예인의 스케줄을 매니저가 효율적으로 관리하듯 학생에게도 학습 매니저가 필요하다. 현재 성적과 성향에 따라 체질에 맞는 학습방법을 찾고, 자기 공부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한편 TV나 컴퓨터 등 공부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차단하는 역할을 누군가 맡아서 해줘야 한다는 것. 학습 매니저는 엄마나 아빠가 될 수 있고, 형 또는 언니가 될 수 있다. 과외교사처럼 공부를 가르치라는 얘기가 아니라 공부나 학교생활, 인생의 목표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98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나의 공부습관을 체크해 보자 □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나만의 명확한 이유가 있다. □ 인생목표를 달성하는 데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학원이나 과외보다 자기공부 시간이 많다. □ 등하교 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 무언가 하려고 애쓴다. □ 공부 잘하는 친구들의 공부법을 나에게 맞게 실천한다. □ 한 번에 암기하려 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암기한다. □ 수업 중에 필기를 열심히 한다. □ 시험에 대비해서 예상문제를 만들어본다. □ 공부가 잘되는 나만의 공부장소가 있다. □ 공부방에 컴퓨터와 TV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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