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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한국현대문학 100년 대표소설 100선 연구(김종회·현대문학연구회 지음, 문학수첩 펴냄)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가 1906년 ‘만세보’에 발표된 지 100년. 이 책에는 한국현대문학 100년의 성과 가운데 작품의 미학적 완결성과 동시대적 의미를 고려해 뽑은 100편의 대표 소설이 실렸다. 우리 소설사의 넓이와 깊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대의 고민을 끌어안은 작가들의 내면풍경도 엿볼 수 있다. 조명희·이기영·한설야·김남천·이태준 등 납·월북 작가도 포함됐다. 전 3권 각권 1만 5000원.●이야기를 걷다(조갑상 지음, 산지니 펴냄) 부산이라는 도시가 소설공간 속에 어떻게 구현돼 있는가를 살핀 에세이. 부산이 낳은 민족문학의 거봉 요산 김정한이 양산 농민저항사건에 연루돼 학업을 중단하게 된 양산 메깃들과 물금·화제,1910년대 낙관적 계몽주의의 시선이 집약된 소설 ‘무정’의 무대 삼랑진역,‘만세전’의 주인공 이인화가 관부연락선에서 내려 부산에 잠시 머물던 행적 등을 좇는다. 지역학(부산학) 연구에 문학이 담당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를 일러주는 책.1만 3500원.●빨간 머리 피오(마르탱 파주 지음, 한정주 옮김, 문이당 펴냄)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완벽한 하루’에 이른 저자의 세 번째 소설. 스물 두 살의 고아 소녀 피오가 유명 미술비평가의 눈에 띄어 갑자기 천재 화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통해 진실이 사라진 예술은 사기에 불과할 뿐임을 역설한다. 원제는 ‘여덟 살 때의 잠자리’.9800원.
  • 눈 붉은 그대, 가까이 오지마

    눈 붉은 그대, 가까이 오지마

    유행성 결막염(아폴로 눈병)이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과를 찾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20% 가량 늘었다. 유행성결막염, 아폴로눈병 등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급성 유행성결막염’으로 크게는 급성 유행성 각결막염과 급성 출혈성 결막염으로 나눈다. # 급성 출혈성결막염 급성출혈성 결막염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처음 착륙했던 1969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발생하면서 ‘아폴로눈병’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엔테로바이러스나 콕사키바이러스가 접촉을 통해 눈에 전염돼 생긴다. 유행성 각결막염과 달리 1∼2일의 짧은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고 결막이 충혈되는 등의 증상이 1주일 정도 지속된다. 갑자기 눈이 아프거나 이물감, 눈부심 증상이 나타나며 눈물이 많아진다. 더러는 귀 앞의 임파선이 붓거나 무력감, 전신근육통 같은 증세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행성 각결막염보다는 염증도 덜하고 치료도 빠르다.2차 세균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치유가 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증세가 심하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눈에 궤양이 생겨 시력장애를 초래하는 위험을 덜 수 있다. 남들 눈치 보인다며 안대를 하면 눈 속의 온도가 올라가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므로 피해야 하며, 눈을 식염수나 소금물로 씻는 것도 눈에 자극을 줄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 급성 유행성각결막염 유행성각결막염은 여름철에 식중독을 유발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전염력이 강해 눈에 닿으면 80∼90% 이상 안질로 이어지며, 감기처럼 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이 없어 일정 기간 앓고 나서야 낫는다. 이 눈병은 잠복기가 1주일이나 되며 한쪽 눈에 먼저 발생하고, 이어 반대쪽에 발생하는데 먼저 발생한 눈보다 약하게 앓는 게 대부분이다. 드물게 한쪽 눈에만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감염되면 눈꺼풀이 붓고, 충혈되며 눈이 아플 정도로 까끌까끌한 느낌과 함께 눈물이 많이 난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눈곱이 끼는 것도 일반적인 증상이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의 경우 두통과 오한, 고열, 설사를 동반하기도 한다. 완쾌까지는 대개 3∼4주 정도 걸리며, 특히 발병 직후 2주 정도까지는 전염성이 매우 강해 외출이나 등교를 자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 예방법 환자와 수건, 베개 등을 같이 사용하지 말고, 환자가 사용한 용품은 반드시 삶아서 소독한다. 공공장소의 손잡이 등 물건을 만진 뒤에 눈을 비비지 않아야 하며, 눈병이 유행할 때는 악수 등 신체 접촉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하며, 눈꺼풀이나 눈썹에 붙은 분비물은 손 대신 면봉이나 화장지 등을 이용해 제거하도록 한다. 콘택트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눈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렌즈 자체가 세균과 진균이 자라는 배양액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렌즈를 청결히 관리하고, 일단 눈병에 걸렸다면 완치 때까지 렌즈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주천기 강남성모병원 안과 교수. 최명철 ALC안과 원장 ■ 안약 사용 이렇게 (1)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 않아야 한다. 안약을 통해 눈병이 옮을 수 있기 때문이다. (2) 약은 많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안약을 많이 넣는다고 눈병이 빨리 낫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에서 흘러내린 안약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한 번에 한 방울씩 자주 넣는 것이 좋다. (3) 눈에 닿게 해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안약 용기 입구가 눈썹에 닿지 않도록 눈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넣어야 한다. (4) 안약에는 보존과 소독을 위해 방부제가 들어있어 두고두고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예민한 사람은 방부제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눈이 붓거나 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증상이 보이면 즉시 약물 사용을 멈춰야 한다. (5) 콘택트렌즈를 끼고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안약의 방부제가 렌즈에 흡수되어 안구에 자극을 주기 때문에 반드시 렌즈를 빼고 사용해야 한다. (6) 약을 섞어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 다른 안약을 섞으면 효과가 감소하거나 엉뚱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꼭 필요하다면 최소 5분 이상 간격을 두고 사용해야 한다.
  • 밤배타고 한라산의 가을로

    ‘우린 밤배 타고 한라산 간다.’ 지난 9일 새벽 6시 제주시 건입동 제주항 여객선터미널. 여객선에서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등산복 차림의 남녀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여객선은 전날 금요일 오후 7시 부산항을 떠나 꼬박 밤을 새워 제주 바닷길을 달려왔다. 인근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이들은 서둘러 막 가을이 시작된 한라산으로 떠났다. 금요일 밤배를 타고 토요일 아침에 제주에 내려 한라산에 오른 후 토요일 밤배를 타고 되돌아가는 제주 무박3일 한라산 여행. 이모(44·부산시 남구 대연동)씨는 “잠자리가 좀 불편하지만 비싼 항공료나 숙박비 부담도 없고 이른 아침에 동네 뒷산처럼 한라산에 오를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이처럼 뱃길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113만여명으로 전체 관광객의 23%나 된다. 올 들어서도 86만 1724명(8월말 기준)이 뱃길을 이용해 제주를 찾았고 연말까지 110만명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C여객선사 관계자는 “뱃길은 수학여행 학생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지난해 토요휴무제 실시이후 친구나 직장동료로 보이는 등산객 차림의 단체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제주행 항공기 편도요금 수준인 8만∼9만원대의 초저가 뱃길 한라산 등산여행 상품의 인기가 높다.8만∼9만원이면 부산∼제주, 인천∼제주 왕복뱃삯(3등실)에다 제주항에서 한라산까지 왕복버스, 점심도시락, 하산후 제주의 청정해수탕을 즐기는 기회까지 제공된다.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하늘땅만큼 좋은 이원수 동화나라(이원수 글, 이상권 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한국 아동문학사에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워온 대표작가들의 동화작품 시리즈 첫째권. 백석 현덕 권정생 이주홍 등 주요 작가들의 명작을 그림동화 시리즈로 만나는 즐거움이 별나다.6∼9세. 각권 9000원. ●편지(안 에르보 글·그림, 김주경 옮김, 베틀북 펴냄) 겨울잠에 들어갈 큰 곰 오스카와 다람쥐 레로는 친구 피에르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지만 이걸 어째, 글을 쓸 줄 모르니…. 편지글 대신 조가비, 나뭇잎, 잠자리 날개를 봉투에 담아보내는 둘의 손끝이 너무 정겹다.7세까지.8000원. ●동화로 읽는 시튼 동물기(어니스트 톰슨 시튼 원작, 함영연 글, 이준섭 그림, 파랑새어린이 펴냄) 동물학자 시튼의 ‘동물기’가 그림이 예쁜 동화책으로 다듬어졌다. 동물에 대한 애정어린 시각을 갖게 하는 것은 기본. 서사의 즐거움까지 보장한다.‘회색곰 왑의 일생’을 첫권으로 테마를 나눠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 초등저학년 이상.9000원. ●겁쟁이 빌리(앤터니 브라운 글·그림, 김경미 옮김, 비룡소 펴냄)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 인디언들에게 전해오는 ‘걱정’인형을 소재로 아이의 불안한 심리와 상상력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세상 모든 것이 걱정인 주인공 아이의 캐릭터가 친근하면서도 앙증맞다.5세 이상.8500원.
  • [이종현의 나이스 샷] 골프의 스킨십 효과

    얼마 전 모 방송에서 섹스리스 부부에 대해 기획보도를 한 적이 있다.‘섹스리스 부부’란 성 관계가 없는 부부를 지칭한다. 그동안 국내 부부간의 섹스 횟수가 줄어들고 있어 문제라는 보도는 있었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15년 동안 부부관계를 하지 않고 있음을 방영해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 섹스리스 부부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성행위를 하지 않는 원발성 섹스리스와 임신이나 출산을 계기로 성행위가 없어진 경우, 마지막이 언제인가부터 성행위를 하지 않는 의사성 섹스리스다. 공통점은 부부간의 인격 문제와 출산 후 신체변화, 그리고 섹스에 대한 욕망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현대인들은 지나친 스트레스에 시달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섹스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잠자리가 뜸해지면 무력감에 빠질 수 있고, 신경성 위장병이나 두통 등 심인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골프와 조깅을 추천한다. 특히 미국 ABC 방송은 섹스리스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통해 섹스보다 돈을 중시하는 현대인을 자연으로 보내야 한다고 방영한 바 있다. 실제로 정신과 전문의들은 섹스리스 치료는 부부간의 스킨십이 가장 좋은 특효약이라고 말한다. 스킨십을 유발하는 최고의 운동이 바로 골프다. 싱그러운 그린 색깔과 빛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 줘 뇌속의 호르몬 자체를 바꿔 준다. 여기에 맑은 산소를 마심으로써 마음의 평온함과 함께 미적 사고를 가져와 부부간의 애틋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5시간 동안 자연에서 걷다 보면 신체리듬이 자연에 조화돼 몸 자체가 아주 릴렉스해진다. 실제로 주변에서 골프를 통해 부부관계가 개선돼 ‘위기’를 극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재미난 사실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섹스 횟수와 시간은 현대인들이 더 즐길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원시인들이 더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즐겼다는 점이다. 나무와 햇빛, 그리고 자연식품을 섭취하며 별다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원시인들의 성생활은 골프와 너무도 많이 닮지 않았을까.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佛 역대 대통령 여성 편력은?

    프랑스 서점가에 지난달 31일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여성 편력을 다룬 신간 ‘섹수스 폴리티쿠스’가 나와 화제다. 언론인 크리스토프 뒤부아와 크리스토프 들루아르가 쓴 이 책에는 새 얘기는 거의 없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소문들을 모아 놓은 수준이지만, 정치인의 ‘허리 아래’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오랜 불문율을 깨뜨린 것이어서 주목된다. 저자들은 로이터 통신에 “거의 모든 프랑스의 남자 정치인들은 강박감에 사로잡혀 여자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저자들은 집필을 위해 200여명을 만났지만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인터뷰를 거절당했고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는 인터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이 보좌관, 운전사, 심지어 시라크 대통령과 함께 잠자리를 한 여자들과도 밤을 보냈다는 뜬소문도 언급돼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시라크 대통령이 1974년 총리가 됐을 때 르 피가로 여기자와 사랑에 빠졌는데,2년 뒤 갑자기 결별을 선언하게 된 것은 이혼 경력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주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담겨 있다. 파리 연합뉴스
  • [청계천 복원 1년] 人工 청계천에 自然이 이사오다

    [청계천 복원 1년] 人工 청계천에 自然이 이사오다

    물억새 사이로 흰뺨검둥오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다리 그늘 밑에는 피라미 치어떼가 가득하다. 조심스레 물에 손을 담그니 금세 달아나 버린다. 큰 돌을 들추니 놀란 가재가 줄행랑을 친다. 잠자리채를 들고 풀숲에 들어가 메뚜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들 머리 위로 왜가리가 큰 원을 그리며 날아간다. 빌딩숲 사이로 고즈넉한 시골 마을 풍경이 연출되는 초가을의 청계천 모습이다. 고가도로가 깊게 뿌리내렸던 복개하천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철새의 보금자리로, 산란을 앞둔 물고기들의 안식처로 자리잡았다. 청계천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하천이라 생태적 기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 우려를 뒤집은 것은 제발로 찾아와 준 새 식구들 덕분이었다. 청계천 복원 1년을 한달 가량 앞두고 사람의 도움 없이 작은 생태계를 일군 청계천 친구들을 소개한다. ●한강에서, 지천에서…제발로 찾아든 가족들 8월말 현재 청계천에 서식하는 생물은 작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종류는 식물이 229종(애기똥풀·황새냉이 등) ▲어류 16종(메기·돌고기·납지리 등) ▲조류 26종(병아리·중대백로·왜가리 등) ▲육상곤충 26종(썩덩나무노린재·칠성무당벌레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9종(각다귀류·곳체다슬기 등) ▲포유류 3종(대륙족제비·고양이·집쥐) ▲양서·파충류 7종(아무르산개구리, 참개구리 등)이다. 이 가운데 청계천의 3대 생물로 일컬어질 정도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식생은 물억새와 피라미, 왜가리이다. 이중 한강에서 온 피라미는 전체 어종의 6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피라미는 청계천에서 유일하게 3대를 일군 ‘명문가’이기도 하다. 피라미의 산란기는 5∼8월로 청계천에서 시험방류를 했던 지난해 8월말 청계천에 자리잡아 산란을 시작, 올 여름 두번째 산란기를 맞았다. 청계천에 있는 대부분의 어종은 피라미처럼 한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것들이다. 한강에서 살던 어류가 중랑천과 청계천의 합류부인 살곶이공원 쪽을 통해 청계천에 이사를 온 것이다. 붕어, 미꾸리, 누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민물고기들은 수질이 좋은 쪽의 하천으로 이동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버들치와 가재는 이와 반대로 발원천을 타고 청계천까지 내려온 것으로 분석된다. ●하류에는 갈매기, 청계천변에는 참외도 주렁주렁 청계천과 중랑천의 합류지점인 성동구 성수1가 살곶이공원 하류 구간에는 괭이갈매기와 재갈매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바다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하천에서 갈매기가 발견되는 것은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청계천에서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갈매기가 먹이인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따라 청계천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서해안∼한강∼중랑천 경로를 따라 청계천까지 오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계천변에서는 참외와 수박 등의 열매채소도 볼 수 있다. 식물은 대부분 바람과 물,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조류 등에 의해 이동된다. 열매채소의 경우에는 새의 배설물 속에 섞여 있던 소화되지 않은 씨앗이 싹을 틔웠을 가능성이 크다. 청계천관리센터 강수학 생태관리부장은 “자연스럽게 이동해온 동·식물들이 이미 인위적으로 이식한 식생의 수를 넘어섰다.”면서 “청계천의 생태서식환경이 그만큼 빠른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조성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니들은 반갑지 않아! 새로운 생태복원지로 거듭나고 있는 청계천의 생물 중에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들도 있다. 대표적인 생물은 배스, 블루길, 잉붕어, 붉은귀거북 등 외래어종들이다. 배스와 블루길은 한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는 개체수가 많지 않지만 배스의 경우 보라매공원에서 단 몇마리가 연못 전체의 어종을 멸종시킨 전례가 있을 정도로 엄청난 생태 파괴자이다. 최근 모습을 드러낸 ‘잉붕어’의 경우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교잡잉어로 대부분 중국에서 낚시용으로 들여온다. 아직 잉어와 붕어의 잡종으로서 생식능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토종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애완용으로 기르다 함부로 놓아주기 일쑤인 붉은귀거북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계천센터측은 “먹이사슬 상 붉은귀거북의 상위에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 벌써 30여마리를 포획했으나 아직도 눈에 많이 띈다.”고 밝혔다. 유해생물은 동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유해식물로는 주변식물을 다 죽이고 혼자 번식을 하는 서양등골나물,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돼지풀, 주변 식물을 타고 올라가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는 삼환덩굴 등이 대표적이다. 유해식물은 번식력이 강해 아무리 제거를 해도 좀처럼 뿌리뽑기가 힘들다. 청계천 식물계에서 토착화된 외래식물인 ‘귀화식물’의 이입률은 18.5%에 이른다. 서울시 평균인 21∼23%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귀화식물 중에 유해식물이 많아 우려를 낳고 있다. 청계천센터 관계자는 “좋은 의미에서 하는 방생이라고 해도 생태계 교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청계천의 생태적 기능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의 생태적 기능은 크게 서식지와 산란지 기능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청계천을 영구적인 서식지로 삼는 대표적인 조류는 흰뺨검둥오리이다. 흰뺨검둥오리는 강우 정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지천과 달리 청계천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청계천을 일시적인 서식지로 삼는 대표적 생물은 여름 철새인 백로과 조류들이다. 이들은 여름철이 되면 하류에 나타났다가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이동한다. 특이하게도 철새이면서도 청계천을 반영구적 서식지로 삼고 있는 왜가리도 있다. 본래 여름철새인데도 늦봄이면 나타나 초겨울까지도 청계천 하류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 사실상 ‘반 텃새화’된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은 도심에서 멸종되어 가는 양서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청계천 부근에 사는 양서·파충류는 복원전 2종에 불과했다. 그나마 아무르개구리는 죽은 채로 발견됐었다. 하지만 현재 청계천에 살고 있는 양서·파충류는 9종이나 된다. 맑은 하천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자라까지 있다. 1급수에 가까운 2급수 수질을 유지하는 청계천은 어류들이 산란을 위해 찾는 ‘산부인과’로도 각광받는다. 대표적인 어종이 잉어로 산란기인 4∼5월 한강과 중랑천에서 거슬러 올라와 청계천에 알을 낳는다. 크기가 작은 잉어는 그대로 머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잉어는 산란을 하고 다시 중랑천으로 돌아간다. 가물치 역시 산란기인 지난 5∼8월에 맞춰 청계천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왜 그녀를 131번이나 난도질해 살해했을까?

    “그놈의 문자 메시지 때문에….” 중국 대륙에 한 40대 여성이 불륜관계에 있던 정부의 딸을 무참히 난도질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충격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해협도시보(海峽都市報)는 중국 융안(永安)시에 살고 있는 한 40대 여성은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문자 메세지를 빌미로 자신과 사귀는 것을 반대한 정부(情夫) 딸의 온몸을 무려 131번이나 찔러 살해한 혐의로 붙잡혀 주변 사람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고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잔악무도하게 살해한 장본인은 올해 42살의 차이(蔡·여)○전(珍).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멘트 공장에 다니던 그녀는 그 공장에 다니던 왕(王)모씨와 사내결혼한 유부녀이다. 차이가 살해,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사람은 올해 17살의 해끔하고 아리따운 소녀 린팅).살인마 차이모의 정부 린(林)모씨의 친딸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직장생활을 하다가 몸이 약해 집에서 쉬고 있던 차였다.그녀의 어머니는 7년전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사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린팅이 차이와 아버지의 불륜 관계를 알아채고 차이에게 하루 빨리 관계를 청산하라고 재우친 게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사건은 지난 3월 23일 새벽에 발생했다.이날 아침 야근을 마치고 시장에 들러 생선과 고기를 산 린씨는 사랑스런 딸에게 맛있는 점심을 차려줄 수 있다는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집에 도착한 린씨는 열쇠를 꺼내 대문을 열려고 보니 대문이 이미 열려져 있지 않은가.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집 안으로 들어가며 딸의 이름을 몇 번 불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딸의 방을 달려가보니,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딸은 온 몸에 칼로 난자당해 피범벅이된 채 싸늘한 주검으로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가 곧바로 공안(경찰)에 신고하자,공안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현장을 보존하고 탐문 수사에 들어갔다.공안 법의학자가 린팅의 시체를 해부해 보니 온 몸에 무러 131곳에 칼로 찔린 상처가 나 있어 공안당국도 범인의 잔혹함에 치를 떨었다. 범인은 곧바로 좁혀졌다.공안의 조사받던 린씨가 자신 이외에 집 열쇠를 갖고 있는 사람이 정부 차이라고 밝힘에 따라 순조롭게 사건은 풀린 것이다. 공안의 조사 결과,차이는 지난 2월 20일 린씨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찾아갔을 때 린씨는 외출중이고 그의 딸 린팅만이 집에 있었다.그때 린팅은 아버지의 핸드폰에 “전(珍),당신은 어디 있나요.나는 언제나 당신을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글이 남겨진 것을 보고 화가 잔뜩 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서 차이가 들어오자마자 린팅은 “헤어지라는데 왜 아직까지 헤어지지 않는거야.빨리 헤어지란 말이야.”라고 속사포처럼 쏘아붙였다.속이 부글부글 끓었으나 억지로 참은 차이는 곧바로 린씨 집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어 1개월여가 지난 3월 21일, 차이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린팅과 재장구쳤다.이때도 린팅은 그녀를 째려보며 “하루 빨리 관계를 청산하라.”고 재우쳤다. 분을 애써 삭히던 차이는 22일밤 잠자리에 들었으나,너무나 분해서 잠이 오지 않아 이리 뒤척,저리 뒤척했다.그래도 잠이 오지 않자,23일 새벽 3시쯤 옷을 입고 과도를 주머니에 넣고 린씨의 집으로 향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린씨는 야근하느라 없고,딸 린팅만이 앞으로 다가올 참극도 모른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갈등을 느껴 문 앞에서 10여분간 조용히 린팅을 지켜보았다.그래도 조용하자,차이는 조용히 들어가 린팅의 몸에 무려 131번이나 찔러 살해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주말탐방] 엑스트라의 세계

    [주말탐방] 엑스트라의 세계

    자, 이제 이쪽 줄은 저리로 옮겨 주시고…. 빨리빨리들 움직여 주세요. 다음 장면 들어갑니다!” 지난 27일 자정이 가까워가는 시각 서울 등촌동 SBS스튜디오. 김아중·주진모 주연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제작 KM컬쳐·감독 김용화) 촬영이 한창인 스튜디오 안은 200여명의 여고생 방청객들로 대낮처럼 북적거렸다. 이날 촬영분은 극중 신인가수를 연기하는 김아중이 첫 생방송 무대에 올라 방청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는 장면. 뜨악한 반응을 보이다 이내 열렬히 환호하는 방청석의 교복 부대는 영화사가 동원한, 이름하여 ‘엑스트라’.5분 남짓한 편집 분량의 두 신(scene)을 찍느라 교복 차림의 보조출연자들은 밤을 꼴딱 새웠다. 1000만 관객 퍼레이드를 꿈꾸는 건 명감독, 스타배우의 몫만은 아니다. 적어도 촬영현장에서만큼은 엑스트라도 똑같이 흥행의 꿈을 꾼다. # ‘보조출연자’라 불러주면 안 되겠니? 엑스트라를 업(業)으로 하는 사람은 사실 거의 없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진 최근에는 젊은 ‘투잡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히 영화 속 대규모 군중신이 많아지고 그들이 주로 야간에 촬영된다는 이 점을 십분 활용하는 올빼미족이 많아졌다. 낮시간에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진성(23)씨는 “사정에 맞춰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일감이라 전일제 직장으로 옮기더라도 야간 아르바이트로 틈틈이 해볼 생각”이라며 “‘가문의 부활’ 등 최근 두달여 동안 친구들과 함께 5편의 영화에 참여했는데, 덕분에 올여름은 열대야를 잊고 지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진행상황을 전혀 귀띔받지 못한 채 감독의 슛 사인이 떨어지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게 일인 사람들.“거두절미하고 소품취급하는 듯한 ‘엑스트라’란 용어 대신에 이왕이면 ‘보조출연자’라고 호칭 대접이나 제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게 이씨 같은 이들의 희망사항이다. # 보조출연에도 등급이 있다는 말씀! 주인공을 떠받쳐주는 ‘오브제’ 역할의 엑스트라에도 알고 보면 엄연한 등급이 있다. 가장 아랫단계 그러니까 대사 한마디 없이 여백을 채워주는 이들이 보조출연자들이다. 예컨대 TV사극에서 창칼을 들고 주인공을 뒤따르는 대열 등 보통의 군중신이 이들 몫이다. 다음 단계가 한두마디 짧은 대사를 쳐야 하는 보조연기자(일명 ‘보 단역’). 그 다음이 TV 재연드라마나 홈쇼핑 채널에 출연하는 단역인데, 기본적인 대사와 표정연기가 요구된다. 보 단역의 몸값은 15만∼30만원. 한두 마디나마 대사연기가 가능하냐에 따라 수당이 곱절로 뛰는 셈이다. 업계에 통용되는 단역의 하루 출연료는 보통 50만원선. 연기내공이 전혀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엑스트라의 몸값은 뚝 떨어진다. 영화의 경우 낮 촬영(오전 6시∼오후 7시)에서의 기본 출연료는 3만원. 오후 7시 이후부터 자정까지는 기본요금의 50%가 추가되고, 다음날 새벽 4시30분을 넘어서면 기본의 두 배에 교통비 5000원이 추가되는 식이다. 기본출연료는 드라마(3만 7000∼4만 2000원)가 영화(3만원)보다 더 많다. # 엑스트라도 지역분권시대…처우개선은 감감 엑스트라를 소비하는 환경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지방 올로케 촬영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엑스트라 현지공급은 기본. 지역 영상위원회의 지원으로 영화 올로케 촬영이 줄잇는 부산 전주 등 주요 지방도시들에는 보조출연자 공급업체들이 몇년새 눈에 띄게 늘었다.‘아이스케키’‘열혈남아’ 등 지방색을 강하게 드러내는 최근 작품들의 경우 촬영현장에는 지역 출신 엑스트라가 아니고선 명함도 못 내미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방권역별로 세분화될 만큼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몇년째 제자리걸음. 한 공급업체의 대표는 “최근 몇년새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신생업체들이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 처우개선은 갈수록 더 요원한 일이 됐다.”고 토로했다. # 엑스트라, 나도 해볼 수 있다! 연기에 대한 최소한의 호기심만으로도 엑스트라는 특별한 준비없이도 도전해볼 수가 있다.‘얼꽝’‘몸꽝’이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음은 물론이다.‘얼짱’‘몸짱’ 연기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선 엑스트라의 조건으로는 오히려 그들이 더 경쟁력(?) 있다. 촬영장 집결시간을 엄수하고, 현장 스태프의 지시를 귀담아들을 것이며, 몇시간씩 무조건 대기상태를 견딜 수만 있으면 엑스트라의 필요충분조건을 갖춘 셈이다. 인터넷 카페 등에 회원가입한 뒤 연락처를 남겨놓으면 등록절차는 끝. 사진을 함께 올려놓거나 더 빠른 방법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면담접수하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엑스트라서 엑스트라매니저 변신 백호씨 보조연기자 캐스팅 대행업체 P&M의 백호(36)실장은 그야말로 24시간 대기조이다.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손에서 휴대전화를 내려놓을 수 없는 직업병(?)에 걸린 지 3년째. 영화사에서 언제 어떤 유형의 엑스트라를 요구해 오더라도 초스피드로 맞춤서비스를 해줄 수 있어야 하는,‘엑스트라 매니저’인 셈이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서 3년 전인 2003년 7월 지금의 회사를 차렸다.“엑스트라가 엑스트라 캐스팅 회사를 차린 것”이라며 멋쩍게 웃는 그는 그러나 “나름의 프로정신이 없으면 이 일은 단 하루도 할 수 없다.”며 정색했다. 유도를 전공했지만 마땅히 전공을 살려서 살아갈 형편이 못 됐다.“목구멍에 풀칠이나 하자고 시작”한 게 엑스트라 출연이었다.“처음엔 단돈 몇푼이 아쉬워서 시작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점점 대사 한마디라도 있는 보조연기가 욕심나고 그러다가 단역으로 뛰어봤음 싶어지고….” 하지만 한달 30만원쯤의 수입으로 딸아이 분유값조차 댈 수 없는 현실 앞에선 더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 학교 앞을 전전하는 이동 꽃장수로 나선 그를 ‘태극기 휘날리며’가 다시 촬영장으로 불렀다. 친분이 있던 스태프가 경남 합천 로케이션 현장으로 급히 사람(보조출연자)들을 모아달라고 도움을 청해왔고 그걸 계기로 큰 맘 먹고 회사를 차린 것. 직접 엑스트라로 뛰면서 동시에 촬영장 분위기가 낯선 보조출연자들에게 이것저것 지도해주는 ‘현장팀장’도 그의 몫이다. 현재 거래하고 있는 영화만도 박용우·남궁민 주연의 ‘뷰티플 선데이’를 비롯해 ‘이대근, 이댁은’‘파란자전거’‘일번가의 기적’ 등 12편. 엑스트라 매니저로서 그가 귀띔하는 ‘잘 나갈 수 있는’ 엑스트라의 필요조건. 몸짱이 넘쳐나는 세상인 만큼 ‘몸꽝’남녀라면 짭짤한 아르바이트 거리로 엑스트라가 그만이란다. 실제로 “몸꽝인 덕분에” 그 자신 보조연기자로 출연했던 화제작들이 꽤 있다.‘야수와 미녀’에서 주인공 신민아의 붕대를 벗겨주는 의사,‘주먹이 운다’에서 최민식의 극중 부인이 만나고 다니는 ‘느끼남’이 그였다. 엑스트라 희망자들에게 귀띔 하나 더. 한 건이라도 더 많이 뛰고 싶으면 인터넷이 아닌 방문접수를 하라는 것.“얼굴사진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세상이잖아요? 직접 찾아가서 실물을 보여주면 대기자 명단에서 우선순위로 확 올라갈 겁니다.(웃음)”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힘만 드는 사극 속 엑스트라 CG활용도 높아져 입지 약화 “사극 엑스트라, 힘드네 힘들어∼.” 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은 규모나 활동 면에서 볼 때 사극이나 시대극 등 TV 대하 드라마에서 많이 부각된다. 최근 KBS ‘서울 1945’,MBC ‘주몽’,SBS ‘연개소문’에 이어 KBS ‘대조영’,MBC ‘태왕사신기’,KBS ‘황진이’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출연하는 엑스트라들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반 드라마에 비해 사극은 엑스트라들의 시간이나 분장 등이 더 요구되지만 대우는 다르지 않고, 요즘에는 사극 장면들을 더욱 웅장하게 보이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CG)을 많이 이용, 엑스트라들의 입지가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하 드라마는 많은 엑스트라를 한꺼번에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노하우를 갖춘 엑스트라 공급업체를 통해 인력이 제공된다. 현재 한국예술·월드캐스팅 등 3∼4개 업체들이 사극 엑스트라를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몽’‘대조영’ 등의 엑스트라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예술 관계자는 “전쟁신 등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장면이 많아 그만큼 인원을 동원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전쟁이나 즉위식 등에는 한꺼번에 300∼400명 이상씩 동원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랫동안 직업적으로 출연해온 50∼60대 엑스트라들과 달리 젊은 사람들은 사극 출연을 꺼려 인력 동원이 쉽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사극 촬영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무더위 속에 갑옷이나 수염을 갖춰야 하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아 ‘다음에는 현대극에 나가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한 뒤 사극에 출연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경비 절감을 위해 엑스트라 출연을 줄이고 CG 처리를 하는 장면들이 늘어나면서 엑스트라 업체들과 방송사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SBS 관계자는 “‘연개소문’의 경우, 엑스트라 동원을 최소화하고 CG를 활용,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면서 “엑스트라 인건비가 예전보다 많이 올라간 상황에서 일정 규모 이상이나 촬영 분량, 움직임 여부 등에 따라 엑스트라와 CG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엑스트라 동원업체 관계자는 “엑스트라 인건비가 오르지 않았는데도 방송사들이 예산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엑스트라에 대한 대우를 개선하지 않고 있다.”면서 “CG 처리도 단가가 만만치 않은 만큼 엑스트라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길섶에서] 강아지와 잠/이목희 논설위원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눈이 충혈됐다. 예방주사를 맞히는 김에 수의사에게 이유를 물어봤다.“잠이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런 종류의 강아지는 하루 15시간까지 잔다고 했다. 잘 먹여도 수면이 부족하면 강아지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에 강아지가 자는 시간을 살펴봤다. 낮에 짬짬이 졸다가도 인기척이 나면 바로 깨곤 했다. 낮잠 시간이 서너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더 문제는 밤잠이었다. 아들 둘이 보통 새벽 2시가 넘어 잠자리에 든다. 나는 일찍 자고, 새벽 5시면 깬다. 밤에 불이 꺼지고 조용한 시간 역시 두세 시간밖에 안 된다. 강아지 때문에 아이들에게 일찍 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아침형 인간’ 이론을 끌어다 설득을 시도해봤다.“조금 일찍 자고, 아침에 공부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떠봤다. 반응은 차가웠다.“아빠와 우리는 생체리듬이 달라요.” 밤에 오히려 머리가 맑다고 했다. 의학적 증거도 없이 아이들에게 아침활동의 장점을 더이상 강요할 수 없었다. 강아지가 불쌍하긴 하지만 ‘조용한 밤’을 늘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메뚜기 뛰노는 청계천

    메뚜기 뛰노는 청계천

    ‘청계천에 메뚜기가 뛰논다.’ 서울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 하류에는 요즘 잠자리채를 든 채 곤충을 채집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출현한 메뚜기를 관찰하는 어른들의 발길이 이채롭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메뚜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마치 시골 들녘을 걷는 착각에 빠진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강수학 생태부장은 24일 “청계천 하류 고산자교와 두물다리, 황학교, 중랑천 합수부 등지에서 8월초부터 메뚜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일 복원된 청계천이 1년도 안돼 생태하천으로 돌와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서울여대 배연재 생명공학부 교수는 “청계천에 나타난 메뚜기는 풀무치로 메뚜기과의 한 종류”라면서 “이 곤충은 서울 도심부에선 거의 볼 수 없고 산이나 농약을 뿌리지 않는 하천 습지에 가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계천 하류에 나타난 건 단지 메뚜기뿐만이 아니다. 꽃가루를 먹는 꽃등애와 네발나비, 대추신나비, 곤충을 먹는 파리매도 출현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영화 해변의 여인

    영화 해변의 여인

    홍상수 감독의 일곱번째 영화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 전원사·31일 개봉)은 이제까지 나온 그의 작품중 가장 대중과 가까워진 영화다. 이전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관계맺기에 급급한 느낌이나, 뭔가 ‘닦지 않은 듯’한 마무리에 대한 찜찜함이 한결 덜하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행동을 보여주어 ‘안티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오해를 샀던 전작들에 비해 이 영화 속 여성들은 보다 ‘개운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동상이몽 로맨스’를 표방한 이 영화는 첫 만남에서 짜릿한 눈맞춤을 한 영화감독 중래(김승우)와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서로 호감을 갖는 두 남녀는 입맞춤에 몸맞춤(?)까지 간다.‘이제, 이 남자 내꺼야.’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남자의 태도가 이상하다. 다시 서해안을 찾은 중래, 그와 만난 ‘문숙을 닮은’ 선희(송선미). 그리고 또다른 밤, 이어지는 세 남녀의 미묘한 관계. 시나리오 없이 하나의 큰 그림을 잡고, 상황에 따라 그 속에 아이디어들을 녹이는 홍상수표 영화는 늘 생각하지 않은 것, 그러나 일상인 그것들을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도 ‘발생 가능한’ 일상 속에서 연애에 대한 심리를 직접화법으로 끌고간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보여준, 첫 만남이 바로 잠자리로 연결되는 다소 공감 안 가는 부분과, 가끔 조금 짧게 끊었으면 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애정’을 기본으로 한 남녀의 관계가 과장되지 않고 현실적이라 2시간(127분)이라는 약간 긴 상영시간이 지루함보다는 공감으로 가득해진다. 홍 감독 자신의 모습이 녹아 있기도 하다는 중래와, 그 중래가 펼치는 ‘이미지에 대한 강좌’, 문숙의 술주정 등 곳곳에 재미가 숨어있다.15세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기적? 사망 85분만에 극적 소생한 30대 여성

    “저승길이 어떠합디까?” 중국 대륙에 심장 박동이 멈춰 사망한 것으로 받았던 30대 여성이 극적으로 소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 선전시에 사는 한 여성이 심장이 멈춰 사망한지 85분만에 극적으로 깨어나는 미스테리한 일이 일어났다고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스테리 사건의 주인공은 리(李·32·여)모씨.중국 중서부 충칭(重慶)시 출신으로 3년전 남편과 이곳 선전으로 와 KFC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다. 미스테리한 일의 서막은 지난 21일 새벽 5시쯤 올려졌다.지금까지 감기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편인 리씨는 소변이 마려워 일찍 잠에서 깼다.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심한 현기증을 느끼며 그대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자다가 깬 남편 류(劉)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일단 안정을 취하도록 했다.날이 밝자 아내를 가까운 침술집으로 데려가 침을 맞혔다.하지만 침을 맞은지 하루가 지난 22일이 돼도 별다른 차도가 없어 류씨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리씨는 갑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또다시 응급실 바닥에 나뒹굴어졌다.이때 의사들이 쫓아와 살펴보고는 “당신 아내의 심장 박동이 멈춰 사망한 것이나 다름없다.하지만 응급조치를 취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쯤,리씨가 응급실에 들어갈 때 심장 박동과 호흡 등이 전무했다.이때 담당의사 취징(曲敬) 주임과 의사 2명이 득달같이 달려와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하고 산소호흡기를 끼운 뒤 응급소생술을 진행했다.심장박동이 멈춘 사람이라도 1분내 응급소생술을 시도하면 살아날 수 있는 까닭이다. 의사 모(莫)씨는 “응급소생술은 많은 체력을 요구한다.”며 “규칙적인 심장박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결국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리씨의 경우 심장이 멈춘지 너무나 오래돼 응급소생술을 실시하는데 많은 체력이 필요해 3명의 의사가 체력 안배를 위해 겨끔내기로 진행했다. 오후 3시 25분부터 시행된 응급소생술은 오후 4시 50분까지 계속됐다.환자 리씨의 심장이 멈춘지 85분만에 드디어 기적이 일어났다.이때 그녀의 심장이 서서히 불규칙적으로 다시 뛰기 시작한 뒤,얼마있지 않아 심장박동 기능이 정상화된 것이다. “우리들은 사실 포기했습니다.심장박동이 멈춘지 이렇게 긴 시간이 지나면 살아날 수 없기 때문이죠.수십년간의 의사생활중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기적이예요.” 취징 주임은 “이번 일은 아마 심장박동 정지시간이 가장 긴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리씨가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다.흉부에 피가 부족한 시간이 길어지면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취 주임은 “리씨의 상태가 좋은 만큼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행히 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장이 멈춘 덕분에 병원에서 모든 응급조치를 할 수 있어서 후유증을 업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리씨는 현재 정신이 정상인과 다름없는 완전히 건강을 되찾았다.물론 예후를 조금 지켜보기는 해야 겠지만,어쨌든 85분동안 열명길을 갔다가 되돌아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여름옷 100% 활용하기] 초가을 차분하게 덧입어라

    [여름옷 100% 활용하기] 초가을 차분하게 덧입어라

    입추가 지난지 한참이고, 가을을 알리는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닌다. 아침 바람은 선선한 느낌을 품고 있지만, 낮에는 여전히 땡볕이 위용을 자랑한다. 아직 우리는 여름 안에 있지만 월드컵이 한창인 지난 6월부터 가을 아이템을 준비한 패션계는 가을 옷을 한가득 내놓았다. 매장에는 가을옷이 즐비하고, 여름옷은 저렴한 값에 할인판매 중이다. 그래도 여름옷을 사기가 꺼려진다면, 정답은 ‘있는 옷 활용하기’다. # 여름용 원피스, 민소매톱을 이용하는 센스 여름철 즐겨 입던 민소매 원피스에 칠부 소매의 볼레로 재킷을 덧입으면 초가을까지 버틸 수 있다. 여름옷은 의상 자체의 색상이 밝은 경우가 많다. 액세서리는 주렁주렁 달리는 것보다 단순미가 느껴지는, 약간 어두운 색의 가방이나 구두가 차분한 가을 분위기를 내는 데 좋다. 직장 여성들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코디는 줄무늬가 들어간 칠부 소매 재킷과 검정 바지, 민소매톱의 조화. 재킷의 소매길이를 조절하면서 날씨에 대처한다. 이런 스타일에는 커다란 가방을 함께 들면 더욱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다. 목이 많이 파인 톱을 입을 때는 바지와 비슷한 색상의 스카프를 목에 두르거나, 알이 굵은 긴 목걸이를 두세겹으로 걸어 포인트를 준다. 민소매톱과 긴 시폰 조끼의 레이어드(겹쳐입기)는 무더운 낮에 좋다. 조금 더 날씨가 쌀쌀해지면 민소매톱 대신 소매가 긴 티셔츠로 대체한다. 조끼의 소재가 시폰인 만큼 안에 입는 티셔츠는 너무 캐주얼하지 않는 것으로 선택한다. # 여름 티셔츠 100% 활용하기 사실 남성의 패션 스타일은 재킷·셔츠·바지의 삼박자로, 코디가 한정돼 있는 편. 따라서 변화가 쉽지 않다. 색상이나 소재 등에서 다른 모습을 시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면 소재 재킷은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입기에 좋은 아이템이다. 캐주얼로도, 정장 느낌으로도 연출하기에 딱이다. 차분한 색상의 재킷 안에 전체적인 차림에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화사한 색상의 니트와 청바지를 입으면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캐주얼 차림으로 손색이 없다. 크로스로 멜 수 있는 큰 가방을 함께 매치하면 남성 직장인 코디로도 적합하다. 남색 계열의 재킷은 어느 색상의 옷과도 잘 어울린다. 조직감이 좋은 셔츠와 회색의 정장 바지를 입으면 제대로 갖춰입은 느낌을 준다. 깃 부분에 크리스털 장식을 달거나 무늬를 넣은 반팔 셔츠를 입고, 남색 재킷을 덧입으면 지루하지 않은 차림을 완성할 수 있다. 바지 허리와 옆라인에 진한 색상의 선을 덧대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재킷과 바지 색상이 밋밋하다고 느낄수 있으므로 타이로 포인트를 주어 시선을 모으는 것도 좋다. # 공식을 익히면 만사 OK 올 여름을 강타한 미니스커트, 레깅스, 란제리룩 등의 패션 아이템은 계절을 초월한다. 계절과 계절 사이에 가장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인터넷 쇼핑몰 걸스테이지(www.girlstage.com)의 박연지 대표는 “레이어드 스타일은 가장 기본적인 여름옷 활용법”이라면서 “여름에 입던 민소매톱 위에 심플한 디자인의 티셔츠나 체크무늬 셔츠에 덧입어 여름옷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원한 여름나기 패션의 하나였던 미니스커트 안에 색상이 비슷하거나 조금 진한 계열의 레깅스를 입는 것도 레이어드 공식 중 하나다. 속옷을 입은 듯한 섹시한 느낌의 란제리룩도 여름옷을 멋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란제리 느낌의 섹시한 민소매톱 위에 재킷이나 니트를 덧입는다. 재킷, 니트 안으로 살짝 보이는 느낌은 여름의 섹시함을 이어주고, 가을 의상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촬영협조:베스티벨리·지이크>
  • [난 이렇게 공부했다] (1) 서울대 농업생명공학계열 안현주씨

    [난 이렇게 공부했다] (1) 서울대 농업생명공학계열 안현주씨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같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특별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은 학생이 성적은 우수하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이 성적은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많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효과적으로 공부해 대학 진학에 성공한 선배들의 공부 노하우를 ‘난 이렇게 공부했다’ 시리즈로 소개한다. “예습보다는 복습이 중요합니다.” 2006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농업생명공학계열에 합격한 안현주(19)씨는 후배들에게 “무리한 선행학습 대신 배운 것을 철저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에 치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씨는 서울 대원여고를 졸업하고 2006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1학년에 재학 중이다. 고교 시절 그의 공부 방법을 들어봤다. ●자연스레 속독·통독 능력 생겨 고1,2때 책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짬을 내서 읽는 편이었다. 주로 국내외 소설과 문학작품을 읽었는데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학교 쉬는 시간, 주말을 활용했다. 공부 스트레스가 쌓이면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풀었다. 자연스럽게 속독과 통독을 하는 능력이 생겨 언어 영역 공부에 도움이 됐다. 수능 기출문제에 나온 지문 출처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자연계열이라 독서 외에 국어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고3 때도 하루 1시간 정도만 투자했다. 문법은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따로 정리해 두면 편하다. 국어 공책은 수업 시간 외에 자습 시간이나 학교 시험을 치를 때마다 별도로 정리했더니 나중에 자연스럽게 정리됐다. 문학 지문은 독서로 해결했지만 비문학 지문은 문제집으로 공부했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 지문에 약해 문제집을 많이 풀었다. 학교 시험을 최대한 활용했다. 특히 주관식 문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식으로 다양한 생각을 해보는 연습을 했다. 직접 관련 없는 부분이라도 관련성을 유추해보는 습관을 들였더니 선생님이 가르쳐준 내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연습이 됐다. ●독해 안에 길이 있다 영어는 독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문법이나 단어, 어휘, 구문 등이 모두 독해 안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독해 문제집은 상당히 많이 풀었다. 수능이 가까워지면서는 매주 한 권씩 풀 정도였다. 하지만 고1,2때는 한 두달에 한 권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공부했다. 독해는 속도가 중요한데 빠른 독해의 관건은 지문에 대한 배경지식이다. 평소 문제집을 풀 때 지문의 주제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나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이를 찾아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공부를 병행했다. 고2 때부터 시작한 나만의 방법인데 독해 공부도 되고 관련 교양 지식도 쌓을 수 있어 효과적이었다. 단어도 독해를 중심으로 했다. 중요한 필수 단어는 학교 쪽지시험을 통해 평소 외우는 수준으로만 공부했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기보다는 문제집을 풀 때 일단 단어를 찾지 않고 맥락 속에서 단어 뜻을 이해하려고 시도한 뒤 정 모르는 단어만 사전이나 해설을 찾아 확인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남들처럼 단어장도 만들었지만 철저히 반복학습을 했다.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에 정리해 외운 뒤 1주일 뒤 다시 확인하고, 한 달 뒤에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문법도 독해에 나오는 문법을 중심으로 대비했다. 독해 문제집 해설지에 문법 관련 사항이 나오면 해당 내용을 문법책에서 찾아 집중적으로 공부했더니 효과적이었다. 평소 공부한 문법은 고3 여름방학 때 문법책 한두 권을 골라 확실히 정리했다. ●교과서에서 개념·원리의 실마리를 찾아라 수학은 기본 원리만 알면 다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본은 교과서다. 공식이나 개념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이해하는 데 내게는 교과서가 가장 좋은 교재였다. 문제집을 풀다가 어려운 내용은 교과서의 해당 내용을 찾아서 꼼꼼히 봤더니 실마리가 풀리더라. 고1,2 때는 문제집을 거의 풀지 않았다. 대신 정석이나 개념원리 등 기본 수학교재를 반복해서 풀면서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렇다고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이나 취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찾아가며 보는 방식을 택했다. 수능 문제를 보면 여러 원리와 개념이 혼합된 문제가 있는데 고2 때까지는 기본 원리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고3 때에 혼합문제를 다뤘다. 탐구영역은 화학Ⅰ·Ⅱ와 생물, 지구과학을 택했다. 본격적인 수능 대비는 2학년 후반부터 시작했다. 평소에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과학 교양 서적을 보면서 즐기면서 공부했다. 어떻게 그 원리가 나왔는지 일화나 과학상식 등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가 된다. ●철저한 복습이 훨씬 효과적 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고1 때 조금 다녔는데 체질에 맞지 않아 그만뒀다. 대신 고3 때는 학교 자율학습을 마치고 독서실에서 밤 12시∼새벽 1시까지 공부했다. 잠은 고3때 5시간 정도 잤다. 잠을 참고 공부하기보다는 잠이 오면 조금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공부하는 스타일이다. 선행학습은 이미 배운 것을 완전히 소화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좋다. 학원 진도와 학교 진도를 따로 맞추느라 고생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나는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하되 철저하게 알고 넘어가는 공부 방식을 택해 성공했다. 정리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심상덕의 서울야화] (17) ‘덜덜골목’ 덕수궁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선풍기,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을 텐데요. 그런데 이 전기와 관련해 우리 서울의 옛 지명 중에 ‘덜덜골목’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덜덜골목’이 어디냐고요. 덕수궁에 있습니다. 덕수궁 대한문에서 남쪽 담장을 따라 난 그 덕수궁 돌담길이 바로 ‘덜덜골목’이었던 겁니다. 이 골목에 왜 ‘덜덜골목’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아십니까. 명성황후 시해사건 이후 고종은 언제 어떻게 또다시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고종은 한밤중에 가랑잎 굴러가는 소리에도 깜짝깜짝 소스라쳐 놀라는 그런 날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긴긴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이른 새벽, 까치소리를 듣고서야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고종은 당시 한성판윤, 지금의 서울시장인 이채연을 불러 “자고로 모든 흉한 일들은 한밤중에 일어나는 법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내가 지금 거처하고 있는 덕수궁을 한밤중에도 대낮같이 환하게 불을 밝히도록 하라.”고 했습니다. 100여년전인 1900년대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덕수궁에도 ‘전기소’라는 이름의 ‘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다고 합니다. 덕수궁 발전소에 설치된 발전기는 25㎾의 직류 발전기였고, 그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덜덜덜덜∼ 덜덜덜덜∼’아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불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은 지금의 덕수궁 돌담길을 덜덜골목이라고 불렀습니다. 덕수궁에 전기가 들어오고 난 뒤 고종은 “이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잔치를 한번 크게 벌여야 되지 않겠느냐. 외국 공사관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이도록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고관대작은 물론 외국 공사관 사람들을 전부다 초청했는데 이게 웬일입니까. 글쎄, 임금님을 모신 가운데 축하 잔치를 막 시작하려는 순간 전기가 꺼져버려서 암흑천지가 되어 버린 겁니다. 외국 공사관사람들 다 불러놓고 임금님을 모신 그날 잔치는 엉망이 되어버릴 수밖에요. 민간에도 한등 한등 전기가 보급되기 시작한 1909년. 당시만 해도 10촉광 희미한 전등 한개의 한달치 전기 사용료가 1환 60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수 이연실이 부른 ‘목로주점’이란 노래에 나오는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에 등장하는 30촉짜리 전등 하나의 한 달 전기 요금이 4환이었습니다. 또 50촉광은 6환. 그 당시 물가로 쌀 한되에 단돈 18전이었거든요. 그러니 일반 서민들은 감히 엄두도 못냈던 겁니다. 그 무렵 날품팔이하는 사람들 하루 일당이 30전. 쌀 두되를 살 수 없는 액수였습니다. 당시 관청이나 은행을 포함해 우리 서울의 전등 수가 8000개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 귀한 전기를 덥다는 핑계로 너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요.
  • [공직초대석] 김영태 중기청 국제협력팀 팀장

    [공직초대석] 김영태 중기청 국제협력팀 팀장

    김영태(42) 중소기업청 국제협력팀장의 대안학교에 대한 애정은 유별나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40회)에 합격하는 등 곧게 뻗은 ‘신작로’만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경기 양평에 있는 전인자람학교와 춘천의 전인고등학교에서 ‘경제교실’을 이끌며 대안학교라는 ‘오솔길’을 거니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교사 자격증이 없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자신의 경험을 세상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 미래의 꿈나무들을 제대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에 기꺼이 수락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공직자, 토·일요일은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대안학교 생활은 순수한 무료 봉사활동이다. 오히려 비용과 시간이 수반된다. 격주로 토요일엔 승용차를 몰고 대전 샘머리아파트를 나선다.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지금도 학교로 향하는 세 시간 남짓은 긴장되고 설렌다. 김 팀장은 “아이들의 지식에 대한 갈구와 흡수력이 매우 높다.”면서 “피곤하기보다 오히려 희망을 얻고 대전으로 내려온다.”고 흡족해 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알기 쉬운 경제교실’을 아이들 수준으로 재가공해 교재로 사용한다. 딱딱한 경제원리 주입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체험을 통해 이해하는 방식의 수업이다. 그는 “김밥을 만들어 선후배와 선생님들에게 판매하면서 원가와 마진, 마케팅의 개념을 깨우치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은 평생의 반려자도 대안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만났다. 양평새싹학교 교사였던 아내(34)와 지난해 결혼했다. 그는 “안정적인 교사생활을 털어버리고 대안학교를 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고 털어놓고는 “적게 벌면 적게 쓰면 된다는 단순 논리에 매력을 느꼈다.”며 웃었다. 그래도 ‘제도권 밖’에는 아쉬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는 아직도 대안학교는 문제아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간다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세상의 리더를 키우고, 공부가 아닌 인성을 키운다.’는 취지에 맞게 부모들이 교사로 참여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제대로 된 평가는 미흡하다. 개인적으로는 평일 수업을 할 수 없어 미안하고 아쉽다. 일반학교보다 자유롭지만 토·일요일 휴식은 아이들에게 필요하다. 그는 공직생활에서 알게 된 대덕연구단지 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프로젝트 수업을 제안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보다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하지만 적극 권유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과 휴일을 희생해야 하는 데다 잠자리와 식사 등 적지않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지식전수 방법은 인터넷의 발달로 더욱 다양화할 것”이라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아이들은 잠재력이 크고 미래도 밝다.”고 대안학교의 미래를 낙관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내가 좋아하는 것/앤서니 브라운 지음

    세계적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아기 그림책이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표지의 빠알간 바탕색에 어린 눈망울들이 대번에 반짝반짝 빛날 ‘내가 좋아하는 것’(허은미 옮김, 책그릇 펴냄)이다. 현대사회의 단면을 독특한 개성으로 표현해온 작가였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저런 메시지를 싹 접었다. 작가의 책에 단골로 등장해온 침팬지가 이번만큼은 풍자나 애환의 캐릭터가 아니란 점이 무엇보다 참신하다. 둥글둥글한 선으로 다듬어진 귀여운 아기 침팬지가 이불보에 쌓인 듯 시종 포근한 느낌을 안겨주는, 부담없이 행복한 그림책. “얘가 바로 나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건…”으로 말을 거는 책은 아빠 침팬지의 품에 안긴 채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듣는 그림으로까지 이어진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부모와 소통하는 과정이 몇 장 안 되는 그림들로 은유되는 게 신통하다. 책을 읽은 느낌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그림노트가 함께 나왔다.5세까지.7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데스크시각] 청계천의 첫 여름 ‘상상+’ /박선화 지방자치부장

    개구쟁이들의 물장구 소리가 요란하다. 올젠버그의 작품 스프링의 설치공사에도 아랑곳없이 미니 청계천을 뛰노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총총하다. 때마침 아트페스티벌이 벌어져 여기저기서 추억을 담는 여인네의 셔터 소리가 흥겹다. 청계천의 여름은 그렇게 청계광장에서부터 길손을 맞는다. 계단을 내려선 모전교 아래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어릴 적 개울가만큼이나 왁자지껄하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 개울의 추억을 길어올리듯 첨벙첨벙 손발을 적시기 바쁘다. 단지 더운 탓만은 아니리라. 청계천의 첫 여름, 처음 맞는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다. 적잖은 시민의 돈 3900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1일 개장한 이래 가을과 겨울, 봄을 지나 한여름 사이로 청계수가 흐르고 있다. 조선시대 세종 시절에야 치수가 목적이었다지만 2006년 여름의 청계천은 그 면면한 역사의 개울을 넘어 시민의 품에 안겨 있다. 하루 5만명이 넘는 인파가 찾는다는 청계천에서 시민들은 성하의 선물을 즐기고 있다. 모전교에서 고산자교에 이르는 22개의 다리 밑은 모두가 도심 피서지의 명당으로 자리잡았다. 예의 돌계단마다엔 애틋한 연인과 자녀를 거느린 부모, 여유를 즐기는 중년, 백발의 지기들도 물장구에 고단함을 풀어 보낸다. 압권이야 역시 또래 아이들의 천연욕만 하랴. 허리춤 깊이의 물 속에선 아이들의 자맥질하는 모습이 절로 웃음을 짓게 한다.3대가 손잡고 내를 건너거나 벽안의 외국소녀들이 물장구치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간간이 버들치와 붕어, 피라미들이 놀라 쏜살같이 달아나는 모습을 살필라치면, 광교까지 진출한 잠자리가 콧등을 스치기도 한다. 수변 수양버들과 우거진 수풀 사이론 야생화와 잡초가 어우러져 물씬 시골정취를 풍긴다. 어느덧 이름모를 풀벌레가 눈에 띄고, 여치가 가을이 곁에 왔음을 알린다. 이처럼 청계천은 불과 1년새 시민 모두의 넉넉한 쉼터로 자리잡았다. 홍수에도 시공상 큰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시설물의 파손도 거의 없다. 특히 식물의 활착은 도심 생태하천의 복원 의미를 넘어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설 정도로 가까워졌다. 청계천을 걸을 때마다 세 가지 색깔을 더듬어보곤 한다. 청계수가 탁수가 되어 어둠에 갇혔다가 우리품에 돌아온 역사적 사연을 더듬다 보면, 열섬현상을 빚어내는 콘크리트 빌딩들이 그리 밉지만은 않게 된다. 청계천 복원이 누구의 치적이라기보다 당시의 치수(治水)처럼 오늘날 이수(利水)의 혜택을 시민들에게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계천변에는 여전히 고단한 삶이 존재한다. 수표교에 이르자 리어커에 기대 지쳐 보이는 한 상인이 눈에 띄었다. 단지 그뿐일까. 많은 상인들이 청계천에 밀려 아직도 생계의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서울시의 세심한 정책 배려가 아쉽다. 또한 동대문타운 개발에는 친환경적이면서도 개발수요를 조화시키는 방안이 강구됐으면 한다. 동대문운동장을 지하로 개발하는 대신 지상은 녹지공원으로 해 관광수요를 한껏 높이는 것이다. 세운상가지구는 층고를 최대한 높여 랜드마크화하되 그만큼 녹지를 늘리면 생산성과 환경보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청계천의 끝에서 서울숲에 이르는 길에도 멋지고 다양한 운송수단을 갖춘다면 관광상품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청계천의 참뜻은 물이 흐르고 싶은 대로 살려둔 데에 있다. 그 물이 흘러 자연을 되살리고, 그 자연이 벌써 도시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울시가 청계천과 한강을 시민에게 더욱 값지게 되돌려주려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할 참이다. 자연이 개발을 치유하는 지혜를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박선화 지방자치부장 pshnoq@seoul.co.kr
  •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2)

    [박성서의 7080 가요X파일] ‘하얀 나비’ 가수 김정호와의 마지막 인터뷰(2)

    그의 재능은 외탁인 듯하다. 서편제의 큰 줄기이자 창작판소리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던 월북 소리꾼, 박동실 선생이 바로 그의 외할아버지다. 월북으로 인해 그의 존재는 판소리사에서 한때 묻혀져 있었지만 박동실은 명창 김소희와 박송희 등을 키워냈던 인물로 김정호의 어머니인 박숙자 여사와 함께 ‘아성극단’을 만들어 만주나 상하이 등지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던 ‘명인’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박숙자씨는 아들 정호가 6살 때 집안에 있던 국악기를 모두 내다버렸다. 심지어는 가야금 줄까지 모두 끊어버렸다. 그 힘들고 고된 악극단 생활을 자식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기억이 잡힐 듯 생생함에도 불구하고 김정호는 운명처럼 ‘금지된 길’을 걷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생의 전부를 걸어 음악에 몰입했다. 여운이 긴 애상적인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했던 김정호, 노래들이 유독 슬프게 들렸던 것은 그가 노래 속에 ‘모든 것’을 걸었기 때문은 혹 아니었을까. 처음 김정호가 노래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은 대동상고 시절, 밴드부에 합류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졸업 후엔 기타를 둘러멘 채 방랑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종로 낙원상가 주변을 배회했으며, 심지어는 잠자리조차 없어 거리에 내놓은 이삿짐 속 캐비닛에 들어가 잠을 자기도 했다. 이즈음 잠시 미 8군 무대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얼마 안돼 또다시 떠돌이가 되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것은 ‘음악’보다 먼저 ‘배고픔’이었다. 당시 한 그릇에 5원하던 노동자 합숙소의 국수, 한 대접에 10원이었다던 남대문 시장의 수제비 등으로 허기를 채우며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도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한때 가수 백순진씨와 함께 ‘4월과 5월’의 멤버로 잠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어니언스가 그의 곡인 ‘작은 새’를 히트시키기에 이르자 음악성을 주목받으면서 작곡자에서 가수로 변신, 무대에 선다. 통기타를 멘 채 눈을 지그시 감고 꿈꾸듯이 노래하는 그의 독특한 모습. 그는 76년 3월, 자신의 스물다섯 번째 생일날, 부인 이영희씨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하나 이 축복도 잠시였다. 건강은 더욱 악화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방 공연하는 친구를 따라갔다가 방위 소집에 응하지 못해 결국 탈영병으로 군 영창에 갇히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군복무를 마치게 되지만 가정은 이미 어려워져 매번 이사를 다녀야만 했다. 그래도 불평 한마디 없는 그의 부인은 자신에게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부인은 그가 건강이 나빠져 공기 좋은 곳으로 가자면 그렇게 했고, 친구 곁으로 가자면 또 그렇게 했다. 경제적으로 정 버틸 수 없어 어머니 곁으로 가야겠다고 말하면 또 그의 뜻에 따랐다. 그러나 80년, 끈질긴 투병과 부인의 보살핌으로 완전히 나았다던 그의 결핵은 다시 재발되고 급기야 각혈이 시작되자 결국 인천요양소에 격리되어 요양생활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이 시기를 ‘공백’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했다. 비록 그 시기에 대중들 앞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스스로는 늘 음악 한가운데에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그는 많은 곡을 만들었고 악기소리를 연구했으며 음반 또한 취입했다. 그가 타계하기 얼마 전, 담당의사는 그에게 경고했다. 최소한 6개월에서 3년 정도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심지어 ‘노래를 다시 부르면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까지 경고했다. 결핵환자에게 노래는 호흡기관에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되레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는 병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음악에 대한 열병을 또 그렇게 앓고 있었다. “꽹배기(꽹과리)소리에 미쳐 삽니다.” 인터뷰 당시 그는 자신의 생활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했다. 우리만의 것, 우리만의 맛, 우리만의 흥.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무엇인지 이제서야 비로소 찾은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때문에 그 무렵 뜻 맞는 친구들과 사물놀이 패를 조직하기도 했고 또 항시 꽹과리를 들고 다녔다. 병이 악화돼 병원에 다시 실려 갈 때도 꽹과리를 병실에 까지 가지고 들어가 담당의사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남은 열정을 모두 국악에 바치겠다.’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의지를 내보이던 김정호, 오늘 그가 새삼 그립다. sachilo@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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