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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잡는 황도붕기풍어제 열려요”

    충남 최대 풍어제인 태안 황도붕기풍어제가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첫날은 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는 피고사와 집집마다 돌며 풍어와 마을안녕 등을 기원하는 세경굿이 열린다. 돼지는 임경업 장군을 모시는 뱀신과 상극이라는 이유로 쓰지 않는다. 이 기간에는 주민들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굿이 끝나면 어민들은 한해 동안 배를 지켜줄 선신의 내림을 받기위해 제주를 선두로 제물과 5색 뱃기를 들고 당집으로 가 밤새 굿판을 벌인다. 둘째날에는 바다에 떠도는 넋을 달래는 강변용신굿과 함께 고기잡이를 하면서 부르던 붕기풍어타령으로 막을 내린다. 옛날 먼바다로 참조기잡이를 많이 나갔던 130가구 주민 400명의 황도(안면도 옆)에서는 매년 정월 초이틀 성대하게 풍어제를 열고 있다. 1991년 충남도 무형문화재 12호로 지정된 황도붕기풍어제의 제주는 여성이 맡게되며 한달 전부터 매일 목욕재계를 하면서 부부간 잠자리도 피한다. 마을 이장인 박현철(45)씨는 “굿판은 유명 무속인인 김금화씨가 30년간 맡아오고 있다.”며 “풍어제가 전국에 알려져 해마다 관광객 1000명 정도가 찾고 있다.”고 말했다.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몸은 멀어도 자나깨나 자식 걱정

    몸은 멀어도 자나깨나 자식 걱정

    고향 가는 길은 항상 멉니다. 그리운 곳이라 더딘 걸음이 더 더딘 것 같지만, 반가운 사람들 생각에 귀향의 피로, 세상의 깊은 시름도 별것 아니라고 여겨질 것입니다. 부모님은 어떠십니까. 다들 건강하신가요. 자식들 생각으로야 부모님 건강이 항상 마음 쓰이지만 몸이 멀어 조석으로 살피거나 챙겨 드리지도 못합니다. 가끔 전화를 걸어도 언제나 ‘나는 괜찮다.’고만 하십니다. 그러나 험한 세파 속에서 자식들 오롯하게 키워낸 부모님들이 괜찮다고 하신 말씀은 십중팔구 마음에 없는 말일 것입니다. 나이 들면 이런 저런 병과 벗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섭리입니다. 젊어서는 자식 뒷바라지에 바빴고, 늙어서야 ‘자식들 앞세우고 사니 좀 편하겠지.’ 했지만 남은 것은 병뿐이지요.‘늙어서 자식들에게 짐은 되지 말아야 하는데….’라며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치매의 엄습은 누구도 피해 가지 못합니다. 자식들 키우느라 가슴 졸인 탓에 심장은 비닐봉지처럼 약해져 있고, 내 것으로 품고 산 것이 없어 내다 버린 것도 없는데 빈 자루처럼 바람 빠진 육신에 살거죽 주름은 깊어만 갑니다. 관절염이 깊은 뼈마디는 걸을 때마다 삐걱이고, 그런 일에 가슴 졸인 탓인지 똥오줌 누는 일까지도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이래도 ‘나는 괜찮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그대로 믿고 싶어 하시겠습니까. 살다가 문득 ‘이 하찮은 자식의 어이없는 위선과 질정없는 변모에 그 늙어 쪼그라진 가슴은 또 얼마나 아프고 저렸을까.’ 생각하면 걷던 걸음 멈추고 우두망찰 먼바라기라도 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자식이 내놓고 부모 위할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부모의 건강을 챙기는 일, 자식 아니면 아무도 해 줄 수 없습니다. 이번 설에는 ‘부모님 건강 챙기기’를 컨셉트로 삼아보면 어떨까요. 혹여 자식들에게 짐 될까봐 말 못하는 부모님 심정 한번쯤 미루어 짐작해 어디가 어떻게 편찮으신지 조근조근 묻고,“그러면 설 지나 한가할 때 병원 한번 모시겠습니다.”라고 허투루라도 약속 한번 하면 자식 때문에 오그라든 흉금의 응어리가 눈 녹듯 사그라지지 않을까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세상에 대단한 효도가 따로 있지 않으니까요. 고향과 그 고향의 부모님이 부쩍 가까이 있다는 생각 들지 않으십니까. 올 설에는 지나가는 말로 “건강은 좋으시지요?” 이런 상투적인 인사는 하지 마십시오. 대신 부모님 마주하고 성긴 치아라도 건드려보며 ‘늙음과 그 후의 고통’을 체험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나중에 부모를 먼 길 떠나보내는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지도 모릅니다. 그럼 먼 고향 잘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모님께 아름다운 실버를 “명절날, 부모님 뵐 때마다 건강 걱정을 하면서도 돌아서면 잊어버리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번 설은 ‘개념’있는 명절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주제는 ‘부모님 건강 챙기기’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예방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건강증진’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여러가지 건강 위험요인을 교정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해 개개인이 ‘최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특히 고령자는 건강에 위협이 되는 여러 위험인자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 각종 질병을 가질 가능성이 높지만, 중요한 사실은 고령자도 얼마든지 질환을 미리 예방하거나 조기에 찾아내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생활습관 교정으로 취약한 건강 챙기기 금연과 절주, 적절한 신체적 활동 및 운동, 충분한 영양 섭취 등 생활습관 교정은 젊은 사람보다 노인에게 더욱 중요하다. 그 만큼 건강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체중 관리 노인 비만은 관절염, 거동 장애, 폐기능 감퇴와 같은 육체적인 문제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가진 경우에는 무엇보다 점진적인 체중 감량이 필요하다. 체중 감량 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노쇠한 경우 비만보다 체중 감소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별한 이유없이 6개월 내에 체중의 10% 이상이 감소한 경우에는 다른 질환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운동 자신의 몸 상태에 적합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면 건강에 대한 확신이 일상생활에서의 자신감으로 표출되는 것은 물론 수명도 연장된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유산소운동 뿐 아니라 적절한 근력운동과 유연성운동, 균형운동 등을 적절히 하면 근력 감퇴나 노쇠로 인한 무기력증, 낙상에 따른 골절 등 여러 가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단, 심혈관계 또는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노약자가 자신의 몸에 적합하지 않은 운동을 무리하게 할 경우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으므로 미리 전문의와 상의해야 하며, 일상적인 운동이라면 자신의 최대 운동능력의 75% 정도로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흡연 고령의 노인이라도 금연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건강상의 효과는 적지 않다. 노인 금연의 경우 금연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신체 보호효과가 증가하며, 특히 협심증,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중풍)으로 인한 사망률을 급격하게 감소시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평생 피운 담배인데….”라며 체념하기 보다는 이런 사실을 설명하고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노후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다. ●음주 미국의 경우 노인의 15% 정도가 일상적인 과음을 하고 있으며, 이는 노인에게 흔한 우울증과 고독감, 그리고 사회적인 지지 부족 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인의 경우 체내 수분량의 감소, 인지기능의 저하, 체온 및 혈당 조절능력 장애(노인은 저혈당이 쉽게 발생함) 등의 문제 때문에 과다한 알코올 섭취가 뜻밖의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보다는 소량씩 마시는 사람이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감안, 무조건 술을 마시지 말게 하기보다는 적절한 음주량을 지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의 적정 음주량은 성인의 절반 정도(알코올 25g·소주 3잔)이다. # 조기 선별진단으로 질병 예방 선별검사란 외견상 건강해 보이는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 진찰 등의 방법을 이용해 숨은 질환이나 이상을 찾아내는 것을 말한다. 노인의 경우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여러가지 질환의 발생 위험도 함께 증가하지만 증상이 뚜렷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특이적인 증상, 이를 테면 체중감소, 무기력증, 식욕감퇴 등 일반적인 노화로 오해할 수 있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노인들에게 흔한 질환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심혈관계 질환 연령의 증가는 그 자체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된다. 즉,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고혈압, 특히 수축기 혈압이 주로 상승하는가 하면 심부전, 관상동맥질환은 물론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하므로 이들 질환의 위험인자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반드시 치료해야 하나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해야 한다. ●악성질환 고령일수록 악성 질환의 발생이 늘며, 특히 최근에는 특정 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넘어서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사망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질환은 예방도 중요하지만 조기 발견이 완치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며, 일단 병이 확인된 경우라면 동요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해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악성 질환은 폐암 전립선암(남성) 유방암(여성) 대장암 등 각종 암을 들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김광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 이런질환 꼭 살펴라 노인들에게 많은 백내장이나 요실금, 관절염 등은 유병률도 높을 뿐 아니라 ‘삶의 질’ 측면에서 일상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큰 만큼 평소 유심히 살펴봐야 할 질환 들이다. ●백내장과 노안 평소 안경도 안 쓰던 부모님의 눈이 침침해 마당에 들어선 손주들의 얼굴도 못 알아 본다면 백내장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노안까지 있으면 바깥 세상이 온통 ‘흐릿하게’ 보인다. 백내장은 원래 투명한 수정체가 노화로 딱딱하게 경화되고 혼탁해진 상태를 말한다. 원래 까맣던 눈동자가 뿌연 수정체 때문에 허옇게 보여 붙은 이름이 백내장이다. 카메라의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 보통 노인성 백내장은 가까운 곳이 잘 보이지 않는 노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수정체가 두꺼워져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근육이 약해져 필요한 굴절각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백내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뿌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수정체를 넣어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먼 거리 시야 확보에만 초점을 맞춘 인공수정체를 사용해 노안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돋보기를 써야 했다. 그러나 최근 개발된 ‘레스토(ReSTORE) 렌즈삽입술’은 근·원거리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특수 렌즈를 삽입,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해 준다. 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은 “레스토 렌즈삽입술은 비교적 안전하고, 수술시간도 5∼10분으로 짧아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해결하는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요실금 노모가 외출을 꺼리거나 화장실을 유난히 자주 들락거린다면 한번쯤 요실금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의 4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하며, 주로 중년 이후의 여성에게 많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분만, 폐경, 노화 등으로 골반 지지조직이나 방광이 약해져 요실금이 잘 나타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 전기자극, 골반근육 운동 등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노화로 인한 요실금에는 테이프를 이용한 간단한 수술법이 널리 사용된다. 입원 기간도 1∼2일 정도로 짧고, 치료 후 곧바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으며, 재발률도 낮다.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함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다리를 벌리고 항문을 5초간 조였다 푸는 운동을 계속하면 골반 근육이 단련돼 요실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김장환 교수는 “요실금을 방치할 경우 외출을 꺼리는 것은 물론 대인관계를 회피, 나중에는 노인성 우울증 같은 정서적인 문제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인성 치질 나이가 들면 항문의 기능도 약해져 노인과 치질은 떼려야 뗄 수 없게 된다. 항문 기능이 약해지면 배변이 고통스럽고, 배변 후에도 늘 뒤가 찜찜하며, 재채기만 해도 항문이 쉽게 빠져 나온다. 혹시 부모님이 어기적거리며 걷거나 자리에 앉을 때도 자세가 엉거주춤하며, 방석을 깔아야 앉을 수 있다면 치질일 가능성이 높다. 치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노인들은 내색도 못하고 무조건 참는 경우가 많다. 치질이 있으면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고, 자연스럽게 하체에 힘이 들어가는 활동을 피하게 된다. 그러나 노화로 인한 치질은 부끄러운 질환도 아니고, 치료도 쉽다. 경증은 약물치료도 가능하며, 수술도 부분 마취로 가능해 부담도 적은 편이다. 한솔병원 이동근 원장은 “부분 마취 후 늘어난 치핵을 세밀하게 자르고 봉합하는 수술은 시간도 20분 정도로 짧고, 입원 기간도 1∼2일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술 후에는 매일 3∼4회 온수 좌욕을 해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수술 일주일 후면 배변 시 통증이 완화되고, 배에 힘을 주는 운동 등 활발한 야외활동도 거뜬히 할 수 있다. ●퇴행성 관절염 참기 어려울 정도로 무릎이 아프고 쑤시는 퇴행성 관절염이지만 대다수 노인들은 늙으면 으레 생기는 질환으로 여긴다. 그러나 무릎이 아프면 활동범위가 좁아지고, 자세 불균형으로 다른 근골격계 질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통증으로 걷기 어려울 정도면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심하면 망가진 관절 대신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령자가 관절염 증상을 보이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노인질환으로 알려진 관절염이 남성에게서도 빈발하므로 부모를 모두 잘 살펴봐야 한다. 목동 힘찬병원 관절경센터 정광암 소장은 “관절염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오는 병이 아니라 치료해야 하고, 치료 되는 병”이라고 말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박영순 아이러브안과 원장 김장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 이동근 한솔병원장·정광암 목동 힘찬병원 관절경센터 소장 ■ 노인질환 체크포인트 10 다음의 증상이 있는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체중이 10% 이상 감소했다. -운동시 호흡곤란, 흉통,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 후 근육과 관절에 30분 이상 지속되는 통증이 있다. -흡연자에서 기침, 객담, 객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루 음주량이 3잔 이상이며, 습관적으로 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2회 이상 측정한 혈압의 평균치가 140/90㎜Hg 이상이다.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00㎎/㎗ 이상이다. -남성의 경우 소변 횟수가 증가하고, 잔뇨감이 있으며, 혈뇨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변비, 설사가 잦고, 대변의 색깔에 변화가 있다. -인플루엔자, 폐렴구군,B형 간염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았다. ■ 어르신 겨울나기 홈 스트레칭 노인들 겨울나기는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조심해야 한다. 근력 감소가 심할 뿐더러 찬 바람이 혈관을 수축시켜 혈류량이 줄면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뻣뻣하게 굳어 근골격의 퇴행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줄어 근력이 약해지는가 하면 풍(風)요통·한(寒)요통 등 계절성 척추질환도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노인들이 겨울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서는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실내에서 하루 세번, 각 3분씩 3세트로 짜여진 홈 스트레칭은 힘들이지 않고 관절질환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어 노인들에게 권할 만하다. ●노인의 몸 65세 이상 노인들의 질환은 70% 이상이 근력과 관계된 관절염과 요통, 좌골통 등이다. 이 중 퇴행성 관절질환의 경우 40∼50대에 발병해 65세 이상은 80%,75세 이상은 95% 이상이 고통을 받는다. 특히 75세를 넘긴 고령자의 경우 30대에 비해 근육의 30∼40%가 감소하므로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허리 근력이 약해져 만성 허리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여기에다 노인들은 대부분 골밀도가 낮아 골절상이 뜻밖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노인 홈 스트레칭 노인들의 근력을 키우고 퇴행성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근육의 탄성을 유지, 향상시키고, 관절과 근육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동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렵고, 겨울철이라 외출도 쉽지 않다. 이런 노인들에게 집안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홈스트레칭은 큰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이 특히 노인에게 좋은 것은 약한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근육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꾸준한 스트레칭 만으로도 기초대사량을 올리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칼로리를 소모할 수도 있다. 스트레칭은 매회 3분 이상, 한 동작을 3번씩 반복하되, 하루에 3번 이상 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김기옥 자생한방병원 실버척추클리닉 원장 ■ 이것만 주의 하세요 1. 관절에 지나치게 체중이 실리거나 충격이 가해지면 안 된다. 자칫 인대나 근육 손상을 입을 수 있다. 2. 스트레칭은 수 차례로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젊은 층의 운동량이 100이라면 60∼70%가 적당하다. 3. 무리한 동작을 피해 몸을 편안히 놀릴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4. 자칫 몸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기구를 이용하기보다 맨손운동이 좋다. 집안의 소품이나 가구 등을 의지해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 피로감을 느끼거나 어지럼증 같은 증상이 느껴지면 운동을 중단했다가 증상이 사라지면 다시 시작한다. ■ 가족에게 “누구냐?” 묻거든 치매보다 일단 ‘섬망’ 의심을 최근 뇌혈관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김모(73)씨는 밤중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붙잡고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그러다 스위치를 건드려 방에 불이라도 켜지면 불이 났다고 소동을 피우는가 하면 가족들에게 “누구냐?”고 묻기도 한다. 언뜻 보기에 치매라고 여기기 쉽지만 김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섬망(Delirium)’이다. ●치매와 비슷 섬망은 일시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의 혼란 상태를 말한다. 치매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매와 비슷한 소견을 보이지만 치매와는 달라 완치도 가능하다. 섬망은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는 70세 이상 노인환자의 30%가 가질 정도로 흔하다. 김씨처럼 고령에 큰 수술을 하면 수술 후 신체리듬이 깨지고, 환경이 갑자기 변하기 때문에 앞의 사례와 같은 일시적 의식장애나 혼동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의료진은 설명한다. 고령에 큰 수술을 받은 환자가 퇴원 후 평소와 달리 산만하거나,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느끼며, 시간과 장소를 인지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하늘을 쳐다보거나 소리를 치는 등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섬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문의들은 “섬망 증세가 나타나면 집중력과 지각력에 장애가 와서 기억장애, 착각, 환각, 해석 착오, 불면증은 물론 악몽이나 가위눌림 현상 등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원인 섬망은 전신 감염 때, 뇌에 산소공급이 잘 안 될 때, 혈액에 당분이 부족할 때, 간장·신장질환이 있을 때, 뇌세포의 각종 대사과정에 필요한 필수 비타민인 티아민이 부족할 때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됐거나, 금단현상이 나타날 때 순간적인 정신착란이 일어나는 것도 일종의 섬망이다. 증상은 치매와 비슷하나 치매와 달리 급성으로 발병하는 점이 다르다. 전문의들은 “치매는 후천적인 뇌세포 이상으로, 점차 진행하는 2종류 이상의 인지기능 장애가 의식 저하 없이 일어나며, 증상이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에서 섬망과 구별된다.”고 설명한다. ●유발요인 치료가 중요 섬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리듬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섬망으로 진단되면 일단 유발요인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일상생활과 수면 주기, 주변 환경을 적절히 조절해 줘야 한다. 병실에서는 주변 환경을 잘 정리정돈하고, 집에서 쓰던 낯익은 물건 한두 가지를 환자 주변에 갖다 둬서 정서적인 안정을 꾀하도록 해줘야 한다. 더러는 친근한 신체 접촉이나 환경 변화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된다. 평소 가까운 가족들이 자주 찾도록 하고, 이들이 환자와 대화는 물론 신체 접촉까지 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다. 또 낮에는 방이나 병실을 밝게 해주고, 밤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물품을 치우는 등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립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신영민 원장은 “섬망은 치매와 다르지만 방치하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유발 요인을 조기에 치료하면 1∼2주내에 완치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치매가 동반된 경우나 뇌의 기질적 이상을 동반한 경우에는 오랜 기간 섬망 증상이 지속되거나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도움말:신영민 서울시립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원장
  • 입장료만 내면 국악공연 ‘공짜’

    입장료만 내면 국악공연 ‘공짜’

    설 연휴에 찾는 국악 공연은 즐거움이 곱절이다.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공연내용에 갖가지 민속놀이와 체험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공연은 박물관 입장료만으로 즐길 수 있다. 국립국악원과 정동극장도 가족단위 관람객이라면 큰 폭의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립국악원 설날인 18일 오후 5시 예악당에서 ‘정(丁)과 해(亥)가 만나는 새해, 복을 담아’를 공연한다. 국악원 정악단과 민속악단, 창작악단, 무용단이 총 출연한다. 궁중무용 ‘처용보등무 합설’과 정악 ‘수용남극지곡’, 시조 ‘태평가’, 전래동요 ‘잠자리 꽁꽁’, 강상구의 실내악 ‘봄을 여는 소리’와 이준호의 ‘판놀음’,‘한강수타령’과 ‘개성난봉가’같은 경서도민요를 들려준다. 예악당 로비와 야외광장에서는 짚풀공예와 신년운세 사주보기, 전통악기 및 전통놀이 체험도 할 수 있다.8000∼1만원.3대가 관람하면 할아버지·할머니는 무료다.24세 이하도 20% 깎아준다.(02)580-3333. ●국립민속박물관 17일 오후 2시 천익창의 개량악기 연주회,18일 오후 2시 남동현과 함께하는 퓨전음악이 펼쳐진다. 개량악기 연주회에서는 뼈피리와 신석기시대 한반도 현악기, 철기시대 현악기 등을 선보인다.19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30분,3시30분은 심명전 남사당놀이 이수자가 엿파는 모습을 보여주고 관람객들에게 엿을 나누어주는 엿장수 시연이 열린다.18∼19일 박물관 마당에서는 연과 단소, 탈 만들기와 세화 그리기, 한지공예 등 체험교육과 투호·굴렁쇠 등 신나는 민속놀이도 펼쳐진다.(02)3704-3107. ●국립중앙박물관 17일 ‘국악으로 듣는 설날 동요’,18일 ‘국악으로 듣는 설날 민요’,19일 ‘퓨전 국악 실내악’이 으뜸홀에서 마련된다. 전통국악그룹 스케치가 출연한다. 오후 3시,5시 두차례씩 공연한다.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단은 또 가족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한다.17일 ‘맨발의 기봉이’,18일 ‘아이스케키’,19일 ‘마음이’를 대강당에서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상영한다.(02)2077-9732. ●정동극장 17∼18일 오후 3시10분에 장구 장단을 체험하고, 오후 4시부터는 전통예술무대를 즐긴다. 쌈지마당에서는 투호놀이, 로비에서는 윷놀이와 토정비결 봐주기, 전통차와 전통주 시음, 떡잔치도 열린다.2만∼3만원, 청소년 1만원. 한복을 입은 사람과 3인 이상 가족, 외국인 근로자는 50% 할인해준다.(02)751-1500.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현장 행정] 성북복지관 공개 노인 성교육

    [현장 행정] 성북복지관 공개 노인 성교육

    #1. 할아버지의 고민 할아버지:저기,‘거시기’얘기해요. 상담자:네, 행복한 노후 성(性)상담센터입니다. 할아버지:고민이 있어서…. 할머니가 잠자리를 자꾸 피해. 젊어서 돈 벌어올 때는 금실이 좋았는데요, 요즘에는 곁에 오지도 못하게 하고. 상담자:많이 속상하시겠네요. 할아버지:살맛이 안 난다니까요. 인생이 다 됐구나 싶고….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 된 것 같다니까. #2. 할머니의 고민 할머니:물어볼 것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상담자:말씀하세요. 할머니:할아버지랑 잠자리를 할 때 너무 아파서. 젊었을 때는 안 그랬는데…. 병이 있는가…. 무서워요. 상담자:월경이 없어진 이후로 그렇지 않나요. 할머니:음…. 그런 것 같아. 폐경 이후부터 힘들어졌어요. 아프니까 잠자리를 피하게 되고. 할아버지한테 시원하게 말할 수는 없고…. 답답해요.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의 부설기관 ‘행복한 노후 성상담센터’에는 60∼90대 할아버지, 할머니의 성고민이 쏟아진다.2002년 노후 성상담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방문·전화 상담은 414건에 이른다. ●10대보다 성을 모른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민은 깊다. 성지식이 부족한 탓이다. 상담센터 정희원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은 인터넷 세대인 10대보다 성에 대해 훨씬 모른다.”고 말했다. 어려서도, 자라서도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노후에 잠자리가 소원해져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신체적 변화를 모르기 때문이다. 여자의 경우 생리가 없어지면 잠자리에서 통증을 느낀다. 잠자리를 멀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은퇴한 남자는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하면 스스로를 무능하게 여긴다. 잠자리 이야기를 금기시하는 문화 탓에 노년부부의 속병은 깊어간다. ●상담원은 할아버지, 할머니 동년배 상담원이 ‘해결사’로 나선다.60∼70대 할아버지 3명과 할머니 4명이 친구처럼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알려준다. “잠자리가 힘든 이유를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얘기하라고 충고하죠. 서로 문제를 알아야 해결방법도 찾으니까요.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윤활액을 활용해보라고 말해줍니다.” 김소향(74)상담원의 조언이다. 그러나 대부분 남우세스러워서 윤활액을 구입할 수 없다고 손사래친다. 그러면 김 상담원는 “부부 금실이 좋은 게 주책이 아니다. 당당해지라.”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성지식 부족은 때로 질병으로 이어진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남용하거나 성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이다. 정 복지사는 “저렴하다며 암시장에서 비아그라를 마구 구입하거나 성병이 저절로 나을 것이라 믿는 어르신이 많다.”고 전했다. 문제파악 즉시 어르신을 보건소로 안내한다. ●공개강좌·미팅 등 다양하게 센터는 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공개강좌를 진행한다.‘행복한 부부 즐거운 독신:아는 것만큼 보인다’라는 주제로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을 시작으로 도봉·마포·송파 등 복지관 15곳에서 매주 순회강좌를 펼친다. 강좌를 진행하는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는 “노인의 성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노후의 성관계는 키스·포옹 등 포괄적 애정표현이며 성관계는 행복한 노후의 필수요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는 이성 친구를 사귀라고 권한다. 정 복지사는 “수명이 날로 늘어나는데 노후의 성은 제자리걸음”이라면서 “노후를 즐겁게 보내도록 함께 노력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안녕하세요] 「스타」 문희(文姬)양

    [안녕하세요] 「스타」 문희(文姬)양

    『시집 오라는 사람이 하도 없어요. 그래서 슬퍼요』 - 「톱·스타」 문희가 색다른 발언을 했다. 하루 평균 30통이상의 「팬·레터」를 받고 있지만 진지하게 청혼해 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적령기 처녀로는 슬픈 얘기가 아니냐는 것. 앞날을 설계하며 새벽까지 잠못이뤄 「톱·스타」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로움을 더 타는 것일까? 공상이 무척 많다고 한다. 좀 일찍 쉬려고 잠자리에 들면 새벽 4시까지 잠이 안와 공상만 하게 된단다. 물론 하고한날 밤 촬영 때문에 취침시간이 새벽 4시로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문희는 요즘 부쩍 공상이 많아졌단다. 『사춘기도 아닌데 이상하죠?』 - 알듯 모를듯한 반문. - 그 공상 내용을 공개하자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앞날에 대한 설계예요. 지었다 헐었다 하는 것이지만』 - 설계도 여러가지 일텐데. 이를테면 연기생활의 설계도 있겠고, 결혼같은 것도 있을거고…. 『두가지 모두』라면서 『훌륭한 연기자가 되는 꿈이 더 크다』고 대답했다. 훌륭한 연기자란 만인의 가슴속에 살아 남는 배우, 즉 「비비안·리」「나타리·우드」「오드리·헵번」같은 명우라고 해설. 65연도 이만희(李晩熙)감독의 『흑맥(黑麥)』으로 「데뷔」한 문희는 이제 연기경력 만 5년을 꼽는 경력으로 따져도 영화계 중진「스타」가 됐다. 약간의 굴곡은 있어도 그의 인기는 계속 하향을 모르고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왔다. 이제는 미모와 명성을 바탕으로 한 「스타」로서보다 연기자로서의 「이미지·체인지」를 시도할 싯점. 문희 자신이 말하는 「명우」에의 동경이 바로 그의 전환점을 암시하는 것 같다. 문희의 이 소망은 「진짜연기」를 보여줄 만한 작품과 연기를 추출할 수 있는 재능있는 감독에 의해서 이뤄질 수 있다. 이건 비단 문희에게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어쨌든 문희는 얼마전 『춘향전』의 배역경쟁에서 다른 배우를 물리치고 대망의 주역을 맡게 됐다. 『춘향전』이 정작 연기력 과시를 위한 바람직한 작품이냐는 문제는 젖혀 놓고라도 이 작품이 지닌 「한국최초의 70㎜」라는 선전효과는 탐내지 않을 수 없는 것. 제작자 태창(泰昌)영화사쪽 얘기를 들으면 문희는 영화사가 마련해 준 의상 이외에 자비를 들여 몇벌의 값 비싼 옷(석주선(石宙善)씨 고증에 의한)을 마련하는 등 열의를 보였단다. 조그만 체구, 맑은 눈동자와는 대조적으로 영화에 대한 욕심은 억세게 많다는 평판. 현재 촬영중인 영화가 『춘향전』 외 22편. 영화만 알다가 혼기를 놓치면 어찌하겠느냐고 화제를 돌려봤다. 『그렇잖아도 청혼이 없어요. 장난스런 얘기는 있어도 진짜로 적극성을 보이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 크게 섭섭하다는 말투. - 어떤 남자가 좋을지? 『얼마전 「방문객」을 봤어요. 「촬슨·브론슨」같이 못 생긴 남자가 좋을 것 같아요. 직업, 재산, 가정환경등은 구태여 따질게 못되고 성격은 내 성격과 정반대 되는 사람- 』 문희가 말하는 자신의 성격은 「조용하고 우울하면서 당돌한 편」 - 그러니까 상대방 남자는 「명랑 쾌활하면서 침착할 것」. - 적극적으로 구혼 해오는 「팬」이 나타난다면? 『그때 가봐야죠. 그러나 「팬」은 결혼상대보다 「팬」의 위치에서 사귀고 싶어요- 』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씨줄날줄] 대통령의 애드립/진경호 논설위원

    부시 미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가 백악관 만찬에서 남편을 헐뜯는 말로 좌중을 웃긴 적이 있다. 남편이 밤 9시면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자신은 TV드라마의 ‘위기의 주부’나 다름없으며, 부통령 부인 등과 남성 스트립바에 놀러간 적도 있다고 한 것이다. 대통령 부인의 느닷없는 ‘커밍아웃’에 좌중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한데 이 발언은 즉흥적인 게 아니라 유머작가가 써준 대본이었다고 한다. 유머가 넘쳐나는 미국이지만 이처럼 즉흥적인 듯한 말 뒤에 상대의 호감을 끌어내려는 정교한 계산이 담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인이 3대 웅변가로 꼽는 전직 대통령 링컨, 루스벨트, 레이건도 ‘준비된 즉흥연설’을 애용했다. 숱한 명연설을 남긴 링컨의 경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과 침묵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았다고 한다. 더욱이 즉흥연설은 최대한 자제했다. 심지어 주위사람들에게 자신이 침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비전을 전파하라’, 도널드 필립스). “말 자체보다 말의 목적이나 효과에 관심이 있다. 말은 의견 충돌이나 고민을 줄이는 완충제로 쓸 뿐이다.” 링컨의 말이다.‘이웃이 실업자가 되면 경기후퇴고, 당신이 실업자가 되면 불황이다.’등등 촌철살인의 명언을 남긴 레이건 역시 장광설이 아니라 간명하고 힘 있는 메시지로 국민 마음을 파고 들었다. 풍부한 유머가 돋보였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논리형’ 연설은 많은 경우 동교동 지하방에서의 반복된 리허설 끝에 나온 것들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등 많은 명언을 남겼으나 연설만큼은 참모진이 써 준 것을 충실히 읽는 쪽을 택했다. DJ의 논리와 다변에 YS의 감성을 합쳐 놓은 스타일로 평가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이 구설수에 올랐다. 호소력을 높이려고 준비된 원고를 낭독하는 대신 즉석 연설 방식을 택했으나 시간을 못 맞춰 많은 얘기를 놓쳤다. 시간에 쫓기는 대통령의 모습에 많은 국민이 안타까웠을 듯하다. 명연설로 유명한 윈스턴 처칠은 이런 말을 남겼다.“훌륭한 연설은 주제를 물고 늘어져야지 청중을 물고 늘어져서는 안 된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우르릉~쿵… 산사태 난 듯”

    “쿠꿍∼우르릉∼.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와 함께 땅이 요동쳐 처음에는 산사태가 난 줄 알았습니다.”(평창 군민) “갑자기 아파트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가 되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서울 시민) 지난 20일 밤 발생한 지진의 진앙지로 밝혀진 평창군 도암면과 진부면 등 평창지역 주민들은 날이 밝아도 간밤의 충격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했다. 지진파의 충격은 상대적이었지만 전국에서 느낄 수 있었다. 20일 오후 8시56분51초쯤부터 약 1분 이상 도암면 일대 주민들은 굉음과 건물이 흔들리는 떨림 속에서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순간 지난여름 집중호우로 발생한 수마를 떠올렸다. 한밤중에 요동치는 건물 속에 있던 주민들은 놀라움 속에 대부분 집밖으로 뛰어나오는 등 혼란스러워했다. 진부면 최춘근(70)씨는 “지난여름 수해때 산사태로 집이 부서진 아픔을 겪었는데 굉음과 심한 땅 흔들림에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한 줄 알고 집안식구 5명이 모두 마당으로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등 한동안 소란을 겪었다.”면서 “3일 전에도 ‘꿍’ 하는 소리가 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암면 횡계리 모 빌라 4층에 살고 있는 남모(40)씨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좌우로 심하게 요동치는 진동으로 몸이 흔들리고 거울과 벽시계가 떨어져 너무 놀랐다.”며 “겁이 나 밖으로 뛰어나가 보니 주민들이 모두 나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고 전했다. 오대산 월정사 스님 15명도 별당 거처에서 잠자리를 준비하던 중 굉음과 심하게 지반이 흔들려 모두 바깥으로 뛰어나오기도 했다.●3차례 여진 계속 밤새 불안 용평면 속사1리 이장 김창규(50)씨는 “단독주택이 굉음과 함께 20∼30초 정도 흔들려 놀라 마을로 나가 보니 슈퍼 등 가게마다 선반에 진열된 물건들이 떨어지고 물컵이 깨지는 등 피해가 났다.”며 “50년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평창지역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한 뒤 3차례나 여진이 계속돼 불안감 속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진앙지에서 23㎞ 떨어진 강릉지역 주민들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대관령 아래 성산면의 이인혁(79) 할아버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집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겪었다.”며 놀라워했다. 이날 지진으로 강릉지역에서는 서로 안부를 묻는 전화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통신이 일부 두절되고 일부 아파트에서는 유리창과 전등이 떨어져 깨지는 피해를 입었다. 평창 용평리조트는 정전으로 곤돌라가 멈춰 밤 10시부터 야간 스키를 중단했다. 평창에서 발생한 지진은 서울과 경기, 충청, 부산, 전북, 대구 일대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지돼 지진 관련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강원도내 댐 이상징후 발견 안돼 강원도와 평창군 등 관계 기관은 지진 발생 직후 진앙지 평창을 중심으로 댐 등 주요 시설물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에 들어갔다. 지난 1991년 준공된 진앙지 인근의 도암댐(만수위 저수량 5139만t)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 강릉수력발전소 조사팀이 안전진단을 실시했다.소양강댐과 평화의 댐, 횡성댐, 광동댐, 달방댐 등 한국수자원공사 관리 댐과 ㈜한국수력원자력이 관리하는 7개의 댐 등 강원도 내 주요 댐에서도 긴급 안전진단이 진행됐으나 이상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전국종합·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 묵공 감독 장지량 주연 유덕화·안성기·최시원 이 영화는 조나라 장군 항엄중은 양성 함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양성의 도움 요청에 묵가 지원군 혁리는 평화를 위한 전쟁을 시작한다. ■ 마파도2 감독 이상훈 주연 김지영·여운계·이문식 이 영화는 재벌회장 박달구의 청탁을 받고 그의 첫사랑 ‘꽃님이’를 찾아 떠났다 표류해 다시 마파도에 들어간 충수. 또 만난 다섯 명의 욕쟁이 할매. 더욱 빡세졌다. ■ 허니와 클로버 감독 타카다 마사히로 주연 아오이 유우·사쿠라이 쇼 이 영화는 일본의 인기 만화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5명의 가난한 미대생의 엇갈리는 사랑이 눈부시다. ■ 신나는 동물농장 감독 스티브 오드커크 주연 케빈 제임스·커트니 콕스(목소리) 이 영화는 어느 시골 농장에서 주인이 잠자리에 들면 가축들은 마구간에서 한바탕 파티가 벌어진다. 사실 그들도 사람과 똑같은 존재들이었던 것! ■ 로보트 태권V 감독 김청기 주연 김영옥·안정현(목소리연기) 이 영화는 두 말이 필요없는 국산 SF애니의 효시,30년만에 돌아오다. 부모 세대는 향수로 아이들은 과거에 대한 궁금증으로 볼 만하지 않을까. ■ 렌트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주연 아담 파스칼·로사리오 도슨 이 영화는 뉴욕에서 월세(렌트)도 못 낼 정도로 가난한 예술가 8명의 삶과 사랑.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무대의 감동을 고스란히 스크린으로 옮겼다.
  • 로맨틱한 밤 연출 이렇게

    로맨틱한 밤을 위해 필요한 향기 요법과 속옷 요법. 먼저 은은한 조명 아래 빛나는 침실을 향기로 채우는 센스. 편안한 밤을 위해선 라벤더 향이 알맞다. 향초를 피워 방안 가득 향을 즐기거나 오일 원액 한 두방울을 베개에 떨어뜨린다.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켜줘 숙면을 취하게 도와준다. 취침 전 목욕은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는 의식과 같은 것.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 해야 좋다. 물의 온도는 자신의 체온보다 1∼2도 높은 38∼39도 정도가 알맞다. 그래야 피부에 자극적이지 않으며 근육의 이완을 돕고 심신의 피로도 풀어준다. 라벤더 오일을 6방울 정도 욕조에 떨어뜨린 후 향이 충분히 퍼지고 오일이 고르게 분배되도록 한 뒤 입욕한다. 시간은 15∼20분 정도가 적당하며 목욕하는 동안 수증기를 깊여 들여마시는 것을 잊지 말 것. 몸을 깨끗이 닦아내고 트리트먼트 오일을 몸 전체에 발라 준다. 목욕재계했다면 귀엽고 깜찍한 속옷으로 이벤트를 연출해 봄이 어떨지. 새해 들어 속옷 업체마다 황금돼지 커플용 팬티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으니 선택의 폭도 넓다. 귀여운 돼지 캐릭터가 들어간 속옷은 입기만 해도 복덩이가 굴러 들어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짜릿한 침실 이벤트용으로 아기를 계획하는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핑크, 블루 컬러로 출시된 복돼지 커플 파자마도 알콩달콩한 신혼 분위기 내기에 그만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도움말:아베다, 좋은사람들
  • 童詩의 動心

    “암만 배가 고파도 느릿느릿 먹는 소/비가 쏟아질 때도 느릿느릿 걷는 소//기쁜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웃는 소/슬픈 일이 있어도 한참 있다 우는 소”(윤석중 ‘소’) “손을 쭉 뻗어/검지를/하늘 가운데 세웠더니/잠자리가 앉았습니다.//내 손가락이/잠자리 쉼터가 되었습니다.//가만히 있었습니다.//내가 나뭇가지가 되었습니다.”(남호섭 ‘잠자리 쉼터’) 어떻게 하면 어린아이처럼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동시를 읽는 것이다. 혀짤배기 말을 앞세운 ‘동시답지 않은 동시’도 없진 않지만, 우리의 어두운 정신을 밝혀주고 서늘한 깨우침까지 안겨주는 장르가 있다면 그건 단연 동시다. 윤석중의 ‘달 따러 가자’(민정영 그림, 비룡소 펴냄)와 남호섭의 ‘놀아요 선생님’(이윤엽 그림, 창비 펴냄)은 우리에게 백지처럼 하얀 마음을 심어주는 동시집이다. 열세살에 동요 ‘봄’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2003년 아흔두살의 나이로 삶을 마치기까지 1200여편의 동시를 쓴 윤석중은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해온 제1세대 작가. 이번에 나온 책에는 ‘퐁당퐁당’ ‘기찻길 옆’ ‘나란히 나란히’ ‘산바람 강바람’ ‘우산’ ‘맴맴’ 등 동요로도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포함,‘비둘기 옷’ ‘이슬비 새색시’등 모두 56편의 동시가 실렸다.9000원. ‘놀아요 선생님’은 저자가 ‘타임캡슐 속의 필통’(1995년) 이래 12년만에 펴낸 두번째 동시집이다. 저자는 국내 최초의 상설 중등대안학교인 경남 산청 ‘간디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시에는 아이들의 조잘거림과 흙냄새, 풀냄새가 가득하다. 입시의 강박에서 벗어나 자연을 마음껏 호흡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의 구김살 없는 일상이 18편의 ‘간디학교’ 연작시에 담겼다. “이렇게 날씨 좋으니까 놀아요./비 오니까 놀아요./(눈 오면 말 안해도 논다.)/쌤 멋지게 보이니까 놀아요./저번 시간에 공부 많이 했으니까 놀아요./기분 우울하니까 놀아요./에이, 그냥 놀아요.//나는 놀아요 선생님이다.”(‘놀아요-간디학교 13’ 전문) ‘쌤’(간디학교에서 아이들이 선생님을 부르는 말)과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스스럼없는 배움터의 정경이 낯설면서도 정겹다. 남호섭의 작품에는 동시가 흔히 빠지기 쉬운 유치한 코맹맹이 소리나 무작정 교훈을 건네려는 억지 발상이 없다. 시인 신경림은 남호섭의 동시를 읽으면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영국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의 말을 “동시는 시의 아버지”라는 말로 바꿔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이 동시, 아니 시의 본연에 바싹 다가서 있다는 얘기다.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복지에 대한 단상/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대망의 2007년에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느낌이 없다. 사업은 여전히 잘 안되고,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기 어렵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였다고 하지만 내 집값은 오히려 내려갔다. 퇴근길에 지하철 한 모퉁이에 라면 박스로 잠자리를 만들고 있는 노인부부를 보면 가슴이 저려진다. 4년전 노무현 정부가 참여복지의 기치를 높이 들었을 때 서민들은 이제 없는 사람도 좀 따뜻하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4년후 지금, 빈곤층은 더욱 확대되고 중산층은 감소되었다. 물론 참여정부는 복지지출을 빠르게 증가시켰다. 그렇지만 소득재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경제는 등한시하고 복지에만 치중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선진국가의 경험에서 보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세계화 등으로 하여 경쟁이 격화되는 시기에는 복지지출 증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성장이 우선이다, 복지가 우선이다 하는 식의 소모적인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성장의 궁극적인 목적은 복지에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정책실패는 단순히 복지지출을 많이 했다는 것에 있지 않고, 복지지출이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통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은 좌표선정부터가 잘못되었다. 극빈자 중심의 공공부조 정책은 1980년대에 끝냈어야 했다. 지금은 극빈계층 3%가 문제가 아니라 하위 40% 계층이 모두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계층은 약간의 소득과 재산이 있어 공공부조대상이 되지도 못하지만 사회보험료 납입능력이 없어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빠져 있다. 참여정부는 이들 계층에 어떻게 하면 보험료를 징수할 것인가만 골몰하다가 4년을 다 보냈다. 보험료만 내면 좋은 혜택이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내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식이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오늘도 살기 어려운 영세자영업자에게 보험료 납입을 강행하더니 최근에는 보험료도 대폭 올리겠다고 한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만큼 사회보험제도가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사회적 위험이 발생하였을 때 국가가 바로 개입해주어야 중간계층이 유지된다. 사회적 위험을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중간계층이 몰락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과 같다. 이제 사회보험제도가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성장동력의 상실로 복지확대도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사회에는 복지가 기업하는 데 부담이라는 인식이 만연하여 있지만 적정수준의 복지는 오히려 근로자의 생활비용을 낮추어서 기업의 임금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시장경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도 새로운 복지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사회적 위험을 축소하고, 양극화되고 있는 사회계층을 다시 하나로 묶어주는 새로운 복지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성장동력 회복의 명분이 선다. 21세기의 복지시스템은 ‘함께 사는 사회’를 지속가능하도록,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 자유시장 경제하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차별과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도록, 경제주체들이 참여하는 경제 발전과 복지향상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구 고령화·저성장 등 경제사회적 변동 요인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사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각종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하여 노사간, 계층간, 지역간 신뢰와 협력체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
  •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여행지서 사진찍기

    [이건호의 뷰티풀 샷] 여행지서 사진찍기

    2005년 ‘보그’ 10월호. 패션사진가는 수도 없이 여행을 다닌다. 그들은 언제나 새롭고 아름다운 촬영장소를 갈망하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는 낯선 사람들과 환경들을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이러한 상황들이 필자를 한없이 당혹스럽게도 만들고 때로는 한없이 행복하게도 만들어 준다. 마음이 맞는 좋은 사람들과의 해외촬영은 언제나 좋은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막연했던 영국출장에 별 기대도 하지 않고 찾아 갔던 그곳에는 아름다운 천사들이 사는 집이 있었다. 수지 아주머니와 그녀의 딸 제이드, 사위 레이나, 손녀딸 넬이 함께 사는 곳 코츠월드의 수지의 집. 지금도 그녀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부터 따뜻한 미소가 번져 올라온다. 생경한 외지인에게 선뜻 집과 캐러밴을 내주고 십년지기처럼 마음편히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그녀가 점점 이해관계에 얽혀 속물이 되어가는 나를 볼 때마다 몹시 그리워진다. 수지의 집. 마음 한쪽에 숨겨 놓은 보물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와도 같은 감정을 몰래몰래 감추고 혼자서 그리움에 빠져 보는 비밀스러운 즐거움을 주는 곳. 사실 지난 여름에도 그녀와 가족들이 보고 싶어 핑계김에 촬영여행을 다녀왔다. 예의 커다란 웃음으로 우리를 환대해준 수지는 이번에도 기꺼이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내주었다. 갈 때마다 행복이 충전되는 그곳을 생각하면 흐믓해진다. 코츠월드는 런던에서 2시간 남짓 떨어진 바스 근처의 구릉이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왕세자 찰스의 별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지는 또한 캐러밴 수집가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에게 매우 어울리는 취미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5대의 캐러밴을 가지고 있는데 거울로 장식되어 있는 아르데코풍의 아름다운 캐러밴을 비롯하여 50년은 족히 넘은 소박하고 아름다운 캐러밴도 가지고 있다. 사진은 1952년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억되는 녹색의 캐러밴이 말성꾸러기 강아지 안트와 함께 촬영되었다. 캐러밴은 목재로 만들어져 있고 내부에 설치된 귀여운 난로로 난방을 하게끔 되어 있다. 배경은 수지의 집 뒷동산.5마리 말가족의 집이다. 떠나온 고향처럼 늘 생각이 나는 곳, 내 친구 수지의 집 영국에 그녀의 집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 사진작가
  •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5) 장애아 생활재활교사 강진희씨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5) 장애아 생활재활교사 강진희씨

    ‘버림받은 아이’라는 말은 각박한 세상이 붙여준 단어일 뿐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에게는 이 아이들이 오히려 더 소중한 존재다. 성경에 나오는 일곱 천사 중 하나인 ‘라파엘’의 이름을 딴 서울 종로구 체부동 ‘라파엘의 집’에 모여 사는 아이들은 무지개와 같은 희망을 꿈꾼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몸이 불편해도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바로 곁에서 그림자처럼 이들을 돌보는 생활재활교사 강진희(25·여)씨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5일 새벽 6시. 어슴푸레한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는 ‘라파엘의 집’은 동이 트기 전부터 분주하다.2층 양옥집은 밖에서 보기엔 고요하지만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기지개를 켠다. 강씨 등 교사들은 새벽녘부터 아이들을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용변을 챙기느라 부지런히 식당과 침실을 오갔다. 강씨의 앳된 얼굴에는 생기있는 미소가 넘쳐흘렀다. ●30여명의 천사들과 새벽을 연다. 라파엘의 집에는 모두 30여명의 보호 아동들이 지낸다. 부모가 없거나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있는 가정으로부터 위탁된 아이가 15명, 낮 동안에만 머무르고 부모가 퇴근할 때 데려가는 아이들이 15명 정도다.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6명의 생활 교사와 일일출퇴근제인 4명의 주간 교사가 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있다. “언젠가부터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이들 생각이 떠나질 않더라고요.‘이것이 내 천직이구나.’하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그가 처음 이곳을 찾은 것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 1학년 때인 2001년 3월. 동아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우연한 선택은 대학 문턱을 나설 즈음엔 그의 장래 진로로 바뀌었다.“처음엔 아이들을 위해 제가 봉사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제가 더 힘을 얻는 것 같아요. 학생 때는 우민이라는 아이를 아들이라 부르며 예뻐했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제 아들 같아요.” 그는 얼마 전에는 말이 어눌한 하은이(9)가 ‘엄마∼’라고 불러 남몰래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안쓰러운 마음과 벅찬 감동이 한꺼번에 밀려오더란다. ●“아이들의 ‘엄마∼’란 말에 눈물” “밥 먹는 것, 배변 보는 것 하나하나가 쉽지 않아요. 남들은 20분이면 뚝딱 끝내버릴 식사지만, 이곳 아이들은 씹는 것 자체가 어렵고, 역류증으로 먹은 음식을 자주 토해버려서 한 시간은 족히 걸리죠. 배변 기능도 떨어져서 늘 기저귀를 차고 있고 용무도 항상 관장을 통해 보지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9살 정연이의 엉덩이에 관장약을 넣었다. 정연이는 싫다는 듯 몸을 바둥거렸지만, 배를 누르는 선생님의 노련한 손길에 초록색변이 쏟아져 나오자 금세 얌전해졌다. 그의 손은 어느새 변으로 흥건해졌지만, 이에 아랑곳없다는 듯 선생님의 얼굴은 정연이가 무사히 배변을 마쳤다는 기쁨에 환하기만 하다. 그는 이 길에 대해 한번도 믿음이 흔들려 본 적이 없지만 가끔씩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친구들이 ‘언제까지 할 거냐.’ ‘힘들지 않냐.’라고 캐물을 때 서운하고 화가 나기도 해요.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를 축복하고 격려해준다. 부모님도 잘 어울린다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기억에 남는 후원자가 있느냐는 물음에 선생님은 대뜸 ‘윤 아저씨’를 떠올린다.“봉사를 오시면 항상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은 물론 기저귀 갈기, 빨래, 목욕 등 온갖 궂은 일은 다하세요. 그래서 신상에 대해 여쭤보면 자기는 ‘외계에서 왔다.’고 하고 절대 이름을 밝히지 않으세요.” 이외에도 고마운 사람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고마운 분들은 10년 넘게 2000∼3000원씩 꼬박꼬박 돈을 부쳐주는 고정 후원자들이다. 그의 새해 목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것. 사이버대학에도 등록해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과정을 공부해볼 계획이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나비보다 예쁜 누에고치공예 양잠농가 수입걱정 날렸어요”

    ‘파란 잠자리, 빨간 팽귄, 노란 나무….’ 누에고치가 만들어내는 작품들이다. 번데기 집인 누에고치가 상식을 깨는 갖가지 색깔의 동식물과 인형 등 공예품으로 부활하고 있다. 충북도 잠사시험장은 최근 컬러 누에고치 공예품을 개발했다. 곽병한 시험장장은 “누에고치를 공예품으로 개발한 것은 우리 시험장이 처음”이라면서 “상품화에 성공하면 농가나 주민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제작기술 전수 잠사 시험장은 다음달 말까지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예제작 기술을 전수해 주고 있다. 교육은 매주 수요일 오후 1∼5시까지 4시간 동안 청원군 내수읍 구성리 시험장에서 진행된다.1회 교육을 받으면 제작기술을 모두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매주 교육 전에 신청하면 수강이 가능하다. 매주 10여명이 기술을 배우러 오고 있다. 충북지역은 물론 대전과 충남 논산 등 멀리서도 찾아오고 있다. 충남 논산시 벌곡면에서 체험학습농장을 운영하는 임경란(42)씨는 “어린이 손님이 찾아오면 종이접기 등을 가르쳤는데 누에고치로 공예품을 만드는 것이 신기해 찾아 왔다.”면서 “재료가 독특하고 색깔도 예뻐 큰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액자나 연필통 등으로 응용, 상품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예품은 하얀 누에고치에 염료로 갖가지 색깔을 입힌 뒤 이를 말려 가위나 칼로 잘라 접착제로 붙여 제작한다. 누에고치 7개를 가지고 인형 한쌍을 만들고 2∼3개로 곤충 한마리를 족히 제작할 수 있다. 만들기도 어려운 편이 아니다.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에 사는 이모(54·여)씨는 “독특해서 취미로 만들어 볼까하고 배웠다. 재미 있다.”며 “장식용으로 손수 만들어 집이나 차 안에 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공예품 시판 추진 시험장이 누에고치 공예품을 개발한 것은 양잠농가 보호를 위해서다. 고치의 소비를 늘려보려는 고민의 산물이다. 1970년대 1만가구에 이르던 충북지역 양잠농가는 1992년 1602가구로 줄었다. 중국산 때문이다. 지금은 고작 100여가구에 그치고 있다. 누에고치를 매입해 주는 곳도 이 시험장 뿐이다. 시험장은 매년 500∼600㎏을 수매하고 있다. 시험장에서는 고치에서 실을 뽑아 경남 진주와 상주 등 넥타이 및 수의제작 제조공장에 판매하고 있지만 동충하초를 생산하는 곳의 고치는 거의 버려진다. 번데기를 꺼내기 위해 고치를 잘라 실을 뽑아내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누에는 봄철에 뽕을 먹고 자란 뒤 여름에 고치를 짓고 그 속에서 번데기로 변한다. 제작기술 교육에는 어린이집, 초등학교는 물론 공예관련 학원 강사 등도 몰려오고 있어 상품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시험장 관계자는 “누에고치 공예품을 만들어오면 팔아주겠다고 하는 가게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누에고치 공예품은 천연재료여서 인체에 해롭지 않고 비단(명주)을 만드는 원단이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곽 시험장장은 “공예품 만드는 법을 적은 봉지에 누에고치 10개씩을 담아 시판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판매가 잘 되면 지역 양잠농가들이 공동으로 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청원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그들만의 식탁/황시운

    뼛조각을 쥔 남자의 손가락에 양념이 엉겨 붙어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댔다. 엄마는 간혹, 맨밥만 끼적이고 있는 내 쪽으로 슬며시 음식이 담긴 접시들을 밀어주었다. 그러나 꼬리찜의 기름이 둥둥 뜬 나박김치, 허연 밥풀이 앉은 겉절이, 되는 대로 헤쳐 놓은 나물들까지, 어느 것 하나 남자의 흔적이 묻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며 된장찌개로 수저를 가져가려다 또다시 멈칫했다. 밥풀이 잔뜩 묻은 남자의 숟가락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찌개냄비를 휘젓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남자의 수저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내 시선을 의식한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남자는 양 볼이 메어져라 우겨 넣은 음식들을 우물대다 말고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남자의 수저를 흘끔댔다. 남자도 쥐고 있던 자신의 수저를 내려다봤다. 수저엔 여전히 밥풀과 음식의 양념들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커다란 식탁 앞에 둘러앉은 우리 세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는, 흔치 않은 순간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그러나 남자는 곧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엄마 역시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찌개를 떠먹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소리 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맞은편의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기엔 우리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커다란 식탁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남자와 엄마의 얼굴이 차츰 흐릿해졌다. 나는 잠시 멀거니 찌개 위에 뜬 기름기를 바라보았다. 찜 그릇이 다 비워지자 남자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남자의 시선은 엄마가 덜어놓은 내 접시 위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속이 울렁댔다. 나는 수저를 놓고 일어섰다. “왜, 좀 더 먹지 않고…….” “그러지 그러냐. 이거, 오늘 고기가 유난히 단데 말이다.” 엄마의 걱정에 남자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남자의 손은 이미 내 접시 위의 꼬리를 덥석 집어 들고 있었다. “전 다 먹었어요. 마음 쓰지 말고 더 드세요.” 나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엄마를 향해 짐짓 미소까지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집안 가득 밴 음식냄새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뼈에 붙은 고깃점을 다 훑은 남자가 크게 트림을 하며 양념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엄마는 급히 남자에게 물수건을 건넸다. 그러나 남자는 건네받은 물수건으로 손가락에 묻은 음식 찌꺼기를 닦는 대신 땀이 흐르고 있는 얼굴과 목덜미를 훔쳐냈다. 남자는 엄마의 네 번째 남자였고 내게는 세 번째 저기요였다. 엄마의 남자들에게 나는 단 한번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나를 낳아준 아버지에게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내게 아버지는 엄마의 이야기 속에나 존재하는 흰 피부의 키가 큰 남자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흰 피부와 큰 키를 가진 엄마의 다른 남자들에게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았다. 가능하면 호칭을 생략하려 애썼지만 부득이한 경우 나는 늘 그들을 저기요, 라고 불렀다. 저기요, 식사하시래요. 저기요, 전화 받으세요. 저기요……. 코끝을 쏘는 고추냉이의 냄새와 생선 비린내를 감지하는 순간, 경화제를 섞은 실리콘을 휘젓던 팔에서 힘이 쑥 빠지고 말았다. 독한 경화제 냄새 속에서도 용케 부품들의 생생한 냄새를 찾아내고야 마는 유난스러운 후각에 진저리가 쳐졌다. 모두들 퇴근하고 난 토요일 밤, 휑한 제작실의 공기가 후각을 한층 예민하게 만들고 있었다. 충분히 저은 실리콘을 골판지 틀 안에 천천히 붓자 후각을 자극하던 부품들의 냄새도 실리콘 반죽 속에 갇혀 버렸다. 드라이어의 온도를 최대한 낮춰 틀 위에 가져다 댔다. 원칙적으로 실리콘 틀은 자연건조시켜야 하지만 납품기일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했다. 문득 고개를 들어 제작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지금쯤 그는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는 아내와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별스러운 걸 기대했던 게 아니야. 나는 그저 소박한 식탁에 마주 앉아서 대수로울 것 없는 잡담이나 나누며 함께 밥 먹는 일상을 원했던 것뿐이라고.” 오 년여의 시간을 정리하던 날 그가 말했다. 시종일관 차분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했던 나와 달리, 그날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말들을 두서없이 쏟아놓았다. 도저히 널 이해할 수가 없어, 라고 말할 땐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기도 했다. 그 뒤로도 서너 번쯤 더 그를 만났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막막한 심정으로 마주 앉아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다 헤어졌다. 나는 누군가와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잡담이나 늘어놓으며 보내게 될 일상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결국 얼마 후, 그는 결혼을 했다. 드라이어를 내려놓은 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빼 물었다. 그러나 곧 담배를 담뱃갑 속에 도로 집어넣었다. 제작실 문에 걸린 금연 푯말을 일별한 후 문을 열고 나섰다. 복도를 서성이다 빈 사무실로 들어섰다. 책상 위에 걸터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과식 소화불량에 파라나 정―변비 식욕부진에 카이셀 과립’. 맞은편 건물 위에 세워진 전광판의 글자들이 색깔을 달리하며 우르르 사라졌다 나타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애초부터 자신들 사이에 괴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불을 켜지 않았지만 좁은 사무실은 전광판이 뿜어내는 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았다. 볕에 널어뒀던 북어껍질을 거둬들이는 엄마의 손이 붉게 빛났다. 노을은 엄마의 손뿐만 아니라 부엌 전체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엄마는 나무 도마 위에 북어껍질을 뒤집어 올려놓고 절굿공이로 타닥타닥 두드렸다. 좁고 동그란 엄마의 어깨가 유연하게 들썩였다. 엄마는 편편하게 다듬어진 북어껍질을 물에 담가둔 뒤 소를 만들기 시작했다. 살짝 데친 숙주를 잘게 썰고 으깬 두부를 면포에 싸 꼭 짜냈다. 핏물을 뺀 소고기까지 다져낸 엄마는 준비해둔 재료들을 한데 그러모아 양념하고 치대기 시작했다. 얇은 면 티셔츠가 등에 들러붙어 있었다. 엄마의 뒷모습엔 다양한 표정이 담겨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음식을 만드는 순간의 엄마는 다른 어떤 때보다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뒷모습이 만들어내는 표정은 언제나 그늘져 있었고, 그늘 속의 엄마는 날이 갈수록 창백해졌다. 엄마는 물에 불린 북어껍질을 건져 비늘을 긁어냈다. 물에 분 북어껍질은 탱탱하게 되살아나 있었다. 그러고는 반듯하게 잘라낸 북어껍질에 소를 넣어 아물린 뒤 계란 옷을 입혀 지져냈다. “너무 기름지면 개운한 맛이 덜하니까 주의해야 해. 소고기 대신 북어대가리로 육수를 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지.” 지져낸 전은 한 김이 빠지자마자 냉동실에 넣어 식혔다. 잠시 뒤 엄마는 북어대가리와 무, 그리고 파만으로 우려낸 육수에 나박나박 썬 호박과 함께 식혀뒀던 전을 넣었다. 엄마는 국물이 한소끔 끓자 된장을 풀면서 다시 말했다. “된장은 마지막에 풀어라. 처음부터 장을 풀고 끓이면 떫은맛이 나기 십상이거든. 맑게 끓이려면 국간장으로 간을 해도 괜찮고.” 엄마는 썰어놓은 파와 미나리를 끓고 있는 탕 속에 집어넣으며 처음으로 내 쪽을 돌아봤다. “지금이야 쓸데없는 소리 같겠지만 들어둬라. 들어두면 언젠가는 써먹을 날이 있겠지.” 신문을 뒤적이던 저기요가 엄마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식구가 쓰기엔 너무 큰 식탁은 곧 엄마의 음식들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저기요는 벌써부터 커다란 식탁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집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뒀지만 어글탕의 비릿한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또다시 위가 저릿대기 시작했다. 엄마의 남자들은 하나같이 엄마보다는 엄마가 만든 음식에 홀려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엄마가 야물게 차려내는 음식에만 열중할 뿐, 엄마에게 그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법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엄마의 남자들이었지만 솜씨 좋은 요리사를 찾는 단골손님들 같기도 했다. 엄마 역시 그들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 틈에서 나는 맛깔스러운 음식을 차려내는 요리사의 딸로서 그들 모두에게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엄마의 남자들과 엄마 사이에 음식 이상의 어떤 것이 존재하지 않는 한 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 따위도 문제될 이유는 없었다. 나는 마치 잘 차려진 음식상에 어울리지 않게 놓인 이 빠진 종지 같았다. 나는 날마다 타들어 갔다. 엄마가 만들어내는 온갖 맛깔스러운 음식들도 나를 살찌우진 못했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이렇게 대단하신데 어떻게 넌 그렇게 비쩍 마를 수가 있었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어머니, 한영이 얘, 다이어트 한답시고 걸핏하면 굶고 그러죠?” 처음 인사를 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던 날 그가 말했다. 엄마는 말없이 엷게 웃어 보였고 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서글서글한 성품의 그는 식사를 하는 내내 감탄 어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엄마와 나의 세 번째 저기요는 흐뭇한 얼굴로 그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음식 타박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 날, 두 남자가 게걸스레 먹어댄 음식의 양은 실로 어마어마했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나는 저녁 내 치밀어 오르는 구토를 가까스로 참아냈다. “야, 어머니 음식 솜씨 정말 대단하시더라. 나 완전히 횡재한 기분인 거 있지? 어머니 닮았으면 너도 보통 솜씨는 아닐 거야. 그렇지?” 그 뒤로도 그는 종종 벌쭉벌쭉 웃어가며 만족스러워하곤 했다. 자신의 예상이 완벽하게 빗나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조차 실망하는 기색은커녕 넉살 좋게 객쩍은 농담을 던지며 나를 위로하려 들었다. “걱정할 거 하나도 없어. 딸은 엄마 닮는다는데, 그 피가 어디로 가겠냐? 안 해봐서 그렇지 너도 했다 하면 보나 마나 끝내줄 거라니까.” 그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그의 말이 사실이면 어쩌나 싶어 한동안 몹시 불안했다. 엄마는 그 유난스러운 손맛 때문에 한순간도 자신의 운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거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손가락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쭉 고르고 하얗던지, 처음 봤을 땐 꼭 멀미라도 치밀 것처럼 속이 다 울렁댔더랬지. 그렇게 훤칠한 양반이 매번 앉은 자리에서 해장국을 두 사발씩이나 뚝딱뚝딱 비워내는데, 인연이 닿으려고 그랬던 건지 볼 때마다 속이 짠한 게….” 결국 나는 솜씨 좋은 해장국집 외동딸이 자신의 가슴을 짠하게 한 남자를 위해 뚝배기에 아낌없이 퍼 담아줬던 선지 덩어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었다. 한번도 묻지 않았고 엄마 역시 이후의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었지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기가 치밀 만치 하얀 피부를 가졌던 그 훤칠한 양반은, 사실 선지 해장국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혼기 놓친 해장국집 외동딸 따위가 눈에 찰 리 만무했을 것이다. 입에 맞는 해장국을 먹기 위해 일생을 걸 남자가 도대체 얼마나 되겠는가. 엄마의 첫 번째 남자이자 나의 아버지였던 양반은 머지않아 해장국보다 더 나은 먹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그리고 끝. 통속적이지만 명쾌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엄마는 가정식 백반으로 식당의 메뉴를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음식 장사에 매달렸다. 타고난 손맛 때문인지 식당은 언제나 손님들로 붐볐고, 덕분에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달리 생각해 보려 해도 엄마는 그때 음식 장사를 시작해선 안 되는 거였다. 선지 덩어리를 퍼 담아 주다 만난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를 들쳐 업고 기껏 다시 시작한 일이란 게 음식 만드는 일이었다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는 해도 엄마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무책임했다. 생의 대부분을 음식 냄새 속에 갇혀 지내는 동안, 엄마는 요리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점점 무관심해져 갔다. 엄마가 찾아낸 새로운 삶이었을 저기요들조차 모두 엄마의 백반 집과 갈비 집의 단골손님들이었다. 이를테면 엄마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온 셈이었다.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마다 엄마는 마치 정해진 수순을 밟는 사람처럼 담담하게 행동했다. 간혹 내 의견을 물어오기도 했지만 내가 보이는 반응에 그다지 신경을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나는 물론, 단 한번도 엄마의 결정에 반대하거나 돼먹지 못한 심술을 부려 엄마와 저기요들을 괴롭히지 않았다. 사실, 엄마의 방으로 옷가지 몇 벌을 옮겨왔을 뿐인 단골손님들에게 내가 불손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각자 어딘가 조금씩 불편하고 거북하긴 했지만 우리들의 동거는 대체로 평화로웠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만만한 게 뭐라고, 아무튼 제작팀을 무슨 개똥대가리로 안다니까! 납품기한 하나 제대로 조절 못하는 즈이 놈들 책임은 간데 없고 허구헌날 나만 들볶으면 안 될 일이 된대? 에이, 썅!” 작업가운을 벗어 던진 제작팀장이 담배를 빼물었다. 그러고는 서너 번쯤 신경질적으로 빨던 담배를 바닥에 내던진 뒤 제작실을 나가버렸다. 부서져라 닫은 문에 걸린 금연푯말이 덜렁댔다. 팀장은 종종, 자신이 늘 하는 말처럼 제작팀을 개똥대가리 취급하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를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말 기세로 성깔을 부려대곤 했다. 그러나 그때뿐이지, 그는 덜렁대는 금연푯말이 채 멈추기도 전에 다시 제작실 문을 기세 좋게 열고 들어와 나머지 팀원들을 몰아치곤 했다. “다들 들었지? 개 썅! 드럽고 치사하지만 어쩌겠어, 까라면 까는 수밖에. 자, 분발들 하자고!” 결국 그는 이 개 콧구멍만 한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퍽 유능한 관리자인 셈이었다. 예열 된 오븐 안에 모형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타이머를 조절한 뒤 새로 작업할 음식의 부품들을 정리했다. 팀장은 조금 전 오더가 넘어온 열한 가지나 되는 스테이크의 메뉴와 자료들을 내게 넘기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주말까지는 완성해야 된다고 지레 숨넘어가는 소리를 해댔다. 물컹대는 스테이크의 표면을 마른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아낸 뒤 작업판 위에 접착했다. 골판지로 스테이크와 부품들의 주변을 두르고 파라핀으로 테두리를 마무리했다. 온갖 음식 부품들과 화공약품의 냄새가 뒤섞인 작업실은 마치 거대한 냄새창고 같았다.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가는 환풍기 소음 때문에 골이 지끈거릴 지경이었지만 이 지독한 냄새를 빼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스테이크의 틀을 완성한 뒤 성형이 끝난 초밥 부품들의 착색 작업을 시작했다. 날 생선을 주로 쓰는 일식은 무엇보다도 색감의 표현이 중요하다. 각각의 생선부품들에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한 스프레이 작업 후, 보다 세밀한 표현을 위해 붓을 들었을 때 작업대 위에 올려뒀던 핸드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발신번호를 확인한 나는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램프는 한참을 더 깜빡이다 꺼졌다. 칠 개월 만이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그리고 그 시간들을 망설임 없이 뛰어넘어도 괜찮을 만큼 달라진 상황들이 단순한 것도 아니었다.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머리가 무거워졌다. 잠시 후, 다시 램프가 깜빡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붓을 쥔 채로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붓에 묻은 물감은 이미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시너 통에 붓을 헹군 뒤 천천히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 나야.” 오랜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낯설었다. “좀 만났으면 하는데……, 시간 괜찮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전보단 확실히 낮아진 목소리도 조심성 없는 그의 성품을 감춰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달라진 상황들로 인해 망설이고 있는 것은 나뿐인 것 같았다. 결국, 아직은 서로의 목소리를 잊어도 좋을 만큼 멀리 오진 못한 셈이었다. 모형음식이 필요한 이유와 그것의 가치는 일맥상통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대량생산으로 맞춘 듯이 찍어내는 싸구려 모형들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모형음식의 예술적 승화 운운하며 걸핏하면 씨알도 안 먹힐 소릴 해대는 제작팀장이나, 직원들 보너스조차 변변히 챙겨주지 못하면서 소규모 주문제작만을 고집하고 있는 회사의 오너조차도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모형음식은 신기한 볼거리도, 획기적인 전시 아이템도 아니라는 점이다. 가짜들에 대한 환상 따위는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환상만으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모로 열악한 여건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뒤늦게 이 일을 시작한 이유도 다르지 않았다. 모형음식은 음식을 포함한 모든 환상들로부터 나를 자유롭게 했다. 유일했고 완벽했다. 착색을 마친 모형에선 금방이라도 물기가 비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붓을 내려놓은 뒤에야 참았던 숨을 조심스레 몰아쉬었다. 갑작스러운 그의 전화에 약간 놀라기는 했지만 언제고 그가 연락을 해오리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은 없었다. 그가 나를 떠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깨달음이었다. 드라이어의 뜨거운 바람을 쏘이자 딱딱하던 생선 모형들이 노골노골해졌다. 고추냉이를 표현한 초밥 위에 접착제를 바른 뒤 부드러워진 생선을 얹었다. 손으로 초밥을 꼭 감싸 쥐었다. 따뜻했다. 헛헛하던 속이 비로소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는 음식 따위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엄마가 남자들과 살림을 합칠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과 헤어질 때 역시 나는 별다른 감응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헤어짐의 원인이 내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그럴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저기요가 짐을 꾸리며 내뱉은 말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저놈의 자식이랑 같이 밥상머리에 앉아 있다 보면 내가 무슨 개, 돼지가 된 것 같단 말이야! 더러워, 아주 더러운 기분이야!” 그는 순한 사람이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랬다. 식당근처의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던 남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의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곤 했다. 엄마도 단 음식을 유난히 싫어하는 그를 위해 음식의 간을 따로 할 만큼 그에게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그는 또, 엄마와 살림을 합친 후부터는 나에게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나는 그가 엄마 모르게 쥐어줬던 약간의 용돈을 매번 무척 요긴하게 쓰곤 했다. 물론 그런 그에게 특별한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나와 함께 한 밥상머리에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꼈을 만큼 별나게 굴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지만, 사춘기를 무기 삼아 공연한 심술을 부려댈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았다. “마음에 담아두지 마라. 아저씨는 그저 엄마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뿐이야.” 엄마의 위로도 별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언제나 웃었다. 엄마에게도, 저기요에게도, 심지어 엄마의 음식들에게조차 나는 웃어 보였다. 엄마의 집으로 많지 않은 짐들을 옮겨오던 날, 세 번째 저기요는 말했다. “너랑 불편하게 지내게 될까봐 은근히 마음이 쓰였는데, 내가 괜한 걱정을 했나보다.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응?” 나는 그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함께 산 지 오 년이 넘도록 그는 내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종종 헛웃음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그도 어쩌면, 그것이 헛웃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일 그런 거라면 나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뭐냐? 오 년씩이나 잘 만나던 사람이랑 느닷없이 헤어졌을 땐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니냔 말이다. 집에 인사까지 시켜놓고 이제 와서 결혼 못하겠다고 나자빠진 이유가!” 뒤늦게 그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다그쳤다. 하고 싶은 말도 해줄 말도 없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엄마와 엄마의 남자들에게 담담했던 것처럼 엄마도 내게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그런 게 알고 싶은 거죠? 엄마가 그걸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왜냐구요? 도무지 결혼이라는 게 현실 같지가 않아서 싫었어요. 당연한 일 아니에요?” 엄마의 삶을 비난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납득할 수 없는 삶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무엇보다도 나에겐 엄마의 삶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비록 엄마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내 지난 시간들이 상한 음식처럼 퀴퀴한 냄새를 풍기며 그늘 속에 방치되어 왔다 해도 말이다. 그때, 엄마의 선택 속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은 엄마 혼자만의 탓이 아니었다. 게다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가장 괴로웠을 사람은 누구보다 엄마 자신이었을 테니, 나까지 거들지 않는다 해도 엄마는 이미 충분한 대가를 치른 셈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몸의 문제였을 뿐이다. 엄마도 그걸 이해해야만 한다고 믿었다. 초밥모형의 주문처는 확장이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회전초밥 집이다. 주문량은 회전용 접시 스물두 개 분량이다. 모리작업을 위해 색색의 접시들을 꺼내 깨끗이 닦았다. 회전초밥 샘플의 경우엔 특별한 데커레이션이 필요 없다. 자료사진과 비교해가며 각각의 접시 위에 초밥모형들을 접착했다. 그러나 업체 쪽에서 넘겨준 자료들은 조악하기 짝이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초밥 집에서 판매되는 음식들은 모형에 훨씬 못 미칠 것이 뻔했다. 그런 지경으로 어떻게 가게를 확장할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접착제 튜브를 내려놓고 뻣뻣해진 뒷덜미를 꾹꾹 주물렀다. 잠시 후 그를 만나면 함께 식사를 할 것인지 얼른 결정을 해야 했다. 그와 마주앉아 음식을 먹는 일은 보나마나 고역일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무엇을 해야 할지, 음식을 먹든 안 먹든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코팅작업을 위해 클리어래커에 래커시너를 배합하고 있을 때 휴대폰의 램프가 깜빡였다. 작업실을 가득 메운 시너냄새를 뚫고, 이미 휘발되었던 그가 온전히 되살아나고 있었다.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는 순간, 약속장소를 잘못 선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던 장소이기도 한 레스토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긴, 채 일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달라질 것이 무엇이겠는가. 지난 칠 개월은 그와 나, 우리 두 사람을 변하게 하기에만도 벅찰 만큼 짧은 시간이었을 뿐이다. 점심시간인데도 레스토랑은 한산했다. “네가 만드는 음식모형쯤으로 생각하면 돼. 어차피 너에게 실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잖아?” 그는 빈정대고 있었다. 앞에 놓인 음식이 다 식어빠지도록 끼적대고만 있는 내게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널 다시 만나고 싶어, 라고 말했다. 나는 칠 개월 만에 다시 연락을 해온 그가 조금쯤은 초췌해졌거나, 적어도 이전보다는 깊은 눈을 갖게 되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전보다 훨씬 부예진 모습이었다. 게다가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의 디자인에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음 직한 동창생 아내의 흔적까지 덕지덕지 바르고 나타났다. 그런 그가 난데없이 빈정거리고 있었다. 화를 내야 하는 것인지, 스테이크의 붉은 속살을 포크로 쿡쿡 찔러대고 있던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아직도 내게 기대하는 게 남았다는 뜻이야? 도대체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게 뭔지, 전혀 모르겠어.” 부지런히 음식을 씹고 있던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나이프와 포크를 양손에 쥔 채 말했다.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 차라리 쥐고 있는 포크로 내 얼굴을 사정없이 찔러버려. 제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사람 좀 질리게 하지 말란 말이야! 넌 늘 그런 식이야.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이미 결정해 놓고도 망설이는 척……. 그런 식으로 너 자신을 방어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나본데, 웃기지 마. 넌 그냥 꽁무니를 빼고 있는 것뿐이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나는 딱딱한 음식모형을 만드는 여자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한 표정이 뭘지 항상 궁금했다. 회사를 나서기 전에 한 움큼이나 되는 약을 먹어뒀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목구멍을 타고 신물이 역류했다.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물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주말에 전화해. 주중엔 당신뿐 아니라 누구와도 잘 수 없을 만큼 바빠. 그리고 다시 만날 땐, 제발 그 타이핀이랑 커프스버튼은 빼고 나타나 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테이블이 흔들렸고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레 울렸다. 동시에 뺨이 얼얼해졌다. 아프긴 했지만 화가 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포크와 나이프를 집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올려놨다. 나이프의 날엔 스테이크소스가 지저분하게 엉긴 채 굳어 있었다. “진정해. 혹시 포크로 내 얼굴을 찌르고 싶더라도 참아 줘. 우린 칠 개월 만에 만났어. 그 사이 당신은 결혼을 했고, 당신 말대로 난 여전히 마주앉아 함께 음식을 먹으며 사소한 잡담이나 나눌 만큼 편한 상대가 못돼. 당신도 알잖아.” 나는 천천히 일어서서 레스토랑을 나왔다.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다. 그러나 머지않아 다시 연락을 해올 것이다. 그때 가서 그를 다시 만나건 만나지 않건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 일을 두고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제대로 봉합해두지 않았던 탓에 꾸덕꾸덕해진 클리어래커에 시너를 다시 배합해 접시 위에 가지런히 데커레이션 된 초밥의 코팅작업을 했다. 래커의 양을 조절해가며 최대한 얇고 고르게 펴 발랐다. 실제 음식이건 모형음식이건 간에 실없이 번쩍대는 음식이 입맛을 돋울 리 없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음식모형도 그렇고, 그와의 관계도 그렇고, 엄마나 저기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긴장을 늦춰서도 안 된다. 자칫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그 모든 것들은 대책 없이 무너져 버리고 말 것이다. 오후엔 사무실에 다녀온 제작팀장이 다시 한번 작업가운을 벗어 던지며 길길이 날뛰었고 망할 놈의 환풍기는 아예 규칙적인 박자까지 맞추며 덜덜 돌아갔다. 나는 완성된 초밥모형만을 간신히 넘긴 뒤 서둘러 퇴근했다. 한번 뒤집힌 속은 다시 약을 먹어도 쉬 가라앉지 않았다. 어둠에 잠겨 있는 방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눈을 뜨자 침대 끝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주무시지 않고,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묵직한 머리를 흔들어 남은 잠을 털어내며 물었다. “아저씨가 들어오지 않으셨다.” “겨우 그것 때문에 이 밤에 주무시지도 않고 그러고 계신 거예요? 곧 들어오시겠죠. 좀 늦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며칠 전부터 꽃게가 잡숫고 싶다고 하셔서 수산시장에 다녀왔다. 새벽부터 서둘렀는데도 점심때가 다 돼서야 돌아왔지 뭐니. 돌아와선 또 한참이나 게를 손질하고 찜통에 쪄냈지. 그런데 아직까지도 들어오지 않으시는구나.” 그러고 보니 미처 맡지 못했던 비린내가 나는 것도 같았다. 순간 비어 있던 위가 저릿해졌고 동시에 신물이 올라왔다. 처음엔 그저 감전된 것처럼 저릿하기만 하던 위의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나는 이불을 덮어쓰고 누워버렸다. 허리를 구부린 채 통증을 참아내고 있는 나를 향해 엄마는 말했다. “어쩐지 영 안 들어오실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하긴, 오 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 그동안 너나 그 양반이나, 참 용케도 견뎌내는구나 싶었다.” 웅크린 몸 구석구석에서 식은땀이 배어났다. 한동안 말없이 이불을 덮어쓴 내 몸을 토닥이던 엄마가 이불을 걷어내고 나를 바로 눕혔다. “약 어디 있니. 하루 이틀 이런 것도 아닌데, 어디 약이 있을 거 아니냐.” 엄마는 비칠비칠 일어나 약을 찾아 먹고 다시 누운 내 배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만 하면 됐지 않니. 그게 다 뒤숭숭한 에미 팔자 같이 겪어내느라 얻은 병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만, 너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그만 마음을 풀었으면 좋겠구나. 도대체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네가 먹어줄는지……, 정말이지 모르겠다. 네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덥혀 줄 음식이야. 이런 약 따위로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걸 너도 알잖니.” 엄마는 전에 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뒤틀리던 속도 차츰 가라앉았다. 배를 쓸어주던 엄마가 이불 속을 더듬어 내 손을 찾아 쥐었다. 목구멍이 따끔댔다. 딱히 뭐라 단정지을 수 없이 복잡한 감정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 “식탁을 바꿔야 해요. 지금 건 너무 커……. 너무 커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엄마가 도무지 보이질 않아요. 그 커다란 식탁 앞에 앉아 있으면 온통 엄마의 음식들만 보여. 나뿐만이 아니라 거기선 누구도 엄말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거예요.” 엄마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후 엄마는 땀으로 끈적이는 내 얼굴을 한번 더 쓸어준 뒤 방을 나갔다. 나는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사위는 여전히 짙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림자만 가득한 방안을 휘둘러보았다. 빛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사람이 있는 곳에 그림자마저 묻어버릴 만큼 완벽한 어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빛은 끊임없이 사물을 굴절시키고 왜곡한다. 속고 있으면서도 그걸 깨닫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굴절된 삶 속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피곤이 밀려왔다. 다시 잠들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몸으로 익힌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사소하기만 한 몸의 기억이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 그는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낯설었다. 망설이듯 주춤대는 손길이나 어딘지 불편한 듯한 신음을 내뱉는 목소리까지. 하지만 어쩌면 그는 줄곧 같은 모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의 손은 차가웠고 가슴을 그러쥔 아귀의 힘은 너무 강했다. 삽입 전의 행위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태도는 지루했다. 서너 차례 타이밍을 놓치면서부터는 눈에 띄게 조급해하기까지 했다. 삽입 이후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치골이 부딪힐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고 유난히 건조하고 까슬까슬한 그의 피부가 불편했다.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웠다. 나는 연속되는 천장의 무늬와 삐걱대는 매트리스의 소음에 몰입했다. 마치 커다란 식탁 위에 누워 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내 기분 따위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는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마지막 타이밍만은 놓치지 않고 정확히 페니스를 빼낸 그는 내 아랫배 위에 사정했다. 끈적끈적한 정액을 뒤집어 쓴 아랫배가 환한 형광등 아래서 번들대고 있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을 참기 위해 앙다문 입술을 파고드는 그를 힘껏 밀쳐냈다. 쫓기듯 욕실로 들어간 그는 비누의 향이 너무 강하다며 한참동안 투덜댔고, 결국 비누를 사용하지 않은 채 샤워를 마쳤다. 어쩌면 그는 뭔가 다른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무엇이든 조금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함께 있는 내내 우리는 아귀가 맞지 않는 톱니바퀴처럼 삐걱댔다. 지난 밤, 샤워를 마친 그는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는 셔츠에 물을 뿌리고 단정하게 걸어놓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천연덕스레 잠들어 있는 그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방을 나오기 전, 화장대 위에 놓인 타이핀과 커프스버튼을 가져다 변기 속에 빠뜨리고 물을 내렸다. 그의 동창생 아내의 세심한 배려를 단숨에 삼켜버린 변기는 크릉크릉 거친 숨을 토해냈다. 아마도 그는 사라진 타이핀과 커프스버튼 때문에 한동안 몹시 곤란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내게 연락을 해오지 않을 것이다. 간혹 단순한 몸의 문제가 마음을 건드리기도 하므로 어쩌면 나는 그런 그가 조금쯤은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그가 진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오래 전의 내게 그러한 사실은 분명히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흉터로 남은 일은 더 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 잊혀졌던 흉터를 확인하는 일이 괴롭긴 하겠지만 역시 사소한 문제일 뿐이다. 엄마의 짐작대로 세 번째 저기요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네 번째 남자의 귀가를 포기한 엄마는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 썩 달가운 일은 아니었지만 굳이 말리고 싶지도 않았다. 게다가 엄마는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더 이상 음식을 만들거나 권하지 않았다. 그것은 식당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과거와는 달리 최종적으로 음식의 간을 보는 일 외엔 주방 일에 일체 참견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라진 엄마가 네 번째 저기요를 찾는 일까지 그만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케이크 전문점에서 주문한 케이크 모형은 총 열세 가지이다. 생과일주스를 비롯한 음료까지 합하면 모두 스물다섯 가지나 된다. 나는 벌써 한 시간 가까이 음료를 만들 젤라틴에 첨가할 색을 결정하기 위해 색상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테스트용 물감을 풀어 샘플을 여러 개 만들어봤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색을 찾아내지 못했다. 가스레인지 위에선 중탕한 젤라틴이 끓고 있었다. 감색 수채물감에 흰색을 약간 섞어 젤라틴과 혼합했다. 역시 너무 들떠 있었다. 견본의 색과 별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여름 음료의 색감이 힘없이 들떠 있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심해(深海)와도 같은 색을 만들고 싶다. 한여름, 뜨겁게 달궈졌던 머리꼭지까지 서늘해질 만큼 강한 색감이어야만 한다. 완성된 샘플들을 모두 버리고 또다시 불려둔 젤라틴을 중탕했다. 건조 테이블 위에선 케이크의 틀이 천천히 굳고 있었다. 엄마는 끝내 커다란 식탁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나 설사 엄마가 다섯 번째 남자를 만나, 그를 다시 커다란 식탁 앞에 앉힌다 하더라도 그것이 그다지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끝내 엄마가 진실을 깨닫지 못하게 된다 해도 그건 엄마 몫의 삶일 뿐이다. 누구나 그렇다. 어차피 그 모든 것들은 단순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마음은 한 곳을 향해 있게 마련이고 그걸 흔들어놓을 만한 몸의 문제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불필요한 갈등은 몸의 균형마저 깨뜨리고 말 뿐이다.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거른 탓인지 비어 있던 속이 다시 저릿해졌다. 또다시 한 움큼의 약을 삼키며 엄마의 말을 돌이켜봤다. 엄마는 내게 필요한 것은 약이 아니라 차진 속을 데워줄 음식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속을 데워 줄 수 있는 것은 혀를 홀리는 음식이 아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한꺼번에 얼려버릴 만큼 차가운 색감의 음료모형이다. 애초부터 나는 혀를 홀리고 배를 채워주는 음식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먹을 수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지극히 사소한 몸의 문제에 지나지 않으므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밖의 것들은 불필요한 갈등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진짜같아야한다진짜보다더……. 나를 지배하고 있는 주문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저릿하던 속이 가라앉고 포근한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 [우주강국 KOREA 원년] 한국 첫 우주인의 가상 일기

    [우주강국 KOREA 원년] 한국 첫 우주인의 가상 일기

    새해에는 반만년 역사에서 한국인이 처음으로 우주 공간을 누비게 된다.‘첫 우주인´ 이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호를 타고 우주로 비상하는 것은 올 4월. 시계 바늘을 미리 돌려 우리나라 첫 우주인이 경험하는 우주 체험 현장을 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이곳은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 안. 나는 우주복을 입은 채 앉아 있다. 왼쪽 가슴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내가 꿈에 그리던 한국 첫 우주인이 된 것이다. “5·4·3·2·1·발사!” ‘꾸르릉’소리와 함께 길이 50m짜리 소유즈 로켓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친다. 덩달아 내 몸은 뒤로 쏠린다. 우주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발사 후 2분여 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 옆에 붙은 4개의 부스터가 떨어져 나갔다. 이후 30여초가 지났을까. 몸에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우주선이 3G 이상 엄청난 속도로 가속되기 시작했다. 이내 우주선 덮개가 분리되면서 창밖으로 지구의 둥그런 윤곽선과 파란 바다, 검은 우주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혈액 머리 쏠려 숙취같은 ‘우주멀미´ 꿈만 같다.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내가 우주 공간에 떠 있다니…. 한국과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고된 훈련과 테스트를 받은 지난 2년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와 함께 1년 동안 최종 훈련을 마치고 탈락한 동료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나를 성원해 준 여러 국민들도 잊을 수 없다. 나는 내 꿈만이 아닌 그들 모두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이 자리에 있지 않은가. 이륙한 지 9분여가 지나자 엔진이 멈췄다. 무중력 상태가 시작된 것이다. 벌써 내 몸은 조금씩 떠오르고 있다. 머리 위로는 한 초등학생이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선물해 준 한국 첫 우주인 캐릭터 ‘별동이’ 인형이 둥둥 떠 다니기 시작했다. 1분 30초마다 한 번씩 지구를 도는 소유즈 우주선은 발사된 지 이틀만에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했다. 우주정거장은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던 비좁은 우주선에 비해서는 호화 별장 수준이었다. 그러나 애로점도 없지 않다. 생활방식이 지상과는 영 딴판이다. 우선 난생 처음 ‘우주 멀미’를 경험했다. 그동안 중력 때문에 밑으로 쏠려 있던 혈액이 머리로 쏠리기 때문이다. 마치 과음한 다음날 아침 같이 머리가 띵하다. ●근육운동없어 틈만 나면 러닝머신 무중력 상태라 모든 물건이 둥둥 떠 다닌다. 음식도 식탁에 고정시켜 놓은 뒤에야 먹을 수 있다. 물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흘리기라도 하면 이내 방울방울 흩어져 버리기 십상이다. 혹시라도 기기 속으로 들어가면 고장을 일으켜 우주 미아가 될 수도 있다. 물은 뚜껑 있는 컵에 빨대를 사용해 마신다. 잠자리는 박스 형태의 1인용 침실에 들어가 침낭을 이용해 해결한다. 공간은 비좁아도 꽤나 편안하다. 무중력 상태라 그런지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느껴지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우주인들은 짬 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중독균 증식없어 김치 우주식품 ‘합격점´ 내가 부여받은 실험은 모두 18개. 이 가운데 개인적으로 ‘우주 초파리 실험’과 ‘김치 우주식량’ 가능성 여부가 관심거리다. 우주에서는 노화가 빨리 일어난다는 얘기가 사실인지 파악하기 위해 우주로 가져온 초파리의 유전자를 검출했다. 이것을 지구로 귀환한 뒤 지상의 초파리의 유전자와 비교하면 노화 유전자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우리의 김치는 역시 이곳에서도 ‘밥도둑’이었다. 우주 식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가져 왔는데, 식중독균이 증식하지도 않았고, 부패도 안돼 ‘합격’ 결과가 예상된다. 이곳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8일이 지났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다시 소유즈로 옮겨 탄 나는 지구를 향해 출발했다. 푸른색의 지구가 눈 앞으로 점점 크게 다가온다.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 역시 더욱 커져감을 느낀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문화마당] 모래 시계/황주리 화가

    크리스마스 연휴에 정동진을 다녀왔다. 붐비는 사람들로 바글대는 정동진의 숙박업소들은 거의 빈 방이 없었고, 있다 해도 평소보다 굉장히 비쌌다.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모래 시계’ 재방송을 본 다음부터 나는 문득 정동진에 가고 싶어졌다. 몇 년 전인가 우리 식구 모두가 정동진에 가서 실망을 금치 못했던 기억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동진이 그리웠다. 기차가 바다를 끼고 달리는 그곳, 모텔도 음식점들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바다와 기차와 정동진 역만 덩그러니 있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었다. 상상만 해도 1980년대의 정동진 역은 그 쓸쓸함으로 도리어 상처받은 마음들을 어루만져주고도 남을 것 같았다. 잘 곳을 찾다가 나는 상업적으로 난개발된 정동진의 한가운데에서 머물기를 포기하고, 기찻길이 시작되는 정동진의 초입 어느 바닷가의 숙소에 묵기로 했다. 잠자리는 소박했으나 창 밖으로 바다와 소나무 숲과 기찻길이 내다보여서 좋았다. 자는 사이 내내 파도 소리와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잠자리의 소박함이 그 시절의 환영을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해주었다. 그날 저녁 나는 묵기로 한 숙소에서 운영하는 횟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중년의 부부가 많지 않은 손님들을 위해 성실하게 준비한 음식을 중학생이나 되었을 어린 딸이 부지런히 가져다 주었다. 그 모습이 하도 기특해서 내가 만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었더니 한사코 받지 않으려 했다. 네가 하도 예뻐서 아줌마가 주는 거라고 억지로 쥐어주었더니, 나가는 길에 슬그머니 모래시계 한 개를 내미는 것이었다. 그 모습이 투박해서 정이 가는 모래시계였다. 정동진에서 지낸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왔다. 나는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에 잠이 깨어 커튼을 열고 창 밖을 내다보았다.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고, 저만치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젊은 청년이 기찻길에 서서 해가 떠오는 풍경을 찍고 있었다. 그 장면이 마치 꿈 속처럼 아련했다. 그 장면 하나를 줍기 위해 이 여행을 떠나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동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음식점과 모텔들과 사람들로 붐비는 어지러운 세상속이다. 아- 정동진. 바다를 끼고 기차가 달리는 그곳이 그렇게 산만한 모습으로 상업화된 것이 유감스럽기 그지없었다. 정동진에서 꼭 가볼 만한 곳이 한군데 있다. 바로 ‘하슬라 아트월드’다. 강릉의 옛이름인 ‘하슬라’를 따서 붙인 그곳은 바다와 아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현대적인 야외 미술관이다. 서울에도 그런 미술관은 거의 없다. 가능하다면 매일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텔레비전 드라마 ‘모래시계’ 속의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들이라면 지금 나이 오십쯤 되었을 것이다. 불혹도 넘은 지천명의 나이, 이 나이에 나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들은 알게 되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르며, 그들이 한 일은 과연 잘한 일인지. 그 한적하고 쓸쓸한 정동진 역은 내 꿈 속에 가끔 출몰한다. 그곳에 가고 싶다. 현실의 모든 것들로부터 도피하는 젊은이의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아무것도 없이 그저 쓸쓸한 바닷가 기차역에 서 있고 싶다. 사랑도 미래도 그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던 그저 막막하기만 했던 스무 살, 그 누구의 젊음도 아름답지 않다. 그때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임을 알고 지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우리들의 젊음은 흘러간다.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가는 모래시계처럼…. 나는 지금 정동진의 어느 소녀가 선물로 준 모래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투박해서 정이 가는 그 모래 시계가 우리 앞에 남은 시간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일러주는 듯하다. 황주리 화가
  • [생활의 지혜] 바퀴벌레의 극성을 막으려면

    남은 음식물은 바퀴벌레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냉장고 등에 잘 넣어두고 식기, 수납장과 싱크대 등의 물기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마른걸레로 깨끗이 닦아준다. 장롱과 선반 위에 고춧가루나 월계수잎 등을 올려놓으면 바퀴벌레의 극성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 [대선주자 24시] (3) 이명박 前서울시장

    [대선주자 24시] (3) 이명박 前서울시장

    누굴 만나든 거침없는 말솜씨,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려는 생각, 목적지를 향해 뛰듯이 걷는 걸음걸이…. 지난 1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온종일 따라다닌 끝에 기자가 찾아낸 이 전 시장의 특장은 ‘자신감’과 ‘근면성’이었다. 그의 언행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고, 한순간이라도 쉬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은 오전 7시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뒤 9시께 서울 견지동의 ‘안국포럼’ 사무실에 출근했다. 사무실엔 아침 일찍부터 그를 면담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한시간 남짓 계속된 개인 면담이 끝나자 사무실 복판 테이블 위엔 이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케이크가 놓여졌다. 이 전 시장은 케이크를 직접 잘라 “체면 차리지 말고 먹어요.”라며 일일이 건넸다. 그는 “말이 생일이지 아직 아침도 못먹었다.”며 입 주변에 생크림을 묻혀가며 케이크 한쪽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생일파티를 끝낸 이 전 시장은 그랜드 카니발 승합차에 몸을 실었다. 효창공원에서 열린 매헌 윤봉길의사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 4월부터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달리는 차안에서 짧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입술이 부르튼 것 같다.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소화하는 것 아닌가. -감기가 나으려는 모양이다. 감기 나을 땐 꼭 입술이 부르트더라. ▶하루에 잠은 몇 시간이나 자나. -많이 자면 5시간이지.12시쯤 잠자리에 들면 4시나 5시면 일어난다.40년 가까이 그렇게 한 것 같다. 나만 그런 건 아니고 기업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거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나. -건강은 누구보다 자신있다. 평생을 바쁘게 살았다. ▶대선 캠프는 언제쯤 어디에 꾸리려 하나.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당내 경선이 6월이니까 한두달 전에 꾸려도 될 걸…. 이 전 시장은 달리는 차안에서도 바빴다. 연설문 읽어보랴, 인터뷰자료 훑어보랴, 몇마디 묻지도 못했는데 벌써 효창공원에 도착했다. 이 전 시장은 추도식을 마친 뒤 백범기념관에서 참석자들과 일정에 없던 점심을 함께 했다. 하지만 점심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이내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종로구 ‘하림각’에서 열린 민주동우회와 한나라당 서울시의회 의원 송년회에 참석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림각에서 견지동 사무실로 가는 길, 다시 짧은 인터뷰가 이어졌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이 전 시장께 거는 기대가 큰 것 같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경제가 너무 어렵고 하니 그런 것 같다. 호남분들도 호의적이다. 이념이나 정치색보다는 국익과 실용주의로 가는 것 아니겠나. 그분들은 시대변화에도 능동적이고, 정치적 감각도 뛰어난 분들이다. ▶대선 1년 전 여론조사 1위가 대통령 된 적이 없다고들 한다. 현재의 지지도가 대선 때까지 이어지겠나. -96년 박찬종씨나 97년 이회창 전 총재와는 컬러가 다른 것 아니냐. 국민들은 나를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서울시장이나 최고경영자로 보는 것 같다. 국민들도 예전엔 대선후보를 정치 마인드로만 후보를 봤지만 지금은 경제 마인드로 보는 것 같다. ▶이 전 시장에 대해서는 이미 여권의 네거티브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여권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에 기대려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심하데…. 내가 안경 꼈다고 해서 어떻게 그렇게 보나. 내가 굳이 그렇게 할 일이 뭐 있어.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니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당 안팎에선 박 전 대표와의 조기 과열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저러다 갈라서는 것 아니냐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온다. -모 방송은 깨지라고 그러는 건지 여론조사에서 3파전(이명박·박근혜·고건) 같은 걸 왜 조사하는지 몰라.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다. 사무실에 도착한 이 전 시장은 개인 면담을 다시 하더니 갑자기 무슨 약속이 잡혔는지 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직원들도 잘 모른다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며칠 전 딱딱한 음식을 씹다가 이빨에 금이 가는 바람에 치과를 다니고 있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웰빙 연말 도와드립니다”

    “웰빙 연말 도와드립니다”

    “새해에는 담배를 끊어야지.” “나는 술을 줄일 거야.” 서울 자치구가 새해 다짐을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회사를 찾아가 건강음주법을 소개하고 시내버스에 금연·금주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걸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 금연보조제를 무료로 제공하고 금연침 치료도 해준다. 성북구(구청장 서찬교)는 버스운수업체인 상진운수 직원 250명을 대상으로 건강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음주행태, 음주동기 등을 조사해 매월 건강음주 교육과 절주 캠페인을 실시한다.22일에는 연말 술자리 회식을 대신해 직원 탁구대회를 연다. 지난달 30일 성북구 석관동 상진운수 사무실에서 열린 ‘찾아가는 건강 한마당’행사장에서 이 회사 최모(53)씨가 대한보건협회 소속 절주 전문가 김영규씨와 마주 앉았다. 최씨는 “술을 먹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소주 1∼2잔만 마셔도 필름이 끊기냐는 질문에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기억이 나지 않을 때까지 마시게 된다.”고 했다. 알코올 의존증 체크리스트에 따른 설문 결과 최씨의 증세는 알코올 의존증에 해당했다. 결국 병원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전문가 김씨는 “습관성 폭음은 질병”이라면서 “소주잔으로 남자는 하루 4잔, 여자는 2잔을 넘게 마시면 몸에 해롭다.”고 조언했다. 강동구(구청장 신동우)도 기업체를 방문해 절주, 금주 교실을 연다. 또 ‘송년회 1차만 하세요.’‘딱 한 잔이 딱 가게 한다.’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 20여개를 주요 골목에 걸어놓았다. 종로구(구청장 김충용)는 시내버스 50대에 금연·절주 메시지를 담았다. 놀이터의 긴 의자 사진에 ‘어젯밤∼ 당신이 머물던 자리’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과음은 당신의 잠자리를 바꾸어 놓을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음주요령으로는 ▲조금씩 시간을 끌며 마시기 ▲적정 음주량을 초과하지 않기 ▲빈 속에 마시지 않기 ▲안주와 함께 마시기 ▲매일 계속해서 마시지 않기를 소개했다. 금연클리닉도 보건소마다 개설된다. 동대문구(구청장 홍사립)는 일산화탄소를 측정해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하고 금단증상을 완화할 금연보조제를 지급한다. 원하면 한의원에 의뢰해 금연침도 무료로 시술해준다. 중구(구청장 정동일)는 신라호텔의 금연 희망자 60명을 대상으로 이동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1월9일부터는 소피텔 앰배서더 직원들의 금연을 도와준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에서도 매일 무료로 금연 상담을 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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