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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투신’ 성재기 수색 난항…김포대교 하류까지 작업 확대

    성재기(46) 남성연대 대표가 한강에 투신해 실종된 지 사흘째인 28일에도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 작업을 이어 갔지만 장맛비로 난항을 겪었다. 서울 영등포수난구조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고속정 1대와 구조요원 6명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재개했다. 구조대원들은 강바닥까지 잠수해 직접 손으로 바닥을 훑고, 주변을 순찰했지만 밤늦게까지 성 대표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최근 장맛비로 한강 물이 크게 불어 유속이 빠르고 물이 탁해 시야 확보가 어렵다”면서 “성 대표가 투신 지점인 마포대교에서 14㎞ 떨어진 김포대교의 하류인 심곡 수중보까지 떠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수색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앞으로는 더 이상 수중 수색 작업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 배낭여행-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유럽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배낭 멘 여행길에선 낯모르는 이와 “안녕” 하고 입만 벙긋하는 인사만으로도 말꼬리가 길어진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뭔지 아주 사소한 호감부터 “너 지금 행복하니?” 선문답 같은 대화에 이르기까지. 나는 꿈꾸듯 거닐며 수많은 이방인들과 옷깃 스치는 인연을 맺었다. 이를테면 옷깃스침 동행이랄까. 유럽 땅에서 보낸 보름의 낮과 밤, 나는 마냥 행복했다가 돌연 쓸쓸해지고 그지없이 황홀했다가 못내 아쉬워 어쩔 줄 모르는 순간순간을 맞이한다. about ‘동행’ 본 기사는 SJR EUROPE에서 론칭한 ‘동행’ 상품을 따라 여행한 기록이다. 3월27일부터 4월12일까지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총 6개국 18개 도시를 탐방했다. tip 1 동행 상품가 외에 옵션투어 비용, 식비, 자유 여행을 하면서 지출한 교통비와 각종 입장료 등 15박 17일의 현지에서 지출한 여행경비는 120만원 남짓. 기념품 구입 또는 개인 쇼핑 품목이 많을 경우에는 더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tip 2 파리의 라스파일 시장과 몽파르나스 묘지, 뮌헨의 영국정원과 슈바빙, 프라하의 카프카 뮤지엄, 비엔나의 레오폴드 뮤지엄, 베네치아의 리도섬과 부라노섬 등은 기본 투어가 아닌 자유 시간을 활용해 여행했다. 기본 투어에 해당하는 파리, 프라하, 비엔나, 베네치아, 로마 등의 주요 도시 투어 역시 일부 구간 동행 후 자유로이 움직였고, 옵션 투어 가운데 바티칸 시국은 개별적으로 방문했다. France Mont Saint Michel, Paris 파리에서 지도 없이 걷기 기어코 파리. 파리는 독보적이다. 자정 가까이 늦은 밤에 도착한 파리였지만 여행에 앞서 만난 선배의 말이 실감이 됐다. “아마도 네 마음과 부단히 싸우는 여행이 될 거야.” 어디부터 갈까, 뭐부터 할까, 마음은 급한데 결정은 못하고,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어느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여행은 이튿날 아침부터 시작됐다. 파리 몽파르나스 타워 가까이에 위치한 호텔Campanile Maine Montparnasse 로비에서 15박 17일간의 동행들과 만났다. 며칠 전에 도착해 이미 파리에 푹 빠진 이도, 스페인이며 어디며 이제 막 국경을 넘어온 이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동행을 태운 버스는 파리를 조금 아껴두고 4시간여를 달려 프랑스의 끄트머리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에 닿았다. 성 미카엘 대천사의 신성한 산성, 몽생미셸은 노르망디Normandie 해변에 떠 있는 아주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로부터 오랜 역사를 이어온 수도원이다. 일대는 드넓은 갯벌이다. 바닷일을 하던 사람들은 이 바위섬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워낙에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밀물썰물의 간격이 짧아 많은 이들이 휩쓸려 버린 탓에 ‘몽통브mont tombe’, ‘무덤 산’이란 고약한 별칭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던 8세기 초반의 어느 날, 인근 아브랑쉬Avranches 지역 오베르St. Aubert 대주교의 꿈에 성 미카엘이 나타나 예배당을 세울 것을 명령했고, 그후 서서히 모습을 달리한다. 14세기 백년전쟁 때에는 전투 요새로, 18세기 대혁명 시절에는 감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 내가 마주한 몽생미셸은 고되고 혼란스러운 노르망디의 역사가 쓸려가고 다시금 수많은 순례자와 여행자들이 밀려오는 축복의 성지다. 그 물살에 실려 동화 속 풍경처럼 아른거리는 몽생미셸 속으로 들어간다. 바위섬 꼭대기의 수도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은 좁고 가파르지만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호텔과 기념품 가게를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는 짧은 물때를 맞추기 위해 빠르고 간편하게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이곳의 대표음식 오믈렛과 사과 파이, 발효주 시드르Cidre 등을 즐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들어선 수도원에서 갯벌 뒤로 어디서부터가 바닷물인지 모를 그저 눈부신 노르망디 해안을 실눈으로 조망한다. 드디어 정말, 파리의 아침이다. 알람이 울리기 전 진작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조식 서비스를 마다하고 향한 곳은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er.’ 카페 홀을 등지고 바깥 거리 쪽 테라스 좌석에 앉아 에스프레소와 크루아상으로 파리지엔의 밥상을 받아든다. 그러나 난 이따금씩 꿈꿨다. 저마다의 삶을 일구고 있는 파리지엔들마저 도시의 풍경으로 소비되는 파리에서 보들레르가 말한 ‘플라뇌르flaneur’, 이 도시의 산보객이 되는 순간을. 개인의 삶과 분리하여 도시 자체를 관찰하고 감상하는 한가한 무리가 되는 것이야말로 파리를 가장 파리답게 소비하는 방법이 아닐까. 자리를 털고 일어났지만, 카페 드 플로르에서 몇 발짝 나가지 못하고 바로 옆 서점에서 발길을 멈춘다. 막 문을 여는 참이다. 출근하는 서점 직원들을 따라 들어가 바바리코트 차림의 백발 할아버지들과 책 구경을 한다. 파리를 담은 사진집 몇 권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감이 이끄는 대로 걷다 ‘라스파일 시장Marche Biologique Raspail’에 이른다. 화요일과 금요일이면 우리의 오일장처럼, 라스파일 도로변에 장이 선단다. 일요일에는 파리 근교에서 재배하는 유기농 식재료를 사고파는 유기농마켓이 열린다. 운이 좋다. 마침 장날이다. “봉쥬르.” 늘어선 가판 너머에서 들려오는 싱싱한 인사와 한 손에는 애견, 다른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든 동네 할머니와의 연속된 조우. 그리고 갖가지 방식으로 조리한 올리브를 맛보기로 건네는 손길까지 의도치 않게 살가운 일상을 공유한다. 예상치 못했던 진짜 파리지엔의 모습.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몽파르나스 묘지Montparnasse Cemetery에는 안내지도를 들고 명망가들의 묘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 시장에서 산 빨간 딸기를 베어 먹으며 보들레르 묘 앞에 마주앉은 나는 잠시 시간여행자로 전환된다. 아, 파리에서의 3일은 턱없이 짧다. 나는 파리를 빠르게 읽기로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튈르리 정원과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개선문까지 쉬지 않고 걸었다. 그 긴긴 길 위엔 셀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의자가 줄지어 있고 그 위로 걸음을 멈춘 사람들이 기대어 있었다. 그날 밤, 중세 파리 투어를 했던 동행 몇몇이 해질녘 몽마르트르에서의 낭만을 안주 삼아 조촐한 와인 파티를 열고 있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가는 것만으로도 이유가 되는 장소가 있다.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다음날, 동행들로부터 귀동냥한 정보를 중얼거리며 뤽상부르 공원Le Jardin du Luxembourg에서 아침 산책을 했다. 오늘 역시 조식 서비스 대신에 공원의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크레이프와 커피로 덜 깬 잠을 달랜다. 조깅하는 파리지엔과 이른 아침부터 가이드 뒤를 쫓는 단체여행객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까짓것 부지런해져 보지 뭐. 반의반, 그 일부만이라도 보겠다고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으로 갔다. 역시나 나의 관심사는 미술작품보단 ‘오르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므로 두어 시간이면 될 거라는 건방진 생각이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오르세는 물론 파리를 소화해 낼 방법이 없다. 그냥 넋 놓기로 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난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 한가운데서 본의 아니게 낯선 구경꾼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몽마르트르의 예술가에게 초상을 맡기고 싶었지만 여유가 없었다. 붓 대신 가위를 들고 2~3분 만에 옆모습 실루엣을 종이에 오려 준다는 거리 예술가 앞에 앉았다. 대개 어린 아이들이 재미 삼아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의 대상이 나인지 예술가의 손놀림인지 모르겠더라.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민망함을 누르는 동안에 완성된 나의 실루엣. 하나도 안 닮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탐이 나는 파리에서 마지막은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위에서의 센강 유랑이다. 저마다의 파리를 즐긴 동행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모여 이야기를 쏟아낸다. 듣는 이는 드물다. 알알이 불씨 오른 에펠탑이 가까워진다. 탄성이나 호들갑 없이 오히려 조용해진다. 파리의 밤이 강물 따라 흘러간다. ▶travie info 동행 프로그램은 여행하는 도시 가운데 주요 도시에서 지식 가이드를 제공한다. 프랑스에서는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1일 투어를 기본 일정에 포함하고 있고 파리에서는 2가지의 옵션 투어가 준비되어 있다. 옵션 투어는 물론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가이드 투어에도 강제사항은 없다. 개인의 여행 기호를 존중하여 얼마든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route 1. 루브르 박물관+중세 파리투어 샹젤리제 거리→개선문→루브르박물관→중식→시테섬→노트르담성당→최고재판소→콩시에르쥬리→시청사→퐁피두센터→사요궁전(에펠탑 조망) route 2. 오르세 미술관+파리 인상파 투어 오르세 미술관→로댕미술관 정원→몽마르트르 언덕(성심성당, 예술인의 광장, 피카소의 작업실, 물랭루즈(조망))→개선문(샹젤리제) Switzerland Interaken,Luzern,Mürren,Mürren 만년설 위로 반짝이던 하루 파리 유랑을 끝낸 동행들이 모두 버스에 올랐다. 꼬박 8~9시간 몸을 구겨 잠을 청해야 한다. 다들 오랜 시간의 쪽잠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금세 잠에 빠진다. 조금 깊이 잠들었다 깨어났다.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여전히 낯선 도로 위다. 예상치 못한 거센 눈발로 좀더 안전한 길을 찾아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다행이다. 이번 여정은 이 야간이동을 시작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까지 여정의 절반 이상을 이 버스 한 대로 움직인다. 유럽 배낭인데 유레일이 아니고 버스라니 처음엔 갸웃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도시간 이동에 소비되는 시간과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예상보다 한두 시간 늦었지만 무사히 인터라켄이다. 도시락으로 요기한 동행 대부분이 ‘Top of Europe’ 융프라우에 오를 채비를 한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은 인터라켄에서 나는 과감히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이미 올랐다는 것이 큰 이유였지만 파리 파노라마가 가시기 전 유럽의 지붕 아래서 그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지난 여행에서 아쉽게 놓쳤던 청정마을 뮈렌Murren 행 기차에 올랐다. 기착지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케이블카로 갈아타기 전 마을의 작은 카페에 들러 따뜻한 홈메이드 스프 한 그릇을 먹었다. 얼마나 내렸는지 눈에 파묻힌 것만 같은 집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뮈렌에서 단출한 워킹화에 의지하여 곧 미끄러질 듯 뒤뚱거리며 걷는다. 날쌔게 지나가는 스키어들은 물론 눈썰매 힘껏 지치는 어린 아이들도 탄탄한 기운을 뿜어낸다. 변덕스런 날씨로 여행자 애태우기 일쑤인 그날의 융프라우는 다행히 쾌청했다고 동행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하산했다. 오늘은 다들 세상 모르고 잠이 들겠지. 하얀 솜사탕처럼 멀리 뭉게뭉게 겹쳐 있는 알프스 산맥의 품속에서 그만큼 달달한 꿈을 꾸면서. 이른 아침인데 하늘을 나는 사람들이 보인다. 알프스 높은 곳 어디에선가 발을 뗐을 패러글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지천이 눈꽃, 상고대로 뒤덮인 산길을 지나 어느새 루체른Luzern이다. 호반 위로 얌전히 뻗은 카펠교Kapellbrucke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스위스의 고즈넉함을 맛본다. Germany Füssen, Munich 찰나지만 더없이 벅찬 순간 몇 시간 후 국경을 넘어 독일 퓌센Fussen에 도착했다. 오후 4시 전후인데 벌써 어둑하니 날씨가 궂다.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보인다.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동화 속 모습이다. 디즈니랜드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상당수 장면의 배경이니 말이다. 성의 일부가 보수공사 중인 데다 성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다는 마리엔 다리는 기상악화로 출입이 통제된 상황이라 아랫마을에서 성의 초입까지 짧은 산책으로 만족하고 서둘러 뮌헨으로 방향을 틀었다. 늦은 밤에 도착한 뮌헨Munich은 몹시 차분했다. 물론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는 달랐다. 동행들과 우르르 몰려간 호프브로이하우스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맥주홀답게 사람도, 맥주도, 열기도 거품이 일 듯 넘쳐났다. 뮌헨에선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동행들이 삼삼오오 빈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파리에서의 3박 4일이 짧다 투덜댄 것이 무안할 정도로 뮌헨에선 아주 잠시 머물렀다. 그래도 슈바빙Schwabing과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감수성 예민하던 시기에 읽었던 책의 잔상 때문이었을 게다. 이젠 어떤 내용이었는지 줄거리조차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렸던 슈바빙과 영국정원의 모습만은 또렷했다. 오스트리아로 출발하기 전, 자유로운 3시간이 주어졌다. 호텔 리셉션에서 지도 한 장과 함께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받아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곧 멎을 것처럼 숨이 찼음에도 자전거와 유모차가 차례로 엇갈려 지나가고 오리와 거위가 벤치를 돌며 길동무 해주는 영국정원에서 더 깊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킨다. 그리곤 지그재그로 훑어 내려간 슈바빙. 짧아서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다. 전혀. 그곳에 내가 존재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기만 한 걸. 찰나일지라도. 다시 올라탄 동행 버스, 차창에 스치는 풍경은 눈 깜빡일 때마다 영화 스틸 컷이 된다. 할슈타트로 가는 길이다. 휴대전화로 알림 메시지가 계속 들어온다. 네트워크 설정을 알리는 메시지. 버스가 조금만 방향을 바꾸어도 네트워크 설정이 달라진다. 독일 통신망을 잡았다가 오스트리아 통신망을 잡았다가. 이윽고 조용해졌다 싶었을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그곳, 할슈타트 끄트머리에 있었다. Austria Hallstatt, Salzburg, Vienna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가다 여전히 하얀빛을 발하는 눈이 마을을 살포시 덮고 있다. 그만치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친다.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상쾌하면서 동시에 차분해지는 기분. 깜빡 졸다 깨나니 어느새 할슈타트Hallstatt 호수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다. 할슈타트를 포함하여 이 일대를 보통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라고 부른다. 크고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이곳의 작은 마을들은 알프스 아래 투명한 빛을 머금고 있다. 모두 자석에 이끌리듯 호숫가로 내달린다. 공기 중엔 감탄만이 존재한다. 떠나오기 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부터 모차르트, 클림트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훈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그들이 태동한 마을, 도시, 공간 그 자체였다. 할슈타트에서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과 이후 잠깐의 산책이 허락됐다. 호수 가장자리 꽤 경사진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 할슈타트의 집들. 집 위에 집, 그 위에 다시 집이 층층이 피라미드를 이룬다. 그런 까닭에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비탈 아래 집의 다락방 또는 굴뚝과 눈이 마주친다. 집 앞 정원, 뒤뜰은 물론이고 담장, 벽면, 창틀에 이르기까지 매일매일 부지런히 쓸고 닦고 손질하는 정성이 느껴진다. 골목길에 맞닿은 벽면에 벤치를 놓은 집들이 많다. 허락 없이 잠시 엉덩이를 붙인다. 등허리를 기대고 가만히 마을을 관찰한다.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자 허기가 밀려온다. 이미 때는 놓쳤고 아쉬운 대로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투박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과 핫초코 한 잔을 주문한다. 할슈타트의 강렬함을 뒤로하고 동행 버스는 잘츠부르크Salzburg에 도착했다. 재빠르게 캐리어를 호텔 방에 밀어두고 저녁나절 동행의 지식 가이드를 따라 나선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Mirabell garten을 지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Getreidegasse까지 단숨에 잘츠부르크 구시가를 가로지른다.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차례로 맛보며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만찬을 가져볼까 잠시 고민. 하지만 생선요리를 판매하는 이곳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몇 가지 요리를 포장하고 기차역 안에 있는 대형마트에서 슈니첼과 케이크, 과일 그리고 와인까지 푸짐하게 장을 본다. 호텔 방 안에 차려낸 배낭여행자의 잘츠부르크식 만찬에 흡족해하며 여행 친구들과 꽤 긴 수다를 늘어놓는다. Czech 에곤 실레 그리고 카프카 할슈타트와 마찬가지로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Cesky Krumlov는 좁다란 골목골목으로 이어진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재미난 사실 하나. 모차르트 엄마 그리고 에곤 실레 엄마의 고향이 각각 할슈타트와 체스키 크룸로프라는 것. 처음엔 웃어넘겼는데 그게 아니다. 두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포인트. 특히나 엄마의 고향 체스키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에곤 실레Egon Schiele는 한동안 이곳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체스키를 표현한 작품도 상당수.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익은 에곤 실레의 초상과 작품으로 디자인한 전시 포스터들이 벽을 도배하고 있다. 마을에는 그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The Egon Schiele Art Centrum도 있다. 굴라쉬 브런치를 즐긴 다음 그가 걸었을 법한 골목을 따라 크룸로프 성으로 향했다. 성의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동안 자주 걸음을 멈췄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시야가 트이는 성벽길에 접어들자 체스키 크룸로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벽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그 너머의 마을 가장자리를 둥그스름하게 에두르고 그 안쪽에 중세의 시간을 간직한 집들이 소복히 모여 있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임에도 마을엔 아늑한 기운이 유유히 흘렀다. 그리고 프라하Prague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바츨라프 광장에서부터 화약탑, 천문시계, 카렐교까지 프라하 구시가를 동행 매니저의 꼼꼼한 가이드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렐교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쁜 연인들을 뒤로하고 다리 난간에 바싹 붙어 프라하 성을 바라본다. 카렐교 건너의 펍에서 벨벳 맥주 한 잔. 부드러운 벨벳 거품이 입술에 닿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그러나 그 기쁨은 스쳐 지나갈 뿐이었나. 잔이 빌 때쯤 이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셈하게 된다. 달게 자고 일어난 프라하의 아침은 지난밤만큼 아름다웠다. 성비투스성당, 황금소로가 이웃하고 있는 프라하 성 일대를 함께 둘러보는 동행 가이드 투어 이후엔 홀로 프라하 시가지를 쏘다녔다. 가능하면 외면하고 싶었음에도 끝내 제 발로 찾아갔다, 카프카Franz Kafka를. 마냥 들뜨고 신나게 보내도 아쉬움 가득할 여행길에서 가슴 철렁할 것이 분명한데도 어느새 나는 카프카 뮤지엄Franz Kafka Museum 속을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가 아닙니다. 꺼져 가는 꿈과 열정의 울퉁불퉁한 자갈밭으로 뒤덮인 시간이라는 태양의 갈라진 바닥을-잠수종 속에서처럼-우리는 걸어가는 것입니다. 이곳은 재미있는 곳이긴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곳입니다.” -프란츠 카프카, 구스타프 야노우호의 <카프카의 대화> 인용문 中 카프카가 남긴 기록을 보는 사이 낭만적이기만 했던 프라하는 한순간에 반전된다. 숨이 턱 막힌다. 달달한 체코 전통빵 뜨르들로Trdlo를 뜯어먹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곧 프라하를 떠난다. 숨 가쁘게 도착한 다음 여정은 비엔나Vienna.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오스트리아에서 꼭 맛보아야 한다는 슈니첼과 비엔나커피를 에곤 실레와 맞바꾸고 나는 다시금 배고픈 여행자가 된다. 레오폴드 미술관Leopold Museum에서 만난 에곤 실레. 체스키 크룸로프의 풍경을 담은 작품 앞에 섰다. 에곤 실레의 체스키는 내 기억 속의 그곳보다 훨씬 어둡고 울적했지만 나로선 참 반가운 장면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체코, 다시 오스트리아로. 공간이 다르고 에곤 실레와 나 사이의 시간 또한 다르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풍경이 있고 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이 여행의 순간에 감사한다. ITALY Vaticano,Rome,Veneziam,Sorrento,Sorrento,Sorrento 냉정해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 오늘 나는 생애 첫 야간열차를 경험한다. 비엔나에서 베네치아까지. 꼬박 12시간이 지나면 그토록 원했던 베네치아에 닿는다. 이번 동행길에서 가장 기대한 곳 중 하나가 베네치아다. 6개의 간이침대가 세 개씩 양 벽면을 의지해 층을 이룬 열차 칸은 비좁았다. 부피 큰 캐리어는 침대 아래 보관함에 들어가지 않아 양쪽 침대 사이에 나란히 줄지어 세웠다. 그 위로 다시 작은 짐들을 포갠다. 이제 열차 칸의 여섯 명은 발 디딜 공간 하나 없이 밤을 달린다. 열악했지만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야간열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처음으로 부모님이 아닌 친구와 단둘이 감행했던 여행이 떠올랐다. 설렘과 두려움이 뒤섞여 두근두근했던 그 느낌. 한참 줄을 서 겨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슈니첼 한 덩이를 패티로 넣은 버거와 커피 한 병. 자정 가까이 돼서 맛보는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꿀맛. 푸르렀다. 물이 곧 땅인 베네치아Venezia에서는 모든 것이 맑고 푸르렀다. 동행들과 베네치아 본섬 투어에 나섰다. 떠밀리듯 걸을 수밖에 없을 만큼 본섬엔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그 북적임이 베네치아를 더욱 활기 넘치게, 역동적으로 만들어 준다. 그 물결을 따라 조금 멀리 나가 보자. 배에 올랐다. 리도 섬Lido으로 가는 배다. 매년 가을, 베니스영화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섬 리도의 4월은 따사로웠다. 흐드러진 벚꽃과 나뭇가지마다 터져 나온 초록 잎사귀들로 봄기운이 물씬했다. 한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세계의 끝은 낮고도 깊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고요하고 평화롭게 반짝이는 해변에서 태양 빛을 그대로 흡수한다. 허리춤에도 못 미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바다 가까이 다가간 아빠, 양동이와 집게를 들고 바닷가의 쓰레기를 줍는 할아버지, 파도를 마주하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사과를 베어 문 젊은 연인. 영화와도 같은 삶의 순간들이다. 리도에서 배를 두 번 갈아타고 도착한 부라노 섬Burano은 색색이 선명했다. 바다로 이어지는 좁은 수로에 데칼코마니 풍경을 찍어내는 부라노의 색채는 바다로 나간 이들이 짙은 안개 속에서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집집마다 알록달록 칠을 한 것이 오늘날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예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곳. 거품이 절반이나 되는 폭신한 카푸치노 한 잔을 들고 본섬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른다. 안녕, 부라노. 안녕, 베네치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베네치아의 축복 속에 헤엄치던 나는 어느새 피렌체Firenze 산타마리오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 한 마디로 두오모Duomo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두말 할 것 없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곱씹으면서. 찰나에도 시작과 끝은 있다. 조금씩 여행의 끝이 보인다. 동행의 마지막, 종착역은 로마 떼르미니. 악명 높은 떼르미니역 플랫폼에 내리는 순간부터 동행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돈다. 마지막 여행지니 모두들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게지. 주변을 살피고 짐 가방 단속도 단단히 한다. 이제 로마Rome의 법을 따를 시간이다. 이튿날 아침, 로마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날름날름 맛있게 먹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의 촬영지인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을 시작으로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판테온, 나보나 광장까지 세상 모든 길이 통한다는 로마의 중심을 통과한다. 촌스럽게 무슨 동전 던지기를 하냐고 피식 비웃었던 나는 어둔 밤 조명 밝힌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앞에서 슬그머니 동전을 꺼내들었고, 칠칠치 못하게 거리에서 무슨 젤라또를 날름거리냐고 흉봤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맛있다는 젤라또 가게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로마 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테베레강 건너 트라스테베레Trastevere 마을에 이르러서야 느긋한 한때를 보낸다. 중세로부터 이어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서민지구라고 했다. 꼭 유명한 집이 아니라도 동네 어귀 작은 카페며 레스토랑 어디엘 들어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커피와 피자를 맛볼 수 있는 마을이다. 웬만한 부침개보다 훨씬 큰 피자 한 판도 머릿수대로 주문하는 것을, 뜨거운 태양 아래 마시는 와인 또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들 틈에서 매끄러운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를 훅 들이킨다. 산타 마리아 인 트라스테베레 성당과 노천카페가 테두리를 만들고 있는 광장으로 포근한 햇살이 쏟아진다. 조바심쟁이가 모처럼 너그러워진다. 버스 차창 밖으로 나폴리 항을 곁눈질한 끝에 도착한 폼페이Pompeii에서는 그 폐허 위로 핀 들꽃처럼 가슴 뛰는 생명력을, 아말피 코스트Amalfi Coast를 신나게 달려 도착한 쏘렌토Sorrento에서는 나른해서 더 달콤한 지중해 마을의 여유로움을 삼킨다. 꿈은 아니겠지. 마지막은 아니겠지. 바티칸에서 뜻밖에도 새로이 선출된 교황님의 알현식을 마주하기도 했으니 이번 여행, 정말 제대로다. 떼르미니역에서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Leonardo Express 열차를 타고 도착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며 노트북 전원을 켠다. 사진 폴더 안에 새로이 추가된 이미지 파일만 3,000장. 힘들었던 기억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순간순간이 애틋하게만 기억되는 동행. 나는 지금 또다시, 더없이, 여행을 안달하고 있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SJR EUROPE www.sjreurope.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삽자루의 유럽 ‘동행’ 15박 16일 2013년 SJR EUROPE에서 제안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배낭여행. 파리에서 시작하여 로마에서 끝나는 15박 16일의 여행 프로그램으로 항공권은 개인의 기호와 예산에 맞게 선택, 자연스럽게 동행 일정 전후로 자신만의 여행 일정을 추가할 수 있다. 일정 내내 전문 지식 가이드 출신의 인솔자가 동행하여 주요 도시에서는 무료 가이드 투어를 제공하는 한편 여행자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여행 정보와 노하우는 물론 충분한 자유 일정을 지원한다. 함께하는 낭만과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동행의 가장 큰 매력. 몽생미셸과 옹플뢰르, 퓌센, 할슈타트, 체스키 등 자유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유럽의 소도시를 경유하는 것도 동행 상품의 차별화 포인트. 더욱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여행자를 위해 남부지중해 투어, 바티칸 투어 등 다양한 옵션 투어도 마련해 두었다. 유럽 여행이 처음인 여행자 또는 안전과 도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끼는 여행자에게 아주 적합한 상품이다.
  • 폭우에 서울 탄천주차장 아수라장

    22일 새벽부터 서울 지역에 많게는 14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상습 침수지역인 한강 이남지역 곳곳에서 주차장이 잠기고 일부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 도로는 한때 빗물이 발목 높이까지 차오르고 하수구 맨홀에서 빗물이 역류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출근시간대가 지난 오전 10시에도 강남역은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인파로 여전히 붐볐다. 강남역, 논현역, 서초역 등 강남권 도로는 지속적인 정체 현상을 보이면서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했다. 일부 도로가 침수된 사당역 인근도 폭우로 평소보다 정체가 심해지면서 버스에서 내린 환승객들이 시간에 쫓겨 전철역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모습이 계속해서 목격됐다.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와 사당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남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모(33)씨는 “평소 수원대 앞에서 사당역까지 출근시간대에 버스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길이 막혀 2시간 걸렸다”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빗줄기가 잦아들면서 도로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으나 강남 3구와 동작구 일대를 비롯해 영등포, 을지로, 돈암역 일대 등 서울시내 주요 지점의 여러 구간이 심한 정체를 빚었다. 아직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하천변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6시 50분 서울 구로구 구로동 도림천을 산책하던 이모(64.여)씨가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오전 6시30분께 대림역 인근 도림천 구간에서도 유모(59)씨가 고립돼 소방당국이 출동, 구조 후 귀가시켰다. 오전 6시 57분 관악구 신림동 신림3교 인근 도림천변을 산책하다가 폭우로 다리 밑에 고립된 구모(74·여)·엄모(43)·김모(43)·이모(45)씨 등 4명이 구조돼 무사히 귀가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144.5㎜가 쏟아진 송파구에서는 잠실종합운동장 방면 탄천주차장이 침수돼 차량 수십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소방당국은 인명피해가 없음을 확인하고 관할 자치구에 상황을 전달, 차량 인양 등 조처를 하도록 했다. 폭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잠수교는 서빙고동~반포동 양방향 차량·보행자 통행이 모두 통제됐다. 양재천로 영동1교~KT 앞, 증산철교 하부도로 북가좌동~성산동 구간도 양방향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청계천 보행자길 역시 청계광장부터 황학교까지 새벽부터 통행이 금지됐다. 서울종합방재센터에는 이날 오전 6시를 전후해서부터 10시 30분까지 한강 이남지역을 중심으로 70건이 넘는 배수 지원 신고가 접수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서울에는 송파구(144.5㎜), 강남구(141.5㎜), 동작구 사당동 국립서울현충원(134.5㎜) 등에 많은 비가 내렸다. 시간당 최대 강우량은 서초구(64.5㎜), 현충원(61.5㎜), 송파구(59.5㎜) 등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주통신] 2차대전 침몰선서 은괴 390억원 인양 성공

    [미주통신] 2차대전 침몰선서 은괴 390억원 인양 성공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보트(U-boat) 공격을 받고 침몰한 배에서 390억원 상당의 은괴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침몰선 탐사 전문 업체인 ‘오딧세이 머린 탐험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2월 대서양에서 독일의 잠수함 유보트의 공격으로 침몰한 ‘게얼소파’(SS Gairsoppa)를 탐사한 끝에 은괴 1,574개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은괴는 현재 가격으로 약 3500만 달러(392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이번에 발굴에 성공한 탐사선 관계자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70년 만에 성공했다”며 가슴 벅찬 소감을 전했다. 당시 이 침몰선에는 85명이 승선해 있었으나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한 한 명은 구명선을 타고 14일을 표류한 끝에 구조되었다고 언론은 전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간 탐사선은 지난해에도 80여 톤에 이르는 은괴를 인양한 데 이어 이번 발굴로 당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2,817개(25개 제외)의 은괴를 거의 모두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언론은 덧붙였다. 사진=발굴 인양에 성공한 은괴 (뉴욕데일리뉴스 캡처) 다니엘 김 미국 통신원 danielkim.ok@gmail.com
  • 수십년을 홀로 ‘노래’…세계서 가장 외로운 고래

    수십년을 홀로 ‘노래’…세계서 가장 외로운 고래

    넓고 깊은 태평양을 수십년 이상 홀로 외로이 헤엄치며 노래를 부르는 고래가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미국의 독립 해양 연구센터 우즈 홀이 일명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loneliest whale in the world)를 내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찾아 나설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다큐멘터리 팀과 함께 추적에 나설 예정인 이 고래는 지난 1989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북태평양의 미 해군 잠수함이 이 고래의 노래(주파수)를 탐지해 낸 것. 그러나 특이하게도 이 고래의 주파수는 52헤르츠로 17~18헤르츠를 사용하는 일반 고래들과 달라 가족이나 친구도 없이 홀로 망망대해를 헤엄쳤다. 이는 주파수로 소통하는 다른 고래들이 이 고래의 ‘말’을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고래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사람은 우즈 홀의 윌리암 와킨스 박사로 1989년 부터 동선을 쫓아다니며 노래를 녹음하는데는 성공했으나 실제로 고래를 목격하지는 못했다. 여러차례 논문을 발표해 외로운 고래의 존재를 알린 그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암으로 세상을 떴고 최근 그의 제자였던 메리-앤 다헤르 박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헤르 박사는 “이 고래가 긴수염고래인지 흰긴수염고래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면서 “현재 고래의 상태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수십 년 이상을 건강하게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고래는 수십년 이상을 홀로 헤엄치며 아무도 듣지 못하는 노래를 부른다” 면서 “정말 고래가 스스로 외롭다고 생각할 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자료사진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안면도 앞바다서 고교생 5명 실종

    안면도 앞바다서 고교생 5명 실종

    안면도의 사설 해병대 훈련 캠프에 참여했던 고등학생 5명이 실종돼 해경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18일 오후 5시 34분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해수욕장에 마련된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이병학(17)군 등 충남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실종됐다. 태안 해경 관계자는 “이날 오후 백사장해수욕장에서 학생 198명 중 80명이 보트 8대에 나눠 타고 훈련하던 중에 바다에서 보트를 기다리며 물놀이를 하던 학생 중 11명이 거센 물살과 파도에 휩쓸려 5명이 실종되고 6명이 구조됐다”면서 “당시 교관은 3명뿐이었다”고 말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서산 중앙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으나 교관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인솔 교사들도 해수욕장에서 100여m쯤 떨어진 휴게실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나자 태안 해경은 헬기 1대와 경비정 4척, 잠수요원 등을 동원해 백사장 앞바다를 수색하고 있으나 이날까지 실종자를 한 명도 찾지 못했다. 공주사대부고는 2학년 학생 198명을 데리고 17~19일 2박 3일 일정으로 이 캠프에 참가했다. 태안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창조경제의 첨병은 기업이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드릴십 분야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창조적 혁신과 과감한 도전을 통해 드릴십 시장을 개척해온 덕분이다. 삼성중공업은 반잠수식시추설비가 시추 설비의 표준으로 여겨지던 1990년대 중반에 기동성과 시추 능력을 동시에 갖춘 심해용 드릴십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 상선을 주로 건조해 온 국내 조선업계에서 드릴십과 같은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그야말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드릴십 9척을 약 49억 달러(5조 5811억원)에 수주하는 등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드릴십으로 채운 바 있다. 6월말 기준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40척 중 59척을 수주함으로써 시장점유율 42%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드릴십 수주 잔량만 20여척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의 활동 범위를 극지방까지 넓혔다. 극지용 드릴십은 얼음 덩어리들이 떠다니는 북극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세계 최초로 내빙 설계가 적용된 드릴십이다. 이 선박은 선체 두께가 무려 4㎝에 달하며, 기자재 보온처리를 통해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FPSO 역시 삼성중공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사례로 꼽힌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시공사, 사고 전날 배수펌프 철거…감리업체는 수위 위험경고 무시도”

    “시공사, 사고 전날 배수펌프 철거…감리업체는 수위 위험경고 무시도”

    “(실종자 명단에서) 오빠 이름을 보고 처음에는 믿지 않았어요. 돈을 벌면 어머니께 용돈도 보내드리고 조카들 학비도 보탰던 착한 오빠였는데….” 17일 오전 7시 52분쯤 서울 노량진 지하상수도관 수몰사고의 실종자 수색작업 현장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이명규(62)씨의 여동생 이모(55)씨는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눈시울부터 붉혔다. 수색 작업을 지켜보던 실종자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놓칠세라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있었다. 발견된 시신은 중국 국적의 근로자 박명춘(48)씨로 확인됐다. 오후 9시 40분쯤에는 중국 국적 이승철(54), 박웅길(55)씨 등 시신 2구가 추가로 발견돼 실종자 6명 중 3명의 시신을 찾았다. 이날 소방당국은 잠수 구조대 4개 조를 투입, 오전 6시 30분부터 실종자 수색을 시작했다. 한 시간여 만에 발견된 박씨의 시신은 수직 맨홀을 타고 내려가 수평으로 꺾이는 상수도관 입구 1m 이내에 있었다. 구조대는 맨홀 내 계단 위로 시신을 옮겨 지상으로 인양했고, 남편의 얼굴을 확인한 부인 이춘월(41)씨는 오열 끝에 실신했다. 수색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소방당국이 오전 11시부터 배수작업을 진행해 수심은 낮아졌지만 수직 맨홀 바닥에 쌓인 30~40㎝의 토사물이 변수였다. 구조대 투입은 오후 9시 10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구조대가 투입된 지 30여분 만인 9시 40분과 9시 48분에 잇따라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시신은 수평 갱도 입구에서 250m 지점에 2~3m 간격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실종자 가족 대표 정요수씨는 “불법 연장근무와 불법 하도급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공사와 감리사 측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실종자 가족에게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고의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철두철미하게 조사하고, 관행적인 모든 문제를 검토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겠다”며 사과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이날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 6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본격적인 경위 파악에 나섰다. 당시 주변에는 대피한 이원익(41)씨와 사망·실종 근로자 7명 외에도 9명의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근로자들을 모두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서 “사고 전날 비가 내려 감전이 우려돼 배수펌프를 철거한 것이 사고의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 전날인 14일에도 한강물이 유입돼 지하 공사장의 수위가 높아졌지만 철저한 안전점검 없이 공사가 강행됐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시공업체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감리업체에 “지하 공사장 수위가 3m까지 올랐다”고 알렸지만 평소처럼 근로자들을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리단장이 위험을 보고받고도 서울시에 전달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꽃멸치 뛰노는 ‘천년의 섬’ 제주 비양도

    제주를 방문할 때면 늘 가봐야겠다고 곱씹던 섬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앞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는 섬, 비양도입니다. 섬은 멀지 않습니다. 협재나 금능 해수욕장에서 손 뻗으면 닿을 거리입니다. 한데 섬에 오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 세 차례 오가는 도선은 바람 많은 날이면 결항되기 일쑤지요. 뭍의 사람들이 제주 한번 가기가 어디 쉬운가요. 어쩌다 제주를 찾더라도 날씨가 ‘비협조적’이면 비양도의 겉모습만 보다 돌아와야 합니다. 이런저런 불편을 감안하더라도 비양도는 한 번쯤 다녀올 만한 섬입니다. 크기도 작아 세 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지요.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제주 여행길에 비양도행 도선에 몸을 싣게 된다면 당신은 정말 ‘운수 좋은 날’ 만난 겁니다. 붉은 등대 너머 한라산이 이채롭다. 너른 치마 펼쳐 제주 전체를 감싼 듯하다. 한림항을 나선 도선에서 마주한 풍경이다. 이처럼 제주 밖에서 제주를 볼 때면 여기저기 바삐 제주를 돌아봐야 한다는 강박이 가슴에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비양도에 가까워질수록 바닷물은 연둣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 예쁜 바다에서 꽃멸치가 뛰어논다. 제주 사람들이 ‘꽃멜’이라 부르는 바로 그 녀석이다. 꽃멸치의 공식 이름은 샛줄멸이다. 몸통에 은백색 가로띠가 있어서다. 주민들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몸통 옆에 코발트빛 측선이 있어서 ‘꽃멸치’라 부른다는 거다. 이 측선은 보는 각도에 따라 보랏빛을 띠기도 한다. 사람이 정한 이름이 무엇이건 꽃멸치가 여느 멸치에 견줘 훨씬 화사한 외모를 가졌다는 건 분명하다. 꽃멸치는 출몰 양태가 빙어와 닮았다. 단지 들고 나는 계절이 다를 뿐이다. 빙어가 겨울철 아주 잠깐 제 몸맛을 일러주고 홀연히 사라지듯 꽃멸치도 6월 말께 비양도 연안에 나타나서는 8월 초순께 홀연히 사라진다. 맛 또한 이때가 최고다. 산란기에 접어들어 몸에 기름이 오르기 때문이다. 꽃멸치 포획은 지난 30년 동안 금지됐었다. 어족자원 보호와 해녀조업 안전사고 예방 등이 취지다. 그게 지난해 한시적으로 풀렸다. 영세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서다. 꽃멸치는 일반 멸치에 견줘 10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린다. 수요에 견줘 잡히는 양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이 ‘금’멸치가 알을 낳기 위해 비양도 연안으로 올라오는 여름철에만 허가받은 어민들에게 조업이 허용된다. 꽃멸치는 주로 ‘멜젓’ 담글 때 요긴하게 쓰인다. 회무침이나 조림, 국 등으로도 먹는다. 한 입 베어 물면 비릿한 향이 입 안에 파란을 일으킨다. 꽃멸치를 길러 낸 바다의 향이다. 꽃멸치로 배를 채웠다면 이제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차례다. 비양도는 해저 화산폭발로 형성된 섬이 아니다. 제주 본섬의 여러 오름들처럼 뭍에서 형성됐다. 그러다 수천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제주 본토와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 드문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돌아보는 재미가 각별하다. 무엇보다 ‘화산섬’ 제주의 본연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 좋다. 일주도로 길이는 채 3㎞가 못 된다.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돌아볼 수 있다. 비양도엔 화산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주도로 곳곳에 화산탄과 분석구, 화산송이 등이 널렸다. 섬 어디로 시선을 돌려도 검거나 붉은 암석들뿐이다. 그 화산쇄설물들을 뿜어낸 곳이 비양도 쌍분화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 가운데 분화구가 두 개인 곳은 비양도가 유일하다. 아울러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산활동 시기가 기록으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게 고려 목종 때인 1002년과 1007년이다. 2002년부터 비양도를 ‘천년의 섬’이라 부르고 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화산활동은 비양도에 여러 가지 독특한 풍경들을 선물로 남겼다. 대표적인 게 용암기종(천연기념물 제 439호)이다. 높이 3m짜리 ‘애기 업은 돌’(負兒石)을 중심으로 반경 20m 안에 형성된 현무암군을 일컫는다. ‘애기 업은 돌’은 현무암 굴뚝이라고 보면 알기 쉽다. 용암 내부의 가스와 수증기 등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형성된다. 이 돌을 처음 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앞에 가서 절을 해야 한다거나, 아기 갖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소원을 들어준다는 등의 전설도 전해 온다. 용암기종 인근의 펄랑못도 특이하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든 염습지다. 작은 섬의 습지치고는 제법 규모가 크다. 내친 걸음 비양봉(114m)까지는 다녀오시라. 그리 높지 않은 봉우리지만 사방에 거칠 게 없어 제법 장쾌한 풍경을 선사한다. 정상엔 낡은 등대가 서 있다. 원래 흰빛이었을 등대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빛깔도 거무튀튀하게 변했다. 오랜 세월 눈, 비 맞은 흔적이 켜켜이 쌓인 게다. 예서 맞는 풍경이 빼어나다. 에메랄드 물빛을 가진 협재 해수욕장이며, 한라산과 그 아래 늘어선 오름들이 절경을 펼쳐낸다. 비양봉까지는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 등산로에 뱀이 가끔 출몰하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보다 짜릿한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주목하는 게 좋겠다. 지난 14일 개관 1주년을 맞아 한결 진화된 체험 프로그램들을 선보였다. 퍼뜩 눈에 띄는 것은 씨워크(Sea-walk) 프로그램이다. 일반인이 전문 아쿠아리스트처럼 메인 수조 ‘제주의 바다’에 들어가 물고기들과 노니는 프로그램이다. 3680㎥ 크기의 거대한 수조에서 50여종 5000여 마리의 물고기들과 함께 유영을 한다는 건 정말 감동적인 경험이다. 수조 밖의 사람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서로 손을 흔들기도 하는데, 꼭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체험자와 강사는 1대1로 잠수 체험에 나선다. 잠수 관련 기본 교육은 입수 전 전담 강사에게 받는다. 산소통과 마스크, 다이빙복 등 전문 장비도 업체 측에서 제공한다. 체험은 교육을 포함해 2시간 정도 이뤄진다. 최대 8.5m까지 잠수할 수 있다. 그리 깊지 않은 곳에서 짧은 시간 이뤄지는 잠수 체험이어서 체력적인 부담은 크지 않다. 하지만 체험 뒤엔 반드시 안정을 취하는 게 좋다. 체험은 하루 네 차례 진행된다. 가격은 13만 9000원이다. ‘VIP 투어’도 마련됐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큰돌고래 등 해양동물들과 직접 교감할 수 있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이다. 먹이를 주거나 몸을 쓰다듬는 등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체험시간은 2시간이다. 오전 10시 10분, 낮 12시 25분, 오후 2시 25분과 4시 25분에 각각 진행된다. 참가비는 6만원이다. 두 체험 프로그램 모두 입장권이 포함된 가격이다. 홈페이지(www.aquaplaner.co.kr/jeju)와 전화(064-780-0900)로 예약해야 한다. 메인 수조에선 매일 네 차례 해녀 물질 공연이 열린다. 현역 해녀들이 출연해 해산물 채취 과정 등을 재연하며 제주 해녀의 삶과 애환을 그려 낸다. 한화 메디컬 센터도 문을 열었다. 해양동물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이다. 수의사와 어류질병관리사 등이 해양생물구조TFT팀과 함께 해양생물의 구조와 치료를 체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개관 1주년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동남아왕복항공권 등 푸짐한 경품을 준비했다. 글 사진 제주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가는 길:한림항에서 비양도까지 하루 세 차례 도선이 오간다. 오전 9시와 낮 12시, 오후 3시다. 비양도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도선은 비양도에 승객을 내려주고 곧바로 한림항으로 돌아온다. 선비는 어른 왕복 6000원이다. (064) 796-7522. 비양도 선착장 초입의 구멍가게에서 자전거를 빌려준다. 1시간 5000원. ▶맛집:비양도 호돌이식당의 보말죽이 유명하다. 다만 맛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주변 식당에서도 보말죽을 맛볼 수 있다. 꽃멸치 회무침은 2만원, 국은 7000원 정도 받는다. ▶잘 곳:섬 내 몇몇 집에서 민박을 운영한다. 3만~7만원까지 다양하다. 고순애 어촌계장 (064)796-0460.
  • 노량진 배수지 사고현장서 시신 1구 수습… “중국 국적 근로자”

    노량진 배수지 사고현장서 시신 1구 수습… “중국 국적 근로자”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시신 1구가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의 신원은 중국 국적의 근로자 박명춘(48)씨로 확인됐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발생 사흘째에 접어든 17일 소방당국은 오전 6시 30분부터 잠수 구조대 4개조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고, 7시 52분쯤 시신 1구를 발견해 수습 중이라고 밝혔다. 실종자 6명 가운데 시신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박씨의 시신은 사고현장 인근 보라매병원으로 옮겨졌고, 이를 확인한 한 여성 유가족이 실신해 같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시신은 수직 맨홀을 타고 내려가 수직으로 꺾이는 상수도관 입구 부근에서 발견됐고 구조대는 맨홀 내의 계단 위로 시신을 옮겨 정돈한 뒤 오전 9시 43분쯤 지상으로 인양했다. 현재 수몰현장은 밤샘 배수작업으로 수위가 4m 안팎까지 내려간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등 구조작업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펌프를 이용해 배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수위가 1m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오후 1시쯤부터 구조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근로자 1명 수몰 직전 탈출…“비상경보·인터폰 울리지 않아”

    “하루도 안 빠지고 나가던 사람이 어제는 며칠만 쉬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비가 많이 오는데 걱정이 된다면서….” 1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 사고 현장에서는 전날부터 밤을 지새운 실종자 6명의 가족 30여명이 하루 종일 구조 작업을 지켜봤다. 실종자 박명춘(49)씨의 부인 이춘월(46)씨는 “남편을 붙잡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며 흐느꼈다. 이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도 위험하다고 느꼈는데 현장을 관리하는 소장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가 있느냐”고 시공사 측을 거칠게 쏘아붙였다. 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넘었는데도 구조 작업에 진척이 없자 이를 지켜보던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갔다. 실종자 가족들은 사고 발생 직후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고 정확한 경위도 설명하지 않은 점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실종자 가족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어제 낮 12시쯤 남편과 통화할 때만 해도 점심 먹었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녁 뉴스를 보고서야 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실종된 임경섭(45)씨의 여동생 경자씨도 “회사 측의 무심한 태도 때문에 가족들은 두 번 상처를 입었다”고 울먹였다. 피해자 가족들은 대책협의회 등을 구성한 뒤 사고의 책임 소재를 밝히고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 중 한 남성은 “지난 일요일에도 실종된 임경섭씨가 공사장에 물이 찬다고 해 급히 회사로 간 적이 있었다”면서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했다. 수몰 현장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소방대원이 투입됐지만 배수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구조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후 4시 30분쯤 특수 구조요원 2명이 두 차례에 걸쳐 물 밑 상황을 살피기 위해 잠수했으나 장애물과 부유물이 많아 추가 투입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오후 11시에 이르러 수심이 15m 아래로 떨어졌지만 시야 확보가 어려워 잠수 수색 요원의 투입은 다음 날로 미뤄졌다. 한편 당초 사고 현장에 근로자 7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1명이 더 있었고 수몰 직전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가족들에 따르면 사고 당시 극적으로 현장을 벗어난 이원익(41)씨는 “물이 차오르니 빨리 나가자”는 동료의 말을 듣고 지상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무릎에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 이씨는 이날 밤 경찰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사고 당일 비상 경보나 인터폰은 울리지 않았으며 사고 이후에는 숙소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한강 수위 상승 예보에도 지하 48m 공사 강행하다 참변

    한강 수위 상승 예보에도 지하 48m 공사 강행하다 참변

    15일 서울 한강변 노량진 배수지에서 인부 1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된 사고는 장맛비에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서울에는 닷새째 쏟아진 장맛비와 한강 상류에서 강물이 유입되면서 오전부터 잠수교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등 비 피해 상황이 우려되는 수준이었다. 이날 사고는 한강물이 불어나면서 한강 둔치에 있던 상수도관 공사현장까지 물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했다. 사고가 난 동작구 본동 서울시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 작업 현장은 폭 12m, 깊이 48m의 원통형의 지하 공사장이다. 지하를 통해 다른 공사장까지 1.4㎞로 이어져 있는데 당시 원통형 지하 공사장 아래에서 일하던 인부 7명이 위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당시 원통형 공사장 최상부는 지상에서 1m가량 높았지만 한강 둔치까지 불어난 물이 이를 넘어 공사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숨진 조호용(60)씨는 물이 공사장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알고 48m 위의 지상으로 대피하려다 미처 오르기 전에 물이 차오르면서 물살에 휩쓸려 떠올랐고,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으나 결국 숨졌다. 조씨를 제외한 인부 6명은 지하 48m 아래 위치한 직경 2.2m의 터널 안에서 내부 레일을 철거하던 중에 실종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나자 소방당국은 소방인력 116명과 배수차 등 장비 10여대를 동원해 배수 작업을 하면서 특수 영상장치를 이용해 인부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폈으나 한강물이 계속 유입되는 데다 흙탕물이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와 관련, 서울시가 장맛비에 무리하게 한강 인근에서 공사를 강행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공사장 인부들은 이날 오전부터 한강 수위가 부쩍 오르는 상황에서도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무리한 공사에 따른 사고라는 것이다. 지하 작업장에는 비상 인터폰이 설치돼 언제든 작업을 중단하고 인부들을 철수시킬 수 있었지만 서울시와 하도급 업체는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위험 상황 발생 시 타고 올라오도록 수직으로 설치한 시설은 들이닥친 한강물에 무용지물이었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서울시가 설치한 차단막도 강물의 유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방관계자는 “실종자 6명은 터널 안에 잠겨 있는 것으로 보이며 물이 빠져야 구조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나와 사고경위를 파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연히 폭우가 내리면 안전을 지키고, 무리하게 작업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하도급 업체에서 공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마 시공사에서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해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용어 클릭] ■노량진 상수도관 이중화 부설공사 물이 새거나 단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올림픽대로를 따라 기존 상수도관에다 1개의 상수도관을 더 부설하는 공사다. 노량진 배수지에서 흑석동 한강현대아파트까지 1.4㎞ 구간에 걸쳐 진행될 이 공사는 2011년 9월 시작돼 2014년 4월 완공 예정이었다.
  • 이스라엘, 최근 시리아 비밀공습… 탈레반 세력은 시리아 반군 지원

    이스라엘이 최근 러시아가 시리아에 제공한 미사일을 겨냥해 시리아 북서부 해군 기지를 공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탈레반 세력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시리아 사태는 더욱 꼬일 전망이다. CNN 등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지난 5일 시리아 본토를 공격해 북서부 항구도시 라타키아 해군 무기고가 폭발했다고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시리아 영토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올 들어 네 번째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 군이 전투기를 이용, 시리아 정부군이 올 들어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은 신형 대함 순항미사일 ‘야혼트’ 50기를 겨냥해 공격한 것이라고 이들 관리는 주장했다. 반면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이스라엘의 돌핀급 잠수함이 사거리가 약 128㎞인 하푼 크루즈 미사일로 시리아 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라타키아 군 무기고를 노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미 CBS방송에 출연, “우리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밝히지는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테러단체들의 손에 위험한 무기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된다는 입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탈레반(TTP)이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가디언은 이날 “TTP가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사 수백명을 보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는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미 정부가 탈레반 등에 무기가 넘어가는 것을 꺼리는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향후 미 정부의 조치가 주목된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구조작업 더딘 진척…상당시간 더 소요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구조작업 더딘 진척…상당시간 더 소요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한강대교 남단 배수지 수몰 사고 구조작업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들이 수몰 사고를 당한지 이틀째인 16일 오전 현재 인명 구조작업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지지부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수관로에 쏟아져 들어온 강물 유입량이 엄청난 탓에 사고 현장 접근 조차 어렵다. 게다가 기상청에서 오늘 밤 서울·경기·강원 지역에 최고 15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해 수색작업이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되자 실종자 가족들과 구조대원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로 근로자 1명은 목숨을 잃었고 배수관로에서 실종된 6명은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의 구조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려면 잠수부를 투입해 수색해야 하지만 유입구와 터널 안이 물로 가득 차 구조 인력을 투입하기엔 위험이 따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은 지난 밤새 수중펌프 총 6대를 동원해 배수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팔당댐에서 방류한 강물 유입량이 워낙 많은 탓에 수위를 거의 낮추지 못했다. 강물 유입을 막는 역할을 하는 맨홀 유입구가 뚫려 물이 계속 들어차면서 배수량이 유입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맨홀 유입구를 막는 작업을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일단 유입을 막은 다음 배수 작업을 해야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작업이 끝나면 수중펌프 16대를 동원해 배수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잠수부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물이 빠지려면 10∼12시간 가량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잠수부 투입은 앞으로 11시간, 사고 발생 이후 26시간이 지나고서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앞으로 비가 더 올 경우 작업 진척 속도가 늦춰질 수도 있어 당국과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중국의 해양 전략 주시할 때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중국의 해양 전략 주시할 때다/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향후 세계 질서는 미국과 중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학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후진타오 전 주석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미국에 중국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시키는 모습이었다. 시진핑의 중국은 더 강대해지는 중국,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중국이 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는 일에 과거보다 훨씬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강대국 중국을 건설해야 하는 노정에 북한이 설쳐대며 동북아 안정을 흔드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여건을 보면 중국은 북한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지만 북한의 행동이 중국의 국익 전개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은하 3호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자, 미국은 조지 워싱턴 핵항공모함을 서해로 보내 북한을 압박했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을 보내게 되면 항공모함과 F18 같은 함재기들만 출동하는 것이 아니고 해상에는 이지스함 등의 수상함, 해저에는 핵잠수함, 공중에는 전자정찰기와 대잠 초계기 등 거의 모든 항공력과 해군력이 따라 붙는다. 중국은 북한의 행동 때문에 중국 동해안과 중국 앞바다가 미국의 군사작전과 정찰에 노출되는 것에 히스테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동해안은 중국의 경제와 중요한 공업시설 등이 밀집된 곳이다. 그야말로 중국의 국력이 집중된 곳이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미국이 개입하는 것에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차기 목표는 미국이 중국 동부로부터 2000㎞ 이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고,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손아귀에 넣는 것이다. 이미 그 목표를 향해 랴오닝 항공모함을 취역시켰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국의 이런 해양전략은 갑자기 마련된 것이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되어 남중국해의 지배권을 획득하기 위해 공군력과 해군력을 꾸준히 증강시켜 왔다. 1970년대는 지금처럼 경제력이 강한 중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동중국해는 물론 저멀리 남중국해에 해·공군력을 투입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력 신장과 함께 엄청난 국방예산을 첨단 수상함, 잠수함, 전투기 획득에 투입하여 이제는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태평양 군사력과 일본의 해·공군력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해양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강될 것이다. 이에 맞서 일본은 미·일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일본의 전통적인 잠수함 전력체계인 16척 체제를 22척 체제로 만들어 중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의 잠수함들은 이미 스텔스 잠수함으로 변환되고 있다. 중국의 수상함정이나 잠수함들이 추적하려고 해도 음파를 흡수하는 흡음 타일들이 잠수함 외부 전체를 뒤덮고 있어 여의치 않다. 이런 동북아 정세 변환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선택과 집중의 국방력 개선사업에 나서야 한다. 군사력에서 앞선 중국과 일본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은 잠수함 전력의 증강과 미사일 전력에 가장 우선점을 두는 것이다. 이 전략은 북한에 대응하는 데도 유효하다. 두 번째로는 외교역량 강화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군사력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는 없다. 한국이 한반도 주변국가들인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과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라는 큰 담론을 바탕으로 주도적인 소통의 메커니즘을 다져 나간다면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으로 볼 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갖는 게 중요하다. 한국전쟁이 종료된 지 60년이 지나면서 한국도 그렇지만 중국도 그때와는 전혀 다른 국가의 모습으로 등장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60년은 한국이 중심국가가 되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창출하는 꿈을 실현해 나가야 하겠다.
  • 中 북해함대 잠수함 우리 해군에 첫 공개

    한국과 중국 해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 통제 대책을 협의한다. 또한 중국은 우리 해군에 처음으로 북해함대 잠수함을 공개한다. 해군은 9일 최윤희 참모총장이 이날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관과 만나 군사교류 협력 증진을 논의하고 칭다오(靑島)의 북해함대사령부를 찾는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우 사령관에게 NLL 일대에서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이 남북의 우발적 해상 충돌을 가져올 위험성을 강조하고 중국 어선의 조업을 통제해 주길 당부할 계획이다. 최 총장은 12일 북해함대사령부를 방문, 톈중(田中) 사령관과 ‘핫라인 실무회의’ 활성화를 비롯해 우리 2함대와 북해함대의 교류 증진 방안을 협의한다. 중국 측은 최 총장에게 1700t급 디젤잠수함과 호위함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정승조 합참의장의 방중과 맞물려 긴밀해진 두 나라의 군사 협력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3대 해군함대 중 가장 늦은 1960년에 창설된 북해함대는 랴오닝성 압록강 하구에서 산둥반도 남부 해상을 책임진다. 4500∼6500t급 핵잠수함 5척과 1500∼3000t급 디젤잠수함 24척을 운용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6만 5000t급)이 배치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울림’ 생생한 집에서, 자연의 품에서 즐기는 음악회에 초대합니다

    ‘울림’ 생생한 집에서, 자연의 품에서 즐기는 음악회에 초대합니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진동으로, 자연의 넉넉한 품속에서, 음악의 결이 더 깊어지는 축제가 있다. 전국 65개 공연을 단 하루, 같은 시간에 퍼뜨리는 ‘2013:원데이 페스티벌’(12일)과 올해 10돌을 맞으며 아시아 최고의 클래식 음악제로 자리 잡은 ‘대관령국제음악제’(14일~8월 6일)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없애는 혁명을 일으킨 박창수 더하우스콘서트 대표와 3년째 대관령음악제를 이끌며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데려온 정명화·경화 자매. 두 축제의 예술감독인 이들이 “놓치지 말라”고 귀띔한 공연들을 꼽아봤다. 2007년 여름. 25평짜리 박창수 감독의 집에 164명이 들어찼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연주를 보러온 관객들이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끼어 앉은 사람들 때문에 에어컨도 있으나마나. 관객들은 연주자들의 땀방울이 마구 튄 방바닥을 손수건으로 훔쳐 가며 음악을 들었다. 이렇게 연주자 코앞에서 바닥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는 공연. 박 감독이 11년째 퍼뜨리고 있는 하우스콘서트다. “연주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당혹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관객들은 평생 못 잊을 경험이죠.” 하우스콘서트는 가정집, 한옥, 학교, 병원, 성당, 보육원, 잠수함 부대, 절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 관객과 연주자를 마주 보게 한다. 낮은 숨결까지 들릴 만큼. 무엇보다 예술가의 집을 둘러보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리코디스트 염은초가 경기 용인 자택으로, 1세대 전위예술가 무세중이 경기 고양의 비닐하우스 자택 마당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은초는 일반 가정집을 공연장으로 공모한다니까 ‘우리집에서 해도 되냐’고 먼저 손을 들었어요. 카리스마 있는 무세중 선생님은 이번 축제를 축원하는 굿 형식의 퍼포먼스를 젊은 작곡가들과 함께 보여주실 거예요.” 억대의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만 쳐오던 피아니스트 정재원은 전북 정읍의 70대 노부부(정애자씨)의 집에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친다. “‘그 댁 할아버지가 배우시는 피아노로 연주하면 그분들이 더 기뻐하실 것 같다’며 악조건 속에서 한번 해보라고 시험해 봤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대요.”(웃음)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김예지는 스승 이민정 단국대 교수와 피아노 한 대를 놓고 함께 연주한다. 박 감독은 “점자 악보로 연습한 걸 다 외워서 치는 것도 경이로운데 음악적 재능도 뛰어난 친구”라고 소개했다. 서울 도심에선 성악가 80명이 플래시몹으로 시민들을 놀라게 할 작정이다. 전남 목포 출신 포르테 브라스 퀸텟은 경북 구미로 공연 출장을 간다. 전라도 연주자와 경상도 관객의 만남이다. (010)2223-7061. 대관령음악제는 흰 자작나무의 서정, 영롱한 오로라 빛이 감도는 북유럽 음악으로 빠져든다. ‘오로라의 노래’라는 주제답게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5개국 출신 음악가의 곡들이 대관령의 밤을 수놓는다. 정경화 감독은 “특히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에서 우상처럼 모시는 작곡가”라며 “차갑지만 속정이 깊은 북유럽의 국민 정서를 음악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사샤 마킬라가 이끄는 악단 생미셸스트링스(1903년 창단)가 오는 25일 그리그의 ‘홀베르그 모음곡’으로 저명 연주가 시리즈의 문을 연다. 다비드 게링가스(리투아니아)와 게리 호프먼(미국), 지안 왕(중국). 첼로의 세 거장들이 총출동하는 공연은 눈독 들일 만하다. 두 감독이 “3년 전부터 섭외에 공들였다”고 입을 모은 뮤지션들이다. 이들은 31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5·6번’을 차례로 들려준다. 정명화 감독은 같은 날 열리는 동생 정경화 감독의 바이올린 리사이틀도 적극 추천했다. 그는 “경화가 7년 만에 갖는 리사이틀이라 나도 기대가 매우 크다”며 “특히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동생이 국내에서 처음 연주하는 곡이니 놓치지 말라”고 귀띔했다. 이번 음악제를 위해 만들어진 위촉곡도 있다. 8월 3일 올려지는 작곡가 이영조의 ‘첼로와 대금과 타악기를 위한 모리’. 아프리카 타악기 봉고와 첼로, 대금이 어우러지는 동서양 음악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 1577-5266.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전협정 60년] (4) 남북 군사 대치 (하) 北의 협정 위반과 일촉즉발 위기

    [정전협정 60년] (4) 남북 군사 대치 (하) 北의 협정 위반과 일촉즉발 위기

    북한은 지난 60년 동안 끊임없이 무력 도발을 시도했다. 정전협정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무력 도발 빈도는 줄어든 반면 수위는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력 도발 방식 역시 다양화,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부터 1994년 4월 말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는 무려 42만 5271건에 이른다. 특히 지금까지 무력을 동원해 우리 영토와 국민들을 직접 위협한 행위는 간첩 남파 등의 침투 도발이 1959건, 연평도 포격과 같은 국지 도발이 994건이다. 60년 동안 해마다 평균 49건, 일주일에 1건씩 발생했다는 얘기다. 유엔군사령부가 1994년 5월부터 위반 사례를 집계하지 않아 더 이상의 자료는 없지만 북한의 도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도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은 1968년 ‘1·21사태’ 또는 ‘김신조 사건’이다. 북한 무장 대원들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서울에 침투했다가 발각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1980년대까지는 이렇듯 무장간첩 등의 테러 도발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1974년 8월 15일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저격 기도, 1976년 8월 18일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 폭탄 테러, 1987년 11월 28일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1974년, 1975년, 1978년, 1989년에는 북한의 남침용 땅굴도 발견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정전협정 무력화 시도가 두드러졌다. 북한은 1991년 3월 군사정전위원회의 유엔군 수석대표에 우리 군 장성이 임명되자 불참을 선언했으며 1994년 4월에는 아예 군정위에서 철수했다. 이듬해인 1995년 9월에는 북한이 중립국감독위원회마저 봉쇄했다. 군정위와 중감위의 설치 근거인 정전협정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북한은 이어 1996년 4월 정전협정 의무 이행 포기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도 한·미 군사훈련 등을 구실 삼아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또 북한의 해상 침투가 두드러졌다. 1996년 9월 ‘강릉 잠수함 사건’이 발생해 무장 공비 13명이 사살되고 11명은 자폭했다. 1998년 6월과 12월에도 각각 강원 속초와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북한 잠수정이 발각됐다. 2000년대부터는 남북 간 실제 전투가 벌어지는 등 도발 수위가 이전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 1999년 6월과 2002년 6월에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의 북방한계선(NLL) 무단 침입을 계기로 제1, 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다. 이 중 2차 연평해전 때는 우리 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당했다. 2009년 11월에는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대청해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2010년 3월 26일에는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해 우리 초계함이 격침당해 해군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는 ‘천안함 폭침 사건’까지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연평도에 100여발의 포탄을 발사했으며, 이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대규모 군사 공격으로 기록됐다. 북한은 또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전면에 내세워 국제사회를 압박하는 공세도 펴고 있다.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북한은 2006년 10월과 2009년 5월, 지난 2월 등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강행했다. 아울러 북한은 1998년 8월 사정거리 2000㎞급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시험 발사한 이후 지속적으로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리고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화됐기 때문에 북한이 레토릭(정치적 수사) 차원의 비난 수위를 높일지는 몰라도 이를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면서 “다만 우리가 방심할 경우 이를 명분 삼아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이 있고, 그 위험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 관계가 악화될 경우 NLL을 중심으로 한 무력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북·미 관계가 나빠진다면 핵실험 등 대량살상무기를 활용한 위협이 반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미·중 북핵 위협 공감 속 해법엔 차이… 남북대화 시간 걸릴 듯

    한·미·중 북핵 위협 공감 속 해법엔 차이… 남북대화 시간 걸릴 듯

    한·미(5월 7일), 미·중(6월 7일)에 이어 한·중(6월 27일) 정상회담까지 3국 정상의 연쇄 접촉을 통해 북핵 공조가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성명에 ‘북핵 불용’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두 정상이 역내 안보의 최대 위협이 북핵이라는 점을 명확히 공감한 만큼 한·미·중 3국의 북핵 출구 찾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본게임의 막이 오른 셈이다. 한·미·중이 양자 대화를 통해 북핵 저지를 동일한 안보 목표로 공유했고, 일본과 러시아도 동조하고 있어 북핵 구도는 5자와 북한이 대립하는 전선으로 분명해졌다. 그럼에도 각론 격인 해법에서는 한·미와 북·중 간에 미묘한 차이가 엿보인다. 특히 중국이 우리 정부의 요구에도 ‘북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이 주장해 온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고수한 건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중국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외교가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주류적 시각은 여전히 북한이 미·중 경쟁 속에서 전략적으로 유효한 완충지대라는 점이다. 중국이 비핵화 이행 주체를 명확하게 북한이라고 지목하지 않고, 핵무기 개발 관련국을 의미하는 ‘유관 핵무기’로 공동성명에서 지칭한 건 북핵뿐 아니라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상황을 염두에 둔 표현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문턱인 한반도에 미국의 핵전력이 상시적으로 전개되는 걸 큰 안보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 개념에는 한·미 군사훈련에 활용되는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도 문제가 된다는 의중이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공동성명에서 다자 대화의 틀인 6자회담 조속 재개에 방점을 둔 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조건으로 걸고 있는 한·미와 조율해야 할 부분이다. 한·중 정상회담이 끝난 만큼 남북 대화의 재개 여부도 관심이다. 시 주석이 공동 기자회견에서 ‘남북의 대화와 신뢰에 기반을 둔 관계 개선’을 언급한 건 남북 모두의 등을 떠민 모양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좀 더 유연한 태도로 남북 대화에 관심을 나타내고, 북한이 공동 기념행사를 제안했던 7·4 남북공동성명 등 낮은 수위의 대화 카드를 통해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회담도 방편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대화 국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남북당국회담이 ‘격’ 문제로 무산된 데 이어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와 북한의 거센 반발 등으로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우리 정부도 당장 수정 제안 등을 통한 대화 재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돌고래의 ‘쇼생크 탈출’

    돌고래의 ‘쇼생크 탈출’

    다음달 방류될 예정이었던 남방큰돌고래 3마리 중 1마리가 스스로 가두리 양식장을 나와 바다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바다로 빠져나간 남방큰돌고래는 불법 포획돼 제주에서 돌고래쇼에 동원됐던 ‘D-38’로 나머지 남방큰돌고래 2마리는 가두리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와 ‘동물자유연대’ 등에 따르면 ‘D-38’은 지난 22일 오전 11시쯤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 임시 가두리의 그물을 빠져나와 성산항 인근을 벗어났다. ‘D-38’은 22일 오전 8시쯤 사육사가 돌고래들에게 먹이를 줄 당시만 하더라도 가두리 내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나 연구원들에 의한 행동관찰 도중 오전 11시쯤 ‘D-38’이 가두리 밖에서 해초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목격돼 가두리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 파악에 나선 연구원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 확인 점검을 한 결과 가두리 그물망 밑부분에 30㎝ 가량의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하고 돌고래가 그 구멍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4호 태풍 ‘리피’의 간접 영향을 받았던 제주는 20일 제주 남쪽 먼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질 만큼 파도가 거셌다. 연구원들은 파도와 심한 너울이 일면서 가두리 양식장을 감싸고 있는 그물 밑부분이 바다 속 바위에 계속 걸리면서 일부가 찢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방류 훈련 관계자들은 “전문 잠수부를 투입해 2~3일에 한번씩 바다 속으로 들어가 그물망 점검을 했으나 풍랑주의보로 인해 잠수안전수칙상 안전점검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D-38’의 가두리 이탈 직후 사육사를 비롯한 잠수부들은 남은 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의 이탈을 막기 위해 탈출구 반대쪽으로 돌고래들을 유인, 뚫린 그물망을 수리해 더 이상의 이탈을 막았다. ‘D-38’은 가두리를 빠져나간 이후에도 3~4시간 동안 가두리 근처에 머물며 유영했으며 전문가 5~6명이 돌고래를 가두리로 다시 유인했으나 더 이상 가두리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다. 이윽고 ‘D-38’은 가두리에서 점점 멀리 나가다 성산항을 빠져나갔다. 연구원들은 ‘D-38’이 3마리 개체 중에서 가장 호기심이 많은 개체로 항상 새로운 대상에 먼저 접근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놀이 행동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가장 먼저 시도하는 개체였다고 설명했다. ‘제돌이 방류를 위한 시민위원회’와 ‘동물자유연대’는 23일 돌고래가 가장 많이 출현하는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종달리 등을 중심으로 선박을 이용해 ‘D-38’의 행방을 찾던 중 20~30마리의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발견하고 ‘D-38’이 야생 무리에 합류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돌고래 방류를 책임지고 있는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D-38이 이탈 초기에 사육사의 유도 신호에도 반응하지 않고 성산항 밖으로 빠져나간 것을 보면 야생성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D-38이 무리에 합류한 것이 확인돼 먹이잡이 활동 및 놀이 행동이 원활한 경우, 야생에 적응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또 어민이나 관광객들이 돌고래를 만났을 경우 돌고래가 가까이 와 먹이를 달라고 해도 절대로 먹이를 주지 말고 한 개체 또는 돌고래 무리가 보이면 즉시 제보(김병엽 교수 010-3696-4277)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시민위원회 측은 제돌이와 춘삼이 등 2마리를 이른 시일 안에 제주시 김녕리에 위치한 가두리로 옮겨 다음달 중 방류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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