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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상과 전망21세기 미술] (13)’부재의 미학’이 던지는

    새로운 세기를 불과 한 달 여 앞두고 모두들 기대에 들떠 있다.이러한 모습의 저변에는 아마도 20세기의 어두운 사건과 참혹했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가 깔려 있을 것이다. 20세기는 일견 눈부신 경제적 발전과 삶의 풍요로움,평안함의 극치를 이루는 각종 도구들로 인해 마치 우리가 영화나 공상소설에서 보고 읽던 파라다이스가 지구상에 도래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20세기가 이렇듯 행복하고 안온한 삶만으로 이어져 온 것은아니다.20세기는 분쟁과 전쟁,테러 등으로 인해 우리 주변의 많은 삶들을 잃어야 했던 시기였다. 우리 민족도 예외는 아니다.일제의 압제는 참혹하고 비참한 삶을 강요했고,일군의 한국인은 유민이 되어 아직도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지역을 맴돌고 있다.또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기록되는 6.25전쟁은 우리에게 뼈아픈 기억과 회한을 남겨주었고,아직도 우리는 분단의 현실을 감내해야만 한다.내년이 새로운 세기로 향하는 원년이라고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서는 6.25전쟁 발발 50주년이라는 결코 가벼울 수 없는 무게를 지닌 해 이기도 하다. 20세기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련의 갈등과 참화의 현장은 세계도처에 존재한다.체첸과 러시아간의 분쟁과 코소보 사태,세르비아의 분쟁,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 헤이드,캄보디아 내전과 킬링필드,1,2차 세계대전,베트남전쟁, 유대인에 대한 학살 등 기억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많은 분쟁과 죽음의제단이 인간의 손에 의해 쌓아 올려졌다. 이러한 분쟁과 죽음,반목과 살육이 새로운 시대에는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될 것이다. 새로운 시대,평화로운 삶의 환경으로서 지구촌을 위한 전시가 마련된다.2000년, 2차 세계대전의 발원지이자 최대의 희생국이기도 한 독일을 출발하여 이스라엘과 한국,일본,그리고 미국을 2003년까지 순회할 이 전시는 바로 ‘부재의 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마련된다.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으로 인해 처절하게 피폐해 버린 인간의 심성을 담아낼 이 전시는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참혹한 전장의 현장,살육의 현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전시의 키워드는 ‘부재의 미학’이라는 용어에 숨어 있다. 전쟁의잔혹함을 직접적으로 고발하고 상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학살로 이 땅에서 사라져 간 사람들의 ‘비어있음’‘사라짐’이라는 은유를 통해,‘없음’을 통해 그 흔적을 마음속 깊이 추적해 봄으로서 직접적인 묘사와는 또 다른 무게로 보는 이의 폐부를 찌를 것이다.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가 버린 존엄한 사람들의 흔적들을 통해 우리는 전쟁과 살육의 야욕 앞에서 드러나는인간의 야수성과 잔혹성을 확인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미술의 또다른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만 달려가고 있지만 지구촌 다른 곳에서는 앞날의 행복을 구현하기 위해 과거를 되돌아 보고 있다는 점을 새 천년을 한 달여 남겨 놓은지금에라도 되새겨 보아야 하지않을까. [정준모 큐레이터·미술평론가]
  • 치안본부 대공분실이란

    치안본부(경찰청의 전신) 대공분실은 군사독재시대의 전위부대였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과 서대문구 홍제동에 각각 위치한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게는 ‘저승사자’였다.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이 터진 남영동분실은 남파간첩 등 간첩사범을 주로 다뤘다.홍제동분실은보다 덜 조직적인 좌익사범을 잡아 들였다.김근태(金槿泰)씨도 남영동에서이근안(李根安)전 경감에게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 그러나 박군과 김씨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대공분실은 ‘옥석’을 가리지않고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을 경쟁적으로 검거해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냈다.본연의 임무인 대공수사를 떠나 반독재투쟁에 나섰던 인사들을 국보법이라는 그물에 얽어매는 일에 더 매달렸다. 박군 사건 당시 남영동분실에서 근무한 한 전직 경찰관은 “한번 들어오면혐의가 없어도 똥물을 토할 때까지 고문한다”고 실토했다.“그래야 아는 사실을 모두 말할 뿐아니라 분실에 왔었다는 사실을 발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공분실은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와 함께 체제유지의 양축 역할을 했다.전체 국보법 위반사범의 3분의 2를 대공분실에서 처리했다. 치안본부 대공분실은 현재는 경찰청 보안국 보안분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남영동분실은 보안국 보안3과,홍제동분실은 보안국 보안4과 소속이다.서울지방경찰청도 장안동과 옥인동에 비슷한 성격의 대공분실을 운영하고 있다. 각 지방청에도 1개 이상의 대공분실이 있다.직제 이외의 모든 것은 철저하게베일에 가려져 있다. 노주석기자 joo@
  • [사설] 이근안 배후와 고문시효

    검찰이 ‘고문기술자’ 이근안(李根安·61)전 경감에게 고문을 지시한 ‘배후인물’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검찰은 85년 민주청년연합 김근태(金槿泰·현 국민회의부총재)의장 고문사건과 86년 ‘반제동맹’ 고문사건 진상 규명을 위해 당시 치안본부 대공분실 간부들을 불러 이씨의 고문에 안기부나 경찰의 윗선이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조사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근안 배후’에 대한 검찰의 본격 수사는 몇 가지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끈다. 첫째는 고문행위의 비인도성과 반인륜성이다.고문기술자 이씨가 김의장에게 가했던 그 잔혹 무비한 고문 사실은 이미 보도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그러나 며칠 전 어느 텔레비전에 나온 ‘자수 간첩’ 함주명(咸柱明·68)씨의 경우는 이 나라에서 다시는 고문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국민적 각성을 새롭게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지난 8·15특사로 풀려난 함씨는 거의 폐인이 돼 있었다.오랜 수감생활 때문이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이씨가 가한 고문의 후유증 때문이라고 했다.극심한 고문으로 폐인이 된 사람이 어찌 함씨뿐이겠는가.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자살을 한 경우도 있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이씨가 어떤 배경을 믿고 공안사범 수사에서 ‘저승사자’로 악명을 날릴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이씨는 ‘고문기술’을 통해 많은 표창을 받고 승진을 거듭했다.배후에 고문을 부추긴 세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군사독재 시절 이씨가 맡았던 굵직굵직한 공안사건들은 번번이 위기에 몰린 정권의 국면 전환에 이용됐기 때문이다.이씨가 10년 넘게 잠적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같은 배후세력과 관련이있을 수 있다.검찰은 이씨에게 고문을 지시한 세력과 그의 잠적을 도와준 사람들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고문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문제다.검찰은 이씨의고문 행위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진상규명’ 차원에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그러나 그같은 발상에는 문제가 있다.함씨를 불법감금하고 고문한 혐의로 이씨를 고발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을 비롯해 인권단체들과 일부 법학자들은 “고문 등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관습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헌법 제6조 1항은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문에 관한 한 국제관습법에 따라 시효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 고문자를 처벌하지 않고 어떻게 고문을 근절시킬 수 있겠는가.
  • 이와이감독 대표작 ‘러브레터’ 20일 개봉

    이와이 순지(岩井俊二·36).일본 신세대 영화팬들의 우상인 이 젊은 감독의 이름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월의 이야기’로 한국관객과 처음 만났지만 그의 ‘러브 레터’‘스왈로 테일 버터플라이’ 같은 작품은 이미 시네마테크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국내에서 유일하게 팬클럽이 만들어져 있기도 한 이와이 감독의 대표작 ‘러브 레터’가20일 정식으로 개봉된다. ‘러브 레터’는 그동안 ‘불법비디오’를 통해 많은 한국관객들을 거느려왔다.영화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이와이 감독조차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비디오로 봐버려 걱정이지만 스크린 화면은 비디오와는 또 다른 감흥을 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러브 레터’의 영화적 매력은 무엇일까.그것은 무엇보다 순정만화적인 감수성의 극치를 보여주는 주인공의 한없이 맑고 투명한 사랑이다.운명은 잔혹하고 사랑은 무기력한 것.주인공의애틋한 사랑은 우연이란 이름의 운명에 희생되지만,영화는 그 우연속에 비껴가는 사랑을 더없이 아름답게 그린다. 여주인공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2년전에 등반사고로 죽은 연인 이츠키에게 편지를 띄운다.며칠 뒤 놀랍게도 이츠키의 답장이 날아온다.몇차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히로코는 편지를 보낸 이가 죽은 연인과 이름이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그리고 영화는 그들의 편지를 따라 기억 속의 과거로 들어간다.‘러브 레터’는 젊은층의 감성에 달라붙는 발랄한 상상력과 명상적이고 시적인 화면,죽음마저 매혹적인 것으로 만드는 서정적인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만만찮은 정서적 감응력을 이끌어낸다. 최근 개봉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는 30대 이상 관객이 60%에 이르는 등 중년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이에 비해 ‘러브 레터’는 신인류 영화의 상징으로 통할 만큼 젊은 감각의 영화다.국내 일본영화붐의 핵으로 떠오른 ‘러브 레터’가 한국의 젊은 관객층을 얼마나 공략할지관심을 모은다. [김종면기자]
  • ‘텔미 썸딩’내일 개봉

    도심의 한 할인매장 엘리베이터 안.사람들이 한 순간에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든다.검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무언가가 터지면서 바닥에는 피가 흥건히 괴고 잘려진 몸체는 제멋대로 나뒹군다.이어 엽기적인 토막살인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하지만 사건을 맡은 조형사(한석규)는 희생자들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다.이야기의 전기를 마련하는 주인공은 박물관 유물복원실에서일하는 조형사의 애인 수연(심은하).그는 공교롭게도 세 사람의 희생자 모두의 연인이었음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열쇠로 떠오른다.조형사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수연의 닫혀진 마음을 조금씩 열어나간다.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수연은 결국 조형사를 따돌린 채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장윤현 감독(33)이 2년만에 내놓은 ‘텔 미 썸딩’(13일 개봉)은 선혈낭자,사지절단 등 섬뜩한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른바 하드고어(hard-gore) 스릴러다.감성 멜로영화 ‘접속’으로 주가를 올린 장감독으로서는 일종의 장르적 모험을 감행한 셈이다.국내에서 스릴러는 아직 비주류장르.뿐만 아니라잔혹하기 짝이 없는 하드고어 영상에는 여전히 정서적 거부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텔 미…’는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처럼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그러나 ‘텔 미…’는 이들 두 영화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세븐’이 ‘7대죄악 게임’을 통해 악에 물든 현대사회의 병리적 징후를고발한 영화라면,‘양들의 침묵’은 페미니즘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다.이에비해 ‘텔 미…’에는 분명한 영화적 지향점이나 메시지가 없다.뚜렷한 이유나 동기 없이 살인행각을 일삼는 그야말로 ‘묻지마 영화’다.관객은 도무지 동이 닿지 않는 이야기에 대리만족이나 해야 할 판이다.이 영화가 당초에의도한대로 관계 단절속에 사는 현대인의 심리적 공황을 그려내기 위해서는보다 촘촘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다. ‘텔 미…’는 전통 추리소설에서처럼 사건을 정돈하고 배열하는 대신 관객을 미궁속으로 빠뜨린다.그러나 ‘텔 미…’가 깔아놓은 핏빛 미로는 정교하지 못하고 비약이 심해 독해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준다.‘텔 미…’가 벌이는지적게임은 논리가 궁하다.내면의 꿈틀거림이 드러나지 않는 주인공의 평면적인 연기 또한 스릴러의 긴박감을 해친다.비극의 중심에서 불과 얼음의이미지를 함께 보여줘야할 심은하는 새치름한 무표정 연기로 일관한다.또 한석규의 변함없이 낮은 톤의 목소리 연기는 강력계 형사 보다는 차라리 백면서생이 더 어울린다. 영화가 반드시 수신교과서일 필요는 없다.‘텔 미…’는 세상을 향해 어줍잖은 설교를 퍼붓거나 도식적인 권선징악을 내세우지 않는다.영화 제목대로‘뭔가 말해주길’ 기대하지만 사건의 핵심인 수연은 끝내 정체를 드러내지않는다.크레딧 타이틀이 오르고나서야 비로소 범인에 대한 추리는 끝난다.‘텔 미…’에서는 악이 선을 이기고 어둠이 빛을 덮는다.감독이 추구하는 폭력의 미학 혹은 잔혹함의 미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김종면기자 jm
  • [외언내언] 어린이 명예경찰

    지난 여름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항암치료를 받은 어린이가 한달 만에 등교하자 그 반의 학생과 교사가 삭발을 하고 친구를 맞이한 미담기사를 싣고 있다.머리카락 없이 학교에 오는 친구의 소외감을 헤아려 작은 이질감도 주지 않으려는 섬세한 배려다.더구나 누군가를 따돌리려는 기색을 보이면 따돌림시킨 사람을 도리어 인간취급하지 않는 기류가 교내전체에 팽팽하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미국이 강대국일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잠재력은 인간을 생각하는 선의와 인간적 품위,남다른 애정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이유없이 남에게 미움을 받고 따돌림을 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낭패스러운 일인가.따돌림 받을 만한 확실한 근거라도 있다면 자신의 단점을 자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사회에 도사린 따돌림 현상은 상대방을 덮어놓고 짓밟고 알아주지 않으려는 억지춘향이만연해 있다.특정의 한 사람을 ‘바보’로 몰아붙이면 주변이 너도나도 동조해 ‘바보’ 취급을 확산시켜 나간다.자존심을 박탈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허우적거리게 만들고야 만다. 중고생에 이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타지에서 전학온 친구를 ‘돼지’라고 놀리거나 딴죽을 걸어 넘어뜨리는 등재미삼아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잔혹하게 답습하는 처사다.집단 따돌림을 당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어하거나 자폐증에 시달리고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 3월 포항에서는 중학생이 농약을 먹고 음독자살을 기도한 일이 있다.학생 4명중 1명이 집단 따돌림을 받는 현실이고 보면 따돌림 현상이 얼마나 중증인지 짐작할 만하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 시내 초등학생 3,180명을 ‘포돌이(남학생)’‘포순이(여학생)’ 명예경찰로 임명하고 어린이 사회의 집단 따돌림과 상급생들의 폭력 등 학교범죄를 예방하라는 임무를 주고 있다.머리카락 없는 친구를 위해 함께 삭발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긴 하지만 따돌림의 현실을 가장 잘아는 어린이들로서는 부모나 학교가 하지 못한 고질적 병폐를 쉽게 해결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당하는 쪽에서도 밟아도 꿈틀거리지 않으면 폭력자들은 잔인한 돌팔매질을 계속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아무도 남의 인격을 조롱할권리가 없듯이 따질 것은 따지고 방어할 것은 방어해야 한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따돌림이 있는 곳곳에서 각자가 포돌이·포순이가 돼 ‘왕따’라는 끔찍한 단어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먼저 사람을 생각하는선의와 인간적 품위,정의의 기류를 형성해 나갔으면 한다. 이세기 논설위원
  • 영화계에도 ‘퓨전 물결’‘텔미썸딩’ ‘송어’등 곧 개봉

    문화 전 분야에 퓨전(fusion)현상이 확산되고 있다.퓨전은 일반적으로 ‘퓨전 재즈’를 일컫는 말.하지만 지금은 문학·미술·음악·요리에 이르기까지 ‘장르의 구분 없이 융합되는 현상’ 자체를 폭넓게 퓨전이라고 부른다.퓨전은 이제 20세기말 문화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핵심어가 된 것이다. 이러한 퓨전현상이 한국영화에도 뚜렷해지고 있다.‘은행나무 침대’는 멜로와 판타지를 혼합한 영화이며,‘조용한 가족’은 코미디와 공포를 섞은 영화로 ‘코믹잔혹극’이란 신조어를 낳았다.또 ‘링’은 미스터리와 공포 요소를 강조하면서 ‘퓨전 미스터리 공포영화’란 광고를 내걸기도 했다.특히올 하반기의 경우 한국영화에서의 퓨전현상은 스릴러와 멜로의 혼합 양상을띠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11월 13일 개봉될 장윤현 감독의 ’텔미 썸딩’,12월초 개봉예정인 정지우 감독의 ‘해피 엔드’,올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인 박종원 감독의 ‘송어’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텔미 썸딩’은 한 여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사건을다룬영화.스릴러와 함께 하드 고어(hard-gore)를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진한 선지피라는 뜻의 하드 고어는 사지절단이나 두부손상,장기파열 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극성 강한 공포영화의 한 요소다.그러나 하드 고어를 시각적 양식으로 채택한 이 영화는 ‘공포’보다는 스릴러 장르의 특징적 정서인 ‘전율’을 강조한다.여기에 남녀 주인공(한석규·심은하)의 멜로가 가세한다.이는 영화 ‘쉬리’가 외형상 분단소재와 액션·첩보 스타일을 내세우고 이야기의 힘은 멜로에서 취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영화 ‘접속’으로 주가를 높인 장윤현 감독은 “멜로와 스릴러는 흔히 상반되는 장르로간주되지만 집단보다는 개인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은 같다”며 “‘텔미 썸딩’을 통해 사회적인 범죄 안에 놓여 있는 개인의 갈등을 다루고자 했다”고 밝힌다. ‘텔미 썸딩’이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장르의 형식을 따르면서 멜로 요소를 가미한 영화라면,‘해피 엔드’는 전형적인 멜로 소재를 스릴러 양식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점에서 구분된다.‘해피 엔드’는불륜에 빠진 여자(전도연)와 그녀를 사랑하는 정부(주진모),그리고 실직한 남편(최민식) 사이의 애정과 집착,살의를 섬세하고 솔직하게 그린 일종의 치정극이다.그러나 이 영화는 삼각 치정이라는 소재를 낭만적이거나 감상적으로 포장하는 기존의 멜로영화적 기법을 따르지 않는다.대신 등장인물의 불안하고 혼란스런 심리를따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스릴러적인 구성인 셈이다.이러한 영화적 틀을 통해 감독은 의지할 만한 가치관이 부재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를 그린다. ‘송어’는 박종원 감독이 ‘영원한 제국’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야심작.산 속의 송어양식장이라는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위선을 까발린다.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살을 한다는 송어의 투명한 삶이 망각의언덕에 기대 구차한 목숨을 이어가는 인간의 그것과 대비된다.이 영화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탄탄한 드라마와 ‘영원한 제국’의 스릴러가공존한다.박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과 감독을 한 첫 작품이다. 전통적 흥행 장르인 멜로와,혼란과 불안이라는 세기말 정서를 적절히 반영해주는 스릴러 장르의 만남.이같은 시도의 퓨전영화들이 주력 장르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노 컷’영화시대 한발 앞으로

    국내 개봉 영화가 ‘검열’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정부가 지난 5일 등급외전용관 설립 등을 골자로 한 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에 따라 ‘노 컷(no cut)’시네마 시대가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영화 심의를둘러싼 논란 또한 크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영화심의는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내용보다는 특정 장면이나 대사를 문제 삼아 논란을 빚곤 했다.그러나 이번 조치로 적잖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화도 ‘등급외 등급’형식으로 온전하게 볼 수 있을 전망이다.전면누드 영화라도 노골적인 성행위를 표현하지 않는한 마스킹(masking, 가림)처리 없이 상영할 수 있게 된 것.물론 성적 자극을 목적으로 한 음란물이나 잔혹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한 영화들은 형법 조항에 의해 등급외전용관에서도상영이 금지된다. 현재 등급외전용관을 기다리는 영화로는 일본 뉴웨이브의 기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소설가·혁명가인 피에르파올로 파졸리니 감독의 ‘소돔의 120일’,최근 타계한 미국 스탠리큐브릭감독의 ‘시계태엽장치 오렌지’,10대의 감수성을 지닌 미국 감독 존 워터스의 ‘핑크 플라밍고’ 등이 꼽힌다. 한편 98년 칸영화제 출품작인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의 ‘백치들’은집단혼음과 성기 삽입장면 등 ‘문제성’에도 불구,18세이상 관람가 판정을받아 논란을 낳고 있다.이와 관련,영화계에서는 등급외전용관이 생기더라도‘18세이상 관람가’와 ‘등급외 등급’의 경계선을 어떻게 긋느냐하는 문제가 남는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또한 등급외전용관이 우범지대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엄중하게 단속권을 행사토록 하는 등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김종면기자]
  • 판타지만화 ‘아일랜드’ 인기짱

    만화시장에는 한때 공포와 호러 장르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이 존재했다. 코믹,스포츠,순정만화 등 낯익은 장르외에는 눈을 돌리지 않는 관성 탓도 있겠지만 잔혹한 묘사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우리네 정서 때문이기도 했다.더욱이 잔혹극 하면 일본을 떠올리는,국수주의적 편견까지 가세해 제 대접을받기 어려웠다. ‘아일랜드’(윤인완 스토리,양경일 그림)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 앞장선 만화.낭만적이고 이국적인 섬 제주를 무대로 날뛰는 악령들과 퇴마사들의 대결을 그린 이 만화는 관광 제주를 그야말로 먹칠(?)할수도 있는 소재. 이야기는 굴지의 대기업 회장 딸 원미호를 정염귀들이 쫓아다니며 살해위협을 하는 데서 시작한다.그녀에게 밀법승의 가르침을 전수받은 ‘반’이 도움의 손길을 뻗친다.여기에 미국 입양아 출신 영능력자 요한이 가세,악귀들과일대 전쟁을 벌인다. 이처럼 황당한 판타지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묘한 매력을 간직하고 있어 마니아들을 열광케하고 있다. 중성적인 매력까지 풍기는 반은 판타지 장르가 창조해낸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기록될 것 같다. 물론 미호의 캐릭터가 일본의 대중스타 아무로 나미에를 연상시키는 등 일본색이 짙고 악귀들에게서 우리네 정서인 한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이 작가의 정신적 ‘무국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양경일(29)은 이미 ‘좀비헌터’라는 만화를 일본의 만화잡지에 연재해 호평을 받은 바 있고 그의 데뷔작 ‘소마신화전기’는 일본만화의 역할바꾸기 게임(RPG)구조를 도입하는 등 일본과의 친밀도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격적인 서사와 튼튼한 극적 전개로 우리의 잠재의식을 흔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임병선기자
  • 동티모르 참관단장 민병대만행 목격기

    지난 8월30일 주민투표이후 3주동안 동티모르는 무법천지였음이 드러났다. 친(親)인도네시아 민명대는 인도네시아 경찰과 군의 묵인하에 독립지지파 주민들의 머리에 총을 쏘고 도끼를 휘둘렀으며 약탈과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카터센터 동티모르 참관단 공동단장인 브렌트 프레스턴과 나세르,딜리라는가명을 쓴 두 목격자들이 전하는 민병대와 인도네시아 군·경의 만행을 미국의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20일 보도했다. 프레스턴은 지난 5일 자동소총 소리가 콩볶듯이 들리는 가운데 17명의 감시단 직원과 5명의 어린이를 4대의 차량을 이용,철수하려했다.딜리 공항에 차가 도착하자 무장 민명대가 직원을 내리게한 뒤 한 직원을 도끼로 내리쳤다. 군인들은 이를 보면서도 웃기만 했다. 나세르(30)와 샌디(28)는 2,500명의 주민이 피신해있던 카를로스 벨로 주교 관저를 덮친 민병대의 잔혹무도함에 몸서리를 친다. 9월6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자 경찰 사이렌이 울리고 곧바로 20∼30명의 민병대가 주교 관저와 근처의 적십자 건물에 들이닥쳤다.일부는 사제총을쏘기도했고 일부는 기름을 주교관저에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이리저리 달아나던 30여명이 작은 방안으로 몰렸고 민명대들이 이들을 마당으로 끌어냈다.계단에는 이마에 총알구멍이 난 12∼13세로 보이는 여자아이시체가 나뒹굴고 있었다.마당에서는 한 남자가 죽은 아이 시체를 안고 있었다.그의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그 아기는 머리에 총을 맞고이미 숨져 있었다.족히 30∼40명은 죽었다. 경찰은 민병대가 총쏘기를 멈추자 도착했다.그들은 벨로 주교를 구금했고생존자들의 사진을 촬영했다.그날 늦게 경찰은 민병대와 협력해 피난민들을차량에 꽉꽉 채워 서티모르로 보냈다. 7대의 수송차량에 실린 67명의 난민은 15명의 민병대의 ‘호위’를 받았다. 서티모르 아탐부아로 가는 3시간동안 6∼7곳의 민병대 검문소를 지나쳤다.이름과 사진이 붙은 명단을 갖고 있던 민병대는 난민을 일일이 조사한뒤 차량을 통과시켰다. 민병대들은 인도네시아 특수부대인 ‘코파서스’ 장교의 지시를 받았다. 박희준기자 pnb@
  • [변혁으로서의 문학과 역사](33)박양호의 우화소설 미친새

    유신 후반기의 억압장치였던 긴급조치 9호는 ‘미친 새’의 작가에게 “독재는 인정한다.또 그렇게 쓸 수도 있다.그런데 그 독재를 없애는 방법이 무엇이냐”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우화소설인 이상 문학작품 그 자체를 심판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수사기관이 정부 전복을 위한 조직사건으로 몰아가고자 시도했으나 전혀 그런 기미가 없었던 게 이 작가의 주된 석방 이유였을것이다. ‘미친 새’는 닭 사육장을 무대로 삼는다.“사육사가 엄격히 정해 놓은 규율에 따라서” 행동하는 닭들은 철조망에 갇혀,주는 먹이로 자라다가 언젠가는 통닭집으로 끌려가는 신세이다.작가는 닭들의 삶을 이렇게 요약해 준다. “…주는대로 먹고,살라는 곳에서 살고,낳으라는 만큼의 새끼를 까고,드시겠다는 만큼 아낌없이 몸을 바치고,조용하라,하면 조용하고,떠들라,명령하면싫어도 떠들고,웃음과 슬픔과 기쁨은 이미 아득한 옛날에 잊어버린 닭이라이겁니다.옛날을 생각하며,풀 많고,물 많고 한없이 자유스러웠던 전설 속의고향을 그리워 하며,이리 가라면 짹소리 못하고 이리 가고,목포 가라면 또수긋수긋이 거기 가면서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복종과 충성심이 강하고,맹목적으로 속기 잘하는 개떡같은 닭새끼의 무리랍니다.” 이런 울타리 속에 갇힌 닭들에게 사육사는 “바깥 세상은 무서워.나가기만하면 당장 삵괭이한테 물려 죽을 거야.너희들을 가두어 놓는 것은 다 너희들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살게하기 위해서야”라는 복음주의를 설파해 대며,닭들은 긴가 민가 하면서도 별 뾰죽한 수가 없기에 숙명적인 삶을 수용한다.그들은 수시로 저항력의 상징인 발톱을 잘리면서 개의 감시 아래 사육사의 소망대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는 사라지곤 한다. 이런 무리 속으로 뛰어든 미친 닭(곧 자칭 새라기에 미친 닭이 된다)은 처음엔 다른 닭들로부터 온갖 잔혹한 학대를 받지만 “나는 닭이 아니라 새다”며,“우리들에게는 일찍이 날개가 있었고,지금도 있다.그러나 사육사들이갖다붙인 갖가지 이유에 의해서 날개를 사용하는 데 대한 규칙이 까다로워지고,또한 은근히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강요되어온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우리는 항용 우리 자신에게 과연 날개라는 것이 있는 것인가,또는 그것이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하고 의심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고 깨우쳐 준다.이어 그는 닭장의 왕초를 향하여 “당신도 샙니다”는 신념을 심어주어 드디어 둘은 철조망과 그물을 벗어나려는 듯이 날기 연습에 열중한다. 미친 새는 왕초에게 자신이 겪었던 비참한 체험이었던 양계장,밤낮도 없이전깃불 아래 갇혀 계속 알만 낳아야만 했던 곳에서 탈출하고자 자신의 알을쪼아대다가 주둥이를 뭉퉁하게 잘려 쫓겨나 이곳으로 오게된 경위를 설명해준다.그리곤 이곳의 닭들도 알을 낳을 수 있게되면 바로 그 전깃불 밑으로가게 되는데,그런 꼴을 안 당하는 방법은 오직 한가지,새가 되어 날아 도망치는 길 뿐이며,그걸 위해서라면 차라리 굶어도 좋다는 신념을 전파했다. 감동 받은 왕초와 미친 새는 날기 연습에 열중하다가 너무 몸통이 무겁다고 느껴 이튿날부터 단식을 단행하게 되었는데,그게 빌미가 되어 둘은 처참하게 살해 당하고 말았다.다른 닭들은 동료의 죽음 앞에서 “조상 대대로물려받은 비굴한 전통”을 고수하면서 침묵 속에 “서로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면서 모이통에 접근해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친 듯이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포만 속에서 누군가 “우린 새가 아니고 닭이야”란 독백으로 끝나는 이 우화는 유신 독재의 상황을 통열하게 풍자해 준 문제작이었다. 任軒永 문학평론가
  • ‘조선족 문학’ 자료연구 어디까지 왔나/중 옌벤대학서 심포지엄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문학은 한국문학사의 한 지류로 분류할 수 있다.그러나 국내 작품활동이 사실상 봉쇄된 1940년대 전반으로 국한하면,한글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었던 이 지역을 문학사의 주류에 편입시켜도 지나치지않다는 것이 최근의 평가다. 지난 8월8일 중국 옌벤대학에서는 ‘동아시아 문학에서의 만주 체험’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이 자리에서 권철 옌벤대교수의 ‘중국 조선민족 문학자료 수집,정리 현황’이 발표됐다.언급된 자료는 아직 미진한 이 시기 문학연구의 기초가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권교수에 따르면 조선문학연구는 1958년 중국정부가 ‘중국소수민족문학사’ 편찬을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문학자료 수집조’는 19세기말엽부터 광복에 이르는 각종 문학작품을 수집했고,‘문학사 편찬조’는 이를바탕으로 ‘중국 조선민족문학 개황 제강’과 ‘연변문학사’를 펴냈다. 그러나 갑자기 몰아닥친 ‘문화대혁명’으로 조선민족문학 연구에 가담했던 사람들은 모두 ‘반동학술권위’나 ‘잡귀신’으로몰리어 잔혹한 박해를받았고,그동안 모은 자료들도 모두 ‘독초’로 취급되어 휴지통에 들어갔다. 연구가 다시 활성화된 것은 중국정부가 ‘개혁개방’을 표방한 70년대말 ‘소수민족문학사’ 편찬사업을 다시 시작하면서.한민족이 만주로 이주한 시기부터 20년대 사이에 널리 애창된 창가,독립군가요,혁명가요,시·소설작품과30년대 초반부터 광복 사이에 나온 출판물과 주요 작품,동북 항일유격구(대)와 조선의용군,광복군,독립군의 항일가요,연극대본 등 많은 자료가 확인됐다. 이는 ‘중국 조선민족문학선집’(전 10권)과 ‘광복전 중국조선민족문학작품선’(출판중),‘김택영전집’(전 10권,출판중),‘신규식시문집’‘신채호문학유고집’‘류린석전집’ 등으로 나타났고,또 ‘중국조선족문학사’ 등 20여편의 저술로 발전했다. 한중수교 이후에는 ‘민성보’와 ‘만선일보’‘만몽일보’의 일부가 연세대에서 발견되는 등 새로운 발굴이 잇따르고 있다.그럼에도 1930년 안팎에발표된 박계주의 소설과 시,1930년대 후반에 ‘만선일보’에 발표된 염상섭의 장편소설 ‘개동’,현경준의 ‘선구시대’ 등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권교수는 한국문학의 수집·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중국과 한국의 연구소 및 유관단체는 물론 한국과 북한의 교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것으로 결론을 삼았다. 한편 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은 계간 ‘한국 문학평론’에 실렸다. 서동철기자
  • 대중문학으로 재조명 받는 추리문학 진단/역사/우리나라 추리소설

    소설은 재미 있어야 한다는 오락적 기능을 강조할 때,우리는 먼저 추리소설을 떠올린다.수수께끼를 풀어나가면서 느끼는 지적 유희의 쾌감이 어떤 다른소설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최근 정전(正典)장르에 의해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비(非)정전 하위 장르들이 주목받으면서 추리소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추리소설이 발달한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대중문학 그 중에서도 특히 추리소설이나 공포소설 같은 미스터리가 폭넓게 읽힌다.또 우리와는 달리 장르의구분이 무의미한 만큼 대중소설 작가라고 해서 평론가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일이 없다.그 작품들은 물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추리소설가로 으레 언급되는 작가가 ‘쥐덫’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애거사 크리스티다.크리스티의 작품은 셰익스피어보다도 14개가 더 많은 103개 국어로 번역돼 5억부 이상 팔렸다.크리스티가 생전에 발표한 추리소설은 모두 86권.특히 ‘빅4’로 꼽히는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오리엔트 특급살인’‘ABC살인사건’‘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비롯해 피해자가범인이라는 식으로 전개되는 ‘예고살인’ 등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자신의 소설을 압도하는 기이한 실종사건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크리스티는이른바 ‘골든 에이지’ 추리소설의 대표작가로 견고한 독자층을 형성하고있다.골든 에이지는 1920∼40년대 추리소설의 전성기를 일컫는 말로,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를 밝히는 수수께끼 플롯에 치중하는 작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중세를 다룬 현대소설인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도 대표적인 추리소설로 빼놓을 수 없다.‘장미의 이름’은 모종의 임무를 띠고 이탈리아의한 수도원에 잠입한 영국의 수도사 윌리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교황이 아비뇽에 유폐되면서 교권이 무너지고 유럽에 창궐한 페스트의 여파로 농민반란이 뒤따르는 등 중세 봉건제의 토대가 심하게 흔들리던 시대,교회의 반발로 이단심판이 본격화돼 마녀사냥이 벌어지던 시대를 그렸다.에코가 14세기중세를 무대로 한 까닭은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의 분석적인 사고가 14세기초 영국의 스콜라 철학자 오컴의 윌리엄이 등장한 이후에야 가능했기 때문이다.오컴의 윌리엄은 유명론(唯名論)의 주창자로 기호해석에 관한 진보적인이론을 전개한 인물이다. 이처럼 비교적 완성도 높은 추리 장르의 소설들은 최근에도 잇따라 출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이 움베르토 에코에게 적잖은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영국 추리작가 엘리스 피터스(본명 에디스 파지터)의 ‘캐드펠 시리즈’다.최근 제10권 ‘고행의 순례자’(북하우스)까지 나온이 시리즈의 배경은 12세기 초 중세 영국 미들랜드 지방의 시루즈베리.인간고통의 내면을 끈질기게 탐구함으로써 중세인의 사상의 궤적을 좇는다. 이시리즈는 중세의 의상과 색채,소리를 생생하게 묘사,12세기 영국인들의 삶과분위기를 실감나게 살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엘리스 피터스가 각광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레이먼드 챈들러 계열의 하드보일드(hard-boiled) 소설이 ‘타락’했기 때문이다. 하드보일드는 1920년대 말 미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의 한 유형으로 프랑스에서는 ‘흑색소설(roman noir)’의장르에 포함된다.추리소설에 있어서하드보일드는 범인을 찾는 과정은 다른 추리소설과 비슷하지만,주인공이 지적인 추리가 아니라 행동과 완력을 통해 범인을 밝힌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때로는 범인이 스스로 실토하는 경우도 있어 모험소설과 추리소설의 경계를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한다.개성이 강한 등장인물과 복잡한 플롯,장식적인 배경 등이 특징으로 골든 에이지와 함께 대표적인 추리소설 장르로 꼽힌다. 이 하드보일드 스타일은 ‘에드거 앨런 포의 창조적 계승’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80,90년대에 들어 스스로의 한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말았다.충격만을 위한 잔혹,반전을 위해 존재하는 반전 등이 그주된 요인이다. 반면 엘리스 피터스가 주도하는 현대 영국 추리소설은 문학적 측면을 크게강조한다.미국의 레이먼드 챈들러가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영역을 개척해현대 미국 미스터리의 원형을 구축한 작가라면,엘리스 피터스는 전후 미국추리소설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영국 미스터리계를 일으켜 세운 인물이다. 또 국내에 새로 소개된 추리소설로 시선을 끌만한 것으로는 미국 여성작가셰리 홀먼(34)의 역사 미스터리소설 ‘도둑맞은 혀’(문학사상사)가 있다.중세 성지 순례단이 순례 여행중 겪는 의문의 사건들을 추적하는 내용으로,실존 인물인 펠릭스 파브리 수사가 지은 ‘펠릭스 파브리 수도사의 여행기’를토대로 한 작품이다. 이집트와 시나이 산, 성 카타리나의 유골이 있는 고대수도원 등지를 직접 답사해 소설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추리소설의 효시라고 할 에드거 앨런 포와 뒤이어 등장한 코넌 도일과 길버트 체스터튼이 미스터리의 토양을 일궜다면,1920년대 이후의 애거사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은 추리소설의 황금시대를 연 작가들이다.도서출판 청년사에서는 ‘코넌 도일의 정통적 계승자’‘미국 추리소설 그 자체’란 평을 듣는엘러리 퀸이 가려 뽑은 세계 초(超)단편 추리소설 걸작선 ‘미니 미스터리’(청년사)를 최근 내놓았다.이 책에는 세계 유명 추리작가의 작품 뿐 아니라 안톤 체홉,찰스 디킨스,기 드 모파상,마크 트웨인,잭 런던 등 거장들이쓴 추리소설도 발굴해 싣고 있어 눈길을 끈다.또 민음사에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최신작 ‘빛이 남아 있는 동안’을 오는 12월에 펴낼 예정이다. 한편 국내 추리소설로는 추리소설선집 ‘99 올해의 추리소설 아웃사이더’(신원문화사)가 나와 있다.김성종·이상우·노원 등 원로 작가에서부터 신진작가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추리작가들이 망라돼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일본에서 지난해 세금을 가장 많이 낸 작가는 추리소설가 니시무라 교타로(西村京泰郞)라고 한다.선진국일수록 또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추리소설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미국이나 일본,영국 등 등 추리문학 선진국의 경우추리소설은 생활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추리소설이란 말은 150여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나라마다 다양한 용어로 불려 왔다.영미에서는 탐정소설(detective story 혹은 mystery story)로,프랑스에서는 경찰소설(roman policier)이란 말로 통용됐다.특히 경찰의 수사력에 역사적 배경을 둔 프랑스의 ‘로망 폴리시에’는 중국식 추리소설이라 할 ‘공안(公案)소설’과도 일맥상통한다.최근의 국제적인 추세를 보면 범죄소설(crime novel)이라는 말이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탐정소설이라는 용어는 추리소설이 일본에 처음 도입된 메이지 말기에 일본인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추리소설은 소설의 발달과 더불어 탄생했다.소설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신화나 설화,민담,전설 등의 구비문학 혹은 ‘천일야화’에까지 이른다.추리소설의 기원 역시 멀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에서 가깝게는 볼테르의 ‘자디그’까지 소급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근대적 의미의 추리소설은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모르그가의 살인’(1841)에서부터 출발한다.그 뒤 19세기 말 영국의 코넌도일에 와서 하나의 양식으로 굳어졌다- 우리나라 추리소설 우리의 추리문학은 어떤가.누구나 명탐정 셜록 홈즈나 괴도 루팡의 이름을들먹거리지만 정작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편견과 무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 문단에서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18년 코넌 도일의 작품 ‘충복’이 ‘태서문예신보’에 번역·수록되면서부터.1930년대 들어서는 외국작품 소개와 함께 국내의 순수 창작물도 여러 편 선보였다.당시 우리 추리문학의 대부였던 아인(雅人) 김내성이 일본어로 쓴 ‘타원형 거울’(1935)이대표적인 예다.그는 ‘마인(魔人)’‘가상범인’‘백가면’‘살인예술가’등을 발표하며 추리작가로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굳혔다. 그러나 60년이 넘는 한국 추리소설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추리문학의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영미권의 정통 추리소설도,일본작가 모리무라세이이치(森村誠一)류의 사회파 추리소설도 찾아보기 힘들다.어정쩡한 형태의 ‘불륜’ 추리소설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순문학 내지 고급문학에 기울어져 있는 사람들은 추리소설이란 장르를 애써 외면하려고 한다.작가나 출판사들 또한 문학작품에 ‘추리소설’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이러한 문학적 자기비하 현상이 계속되는 한 한국 추리문학의 앞날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추리소설이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추리적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코넌 도일의 작품을 노골적으로 베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같은 유사 추리소설은 더이상 나와서는 안된다.변호사였던 존 그리샴,국제담당기자였던 프레드릭 포사이드,호텔맨이었던 모리무라 세이이치,의사였던 로빈쿡 등이 확실한 ‘전공’을 갖고 추리소설을 썼듯이 현대의 추리작가에게는무엇보다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이 요구된다. - 국내 선보인 캐드펠 시리즈 ?성녀의 유골 ?99번째 주검 ?수도사의 두건 ?성 베드로 축일장 ?죽음의 혼례 ?얼음 속의 처녀 ?성소의 참새 ?귀신들린 아이 ?죽은 자의 몸값 ?고행의 순례자 - 읽을만한 추리소설 ?애거사 크리스티:쥐덫 ?움베르토 에코:장미의 이름 ?패트리샤 콘웰:악의 경전 ?로빈 쿡 :미필적 고의 ?엘러리 퀸:재앙의 거리 ?모리무라 세이이치:인간의 증명 ?존 그리샴:거리의 변호사 ?프레드릭 포사이드:재칼의 날 ?이안 맥완:암스테르담 ?김성종:제5열
  • ‘조용한 뺀드’ ‘악∼카펠라’ 공연

    여름이면 어김없이 TV와 스크린에 등장하는 납량특집이 콘서트장에도 등장했다.이름하여 ‘공포 콘서트’.제목은 그럴듯하지만 실은 코믹 호러에 가깝다. 라이브 공연을 재미있게 꾸미기로 유명한 김장훈은 7월7일부터 8월15일까지 대학로 라이브극장(02-3141-1720)에서 ‘공포의 콘서트’를 마련한다.지난해 히트한 코믹 잔혹극 영화 ‘조용한 가족’을 패러디한 ‘조용한 뺀드’. 포스터부터 예사롭지 않다.잠시 활동을 쉬고 있는 개그맨 김국진까지 끌어들였다. 지하로 통하는 공연장 입구를 ‘유령의 집’처럼 꾸미고,무대도 최대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유발하게끔 조명과 음향효과·소품 등에 신경을 쓸 예정. 2,000여만원을 들여 MC 박경림을 주인공으로 삼아 라이브 극장에서 일어난무서운 이야기를 찍은 15분짜리 납량영상물도 준비했다.공연 중간중간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할 히든카드도 있다.김장훈은 “공연시기가 한여름인데다 장기공연이라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위해 아이디어를 구상했다”며“공연의 주목적은 노래에 있는 만큼 기본에도충실하겠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섭게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김장훈은 드라큘라 분장을 고려중이다. 아카펠라그룹 ‘인공위성’도 7월10·11일 이틀간 문화일보홀(02-742-6660)에서 ‘공포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부제는 ‘악∼카펠라’.영혼을 팔아서까지 인공위성을 사모하는 한 여인과 이로 인해 영혼을 잃고 좀비로 변해버린 인공위성의 이야기를 연극식으로 꾸민다.이 팀은 콘서트 홍보를 위해 공연 당일까지 자신이 겪은 공포체험과 공포스토리를 써보내면 추첨을 통해 초대권과 4집 앨범을 나눠 준다. 이순녀기자
  • ‘올해의 작가’김호석씨 작품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김호석’전.8월 15일까지 과천 제2전시실(02-503-9675).70년대 초기 작품부터 작가의 본격적인 인물화풍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80년대 실험기 작품,90년대 근작까지 한국화 100여점이 걸렸다.작가의 전통인물화·기록화의 수묵담채기법과 묵필법,그리고 공간을 재창조하는 방식은 진경산수와 같은 전통회화의 기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는 평.작가는 최근 작업에 임하는 심경을 “눈물의 뿌리는 미소보다 깊으며,잔혹함 그 자체가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말로 표현한다.출품작은 수묵소묘,역사 인물화,선화(禪화) 등 주제별로 나뉘어 전시중이다. 김종면기자 jmkim@
  • 日 지식인·재일동포 학자 18인 ‘국가주의를 넘어서’

    일본의 양식있는 지식인들이 국가주의 극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그들은 ‘국가주의를 넘어서’라는 책에서 일본의 ‘자유주의 사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배타적 국가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일본의 이러한 ‘양심의 소리’을 담고 있는 책의 저자는 고모리 요이치(小森陽一·46) 도쿄대 교수(문학),다카하시 데츠야(高橋哲哉·43) 도쿄대 교수(철학)를 비롯한 14명의 일본 지식인과 서경식·이연숙·이효덕·강상중 등4명의 재일동포 학자들이다.(삼인출판사 이규수 옮김 1만2,000원). 그들은 왜 지금 국가주의 극복을 외치는가.그들의 외침은 과거 침략행위의사죄를 거부하는 ‘광기의 국가주의’가 일본사회에 팽배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일본의 국가주의는 90년대 중반부터 ‘자유주의 사관’‘수정주의 역사관’ ‘건전한 네오 내셔널리즘’ 등의 현란한 수사 속에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자유주의 사관 선도자들은 후지오카 노부가츠(藤岡信勝) 도쿄대 교수(역사학),사회운동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만화가인 고바야시(小林)요시노리를비롯한 보수·우익 지식인과 정치인들이다.그들은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자유주의 사관 연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다카하시 교수는 그들의 역사인식은 고바야시의 만화에 상징적으로 나타나있다고 말한다.고바야시는 ‘전쟁론’이라는 만화에서 “대동아전쟁은 인류가 이루어낸 가장 아름답고 잔혹한 그리고 숭고한 싸움이었다”고 말한다.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전쟁론’이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수백만부가 팔려나가고 있다.오늘의 일본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섬뜩한 지표다. 일본판 ‘네오 내셔널리스트’들은 현재 일본 교과서의 역사관을 일본인 자신을 비하하는 ‘자학(自虐)사관’이라고 비판한다.그들은 자학사관의 극복을 위한 명분으로 자유주의 사관이라는 이름의 국가주의를 내세우고 이를 ‘새로운 역사교과서’ ‘일본 정사(正史)’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요시에 아키오(義江彰夫) 도쿄대 교수(역사)는 “일본 교과서가 자학사관으로 서술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말한다.“자유주의 사관은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일을 ‘자학’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 뿐만아니라 배외적·국수주의적 가치체계를 수립하려는 단편적이고 위험한 사상”이라고 경고한다. 자유주의 사관의 발원지는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96년 사망)의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그는 68년 4월부터 72년 8월까지 연재한 ‘언덕 위의 구름’에서 청일·러일 전쟁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며 70년대 초 경제대국으로의 전환기를 살아가던 일본인들에게 긍정적인 역사의식과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후지오카 교수 등은 시바의 역사인식을 배경음악으로 자유주의 사관의 나팔을 불고 있다.그들의 화음이 ‘침략전쟁은 할아버지들의 일이었다’고 생각하는 많은 젊은 세대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리고 있는 것이 오늘의 일본이다. 일본의 양식있는 지식인들은 자유주의 사관을 비판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다.그러나 그들의 경고는 ‘소리없는 아우성’일 뿐이다.일본사회는 언제나양심의 소리가 있어왔다.그러나 그들은 주류가 아니라 일본사회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창순기자
  • 새 비디오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지난해 파리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등 5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프랑스영화.새로운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파격적인 코믹 공포물이다. 매력적인 추리소설 작가 끌레 도스테(미셸 라호크 분)는 생일을 맞아 4명의 남자애인을 한꺼번에 아파트로 초대한다.남편감을 고르기 위한 것.그러나그녀가 저지르는 갖가지 실수로 4명이 차례로 목숨을 잃는다. 깨진 유리창,테이블 모퉁이에 놓인 칼,선반 위의 스케이트 등.이런 물건들이 사소한 실수로 흉기로 돌변,남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사건 직후 마다 바람처럼 등장하는 형사 셸리에(알베르 디퐁텔 분).딱딱한 표정과 건조한 목소리가 오히려 잔혹한 장면들을 코믹하게 만든다. 프랑스에서 천재감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제임스 허스의 데뷔작이다.25일 출시.새롬엔터테인먼트
  • “유고, 戰犯행위 은폐작업 착수”

    유고가 협상을 통한 코소보 사태해결을 시도하면서 전범행위에 대한 증거인멸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네보이사 부요비치 유고 외무부 대변인은 18일 “유고는 G8(G7 및 러시아)이 정한 코소보 사태 해결원칙에 대한 논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밝혀협상을 통한 코소보사태 해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동시에 유고는 코소보사태가 마무리되면 분명히 열릴 전범재판에 대비,자신들이 벌인 잔혹행위에 대한 증거인멸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추적되고 있다. 제이미 셰이 나토 대변인은 이날 “코소보내 세르비아군이 분쟁종식후 열릴 전범재판에 제출될 법의학적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학살한 시체를 다시 파내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에 따르면 코소보 주내 75곳에서 즉결처형이 이뤄졌으며 최소 5,000명이상이 숨졌다.14∼60세의 알바니아계 장정 실종자도 당초 예상 10만명보다많은 22만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 한국영화 국제대회 수상 내역

    ‘칸영화제는 여전히 높은 벽인가’ 올해 국내 장편극영화가 단한편도 칸영화제에 진출하지 못하자 이같은 한탄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 영화는 세계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베를린,베니스 가운데 칸에서는 한번도 수상하지 못했다.일본은 지난 96년 키타노 타케시 감독의 ‘하나비’가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는 등 수차례 수상했으나 우리는 ‘상복’이 없었다. 지금까지 칸에 진출한 영화는 모두 10편.지난 84년 제38회 때 이두용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물레야’가 첫 진출했다.이어 89년 42회 때 배용균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본선 진출했고 지난 해에는 이광모감독의 ‘아름다운 시절’등 무려 4편이 초청됐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칸에 인연이 적은 반면 베를린과 베니스에서는 여러차례 본선에 진출하거나 상을 받았다. 베를린은 우리에게 의미가 깊은 영화제.국내영화사상 첫 해외진출한 영화제이며 첫수상의 영예도 이 영화제에서 안았다. 지난 56년 7회 베를린영화제에 출품한 이병일감독의 ‘시집가는 날’이 첫출품작이며첫수상작은 61년 제1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2등인 은곰상을 받은강대진감독의 ‘마부’. 이후 80년대 들어 우리 영화의 수준이 부쩍 높아지면서 베를린에는 지금까지 모두 10편이 본선 진출했다. 베니스영화제는 진출편수는 적어도 큰 상을 받은 곳이다.38회(81년) 때 이두용감독의 ‘피막’이 처음으로 특별상을 받은 데 이어 42회(85년) 때 정진우 감독의 ‘자녀목’이 본선진출했다.44회(87년)때는 임권택감독의 ‘씨받이’가 여우주연상(강수연)을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 3대영화제 외에도 우리 장편영화는 전세계 700여개의 영화제에서 80여편이 수상하거나 본선 진출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박재범기자
  • [대한포럼]이세기/그늘진 곳 어린이 돌아보자

    어린이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고르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어린이는 행복하다.화창한 봄날 새 옷을 입고어린이 놀이터에 가서 사진을 찍는 어린이의 해맑은 미소는 천국 그 자체다. 그러나 어디엔가는 엄마가 가출한 캄캄한 방안에 누워 허기진 배를 움켜안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눈시울 붉히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맞벌이하는 부모가 1년간 방안에 가둬두고 다니는 바람에 자폐아가 된 어린이,방문을 잠근 채 부모가 외출하는 바람에 화재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다.여덟살과 여섯살밖에 안된 아이들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한 친아버지와 계모가 있는가 하면 음식을 구걸하게 하거나 도둑질을 시키고 학교에 보내지 않는 정서적 방치도 얼마든지 있다.한국 아동학대 예방협회에 따르면 가장의 실직과 화풀이 학대로 서울 시내 초등학생의 76%가 매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또 집안사정으로 결식하는 초중 학생은 16만명을 헤아린다. 그러나 이런 잔혹행위만이 학대가 아니다.무더운 여름철에 아이를 질질 끌고다니다가 아이가 보채면 무작정 때리거나 야단치는 광경은 종종 목격된다.사람들이 북새통을 치는 백화점 매장에서 유모차에 아이를 실어둔 채 수다피우기에 급급하고 아이들은 먹지도 못하는 회냉면집이나 일식집에 데려가서 자기들끼리 먹고 마시는 어른들의 횡포는 아동학대 이상이다. 최근 한국 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 전체 1,300만 가구의 8.7%인 113만가구에서 가정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가정 불화로 인한 아동학대는 전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이다.지난해 상반기에 버려진아이와 미아,사생아·가출아는 전국적으로 6,350여명.어린이 보호시설에 아이를 맡기려는 전화상담은 지금도 줄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이나 유럽에서는 학대받는 아동들을 위해 비밀 신고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미국은 아동학대에 관한 사항을 국가의 주요 공식통계로 분류하면서 어린이가 학대로 사망했을 경우 연방법의 살인죄에 포함시키고 있다. 우리도 아동보호 및 복지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인륜이며 부모만큼 자식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으므로 부모 자식 문제에사회가 간섭할 수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 문제다.아동학대의 법적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을 보면 ‘자기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아동을 학대하는 행위’로만 학대의 금지조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 아동학대 범위 설정에대한 전국적 조사연구도 미흡한 상태다.이른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의무가없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가정폭력은 결국 자녀의 생애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사회적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푸른 오월,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나라의 장래를 짊어진 어린이 보호를 입으로만 외쳐왔다.77회 어린이날을 맞아 한 여성단체가 어린이 보호시설을 찾아가 어린이를 붙잡고 “무엇이 갖고 싶으냐”고 묻자 “인형이 갖고 싶지만 안주셔도 참을 수 있어요”란 한마디가 외롭고 그늘진 곳의 어린이 현주소다.공원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들을 딴 세상 사람처럼 바라보는 우리의 미래가 어른들을 슬프게 한다.소파 방정환(方定煥)은 ‘봄이 오면 종달새처럼 노래부르고 꽃이 피면 나비와 같이 춤추고 싶어하는 것이 어린이’라고 했다.어린이를 ‘새싹’에 비유한 것은 무한한 희망과 성취가 그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진정으로 어린이를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그리고 그늘진데서 학대받고 고통받는 어린이의 실상을 이날만이라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티없이 순수한 동심이 푸른 초목처럼 씩씩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학대받는 어린이를 신고하는 등 그들을 도와주고 보호하는 방법을 사회와 어른들이 실천할 때다. sg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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