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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효리·이영애 앞세운 ‘토종’-아이디어 돋보이는 ‘외국계’ 새 CF 맞대결

    제일기획의 애니콜 최근 광고는 대한민국 대표 ‘몸짱’ 권상우·이효리 커플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선보였던 권상우의 쿵후 동작과 이효리의 유연한 춤 솜씨가 제품의 ‘평면 회전형’ 디자인을 잘 표현하고 있다.이효리의 환상적인 몸놀림에 호주인 촬영감독 크리스가 ‘브라보’를 연발했다는 후문이다. 오리콤은 웅진식품의 과즙음료 ‘자연은’ 광고에서 톱 모델 이영애를 내세워 “사람아,사람아 벌레가 내게 놀러오는 것을 시기하지 마라.그래야 자연이다.”라며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과 깨끗함을 강조한다.자연은은 90일 토마토,210일 제주감귤,790일 알로에 등과 같이 원재료가 완성되기까지의 적정 생육기간을 뜻하는 숫자를 제품명에 넣어 제품특성을 부각했다. 휘닉스컴의 농협 PR광고는 신세대 탤런트 김정화를 통해 국민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생명산업과 최대 수신고를 자랑하는 금융산업을 축으로 한 농협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대한민국을 지켜갑니다,농협’이라는 컨셉트로 잠재 고객인 젊은층과의 교감도 노렸다.김정화는 4m 높이의 철봉에서 빙글빙글 도는 ‘고난도’ 액션을 대역없이 소화했다. 금강기획의 서울랜드 광고는 외계인이 눈앞에 나타나도 꿈쩍하지 않는 ‘무심가족’들이 TV에 나온 서울랜드 광고에 놀라서 TV 앞으로 달려든다는 내용으로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포장했다.무심가족과 함께 서울랜드로 놀러간 외계인이 외치는 ‘아비오(我飛嗚)’는 감탄사이자 ‘내가 하늘을 나는 느낌’이라는 뜻인데 아예 서울랜드의 슬로건으로 지정했다.˝
  • ‘이라크 인질’ 새국면

    이라크 저항세력의 외국인 인질 처리 방향이 양 극단을 오가며 종잡을 수 없는 양상을 띠면서 이라크 상황도 혼미를 더해가고 있다. 자위대 철수를 요구하며 그간 3명의 일본인을 인질로 붙잡고 있던 저항세력이 15일(현지시간) 인질들을 전격적으로 풀어줬다.앞서 다른 저항세력이 이탈리아인 인질 1명을 처형한 것과 대비된다.저항세력들의 구심점이 없어서 우왕좌왕한다는 분석과,이탈리아인 인질 살해로 국제적 압력이 극심해질 것을 우려한 조치란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14일 이탈리아인 인질이 처형됐다고 알려지면서 저항세력들의 납치극 전략이 극단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처형까지 하겠느냐는 우려가 현실로 바뀌자 다른 인질들의 안위까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알 자지라 방송에 따르면,이탈리아인 인질은 목 뒷부분에 총알을 맞고 숨졌다.처형 장면은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잔혹했다고 한다.13일 바그다드 외곽에서 미국인으로 보이는 시신 4구가 심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이번에 처형된 이탈리아인이 외국인 인질 가운데 사실상 첫 희생자였다. 이탈리아인들을 납치했다고 주장한 ‘녹색여단’은 이번 처형이 다른 파병국들에 대한 본보기라며 이라크 주둔 이탈리아 군의 철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질들을 한 명씩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AP통신과 미 국방부 등에 따르면,일본인 3명이 풀려난 현재 인질은 12개국 19∼37명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날 ‘사라야 알 무자헤딘(무자헤딘 여단)’이 일본인 인질 3명을 풀어준 것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불과 몇 시간 전 알 아라비아 방송은 이 단체가 미국과 동맹국 국민들만 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러시아,중국,프랑스 등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한 국가의 국민들은 납치되더라도 곧 풀려났지만 철군을 조건으로 인질 살해 협박이 계속돼온 파병국 국민이 풀려난 것은 이번에 석방된 일본인들이 처음이다.게다가 인질들의 석방에 앞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이탈리아인 인질을 살해한 단체를 강도높게 비난하고 철군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석방을 중재한 수니파 3대 단체 ‘이슬람학자협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협회측은 지난 13일에도 저항세력이 일본인 인질 3명을 풀어주려다가 납치단체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 고이즈미 총리 발언에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인질 처형과 납치 사건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철군을 결정한 파병국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필리핀과 폴란드 등은 병력을 추가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러시아,프랑스,네덜란드,포르투갈 등 자국민 철수령을 내리고 대피 계획을 시행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다이아몬드 잔혹사/그레그 캠벨 지음

    다이아몬드는 기원전 7∼8세기경 인도 드라비다족의 장신구로 처음 쓰이기 시작해 로마시대엔 왕족들의 보석,중세엔 호신부로 사용됐다.이때까지만 해도 다이아몬드는 루비나 에메랄드 같은 색석(色石)보다 오히려 낮게 평가됐다.다이아몬드가 보석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말 베네치아의 페르지가 ‘브릴리언트 컷’ 연마법을 개발하면서부터다.이어 186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대규모 광산이 발견되고 근대적 채굴법이 채택되면서 다이아몬드는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운 광채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내전 지역에서 발굴돼 불법거래되는 다이아몬드,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다이아몬드 잔혹사’(그레그 캠벨 지음,김승욱 옮김,작가정신 펴냄)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계사의 비극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프리랜스 기자인 저자는 다이아몬드가 낳은 재앙을 취재하기 위해 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내전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었다. 질 좋은 다이아몬드가 지천인 시에라리온은 보석으로 인한 풍요보다는 내전과 학살로 점철된 역사를 겪어야 했다.반군단체인 혁명연합전선(RUF)은 다이아몬드 광산을 점거하기 위해 살인과 신체 절단 등 만행을 저질렀고,다이아몬드 업계는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내전에 관여했다.잇단 내전에 시에라리온은 전체 인구의 3분의1에 해당하는 200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했고,무고한 시민 4000명의 팔다리가 잘렸다.이 모든 것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세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영국에선 국제인권단체 글로벌위트니스(GW)가 조직돼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 감시에 나섰고,미국 의회에선 ‘청정 다이아몬드법’이 통과됐다.저자는 다양한 다이아몬드 분쟁 사례와 다이아몬드를 이용한 국제테러단체의 돈세탁 과정,다이아몬드 제국을 건설하려는 기업의 전략 등을 살피며 다이아몬드의 불온한 역사를 고발한다.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를 싹쓸이하듯 거둬들이는 다이아몬드 재벌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라는 광고문구는 영원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하지만 그것은 다이아몬드를 향한 인간의 탐욕 또한 영원함을 꼬집는 경고로도 읽혀 씁쓸함을 남긴다.1만 1000원. 김종면기자˝
  •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량셔우쭝 지음

    무협 바람이 거세다.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무협’ 상품이 늘어서 있다.‘말죽거리 잔혹사’처럼 무협 코드를 빌려온 영화가 만들어지고, ‘열혈강호’처럼 몇년째 인기를 끄는 만화가 있는가 하면, ‘신영웅문’ 같은 무협 전문 게임들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람들은 왜 무협에 열광할까.세상살이가 어렵기 때문일까.아니면 순환론자들의 주장대로 무협 사이클이 다시 찾아온 것일까.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량셔우쭝 지음,김영수·안동준 옮김,김영사 펴냄)는 그 해답의 실마리를 무협물에 등장하는 협객의 존재에서 찾는다.약한 자를 괴롭히는 악의 무리와 탐관오리,백성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권력자들을 통쾌하게 혼내주는 협객은 바로 보통사람들이 갈망하는 우리 시대 영웅의 다른 이름이다.사람들은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영웅의 풍모를 보며 협객의 꿈을 꾸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무협이 늘 대중과 함께 있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2000년 무협의 역사 두루 살펴 책은 사마천의 ‘사기’에서부터 신파 무협소설의 선두주자인 김용,양우생,고룡의 작품까지 2000년 무협의 역사를 두루 살핀다.중국의 대표적인 무협소설 평론가인 저자는 무협소설의 역사와 중국의 역사를 굳이 구별하지 않는다.무협소설을 ‘중국문화의 교과서’로 간주한다.‘역경’‘남화경’‘도덕경’ 등을 통해 무협과 중국문화의 접점을 찾고 ‘협(俠)’과 영웅이라는 단어를 통해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분석한다.요컨대 무협소설은 단순한 대중의 오락거리가 아니라 중국문화의 전통을 반영하는 문화코드라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협‘과 ‘검’에 관한 이야기는 ‘열자’와 ‘사기’에 처음 등장한다.‘열자’엔 스승과 제자가 활쏘기 기예를 겨루는 고사가 나오며,‘사기’의 ‘자객열전’과 ‘유협열전’편엔 여러 자객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하지만 이것들은 무협소설과 비슷해 보일 뿐,본격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 무협소설은 당나라 때 전기(傳奇)소설에서 비롯됐다.당대 초기부터 씌어진 전기소설은 신선이나 귀신,애정문제 등을 주요 제재로 삼았다.학자들은 두광정의 ‘규염객전’을 무협소설의 원조로 본다.주인공 규염객이 훗날 당 태종이 된 이세민의 인물 됨됨이에 감복,천하를 다투는 것을 그만두고 국경을 벗어나 부여국을 열었다는 이야기다.단재 신채호는 규염객이 고구려 후기의 실권자 연개소문이라고 주장한다. ●당나라 ‘규염객전’이 원조 무협소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대가 명이다.소설이 본격적인 대중 오락으로 등장한 송대를 거쳐 명대엔 장·단편 백화 무협소설이 꽃을 피웠다.이때 ‘수호전’과 ‘삼국지연의’가 소개됐고 ‘삼언이박’이라 불린 단편 백화소설이 등장했다.청대에 들어선 ‘삼협오의’ 같은 본격적인 협의소설이 나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중국 대륙에서 무협소설이 사라진 시기도 있었다.1990년대 중반 무렵이다.반면 홍콩은 무협소설의 전성기를 열어갔다.특히 김용의 ‘사조영웅전’은 새로운 구상과 수법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책은 한국 창작 무협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금강(와룡생)의 글을 통해 결코 짧지 않은 한국 무협소설의 역사도 살핀다.와룡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1960년대 초반부터 팬터지와 무협이 접목된 지금의 창작 무협 3세대까지 한국 무협소설의 어제와 오늘을 점검한다.우리의 무협은 언제쯤 외국처럼 변두리문학이 아닌 ‘주류문학’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이 책은 정통 무협의 역사를 찬찬히 되돌아봄으로써 그 가능성의 단서를 찾게 한다.1만 39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쿠데타를 꿈꾸는가/강석진 논설위원

    난장(亂場)은 난장이다.불법정치자금 수사로 뜨거워지던 정치적 공방이 탄핵을 전후해 열전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쿠데타 발언까지 나왔다. 시간이 흘렀으니 기억을 되짚어 보자.이화여대 김용서 교수는 지난달 30일 한국해양전략연구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성립된 좌익정권을 타도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복원하는 방법은 군부 쿠데타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폭탄 발언’을 투척했다.김 교수의 발언은 실언이 아닌 것 같다.강연문을 보면 현실 진단,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약점과 강점의 분석,‘작전 계획’의 수립 등 체계적으로 현상을 파악하고 설득하려는 시도가 역연하게 읽힌다. 많은 논자들은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말한다.정색하고 비판할 가치조차 없다고 무시하는 사이 사태는 문어 광주리 넘듯 슬슬 넘어가고 있다. 쿠데타는 어떻게 일어나는가.누가 꿈꾸는가. 쿠데타 등 정변에 대한 정치학계의 연구는 결정론과 선택론으로 나뉜다.우리나라에서도 주요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던 관료적 권위주의체제 이론 등이 결정론적이다.산업화 과정에서 외환고갈,분배갈등으로 정치·경제 위기가 초래되면,지속적인 산업화(산업화의 심화)를 위해 재계와 군부가 결탁해 권위주의체제를 수립한다는 것이다. 선택론은 여건이 비슷하다고 꼭 쿠데타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쿠데타 행위자들의 선택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쿠데타 세력이 ‘국가 안보’,‘경제 발전’등의 명분을 내세우지만,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쿠데타 주역들이 거사전 제거 위기에 몰린 사실이라고 밝힌 실증적 연구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논자에 따라서는 두 번,세 번,심지어 네 번까지 꼽는 이들도 있다.5·16,12·12 사태는 꼭 들어가는데 거사전 박정희·전두환 장군이 모두 옷을 벗거나 좌천될 위기에 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선택론이 발발 원인 설명에 꽤 도움이 되는 셈이다. 경제가 악화되면 박정희나 전두환 정권 시절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이 도지곤 한다.하지만 쿠데타가 결정적으로 일어났든 선택적으로 일어났든,사회적 손실과 후유증은 깊고 길게 남는다.차별은 학살을 낳는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는 24년전의 학살극도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쿠데타를 입에 올리지 못했다.김 교수의 발언이 느닷없고 섬뜩하게 들리는 까닭이다. 김 교수의 쿠데타 발언 바로 다음날,그러니까 3월31일은 40년전인 1964년 브라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던 날이다.21년간 브라질을 통치한 군정은 세계 최대 규모의 외채,잔혹한 인권 유린,극심한 빈부 격차를 남긴 채 사라졌다.아르헨티나,칠레 등도 쿠데타 후유증을 앓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정보화와 국제화가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군부가 등장한다고 경제가 갑자기 발전할 가능성도 없다. 우리 사회는 쿠데타를 필요로 하는가.대답은 ‘절대로 아니다.’이다.보수 세력 쪽에서는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탄핵반대 세력도 법을 무시하고,헌법 절차나 법 집행을 다중의 위력으로 저지하지 않느냐고.그러나 경직화된 힘의 사용으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시대의 흐름이 마뜩치 않으면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비전과 정책을 내놓아야지,군부를 유혹해서는 안 된다.아무 소용없이 그들 자신과 나라,국민 모두를 도탄에 빠트릴 뿐이다.보수 세력은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민주주의를 신봉한다면 쿠데타 발언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쿠데타 선동은 길거리 시위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파괴하는,부질없는 불장난일 뿐이다.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소품’을 찾습니다

    ‘숨은 1인치’가 품질을 결정한다는 광고 카피는 영화에서도 통한다.영화 속 숨은 1인치는 다름아닌 크고 작은 소품들.화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품들은 작품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해 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상상해 보자.70년대 후반의 학원 이야기를 담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효리의 포스터 사진이 잡혔다거나,‘태극기 휘날리며’의 등장인물 손목에서 패션시계가 쓰윽 튀어나오면 얼마나 김이 샐까.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는 실제로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김 감독은 “주인공 뒤쪽으로 구경꾼들이 찍힌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지만 재촬영을 못해 민망했다.”고 고백했다. 소품 담당자는 촬영현장의 다른 어떤 스태프보다도 주도면밀해야 한다.70년대 달동네를 배경으로 한 성장영화 ‘아홉살 인생’.촬영에 필요한 옛날 소품들이 너무 많아 제작사(황기성사단)는 아예 온라인 공모까지 했다.그러나 그 시절 물건들을 골동품처럼 간직한 이들이 많을 리 없다. 깜장고무신,나달나달 닳은 천 운동화,책가방,고무줄 새총,양은도시락 등 웬만한 것들은 4명으로 구성된 소품팀이 일일이 다리품을 팔아가며 수집했다.사계절이 화면에 담기는 통에 극중 아이들의 70년대풍 의상만 1000여벌을 특별제작했다. 장선우 감독의 액션블록버스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소품에 뭉칫돈을 들인 작품으로 두고두고 충무로에 회자된다.실감나는 총격 액션을 위해 33정의 최신총기를 홍콩에서 빌렸다.촬영현장에서 쓰인 일명 ‘피탄’(공포탄)만 3만발이 넘었다.할리우드 액션영화에서 널리 쓰이는 연기 안나는 공포탄의 당시 가격은 한 발에 무려 1만원. 소품 마련에 골머리를 썩인 영화로는 지난해 흥행작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빼놓을 수 없다.주요 공간인 연못에 연꽃을 띄워야 했건만 촬영시점인 초봄에 연꽃이 필 리 만무했던 터.꽃송이와 줄기는 태국과 베트남에서(흙 묻은 뿌리는 세관의 반입금지 품목),잎은 경북 칠곡에서 따로따로 들여오느라 법석을 떨어야 했다.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에서 남녀주인공과 코끼리가 어울려 춤을 추는 팬터지 장면.코끼리를 촬영장에 동원하지 못해 끝내 태국으로 원정촬영을 다녀와야 했다.2일 개봉하는 ‘마지막 늑대’도 영화의 심벌인 늑대를 캐스팅하기까지 들인 공이 대단했다.진짜 야생늑대는 동물보호협회의 특별보호를 받고 있어 차선책으로 구한 것이 혈통의 80%가 늑대인 ‘늑대개’(국내에 8마리뿐).한 마리에 200만원의 임대료를 주고 어렵사리 2마리를 구했다. 스크린에서 휙 스쳐 지나는 손톱만한 소품들도 허투루 볼 일이 아니다. 황수정기자 sjh@˝
  • 술CF는 ‘독한女 순한男’

    술CF는 ‘독한女 순한男’

    ‘소주는 미녀,맥주는 박력남?’ 도수를 낮췄다고 하지만 여전히 알코올 도수 20도가 넘는 소주는 미모의 여성이,맥주와 10도 안팎의 순한 술은 박력 있는 남성이 광고모델로 나서는 게 대세로 자리잡았다.소주 광고를 여배우가 맡은 것은 이영애가 1998년 진로 ‘참이슬’의 모델로 나서면서 시작됐다.술의 주요 소비층이 남성이다 보니 이전에는 여성이 술광고의 주모델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주류회사가 제공하는 달력 정도에서 수영복을 입고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영애의 청순한 매력이 돋보인 소주 광고가 좋은 평가를 얻자 황수정·박주미·김태희 등이 줄줄이 모델로 발탁됐다.두산의 ‘산’은 참이슬과 반대로 최민수·유오성·장동건 등 남성미 넘치는 모델을 내세웠으나 최근 새 모델로 손예진을 기용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22도에서 1도 내리면서 부드러워진 맛을 손예진의 부드러운 미소를 통해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시원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맥주는 주로 남성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하이트 프라임맥주의 최근 광고는 권상우를 1900년대 초반 유럽 식민지 시절의 분위기가 남아 있는 중국 상하이(上海)로 데려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재현했다. 권상우가 직접 줄에 매달려 와이어 액션 연기를 하면서 이소룡의 기괴한 기합소리 속에 맥주의 시원한 거품맛을 살려냈다.이에 앞선 하이트의 다른 광고도 김래원·김남준 등 남성미를 물씬 풍기는 모델을 내세웠다.카스맥주도 역시 김태희의 친동생 이완을 내세워 거칠고 도전적인 광고를 선보였다. 국순당의 전통주들은 ‘털털한’ 이미지의 모델을 애용한다. 최근 출시된 ‘삼겹살에 메밀한잔’은 드라마 ‘천생연분’의 탤런트 권오중을 기용했다.광고는 옛날 추억이 떠오르는 허름한 술집에서 삼겹살을 먹는 권오중이 욕쟁이 할머니로부터 ‘삼겹살에 메밀한잔’을 받아 즐겁게 마신다는 내용이다.권오중이 술을 찾자 할머니가 “니가 갖다 먹어.이놈아!”라고 외치지만 결국에는 삼겹살엔 ‘메밀한잔’이 제격이라며 정겹게 챙겨준다. 정 많은 욕쟁이 할머니 역에는 제작진이 3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100여명의 할머니를 인터뷰한 결과 영등포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승옥환(70) 할머니로 낙점했다. 제작진은 평생 욕을 모르고 살아온 분이라는 할머니로부터 욕을 듣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권오중이 “할머니,제발 저에게 욕 좀 해주세요.”라고 애걸복걸했지만 할머니로부터 나온 가장 심한 욕은 ‘이놈!’이 전부였다고 제작진은 소개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모델로 기용된 승 할머니가 받은 모델료는 500만원.할머니로부터 어렵게 얻어낸 욕은 방송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극장 광고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백세주 광고도 송강호를 내세워 이웃집 아저씨와 같은 친근감을 전달하고 있다. 광고를 제작한 휘닉스컴측은 “소주 광고는 미모의 탤런트들이 유혹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삼겹살에 메밀한잔’은 전통주인 만큼 일상의 편한 술자리에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남성 모델을 기용했다.”고 밝혔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소설가 서영은이 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Christ·새달 2일 개봉)가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지난달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에도 유대인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예수에 대한 잔혹한 고문 장면 등으로 거센 논쟁을 낳았다.독실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소설가 서영은씨가 영화를 본 뒤 글을 보내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어둠이 가장 깊은 때 열리는 것은 상징적이다.지상은 단순히 밤이어서 어두운 것이 아니다.사탄이 그분에게 두려움을 부추겨 불순종을 획책함을 암시한다.예수는 하나님이 시키신 일-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라 하신 일을 해야 할 때가 왔음에,심히 두려워하는 자기와 싸우며 기도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잔을 내게서 옮겨주소서.” 예수는 정말 사탄의 시험에 무릎 꿇려는 것일까.홀로 사악한 어둠에 맞서 기도하는 그 몸에서 피땀이 흘러내린다.“하지만 제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드디어 예수가 사탄의 시험을 이기고 하나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며 “준비됐나이다.”했을 때,인류에겐 구원의 문이 열린다. 지금까지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진 예수의 십자가 고난을 신성(神聖-말씀)의 관점에서만 이해해왔다.하지만 그 고난은 말씀이 아닌,육신의 고난이 아니었던가.이 지점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각본을 쓰고 감독한 멜 깁슨의 메시지가 집중된다.영화는 누가복음(22∼24장)에 기록된 사실을 충실히 재현하는데,특히 예수가 심히 매질 당하여 자신이 못박힐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에 이르기까지,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수난의 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매질로 살점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어가는 예수의 육신,무자비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군졸들의 야만스러운 얼굴,대제사장 가야바의 선동에 흥분한 군중,그 군중이 던지는 돌덩이,예수를 비웃고 조롱하는 금장지팡이와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제사장과 서기관들의 모습이 스크린 전체를 가득 메운다.잔혹한 고문 장면 등은 슬로 동작으로 처리한다. 감독의 메시지를 읽어보자.먼저 총독관저의 뒤뜰.혼절할 만큼 매질을 당한 예수를 병사들이 끌고 나간 뒤 피가 흥건히 고인 바닥에는 예수의 몸이 만든 핏자국이 피륙처럼 펼쳐진다.빌라도의 아내가 가져다준 깨끗한 세마포로,슬피 울고 있던 성모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는 그 핏자국을 닦는다.그저 말없이 경건한 제의를 치르는 듯한 장면은 그 피가 죄없는 예수가 인간의 죄를 피로 산 증거임을 보여준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가롯 유다가 자살하는 현장에도 감독의 의도는 오롯이 묻어난다.죄책감에 파먹히어 정신분열에 이른 그의 곁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는 짐승의 시체가 있다.예수가 피값을 내고 그 죄를 사지 아니한 인간의 말로는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구더기의 밥일 뿐이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 탈진한 예수를 대신해서 십자가를 짊어지게 된 구레네 사람 시몬의 등장도 의미가 깊다.그는 이리떼처럼 흥분해 날뛰는 구경꾼들을 둘러보며 소리친다.“명심하시오.내겐 죄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시몬은 예수와 함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힘겹게 골고다로 걸음을 옮기는 동안 깨닫게 된다.“죄 없다.”한 자신의 죄가 주홍빛처럼 붉어 할 말이 없다는 것을.핍박하는 자의 자리에서 핍박당하는 자리로 옮긴 그가 경악하며 바라본 것은,수난의 길 양쪽에 늘어서 날뛰며 소리치는 인간군상의 포악함과 어리석음이었을 것이다.이 영화는 태초 이래로 하나님을 알지 못한 모든 인간이,예수가 본을 보인 십자가의 길을 따르지 않으면 아비규환에 머물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그것이 영화 속의 예수가 인간의 구원을 위해 몸으로 치러내는 혹독한 고통과 하나로 포개어진 멜 깁슨 자신의 소명이다.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반(反)유대주의와 잔혹한 고문 묘사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이는 영화의 의미를 축소한 게 아닐까.단순히 유대인을 비판하기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예수를 부정하는 속성을 은유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성싶다.또 ‘잔혹한 고문’ 장면도 즉자적인 해석으로 보인다.지금까지 신성시하느라 말씀으로만 담고 베일로 가렸던 부분에 ‘상상의 리얼리티’를 부여함으로써 예수가 걸었던 고난의 길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탈진한 예수는 채찍을 맞을 때마다 땅바닥에 엎어지고 쓰러진다.느린 동작으로 스크린을 가득 메운 피투성이 몸은 ‘살아 있는 십자가’다.땅에 누운 그 십자가는 서로 증오하고 모함하고 비난하는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용서의 다리’다.예수가 피로 젖은 자신의 몸으로 인간의 틈새를 이을 때마다,그 자리엔 뉘우침·부끄러움이 싹트고 깨달음이 자란다.때문에 예수의 수난은 고통으로 시작되어 평화와 사랑으로 열매맺는다. 마침내 골고다 언덕.커다란 못으로 십자가에 고정시킨 예수의 몸이 수직으로 세워진다.운명의 시간이 가까워진다.무지한 사람들은 “하나님의 택하신 자 그리스도여든 네 자신을 구원하라.”며 예수를 조롱하고 비방한다.하지만 예수는 운명하기 직전까지도 자기를 핍박한 자들을 위해 기도한다.“아버지여 저희를 용서하여 주옵소서.자기의 하는 짓을 알지 못함이니다.” 이 기도는,고통받은 그의 몸이 수직으로 세워져 하나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 것처럼 부활한 그분이 지금도 성령으로 우리의 죄를 하나님께 중보(仲保)하고 있음을 뜻한다.그리고 그것은 현재형으로 살아 있다.˝
  • [남규철의 DVD 폐인]‘한니발’ 식인장면 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아마 심의 도중 특정 장면이 삭제 또는 암전처리되거나 심지어 이 장면 때문에 심의불가로 출시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일 듯.특히 과도한 폭력·잔인한 영상,누드나 음모 노출 등 장면이 온전히 심의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러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DVD를 구입하는 이들에겐 ‘원본 훼손’은 참기 어려운 일인지라 마니아들은 외국에서 출시된 ‘무삭제판’을 구해 보기도 한다.그러나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DVD 심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심의가 반려된 작품들이 무사히 통과하여 무삭제판으로 출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멋진 작품이 무삭제로 출시된다는 것은 어쨌든 즐거운 소식이다. 다음 타이틀들은 오랫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출시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것들.과도한 고어(gore) 신이나 누드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였다고 하는데….한번 직접 심의해 보시기를. ●한니발 무려 2년간 심의가 나지 않아 출시되지 않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릴러.잘 알려진 걸작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전작이 개봉된 지 정확히 10년만에 상영되어 흥행면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그러나 ‘너무나 완벽했던’ 전작에 가려 아쉬움도 많았는데 국내 개봉 때에는 주인공의 식인장면을 검게 칠해버려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바로 이 식인장면 때문에 심의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가 최근 무삭제로 심의를 통과하여 햇볕을 보았다.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화면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영상을 보여주며,돌비 디지털 5.1채널로 된 오디오트랙 역시 풍부한 서라운드와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다만 부가영상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무척 아쉽다. 무삭제장면은 잔혹한 영상이어서 비위가 약하신 분이나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적절하지 않을 듯. ●스위밍 풀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의 2000년 작품.여인의 성적 환상과 현실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 분위기로 그렸다.영화 성격상 전신누드나 음모 노출 등의 장면이 들어 있다.그 덕(?)에 오랫동안 심의가 반려됐으나 최근 무삭제로 출시됐다.아름답고 화사한 프랑스의 풍광을 잘 드러내는 깨끗한 영상과 부드럽고 무난한 사운드가 눈길.문제의 노출장면을 보고 “겨우 이 정도에…”라고 놀랄 분들도 있을 듯. 이밖에 ‘삭제장면’의 대명사인 ‘원초적 본능’도 6번의 심의 끝에 출시됐고,잔인한 폭력장면이 포함된 팀 버튼의 ‘슬리핑 할로우’도 무삭제로 나와있다.‘과도한 폭력’으로 극장에서 12초간을 삭제해야 했던 타란티노감독의 ‘킬 빌 vol.1’ 역시 삭제된 장면이 심의를 무사통과함에 따라 4월에 무삭제 DVD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KBS 새드라마 ‘4월의 키스’ 새달 21일 첫 방영

    KBS가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의 후속으로 ‘4월의 키스’(극본 박범수,연출 이응진·최지영)를 새달 21일부터 방영한다.24부작인 ‘4월‘는 사랑 때문에 상처를 주고받아야 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사랑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되묻는 드라마.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와 그 사랑으로 아파하는 여자,그리고 이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또 다른 여자 등 ‘사각관계’에서 가슴 시리도록 슬픈 사랑이야기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포부다. 이 드라마는 한창 떠오르는 청춘스타들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MBC ‘회전목마’에서 비련의 여인 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수애가 운명적 사랑을 믿는 팔색조 같은 여자인 미술강사 송채원 역으로 나온다.부와 명예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며 ‘운명은 개척하는 자의 것’이라고 믿는 남자 강재섭 역은 조한선이 맡았다.‘좋은 사람’이후 5개월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그는 성공한 20대 임원급 회사원으로 나온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싸움짱’ 우식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이정진은 낭만적이고 감성적 코드를 지닌 아날로그적 인간 한정우 역을 맡는다.조한선과 함께 수애를 가운데 놓고 사랑의 전쟁을 치른다.이정진을 짝사랑하는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는 성격의 장진아 역은 소이현이 맡았다. 한편 개그맨 김국진과 최근 협의이혼한 탤런트 이윤성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술집 마담 심순영 역으로 재기에 나선다. 최지영 프로듀서는 “경쟁관계에 있는 MBC·SBS의 드라마에 맞서기 위해 떠오르는 신예 연기자들을 대거 포진시키는 등 캐스팅부터 전방위 전략을 짰다.”면서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현실감 있게 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류계춘(柳繼春,1830∼1862).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자 혁명가(革命歌) 노랫말을 순 한글로 짓고 곡을 붙여 널리 퍼뜨렸으며,농사꾼이 사는 동네라면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사금파리 뾰족뾰족 박힌 골목길을 내달으면서 불렀고,그보다 조금 더 큰 조무래기들은 마을 타작마당이나 마을 앞 빈 논바닥에서 뛰놀며 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희미한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사랑방에서 새끼줄을 꼬는 머슴들이나,긴긴 겨울밤 무명실 잣는 물레질로 길쌈하는 아낙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를수록 마음 속에 시퍼렇게 응어리진 일들이 새삼스레 아파오기도 하고,끝 소절에 잔뜩 힘을 넣어 큰소리로 부르면 그 혹독하고 두려운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같았다. 한번 입에 올린 뒤엔 좀체로 떠나지 않는 이 노래를 두고 사람들은 이상한 노래라거나 귀신이 든 노래라고도 했다.이 노래를 만든 류계춘은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일약 인기 작곡가에다 돈방석에 올라 앉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1862년 민란주도 ‘참수형’ … 족보에서도 삭제돼 한국 농민의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아보라 한다면 나는 단연코 그의 이름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또한 한국 농민사에서 가장 슬픈 이름을 물어도 그를 불러 보인다.그는 경상도 진주사람이었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 줌치 장두(狀頭) 칼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또는 ‘언가(諺歌)’라고 부르는 이 노래를 류계춘이 지었다고 단정지은 것은 그가 계획하고 주도한,1862년 ‘진주농민항쟁(일명 임술 진주민란)’에 관한 당시 조선 정부 수사 기록을 통해서였다. 이 노래의 특징은 노랫말이 지닌 고도의 은유와 상징에 있다.이 노랫말 속에는 진주농민항쟁의 원인과 역사가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다. 빼어난 노랫말 속에는 풍부한 시적 감성과 치열한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는데,이 노래의 두 박자 리듬에서 우러나는 근원적인 힘과 조화를 이루면서 역동적인 행진곡으로서의 맛까지 곁들이고 있다. 지난 5일 경칩날 류계춘 선생의 묘소가 있는 경남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를 찾아 갔다.선생의 증손자인 류일렬(柳一烈)씨가 동행해주었다. 마을 노인들에게 선생의 묘소를 묻자 대뜸 “아,그 풋심 떼던 묏등”이라고 대답한다.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풋심’이라는 병을 앓곤 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은 열이 나는 특징을 지닌 병으로서 3일열 또는 4일열 등으로 구분하는데, 심하면 빈혈이 생기고 황달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학질(말라리아)이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농촌 사람들은 흔히 풋심이라 했다. 뚜렷한 처방약이 없어서 한 번 걸리면 한달 이상은 예사로 고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사흘이나 나흘 간격으로 재발하기 때문에 몇 차례 재발한 고열로 고생한 사람들은 귀신이 든 것이라고 여기면서 푸닥거리를 하는 등 안타까운 시달림을 겪었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섬뜩한 처방전이 흘러나왔다.어떤 잘못으로 인하여 형장에서 참수된 자의 무덤을 찾아내어 마지막 치유 방법을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즉, 풋심을 앓는 환자가 캄캄한 한밤중을 이용하여 참수된 자가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가는 것이다.이때 등불을 켜서는 안된다. 무덤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떤 쪽이든 한쪽에 가서 시체가 누워 있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세 번 구르는 것이다. 그때 환자는 ‘내 풋심 떼어가거라!’를 세 번 외치면서 거꾸로 구른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데,아무리 무서워도 뒤돌아보면 안된다.만약 뒤를 돌아보면 떨어졌던 풋심이 되붙어서 다시는 안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과연 효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으스스한 그 처방전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류계춘 선생의 삶은 그의 주검이 매장된 묘소와 함께 이 지역 농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매우 독특한 정서로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은 진주농민들을 선동하여 민란을 주도한 책임으로 다른 아홉명의 동지들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졌다. ●80년대 ‘진주농민항쟁’ 으로 정정… 명예회복 선생의 증손자 류일렬씨는 진주 변두리에서 작은 꽃집을 경영하며 산다고 했다.일렬씨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집안 사람들은 반역자의 후손으로 찍혀서 세상 한가운데 드러난채 살 수 없었다고 한다.그래도 일렬씨 아버지는 류계춘 선생의 뜨겁고 적극적이었던 삶을 죄인으로 몰아붙인 조선후기 양반들의 태도가 더 나빴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었다. 열린 세상이 오면 류계춘의 삶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그 희망이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자식들에게 비겁한 삶을 살지 않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진주민란이라는 말이 진주농민항쟁으로 바뀌게 되는 날이 왔다. 민란을 주도한 반역자 류계춘을 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로 고쳐 부르자는 민주화의 추세로 마침내 문화류씨(文化柳氏) 좌상공파(左相公派)의 족보에 류계춘 선생의 이름이 오르면서 업적을 기리는 기록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류일렬씨는 증조부 산소를 참배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무덤 앞에 섰다.그의 표정이 흔들렸다.그 흔한 비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초라한 무덤을 누가 저 격렬했던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의 무덤으로 보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작은 돌 하나도 깎아 세우지 못할 만큼 일렬씨 집안이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비석을 만들어 세우자는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그때마다 일렬씨 아버지의 태도는 강직했다.그 따위 돌 하나 깎아 세워달라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아니셨다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의 잔혹한 농민 탄압,가련한 농민의 살점과 피를 짓밟고 올라서서 누린 양반관료들의 교만과 위선으로 꽉찬 모순을 온몸으로 질타하면서 농민도 인간임을 절규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생이 과연 후손들에게 뭘 바라시겠느냐고 되물었다.빛나는 비석에다 화려한 문장으로 죽은 시대의 허위의식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단청 입힌 사당이며 으리으리한 기념관을 세워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과 죄악을 은폐시키려 하기보다는,역사 앞에서 한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단다.일렬씨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흔한 비석 하나 없는 쓸쓸한 혁명가의 무덤 그날 류계춘 선생 묘소 앞에서 그가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지은 것은 묘소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가진자들의 별장이 언젠가는 선생의 무덤을 딛고 올라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뒤에.일렬씨는 이 시대 농촌,농업,농민의 삶이 시장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밀린 채 무시되어 짓밟히는 것과 류계춘 선생 동지들의 농민항쟁 정신이 왜곡,무시되는 점이 닮아보인다며 한숨지었다. 류계춘 선생과 혁명동지들을 진주형장에서 참수하여 그 목을 진주 남강 건너는 나루터와 장터에 높이 매달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에 반역하면 누구든 저렇게 되고만다는 것을 보여준 그 국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였던가? 그리고 지금 이 시대 농민과 농업의 위기,농촌문화의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진주농민항쟁같은 역사의 몸부림이 필요한 것일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24)이걸이 저걸이 갓걸이(上)

    류계춘(柳繼春,1830∼1862).그는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권 노래이자 혁명가(革命歌) 노랫말을 순 한글로 짓고 곡을 붙여 널리 퍼뜨렸으며,농사꾼이 사는 동네라면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코흘리개 아이들은 사금파리 뾰족뾰족 박힌 골목길을 내달으면서 불렀고,그보다 조금 더 큰 조무래기들은 마을 타작마당이나 마을 앞 빈 논바닥에서 뛰놀며 이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희미한 등잔불이 가물거리는 사랑방에서 새끼줄을 꼬는 머슴들이나,긴긴 겨울밤 무명실 잣는 물레질로 길쌈하는 아낙들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래를 부를수록 마음 속에 시퍼렇게 응어리진 일들이 새삼스레 아파오기도 하고,끝 소절에 잔뜩 힘을 넣어 큰소리로 부르면 그 혹독하고 두려운 것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도 같았다. 한번 입에 올린 뒤엔 좀체로 떠나지 않는 이 노래를 두고 사람들은 이상한 노래라거나 귀신이 든 노래라고도 했다.이 노래를 만든 류계춘은 요즘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수백만장의 음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일약 인기 작곡가에다 돈방석에 올라 앉는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1862년 민란주도 ‘참수형’ … 족보에서도 삭제돼 한국 농민의 역사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을 꼽아보라 한다면 나는 단연코 그의 이름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또한 한국 농민사에서 가장 슬픈 이름을 물어도 그를 불러 보인다.그는 경상도 진주사람이었다.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 줌치 장두(狀頭) 칼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 ‘이걸이 저걸이 갓걸이’ 또는 ‘언가(諺歌)’라고 부르는 이 노래를 류계춘이 지었다고 단정지은 것은 그가 계획하고 주도한,1862년 ‘진주농민항쟁(일명 임술 진주민란)’에 관한 당시 조선 정부 수사 기록을 통해서였다. 이 노래의 특징은 노랫말이 지닌 고도의 은유와 상징에 있다.이 노랫말 속에는 진주농민항쟁의 원인과 역사가 밀도 높게 응축되어 있다. 빼어난 노랫말 속에는 풍부한 시적 감성과 치열한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는데,이 노래의 두 박자 리듬에서 우러나는 근원적인 힘과 조화를 이루면서 역동적인 행진곡으로서의 맛까지 곁들이고 있다. 지난 5일 경칩날 류계춘 선생의 묘소가 있는 경남 진주시 수곡면 원당리를 찾아 갔다.선생의 증손자인 류일렬(柳一烈)씨가 동행해주었다. 마을 노인들에게 선생의 묘소를 묻자 대뜸 “아,그 풋심 떼던 묏등”이라고 대답한다.195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농촌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풋심’이라는 병을 앓곤 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높은 열이 나는 특징을 지닌 병으로서 3일열 또는 4일열 등으로 구분하는데, 심하면 빈혈이 생기고 황달을 일으키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학질(말라리아)이라고 부르는 이 질병을 농촌 사람들은 흔히 풋심이라 했다. 뚜렷한 처방약이 없어서 한 번 걸리면 한달 이상은 예사로 고생하는 무서운 질병이었다.사흘이나 나흘 간격으로 재발하기 때문에 몇 차례 재발한 고열로 고생한 사람들은 귀신이 든 것이라고 여기면서 푸닥거리를 하는 등 안타까운 시달림을 겪었다. 그때 누군가의 입에서 섬뜩한 처방전이 흘러나왔다.어떤 잘못으로 인하여 형장에서 참수된 자의 무덤을 찾아내어 마지막 치유 방법을 시도해보라는 것이었다.즉, 풋심을 앓는 환자가 캄캄한 한밤중을 이용하여 참수된 자가 묻혀 있는 무덤으로 가는 것이다.이때 등불을 켜서는 안된다. 무덤의 왼쪽이나 오른쪽 어떤 쪽이든 한쪽에 가서 시체가 누워 있는 방향과는 반대방향으로 세 번 구르는 것이다. 그때 환자는 ‘내 풋심 떼어가거라!’를 세 번 외치면서 거꾸로 구른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는데,아무리 무서워도 뒤돌아보면 안된다.만약 뒤를 돌아보면 떨어졌던 풋심이 되붙어서 다시는 안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과연 효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으스스한 그 처방전이 이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렇듯 류계춘 선생의 삶은 그의 주검이 매장된 묘소와 함께 이 지역 농민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매우 독특한 정서로 자리잡고 있었다. 선생은 진주농민들을 선동하여 민란을 주도한 책임으로 다른 아홉명의 동지들과 함께 참수형에 처해졌다. ●80년대 ‘진주농민항쟁’ 으로 정정… 명예회복 선생의 증손자 류일렬씨는 진주 변두리에서 작은 꽃집을 경영하며 산다고 했다.일렬씨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집안 사람들은 반역자의 후손으로 찍혀서 세상 한가운데 드러난채 살 수 없었다고 한다.그래도 일렬씨 아버지는 류계춘 선생의 뜨겁고 적극적이었던 삶을 죄인으로 몰아붙인 조선후기 양반들의 태도가 더 나빴다는 신념을 꺾지 않았었다. 열린 세상이 오면 류계춘의 삶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그 희망이 실현되는 날을 기다리면서 자식들에게 비겁한 삶을 살지 않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1980년대 중반 진주민란이라는 말이 진주농민항쟁으로 바뀌게 되는 날이 왔다. 민란을 주도한 반역자 류계춘을 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로 고쳐 부르자는 민주화의 추세로 마침내 문화류씨(文化柳氏) 좌상공파(左相公派)의 족보에 류계춘 선생의 이름이 오르면서 업적을 기리는 기록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했다. 류일렬씨는 증조부 산소를 참배하기 위해 신발을 벗고 무덤 앞에 섰다.그의 표정이 흔들렸다.그 흔한 비석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초라한 무덤을 누가 저 격렬했던 진주농민항쟁을 이끈 농민혁명가의 무덤으로 보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작은 돌 하나도 깎아 세우지 못할 만큼 일렬씨 집안이 어려운 것은 결코 아니었다.비석을 만들어 세우자는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그때마다 일렬씨 아버지의 태도는 강직했다.그 따위 돌 하나 깎아 세워달라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할아버지가 아니셨다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의 잔혹한 농민 탄압,가련한 농민의 살점과 피를 짓밟고 올라서서 누린 양반관료들의 교만과 위선으로 꽉찬 모순을 온몸으로 질타하면서 농민도 인간임을 절규하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선생이 과연 후손들에게 뭘 바라시겠느냐고 되물었다.빛나는 비석에다 화려한 문장으로 죽은 시대의 허위의식을 장황하게 늘어놓고,단청 입힌 사당이며 으리으리한 기념관을 세워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과 죄악을 은폐시키려 하기보다는,역사 앞에서 한점 부끄럼 없는 당당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고 싶어하지 않겠느냐고 했단다.일렬씨는 그런 아버지의 태도가 옳다고 믿고 있었다. ●흔한 비석 하나 없는 쓸쓸한 혁명가의 무덤 그날 류계춘 선생 묘소 앞에서 그가 잠시 괴로운 표정을 지은 것은 묘소 가까이까지 밀고 들어오는 가진자들의 별장이 언젠가는 선생의 무덤을 딛고 올라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뒤에.일렬씨는 이 시대 농촌,농업,농민의 삶이 시장논리와 자본의 논리에 밀린 채 무시되어 짓밟히는 것과 류계춘 선생 동지들의 농민항쟁 정신이 왜곡,무시되는 점이 닮아보인다며 한숨지었다. 류계춘 선생과 혁명동지들을 진주형장에서 참수하여 그 목을 진주 남강 건너는 나루터와 장터에 높이 매달아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에 반역하면 누구든 저렇게 되고만다는 것을 보여준 그 국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국가였던가? 그리고 지금 이 시대 농민과 농업의 위기,농촌문화의 황폐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진주농민항쟁같은 역사의 몸부림이 필요한 것일까?
  •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실비아 플라스 지음

    미국의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1932∼1963)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화다.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시대에 계관시인을 지낸 테드 휴스의 아내로 황금빛 로맨스의 주인공이었지만 끝내 남편의 외도와 우울증,생활고에 시달리다 서른 살의 나이에 가스 오븐에 머리를 박고 자살한 인물.그 충격적인 죽음은 1960년대 초반 태동하던 페미니즘의 시류를 타고 여성해방운동의 표상이 됐다.나아가 실비아 플라스는 남편 테드 휴스의 외도로 상징되는 폭압적인 남성성에 희생된 순교자로 신화화됐다.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실비아 플라스 지음,김선형 옮김,문예출판사 펴냄)는 신화의 너울에 갇힌 한 여성 시인의 생생한 육성을 들려준다.책은 실비아 플라스가 스미스 대학 입학을 앞둔 1950년부터 테드 휴스와 별거에 들어간 1962년까지의 일기를 소개한다. 실비아 플라스의 사랑과 비극에 관한 이야기는 극적 요소를 두루 갖춘 한 편의 드라마다.몇몇 일화들은 극적이다 못해 작위적인 느낌까지 준다.‘쿵’하고 부딪치는 맹렬한 키스 끝에 실비아 플라스가 테드 휴스의 뺨을 피가 철철 나도록 물어뜯어 평생 사라지지 않는 흉터를 만들어놓았다는,유명한 첫 만남의 이야기가 그 한 예다.그러나 정작 일기에는 ‘여성해방운동의 순교자’로 부각된 사후의 신비화된 모습이나 멜로드라마의 극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 그려져 있다.자살로 생을 마감한 ‘창백한 희생자’의 모습보다는 냉철하고 잔혹할만큼 정직하며 때론 매우 이기적일 뿐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에 실패해 악에 받친 외로운 인간의 초상을 보여준다.잡지에 보낸 시가 반송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하루종일 유리창에 매달려 우체부를 기다리는 모습이라든지,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는 모습 등 신화가 아닌 ‘인간’ 실비아의 모습이 담겨 있다. 테드 휴스는 실비아 플라스를 “사생활에서나 글에서나 수많은 가면을 쓰고 있던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실비아의 절규는 사뭇 눈물겹다.“하느님,이것이 전부인가요? 웃음과 눈물의 회랑 한가운데를 쏜살같이 스쳐 달리는 것이? 자기숭배와 자기혐오,영예와 오욕 사이를 이렇게 위험하게 질주하는 것이?”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된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테드 휴스가 프랜시스 매컬로와 공동 편집해 1986년에 낸 책을 토대로 했다.두 사람은 일기 원본의 3분의2 가량을 생략한 뒤 책으로 출간해 비난을 샀다.실비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테드 휴스가 관련 부분의 일기를 파기하고 일부 지문을 삭제했기 때문이다.“망각이 생존의 조건”이라는 게 그의 말.테드 휴스는 실비아 플라스를 죽게 한 냉혈한이란 오명을 평생 낙인처럼 달고 다녀야 했다.강연이나 시낭독회 때마다 시위대가 뒤따랐고,실비아 플라스의 묘비명에 새겨진 남편의 성 ‘휴스’는 실비아의 추종자들에 의해 무참히 지워지는 수난을 당했다. 하지만 테드 휴스는 1998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죽어버린 아내와의 삶과 사랑을 고통스럽게 토로한 ‘생일편지’라는 시집을 펴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실비아 플라스의 이야기는 그의 사후에도 끊임없이 대중의 관심거리가 됐다.테드 휴스가 죽자 영국 BBC는 미국 자본과 손잡고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영화 ‘실비아’를 만들기도 했다.실비아 플라스의 신화는 여전히 빛을 내뿜고 있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뜨는법’ 별별게 다있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에 ‘얼짱’으로 등극해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는 예측불허의 세상.방송국이 자체적으로 스타를 선발해 키우는 ‘공채 탤런트 시대’는 막내린 지 오래다.지금 이 순간에도 예비스타들은 호시탐탐 스타탄생의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인터넷 블로그를 떠돌며,혹은 드라마보다 극적인 ‘길거리 캐스팅’을 꿈꾸며 근육의 긴장을 잠시도 풀지 않은 채….종횡무진 안방극장을 누비고 있는 스타들은 데뷔사연들도 별나다.그들의 ‘출신성분’은 어떨까. #인터넷에서 뜨면 뜬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연예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얼짱’이라는 신조어 탄생에 일조한 박한별은 인터넷이 만들어낸 최고 스타.전지현을 닮은 학생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얻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상륙했다. 얼짱에 이어 몸짱이라는 파생어를 낳은 ‘봄날 아줌마’ 정다연도 인터넷이 만든 스타.인터넷 신문 ‘딴지일보’에 사진과 기사가 실린 뒤 전국민의 뜨거운 호기심 속에 지상파 방송과 CF에도 출연했다. #난 어쩌다 찍혔어 데뷔 동기를 물을 때마다 으레 나오는 소리가 ‘길거리 캐스팅’이다.이와 달리 조인성은 자신이 살던 동내(천호동)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얘기라며 연기 아카데미 출신임을 당당하게(?) 밝히기도 했다. 길거리는 아니지만 이정재,정우성,구본승 등은 공교롭게 데뷔 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픽업된 케이스.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이들이 특정 카페에 매니저가 많이 몰린다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위장취업’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얘기도 떠돌았다. 한가인의 데뷔 계기는 소설책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고교시절 수능에 관해 인터뷰한 장면이 뉴스에 나온 뒤 ‘필’이 꽂힌 기획사로부터 전화가 쇄도했다고.CF ‘박카스 걸’로 청순한 매력을 발산한 한가인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확실하게 떴다.화장품 ‘이니스프리’의 모델 남상미는 ‘롯데리아 걸’로 통했다.한양대 앞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그를 데뷔시킨 건 ‘8할’이 남학생들의 입소문이다. #‘롱다리’들의 활보 얼굴뿐 아니라 몸매 경쟁력을 앞세운 ‘8등신 미녀들’의 파워가 강해지고 있다.KBS ‘연예가 중계’ MC로 미모뿐 아니라 말솜씨도 뽐내고 있는 이소라를 위시해 드라마 주연 자리를 도맡고 있는 한고은과 이유진,이선진,오승현 등이 슈퍼모델 출신이다.최근에는 선배들의 기와 끼를 전수받은 한지혜,한예슬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여배우 가운데 캐스팅 1순위로 꼽히는 전지현,KBS ‘백설공주’의 김정화,‘장화,홍련’의 임수정 등은 10대 패션 잡지화보에서 깜찍 발랄함을 뽐내던 얼굴들이다.소지섭,송승헌,김하늘 등은 청바지 브랜드 ‘스톰’의 모델이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미스코리아는 징검다리 과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전통적인 연예인의 산실.오현경,고현정,이승연,김성령 등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들은 셀 수 없을 정도.외모만을 앞세워 섣불리 진출해 그저 그런 눈요깃거리로 전락해 ‘자연도태’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염정아처럼 캐릭터 발견의 재미와 놀라움을 동시에 주기도 한다.이런 의미에서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김사랑,손태영에 대해 좀더 인내심을 발휘해도 되지 않을까. #‘신병훈련소’는 따로 있다? 외모는 반반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쓴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미완성의 신인들을 조탁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바로 KBS의 ‘학교’시리즈와 MBC의 ‘논스톱’시리즈가 그렇다.이 두 드라마를 거쳐간 스타들을 돌이켜보면 새삼 놀라게 된다. 장혁,하지원,이강희,조인성 등은 ‘학교’를 나오면서 연기자로서 ‘압축성장’했다.아역 배우 출신의 양동근이 개성파 연기자로 거듭나고 무명의 신인가수 장나라,정다빈,김정화,조한선 등이 지금의 인기를 얻기까지 ‘논스톱’이 큰 발판이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상숙기자 alex@ ●공채는 죽었다! “쓸 만한 대어급들은 이미 기획사가 모두 채가고 잔챙이들만 득실거리죠.그나마도 조금 키워 놓으면 기획사로 빠져 나갈 겁니다.”(모 방송국 책임 프로듀서)” 방송가에서 ‘공채 무용론’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이유는 한가지.공채의 목적은 이른바 A급 스타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함인데,막상 뽑고 보니 그같은 자질을 갖춘 신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SBS 관계자는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기획사들이 유망 신인들을 중학교 때부터 무차별적으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공채해봐야 B·C급들만 지원한다.”면서 “그나마 ‘싹수’가 보이는 신인을 발견했다 해도 이미 기획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라 향후 관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KBS 관계자도 “뽑기는 방송사가 뽑는데 계약관계의 칼자루는 기획사가 갖고 있어 캐스팅 등에서 전혀 메리트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들여 신인들을 뽑아 ‘단역’밖에 쓰지 못하는 공채라면 지속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3사는 수년전 이같은 이유로 신인 탤런트 공채제도를 폐지했다가 지난해 일제히 부활시켰다.KBS의 경우 지난 97년 이후 6년만에,MBC와 SBS는 각각 2년과 3년만이었다.평년보다 인원수는 줄었지만,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신인 연기자들을 뽑았다. 당시 공채제도를 부활시킨 이유는 기획사의 횡포를 더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기획사 소속 스타 연기자의 경우 제작국장은 물론 방송사 사장이 나서도 일절 섭외에 응하지 않았다.방송사가 기획사에 휘둘려 ‘끼워팔기’식으로 출연시킨 조연배우에게까지 지나친 액수의 출연료를 지불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이영표기자 tomcat@˝
  • ★들의 눈물겨운 배역 따라잡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배우들에게도 남모르는 ‘그늘’은 있게 마련.한국영화의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배우들이 갖춰야 할 ‘기본기’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영화 속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느라 촬영 전 서너달을 연습실에서 살다시피 하는 게 보통이다. 새달 9일 개봉하는 드라마 ‘바람의 전설’.본격 춤영화를 표방한 만큼 주인공 이성재의 춤실력이 흥행포인트 중의 포인트.구두창에 기름칠한 듯 매끈한 ‘스탭’을 밟기 위해 그가 들인 공력은 대단했다.크랭크인 석달여 전부터 일산 집에서 청담동의 유명학원인 샤리권 댄스스포츠 스쿨로 매일 아침 9시면 칼같이 출근(?)했다.평소 “거울 속 춤추는 내 모습이 제일 보기 싫다.”고 말해온 그는 ‘몸치’,‘박자치’에 평발이기까지 해서 댄서로서는 최악의 조건.그러나 역시 배우는 배우.3개월만에 룸바,왈츠,자이브,퀵스탭,차차차,탱고 등 웬만한 춤의 기본기는 마스터했다. 춤이라면 한창 촬영 중인 ‘발레교습소’쪽 연기자들도 할말이 많다.발레학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여서 주인공 김민정·윤계상도 촬영 석달 전부터 하루 서너시간씩 임시대여한 연습실에서 혹독하게 발레동작을 익혀야 했다.극중 발레강사를 맡은 도지원이 국립극단 발레리나 출신이어서 촬영장에서도 음양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액션물이 충무로를 휩쓸면서 웬만한 배우라면 한번쯤 무술훈련은 받아봤을 터.5월5일 개봉예정인 무협극 ‘아라한-장풍대작전’에 출연한 류승범·윤소이·안성기 등은 ‘몸만들기’ 기초훈련에서 고난도 무술까지 꼬박 6개월동안 맹연습했다.‘말죽거리 잔혹사’의 권상우·이정진·이종혁 등 주인공 3인방도 마찬가지.신재명 무술감독의 ‘애제자’로 불릴 만큼 서너달을 액션스쿨에 붙박혀 지냈다. 추석즈음 개봉할 휴먼드라마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주인공 이범수도 진땀깨나 뺐다.감사용은 한때 왼손잡이 투수로 날린 야구선수.오른손도 아닌 왼손으로 폼나게 직구를 날려야 하는지라 쌍방울팀 선수 출신인 이광섭씨에게서 ‘특훈’을 받았다.새달 말 개봉할 ‘효자동 이발사’에서 대통령 이발사로 나오는 송강호도 기막힌 이발사 수업을 받았다.실감연기를 위해 스태프들을 상대로 실기연습을 하는 통에 일부 스태프들의 헤어스타일이 한꺼번에 ‘빡빡머리’가 되고 말았다. 황수정기자 sjh@˝
  • ‘배틀로얄Ⅱ’ 어떤 영화

    잔혹한 장면들에 눈을 질끈질끈 감으면서 봤던 1편에 비하면 ‘배틀로얄 2-레퀴엠’(새달 2일 개봉)은 시각적으로는 상당히 순화된 느낌이다.낫이나 칼로 학생들이 서로를 무차별 찍어내리던 전작의 극악한 폭력이 눈에 띄게 누그러진 점이 큰 특징.덕분에 국내 관람등급도 무난히 ‘15세 이상’을 받아냈다. 가까운 미래의 일본이 무대.학생들의 교내 폭력이 극심해지자 어른들은 일명 ‘BR’(Battle Royal)라 불리는 교육개혁법을 제정했다.중학교 3학년 한 학급을 뽑아 무인도에 가둬 놓고 실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게 해서 최후의 생존자만이 섬을 빠져나오게 한 끔찍한 법이다. 2편은 전편에서 살아남은 나나하라 슈야(후지와라 타쓰야)가 BR법에 반대하는 테러리스트 조직을 결성해 세계도시들을 파괴하자,어른들이 또다시 중3 한 학급을 선발해 서로 살인게임을 벌이게 한다는 줄거리다. 학생들이 서로를 죽여야 한다는 끔찍한 설정 때문에 1편은 상영 당시 일본내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었다. 1편이 건조한 시선으로 극도의 잔인한 폭력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2편에는 감정적인 메시지가 많이 녹아들었다.폭력 자체의 강렬함보다는 소규모 전투장면들을 끊임없이 풀어놓는 것으로 감독은 화면의 긴박감을 살리려 했다.그러나 그런 의도는 이미 온갖 종류의 액션영화를 다 본 관객들에게는 특별히 새롭거나 긴장할 요소는 못될 것 같다.승자와 패자를 선과 악의 이분법에 맞춰 무 자르듯 갈라놓는 시각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황수정기자˝
  • 2004 ‘패륜 잔혹사’

    담임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고교 신입생이 앙심을 품고 수업 중이던 담임교사를 마구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울진경찰서는 16일 교실에서 담임교사를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및 상해)로 울진군 J고교 1학년 김모(16)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12일 오전 10시20분쯤 다른 반 교실에서 수업 중이던 이모(33) 교사를 주먹과 발로 폭행,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다. 당시 교실에는 학생 30여명이 있었으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아무도 만류하지 못했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은 당일 등교후 이 교사로부터 ‘평소 학교생활이 바르지 못하다.’는 등의 꾸지람과 함께 손바닥으로 머리를 한 차례 맞자 교복 상의를 벗어던지며 “학교 안 다닌다.”고 외친 뒤 학교 밖으로 뛰쳐 나갔다. 김군은 30여분 뒤 학교로 다시 돌아와 이 교사가 수업중인 교실 창문 밖에서 “좀 나와 보소.”라고 소리친 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 주먹과 발로 이 교사를 마구 폭행했다. 이 교사는 입안이 찢어지고 타박상을 입었으나 이후 정상적으로 출근,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모가 이혼한 상태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김군은 지난해 모 공고에 입학했다가 학교를 자퇴하고 재수를 한 뒤 이 학교에 올해 입학했다.김군은 방과 후에는 학교 인근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학교측은 이날 생활지도위원회와 전체 교직원 회의를 열어 교권침해를 이유로 김군을 퇴학 처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울진 김상화기자 shkim@˝
  • ‘스쿨’ 스크린 점거하다

    …유하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서 스크린에서 ‘학교’가 뜨고 있다. 학교를 공간적 배경이나 주요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꾸준히 개봉되거나 제작되고 있는 추세다. 하이틴 영화가 없는 시대는 물론 없었다.그러나 최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학교는 10∼20대들의 고만고만한 고민과 로맨스를 담는 ‘전통적’ 기능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데서 새로운 의미가 짚인다.학교가 억압된 욕망의 상징공간으로 한정됐던 건 이미 옛말이다.코미디,멜로,드라마,액션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제 학교는 스크린을 무차별(?) 점령한다. 학교가 대중문화의 인기코드로 급부상한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초 흥행한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대학 2학년생 과외선생과 터프한 남자 고교생의 코믹한 신경전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짭짤한 재미를 본 뒤 학교영화는 줄줄이 기획·제작되는 중이다. 학교가 실패한 교육장이자 혼돈의 상징처럼 굳어지고 있음에도,극장가에서 ‘먹히고’ 있는 배경은 뭘까. 한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 2002년 말 고등학교 교실에 카메라를 정조준한 코미디 ‘몽정기’와 ‘품행제로’가 선보일 즈음만 해도 학교영화가 이렇듯 꾸준히 폭발력을 가질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면서 “‘동갑내기‘가 흥행하면서 인터넷 소설이 원작인 청춘드라마가 힘을 얻은 결과”라고 짚었다. 인터넷 소설의 주요 독자층은 10∼20대.주요 영화소비층과 정확히 일치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이들을 겨냥한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풀이들이다.여고생과 ‘명품족’ 대학생의 로맨스를 그려 지난 1월 개봉한 ‘내사랑 싸가지’,귀여니의 인터넷 대박소설을 원작으로 새달 개봉할 ‘그 놈은 멋있었다’가 대표적인 사례. 이 즈음에서 눈치챌 수 있듯이,학교가 하이틴 드라마 속에서 단순히 ‘순수’와 ‘꿈’을 대변하는 공간에 머물던 시대는 갔다.욕망의 표현이나 사회적 입지 등이 제한된 ‘학생’들에게 학교는 역설적이게도 일탈의 쾌감을 누릴 수 있는 합법적인 탈출구다.딱딱하게 뭉쳐진 청춘들의 ‘욕망 근육’을 다양한 제스처로 풀어주는 물파스로 기능하는 셈이다. 지난 1월의 흥행작 ‘말죽거리 잔혹사’도 마찬가지.70년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깔고 학원문제를 건드린 듯하지만,자세히 보면 영화 속 학교는 폭력의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색다른 무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학교가 자유연애 공간으로서 입체적으로 ‘재활용’되기까지 한다.김래원·문근영 주연의 ‘어린 신부’(새달 2일 개봉)는 16세 꼬마신부와 대학생의 결혼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양가 조부들이 정혼한 바람에 울며 겨자먹기로 ‘여학생 신부’가 된다는 설정은 인기 TV드라마 ‘낭랑 18세’와 판박이다.교복차림의 여학생이 주인공인 영화는 또 있다.은지원·임은경 주연의 ‘여고생 시집가기’가 한창 촬영 중이다. 로맨스,액션,코미디가 두루두루 엮이는 학교영화는 한동안 한국영화의 주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교생들의 삼각관계를 그린 ‘늑대의 유혹’,고교 태권도부 이야기인 ‘돌려차기’가 곧 개봉한다.강원도 남자중학교의 관악부를 배경으로 최민식이 주연한 ‘꽃피는 봄이 오면’,천계영의 인기소설 원작에 남녀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세운 ‘더 클럽’ 등이 촬영에 들어갔다. ‘돌려차기’의 제작사인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10∼20대를 겨냥한 상업영화의 주제가 다양해지는 건 나무랄 일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크든 작든 사회적 메시지는 잊지 않고 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수정기자 sjh@˝
  • [그것이 알고싶다] 무공해 ‘천연미인’ 시대

    ‘자연미인’ 전성시대. 갸름한 달걀형 얼굴,쌍꺼풀 진 큰 눈,가늘고 오똑한 코,도톰한 입술 등은 이른바 ‘화면발 잘 받는’ 이목구비의 ‘ABC’.그러나 요즘 안방극장에는 이 공식에 맞춰 턱을 깎고 눈을 찢는 대신 미완성(?)의 자연미로 승부하는 ‘개성파’ 신인들이 파워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내가 사각턱이었다니… CF계를 평정하고 MBC ‘사랑한다 말해줘’의 영채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상륙한 윤소이는 천연미인의 대표주자로 꼽힐 만하다.엇비슷한 외모의 인공미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눈과 약간 각이 져 보이는 턱 선은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사랑한다‘의 연출을 맡은 오종록 PD는 “턱선이 맘에 들어 캐스팅했다.”고 밝힐 정도.오 PD는 윤소이의 작은 눈에 대해서도 눈물 연기를 표현해내기 어려운 단점이 있지만 참신함을 주기에 충분하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나 최근 윤소이는 거울을 다시 보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드라마 초반부터 ‘사각턱’이라는 둥 ‘눈이 작다’는 둥 억울한 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윤소이 본인은 정작 턱선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고.아무쪼록 그녀가 거울을 너무 자세히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외꺼풀’도 예쁘기만 하네 연예계에 입문하려는 스타 지망생들에게 쌍꺼풀 수술은 기본.동그랗고 커다란 눈을 가지지 않은 연예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수 비가 그렇듯 한지혜의 ‘외꺼풀’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KBS ‘낭랑 18세’의 주인공 정숙을 맡아 인기스타 반열에 올라섰지만 한때 그녀도 쌍꺼풀 수술을 진지하게 고민했단다.그러나 ‘낭랑‘의 담당 PD가 손대지 않은 자연미를 높이 사 캐스팅했다는 말을 듣고는 타고난 그대로 살기로 했다고.쌍꺼풀 진한 한지혜를 상상해보라.아마 지금의 귀여움과 깜찍함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서구형 미인은 가라 이목구비가 워낙 뚜렷해 끊임없이 성형수술 논란에 시달리는 완벽한 얼굴.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헤로인 한가인에게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을까.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막강파워의 네티즌들이 인정한 무공해 미인,한가인 본인이 밝힌 불만은 ‘작은 입,짧은 코’란다.그러나 요즘은 눈 코 입이 큰 서구형 미인보다 심은하,송혜교처럼 앳되 보이는 앙증맞은 얼굴이 더 어필하는 시대.타고난 외모에다 ‘운때’가 찰떡궁합을 이뤄야만 비로소 빅스타로 뜬다는 얘기다. 박상숙기자 alex@˝
  • [일요영화]

    ●어댑테이션(MBC 밤 12시30분) 2002년 미국 개봉 당시 혁신적인 스튜디오 영화라는 찬사와 함께 평단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2003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며,크리스 쿠퍼와 메릴 스트립이 남녀 최우수 조연상을 석권했다.니컬러스 케이지는 주인공과 쌍둥이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모험심이 강한 존 라로시는 한때 잘 나가던 난초 전문가였지만,사고와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희귀 난초만 찾아 헤매는 난초 밀렵꾼으로 살아간다.마흔 살이 넘은 뉴요커 잡지의 기자 수전 올리언은 오지를 탐험하며 야생초들을 찾아 다닌다.그러던 중 수전은 존을 취재하면서 그의 특이한 일상과 일에 대한 열정에 빠져든다. 수전은 존과 ‘난초도둑’이란 책을 출간한다.어느날 쌍둥이 형 찰리는 영화사에서 ‘난초도둑’을 시나리오로 각색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하지만 난초 이야기로만 가득찬 책을 시나리오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이에 형제는 저자인 수전을 직접 찾아가기로 결정한다.그러나 번번이 만남을 피하는 수전.형제는 난초 밀렵꾼 존 라로시와 수전이 야생 난초에서 추출한 최음제를 복용하고 격정적인 섹스를 벌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글리머 맨(SBS 오후 11시45분) 스티븐 시걸이 잔혹한 연쇄 살인 사건의 수사를 담당한 형사로 활약하는 액션물이다.과거의 경력을 묻어둔 채 뉴욕 강력계 형사로 살고 있는 잭 콜은 한 때 소리소문 없이 목표를 암살하는 특수 임무만을 수행해 ‘글리머 맨’으로 불렸다.어느날 로스앤젤레스에서 광신적인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경찰국은 잭 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하지만 파트너 짐 캠벨은 사사건건 콜과 충돌한다. 이 둘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가톨릭 신자 부부만을 죽인다는 사실을 통해 범인의 윤곽에 접근해 간다. ●13번째 전사(KBS1 오후 11시25분) 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턴과 일류급 액션 감독 존 맥티어난이 공동 연출하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한 대작 액션 시대극.바그다드 출신인 시인 아메드는 불륜죄로 쫓겨나 북유럽으로 온다.낯선 곳에 도착한 아메드는 그 지역에 괴물들이 나타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했던 것을 알게 된다.무녀는 13명의 전사가 출전해야 한다는 점괘를 내놓는다.이 지역 사람이 아닌 사람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괘에 따라 아메드는 왕의 후계자 등 용맹한 용사들과 함께 이웃나라로 향한다. 이영표기자 tom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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