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잔혹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연가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흉가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조각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 싱글
    2026-04-1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846
  • [이슬람 문명과 도시] (10)‘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알제리의 알제

    [이슬람 문명과 도시] (10)‘북아프리카 지중해의 중심’ 알제리의 알제

    북아프리카 서쪽의 알제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매우 익숙한 나라다. 프랑스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출신지역이고,‘이방인’·‘페스트’ 같은 그의 소설 주무대가 대부분 알제리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뿐이랴. 프랑스 대문호 앙드레 지드는 알제리의 체험을 배경으로 평생 소설과 산문시, 회고록 등을 남겼다. 그렇지만 알제리는 우리에게 별로 좋지 않은 이미지로 다가온다. 정부군과 이슬람 급진주의자들 사이의 끈질긴 내전과 잔혹한 민간인 학살 사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알제리는 아프리카의 해맑은 햇빛과 순수하고 파란 지중해로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의 나라로 일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가려져 있었던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사연들도 진주처럼 하나씩 베일을 벗고 우리 앞에 서게 된다. 그 알제리의 수도요 지중해의 중심도시가 알제다. 긴 여정이었다. 서울에서 11시간을 날아 터키의 이스탄불로 가서, 다시 그곳에서 4시간을 더 날아 도착한 곳이 알제 공항이었다. 그렇게 붐비지는 않지만 정감이 흐르는 도심이다. 하얀 차도르를 걸친 여인들과 삼각형 고깔 모자를 쓴 노인들이, 만나기만 하면 눈웃음을 보내는 정겨운 나라. 원시의 지중해를 끼고 언덕 위의 하얀 집과 해안가에 자리 잡은 또 다른 하얀 모스크와 성채들이 독특한 북아프리카 이슬람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 삶의 역동적 공간 ‘카사바´ 알제를 가까이서 호흡하기 위해 언덕위의 구 도심 카사바로 향했다. 알제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 구역이고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위험하다며 안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안내원의 당부가 전공자들의 관심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오히려 알제 주민들과 친구가 되어 그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기회를 만끽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인파들 사이로 여기저기 좁은 골목길이 미로를 만들고 있었다. 그 사이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제 주인을 기다리며 시끌벅적하게 흥정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가장 알제다운 역동적인 삶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수백년 된 목욕탕 ‘함맘’은 아직도 따스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길에서 만난 꼬마는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 동안 우리를 안내하더니, 어느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알제리 독립을 위해 애쓰던 독립 투사들이 1957년 프랑스의 공격을 받고 순교한 곳이라고 했다. 그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고 잠시 묵념을 했다. 우리도 똑같은 독립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 알제리 대학 도서관의 카뮈 원서 한 권 구시가에 발길을 돌려 신시가 중심지로 방향을 틀었다. 체 게바라 거리를 따라 해안가로 20분정도 걸어가다가 서쪽 언덕으로 방향을 바꾸면 넓은 광장에 기마 동상 하나가 서 있다. 에미르 압둘 카디르의 동상이다.19세기 알제리 서부에서 프랑스에 저항하며 조국의 해방을 위해 평생을 바친 독립 투사다. 알제리 사람이면 누구나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이라고 한다.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10만 대학생을 수용하는 알제리 대학이 보인다. 카페와 레스토랑, 패션 명품점까지 들어찬 대학촌을 지나 알제리 대학 도서관 안으로 들어섰다.19세기 이전에 편찬된 귀중본만 100만권 이상 소장하고 있는 북아프리카 최대 도서관 중의 하나로 알려진 곳이다. 운이 좋았던지 도서관장의 특별 배려로 전 세계에서 단 1부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카뮈의 ‘형이상학, 기독교, 신플라톤주의’라는 빨간 표지의 책을 볼 수 있었다. 그 때의 짜릿한 기분이란, 정말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찾아서 알제리 주민 대부분은 7세기 무렵 이슬람교를 받아들였지만, 그들의 삶 속에는 고대 역사의 숨결이 여전히 묻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지가 수도 알제다. 아랍어로 ‘엘 제자이르’라 불리는 이곳은 고대 페니키아 시절부터 중요한 항구 도시였고,10세기경에는 로마와 북아프리카를 연결하는 교역 도시로 성장했다. 그 때문인지 국제 교역의 요충지로서 알제 항구는 일찍부터 외세는 물론, 그 당시 성행하던 해적들의 주된 공격 목표가 됐다. 결국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그나마 발전의 발판으로 삼으며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지금 남아 있는 성채나 모스크, 마드라사(신학교) 등은 이 시기에 건축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알제 주변에는 이슬람 유적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마와 비잔틴 시대의 화려한 유적들까지 군데군데 숨어 있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고대 유적지가 티파사다. 티파사라면, 카뮈의 산문 ‘티파사에서의 결혼’이란 작품을 탄생시킨 무대가 아닌가. 알제에서 서쪽으로 70㎞ 정도 떨어져 있는 티파사로 가는 해변길은 풍요와 은총으로 가득했다. 흑갈색 땅에서는 옥수수가 자라고 그 사이로 푸른 채소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티파사에 도착했다. 북아프리카 해변 한 쪽에 이렇게 장대한 고대 유적지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잘 포장된 길을 열어뒀다든가 안락한 숙박 시설을 마련해 관광객의 편의를 도모한 그런 유적지는 아니었다. 잡풀이 무성하고 이름 모를 열대의 붉은 꽃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고대의 역사 공간이었다. 유네스코는 초라한 이 유적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그 의미를 기리고 있었다. # 유럽과 아프리카의 만남-알제리 카뮈가 거닐었을 길을 따라 단절된 역사의 향기에 취해 보았다. 오래된 유적지는 고대 페니키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지만 원형극장이나 신전, 바실리카 등 대부분 비잔틴 시대의 유산이었다. 유적지가 끝나는 막다른 지점까지 다다르자 언덕 아래 세찬 물살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바다와 닿아 있었다. 북아프리카의 지중해다. 그리고 그 건너편이 바로 프랑스 땅이다. 그러고 보니 알제에서 사하라 사막을 가로지르는 알제리 남쪽 도시 타만라세까지 2000㎞에 이르니, 알제에서 파리까지의 거리보다 길다는 사실이 문뜩 떠올랐다. 사하라를 고향으로 유목 생활을 하는 토착 투아레그족이나 베르베르족들의 전통과 관습보다 로마나 유럽의 해양 문화가 더 강하게, 더 빨리 스며들 수밖에 없는 북아프리카 문화의 특성이 이제야 이해가 되는 듯했다. 문화는 섞일수록 발전하고 다양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는 사실을 북아프리카 최고의 해안 도시 알제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희수 이슬람문화연구소장·한양대 교수
  • [독자의 소리] 사형제 존폐여부 진지하게 재검토를/안현국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서 사형제도 존폐론이 논의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사형제도 존치 여부에 대해 진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은 사형은 특히 공격적인 범죄에 대한 응보로서 사회적 분노의 표현이며 흉악범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사회의 안정성을 증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생명은 누구도 박탈할 수 없는 하나님이 주신 우주보다 중한 인권으로서 응보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 현대사회에서 사형이 두려워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지 아니한다는 어떠한 실증적 자료도 없다. 반면에 인간이 하는 재판에는 항상 오판의 가능성이 있다. 지난 1974년부터 2004년까지 30년간 미국에서는 형이 확정된 사형수 중 119명은 DNA 검사 결과 진범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형벌은 잔혹할수록 인간의 정신을 더욱 무감각하게 하고 황폐하게 할 뿐이다. 이제는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흉악범을 종신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인권 존중과 사회 방위가 조화를 이루는 선진사회를 구현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안현국 <서울 강남구 대치1동>
  • [주말에 뭘 보러갈까]

    ● 뮤지컬 ■ 드라큘라 22일부터 무기한 한전아트센터.잔혹하고 사악한 흡혈귀 캐릭터 대신 시공을 초월한 사랑의 화신으로 부활한 드라큘라 백작.1998년,2000년에 이어 세번째 공연되는 체코 뮤지컬이다. 김덕남 연출, 신성우, 양소민, 윤공주 등 출연. 화∼금 8시, 토 4시·8시, 일 3시·7시.4만∼12만원.1544-4530. ■ 레딕스, 십계 5월9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7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모세를 통해 온갖 역경을 겪으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4만∼15만원.1588-7890. ■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5월21일까지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대학로 예술마당1관.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의 이야기를 비튼 아카펠라 창작 뮤지컬. 민준호 연출, 박민정 진선규 등 출연.2만∼3만원.(02)501-7888. ●연극 ■ 노이즈 오프 5월28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궁금증 하나. 공연중 무대뒤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낫씽온’이란 연극을 준비하는 연출, 배우, 스태프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그 이면을 속시원히 보여준다. 마이클 프라이언 작·김종석 연출, 정현 안석환 송영창 등 출연. 월, 수∼금 8시, 토·일 3시·7시.2만∼4만원.1544-1555. ■ 클로저 20일∼7월2일 화∼금 8시, 토 4시·7시, 일 3시·6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네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섬세하게 풀어낸 심리 드라마. 패트릭 마버 작·민복기 연출, 김지호 이명호 등 출연.2만∼3만원.(02)764-8760. ■ 내 사랑 히바쿠샤 29일까지 화∼목 7시30분, 금·토 4시·7시30분, 일 4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피폭자 아버지를 둔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다룬 풍자코믹극. 가이홍 작·홍유진 연출, 백성희 김명수 등 출연.1만∼3만원.(02)741-1275. ■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 30일까지 화∼금 8시, 토·일 3시·6시 블랙박스시어터. 주차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대도시 소시민들의 일상. 선욱현 작·권호성 연출, 윤영걸 김경희 등 출연.1만∼2만원.(02)762-0010. ●어린이 ■ 어린왕자 30일까지 화∼일 2시·5시 서울열린극장 창동. 생텍쥐페리의 명작 동화를 각색한 서울시뮤지컬단의 가족뮤지컬.1만원.(02)399-1772. ■ 엄마는 안가르쳐줘 5월27일까지 화∼금 2시·4시30분, 토·일 1시·3시30분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춤, 노래, 인형놀이 등 흥미로운 볼거리와 함께하는 성교육 뮤지컬.2만원.(02)744-7304.
  • [코드로 읽는책] “권력에 눈먼 독재자” 마오의 폭력성 고발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대륙의 딸들’의 작가 창룽(張戎·54)이 쓴 마오쩌둥 전기 ‘마오: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황의방 등 옮김, 까치 펴냄)이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이 책은 창룽과 그의 남편인 영국의 역사학자 존 핼리데이가 방대한 자료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10여년에 걸쳐 집필한 것으로,2005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후 30여개국에서 번역 소개됐다. 마오쩌둥 사망 이후 ‘대륙의 딸들’(1991)을 포함해 마오쩌둥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들은 여럿 나왔지만, 마오쩌둥이 얼마나 잔인하고 오만하며 자기중심적인 폭군이었는가를 밝힌 책은 거의 없다. 마오쩌둥의 위상은 여전히 요지부동. 마오쩌둥을 ‘권력에 눈먼 독재자’로 그리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만하다. 책에 따르면 마오쩌둥은 중국 공산당 창당의 주역이 아니었다. 그의 권력 장악은 1920년대 스탈린과의 비밀 거래에서 시작된다. 중국 통치 이후에도 마오쩌둥은 항구적인 권력 유지를 위해 백화제방 백가쟁명,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 프로파간다를 앞세운 일련의 거대한 군중운동을 전개했다. 결국 대기근과 그가 주도한 운동 때문에 “전시도 아닌 평화시에” 중국 인민 7000만명이 희생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둥의 권력은 적나라한 폭력과 테러에 의존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은 마오쩌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취한 잔혹한 행동을 낱낱이 고발한다. 주더(朱德)와 펑더화이(彭德懷) 부대를 탈취하고, 장궈타오(張國燾)와 샹잉(項英)을 고의로 죽음의 행군에 이르게 한 것, 왕밍(王明)에게 독살을 시도하고 수천명의 인민들이 굶어죽을 때까지 식량을 수출해 소련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한 것, 추수봉기(마오쩌둥이 농민지도자라는 신화가 만들어진 사건)와 루딩교(橋)의 결사적인 도강 사건을 조작한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마오쩌둥이 정치무대에서 공허한 영광에 집착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세계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사망하기 3개월 전까지도 외국 정치인들을 계속 접견했다. 후루시초프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마오쩌둥의 ‘과대망상’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마오쩌둥은 자신을 신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신이 보낸 사람으로 여겼다. 마오쩌둥은 어쩌면 자신의 명령에 따라 신이 행동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오쩌둥은 결코 이상주의자나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철저한 권력지상주의자였을 뿐이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전2권 각권 1만 35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소룡의 명작들’ 오늘부터

    남자라면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이소룡 흉내를 내봤을 것이다. 그가 의문사한 지 3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그 이미지는 확대 재생산되며 세대를 초월한 무술 영웅으로 남아 있다. 케이블 영화오락채널 XTM이 특집 ‘이소룡의 추억’을 마련했다.10일부터 5일 동안 오후 4시50분 방영한다. 출세작 ‘당산대형’(1971)을 시작으로 ‘정무문’(1972),‘맹룡과강’(1972),‘사망유희’(1979), 유하 감독의 이소룡 동경기 ‘말죽거리 잔혹사’(2004)를 볼 수 있다.
  • 함정임, 문예지 발표 단편 11편 묶어 ‘네 마음의 푸른 눈’ 펴내

    “이곳 해운대에는 벚꽃이 피어나고 있어요. 푸른 바다에 흰 꽃잎들이 눈부십니다.” 전화선을 타고 온 목소리는 화사한 꽃소식부터 전했다. 강원도에 때아닌 폭설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소설가 함정임(42)은 지금 부산에 있다. 동아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임용돼 지난달 말 남쪽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여름 부산대 불문과 박형섭 교수와 결혼한 이후 일산과 부산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을 하다 이참에 아예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소설집 ‘네 마음의 푸른 눈’(문학동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했지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직장이 주는 변화와 자극에 더 호기심이 쏠렸다. “부산 동쪽 끝 푸른 물결, 푸른 모래 서걱이는 해운대에 집을 마련했어요. 학교는 서쪽 끝에 있고요. 서울에서도 늘 어딘가를 여행하듯 살았는데 이곳에서도 아침, 저녁 하루 여행하듯 부산의 동과 서를 달리고 있습니다.” 겸임교수 시절 일주일에 3시간을 고수하던 강의시간은 이제 12시간으로 늘었지만 생기발랄한 젊은 문청들과 호흡하며 직장생활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했다. ‘네 마음의 푸른 눈’에는 ‘버스, 지나가다’(2002) 이후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 11편이 실렸다. 언어장애 아동을 치료하며 상처받은 자아를 회복하는 음악치료사(‘네 마음의 푸른 눈),‘하루쯤 타인이 되어 살아보라’는 낯선 남자의 편지에 이끌려 여행을 떠나는 화가(‘푸른 모래’) 등 소설 속 주인공들은 알 수 없는 운명의 힘에 이끌려 생의 다른 지점으로 발을 내딛는다. 작가는 “전작이 인물들의 운명을 환각적으로 개진했다면 이번 소설집에는 그 환각적 운명들이 서로 통하고, 승화되는 만남의 과정을 그렸다.”고 했다. 소설은 ‘홀린 듯’ 술술 써졌다.“대개 작품은 밀고 당기는 치열한 고투 끝에 이루어지는데 이번 소설들은 제 바람, 제 호흡, 제 빛으로 한번에 쭈욱 뽑아져나왔다.”면서 “작가로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표제작의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큰 화두는 ‘푸른 빛’이다.“푸른 빛은 구원이자 창조, 찰나적 순간의 영원함을 뜻합니다. 특히 마지막에 수록된 ‘푸른 모래’는 소설을 쓰는 내내 신비로운 빛의 힘에 이끌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나를 부산생활로 이끈 결정적인 빛, 그리고 초월적 힘이 그 안에 담겨 있습니다.”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 부산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그는 이방인의 눈에 비친 부산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일 궁리에 벌써 골몰해 있다.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묻자 “당장은 장편 2회를 무사히 마감하는 것”이란다. 계간 ‘작가세계’ 봄호부터 장편소설 ‘내 남자의 책’을 연재 중이다.‘잔혹극 이론가’로 유명한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를 통해 광기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을 탐사하는 소설로 총 6회 분량이다. 취재차 멕시코도 다녀올 계획이다. 그는 “올해 안에 ‘푸른 모래’처럼 이미지가 강한 단편을 두 편 정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4년만에 ‘원초적본능2’ 30일 개봉

    14년만에 ‘원초적본능2’ 30일 개봉

    “그녀가 돌아왔다.” “I’ll be back”(터미네이터) 이래 이처럼 가슴 벌렁이게 하는 홍보문구가 있었을까.‘원초적 본능2’(Basic Instinct 2)가 30일 드디어 개봉한다. 사실 1992년 1편에 이은 14년만의 2편이라면, 속편치고는 참 불친철하다. 팬들로서는 스토리조차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속곳도 없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취조실 의자에 앉아서는 천연덕스레 다리를 바꾸어 꼬던 샤론 스톤을 잊은 사람은 없을 듯.‘잘 나간다.’는 영화의 인터넷 홈페이지 1일 방문객이 2만∼3만명 수준인데,‘원초적 본능2’ 홈페이지 방문객은 한때 10만명까지 치솟았다는 것도 한 증거다. 불친절한 2편임에도 팬들은 연신 ‘으흐흐’ 웃음을 흘리고 있는 셈. # 흔들리는 눈빛 vs 표독스러운 눈빛 샤론 스톤의 섹시함은 사실 세미 포르노 수준으로 섹스장면을 묘사했다는 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통제되지 않아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발 통제되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하는 남성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짚었다. 말하자면 샤론 스톤의 섹시함은 ‘탱탱한 육체’뿐 아니라 ‘흔들리는 눈빛’에도 있었던 셈. 2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샤론 스톤이 ‘흔들리는 눈빛’을 걷어내고 아주 작심한 듯 ‘표독스러운 눈빛’에 집중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일까. 샤론 스톤의 풍만한 가슴이나 쭉쭉 뻗은 다리 혹은 은밀한 사타구니 사이, 그것도 아니라면 벌거벗은 몸의 실루엣이라도 카메라가 게걸스레 훑어줬으면 좋으련만, 어찌된 일인지 악랄하게 일그러지는 표정에 더 집중한다. 게다가 샤론 스톤, 미안하지만 이제 늙었다.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저 정도 외모에 피부에 몸매만 해도 어디냐 싶긴 하다. 그러나 1편 때 머리에 박힌 팬터지는 변장 수준에 가까운 화장과 자연스럽지 못한 젖가슴을 안타깝게 한다.1편에 비해 더 노골적인 유혹이 가득함에도 ‘야하다’ ‘섹시하다’는 느낌이 외려 덜 든다.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김부선이 보여준, 중년여인의 질펀함이 떠오를 때도 있다. # 촘촘해진 스릴러 구도 사실 이런 샤론 스톤의 변신은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단순히 14년의 세월, 늙어서, 몸이 안 따라줘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정타는 1편이 너무도 성공적이어서 이야기의 틀과 캐릭터가 이미 모두 노출됐다는 데 있다. 어쩌면 검투사 시합 뒤 관중들에게 칼을 집어던지고는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하겠냐.”던 ‘글래디에이터’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대사가 2편을 찍은 샤론 스톤의 심정일지 모른다. 무슨 짓을 하든, 뭐라 말한들 1편에 비교당해 깎일 수밖에 없는 게 2편의 운명이다. 그래선지 2편의 진정한 승부수는 샤론 스톤의 캐릭터보다 ‘추리적인 요소의 강화’인 듯하다.‘샤론 스톤=주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색녀’라는 등식은 어차피 관객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알듯 말듯한 샤론 스톤의 정체, 정말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의문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은 2편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2편은 거꾸로 샤론 스톤이 목표물을 잡기 위해 어떻게 포위망을 좁혀가는지에 집중한다. 동시에 샤론 스톤을 쫓는 형사를 등장시키는데 이 형사, 부패했다. 즉, 너무도 명백할 것만 같던 진실은 쉽사리 손에 움켜쥐어지지 않고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 어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든 게 혼동 속에 빠져 들어가는 상황이 바로 2편의 핵심이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호접몽(胡蝶夢)이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다시 말해 ‘다리 꼬기’만 잊는다면 2편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소설가 캐서린(샤론 스톤)은 스포츠카에서 축구스타와 즐기다 사고를 낸다. 차는 추락하고 축구선수는 사망한다. 증거가 없어 난감해하던 경찰은 정신감정으로 캐서린을 붙잡아두려 한다. 정신과의사 마이클(데이비드 모리시)은 캐서린에게 ‘자신을 전지전능하다 착각하는 위험중독증 환자’라 판정한다. 그러나 캐서린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마이클을 유혹하려 든다. 때맞춰 마이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되고, 묘하게 여러 상황 때문에 마이클이 범인으로 몰리기 시작하는데….18세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자배우 비교해보니 욕망男 예전만 못하네 ‘원초적 본능2’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사실 샤론 스톤이 화끈하게 벗지 않았다거나, 몬도가네식의 변태적 섹스신을 보여주지 않았다는데 있지 않다. 그보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커지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공백이 더 뼈아프다. 샤론 스톤의 유혹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상대 남자배우가 잘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욕망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 이게 실감나게 살아나야 비로소 ‘악마 같은 요부’ 샤론 스톤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려면 필수다. 1편에서 닉 커랜 형사 역을 맡았던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 연기를 너무도 훌륭하게 해냈다. 형사라는 직업에서 나오는 냉철함도 보여줬지만, 번들거리는 눈알에 숨겨진 터질 듯한 욕망과 온 몸의 털과 핏줄을 바짝 세운 듯한 광기까지 두루 표현해냈다. 파멸의 길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하는, 욕망의 노예 같은 인간 닉 커랜이 완성된 것이다. 2편에서 닉 커랜 형사와 같은 역할은 런던 경시청 소속 정신과의사 ‘마이클 글래스’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영국배우 데이비드 모리시. 배경이 영국인데다 배우도 영국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장점일 수 있다.‘신사의 나라’다운 절제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이라면, 낙차가 더 크기 때문에 닉 커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기가 터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치가 있다. 그런데 이렇다 할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운 욕망’ 따위의 단어는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말쑥한 영국신사다. 모리시가 폭발하지 못하니,1편에서는 유혹하던 샤론 스톤이 2편에서는 어째 애걸하는 샤론 스톤으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여성&남성] ‘나쁜X’에게 난 이렇게 채였다

    [여성&남성] ‘나쁜X’에게 난 이렇게 채였다

    ‘아무리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흔히들 ‘사귀어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하지만 남녀관계에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집안배경, 학벌, 재산 등 이른바 ‘조건’을 떠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 화려한 작업능력 속에 가려진 ‘나쁜 남자’‘나쁜 여자’를 어떻게 가려내야 할지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 봤다.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가 당신에게 너무 무관심해 불만인가. 그녀가 당신의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투정만 부려 짜증스러운가. 그렇다면 아래 세 사람의 기구한 연애사를 들어 보라. 그리고 애인에게 당장 전화해서 “당신만한 사람 없다.”고 사랑스럽게 속삭여 보라. A(30·여)가 더 이상 남자를 안 만나겠다고 결심한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그가 겪은 이성들은 하나같이 ‘나쁜 남자’들이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사귄 학과 선배. 모든 사람들이 졸업하면 둘이 결혼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선배는 “미안해. 다른 여자가 생겼다.”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나갔다. 실연의 아픔을 달래다 우연히 동창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양가 상견례까지 마치고 한창 결혼준비를 하던 중 예비 시댁에서 지나친 혼수를 요구했다. 파혼, 그리고 A는 독신을 선언했다. 집에서는 A를 가만 두지 않았다. 결국 맞선을 본 사람과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결혼했다. 신혼초 행복도 잠시, 남편은 폭력을 휘둘렀다. 이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와 취직했다. 여기서 한 남자를 알게 됐고 동거까지 했다.‘조건’을 따지자면 별 볼일 없는 사람. 그래도 진실된 모습이 좋아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남자 집안에서 이혼경력을 문제 삼았고 결국 남자는 떠나갔다.A는 진절머리나는 ‘잔혹 연애사’를 잊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B(26·여)도 대학 새내기 시절 만난 남자로부터 호되게 당했다. 지방 출신으로 혼자 자취하는 그를 위해 매일같이 찾아가 밥해 주고, 과외해 번 돈으로 용돈까지 대줬지만 그는 B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주먹까지 휘둘렀다. 3년 연애 끝에 굳은 마음으로 이별을 고했지만, 그는 절대로 안된다며 도서관,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며 B를 스토킹했다. 그러다 갑자기 한달이 넘게 연락이 끊겼다. 술 마시고 함께 잠자리를 한 후배가 임신해 집안에서 억지로 결혼시키게 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그는 “나야 잘 됐지만 결혼한 여자가 불쌍하다.”고 혀를 찼다. 올해 서른둘인 C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회사에 들어간 직후였다. 첫눈에 반한 C는 갖은 정성을 다해 그녀에게 대시했다. 그녀 역시 그가 싫지 않은지 말로는 관심 없다면서도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가 하면 영화를 보다 먼저 손을 잡기도 했다. 드디어 멋지게 프러포즈를 하는 날, 그녀는 “누가 당신 같은 사람 좋다고 했느냐. 혼자 오버한 것 아니냐.”는 싸늘한 대답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녀에게는 대학시절부터 사귀어 온 남자친구가 있었다.C는 “반년 넘게 좋은 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한순간에 그 여자의 놀림감이 돼버렸다. 이제 다시 여자를 만나도 또 그런 사람일까봐 두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지혜 나길회기자 wisepen@seoul.co.kr
  •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인정

    내연 남성이 만나지 않으려 하자 그 부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성에게 법원이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모두 인정, 중형을 선고했다.서울고법 형사4부(부장 석호철)는 불륜관계로 지내다 결별을 선언하고 만남을 회피하는 남성의 집에 찾아가 부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이 선고된 이모(40·여)씨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적법하게 조사·채택된 간접사실 및 여러 정황에 대한 법리를 종합하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고 피고인이 아닌 제3자의 범행 가능성이 합리적 의심 없이 배제된다고 보이므로 항소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찰스 테일러 前라이베리아 대통령

    그는 잔혹한 전쟁광이었다.1989년부터 이웃나라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해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며 전쟁을 선동했다.14년을 끈 전쟁에서 그는 닥치는 대로 민간인의 팔다리를 절단하는 악행을 저질렀다. 남자는 물론, 여자 어린이까지 소년병으로 차출해 전쟁을 부추긴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다이아몬드와 목재, 고무 등을 반군 수중에 넣어 자신의 배를 채웠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17가지에 이르는 전쟁 범죄를 저지른 찰스 테일러(58)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2003년 실각하고도 재판도 받지 않고 나이지리아 남동부 칼라바르에서 100명의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망명 생활을 즐겼다. 하지만 이제 그는 조국 라이베리아에 송환된 뒤 유엔이 시에라리온에 설치한 국제전범재판소에 인도될 예정이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그를 송환해 달라는 라이베리아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올루세군 오바산조 나이지리아 대통령의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테일러의 나이지리아 망명에 합의했던 아프리카연합(AU)과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CS) 위원장과 협의를 거쳐 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테일러 전 대통령은 곧바로 시에라리온의 유엔전범재판소로 넘겨질 수도 있다고 영국 BBC는 내다봤다. 방송은 1만 5000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그의 신병 인도 준비를 이미 마쳤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엘렌 존슨 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지난 4일 오바산조 대통령과 회동, 직접 송환을 요청한 데 이어 지난 17일 유엔본부 연설에서 재촉구했다.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서부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전범을 처벌할 수 있게 돼 정의가 바로 서게 됐다.”고 감격해 했다.AP통신은 그가 법정에 서게 됨으로써 인권 유린 범죄를 저지르고도 재판조차 받지 않고 호화 생활을 즐겨왔던 이 대륙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반겼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위대한 군주부터 잔혹한 독재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권력자들의 안식처인 궁전. 당대 최고의 건축과 예술, 문화가 응축된 이 아름다운 창조물은 찬란한 영광의 역사와 쓸쓸한 몰락의 잔영을 동시에 안고 있다. 비록 궁전의 주인은 사라지고 없어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건물만은 변함없이 세계인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있다.‘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예담 펴냄)은 황홀한 아름다움의 세계, 세상을 움직인 치열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사랑의 보금자리인 윈저 성, 나폴레옹이 이별을 고한 퐁텐블로 궁, 연금술에 몰두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성,‘보석의 시대’를 연 로마노프왕조의 시조 미하일 표도로비치의 테렘 궁전, 연인을 위해 영국 국교회를 세운 헨리 8세의 햄프턴 코트,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유일한 안식처 상수시, 오스트리아의 여제(女帝)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국 쇤브룬 궁,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된 겨울 궁전,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허스트 캐슬, 우주를 상징하는 푸이의 쯔진청(紫禁城)…. 책은 동서양의 유명 궁전과 성 54곳을 250여컷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풍성한 볼거리뿐 아니라 궁전이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긴박하게 펼쳐진 왕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책을 펼치고 궁전으로 들어서면 이내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하고 음모를 꾸미는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윈저 성. 빅토리아 여왕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이 고풍스러운 성에서 시작됐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라는 결실을 거둔 두 사람의 결혼은 19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앨버트는 장티푸스에 걸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죽고, 빅토리아의 열정적인 사랑은 깊은 애도로 이어진다. 빅토리아는 앨버트가 죽은 윈저 성 북동쪽 구역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제국의 어머니’ 빅토리아는 남은 생애 동안 미망인의 검은 옷을 입고 지냈다. 영국 여왕의 공식 거처인 윈저 성은 사람이 거주한 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책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져 있는 퐁텐블로 궁은 수세기에 걸쳐 프랑스 군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 궁전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눈에 띄어 비로소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벽난로, 문, 의자 등 퐁텐블로 궁전 곳곳에 나폴레옹의 상징인 금빛 N자가 있는 월계관 장식이 새겨졌다. 나폴레옹 시절 풀어놓은 잉어가 지금도 퐁텐블로 연못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퐁텐블로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퐁텐블로의 ‘명예의 정원’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군대에 감동적인 이별을 고했다. 그 후로 이 정원은 ‘이별의 정원’으로 불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의 딸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지은 왕실 거주지다. 겨울 궁전의 건축과 함께 러시아 왕조의 황금기가 열렸다. 겨울 궁전에서 산 최초의 러시아 차르는 옐리자베타의 왕위 계승자였던 예카테리나 대제. 예카테리나는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엄청나게 모았다.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그 그림들이 바로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됐다. 늪지 위에 세워진 이 겨울 궁전을 러시아 시인 안드레이 벨리는 이렇게 묘사했다.“불타오르는 겨울 궁전의 탑들은 루비처럼 물들었다.” 궁전은 온갖 추문의 온상이었다. 메디치가의 대공 코시모 2세는 이탈리아의 피티 궁전을 난쟁이와 술주정뱅이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밤마다 온 도시가 그들이 벌이는 술잔치로 떠들썩했다. 최후의 도덕적 보루인 바티칸 궁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스페인의 보르지아 왕조 출신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비도덕적인 처신 때문에 역대 교황 중 가장 타락한 인물로 꼽힌다. 알렉산데르 6세가 죽자 그의 뒤를 이은 교황들은 바티칸 궁의 보르지아 탑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한때 바티칸 궁의 주인이었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를 “인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했다. ‘성배의 성’으로 알려진 독일 퓌센 근교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이 성은 왕의 몽상적인 성격 때문에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바이에른의 ‘공상왕(fairy­tale king)´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죽은 후에 자기가 살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허물어버리길 원했다. 자신의 개인 공간이 “천한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세속화되고 망가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궁전들은 1950년 완전히 파괴된 베를린 궁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책과 함께 빼어난 건축미를 감상하며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강자·약자의 진화로 양극화 해소를/박맹수 원광대교수·교화과장

    2006년 화두 가운데 하나로 양극화 문제가 있다.IMF사태로 불렸던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도 신자유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 왔다.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돌입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으며, 그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어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며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되었다. 국내 기간산업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아래 개방을 강요당하여 많은 기업이 외국 자본가의 손으로 넘어갔다. 작년에는 농업 분야마저 완전 개방 쪽으로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국내 농업은 거의 빈사지경이 되었다.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위기는 이미 완전히 극복했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사회 구석구석에는 경제위기가 빚어낸 생채기가 치료되지 못한 채 그대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농업회생 문제, 절대빈곤층과 차상위계층 문제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양극화 문제는 과연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IMF사태 이후에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구호아래 경쟁력 있는 회사, 경쟁력 있는 인재만 남기고 그 외는 모두 구조조정이다, 정리해고다 해서 도태시킨 총체적 결과가 결국은 양극화라는 현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양극화의 주범인 신자유주의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걸쳐 전 세계를 풍미했던 사회진화론(社會進化論)을 그 이름만 바꾼 것과 다름없다. 약육강식의 생존경쟁 속에서 적자(適者)만이 생존한다는 사회진화론과, 경쟁력 없는 회사나 인간은 도태시킬 수밖에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말만 바꿨을 뿐 강자의 논리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자는 물음을 던진다. 지난 세기의 사회진화론이 인류사에 과연 어떤 결과를 안겨주었던가. 서양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정당화하여 수천만 명에 이르는 제3세계 민중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끝내는 제1,2차 세계대전을 초래하여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커다란 비극을 불러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사회진화론의 리바이벌이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역시 또다시 대참극을 불러오지 말란 법도 없다. 여기에 바로 우리 사회가 지혜를 발휘하여 신자유주의라는 무자비한 바람을 막아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사회는 끝내 그 강자마저도 살아남지 못하게 한다. 이것이 우주자연의 정칙이요, 인류사의 보편적 법칙이다. 일찍이 사회진화론이 난무하던 20세기 초반에, 서양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제3세계 국가와 민중들이 잔혹하게 유린당하던 시대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선생은 “강자는 약자로 인하여 강의 목적을 달하고, 약자는 강자로 인하여 강을 얻는 고로 서로 의지하고 서로 바탕하였느니라.”라고 가르쳤다. 약자(弱者)들이야말로 강자(强者)들이 존재할 수 있는 근본 바탕이라는 것, 즉 이 우주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떠날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신 것이다. 소태산 선생의 이 가르침 속에는 강자만을 섬기고 강자만이 살아남는 신자유주의적 세계는 끼어들 틈이 없다. 약자와 강자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세계, 강자와 약자가 서로 진화하는 세계야말로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계이자 앞다투어 실현해야 할 이상세계요, 진여실상의 세계 그 자체인 것이다. 소태산 선생은 강자들에게 늘 ‘영원한 강자’ 즉 진정한 강자가 될 것을 촉구했다.“약자라고 항상 약자가 아니라 점점 그 정신이 열리고 원기를 회복하면 그도 또한 강자의 지위에 서게 될 것이요, 약자가 깨쳐서 강자의 지위에 서게 되면 전일에 그를 억압하고 속이던 강자의 지위는 자연 타락될 것이니, 그러므로 참으로 지각 있는 사람은 항상 남이 궁할 때에 더 도와주고 약할 때에 더 보살펴 주어서 영원히 자기의 강을 보전하나니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소태산 선생의 가르침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숨쉬고 살 수 있어야만 강자들도 비로소 제대로 숨쉬고 살 수 있게 되는” 원리를 얼마나 절실하게 자각하고, 얼마나 절실하게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박맹수 원광대교수·교화과장
  • [사설]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는 필수다

    열한살 소녀가 이웃에 사는 어린이 성범죄 전과자에게 잔혹하게 피살된 뒤 우리사회가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느라 들끓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각종 예방책을 요구해 온 사회 일각의 목소리를 외면하다가 이제서야 대책 수립에 분주해진 정부·국회 등의 행태를 보면 분노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이제라도 법과 제도를 완비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는 길만이 어린 넋을 그나마 위로해 주는 일이 될 것이다. 어린이 성범죄 전과자의 재범을 막는 방안으로는 현재 전자팔찌 강제 착용, 신상정보 공개 확대, 형량 강화, 공소시효의 연장 또는 폐지, 심지어는 화학적 거세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대책이 가해자 신상을 널리 공개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 악랄한 성범죄는 그 특성이 최소한의 자기방어 능력조차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부모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이 우선 아이를 보호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얼굴과 정확한 주소 등 실질적인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범행 재발을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가해자 신상공개 확대는 범행 예방에 필수적인 수단임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또 어린이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현행보다 대폭 연장해야 한다고 본다. 피해 어린이들의 사례를 보면 본인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당시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일이 많고, 가해자 고소 여부도 웬만큼 나이가 든 뒤 결정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린이 성폭력에 대한 형량을 늘려 가해자를 장기간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미 각국의 예를 봐도 우리사회가 그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물론 처벌만이 능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성범죄자에게도 자신을 반성하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과 정신적 치료를 병행해서 할 일이지, 지금처럼 방치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다같이 인정해야 할 것이다.
  • 아시아영화제 프리·섹스·무드

    아시아영화제 프리·섹스·무드

    노골적 섹스•신들 全裸 性交(전라 성교) 장면도 여태까지의 大賞(대상) 곧 감독상의 관례를 깨뜨리고 작품상 감독상이 두개로 나누어 수상된 것도 「아시아」영화제의 이변이었지만 「섹스」와 잔혹의 싸움에서 前者가 이겼다는 얘기가 된다. 감독상을 차지한 申相玉(신상옥)감독의『李朝女人殘酷史(이조여인잔혹사)』가 작품상을 차지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 주최국인「필리핀」에 돌아간 주연남우상 「릭•로드리고」의 출연영화『이고로타』가「필리핀」 측의 자신만만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고배는 마셨지만 이작품이 준「쇼크」는 컸다. 山속 추장의 딸과 도회청년과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대담한「섹스」묘사로 주목을 끌었다. 全裸(전라)로 性交(성교)하는「신」이 기성•교성을 발하면서 2분씩 여러 번 나타나는데 단지「무브먼트」만 없을 뿐이다.이 영화는 지난해 이곳서 9개월에 걸친「롱•런」을 한 작품인데 노골적인「섹스•신」들은 國內(국내)공개때는「커트」되었었다고.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홍콩」의『죽음의 終末(종말)』, 日本의 『大部』『검은 도마뱀』등에도「섹스」는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李朝女人殘酷史』에도 역시『섹스』가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는 평을 받았으나 예의 殘酷調(잔혹조)가 점수를 잃게 한 셈. 기미 알아차린 홍콩측이 출품작 바꿔 작품상차지 이러한 움직임을 알아차린「홍콩」측은『鐵手無情(철수무정)』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三笑(삼소)』란 唱劇(창극)으로 바꾸어 결국 작품상을 탔다. 잔혹을 거부한 이번 심사의 흐름은 심사위원들 가운데 독실한 불교도, 회교도가 많았다는데 그 원인이 있었다는 얘기다. 어느 심사위원은「도꾜」나 서울에서「페스티벌」때는 영화의 주제가 疾病(질병)이었는데 이젠「섹스」로 바뀌었다고 의미있는 웃음을 지었다. 감독상은 한국측의 경합-申相玉(신상옥)감독이 8점, 뒤쫓은 李星究(이성구)감독이 6점이었다. 주연 남우상은 ①「릭•로드리고」②申榮均(신영균) ③中代達也(日•『御用舍』주연) 의 순위로서 申榮均 은「네이티브」하다는 평. 주연여우상은 1위 金芝美(김지미)『너의 이름은 여자』2위도 金芝美(李朝女人殘酷史) 3위가「샤리토•솔리스」(比•『이고로타』) 4위가 尹靜姬(윤정희)(『당신』)였다. 尹靜姬는「섹시」하다는 평을 받았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이번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의 金喜甲(김희갑)씨가 최고득점을 했다는 것.10점만점에 9.18점을 얻어 당당 최고득점. 주연여우상•감독상을 비롯하여 6개부문에 걸쳐 빛나는「트로피」를 한국이 차지한「아시아」영화제 시상식은「마닐라」하늘아래『아리랑』의 감격적인「멜로디」를 메아리지게 했다. 20일 하오7시에 열린 폐회식에선「마르코스」比대통령,「빌레가스」「마닐라」시장, 그리고 3천여명의「필리핀」시민이 초록색 노랑 치마저고리로 단장한 「아시아의 톱•스타」金芝美(김지미)에게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 30여명의 교포들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시아」영화제 집행위원회 부회장 이병일씨는 식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중앙「마르코스」대통령의 오른쪽에 나란히 앉아 韓•比 두나라의 우의를 다짐했으며 폐회연설을 했다. 심사결과가 발표되는 동안「코리어」의 이름이 여섯번 울려 퍼질때마다 박수가 장내를 진동했다. 悲劇(비극)부문기획상(장구와 춤)부터 시작하여 감독상(申相玉『李朝女人 잔혹사』)「시나리오」상 (李恩成(이은성)•작품『당신』) 편집상 유재원 (『봄•봄』) 조연남우상 金喜甲(『새 색시』) 그리고 여우주연상의 차례로 한국 대표들이 단상에 올라가 「트로피」와 상장을 받을 때마다 「코리어!」란 환호가 터져나왔다. 「갈라•쇼」구경온 교포는「아리랑」민요에 눈물흘려 이러한「코리어」에의 열광은 뒤이어 펼쳐진「갈라•쇼」에서 최고도에 달했다. 「후라이보이」의 「판토마임」과 擬聲(의성)「쇼」는 웃음을 폭발시켜 진행이 중단되는 소동까지 벌였다. 金芝秀양의 부채춤,「패티•金」의『4월이 가면』이 갈채를 받았으며,『아리랑』이 울려 퍼지자 교포들은 손수건을 적셨다. 한편 21일 하오8시 이곳『산•미구엘』회관에서 베풀어진『한국영화의 밤』에선 이번 영화제에서 기획상을 탄『장구와 춤』과 주연 여우상을 차지한『너의 이름은 여자』가 상영되었다. 이 모임엔 「잉글레스」「필리핀」외무차관을 비롯, 영국대사,「파키스탄」대사등 많은 외교사절이 참석했으며 金芝美를「베스트•액트레스•인•아시아」가 아니라 「베스트•액트레스•인•더•월드」라고 격찬했다. [ 선데이서울 69년 6/29 제2권 26호 통권 제40호 ]
  • 전편 흥행 잇는다 ‘쏘우2’

    “I wanna play the game….” 영문도 모른 채 던져진 닫힌 공간. 그곳을 가득 채우는 녹음기의 갈라진 음성. 게임을 해서 이기면 살려주고, 그렇지 못하면 죽이겠다는 죽음의 예고와 이어지는 잔인한 살인…. 120만달러라는 초저예산에도 농밀한 스토리로 2004년 흥행을 이끌었던 영화 쏘우가 ‘쏘우(Saw)2’(16일 개봉)로 되돌아 왔다. 머리를 쉼없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도 전편과 똑같고, 눈을 찔끔 감게 하는 핏빛 잔혹함까지도 여전하다. 아니 뮤직비디오 제작경험이 풍부한 대런 린 보우즈만이 감독을 맡아서인지, 잔혹한 화면은 이제 ‘악취미’마저 풍긴다. 1편과 달리 ‘쏘우2’는 범인을 공개하면서 시작한다.‘직소(Jigsaw)’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잔인한 살인마는 조그만 살인 사건으로 형사 에릭을 불러내고, 에릭은 위치를 분간하기 힘든 교외의 허름한 건물에서 금세 직소를 체포한다. 그런데 득의양양한 에릭에게 직소는 새로운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2시간 뒤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신경가스가 흐르고 있는 집에 에릭의 아들을 가둬둔 것. 더구나 에릭이 직접 붙잡아다 콩밥을 먹인 죄수들과 함께 갇혀 있다. 이들의 복수심이 어느 순간 불거져 나올지 모른다. 이런 기막힌 상황을 CCTV로만 지켜봐야 하는 에릭에게 직소가 내거는 조건은 단 하나.“나하고 여기 앉아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여기에다 직소는 아들 걱정에 분노하던 에릭을 점차 격발시키는데….3편까지 제작이 예고돼선지, 막판 반전에는 3편을 암시하는 대목까지 품고 있다. ‘LA컨피덴셜’에서 겉으로나 속으로나 여러모로 ‘묵직한 형사’를 연기한 러셀 크로와 비슷한 질감을 주는 형사 에릭역의 도니 윌버그, 빗질 한번 안한 것처럼 짧은 새하얀 머리칼에 눈썹과 표정을 함께 지워버린 듯한 직소역의 토빈 벨의 연기가 눈길.18세 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한나라·사학 ‘전교조 성토대회’

    한나라·사학 ‘전교조 성토대회’

    # “전교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너희들 이렇게 X통학교에 다니냐. 나 같으면 자퇴한다.’고 서슴없이 말하고,60세 먹은 교장에게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배명고 조형래 교장 # “전교조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보충자료로 사용한 것은 불온서적인 민중혁명서적들로 학생들에게 민중의 혁명성만을 가르치고 고취시키는 게 문제다.”-전남 삼호서중 정재학 교사 “전교조는 5·18 교육시간에 불법적으로 광주사태 관련 동영상의 잔혹한 장면을 보여주고,6·25때 미국이 없었으면 통일될 수 있었다고 교육시킨다.”-학부모 조진형씨 # 14일 국회 헌정기념관은 전국교직원노조와 소속 교사들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전교조 교육실태 고발을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자유시민연대의 조남현 대변인은 발제문에서 “전교조는 80년대 마르크스주의에 기초해 사립학교를 분규로 몰아넣고, 재단을 타도대상으로 삼아 학생들에게 분노를 주입시킨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교조의 전신인 평교사협의회 교사들은 ‘미국놈들은 여자만 보면 유부녀라도 겁탈하는 놈들이라 협조할 수 없다.’며 학생들을 선동했다.”고 말했다. 정재학 교사는 발제문에서 “이해찬 총리가 전교조 교사들을 위해 정년을 낮추고 노(老)교사의 명예퇴직을 유도했다면 노무현 대통령과 더불어 국외 추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문제의 문구를 막상 발언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정치공세도 수준 이하”라고 깎아내렸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조폭, 사이버로 진화

    인터넷 시대에 맞춰 조직폭력배들이 `진화´하고 있다. 13일 경찰에 적발된 서울·수도권 최대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인 `신촌이대 식구파´는 신세대 조직원 관리를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이용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조직원들끼리 `일촌´을 맺고 정기적으로 `형님 홈피´를 방문해 안부를 묻거나 지침을 받아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서울 신촌 일대에서 유흥업소 갈취, 재건축·재개발 이권 개입, 교통사고 보험사기 등 각종 불법행위를 일삼아 온 기업형 폭력조직 `신촌이대식구파´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조직을 결성한 두목 김모(44)씨 등 11명을 범죄단체조직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두목 최모(39)씨 등 조직원 54명은 수배했다.●무허 사채업소 운영 수십억 굴리기도 `신촌이대 식구파´는 70여명에 이르는 젊은 조직원을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관리했다. 조직원들은 각자 미니홈피를 개설해 `일촌맺기´등으로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쉬셨습니까, 형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형님.”,“형님, 그간 별일 없으십니까, 형님.” 등 조폭 특유의 어법으로 인사말을 남기고, 단합대회 사진을 올리는 등 인터넷을 통한 유대관계 유지에 힘써 왔다. 또 흉기를 이용해 살인하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는 등 지능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조폭의 진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단순 폭력조직에서 탈피해 기업형 조직으로 성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신촌에 `Y유통´과 `N유통´ 등 술과 식자재 공급업체 2곳을 차리고 공갈·협박을 통해 30여개 유흥업소에 물건을 독점 납품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는 `N토건´이라는 건설업체를 차려 재개발지역의 철거 및 고철유통에 관여하기도 했다. 명동을 비롯한 전국 9곳에서는 무허가 사채업소를 운영, 고리의 이자를 떼는 방식으로 수십여억원의 자금을 굴린 혐의도 포착됐다.●보험사기로 활동비 마련… 6개병원 수사 확대 하부 조직원들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사기극을 벌여왔다. 이들은 연합 조직원과 친구·인척을 끌어들여 교통사고를 위장, 최근까지 228차례에 걸쳐 21개 보험사에서 5억원 정도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경찰은 이번 보험사기 사건에 모두 300여명이 연루됐다고 보고 이들에게 허위 진단서를 발급한 6개 병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아킬레스건 절단 `잔혹´… 살찌우려 개사료 먹여 `지능형´`기업형´ 조폭이지만 폭력성과 잔인함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이들은 동료 조직원에게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이유로 다른 조직원 6명을 동원해 박모씨의 아킬레스건을 낫으로 자르는 등 극도로 잔인한 모습을 보였다. 또 신입 조직원들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등 4곳의 합숙소에 살면서 살을 찌우기 위해 개(犬)사료를 먹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신입 조직원들은 10여명씩 철저한 합숙을 통해 `수사기관에 검거되면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지 말라.´와 같은 행동강령과 흉기 다루는 법을 익혀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번에 적발된 `신촌이대 식구파´는 `신촌파´와 `이대파´가 90년대 중후반부터 지방 폭력조직을 견제하기 위해 연합을 구성해 오다,2004년 5월 두목 간의 합의에 따라 통합한 것으로 드러났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3)알함브라 궁전을 지닌 스페인 그라나다

    [이슬람 문명과 도시](3)알함브라 궁전을 지닌 스페인 그라나다

    그라나다를 찾아가는 길은 알함브라 궁전을 떠올리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축예술. 스페인 땅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이슬람 유산. 지상에 마련한 실존의 파라다이스. 어떤 찬사로도 모자라는 알함브라는 그라나다에 있다. 무어(Moor)라 불리는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이 800년간이나 이곳에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남겨 놓았다. 바로 안달루시아 문화다. 기독교와 이슬람 두 문화가 공존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인류 역사의 산 교육장이다. 물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픈 역사가 도시의 언저리마다 웅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안달루시아 문화의 중심도시가 바로 그라나다다. “그라다나라는 에메랄드에 알함브라라는 빛나는 오리엔트산 진주가 박힌 인류 최고의 보석” 15세기 한 아랍 시인의 표현이다.1492년 1월.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 알함브라 궁전은 조용히 숨을 거둔다.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궁전의 새 주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결혼에 의해 아르곤과 카스티야 왕국은 통합을 이루고, 이베리아 반도에 이슬람의 지배를 청산하는 거룩한 사명을 천명했다. 그라나다의 마지막 아랍 왕 보아브딜은 자신의 가련한 시민들을 보호해 준다는 조건으로 금화 3만냥과 궁전을 바치고 항복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라나다의 주민들은 무참한 학살과 추방을 당해야 했다. 예술을 사랑하고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보아브딜은 약자의 비애를 처절하게 되뇌며 정든 알함브라 궁전을 떠나갔다. 겉으로 언뜻 보면 투박함이 어느 아랍 궁성이나 성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덕을 오르고 첫 번째 문을 들어서는 순간, 비감함과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아련하게 전해져 온다. 왕궁이 있던 팔라치오 레알 안으로 들어선다. 분수가 있는 전형적인 아랍식 실내 정원과 천국에서의 휴식을 설계한 시원한 공간 구조, 아라베스크 벽면 장식과 조각 예술의 극치에 나는 한참 동안 적당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알함브라구나. 네 이름만으로도 이제 충분하구나. 아랍건축의 특징은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이다. 그리고 많은 문들을 통해 실내로 연결되는데, 문 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속세와 천국을 건축에 표현하려는 아랍인들의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왕궁 입구로 들어서면 두 벽 사이로 기다란 아라야네스의 안뜰이 이방인을 맞는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벽면의 초록색 모자이크가 기가 막힌 대조를 이루고, 아치를 이루는 조각 기둥이 떠받치는 지붕에는 붉은 아도베 기와를 얹었다.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의 아치와 기둥 장식이 수중 도시처럼 느껴진다. 술탄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대사의 방에서는 뚫려 있는 아치 사이로 맞은 편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라나다의 정신과 영혼을 담고 있는 알바이신 이슬람 마을이다. 역사와 가슴 아픈 사연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그때, 스페인 병사들은 소수 민족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치고 마을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이교도를 소탕하고 신성한 하느님의 땅을 새로 세운다는 그들의 종교적 사명 앞에 한 문명은 무참히 무릎을 꿇었다. 무슬림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이교도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그들은 죽어가면서 처참한 역사를 후세에 남기고자 그들의 피를 곳곳에 뿌렸다. 그래서 하얀 집과 벽에는 당시의 학살로 붉게 물든 핏자국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고 한다. 지금 그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30여개에 달하던 모스크는 지금 성당이 되어 버렸다. 다만 좁은 골목과 서로의 목소리로 이웃과 통하는 가옥 구조가 전형적인 아랍 마을을 닮아 있다는 것뿐이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인 하얀 집들 사이로 성당의 종소리가 석양을 이고 나직이 깔린다. 가슴 아픈 역사를 잠시 떠올리다가 ‘사자의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내 정원과 마주하고 섰다.12마리의 사자가 떠받치는 중앙 분수와 사자의 입에서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물은 파놓은 홈을 따라 정원 구석구석을 흐른다. 야릇한 향내를 머금은 앞뜰의 정원수가 작은 그늘을 이루고,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역동적인 종유석 조각을 담은 아치 아래에는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황량한 사막을 뚫고 온 아랍인들이 이곳에 오아시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 담은 것 같다. 아니면 코란에서 묘사하는 천국을 설계한 것일까? 사자의 정원을 나오니 아름다운 분수가 바라다 보이는 계단에 한 맹인이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스페인어로 팻말을 세워놓았다.“아름다운 여인이여! 자선하세요. 그라나다에서 맹인이 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인생이 또 있을까요.” 스페인 시인 프란시스코 데 이카자의 시구다. 아! 동전 한 닢을 놓으면서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에서 만난 맹인의 말없는 절규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이슬람의 궁성이 함락되던 1492년 그 해, 이사벨라 여왕을 후원자로 모신 제노아의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다. 무적 함대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전성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한편 이슬람의 술탄 보아브딜은 다시 스페인에서 쫓겨나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건너갔다.800년 전인 711년, 그의 선조 타리크 이븐 지야드 장군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할 때 의기양양하게 건넜던 바로 그 길이다. 모로코의 이슬람 도시 페스에 정착한 뒤에도 보아브딜은 꿈에도 알함브라를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63세를 끝으로 눈을 감았던 그의 초라한 페스 궁전은 너무나도 알함브라 궁전을 닮아 있다. 지금 대성당이 있는 알카이세리아 주변지역은 전형적인 아랍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아랍인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번 이슬람화 된 세계의 모든 지역이 끝까지 이슬람을 지켰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만은 예외였다. 다시 가톨릭이 점령한 이 땅에서 이교도인 무슬림들과 유태인들이 가혹한 추방과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한 때 문화용광로로서 유럽 르네상스를 일으키게 했던 최고 수준의 지적 산실이었던 안달루시아는 문명과 학문이 소멸되면서 역사의 뒤안으로 잊혀졌다. 그리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슬람 유산을 보기 위해 다시 안달루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구청에 출근하는 연예인들

    구청에 출근하는 연예인들

    영화 ‘마파도’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 이정진(28)씨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된 지 10개월여 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청이 주관하는 공식 행사장이 아니라 자신이 근무하는 곳에서 일상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스타 이정진이 아닌 공익근무요원 이정진씨의 하루를 밀착 취재했다. ●광진구 어르신들에게 사랑받는 ‘정진이’ 지난 12일 오전 광진구 보건소의 50평 남짓한 체력단련실. 머리가 히끗히끗한 마을 어르신 10여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운동삼매경에 빠졌다. 두터운 겨울옷 몇벌을 걸어둔 옷걸이가 갑자기 ‘툭’하며 쓰러진다. 옷을 주섬 주섬 걸쳐 입던 60대 어르신이 누군가를 찾는다.“어, 정진이 어디갔어. 이거 정진이가 있어야 고치는데, 원….” 이정진씨의 임무는 고장난 옷걸이나 운동기구를 고치는 것은 물론 운동기구에 기름칠하고 청소하기, 서울 수돗물 ‘아리수’를 받아다가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기 등 말 그대로 ‘잡일’이다. 보건소에서 비만이나 당뇨에 관한 설명회라도 열리는 날은 환자들이 앉을 의자를 배열하고 자료도 복사하며 쓰레기도 버리고 심부름도 하느라 더 바쁘다. 그가 일하는 체력단련실은 광진구 보건소 당뇨·고혈압 교실에 등록된 50대 이상 노인들이 주로 찾는다. 적당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하는 당뇨·고혈압 환자들을 위해 광진구는 이들에게 체력단련실을 무료로 내주었다. 이날도 체력단련실을 찾은 어르신들은 그와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며 운동을 시작했다.“‘배우’라는데, 나야 모르지, 그냥 애가 착하고 웃으면서 인사 잘 하니까 좋지 뭐.”라고 말을 하며 할아버지 한분이 운동을 시작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체력단련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그에게 껌한통을 건넨다. 매일 아침 보는 청년에 대한 친근감의 표시였다. 그를 편히 여기는 50·60대 아줌마·할머니 이용객들이 가져다 주는 주전부리도 쏠쏠하다. 배와 곶감, 삶은 감자와 고구마 여러개를 이씨 손에 쥐어주고 가면 함께 일하는 공익근무요원들과 나누어 먹는다고 했다. ●일본 여성 팬들 찾아와 난처한 적도 많아 오전 7시 출근, 낮 12시 점심식사, 오후 1∼2시 운동기기 점검, 오후 4시 퇴근. 퇴근 후에는 2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집에서 쉰다. 여느 공익근무요원과 똑같은 일상이다. 요즘은 노인들을 상대로 생활하다 보니 하루가 조용히 가지만 처음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다. 그는 광진구에 처음와서 3개월 동안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관내 초·중·고교에서 자원봉사에 대한 특강을 진행한다. 공익근무요원은 강사 보조 역할을 하지만 여중·여고를 방문하는 날이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그를 보러 몰려든 학생들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정중하게 그를 쫓아낸 적도 여러 차례 있다. 그가 체력단련실로 근무지를 옮긴 뒤에 이런 해프닝은 사라졌지만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방문객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일본 여성 여행객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영화배우 권상우씨가 일본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이정진씨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한다는 사실도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잘 타일러서 돌려 보내기라도 하겠지만 말도 안 통하는 일본인 아줌마 관광객들에게는 대책이 없다.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체력단련실에서 이정진씨의 공익근무 사실을 알리는 일본 신문을 들고 찾아온 아줌마 팬들과 멀뚱멀뚱 바라만 보며 민망한 시간을 보낸 적도 여러차례 있었다고 한다. ●“당분간 배우 이정진 잊어주세요.” “근무 시간에는 사인이나 사진 촬영은 안합니다. 쟤는 2년 동안 사진이나 찍고 갔어라는 말이 들린다면 연예인에 대한 특혜로 비춰지겠죠.” 배우 이정진씨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MBC 드라마 ‘다모’에 출연하기로 했다가 계약을 파기해 손해배상을 치르고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다. 드라마에 말타는 장면이 많았는데 말만 타면 이유없이 몸에 열이 나고 아팠다고 한다. 그는 이를 계기로 종합검진을 받았고 그 결과 자신이 천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동물 알레르기에 천식까지 겹쳐 드라마 촬영도 포기했고 신체검사에서도 공익근무요원 대상자로 판정 받았다. “천식 때문에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았는데 사람들은 연예인인 제가 공익근무요원이 된 것도 특혜라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근무 시간에는 일에 충실하려고 합니다.” 소집 해제되면 어떤 배역을 맡고 싶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겠어요.”라며 짧게 답한다. 항간에 떠도는 여가수 모씨와의 열애설에 대해서도 “그냥,‘설’이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웃어 넘겼다. 그러면서 애인은 없다고 했다. 남들처럼 미팅과 소개팅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스타 공익근무요원으로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는 “사람들이 연예인에게 대단한 도덕성을 요구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진씨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무척이나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공익근무요원 신분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행동이 보도되면 오해를 살 것을 염려한 것이다.1년 가까이 남은 근무 기간을 무사히 마치고 이정진씨가 다시 영화팬들의 품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려 본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스타 공익근무요원 활용방안 스타급 연예인 공익근무요원은 이정진씨 외에도 탤런트 소지섭(29)씨와 한재석(33)씨가 더 있다. 지난해 3월 마포구청에 배속된 소씨는 현재 구청 문화체육과 공보팀에서 일한다.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문화체육과에서 소씨는 보조 업무를 담당한다. 신문에 난 구청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각종 행사 촬영 비디오 테이프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한다. 야외 행사가 있는 날에는 청중이 앉을 의자를 배열하는 등 잔심부름을 한다. 마포구청 직원들은 소씨가 민첩한 편이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했다. 반면 말수가 적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연예인이라고 의식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2004년 11월 병역기피 파문에 연루됐던 한재석씨는 현재 송파구청 재난관리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씨는 당초 교통지도과에 배치돼 주차 단속과 과태료 통지서 발부 등의 일을 맡았으나 결국 대민 접촉이 적은 부서로 이동했다. 송파구 관계자는 “한씨를 구청 홍보에 적극 활용할 방안을 고려했지만 병역 기피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민원인과 접촉이 덜한 부서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뀌띔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씨 역시 언론과 인터뷰를 일절 사절하고 구청 행사에 공식적으로 나서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등 일반적인 공익근무요원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스타급 연예인 공익근무요원들이 구청에서 담당하는 업무는 주로 행정 보조 및 잡무다. 비슷한 시기에 군에 입대한 god 전멤버 윤계상씨와 탤런트 박광현·홍경인씨처럼 연예 병사들이 국방부 근무지원단 홍보지원반에 소속돼 특기를 살려 군 생활을 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국방홍보원 기획과 안병호 홍보팀장은 “가수 유승준씨 사건을 계기로 군도 연예인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은 얼굴이 알려졌다는 이유로 군대에서 겪는 어려움과 입대와 동시에 팬들에게 잊혀질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크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이어 “연예인들을 적극적으로 군 홍보에 활용해 보니 그 효과가 대단하다.”면서 “이들이 국민에게 다가서는 친근한 군의 이미지를 심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공익근무요원들을 획일적으로 구청의 잡무를 보도록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부가가치를 적극 활용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마포구청에는 소지섭씨를 보려는 일본인 여성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일주일에도 수차례씩 구청을 방문하고 있다. 이들은 소씨를 기다리는 중에 일본어와 중국어로 제작된 마포구 홍보 자료를 꼼꼼히 챙겨 보며 관내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간다는 것이 구청 관계자의 말이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한은경 교수는 “소지섭씨와 같이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큰 한류 스타에게 잡무를 시키는 것은 구청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라면서 “소씨가 마포구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일본 관광객들에게는 마포구청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지는 후광효과가 있으니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인적 브랜드 자산 가치가 있는 스타 공익근무요원들을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서울시는 물론 해당 자치구들이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공익근무요원 실태 서울시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지난해 10월 현재)은 모두 8423명에 이른다. 서울시 본청에 1800명, 서울시 각 자치구에 6623명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구청·동사무소에서 문서를 수발하거나 도로에서 차량을 단속하는 공익근무요원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덕수궁 앞에서 매일 3차례 ‘수문장 교대의식’을 하는 ‘조선시대 병사’들도 알고 보면 공익근무요원들이다. 병무청은 공익근무요원에 대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및 사회복지시설의 공익 목적수행에 필요한 경비, 감시, 보호, 봉사 또는 행정업무의 지원과 국제협력 또는 예술, 체육의 육성을 위하여 병역의무의 한 형태로 운영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익근무요원은 행정관서요원(2년 2개월), 국제협력봉사요원(2년 6개월), 예술·체육요원(2년 10개월)으로 나뉘는데, 공익근무요원의 99.5%가 행정관서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행정관서요원의 월급은 일반 사병과 같다.▲6개월차(이등병에 해당) 5만 4300원 ▲7∼13개월차(일등병에 해당) 5만 8800원 ▲14∼21개월차(상등병에 해당) 6만 5000원 ▲22개월차(병장에 해당) 7만 2000원을 받는다. 올해부터는 연말 보너스 200%가 월급에 반영됐다. 여기에 하루 식비 4000원, 차비 1600∼2000원이 지급된다. 또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주5일 근무를 하며, 상황에 따라 특근·야근을 하기도 한다.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일반 군대에 비해 덜 힘든(?) 일을 하고 있다.”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공익근무요원들의 인터넷카페 ‘참공익’은 “총 대신 사회 구성원을 앞에 두는 이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젊음을 그렇게 바칩니다.”라면서 공익으로서의 자부심을 표현하고 있다. 김유영 정은주기자 carilips@seoul.co.kr
  • ‘야만의 얼굴’ 낱낱이 드러내다

    한국의 민중 미술가 이명복과 일본의 반전(反戰) 작가 이주루 미주타니가 ‘반전과 평화’란 공통 주제를 갖고 세 번째 전시를 연다.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공평동 공평아트센터. 이명복은 지난 20여년간 회화작업을 통해 진보와 변혁을 이야기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반전주의자들의 최대 표적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핵심 소재다. 부시의 옆 얼굴을 포착한 후 그의 두개골과 치아 구조 하며, 뇌에서 꿈꾸고 있을 세계 패권의 지도까지 펼쳐놓는가 하면(환영을 쫓는 자의 초상), 근육질의 맹견 주둥이에 부시 얼굴을 대입해 놓기도 한다(붉은개).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을 의미하듯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얼굴을 해골로 묘사한 박정희 기마상을 그린 ‘시간의 공전’은 매우 우화적이다. 이명복은 이처럼 예술의 이름으로 상처를 치유하려 들기보다는, 전쟁 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날것으로 드러내는 그 특유의 성향을 이번에도 충실히 보여준다. 이주루 미주타니는 20세때 전쟁에 끌려나갔던 아버지의 기억을 모티프로 삼았다. 전쟁터의 잔혹함과 야만성, 부조리를 ‘Anothertime and another’ 등의 작품들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해냈다. 작가는 그렇게 이제 더 이상 이야기해줄 수 없는 죽은 이들의 목소리, 잃어버린 기억들을 기억하고자 한다.(02)733-9512.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