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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C열 55번에 앉으면 기부천사 됩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C열 55번에 앉으면 기부천사 됩니다

    3층 구조에 총객석 3022석으로 국내 공연장 중 가장 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단 하나, 매우 특별한 좌석이 있다. 1층 무대 중앙 앞에 놓인 C열 55번 자리. 지난달 23일부터 이곳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제작사는 C열 55번에 ‘나비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군에 끌려가 잔혹한 고통을 받고, 한평생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자리다. ‘나비석’은 매회 공연마다 한 자리만 지정·운영되며, 이 좌석을 예매하면 좌석 티켓 수익금 전액이 티켓 구매자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이름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된다. ●‘여명의 눈동자’ 나비석 수익 피해자 지원 기부 최근 공연계에서는 작품 홍보에 사회적 의미까지 더하는 ‘기부 마케팅’이 이어진다. 공연 제작·기획사는 작품을 널리 알리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고, 관객 또한 좋아하는 작품을 관람하면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 제작사 수키컴퍼니는 작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 등장하는 점에서 착안, ‘나비석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다. 수키컴퍼니 측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셨던 모든 피해자 분들이 나비처럼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나비석 패키지를 준비했다”면서 “판매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91년 방영 당시 범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여옥과 대치, 하림 세 남녀의 기구한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았다. ●‘오페라의 유령’ 지역 유소년 관람 초청 앞서 7년 만의 내한공연을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시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도 다양한 기부 이벤트로 눈길을 끌었다. 제작사 에스앤코는 세계적 명작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을 기념해 일부 공연 티켓을 지역 청소년에게 기부하는 ‘드림티켓’ 캠페인을 진행했다. 관객이 티켓 1장을 구매하면 부산·경남권 유소년 1명을 공연장으로 초대하는 방식이다. 최저 6만원에서 최고 17만원에 이르는 티켓 중 300장을 등급 구분 없이 5만원에 판매했고, 이렇게 초대된 유소년 300명은 1층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또 공연 기간 중 호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호주 야생동물 보호협회에 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드라큘라’ 헌혈증 기부 시 할인 혜택 제공 이 밖에 지난해 10월 서울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드라큘라’는 헌혈증 기부자에게 전석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드라큘라의 사랑’ 이벤트를 펼쳤다. 헌혈문화 재고와 헌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폐막일까지 1000개의 헌혈증을 모아 기부하는 내용으로 진행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300만 원 때문에…” 이웃 살해·유기한 50대 무기징역

    “300만 원 때문에…” 이웃 살해·유기한 50대 무기징역

    채무 면하려 살해…사체손괴에 사체유기 300만 원 빚을 갚지 않으려고 이웃 70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강도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53)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경기 양평군 용문면 모처에 거주하면서 지난해 1~3월 이웃 주민인 A씨(당시 78세·여)에게 300만 원을 빌린 후 갚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된 날짜까지 김씨가 돈을 갚지 않자 A씨는 김씨 집을 찾았다. 김씨는 변제일을 연기해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A씨가 거절하자 둔기로 살해하고 사체를 인근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용직에 종사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김씨는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일이 없어 생활비가 부족해지자 평소 가깝게 지냈던 A씨로부터 300만 원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죄질이 극히 안 좋다” 1심 형량 유지 1심은 “불과 300만 원의 차용금 문제로 피해자와 다투다가 그 채무를 면하려 살해하고, 매우 잔혹한 방식으로 시신을 훼손한 뒤 유기까지 한 것은 죄질이 극히 안 좋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심도 “피해자 유족들에게도 용서받지 못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범행 수법과 동기, 정황 등에 비춰보면 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C열 55번석이 특별한 이유…의미 더하는 뮤지컬 기부 마케팅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C열 55번석이 특별한 이유…의미 더하는 뮤지컬 기부 마케팅

    3층 구조에 총객석 3022석으로 국내 공연장 중 가장 큰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는 단 하나, 매우 특별한 좌석이 있다. 1층 무대 중앙 앞에 놓인 C열 55번 자리. 지난달 23일부터 이곳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제작사는 C열 55번에 ‘나비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군에 끌려가 잔혹한 고통을 받고, 한평생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자리다. ‘나비석’은 매회 공연마다 한 자리만 지정·운영되며, 이 좌석을 예매하면 좌석 티켓 수익금 전액이 티켓 구매자와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이름으로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에 기부된다.‘나비석’ 티켓 판매 수익을 위안부 피해자 단체에 기부 최근 공연계에서는 작품 홍보에 사회적 의미까지 더하는 ‘기부 마케팅’이 이어진다. 공연 제작·기획사는 작품을 널리 알리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고, 관객 또한 좋아하는 작품을 관람하면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명의 눈동자’ 제작사 수키컴퍼니는 작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 등장하는 점에서 착안, ‘나비석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했다. 수키컴퍼니 측은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셨던 모든 피해자 분들이 나비처럼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나비석 패키지를 준비했다”면서 “판매 수익금은 위안부 피해자 지원과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991년 방영 당시 범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여명의 눈동자’는 일제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전쟁 직후 겨울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친다. 여옥과 대치, 하림 세 남녀의 기구한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았다. 부산 첫 공연 ‘오페라의 유령’, 지역 청소년에 1+1 캠페인 앞서 7년 만의 내한공연을 지난해 12월 부산에서 시작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도 다양한 기부 이벤트로 눈길을 끌었다. 제작사 에스앤코는 세계적 명작이 부산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을 기념해 일부 공연 티켓을 지역 청소년에게 기부하는 ‘드림티켓’ 캠페인을 진행했다. 관객이 티켓 1장을 구매하면 부산·경남권 유소년 1명을 공연장으로 초대하는 방식이다. 최저 6만원에서 최고 17만원에 이르는 티켓 중 300장을 등급 구분 없이 5만원에 판매했고, 이렇게 초대된 유소년 300명은 1층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오페라의 유령’은 또 공연 기간 중 호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티켓 판매 수익금 전액을 호주 야생동물 보호협회에 기부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 밖에 지난해 10월 서울 한전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드라큘라’는 헌혈증 기부자에게 전석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드라큘라의 사랑’ 이벤트를 펼쳤다. 헌혈문화 재고와 헌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폐막일까지 1000개의 헌혈증을 모아 기부하는 내용으로 진행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우주를 보다] 그저 한 점 티끌일 뿐…30년 전 오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우주를 보다] 그저 한 점 티끌일 뿐…30년 전 오늘 보이저 1호가 촬영한 지구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년 전인 지난 1990년 2월 14일,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이 촬영됐다. 바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는 과학서적 ‘코스모스’의 저자이자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1934~1996)은 당시 명왕성 부근을 지나고 있던 보이저 1호의 망원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의 모습을 찍어보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이날 태양계 바깥으로 향하던 보이저 1호는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인 60억㎞ 거리에서 지구의 모습을 잡아냈다. 그 사진 속에 담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칼 세이건 박사는 이에대해 “지구는 우주에 떠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명언을 남겼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은 '창백한 푸른 점' 촬영 30주년을 맞아 이에대한 경의를 담은 리마스터 사진을 공개했다. 원본사진이 세가지 다른 컬러 필터를 사용해 촬영한 이미지를 편집한 반면 새 이미지는 이를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재조정됐으며 지구를 둘러싼 태양 광선은 하얗게 보이도록 했다.NASA 측은 "업데이트 버전의 ‘창백한 푸른 점’은 현대적인 이미지 처리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사용해 제작됐으며 원본 데이터와 촬영 당시의 의도에 대한 존중을 담았다"고 밝혔다. 물론 업데이트 버전의 이 사진 역시 지구는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다. 30년 전 당시 보이저 1호는 지구 뿐 아니라 해왕성과 천왕성, 토성, 목성, 금성도 같이 찍어 가족사진을 완성했지만 이 모든 태양계 행성들은 우주 속에서는 역시 먼지 한 톨에 불과했다.칼 세이건 박사는 저서 ‘창백한 푸른점’에서 다음과 같은 육성 소감을 남겼다. “다시 저 점을 보라.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아는 모든 이들, 예전에 삶을 영위했던 모든 인류들이 바로 저기에서 살았다.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총량, 수없이 많은 그 강고한 종교들, 이데올로기와 경제정책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아버지와 어머니들,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최고 지도자들, 인류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햇빛 속을 떠도는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우주라는 광막한 공간 속의 작디작은 무대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 속의 한 조각을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장군과 황제들이 흘렸던 저 피의 강을 생각해보라. 이 작은 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다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그 잔혹함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자주 서로를 오해했는지, 얼마나 기를 쓰고 서로를 죽이려 했는지, 얼마나 사무치게 서로를 증오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보라. 이 희미한 한 점 티끌은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선택된 장소라는 생각이 한갓 망상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우리가 사는 이 행성은 거대한 우주의 어둠에 둘러싸인 한 점 외로운 티끌일 뿐이다. 이 어둠 속에서, 이 광대무변한 우주 속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지구는, 지금까지 우리가 아는 한에서, 삶이 깃들일 수 있는 유일한 세계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곳은 이 우주 어디에도 없다. 갈 수는 있겠지만, 살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 인류는 당분간 이 지구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천문학은 흔히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형성을 돕는 과학이라고 한다.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인간의 오만함을 더 잘 드러내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자각을 절절히 보여주는 것이 달리 또 있을까?”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병원 찾아간 법원… “아내 죽인 치매 남편, 치료부터 선고합니다”

    병원 찾아간 법원… “아내 죽인 치매 남편, 치료부터 선고합니다”

    “피고인은 범행 당시 치매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지금은 치매가 매우 악화됐습니다.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합니다.” 10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고양시의 한 정신과 병원 5층에 마련된 간이법정에서 아내(당시 65세)를 살해한 이모(68)씨에 대한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의 선고가 이뤄졌다. 재판부는 1심을 파기하고 이씨로 하여금 치료전문병원에서 5년간 보호관찰을 받도록 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혹해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면서도 “(치매) 치료가 어려운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살게 하는 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를 처벌하기보다 가족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사법’을 적용한 것이다. 징역 5년이었던 1심에 비해 형량이 크게 줄었지만 ‘백발’의 이씨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휠체어에 앉아 멍하니 바닥을 응시할 뿐이었다. 아들은 “아버지는 판결 내용은 물론 자기가 왜 병원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울먹였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여기가 어딘지 아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법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할 얘기가 있느냐’고 묻자 횡설수설하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이법정에 출석한 병원장은 “이씨는 공격성 등은 호전됐지만 전반적인 인지기능 등이 저하돼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병원에 와서 재판을 연 것도 이씨의 거동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 밖에서 재판을 할 때는 법원조직법 56조 2항에 근거해 법원장이 허가해야 가능하다. 2016년 단종(정관수술)·낙태 피해 한센인 소송 당시 서울고법 재판부가 법원으로부터 400여㎞ 떨어진 국립소록도병원을 찾아 재판을 연 바 있다. 이씨는 2018년 12월 아들 집에서 손주를 돌보고 있던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사건 발생 5~6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며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지만 치료는 받지 못했다. 이씨는 구치소에 면회 온 딸에게 “엄마는 왜 함께 오지 않았느냐”고 묻는 등 자신의 범행도 기억하지 못했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지 못한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 이씨의 아들과 딸은 항소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2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이씨의 사정을 참작해 향후 재판과 치료를 병행할 장소로 적당한 곳이 어딘지를 고민했다. 같은 해 9월 이씨는 구치소에서 나와 병원에 입원했고, 주치의와 이씨의 가족은 피고인의 치료 경과를 기록한 보고서를 매주 법원에 제출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이스라엘 편든 트럼프 ‘중동평화안’…대선용 무리수?

    이스라엘 편든 트럼프 ‘중동평화안’…대선용 무리수?

    팔레스타인엔 동예루살렘 국가 수립 제안 팔 “영토 30% 잃는 셈… 거래에 맞설 것” 일각 “트럼프, 탄핵 위기 돌파용 이벤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중동평화구상’에 대해 국제사회가 친이스라엘 행보라는 비판을 내놓았다.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노림수가 정도를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부 미국 우방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향후 미국의 구상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동 평화구상안으로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해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 기간을 4년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지역에 국가를 건설하는 ‘2국가 해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평화구상은) 현실적인 2국가 해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의 미 행정부가 제시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측 모두에게 유익한 ‘윈윈”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구상에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후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주권을 인정했고,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임을 재확인했다. 이·팔 간 갈등의 핵심 쟁점 모두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반면 ‘완전한 국가 건설’을 원하는 팔레스타인에 ‘당근’도 제시했다. 팔레스타인이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지역에 독립국을 설립하도록 하고, 국가 및 대사관 설립을 위해 5000억 달러(약 58조 7350억원)의 국제 금융을 제공키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이번 계획은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두 배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불법 점유한 요르단강 서안 지구의 영토 약 30%를 잃게 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세기의 거래’(중동평화구상)는 안 된다. 예루살렘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서안) 점령과 잔혹 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비판도 이어졌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평화구상안에 ‘평화’는 없고 ‘권력’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형사 기소하에 있는 한 (이스라엘) 총리와 탄핵 심판의 한 중간에 있는 대통령이 만들어낸 정치적 문서”라고 표현했다. 워싱턴의 소식통은 “외교적 성과가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팔레스타인의 의견을 무시한 중동평화구상안을 발표하는 이벤트로 국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동시에 비리 혐의에 빠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미국의 우방인 영국은 ‘긍정적인 진보’로 평가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인니 미혼 여성 공개 태형…처음으로 여성이 직접 ‘채찍질’

    인니 미혼 여성 공개 태형…처음으로 여성이 직접 ‘채찍질’

    인도네시아의 특별행정구역인 아체에서 샤리아법을 위반한 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태형이 집행됐다. 지난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은 아체 지방에서 가족이 아닌 남자와 함께 호텔 방에 있던 미혼 여성에게 태형이 집행됐다고 보도했다. 종종 이같은 태형이 집행되는 아체에서 언론이 이번 사례에 유독 주목한 이유는 채찍질하는 집행자가 처음으로 여성이었기 때문이다.보도에 따르면 샤리아(이슬람 율법) 경찰 측은 최근 총 8명의 여성을 선발해 샤리아 법을 위반하는 여성을 체벌하는 일종의 여성 태형 팀을 창설했다. 미혼 여성을 상대로한 체벌이 이들의 첫번째 임무였던 것. 아체 샤리아 경찰서장은 "그녀(여성 태형 경찰)의 채찍질 기술이 매우 훌륭했다"면서 "적절하게 매질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훈련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신의 법을 어긴 자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체는 동남아에서 가장 먼저 이슬람이 퍼진 지역으로, 2003년 이슬람율법인 샤리아를 합법화했다. 샤리아법은 음주, 도박, 동성애, 간음,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행각 등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처음으로 동성애자에게도 공개 태형을 선고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잔혹한 형벌이라며 규탄하고 있지만 아체주는 계속해서 샤리아법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대해 아체 지방 정부 측은 “이슬람의 샤리아법이 서구에서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관대하고 인간적인 율법”이라고 반박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홀로코스트 생존자 “역사 외면 말라” 각국 지도자 “反유대주의와 싸울 것”

    유럽 12곳 유대인 89% “반유대주의 증가” 유대인 증오 범죄 급증… 우려 목소리 커져폴란드 아우슈비츠 나치 강제수용소 해방 75주년을 맞은 27일(현지시간) 전 세계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반(反)유대주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역사에 대해 반성해 왔던 독일은 오는 7월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을 맡으면 ‘반유대주의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도 했다. AP통신 등은 이날 아우슈비츠 수용소 ‘죽음의 문’ 앞에 홀로코스트 생존자 200여명과 세계 50여개국 대표단이 모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일’은 유엔이 1945년 1월 27일 옛 소련군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해방한 것을 기념해 지정했으며, 올해로 75년째를 맞았다. 이날 추모식은 최근 서방국가에서 유대인 관련 증오범죄의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열려 더욱 주목받았다. BBC는 EU 산하기관인 유럽기본권청(FRA)이 최근 유럽 12개국의 유대인 1만 6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9%가 “지난 5년간 자신이 살고 있는 국가에서 반유대주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또 응답자의 40%는 “실제 공격을 당할지 두렵다”고도 답했다. 반유대주의 증가 추이는 개별 국가에서도 확인된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2017·2018년 672건이었던 유대인 대상 증오범죄는 2018·2019년 1326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무슬림 대상 범죄 다음으로 높은 수치였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이 541건으로, 전년(311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말 유대교 축일인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잔혹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던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반유대 범죄가 가장 많은 국가로 꼽힌다. 미국에서 유대인을 향한 증오범죄는 2017년에 1986건, 2018년에 1879건이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고, 2017년에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모든 주에서 반유대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곳곳에서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93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마리안 투르스키는 “누군가 역사를 두고 거짓말하는 것을 외면해선 안 된다”면서 “무관심해지는 순간,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아우슈비츠가 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날드 라우더 세계유대인회의 회장은 “반유대주의가 늘어나는 것을 내 생전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각국 지도자들도 반유대주의의 부활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주간지 슈피겔 기고에서 “반유대주의가 독일의 유대인들에게 삶의 일부가 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면서 “독일이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 온라인상의 증오범죄나 잘못된 정보 등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짖길래 화나서…” 토순이 살해한 20대 남성 실형

    “짖길래 화나서…” 토순이 살해한 20대 남성 실형

    “범행 수법 잔혹하고 생명 경시 태도 드러나” 주인과 산책하러 나갔다가 사라졌던 반려견을 잔혹하게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로 구속기소된 치킨집 종업원 정모(28)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주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발견해 잔인하게 목숨을 빼앗고 그 사체를 유기한 혐의(재물손괴·동물보호법 위반)를 받는다. 정씨는 ‘토순이’가 자신을 피해 도망치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러 짖기 시작하자 화가 나서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토순이’는 현장 인근에서 머리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아지 토순이를 주인 잃은 개로 생각하고, 자기가 키울 생각으로 잡으려다가 저항하자 죽였다”면서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범행 동기도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존에 폭력 범죄로 여러 번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중에도 자숙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 가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미리 계획한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씨줄날줄] 사형 구형/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형 구형/박록삼 논설위원

    고유정(37)씨뿐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흉악범들 모두 자신의 범죄행위 외에 또 다른 죄가 있다. 신뢰 붕괴다. 천사표로 알려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같은 행태가 노출된 ‘어금니 아빠’ 이영학(38)씨도 그랬다. 상냥한 얼굴이 본심이 아닐 수 있다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한 의심을 확산시켰다. 지난 20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고씨에게 사형이 구형됐다. 전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 검사는 고씨의 잇단 살인이 얼마나 계획적이고 잔혹한 범죄였는지를 20분간 말하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들은 오열했고, 고씨는 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다. 재판 방청객들은 박수를 쳤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10일로 예정됐다. 지난해 여름 평범한 가정주부가 전남편을 살해한 뒤 엽기적인 방법으로 신체를 훼손하고, 전국을 돌며 땅과 바다 곳곳에 이를 유기했다는 혐의가 제기돼 한국 사회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참회하지 않은 채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법의 허점을 파고들려는 모습은 전국민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사실 검찰의 사형 구형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직 1월인 올해에 아내를 살해한 뒤 유기한 A(53)씨 이후 두 번째다. 지난해에도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의 안인득(43)씨, 여관 살인사건의 장대호(39)씨 등 8건 이상 사형이 구형됐다. 이 중 사형을 선고받은 것은 안씨가 유일하다. 그 또한 형의 최종 확정인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에서는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 집행이 없다. ‘실질적 사형제 폐지국가’인 셈이다. 형이 집행되지 않은 61명의 사형수가 있다. 고씨에게 어떤 선고가 내려질지, 2심, 3심을 거쳐 어떻게 형이 확정될지 지켜볼 일이다. 다만 여전히 고민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사형은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다. 우리는 법의 무오류를, 제도의 완벽함을 확신하지 못한다. 사형은 생명권 전부를 직접 침해해야 한다. 게다가 불가역적이다. 한국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 ‘사법살인’이 일어난 나라이기도 하다. 중세 ‘마녀재판’처럼 훗날 오류가 밝혀진다 한들 되돌릴 수도 없다. 전 세계 163개 국가가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거나 실질적으로 사형 집행을 하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최근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9.4%가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하고 있다. 오열하는 피해자의 유족 및 사형 구형에 박수를 치는 다수 시민의 분노와, 오판의 가능성 및 진정한 회개 가능성 사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사법정의는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youngtan@seoul.co.kr
  • 전태수 2주기-유니 13주기…우울증이 앗아간 스타들

    전태수 2주기-유니 13주기…우울증이 앗아간 스타들

    배우 전태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됐다. 가수 유니도 13년 전 같은 날짜에 생을 마감했다. 故 전태수는 2년 전인 지난 2018년 1월 21일 34세의 짧은 일기를 마감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전태수는 평소 우울 증세로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다. 복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를 해오던 그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많은 이가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 전태수는 지난 2007년 투썸 뮤직비디오 ‘잘 지내나요’로 연예계에 데뷔, 하지원의 동생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2007년 OCN ‘키드갱’을 시작으로 SBS ‘사랑하기 좋은 날’ ‘왕과 나’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는 KBS 2TV ‘성균관 스캔들’, MBC 시트콤 ‘몽땅 내 사랑’, SBS ‘괜찮아 아빠 딸’, MBN ‘왔어 왔어 제대로 왔어’, JTBC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MBC ‘제왕의 딸 수백향’ 등에 출연했다. 하지원은 동생을 떠난 보낸 뒤 “아름다운 별. 그 별이 한없이 빛을 발하는 세상에 태어나기를. 사랑하는 나의 별. 그 별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기를. 세상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별이 되기를. 사랑한다”라는 글로 동생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은 유니의 13주기이기도 하다. 유니는 지난 2007년 1월 21일, 인천광역시 서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25세. 유니는 1996년 KBS ‘신세대보고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이혜련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해 드라마 ‘TV소설 은아의 뜰’, ‘납량특선 8부작’, ‘용의 눈물’, ‘왕과 비’, 영화 ‘세븐틴’, ‘질주’ 등에 출연했다. 이후 2003년 6월 솔로 가수로 변신해 1집 ‘가’를 발표했고, 2집 ‘콜콜콜’을 내놨다. 2006년 1월에는 일본에서 정식 데뷔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3집 발매를 앞두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유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은 악성 댓글로 인한 우울증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니의 소속사 측은 “유니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 때문에 유니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고, 유니 어머니 또한 “일찍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마음도 여리고 내성적인 아이라 상처를 많이 받았을 텐데 겉으로는 강한 척하다 보니 우울증이 심해졌던 것 같다”며 애통해했다. 우울증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스타들의 비극은 계속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가수 설리(25)와 구하라(28)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긴 바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비채 펴냄)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된 ‘나’는 다른 미국 가정에 입양된 동생의 자살 소식을 듣고 그의 마지막 날을 추적한다. 이 자전적 소설로 작가는 미국독립협회 금상, 화이팅어워드, 반스앤드노블 디스커버상 등 독립출판물에 주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며 영미권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성장했다. 248쪽. 1만 3800원.세습 중산층 사회(조귀동 지음, 생각의 힘 펴냄) 90년대생의 불평등 문제를 분석한다. 책은 80년대 학번을 가진 60년대생이 학력과 노동시장의 지위를 기반으로 외환·금융 위기를 거쳐 학번 없는 60년대생과 다중적인 격차를 벌리고 이를 90년대생 자녀 세대에 물려주면서 ‘세습 중산층의 2세대’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312쪽. 1만 7000원.성과지표의 배신(제리 멀러 지음, 김윤경 옮김, 궁리 펴냄) 성과 측정지표의 허와 실을 폭로했다. 성과 수치화에 집착한 나머지, 측정 자체가 목적이 된 현상을 저자는 ‘측정 강박’이라 부른다. 이 사회가 측정 강박에 시달리는 이유는 조직 규모가 커져 경영진들이 판단을 제대로 내리기 어려워진 탓이다. 276쪽. 1만 7000원.미국, 제국의 연대기(대니얼 임머바르 지음, 김현정 옮김, 글항아리 펴냄) 미국은 왜 이렇게 강력해졌을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소장학자인 저자는 이 물음에 ‘영토’ 개념으로 접근한다. 미국을 법적 규준을 준수해야 하는 영토와 그렇지 않은 영토 등으로 나눴다. 전자는 미국 본토, 후자는 다수의 미국령이다. 미국은 이들 미국령에 등에서 자원을 얻고, 그곳을 기지로 전 세계를 무력 제압해 오늘날의 미국을 건설했다. 720쪽. 3만 5000원.빛의 마녀(김하서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아이를 잃은 죄책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두 여성이 공감대를 이뤄가는 이야기. 타인의 몰이해와 편견 속 스스로가 “사람들의 두려움과 경멸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마녀”일지도 모른다고 확신하는 주인공과 비현실적인 상황의 충돌을 통해 한 편의 잔혹 동화를 빚어냈다. 272쪽. 1만 3000원.서울, 권력 도시(토드 A 헨리 지음, 김백영 외 3명 옮김, 산처럼 펴냄) 일제강점기 서울의 역사를 다룬 해외 연구서. 경복궁 터, 남산의 신토(神道) 신사 등 식민지 시기 서울의 공공 공간을 분석하면서 일제의 식민지 동화 프로젝트가 전개된 양상을 정신적, 물질적, 공중적 세 가지 측면으로 나눠 살핀다. 484쪽. 2만 8000원.
  • 송선미, 남편 살해교사범 상대 손해배상 2심도 승소…“13억 배상”

    송선미, 남편 살해교사범 상대 손해배상 2심도 승소…“13억 배상”

    배우 송선미씨가 남편을 청부 살해한 남편의 사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2심 모두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8부(박영재 박혜선 강경표 부장판사)는 송선미씨와 딸이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총 13억 1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재일교포 1세인 할아버지의 재산을 두고 고종사촌지간이자 송씨의 남편인 B씨와 갈등을 빚던 중 2017년 8월 다른 사람을 시켜 B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서울 서초구의 한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살인을 청부 받은 사람의 흉기에 찔려 숨졌다. A씨는 살해를 교사하면서 살해 대가로 2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1·2심 법원 모두 A씨의 살인교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2018년 말 대법원이 A씨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송선미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은 “살인을 교사해 망인을 사망케 하는 불법행위를 했으므로 가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사촌 형인 망인의 살해를 교사한 동기의 비난 가능성, 살해 방법의 계획성과 잔혹성, 이로 인해 유가족이 받았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 등을 배상액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송선미씨와 그의 딸에게 각각 7억 8000여만원과 5억 3600여만원, 총 13억 1000여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형사재판의 내용과 경과에 비춰보면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평화주의자 쿠르드 여성 정치인의 잔혹한 죽음… BBC “처형당했다”

    터키가 국경선 넘던 지난해 10월 칼라프 피살시리아의 유명한 쿠르드족 여성 정치인 헤브린 칼라프(34)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가 지원하는 무장세력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를 발표한 며칠 후인 지난해 10월 12일 오전 6시 30분에서 7시 사이, 칼라프는 차에서 끌려나와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세력인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무장세력에 의해 처형당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칼라프는 시리아에서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전진시키겠다는 목표로 미래시리아당(FSP) 창당을 도왔던 쿠르드 여성 정치인이라고 미국 대중문화 매체 롤링스톤이 전했다. 터키 지원 무장세력, 처형 모습 영상 올려칼라프는 이날 오전 5시 30분쯤 알하사카에서 자신의 도요타 SUV를 타고 출발, M4 고속도로를 따라 정치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쿠르드족이 장악한 최대 도시인 라카로 향했다. 이날은 또 터키군이 시리아국가군(SNA)의 안내를 받으며 국경을 넘었다. SNA는 2019년 조직된 반군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시리아 정부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SNA의 한 무장세력인 아흐라르 가 ‘그날 일’을 텔레그램에 동영상으로 올렸다.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오전 6시30분에서 7시 사이 시리아 북부 고속도로 옆에서 한 사람이 처형당하는 모습의 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위성사진으로 주변 지형과 물체들을 판독한 결과 동영상이 촬영된 곳은 티르와지야 검문소와 일치했다. 이때는 터키군은 에르도안의 명령에 따라 시리아 국경선에서 30km를 더 침입해 들어와 쿠르드족을 쫓아내는 등 ‘청소’를 하던 시기였다.동영상을 보면 차량은 왼쪽에 총탄 자국이 가득하고 타이어는 터져나갔다. 그러나 칼라프가 앉는 자리 창문은 방탄 처리가 되어서 내부가 멀쩡했다. 아흐라르 알샤키야는 BBC 아랍뉴스에 “다수의 전사들이 그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 있었다”며 “그들이 차량을 향한 사격이 있었고, 이를 중지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들은 “칼라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며 “그녀가 어떻게 피살됐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터키 지원세력이 올린 동영상, 범행 장소 찾아동영상에는 차량 옆에 피를 흘리는 운전사 파르하드 라마단의 모습도 보인다. 이때 차 안에서 여성 목소리가 들렸다. BBC가 “그 목소리를 증폭했고, 이 목소리를 칼라파의 어머니 수아드 모함메드에게 들려주니 ‘이건 칼라파의 목소리가 맞다’고 확인해주었다”고 설명했다. BBC가 아흐라르 알샤르키야가 올린 동영상과 증거를 분석한 결과 칼리프의 차량 주변에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이 몰려있다. 목격자인 현지 농부는 “오전 7시 30분쯤 검문소 점거할 때 옆을 지나갔다. 시체들이 있었다.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 여자 시신이 차에서 5m쯤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얼굴은 완전히 뭉개졌고, 다리는 부러진 듯 정말 심하게 손상돼 있었다”며 “보복 당할까봐 현지 주민들은 차량에 있는 시신을 옮기는 것을 도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티르와지야 검문소에서 9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BBC “칼라프, 처형당해”… ‘터키 세력’ 혐의 부인칼라프의 시신은 이날 낮 12시쯤 다른 3명의 시신은 함께 시리아 북부 말리키야 군병원으로 운송되었다. 병원의 의료 보고서 따르면 칼라파는 20발 이상 총상을 입었고, 두 다리는 심한 물리적 가격으로 부러져 있었다. 의료 보고서와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칼라프는 차에서 살아있는 채로 끌려 나왔고, 말을 하는 것으로 미뤄 자신의 신분을 밝힐 수 있었지만 물리적 공격을 받았고, 차량 바깥에서 아흐라르 알샤르키야 전사들에 의해 처형되었다고 BBC가 결론지었다. 이는 사실상 전쟁 범죄이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아흐라르 알샤르키야는 BBC에 보낸 성명에서 “그날 M4도로를 막은 그룹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칼라프의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다시 말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수면유도제 먹여 남편 살해한 60대 내연남도 구속

    수면유도제 먹여 남편 살해한 60대 내연남도 구속

    최근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아내의 공범으로 범행 도구를 없앤 내연남도 구속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13일 증거은닉 혐의로 A(6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일 오후 9시 50분쯤 내연녀 B(61)씨의 부탁으로 살인사건 증거물이 담긴 비닐봉지 여러 개를 전달받아 이튿날 오후 9시 15분쯤 광주 광산구 도로변에 버린 혐의다. B씨는 4일 오후 8시에서 9시 20분 사이 광주 서구 주거지에서 남편(55)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내연남 보다 먼저 경찰에 구속됐다. B씨는 사건 당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잠든 남편을 살해한 뒤 범행 흔적을 치웠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에 긴급 체포된 A씨는 내연녀의 부탁으로 범행 증거물이 든 비닐봉지를 사건 현장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도로변에 버렸다고 시인했다. B씨는 남편을 살해한 이유로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서라고 진술했으나 평소 관련 피해를 신고하거나 상담받은 이력은 나오지 않았다. 살해당한 남편은 광주 도심에 건물을 소유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 몸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긴급 통보했다. 경찰은 B씨가 약 4년간 유지해온 내연 관계가 남편에게 들통나자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했다고 추정한다. B씨는 지난달 30일 한 달 동안 먹을 양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구매했는데 남은 약품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 당일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범행 흐름을 재구성하면 B씨는 귀가한 딸을 외출시킨 뒤 남편을 살해하고 증거를 없앴다. 늦은 밤까지 딸과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 B씨는 남편이 화장실 바닥에 넘어져 숨진 것 같다고 119구급대원과 경찰관에게 거짓말했다. 경찰은 수면유도제 성분 검출과 내연남 구속 뒤 B씨가 돌연 진술을 거부하자 확보한 증거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수세 몰린 이란… 트럼프 뜻대로 ‘새로운 핵합의’ 테이블에 앉나

    수세 몰린 이란… 트럼프 뜻대로 ‘새로운 핵합의’ 테이블에 앉나

    야권 “하메네이 퇴진”… 대미항쟁 약화 ‘반미’ 군부 위축되고 협상파 힘 실릴 듯 트럼프 “이란 국민 용기에 고무돼 있다” 지지 트윗 날리며 이란 흔들기 본격화 英·獨 등 자국민 사망하자 온도차 미묘우크라이나 여객기를 미군의 크루즈미사일로 오인해 격추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시인한 이란을 향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미국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나름 체면을 살렸던 이란 정부가 다시 수세에 몰리고 있다. 수도 테헤란에서는 분노한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졌고, 분위기 반전을 놓치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대 지지 발언을 이어 가며 이란 집권세력 흔들기와 더불어 새로운 핵합의 압박에 나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라즈, 이스파한, 하메단, 우루미예 등에 모인 이란 시민들은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고 외쳤고, 로이터 통신은 이란 야권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사퇴를 요구하고 미국 공습에 사살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사진을 찢는 시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행정·사법·입법권 위에서 신격화된 지위를 누리는 하메네이의 퇴진 주장은 일견 충격적인 일이다. 이날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이란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은 민항기 격추 당시 상황에 대해 “죽고 싶었다.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관계 당국의 어떤 결정도 달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으로 반미의 상징인 최고지도자 및 군부의 힘이 약화되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이끄는 대서방 협상파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미 정서 약화의 틈을 트럼프 행정부는 파고들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 국민은 하메네이의 부패 정치하에서 정권의 거짓말과 부패, 기량 부족, 그리고 이란혁명수비대의 잔혹성에 진저리가 나 있는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신들의 용기에 고무돼 있다”는 트윗을 영어와 아랍어로 게시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지난 10일 8명의 이란 고위관료와 철강·알루미늄·구리 제조업체 등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추가 경제제재에 이은 이란 흔들기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11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가 전장에서 없어지면서 이란인들과 마주 앉아 협상을 벌일 기회가 상당히 개선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8년 기존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했다.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 후 기존 핵합의에 참여한 러시아·중국·독일·영국·프랑스 등은 핵합의 존속을 위해 외교전을 펼쳤지만 이란은 지난 6일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며 사실상 탈퇴 의사를 전했다. 게다가 격추된 민항기의 사망자 176명 중에는 이란(82명), 캐나다(63명), 우크라이나(11명), 아프가니스탄(4명)뿐 아니라 스웨덴(10명), 영국(3명), 독일(3명) 승객도 포함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비판했던 유럽의 온도가 다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란이 민항기 격추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것이 미국과 새 핵합의를 논의하도록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미국은 기존처럼 이란에 핵에 대한 ‘평화적 이용 권한’을 주지 않을 것이고, 이란도 맞설 것이기 때문에 합의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 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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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혹하도록 달콤한 유혹…모를수록 놀라운 여정

    “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부온 조르노! 퀘스토에 시칠리아.”(Buon giorno! Questo e sicilia,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시칠리아입니다) 이탈리라 로마 테르미니역을 출발한 기차가 밤새 바다를 건너 시칠리아에 닿았을 때 열차에서는 이렇게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시칠리아였다. 시칠리아를 찾은 이유는 영화 ‘대부’ 때문이었다. 나는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의 엄청난 팬이었다. 이들이 출연한 ‘대부’ 시리즈를 보며 언젠가 꼭 한번 시칠리아를 찾겠다는 열망을 가슴에 지닌 채 살아왔다. 드디어 그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해체돼 배에 실린 기차는 메시나에 도착해 다시 조립되어 철로를 달린 후 시칠리아의 첫 목적지인 카타니아로 내려놓을 것이다.●“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다네.” 시칠리아 하면 많은 사람들이 마피아를 먼저 떠올리나 보다. 시칠리아로 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마피아를 조심해.” 그럴 만도 했다. 인터넷으로 시칠리아를 검색하면 마피아와 연관된 항목이 주르륵 올라온다. 실제로 시칠리아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이탈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의 본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옆 자리에 앉은 이탈리아 노인(멋진 감색 양복에 붉은 머플러를 길게 두르고 중절모를 쓴 그 역시 약간 마피아스러웠던 것 같다)에게 “요즘에도 시칠리아에서는 마피아가 길거리 총격전을 벌이기도 하나요?” 하고 물었다. 그는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가끔씩 일어나긴 하는데 다 옛날 일이죠.” 그리고 덧붙였다. “마피아는 관광객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답니다. 안심하세요.”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되기도 했고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의 영향을 받아 왔던 시칠리아. ‘혹시 그리스에 온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고대 그리스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음식도 맛있다. 20일 동안 시칠리아를 여행해 본 후 내린 결론은 유럽 어느 도시보다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시칠리아라는 것. 2018년 12월의 국내 신문들은 “이탈리아 경찰이 현지시간 4일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대대적인 마피아 단속 작전을 펼쳐 마피아 고위급 조직원 46명을 체포했으며 우두머리인 80세 세티미노 미네오 등 거물급 조직원들을 조직범죄 연루와 갈취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전했다. 아 참, 팔레르모 공항의 정식 명칭은 ‘팔코네와 보르셀리노 팔레르모 공항’이다. 이는 마피아 수사를 지휘하다 1992년에 테러로 사망한 두 판사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마피아와 시칠리아는 떼놓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내내 그 흔한 소매치기 한 번 만나지 않았다. 기차에서 만난 노인의 말대로 마피아는 관광객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영화사상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이탈리아 장면을 팔레르모에서 촬영했다. ‘대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부모와 가족을 모두 잃고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고생 끝에 뉴욕 암흑가의 보스로 군림하는 마피아 두목 돈 콜레오네의 이야기다.●대문호 괴테가 사랑한 도시 팔레르모 마피아는 마피아고, 관광객들에게 팔레르모는 가슴 설레게 하는 도시다. 대문호 괴테는 그의 책 ‘이탈리아 여행기’에서 팔레르모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극찬하며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는 이탈리아를 보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소설가 김영하는 “시칠리아에는 어렸을 때부터 내가 생각해 오던 이탈리아가 있었다”고 썼다. 유럽과 아랍 양식이 어울린 건축물들,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항구, 크고 작은 성당으로 놓인 골목이 도시 곳곳에 가득하다. 팔레르모 여행의 출발점은 프레토리아 광장이다. 광장 주위로 스페인 바로크풍의 집들이 펼쳐진다. 광장 서쪽에 있는 노르만 왕궁은 꼭 찾아봐야 한다. 아랍풍의 천장과 비잔틴식 모자이크가 조화를 이룬 멋진 건물이다. 팔레르모 대성당은 1185년부터 짓기 시작해 약 600년에 걸쳐 건축됐다. 원래는 비잔티움 양식으로 짓기 시작했지만 워낙 오랜 기간에 걸쳐 지어졌기 때문에 여러 세대의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단연 시장이다. 이 중 부치리아시장은 팔레르모에서 가장 유명하고, 시칠리아에서 가장 크다. 갖가지 해산물과 과일, 치즈, 농산물 등 없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의 5일장처럼 떠들썩하다. 팔레르모 사람들은 “만약 부치리아시장 바닥이 마른다면”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이 말은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뜻이다.●시칠리아의 자부심 카놀리와 파스타 팔레르모의 거리를 걷다 보면 손에 길쭉한 과자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인 ‘카놀리’다.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해 튜브 모양으로 얇게 돌돌 말아 튀긴 후 안에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채워 넣은 것이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카놀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대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시리즈 3편에서 팔레르모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하며 독이 든 카놀리를 먹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피아가 등장한다. 그는 도저히 카놀리의 달콤한 유혹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카놀리를 만지작거리다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그러고는 목을 잡고 의자에서 쓰러진다. 그의 발 밑에는 먹다 남은 카놀리가 부서져 있다. 카놀리 사랑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다.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적에게는 잔혹한 마피아이지만 가족에게는 누구보다 극진한 마피아답게 클레멘자는 카놀리부터 사놓는다. 마침내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클레멘자는 부하에게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긴박하고 심각한 상황 속에도 냉혹한 마피아가 카놀리만은 잊지 않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시칠리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이왕 음식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이야기해 보자.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가 떠오르고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에서도 시칠리아다. 시칠리아는 서양에서 최초로 파스타를 전수받은 지역이다. 파스타의 시작은 국수인데, 히말라야산맥 북부 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목 민족들이 처음 만들어 먹기 시작한 국수가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음식으로 자리잡았고, 이 국수를 13세기 마르코 폴로가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가는 길에 가져가며 이것이 파스타로 ‘변이’를 일으켰다고 한다.물론 이는 가설에 불과하다. 중세사학자 몬타나리가 쓴 ‘유럽의 음식문화’(새물결·2001)를 보면 생 파스타는 고대부터 지중해 연안, 중국 등에 널리 알려졌으나, 마른 파스타는 근대에 사막을 이동하는 이슬람인들이 발명했다고 한다. 사막을 횡단하는 오랜 기간 운반과 저장이 쉬운 음식이 필요했고 그러던 차에 건조 파스타를 개발해 낸 것이다. 밀가루와 물, 소금을 넣고 만든 반죽을 얇게 밀어서 건조시키는 이 방법은 11세기경 이슬람 상인들이 시칠리아로 건너오면서 이탈리아에도 본격적으로 전해졌다. 시칠리아 파스타는 해산물과 채소를 많이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목축이 발달하지 않아 육류와 치즈는 귀하지만 해산물은 풍부한 섬이어서 그렇다. 파스타 중에서도 정어리의 일종인 사르데 파스타가 유명한데, 올리브 오일과 정어리, 소금으로 맛을 낸다. ‘쿠스쿠스’라는 아랍풍의 파스타도 많이 먹는다. 국수류가 아닌, 좁쌀처럼 생긴 것인데 밀가루로 만들기 때문에 파스타로 분류된다.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온 후 파스타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생크림에 면을 담아 주던 수준이었던 한국형 카르보나라는 이탈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 버터와 계란 노른자, 베이컨 약간, 후추와 소금을 뿌린 ‘뻑뻑한’ 카르보나라의 맛에 길들여지고 말았다.●우연히 닿은 18세기 도시 모디카 시칠리아는 한국인에게 다소 낯선 관광지다. 로마, 베네치아, 밀라노 같은 이탈리아 본토의 주요 도시는 배낭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단골 코스가 됐지만 시칠리아까지 가는 여행객은 드물다. 로마에서 기차를 타면 메시나에 닿는다. 그리고 메시나에서 1시간 정도를 가면 카타니아다. 카타니아는 시칠리아 제2의 도시. 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다. 카타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에트나 화산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화산으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카타니아에 갔다면 꼭 어시장에 들러 보기를 권한다. 이른 아침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오후에 가도 시장의 정취를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다. 참치와 조개, 새우 등 갖가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시장은 활력으로 넘친다. 생선값을 흥정하는 이탈리아인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카타니아에서 며칠 머문 후 모디카로 향했다. 모디카는 시칠리아 남동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시다. 팔레르모와 타오르미나, 시라쿠사 등 시칠리아의 큰 도시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꼭 한번쯤 찾아볼 만한 매력적인 도시다. 이탈리아 여행은 약간의 인내를 필요로 한다. 철도의 잦은 파업, 주먹구구식인 철도와 시외버스 시스템은 끊임없이 여행 계획을 수정하게 만든다. 모디카로 가는 여정 역시 그랬다. 원래 계획은 카타니아의 에트나 화산으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가 엉망이었다. 정류장 앞의 바에 들어가 왜 버스가 오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주인은 “30분 전에 떠났다”며 어깨만 으쓱할 뿐이었다. 아마 이런 뜻이었겠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래.” 어쩔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며 어떻게 할까 고민해보는 수밖에. 멍하니 앉아 있는 동양의 여행자가 안쓰러웠는지 바 주인이 다가왔다. “모디카라는 곳에 가보는 게 어때?” 고개를 들자 그가 말을 이었다. “음… 모디카는 시칠리아의 숨겨진 명소라고 할까? 관광객으로 붐비는 팔레르모나 타오르미나, 아그리젠토보다는 훨씬 멋진 곳이지. 아마 18세기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디카행 버스가 들어왔다. 그는 얼른 타라는 눈짓을 보내왔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때론 일정에도 없던 여정이 여행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법이다. 그리고 2시간 후 바 주인의 말처럼 18세기의 중세도시를 걷고 있었다. 모디카는 BC 400년 무렵 시쿨리족이 건설했다고 한다. 12~17세기에는 매우 부유한 곳이었지만 1613년과 1693년 발생한 지진, 1833년의 홍수로 인해 파괴됐다. 하지만 모디카는 곧 도시를 재건했다. 모디카는 칼타기론, 밀리텔로발디카타니아, 노토, 파라졸로, 라구사, 시클리 등 히블라이아산 기슭에 위치한 이웃 8개 도시들과 함께 ‘발디노토 지역의 바로크 후기 마을’로 불린다. 지진과 홍수로 파괴된 이 도시들은 재건 사업을 하면서 파괴된 도시가 있던 자리나 그 근처에 세워졌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해 17세기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간 바로크 양식이 절정을 이루었던 당시의 건축 양식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이들 도시의 바로크 후기 모습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모디카의 옛 영화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건물은 ‘산피에트로성당’과 ‘산조르조성당’이다. 산피에트로성당은 광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아직도 웅장한 18세기 중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산조르조성당은 모디카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모디카의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레고 블록을 정교하게 맞춰놓은 듯한 도시의 모습에 입이 벌어진다. 피렌체, 베네치아, 로마와는 또 다른 이탈리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는 예전에 ‘사생활’이라는 말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이탈리아 사람들이 쓰는 ‘프리바토’(Privato)라는 말은 영어 ‘프라이버시’(Privacy)에서 따온 말이다. 모디카의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프라이빗’이 없는 시칠리아 사람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 삶의 특징 중 하나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서로를 다 알고 지낸다는 것이다.●이탈리아 최고의 염전도시 트라파니 시칠리아를 여행한다면 시간을 내 트라파니에 가볼 것을 권한다. 섬 서북쪽에 위치한 트라파니는 시칠리아의 여느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풍광을 보여 준다. 이 도시들이 바로크풍의 건물들과 그리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지로 가득한 반면 트라파니는 이 도시들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로맨틱한 풍경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광활한 염전과 염전 위에 서 있는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풍차다. 트라파니로 떠나기 전 시칠리아 모디카에서 만난 미슐랭 요리사 주세페는 자신은 요리를 할 때 반드시 트라파니산 천일염을 사용한다고 했다. “소금이 음식 맛의 절반이지. 이탈리아에서 가장 질 좋은 소금은 오직 트라파니에서만 구할 수 있어. 파스타 역시 마찬가지야.” “한 가지 질문이 더 있어요.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려면 뭐가 가장 필요하죠?”라고 묻자 주세페가 말했다. “큰 냄비를 갖추는 것.” 이런, 신선한 재료도 아니고 좋은 밀가루도 아니고 고작 큰 냄비라니. 주세페는 이렇게 답하며 눈을 찡긋했다. “스파게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수 중 가장 딱딱해. 이를 제대로 삶기 위해선 기다란 스파게티가 통째로 담기는 냄비가 필요하지.” ■여행수첩 인천에서 로마행 항공은 다양하다. 로마에선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팔레르모나 카타니아로 간다. 시칠리아의 주요 도시까지 연결되는 항공편은 국영항공사인 알이탈리아 홈페이지(www.alitalia.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마에서 열차로도 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국영철도 홈페이지(www.trenitalia.com)에서 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정도 걸리므로 침대칸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섬 북부 왼쪽의 팔레르모에서 섬 왼쪽으로 돌면서 트라파니와 아그리젠토를 보고 로마나 나폴리로 귀환하는 것이 첫 번째다. 두 번째 방법은 섬 오른쪽으로 돌면서 카타니아, 시라쿠사, 라구사, 타오르미나를 여행하는 것. 되도록이면 한 방향으로 도는 것이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시칠리아는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에도 낮에는 그다지 춥지 않다. 하지만 밤과 아침에는 기온이 뚝 떨어진다. 심한 일교차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 아내 살해 후 시신 유기 50대 무기징역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농로에 버린 5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해덕진 부장판사)는 9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53)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신상정보 공개 10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10년 등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22일 오전 군산시 조촌동 자택에서 아내 B씨(63)를 때려 숨지게 한 뒤 회현면의 한 농로에 버리고 도주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폭행은 10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A씨는 아내를 성폭행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아내의 언니(72)도 A씨에게 손발이 묶인 채 폭행을 당해 전치 8주의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폭행을 견디지 못해 의식을 잃은 아내를 농로에 버렸고 결국 사망했다. 범행 뒤 도주한 그는 이튿날 새벽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한 졸음 쉼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결혼 신고 직후부터 아내에게 손찌검했고 이를 참지 못한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그는 “아내를 때린 건 맞지만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 성관계도 합의로 이뤄졌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와 범행 당시 상황, 폭행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의도가 있거나 최소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살인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다. 특히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범행했고 그 수법 또한 매우 잔혹했다”며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누범기간 중에 저지른 범행임을 고려할 때 피고인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1년 여성 여러 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출소 1년 만에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앞서 A씨의 친딸은 지난해 8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버지는 6명을 성폭행하고 고작 8년의 형을 받았다. 그런데 출소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여성을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응당한 벌을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김유민의 노견일기] 반려견 토순이의 억울한 죽음

    [김유민의 노견일기] 반려견 토순이의 억울한 죽음

    길 잃은 강아지 밟아죽인 남성…폭력 전과 다수청소년부터 약자에 대한 폭력 등 여러차례 전과실형산 적도…“누범기간 내 범행 발생 재범 가능” 주인과 산책하러 나갔다 실종된 강아지를 밟아죽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20대 남성 A씨에게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부장 이승원) 심리로 8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단순히 화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체를 죽인 중대한 범죄”라며 재판부에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반려견 ‘토순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주인과 산책하던 중 실종된 토순이는 인근 주택 주차장에서 머리 부분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살해된 채 발견됐다. 안면부는 피투성이가 됐고 눈알이 다 튀어나올 정도로 가격을 심하게 당한 채 싸늘하게 죽어있었다. CCTV에는 20대 남성 두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한 명이) 토순이를 밟아 죽이고 박수를 치면서 가는 모습이 찍혔다.A씨는 청소년 시절부터 약자에 대한 폭력 등 전과가 여러 차례 있고 실형을 산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피고는 과거부터 약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해 전과를 받은 전력이 있다. 누범기간 내 발생한 범행으로 재범 가능성이 높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의 선고 공판은 이달 22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A씨 측 변호인은 “처음부터 생명을 경시하거나 약자를 무시하는 행동에서 범행에 이른 게 아니라 화를 못 이겨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징역이 구형되자 “앞으론 어떤 생명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선처해주면 앞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성실하게 살겠다”고 변론을 마쳤다. 피해자 측은 A씨의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따르면 토순이를 죽인 남성은 재판이 진행되기 전 반성은 커녕 피해자가 올린 글 등을 보며 욕설과 함께 조롱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검찰 기소 512건 중 단 4건만이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7월에도 한 남성이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를 패대기치며 잔혹하게 살해해 논란이 됐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8년간 가족으로 함께한 반려견을 참혹하게 잃은 피해자는 지난 10월 동물보호법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을 올려 11만 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한국에서는 해마다 약 8만 2000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겨납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의 동물들이 받는 대우로 짐작할 수 있다”는 간디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법과 제도, 시민의식과 양심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생명이, 그것이 비록 나약하고 말 못하는 동물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다 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노견일기를 씁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렵고, 그래서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모든 슬픔을 유난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에게 늙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랜 시간 동물과 함께 했던, 또는 하고 있는 반려인들의 사진과 사연을 기다립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은 y_mint@naver.com 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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