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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대 사각지대 거의 없고 마이크 없는 육성공연 가능

    무대 사각지대 거의 없고 마이크 없는 육성공연 가능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이 개관 40년 만에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첫 무대를 장식한 작품은 국립창극단의 ‘숙영낭자전’(작가 김정숙, 연출 권호성)이다. 지난 23일 끝난 ‘숙영낭자전’에서 달오름극장 변화를 제대로 구현했다. 무대 면적이 2배 이상(216㎡→450㎡) 늘어난 덕에 깊은 산속과 노비 1000명을 부리는 부잣집의 장대한 사랑채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전에는 객석 경사도가 10도 미만이라 무대가 가려지기 일쑤였지만, 30도로 높이면서 무대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사석은 2층 객석 중 맨 앞줄과 발코니석 정도. 맨 앞줄은 안전바가 있어 무대 앞부분이 안 보인다. 장애인석은 1층 맨 위에 배치했지만, 공연장 앞뒤 거리가 짧아 공연 감상에 지장이 없다. 배튼(조명이나 무대장치를 거는 금속봉)도 21식에서 41식으로, 2배 늘렸다. ‘숙영낭자전’에서는 다양한 위치에 막을 설치했다. 시시때때로 막을 내려 아름다운 수묵화 영상을 보여주면서 효과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배튼에 다채로운 조명을 걸어 생동감도 더했다. 여러 색조명으로 옥연동의 신비감을 드러내고, 여러 각도의 빨간 조명으로 숙영이 죽어 피가 퍼지는 장면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너무 많은 색상을 쓰는 바람에 나이트클럽 같은 느낌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음향 잔향(소리가 그친 후에도 남아 있는 소리)이 0.9초에서 1.2초로 늘어나 배우들의 소리가 부드럽고 시원하게 전달된다. 연극이나 창극을 할 때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육성 공연이 가능해졌다. 노약자 및 장애인을 위해 승강기(15인승)도 새로 설치했다. 아쉬움이라면 달오름극장의 로비 높이가 낮아 답답함이 느껴진다는 점이다. 객석 경사도를 높이다 보니 객석 1층 입구가 2m 정도 높아져 2층이 됐다. 자연히 1층 매표소 천장이 낮아져 키 큰 관객은 위태로워 보인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아프리모 페로몬향 향수, 화이트데이 기념 이벤트 진행

    아프리모 페로몬향 향수, 화이트데이 기념 이벤트 진행

    연인들을 위한 스페셜 데이, 화이트데이를 맞아 다양한 이벤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일명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아프리모 페로몬향 향수가 다이아몬드 반지 증정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번 이벤트는 오는 2월 11일부터 3월 9일까지 진행되며, 이번 이벤트 당첨자는 구매 건수와는 무관하며 아프리모 페로몬향 향수 남녀세트 또는 남성용 2개 세트, 여성용 2개 세트 등을 구매하는 고객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추첨을 통해 총 3명을 선정하여 다이아몬드 반지를 증정할 예정이다. 이벤트 당첨자는 오는 3월 10일 오전 10시에 발표하며, 다이아몬드 반지는 성별에 상관없이 여성용으로 배송된다. 당첨자 발표 후 당첨자가 요청한 반지 사이즈로 제작되어 약 5~7일 정도 제작기간이 소요된다. 아프리모 관계자는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는 클러버 선호도 1위와 블라인드 테스트 1위라는 위업을 달성한 향수로 그 동안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많은 고객들과 만나왔다”며 “아프리모 향수는 고객들을 만나 실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향기를 배합하여 만들었다. 곧 있을 화이트데이를 맞아 이번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매혹적인 향기를 자랑하는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로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에게 뜻깊은 선물을 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는 남자향수와 여자향수로 구성되어 있고, 오랜 시간동안 잔향이 유지되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유해성분이 없어 피부 자극과 트러블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시중의 대부분의 향수는 오드 뚜왈렛 등급(부향률 5~10%)으로 향기의 지속이 3~5시간인데 비해, 아프리모 향수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인 오드퍼퓸(부향률 10~20%)으로 향이 7~8시간까지 지속된다. 아프리모 관계자는 “화이트데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잡아라 이벤트는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며 “연인을 위한 특별한 화이트데이 선물을 고민하는 사람이나, 성공적인 화이트데이 고백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가 든든한 서포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화이트데이 이벤트 참여를 희망하거나,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 구매를 원할 경우 아프리모 공식 홈페이지(www.afrimo.co.kr)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3 하반기 히트상품] 애경 ‘케라시스 퍼퓸샴푸’

    [2013 하반기 히트상품] 애경 ‘케라시스 퍼퓸샴푸’

    애경의 프리미엄 헤어클리닉 브랜드 ‘케라시스’는 향기 콘셉트 샴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선발주자다. 케라시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이 ‘향’이라는 소비자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선보인 ‘케라시스 퍼퓸 리미티드 에디션’이 완판을 하기도 했다. ‘케라시스 퍼퓸샴푸’는 명품 향수를 모티브로 향수의 발향 단계처럼 ‘탑 노트’(펌핑 후 30분 동안 나는 향) ‘미들 노트’(펌핑 후 30분~4시간) ‘베이스 노트’(잔향)까지 향의 지속력이 좋아 마치 머릿결에 향수를 뿌린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호주 출신의 일러스트 작가 옐레나 제임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했다. 용기마다 다채로운 컬러를 활용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퍼퓸샴푸 향의 느낌을 잘 연상시키도록 했다.
  • 쓸쓸한 가을, 아프리모 ‘페로몬향수’ 써볼까?

    쓸쓸한 가을, 아프리모 ‘페로몬향수’ 써볼까?

    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요즘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이럴 때 사랑하는 연인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만 앉아 있으면 그런 연인은 ‘안 생긴다’. 그렇다면 올 가을 솔로 탈출을 위해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흔히 화려한 외모, 배려, 든든한 재력이 이성에게 어필하는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데는 이런 이성적, 감성적 요소 외에도 다른 비밀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후각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페로몬 향수다. 사랑의 묘약이라 불려온 페르몬은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물질로, 후각 신경을 통해 이성의 뇌로 전달돼 화학반응을 일으켜 이성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와 시간에 처음 보는 이성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경우도 페로몬의 장난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페르몬의 효과를 증명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는데, 미국 버팔로 대학교의 심리학자 마크 크리스탈 박사에 따르면 남녀가 연인관계로 발전하기 위해는 몇 가지 화학물질의 작용이 필요하다. 인간이 특정한 이성을 선택하는 데는 페르몬의 영향과 함께 만지고, 냄새 맡고, 듣는 등 감각적인 신호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달콤한 사랑의 기운을 선물하는 페르몬 향수 중 가장 핫한 향수를 꼽으라면 단연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www.afrimo.co.kr)를 들 수 있다. 연애전문가 박코치와 텐미닛녀 조수아가 상품기획 및 개발에 참여한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는 명품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프랑스 그라스산 최고급 농축 원료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특히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 개발 단계부터 이성에게 어필하는 것에 최적화된 향수로 잔향이 오래가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향수의 잔향이 5시간인데 반해 아프리모 페르몬 향수는 데이트 시간이 평균 5시간 30분인 점을 감안해 잔향 유지시간을 늘려 연인과의 데이트 내내 기분 좋은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을이 되면 아프리모 페로몬 향수를 찾는 이들이 더 많아진다. 과학적으로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하면 뇌의 갑상선 호르몬 대사가 줄어드는 대신 노에피네프린, 세로토닌, 가바와 같이 정신적으로 차분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이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가을철이면 페르몬향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아프리모 페로몬향수를 개발한 ㈜한국생활건강 관계자는 “아프리모 페르몬향수는 가을철에 필요한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며 “은은한 연출을 하는 정도로 살짝 뿌려주거나, 패션의 포인트로 넥타이 끝이나 스커트 안쪽에 뿌려주면 당신의 향기가 은은하게 상대에게 전해져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페로몬향수 전문 사이트 ‘아프리모’, 칼럼으로 연애 노하우 전수

    페로몬향수 전문 사이트 ‘아프리모’, 칼럼으로 연애 노하우 전수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옆구리 시린 솔로들에게 알짜 연애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페로몬 향수 판매사이트 아프리모(www.afrimo.co.kr)는 이성간의 접근법에서 더욱 극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연애칼럼’을 연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화성인 ‘텐미닛녀’ 조수아와 픽업아티스트 박코치가 남자와 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연애칼럼은 △남과 녀의 관점 차이 △바람둥이 잡아내는 법 △남자 길들이기 △남자를 설레게 하는 여우들의 행동 등 다양한 주제로 연재되고 있다. 이들의 연애칼럼은 직접 경험한 내용과 그간의 연애경험을 토대로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텐미닛녀 조수아는 칼럼 ‘남자를 설레게 하는 여우들의 행동’편에서 “남자는 말이 아닌 여자의 행동에서 ‘이 여자가 나에게 호감이 있구나’라는 것을 캐치한다”며, “아이컨텍, 제스쳐 따라하기, 핸드백을 일부러 남자 가까이 놔두는 행동 등이 남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남성과 여성은 후각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상대방의 호르몬을 자극하는 ‘페르몬 향수’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페로몬은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콧속의 서골코기관은 페로몬만을 감지하는 제2후각 신경이 있어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맥코 교수는 페로몬 작용에 대한 연구를 위해 페로몬이 든 향수를 사용한 19명의 독신여성과 가짜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17명의 독신 여성을 관찰한 결과, 진짜 페로몬이 들어간 향수를 사용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키스 횟수가 3배 이상 높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페르몬 향수 전문 사이트 아프리모에서 판매 중인 향수는 피부 자극성 물질과 방부제가 전혀 첨가되지 않아 독성이 없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명품향수에 쓰이는 프랑스산 원료로 만들어지며, 오드 뚜왈렛(부향률 5~10%, 향 지속시간 3~5시간)보다 높은 오드퍼퓸(부향률 10~20%, 향 지속시간 7~8시간) 등급을 획득해 깊은 잔향을 더욱 오랫동안 남긴다. 아프리모 업체 관계자는 “페로몬은 이성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닌 성분”이라며, “단순히 이성간의 호감을 이끈다는 의미를 넘어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자신만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아프리모 페로몬향수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서포터가 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문화가 융성한 사회를 기대하며/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문화가 융성한 사회를 기대하며/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최근 한반도를 에워싼 긴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문화 얘기를 꺼내는 것이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취임사의 문화 향기가 가시기 전에 그 잔향을 되새겨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이번 대통령 취임사는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서생의 입장에서 보면 문화의, 문화에 의한, 문화를 위한 취임사라고 할 만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국정지표라 할 수 있는 경제 부흥, 국민 행복 그리고 문화 융성을 국민 앞에 제시했다. 과거의 정부들과는 색다르게 문화와 직결되는 화두인 문화 융성이 취임사 전면에 어엿하게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다. 국민 행복도 문화적 접근이 필수적이므로 곧 문화 행복이라 할 만하고, 경제 부흥 또한 이번 정부에서 회자되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이 문화적 창의력과 문화콘텐츠산업이란 점에서 모두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연설 분량만 보더라도 문화 의제가 연설문 전체의 거의 3분의1을 차지했으니, 적어도 이번 취임사만 본다면 가히 문화대통령, 문화정부라 불러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 정부가 끝나갈 즈음에는 정말 우리 사회가 문화가 융성한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그러한 사회가 될 기초라도 튼실하게 닦였으면 좋겠다. 문화가 융성한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 문화를 통해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치유되고, 국민 개개인이 행복해지며,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문화를 나누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사회, 거기에 문화가 창조경제의 견인차가 되는 사회가 아닐까. 결국 문화가 사회 곳곳에 도도히 흐르는 그런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같은 문화가 융성한 사회를 만들려면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예술가와 단체를 비롯한 문화계, 나아가 문화기업은 물론 일반기업, 방송과 통신, 언론, 종교단체, 시민단체, 국민 모두가 함께하지 않으면 이뤄지기 어려운 숙제다. 게다가 문화의 속성상 정부가 주도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꽤 걸리는 마라톤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박 대통령이 문화 융성을 주창했으니 이를 위해 최소한 다음 몇 가지만이라도 이번 정부에서 시행해 주면 좋겠다. 첫째, 인수위원회 보고에서도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 관련 위원회를 두어 국정 전반 차원에서 이를 조정하고 지휘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정비하자는 판에 웬 위원회 타령이냐고 타박할지 모르지만 취임사에서도 국정의 주요 지침으로 제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과 같은 창조시대, 행복시대에 문화가 매우 합당한 의제이기 때문이다. 둘째, 앞의 제언과도 연관이 있는 사안으로 정부의 각 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문화 개념을 적극 반영토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 부처의 정책에도 문화가 녹아들어갈 때 그 정책도 풍요로워지고 국민들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셋째, 문화 융성의 또 다른 핵심은 콘텐츠인데 이를 문화, 곧 창조의 끼가 생명인 문화체육관광부가 마음껏 정책화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 문화는 과학기술이 발전된다고 자동적으로 융성되지 않으며, 창의적 인재에 의한 창의적 발상이 가능한 풍토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든 방송 콘텐츠든 콘텐츠 업무 관할에 관한 문제로 더 이상 국정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넷째, 아무리 정책 의도가 좋아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 당초 박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임기 동안 정부 재정 대비 문화 재정 2%를 달성해 문화 융성을 위한 재정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내수경제의 침체로 사회 전체가 조금 가라앉은 감은 있지만, 새 정부의 의욕적인 문화 의지를 통해 곳곳에 문화가 샘물처럼 흘러 넘치는 사회, 곧 문화가 융성한 사회가 봄처럼 우리 앞에 다가오길 기대한다.
  • 무대·좌석 키운 CJ토월극장 19일 ‘살짜기 옵서예’로 재개관

    무대·좌석 키운 CJ토월극장 19일 ‘살짜기 옵서예’로 재개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이 1년 6개월에 걸친 공사를 마무리하고 CJ토월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재개관했다. 객석을 2개 층 671석에서 3개 층 1004석(1층 557석·2층 254석·3층 193석)으로 늘리고, 무대와 객석의 최장 거리는 공사 이전 수준인 19(1층 끝)~23(3층 끝)m로 유지했다. 무대는 주무대가 265㎡, 좌·우·뒤편으로 최대 908㎡까지 확장해 사용할 수 있다. 전당 측은 “무대는 중대형 극장 규모, 무대와 객석 끝까지 거리는 중극장 수준이라 맨뒤에 앉은 관객도 배우의 표정을 생생히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뒤 좌석 사이 공간을 85㎝에서 95㎝로 넓히고, 의자를 오페라극장 의자와 같은 제품으로 바꾼 것은 관객들에게 더욱 반가운 일이다. 의자 교체는 1993년 토월극장 개관 이후 처음이다. 시야제한석(사석)은 이전 12% 수준에서 5% 정도로 줄었다. 공연 제작팀이 환영할 만한 변화는 무대 시설이다. 잔향(연주 등이 끝나도 남아 있는 소리) 시간은 연극·뮤지컬 공연에 적합한 1.27~1.47초 정도로 조정했다. 14개 흡음배너를 설치해 잔향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대 장치를 달거나 이동효과를 주는 플라이바 55개를 자동제어 방식으로 교체하고, 무대 바닥 높낮이를 위로 2.5m, 아래로 3.5m까지 조절할 수 있다. 분장실을 5개 추가로 만들고, 연극 연습실도 새 단장했다. 총공사비는 270억원(전당 20억원, 정부예산 100억원, CJ그룹 투자금 150억원)이다. CJ토월극장은 오는 19일 재개관 기념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로 관객들에게 공개된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거목의 나이테처럼… 심장을 뜨겁게 하는 손짓

    거목의 나이테처럼… 심장을 뜨겁게 하는 손짓

    생물학적 나이의 족쇄를 벗어나기 어려운 연주자·성악가와 달리 지휘자의 생명은 유연하다. 21세이던 1929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데뷔한 뒤 타계하기 석 달 전인 1989년 4월 빈 필하모닉 정기연주회까지 지휘봉을 놓지 않았던 20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슈퍼스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이 대표적이다. 작품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악보의 행간을 읽는 능력, 작곡가의 사상·철학을 읽어내는 통찰력, 오케스트라의 100여개 파트를 꿰뚫는 시야와 리더십은 연륜과 비례하지는 않겠지만, 경험이 필요조건임이 틀림없다. 2013년 한국을 찾는 10여곳의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 중 고희를 훌쩍 넘긴 마에스트로들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첫 테이프는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76)가 끊는다. 50년 동안 호흡을 맞춘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1월 5~6일 신년 갈라콘서트를 연다. 베토벤의 서곡 ‘레오노레’ 제3번과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스페인기상곡’,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와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그는 본래 의사를 꿈꿨다. 피(아버지 메리 메타는 뭄바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설립자)는 못 속이는 걸까. 18세에 빈 음악아카데미에 입학해 진로를 틀었다. 게오르그 솔티 후임으로 1962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 감독을 맡았다. 1978~91년 뉴욕필의 최장수 음악 감독을 역임했다. 이스라엘 필과의 인연은 1969년 음악 고문을 맡으면서 시작됐고, 1977년부터 음악 감독을 맡았다. 이탈리아 거장 리카르도 무티(71)는 2월 6~7일 시카고 심포니와 함께 한다. 2004년 라 스칼라 오케스트라와 내한한 이후 9년 만이다. 화려한 금관악기군을 뽐내는 시카고 심포니의 내한은 이번이 처음. 2008년 영국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선정한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미국 악단 중 가장 높은 5위에 올랐던 시카고 심포니와 무티의 궁합은 최상이다. 2010~11시즌 시카고의 10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뒤 베르디의 ‘레퀴엠’ 앨범으로 그래미상 2개 부문을 휩쓸었다. 런던필(1972~82년)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980~92년), 라 스칼라(1986~2005년) 음악 감독을 비롯, 주요 교향악단을 섭렵한 무티의 지난해 연봉은 220만 달러(약 24억원)에 이른다. 시카고 심포니도 재정적 어려움은 마찬가지이지만, 무티가 취임한 이후 기부금과 공연 입장권 수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번에는 브람스 교향곡 2번,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 등을 들려준다. 지긋한 클래식 팬이라면 네덜란드 거장 베르나르트 하이팅크(83)와의 재회가 감개무량할 터. 1977년 로열 콘세르트(RCO)와 내한했던 하이팅크가 36년 만에 돌아온다. 오랜 인연을 맺은 런던심포니와 함께 한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17번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2번(협연 마리아 주앙 피르스), 베토벤 교향곡 7번과 명반으로 꼽히는 브루크너 교향곡 9번까지 들려준다. 하이팅크는 RCO가 세계 빅3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1963년 35세의 나이로 4대 수석지휘자로 취임했고, 714개 레퍼토리로 1000여 차례 녹음할 만큼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런던 필과는 1967~79년 수석 지휘자 겸 예술 고문을 겸했던 인연이 있다. 열두 살 때 뉴욕 필을 지휘했던 신동 지휘자도 여든을 훌쩍 넘겼다. 프랑스 태생의 미국인 로린 마젤(82)은 4월 21일 뮌헨 필하모닉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과 교향곡 4, 7번, 피아노협주곡 4번(협연 조성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려준다. 마젤만큼 한국을 자주 찾은 거장도 드물다. 1978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첫 방문한 뒤로 애제자 장한나의 지휘를 돕거나 찬조 출연한 것을 제외하고도 10 차례 공연을 했다. 뉴욕 필과 2008년 역사적인 평양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뉴욕을 떠나기 전 연봉은 2800만 달러(30억원).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지휘자였다. 2011년부터 세르주 첼리비다케(1912~96)의 잔향이 짙은 100여년 역사의 뮌헨 필을 맡았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유통플러스]

    애경 울샴푸 ‘오리지널’ 등 2종 애경이 중성세제인 울샴푸 ‘오리지널’과 ‘후레쉬’ 2종을 출시했다. 오리지널은 섬유보습 성분이 함유돼 옷감 보호 기능이 3배 더 뛰어나며, 후레쉬는 잔향과 유연력이 강화됐다. 1ℓ들이 기준 오리지널 4900원, 후레쉬 5100원. 농심 새달11일 사랑나눔콘서트 농심이 다음 달 1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012 사랑나눔콘서트’를 개최한다. 인기 가수 15개 팀이 출연하며, 라면으로 입장료를 받아 소외 이웃에 기부한다. 참석을 희망하면 31일까지 농시미사이트(www.nongshimi.com)에 신청하면 된다. 아티스트리 안티에이징 신제품 아티스트리가 안티에이징 신제품 ‘유스 익스텐드’ 7종을 출시한다. 지중해 희귀식물 ‘라이프시르트’를 원료로 사용, 피부 자생력을 강화해 노화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클렌징크림과 클린징폼, 로션, 세럼 컨센트레이트, 아이크림, 인리칭 크림 등으로 구성됐다.
  • 정경화, 마침내 바흐를 완주하다

    정경화, 마침내 바흐를 완주하다

    “바흐의 무반주(바이올린 소나타)를 하는 건 평생 원하던 꿈을 이루는 것과 같다. 평생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요즘이다. 별 다섯 개 만점 중에 다섯개 정도로 행복하다.” 16일 서울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4·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5월 말과 6월 초에 걸쳐 바이올린 음악의 경전과도 같은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이 교대로 이뤄진 4악장 형식)와 파르티타(알르망드, 사라방드, 지그 등 춤곡이 배치된 음악) 전곡의 연주는 정 교수에겐 그만큼 흥분되는 사건이다. ●“평생 원하던 꿈 이루는 것 같아” 19세가 되던 1967년, 정경화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열린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핑커스 주커만과 공동우승을 하면서 단박에 톱클래스 연주자로 주목 받았다. 이후 명 지휘자들이 이끄는 오케스트라, 세기의 피아니스트들과의 숱한 협연은 물론 EMI·RCA·DECA·도이치그라모폰 등 유수 음반사와 30장의 레코딩을 발표했다. 하지만 거장의 디스코그래피에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전곡, 모차르트와 베토벤 소나타는 빠져 있다.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 왔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작곡가의 뜻을 해석하는 일이란 게 늘 힘들었는데 지금 바흐의 무반주 곡들을 준비하는 과정은 하나도 힘들지 않다. 하루 25시간이라도 연습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50년 전 처음 바흐의 곡을 연습할 때는 타고난 재능으로 손가락이 쫓아갔다면, 지금은 (작곡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귀가 열린 상태에서 손가락이 움직이기 때문에 전에 했던 레코딩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성당 음향 마음에 꼭 들어” 공연은 1898년 지어진 고딕양식의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다. 정 교수는 “현대 악기로서 바이올린을 무반주로 공연한다는 건 무리인데, 성당 특유의 울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서너 곳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음향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런데 명동성당은 측면에서는 소리가 퍼져나가지만 가운데 섹션의 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가 애용하는 명기(名器) 과르네리 델 제수의 부드러운 음색과 풍부한 잔향을 품은 명동성당의 공간이 바흐와 어떤 궁합을 이룰지 기대된다. 5월 15일에는 소나타 1번, 파르티타 1번,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일주일 뒤 22일에는 파르티타 3번, 소나타 3번, 파르티타 2번을, 31일과 6월 4일에는 같은 프로그램을 반복한다. 매회 300명만이 ‘바이올린 여제’를 만날 수 있다. 7만~10만원. (02)518-7343.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새 음반]

    ●그래미 노미니스 올해에도 어김없이 ‘2012 그래미 노미니스’가 발매됐다. 새달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제54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빅4로 꼽히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상’ 후보를 중심으로 22곡을 수록했다. 머룬 5의 ‘무브스 라이크 재거’(Moves Like Jagger), 레이디 가가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 리아나의 ‘왓츠 마이 네임’(What’s My Name), 아델의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 등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히트곡이 모두 담겨 있다. 유니버설뮤직. ●화해 검정치마의 객원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수정선의 데뷔앨범이 나왔다. 기타와 피아노(혹은 베이스·트롬본), 목소리만으로 이뤄진 단출한 편곡인데 진심 어린 위로의 손길처럼 따뜻하다. 수정으로 만들어진 배를 뜻하는 수정선이란 낯선 이름은 2004년 서정적인 사운드로 주목받았던 인디록 밴드 잔향의 멤버인 신재진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검정치마, 나비, 오소영 등 인디 음악가들의 앨범과 공연에 참여했다. 이 앨범에서 수정선은 모든 기타 연주와 프로듀싱을 맡았다. 소니뮤직.
  • 5000만원으로 빚어낸 ‘올해의 발견’…영화 ‘파수꾼’ 주목받는 이유

    5000만원으로 빚어낸 ‘올해의 발견’…영화 ‘파수꾼’ 주목받는 이유

    한 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아들에게 무심했던 아버지(조성하)는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혼란스러워한다. 뒤늦은 죄책감과 무기력함에 아들 기태(이제훈)가 죽은 이유를 좇기 시작한다. 단서는 아들의 책상 서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던 사진. 그 속에는 해맑게 웃는 동윤(서준영)과 희준(박정민)이 있다. 하지만 아버지가 학교를 찾아가 겨우 알아낸 사실은 희준은 전학을 갔고 동윤은 장례식장에 오지도 않았다는 것. 뭔가 이상하다. 숨진 기태는 학교의 ‘짱’이었다. 게다가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던 동윤은 기태가 죽고 나서 학교를 그만둔 채 친구들과 연락을 끊었다. 소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스물아홉 신예의 첫 장편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잔향이 남는다. 윤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아이들’ 등 단편 3편이 전부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에 뽑혀 5000만원을 지원받아 만든 이 영화는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쯤 되면 수십, 수백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대작 못지않은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배급사 측에서 ‘올해의 발견’ ‘가장 빛나는 데뷔작’ 등의 거창한 수식어를 달았지만,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새달 3일 개봉하는 ‘파수꾼’은 표면적으로는 기태 아버지가 아들의 죽음을 좇는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고 있다. 죽고 못 살던 세 친구 기태와 동윤, 희준은 사소한 오해가 쌓이면서 상처를 주고, 또 받는다. “나도 너를 친구로 생각해본 적 한번도 없어” “잘 못 된 건 없어. 처음부터 너만 없으면 돼…” 같은 섬뜩한 말로 서로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다. 윤 감독은 표현에 서투른 아이들이 오해를 풀지 못한 채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희준의 시선에서 기태로, 다시 동윤의 시선으로 좇아간다. 탄탄한 이야기 전개, 살아숨쉬는 대사,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흥미로운 편집 방식까지 독립영화는 완성도가 떨어질 것 같은 어설픈 ‘선입견’을 말끔하게 씻어낸다. ‘파수꾼’이란 제목에 대해 윤 감독은 “‘파수꾼’이라는 의미가 ‘지키는 자’, 또는 ‘진실을 추구하는 자’라는 의미가 있는데, 그런 의미를 반어적으로 쓰고 싶었다.”면서 “아이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처를 주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 상처만을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세 명의 젊은 배우 이제훈과 서준영, 박정민의 연기는 활어처럼 펄떡거린다. 나홍진 감독의 ‘황해’에서 김윤석과 하정우를 능가하는 존재감을 드러낸 조성하는 신인 감독과 젊은 배우들의 영화에서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15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내 클래식 공연 공연수준 좋은예, 좌석관리 나쁜예

    국내 클래식 공연 공연수준 좋은예, 좌석관리 나쁜예

    이름깨나 알려진 클래식 공연을 찾을라치면 일단 가격 앞에서 주눅들게 마련이다. 몇 만원짜리 좌석도 있지만 수십만원 하는 게 다반사다. 좌석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고민도 크지만 정작 선택을 위한 기초 정보는 너무 빈약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주어진 정보라고는 그저 R석은 비싸고 C석은 싸다는 것뿐이다. 공연단체나 공연장 자체의 수준이 높아진 것에 비례해 좌석 정보도 선진국처럼 관객 눈높이에 맞춰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공연계에 따르면 국내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관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비싼 돈을 들여 R석에서 들으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값싼 C석에서 보면 어떤 단점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웃 일본만 해도 얘기가 다르다. 좌석별로 상세 정보를 제공한다. 인터넷에서 해당 좌석을 클릭하면 그 자리에서 무대가 어떻게 보이는지 시야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쿄 산토리홀과 NHK홀이 대표적이다. 시야 사진 외에도 음향 정보까지 제공한다. 산토리홀은 홈페이지를 통해 “홀의 옆부분을 삼각뿔로 만들고 천장의 내부를 완곡하게 해 미세하고 끊어질 듯한 피아니시모(매우 여리게라는 뜻) 선율까지 모든 좌석에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장 좋지 않은 좌석에서도) 여유롭고 풍부한 울림, 중후한 저음에 뒷받쳐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며 “잔향시간(울린 소리가 멈추는 시간)은 만석일 경우 중음역에서 2.1초”라고 소개했다. 착석감에 대한 설명도 있다. “포도밭형 무대에 걸맞게 객석의자를 포도무늬 와인색으로 꾸몄고, 다리를 쭉 뻗을 수 있도록 공간의 여유를 뒀다.”고 설명한다. 지방 공연장들도 예외는 아니다. 아사히방송이 운영하는 오사카 ‘더 심포니홀’은 클릭 한 번이면 좌석에서 바라보는 무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무대에서 보는 객석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잔향 시간(만석 기준 2초) 정보도 빠뜨리지 않는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홀’도 “2020석의 대규모 공연장이지만 무대의 맨 앞부분에서 3층 맨 뒷자리까지 거리가 33.5m에 불과하다.”며 “연주자를 최대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만석 기준 잔향시간은 2.1초”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얼마 전 일본 공연을 가진 한 기획사 관계자는 “홍보 차원의 자랑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관객 처지에서는 매우 유용한 정보”라며 “국내 공연장도 좌석별 상세 정보는 물론 착석감, 음향 특성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풍토 변화 조성에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이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기억 나십니까. 제목은 아스라할망정, 듣고 나면 무릎을 치며 반색할 클래식 기타의 명곡이지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가 작곡한 이 노래에는 타레가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당대를 풍미하던 기타리스트 타레가는 ‘콘차’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이미 결혼한 처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밤이면 타레가는 기타를 들고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를 만들어 냅니다. 애틋한 사랑이 켜켜이 쌓여 명곡을 만든 셈입니다. 그 곡이 잉태된 곳이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입니다.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곳으로,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보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빼어나지요. 그러나 명곡이 탄생한 진짜 이유는 이와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백인철씨는 “알람브라 궁전에 ‘알박기’하듯 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가톨릭 교도들의 행태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담은 노래”라고 주장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이 ‘문제의’ 건축물입니다. 얼핏 보아도 주변 건물에 견줘 크고 위압적이지요. 이슬람 왕조를 무너뜨린 가톨릭 정복자의 오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슬람 잔향(殘香) 가득한 그라나다 │그라나다 손원천특파원│그라나다를 품고 있는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자 남부 최대의 자치주다.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이방(異邦)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면 그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원전에는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이후에는 로마와 반달, 그리고 사라센 등이 차례로 지배했다. 안달루시아란 이름도 ‘반달족이 살던 땅’이란 뜻. 특히 사라센은 8세기부터 800년 동안 통치했는데, 사라센이 곧 이슬람이자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이다. 더욱이 그라나다는 지중해 너머 북아프리카와 인접한 탓에 이슬람의 잔향이 한결 진하게 배어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5시간가량 내려오면 이슬람 왕조의 옛 영토, 그라나다에 닿는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이란 뜻으로, 13세기 가톨릭 세력에 코르도바를 뺏기고 남하한 무어인들이 그라나다에 나스르 왕조를 세우면서 알람브라 궁전도 함께 축조했다. 이후 나스르 왕조 마지막 왕 보압딜이 에스파냐 통일을 완성한 부부왕,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 왕 연합 세력에 패배, 알람브라 궁전을 내줄 때까지 260년 가까이 유럽 내 이슬람 최후 보루 역할을 담당했다. ●알람브라 절정은 술탄들이 놀던 ‘사자의 정원’ 겉에서 보는 알람브라 궁전은 놀랄 만큼 수수하다. 하지만 안으로 한발짝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화려함은 더해간다. 이슬람 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알람브라와의 첫 만남은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시작된다. 부부왕에 이어 스페인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5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궁전을 알람브라의 정수리에 세운다. 밖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 형태.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여태 미완성이란 게 이채롭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본궁으로 접어들면 한순간에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묘한 시각차를 경험한다. 우선 벽면에 새겨진 아랍 문자와 문양들이 시선을 끈다. 수많은 기둥과 벽, 천장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코란’ 문장으로 빈틈없이 장식돼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알맞은 색채가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손길이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술탄(이슬람 정치 지도자)이 외교관 등을 접견했던 ‘대사의 방’ 앞은 ‘아라야네스 안뜰’이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아치형 조각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은 수중도시처럼 느껴진다. ‘아라야네스 안뜰’은 인도의 타지마할 조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현지 가이드는 전했다. 알람브라의 절정은 ‘사자의 정원’이다. 술탄의 후궁들이 머물던 내밀한 공간. 정원 중간에는 유대인이 선물했다는 12마리 사자상이 저마다 분수처럼 물줄기를 내뿜는다. 현재 복원 공사중이어서 실물을 볼 수는 없다. 알람브라 궁전 어디서고 이처럼 크고 작은 수로를 볼 수 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를 궁전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식수는 물론 한여름 40℃까지 치솟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물줄기는 사자의 정원으로 집결된 뒤 다시 분산돼 거미줄 같은 수로를 따라 궁전 곳곳으로 흘러간다. ●우울한 중세의 기억 남은 알바이신 마을 궁전 외곽의 알카사바 요새에서 내려다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바이신 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아랍인 거주지역이었던 곳으로 우울한 중세의 기억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 멸망 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친 스페인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마을을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스러진 것. 그리고 요새 성벽에 세워진 무슬림의 초승달 첨탑도 십자가와 종이 들어선 생경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알람브라 북쪽의 ‘헤네랄 리페’도 놓쳐서는 안 될 진귀한 볼거리. ‘건축가의 정원’이란 뜻으로, 알람브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가’는 예의 이슬람 유일신 ‘알라’다. 업무에 지친 술탄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들이 애첩들과 밀회를 나누는 장소로 이용됐다고 한다. 현재는 두 개의 작은 궁전만 남아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알람브라 궁전은 하루 8260명의 관람객만 받는다. 따라서 관광객이 몰렸을 경우, 입장권을 잃어버리면 사실상 그날은 관람이 어렵다. 또 일정 구역을 정해진 시간에 지나야 한다.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관리인이 바코드를 꼼꼼하게 찍어 확인한다. 입장료는 1인 13유로(약 2만 2000원). →스페인은 한국보다 8시간 늦다. 수도 마드리드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하지만, 그라나다 등 남부 지방은 초겨울처럼 포근하다. →콘센트 형태가 우리와 같다. 어댑터 없이 국내 전자제품을 쓸 수 있다. →카타르항공(02-3708-8571, www.qatarair ways.com/kr)은 카타르 도하 경유 마드리드행 항공편을 운항한다. 3월부터 도하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페가수스코리아(02-733-3441)는 뛰어난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다양한 일정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 [열린세상]가곡은 사람의 영혼을 울리고 싶다/최창일 시인

    [열린세상]가곡은 사람의 영혼을 울리고 싶다/최창일 시인

    가을비가 지나간 화창한 날에 산들바람과 함께 귓가에서 한 편의 가곡이 살랑거리는 것을 듣는 사람이라면 저절로 몸이나 마음이 치유될 것이다. 가곡은 사람의 심장을 조용하고 깊게 박동시키면서 평온의 잔향을 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곡이 대중에 다가설 기회가 되는 공중파 방송이나 무대는 좁기만 하다. 독일 슈베르트에 의해 시작된 가곡(리트)은 낭만파 음악으로 피아노 반주가 붙는 성악이다. 시에 선율을 붙인, 문학과 음악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곡은 19세기 말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 한국에서 일본의 역할이 커져가는 시기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00년을 지나는 동안 한국의 정치변화와 함께 가곡분야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 가곡은 19세기 말 시작된 ‘창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음악이론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창가는 악보화되기보다는 민속 음악처럼 구전되는 경우가 많았다. 작시자도 시인이 아닌 일반 지식인이나 민중의 지도자들이었다. 창가의 선율은 대체로 기독교 배경음악인 찬송가의 선율을 차용해 만든 경우가 많았다. 이 찬송가 선율들은 창가뿐 아니라 애국가, 독립투쟁가, 항일 투쟁가에 차용돼 불려지기도 했다. 한국의 가곡은 1920년 홍난파, 박태준, 안기영, 현제명의 작품들로 시작된다. 초기에 작곡된 주요 작품들로는 홍난파의 ‘봉선화’, 박태준의 ‘동무생각’ ‘님과 함께’ ‘미풍’ ‘소낙비’ 등이 있다. 안기영은 ‘그리운 강남’ ‘마의 태자’를, 현제명은 ‘조선의 노래’ ‘니나’ ‘오라’ ‘나물 캐는 처녀’ 등을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가곡은 43년의 짧은 생을 살다간 홍난파의 ‘봉선화’로 알려져 있다. 이 가곡은 1920년 기악곡으로 발표된 뒤에 김형준이 가사를 붙여 다시 태어났다. 1925년 발행된 ‘세계명작곡집’에 수록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초기의 가곡은 서구의 형태를 따르고 있으나 가사에서 풍겨지는 내용은 민족주의적이며 계몽주의적인 것이 많았다. 요즘 신작 가곡은 부드럽고 서정적인 풍을 가지고 사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런 변모가 있기까지 1932년 이흥렬의 공이 컸다. 그의 가곡 ‘바위고개’ ‘자장가’ ‘코스모스를 노래함’ ‘부끄러움’ ‘봄이 오면’ ‘고향 그리워’ 등이 우리 가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흥렬은 서양 음악을 답습하는 수준이었던 초기의 가곡을 우리 정서에 바탕을 둔 명랑하고 아름다운 가곡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 타계한 김동진은 ‘뱃노래’ ‘가고파’ ‘파초’ 등을 작곡, 오늘의 가곡이 발전하기까지의 자유분방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중심이 되는 데에 보탬이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가곡은 일종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한국가곡사랑회, 한국예술가곡사랑회, 한국예술가곡진흥회, 작곡21, 한국가곡학회, 작곡신세대, 한국가곡작사가협회, 우리시우리포럼, 한겨레작곡가협회 등이 모임을 갖게 된다. 이 모임들은 전문적인 연구형태를 갖추고 꾸준하게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이미 100곡이 넘는 작시와 작곡을 내놓았다. 임승천, 박수진, 이순희, 이소연 작시가나 김진우, 한성훈, 정덕기, 박이제, 김광자 등 수많은 작곡가는 매년 한두 번의 단독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아쉬운 것은 늘어나고 있는 채널과 달리 방송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KBS FM이 유일하게 ‘신작가곡’을 위촉 연주하고 있고, ‘정다운 가곡’을 편성해 놓은 정도다. 몇 해 전만 해도 MBC가 콩쿠르를 통해 창작 가곡을 활성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금은 멈춘 상태다. 작곡, 작시가는 이런 국내의 현실을 극복하고자 ‘내 마음의 노래’ ‘가곡 사랑’ 등의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대중 속으로 다가서고 있다. 가곡을 통해 국민들은 정서순화와 우리글과 말을 사랑하게 된다. 가곡은 오늘도 우리의 영혼을 고요하게 치유하고 아름다움을 주고자 다가서려 한다. 최창일 시인
  • 서울 구석구석 돌며 만난 사람·풍경 이야기

    ‘서울, 북촌에서’(김유경 글, 하지권 사진, 민음인 펴냄)는 경향신문 문화부장을 지낸 김유경씨가 북촌을 비롯해 서울 구석구석을 돌며 만난 사람과 풍경을 촘촘히 엮어놓은 책이다. 중견 사진가 하지권씨 등이 찍은 200여컷의 사진들이 북촌의 향취를 그대로 아로새긴 듯 생생하다. “서울 사람이 갖는 감수성의 맥을 따라 처녑 속 같은 북촌의 문화를 관통하는 여정이었다.”고 저자는 감회를 전한다. 수많은 주민, 문화인, 건축물, 자연의 모습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가회동과 삼청동 중심의 종로구 일대 한옥은 “북촌 풍경의 백미”로 꼽을 만큼 아름답다. 흔히 북촌 하면 양반 대가들의 동네를 떠올리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집들이 많단다. 철물점 주인, 한옥을 재건축하는 대목장, 서울 토박이인 음악 칼럼니스트 등과의 대화가 한옥 생활의 묘미, 옛것의 가치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도심에서 북악산으로 접어드는 삼청동길은 호젓한 주택가에서 인파가 북적이는 상가로 변신했다. 눈요깃거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이어 생기와 활력이 넘치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희비의 시선이 엇갈린다. 저자는 북촌이 서울시의 보호 정책 아래 되살아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디자인 한옥’으로 획일화되고 도시계획 명목으로 골목길이 확장되면서 많은 전통가옥들이 잘려나갔다고 말한다. 무심히 지나쳤던 공간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원서동의 언더그라운드 미술학파 ‘인사 미술 공간’, 프랑스인 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평창동 관경재, 57년째 빈대떡에 막걸리와 소주를 파는 피맛골 열차집, 그리고 종로 보신각과 광화문 네거리 등. 저자는 “의식주만이 아니라 개인을 넘어선 여러 의례, 얼굴 모습과 눈초리, 말씨 하나까지 북촌 특유의 분위기가 감춰진 듯 들어 있었다. 관광객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오래된 서울 사람의 사는 모습이 깊디깊은 문을 지나 섬광처럼 보일 때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600년 고도의 정수, 어제와 오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가령, 순정효 황후 윤씨의 송현동 친정집은 시대의 흐름을 타며 변해왔다. 일제 강점기엔 일본 식산 은행의 관사 터로 넘어갔다가 해방이 되자 미국 대사관 직원 사택 단지로 쓰이고, 지금은 한 기업이 소유한 빈터로 남아있다. 대부분의 한옥들이 변화를 겪는 가운데, 안국동 윤보선 전 대통령 집안 정도가 한옥 저택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엄덕문, 서울에서 100년을 산 법학자 고 최태영 박사, 조선 마지막 황후 순정효 황후의 후손 윤흥로씨 같은 산증인들에게서 육성으로 듣는 근현대사 이야기는 역사의 무게와 잔향을 실감하게 한다. 대한제국의 황실 복식 유물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연, 군사 정권 시절의 이면을 엿보게 하는 삼청각 뒷이야기 등 이 책이 발굴한 사실들도 흥미롭다. 1만 8000원.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HAPPY KOREA] 국화 1000여종… 100㎢ 꽃동산, 꽃 눌러 열쇠고리 등 만들기 인기

    [HAPPY KOREA] 국화 1000여종… 100㎢ 꽃동산, 꽃 눌러 열쇠고리 등 만들기 인기

    춘천에서 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한참 달리다 보면 꽃향기가 머무는 곳에 멈춰 서게 된다. 강원 화천군 하남면 서오지리와 원천1·2리는 후각을 사로잡는 마을이다. 살기 좋은 마을로 선정된 3개 리(里)에 동구래마을, 연꽃마을, 야생화마을이 사이좋게 자리 잡았다. 20㎢ 남짓한 마을을 빠져나가도 산국의 잔향은 코끝에 오래 남는다. 동구래마을은 야생 그대로의 야생화 단지를 표방한다. 마을 이름은 주민들끼리 ‘동그랗게’ 어울려 살아가자는 뜻을 담았다. 마을 뒤의 야산을 포함한 100㎢ 부지에 국화 1000여종이 끝없이 펼쳐 있다. 동구래 마을의 국화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는 체험의 기쁨을,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겐 수익의 기쁨을 안겨준다.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은 천연염색과 도자기 화분 만들기를 좋아한다. 꽃을 눌러 열쇠고리, 핸드폰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꽃누르미(압화)’도 인기다. 연인·부부라면 국화밭 가운데 놓인 노천 카페에서 산국차, 구절초차를 즐기는 것도 좋다. 국화 에센스 오일을 이용한 족욕 체험도 권한다. 동구래마을은 아직 정식으로 개장하지 않았지만 하루 평균 150명, 주말이면 300명 가량의 관광객이 찾는다. 동구래 마을 주민들은 산국을 원료로 한 제품 생산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에센스 오일 대부분은 화장품업체에 납품하고, 꽃을 말려 꽃 베개와 꽃 이불을 만든다. 주민 모두가 함께 공동 작업하고, 공동 분배한다. 영농조합법인 ‘꽃빛향’이 주체가 돼 수익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수익의 일부는 화천 지역 인재양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한다. 도시에서 귀농한 동구래마을 주민 이호상(50)씨는 “산국이야말로 버릴 것이 없는 알짜 농사”라며 “사계절 각기 다른 꽃이 피어 농휴기도 없다.”고 자랑했다. 화천은 3개 꽃 마을을 연합해 매년 1월 열리는 산천어 축제에 버금갈 들국화 축제를 기획 중이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충분히 갖췄다. 북한강이 마을을 감싸는 지형을 이용한 ‘선상회의실’이 단연 인기다. 북한강에 두둥실 떠 있는 배 위에서 회의하는 색다른 경험을 안겨 준다. 현재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는 군에서 운영하는 아쿠아틱 리조트가 있어 단체 연수·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아쿠아틱리조트는 유럽형 펜션을 본따 만든 것으로 지난 5월 구 소련의 대통령 고르바초프가 화천을 찾았을 당시 숙소로 이용하기도 했다. 화천군 자치행정과 최수명 계장은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과 마을회관을 합치면 많게는 200명가량이 묵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꽃밭에만 꽃이 피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사잇길 농로에도 산국을 심어 전체 마을이 꽃에 파묻혀 있는 느낌이다. 기존에는 농로에 콩, 깨 등 작물이 심어져 있었다. 이장 문현수(56)씨는 “처음에는 주민들 반대가 있었지만 담을 트고 보니 정이 더 돈독해졌다고 좋아한다.”며 “꽃과 이끼 등으로 집안을 예쁘게 꾸미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화천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27시간 연속 드럼 연주, 세계 신기록

    27시간 연속 드럼 연주, 세계 신기록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록힐 고등학교 학생 28명이 27시간 23초 동안 쉬지 않고 드럼을 두드려 ‘최장시간 드럼 롤(Roll)’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드럼 롤은 드럼 스틱을 빠르고 짧게 굴리듯 두드리는 형태로 잔향음이 적은 타악기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법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언론 더 헤랄드는 지난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시작해 토요일 저녁 8시께 끝난 이날 연주는 종전 기네스 기록인 24시간 23초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라고 전했다. 고교생 드러머 28명은 당초 교내 밴드부의 기금 마련 행사로 연주를 준비했지만 36,000달러의 기부금을 너끈히 모금한 것은 물론 뜻하지 않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는 기쁨을 맛봤다. 학생들의 연주를 지도한 마이클 스켈릿은 “기금행사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둔데다 그 과정에서 세계 기록까지 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연주에 참여한 학생 제이슨 피어스는 4시간 10분간 솔로 연주를 펼쳐 개인 부문 ‘최장 시간 드럼 롤’ 세계 기록을 2분 차로 따돌렸다고 지도 교사가 소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기네스 측에 미리 해당 절차를 밟지 않은 까닭에 공식 기록으로 인정될지는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기록을 세운 학생은 연주 과정 전반을 비디오로 녹화해 뒀다며 기네스 측에 인증을 요구할 방침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음악통신원 고달근@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호모 리터니즈/진보경

    나는 빈 칸에 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해당 정보와 일치하는 아이디는 다음과 같습니다.jeonghyuns**’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끝 두 자리는 별표로 표시한다는 설명이 붙지만 나머지 철자는 뻔하다.정현수.그러니까 숨겨진 두 글자는 알파벳 ‘oo’인 셈이다.화면 상단의 비밀번호 찾기로 들어간다.아이디와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 인증번호를 차례로 채운다.마지막으로 새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정현수의 보안장치는 너무 허술했다.현실과 가상으로 나누어진 그의 공간.탐사 삼 일째,잠입은 성공적이다. 첫째 날은 집 안을 둘러보고 청소하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불청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냄새였다.숙성이라고 해야 할까,부패라고 해야 할까.여러 소(素)들이 섞여 오랜 시간 묵은 냄새.증발된 삶의 흔적들이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음식 냄새,담배 냄새,가구 냄새,하수구 냄새…….그리고 그의 체취.좀 더 강한 냄새부터 잔향까지.모두가 뒤섞여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냄새들의 저장소.금세 두통이 도졌다.발코니로 다가가 창을 열었다.앞 동은 층고가 낮고 뒤쪽은 야트막한 산이 배경인 아파트의 21층.벌거벗고 집안을 활보해도 될 만큼 자유로운 높이에 그는 살고 있었다.발밑으로 솜뭉치 같은 먼지들이 풀풀거렸다.청소기를 돌리고 썩은 음식들을 내다 버렸다.자정이 넘은 시각,음식물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남자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 날은 늦잠을 잤다.퀴퀴한 냄새가 배어 있는 그의 침구 속에서,나는 배가 고파 눈을 떴다.냉장고 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곤 생수 두 통뿐이었다.주방 수납장에서 라면 몇 봉지를 발견했다.계란도 단무지도 김치도 없이,끓인 라면을 뚜껑에 덜어 두 끼를 때웠다.정현수의 휴대전화를 충전해 전원을 켰다.다행히 잠금 설정은 되어있지 않았다.전화번호 저장함은 텅 비어 있었다.통화목록도 모두 지워져 아무런 기록도 남아있지 않았다. 수신함에 읽지 않은 메일 수백여 통이 쌓여 있다.나는 잠깐 망설인다.메일들을 클릭하는 순간 벌어질 수 있는 일에 대해.스팸메일이야 그렇다 쳐도,수신 확인은 그의 실존을 증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지 않겠는가.어쩌면 나에겐 그것이 더 나은 일인지도 모른다.우선 광고메일들을 체크해 휴지통으로 보낸다.발신자가 백화점이나 은행,식당,웹사이트 등의 상호로 표시되거나 제목에 ‘대출’,‘오빠’,‘신제품’ 같은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으면 무조건 삭제한다.그러고 나니 순수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듯한 메일 여섯 통이 남는다.지난달에 수신된 두 통은 결혼식과 돌잔치 안내가 제목으로 올라와 있고,한 통은 ‘형 잘 지내요?’로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다.네 번째 메일의 제목은 ‘수정 관련사항입니다’,발신인은 ‘한강병원’이다.언뜻 봐선 그의 사적인 일에 관한 내용인 듯싶다.정현수는 유부남이었을까.내용을 살펴본다.안녕하세요.한강병원 원무과 김 대리입니다.제작해 주신 홈페이지에 오류가 발생하여 문의 드립니다.추가로 수정을 원하는 부분도 상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첨부파일을 참고하세요.비용 관련 협의는 전화로 했으면 합니다.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발신인이 ‘리쉬케쉬’인 메일 두 통을 놓고 고민한다.리쉬케쉬는 실명일까,닉네임일까.‘제목 없음’이 제목인 이 메일은 광고일까,아닐까.얼핏 대부업체 상호 같은 느낌도 든다.인터넷 새 창을 열어 검색어를 입력한다. 요가와 명상의 도시 리쉬케쉬.갠지스 강의 상류에 위치한 히말라야의 관문이다.힌두교인의 성지이므로 이곳에서 푸자를 하고 꽃접시를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요가의 본고장이라 수많은 아쉬람과 요가선생들이 있고,비틀스가 구루(guru) ‘마하리쉬 마헤쉬’를 찾아와 머무르면서 더욱 유명해진 도시.장기간 요가와 명상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에게 최적의 장소이며 금주와 채식의 고장.술은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100% 채식을 하므로 이곳에서는 달걀조차 먹을 수 없다……. 수행자의 도시에서 온 메일.역시 판단하기가 어렵다.어쩌면 그가 가입한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의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가입한 카페 목록을 열어본다.삼십대 중반의 남자라면 대부분 가입했음직한 성격의 카페들이 주르륵,여섯 개가 뜬다.등산,음악,사진,재테크,여행 그리고 마지막으로 CEO클럽.정현수의 직함은 대표이사였다.회사명은 ‘펨토테크놀로지’.첫째 날,그의 명함에 찍힌 회사 전화번호를 눌러보았다.결번이었다.명함 우측 상단엔 ‘네트워크 솔루션’이라는 단어가 인쇄돼 있었다.회사 도메인을 주소창에 입력했다.웹페이지를 표시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떴다.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을 닫게 된 그 회사의 CEO가 정현수였다.한강병원에서 발주를 받은 건 회사를 폐업하기 전이었을까,아니면 이후일까.그가 되기 위해선 그를 완벽히 알아내야 한다.나는 리쉬케쉬에서 온 메일을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수신날짜가 8월 5일인 첫 번째 메일은 사진 한 장과 두 줄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내가 지금 이곳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잊으려고 노력 중이야.마음이 편안해지고 있어.요즘 사귄 새 친구를 소개할게. 허름한 골목길,얼룩소 한 마리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물을 마시는 사진.소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물인지 침인지 모르겠다. 두 번째 메일은 내용 없이 인물 사진만 첨부돼 있다.통통한 체형에 단발머리인 여자는 무표정하다.그렇지만 딱딱하게 굳지 않은,오히려 편안해 보이는 모습이다.아마도 발신인의 사진 같다.두 통의 메일로는 아무것도 추측할 수가 없다.그녀는 정현수와 어떤 관계일까.수신된 날짜는 10월 17일.내가 그를 발견하기 하루 전에 도착한 것이다. 마른 낙엽을 수북이 덮고 그는 얌전히 엎드려 있었다. 평일 오후의 등산로는 한산했다.매표소 앞 매점에서 김밥과 라면을 사먹고 네 시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이었다.중년부부 두 쌍과 젊은 여자 한 명,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 대여섯 명 정도가 그날 마주친 사람 전부였다.어디서 넘어왔는지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하산 길이었다.조용한 산길에서 서로 말없이 길을 터주며 걸음을 재촉했다.깔딱고개를 지날 땐 평소보다 심하게 헉헉거렸다.지난밤 과도하게 마신 술과 담배 때문이었다.계곡을 치고 올라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정상이 눈앞에 보였다.숨이 턱까지 차올랐다.마지막에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담금질하는 건 산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조금 있으면 해가 질 시간이었다.산속의 어둠은 모든 것을 까마득하게 지워버린다.주변은 물론,시야에서 사라진 길 위에 서있는 내 모습 까지도.검은 하늘과 더 짙은 능선의 경계만 구분할 수 있을 뿐이다.야간산행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당혹감을 넘어 두려움으로 온몸을 굳게 만드는 어둠.나는 산속의 어둠쯤 두렵지 않았다.거의 매일 오르내린 덕분에 눈 감고도 헤칠 수 있는 길이었다.호흡은 가빠도 마음은 더없이 고요했다.등산객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나를 판단하지 않는 산.그곳에 있을 때 나는 가장 자유롭고 평등했다. 물든 단풍은 정상 근처에서만 볼 수 있었다.발밑에선 낙엽들이 사각,소리를 내며 부서졌다.가을은 아직 오지 않고 가뭄이 세상을 바짝바짝 말리고 있었다.나는 용변 볼 장소를 찾아 길을 등졌다.널찍한 바위 뒤편에 쭈그리고 앉아보았다.굽이진 길 위로 하산하는 일행이 보였다.소변이야 대충 돌아서서 금방 끝낼 수 있지만 엉덩이를 까고 앉아야 하는 일은 더 은밀한 장소여야 했다.아래쪽은 급경사였다.다른 길을 찾아볼 여유는 없었다.나는 내리막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듯 뛰었다.이 정도면 됐다 싶은 곳에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어느새 파리들이 다가와 윙윙거렸다. 발끝으로 낙엽을 모아 용변을 덮었다.역시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냄새가 심했다.시큼하고 들큼하고 구렸다.손가락으로 코를 싸쥐고 발로 계속 낙엽을 찼다.사위는 이미 어둑해지고 있었다.대충 정리를 끝내고 비탈길을 오르던 나는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누가 불러 세운 것 같기도,알 수 없는 신호를 받은 것 같기도 했다.내가 앉아있던 주변을 몇 발짝 떨어진 곳에서 내려다봤다.불룩하게 솟은 무언가가 보였다.바위도 아니고 흙도 아니었다.나는 슬금슬금 내려가 다시 그 자리에 섰다.그리고 가까이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수북한 낙엽 사이로 푸른 옷자락이 보였다.손바닥으로 낙엽을 헤쳤다.역한 냄새가 훅 끼쳤다.푸른 상의에 검은 바지 차림의 누군가가 엎드려 있었다.그의 등에 손바닥을 댔다.차가웠다.이봐요.나는 푸른 옷의 오른팔을 들춰보았다.표피가 터질듯 부풀어 오른 파리 유충들과 딱정벌레 무리가 굼실거리고 있었다. 요동치는 마음과 달리 나는 한 발짝도 뗄 수 없었다.불현듯 오한이 들고 온몸이 떨려왔다.나는 망설였다.그냥 모른 척 되돌아가고 싶었다.후들거리는 발이 붙박인 듯 움직이지 않았다.휴대전화를 꺼내 ‘119’를 눌렀다.깊은 계곡 안이라 통화불능이었다.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통화를 시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조금만 기다려요.그 말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천천히 몸을 움직여 일을 진행했다.구조대원들이 발견하기 쉽도록 그를 덮은 흙과 나뭇가지,낙엽들을 옆으로 치웠다.벌레들이 놀란 듯 꼬물거렸다.파리들이 머리 위를 맴돌았다.냄새 때문에라도 더는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현장 정리를 마치고 돌아서려던 그때,또다시 무언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그의 바지 뒷주머니 위로 반쯤 삐어져 나온 지갑. 나는 침착하게 등산장갑을 손에 꼈다. 어차피 이 사람에겐 소용없는 물건 아닌가.발견한 구조대원이 유족들을 수소문해 돌려줄 수도 있겠지.하지만 나와 같은 누군가가 이것을 먼저 발견한다면…….장갑 낀 손으로 지갑을 빼냈다.몇 장의 카드와 신분증,현금은 십만 원도 채 안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내 의도와 상관없이 유예된 삶에서 벗어날 방도를 궁리 중이었다.좀 더 잘살기 위해 선택한 길인데 어쩌다 보니 한가운데 갇혀버린 채 덜컥 문이 닫혔다.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고 사람들 또한 그랬다.서른 살 넘은 무직자인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어릴 적 친구들뿐.누구도 나를 달가워하지 않았다.나는 이제껏 그 흔한 연애조차 못 해봤다.더 나은 모습으로 더 좋은 상대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다.현재의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는 없었고 그런 내가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나 장소 역시 없었다.하지만 그건 명백히 내 잘못이 아니다.나는 열심히 노력해 왔다.단 한 번도 샛길로 빠져보지 않은 그야말로 모범생이었다.그렇다 해도 나를 그럴듯하게 돋보일 수식어가 없는 한,내 삶은 유예 중인 거였다.이제 와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전면적인 궤도 수정을 하기엔 너무 늦었다.벌써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집마련을 목전에 두고 있는 또래들을 보면 더욱 극심한 절망감에 빠졌다.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오던 길 계속 가는 것도 불안하고 새 길을 찾아내는 것 역시 자신 없다.나는 내 인생의 판을 새로 짜고 싶었다.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갑에서 현금 대신 신분증을 꺼냈다.아이 손바닥만 한 작은 플라스틱 판 안에 그의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었다.이름은 정현수.나와 동성(同性)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뿔테 안경에 회색 스웨터 차림의 증명사진 속 그는 나이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다.주소지는 서울의 남쪽 신도시에 위치한 아파트…….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이제껏 한 번도 품어보지 못한 생각이,그야말로 섬광처럼 떠올랐다.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어댔다.아니다.그것은 전부를 버려야 가능해지는 일이다.지금까지의 나,나의 생활,인간관계,과거 행적까지 모두. 그럴 수 있겠는가.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됐다.‘그럴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결단은 내리지 못한 채였다.나는 내 지갑의 신분증을 꺼내 그의 것과 맞바꿨다.신용카드 한 장과 그의 명함도 몇 장 챙겼다.현금은 건드리지 않았다.주머니에 지갑을 원래대로 꽂아두었다.오른쪽 앞주머니를 더듬어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까지 갈취했다.딱딱한 그의 골격이 손가락에 닿았다.헤친 낙엽과 흙을 다시 그의 몸 위에 덮었다.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깜깜한 그곳을 어떻게 등지고 하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가을밤,산중의 바람은 차가웠다.땀에 젖은 바지가 다리에 자꾸 휘감겼다.어지러워 더 이상 걸을 수 없어 주저앉았다.멀리서 매점 불빛이 반짝였다.내 삶을 최초로 이탈하는 순간이었다. 두 통의 메일로 봐선 정현수와의 관계를 가늠하기가 어렵다.현재 인도에 머물고 있는 여자는 두 달 간격으로 소식을 전해왔다.그것도 너무나 간략하게.여자의 이전 소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메일 보관함을 뒤졌다.정현수가 따로 보관 중인 메일은 없었다.휴지통마저 텅 비어 있었다.그는 관리가 철저하고 주변정리가 깔끔한 사람이었다.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들은 폴더 별로 분리되어 탐사하기가 수월했다.‘사진방’ 폴더를 클릭한다.날짜 및 장소별로 지정된 폴더 안에 인물 사진은 그의 독사진 몇 장뿐이다.나머지는 모두 풍경사진.내친김에 앨범을 찾아보기로 한다.서랍과 책꽂이,장식장,심지어 다용도실까지 뒤졌지만 그 흔한 졸업앨범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그는 누구일까.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그를 빌리기로 결심한 이후 가장 걱정되는 점이 그의 인간관계였다.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과 통화목록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용기를 내지 않았던가.그러니 오히려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그래도 설마 했지만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최소한의 관계인 가족조차도.모든 인연에 무관한 그의 삶이 어쩌면 의도에 의한 것은 아닐까,궁금해진다. 사흘간의 탐사 끝에 비로소 나는 그가 되어 사는 일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아파트 정문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아 상가 식당에서 백반을 사먹었다.식사 후엔 동네 주변을 산책했다.나는 정현수 대신,아니 정현수가 되어 거리를 쏘다녔다.그의 옷은 내게 헐렁했다.살을 좀 찌워야 하지 않을까,나는 잠시 고민했다.키는 더 늘일 수 없으니 소매와 바짓단을 줄여야 할 것이다.거대한 체구와는 다르게 정현수는 심플한 취향을 가졌다.살림살이 역시 단출했다.옷장,침대,컴퓨터 책상,주방가구.거실엔 한쪽 벽을 책장으로 채웠을 뿐 마땅히 갖춰야 할 티브이와 소파가 없다.드문드문 꽂혀 있는 책들은 대부분 IT와 경영관련 서적이고 간간이 ‘줄리아나의 리더쉽’,‘협상의 원포인트 레슨’ 같은 처세 관련 책들이 눈에 띈다.옷장 서랍 밑바닥에 통장 대여섯 개가 나란히 깔려 있었다.모든 공과금은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빠져나갔다.그는 통장마다 맨 앞 장 귀퉁이에 연필로 비밀번호 네 자리를 적어두었다.잔고는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관계없음’으로 인한 정현수의 삶은 외로웠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익숙한 내게는 무척 다행한 일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던 때 엄마와 이혼하고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엄마는 늘 내게 말했다.명심해라.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걸.아버지와 결혼할 당시 엄마는 항공사 승무원 시험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다.사랑에 빠져있던 엄마는 결혼을 선택했고 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긋난 거라고.그때 내가 승무원의 길을 택했더라면…….평생을 잊지 못할 아쉬운 선택에 엄마는 탄식했다.그건 모르는 일이죠.그 길에서 또 어떤 일이 엄마를 어긋나게 했을지.어쩌면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수도 있어요.나는 혼자 중얼거렸다.알밤을 맞을 일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잘못된 선택으로 자신의 고귀한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믿는 일이,원래 주어진 참혹한 삶을 인정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서였다. 졸업 후 여기저기서 취업 제의가 들어왔다.금융권의 계약직 사원으로 취직한 동기들이 앞다퉈 나를 데려가려고 나섰다.나는 공인회계사 시험에 이년째 낙방 중이었다.마음만 먹으면 중소기업 정규직 자리도 널려 있었다.서른이 넘도록 용돈을 타 쓰는 일이 괴로웠던 나는 솔깃했다.하지만 엄마가 고집을 부렸다.출발점이 어디냐에 따라 네 인생이 달라지는 법이야.지금 그렇게 아무 곳에나 들어가면 너는 평생 그 좁은 바닥에서 푸드덕거리다 끝날 게다.어려워도 더 넓고 깊은 물에 뛰어들어야 해.나중에 후회 없으려면 엄마 말 잘 들어라.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다.취업문은 좁아졌고 동기들은 제 밥줄 잡고 있기도 힘겨워했다.엄마는 내가 큰 물에 몸을 던지는 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그리고 나는 지금 첫 단추를 새것으로 갈아치웠다. 받은 편지에 대한 답신을 보낸다.기쁜 날 참석 못해 미안하다.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당분간 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할 것 같다.안부를 물어온 정현수의 후배에게도 마찬가지 내용이다.리쉬케쉬의 여자에게는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마지막으로 한강병원 김 대리에게 짧은 메시지를 적는다.보내주신 수정안 잘 받았습니다.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마감이 겹쳐 당장은 진행이 어렵습니다.조금만 말미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며칠 후에 전화 드릴게요. H은행 통장정리기 앞에서 한참을 기다린다.입출금 명세를 기록하는 기계음이 찌익 찍,지루하게 이어진다.다른 은행에 비해 시간이 길다.인쇄되는 내용이 많은 걸로 보아 이곳이 정현수의 주거래은행인 모양이다.답신을 보낸 다음날 전화가 걸려왔다.정현수의 휴대전화가 울리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받아야 하나,말아야 하나.벨소리는 길게 이어졌고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한강병원 김 대리입니다.유지보수비 외에 수정비용을 따로 지불해드려야 할까요.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응답을 하지 않으면 또 전화가 걸려올지도 몰랐다.나는 간단히 답신을 보냈다.그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투입구에서 빠져나온 통장을 받아 살핀다.한강병원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이 입금되고 있었다.김 대리가 말한 유지보수비,프로그램에 대한 사후관리비쯤 되는 것인가.그러잖아도 잔고가 떨어져 걱정하던 참이었다. 전화벨이 울린다.발신번호를 확인하고 수신버튼을 누른다.네,정현수입니다.나는 또박또박,이름을 밝혔다.웹마스터 P가 인사말도 없이 웅얼거린다. “요청하신 작업은 사흘이면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아,예.그렇게 처리해 주세요.” “결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지갑에서 정현수의 신용카드를 꺼내 일련번호 열여섯 자리를 불러준다. 홈페이지 수정작업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정현수의 실력까지 덮어쓸 순 없었으니까.김 대리에게 답신을 보낸 후 컴퓨터에서 ‘한강병원’ 폴더를 찾아냈다.나로서는 알 수 없는 파일들만 수두룩했다.집에서 가까운 홈페이지 제작업체를 찾아가 기존 프로그램의 수정과 보완이 가능한지를 물었다.담당자는 원본 파일들을 가져오라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저장장치에 파일을 복사했다.그리고 어제 그것들을 P에게 건네주고 왔다. 지하철 역 입구에 서서 잠시 고민한다.오늘 저녁으론 무얼 먹을까.내가 살던 집 근처엔 할머니 혼자 삼십 년 넘게 꾸려온 순댓국집이 있다.좁은 공간에 테이블 여섯 개가 전부여도 끼니때가 되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맛 소문이 났다.요즘 자꾸 그 맛이 당긴다.정현수의 집으로 가는 길과 순댓국집으로 가는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다.어떻게 할까.주변을 무심히 둘러본다.길 건너 환한 불빛,‘병천○○순대’ 체인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횡단보도 쪽으로 몸을 돌려 걷는다.어쩌면 할머니 순대를 다시 먹을 수 없을 거라 생각하니 조금 우울해진다.내 안에 축적된 기호와 습성들을 완전히 지울 방법은 없을까.나는,정현수니까. 온라인 원격교육 사이트에 로그인한다.첨삭해야 할 리포트가 다섯 개 올라와 있다.통신교육업체의 수강생들이 문제지를 풀어 올리면 그것을 채점하는 일이 나의 몫이다.각 과정별로 교재는 무료로 제공된다.나는 그 교재를 읽고 함께 제공된 답안지를 참고삼아 점수를 매긴다.의뢰일로부터 일주일 이내에 완료하면 되는 일이다.딱히 어렵거나 촉박하지도 않다.외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된다.대신 보수는 적다.리포트 한 건당 삼천 원.그럭저럭 웬만큼만 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며칠 동안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돌며 일을 찾았다.남은 잔고와 한강병원에서 입금되는 유지보수비로는 관리비와 공과금 납부도 빠듯했기 때문이다.앞으로 생존에 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정현수의 떡고물을 축내려고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결과물을 보고 김 대리는 아주 만족해했다.이번에는 그의 전화를 피하지 않았다.윗선에서 따로 비용지불은 어렵다고 합니다.대신 제가 술 한 잔 사도록 하죠. 수강생의 이름을 클릭하고 점수 칸을 채운다.참고가 될 만한 사항은 교재에서 발췌해 따로 코멘트를 달기도 한다.객관식과 주관식 문항에 꼼꼼히 답을 단 사람들에게서 성실한 삶의 태도가 느껴진다.대부분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다.교재 내용은 직장 내 소통과 개인적인 성공에 관한 것들이 주를 이룬다.회사 내에서 상사가 지켜야 할 점,동료들끼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설득과 대화의 심리학…….틈틈이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봐야겠다.언제까지나 방구석에 처박혀 지낼 수만은 없다.정현수의 전공과 이력이라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그러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겠지.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일,마음이 설렌다.그리고 상황이 된다면,아니 무엇보다 먼저,연애를 하고 싶다. “선배님,오랜만입니다.” 몸집이 작고 다부진 체구의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넨다.나는 한강병원 로비의 회전문을 등지고 서 있었다.김 대리와 만나기로 약속을 정해놓고 전전긍긍했다.지난번 빚진 거 갚아야죠.정 선배님 얼굴도 보고 싶고,한 잔 사겠습니다.처음엔 핑계를 대며 몇 번 거절했다.서슴없이 ‘선배’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그가 정현수의 어느 시절 후배인지,그저 의례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일 뿐인지,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무작정 미루고 있는 것도 불안했다.세 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한 거였다.나는 최대한 정현수처럼 보이도록 치장했다.사진 속 그의 것과 비슷한 뿔테안경을 구입했다.옷장에서 가장 낡은 옷을 골랐다.낡은 것은 오래 묵었다는 증거 외에 그만큼 애용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두툼한 회색 니트를 꺼내 입었다.키높이 구두를 신었더니 바짓단을 접지 않아도 되었다. “작년 봄 제작 회의 때 뵙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살이 좀 빠지신 것 같습니다.제가 기억하는 선배님 첫 인상은 꽤나 듬직한 체격이었는데요.허허.” 당혹스런 속내와 달리,나는 머쓱하게 웃었다.불판 위에서 고기가 지글거리며 익어간다.김 대리가 잔을 든다. “과묵한 건 여전하시네요.” 선후배 사이긴 해도 두 번째 만남이라고 하니 저쪽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취기가 오르면서 분위기는 조금 부드러워졌다.티브이에서 저녁뉴스가 방영되고 있지만 취객들의 소음에 뒤섞여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다.화면과 자막을 흘끔거린다.불콰해진 김 대리는 말이 많아졌다.이 나라 국민치고 내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침체의 늪에 이제 막 첫발이 빠졌을 뿐인데요,자신이 어떤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요.저희 병원도 감원의 칼바람이 언제 휘몰아칠지 몰라 매일 살얼음판입니다.나는 간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동조와 연민이 담긴 눈길을 보냈다.따끈한 온돌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며 우리는 조금씩 노곤해졌다. “그런데,신 선배는 아직 연락 없어요?” 우물거리던 입놀림을 멈추고 그를 건너다본다.기어이 우려하고 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그는 정현수와 사적인 관계였다.둘의 공통분모,신 선배라니. “아직…….” “참,세상 일 알 수 없고 믿을 놈 아무리 없다 해도 어떻게 신 선배가 그럴 수 있어요?” 나는 고개를 숙였다.이쯤에서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서야 할까.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면 곤란한데. “정 선배님이야,회사 일로 알게 됐지만 신 선배하고 저는 수업도 같이 듣고 꽤 가까웠거든요.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그가 고기와 술을 추가로 주문하고 담배연기를 후,뱉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님 많이 드세요.형수님 소식도 들었습니다.지난여름 동문 모임에서요.어딘가로 떠나셨다면서요…….혼자서 얼마나 힘드세요.” 나는 점점 궁금해진다.신 선배라는 사람은 정현수에게 무슨 짓을 한 걸까.정현수의 아내는 누구이며 어떤 이유로 그에게서 떠난 걸까.혹시 리쉬케쉬의 여자일까.이대로 묵묵히 김 대리의 말을 듣고 있어도 괜찮으리라.아마 정현수였더라도,지금의 분위기에선 그랬을 것이다.그의 몸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이게 다 신 선배 때문 아닌가요?그 사람 절대 용서하지 마세요.동업자이기 전에 둘도 없는 친구였다고 들었습니다.자기 혼자 잘살자고 그런 짓을 하다니요.결국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고,회사 문 닫고,자기는 도망쳐버리고,친구도 잃고,이게 뭐예요.어떻게 정 선배한테 그럴 수 있냐고요…….” 풀썩,김 대리가 옆으로 쓰러진다.불판 위에선 까맣게 눌어붙은 고기조각이 오그라들고 있다. 김 대리의 말을 정리해 보면 신 아무개와 정현수는 절친한 친구이며 동업자였다.그런데 신씨가 정현수를 배신하고 회사를 닫게 만들었다.이후 정현수의 아내가 그의 곁을 떠났다. 만취해 그대로 잠이 든 그를 힘겹게 깨워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선배님 잘살아요.김 대리가 눈을 꿈뻑이며 중얼거렸다.나는 그의 등을 두어 번 다독이고 택시를 잡았다. 메일함을 연다.리쉬케쉬에서 메일이 도착했다.‘회귀’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삶의 의미를,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떠나온 지 벌써 이 년이 지났어.나는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지만 그것이 내가 찾아낸 정답이라면 당신은 아마 웃을 테지?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살아야겠어.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이곳에서의 삶도 그곳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사람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고 어디에 머물든,어떻게 살든,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당신 많이 보고 싶다. 여자의 도착 예정일은 11월 28일이라고 했다.앞으로 일주일 후면 그녀는 정현수를 찾아 이곳에 올 것이다.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사연은 무엇일까.나는 그녀를 맞이해야 할까,피해야 할까.그렇게 되면 나의 일생일대 프로젝트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삶을 원했던 이유는 현실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나는 무능한 사회부적응자였으니까.새로운 길을 찾아볼 수도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가 어려웠다.그동안 쌓아온 것들을 모두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한 번만 더,이번엔 되겠지.미련을 쉽게 접을 수 없었다.모든 것을 내 손으로 허물어야 하는 일이 아직은 자신 없다.그곳으로 돌아가 다시 내가 된다면 똑같은 고민과 패배감에 휩싸여 매일 산에 오르는 일만 반복할지 모른다.나는,나로 사는 것이 두렵다. 서가에 꽂힌 책들을 멍하니 바라본다.우측 선반 맨 위,낯익은 제목이 시야에 들어온다.만년수험생으로 타 분야 서적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내게 친구 녀석이 선물해줬던 책.‘잠깐 머문 곳도 내게는 고향’이라는 인상적인 구절이 떠오른다.의자를 놓고 올라가 그것을 꺼내든다.툭.발밑으로 무언가 떨어져 내린다.누런 서류봉투가 반으로 접혀 있다.도톰하다.책을 내려놓고 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낸다. 모두 같은 장소에서 찍힌 수십 장의 사진이다.리쉬케쉬의 여자와 정현수.새하얀 예복을 입은 그들은 행복해 보인다.그와 그녀가 공유했던 삶의 윤곽…….봉투와 책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두고 쫓기듯 도망치듯 나는 밖으로 뛰쳐나온다.정현수 당신,고작 이런 거였어?그를 빌리기로 작정했던 순간 내가 바라던 상황은 이런 게 아니었다.적어도 나보다 나은 인생일 거라 믿었는데…….이런 삶을 나더러 어떻게 살아내라고.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뒷산을 오르고,다시 내려와 걷는다.인도를 따라 무작정 뛰고 헉헉대며 걷다가 호흡이 잦아들면 다시 뛴다.어느 방향이든 상관없다.지극히 외롭고 무거운 그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현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지 모르겠다.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고였을까.어쨌든 그는 실족하지 말았어야 했다.그렇게 마침표를 찍은 삶을 내가 이어 사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것은 무늬만 다른 삶 외에 어떤 뜻이 있는가.지금의 삶이 차곡차곡 쌓여 미래가 되고 어느 지점쯤에 다다르면 나는 또 새 판을 짜고 싶어질까. 리쉬케쉬의 여자처럼 나도,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옷장 안 깊숙이 넣어두었던 등산복을 꺼내 입는다.두꺼워진 허리에 바지 지퍼가 올라가지 않는다.허리띠 버클을 조정해 간신히 채운다.배낭을 메고 그의 신분증과 휴대전화,신용카드와 명함,열쇠꾸러미를 주머니에 넣는다.현금카드,통장,그동안 사용하던 물품들은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았다.마지막으로 현관에 서서 집안을 둘러본다.돌아온 그의 여자가 낯선 흔적을 발견할 수 없길 바라며. 어둑해진 산길을 천천히 오른다.사각거리던 낙엽들이 어느덧 수북이 쌓여 발목을 푹신하게 감싼다.오랜만의 산행이라서일까,무거워진 몸 때문일까.걸음이 쉽지 않다.리쉬케쉬의 편지 내용이 떠오른다.다시 나로 돌아가 내 삶을 찾는 것이 방법일 거야.나는 그저 나일 뿐이더라고.새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남의 인생을 덮어쓰는 일,그것은 결국 누구의 삶도 아니었다.과거를 버려둔 채 현재의 나를 바꿀 수는 없는 거였다.그런데 길이 낯설다.그날 내려왔던 그대로 마른 계곡을 따라 길을 잡았는데 이쯤 나타나야 할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하산 길 이정표를 지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였는데. 이정표 지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부쩍 떨어진 기온에 으슬으슬 한기가 든다.그를 다시 만나야 하는 일이 내키진 않지만 내 자리로 돌아가려면 이곳을 꼭 거쳐야 한다.빌린 물건을 돌려주고 맡긴 내 물건도 되찾아야 하니까.이제 회계사 시험공부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다시 나로 돌아가 모든 것을 엎고 새 삶을 시작할 것이다.조만간 납골당의 엄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야겠다.발걸음이 빨라진다.계곡 깊이 내려앉은 어둠에 더 이상 앞을 분간하기가 힘들다.랜턴을 켠다.십여 미터 전방에 그날의 바위가 보인다.나도 모르게 진저리를 친다. 바위 뒤를 돌아 내려선다.낙엽더미에 무릎이 푹,빠진다.벌레도 냄새도 거의 사라졌다.춥고 건조한 초겨울의 바람 덕분이리라.발견 당시 유충들의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던 정현수.죽음 이후의 삶은 이곳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했을지 모르겠다.장갑을 끼고 낙엽을 헤집는다.정확한 지점이 어딘지 헷갈린다.앉아 있던 자리 주변을 몇 군데 파헤친다.다시 몇 걸음 옮겨본다.일어서서 발로 바닥을 굴러본다.어느 지점쯤,돌출된 나무뿌리를 밟은 듯 딱딱한 느낌.자리에 앉는다.장갑 낀 손으로 그곳을 더듬어 굴곡을 살핀다.머리끝까지 소름이 돋는다.잘 있었어요…….나도 모르게 울컥,감정이 솟는다. 수분이 빠져나간 그의 둔부는 아래로 쑥 꺼져 있다.지갑이 꽂힌 자리만 조금 도드라질 뿐.나는 챙겨온 정현수의 물건들을 하나씩 꺼낸다.먼저 휴대전화와 열쇠꾸러미를 그의 바지 앞주머니에 밀어 넣는다.어쩐지 이전보다 헐렁해진 느낌이다.뒷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낸다.휴대전화의 감촉이 손끝에 와 닿는다.채우고 흐르던 내용물이 사라지고 지지대만 남은 그의 몸.갑자기 누군가 머리칼을 잡아챈 듯 정수리에 극심한 통증이 인다.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펼쳐 신분증을 교환한다.꽂혀있던 내 것을 꺼내고 가져온 그의 것을 쑤셔 넣는다.그리고 재빨리 지갑을 원래 있던 자리에 꽂아둔다. 모든 것은 끝났다.이제 나는 돌아가 내 삶의 새 판을 짤 것이다.그럼,잘 있어요.인사를 마치고 신분증을 내 지갑에 꽂는다.그런데 뭔가 이상하다.손끝에서 느껴지는 낯선 이물감.신분증을 다시 꺼낸다.바닥에 두었던 랜턴을 집어 그것을 비추어 본다.경련으로 요동치는 내 손바닥 위의 이것은……,이것은 내 것이 아니다. 그의 주머니에 있던,내가 꺼낸 신분증에 기록된 낯선 사진과 정보.이름 한재우.주민등록번호 690125……. 무릎이 꺾인 듯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그의 지갑에 넣어두었던 내 신분증이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정현수가 보관하고 있어야 마땅할 내 물건.대체 누가 나와 똑같은 짓거리를 한 걸까.여기 이렇게 얌전히 엎드려 있는 이 사람은……,누구인가!나는 거칠게 그를 뒤집어 가슴팍을 움켜 일으킨다. 손에 들린 파란 등산복 밑으로 우수수,무언가 떨어져 내린다.
  • [일요영화] 빌리 엘리어트

    [일요영화] 빌리 엘리어트

    ●빌리 엘리어트(EBS 오후 2시40분) 영국 BBC는 ‘빌리 엘리어트’를 이렇게 평가했다.“이 영화의 매순간을 사랑하라.” ‘빌리 엘리어트’는 한 외골수 소년의 꿈을 향한 성공기와 탄광노동자들의 파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두 축을 기둥삼아 드라마는 감정과잉 없이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는 저력을 발휘했다. 성취와 비애까지도 흥분하지 않고 담담히 쓸어담는 영화의 화술 덕분에 평단의 찬사를 얻어낼 수 있었다. 영국 북부 특유의 억센 억양과 황량한 소도시 풍경을 전개하는 시작은 소박하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영화 전체의 성정을 대변함은 물론이고 두고두고 잔향을 남기는 장치가 되기에 충분하다. 1980년대 영국 탄광촌.11살 소년 빌리의 하루는 더디고 건조하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에게 권투를 권한다. 할아버지의 낡은 권투장갑을 매고 체육관으로 향한 빌리의 눈은 자꾸만 튀튀복을 입은 발레반 소녀들에게 향한다. 글러브를 끼기보다는 토슈즈를 신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다. 소년은 발레 교사인 윌킨슨 부인에게서 아버지 몰래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의 발레 연습 장면을 보게 된 아버지의 눈에는 불꽃이 튄다. 힘든 노동으로 근근이 삶이 이어가는 그의 눈에 발레란 가진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가당찮은 사치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갈등을 한참동안 조명하던 영화는 그러나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푼다. 어느새 아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지하게 되는 변화는 소년의 성공 만큼이나 감동적인 반전이다. 빌리를 런던 로열발레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계획에 반대하는 빌리의 형에게 아버지는 한마디 뱉어낸다.“걔가 천재일지도 모르잖니….” 당시 열세살이던 빌리 역의 제이미 벨은 실제로 여섯살 때부터 익힌 발레실력을 영화에서 유감없이 발휘했다. 내성적이고도 여린 가슴에 폭발적인 열정을 품은 소년을 그려내는 연기는 더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로 장편데뷔한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원래 연극인 출신. 그런 배경 덕분인지 드라마의 호흡을 조절해가며 극의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 솜씨는 차기작 ‘디 아워스’(2002)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들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팬들은 마지막 장면을 영원히 기억 속에 봉인했을 것이다. 성인 빌리(아담 쿠퍼)가 ‘백조의 호수’의 솔리스트로 나서며 공중비상하는 장면. 침묵과 진공 상태인 그 한 장면에서 얼마나 많은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원제 Billy Elliot.2000년작.110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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