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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장에 파묻혀 나를 읽다… 정원을 거닐며 나를 잊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책장에 파묻혀 나를 읽다… 정원을 거닐며 나를 잊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는 시구가12월이면 조급해지는 내게 뜻밖의 위안공장 리모델링 후 예술전문도서관 탄생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서·원서들에 눈길회원제로 운영… 입장료는 커피 한 잔 값 서울신문은 1일부터 3주에 한 번 ‘박상준의 서행(書行)’을 연재합니다. 책과 쉼, 여행을 겸할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소개해 보자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앞으로 유익하면서도 볼거리가 풍성한 여행지를 발굴해 훈훈한 서풍(書風)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여행이 일이 될 때 그건 직장에서 엑셀 파일을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설령 출장일지언정 여행을 서둘러서야 되겠는가. 그런 날은 출장길에서 비켜나 가까운 도서관에 간다. 잠시 여행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실상 도서관에서 하는 행동이란 책을 읽거나 창밖의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거나 하는 게 전부다. 그걸 사색이나 명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때로는 숨길이 열리고서야 비로소 내 서 있는 곳을 깨닫는다. 이곳은 부산 수영구 망미동 F1963 도서관이다. 타인의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애타는 서두름은 잦아든다. 일이 조금 늦어지면 어떤가. 사람이 죽고 사는 일도 아닌데, 하면서. 그런 순간이 도서관의 여유, 여행의 이유는 아닐까.●기계가 멈춘 곳에… 도서관이 살아 있다 12월, 한 해의 끝 달이다. ‘벌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난해 말에도 같은 말을 하고 비슷한 글을 쓴 기억이 난다. 12월은 그런 달이다. 괜히 길어진 그림자마저 가책하게 되는 시절. 그저 후회보다 미련 정도의 감정일 텐데 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원 영월의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무심코 집은 책 한 권이 힘이 됐다. 신형철 작가의 ‘인생의 역사’였다. 더 정확히는 ‘인생의 역사’에 실린 김수영의 시다. 이렇게 시작한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2023년 내내 애타는 마음에 서두를 때면 이 문장을 상기했다. 하필 시의 제목은 ‘봄밤’이다. 겨울밤에 읽은 봄밤이라니. 다음달이면 2024년이다. 한 해를 더듬어 마무리하기 좋을 시기다. 거창한 회고가 아니더라도 한번은 자신과 마주하며 자신의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 줘도 좋겠다. 그런 여행을 원하고, 그런 공간을 찾고 있다면 F1963 도서관을 이달의 처방전으로 슬쩍 건네고 싶다. 도서관이 무슨 여행이고 위로일까 되묻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낯선 도시를 달리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고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If you have a garden and a library, you have everything you need.” F1963 도서관에 들어서니 로마의 정치인이자 작가 키케로의 글이 마중한다. 안내 데스크 뒤편에 붙어 있던 문장이다. ‘도서관(또는 서재)과 정원만으로 삶은 충분하다’, 나는 이렇게 읽었다. 비록 자연이 움츠러드는 계절이기는 하나 겨울 정원은 앙상한 그대로 살아 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F1963 도서관은 고려제강의 문화재단1963에서 운영하는 예술전문도서관이다. F1963은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다. 그래서 공장(Factory)의 ‘F’와 공장이 문을 연 1963년을 따와 이름 붙였다. 리모델링은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조병수 건축가가 맡았다. 2016년 개관 초기부터 꽤 소문이 났으니 여행 좋아하는 이들은 한 번쯤 들어 본 이름일 테다. 그럼에도 이곳을 다녀간 이들조차 ‘거기에 도서관이 있었어?’ 하고 반문한다(테라로사만 있는 게 아니다). 도서관에 들어서서는 또 ‘이런 도서관이 있었어?’ 하고 감탄한다. 정작 F1963 도서관 입구는 단출하고 소박하다. 자연스레 달빛가든에 기댄 작은 문이겠거니 한다. 그러고도 곧장 들어서지 못하는 건 입간판 아래 볕을 쬐는 ‘호랑이’ 때문이다. 도서관 사람들은 얼룩무늬 길고양이를 그리 부른다. 2년째 달빛가든을 배회하고 있다는 건 누군가 녀석의 안위를 살피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 다행함이 내 일처럼 반가워 쪼그려 앉은 채로 눈인사를 나눈다.●망미동 F1963의 9와4분의3 플랫폼 처음 찾는 이들은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의 9와4분의3 플랫폼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영화에서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들어서던 비밀의 문처럼 F1963 도서관은 바깥과 다른 세계다. 작은 문틀 너머로 이토록 근사한 세상이 열릴 거라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도서관 실내는 삼면의 벽을 채운 서가와 반 층 정도 내려선 홀로 이뤄진다. 건물은 옛 구조를 살린 재생 공간이라 층높이가 낮다. 책꽂이를 벽으로 돌리고 중앙홀을 여유롭게 비워 내니 한층 깊고 편안하다. 분명 도서관인데 잘 꾸민 서재 같기도 하다. 잠시나마 번잡한 일상을 잊기에 알맞은 장소다. 조금은 우아하고 호기로운 독서여도 무방하겠다. 실내를 한 바퀴 돌고 나서는 일별했던 책 한 권을 꺼내 중앙홀에 앉는다. 머리 위로는 노출 천장을 가린 흰색 패브릭의 행렬이 펼쳐진다. 파도처럼 넘실대는데 마치 책장을 넘기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고 멍하니 머무는 것만으로 사색이 깃든다. 명상에 너무 큰 의미를 둘 건 없다. 마음 가라앉히는 그곳이 명당이다. 천천히 예열을 끝내고서야 ‘건축과 풍화’(수류산방)의 첫 장을 넘긴다. ‘건축과 풍화’는 조성룡 건축가와 심세중 편집장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서울 선유도공원, 충남 홍성 이응노의 집, 광주 의재미술관 등 그의 건축은 땅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아 좋아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어진 질문에 정답(correct answer)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서로 응답(response)하는 일, 응답으로 질문을 이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타로카드처럼 무턱대고 펼쳐 든 페이지 속 문장 하나를 채록한다.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것 또한 같은 태도여야 할 것이다. 온전히 채워진다고 완전해지는 건 아닐 테다. 그래서 우리의 시간은 12월의 끝에서 다시 1월로 돌아가는 것이겠지. 오늘의 서행 표시다.F1963 도서관의 서가는 건축, 음악, 미술, 사진 네 가지 주제로 나뉜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희귀서와 원서들이 눈길을 끈다. 예를 들면 1939년 270부 한정 발행한 ‘앙드레 쉬아레스: 파시옹 조르주 루오’(Andre Suares: Passion Georges Rouault)나 2013년 1000부 한정으로 재발간한 피카소의 전작 도록 ‘피카소 카탈로그 레조네’(Picasso Catalogue Raisonne) 같은 책이다. 안내 데스크에 요청하면 사서가 장갑을 끼고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넘기며 보여 준다. 안쪽에는 음악이나 공연 DVD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점 역시 특이하다. 회원은 연회비 10만원, 비회원은 입장료 5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이용한다. 도서관에 무슨 입장료일까 싶겠지만 커피 한 잔 값으로 건축가가 지은 나만의 서재를 가지는 경험은 제법 근사하다. 때로는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거리며 세상을 긍정하는 자세로 졸기도 할 테지만 어떤 형태로든 도서관은 내가 나를 묻고, 잊었던 나와 조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올해 내내 나를 지켜 준 김수영의 시를 다시 한번 읊조리며 달빛정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2023년의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2024년의 당신에게도 이 말은 ‘뜻밖의 위안’이 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응답으로 질문을 이어 나가’는 비법일 수도 있겠다. 도서관 화단의 로즈메리를 한 움큼 쥐었다 편다. 달큼하고 상큼한 향이 콧등에 얹힌다.●키케로 철학 완성하는 정원 F1963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정원이 잇대어 좋다. 고려제강기념관과 F1963 진입부를 잇는 ‘소리길’은 개관 초기 대나무를 새로이 심은 길이다. F1963과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이 있는 아카데미동의 틈새 길, 다소곳이 그러나 선명하게 땅의 증표로 자리한 ‘스톤가든’은 알게 모르게 걸음걸음의 마디 곁에 살포시 놓아둔 쉼표 같다. 달빛가든은 그 백미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이던 시절에는 와이어 제품을 운반하기 위해 컨테이너가 드나들던 장소다. 이곳 역시 소리길이나 스톤가든과 마찬가지로 권춘희 조경가가 맡았다. 달빛가든은 F1963 도서관을 나서면 바로 마주하는 정원이기도 하다. 식물원 온실이라 불리는 맞은편 ‘그린 하우스 앤드 북’에서 작은 오솔길을 따라 수(水)정원까지 잇는 구간이다. 짧은 길이지만 꽃과 나무의 감흥이 짙어 아주 잠깐이나마 도심을 잊는다. 겨울에는 그 끝의 수(水)가 쨍한 ‘거울 연못’으로 바탕을 잇는다. 수정원 북쪽 가장자리에 있는 정자도 특별하다. 최욱 건축가가 디자인했다. 지붕과 와이어로 이뤄진 정자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므로 아름답다. 원래는 공장의 정수시설이 있던 자리다. 콘크리트 바닥 위에 올라 물빛에 비친 정원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시간이 멈춘 듯하다. F1963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서 발견한 키케로의 문구는 그렇게 달빛가든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부산 현대모터스튜디오는 F1963 동쪽에 이웃한 아카데미동에 위치한다. 2층은 현대자동차가 예술을 빌려 미래를 예측하고 해석하는 전시장이다. 예를 들면 오는 12월 8일 새로이 시작하는 전시의 제목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다. 집과 은신처와 인간의 관계 맺음을 묻는다. 대안 주거로서 자동차를 염두에 둔 질문일 테지만 그 발상과 접근이 밉지 않다. 같은 건물에는 2021년 금난새뮤직센터(GMC)가 입주했다. 금난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이자 클래식의 대중화를 선도한 음악가다. 금난새뮤직센터는 고려제강 후원으로 금난새의 오랜 꿈을 실현한 장이다. 120~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음악홀(303㎡)과 연습실, 음악 로비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슈박스(Shoebox) 형태의 음악홀은 잔향 가변시설을 갖춰 실내악 공연에 최적의 울림을 갖는다. 2층 높이로 홀의 상층부는 4면이 유리라 바깥에서도 공연이나 리허설을 볼 수 있다. 매월 두 차례 토요일 정기 공연과 체임버 위크, 계절 페스티벌 등의 행사로 관객과 만난다. 2023년 11월 말까지 무려 140회의 실내악 음악회를 가졌다. 모든 공연은 무료이고 네이버로 예약할 수 있다. 공연의 수준은 나무랄 데 없다. 촉망받는 젊은 연주자의 연주가 자주 열리는데, 무엇보다 금난새 지휘자 특유의 눈높이 해설이 콘서트를 즐겁게 한다. 책과 음악, 한 해의 갈무리로 이보다 다정한 조합과 동반이 어디 있을까. ●관계와 사색의 방, 이우환 공간 F1963에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멀지 않다. 약 3.5㎞ 거리다. ‘과거는 자신이 줄거리를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라는 긴 제목의 전시가 17일까지 열린다. 미술관이 부산이라는 지역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묻는 방식이 흥미롭다. 부산시립미술관에는 F1963 도서관처럼 조금 덜 알려진 미술관 별관이 있다. 바로 이우환 공간이다. 이우환은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중학교를 다녔다. 이우환 공간은 그 인연으로 부산에 문을 열었다. 그의 작품에는 ‘관계항’이나 ‘대화’ 같은 제목이 자주 쓰인다. 여기서 항(項)은 항목을 뜻하는 글자다. 하나하나의 주체를 의미하고 그 관계를 작품에 담는다. 소재로는 돌과 철판이 주로 쓰인다. 돌은 자연을 대표하고 철판은 산업을 상징한다.전시실 이름은 첫 번째 방, 두 번째 방, 통로방, 회화방, 마지막 방 등이다. 1층 첫 번째방과 두 번째 방은 돌과 철판과 유리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룬다. 2층 회화방은 방탄소년단(BTS) RM이 사랑한 ‘바람’ 시리즈 등의 회화 작품이 걸려 있다. ‘마지막 방’은 다시 커다란 돌 하나가 면벽하고 있다. 마치 가부좌를 튼 부처 같기도 하다. 실은 알쏭달쏭하다. 질문은 있으나 답 또한 무한히 열려 있다. 미술관을 나올 때는 마음 한편에 몽글몽글한 것이 생겨난다. 그 여운이 뭘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관계항이 생겨난 것이라 여겨도 좋겠다. ■여행수첩 ●운영 시간 화요일~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관. www.f1963library.org, (051)752-7478.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치즈와 와인, 친구일까 ‘웬수’일까/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치즈와 와인, 친구일까 ‘웬수’일까/셰프 겸 칼럼니스트

    타국의 식문화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본래의 의미나 의도와는 달리 오해를 안고 소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걸 꼽자면 에스프레소다. 커피는 쓴맛에 먹는다고 하지만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의 고향인 이탈리아에선 반드시 설탕을 넣어 마신다. 쓰기 때문이다. 커피에는 쓴맛만 있지 않다. 원두나 추출 방식에 따라 산미와 풍부한 향이 함께 담겨 마냥 쓰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설탕을 넣어 쓴맛을 완화시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문화적 배경 설명이 부족해 생기는 오해는 또 있다. 와인의 친구이자 안주라고 알려진 치즈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들어 와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와인과 곁들이는 음식, 안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흔히 거론되는 게 치즈다. 와인도 서양의 식문화고 치즈도 그러하니 응당 어울리겠거니 하고 받아들이지만 사실 와인과 치즈는 친구보다는 웬수에 가깝다. 아, 여기서 ‘원수’가 아닌 ‘웬수’라고 한 건 ‘철천지원수’라기보다는 때론 친하게 어울릴 수도 있는 일종의 애증 관계이기 때문이다. 와인과 치즈의 관계를 살펴보면 시작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와인과 치즈는 인류의 발생기인 7000~8000년 전부터 함께해 왔지만 태생이 다르다. 와인은 농경민족의 산물이다. 지금처럼 기호품이자 사치품이라기보다는 안전하게 먹을 수 있으면서 왜인지 모르게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음료였다. 반면 치즈는 유목민들의 산물이다. 애초부터 와인의 친구라기보다는 남아도는 우유를 더 오래 보존하고 더 맛 좋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든 음식 중 하나였다. 교역 길이 생기고 제국이 세워지자 농경문화와 유목문화가 뒤섞이면서 와인과 치즈는 한 식탁에 오르게 됐다. 꽤 오랜 기간 둘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성격이 변해갔다는 점이다. 먼저 치즈의 사정을 보자. 여기서 치즈라고 부르는 건 노란 슬라이스 치즈 같은 가공품이 아닌 서양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발효 치즈에 한한다. 우리가 치즈라고 통칭해서 부르지만 사실 다양한 성격의 치즈들이 존재한다. 흔히 모차렐라나 크림치즈와 같이 부드럽고 연하고 크게 맛이 강하지 않은 치즈가 있는 반면 고르곤졸라 치즈나 콩테 치즈같이 고릿하고 강렬한 맛을 내는 치즈가 있다. 다시 말해 어떤 특정한 와인에 어울리는 치즈가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는 것이다.치즈가 현대에 이르러 비교적 완만하게 변화해 왔다면 와인은 큰 변화를 겪었다. 지역과 품질에 따라 달랐지만 어떤 음식과 먹어도 큰 거부감이 없는 거친 맛의 포도술에서 깨끗하고 섬세하게 다듬어진 한 폭의 예술작품과 같은 와인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와인 생산자들은 모두가 예술작품과 같은 와인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다 예술작품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치즈가 다양한 풍미의 범주를 갖고 있는 것처럼 와인도 거칠거나 무난한 와인에서부터 아슬아슬한 섬세함을 지닌 와인까지 실로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와인과 치즈가 서로 잘 맞는다고 하기엔 둘의 성격 스펙트럼이 너무나 넓다는 것이다. 음식을 아는 소믈리에라든가 와인을 아는 요리사라면 와인에 무작정 치즈를 권하지 않는다. 자칫 어느 한쪽의 풍미가 다른 한쪽의 풍미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대개 가해자는 치즈인 경우가 많다. 치즈 자체의 향이 강해 어지간한 와인으로는 잔향이 가시지 않는다든가, 입안에서 제대로 씻기지 않은 치즈 잔여물로 인해 와인의 맛이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음식과 와인의 궁합은 서로 상호 간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됐을 때 좋은 조화라고 한다. 입안에 유분기와 지방을 남기는 치즈라면 어느 정도 산미가 느껴지면서 탄닌감이 있는 와인이 좋다. 치즈의 잔여 풍미를 씻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한 맛에는 강한 와인이 필요하고, 약한 맛에는 약한 와인이 어울린다. 치즈의 풍미가 매우 강력한 고르곤졸라나 콩테 치즈는 어지간한 와인보다는 풍미가 더욱 강한 포트와인이나 셰리와인과 같은 주정 강화 와인이나 디저트 와인이 올바른 선택지다. 고릿한 뒷맛을 달콤함으로 기분 좋게 잠재울 수 있다. 두 가지만 알아 두자. 서양에서 치즈는 본식사라기보다는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나 식사의 마무리를 돕는 디저트의 위치에 있다는 사실과 모든 음식과 순서에 어울리는 만능 와인이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와인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치즈 같은 안주는 사실 없어도 그만이다. 하지만 순서와 때에 맞는 치즈와 와인을 조화롭게 고른다면 또 다른 즐거움의 지평이 열릴 수 있다. 싱글의 삶도 좋지만 결혼 이후의 삶이 기대하지 않던 행복감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 임윤찬 공연 문의 쇄도에 10월 티켓도 한달 먼저 오픈

    임윤찬 공연 문의 쇄도에 10월 티켓도 한달 먼저 오픈

    북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연주를 직접 듣기 위한 경쟁이 뜨겁다. 10월 공연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면서 예정보다 한 달 일찍 티켓 예매를 오픈한다.롯데문화재단은 오는 10월 5일 정명훈,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임윤찬이 함께하는 공연 티켓을 롯데콘서트홀 빈야드 회원 대상 오는 30일 오후 2시, 일반회원 대상 다음달 1일 오후 2시에 각각 판매한다고 밝혔다. 재단 관계자는 “8월 20일 임윤찬 출연 공연 매진 이후 롯데콘서트홀에 임윤찬 후속 공연 티켓 오픈 문의가 쇄도해 예정했던 일정보다 한 달 먼저 티켓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서 정명훈과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과 협주곡 중의 하나인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한다. 정명훈은 베토벤에 대해 ‘평생 자유를 위해 싸운 음악가’라고 강조하면서, 특별한 무대에서는 언제나 베토벤을 연주하며, 특히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은 여러 차례 레코딩을 남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는 2017년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공연에서 조성진과 함께 연주한 것을 포함, 이 곡은 정 지휘자가 김선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피아니스트들과 자주 연주하는 대표 레퍼토리다.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 무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외에도 첫 결선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이미 파이널리스트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아울러 지난 1월 국립심포니의 상임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의 취임 무대에서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임윤찬은 나성인 음악칼럼니스트로부터 “순간순간의 음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피아노의 배음과 잔향의 효과를 빼어나게 조절하며 갖가지 판타지를 불러냈다”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남북한 교류를 목적으로 국내 오케스트라 전·현직 단원과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연주자 등이 모인 교향악단으로,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모토로 2017년 창단됐다. 정명훈 지휘자는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가장 뜻깊은 무대’라고 말할 만큼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쏟아왔다.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는 2017년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공연 무대를 시작으로, 2018년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관객과 만났고, 2019년에는 차이콥스키 비창 교향곡과 함께 정명훈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직접 협연하는 등 매 공연 뜻깊은 무대로 감동을 선사해왔다.재단 관계자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에 빛나는 젊은 피아노 ‘황제’ 임윤찬과 지휘의 거장 정명훈이 ‘운명’처럼 만나 펼치는 베토벤 스페셜 무대는 지휘자, 협연자, 레퍼토리까지 무엇 하나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올 가을 가장 주목받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람 잡는 층간소음, 완공 후 더 까다롭게 측정해 잡는다

    사람 잡는 층간소음, 완공 후 더 까다롭게 측정해 잡는다

    오는 8월 4일부터 아파트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도입되고 바닥소음 기준도 49㏈로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과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각각 입법·행정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규칙·기준 개정은 지난달 주택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웃 간 살인 등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 층간소음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현재 층간소음 차단 성능 평가는 시공 전에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를 시험장에서 ‘뱅머신’(타이어를 바닥에 떨어뜨려 충격음을 측정하는 장치)으로 측정해 1~4등급 안에 들면 성적서를 발급해 줘 시공에 들어가는 ‘사전인정방식’이다. 건설업체가 시험 성적대로 잘 시공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공동주택 사업자는 아파트 완공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검사를 실시해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시공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합격을 받았더라도 준공 뒤 기준에 미달하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검사기관으로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지정될 예정이다.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받은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바닥충격음 기준도 강화된다. 경량충격음은 현재 58㏈에서 49㏈로, 중량충격음은 50㏈에서 49㏈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량 바닥충격음 측정 방식은 배구공 크기의 공(2.5㎏)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된다. 뱅머신 충격음은 실생활에서 잘 발생하지 않는 소음이지만 임팩트볼은 어린이가 ‘콩콩’ 뛰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실제 층간소음 분쟁에서 많이 드러나는 소음이다. 또 경량충격음은 바닥구조의 흡음력을 평가하던 방식에서 잔향시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고, 중량충격음은 저주파 중심으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청감 특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변경된다. 강태석 국토부 주택건설공급과장은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 도입으로 건설업계의 기술개발과 견실한 시공을 유도해 입주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층간소음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월부터 아파트 완공 뒤 층간소음 측정…소음기준 49㏈로 강화

    8월부터 아파트 완공 뒤 층간소음 측정…소음기준 49㏈로 강화

    오는 8월 4일부터 아파트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가 도입되고 바닥소음 기준도 49㏈로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규칙’과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차단구조 인정 및 관리기준’을 각각 입법예고·행정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규칙·기준 개정은 지난달 주택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현재 층간소음 차단 성능 평가는 시공 전에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를 시험장에서 ‘뱅머신(타이어를 바닥에 떨어뜨려 충격음을 측정하는 장치)’으로 측정해 1~4등급 안에 들면 성적서를 발급해줘 시공에 들어가는 ‘사전인정방식’이다. 건설업체가 시험 성적대로 잘 시공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공동주택 사업자는 아파트 완공 뒤 사용승인을 받기 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성능검사를 실시해 검사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시공 전에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 합격을 받았더라도 준공 뒤 기준에 미달하면 검사기관은 사업자에게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검사기관으로는 국토안전관리원이 지정될 예정이다. 보완 시공이나 손해배상을 권고받은 사업자는 10일 안에 조치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조치 결과를 검사기관에 보고해야 한다. 바닥충격음의 기준도 강화된다. 경량충격음은 현재 58㏈에서 49㏈로, 중량충격음은 50㏈에서 49㏈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량 바닥충격음 측정 방식은 배구공 크기의 공(2.5㎏)을 떨어트리는 ‘임팩트볼’(고무공) 방식으로 변경된다. 뱅머신 충격음은 실생활에서 잘 발생하지 않는 소음이지만 임팩트볼은 어린이가 ‘콩콩’ 뛰는 소리와 비슷한 수준이라서 실제 층간소음 분쟁에서 많이 드러나는 소음이다. 또 경량충격음은 바닥구조의 흡음력을 평가하던 방식에서 잔향시간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변경되고, 중량충격음은 저주파 중심으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청감 특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변경된다.
  • 전쟁의 비극 속에 핀 사랑의 선율…위로의 선물

    전쟁의 비극 속에 핀 사랑의 선율…위로의 선물

    부드러우면서 우아하고, 때론 묵직하다 못해 애절한 첼로는 가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악기다. 다음달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가을밤 콘서트’에서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는 진하고 절절한 첼로 선율로 한껏 깊어진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다. 양 교수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다. 독일에 머물고 있어 전화로 만난 양 교수는 “1차 세계대전 직후(1919)에 작곡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주로 비극적이고 슬픈 느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4악장으로 이뤄진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전쟁의 참상과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까지 했던 그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으로 암울하면서도 비극적 분위기를 그린다. 그러나 양 교수는 “엘가가 쓴 악보와 그의 첫 음원에는 그 비극 속에도 어마어마한 사랑과 애국심이 담겼고 용기를 불어넣는 요소들이 많다”면서 “요즘 우리에게 잘 어울리고 필요한 작품”이라고도 했다. “물론 1차 대전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전 세계가 겪은 위기였던 코로나19를 딛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과 잘 맞는다”면서 “이전의 평범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이 시점에 엘가의 작품에 담긴 감정들을 따라가면서 희망을 꿈꾸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양 교수는 강조했다. 7세에 시작한 첼로와 어느덧 50년 가까운 시간을 지내온 그는 여전히 ‘꿈꿔 온 이상적인 소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명곡들을 뿌리 깊게 진실을 담아 연주하는 것이 항상 큰 숙제”라면서 “20·30대 땐 반짝이는 걸 추구했다면 요즘은 조금 더 음표 뒤에 있는 메시지를 캐내는 데 투자하고 작곡가와 더 가까워지려는 태도를 중시한다”고도 덧붙였다. 연주가 없을 때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아 다양한 연주를 즐기는 것도 양 교수가 지키고 있는 음악에 대한 자세 중 하나다. 그 바탕에는 음악을 향한 애정과 바흐부터 현대까지 몇백 년이 흘러도 남아 있는 ‘불멸의 명곡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내 자신의 태도가 좋은 곡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제 삶이 풍부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야만 작곡가들이 남긴 메시지에 감동하며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 교수는 내년 초 발매할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다시 녹음하고 있다. 2007년 음반을 낸 뒤 14년 만이다. 그는 “녹음 과정은 곧 베토벤이 악보에 남긴 음표들을 분석하고 연주했을 때 그의 잔향을 음표로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첼로는 이 바이브레이션을 다시 찾게 하고 몸에서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도전하게 하는 인생의 벗”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첼로) 줄을 맞추고 연습을 하는 건 그저 제 일상이에요. 조금 더 진실이 담기고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재생하는 과정을 해나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죠.”
  • 첼리스트 양성원, 엘가 ‘첼로 협주곡’으로 보내는 위로와 희망

    첼리스트 양성원, 엘가 ‘첼로 협주곡’으로 보내는 위로와 희망

    부드러우면서 우아하고, 때론 묵직하다 못해 애절한 첼로는 가을과 무척 잘 어울리는 악기다. 다음달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신문사 주최로 열리는 ‘가을밤 콘서트’에서 첼리스트 양성원 연세대 교수는 진하고 절절한 첼로 선율로 한껏 깊어진 가을 분위기를 선사한다. 양 교수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은 엘가의 첼로 협주곡이다. 독일에 머물고 있어 전화로 만난 양 교수는 “1차 세계대전 직후(1919)에 작곡된 엘가의 첼로 협주곡을 주로 비극적이고 슬픈 느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4악장으로 이뤄진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전쟁의 참상과 건강이 좋지 않아 수술까지 했던 그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으로 암울하면서도 비극적 분위기를 그린다. 그러나 양 교수는 “엘가가 쓴 악보와 그의 첫 음원에는 그 비극 속에도 어마어마한 사랑과 애국심이 담겼고 용기를 불어넣는 요소들이 많다”면서 “요즘 우리에게 잘 어울리고 필요한 작품”이라고도 했다. “물론 1차 대전과 비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전 세계가 겪은 위기였던 코로나19를 딛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과 잘 맞는다”면서 “이전의 평범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이 시점에 엘가의 작품에 담긴 감정들을 따라가면서 희망을 꿈꾸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양 교수는 강조했다.7세에 시작한 첼로와 어느덧 50년 가까운 시간을 지내온 그는 여전히 ‘꿈꿔 온 이상적인 소리’를 찾고 있다고 했다. “명곡들을 뿌리 깊게 진실을 담아 연주하는 것이 항상 큰 숙제”라면서 “20·30대 땐 반짝이는 걸 추구했다면 요즘은 조금 더 음표 뒤에 있는 메시지를 캐내는 데 투자하고 작곡가와 더 가까워지려는 태도를 중시한다”고도 덧붙였다. 연주가 없을 때에도 틈틈이 공연장을 찾아 다양한 연주를 즐기는 것도 양 교수가 지키고 있는 음악에 대한 자세 중 하나다. 그 바탕에는 음악을 향한 애정과 바흐부터 현대까지 몇백 년이 흘러도 남아 있는 ‘불멸의 명곡에 대한 존경심’이 있다. “내 자신의 태도가 좋은 곡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제 삶이 풍부하고 깊이 있게 들어가야만 작곡가들이 남긴 메시지에 감동하며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양 교수는 내년 초 발매할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다시 녹음하고 있다. 2007년 음반을 낸 뒤 14년 만이다. 그는 “녹음 과정은 곧 베토벤이 악보에 남긴 음표들을 분석하고 연주했을 때 그의 잔향을 음표로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첼로는 이 바이브레이션을 다시 찾게 하고 몸에서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도전하게 하는 인생의 벗”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첼로) 줄을 맞추고 연습을 하는 건 그저 제 일상이에요. 조금 더 진실이 담기고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재생하는 과정을 해나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뿐이죠.”
  • 70대, 그리운 고향… 40대, 엄마 성악도의 꿈… MZ의 발랄함이 뭉친다

    70대, 그리운 고향… 40대, 엄마 성악도의 꿈… MZ의 발랄함이 뭉친다

    오는 14~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우리말로 섬세하고 깊은 정서를 전하는 가곡이 울려 퍼진다. 예술의전당이 잊혀 가는 우리 가곡의 멋을 되살리고 관심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기획한 대학가곡축제를 통해 전국에서 모인 성악학도들이 사랑과 이별, 가족, 그리움 등을 주제로 음악극 릴레이를 펼친다. 이틀간 열리는 대학가곡축제에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7개 권역 대학 성악과 재학생 총 28개팀(73명)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6월 모집한 지원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바리톤 공병우, 메조소프라노 김향은, 작곡가 최진, 연출가 김태웅 등 전문가들의 멘토링도 온·오프라인으로 세 차례 이뤄졌다. 중장년층에게 향수 가득한 가곡을 MZ세대 성악도들이 재치 있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가곡 3~4곡을 엮어 15~20분 분량의 음악극을 꾸민다. ‘서시’와 ‘비목’, ‘비가’, ‘옛날은 가고 없어도’를 엮어 ‘한국사 공부를 왜 해야 해?’(14일·‘한입에 쏙’ 팀)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꽃신 한 짝’(15일·‘볼우물’)을 주제로 ‘시간에 기대어’, ‘박연폭포’, ‘잔향’ 등으로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한다. ‘성악과 재학생 누구나’ 참가하는 무대다 보니 뒤늦게 꿈을 이루는 무대에 도전하는 만학도들의 특별한 사연도 만날 수 있다. 15일 오후 1시 ‘가족’을 테마로 한 무대에서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희(47)씨는 역시 성악을 전공하는 아들 이준기(21)·딸 이은서(20)씨와 함께 ‘엄마의 꿈’을 이야기한다. 10일 통화에서 김씨는 “20대 때 음대에 들어갔다 포기하고 애들을 키우며 살았는데 음악 공부하는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꿈이 생각났다”면서 다시 성악을 시작한 계기를 전했다. “딸의 선생님께 부탁해 짬짬이 노래를 배웠고 아마추어 성악 대회에서도 입상했다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딸이 대학에 들어가던 해 같이 성악과에 입학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성대결절도 이겨 낼 만큼 노래를 하고 싶어 눈물을 쏟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언젠가 자녀들과 함께 무대를 가질 거란 꿈은 있었지만 이렇게 특별한 무대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씨와 자녀들이 부르는 ‘내 맘의 강물’, ‘꿈의 날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곧 김씨의 이야기다. 같은 무대에는 이번 축제의 최고령 참가자로 정년퇴직한 뒤 성악 공부를 시작한 이병학(76)씨를 비롯해 20대 1명, 40대 2명이 함께하는 SCU(서울사이버대) 성악 앙상블팀도 호흡을 맞춘다. 팀을 이끄는 박종신(47)씨는 “뒤늦은 성악 공부가 너무 좋으면서도 어려워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면서도 “5주 동안 매주 토요일에 두어 시간 모여 연습한 게 전부였지만 그동안 못내 아쉬웠던 마음들이 모여 이루지 못한 꿈에 가까워지니 행복한 시간이자 추억”이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 MZ세대 개성과 만학도의 절절한 꿈까지…가곡으로 풀어내는 우리 이야기

    MZ세대 개성과 만학도의 절절한 꿈까지…가곡으로 풀어내는 우리 이야기

    오는 14~15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우리말로 섬세하고 깊은 정서를 전하는 가곡이 울려 퍼진다. 예술의전당이 잊혀 가는 우리 가곡의 멋을 되살리고 관심을 불어넣자는 취지로 기획한 대학가곡축제를 통해 전국에서 모인 성악학도들이 사랑과 이별, 가족, 그리움 등을 주제로 음악극 릴레이를 펼친다. 이틀간 열리는 대학가곡축제에는 서울부터 제주까지 7개 권역 대학 성악과 재학생 총 28개팀(73명)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 6월 모집한 지원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바리톤 공병우, 메조소프라노 김향은, 작곡가 최진, 연출가 김태웅 등 전문가들의 멘토링도 온·오프라인으로 세 차례 이뤄졌다. 중장년층에게 향수 가득한 가곡을 MZ세대 성악도들이 재치 있고 감각적으로 재해석해 가곡 3~4곡을 엮어 15~20분 분량의 음악극을 꾸민다. ‘서시’와 ‘비목’, ‘비가‘, ‘옛날은 가고 없어도’를 엮어 ‘한국사 공부를 왜 해야 해?’(14일·‘한입에 쏙’ 팀)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꽃신 한 짝’(15일·‘볼우물’ 팀)을 주제로 ‘시간에 기대어’, ‘박연폭포’, ‘잔향’ 등으로 그리움을 노래하기도 한다.‘성악과 재학생 누구나’ 참가하는 무대다 보니 뒤늦게 꿈을 이루는 무대에 도전하는 만학도들의 특별한 사연도 만날 수 있다. 15일 오후 1시 ‘가족’을 테마로 한 무대에서 서울사이버대 성악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희(47)씨는 역시 성악을 전공하는 아들 이준기(21)·딸 이은서(20)씨와 함께 ‘엄마의 꿈’을 이야기한다. 10일 통화에서 김씨는 “20대 때 음대에 들어갔다 포기하고 애들을 키우며 살았는데 음악 공부하는 자녀들을 뒷바라지하다 보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던 꿈이 생각났다”면서 다시 성악을 시작한 계기를 전했다. “딸의 선생님께 부탁해 짬짬이 노래를 배웠고 아마추어 성악 대회에서도 입상했다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어 딸이 대학에 들어가던 해 같이 성악과에 입학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성대결절도 이겨 낼 만큼 노래를 하고 싶어 눈물을 쏟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언젠가 자녀들과 함께 무대를 가질 거란 꿈은 있었지만 이렇게 특별한 무대로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김씨와 자녀들이 부르는 ‘내 맘의 강물’, ‘꿈의 날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곧 김씨의 이야기다. 같은 무대에는 이번 축제의 최고령 참가자로 정년퇴직한 뒤 성악 공부를 시작한 이병학(76)씨를 비롯해 20대 1명, 40대 2명이 함께하는 SCU(서울사이버대) 성악 앙상블팀도 호흡을 맞춘다. 팀을 이끄는 박종신(47)씨는 “뒤늦은 성악 공부가 너무 좋으면서도 어려워 직장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다”면서도 “5주 동안 매주 토요일에 두어 시간 모여 연습한 게 전부였지만 그동안 못내 아쉬웠던 마음들이 모여 이루지 못한 꿈에 가까워지니 행복한 시간이자 추억”이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 인간 샤넬, 박서준이 추천하는 5월의 선물

    인간 샤넬, 박서준이 추천하는 5월의 선물

    배우 박서준의 매력이 담긴 뷰티 영상과 화보가 공개됐다.이번 영상과 화보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추천하는 다정하고 매력 넘치는 박서준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개된 영상 속에서 박서준은 샤넬의 남성 베스트 아이템인 블루 드 샤넬 빠르펭 향수와 보이 드 샤넬 모이스처라이저, 립 밤을 선물로 받아 행복해한다. 블루 드 샤넬 빠르펭은 아로마틱 우디 향으로 뉴칼레도니아산 샌달우드가 풍부하게 사용되어 더욱 깊이 있으면서도 섬세한 잔향을 선사한다. 보이 드 샤넬 립 밤과 모이스처라이저는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필수적인 남성 그루밍 아이템이다.또한 박서준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여성 아이템도 추천한다. 4월에 새롭게 출시된 루쥬 코코 블룸은 선명한 컬러와 반짝이는 볼륨감, 그리고 촉촉한 텍스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약돌 패키지가 매력적인 라 크렘 망 핸드크림은 리치하지만 빠르게 흡수되는 텍스처로 손과 손톱에 영양을 선사하는 제품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아이템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편, 박서준의 뷰티 영상과 화보는 패션 매거진 보그 코리아 5월호와 보그 코리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스트 5·18세대, 글과 영상으로 다시 본 그날의 진실

    포스트 5·18세대, 글과 영상으로 다시 본 그날의 진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당시의 아픔을 알아보고 이를 현재에 되새기는 책과 영상물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가해자들은 사과도 하지 않고 일각에선 본질을 왜곡하며 조롱하는 상황 속에서, 비극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함께 생각해 보자고 손을 건넨다.출판사 리틀씨앤톡은 정복현 작가의 동화 ‘오월의 편지’를 최근 출간했다. 동화 속 주인공인 무진이가 할머니 댁에서 큰 아버지가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이를 대신 보냈더니, 시간을 초월해 1980년을 사는 용주라는 아이에게 답장이 온다는 줄거리다. 편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이 편지를 부치지 못했는지 궁금했던 무진이는 용주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동안 몰랐던 5·18의 진실과 마주한다. 백성동 5·18민주화운동선도교사단 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잊지 못할 어제의 일이 오늘과 내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로 5·18의 장면을 선명한 이야기로 그려 냈다”고 평했다.고래가숨쉬는도서관은 임지형 작가의 동화 ‘영화 속 그 아이’를 오는 18일 낸다. 지난해 5·18을 다룬 영화 ‘낙화잔향’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주인공 찬들이의 엄마가 영화에 출연하고, 찬들이도 엑스트라를 맡으면서 5·18의 진실에 대해 알아 간다. 찬들이가 이유 없이 계엄군에게 맞는 역할을 하면서 경험하는 심리 묘사로 당시 실상을 생생히 전하려 애썼다.한겨레출판은 청소년들이 5·18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수산나 작가의 역사서 ‘청소년을 위한 광주 5·18’을 출간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에서부터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더 알아봅시다’, ‘더 생각해 봅시다’ 항목을 추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광주의 피해뿐 아니라 광주 시민만큼 힘들었던 계엄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이 밖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 유튜브 채널에서 5·18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기획전을 연다. 1980년 이후 태어났거나 성장한 젊은 감독들의 중단편 5편으로 구성했다. ‘포스트 5·18세대’가 당시 광주의 기억을 소환하고, 이를 현재에 연결하려는 과정이 눈에 띈다. 박영이 감독의 ‘우리가 살던 오월은’은 5·18 역사기행에 참가한 재일동포 4세 청년, 광주 지역 대학생들, 민주화 운동 참가자 등을 기록했다. 5·18과 식민, 분단, 냉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함께 엮었다. 보 왕 감독의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 없이 떨어지는 잎들’은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들이 치료받던 국군광주병원을 찾아 먼지와 들풀, 부스러기를 응시하며 당시를 돌이키도록 한다. ‘쉬스토리’는 텅 빈 들판에서 펼치는 무용수의 공연과 1980년 광주를 산 여성들의 증언을 겹쳐 표현했다. 황준하 감독 작품으로, 지난해 대한민국대학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 개인의 일상을 통해 5·18을 마주하는 작품도 상영한다. 박은선 감독 ‘손, 기억, 모자이크’는 그림 작가 은선의 자기 고백을, 정경희 감독의 ‘징허게 이삐네’는 서울에 사는 수현을 통해 5·18 광주민화운동의 의미를 묻는다. 하종훈·김기중 기자 artg@seoul.co.kr
  • 5·18 41주년 동화로, 영상으로…민주주의·인권 가치 일깨운다

    5·18 41주년 동화로, 영상으로…민주주의·인권 가치 일깨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당시의 아픔을 알아보고 이를 현재에 되새기는 책과 영상물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가해자들은 사과도 하지 않고 일각에선 본질을 왜곡하며 조롱하는 상황 속에서, 비극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함께 생각해보자고 손을 건넨다. 출판사 리틀씨앤톡은 정복현 작가의 동화 ‘오월의 편지’를 최근 출간했다. 동화 속 주인공인 무진이가 할머니 댁에서 큰 아버지가 부치지 못한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이를 대신 보냈더니, 시간을 초월해 1980년을 사는 용주라는 아이에게 답장이 온다는 줄거리다. 편지의 주인이 누구인지, 왜 이 편지를 부치지 못했는지 궁금했던 무진이는 용주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동안 몰랐던 5·18의 진실과 마주한다. 백성동 5·18민주화운동선도교사단 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잊지 못할 어제의 일이 오늘과 내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로 5·18의 장면을 선명한 이야기로 그려냈다”고 평했다.고래가숨쉬는도서관은 임지형 작가의 동화 ‘영화 속 그 아이’를 오는 18일 낸다. 지난해 5·18을 다룬 영화 ‘낙화잔향’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주인공 찬들이의 엄마가 영화에 출연하고, 찬들이도 엑스트라를 맡으면서 5·18의 진실에 대해 알아간다. 찬들이가 이유없이 계엄군에게 맞는 역할을 하면서 경험하는 심리 묘사로 당시 실상을 생생히 전하려 애썼다.한겨레출판은 청소년들이 5·18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수산나 작가의 역사서 ‘청소년을 위한 광주 5·18’을 출간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사건에서부터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는 형식으로 구성했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더 알아봅시다’, ‘더 생각해 봅시다’ 항목을 추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광주의 피해뿐 아니라 광주 시민만큼 힘들었던 계엄군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이밖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오는 14일부터 28일까지 ‘DMZ랜선영화관 다락(Docu&樂)’ 유튜브 채널에서 5·18을 기념하는 다큐멘터리 기획전을 연다. 1980년 이후 태어났거나 성장한 젊은 감독들의 중·단편 5편으로 구성했다. ‘포스트 5·18세대’가 당시 광주의 기억을 소환하고, 이를 현재에 연결하려는 과정이 눈에 띈다. 박영이 감독의 ‘우리가 살던 오월은’은 5·18 역사기행에 참가한 재일동포 4세 청년, 광주 지역 대학생들, 민주화 운동 참가자 등을 기록했다. 5·18과 식민, 분단, 냉전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함께 엮었다. 보 왕 감독의 ‘속삭이는 잔해와 소리없이 떨어지는 잎들’은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들이 치료받던 국군광주병원을 찾아 먼지와 들풀, 부스러기를 응시하며 당시를 돌이키도록 한다. ‘쉬스토리’는 텅 빈 들판에서 펼치는 무용수의 공연과 1980년 광주를 산 여성들의 증언을 겹쳐 표현했다. 황준하 감독 작품으로, 지난해 대한민국대학영화제 특별상을 받았다.개인의 일상을 통해 5·18을 마주하는 작품도 상영한다. 박은선 감독 ‘손, 기억, 모자이크’는 그림 작가 은선의 자기 고백을, 정경희 감독의 ‘징허게 이삐네’는 서울에 사는 수현을 통해 5·18 광주민화운동의 의미를 묻는다. 하종훈·김기중 기자 artg@seoul.co.kr
  • 차원이 다른 손소독제의 등장…향·보습·손소독을 동시에

    차원이 다른 손소독제의 등장…향·보습·손소독을 동시에

    ‘호텔유람’이 손소독제 시장의 취향존중 마케팅의 포문을 열며 니치 향수의 고급스러운 향을 담은 크림 에멀전 제형의 의약외품 손소독제 2종을 출시했다. 호텔유람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소비자들의 우아하고 세련된 취향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라이프 스타일 어메니티(amenity)를 제공하는 브랜드이다. 지난 1월 출시한 호텔유람의 첫 제품은 기존의 겔 타입 손소독제를 사용하며 알코올의 휘발성으로 인한 손의 건조함이나 냄새 등으로 불편을 겪었던 소비자들에게 반가울 크림 에멀전 제형의 손소독제로 일명 ‘손소독크림’으로 불린다. 로션과 유사한 에멀전 제형으로 발림성이 우수하며 겔 타입 손소독제 대비 보습감이 매우 뛰어나며 바른 이후에도 끈적임 없이 산뜻하게 마무리돼 출시 이후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말로만 항균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화장품’이 아닌 식약처 정식 허가를 받은 ‘의약외품’ 손소독제로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녹농균에 대한 항균력이 있음을 확인했다. 손소독제하면 떠오르는 머리 아픈 냄새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손소독제 하나를 사용하더라도 취향을 해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을 고려해 하이엔드 향수 브랜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향료들을 엄선해 조향한 2가지 향의 제품을 선보였다. 호텔유람 ‘101 드림코스트’는 포르투갈 해변의 청량함과 자유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향으로, 꿈꾸던 해변의 아름다움과 여유로움, 나른함을 상상할 수 있는 시원한 아쿠아 향의 손소독크림이다. 호텔유람 ‘102 퓨처노스탤지어’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인 뉴욕의 겨울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 고급스럽고 우아한 바닐라 향을 베이스로 스모키한 우드향, 넛츠향을 풍성하게 담아 포근하면서도 은은한 잔향을 느낄 수 있다. 호텔유람의 손소독크림은 패키지 디자인까지도 남다르다. 여행의 즐거움과 이동의 자유를 상징하는 공간인 호텔에 초대하는 ‘서신’을 연상케 하는 패키지 박스와 호텔 룸 키를 상징하는 열쇠 이미지를 통해 잠시라도 현실의 어려움으로부터 탈피해 멋진 호텔에 머무는 듯한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호텔유람을 론칭한 ㈜비커밍은 2014년 설립된 브랜드 마케팅 컴퍼니이다. ㈜비커밍의 고은비 대표는 “그간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에 발맞춘 코스메틱 및 이너뷰티 카테고리의 진정성 있는 고관여 마케팅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MZ세대와 소통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는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호텔유람’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호텔유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카카오 쇼핑하기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마당] 페달을 밟아 날아오르다/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문화마당] 페달을 밟아 날아오르다/이진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피아니스트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마지막 연주 장면. 숙연히 페달에 발을 올려 놓는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은 그렇게 시작의 종을 울린다. 움켜쥔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듯이, 긴장이 가득한 심장의 떨림은 이내 피아니스트의 발을 타고 큰 울림을 품은 소리의 진동으로 승화된다. 클릭 한 번이면 세계 반대편에 이메일을 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말과 문자를 내뱉으며 대화를 한다. 눌러 보고 찔러 보면 즉각적인 반응이 오니 참으로 편리하지만 그만큼 뾰족하고 울퉁불퉁해진 마음그릇에 그 울림과 감동을 담아 둘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우체통에 조심스레 편지를 떨어뜨려 놓는 일을 언제 마지막으로 해 보았던가. 종이비행기를 하늘로 날리고, 종이배를 물에 띄워 보내려면 언젠가는 손을 놓아야만 되듯이, 손에 쥔 무언가를 내려놓을 때 우리는 날개 달고 유유히 물 흐르듯 진정한 감동과 울림을 자아낼 수 있다. 피아니스트에겐 손이 자유로워지는 곳에 페달이 있다. 페달을 밟으면서 그의 울림은 손을 떠나 날개를 단다. 피아노의 저음은 그 울림시간이 실제로 매우 길다. 그러다 보니 줄이 너무 오래 울려 여러 음이 섞이지 않도록 울림을 차단하는 댐퍼라는 장치를 뒀다. 이 댐퍼를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게 페달이다. 페달을 밟으면 댐퍼가 열려 울림이 지속되고, 페달을 떼면 다시 댐퍼가 현을 움켜잡아 울리지 않게 한다. 자동차의 페달이나 자전거의 페달, 심지어 오리보트와 재봉틀의 페달도 에너지의 종류와 변환 과정만 다르지 그 원리와 작용은 매우 흡사하다. 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곧 움직인다는 것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설렌다는 것이다. 설렌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로 존경받는 호로비츠는 “페달은 피아노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페달은 피아노를 살아 숨쉬게 한다. 악기의 맥박과 호흡은 그 에너지를 다 소진하면서 우리의 영혼을 다시금 울리고 떨리게 해 준다. 영화 ‘불멸의 연인’을 보면 베토벤이 피아노에 귀를 대고 기대어 연주하는 모습이 나온다. 베토벤은 피아노의 페달을 단순히 음을 지속하고 차단하는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첫 번째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청각을 상실한 뒤로 그는 악기의 소리를 초월한 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사실 작곡가들은 예나 지금이나 페달을 언제 밟고 언제 떼어야 하는지 악보에 일일이 표기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당연한 룰이 존재하기도 하고 연주 장소의 잔향에 따라 매번 다르게 연주자가 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토벤의 곡에는 댐퍼를 열어 두라고(페달을 밟으라고) 악보에 정확히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흔히 듣는 일상의 소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어떤 소리, 혼돈과 조화를 넘나들 때 일어나는 기적적인 현상들을 나타내고자 하는 곳에 댐퍼를 열어 두라고 표기를 한다. 가령 일반적인 낮은 저음역의 트릴은 대지의 떨림을, 중음역대의 트레몰로는 유령의 아우성을, 고음역의 빛 한 줄기와 같이 내려오는 멜로디는 마치 신의 계시를 나타내며 페달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잡기 위해선 페달을 쉬지 않고 밟아야 하듯이, 우리는 삶에서 페달링을 반복해야 한다. 손에 움켜쥔 딱딱하고 뾰족한 것들을 내려놓고, 우리를 억압하는 댐퍼를 타파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발구름을 계속해서 디뎌 보자. 떨리는 심장박동을 느낄 때 쯤이면 자유롭게 날고 있는 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포레스트랩, 항균·자극·발림성·향기까지 고려한 손소독제 2종 선보여

    포레스트랩, 항균·자극·발림성·향기까지 고려한 손소독제 2종 선보여

    손소독제는 코로나 19 감염예방을 위해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진 손소독제는 물 없이도 간편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어 수요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까다로운 기준을 부합하면서도 휴대성과 발림성, 향기까지 고려한 제품. 위생 전문 브랜드 ㈜코즈니가 ‘포레스트랩 손소독제 그린/블루’ 2종을 출시했다. 포레스트랩은 ‘아름답게 꾸미는 것보다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처럼 모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탈크, 파라벤, 미네랄 오일, 벤조페논, 에틸 옥사이드, 동물성 원료, 인공색소, 하이드로퀴논, 트리클로산 스테로이드 등 10가지 유해성분을 첨가하지 않았다. 포레스트랩 손소독제는 유해세균 99.9% 제거 테스트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약외품이다. 일부 제품의 경우 식음용 발효주정, 화장품용 변성제가 첨가된 에탄올을 사용하는 것으로 논란되었지만, 포레스트랩은 KP등급의 무변성 의료용 에탄올만을 사용한다. 이와 더불어, 1회 사용분을 파우치에 담아 휴대보관이 간편하며, 녹차, 세이지, 센텔라, 라벤더, 로즈마리, 황금 추출물을 함유해 인체적용시험 0.00 피부 무자극 테스트를 통과했다. 특히 손소독제 특유의 발림성과 끈적임을 개선하기 위해 고가의 프리미엄 세럼 화장품 개발 연구진도 함께 참여했다. 그 결과, 사용시 미끌거림이나 끈적임이 사라지고 산뜻한 느낌이 특징이다. 또한 전문 조향사가 엄선한 의약외품 등급의 향을 사용해 숲 속에 있는 듯한 잔향을 전한다.포레스트랩 손소독제는 현재 그린(녹차, 세이지, 센텔라 추출물 함유), 블루(라벤더, 로즈마리, 황금 추출물 함유) 총 2종으로 출시됐으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수출에도 적극 협의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영상 편집앱 키네마스터, 기능 강화 업데이트 완료

    동영상 편집앱 키네마스터, 기능 강화 업데이트 완료

    1인 영상 크리에이터가 가장 인기 있는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동영상 편집앱 ‘키네마스터(Kinemaster)’가 대대적인 기능 강화 업데이트를 진행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4일 안드로이드 버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업데이트는 최근 iOS버전까지 완료했으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키네마스터만의 강점인 사용자 편의성을 대폭 증가시켰다. 텍스트 옵션과 스타일 기능, 이미지 크로마키, 오디오 잔향 효과와 다량의 음악 에셋이 추가돼 참신한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게 이용자의 평이다. 이번 업데이트로 추가된 텍스트 옵션과 스타일 기능은 텍스트의 윤곽선과 두께를 조정할 수 있으며, 그림자와 글로우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텍스트의 단락 정렬과 자간 행간 조절까지 가능해 최근 영상 트렌드 중 하나인 자막을 이용한 영상에 높은 활용이 기대된다. 이미지 크로마키 기능은 기존의 비디오 크로마키 기능을 이미지에도 적용해 이미지의 특정 색상을 제거하고 다른 이미지나 비디오를 합성하는 등 더욱 창의적인 영상제작이 가능하다. 새롭게 추가된 잔향 효과로 오디오 편집 기능까지 강화했다. 잔향 효과를 영상에 적용하면 동굴 속 또는 욕실에서 말할 때처럼 소리가 울리도록 변경되어 이를 활용한 재미있는 연출이 예상된다. 앱 내의 녹음 기능을 통해 더빙을 넣고 잔향 효과를 이용해 상황 연출을 하는 등 키네마스터 앱 하나로 여러 가지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에셋 스토어에 추가된 다량의 음악 에셋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저작권 문제로 영상에 다양한 음악을 첨부할 수 없었던 문제를 업데이트를 통해 해결했다. 키네마스터는 지난 26일 에셋 스토어에 Vlog에 적합한 배경음악을 공개한데 이어 1월 중순에는 틱톡 스타일의 음악도 다량 공개를 예고했다. 1월 9일부터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순차적으로 키네마스터 에셋 스토어에 독점 공개되어 저작권 문제없이 영상 제작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키네마스터는 음악의 비트에 맞춰 사진으로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신규앱 비트싱크(BeatSync)를 론칭했다. 특별한 영상제작 기술이 없어도 비디오에 들어갈 사진과 템플릿을 선택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최신 유행하는 멋진 비디오를 완성할 수 있다. 만든 비디오는 SNS 채널에도 공유할 수 있는 비트싱크는 안드로이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키네마스터 임일택 대표이사는 “동영상 편집앱인 키네마스터는 누적 다운로드 2억 회를 돌파하는 등 계속해서 성장하는 1인 영상 제작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모바일 동영상 제작자들이 원하고,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는 신규 기능들로 유저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임 대표는 이어 “신규앱 비트싱크(BeatSync)도 인기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리뷰]맨손의 ‘차르’와 러시아 최고 악단이 펼친 판타지 롤러코스터 여정

    [리뷰]맨손의 ‘차르’와 러시아 최고 악단이 펼친 판타지 롤러코스터 여정

    풍성하고 흰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큰 체구의 악장이 80여명의 단원을 이끌고 무대에 올랐다. 오보에 연주자가 라(A)음을 내자 다른 연주자들도 그 음에 맞춰 악기를 조율했다. 이어 악장이 다시 한번 바이올린으로 현악기를 조율하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앞으로 2시간가량 음악 여정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도 이미 박수 칠 준비를 하며 마에스트로가 등장할 무대 왼쪽 출입문을 응시했다. 그러나 문은 열리 않았고, 악장과 단원들은 익숙한 듯 표정의 동요조차 없었다.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2분쯤 흐르자 문이 열리고, 흰 수염이 덥수룩한 지휘자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포디움(지휘대)도, 지휘봉도 없이 맨손으로 단원들 가운데 선 그는 말없이 허공에 두 주먹을 모으더니 서서히 오른손을 펼쳤다. 그의 손끝에서 은은한 플루트 소리가 시작됐고, 그리스 신화 속 호숫가의 나른한 오후 풍경이 펼쳐졌다.지난 10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주회는 클래식 악기로 떠나는 판타지 시간 여행이었다. 열차를 이끄는 기관장은 러시아 클래식의 ‘차르’(황제) 발레리 게르기예프(66), 그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는 기관원들은 러시아 최고의 악단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다. 1783년 창단 이래 베를리오즈, 폰 뵐로, 차이콥스키, 말러, 라흐마니노프 등의 지휘를 거치며 가장 러시아다운 소리를 내는 전통을 세웠다. 게르기예프는 1988년 마린스키 음악감독을, 1996년 총예술감독을 맡아 30년 넘게 오케스트라를 조율해왔다.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클로드 드뷔시 대표작 ‘목신의 오후 전주곡’으로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게르기예프의 악사들은 드뷔시가 신화 속 목축을 관장하는 ‘목신’의 욕망과 꿈을 그린 이 곡을 몽환적으로 그려내며 청중을 고대 그리스로 인도했다. 반복되는 플루트 연주와 우아한 음색의 하프 연주는 팍팍한 일상을 잊고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최면 주술처럼 다가왔다.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2)은 등장만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금빛 스팽글 장식 롱드레스를 입은 클라라는 콘서트홀 조명 아래 금빛으로 반짝였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35번으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그는 객석에서 쏟아내는 박수에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2번 중 안단테 연주로 화답했다.20분간 인터미션(쉬는시간)이 지나고 2부 조명이 켜지면서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의 본격적인 마법이 시작됐다. 이들이 들고 온 작품은 무소르그스키의 천재성이 압축된 ‘전람회의 그림’이었다. 무소르그스키가 절친 빅토르 하르트만의 죽음을 애도하며, 그의 유작 전시회에서 받은 인상을 악보에 펼친 모음곡이다. 10개의 소품곡에 10개의 그림과 이야기를 담았고, 변주되며 반복 삽입되는 연주 ‘프롬나드’(promenade·산책)가 이야기 전환 기능을 한다. 지휘봉 대신 섬세한 맨손 지휘를 즐기는 게르기예프의 두 손은 벌새의 날갯짓부터 호수의 잔물결까지 오가며 음표의 미세한 떨림과 잔향까지 계산해냈다. 그의 손짓은 숙련된 악사들의 일사불란한 연주를 통해 지하 세계의 난쟁이와 육중한 말들이 끄는 마차를 무대 위로 소환하는가 하면,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워 프랑스 파리 튈르리 궁전부터 고대 로마 시대 지하무덤 ‘카타콤’까지 내달렸다. 연주의 절정인 제10곡 ‘키예프의 대문’에 이르러서는 러시아 악단만이 낼 수 있는 장엄한 행진곡으로 여정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했다.게르기예프와 오케스트라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처럼 마린스키 극장에서 수도 없이 연주했을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 중 자장가와 피날레,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을 덤으로 들려줬다. ‘전람회의 그림’에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 타악기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더니 앙코르 연주에서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현악기의 무한한 매력을 뿜어냈다. 모든 연주가 끝나고 롯데콘서트홀 측에 게르기예프의 입장이 늦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다른 연주회에서는 30~40분씩 늦기도 해 클래식 팬들은 이번에도 그의 지각을 의심했다. “지휘자는 이미 준비가 다 끝났는데 늦게 도착한 관객이 많아 관객이 조금이라도 더 자리에 앉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가 나오신 거예요.” 공연장 측의 대답이다. 1시간 20분으로 예정됐던 이날 연주회는 밤 10시를 훌쩍 넘어 끝났다. 준비한 연주에 이어 앙코르 연주를 2곡이나 선보이고 사인회까지 참석한 거장의 눈가 주름에는 행복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471년 된 악단의 ‘브람스’…청중을 獨궁정으로 소환

    471년 된 악단의 ‘브람스’…청중을 獨궁정으로 소환

    지휘봉을 쥔 마에스트로의 손이 멈추자 연주의 끝을 향해 내달리던 86명의 궁정악사들도 한 몸처럼 연주를 멈췄다. 그들이 손과 입으로 빚어낸 악기 소리만이 콘서트홀 내부를 감싸고 돌 뿐이었다. 악기의 잔향마저 멀리 사라지자 2505석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브라보’를 연호하며 갈채했다. 471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오케스트라단의 연주는 2019년 가을, 서울의 관객을 중세시대 유럽의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소환하는 마법을 부렸다. 지난 27일과 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각각 열린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 공연은 클래식 본고장에서 온 세계 최고 악단의 깊이와 품격을 확인할 수 있는, ‘귀가 호강한’ 자리였다. 2012년부터 수석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 온 정명훈(66)은 서울에서 이들을 다시 만나 악단이 가진 기량의 최대치를 뽑아냈다. 1548년 독일 작센 지역 궁정악단으로 창단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두 차례 세계대전에도 해체되지 않고 명맥을 이어 온 명실상부 세계 최고(最古·最高) 악단이다. 이들보다 먼저 창단된 악단도 있지만, 모두 매우 적은 연주자의 모임에 불과해 서양음악계에서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가장 오래된 악단으로 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두 번의 서울 연주회를 통해 독일 오케스트라단 특유의 깊고 웅장한 울림과 완벽한 조화의 선율을 선보였다. 악단이 브람스 교향곡을 메인 테마로 들고 방한한 만큼 피아노 협연에는 브람스 연주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피아니스트 김선욱(31)이 함께했다. 27일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29일 공연에서는 콩쿠르 우승 때 연주했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김선욱은 각 공연에서 관객의 뜨거운 반응이 계속되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과 브람스 6개의 피아노 소품 2번으로 화답했다. 정명훈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는 브람스 교향곡 2번(27일)과 4번(29일)으로 깊어 가는 가을밤을 수놓았다. 무대 가장 왼쪽 끝에 배치한 8대의 콘트라베이스가 만들어 내는 깊은 소리의 파동이 특히 클래식 애호가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정명훈과 세계 최고 궁정악사들은 두 번의 공연에서 5~6분간의 기립박수가 이어지자 현악기 선율이 강렬하게 몰아치는 브람스 헝가리 무곡 1번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우리는 사랑하고 행동하고 기억할 자유가 있습니다”...요요 마, 평화를 연주하다

    “우리는 사랑하고 행동하고 기억할 자유가 있습니다”...요요 마, 평화를 연주하다

    10초의 정적. 예순넷 첼로 거장의 몰아치던 두 손이 멈추자 멀어지는 첼로음과 함께 깊은 고요의 시간이 찾아왔다. 5000여 명이 운집한 실내 체육관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첼로와 바흐 음악으로 인류 평화를 기원하고 싶다”라던 거장의 꿈이 잠시나마 실현되는 듯했다.지난 8일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밤을 수놓은 첼로 거장 요요 마(64)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회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라는 그의 진가를 오롯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30분간 이어진 그의 연주 중 최고의 순간은 6곡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중 5번 연주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거장의 연주라지만 다른 악기와의 협연 없이 첼로 연주만으로 쉼 없이 듣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터. 연주 2시간이 넘어가면서 객석 곳곳에서 몸을 뒤틀거나 조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지만, 5번 곡을 연주하던 요요 마의 오른손이 느려지던 순간부터 객석에선 오히려 자세를 고쳐 앉아 한음 한음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연주를 마친 요요 마는 다른 곡과 달리 연주하던 두 팔을 첼로 위에 모은 채 눈을 감고 멀어지는 첼로 잔향 속 사색의 시간을 제공했고, 다소 힘들어하던 관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즐겼다. 약 10초간의 정적 끝에 요요 마는 마지막 6번 곡 연주를 별다른 소개말 없이 바로 이어갔다.이날 요요 마는 직접 준비한 인사말과 곡 소개를 조금은 어설프지만 우리말로 또박또박 힘줘 말하며 감동을 더했다. 검은색 면바지와 소매를 걷어올린 남색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요요 마는 “아름다운 밤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추석 잘 보내세요. 다음 바흐 곡은 인생을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한국인의 에너지와 용기를 축하하는 의미로 이 곡을 여러분께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연주를 이어갔다. 객석은 제법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조명 아래 거장의 이마와 얼굴은 이내 땀방울로 뒤덮혔다. 그를 비추는 조명은 첼로에 반사되면서 그의 손길에 따라 객석에도 빛이 비쳤다. 클래식 전문 공연시설이 아닌 실내 경기장 연주였지만 그에게 연주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 요요 마는 더 많은 관객이 자유롭게 연주를 즐길 수 있도록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을 공연장으로 택했었다. 음악을 극장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으로 옮겨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날 한반도를 할퀸 제13호 태풍 ‘링링’ 탓에 바로 옆 체조경기장으로 장소를 바꿨다.준비된 6곡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에 요요 마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새들의 노래’를 여러분께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저의 영웅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가장 좋아한 민요입니다. 새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날아다닐 자유, 그래서 국경을 넘나들 수 있죠.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기억할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카탈루냐 민요 ‘새들의 노래’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를 연주한 요요 마는 9일 북녘이 바라보이는 파주 도라산역 ‘DMZ평화음악회’에서도 또 한 번 첼로로 평화를 기원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불 꺼져도 매너는 켜두세요

    불 꺼져도 매너는 켜두세요

    28년 만에 설립된 클래식 전용 공연장 2000여석·출입구만 18개, 관리 어려움 소음에 민감한 공연, 지각 관객들 말썽 휴대전화도 골치… 연주자 앙코르 거부해 “관객의 따뜻한 말 한마디, 최고의 찬사”딱히 잘못한 것도 없지만 늘 “죄송합니다만”이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꽤 자주 “죄송할 짓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차가운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춥다는 민원부터 좋은 자리로 옮겨 달라는 말까지 저마다 다양한 요구를 쏟아 내고, 가능한 요청은 들어주기 위해 어두운 공간 속을 소리 없이 분주히 움직인다.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관객에게서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인사 한마디를 들으면 내일 다시 유니폼을 고쳐 입을 힘을 얻는다. 관객이 무대 위를 집중할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관객에게 집중하는 사람들, 하우스 어텐던트(공연장 안내요원)들이다. 19일로 개관 3주년을 맞으며 예술의전당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공연장으로 자리를 잡은 롯데콘서트홀의 숨은 주역들을 만났다.2016년 8월 19일 지휘자 정명훈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예술의전당 이후 서울에서 28년 만에 설립된 클래식 전용 공연장의 시작을 알렸다. 2층 구조 총 2036석 규모의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빈야드’(vineyard·포도밭) 공연장으로, 객석이 중앙 무대를 둘러싸고 있어 최상의 음질을 자랑한다. 그러나 내부 출입구가 18개에 이르는 등 구조가 복잡해 운영과 관리가 어려운 편이다. 이에 롯데홀은 52명의 하우스 어텐던트에게 관객 응대와 공연장 관리를 맡기고 있다. 공연당 20~30명을 투입한다. 2016년 5월 입사해 개관 준비부터 지금까지 롯데홀과 함께하고 있는 송미경(25)씨는 “처음 오픈하고 한동안은 관객들 대부분 자리를 안내해 드렸는데 이제는 구조를 잘 알고 척척 찾아가시고, 공연 관람 에티켓도 많이 향상된 편”이라며 지난 3년을 떠올렸다. 심리학을 전공한 송씨는 공연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이 ‘심리 상담사’라는 자신의 꿈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관객들이 어떠한 것을 요구할 때 어떤 상황과 마음에서 요구하는 것인지를 늘 생각하고 응대하려 노력하는 편”이라는 그지만, 일부 관객의 ‘갑질 언행’엔 여전히 마음이 할퀴어진다. 이들을 괴롭히는 가장 흔한 관객 유형은 ‘지각 관객’이다. 클래식 공연은 연주자는 물론 관객도 주변 소음에 민감해 공연이 시작된 후에는 공연장 내 입장을 엄격히 통제한다. 그럼에도 “내가 낸 푯값이 얼마인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고압적인 태도로 입장을 요구하는 지각 관객도 많다. 최승헌(26)씨는 “지연 입장 안내에도 막무가내로 ‘들어가겠다’며 문을 열려는 어르신도 있었다”면서 “저도 힘으로 문을 잡고 버텼는데, 삿대질을 하며 화를 정말 많이 내시더라. 그래도 문은 놓지 않고 잘 지켰다”며 웃었다. ‘정시 도착’을 관객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으로 꼽은 하우스 어텐던트들은 버금가는 요청으로 ‘휴대전화 종료’를 꼽았다. “휴대전화 전원 차단은 꼭 좀 지켰으면 합니다. ‘공연 중 휴대전화가 울리면 앙코르 연주는 하지 않겠다’는 연주자도 있어요.” 이준영(25)씨는 “심지어 공연을 몰래 촬영하는 분들도 있다”며 “제발 눈과 귀로 집중하고 담아 가시길 부탁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향곡 연주가 막 끝나고 관객 모두가 잔향의 감동에 빠져 있는 순간 정적을 깨트린 휴대전화 벨소리엔 “마음이 찢어질 지경”이라고 떠올렸다. 누구보다 많은 클래식 공연을 봤을 세 사람이 기억하는 ‘최고의 공연’은 세계적 거장이나 유명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닌 ‘12월 크리스마스 공연’이었다. “연말 크리스마스 공연 땐 관객들도 평소보다 2~3배 정도는 인사를 잘 받아 주시고, 나가실 땐 ‘고생하셨어요. 메리크리스마스’라며 인사해 주시죠. 저희에겐 그게 정말 연주보다 큰 감동이에요.” 관객 2000명에게 최고의 감동과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뛰는 그들에겐 관객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연주보다 더 큰 선물이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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