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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그맨’ 뤽 베송 “인생최고 배우 3명 중 하나가 최민식”

    ‘도그맨’ 뤽 베송 “인생최고 배우 3명 중 하나가 최민식”

    “40년 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연기에 충격받은 배우가 3명 있습니다. 게리 올드만, 최민식, 그리고 이번 영화에 출연하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입니다.” 24일 개봉한 영화 ‘도그맨’을 연출한 프랑스의 거장 뤼크 베송(64) 감독이 주연 배우에 대해 극찬하며 한국 대표 배우 최민식을 언급했다. ‘안나’(2019)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그는 23일 한국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에서 “퀄리티가 굉장히 좋은 곳(한국)에서 개봉하는 만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흥분된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화는 아버지의 학대 탓에 철창에 갇혀 개들과 함께 살아가던 한 남자가 개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특별한 능력을 얻은 뒤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베송 감독은 더글라스 역을 맡은 존스에 대해 “6개월 동안 그와 영화를 준비했다”면서 “존스의 연기를 보며 ‘레옹’(1995)을 연출 할 때 느꼈던 충격을 또 느꼈다”고 했다. 작품을 구상할 당시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을 완성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한다는 베송 감독은 “보통 60% 정도만 구상하고 나머지는 상황, 배우, 연기에 의존해 촬영하면서 만들어간다”라고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영화에서 더글라스는 휠체어를 타고 직업을 구하지만, 여의치 않자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다. 베송 감독은 이에 대해 “일자리를 찾을 때 모두가 거부하지만 유일하게 카바레에서 기회를 준다. 여장을 하는 건 다른 사람을 연기할 수 있는 장치”라면서 “영화를 통해 사회에서 손가락질받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고로 꼽은 다른 배우 최민식에 대해서는 “작업할 때 의사소통이 안 되어 표정과 몸짓만으로 디렉팅을 했는데도 너무나 좋은 연기를 펼치더라”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앞서 베송 감독 영화 ‘루시’(2014)에 출연했다. 베송 감독이 당시 2시간 동안 최민식에게 출연을 부탁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도그맨’에는 무려 124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그는 이 작업에 대해 “매일매일 정말 아주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난장판이었다”고 소개했다. “다섯 마리는 훈련이 됐고 나머지는 전혀 훈련이 안 된 개들이었다. 비유를 하자면 다섯 살짜리의 생일 파티에 124명의 친구가 온 모습이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한국 영화인과 다시 협업할 가능성에 대해 “예술계는 유일하게 언어나 어떤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열려 있는 분야”라면서 “훌륭하게 잘하기만 하면 다 함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용 물고기’ 아로와나 보러 오세요…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특별전

    ‘용 물고기’ 아로와나 보러 오세요…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특별전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겨울방학을 맞아 따뜻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전시와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해양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마련됐다. ●해양생물 보전 인식 제고·생물 다양성 보전을 생각하는 교육과 전시 먼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지하 2층 해파리존에서는 프랑스 일러스트 작가 라민 드브레스트의 ‘빛의 길잡이 화가가 사랑한 등대’ 전시를 만날 수 있다. 라민은 프랑스 북부 브레스트라는 항구도시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다채로운 색으로 등대가 있는 풍경들을 표현해 주목받고 있다.등대와 해양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삽화적 요소뿐만 아니라 작가의 해양 전문 지식이 조화를 이룬 작품들로 구성됐다. 총 24점의 등대 삽화 작품과 모션 그래픽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등대와 부표 등의 항로 표지를 해양문화유산으로서 재조명해 관람객에게 등대에 대한 이해 폭을 넓히는 기회를 제공해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아쿠아리움의 마스코트 훔볼트펭귄이 살고 있는 극지방존에서는 저탄소 종이 생산 기업 무림P&P와 함께 ‘PAPERIUM(페이퍼리움)’ 전시를 진행한다. 지구의 위기를 조명하는 스토리월을 구성해 친환경 활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조림을 통해 온실 가스를 줄여 멸종위기 생물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지 산업의 친환경적인 역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펭귄 수조 옆에는 펭귄과 다른 동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로 쓸 수 있는 체험존도 마련돼 있다. 메시지를 작성해 우편함에 넣으면 한 장 당 10원씩 기부 적립금이 쌓이며, 적립된 기부금은 해양복원단체를 통해 환경보호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도 새로 돌아왔다. 3월 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지켜야할 동물들의 신나는 놀이터, 지구’를 주제로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등장했던 동물, 자연, 환경보호 등의 명장면을 선보인다. 아울러 ‘유치(幼稚)한 물고기’ 전시를 통해 어린물고기(자치어)의 탄생과 성장, 보호에 대한 의미를 전달한다. 알과 자치어 등의 형태와 특징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어 더욱 생생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아쿠아리움에서 만나는 ‘물 속의 용’과 참물범 ‘토리’의 생일잔치 2024년 푸른 용의 해를 기념해 특별한 해양생물들도 새롭게 만날 수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곳은 신규 희귀 어종 ‘아시안 아로와나’를 만날 수 있는 라이프존이다. 비늘로 뒤덮인 모습이 마치 용을 닮아 ‘용물고기’로 불리는 아시안 아로와나는 그 비늘 덕분에 오묘한 색상을 자아내며 신비롭고 우아하게 수조를 유영한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아시안 아로와나 수조를 ‘용이 나르샤’라는 주제로 꾸며, 올 한해 아쿠아리움을 찾는 손님들에게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작년 1월 탄생한 아기 참물범 ‘토리’의 생일 맞이 이벤트 ‘첫돌, 아기 물범 토리 생일파티’도 열린다. 귀여운 아기 참물범 토리의 수중 돌잡이, 퀴즈 이벤트 등 즐거운 프로그램을 직접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다. 28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바다사자 수조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설을 앞두고 아쿠아리스트들은 새해 설 인사에 나선다. 한복을 착용한 아쿠아리스트들이 2월 9일~12일(화) 매일 2회(12:00, 14:00) 메인수조에 등장한다. 아쿠아리스트들이 새해 희망의 인사를 담은 현수막을 펼치며 포토타임을 갖고 큰절을 올리는 유쾌한 퍼포먼스를 관람할 수 있다.
  • 형사役 위해 7㎏ 증량한 박지현…최근 찍힌 사진 ‘깜짝’

    형사役 위해 7㎏ 증량한 박지현…최근 찍힌 사진 ‘깜짝’

    배우 박지현이 작품을 위해 7㎏를 증량했다고 밝혔다.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배우 안보현, 박지현, 강상준, 김신비, 정가희, 김재홍 PD 등이 참석한 가운데 SBS 드라마 ‘재벌X형사’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강력계 형사 이강현 역을 맡은 박지현은 화장도 하지 않고 몸무게도 증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박지현은 “노 메이크업은 아니었지만 화장을 거의 안 하긴 했다. 화장은 캐릭터 완성도를 더해주는 도구인데, 화장하지 않는 게 이강현과 더 어울렸다. 그래서 자유롭고 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형사치고 왜소해 보인다고 하셔서 살을 7㎏ 정도 증량했다. 얼굴이 살이 찌는 체질이 아니라 생각보다 티가 많이 안 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액션을 처음 도전해봐서 노력이 많이 필요했다. 액션스쿨도 자주 갔다. 강현이가 싸움을 잘하는데 능수능란한 액션을 위한 표정 연기와 포스를 많이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 [씨줄날줄] 웹툰의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씨줄날줄] 웹툰의 가치/박현갑 논설위원

    ‘이끼’, ‘내부자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구르미 그린 달빛’. 앞의 두 작품은 웹툰이고 나머지 두 작품은 웹소설로 모두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져 흥행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웹 콘텐츠 시장에서 지식재산권 가치 사슬의 위력을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200만명의 독자를 사로잡은 웹소설로 카카오에서 웹툰으로 연재되면서 다시 600만명의 독자를 모았다. 이후 드라마로 만들어져 15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다. 드라마 인기는 원작 웹소설・웹툰의 독자 확대로 이어졌고 누적 매출액 100억원을 올리며 해외로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긴 글 읽기를 싫어하는 젊은세대들의 콘텐츠 소비성향에 맞게 편당 100원 안팎의 이용료로 볼 수 있는 연재물이다. 편당 3~5분으로 구성된 수백회 이상의 정기 연재가 기본이다. 완결성은 물론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 구성이 성공 포인트다. 웹 콘텐츠 시장은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에서 콘텐츠 연재를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웹툰은 1조 8290억원(2022년 기준), 웹소설은 1조 390억원(2021년 기준)의 매출을 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웹툰이나 웹소설은 영화, 드라마로 각색되면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제 정부가 웹툰이나 웹소설의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웹 콘텐츠 산업활성화와 소비자 혜택 증진을 위해서다. 도서정가제는 정가에서 최대 15%까지만 할인하는 제도다. 그동안 웹 소설가들은 최대 30% 할인을 원해 왔다. 웹 콘텐츠 작가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면서도 부가가치세 면제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은 염려한다. 정부가 웹 콘텐츠를 볼 때마다 도서로 분류하는 식별체계만 갖추면 이 혜택은 유지할 수 있을 게다. 우려할 점은 플랫폼의 보이지 않는 횡포로 창작자 권리가 약해질 가능성이다. 인기가 시들해진 작품 중심으로 작가 동의 아래 무료 콘텐츠로 풀겠다는 플랫폼의 방침과 플랫폼 상단에 신작을 노출하려는 작가들의 심리가 맞물리면 신작이라도 할인을 강요받을 수 있다. 플랫폼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웹 콘텐츠 시장 확대를 고민하는 게 옳은 일이다.
  • 임윤찬 손끝서 피어나는 ‘쇼팽 선율’

    임윤찬 손끝서 피어나는 ‘쇼팽 선율’

    영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는 31일과 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슈베르트 리사이틀에 마침표를 찍는다. 첫날 슈베르트 소나타 4번과 9번, 18번 ‘환상곡’을, 둘째 날에는 소나타 19번, 20번, 21번을 연주한다. 루이스는 금호아트홀의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로 2022년 9월, 지난해 2월, 올해까지 3년째 슈베르트의 작품만 연주하고 있다. 올해 공연은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으로 작곡한 세 소나타로 대미를 장식하며 그의 삶과 죽음을 무대에 올린다. 루이스는 음반마다 올해의 황금 디아파종상, 그라모폰상 등을 수상한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슈베르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연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해외 악단부터 연주자까지 레퍼토리 확장보다는 한 작곡가만 파고드는 ‘깊이를 더한 무대’가 이어진다.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번 봄 쇼팽의 에튀드 전곡을 공식 데뷔 앨범으로 발매한다. 2월 미국, 일본, 4월 영국, 6월 국내 등에서 쇼팽 작품만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첼리스트 문태국도 올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하고, 10월 ‘바흐’를 부제로 리사이틀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도 6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내한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그는 지난해 7차례에 걸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베토벤 타계 200주년인 202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베토벤 레퍼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대표적인 시대악기 앙상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4월 3시간이 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대작을 한국 무대에서 선보인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지난해 시작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올해도 이어 간다. 이 프로젝트는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작곡가 한 명의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는 공연이다. 선우예권이 10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 인도인 풍요 빌던 ‘숲의 정령’… 2000년 전 ‘스투파 숲’을 거닐다

    인도인 풍요 빌던 ‘숲의 정령’… 2000년 전 ‘스투파 숲’을 거닐다

    남인도 불교유물 97점 국내 첫선스토리텔링 작명 등 입체적 조명 배가 불뚝 솟은 한 남자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다. 머리에 쓴 연꽃 모자 위로는 동전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한 손엔 동전 더미를 쥐고, 한 손은 허리춤에 짚은 그는 인도인들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은 숲의 정령 약샤(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의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린다). 그의 자신감 넘치면서도 익살스러운 자태는 풍요롭고 생동감 넘치는 남인도 미술의 ‘압축판’이다. 요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의 신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에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7~11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진행한 ‘나무와 뱀: 인도 초기 불교미술’전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들이 새롭게 재해석한 것으로 인도,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불교미술 소장품 97점을 한데 모았다. 21세기 발굴돼 한 번도 인도 밖을 나온 적 없는 유물도 전시장에 포진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북인도 미술은 소개된 바 있지만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인 남인도 미술을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원전 3세기 중엽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8개 스투파(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을 일컫는 인도의 옛말)에 나뉘어 있던 석가모니 사리를 인도 전역 8400개 스투파에 보내 안치하게 한다. 이렇듯 남인도의 풍요로운 숲의 정령 문화, 고유 신앙에 불교가 점차 스며들며 생겨난 새로운 상상력과 이야기는 남인도 미술을 더 극적으로 꽃피운다. 전시는 이 변화의 과정을 스토리텔링을 입힌 작명이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더 입체적으로 짚어 보게 했다.특히 작품 절반 이상이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들이다. 스투파는 당시 로마에까지 후추, 상아 등을 팔며 국제 교역으로 부를 쌓은 상인, 장인 계급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상징을 조각으로 품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지어졌다. 입에서 풍요의 상징인 연꽃 넝쿨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악어의 입과 코끼리의 코, 달팽이의 꼬리 등 여러 동물의 특징을 지닌 상상 속 동물 ‘마카라’가 불교로 들어와 출입문을 지키는 동물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 물의 신으로 등극한 머리 여섯 달린 뱀 나가 등은 지금도 생생한 역동감으로 돌에 새겨져 있다.스투파는 인도에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조각들은 전시실에 마치 숲을 이루듯 서 있다.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유골을 넣은 무덤으로 죽음과 끝의 공간이나 남인도 문화와 만나 알, 자궁처럼 생명이 자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면서 “2000년 전 남인도에 펼쳐진 ‘스투파 숲’을 상상하며 전시실을 거닐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영화 ‘소풍’ 나문희 “영옥 언니랑 꼭 하고 싶었던 영화”

    영화 ‘소풍’ 나문희 “영옥 언니랑 꼭 하고 싶었던 영화”

    “우린 스무살, 스물 네살 때부터 만나 연기를 했어요. 문희가 ‘언니하고 나하고 이번 영화 꼭 하자’ 했죠. ‘그래, 나도 네가 안 하면 안 해’라고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 7일 개봉하는 영화 ‘소풍’에 출연한 김영옥 배우가 2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나문희 배우와 함께 출연한 배경을 밝혔다. 나문희는 “나이마다 할 수 있는 연기가 따로 있는데, 이 역할은 김영옥과 제가 아니면 표현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출연해준 김영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는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옛 추억과 마주하는 이야기다. 나문희는 주인공 은심 역을 맡아 사돈 친구인 금순(김영옥)과 함께한다. 배우 박근형이 은심을 짝사랑하던 태호 역으로 출연한다. 김영옥은 1937년생, 나문희는 1941년생, 박근형은 1940년생이다. 평생 연기를 해온 노배우들의 열연이 빛난다. 연출을 맡은 김용균 감독은 이에 대해 “배우들의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두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영화 기획 단계부터 나문희·김영옥 선생님이 이미 주연으로 내정됐었다. 제가 운 좋게 두 분과 작품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출을 어떻게 할지 난감했는데, 제가 어쭙잖게 하기보다 선생님들에게 맡겼다. 감독이라기보다 첫 번째 관객으로 지켜본 매력이 컸다”면서 “관객분들도 이런 느낌을 받기를 바랐다. 그런 마음으로 믿고 나갔다”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엄지를 치켜들었다.영화는 60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은심이 금순, 태호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여기에 각자의 자녀들의 사연까지 엮이면서 죽음을 앞둔 노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돌아본다. 김영옥은 “두 노인의 이야기를 보면 자식들이 어떻게 부모를 편안하게 살다 가시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될 거다. 작품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생각한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보시면서 느끼고, 뭔가 개선되는 게 있으면 보람 있겠다”고 전했다. 나문희는 “노인들만 나오는 영화이다 보니 투자자 없었다. 큰 용기 내어서 영화 만들어져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에선 가수 임영웅의 곡이 영화 OST로 나온다. 지난 21일 가수 임영웅 콘서트에 배우 나문희가 깜짝 방문해 지난해 세상을 떠난 남편과의 추억을 공개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나문희는 이때 자신을 ‘일산에 사는 호박고구마’라고 소개했다. 이 자리에는 임영웅 팬인 김영옥도 함께 했다. 음악은 ‘소풍’ 음악 감독이 임영웅 측에 직접 연락했고, 임영웅이 영화 내용을 알아보고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임영웅이 ‘소풍’ 음원으로 사용된 자작곡 ‘모래 알갱이’의 사용료 전액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소풍’ 제작사는 임영웅 팬클럽 ‘영웅시대’가 정기적으로 기부해 온 부산 연탄 은행에 음원 사용료 전액을 전달한다. 김영옥은 이에 대해 “김영옥은 “제가 임영웅 팬인데 음악까지 (영화에) 깐다고 해 나도 모르게 ‘악! 대박!’ 했다. 탄성을 질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영화는 설 연휴 직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고향은 떠올리기만 해도 몽글몽글 설레고 가슴 시리고 애틋한 감정이 생기지 않느냐”며 “이번 영화가 그런 모든 감정을 잘 표현한다. 이 소중한 감정을 공감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명인의 빛나는 청춘 ‘적로’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명인의 빛나는 청춘 ‘적로’

    대금 명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의 젊은 날은 어땠을까. 대가가 된 사람들도 한때는 철없고 빛나는 청춘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 새삼 다르게 다가오곤 한다. 음악극 ‘적로’는 두 사람의 치열하고 뜨거웠던 젊은 날을 더듬어가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국악의 틀을 잡고 전승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명인들이 젊은 시절 인연을 맺었던 산월과의 아름다웠던 한때를 추억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두 명인이 함께한 공식 기록은 두 사람이 같이 연주한 음반 목록 정도만 남아 있지만 배삼식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두 인물을 각별한 사이로 각색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근래 깊어진 기침이 심상찮아 경성살이를 마치고 고향인 전남 진도로 내려가려는 종기를 두고 계선이 가지 말라며 만류한다. “형님 소리 내가 알고 내 소리를 형님이 아오/ 종자기 가고 나서 백아 줄을 끊었으니/ 나와 형님 떨어지면 서로 간에 소릿길을 누가 있어 짚어주며 어디에 비춰보리?”라며 아쉬워하는 계선과 종기가 이별주를 걸친다. 그렇게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신비로웠던 한 사람 산월을 떠올린다. 조선총독부에 고위 관리가 부임한 것을 기념에 열린 파티장에서 만난 세 사람은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보며 깊은 교류를 나눈다. 종기와 계선은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했고 산월을 떠올리며 젊은 날의 애틋한 추억들을 되새긴다. 떠올릴수록 그리운 산월을 생각하며 불꽃 같았던 명인들의 삶과 예술혼이 구성진 가락의 소리를 타고 공연장을 채운다. 국악이어서 더 서정적인 가사, 국악임에도 건반과 클라리넷 등 서양악기와도 잘 어우러진 낭만적인 선율이 주인공들의 절절한 마음을 전한다.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두 사람에게 술을 따르던 인물이 사실은 1년 전 죽은 산월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정은 절정에 달한다. “한 판 흐드러지게 놀러왔지요”라는 산월과 함께 세 사람은 추억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춤을 춘다. 산월을 위한 진혼곡과 함께 종기와 계선이 산월에게 못 다해준 마음들이 정리되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무대는 큰 변화 없이 술자리가 전부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연장을 채우면서 다채롭게 다가오는 매력이 있다. 명인들의 실제 삶이 녹아든 소리를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 감동을 준다. 대금연주자인 박명규씨는 박종기의 고손자로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27일까지.
  • 왜곡 논란 ‘고려거란전쟁’ 원작자 “KBS 웃기지도 않아”… 작가·PD “다른 작품”

    왜곡 논란 ‘고려거란전쟁’ 원작자 “KBS 웃기지도 않아”… 작가·PD “다른 작품”

    KBS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을 쓴 길승수 작가가 23일 “웃기지도 않는다”며 KBS를 비판했다. 반면 드라마의 작가와 연출은 “원작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길 작가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KBS에서 해명 보도자료를 낸 것을 언급하며 “2022년 6월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었다”면서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악당)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그런 스토리’였다”고 밝혔다. 그는 “화들짝 놀라서 전작 ‘KBS드라마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 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됐는데 그 이야기가 원정왕후를 통해 어느 정도 살아남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정우 작가는 ‘고려거란전쟁’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은 소설 ‘고려거란전기’를 영상화할 목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라며 “원작 계약에 따라 원작으로 표기하고 있으나 이 소설은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을 태동시키지도 않았고 근간을 이루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작가는 “이 드라마의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때부터 고려사를 기반으로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 제가 대본에서 구현한 모든 신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새롭게 창작된 장면들”이라며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 이 드라마는 분명 1회부터 원작에 기반하지 않은 별개의 작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드라마는 일부 전투 장면 이외에는 원작 소설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1회부터 그랬고 마지막 회까지 그럴 것”이라며 “원작 소설가가 저에 대한 자질을 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분명 도를 넘은 행동이다. 그런 식이라면 저도 얼마든지 원작 소설을 평가하고 그 작가의 자질을 비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논란은 17회 방영분부터 시작됐다. 17~18회에서는 현종의 실책이 과장되게 그려졌고 18회 방송 말미에 강감찬과 갈등을 겪은 현종이 분을 참지 못한 채 말을 몰다 낙마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에 길 작가는 15일 블로그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됐다고 본다. 한국 역사상 가장 명군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었다”며 “대본 작가가 원작을 피하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해서 쓰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집필했으면 한다”고 비판했다. ‘고려거란전쟁’ 연출자인 전우성 감독은 “드라마 원작 계약은 매우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원작의 설정,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는 리메이크 형태부터 원작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기 위한 계약까지 다양하다”면서 ‘고려거란전쟁’ 원작 계약 방식에 대해 “리메이크나 일부분 각색하는 형태의 계약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자문이 없었다는 길 작가의 주장과 관련해 전 감독은 길 작가가 이 작가의 대본 집필이 시작되는 시점에 자신의 소설과 스토리 텔링의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증과 관련된 자문을 거절했고 제작진 측이 수차례 자문에 응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고사했다고 해명했다.
  • ‘한 작곡가’만 탐구…깊이를 더한 폴 루이스·임윤찬·부흐빈더 리사이틀

    ‘한 작곡가’만 탐구…깊이를 더한 폴 루이스·임윤찬·부흐빈더 리사이틀

    영국의 대표적인 피아니스트 폴 루이스가 오는 31일과 2월 1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슈베르트 리사이틀의 마침표를 찍는다. 첫날 슈베르트 소나타 4번과 9번, 18번 ‘환상곡’을, 둘째 날에는 소나타 19번, 20번, 21번을 연주한다. 폴 루이스는 금호아트홀의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로, 2022년 9월, 지난해 2월, 올해까지 3년째 슈베르트의 작품만 연주하고 있다. 올해 공연은 슈베르트가 생애 마지막으로 작곡한 세 소나타를 대미로 장식하며 그의 삶과 죽음을 무대에 올린다. 루이스는 음반마다 올해의 황금 디아파종상, 그라모폰상 등을 수상한 최정상급 피아니스트다. 국내 팬들에게는 슈베르트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연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클래식 공연계는 해외 악단부터 연주자까지 레퍼토리 확장보단 한 작곡가만 파고드는 ‘깊이를 더한 무대’가 이어진다.천재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이번 봄 쇼팽의 에튀드 전곡을 공식 데뷔 앨범으로 발매한다. 2월 미국, 일본, 4월 영국, 6월 국내 등에서 쇼팽 작품만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첼리스트 문태국도 올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녹음하고, 10월 ‘바흐’를 부제로 리사이틀을 진행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도 6월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내한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한다. 그는 지난해 7차례에 걸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베토벤 타계 200주년인 2027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베토벤 레퍼토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대표적인 시대악기 앙상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4월 3시간이 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대작을 한국 무대에 선보인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는 지난해 시작한 ‘콘체르토 마라톤 프로젝트’를 올해도 이어간다. 이 프로젝트는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작곡가 한 명의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는 공연. 선우예권이 10월 라흐마니노프의 작품으로 관객을 만난다.
  • ‘배불뚝이 신’ 풍요의 미소…2000년 전 남인도 스투파의 숲 거닐어보세요

    ‘배불뚝이 신’ 풍요의 미소…2000년 전 남인도 스투파의 숲 거닐어보세요

    배가 불뚝 솟은 한 남자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다. 머리에 쓴 연꽃 모자 위로는 동전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한 손엔 동전 더미를 쥐고, 한 손은 허리춤에 짚은 그는 인도인들이 풍요를 가져와 준다고 믿은 숲의 정령 약샤(나무와 대지에 깃든 신의 남성형은 약샤, 여성형은 약시라 불린다). 그의 자신감 넘치면서도 익살스러운 자태는 풍요롭고 생동감 넘치는 남인도 미술의 ‘압축판’이다. 요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 끓어오르듯 뜨겁고 활기찬 나라 남인도의 신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오는 4월 14일까지 열리는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에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7~11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진행한 ‘나무와 뱀: 인도 초기 불교미술’전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들이 새롭게 재해석한 것으로 인도, 영국, 독일, 미국 등 4개국 18개 기관의 불교미술 소장품 97점을 한데 모았다. 21세기 발굴돼 한 번도 인도 밖을 나온 적 없는 유물도 전시장에 포진해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북인도 미술은 소개된 바 있지만 데칸고원 동남부 지역인 남인도 미술을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기원전 3세기 중엽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8개 스투파(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하는 탑을 일컫는 인도의 옛말)에 나뉘어 있던 석가모니 사리를 인도 전역 8400개 스투파에 보내 안치하게 한다. 이렇듯 남인도의 풍요로운 숲의 정령 문화, 고유 신앙에 불교가 점차 스며들며 생겨난 새로운 상상력과 이야기는 남인도 미술을 더 극적으로 꽃피운다. 전시는 이 변화의 과정을 스토리텔링을 입힌 작명이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영상 등 다양한 형식을 활용해 더 입체적으로 짚어 보게 했다. 절반이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스투파 부조“스투파, 죽음의 공간서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 특히 작품 절반 이상이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에 세워진 스투파를 장식하던 조각들이다. 스투파는 당시 로마에까지 후추, 상아 등을 팔며 국제 교역으로 부를 쌓은 상인, 장인 계급의 후원을 받아 다양한 상징을 조각으로 품은 거대하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지어졌다. 입에서 풍요의 상징인 연꽃 넝쿨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자연의 정령, 악어의 입과 코끼리의 코, 달팽이의 꼬리 등 여러 동물의 특징을 지닌 상상 속 동물 ‘마카라’가 불교로 들어와 출입문을 지키는 동물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 물의 신으로 등극한 머리 여섯 달린 뱀 나가 등은 지금도 생생한 역동감으로 돌에 새겨져 있다. 스투파는 인도에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여기서 나온 조각들은 전시실에 마치 숲을 이루듯 서 있다. 류승진 학예연구사는 “스투파는 석가모니의 유골을 넣은 무덤으로 죽음과 끝의 공간이나 남인도 문화와 만나 알, 자궁처럼 생명이 자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면서 “2000년 전 남인도에 펼쳐진 ‘스투파 숲’을 상상하며 전시실을 거닐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상명대, 3년간 예술·디자인 졸업작품 ‘디지털 아카이빙’ 최초 시도·…DiSAF 오픈

    상명대, 3년간 예술·디자인 졸업작품 ‘디지털 아카이빙’ 최초 시도·…DiSAF 오픈

    상명대학교는 최근 3년간 예술·디자인 관련 졸업생의 작품 900여점을 온라인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디지털상명아트페어(DiSAF, Digital Sangmyung Art Fair)’를 오픈했다고 23일 밝혔다. 올해로 세 번째 문을 ‘DiSAF’는 2021년 코로나19에 따른 거리 두기로 예술과 디자인 분야 필수과정인 졸업 작품들이 일회성의 단기간 전시로 사라지지 않도록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을 최초로 시도해 탄생했다. 3년만에 DiSAF는 상명의 젊은 인재들이 펼치는 새로운 시도를 확인하고, 그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자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올해 DiSAF에는 상명대 문화예술대학, 디자인대학, 예술대학 소속 16개 학과 졸업예정자 370여 명의 디자인·조형예술·생활예술·연극·무대미술·영화·만화·디지털콘텐츠·사진·의류 등 다양한 분야 졸업 작품이 전시된다.상명대는 젊은 인재들의 사회진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업과 동문, 대학관계자 등 1만5000여 명의 전문가들을 ‘DiSAF’에 초청해 작가와의 이메일 등으로 직접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상명대 관계자는 “DiSAF는 예술·디자인 분야의 변화와 흐름을 공유할 수 있도록 3년간 예술·디자인 분야 졸업 작품들을 디지털 아카이빙(Digital Archiving)하는 유일무이한 사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홍성태 상명대 총장은 “서울과 천안캠퍼스의 예술 및 디자인 분야 졸업 작품을 모두 모아 새 소통방식으로 기획된 ‘DiSAF’는 상명대 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로 우리 대학의 대표적인 혁신 사례”라고 강조했다.
  • 경기도, 법인 세무조사 지방세 761억 원 추징

    경기도, 법인 세무조사 지방세 761억 원 추징

    경기도가 지난 한 해 동안 법인 세무조사를 실시해 지방세를 탈루한 564개 법인으로부터 총 761억 원을 추징했다. 도는 매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선정된 90개 법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세무조사와 함께 지방세 탈루 의심 법인에 대한 비정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50억 원 이상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1억 원 이상 지방세를 감면받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정기 세무조사 결과 90개 법인에 대해 총 280억 원을 추징했다. 비정기 조사는 ‘대도시 등 취득세 중과 탈루 법인’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481억 원을 추징했다. 세목별 추징세액을 살펴보면 취득세 205억 원(73.1%), 지방소득세 25억 원(9.1%), 지방교육세 21억 원(7.4%) 등이며, 추징 유형별로는 과소신고 164억 원(58.7%), 중과세 94억 원(33.7%), 부적정 감면 14억 원(4.8%), 무신고 7억 원(2.8%)이다. 주요 추징사례를 살펴보면 학교법인 A법인은 부동산을 취득한 후 ‘학교 및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취득세 면제’를 신청해 지방세를 감면받았으나, 일부 면적을 음식점 등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하지 않아 감면된 취득세가 추징됐다. B법인은 건축물을 취득한 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미술작품을 설치했다. 이 경우 미술장식품 구입비용 등을 건축물 과세표준에 포함해 취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누락해 취득세 등이 추징됐다. C법인은 대도시 있는 관계회사에서 법인 회계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대도시 외 지역에 소재한 지인 사무실에 허위로 본점 법인을 설립했다.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해 취득세 중과세 대상에 해당하는데도 중과세로 신고납부하지 않은 것이 확인돼 지방세가 추징됐다. 경기도는 허위 감면 신청이나 취득세 신고 누락 등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징수하는 한편 영세·성실기업 등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기업 친화적인 세무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칸 영화제’ 같은 축제 만든다…만화·웹툰 지원책 발표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칸 영화제’ 같은 축제 만든다…만화·웹툰 지원책 발표

    정부가 만화·웹툰 분야에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플랫폼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다. ‘칸 영화제’ 같은 세계적인 만화·웹툰 시상식도 만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23일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발표했다.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022년 기준 2조 624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포인트 성장했다. 수출 규모는 1억 764만 달러로, 전년 대비 31.3%포인트 증가했다. 2018~2022년 만화·웹툰 부문 매출·수출액은 각각 22.2%, 27.7%로 전체 콘텐츠산업 매출·수출액 5.9%·8.3%를 크게 웃돈다. 또 웹툰은 지식재산(IP) 확장의 창구가 돼 콘텐츠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많은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시장성이 검증됐고, 영상화하기 쉬운 웹툰 IP의 인기도 높아지는 추세다. 문체부는 이에 따라 ‘넷플릭스’ 같은 세계적인 플랫폼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난해 일본에서 해외 수익만 6억 달러(약 8020억원)를 거둔 ‘카카오픽코마’을 비롯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웹툰 플랫폼 매출 상위 5개 가운데 국내기업 4개가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정부 지원을 투여해 시장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차지하도록 지원한다. 우리 기업이 진출하려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실제 진출 시 컨설팅을 제공하는 신규 사업을 2025년부터 추진한다. 플랫폼에서 국제공동제작을 지원하고 국제공모전도 추진한다. 웹툰 통역 및 번역 지원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칸 영화제’ 같은 세계적인 만화·웹툰 대표 축제도 올해 하반기에 개최한다. ‘(가칭)국제 만화·웹툰 시상식’을 제정해 축제 기간 국제적 권위의 작품상을 시상하고, 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분야별로 상을 줄 예정이다. 만화·웹툰 산업 빠른 성장과 함께 인력 수요 증가에 맞춰 인력 양성도 지원한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 ‘게임인재원’ 등을 벤치마킹해 창작·산업·번역 인력 양성 사업을 각각 추진하고, 2027년 각 양성 사업을 통합한 ‘만화·웹툰 인재 아카데미’(가칭)를 설립한다. 만화·웹툰 산업 진흥과 육성을 위해 정부 지원 조직과 예산도 강화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에 만화웹툰산업팀을 올해 신설하는 등 창작·유통·투자·해외 진출을 지원할 조직을 보강하고 위상을 높이기로 했다. 창작자·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만화진흥위원회’도 올해 안에 만든다. 2012년 제정한 만화진흥에 관한 법률을 만화·웹툰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전면 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만화사업자’ 정의만 규정한 내용을 만화·웹툰 고유업종 및 신고 규정을 신설하고, 지역 거점으로 만화·웹툰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 웹툰자율등급제 등을 포함한 연구를 추진키로 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문체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모두 동원하겠다”라고 밝혔다.
  • 살로메 공주, 뒤틀린 욕망…하룻밤 난장

    살로메 공주, 뒤틀린 욕망…하룻밤 난장

    성경 속 헤롯 왕가의 공주 살로메의 뒤틀린 욕망과 집착이 남성들의 목소리로 무대 위에 재현된다. 다음달 2~4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남성창극 ‘살로메’는 지난해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창작극이다. 창극 배우 김준수·윤제원(살로메), 김도완(요한), 유태평양(헤로데), 김수인(메나드), 정보권(나라보스), 서의철(헤로디아), 이정원(나아만)과 5명의 코러스, 7명의 연주자가 모여 무대 위 한바탕 난장을 예고한다. ●성별 고정관념 벗고 원초적 본성 살려 원작은 신약성경의 인물인 살로메 3세를 주인공으로 삼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1891년작)다. 살로메는 매혹적인 춤으로 의붓아버지인 왕을 유혹하고, 자신의 사랑을 거절한 세례자 요한의 목을 요구한다. 살로메가 목이 잘린 세례자 요한의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함의 절정이다. 이 작품을 통해 창극 연출가로 데뷔하는 김시화 연출은 공주 살로메를 포함해 배우 전원을 남성으로 구성했다. 오래전부터 남성창극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는 김 연출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는 요즘 할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다”며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나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넓고 깊은 관점으로 보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 전통예술인 ‘창극’이지만, 피리나 태평소 등 국악기 외에 첼로·피아노 등 서양악기도 아울러 쓰인다. 김 연출은 “악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불협화음을 내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그로테스크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구현하고 싶었다”며 “악기 본연의 소리뿐만 아니라 분리되고 해체된 다채로운 사운드로 극의 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맡아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 디자인을 맡았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남과 여가 한데 어우러지는 극의 콘셉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극의 각색은 극작가인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이 맡았다. 고 단장은 “잔인함과 욕망의 이면을 넘어선 주제에 관한 미덕을 찾아야 했다”며 “각색하면서 살로메만을 응징하기에는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 과도한 서사를 더 극단적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 클래식 기타·오케스트라, 스페인의 열정을 연주하다

    클래식 기타·오케스트라, 스페인의 열정을 연주하다

    스페인 춤곡들의 열정적 리듬이 온다. 스페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부터 드뷔시의 ‘이베리아’, 라벨의 ‘볼레로’까지 이국적 정취의 음악들이 국내 오케스트라와 향연을 펼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다음달 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밀로시 카라다글리치,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와의 협연 무대를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카라다글리치는 2011년 데뷔 음반 ‘지중해’로 영국 클래식 음반 차트 1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BBC 뮤직 매거진 선정 ‘지난 세기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 6인’으로 명성을 더했다. 한국 악단과 처음 호흡을 맞추는 그는 ‘아랑후에스 기타 협주곡’을 통해 클래식 기타와 오케스트라의 폭발적 음향이 조우하는 흔치 않은 무대로 관객을 이끈다. 작곡가 로드리고는 기타를 한 번도 연주한 적이 없는데도 스페인 남부의 아랑후에스 궁전을 방문한 후 이 작품을 완성했다. 협주곡의 2악장은 수많은 음악가가 연주하고 편곡해 수십 개의 버전이 존재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1악장은 플라멩코의 ‘라스게아도’(여러 줄을 손가락으로 동시에 훑어 화음을 연주하는 주법)로 경쾌하고, 애절한 선율과 장대한 카덴차가 어우러진 2악장의 바통을 잇는 3악장은 기타 솔로가 돋보인다. 전체 공연 레퍼토리는 스페인의 강렬한 리듬들과 닿아 있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가 작곡한 ‘관현악을 위한 영상’의 두 번째 작품 ‘이베리아’는 그가 스페인에서 받은 영감을 담은 걸작이다. 기타와 금관, 현악의 유머 있는 연주가 경박한 캐스터네츠·탬버린 리듬과 어울린다. 프랑스 작곡가 샤브리에가 스페인 여행 후 작곡한 ‘에스파냐’는 원색적 화성의 낭만을 담았다. 대미는 라벨의 ‘볼레로’다. 캐스터네츠 반주에 추는 스페인 민속춤 ‘볼레로’가 라벨을 통해 변화무쌍한 관현악곡으로 장대한 절정을 선사한다.
  • 슈퍼카·피카소 작품으로… 도박사이트 수익 550억 세탁해 초호화 생활

    슈퍼카·피카소 작품으로… 도박사이트 수익 550억 세탁해 초호화 생활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 550억여원을 자금세탁해 슈퍼카 구매와 부동산·재개발 투자, 회사 인수 등에 쓰며 초호화 생활을 해온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자금세탁 총책 A(42)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 범행을 도운 조직원·가족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B(35)씨를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A·B씨 등은 2017년 2월쯤부터 필리핀에 서버와 사무실을 두고 16개 불법 도박사이트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6억원에 달하는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을 대포통장 100개로 나눠 국내에서 인출한 뒤 자금세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세탁 방법은 다양했다. 이들은 범죄수익금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24대를 수입·판매했고, 한 타이어 회사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자금세탁을 했다. 부동산 법인 지분을 인수한 것처럼 가장해 다시 되팔거나 선박 구매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자금세탁 총책 A씨는 이 과정에서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했다. A씨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서울 강남 신사동 터를 164억원에 사들여 빌딩을 신축했다. 또 40억원 상당 슈퍼카 ‘부가티 시론’과 3억~6억원에 이르는 명품 시계와 고가의 피카소, 백남준, 앤디 워홀,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 작가 작품을 사들였다. A씨는 대구에 있는 처가에 금고를 설치해 현금 18억원 상당을 보관했고, 그의 배우자와 장모도 반복 입금·이체하며 자금세탁을 도왔다. 한 지역 수협조합장과 그의 아들이 140억원을 현금으로 전달받아 자금 세탁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은 A씨 주거지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5만원권 다발 더미를 발견했고, 현재까지 55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자금세탁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돈이나 법인, 부동산 등을 가족이나 직원, 직원 가족 명의로 돌린 뒤 초호화 생활을 해왔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 등이 자금 세탁한 550억원 범죄 수익 중 97%인 535억원 상당의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추징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 고뇌하는 천재 시인의 내면… 이상의 삶이 전하는 위로

    고뇌하는 천재 시인의 내면… 이상의 삶이 전하는 위로

    한국 문단에서 이상(1910~1937)의 지위는 참 독특하다. 그의 난해한 시는 섣불리 이해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가차 없이 비판하기엔 단어들 사이에 놓인 번뜩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남긴 게 아니라 사랑하는 이에게 남긴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와 같은 낭만적인 말은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이런 다양한 속성 때문에 이상이라는 인물은 매혹적인 창작 소재로서 다양한 창작물로 이어지곤 한다. 오는 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하는 창작뮤지컬 ‘스모크’도 마찬가지. 이상의 ‘오감도 제15호’에서 영감을 얻어 이상의 자아를 셋으로 나눠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품이다. 죽고 싶다고 유서를 써두면서도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살아낸 이상을 보여주기 위해 초(超), 해(海), 홍(紅)이 등장한다. 초는 글쓰기에 대한 고뇌를 멈추지 않는 시를 쓰는 인물, 해는 끊임없이 바다를 동경하는 순수함을 간직한 인물, 홍은 초와 해의 고통을 같이 견디며 운명을 함께하는 인물이다.초와 해는 그토록 갈망하던 바다로 떠나려 한다. 여비가 필요했던 이들은 미쓰코시 백화점 딸로 추정되는 홍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다. 초가 몸값을 받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해는 홍과 가까워진다. 급기야 마음 약한 해는 홍에게 빠져들고 만다. 그 사이 초가 돌아오고 해는 홍이 건넨 차를 마신 뒤 잠이 든다. 초는 자신의 글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분노하고 홍은 초를 설득하려 한다. 깨어난 해에게 초는 홍이 수면제를 먹여 죽이려 했다고 폭로하고 홍은 살리기 위해 그랬다고 변명하면서 해는 혼란에 빠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시시때때로 변하고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듯 세 사람의 복잡한 관계가 얽히고설켜 이야기가 전개된다. ‘스모크’는 덩어리로 뭉쳐있던 이상의 난해함을 세밀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이상의 작품을 모르고 봐도 각 인물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이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세 사람의 캐릭터가 서로 극명하게 다른데다 초반부에는 초와 해, 해와 홍, 홍과 초가 대화하는 방식으로 전개해 인물 간에 얽힌 사연들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또한 ‘스모크’는 이상의 문장을 감각적이고 선명한 연출로 무대 위에 구현했다. ‘오감도 제15호’는 거울을 소재로 문장을 시작하는데 무대 위에 무한한 거울 속을 표현해 이상의 혼돈과 환각을 그려낸 식이다. 이상의 작품을 한 번이라도 접한 이라면 그의 문장이 어렵지 않게 매력적인 넘버와 무대 연출로 소화된 걸 보면서 감탄하게 된다. 저마다 고통의 무게는 다르겠지만 어떻게든 꿈을 꾸고,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했던 이상의 결연한 의지가 오늘날의 청춘들에게도 용기와 위로를 주는 작품이다. 무겁게 결말을 닫지 않고 “날개야 다시 돋아라 한 번만 더 날자”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면서 관객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다. 추정화 연출은 “고통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언젠간, 반드시 나의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다. 난해하게 뒤엉켜 있다가도 명료한 문장을 펼쳐낸 이상의 글을 많이 닮았다. 작품 중에 초는 “우린 실체가 없다. 우린 연기다”라고 말하지만 창작진이 이상의 내면을 무대 위의 실체로 보여주기 위해 했던 노력과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불법 사이트 범죄수익 550억으로 호화생활...집에는 돈다발·피카소 작품도

    불법 사이트 범죄수익 550억으로 호화생활...집에는 돈다발·피카소 작품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 550억여원을 자금 세탁해 슈퍼카 구매와 부동산·재개발 투자, 회사 인수 등에 쓰며 초호화 생활을 해온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자금세탁 총책 A(42)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들 범행을 도운 조직원·가족 등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은 필리핀으로 달아난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B씨(35)를 인터폴 적색 수배했다. A·B씨 등은 2017년 2월쯤부터 필리핀에 서버와 사무실을 두고 국내 조직원과 16개 불법 도박사이트를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6억원에 달하는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을 대포통장 100개로 나눠 국내에서 인출한 뒤 자금세탁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자금세탁 방법은 다양했다. 이들은 범죄수익금 83억원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24대를 수입·판매해 자금을 세탁했다. 또 140억원으로 한 타이어 회사를 인수하고 타이어를 구매하는 방법으로 자금 세탁을 했다. 부동산 법인 지분을 인수한 것처럼 가장해 다시 되팔아 수익을 남기거나 선박구매 등 어업사업을 이용해 자금을 세탁하기도 했다. 9억원, 18억원짜리 해운대 아파트를 차례로 사고팔아 최종 27억원 상당 아파트를 산 일도 있다. 검찰은 돈이나 법인, 부동산 등을 주로 가족이나 직원, 직원 가족 명의로 돌린 뒤 초호화 생활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자금세탁 총책 A씨는 이 과정에서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하기도 했다. A씨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서울 강남 신사동 터를 164억원에 사들여 빌딩을 신축하는 등 상당 부분 범죄수익을 부동산에 투자했다.또 40억원 상당 슈퍼카 ‘부가티 시론’과 시가 3억~6억원에 이르는 명품 시계 ‘리차드밀’ 등을 사는 등 자신의 부를 과시하며 성공한 사업가 행세를 했다. A씨는 유명 갤러리에서 고가미술품(피카소, 백남준,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 작가 작품)을 사들이고 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가방도 샀다. A씨는 대구 소재 처자에 금고를 설치해 현금 18억원 상당을 보관했고, 그의 배우자와 장모는 A씨 지시에 따라 반복적으로 현근을 지정계좌에 입금·이체하며 자금세탁을 도왔다.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B씨 가족은 범죄수익을 세탁한 돈으로 산 17억원 상당 해운대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B씨와 그의 부친은 부동산법인 매각대금 중 69억원 상당을 수수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 범죄수익이 상당한 규모에 이를 것으로 판단하고, 국내에서 이뤄진 자금세탁 범죄에 대해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장기간 계좌를 추적하고 범죄수익 은닉장소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은 현재까지 550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자금세탁된 사실 확인했다.또 A씨 주거지 등에서 슈퍼카, 고가 미술품 등을 압수하고, 그의 주거지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5만원권 다발 더미를 발견했다. 한 지역 수협조합장과 그의 아들이 140억원을 현금으로 전달받아 자금 세탁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사실도 적발했다. 검찰은 “주범의 가족, 직원 등이 자금세탁에 가담한 사실 규명하여 엄단했다”며 “A씨 등이 자금 세탁한 550억원 범죄 수익 중 97%인 535억원 상당의 부동산, 금융자산 등을 추징보전 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인터넷 도박 범죄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처분하거나 운용하는 자금세탁 범죄에 엄단하겠다”며 “범죄수익의 자금세탁 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 화제의 독립영화 92편 무료로…26일부터 영진위 인디그라운드 특별전

    화제의 독립영화 92편 무료로…26일부터 영진위 인디그라운드 특별전

    부산국제영화제 5개 부문을 수상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김세인 감독의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지난해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한 장건재 감독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 배우 이주영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문 앞에 두고 벨 X’까지. 한국 독립·예술 영화 유통·배급 플랫폼인 영화진흥위원회 인디그라운드가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독립영화 92편을 무료로 상영하는 특별기획전 ‘독립영화 라이브러리’을 연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4회에 걸친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장편 22편과 단편 70편으로, 영진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indieground.kr)에서 회원 가입하면 무료로 볼 수 있다.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47편, 다음 달 5~14일 45편을 나눠 공개한다. 우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지난해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한 전찬영 감독 ‘다섯 번째 방’, 신동민 감독 ‘당신으로부터’, 김태일·주로미 감독 ‘또 바람이 분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경기여자기술학원 방화 사건을 모티브로 한 유종석 감독의 ‘새벽 두 시에 불을 붙여’, 빨간 마스크 괴담과 코로나19를 소재로 한 김민하 감독의 ‘빨간마스크 KF94’ 등 신선한 장르적 체험을 전하는 작품, 그리고 독립영화 특유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인형 이야기’, ‘저주소년’ 등 애니메이션 영화도 준비했다. 이주영 배우가 메가폰을 잡은 ‘문 앞에 두고 벨 X’는 여성의 일상을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배우 장동윤이 각본, 연출, 주연까지 맡은 ‘내 귀가 되어줘’는 청각 장애인의 삶을 세심한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배우들의 색다른 연기 변신도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증 환자 역을 맡은 노재원, 뮤지컬과 영화를 오가며 활약 중인 박준면 배우가 합세한 ‘아빠는 외계인’, 최성은 배우의 스릴러 연기가 압도하는 ‘소녀’, 낯선 장소에서 관계를 탐구하는 조희영 감독과 공민정 배우의 두 작품 ‘이어지는 땅’과 ‘주인들’도 눈길을 끈다.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독립영화만의 과감한 통찰과 시도가 담긴 92편의 작품을 직접 확인할 기회”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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