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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작품 감상… 여유를 찾자/민화·해외미술·판화전 등 다채

    새해들어 열리고 있는 전시들은 몇몇 문화재와 해외미술전을 빼놓곤 대부분 개성있는 젊은 작가전과 민화전들로 압축된다.설 연휴동안 짬을 내 찾아볼 수 있는 전시들을 소개해본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와 보존과학97전’(2월19일까지)·서울 예술의전당의 ‘중국문화대전’(3월29일까지)·호암갤러리의 ‘20세기의 미술전’(3월15일까지)이 비교적 큰 규모의 기획전이라면 한국전통공예미술관의 ‘한국전통민화특별전’(31일까지)·롯데화랑의 ‘호랑이 민화전’(2월8일까지)·가나아트샵의 ‘김봉준 목판화전’(31일까지)은 설 분위기를 살려 가볍게 우리 전통민화와 민예풍 목판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또 워커힐미술관의 ‘독일현대미술의 움직임전’(31일까지)이나 갤러리현대의 ‘국내외 유명작가 오리지날 판화전’(2월15일까지)·공평아트센터의 ‘한국화 126인 부채그림전’(2월3일까지)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미술흐름을 전반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이에비해 국제화랑·포스코갤러리·토아트스페이스의 최정화·김태원·이상하 개인전은 각각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젊은 작가전으로 현대미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것들로 뽑힌다. 이가운데 ‘문화재와 보존과학97전’‘중국문화대전’‘20세기의 미술전’은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흥미있는 볼거리.‘문화재와 보존과학97전’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발굴된 우리 문화재 60여점이 보존처리를 거쳐 어떻게 새롭게 단장됐나를 볼 수 있고 ‘중국문화대전’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5천년에 걸친 중국 역사의 대표적인 유물 1천200점을 전시해 방대한 중국문화를 느낄 수 있게한다. 또 ‘20세기의 미술전’은 네덜란드 스테델릭 미술관 소장품 60여점을 전시,세잔·반 고흐부터 현대작가까지 현대미술 거장 51명을 한자리에서 만날수 있다.‘한국전통민화특별전’‘호랑이민화전’‘김봉준 목판화전’은 각양각색의 우리 민화를 통해 전통 민화의 모습과 흐름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자리.한편 ‘독일현대미술의 움직임전’에서는 최근 독일전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소장작가 5인을 만나 비교적 생소한 독일작가들의 현대미술을 맛볼 수 있고 ‘한국화 126인 부채그림전’과 ‘국내외 유명작가 오리지날판화전’에서는 우리 한국화가 126명의 근작을 전통합죽선과 결합한 이색적인 작품전이다. 또 ‘국내외 유명작가 오리지날 판화전’은 백남준과 남관 김기창 미로 피카소 등 국내외 유명 작가 80여명의 판화를 감상하면서 부담없는 가격으로 1작품 정도 구입도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다.
  • 동양화가 홍석창(이세기의 인물탐구:155)

    ◎수묵화 현대화에 앞장선 문인화가/서예로 잘 닦아진 필선… 사군자 등 작품 탁월/화목에 얽매이지 않는 운필… ‘여백의 미’ 일품 수묵화의 현대적인 계승에 앞장서온 홍석창의 화가로서의 위치는 먼저 서예와의 관계에서 접근된다.먹물이 뚝뚝 떨어지는듯한 원숙한 필치와 능란한 묵법은 산수와 화훼를 시원스럽고도 깊이있게 조명할 뿐만 아니라 미리 계산되지 않은 먹의 농담과 번짐속에서 연초록의 봄이 영롱한 얼굴을 내밀고 춤추는 난(무란)과 빗줄기(우일),송혁의 시가 언뜻언뜻 비껴 나오기도 한다.그것은 그가 단순한 화가나 서가가 아닌,서화일치의 문인화가로 대별되는 중요한 미점의 하나다. ○탁월한 미적격조 갖춰 문인화란 ‘부단히 속세를 멀리하고 숨은 뜻을 견고히 하는 포의의 풍류객’이며 ‘그는 문인화의 조건에 상응되는 방식의 삶과 문인화의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해온 화가’로 유명하다.예를들어 직업화가가 치밀한 묘사와 정교한 설채의 공필을 생명으로 한다면 문인화가는 학식과 교양을 바탕으로 하여 탁월한 미적격조를 갖추는 것이 다르다.미술평론가 오광수에 의하면 그의 작품이 문자향과 서권기를 드러내기 위해 ‘잘 그리려는 태’를 부리지 않고 푸근히 몸에 밴 필묵법만으로 ‘자신의 화격’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며 이러한 경지에 다다르기까지‘만권의 책을 읽어 학덕을 쌓고 천리를 여행하여 자연을 가까이 해왔다’고 설명한다.따라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군자는 일정한 형식의 틀이나 어떤 화목에도 얽매이지 않는다.오히려 적극적인 문인화적 해석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일격의 초탈성을 잃지않는 힘찬 운필’이 일품이다.수선화나 나팔꽃 목련화가 등장할때도 대각선이나 수평구도 등의 전형적인 공간설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구성으로 현대성을 실현시키는 것을 잊지 않는다.더구나 서예로 닦여진 견실하고 중후한 필선은 묵의 진하고 흐린 농담,마르고 축축한 고습한 변화가 화면의 허실처리에서 절묘한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도 그만의 장점으로 꼽힐수 있다. 지난 94년 중국 미술관주최로 열린 초대전에서 중국의 대평론가 소대잠은 ‘깊은 사고와 빛나는 재주를 지닌 한국의 수묵화가’란 제목으로 ‘홍석창의 회화는 선명한 동방의 색채와 심미적 흥취,내재적 격정까지도 시로써 승화된다’고 호평하고 있다.그의 수묵화 언어는 마음 가는대로 붓이 가는대로 사물을 꿰뚫는 방법으로 자신감에 찬 용묵과 용필을 휘둘러 ‘작가의 인격’과 ‘따뜻한 인간미’를 화면에다 결구하는 형식을 취한다.그리고 이 역시 오랜 서예의 길에서 얻어진 묵고적 체험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대학 1년때 화단 데뷔 홍석창문인화는 어릴 때부터 한문학자인 외조부 김병욱으로부터 ‘동몽선습’ ‘고문진보’ ‘통감’을 배우고 집안의 어른이던 영운 김용진을 직접 사사하는가 하면 이후 일중과 여초로부터 본격적으로 글씨를 배워 홍대 1학년때 국전 서예부문 특선으로 화단에 데뷔했다.공무원이던 홍기원씨의 5남1녀중 장남.시골에서 배운 사군자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이당 김은호 청전 이상범 심산 노수현과 월전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가들을 두루 섭렵했고 동양화의 진수인 수묵화에 추상적 형태를 띠기시작한 것은 대학졸업후서양화의 앵포르멜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부터다.‘운필에 역점을 두고 먹을 주로 하는 작업’에 눈을 돌리게되자 비정형적인 것과 구상의 혼합,강열한 채색화를 시도하게 되었고 각체의 필력을 다룰줄 아는 웅장하게 용솟음치는 개혁적 설채를 이룩하게 된 것이다.대학을 졸업하던 해 국립중앙공보관에서 열린 첫번째 개인전에서 ‘완전 전통에서 변화된조형적 해석과 실험성이 가미된 작품세계’로 화단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는 동양화의 진수를 심도있게 공부하기 위해 30세이던 지난 70년,한국인으로는 처음 중국 문화대학 예술대학원에 유학하는가 하면 중국에서활동하던 미술애호가이자 대수장가인 안기와 추사에 대한 연구를 끝내고 돌아오자 ‘용필’쪽에 비중을 실은 일련의 실험적 묵흔작업으로 먹의 깊이와 여운을 살린 추상적 수묵화작업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청대말의 문인화에서 엿볼수 있는 이때의 작품을 관심있게 지켜본 평론가 유홍준은 ‘담백한 무기교의 기교’가 우리 동양화의 특징이라면 ‘기교없이 담담한 그의 성품은 우리 자연과 가장많이 닮아있는 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실제로 그에게 사군자를 배운적이 있는 공평아트센터 김상철 관장도 ‘사군자라는 것이 그러하듯 선생님의 조용하고 낮은 음성은 이러한 수업내용과 썩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작품에 대한 정열은 무한한 반면 성품은 소박하고 소탈하여 어떤 그림을 그려도 재기를 부리지않고 습필 갈필을 혼용하지 않으며 ‘변하지않는듯 변할뿐’ 일신을 꾀하지 않는 것도 홍석창 문인화의 특장이다.가족은 서예가인 정순희씨(수원대 출강)와의 사이에 선아(홍대 대학원) 미림(홍대재학중)자매. 이 시대 드물게 시서화를 겸하면서 그만의 기인기서 기인기화를 지키는 그는 언제부턴가 ‘철학과 인생이 농축된 평담천진의 경지’에 와 있다.화조와 산수에서는 비록 인물의 형상은 보이지 않지만 입의와 조형미가 함축된 조경에서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출하고 노장철학과 미학의 논리로서 서방예술을 앞지르기도 한다.더이상 미의 극치에 탐닉하지 않는 천의무봉의 자세,학문의 연찬에서 오는 격조높은 정신세계만이 임리한 묵을 이룰수 있듯이 그의 ‘묵십지십채색’은 붓길이 닿는 것마다 점이자 선이며 향기로운 여백의 창만이다. 현대적 수묵과 전통적 문인화를 종합한 최상의 명작을 향하여 지금 이 화가는 유창탁발로서 내면의 심서를 무르익게 탄생시키는 가장 눈부신 묵흔의 황금기에 고고하게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연보 ▲1940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61-84년 한국미협회원전 ▲1964년 홍대 미대 동양학과 졸업 ▲1965년 제1회 개인전(국립중앙공보관) ▲1967-71년 신수회전 ▲1971-74년 시공회전 ▲1972년 중국문화대학예술대학원 졸업 ▲1974년 한중합동서화전(중국) ▲1975년 한국미협전 최고상 ▲1975-85년 창조회전출품 ▲1976년 신세계미술관초대 개인전 ▲1976-77년 아세아현대미술전초대 및 한국대표로 참가(일본) ▲1978년 제6회 개인전(동산방화랑 ▲1982·83년 국제현대수묵화연맹전 ▲1985년 제7회 개인전(선화랑초대),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1991년 중앙미술대전·전국휘호대회·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1992·93년 한국화대전 심사위원 ▲1994년 북경 중국미술관 주최 ‘한국화가 홍석창화전(9번째 개인전)’외 국립현대미술관초대 한국화단면전·동양화실경산수전·한국화 오늘과 내일의 전망전·수묵의 형상전·한국화 오늘의 상황전·한국화동향전,한·중 현대수묵화전 등 국내외회원전 1백30여회 출품 홍대 미대 교수·홍대 박물관장·한국미협이사·동방연서회이사·동방현대수묵화회회장·국제현대수묵화연맹 한국지회장·한중미술협회 수석부회장
  • ‘죽음과 광기의 그림자’ 베른하르트 장편 발간

    ◎‘옛 거장들’ ‘비트겐슈타인의 조가’ 2권/단순한 줄거리·화자중심의 독특한 세계/파란만장했던 삶 그대로 작품속에 투영 ‘알프스의 베케트’‘인간 혐오자’ 등으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1931~1989).현대 독일어권 문학을 이야기할 때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그다.그러나 베른하르트는 국내 독자들에게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최근 도서출판 현암사에서 펴낸 베른하르트의 장편소설 ‘옛 거장들’(김연순·박희석 옮김)과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윤선아 옮김)는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압축해 보여주는 대표작들로 관심을 모은다. 베른하르트 문학의 뿌리는 작가의 유년시절과 청소년 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사생아로 태어나 죽음만을 생각하며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그는 2차대전의 참상과 자신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외할아버지의 죽음,그리고 죽음의 문턱을 드나들게 한 폐결핵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그의 작품에 온통 죽음과 질병,고립과 광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베른하르트에게 있어 글쓰기란 자아인식을 통해 자신을 구제하고 치료하기 위한 시도다.그는 삶과 죽음을 대립관계로 보지 않는다.대신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을 통해 삶의 희비극성 내지 인간의 불완전성을 강조한다. “세상엔 찬양할 것도 없고 저주할 것도 고소할 것도 없다.다만 우스꽝스러운 것이 많이 있을 따름이다.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그는 1968년 오스트리아 국가문학상 수상 연설문에서 이같이 밝혔다.이는 곧바로 베른하르트의 문학정신과도 통한다.베른하르트 문학의 또 다른 특징은 서술의 불가능성을 주제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조이스의 작품이나 릴케의 ‘말테의 수기’ 등 현대의 유럽 고전소설에서 종종 볼 수 있듯이 베른하르트의 작품에도 줄거리라고 할만한 것이 없거나 있다해도 간단히 요약될 수 있을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다.베른하르트는 마지막 소설 ‘소멸’에이르기까지 이 창작원칙을 고수한다.자연히 그의 작품에서는 이른바 구성이주는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다.그는 스스로를전형적인 ‘이야기 파괴자’라고 했다.요컨대 베른하르트 문학의 매력은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에 있는것이 아니라 화자의 자기성찰을 통한 언어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베른하르트의 85년작 ‘옛 거장들’의 무대는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사 박물관.소설의 화자인 철학자 아츠바허가 음악평론가인 레거와 만나기로 한 미술사 박물관에 한시간 먼저 가 레거를 몰래 관찰하면서 그전에 레거와 나눴던 대화를 회상하는 내용이다.작가는 레거의 입을 빌어 예술에 대한 우리의 그릇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예술의 ‘거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예술적 속물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예술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다.이 소설은 베른하르트의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이 단락이나 절 또는 장 따위의 구분이 전혀 없어 쉽게 읽히지 않는다.때문에 그의 문학을 이해하려면 언어의 음악성이나 언어가 주는 박진감,특히 호흡이 긴 만연체 문장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는 현대철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논리 철학 논고’를 쓴 오스트리아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조카인 파울 비트겐슈타인과 작가 자신의 운명적인 만남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이 작품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베른하르트는 자신과 파울,그리고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비교하면서 세 사람을 ‘정신적 인간’이라고 부른다.나아가 파울은 광기를 생활화해 미치광이가 되었으며,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광기를 철학화해 철학자가 되었고,자신은 광기를 통제해 작가가 되었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자칫 ‘정신의 감옥’으로 변질될 수 있는 부와 안정을 버리고 치열한 정신적삶의 길을 택한 두 기인을 통해 작가가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은둔…유랑…출가 일본의‘방랑문학’/고대 김충영 교수 연구서 펴내

    ◎사이교 등 대표적 3인 삶과 작품세계 일본 고전문학사에 커다란 자취를 남긴 문인들의 행적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불교적 무상관에서 출발한 은둔생활을 했거나 아예불교에 귀의해 평생을 출가생활로 보낸 사실을 알 수 있다.특히 헤이안(평안)시대 말기부터 중세에 걸쳐서는 전란이 끊이지 않아 불교에 귀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이러한 세태 속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문인들은 시대적 유행처럼 출가의 길로 향했다.일본 고전 문학사의 두드러진 흐름 가운데 하나인 ‘방랑문학’의세계를 본격적으로 고찰한 연구서 ‘일본 고전의 방랑문학’(고려대학교 출판부)가 최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지은이는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김충영 교수. 이 책은 일본 고전문학사상 방랑문학을 대표하는 사이교(서행),제아미(세아미),바쇼(파초) 등 3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다룬다.1118년 호족급의 무사집안에서 태어난 사이교는 표박(표박)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23세때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평생을 떠돌이 생활로 보낸 방랑 문인이었다. 흔히 ‘꽃과 달의 가인’으로 불리는 사이교는 곳곳을 떠돌며 꽃과 달을 소재로 한 수많은 와카(화가)를 읊었다.와카는 5·7·5·7·7의 5구31음을 정형으로 하는 일본 고유의 시.일본 고전문학에 나오는 ‘꽃’이란 말은 대개 ‘벚꽃’을 가리킨다.이것은 중고시대 중기 이후 궁정의귀족들이 매화 대신 벚꽃을 유달리 좋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경향이다. 제아미는 일본 중세의 무로마치(실정) 초기에 활약했던 문인이자 예능인.일본이 자랑하는 전통예능인 노(능)의 대가인 그는 시인이라기 보다는 극작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그는 노의 연기자였을 뿐 아니라 노의 대본인 요쿄쿠(요곡)의 작자였다.제아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도심과 집심 사이에서 갈등하며 방황하는 정신적 유랑자가 많다.한 예로 그의 대표작인 ‘이즈츠(정통)’는 초현실적인 존재를 주인공으로 한 이른바 ‘무겐노(몽환능)’로 오늘날 일본의 노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이즈츠는 대부분의 ‘무겐노’가 그렇듯이 전장과 후장의 이장구성으로 되어있다. 바쇼(1644∼1694)는 5·7·5의 3구 17음으로 운율이 정해진 세계에서 가장 짧은 정형시인 하이쿠(배귀)를 대성시킨 시인이다.일본의 근세를 대표하는 문인 가운데 한 명인 그는 사이교의 행적을 흠모해 일생을 유랑생활로 보냈다.일본의 근세는 일본 문학사상 중세와 근대 사이를 구분해 일컫는 말로 에도시대로도 불린다.바쇼에게 담석증이란 지병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그는 하이쿠가 좋아 방방곳곳을 떠돌며 자연을 읊었다.바쇼는 47세때 교토 북동쪽에 있는 일본 최대의 호수 비와호(비파호)서안에 위치한 가타다(견전) 근처를 여행했다.다음은 이때 남긴 구(귀).[병든 기러기/밤 추위에 떨어져/객지잠인가] 자신을 병든 기러기에 비유한 대목이 늦가을이란 계절의 처량함과 어우러져 객수를 더해준다.
  • 다큐로 보는 영화 시민케인/케이블TV Q채널 연강홀서 다큐축제

    케이블TV 다큐전문 Q채널(25번)은 일반인들에게 영화 다큐멘터리 관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2.23일 서울 종로5가 연강홀에서 ‘Q채널영화다큐 축제’를 연다. 지난 8월 록뮤직과 다큐멘터리의 접목을 시도했던 ‘Q채널 로큐멘터리 축제’로 큰 호응을 얻었던 Q채널로서는 다큐멘터리를 매개체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서는 두번째 마당. 이번 행사에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오손 웰즈.키에슬로브스키 감독 등의 영화와 삶,영화속의 특수효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잉글리쉬 페이션트’ ‘제5원소’ 등 국내외 화제작을 영화와 메이킹 필름으로 동시상영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과 궁금증도 풀어줄 예정. 특히 개막작품인 ‘영화 시민케인의 숨겨진 이야기’(22일 하오1시)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제프리 길모어 감독의 작품. 영화사에 교과서처럼 남아있는 ‘시민케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계와 영화계의 미묘한 대립을 파헤친다.주인공 케인이 당시 언론재벌 윌리엄 허스트를 모델로 했다는 이유로 개봉전부터 FBI까지 개입된 치열한 공방이전개됐었다. 23일 하오 1시부터는 폴란드의 유명 영화감독인 키에슬로브스키가 자신의 목소리로 작품세계를 이야기하는 ‘키에슬로브스키,나의 작품세계’가 상영되며, 같은 날 하오 5시에는 특수효과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속의 환상-특수효과 이야기’도 소개된다. 특수효과를 사용한 최초의 영화 ‘스코틀랜드 메리여왕의 처형’과 최초의 공상과학영화 ‘달나라 여행’ 등을 소개하고 배경장면을 실제연기와 합성하는 특수효과가 언제 시작됐는지도 보여줄 예정. 이밖에 22일에 ▲‘시네마 유럽-영화의 탄생’(하오3시) ▲‘넘버3’ 메이킹필름(하오4시) ▲‘잉글리쉬 페이션트’ 메이킹필름(하오6시) ▲‘잉글리쉬 페이션트’(하오7시) 등이 이어지며,23일에는 ▲‘크리스마스 악몽’ 메이킹필름(하오2시) ▲에니메이션의 세계(하오3시) ▲‘제5원소’(하오7시) 등이 상영된다.문의 700-2522.
  • ‘현대문학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 선집

    ◎과거 환상통해 현대인 재조명 마르케스,보르헤스와 함께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최고의 작가 이탈로 칼비노(1923∼1985).그의 환상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초기 대표작들이 ‘칼비노 선집’(전3권·민음사)으로 단장돼 나왔다.번역문학가 이현경씨가 우리 말로 옮긴 장편소설 ‘반쪼가리 자작’‘나무 위의 남작’‘존재하지 않는 기사’가 그것.칼비노는 10여년에 걸쳐 쓴 이 세 작품을 1960년 한 권으로 묶어 ‘우리의 선조들’이란 제목을 붙였다.현실과 동떨어진 과거 어느 시대,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3부작을 쓰기 시작할 무렵 칼비노는 자신의 창작법인 ‘네오리얼리즘’의 방식으로는 복잡해진 현실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현실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해서 유쾌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거짓처럼 들리고,사색적이고 근심어린 목소리를 사용하면 회색빛으로 슬프게 사라져버리고 말기 때문”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그가 택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 동화같은 환상을 통해,또 선조들을 통해 우리를 되돌아보는 방법이다.그가 보기에 17,18세기 계몽주의 시대는 현대가 이상으로 삼는 수많은 꿈들을 지닌 시대였다. 17세기 말경 터키인과의 전쟁에 참가했다가 터키군의 대포에 맞아 ‘선’과 ‘악’으로 나뉘고 마는 ‘반쪼가리 자작’은 자본주의의 포격으로 이등분된 현대인,나아가 소외되고 분열된 상처입은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한다.또 열두 살에 아버지와의 불화로 나무위로 올라가 일생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작심하는 ‘나무 위의 남작’은 인간에게는 사회의 규범과 관습들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시사한다.갑옷으로만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기사’는 현대인의 고독한 삶의 외면을 반영한다.이처럼 칼비노는 수세기 전 기인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칼비노는 “18세기는 괴짜들의,기인들의 진열장같은 시대였다”고 여겼다.
  • 중·단편으로 만나는 작가 김원일

    ◎66년이후 발표작 57편 묶어 전집발간/‘어둠의 혼’ ‘오늘부는 바람’ 등 5권 소설가 김원일씨(56)가 지난 66년 문단에 오른 이래 발표한 중단편 57편을 한 데 묶어 ‘김원일 중단편전집’(문이당)을 펴냈다.‘어둠의 혼’‘오늘 부는 바람’‘도요새에 관한 명상’‘잃어버린 시간’‘마음의 감옥’ 등 모두 5권.데뷔작 ‘1961·알제리’부터 94년작 ‘믿음의 충돌’까지 작품 발표순으로 정리해 실었다.시대와 역사의 추이에 예민한 촉수를 드리웠던 그의 작품세계는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그는 개별적인 자아탐구에서 민족적 특수성으로서의 역사탐구로,다시 보편성의 추구로 소설의 내용을 심화시킨다. 1권의 표제작인 ‘어둠의 혼’은 작가가 6·25에 대한 관심을 처음으로 내비쳐보인 작품.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적절히 표현했듯이 배고픔이라는 감각적 고통은 슬픔이라는 관념적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따라서 배고픔은 슬픔에 앞서는 것이다.제1기에 속하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그러한 굶주림의 기억을 아프게 간직하고 있는 인물 ‘갑해’다.‘어둠의 혼’은 그 주인공의 시선으로 해방 뒤 빨갱이 짓을 하다 경찰에 잡혀 고통을 겪는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야기다.제2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주목할만한 것은 ‘어둠의 사슬’과 ‘도요새에 관한 명상’이다.이 소설들에는 무엇보다 닫히고 어두운 현실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맞서는 작가정신의 치열함이 살아있다.특히 ‘도요새…’는 인간의 정신생태계의 오염과 자본주의 사회의 성적 타락을 비판한 전지적 작가 시점의 작품으로 환경오염과 통일문제에 대한 작가의 선구자적 의식이 돋보인다.제3기의 대표적 작품인 ‘마음의 감옥’은 보편적 인간형의 완성이라는 주제로 그의 문학세계를 확대한 1인칭 형식의 소설로,4·19세대인 작가 자신의 삶을 객관화한 흔적이 강하다.김원일 문학의 내적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이 전집은 그의 장편소설들에서 놓치기 쉬운 작가의 면모를 발견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 진영선 교수 개인전/독특한 프레스코의 세계

    프레스코 기법,즉 갓 바른 회벽에 수채로 처리하는 그림작업으로 고대 벽화를 새롭게 창출하는데 치중해온 화단의 중진 진영선 교수(고려대)가 5년만의 개인전을 지난 6일부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유나화랑(545­2151)에서 갖고 있다. 지난해 경복궁 국립중앙박물관 고구려실에 고구려 장천1호분 벽화를 실물크기로 재현하기도 했던 진교수는 지난 15년동안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나는 전통적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드러낸 평면과 입체 프레스코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있는 작가.프레스코가 재료와 기법의 난해함 때문에 현대미술에서 널리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교수의 작품세계가 유난히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역사와 작가의 내면세계를 연결하면서 한국사의 맥을 찾아가는 평면과 입체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는게 특징.진교수 나름대로의 시간개념을 작품속에 용해시켜 과거와 현재의 순간들을 보편성 있게 이끌어 결국 관람객들이 현재의 자기자신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근작들이다. 고구려 벽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들을 해체시켜서양의 인물이나 사물과 연결하는 평면작품을 비롯해 입체성이 두드러진 구작품,그리고 0에서부터 99까지 써 0이 ‘생명의 시발’임을 드러내 고대 동양의 음양사상과 현대 수학을 독특하게 연결한 프레스코들이 눈길을 끈다.16일까지.
  • 난해한 박상륭 소설 재조명

    ◎초기작 ‘아겔다마’·70년대 ‘죽음의 한 연구’ 발간/생명사상 근간의 독특한 세계 구축 ‘난해한 작가의 대명사’ 박상륭(57)의 소설이 최근 집중 조명되고 있다.그가 지난 75년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 내놓은 첫 작품 ‘죽음의 한 연구’가 새 판형으로 나온데 이어 초기 작품을 한데 묶은 소설집 ‘아겔다마’가 최근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 발간됐다.이에 앞서 ‘작가세계’ 가을호는 ‘박상륭 특집’을 마련,그동안 변변한 작가론이나 작품론이 없었던 이 작가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작업에 불을 댕겼다. 박상륭의 소설은 고통스런 책읽기를 강요하지만 일단 읽어내기만 하면 그에 값하는 문학적 감동을 준다는게 대체적인 평.63년 단편 ‘아겔다마’로 ‘사상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뙤약볕’‘남도’연작,중편 ‘유리장’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또 70,80년대에는 ‘열명길’과 ‘죽음의 한 연구’,90년대에는 장편연작 ‘칠조어론’ 등을 통해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해갔다.이번에 나온 소설집에는 ‘아겔다마’‘강남견문록’‘담쟁이네 집’‘쿠마장’‘경외전 세편’‘세 변조’‘최판관’ 등 14편의 작품이 실렸다. ‘아겔다마’을 비롯한 박상륭의 초기 작품들은 기독교적 세계관의 소설적 연장이라고 할만큼 기독교적 세계관 내지 기독교 신화의 메타구조를 차용하고 있다.‘아겔다마’에는 유다라는 기독경속의 인물이 직접 나오며 그밖의 소설에서도 우리는 스스로를 세례자라고 부르는 인물들을 심심찮게 만날수 있다.이러한 그의 초기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은 바로 ‘메시아 컴플렉스의 구현’이다.그안에는 대지적 생명력을 염원하는 생명사상이 흐른다.메시아 컴플렉스와 대지적 생명력이라는 조금은 이질적인 원리들이 연금술적인 세계관 안에서 융합·용해되면서 죽음과 재생의 주제를 변주해내고 있는 것이다.문학평론가 김경수씨는 박상륭의 작품세계와 관련,“그의 소설은 풍부한 종교적 인유와 상징,신화적 사유체계를 수용하고 있다.그런 만큼 불교나 기독교의 세계관은 물론 인류학과 비교종교학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성과들을 ‘무장된 시각’으로 접근했을때 그의 작품은 보다 풍부한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고 말한다.
  • 여성 사이버 예술가 3인/뉴욕 멀티미디어 예술제 작품 전시

    ◎최은경·한은미·유현정씨 ‘97서울 니맥스전’ 참가/개성있는 애니메이션·설치작품 기량과시/컴퓨터로 사이버공간 창조 작품세계 선봬 한국의 여성 사이버 예술가 3인이 미국 전위예술 발표의 장으로 유명한 뉴욕 소호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가 주최한 ‘97서울 니맥스(NYMAX)’란 주제의 멀티미디어 예술제에 참가해 독특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예술제는 지난 94년에 이어 두번째로 뉴욕 거주 유럽출신 작가와 뉴욕·한국의 작가들이 참가,영화 비디오상영과 퍼포먼스 설치 사이버아트 전시와 패널토론으로 진행하는 행사.한국측에선 박철수 감독의 영화와 사물놀이 공연,안은미의 무용,김대한의 타악연주,백남준의 퍼포먼스가 참가하고 있는데 이중 특별전시로 최은경(홍익대 회화과 석사과정)·한은미(뉴욕대 컴퓨터아트 박사과정)·유현정(보스톤대 멀티미디어 디자인 박사과정)씨 등 우리 젊은 예술가들이 개성있는 애니메이션과 설치작품을 선보이며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예술제 참가 여성작가 3인은 그동안 국내미술계에선 흔하지 않은 여성 테크놀러지 작가들.주로 컴퓨터를 매체로 고유한 사이버 공간을 창조하고 있는 작품세계로 주목받는 인물들이다. 최은경은 지난 87년 홍익대를 졸업한뒤 10년간 컴퓨터예술에 매달려온 작가.이번 예술제에는 오일페인팅과 디지털기술의 접목을 시도한 ‘가상공간내에서의 그림읽기’를 내놓고 있는데 관람객들을 오일페인팅의 창조과정에 참여시키는 애니메이션 작품이다.관람객이 컴퓨터 앞에 앉아 커서를 움직이는 대로 작가가 미리 입력시킨 오일페인팅 작품이 형성되는 것으로 관람객은 이를 통해 유화의 물질성과 기계적 드로잉의 메카니즘을 동시에 느낄수 있다. 한은미는 사진 비디오 컴퓨터 등 영상매체에 익숙해 있는 작가로 지난 89년부터 91년까지 옛 소련에 살고 있는 한민족의 삶을 카메라로 기록한 이래 주로 다큐멘터리 작품에 치중해오고 있다.최근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를 주제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작품화하고 있는 한씨는 이번에도 백남준 작품들의 이미지를 컴퓨터로 재구성,유리블럭이나 액정화면을 사용한대형 구조물에 붙인 ‘97피드백’이란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유현정은 일관되게 ‘문’을 주제로 관객참여적인 컴퓨터작업에 천착해오고 있는 신예.‘영혼의 문’‘세대의 문’을 발표한데 이어 이번 전시에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제로 한 ‘만남의 문’을 소개하고 있다.관람객이 모니터군을 지나가는 동안 센서의 작용으로 모니터가 켜지고 여러가지 형색의 발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사이버 공간 속의 발과 실제 관람객들의 발들이 독특한 만남을 연출한다. 이번 특별전을 기획한 미술평론가 김홍희씨는 “한국의 젊은 여성작가들의 개성있는 사이버 예술이 전위예술의 본고장에 소개될 수 있어 반갑다”면서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흐름이 된 사이버 예술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인식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슈니츨러 문학세계 재조명 활발

    ◎새달 단막극제·사진전시회·비디오상영 잇따라/오스트리아 출신… 희곡·소설 90편 남겨/대표적인 작품 ‘꿈의 노벨레’ 번역 출간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를 들라면,그것은 단연 아르투어 슈니츨러이다.이 4명의 오스트리아 출신 유명인들은 거의 같은 시기에 태어나 1900년을 전후로 빈의 예술과 학문을 각각 대표한 인물들이다.그중 한 명인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의 작품세계에 대한 조명작업이 최근 국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오는 11월30일까지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소극장에서 슈니츨러 단막극제가 개최되며,11월5일까지 서울 반포동 국립도서관에서는 슈니츨러의 삶과 문학세계를 보여주는 사진전시회와 비디오 상영행사가 열린다.이와 함께 슈니츨러의 대표적 소설인 ‘꿈의 노벨레’(백종유 옮김)가 때맞춰 문학과지성사에서 번역돼 나와 관심을 더해준다. 오스트리아 빈 상류사회의 의사 집안에서 태어난 슈니츨러는 1895년 연극 ‘연애장난’의 성공으로 극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그의 희곡작품은 ‘윤무’‘외로운 길’‘드넓은 세상’‘베른하르디 교수’‘등 30여편.특히 ‘윤무’는 베를린에서 무삭제로 공연돼 외설시비에 휘말리기도 한 작품이다.소설로는 독일어권 문학에서는 최초의 내적 독백소설로 꼽히는 ‘구스틀 소위’를 비롯,‘자유에로의 길’‘엘제 아씨’‘꿈의 노벨라’‘회색빛 아침속의 유희’ 등 60여편의 장·단편이 있다.슈니츨러 문학의 주제는 황금빛 에로스와 어두운 죽음의 이중주로 요약된다. 이번에 소개된 ‘꿈의 노벨레’는 슈니츨러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제목으로 쓰인 ‘노벨레(novelle)’라는 말은 괴테의 정의에 따르면 ‘듣도보도 못한 진기한 이야기’를 뜻한다.소설의 주인공은 부부다.남편은 현실적인 세계에서,아내는 꿈속에서 에로스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독특한 상황설정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부부의 감추어진 욕망,아니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다시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프로이트의 자연과학적인 결정론에서 벌거벗은 육체를 재확인하고,민망해 얼굴을 돌리고 싶은 바로 그 지점에서 슈니츨러의 문학은 시작된다. 슈니츨러는 1933년 나치의 등장과 함께 오랫동안 잊혀진 작가로 남아 있었다.그의 문학은 나치가 들어서면서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출판과 배포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슈니츨러의 문학은 1945년 이후 이른바 ‘슈니츨러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지며 독자와 학계로부터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일찌기 슈니츨러 문학의 진가를 알아본 프로이트는 그를 ‘심층심리의 탐구자’로 높이 평가했다.그러나 프로이트가 지적한 것처럼 슈니츨러 문학에 인간의 심리를 ‘생체해부’하는 것같은 생동감이 있다면,그 주인공은 슈니츨러가 아니라 바로 독자 또는 관객의 내면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에 열리는 슈니츨러 단막극제에서는 슈니츨러 문학의 역동적인 세계를 그대로 호흡할 수 있다.공연작품은 ‘1시30분’‘12월31일 밤’‘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순간’ 등 3편.모두 엇갈린 사랑의 이야기다.슈니츨러는 자유 문필가로서 성공을 거두어 경제적 부를 얻었지만 도박과 낭비벽이 심했으며,의과대학 시절부터 시작된 여성편력은 말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지속됐다.그의 여성편력은 카사노바의 환락과 모함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과 같았다.그는 이처럼 병적인 삶의 소유자였다.하지만 그는 자신의 병든 삶에 대해 마치 정신과 의사와도 같은 태도로 스스로 진단하고 기록했다.슈니츨러는 죽음을 맞기 전까지 52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이러한 철저한 자기진단과 성찰은 그의 문학의 비옥한 토양이 됐다.
  • 원로작가 전혁림 화백 3년만에 개인전… 오늘부터 선화랑

    ◎민화적 소재로 민족 고유정신 재현/한국적 구도·서양모더니즘 형식주의 조화/700호 ‘군무’ 등 30여점… 60년 화업결산 민화적 소재를 바탕으로 우리민족의 고유한 정신을 되살리는 작업에 일관되게 치중해오고 있는 원로작가 전혁림 화백(82).노익장을 과시하는 근작전을 21일부터 11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734­0458)에서 갖는다. 지난 94년 이후 3년만에 갖는 이번 개인전은 지난 7월 경남 통영에 새롭게 작업실을 마련한 뒤 기념으로 마련한 전시로 작가의 60년 화업의 결산 성격을 띠는 남다른 자리이기도 하다. 전화백은 지금까지 가건물에서 기거하며 작업해 왔으나 2동짜리 작업실이 완공돼 여기에서 새로운 작품세계에 빠져들며 작업에 열중해 있다.이 작업실은 미술관 성격을 갖고있어 소품부터 대작까지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을 갖추고 있고 도자기를 굽는 가마까지 설치될 예정이다.국내 최고령 현역화가인 전씨는 이곳에서 뜻밖에 실험적인 설치작품을 낳을 구상까지도 하고 있다. 전화백의 작품은 민화적인 소재와 자연대상들을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시켜 한국적 구도와 서양모더니즘 형식주의를 조화시키고 있는게 특징.구도면에서 우리 정서의 평화로움과 환상적인 동심의 세계를 느낄수 있고 색채에서는 청색과 홍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면서 황·백·흑색 등 강렬한 원색들이 주로 등장해 우리민족의 보편적인 미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특히 색채대비를 통해 지성과 감성의 조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근작 30여점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작들은 기존 작품들과 전체적으론 비슷한 구조와 색채를 보여주면서 더욱 정리되고 시각적으로 부드러워졌다.글자형태를 그림속에 녹아내면서 한국의 전통을 현대화한 반추상작품들로 작가는 스스로의 눈을 통해 추구한 우리 전통회화의 동시성과 영원성을 화면에 깊이 담아내고 있다. 10∼50호 크기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700호짜리 ‘군무’,150호짜리 ‘둥근창’을 비롯해 100호이상 대작도 5점이 들어 있다.‘실패’ ‘태극무늬’ ‘연’ ‘단청으로부터’ 등 우리 색채가 완연한 것들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색면추상’ ‘아침바다’ ‘호수’ 등 예의 한국적인 평화로움과 함께 서양 구성주의 화면을 종합적으로 엿볼수 있게 하는 작품들이 출품되는 것. “어설픈 이식문화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을 거부한다”는 작가가 피어낸 가을하늘처럼 청명한 화폭이 오랜만에 그의 그림벗들과 만나게 된다.
  • ‘문학의 바다’에서 가을을 읽어요

    □숲속의 빈터 ­유명시인의 작품 감상 기회 ­자작시·감상문도 게재 가능 □사이버 텍스트 ­문학작품·비평서적 등 소개 ­릴레이·끼어들기 소설 특이 □한누리의 세계 ­문학지망생의 자작품 홈페이지 ­추억어린 개인 사진첩 코너도 깊어가는 가을,뭇사람들이 문학작품 하나쯤 읽고싶어지는 때에 ‘정보의 바다’ 인터넷은 훌륭한 벗일수 있다. 인터넷은 책을 얻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고 신작을 소개하는 안내자역할도 한다.창작의욕을 불태우는 이들에겐 자작품을 선보이는 무대가 되며 실험적인 창작의 발표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도 유명·무명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나 동호회 홈페이지 등 이미 많은 문학관련 사이트들이 개설돼 있다.사이버 서점이나 출판사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 ‘숲속의 빈터’(http://frdm.kaeri.re.kr/think.html)는 유명시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 사이트.‘시를 써 보자’코너를 통해 네티즌들의 자작시도 게재할 수 있고 서로의 시에 대한 감상문도 올릴수 있다.멀티미디어 매체라는 특징을 살려 시 감상을 음악과 더불어 할 수 있는 코너를 마련중이다. ‘사이버 텍스트’ 홈페이지(http://www.shinbiro.com/@novel/home.htm0)는 한 소설 동호회의 홈페이지로 새로 나온 문학작품이나 비평서 등을 소개하거나 회원들의 비평을 실어 가을밤을 보내기 위해 한권의 책을 찾는 이들이 선택의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짧거나 긴 소설’코너에선 회원들의 자작 소설이 실린다. 특히 이 홈페이지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실험적 창작을 할 수 있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눈길을 끈다.한 작가가 쓴 이야기를 받아 다른 작가가 다음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의 릴레이 소설을 비롯,애당초 공동작업으로 이뤄지는 협업소설,아무나 중간에 끼어들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끼어들기 소설 등은 컴퓨터 통신 때문에 쉽게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방식이다. 남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기 작품을 담은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는 것도 네티즌다운 가을나기일 것이다. ‘한누리의 세계’(http://www.chollian.net/~hannoory)는 한 문학지망생이 만든 자작품 소개 홈페이지.시·소설·수필 등 다양한 장르의 자작품 이외에 자신의 추억이 어린 사진첩 코너도 별도로 마련했다. 이밖에 유명작가의 작품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으로 소설가 한강,이진우,김영관 등의 개인 홈페이지가 있으며 시인 이현옥,김인경 등도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 노벨문학상 수상 다리오 포의 작품세계·생애

    ◎정치 부패상 통렬히 풍자 이탈리아의 극작가 겸 배우인 다리오 포는 1926년 이탈리아의 라고 마지오레의 해안마을 산지아노에서 태어났다.사회 선동가로 급진적인 작품경향을 보이기도 한 포는 소규모 캬바레와 극장을 위한 레뷔(revue),곧 시사풍자극을 제작하면서 연극과 인연을 맺었다.이탈리아 작가로는 6번째 노밸문학상 수상자가 된 포는 1954년 연극배우이자 작가인 프랑카 라메와 결혼했다.5년후인 1959년에는 부인과 함께 ‘다리오 포­프랑카 라메’ 극단을 설립했다.텔레비전 연예물인 ‘칸초니시마’에서 유머 넘치는 촌극을 선보임으로써 그들은 이내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들은 점차 일종의 정치적 선동·선전극을 발표했다.그중에는 때로는 신성모독적이며 외설적인 것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그들의 작품은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통에 뿌리내리고 있으며 포가 이야기하는 이른바 ‘비공식적 좌익사상’과도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특히 20세기의 중요한 극작가들인 마야코프스키나 브레히트 등은 그에게 커다란 지적 자극을 주었다. 1968년 포와 라마는 이탈리아 공산당과 연합해 또다른 연극단체인 ‘누오바 스케나’를 결성했다.그들은 그뒤 1970년 공동체 집단극장을 설립하면서 공장·공원·체육관 등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순회공연을 갖기 시작했다.포의 대표작으로는 ‘미스테로 부포’‘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낼 수도 없고 내지도 않겠다’ 등을 꼽을수 있다.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1970)이다.극의 배경은 밀라노 경찰서.도시의 폭탄테러 사건에 대해 신문받던 한 정치적 행동주의자인 주인공은 창문에서 떨어져 죽는다.그 죽음은 당시 이탈리아 정부의 부패상에 대한 더없이 강렬한 풍자로 읽힌다.이 작품은 국내에서는 극단 산울림 등에서 장기 공연됐다. 연기자로서 포는 1인극 ‘우스꽝스러운 비밀’(1873) 공연을 통해 놀라운 솜씨를 보여줬다.이 극은 중세 신비극에 뿌리를 둔 것이지만 전형적인 현대의 내용을 담고 있어 관객의 관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수 있다.포는 최근들어 몇몇 작품들을 통해 여성문제를 집중적으로다뤄왔다.최근작 ‘얼간이들과 함께 하는 악마’는 귀신에 씌인 여인과 질투심 많은 판관을 주인공으로 한 르네상스풍의 진지한 풍자극으로 주목을 끌었다.한편 포는 해학성을 겸비한 예리한 정치비판 희곡으로 명성을 얻고 있지만 그동안 비평가들에 의해 수상후보로조차 거론되지 못했다.그에게 노벨문학상이 돌아간 것은 의외라는 평이다.
  • ‘파격의 화가’ 김호득 초대전/3개 화랑서 동시에 열려

    ◎24일부터 새달 11일까지 흔히 ‘파격의 화가’로 불리는 중견 한국화가 김호득씨 초대전이 24일부터 서울 금호미술관(10월5일까지,720­5114)과 아트스페이스서울(10월11일까지,737­8305),학고재화랑(10월11일까지,739­4937)에서 동시에 열린다. 김화백은 끊임없이 실험성 강한 수묵작업을 선보이면서도 일관되게 동양정신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전통적인 수묵화에 대한 변형과 일탈적인 작품 분위기로 인해 ‘저항성 강한 작가’ 혹은 ‘동양화단의 이단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오히려 파격적인 작품속에 담긴 ‘동양정신에의 회귀’주제가 더욱 강렬한 작품세계를 인정받고 있는 경향이다. 이번 초대전은 지난 30년간의 작업을 결산하는 동시에 새 작품경향을 소개하는 자리.초기이후 변함없이 맥을 이어온 산과 계곡,풍경 등 산수 작품과 함께 90년대 이후 치중했던 파격이 두드러진 산수,그리고 최근들어 유연성이 눈에 띄는 새로운 경향의 선과 구도를 보이는 작품 등 김화백의 작품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 ‘파격’에 담은 50년 예술세계/이승택씨 초대전

    ◎24일까지 문예진흥원 파격적인 조각 등 전위성 강한 작업에 치중하고 있는 원로작가 이승택씨 초대전이 1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제2전시장(760­4534)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문예진흥원이 올해부터 신설한 기획초대전의 첫 행사로 지난 50년간 실험작품으로 일관한 이씨의 독창성 강한 예술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문예진흥원측이 전시 경비 전액과 제작비 일부를 지원했다. 이씨는 고유의 전통 미의식을 실험적인 조형형식으로 연결하는 작가.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동상과 서울 남산의 백범 김구 선생 동상을 제작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70여건의 동상제작에 참여했다.‘반개념’과 ‘비조각’,‘탈물질’로 집약되는 이씨의 작품세계는 회화 조각 오브제 설치 퍼포먼스 대지예술 등 다양한 양식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어법으로 기존 미술을 해체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지난 56년 제2회 국전에서 1개의 조각대 위에 2개의 작품을 올려놓기를 시도해 출품이 제지당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는 환경과 생태계 문제를다룬 대형 설치작품과 최근의 오브제작업,그리고 미공개 작품을 포함해 지금까지 해왔던 실험작업을 대형 사진작업으로 다시 제작한 작품들을 내놓는다.
  • 시인 ‘백석’문학 총체적 복원/실천문학사 전집 발간

    ◎해방뒤 북 귀향… 88년 작품 해금/향토성 짙은 시·소설·평론 망라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가즈랑집은 고개 밑의/산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즘생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닭 개 즘생을 못놓는/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 산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네우림을 생각하고/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 한다…〉 한국 근대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재북시인’ 백석의 ‘가즈랑집’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향토적인 시어로 우리 민족의 원형적인 삶의 모습을 노래한 백석.그동안 냉전이데롤로기에 묻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했던 백석 시인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최근 활기를 띠고 있다.백석의 문학작품을 소개한 책으로는 지난 87년 시인 이동순씨가 펴낸 ‘백석시전집’(창작과비평사)이 처음.지난해에는 시집 ‘여우난골족’(솔)이 출간됐으며 올해 들어서는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시와사회)가 잇따라 나왔다.이와 함께 최근 실천문학사에서 ‘백석전집’을 펴냄에 따라 백석에 대한 관심은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다. 백석은 본명이 백기행으로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다.1935년 시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백석은 관서지방 방언을 잘 살린 첫 시집 ‘사슴’(1936년)으로 일제하 지식인과 문인들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그러나 백석은 45년 광복이후 신의주를 통해 귀향,북에서 시작활동을 해왔다.때문에 그는 88년 정부의 납·월북작가 작품에 대한 해금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잊혀진 시인’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자인 김재용씨가 엮은 ‘백석전집’은 시는 물론 소설,동화시,평론과 정론까지 망라해 백석문학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특히 그동안 나온 책들이 대부분 해방전 작품만을 대상으로 한 것과는 달리 이 전집은 해방후의 작품까지 싣고있어 주목된다. 백석 문학의 특징중 하나는 민속적 세계를 즐겨 다루고 있다는 점.백석의 작품세계에 대해 김씨는 “‘여우난골족’이나 ‘고야’등의 작품에서 보듯 백석의 시들은 단순한 동심의 세계가 아니라 전근대적인 공동체의 생활리듬속에서 느끼는 공동체적 연대와 우주적 합일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고 평했다.또한 백석의 방언사용과 관련,그는 “일차적으로는 표준어에 대한 저항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근대의 중앙집권화와 물신화에 대항해 인간의 진정한 삶을 모색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광복직후 남북현실에 대해 특히 비판적이었던 백석은 당시 복잡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매우 미묘한 위치에 서게 됐다.그는 분단이후 북쪽에서 시보다는 동화시를 주로 썼다.전후 해빙기에 자신의 문학관을 강하게 주장하다가 부르주아 잔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작품활동이 위축됐던 백석은 58년 숙청돼 국영협동조합의 축산반에서 일하게 됐다.이 시기에 그는 다시 시작활동을 시작했지만 62년 10월 북한의 문화계 전반에 내려진 복고주의에 대한 비판과 관련,일체의창작활동을 중단했다.
  • ‘서양화 100인 초대전’ 개막/서울갤러리서/서울신문사 주최

    ◎중견·원로작가 소품 선보여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97 서양화 100인 초대전’이 2일 하오 5시 서울 중구 태평로1가 서울신문사내 서울갤러리에서 개막됐다. 이 초대전은 유명 작가들의 소품을 통해 미술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여왔다는 평을 들으며 미술인 뿐만 아니라 일반 미술애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자리. 올해는 우리 서양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40대 이상 중견작가들로부터 완숙한 작품세계를 지닌 원로작가까지 100명이 6호이하 소품 각 1점씩을 선보인다.사실주의 화풍을 비롯해 특정 계파나 계열에 얽매이지 않는 폭넓은 양식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개막식에는 손주환 서울신문 사장을 비롯해 송태호 문화체육부장관,이종덕 예술의 전당 사장,최만인 국립현대미술관장,이두식 한국미술협회 이사장,미술평론가 이귀열씨 등 각계 인사와 미술인,원로작가 이종무 김서봉씨 등 출품작가들이 참석했다.
  • 위대한 예술가 커플의…/휘트니 채드윅 등 지음(화제의 책)

    ◎예술가 10쌍 삶과 작품세계 다룬 에세이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 10쌍의 삶과 작품세계를 ‘동반자 관계’에 초점을 맞춰 다룬 에세이.흔히 예술가 커플의 경우 오직 한 사람만이 ‘천재’가 될 수 있었고 그 몫은 대개 남성들의 것이었다.또 여성에 의한 모든 경쟁적 창작행위는 남성의 그늘 밑에서 평가절하되곤 했다.한 문화적 영웅과 불만에 찬 아내라고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와 클라라 말로의 경우는 그 전형적인 사례다.비록 2류작가로 치부될지언정 남자천재를 만들어낸 공헌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클라라는 결국 불만에 찬 아내라는 악명높은 인물로 평가되어야만 했다. 또하나 흥미로은 대목은 버지니아 울프와 빅토리아 색빌­웨스트,영국의 여성화가이자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인 바네사 벨과 던컨 그랜트의 관계다.버지니아 울프에게는 이미 헌신적인 보호자인 남편 레너드 울프가 있었다.하지만 그녀의 창작열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영향에 힘입어 더욱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한편 동성애적이고 여성적인 ‘블룸즈버리 그룹’의 분위기를 배경으로 모든 사회적 제약과 인습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예술혼을 펼친 바네사 벨과 던컨 그랜트의 비전통적인 동반자 관계는 정서적 차이를 뛰어넘는 공감을 준다.로베르 들로네·앙드레 슈바르츠­바르트·잭슨 폴록의 부부이야기,대시얼 해멧과 릴리언 헬만·아나이스 닌과 헨리 밀러·카미유 클로델과 오귀스트 로댕·막스 에른스트와 레오노라 캐링턴 등의 일화도 실렸다.최순희 옮김 푸른숲 7천원.
  • 중국 현대문학의 세계/중국 현대문학학회 엮음(화제의 책)

    ◎중국 현대소설가들의 작품세계 고찰 중국 현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생애와 사상,작품세계를 고찰한 연구서.중국의 문예계는 지난 79년 중공정부가 문호개방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른바 신시기에 들어서면서 사상해방과 창작의 자유를 누리게 됐다.이념문학과는 상반되는 ‘반사문학’이 쏟아져 나왔으며 자본주의 사회의 독소로 금기되었던 서방의 문예이론과 창작방법이 밀려 들어왔다.몽롱시,의식류 소설,신조소설,심근소설,황탄소설,마환소설 등의 이름으로 모더니즘 문학작품이 문단에 범람했다.이 책에서는 이러한 중국 현대문학의 다양한 흐름을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살핀다. 먼저 중국 현대문학사의 신화적인 존재인 노신의 문학세계를 집중 조명한다.모택동은 노신을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이라고 불렀다.그 이후 노신은 문학가·사상가·혁명가로서 ‘모순없는 통일’을 이룬 인물로 간주되기 시작했으며 모택동주의의 문학적 상징이 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점은 노신의 소설과 초기 산문의 정신을 크게 왜곡했다는게 이 책의 입장이다.노신의 첫 현대소설 작품인 ‘광인일기’에서부터 노자의 출관전설을 제재로 한 ‘관문 밖으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분석했다.이밖에 낭만서정파로 불리는 창조사의 대표작가 욱달부,‘농촌3부작’의 작가 모순,‘격류3부작’을 쓴 파금,‘변신하는 인형’이라는 상징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린 왕몽,관추체라는 특유의 이야기 방식을 낳은 풍자작가 전종서 등의 작품세계를 다룬다. 현암사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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