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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太古와의 대화’ 글씨에 오롯이…/ 김광업 ‘문자반야의 세계’전

    한국 서예사에서 근현대는 사숙을 통한 기법중심의 도제식 교육과 공모전이 지배한 시대다.공모전은 전문적인 서예가 집단을 만들어내며 한국 서단을 이끌어 왔지만 늘 심사의 부작용과 작품의 질 문제가 뒤따랐다.그것은 특히 국전심사가 몇 사람에게만 독점되면서 노골화됐다.이 공모전 시대에 작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란 공모전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측에 순응하거나,아니면 극단적으로 저항하면서 자기 세력을 넓혀가는 것 뿐이었다. 운여(雲如) 김광업(1906∼1976)은 이런 시대의 한복판에서 제3자적 입장의 ‘마이 웨이’를 고수한 서예가이자 전각가,화가였다.그렇기에 그의 작가적 개성은 ‘공모전의 무덤’에 묻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일부터 7월13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는 ‘운여 김광업의 문자반야(文字般若)의 세계’전은 베일에 가린 운여의 방대한 작품세계를 전면 재조명하는 자리다.은ㆍ주시대의 금문(金文)과 갑골문,진ㆍ한시대의 와전문,해서와 행·초서,대자서(大字書)와 파체서(破體書),전각등 각 장르의 작품들이 250여점의 자료와 함께 전시된다. ●갑골·금문·전각등 250점 재조명 운여는 애초부터 글씨로 세속적인 부와 명예를 얻으려고 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본업이 안과의사로,생활에 여유가 있기도 했지만 글씨를 그 자체로 즐겼다.그에게 있어 글씨란 ‘오심재태고(吾心在太古)’란 말처럼 역사와 대화하고 태고의 마음을 건져 올리는 통로였다. 운여의 글씨는 시류와는 거리가 멀다.생경한 인상의 그의 글씨는,공모전이나 사숙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것과는 획질이나 결구부터 다르다.전서를 비백(飛白)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행서의 필획으로 구사하는가하면,해서와 행서의 경우 잘라내도 좋을만큼 필획을 지나치게 길게 늘인다.그런가하면 한 화면에 전서,예서와 전각의 장법(章法)이 섞여 등장하기도 한다. ●석정스님과 교유… 불교관련 작품 많아 서울 영락교회 장로였던 운여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시대의 선지식이자 불화의 1인자로 꼽히는 부산 선주산방의 불모(佛母) 석정스님과 유달리 가까웠다.두 사람은 석정이 없었다면 운여가없었고 운여가 없었다면 석정이 없었다고 할 만큼 나이와 종교를 뛰어넘어 각별한 교분을 나눴다.이들은 운여가 197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작고할 때까지 20년에 걸쳐 서로의 작품에 대한 눈밝은 비평가 구실을 했다.이번에 선보이는 ‘운수유유(雲水悠悠)’는 둘 사이에 오간 편지 봉투에 쓴 작품.이밖에 ‘원상(圓相)’‘입불이문(入不二門)’‘범정탈락 성의개공(凡情脫落 聖意皆空)’‘천상천하 유아독존’등 불교와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 운여의 전각세계는 매우 특이하다.그의 전각예술은 상식을 깨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그는 대추나무,대나무 뿌리,돌 등 재료에 구애받지 않고 닥치는대로 새겼다.전각하면 보통 정방형을 떠올리기 쉽지만 운여는 둥글면 둥근대로 모나면 모난대로 각재의 인면(印面)에 글자를 집어넣었다.그렇게 평생 새긴 각이 몇 가마니는 족히 될 만큼 그는 전각예술에 심취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세속사에 담담하면서도 언제나 세상을 너그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던 운여의 서격(書格)뿐만 아니라 인격까지도 접할 수 있다.(02)580-1511. 김종면기자 jmkim@
  • “내년엔 ‘바람의 나라’ 마무리”/ 순정만화의 지평 넓힌 김진씨

    85년 김진(사진·43)의 ‘별의 초상’이 등장하자 당시 순정만화계는 일순 긴장했다.신인급 작가였던 김진이 감히 당시의 ‘대세’였던 ‘서구풍 러브로망’을 거부하고,공주도 혁명영웅도 아닌 무기력한 한국 대학생 윤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학점,연애 등 삶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는 윤하는 혁명과 권모술수,출생의 비밀과 애증이 얽힌 남녀관계가 난무하던 당시 순정만화계에서,늑대무리 속의 양만큼이나 거슬려 보였다. 그러나 순정만화팬들은 학생과 사회인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서있는 윤하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고,잇따라 나온 ‘노랑나비같이’(86년),‘1815…’(87년)에 열광했다.김진의 출현은 그처럼 화려했다. 그는 현재 92년 잡지 ‘댕기’에서 연재를 시작한,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서사물 ‘바람의 나라’에 11년째 매달리고 있다.‘책임감 강한 작가’(만화가 김기혜 표현)라는 평에 걸맞게 자신의 작품에 남다른 집착을 보인다.“바람의 나라를 내년까진 끝내고 SF물 ‘푸른 포에닉스’를 마무리해야죠.이것도 한 10년은 족히 잡아야될 것 같네요.” 김진의 작품세계들을 거칠게 뭉뚱그리면 ‘작은 행복,큰 슬픔’ 정도가 된다.그의 인물들은 ‘레모네이드처럼’ 연작에서 보듯 시야를 좁게 가지면 ‘자기만의 성(城)’ 안에서는 소소하게나마 행복해질 수 있지만,‘바람의 나라’나 ‘1815…’처럼 역사나 사회 등 ‘탈(脫) 개인’의 문제에 도달하면 망망대해의 돛단배처럼 무력해진다. 김진은 한국 순정만화계에서 이정표적인 위치에 있는 작가다.다른 순정만화들과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만화어법이나 소재를 도입해 장르의 한계선을 크게 넓혔고,난해한 심리묘사에 천착해도 팬들에게 성공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장르의 코드라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 의사소통 약속의 주도권을 작가 쪽에 한껏 끌어당긴 욕심 많은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여전히 남는다.김진의 인물들은 언제나 개인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행복을 추구한다.따라서 그들은 시야의 폭에 따라 ‘작은 행복과 큰 슬픔’사이를 진자운동할 뿐이다.일부 팬들이 “데뷔 초기 실험성이 사라진 거장의 자기복제일 뿐”이라고 혹평할 정도. 개인이 소속된 시대나 사회 등과 무관하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김진의 인물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시야만 좁게 가진다면 아마도 ‘사랑’이라는 방법으로.그러나 그것을 김진의 한계라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그것은 순정만화라는 장르의 한계처럼 보인다. 채수범기자
  • 책 /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나카노 교코 지음 / 김성기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500마르크짜리 독일 지폐를 장식하는 여성 곤충화가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1647∼1717).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신으로 곤충과 식물의 생태를 생생한 동판화로 옮겨 동시대 지성들에게 학문적·예술적 영감을 던진 주인공이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나카노 교코 지음,김성기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는 독문학을 전공한 일본인 여류작가가 메리안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묶어 담은 책이다. ●獨지폐 주인공 곤충화가 메리안 일대기 여성인권을 기대할 수 없었던 바로크 시대를 살았어도 메리안의 학문적 업적은 지대했다.그럼에도 그의 생애와 작품에 관한 연구작업은 독일 본국에서조차도 체계화되지 못한 게 사실.그가 여성이었기에 재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한 지은이는,현대곤충도감의 원형을 일군 메리안의 작품세계와 열정을 애정 가득한 시선으로 복원해냈다. 책의 출발은 한편의 성장소설같다.동판화 제작자이자 출판업자인 아버지를 뒀지만 후처의 딸이란 이유로 이복 피붙이들에게 무던히도 냉대당하며 유년을 보냈다.그에게 곤충 관찰은 외로움을 달래는 도피구였다.13세 무렵, 당시 그의 고향에는 양잠업이 성행하고 있었고 우연히 발견한 누에의 변태과정을 스케치했다.곤충의 극적인 형태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하고픈 강한 잠재욕구를 스스로 발견한 건 그때였다. 책은 한 여인의 비범한 인생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착실히 재생해낸다.18세에 결혼해 바람둥이 남편에게 시달리다 이혼에 이르는 등 아픈 개인사를 지나서야 비로소 메리안은 ‘천직’에 몰두할 수 있었다.두 딸과 함께 출판공방을 열어 곤충생태 연구를 본격화하고 사회명사들과도 적극 접촉해 나갔다. 저 유명한 동판화집 ‘수리남 곤충의 변태’를 쓴 것은 57세이던 1705년의 일.52세의 늦은 나이에 단신으로 남아메리카 수리남 정글로 들어가 수백점의 생태스케치와 표본을 만들어,답보상태에 빠진 당시 유럽 곤충학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새를 공격하는 타란툴라 거미,제비 알을 삼키기 직전의 보아뱀 등 정글의 생존법칙을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한 그림으로 재현한 것이다.애벌레의 몸속구조를 정밀묘사한 그림들은 첨단기술을 동원한 현대의 사진자료만큼이나 사실적이다. ●사진만큼 사실적… 현대 곤충도감 원형 메리안의 이름을 따서 학명이 붙여진 생물은 무려 17종.나비 9종,풍뎅이 2종,식물 6종 등이다.‘곤충학자’로도 손색없었지만,그는 누가 뭐래도 바로크시대를 대표한 동판화가였다.그의 그림은 지금까지도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대표적 곤충도감인 ‘수리남 곤충의 변태’는 해마다 경매가가 갑절로 뛰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왜 예술사가들은 그의 이름을 한줌 고민도 없이 회화사의 계보에서 빼버렸을까.예술사의 편견을 향해서도 책은 따끔하게 일침을 날린다.1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
  • 명망가 위주 소설출판 벽 허문다 / 인문학 전문 출판사 ‘소명’ 소설집 3권 펴내

    150여종의 인문학 관련 서적만을 외곬으로 펴내온 소명출판사가 처음으로 소설 3권을 펴냈다.출판사가 문학 관련 책을 내는 게 새삼스러운 얘기는 아니다.하지만 소명출판사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소설 출판의 벽을 낮추거나 허물려는 의지가 담겼기 때문. 박성모(사진·41) 대표는 “소설 출판에는 명망가 위주의 출판과 상업주의라는 두 가지 벽이 존재하는데,이런 풍토에서는 신인이나 등단 뒤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 지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만들어보려고 나름의 성격에 맞는 소설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물론 상업적인 성공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고민의 산물로 나온 게 80년대 노동운동 현장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정혜주의 ‘내 안의 불빛’을 비롯,99년 문학동네에 중편으로 등단한 도태우의 ‘디오니소스의 죽음’,늦깎이 작가 김정주의 ‘을를에 관한 소묘’등 세권이다.첫 작품집인 만큼 작가들 이름이 낯설 수밖에 없다.하지만 그들의 작품세계는 문학적 기초가 탄탄하다. ●‘내 안의 불빛’ 노동운동에 헌신하던 작가가 ‘한백’이란 가명으로 88년 발표한 ‘동지와 함께’를 포함해 지식인과 노동자의 관계를 탐색하는 세편의 중편 모음집.‘강·섬·배’는 새로운 세기를 운운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모색하는 시대에 오히려 굼벵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80년대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작가는 당시를 ‘쓰라린 자부심’의 시대라고 결론짓는다.‘영만이’는 노동자의 변신과정을 통해 지식인의 부채의식을 벗어난,있는 그대로의 노동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옮기고 있다. ●‘디오니소스의 죽음’ 신화와 현실을 오가는 상상력의 틀 속에 음악을 향한 열정으로 생을 불태우는 로커 ‘권’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음모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표제작 등 네편의 중단편을 모았다.작가는 ‘발루아의 환영’‘테에베 통신’‘판팔루스 판포스’ 등에서 현실에서 문학,나아가 예술과 종교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있다.작가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자신의 영혼을 불태우면서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소수‘광인’들의 힘으로살고 있다. ●‘을를에 관한 소묘’ 탑골 공원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 인간 군상을 묘사하면서 삶의 공허함을 이야기한 표제작 외 세편을 실었다.현실과 유리된 채 인식론에 안주한 여성과 재봉질에 매달려 욕망에만 안주하는 다른 여성을 통해 생의 풍속도를 압축한 ‘알 수 없는 문’을 비롯,‘잃어버린 방’‘수면 아래 저편’등에서 녹록지 않은 솜씨를 자랑한다. 모두 어느 한 경향으로는 아우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작품과 작가들이다.하지만 이들이 기존의 문학물 출판 관행으로는 좀처럼 빛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그리고 그들의 결실이 낳은 ‘못자리’에는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탄탄하게 키워온 글솜씨가 깔려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아니시 카푸어 조각전 / 虛공간 實공간 그 조화의 세계

    거대한 스테인리스 스틸 원반.그 매끄러운 은빛 표면 앞에 서면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 같다.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 속 이미지는 어지럽게 일그러지고 요동을 친다.작품과 환경과의 기기묘묘한 조응…. 인도 출신 조각가 아니시 카푸어(49)의 작품 ‘무제 2003’은 ‘뒤집어진 세상’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카푸어는 물질을 물질로만 바라봤던 기존의 오브제 작업을 넘어선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속성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속성까지도 오브제 자체에서 드러나게 한다.요컨대 허공간과 실공간을 함께 보여주며 그 상호관계를 더듬어 가는 것이다.그의 작품이 착시를 일으키며 ‘요술’을 부리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아니시 카푸어’전은 이같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보여준다. 카푸어는 1970년대 초 고국인 인도를 떠나 영국 런던에 정착한 뒤 지금까지 그곳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브론즈·사암·대리석·석판·유리섬유 등 다양한 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다. 자신의 작품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길 꺼리는 그는 “의미를 앞세워 작업하는 게 아니라,작업하다 보면 의미가 저절로 생겨난다.”며 느끼는 그대로 봐줄 것을 당부한다.전시는 29일까지.(02)735-8449. 김종면기자
  • “한국·멕시코 문화 이해할 다리 놓자”움베르토 구스만등 멕시코 대표작가 4인 내한

    “문화 교류는 상호인지 작업의 하나로 매우 중요합니다.저희 임무는 멕시코 문학을 한국에 알리는 것입니다.한국은 국제적 역량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국 문학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단국대 아시아아메리카문제연구소(소장 고혜선)의 초청으로 멕시코작가협회(SOGEM)를 대표하는 작가 3인이 2일 한국을 방문했다.멕시코 작가가 작가교류를 논의하기 위해서 방한한 것은 처음이다.이들은 3일 오후 2시 서울 교보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멕시코 문학의 현주소 등을 설명했다. 극작가 하비에르 말피카 마우리(38)는 “양국의 극작가들이 공동작업으로 연극을 공연해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리를 놓자.”고 제의했다. 소설가 움베르토 구스만(55)은 “멕시코문학은 20세기 들어서 테마·미학 기법 등에서 질적으로 비약했다.”면서 “특히 20세기 후반엔 미국의 소설기법을 차용하고 포스트모던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아동문학가 모니카 벨트란 브로손(33)은 “어릴 적부터 독서습관을 기르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한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멕시코에서는 장편소설 외의 장르는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특히 시는 거의 안팔려 “시를 쓰는 것은 굶어죽는 일”이라고 비유했다.하지만 공연 문화는 매우 발달해 멕시코시티에서만 매주 50여편이 무대에 오른다고 설명했다.노벨문학상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만큼 수상에 너무 신경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후 5시에는 교보빌딩에서 작품낭송회와 한국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이 행사에는 스페인어로 작품이 번역 출판된 시인 김광규 조정권 황지우,소설가 오정희 이호철 등과 민용태 고려대 교수 등 스페인문학 전공자들이 참가해 문학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4일 오전 10시30분 민족문학작가회의를 방문한 뒤 오후 1시 단국대에서 현대 멕시코와 중남미문학의 흐름과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강의한다.또 ‘서울 문학의 집’ 방문 등 한국문화 체험의 시간을 가진 뒤 6일 귀국한다. 대산문화재단측은 “이들이 속한 단체가 새달 체결 예정인 양국 정부간 문화·교육 협력프로그램의 멕시코측 문학 업무를 전담할 것”이라면서 “양국의 작가 및 문학교류의 공식적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이종수기자 vielee@
  • 이런 책 어때요 /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그는 누구인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지음 정진국 옮김 / 까치 펴냄 20세기 최고의 사진작가로 꼽히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95)의 작품세계를 집대성한 사진집.프랑스 출신인 카르티에브레송은 삶의 ‘결정적 순간’을 영원으로 치환하는 보도사진가로 유명하다.그는 영화 ‘인생은 우리 것’‘게임의 규칙’에서 장 르누아르의 조감독으로도 일했다.사진보다 데생에 열중하며 말년을 정리하고 있는 그는 “사진은 즉각적 행위이고,데생은 명상이다.”라고 말한다.이 책엔 그의 사진과 데생,개인 앨범과 함께 장 클레르 피카소미술관장,피터 갤러시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부장 등 프랑스와 미국의 전문가들의 해설이 실렸다.8만원.
  • 사진·회화·조각 경계허문 거장들 / 갤러리현대 ‘독일 현대미술 3인전’

    게하르트 리히터(71),고타르트 그라우브너(73),이미 크뇌벨(63).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3인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 현대미술 3인전’(6월 22일까지)에서는 현대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세 작가는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다.이들은 1960년대와 70년대 독일 현대미술의 중심축이었던 뒤셀도르프에서 공부하고 작업한 인연이 있다.모두 옛 동독에서 태어나 훗날 뒤셀도르프로 이주했다는 것도 이들의 회화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양 독일 체제를 경험한 이들은 독일사회에 몰아친 뜨거운 정치적 담론에서 한발 비켜선 국외자로서 경계와 경계,중심부와 주변부의 조화와 균형에 대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리히터가 대립적인 것으로 간주됐던 회화와 사진의 경계를 무너뜨려 ‘불가사의’라는 평가를 받았다면,크뇌벨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주목해 ‘추상회화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그라우브너는 색채와 색채의 경계를 관계로 승화시키면서 ‘색채신체(Farbekoerper)’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이중 특히 주목받는 작가는 리히터다.한국에도 잘 알려진 리히터는 1959년 카셀 도쿠멘타에서 잭슨 폴록,루치오 폰타나 등 미술작가들에 매료돼 서독행을 결심했고,1970년대를 전후해 미국 화랑과 작가들을 찾아다녔다. 한때 미국의 팝아트에 빠진 그는 독일 낭만주의 전통을 계승하고 신표현주의를 주창하며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이번 출품작에서 보듯이 그는 사진과 회화의 만남을 시도,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어뜨렸다. 크뇌벨은 날카로운 직관과 치밀한 계산으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어선다.1960년대 초반 카시미르 말레비치의 회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그는 추상회화의 가능성을 ‘검은색 사각형’에서 찾아냈다.평면과 사각틀,그리고 원색을 바탕으로 건축적 풍경화를 그렸다.그의 작품은 흔히 ‘공간 19’로 불리는데,이는 스승인 요셉 보이스가 1960년대에 그에게 제공한 방이 19번이었던 것과 무관찮다.‘시간은 인간이 찾아냈고,공간은 신들의 궁전이다’ ‘색채는 상상의 궁전이다’라는 지론의 크뇌벨은 이번 전시에서 ‘조각적 회화’의 본령을 보여준다. 모네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평가되는 그라우브너는 형식실험에 앞서 전통에 입각해 회화의 본질을 파고든다.빛과 색채라는 회화의 대명제에 충실한 가운데 ‘색채신체’ 또는 ‘색채체’라는 세계를 개척했다.각진 모서리의 캔버스가 아니라 부드러운 쿠션으로 처리된 화면이 미묘한 색채와 어우러져 에로틱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입장료는 일반 3000원,초중고생 2000원.(02)734-6111∼4. 김종면기자 jmkim@
  • [씨줄날줄] 창부(娼婦)론

    호주제 철폐가 관련법 개정 논의 단계에 이른 요즘 여성계가 그 다음 활동 목표로 설정한 과제가 ‘성매매방지법’ 제정이다.우리나라는 20∼30대 여성인구 100명 중 4명이 성매매 관련업소에서 일하고 성매매 경제규모가 농림어업부문 생산액과 맞먹는 연간 24조원에 이를 정도인 성매매 선도국이다.윤락녀 5명이 감금상태에서 죽음을 당한 군산 대명동 윤락업소 화재사건과 미 국무부가 한국을 인신매매 국가로 분류한 사실을 계기로 들끓기 시작한 성매매 금지 관련 담론은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성매매는 인간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영화감독 출신으로 현직 문화부 장관을 맡고 있는 이창동씨가 한 잡지에 자신의 영화관을 피력하면서 창부론(娼婦論)을 거론하며 ‘창부는 필요하잖아요.’란 말을 한 것으로 보도돼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요약하면 영화는 태생이 사진,연극,소설 등 누가 아비인지 모를 시장판 창부의 자식이며,속성 또한 관객이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하는 창부성(娼婦性)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이 장관은 ‘오아시스’ 등 자신의 작품 3편도 온갖 방식의 창부성을 동원해 1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자본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영화매체의 한계 안에서 ‘작품만들기’의 어려움을 표현한 작가로서의 메타포 선택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굳이 많은 젊은 인재들과 국내 문화산업계가 목숨을 걸고 있는 영화 매체를 창부에 비유하고 남성지배적 담론인 ‘매춘필요악론’에 서는 듯한 표현을 동원해야 했었는지 의아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과민한 반응일까.그의 영화를 찾았던 관객들은 그의 말대로 그와 ‘즐거움’만을 사고 판 것일까. 원문에서 ‘창부는 필요하잖아요.’란 말 다음엔 ‘일동 웃음’이란 설명으로 조크성 발언임을 비추긴 한다.또한 이 잡지의 기획은 그의 작품세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작가적 목소리가 많이 담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그러나 문화부장관은 영화산업 진흥을 책임 진 자리이고 정부 정책을 함께하는 내각의 일원이기도 하다.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이런 발언들을 장관의 입에서 듣고 싶지는 않다. 신연숙 논설위원
  • 김명희 개인전 / 칠판에 그린 아련한 기억

    김명희(54)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의 뿌리뽑힌 삶,그 유목민적 정신의 풍경을 화폭에 담아온 작가다.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은 이런 작품세계보다 칠판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칠판화가’로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그가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유전(流轉)의 역동성’이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어 95년 이후 8년 만에 칠판화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 작가가 칠판화를 시도한 것은 90년 소양강댐 인근의 폐교에 입주하면서부터.행정구역상 강원도 춘성군 내평리에 속하는 이곳은 하늘만 빤히 열린 궁벽한 오지마을이다.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남편이자 화우(畵友)인 김차섭과 함께 이곳으로 온 그는 이 분교를 사들여 새로운 예술의 둥지를 틀었다.작가는 모두가 떠난 이 폐교의 칠판에서 ‘환영’으로 남아 있는 어린이들을 발견했다.그것은 이내 부평초처럼 흘러다닌 자신의 어린 시절과 오버랩됐다.아버지가 외교관이었던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 한 곳에서 2년 이상 머물지 못했을 만큼 옮겨 다녔다.그것은이를테면 ‘강요된 유전’이었다.“나의 유년기는 얼어붙은 얼음이나 다름없었다.폐교의 칠판을 만나면서 나는 해빙기를 맞았다.”고 작가는 회고한다. 칠판에 낙서를 남기고 떠나가 버린 아이들….그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은 그를 본격적인 칠판화가의 길로 내몰았다.그 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작가는 오늘도 변함없이 오일파스텔화로 복원해낸다. 이번에 내놓은 칠판그림은 빛과 어둠의 대비로 이미지의 상징성을 극대화시킨 것이 특징.유년기의 상실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가 결석한 소풍날’,따스한 서정을 전해주는 자화상 ‘김치 담그는 날’,고대인의 발자취를 봉분으로 더듬는 ‘봉분 축조인 이동로 메타여행’ 등이 특히 눈길이 가는 작품이다.전시는 13일까지.(02)734-6111. 김종면기자 jmkim@
  • 마임계의 살아있는 전설 / 마르셀 마르소 25·26일 내한공연

    마임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칭송받는 프랑스의 거장 마르셀 마르소(80)가 25·26일 한전아츠풀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갖는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를 통해 마임에 매료된 그는 자신만의 캐릭터 빕(Bip)을 창조하는 등 독창적인 작품세계로 현대마임의 정통을 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러시아 슬라바 폴루닌 같은 마임연기자 뿐만 아니라 무용수,배우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국내 대표적인 마임배우인 남긍호,이태건 등도 ‘마르셀 마르소 마임컴퍼니’출신이다. 한국 방문은 1978,94,96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팔순의 고령인 만큼 마지막 내한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표작과 신작을 골고루 선사한다.1부에선 ‘사계’‘천사’등 사물의 특징적 속성을 몸으로 표현한 스타일 팬터마임을,2부에선 ‘빕’이라는 상징적 인물로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빕 마임을 보여준다.(02)548-4480 이순녀기자 coral@
  • 기막힌 뒤집기…여운 주는 매듭/ 구효서씨 새 소설집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

    구효서가 최근 낸 소설집 ‘아침 깜짝 물결무늬 풍뎅이’(세계사)는 보물찾기 하는 기쁨을 준다. 큰 파격없이 작품을 진행시키다가 마지막에 뒤집기 사연 등을 숨겨 놓아 읽는 이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한다.그만큼 재미있다. 표제작은 주인공이 해외출장에서 만난 20년 연하의 여자 가이드와 주고받는 묘한 감정을 얼개로 이야기를 펼치다가 말미에 그녀가 20년전 헤어진 여자와 자신 사이에 태어난 분신임을 암시하면서 끝난다.또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는 아내와 사별한 뒤 세상과 화해하지 않고 사는 주인공에게 다가온 한 여인을 화자로 해 이야기를 전개하다가,주인공이 그녀에게 보낸 청혼의 편지로 결말짓는다.이처럼 작가는 직접적인 설명 대신에 암시로 매듭을 지으며 여운을 준다.이번 작품은 구효서의 이전 작품과 다르다.이전 작품들에서 그는 특유의 알레고리,상징 등의 우의적 기법으로 현실을 비판했기에 한켠에서 보면 그의 작품세계는 어렵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집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사건을 다루며 평이하게 현실을그려나가고 있다.작가 스스로도 “삶 자체의 눈물겨운 풍경들에 무작정 발끝이 채여 덩달아 자꾸 눈시울이 뜨거워졌을 망정,생의 비의를 파헤치려는 치열성 따위에는 점차 미련이 없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변화를 찾아온 구효서의 행보는 이번 작품집에서도 한결같다. 이종수기자
  • 서양화가 남춘모 개인전 / 옷감위에 펼친 아름다움

    천을 매재(媒材)로 작업해온 서양화가 남춘모(42)가 24일부터 5월 19일까지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그에게 천이란 서양화의 필수요소인 캔버스가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보는 옷감을 일컫는다.그만큼 그의 작업은 독특하다.작가는 먼저 ‘ㄷ’자 형태의 긴 나무틀에 날염한 천을 깐 뒤,묽게 희석시킨 투명 폴리에스테르를 반복해 칠한다.그렇게 칠해진 천은 점점 고체로 굳어지고 색다른 평면작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화사한 문양과 색채는 나무틀이 만들어낸 고랑을 타고 절묘한 미감을 자아낸다.천의 날염과 평면의 요철이 주는 착시효과가 어우러진 결과다.조각과 회화의 접점을 찾는 그의 작품을 평자들은 ‘부조회화’라고 부른다. 파스텔톤의 단색조를 즐겨 사용해온 작가는 최근 들어 유채색을 도입했고,여기에 잔꽃무늬 옷감도 끌어들였다.이번 전시에서는 그 달라진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꽃무늬 작품이 서울 전시에서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작가의 트레이드 마크인 ‘Stroke Line’ 연작 40점이 나온다.(02)511-0668. 김종면기자 jmkim@
  • 30년대 ‘동백꽃’ 무대 다시 그린다/ ‘김유정 문학제’ 25일부터 춘천 실레마을서

    ‘동백꽃’‘봄·봄’ 등 해학미 넘치는 소설을 남긴 토속문학의 대표적 작가 김유정(金裕貞·사진·1908∼1937)이 문학제를 통해 되살아난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김유정 문학촌'(촌장 전상국)은 25일부터 사흘 동안 김유정이 태어난 곳이자,그 문학의 산실인 강원도 춘천시 실레마을에서 제1회 김유정 문학제를 연다. 김유정 문학촌장인 소설가 전상국(강원대 교수)은 “향토색을 기가 막히게 그려낸 김유정의 작품은 그 자체가 이 고장 문화의 뿌리”라면서 “이 문학제는 단순히 김유정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전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인들에게 잊혀져가는 민속을 맛보게 하여 그 속에 깃든 공동체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학제는 극단 금병의숙이 아동극 ‘아주 먼 옛날’을 공연하는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채롭게 진행된다. 첫날엔 박세현(상지영서대),이주일(상지대) 교수의 주제 발표와 토론으로 김유정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열리고,26일은 문학촌에서 백일장과 김유정의 작품 한 대목을 춘천사투리로 낭송하는 대회가 열린다. 문학제의 절정은 마지막날인 27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김유정 작품 속의 30년대 삶의 재현 모습’.김유정의 작품을 낳고 살지게한 당시 농촌의 정경을 다시 그려보는 자리이다. 전문 투계꾼의 시범과 토너먼트식 투계대회로 ‘동백꽃’에 등장하는 닭싸움 장면을 재현하고 ‘만무방’의 빚잔치 장면을 무대로 꾸며 전시한다.이밖에 김유정의 여러 단편에 나오는 나뭇짐지기,떡치기 등의 체험 시간도 마련한다. 문학촌측이 ‘김유정 작품 현장 답사’와 투호놀이·널뛰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준비해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033)261-4650. 이종수기자 vielee@
  • 근대문학 논쟁 주역의 삶과 작품

    권환 김기진 김영랑 김진섭 송영 양주동 윤극영 윤기정 이은상 최명익. 이들 10인은 얼핏 보면 지향한 세계관과 문학세계가 각각 달라 보이지만,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모두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부터 문학 활동을 시작하면서 ‘근대문학의 씨’를 뿌렸다는 점에서 한 곳에서 만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오는 24,25일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연다.탄생 100년이 된 이들 10인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면서 우리 근대문학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여물었는지 살피는 ‘문학축제’다. 두 단체 주관으로 심포지엄과 ‘문학의 밤’,학술제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진행된다.기획위원인 황현산 고려대교수는 “현대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들을 기리는 작업은 문학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10인의 작가는 모든 장르에 걸쳐 골고루 활동한게 특징이어서 이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것은 우리 현대문학의 연원을 살피는 학술회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세번째인 이 ‘문학축제’의 주제는 ‘논쟁,이야기 그리고 노래’이다.세 주제어에는 이들의 문학 인생이 농축돼있다. 먼저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를 둘러싸고 전개된 치열한 논쟁은 근대문학사의 특징이다.일본 유학파 김기진을 비롯해 윤기정,송영,권환,양주동 등은 카프와 직·간접적 관계를 맺고 활발하게 활동했다. 소설가 김기진과 송영은 각각 ‘파스큘라’와 ‘염군사’라는 문인단체를 조직하면서 계급문학의 토대를 다졌다.소설가 윤기정은 아나키스트 논쟁으로 카프의 1차 방향 전환을,시인 권환은 1931년 카프의 볼셰비키화를 내걸고 2차 전환을 이끌면서 계급문학을 강조했다.이들의 시·소설·평론은 ‘문학보다는 삶’에 무게를 두었다. 이에 맞서 ‘문학’에 비중을 두었던 비(非)카프계열 작가들은 시조·외국문학·국문학 등 다양한 ‘이야기’(담론)를 펼쳤다.국민문학파의 이은상은 ‘시조 부흥론’을 주장했고, 해외문학파의 김진섭은 외국문학을 소개하면서 카프 계열의 작가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또 중간파를 자처한 양주동은 문단의 좌·우파를 통합하려 애썼고, 국문학자로서도 큰 업적을 남겼다.한편 주옥같은 시어를 구사한 서정시인 김영랑과 동시 작가 윤극영은 ‘노래’의 단초를 만들었다. 24,25일 이틀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문학제의 심포지엄에서 김대행 서울대 교수가 당시 논쟁을 상세하게 정리한다.또 김영민 연세대 교수는 문학에 대한 당시의 치열한 논쟁이 남북이 분단된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논지를 펼친다.각론에서는 한양대 서경석 교수가 ‘카프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원광대 김재용 교수는 송영의 월북 이후의 활동에 대해 조명한다. 한편 25일 저녁 서울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는 ‘문학의 밤’이 열린다.윤기정의 장남인 윤진화 전 아시아개발은행 전문 수석위원 등이 나와 ‘나의 아버지’코너에서 토크쇼 형식으로 작가들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이밖에 김영랑·권환의 시를 낭송하고 이은상과 윤극영이 지은 노래를 부른다. 근대문학의 주역을 기리는 문학축제의 내년 무대에는 시인 이육사,소설가 계용묵 박화성 이태준,평론가 조윤제,수필가 이양하 등이 오른다.기획위원인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내년부터는 종합문학제 성격으로 3월에 개최하고,이후 열리는 기념사업회,지방자치단체 주관의 개별 작가 기념문학제와 유기적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수기자 vielee@
  • “내 공부의 원점은 카프문학”/ 학술기행집 ‘아득한 회색, 선연한 초록’낸 김윤식 교수

    “나를 흥분시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고 한다면 어떠할까.군도 알다시피 내 전공은 한국 근대문학이다.그 근대란,물을 것도 없이 내겐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KAPF)문학’이었다.내 공부의 원점이라고나 할까.내 첫 저술인 학위논문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1973)가 그 결과물이었다.”(15쪽) 100여권의 저서와 끊임없는 현장 비평으로 한국 문학비평의 한 획을 그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그가 최근 학술기행을 묶어 펴낸 ‘아득한 회색,선연한 초록’(문학동네)에는 그가 평생 껴안고 씨름해온 화두 ‘한국근대문학’의 얼굴이 보인다.그 동안 쓴 숱한 논문이 공식적 발언이라면 이번 학술기행은 내면 고백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그냥 감상문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행마다,그리고 행과 행 사이에는 노학자가 평생 공부한 결실들이 알차게 스며들어 있다.다만 그것을 딱딱하게 펼치는 게 아니라 근대문학 관련 학술대회를 오가며 느끼는 단상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책은 3부로 이뤄졌다.1부 ‘학술발표의 현장감’은 시카고,오사카,옌지(延吉),런던 등에서 열린 한국문학 혹은 한국학 관련 학술대회에 참관한 경험을 적은 것이다.김 교수는 ‘북한문학 연구자들과의 어떤 만남’ 등의 글에서 근대성을 캐기 위해 어떻게 땀흘렸는지 잘 보여준다.도남 조윤제와 평론집 ‘문학의 논리’의 저자인 임화는 ‘근대'에 대해 “형언할 수 없는 매력과 압력과 저항을 품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두 선배가 자신의 길에 등불이 되었음을 토로한다. 그 ‘등불’이 흐리거나 흔들릴 때가 있었는데 그 심연에 도사린 ‘우물 안 개구리 의식’을 고백하기도 한다.그는 그 한계를 메우기 위해 88년부터 ‘유럽 한국학회’(AKSE)나 ‘태평양·아시아 한국학 회의’(PACKS)에 매번 참석했다. “1997년 7월25일 울란우데 중앙역에서 이르쿠츠크행 밤차를 탔다.”로 시작하는 2부 ‘작품의 근원을 찾아서’에서는 한·중·일 근대문학의 기원을 연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세계를 살피고 있다.노학자는 한국문학에서 근대의 단초가 된 이광수의 ‘유정’의 무대 동시베리아의 이르쿠츠크 일대를 더듬으면서 작품의의미를 되새기고 있다.또 중국의 근대문학을 연 위다푸(郁達夫)의 작품을 분석하고 ‘일본 근대소설의 신’이라 불리는 시가 나오야의 출세작 ‘기노사키에서’를 낳은 고장을 둘러본다. 한편 3부 ‘발표문의 논리적 표정’은 앞선 현장에서 발표한 글을 묶은 것이다.불면 휙 날아갈 듯한 부박한 세태에 김윤식 교수의 글은 가벼운 형태지만 가볍지 않은 내용을 담은 글쓰기를 보여준다. 이종수기자 vielee@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새처럼 날고 싶은 화가 장욱진

    김형국 글 / 나무숲 펴냄 아이,집,가족이 있는 평온한 일상을 단순한 선(線)으로 즐겨 담았던 화가 장욱진.40년도 더 전에 ‘졸라맨’을 닮은 대담하고 익살맞은 그림을 그린 그의 이야기가 아동서가에 꽂혔다.화가의 일대기와 작품세계가 이야기체로 촘촘하게 묶인 ‘새처럼 날고 싶은 화가 장욱진’(김형국 글,나무숲 펴냄). 글을 쓴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장욱진 통’.나이차가 25살이나 났지만 생전 화가와 둘도 없는 벗이었다.화가의 육성을 옮겨담은 듯 지면이 생생한 건 그 덕분이다. 1917년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난 화가가 서울로 이사와 그림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 등을 책은 눈높이를 낮춰 재구성했다.일제치하의 보통학교 3학년 때 전국 어린이미술대회에서 입상한 대목쯤에 이르면 화가를 꿈꾸는 어린 독자들의 마음도 따라 콩닥콩닥 뛸 것 같다. ‘집’‘새와 달과 아이’‘모기장’ 등 대표작들을 천연색으로 감상하는 재미는 엄마 아빠에게도 쏠쏠하겠다.실용적인 목적 하나 더.‘어? 그림이 이렇게 쉬운 거야?’ 미술에 재미를 못 붙이는 아이들이 어느새 크레파스를 들지 않을까.9000원. 황수정기자
  • “개인도 권력을 조롱할 수 있지요”/장편 ‘사흘동안’ 낸 소설가 박청호씨

    감각적 문체와 현란한 이미지의 작품세계를 쌓아온 소설가 박청호(37)가 장편 ‘사흘 동안’(이룸)을 내놓았다. 작품은 소설가 ‘나’에게 사흘 동안 일어난 깜짝 놀랄만한 일을 다룬 것으로,이전 작품이 보여주던 이미지의 나열은 온데간데없다.대신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이야기 중심의 전개로 마치 탄탄한 영화 1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최근 그를 만나 ‘변신’의 이유를 물었다. “그동안 작품이 ‘해체적’이어서 어렵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일부 신인들처럼 영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게 아니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이전 작품들도 영화 이미지는 강했다.”며 “그중에는 장선우 감독이 ‘군침’흘린 것도 있고 영화사와 계약까지 한 것도 있다.”고 말한다.이어 “최근에는 배수아 등 나와 비슷한 경향의 작가들도 이야기를 조금씩 넣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줄거리는 이렇다.‘나’에게 “당신은 스위스은행에 ‘요나’라는 이름으로 1억달러가 예금되어 있는 보호 대상”이라는 전화가 걸려오고 보호자가 달라붙는다.아무리 부인해도 상황은 요지부동.우여곡절 끝에 살인누명 아래 체포된 뒤 안 흑막은 이렇다.구 정권이 ‘나’의 정보를 이용해 ‘요나’란 인물을 만들어 돈을 세탁했고,비밀을 안 현정권이 돈을 찾으려 음모를 꾸민 것.‘나’는 음모에 맞서 돈을 찾아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등 정의로운 일에 쓰고 일부를 챙겨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떠난다. “개인이 권력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거꾸로 조롱할 수 있다는 소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그래서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다 한방 먹이는 구조를 택했다.” 모티브는 성경의 ‘요나 신화’다.신의 명령을 거부한 죄로 고래 뱃속에 3일 동안 갇혀 자기를 돌아보는 요나가 ‘사흘 동안’의 주인공에 투영됐다. 이번 변신이 계속 이어질 것인지 물었더니 계면쩍은 듯 손을 내젓는다.“외도(?)는 한두번이면 족하죠.제 체질대로 가야 ‘작품’이 나오죠.내 작품을 알아주는 독자도 꽤 있으니까요.” 이종수기자
  • 박이도 시선집 ‘반추’ - 관조하듯 돌아본 40년 시세계

    40년을 한결같이 시를 가르치고 써온 시인 박이도가 자신의 ‘시 삶’을 반추하는 시선집 ‘반추’(문학수첩)를 냈다.시인의 정년퇴임 기념 시선집인 ‘반추’는,시인이 그동안 펴낸 10권의 시집에서 각각 몇편씩 가려 실은 것으로 시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시선집에 실린 대표시들을 보노라면 그의 시세계가 초심에서 크게 달라 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이를테면 데뷔 시절 작품인 ‘회상의 숲·1’이나 20여년이 흐른 뒤 쓴 ‘나 홀로 상수리나무를 바라볼 때’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다르지 않다. 시인은 예나 지금이나 과거를 되돌아보며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68년에 쓴 ‘회상의 숲·1’에서는 “…뒤척이는 물소리에 사라진/내 어린 그림자의 행방을/이제는 아무도 모른다/…”며 사라진 유년의 꿈을 안쓰러워한다.지난날을 아쉬워하는 시인의 얼굴은 91년 발표한 ‘나 홀로…’에서도 등장한다.강물에 떠내려가는 꽃 한 송이를 보면서 “…아프게 아프게 되살아나는/지난날의 그림”을 그리워한다.그러나 시인은한탄에 갇혀있지 않다.“상수리 나무에서/일제히 뜨는 새들이 부럽다”고 말하거나 독수리의 비상을 보며 “무서운 희열에 빠진다”(‘독수리’ 136쪽)며 고고한 비행을 꿈꾼다. 이런 그의 시세계를 시인 오세영은 “지향하는 삶의 내용이 아름답다.”며 “이 시집에서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한 마리 새일지 모른다.”고 풀이한다. 끊임없이 과거를 돌아보며 세속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시인의 마음은 관조에 이른 듯하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를 내세우는데만 열중하는 세태를 비꼬는 근작 ‘누가 오나 누가 오나’는 생을 달관한 정점처럼 보인다. 이종수기자
  •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 ‘원본 정지용 시집’ 출간 - ‘정지용詩’ 있는 그대로 보자

    주옥 같은 우리말과 향토색 짙은 정서로 민족시를 풍성하게 일군 시인 정지용.대표작 ‘향수’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 시인의 작품 해석에 문제가 많다며 ‘있는 그대로’ 보라고 주문하는 연구서 ‘원본 정지용 시집’(깊은샘)이 나왔다. 주해를 단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현대 표기법으로 바꾸어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 인용하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서 동일한 작품이 조금씩 다른 표기로 인용되는 사례가 나타난다.”며 ‘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이 책에 담긴 치밀한 논거와 관련 자료를 보면 이같은 이 교수의 말이 과장된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먼저 이 교수는 이미 나와 있는 정지용 시집의 시어를 도마에 올려 실수를 꼼꼼히 지적한다.예컨대 시 ‘카페·프란스’에 나오는 ‘흐늙이는’이란 표현은 대개 ‘흐느끼는’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흐느적거리는’이 맞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이 교수는 정지용뿐만 아니라 주요한 등 다른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면서 기존의 해석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한다.이밖에 ‘재재바르다’를 ‘재재거리다’와혼동한 경우,한자표기와 관련해 발견되는 오류를 들춰낸다. 이 교수의 ‘정지용 바로보기’ 리스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그의 작품세계가 “감각적 재치에 머물러 역사의식을 등한히 했다.”는 비판에 대해 과감하게 이의를 제기한다.그 논거는 “감각과 정신의 세계를 이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또 “역사나 현실을 직접 이야기할 때 좋은 시가 쓰여진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는 것이다.이를 입증하기 위해 이 교수는 ‘원본’에 나타난 다양한 시어를 예로 들면서 그것이 어떻게 감각과 사유와 정신을 담아내고 있는지 밝히고 있다.1만 2000원.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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