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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인호가 들려주는 작품세계/ 서울신문 재탄생 특별기획 연재소설 儒林

    “조광조·이황 삶에 공자 정신 연결 시공 초월한 빠른전개로 재미줄것” “작가는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요즈음 우리 정치는 개혁과 보수를 내세워 공론(空論)을 일삼으며 상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파른 대치만 거듭합니다.이런 혼돈의 현실에서 공자의 정신,즉 ‘정치와 권력’을 조선시대의 정치개혁가 조광조,불세출의 사상가 퇴계 이황,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율곡 이이 등의 삶에 연결지으면서 세상을 비출 지혜를 찾고 싶습니다.” 올해로 문단에 등단한 지 꼭 40년이 되는 최인호씨는 숱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면서 늘 시대를 앞서간 소설가 답게 서울신문에 게재할 연재소설 ‘유림(儒林)’으로 혼탁한 현실을 걸러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다는 의욕으로 말문을 열었다.‘유림’은 내년 1월 대한매일이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바꾸면서 연재하는 첫 소설이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73년 스물여섯살에 신문에 쓴 첫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 때 처럼 두렵고 불안하면서도 설레고 기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는 소설에 대한 자신감을들려주면서도 설렘과 불안감 등을 비치면서 항상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초심(初心)’을 떠올린다고 했다. ●작가는 시대에 질문 던지는 사람 연재소설을 쓰는 심정을 ‘링’에 오른 권투 선수에 비유한 작가는 “아주 지치거나 힘들 때 호흡을 고르며 간혹 클린치를 할 수는 있지만 링에서 내려가지는 못하는 복서처럼 고독한 일입니다.그러나 저에게 연재소설은 각별한 의미가 담긴 작업이었습니다.저 처럼 신문에 연재소설을 많이 쓴 사람은 드물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문단에서 ‘한발 앞선 감수성’의 작가로 통한다.늘 젊은 감성을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시대와 문화의 기류를 남보다 먼저 포착해 작품으로 빚어냈다.당연히 연재하는 작품마다 ‘폭풍의 눈’이었고 인기를 몰고 다녔다. “쓸 때마다 시대에 어울리는 소재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그러다보니 늘 얘기를 준비해 두었다고 할 수 있지요.‘유림’도 15년 전쯤에 구상했습니다.‘불교의 세계를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을 쓰고난 뒤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우리 민족의 정신적 원형질에서 불교와 유교를 뺄 수가 없지요.머리 속에서 품었던 생각을 연재소설로 풀 수 있게 돼 제 가슴도 두근두근거립니다.” 작가에겐 인기가 ‘독(毒)’이 되기도 한다.특히 매일매일 애를 끓이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연재소설은 충전하기보다 계속 갉아먹는 듯한 면이 있다.숱한 문제작을 터뜨리며 살아온 가파른 길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흘러나왔다.“운동 선수들도 쉬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잖아요.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늘 일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젊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한 작품이 끝나면 몸은 쉬고 싶은데 머리 속은 끊임없이 꿀벌 떼가 실어오는 ‘상상력의 밀랍’으로 가득찼습니다.” 예술은 구원이자 고통이라고 하지 않던가.그러니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런 고통과 어려움을 사랑하고 있었다.그러면서 자신의 ‘달램 비법’을 공개했다.“글이 안나가서라기보다는 앞이 캄캄하고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글쓰기라는 업보가 ‘원수같다.’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엔 간혹 골방에들어가서 ‘못 쓰겠다.’고 나 속의 나에게 절규합니다.때론 울기도 하는데 한 30분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충일해지고 기쁨이 찾아와 다시 원고지가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어린애같은 천진스러움이 절로 우러나오는 말이다.그만큼 뜨겁고 열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품성은 창작 과정에도 오롯이 반영된다.천주교 신자인 그는 ‘길 없는 길’을 쓸 때에도 3년간 수덕사에 머물면서 ‘출가를 할까.’ 고민할 정도로 작품에 몰두했었다. ●첫 연재소설 쓸때처럼 두렵고 설레 솔직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이야기 솜씨가 다시 소설 ‘유림’으로 넘어왔다.앞 쪽만 보면서 속도만 찾는 현실에서 그는 왜 ‘유림’으로 돌아가려고 할까? “중국의 엘리트들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유교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 시절 관리했던 소수서원(紹修書院)에 와서 우리의 유교 유산과 정신을 확인한 사례를 주목해야 합니다.유교의 본산인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찾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왜 다른 곳으로만 눈을 돌릴까요.물론 유교의 폐단도 있지만 ‘선비 정신’과 충·효·경의 미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독일의 사상가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을 썼듯이 ‘조선 국민에게 고함’을 ‘유림’이라는 소설을 통해 옮겨보겠다는 심정입니다.” 오랜 구상을 거친 작품이어선지 그의 말은 막힘이 없다.“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어떤 시대라도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하려면 그 중심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저는 그 원칙을 유교에서 목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가능성을 조광조의 정치개혁 시도,퇴계와 율곡의 정치와 학문관에서 찾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을 지도 모른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재미가 없으면 작가인 제가 견디지 못하고 쓰지도 못해요.광속(光速)의 시대에 ‘오늘날 공자와 조광조,이황,이이 등의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지 모르지만 그것은 미시적인 생각입니다.요즘처럼 과도기로 인한 혼돈의 파고가 높을 때일수록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원칙에 따른 개혁’을 파고들면서 ‘조광조나 퇴계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 것이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쉴때도 머리속은 상상력의 밀랍 가득 맛보기 삼아 밑그림도 들려주었다.“현대와 공자가 활동했던 2500년 전,중국과 한국 등 시·공을 초월하는 빠른 전개 방식으로 재미있게 이어갈 계획입니다.아울러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크라테스 이야기 등도 곁들이면서 성인의 출생이 지닌 시대적 필연성도 다뤄 볼 생각입니다.옛날 얘기도 아니고 케케묵은 교훈적 내용만을 담은 것도 아닌,재미있는 현대 이야기입니다.교훈적이고 학술적인 얘기는 제가 견디지 못합니다.” 작가는 유교를 과거에 가둬두지 않고 현대적 의미로 되살려 현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왜 사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싶은 듯이 보인다.나아가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시 들려주는 작가의 다짐은 한국의 대표적 거유(巨儒) 퇴계 등의 삶에 공자의 사상을 실어갈 화려한 문재가 발할 빛을 예감케 했다. “도망가지 않고 정통 기법으로 ‘진검 승부’를 할 것입니다.제게는 어려운 소설이 될지 모르지만 그 동안 작가로서 쌓은 역량을 모아서 가장 정통적인 소설을 펼쳐 보이겠습니다.물론 흥미 진진하게 엮어 나갈 것입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중국행 슬로보트(무라카미 하루키 지음,김춘미 옮김,문학사상 펴냄)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의 첫 단편집.표제작을 비롯,7편의 단편에 대해 역자는 “모든 것의 무너짐을 끝까지 지켜보고,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는 곳에서 고독하게 새로운 정신을 구축한다.”고 평가.7800원 ●푸른 망고의 집(데이비드 데이비다르 지음,공경희 옮김,문이당 펴냄)인도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출판사 펭귄 북의 대표가 된 작가의 첫 소설.푸른 망고숲이 있는 인도 남쪽 지방의 마을을 배경으로 3대에 걸친 한 집안의 운명을 세밀하게 그렸다.모두 2권,각권 8500원 ●따뜻한 흙(조은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88년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작품집.씨앗을 통해 고통을 감수하면서 현실에 뿌리내리려던 기억을 떠올리는 표제작 등에 대해 평론가 김진수는 해설에서 “세련된 문체나 현란한 기교도 없이 ‘사랑의 힘’으로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일으킨다.”고 분석.6000원 ●딸기(원재훈 지음,문학동네 펴냄)시인·소설가·방송인 등으로 활약하는 시인의 네번째 작품집.딸기·화초호박·사과 등 작은 생명체에서 일상을 견디는 힘을 찾는다.평론가 박철화는 시 세계를 ‘삶,그리움과 연민’으로 정리하면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생명의 신비가 숨쉬는 ‘먼 곳’을 찾아가는 사랑의 세계”에 비유한다.5000원 ●오빠의 탄생-한국 근대문학의 풍속사(이경훈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이광수·이상 등 근대작가의 작품세계를 연구해온 저자의 첫 평론집.식민지 시대 다양한 풍속을 통해 근대 문학과 근대성을 고찰했다.상세한 텍스트 분석과 다양한 자료를 동원하여 흥미롭게 읽힌다.1만 4000원 ●지옥만세(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이상해 옮김,문학동네 펴냄)93년 데뷔작 ‘다다를 수 없는 나라’로 프랑스 문단을 놀라게 한 작가의 신작.전통적 글쓰기에서 탈피,경구의 나열 등의 새로운 기법으로 트럭운전사,신인 배우,창녀 등 주변부 인생을 그렸다.8800원 ●파문(이명원 지음,새움 펴냄)‘2000년 전후 한국문학 논쟁의 풍경’이란 부제가 말하듯 민감한 사안을 거리낌없이 쟁점화해온 저자의 세번째 평론집.‘문학권력’‘주례사 비평’ 등 발언하기 꺼려하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해온 저자의 내면적 고충 등도 함께 들려준다.1만 6000원
  • 모아놓으니 색다르네/ 극사실화가 이호철 개인전

    극사실주의 계열의 마지막 세대로 꼽히는 서양화가 이호철(46)이 26일부터 12월1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선화랑이 수여하는 2002년 제17회 선미술상 수상작가인 이씨는 장인적인 치밀한 묘사와 기발한 상상력에 바탕을 둔 개성있는 그림으로 널리 알려진 중견 작가.이번 전시에는 ‘THE MOON ABOVE(대지의 달)’‘THE RUNAWAY MERIDIAN(달아난 자오선)’시리즈와 ‘봄의 노래’ 등 40여 작품이 나온다. 이씨의 그림에는 무수한 사물들이 등장한다.서랍·거울·창문·시계·바이올린·피아노·축음기….이런 사물들의 다양한 순열 그리고 조합을 통해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의 모험,이미지의 여행을 떠나게 한다.그의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초현실주의적인 도상과 구성이라 할 수 있다.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대표작 ‘THE RUNAWAY MERIDIAN’은 어떤 그림일까.서랍을 테두리로 하고 그 안에 재킷과 청바지로 도시 변두리 풍경을 감싼 독특한 구도의 이 그림은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극사실화이지만 따뜻하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그것은 현실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낙천적 세계관과 유머 감각에 힘입은 바 크다.세상의 온갖 물상이 떠다니는 듯한 그의 그림은 얼핏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나름의 질서를 추구한다.상생과 조화의 질서다. 선미술상은 지난 84년 선화랑이 35세에서 45세 사이 ‘자신의 분야에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확립’한 작가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지금까지 18명의 수상작가를 배출했다.이씨는 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받고,90년 몬테카를로 미술대상전에 입상하는 등 국내외적으로 역량을 인정받는 작가다.(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 남성안무가 4인의 역동적 무대

    늦가을의 스산함을 달래줄 국내 대표적인 남성안무가들의 역동적인 무대가 마련된다.10·1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펼쳐질 ‘남성 안무가 초대전2003-움직임,이미지 그리고 메시지’.독자적인 춤세계로 확고한 입지를 굳힌 남성안무가 4명이 한 자리에서 기량을 겨루는 자리이다. 주인공은 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손관중(가림다현대무용단),안성수(픽업그룹),그리고 홍승엽(댄스시어터온).모두 국내 현대무용계를 이끄는 선두주자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안무가들이다.손관중을 제외한 3명은 이미 지난해 봄 공연기획사 MCT가 마련한 ‘오늘의 춤 작가전’에서 3인3색의 춤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서 제임스 전은 96년에 발표한 ‘흑과 백’을 무대에 올린다.흑과 백,극단에 서있는 정체성의 대비와 이들이 융합할 때 나타나는 변화들을 고전발레의 테크닉을 변형시켜 표현했다.안성수는 피아졸라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피아졸라 스터디’를 공연한다.지난해 초연한 작품.‘움직임이라는 원석을 보석으로 세공하는 안무가’라는 평답게 세련된 동작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홍승엽은 지난 6월 LG아트센터에서 처음 선보인 ‘쉐도우 카페’를 택했다.온유하고 부드러운 영혼,씩씩하고 용감한 영혼,장난끼많은 영혼 등 여러 영혼의 모습을 독창적인 몸짓으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손관중은 이번 무대를 위해 신작 ‘적(跡)Ⅶ-세개의 그림’을 안무했다.1995년 시작한 ‘적’시리즈의 7번째 작품으로,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남성성의 표출과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무대이다. MCT측은 “4명의 작품을 통해 현대무용의 다양한 흐름을 살피면서 요즘 우리의 보편적인 무용과는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체감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02)2263-4680. 이순녀기자
  • ‘홍길동’ 등 작품 1000여점 선보여/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 展

    “한국 만화사를 거론할 때 신동헌(77),고 신동우(1936∼1994) 형제를 빼놓는다면 이광수,이상을 뺀 채 한국 문학사를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손상익 한국만화문화연구원장) 지난달 31일 경기도 이천 청강문화산업대학내 청강만화역사박물관에서 개막돼 내년 5월10일까지 계속되는 ‘에디슨과 아인슈타인 & 신동헌’전은 신동헌 화백의 60년 만화 창작생활을 총 결산하는 자리.신 화백의 만화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1000여점을 한 자리에 모은,흔치 않은 전시다. 전시회에는 신 화백이 제작한 한국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년)을 비롯해 신 화백의 만화 데뷔작이자 국내 최초의 만화 단행본 ‘스티브의 모험’(1947년),1950∼60년대의 잡지 연재 작품,스케치,드로잉,친필원고 등 그가 간여했던 모든 것들이 총망라됐다.진로소주 CF 등 신 화백이 60년대에 제작한 TV애니메이션 광고들도 눈길을 끈다. 전시회를 기획한 청강문화산업대학 김정영(만화창작과) 교수는 “신 화백이 에디슨·아인슈타인처럼 시대를 선도한 다재다능한 선구자라는 점에 착안해 전시회 이름을 지었다.”면서 “그동안 신 화백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책꽂이

    ●사춘기(김행숙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99년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사춘기와 귀신 등 경계에 머무는 소재를 통해 ‘떠도는 감성’을 노래.평론가 이장욱은 “구체적 개인으로서의 서정적 자아를 창조해 현대시의 새 징후를 보여준다.”고 평가.6000원. ●살아남은 자의 전설(장혜영 지음,실천문학사 펴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조선족 작가의 장편.여성 4대의 삶을 소재로 중국에서 겪은 우리 민족의 억압된 역사와 남존여비 등 수난사를 비롯, 자본주의 도입 이후 변화된 사회상을 묘사.모두 2권,각 9000원. ●해방후 조선족 소설문학연구(이광일 지음,경인문화사 펴냄) 중국 옌볜대 교수인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조선족 문학에 대한 기존연구를 검토한 뒤 김학철,이근전 등의 작품세계를 조명.해방 후 조선족 소설이 중국문학의 단순한 번안이 아니라 자체의 발전법칙이 있음을 규명.2만 2000원. ●휴일의 에세이(이어령 편저,문학사상사 펴냄) 나도향,김동인,최인호와 생텍쥐페리,앙드레 지드,보르헤스 등 국내외 유명 문인들의 유려한 에세이 61편을 모은 것.생활·자연·사상·문명·기행 등 5개의 장으로 나눠 작가들의 내면 풍경과 철학을 섬세하게 담았다.8000원. ●열대어(요시다 슈이치 지음,김춘미 옮김,문학동네 펴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의 소설집.일본문학의 전통을 바탕으로 대중문화적 감수성을 겸비한 작품세계로 젊은 세대를 가장 잘 그리는 작가로 평가받는다.심리묘사 없이 행동만을 묘사한 표제작 등 3편.7500원. ●나의 날개로 날고 싶다(이춘해 지음,열매출판사 펴냄) 교직생활,전업주부로 살면서 습작한 작가의 첫 장편.남편의 숱한 외도를 알면서도 가정을 위해 참아온 주인공이 이혼 뒤 옛 애인을 만나 참된 사랑을 찾아간다는 내용.8500원. ●아쉬움에 대하여(유자효 지음,책만드는집 펴냄) 언론인 시인의 8번째 작품집.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그리워한다.그러나 그 정조는 과거로의 퇴영이 아니라 현실의 삶을 긍정하기에 역동적이다.해서 노래한다.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살만하다고.물론 “당신이 떠난 뒤에도”.6500원.
  • 인간의 육신에 새겨진 현대인의 숨겨진 욕망/오늘부터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英현대미술전

    영국은 현대미술 강국이다.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라 불리는 영국 청년작가들의 활동은 지난 10여년간 영국은 물론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이끌어 왔다.그 중심에는 단연 대미언 허스트(38)가 자리잡고 있다.1988년 대미언 허스트가 골드스미스 칼리지의 동료학생들과 함께 런던 선창가 창고에서 연 ‘프리즈(Freeze)’전은 영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를 이루는 기폭제가 됐다.이 ‘프리즈 세대’의 젊은 영국 미술가들이 추구해온 작품세계는 국제무대에서 지금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주도해온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는 기획전이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28일부터 내년 1월31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는 ‘영국의 현대미술-새로운 예술사’전에는 대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샘 테일러-우드,마크 퀸,개빈 터크,게리 흄,길버트 앤 조지,존 아이작스,트레이시 에민,앤서니 곰리 등 10명의 작품 30여점이 선보인다.모두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다. 대미언 허스트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절단된 동물의 신체를 넣는 등 도발적인 작품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작가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되는 ‘Jesus’는 플라스틱으로 인체의 뼈대를 만들고 전구와 전기장치들을 이용해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신성모독의 기미까지 풍기는 이 작품은 바니타스(Vani tas)라는 전통적인 주제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냈다.바니타스는 ‘공허함’ 혹은 ‘무상함’을 뜻하는 라틴어.죽은 자의 두개골이나 모래시계,켜져 있는 촛불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바니타스의 상징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 샘 테일러-우드(36)는 비디오와 포토 파노라마 작업을 벌인다.‘혼잣말 Ⅷ’은 눈을 가린 남성의 이미지 아래 나체의 군상이 밀폐된 공간 속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촬영한 것.눈을 가린 것은 무의식의 세계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의미한다.‘브론토사우루스(Brontosaurus)’는 나체의 남자가 음악에 맞춰 느릿느릿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비디오 작품.작가는 때로 자신의 나체 자화상까지 작품도입부에 등장시켜 현대인의 감춰진 내면,그 은근한 욕망의 응달을 보여준다. 마크 퀸(39)은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작품을 만드는 엽기적인 성향의 작가다.이번에 나오는 ‘Self’ 또한 자신의 피를 직접 뽑아 모은 것을 굳혀 인간의 머리 형상으로 만든 작품이다.인간의 몸 안에 들어 있는 피의 양과 거의 같은 4ℓ 분량의 피를 재료로 삼았다.이것이 무엇을 위한 예술인가,아니 이것도 예술인가.작가는 “나의 작품은 육체와 영혼의 문제,육신에 새겨진 자아존재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Self’는 원래 1991년에 처음 만들어졌다.이번은 세번째 작품.냉동장비에 의해서만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극도로 민감하다.지난 96년 제작된 두번째 ‘Self’는 영국의 거물 컬렉터 사치가 관리를 잘못해 녹아버리기도 했다.이같은 작품의 취약성은 인간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과 신체의 변덕스러움을 암시한다.이번 작품은 실리콘을 씌워 냉동장치가 꺼지더라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현대미술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는 지난 98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영국현대미술전이 열린 이래 처음이다.영국 젊은 미술가들의 이번 작품은 앞으로 현대미술이 더욱 실험적이고 격정적인 오브제와 비디오 중심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하는 하나의 징표로 보인다.(041)551-5100. 김종면기자 jmkim@
  • 백석문학상 박영근 시인

    창비사가 주관하는 제5회 백석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박영근(朴永根)씨가 뽑혔다. 수상작은 지난해 창비사에서 출간된 ‘저 꽃이 불편하다’.시인 백석의 작품세계를 기리는 이 상의 심사위원들은 “세계의 고통과 자신의 고통을 동시에 맨몸으로 감내하는 치열한 고투를 통해 지난 시대의 이념적 좌절을 넘어서는 감동적인 아름다움에 도달했다.”고 평했다.시상식은 새달 26일 서울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열린다.
  • 점, 선, 여백…/호암·로댕갤러리 이우환展

    이우환(사진·67·도쿄 다마 미술대 교수)은 흔히 ‘그리지 않는 그림’의 철학자로 불린다.그가 그리지 않는 그 ‘여백’이야말로 그의 존재론적인 사유의 결정체다. 그에게 여백은 단순히 비어있는 공간이 아닌 열린 세계,곧 우주와의 교감이 이뤄지는 현장이다.작가와 대상 사이의 끊임없는 긴장과 울림,철학적 사유의 아름다움이 그 안에 담겼다.나와 타자,현실과 관념 사이를 중재하며 작가는 특유의 여백의 미학을 보여준다.그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여백의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그렇기에 이우환의 그림은 ‘어려운’ 그림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 호암갤러리(02-771-2381)와 로댕갤러리(02-2259-7780)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는 ‘이우환-만남을 찾아서’전은 국내에서 처음 마련된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다.일본과 유럽에서 주로 활동해온 이우환의 예술세계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우환은 화가이자 조각가,문예비평가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보인다.그는 일찍이 1960년대 후반 일본에서 미술평론가로 등단해 당시의 모노하(物派) 운동을 주도했으며 1970년대 이후 한국의 전위미술운동과 단색화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이우환은 모노하에 최초로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모노하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본에서 나타난 미술경향으로,전후 일본 미술의 가장 두드러진 흐름 가운데 하나다. 나무나 돌,점토,철판 같은 모노(物),즉 물건을 거의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작품을 보는 사람이 그 공간 안에서 사물과의 관계를 직접 자각토록 한다는 점에서 모노하는 현상학적이다.이우환이 추구하는 사유와 감성의 조화 또한 그런 ‘만남의 현상학’에 다름 아니다.이번 전시에는 35점의 회화작품 외에 사물과 사물 혹은 사물과 인간간의 관계를 다룬 조각도 여러 점 나와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서울 태평로 대한매일 사옥 앞에 설치돼 일반에 널리 알려진 ‘관계항(關係項,Relatum)’.한 장소에서 서로를 의탁하고 있는 철판과 돌의 모습이 “저것은 이것에서 나오고 이것역시 저것에서 말미암게 된다.”는 장자 ‘제물론’의 한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조각작업을 병행해서인지 이우환의 그림에선 공간감이 짙게 묻어난다.그는 캔버스의 바탕과 긴밀하게 호흡한다. 색채와 형태,구성,이미지 등 회화적 요소를 되도록 배제하는 그의 그림에서 캔버스에 나타난 선 하나,점의 위치,방향성,붓자국의 나타남과 사라짐,그려진 부분과 그려지지 않은 부분의 조응관계는 매우 중요하다.이번에 선보인 ‘조응(Correspondence)’ 시리즈에서는 80년대 해체적인 분방함에서 90년대 엄격하고 절제된 공간으로 회귀한 작가의 예술적 변모 양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이우환은 백남준과 함께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작가다.지난해 ‘호주 아시아 퍼시픽 트리엔날레’에서는 백남준,쿠사마 야요이와 함께 아시아의 대표작가 3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같은 세대인 백남준에 대해 그는 “백남준은 비디오의 창시자인 동시에 비디오의 종말을 고한 자”라고 평가한다. 이번 전시는 그 이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우환의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전시는 11월 16일까지. 김종면기자 jmkim@
  • 스페인 방랑화가의 독특한 ‘원색 에너지’/29일까지 선갤러리 ‘에두아르도 우르쿨로’ 展

    파블로 피카소,호안 미로,살바도르 달리,후안 그리스,훌리오 곤살레스,파블로 가르가요,에두아르도 아로요,안토니 타피에스….20세기 현대미술을 살찌운 스페인 출신 작가들이다.스페인 출신 작가들의 특징이라면 가공할만한 에너지와 무한한 상상력,풍부한 감수성을 꼽을 수 있다.이같은 스페인 현대미술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은 또 한 명의 거장이 바로 에두아르도 우르쿨로(1938∼2003)다.그러나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서울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에두아르도 우르쿨로’전(29일까지)은 그런 점에서 특별히 눈길이 가는 전시다.정물화를 중심으로 유화,드로잉 등 모두 56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에서는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르쿨로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마지막 암소’‘신비한 테라스’‘시선’‘정물화’‘카페’ 등 대표작들이 망라됐다. 우르쿨로는 영원한 ‘방랑화가’다.그 자신이 여행을 무척 좋아해 스스로를 여행자 혹은 방랑자로 불렀다.우르쿨로는 “나의 의도는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할 주제들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그 주제들이란 여행가방,모자,구두,재킷,우산,암소,기모노,엉덩이,두개골,뉴욕의 도시풍경 등 사뭇 독특하다.작가는 특히 마천루의 스카이라인,브루클린 다리 등 뉴욕의 풍경을 즐겨 그렸다.여행자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우수 깃든 화면에 담아냈다. 우르쿨로의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팝아트 양식에 가깝다.말기에는 큐비즘에 기울어 팝아트와 큐비즘을 결합한 ‘네오 큐비즘’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리듬감 넘치는 절제된 화면을 추구하는 그는 스페인의 전통적인 낭만주의적 특성에 따라 화려하고 강한 원색을 구사했다. 이번 전시는 아시아 순회전의 하나로 올들어 베이징,콸라룸푸르,상하이에서도 우르쿨로전이 열렸다.우르쿨로는 지난 7월 베이징 전시를 마치고 귀국한 직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전시에 맞춰 한국에 온 미망인 빅토리아 이달고씨는 “우르쿨로가 한국 방문을 고대했는데 갑작스럽게 사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02)734-0458. 김종면기자 jmkim@
  • 전문가가 본 쿠체/추상성 빼어난 ‘제2카프카’

    쿠체의 소설을 접해본 이들은 그의 문체가 절제된 가운데도 폐부를 찌르는 힘이 있다고 한다. 탄탄한 구성과 사변적 깊이 그리고 존재의 밑바닥까지 울려오는 전율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보기 드문 거장의 대작을 접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또한 그 작품 배경의 추상성과 절망의 함정으로 점철돼 있는 상황들은 카프카의 작품세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쿠체의 소설에서는 남아프리카와 닮은 상황들이 종종 재현되지만 구체적인 장소들은 언급되지 않는다.이런 독특한 설정 때문에 그는 현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핵심을 비껴간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그가 작품활동을 시작했을 때 남아프리카에서는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었으며,그는 ‘정치적 작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이렇게 회피적 방편으로 출발했을지도 모르는 그의 작품의 추상성은 그러나 그의 작품에 깊이와 보편성과 사유적 공간을 부여하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야만인을 기다리며’(1980)의 배경은 19세기의 어느 불특정한 시기 제국의 전초기지로 매우 추상적이다.이 변방의 요새는 ‘야만인’들이라 불리는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제국의 중앙정부에서 파견된 군사요원들은 지금까지 이 변방의 요새를 평화스럽게 다스려온 치안판사의 온건한 정책을 폐기하고 야만인들에 대한 강경한 탄압과 정복전쟁을 시작한다. 지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누구든지 이것이 남아프리카의 백인들이 흑인들에 대해 가지는 망상적 공포와 그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반응 그리고 그런 반응들이 연쇄적으로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추상성은 남아프리카의 상황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지 않지만, 백인들이 처한 거북한 입장을 억압적 지배자의 집단에 속하면서도 그 집단의 정당성을 믿을 수 없는 묘한 위치에 처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로 일반화시켜 순전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관심사가 가지지 못하는 사유의 깊이를 작품에 부여한다. 그 외에도 최근 한국의 강단에서 많이 논의되는 쿠체의 작품으로는 18세기 영국작가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쓴 ‘포’(Foe)라는 작품이 있다.이것은 고전적 작품을 패러디하며 현대적 시각에서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전형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 실험이라 할 수 있는데,‘야만인을 기다리며’에 비해서는 작위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전수용 교수(이화여대 영문과)
  • 쿠체 문학세계/남아공 쿠체 노벨문학상 수상 인종문제·제국주의 비판

    존 맥스웰 쿠체는 194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우스터에서 네덜란드계 백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남아프리카와 미국에서 수학,컴퓨터,언어학,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세계문학계에서 “지적인 힘과 균형적 스타일,역사적 비전과 윤리적 통찰력을 독특한 스타일로 통합시킨 작가”로 통한다. 영어로 교육을 받은 그는 7편의 소설로 영국의 권위적인 ‘부커상’ 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수상자가 되는 등 주요 문학상을 휩쓸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주요 작품으로는 국내에 번역 출판된 ‘추락’‘페테르부르크의 대가’‘야만인을 기다리며’와 ‘철의 시대’,‘포’‘더스크랜즈’ 등이 있다.작품을 내는 족족 “내용과 형식면에서 기존 범주에 도전하면서 새 영역을 개척한다.”고 호평받았다.케이프타운 대학 석좌교수인 그는 부커상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마이클 K의 삶과 세월’ ‘추락’에서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인종차별과 성 문제를 창의적 소설기법에 담았다. 2000년 국내에 소개된 ‘추락’은 그의 문학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이 작품은 흑백의 공존이 구호만으로는 안 된다는 작가로서의 문제의식을 형상화했다.흑인에게 정권이 넘어간 뒤 남아공화국 한 백인교수의 치욕스러운 추락 과정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백인의 무한한 자기 반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인종 문제에서 싹을 보여준 폭력과 억압에 대한 쿠체의 비판의식은 타깃을 제국주의로 넓히면서 보편성을 담보한다.최근 소개된 ‘야만인을 기다리며’(들녘 펴냄)에서 쿠체는 남아프리카라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는데 이는 제국주의-식민지주의자 사이에 나타나는 폭력과 억압이 특정한 시대와 장소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작가의식을 투영한 것이다. 쿠체의 작품세계는 리얼리즘보다는 반리얼리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로 분류된다.국내에 소개된 또 다른 작품 ‘페테르부르크의 대가’(책세상 펴냄)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이 작품에서 그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악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역사와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그는 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작가로도유명하다.‘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그런 특징을 압축하고 있는데,감상을 철저히 배제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등장인물에는 그의 창작방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국내에 쿠체 작품을 주로 소개해온 왕철 전북대 영문과 교수는 “그의 작품은 반리얼리즘적 소설이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야 맛을 알 수 있다.”며 “주로 단문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깊은 사유와 해석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같은 남아공 작가로서 노벨상을 수상한 나딘 고디머는 그의 작품세계를 “종달새처럼 날아올라 매처럼 쳐다보는 상상력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삶의 생채기 따뜻한 감싸기/장철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

    “어둡더냐,살아가는 것이 쓰라리더냐.적적하지는 않겠구나,바람 속에 살을 씻기는 것을 보니.…” 지난 94년 계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한 시인 장철문(37)이 최근 펴낸 두번째 시집 ‘산벚나무의 저녁’(창작과비평사 펴냄)에 실린 ‘작가의 말’은 작품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그 속엔 ‘바람’이 상징하는 자연의 지혜에서 삶의 생채기를 다스리려는 여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98년 첫시집 ‘바람의 서쪽’에서 들려준 시인의 낮은 목소리는 여전하다.아니 이번엔 아예 목소리마저 내지않으려는 듯 차분하게 세상을 관조할 뿐이다.치열한 자아와의 속싸움을 다스리는 시인의 시선은 아침 안개 속 샛강을 보면서 “지난 밤낮의 열기와 툴툴거림을/내려놓는다”(‘아침 샛강’)고 노래할 때 잘 드러난다. 미얀마에서 체류하며 만든 노래는 구도송으로도 들린다.“비가 새는 집을/고치지도 않고/짐승처럼 살았지만/…/숲에 깃들여 숲과 함께 살았다/…/함께 서있는 것이 참 편안했다”(‘사람이 사는 숲’). 시인은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럽다.기차 안에서 수화하는 내외의 모습을 보며 “말 못하는 내외의/맞고함 속에/살고 싶은 것이 치밀어오른다”(‘추석,경춘선’중)며 그들의 답답한 속내를 노래하는 장면은 넉넉한 품을 보여준다. 남의 고통을 달래며 자신의 아픔은 삭이려는 시인의 웅숭깊은 속은 ‘내 복통에 문병가다’에서 꽃핀다.복통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대상화하고 관찰하면서 오히려 문병 온 친구의 걱정을 되레 걱정하는 시적 자아의 형상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통증에서 자유롭기 위해 노력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이종수기자
  • 새 작품집 낸 중견 VS 신인 정길연 - 정이현 대담

    등단 19년 만에 “이제 소설이 뭔지 알 것 같다.”는 작가 정길연(42)과 첫 작품집을 내고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신인 정이현(31)이 28일 만났다.비슷한 시기에 작품집을 낸 여성작가란 사실 하나만으로 통한 것일까.장편 6편에 두권의 작품집에 이어 세번째 작품집 ‘쇠꽃’(문이당)을 낸 농익음과 지난해 등단한 뒤 ‘낭만적 사랑과 사회’(문학과지성사)를 갓 구워낸 풋풋함은 첫 만남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도란도란 정담을 일구었다.말문을 연 것은 선배.후배의 ‘첫 출산’을 축하한 뒤 문학입문 과정을 이야기한다. 연:정외과(성신여대)를 졸업하고 문예창작과(서울예대)로 재입학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야.그 전문성은 소설의 자양분이거든.나처럼 바로 문창과(서울예대)에 들어간 경우엔 때로 문학 자체의 세계에 갇힌다는 한계를 실감할 때가 있거든. 현:든든한 힘이 되네요.사실 ‘작가 오정희’론을 펼치는 20살 동기들을 보며 ‘난 저 나이에 뭐했나.’하며 기죽기도 했거든요. 연:아니야.40대쯤되면 그 모든 걸 소설이란 용광로에 녹일힘이 생겨.소설가는 장거리 주자이거든. 다리도 놓을 겸 살짝 끼어들어 작품집 낸 소감을 물었다. 연:이제 작품집 낸 기분이 뭔지 알겠어요.등단 이후 정신없이,그저 작가이기에 쓴다는 관성에 등 떼밀려온 느낌이었거든요. 현:일단 기쁘고 설렙니다.교정지 넘긴 이후 ‘붕’ 떠있었어요.막상 책이 나오니 ‘진짜 독자’를 만난다는 부담도 들고요. 두 사람은 대담 제의를 받은 뒤 촉박한 일정을 쪼개 서로의 작품을 읽었다.그 발품에 힘입어 상대 작품에 대한 덕담과 조언을 주고받았다. 연:문단에는 선,후배가 없어요.무서운 신인작가 많아요(웃음).문체만 있고 내용이 빈약한 작가들이 꽤 있어 걱정했는데 이현씨는 ‘트렁크’나 ‘무궁화’등의 작품에서 보듯 발랄함과 정통적 기법을 겸비해 인상적이었어요. 현:그저 학교서 받은 수업에 충실하면서 제 주위 이야기를 담으려 한 것입니다.선배님 작품을 계속 읽은 편인데 장편 ‘종이꽃’에서 이번의 ‘쇠꽃’ 사이에 즉,한없이 연약한 종이가 단단한 쇠가 되는 과정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연:큰 변화는 없어요.다만 개인적 환경변화에 따라 공중의 상상력이 땅에 뿌리내리면서 굳게 박혔다는 느낌,혹은 작가로서 배수진을 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얼핏보면 군더더기 없는 구성과 정제된 문체로 느릿느릿 걸어온 선배와 재기발랄한 문체로 ‘쌩’달리는 후배의 작품세계는 달라보인다.그러나 둘의 소설관은 딱 맞아떨어진다.“독자에게 늦게 들킬수록 작가로서는 더 좋은 고도의 사기극”이라는 선배의 말에 후배는 “어머,놀랐어요,전 작품집에서 소설이 ‘짝퉁’(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물건)이라고 썼거든요.”라고 맞장구친다. 하지만 ‘있음직함’을 그리는 방법은 달랐다.“둘다 동시대 여성의 질곡을 다뤘는데 저는 사회에 초점을 두었는데 선배님은 개인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는 후배의 정리에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까지 모세혈관에서 찾은 문제점을 대동맥에 연결시키는 게 과제”라고 말한다.이어 “이현씨도 언젠가 그 역의 작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장편 쓰는 풍경,첫 작품집 이후 짐벗기 등 아직 ‘형태가 갖춰지지 않은’ 후배의 질문은 이어졌고 그럴 때마다 선배는 자신의 경험을 자상하게 들려주었다. 이종수 기자 vielee@ 정길연‘쇠꽃’ 잘짜인 구성과 시처럼 절제된 문체,생생한 대사가 8편의 작품에 빛난다. 기막힌 반전을 숨기며 유부남인 친구 오빠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과 어머니의 2대에 걸친 기구한 인생을 담은 ‘연’을 비롯,애인과 공모하여 초호화 양로원 노블 팰리스에서 수발들던 할머니의 차를 훔친 뒤 그에게 버림 받은 이야기를 다룬 표제작 등 질곡과 싸우기보다는 숙명적으로 안고가는 여인들의 한많은 사연을 촘촘히 엮었다.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여러 유형의 영악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경박한 세태를 조명한 작품집. ‘결혼=인생 최대의 도박’이라 여기는 깜찍하고 도발적인 주인공의 남자 관계를 소재로 성 풍속도를 스케치한 표제작을 비롯, 8편을 담았다.남편과의 세차례 사별에 원인을 제공한 듯한 여성(‘순수’),자신의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 화장품 회사 중견 간부(‘트렁크’)등악마적 주인공이 많이 등장하는데 작가의 초점은 그런 인물을 낳은 사회를 까발리는 데 있다.
  •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본 중국의 세 얼굴/현대미술 3人展 12일까지

    1980년대 초반 이후 형성돼온 중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즉 현대미술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지배하는 중국 사회에선 ‘반체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1989년 톈안먼 사태가 일어났을 무렵 중국의 아방가르드 미술가들에 대한 탄압은 현대미술이 지하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중국의 아방가르드 미술이 처했던 이런 운명은 역설적이게도 중국 현대미술이 서방세계에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1990년대 들어 중국의 현대미술은 베니스비엔날레 등 국제전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으며 독자적인 영역을 굳혀가고 있다. 장 샤오강(張曉剛·46),팡 리준(方力鈞·41),유에 민준(岳敏君·41).중국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이 젊은 작가들이 서울 관훈동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China! 3Faces+3Colors’란 이름으로 합동전을 열고 있다.문화혁명과 톈안먼 사태를 겪은 세대가 지켜본 현대 중국 사회의 모습을 담았다.지난 20년간 중국이 보여준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는 중국인들의 정신적 허탈감이 미술을 통해 발산된다면 어떤 색깔을 띨까하는 의문에서 이같은 제목을 붙였다. 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정신은 냉소적 사실주의다.중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대표적 양식의 하나인 냉소적 사실주의는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사회에 급속히 번지기 시작한 ‘반(反)이념’에 대한 중국 인민들의 정서를 반영한다. 장 샤오강은 베이징에 비해 초현실주의적이고 부드러운 색채가 강한 스촨성(四川省)의 화풍을 대표하는 작가.창백한 얼굴에 공허한 눈빛을 지닌 작품 속 인물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의 결속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관에 회의를 보낸다.장 샤오강은 ‘혈통’ 시리즈로 널리 알려져 있다.오직 혈통을 통해 연결되고 의미를 갖는 인물의 모습은 내가 나를 만들어가지 못하고 거대한 사회구조에 의해 규정되는 현대인의 서글픈 초상이다. 팡 리준의 작품에 등장하는 웃고 있는 삭발 청년의 이미지엔 현대 중국사회에 대한 조롱과 기존 가치관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이 배어 있다.최근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돌리고 있다.관객을 바라보던 조롱섞인 얼굴이 고개를 돌려 넓은 바다,하늘,빛을 향했다.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의 세계로 관람객을 유도하는 듯한 자세다. 유에 민준은 하얀 이를 한껏 드러내며 웃고 있는 인물 캐릭터로 유명하다.이 인물은 바로 작가 자신.웃음 속엔 물론 사회에 대한 냉소와 풍자가 담겨 있다.그는 이념의 경계나 평화와 폭력의 대치 같은 민감한 문제를 과장된 웃음으로 포장해 비판한다.원색의 ‘치기어린’ 작품이 불현듯 현대 팝아트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10월 12일까지.(02)725-1020. 김종면기자 jmkim@
  • 황토색에 담은 아름다운 산하/故이종무화백 회고전 30일부터 서울갤러리

    글도 그렇듯이 그림도 인격을 반영한다.이른바 화격(畵格)이다.당림(棠林) 고(故)이종무 화백의 그림에는 인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당림의 삶은 꼿꼿한 선비의 풍모 그대로다.대학교수 자리를 미련없이 떠났다든가 종신직인 예술원 회원에서 스스로 물러난 일 등은 그 강직한 성품의 한 단면이다.그런 올곧은 삶의 태도는 그림에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당림의 그림에는 애매모호한 구석이 없다.물상 하나하나의 형태는 물론,물상과 물상의 경계도 철책을 두른 듯 뚜렷하다.세부적인 묘사를 생략하고 단순화한 화풍 탓인지 그의 그림은 힘이 있고 정갈하다. 70년의 세월에 걸쳐 일궈놓은 당림의 작품세계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이종무 화백 회고전’이 30일부터 10월12일까지 서울 태평로 서울갤러리 1,2전시실에서 열린다. 미수전을 눈 앞에 두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기 위해 대표작 88점을 골랐다.전시작은 ‘전쟁이 지나간 도시’(1950년)부터 ‘향원정’‘자화상’‘백두산 천지’‘여수돌섬’,근작 ‘충무항’(2000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망라했다.특히 ‘전쟁이 지나간 도시’는 1950년대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거친 붓놀림이 오히려 전쟁의 처참함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당림은 기본적으로 구상작가이지만 1960년 무렵부터 거의 10년 동안 추상작업에 몰두한 세월이 있다.그것은 물론 1950년대 말부터 국내 작가들 사이에 유행한 앵포르멜(비정형회화)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늪지대’(1960년),‘풍경’(1965년) 같은 반추상화들이 당시에 그린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그러나 당림은 자신의 추상세계가 무르익어갈 즈음 돌연 구상화로 복귀한다.그리고 마침내 시시콜콜한 표현을 절제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얻었다. 당림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가 ‘황토색의 작가’라는 점이다.1970년대 말 이래 당림은 황토색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그에게 황토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한국의 향토미를 상징하는 색이 다름아닌 황토색임을 감안하면,그가 일찍이 국내 서양화 1세대인 춘곡 고희동을사사한 서양화가이지만 얼마나 한국적 서정에 투철한 작가인가를 알 수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특유의 황갈색으로 되살아나는 아름다운 산하를 만나게 된다.(02)2000-9736. 김종면기자 jmkim@
  • 가을향기 물씬 나는 전집 2가지/북한시인 이찬 시전집 소설가 신상웅 전집

    눈길을 끄는 두 전집이 나왔다. 소명출판사의 ‘이찬 시전집’은 북한 시인이라는 이유로 남한에서 잊혀진 이찬(1910∼1974)의 작품세계를 아우르고 있다.이찬은 ‘카프’의 대표적 시인이자 북한에서 최고의 영예인 ‘혁명시인’ 칭호를 받았다.전집은 그가 계급문예운동에 몸담기 전인 30년대 후반 함북 북청에서 북방 유랑민의 삶을 보듬으며 일제 강점기의 식민지 민중의 비극을 그린 시집 ‘대망(待望)’을 비롯,북한에서 발표한 작품 등을 담고 있다.전집을 엮은 이동순·박승희 영남대교수는 “가랑잎처럼 흩어진 작품을 10년 동안 모았다.”며 “한 편이라도 더 수집하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하버드·시카고 대학의 도서관을 전전했고 중국·일본에 수소문했다.”고 전한다.이들이 발품을 판 덕에 이데올로기 대립의 잔재로 먼지에 덮여있던 285편의 시와 세편의 산문,작가·작품 연보가 세상 속으로 나왔다.엮은이들은 “이찬은 분단 이전의 시인이자 통일 이후의 시인으로 재해석되어야 하는 우리시대의 문학인”이라며 “전집 발간을 기점으로 문학사 복원작업이 활기를 띠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동서문화사에서 펴낸 ‘신상웅 전집’은 대표작 ‘심야의 정담’ 등 3편의 장편과 중편 5편,단편 50편 등을 담았다.문단의 유행을 모르쇠하면서 오로지 삶의 진정성을 소설이란 그릇에 담아온 그의 작품세계는 ‘꿈꾸는 리얼리스트’란 표현으로 집약된다.4·19를 경험한 작가답게 어두운 사회문화에 불을 비추고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인간을 고발하는 휴머니즘 넘치는 작품을 썼다.철저한 자료조사와 현장 취재에 바탕한 르포기법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듣는다. 이종수기자
  • 책꽂이

    ●당신의 저녁(정인 지음,문학수첩 펴냄) 2000년 ‘21세기 문학상’신인상 수상작가의 첫 작품집.표제작 등 11편의 작품에서 1차적 관계인 ‘가족’이 안온함이 아니라 이익을 놓고 갈등하는 곳으로 변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그리면서 의사소통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8500원. ●죽은 올빼미 농장(백민석 지음,작가정신 펴냄) 일탈적 상상력이란 지평을 일궈온 작가의 9번째 작품.도시적 감성의 대중가사 작사가인 주인공의 일상과 그가 농장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메마른 아파트 세대의 정신세계를 형상화.7000원. ●일찍 늙으매 꽃꿈(이선영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90년 등단한 시인의 네번째 작품집.“네 몸 하나가 내 두눈의 천체(天體)가 된다”(‘내가 읽고 또 읽는 너의 몸’)는 말처럼,절묘하게 압축한 ‘몸’주제의 시 61편으로 세계와 시적 자아의 혼일을 노래.6000원. ●사라진 나라를 꿈꾸다(정상현 지음,모아드림 펴냄)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고 식물인간이 된 뒤 12년째 투병생활을 하는 시인의 두번째 작품집.자신의 상황을 노래한 ‘실명’등 시인이“재활의 메신저”라는 작품 50편을 담았다.5500원. ●독일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정서웅 지음,민음사 펴냄) 30여년간 독일문학을 연구한 저자가 쉬운 글로 들려주는 독일문학.자신의 전공인 헤르만 헤세를 비롯,괴테,토마스 만,고트프리트 벤 등의 작가론과 동독문학론 등을 담았다.1만 5000원. ●복제인간(로빈 쿡 지음,공경희 옮김,열림원 펴냄) 의학스릴러의 대명사로 통하는 작가의 21번째 소설.큰 돈을 받고 난자기증수술을 받은 주인공이,그 난자가 인간복제 프로젝트 실험에 쓰인다는 것을 알고 그 비윤리성과 싸운다는 내용.모두 2권,각권 8500원. ●영원한 이방인(이창래 지음,정영목 옮김,나무와숲 펴냄) 절판된 ‘네이티브 스피커’를 내용·형식 모두 새롭게 꾸민 작품.미국사회의 특수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첨가하는 등 역자가 1년6개월간 새로 번역했다.1만원. ●야만인을 기다리며(존 쿳시 지음,왕은철 옮김,들녘 펴냄) 영국 부커상을 처음으로 두차례나 받은 작가의 장편.제국주의자들이 야만인들에게 가하는 고통과 폭력을 고발해온 작품세계는 여전.자신도 모르게 제국 이데올로기에 전염됨도 지적.1만원.
  • 개인사에서 작품세계까지 서정인의 문학 40년 함축/文友들이 펴낸 ‘달궁 가는 길’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교과서격으로 손꼽히는 작가 리스트에 서정인과 오정희는 ‘단골’(?)로 오른다.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문체에 기대 덜 여문 문학열정을 숙성시키곤 한다.치밀하고 엄정한 문체를 자랑하는 서정인(65) 문학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책 ‘달궁 가는 길’(서해문집 펴냄)이 나왔다. 동료인 이종민 전북대 영문과 교수가 작가의 정년퇴임을 기념해 “본인의 ‘방해와 간섭’을 무릅쓰고 엮었다.”는 이 책은 평론가들의 작가론과 작품론을 묶었다.이들의 전문적이고 상세한 분석에 힘입어,‘난해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 서정인의 문체와 작품세계는 두꺼운 옷을 벗는다. 작가론에서 평론가 조은하는 서정인의 작품세계를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리얼리즘”으로 정리한 뒤 작품분석을 통해 “작가가 진지하게 추구한 것은 서민 생활과 그들의 저력에 대한 믿음”(59쪽)이라고 결론짓는다.이경수 원광대 교수는 인터뷰를 곁들여 “한 인물의 생애에서 맞닥뜨리는 당대의 온갖 유형의 호적을 재현시키려는 발자크적 열정과 씨름하고 있는 셈”(68쪽)이라고 평가한다. 또 고인이 된 평론가 김현을 비롯,유종호 황종연 정호웅 우찬제 김종욱 김태환 등이 글품을 보탠 작품론은 서정인의 문학세계를 다각도로 비춘다.서정인 소설의 가장 큰 특색을 문체라고 파악했던 고(故)김현은 “귀중한 돌을 갈듯이 그는 말 하나하나를 경건하게 다듬는다.”며 “작가가 뼈를 깎듯 힘들게 깎아 남긴 말들은 독자에게 팽팽한 긴장을 맛보게 하지만 그 문체를 통하지 않으면 서정인 소설의 즐거움의 대부분을 놓친 것”(123쪽)이라고 적고 있다. 유종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서정인의 작품세계를 “우리말로 된 가장 행복스러운 단편소설의 지복상태의 하나를 드러낸다.”며 “야무진 주제,꽉 짜인 구성,단 몇줄로 선명하게 작중인물을 떠올리는 성격묘사 등은 단편소설 지망생의 모범”이라고 분석한다. 전집의 압권은 신광철 전남대 철학과명예교수의 ‘술친구 서정인’.이 글은 작가 본인이 그토록 고사한 ‘개인 서정인’이야기를 담고 있다.그 속에는 신 교수가 30년 지기로서 가까이 살펴본 인간 서정인의 이야기 예컨대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맵시있는 모습,자기 연구와 강의에 충실한 표정,사투리에 대한 작가 서정인의 애정,진정한 술꾼으로서의 서정인 등 작가의 면모를 정밀하게 묘사한다.부록으로 곁들인 작가의 수상소감도 그의 눈부신 문체를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서정인은 1962년 단편 ‘후송’으로 사상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대표작인 장편 ‘달궁’등의 작품활동으로 김동리문학상,이산문학상,대산문학상 등을 받았다.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다.“나는 길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왜 쓰느냐는 이 캄캄한 미로를 벗어나기 위해서고,어떻게 쓰느냐는 그 길을 찾는 것과 같다.” 이종수기자 vielee@
  • ‘둥글둥글’ 푸근한 우리네 모습/김창희 정년퇴임 조각전

    조각가 김창희(65·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 교수)의 작품세계는 인체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 구상조각에서 출발한다.인체의 사실성과 비례 등을 중시하는 구상조각은 일반인들이 감상하거나 이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르지 못하는 단점 또한 없지 않다.종종 장식적 매너리즘에 빠져 예술적인 가치를 손상하곤 한다.그래서였을까.김창희는 1980년대 들어 작품세계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개성과 인간의 감성을 담고자 하는 ‘표현조각’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눈에 보이는 대로 묘사하기보다는 한층 단순화되고 왜곡된 형태의 인물 조각으로 나아갔다.1990년대 초 마침내 김창희의 인체상은 구체적인 형상을 잃는다.비바람에 씻긴 듯 둥글둥글하게 ‘해체된’ 그의 인체 조각상은 더없이 푸근한 느낌을 준다.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열리는 ‘김창희 조각전’은 정년퇴임을 앞둔 작가의 조각인생 40여년을 되돌아보는 의미있는 자리다.‘환상가족’ ‘환상여인’ ‘고향마을’ ‘모자상’등 25점이 관람객을 맞는다.변형된 인물 조각들은 풍부한 볼륨을 강조한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의 인체 조각을 연상케 한다.김창희의 조각은 비교적 뚜렷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정신은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병풍처럼 둘러쳐진 숲 속의 인물상은 마치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처럼 평화롭기만 하다. “조각이란 브론즈가 아닌 관념의 덩어리”라고 말한 것은 프랑스계 미국 화가 마르셀 뒤샹이다.그렇듯 현대조각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혼란을 안겨주기도 한다.전통적인 의미의 조각이 무의미한 장식물로 전락하는가 하면,혐오감을 주는 물건이 오브제 조각이란 이름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그런 작품들에 비하면 김창희의 ‘고전적인’ 조각은 너무나 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그것이 바로 그의 조각이 갖는 장점 아닌 장점이다.(02)549-3112.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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