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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임권택 영화 ‘천년학’ 개봉

    “나는 영화속에 리얼리티가 담겨야 한다고 고집하는 감독입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리얼리티란 내 개인적인 삶의 체험에서 나오는 것이라기보다 좀더 넓은 의미의 것으로, 다양한 우리들 삶의 경험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단순한 오락물일 수 있어요. 그러나 나는 영화란 우리의 삶에 대한 창조와 지혜의 예술양식이라고 봅니다. 우리의 삶 자체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서 영화가 우리의 삶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거장 임권택. 오는 12일 개봉하는 100번째 영화 ‘천년학’(오정해·조재현 주연)으로 한국 영화사에 가장 큰 발자취를 남긴 임권택(71)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천년학은 어려서 소리를 위해 남매 아닌 남매가 된 동호(조재현)와 송화(오정해)가 평생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임 감독은 젊은이들에게 우리 조상들의 ‘슬픔’의 정서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천년학’은 남도소리를 입힌 사랑 이야기 ▶감독님! 만나서 영광입니다. 초등학교 때 ‘씨받이’(강수연 주연·1987년 개봉)를 보고 감독님의 작품세계를 처음 접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때인데 씨받이를 왜 보고 그러나. 허허. ▶100번째 작품으로 천년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천년학은 이청준의 연작소설 ‘남도사람’ 중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거야. 애초 ‘서편제’(1993년 개봉)때 시나리오로 쓰려던 것인데, 당시 기술로는 소설 속 배경인 바닷물이 드나드는 선학동(전라남도 장흥군 소재)을 만들 수가 없어서 무척 안타까웠어.(원래 이 지역은 바닷물이 드나들었지만 개간사업으로 농토로 바뀐 상태다.) 그러다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발전해 이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된 거야. 그래서 100번째 작품으로 다시 한번 도전한 거야. ▶천년학을 ‘서편제’의 후일담으로 봐도 될까요? -영화의 기본구조는 비슷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남도소리의 역할이 서로 달라. 서편제가 ‘소리에 사랑 이야기를 입힌 영화’라면 ‘천년학’은 거꾸로 ‘사랑 이야기에 소리를 넣은 작품’이야. 서편제가 소리 자체를 중시했다면 천년학은 이야기 구조에 좀더 비중을 뒀어. ●100편의 영광,100번의 고뇌 ▶100편이나 영화를 만들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요? -한편 한편 찍을 때마다 정말 피가 마르는 심정이야. 지금도 마찬가지야.100편을 찍은 보람보다는 이제 간신히 영화를 끝냈다는 생각 뿐이야. ▶100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 있다면요? -부모가 어찌 예뻐하는 자식을 남들에게 대놓고 말하겠는가. 다른 자식들이 들으면 서운해할 것 아냐. 하지만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있어.‘태백산맥’(1994년 개봉)이 그래. 원래 노태우 정권 때 만들려던 것인데 주변에서 워낙 만류가 심해 문민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렸지. 영화를 만들 때도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전화를 수도 없이 받았어.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바로 내 자신이 ‘내 사상의 검열관’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서야. 워낙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살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알아서 자신을 통제하던 거지. 만약 좀더 ‘열린시대’에 살았다면 태백산맥이 더 좋은 작품이 됐을 텐데…. ▶101번째 작품으로는 뭘 해보고 싶으세요? -솔직히 그동안은 작품을 고를 때 남들의 기대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한번 해볼 테야. 그게 현대물일 수도 있고 애정물이 될 수도 있겠지. 이제부터는 남들에 대한 부담에서 좀 홀가분해지고 싶어. ●스크린쿼터 없었으면 나도 없었다 ▶한·미 FTA가 타결돼 스크린쿼터가 73일로 완전히 확정됐는데요. -(담배를 꺼내 긴 연기를 내뿜으며)한국 영화산업이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사실 스크린쿼터가 없었다면 나처럼 흥행과 관계가 없는 감독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텐데 말야. ▶한국 영화들을 보면 조폭영화나 코미디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래도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그런 상황을 부인하지는 않아.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줄어들면 미래 한국영화는 그런 종류의 영화들만 남아 있게 될지도 몰라. 한국 영화가 더더욱 경제논리에 내몰릴 테니까 말야. ▶그렇다면 최근 본 한국영화 중 ‘제대로 된 한국영화답다.’고 느낀 작품이 있었는지요? -지난해 개봉한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유지태·김지수 주연)가 꽤 인상 깊었어. 감정의 절제를 통해 흥행보다 영화적 완성도를 택한 감독의 고집을 읽을 수 있었지. ▶위기의 한국 영화계에 한마디 하신다면요? -앞으로 우리 영화산업에 커다란 회오리가 몰아치겠지만 우리 영화계에도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감독들이 여럿 있다는 것이 위안 거리지. 앞으로 상황이 어려워져도 지금까지 그랬듯 늘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는 수밖에 없지. ▶앞으로도 한국 영화 발전을 위해 많은 노고 부탁드립니다. -류 기자는 자식 관리 잘해야겠어. 자네 아들도 아빠 닮아서 어려서부터 ‘씨받이’ 같은 거 보러 다니면 어쩌려고 그러나. 허허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책꽂이]

    ●근대 초기 매체의 역사(베르너 파울슈티히 지음, 황대현 옮김, 지식의 풍경 펴냄) 역사상 최초의 매체는 고대사회에서 신의 경고와 계시를 전해주던 신전의 제사장과 신녀였다. 독일 뤼네부르크대 응용매체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를 ‘인간매체’라고 부른다. 근대 초기 300년 동안 ‘수기매체’로서의 서신은 그 어떤 매체보다 큰 영향을 미쳤다. 에라스무스, 토머스 모어, 교황 피우스 2세, 콜루치오 살루타티 등 인문주의자들이 의견과 경험을 교환하는 핵심매체로 서신이 이용됐다. 저자는 매체사의 관점에서 볼 때 르네상스는 근대의 시작점이자 고대의 종결점이었다고 주장한다.2만 5000원.●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 영원한 방랑자(오정숙 지음, 중심 펴냄) 유르스나스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랑스에서는 그의 대표작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이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1981년 프랑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학문과 문화 발전에 기여한 40석의 종신회원 자리에 346년의 전통을 깨고 이 여성작가를 처음으로 받아들였다. 볼테르, 위고, 발레리, 베르그송, 레비­스트로스 등이 스쳐간 이 지성의 전당에 처음 여성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유르스나스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연구서.1만 2000원.●나보코프 블루스(커트 존슨 등 지음, 홍연미 옮김, 해나무 펴냄) 러시아 출신 작가 나보코프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러시아에서 축출돼 독일과 프랑스 등지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1945년 미국으로 귀화,‘창백한 불꽃’ ‘선물’ ‘말하라, 기억이여’ 등을 영어로 발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나보코프는 유명한 나비 연구가이자 수집가이기도 했다. 이 책은 이처럼 인시류학에 열정을 품은 나보코프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블루(blue)’란 나보코프가 주목한 나비 종류로, 남아메리카의 외진 지역에 서식하는 다양한 나비 무리를 뜻한다. 학계에서는 ‘부전나빗과’로 알려져 있다.2만 2000원.●마지막 토론(짐 레러 지음, 우정엽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디어와 이를 다루는 언론인이 그에 걸맞은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책은 미국 대선후보 TV토론회를 소재로 이같은 상황을 그린 정치소설이다. 저자는 미 공영방송 PBS의 기자이자 앵커로 1988년 미 대선후보 주자인 조지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의 TV토론회 등의 사회를 맡았던 인물. 작가는 TV토론회에 참석한 언론인 출신 패널들의 공모로 공화당의 유력후보 메레디스가 선거에서 참패하고 당선 가능성이 없던 그린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그렸다.1만 2000원.●지식의 통섭(최재천 등 엮음, 이음 펴냄) 통섭(統攝)은 2005년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통섭:지식의 대통합’에 나오는 ‘consilience’라는 말을 국내에 번역 소개하면서 만든 새로운 개념어. 윌슨은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은 모두 인간에 대한 학문인 만큼 유전학, 진화학, 뇌과학을 기반으로 재해석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철학, 사학, 사회교육학, 경제학, 환경공학, 물리학 등 국내 연구자들이 역사 속 학문의 통섭을 지향한 사례들을 소개한다.1만 4500원.
  • ‘바보산수’와 짜릿한 오감데이트

    인기드라마 ‘하얀거탑’에서 야망에 불타는 의사 장준혁(김명민 분)이 노회한 부원장(김창완 분)에게 뇌물로 준 그림은 운보 김기창의 ‘바보산수’였다. 바보산수는 운보 김기창(1914∼2001)이 직접 지은 말로, 우리 민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학성을 강조한 산수화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바보산수가 어떤 그림이기에 뇌물로 사용됐는지 궁금했다면 오는 15∼30일 서울 인사동 우림화랑(02-733-3788)에서 열리는 ‘운보선생 빛과 향기전’에 들러보자. 그동안 미공개된 작품 12점을 포함해 모두 40여점의 바보산수와 산뜻한 맛이 봄 기운을 물씬 풍기는 청록산수 작품 등이 전시된다. 화랑이 보유하고 있던 작품과 소장가 3∼4명의 작품을 모아서 구성한 전시회다. `엿장수´ `산사´ `행선´ 등의 바보산수 작품에서는 운보의 독창적 정신이 유감없이 나타난다. 미술평론가 이규일씨는 “바보산수는 중국풍의 관념산수가 판치던 조선시대에 진경(眞景)산수를 만들어낸 겸재 정선의 작업에 비견될 정도로 우리미술사에 남을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병풍에 매화를 그린 ‘紅梅’와 비단에 채색한 `청산-狩獵圖´ `청산-빨래터´ 등은 미공개 작품이다. 듣지 못하는 한을 작품 곳곳에 남겼던 운보는 1934년작 ‘정청’에서 축음기 소리를 듣는 애인과 누이를 그렸다.77년작 ‘새벽종소리’에서는 소리에 대한 향수를 담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채과선인´도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담고 있다. 경매를 중심으로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한국화의 값은 아직 최고가를 치던 19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1만점이 넘는 유작을 남긴 운보도 다작을 한데다 공급 조절이 안 돼 그림값은 호당 100만원 수준이다.40호 작품은 2500만∼3500만원선이며, 이번 전시회에서 소장가 작품을 제외한 10여점은 판매 예정이라고 우림화랑측은 밝혔다. 운보를 비롯한 한국의 대가들 가운데 위작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는 거의 없다. 우림화랑의 임명석 대표는 “전작 도록을 후손인 김우환씨와 같이 만들었다.”며 2002년에도 운보 전시회를 열었던 만큼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하! 이 그림] 박수근 ‘시장의 여인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박수근의 걸작 가운데 하나인 ‘시장의 여인들´이 세번째 주인을 찾고 있습니다. 오는 7일 K옥션을 통해 경매에 부쳐지는데 추정가가 20억∼30억원가량입니다. 낙찰되면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가장 비싼 그림이 될 것입니다. 변형 15호의 자그마한 이 그림은 사실 작가가 붙인 정확한 제목도 없어 ‘13명의 여인’으로 불린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씻고 세봐도 그림 속의 여인은 12명입니다. 한 명은 누군가의 뱃속에 있거나, 화랑에서 그림값을 높이려 사람 수를 늘렸다는 설 등이 있을 뿐입니다. 작품의 첫 주인은 주한 미군이었는데요,1965년 변형 2호의 소품과 함께 320달러에 샀다고 합니다. 미국 조지아주 시골에서 사는 로널드 존스(66)가 40년간 소장했던 그림을 다시 한국인에게 판 이유는 뭘까요.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에게 좋은 차를 사주기 위해서였다고 하는군요. 2004년 15억∼19억원에 ‘시장의 여인들’을 산 한국인 소장가는 K옥션 김순응 사장의 1년간에 걸친 설득 끝에 이번에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소장품을 다양화하라고 설득했다고 하네요.K옥션의 경매 이틀 뒤인 9일에는 서울옥션에서도 역시 박수근의 ‘농악’이 추정가 18억∼23억원으로 경매에 부쳐집니다. 박수근의 그림은 왜 이처럼 비쌀까요.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 했던 작가의 불우한 생애, 독학으로 이룩한 독자적인 작품세계, 한국인의 눈에 편안한 그림의 색깔과 풍경 등의 요소가 어우러진 때문이 아닐까요. 캔버스 살 돈도 변변찮아 하드보드에 그림을 그렸던 박수근. 하지만 ‘시장의 여인들’을 완성하기 위해 쓴 물감의 양은 상당합니다. 화강암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물감을 9차례 가까이 덧발라 그린 우리 어머니, 아내, 누이의 모습은 더없이 정겹습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3.5차원의 조각 vs 저항적 추상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1977년 함께 입학한 조각가 윤영석과 박희선이 30년 뒤 보여주는 작품세계는 서로 많이 다르다. 오는 4월22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윤영석:3.5차원의 영역’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윤영석은 독일 유학 이후 미묘하고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금속, 돌, 나무 등 그동안 조각가들이 흔히 사용했던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03년부터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시도했던 렌티큘러(입체사진) 작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로 눈동자의 움직임, 발레리나의 발동작, 움직이는 농구공 등을 표현했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당구큐대를 잡은 거대한 손인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가 설치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6개다. 복제양 돌리를 인용하여 과학과 문명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집착을 해석하는 ‘표본실의 양들’ 등 작가는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을 넘어 시공간이 일치된 4차원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오는 4월26일까지 10주기 추모전이 열리는 박희선은 기억 속에서 다소 희미한 조각가이다. 41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란 한국미술사에 독보적인 작품을 남겼다고 미술관측은 평가했다. 유족들이 10년 넘게 보관해오던 작품들은 여전히 서슬이 시퍼렇고 시대의식이 살아 숨쉰다.1980년대에 한반도의 역사, 통일, 생명과 같은 주제에 골몰했던 작가는 종류가 다른 여러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적 제작방식을 사용했다. 재료를 통째 깎는 것이 아니라 나무못으로 조각들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여린 나무 속살에 도끼를 찍어 넣은 작품 ‘한반도’는 시각적 충격과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영석은 “박희선이 전통적인 한국성에 천착했다면, 나는 조각의 영역 확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것을 배웠던 두 조각가가 어떻게 판이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장 피에르 카르티에 등 지음, 길잡이 늑대 옮김, 조화로운 삶 펴냄) ‘생명농업의 선구자’ ‘미래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 ‘현실적인 신비주의자’ 등으로 불리는 알제리 태생의 환경운동가 피에르 라비의 사상을 소개.1960년 이후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 시골마을 아르데슈로 귀농해 살고 있는 라비는 평생 ‘생명농업’을 일구고 친환경 운동을 펼쳐 왔다.“인간은 지구의 절대적인 주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라비는 우주의 생명현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제일주의의 폐해를 꼬집은 그의 저서 ‘대지의 말’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9800원.●주변에서 글쓰기, 상처와 선택(김인환 등 지음, 민음사 펴냄) 1906년에 태어난 이하윤, 이주홍, 강경애, 최정희, 유진오, 엄흥섭, 김오남, 이정호 등 근대문학의 여명기를 개척한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론.1931년 만주사변을 전후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들의 문학적 업적과 생애를 통해 우리 문학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본다.2만 2000원.●정열의 수난(문광훈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국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소설가 장정일의 정신세계와 작품세계를 다룬 에세이 모음집. 장정일에게 ‘세계관적 친화력’을 느낀다고 말하는 저자(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장정일 문학이 “권력의 작동과 담론 구성에서의 폭력성을 문제시하고 그에 대한 반성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1만 5000원.●초대하지 않은 손님, 전염병의 진화(최석민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광우병은 소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동물성 사료를 먹인 데서 비롯된 질병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인간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 걸린다. 사스는 사향고양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바이러스로 사향고양에겐 별다른 해를 입히지 않지만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괴물 바이러스다. 로마제국 멸망의 복병이었던 말라리아, 유럽역사를 바꾼 나폴레옹의 앞길을 가로막은 발진티푸스, 신대륙 정복의 첨병이었던 천연두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9000원.●영원과 사랑의 대화(김형석 지음, 한우리북스 펴냄) 일본의 종교가 우치무라(內村鑑三)는 “신에게는 무인론이 없으나 인간에게는 무신론이 있어서….”라고 탄식한 적이 있다.저자(연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한다.“신앙인들이 신의 존재나 본질을 논하는 것은 마치 자식들이 방에 들어앉아 아버지의 존재와 본질을 논하는 것 같이 쑥스러운 일이다. 아버지는 바로 옆방에 계시는데…” 1만 2000원.●넥타이와 암브로시아(클라우스 뮐러 지음, 조경수 옮김, 안티쿠스 펴냄) 전통적인 자급자족경제에서는 채집 곤충이 식품으로서 매우 중요했다.고대에는 애벌레를 별미라는 이유로 밀을 먹여 키우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통통한 굼벵이 섭취를 찬미했다. 성서 시편의 작자는 만나를 ‘하늘양식’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그것을 ‘천사의 음식’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나는 이스라엘인들이 황야 행군을 버텨내고 결국 그들에게 약속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왔다. 인류의 먹고 마시는 문화를 다룬 책.1만 2000원.
  • [책꽂이]

    ●강경애, 시대와 문학(김인환 등 엮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강경애 탄생 100주년 기념 남북 공동 논문집.1906년 황해도 송화에서 태어난 강경애는 1932년 간도로 이주한 뒤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부자’‘채전(菜田)’‘소금’ 등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민족적·계급적·성적 억압에 고통받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강경애 문학의 일관된 민중연대성은 작가의 민주체험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강경애 문학의 탈식민성과 프로문학’‘사회주의적 여성주의와 여성 서사의 실현’등의 글이 실렸다.1만원.●구운몽(김만중 지음, 림호권 고쳐 씀) 조선 후기 남녀와 상하를 아울러 가장 널리 읽힌 소설로 손꼽히는 작품. 하늘에서 불도를 닦던 주인공 성진이 금욕적인 계율을 어겨 지옥에 떨어졌다가 다시 인간세상에 양소유로 태어나 온갖 부귀공명을 누린다는 내용이다. 성진과 여덟 선녀가 꾼 화려한 봄꿈의 한 자락을 엿볼 수 있다. 겨레고전문학선집 가운데 하나.2만원.●나가사키(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영미 옮김, 밝은세상 펴냄) 나가사키에서 나고 자란 작가의 경험이 담긴 성장소설. 전후 나가사키 지역에서 번창했던 야쿠자 가문인 미무라가의 몰락 과정을 통해 만남과 이별, 인간의 상실감 등을 섬세하게 풀어냈다. 작가는 ‘파크 라이프’로 순수문학상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을,‘퍼레이드’로 일본에서 가장 뛰어난 대중소설에 수여하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은 일본 문단의 차세대 대표작가.9000원.●렘브란트, 마지막 그림의 비밀(알렉산드라 구겐하임 지음, 모명숙 옮김, 지식의 숲 펴냄)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의 삶을 그의 대표작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를 매개로 조명한 역사소설. 렘브란트를 연구해온 예술사가이기도 한 작가는 ‘그림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과 그 이면의 진실은 얼마나 일치할까.’라는 주제 아래 렘브란트 생존 당시의 암스테르담과 그의 작품세계를 다뤘다.1만원.●적패(정명섭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을지문덕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추리소설. 고구려 시조 추모성왕을 모시는 신성한 시조묘에서 황궁의 늙은 관리가 시체로 발견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을지문덕은 추모성왕의 사당을 지키는 당주. 그에게 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면 마을사람들을 모두 처형하겠다는 엄명이 떨어진다. 을지문덕은 현장에서 발견한 호적패와 특이한 발자국을 토대로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이 존경해온 인물임을 알게 된다. 전2권, 각권 8500원.
  • 조선족·고려인의 문학세계 엿보기

    고향을 떠났어도 마음만은 언제나 ‘조선인’이었다. 문학적 소양도 그대로 빼닮았다. 중국 조선족과 중앙아시아 고려인 문인들 얘기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동포문인들의 ‘문학지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외동포문학편찬사업추진위(위원장 임헌영 중앙대교수)는 최근 ‘해외동포문학’ 12권을 발간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에서 활동했거나 활동중인 동포문인들의 시와 소설을 각각 6권씩 담았다.2005년 미국, 일본내 동포문인들의 작품을 12권으로 펴낸데 이어 이번 작품까지 모두 24권을 발간, 동포문학 편찬사업이 1단계를 마쳤다. 지금까지 단편적으로 작품이 소개되긴 했지만 조선족과 고려인 문인들의 작품세계를 제대로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집 발간은 의미가 크다는 평이다. 경희대 국문과 김종회 교수는 “사회주의 체제 적응에 대한 고민, 한민족으로서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애착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면서 “조선족과 고려인 문인들의 작품은 고향과 혈연에 대한 그리움 등을 주된 정서로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족 문인들의 경우, 대부분 우리 말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지만 고려인들 상당수는 러시아어로 작품을 쓰고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우화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아나톨리 김 등이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고 있어 우리 문학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게 편찬팀의 평가이다. 조선족 작가는 워낙 많아 이번에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수립 이전까지의 작품만 다뤘지만 향후 2단계 사업을 통해 작품들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해외동포문학’은 비매품으로 일단 대학도서관 등에 보급, 한국문학 연구에 활용키로 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올해 탄생 100주년 문인들 작품세계 조명

    소설가 이효석과 시인 신석정·김달진의 공통점은. 모두 고인이 됐지만 이들은 모두 대한제국 시절인 1907년 태어나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이다.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열어온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는 새해에도 탄생 100주년을 맞는 10여명의 문학세계와 작품을 조명키로 했다. 한국 단편문학의 백미 가운데 하나인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인 이효석은 1928년 ‘조선지광’에 단편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초기에는 작품에 깃든 사회주의 성향 때문에 ‘동반자 작가’로 불렸고, 이후 ‘돈’ ‘수탉’ 등 향토색 짙은 작품들을 잇따라 발표했다. ´고향인 강원도 봉평 주민들로 구성된 가산문학선양회는 오는 5월25일 봉평면 가산공원에서 추념식을 연다. 매년 9월 메밀꽃밭이 펼쳐진 봉평면 일대에서 개최되는 ‘효석문화제’도 9회째를 맞아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신석정은 1924년 조선일보에 ‘기우는 해’를 발표한 뒤 삶의 경건함과 순수함을 노래한 ‘선물’ ‘나의 꿈을 엿보시겠습니까’ 등을 내놓았다. 시집 ‘촛불’ ‘슬픈 목가’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을 남기며 목가적 서정시인의 대명사로 꼽혔다. 김달진은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동양적 세계와 유유자적하는 생활이념을 나타낸 작품과 인생을 탐구한 서정시를 함께 보여준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시집 ‘청시’ ‘올빼미의 노래’가 있다. 이들 외에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민요와 신시를 번역 소개한 김소운,1946년 월북해 조선작가동맹 상임위원 등을 지낸 시인 박세영, 애정소설을 많이 발표한 함대훈 등도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문인들이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기업 ‘캘린더 마케팅’ 2題] 일반용-CI등 회사 이미지 최대한 부각 물량은 경영상태 따라 큰 차이

    올해 주요 그룹과 기업들의 새해 캘린더 제작 물량은 회사 사정과 정책에 따라 물론 달랐다. 유가인상과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 등의 이유로 캘린더 제작을 줄인 곳도 있지만 기업통합이미지(CI) 변경 등에 따른 홍보 필요성으로 다소 늘리거나 예년 수준을 유지한 곳이 많다. 해마다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달력으로 제작하는 신세계는 새해 달력으로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9)의 작품을 활용,18만부를 제작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난 것이다. 책상용은 15만개, 벽걸이용은 3만개 정도다. 백화점과 이마트 점포에서 달력 교환 쿠폰을 지참한 고객들에게 달력을 배포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보다 1000부 늘어난 7만 5000부를 제작했다. 각 계열사의 신청을 받아 모두 벽걸이용으로 만들었다. 국내 중견 여성 동양화가인 박미숙씨의 그림을 선정했다. 롯데측은 “동양화와 서양화가 혼합된 느낌의 꽃을 소재로 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롯데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져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은 새해달력을 지난해보다 2000부 늘어난 5만 9000부 만들었다. 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해마다 달력 부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는 게 두산그룹측의 얘기다.SK그룹도 지난해보다 4만부 는 51만부를 제작했다. 올해 CI를 바꾼 한화그룹과 금호아시아나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달력을 만들었다. 올해 20만부를 제작한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까지 금호의 ‘K’ 심벌과 아시아나의 ‘색동날개’ 등 각기 다른 CI가 적용된 다이어리를 제작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CI가 하나로 통합된 선명하고 통일된 이미지로 달력을 만들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52만 5000부에서 올해 44만부로 8만여부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고유가, 원화 강세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아래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지출요인들을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 감소로 올해 다소 어려움을 겪은 현대아산은 7000부에서 6000부로 소폭 줄였다. 한편 LG그룹(50만부),KT(40만부), 효성(10만부) 등은 제작 부수가 전년과 비슷했다.LG그룹은 해외에서 LG제품을 마케팅하거나 인기속에 사용되고 있는 장면을 담았다. 최용규 안미현 박경호기자 ykchoi@seoul.co.kr
  • [강태규의 연예in] 표절, 부끄러운 창작의 열병

    어떤 영역을 막론하고 창작자의 습작기에는 한번쯤 모방과 마주하게 된다. 이 모방은 새로운 자신의 작품세계를 열어가는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반드시 작가가 되기 이전의 시행착오 과정에 겪는 열병중의 한 부분이어야만 한다. 작품을 대중에게 발표한 이후에도 이 모방의 흔적이 회자되면, 결국 떳떳한 작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대중가요 분야에서 작곡자들의 표절 논란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매년 자행되고 있는 이같은 표절의 흔적들은 단순히 곡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특정한 부분이 똑같아 누가 들어도 표절의 대상곡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를 대범한 절도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바로 ‘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창작물을 교묘히 베껴 자신의 것으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은 대중을 우롱하는 처사이자, 대중음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이다. 지난 10월에는 저작권에 관련한 중대한 법원 판결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2004년 발표된 MC몽의 1집 음반 수록곡 ‘너에게 쓰는 편지’가 표절 판정을 받았다. 후렴구 8소절이 모던 록그룹 ‘더더’의 ‘이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는 것이 법원 판결의 요지였다. 작곡가 강현민이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를 작곡한 김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 지난 1999년 이전에는 심의규정상 표절은 4마디,2소절이 같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었지만,99년 공연윤리위원회가 공연법 개정을 통해 사전음반 심의기구를 없애 표절이 친고죄 영역으로 넘어갔다. 강현민의 소송제기가 없었다면, 이 표절곡도 표절곡이 아닌 창작곡으로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녔을 것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밖에도 올초, 이효리의 2집 타이틀곡 ‘겟챠(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두 섬싱(Do Something)’을 표절했다는 시비가 불거졌고, 최근 MBC 수목드라마 ‘90일 사랑할 시간’의 드라마 OST 주제곡을 부른 가수 정재욱의 ‘하루만큼’이 영화 ‘영웅본색’의 주제곡 ‘당녠칭(當年情)’의 후렴구와 거의 똑같다는 주장이 터져나왔다. 표절 의혹에 연루된 작품자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비슷할 수는 있으나 표절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 말은 ‘표절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교묘히 비켜 나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밝힌 작곡자 정재형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더 논리적인 틀을 갖추지 않으면 금세 무너질 수 있어요. 작곡자들이 유동적이고 유연한 대중음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더 공부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대중음악평론가
  • 벨기에 초현실주의 거장 만나볼까

    벨기에가 낳은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전이 20일부터 내년 4월1일까지 103일 동안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마그리트(1898∼1967)는 사과·돌·새·담배·파이프 등 일상의 친숙한 대상을 엉뚱한 환경에 놓아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자아내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기법을 선보였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했던 파리의 초현실주의자들과 교류했으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로 대표되는 말(言)과 사물의 관계를 다룬 작품들은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요구한다. 화가라는 이름 대신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길 원했던 마그리트의 그림은 생각하는 그림으로 상식을 뒤엎는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한다. 마그리트는 말년에 회화 속의 이미지를 조각으로 제작하는 작업에 몰두하다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빛의 제국´ `회귀´ `신뢰´ 등 그의 유화 대표작 70여점과 판화 50여점, 친필서신 150여점이 소개된다. 내년 가을 벨기에 왕립미술관 내에 개관하는 르네 마그리트 미술관의 완공 이전에 마련되는 이례적인 대규모 해외 전시다. 성인 1만원, 청소년 8000원.(02)332-8182.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자유, 사랑 그리고 열정 예술의 도시(이태훈 지음, 다른세상 펴냄) 동유럽은 그리스, 로마, 터키 등 동서양의 문화적 흔적들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들로 가득하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릿엔 로마 문화가 스며있고, 두브로브니크엔 베네치아의 문화가, 헝가리 페치와 죄르엔 오스만 튀르크족의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유네스코 선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도시가 수십 개나 될 정도로 문화의 보고인 동유럽의 매력을 소개했다.1만 6000원.●실크로드 문명기행(정수일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론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에게 왠지 낯설지 않다. 고구려 사신이 다녀간 아프라시압 궁전터가 있고, 고선지 장군이 이슬람 대군과 맞선 탈라스 싸움터가 있으며, 곳곳에 카레이스키(고려인)들이 살고 있어서일까. 실크로드학의 대가인 저자는 서울에서 이스탄불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3대 간선의 하나인 오아시스 육로를 택해 문명탐험에 나섰다. 오리엔트 문명의 정화를 보여주는 중동 최대의 문명유적 페르세폴리스와 1500여년 동안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조로아스터교의 성화, 라틴문자의 모체인 우가리트 문자가 출토된 현장 등을 추적한다.1만 5000원.●앙코르와트(비토리오 로베다 지음, 윤길순 옮김, 문학동네 펴냄) ‘캄보디아의 영원한 등불’‘신의 정원’‘아시아의 보석’으로 불리는 앙코르와트. 지금은 관광명소가 됐지만 불과 200년 전만 하더라도 앙코르와트는 정글 속에 버려진 유적지였다. 아시아 예술사를 공부한 저자는 크메르인들이 받아들인 힌두신화와 천문학적이고 우주론적인 상징체계를 담은 건축물에 숨겨진 지혜를 밝힌다. 저자는 산스크리트어와 고대 크메르어로 된 비문들을 보면 크메르 제국은 매우 잘 조직된 사회였으며, 인도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율성과 독창성을 발휘했다고 말한다.2만 3000원.●혈농어수(血濃於水)(강준식 지음, 아름다운책 펴냄) 민족지도자 몽양 여운형(1886∼1947)의 일대기를 다룬 정치소설. 해방공간에서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결성, 좌우합작 정부수립을 추진하던 몽양은 당시 조선 민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좌우통합을 주장하던 몽양은 좌우 양측으로부터 테러를 당한다. 혈농어수는 몽양이 일본의 고려 신사 방명록에 남긴 글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뜻. 이념이나 사상보다 민족의 하나됨이 중요하다는 몽양의 통합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 전3권 각권 1만 9800원.●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강인숙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일본의 3대 모더니즘 작가를 분석. 저자(영인문학관 관장)는 일본 모더니즘 소설이 이상과 박태원, 이효석 등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1930년대 일본 문단의 영향 아래서 한국적 모더니즘이 형성됐다는 점에서 일본 모더니즘 작가 연구는 한국문학 연구를 위한 기초작업이라고 주장한다.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일본 문단을 주도한 신감각파 요코미쓰 리이치(橫光利一), 신흥예술파 류탄지 유(龍膽寺雄), 신심리주의파 이토 세이(伊藤 整) 등의 작품세계를 살폈다.1만 8000원.
  • ‘단원화풍’ 3代 명작 한자리에

    전통회화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미술시장에서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시도 크게 위축받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대를 이어 150여년간 그림의 맥을 이어온 3인의 작품세계를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모은다.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전통회화 명문가 3인전’에 가면 소정 변관식(1899∼1976)과 그의 외조부인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1853∼1920), 소림의 친할아버지인 임전(琳田) 조정규(趙廷奎:1791∼?)의 작품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궁중 화원을 지낸 조정규는 산수를 비롯해 화조, 어해, 인물 등 다양한 화제를 통해 자신의 회화세계를 확립했던 인물. 역시 화원이었던 단원 김홍도와 활동시기가 잠시 겹치면서 단원의 영향을 적잖이 받았다.그리고 그의 화풍은 손자인 소림과 소림의 외손자인 소정에게 이어지면서 조선 후기와 근대 화단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소정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가에서 자라면서 외할아버지 발치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선 임전의 ‘금강산도’ 8폭과 어해도(魚蟹圖) 및 군리도(群鯉圖), 소림의 산수·화조도, 그리고 소정의 산수와 어해도 등을 선보인다.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우리 그림의 고전이라고 할 단원 화풍은 조씨와 변씨 가문에 의해 1970년대까지 유지되어 왔다.”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28일까지.(02)733-5877.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앵포르멜의 선구자’ 장 뒤뷔페 회고전 덕수궁 미술관

    2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세계 미술의 중심축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이후 세계 미술은 잭슨 폴록의 추상표현주의와 앤디 워홀의 팝아트, 도널드 저드의 미니멀리즘 등으로 대변되었고, 미국은 바로 이들의 무대였다. 이런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전후 유럽미술의 자존심을 지켜왔다고 평가받는 거장이 한 사람 있다. 바로 ‘앵포르멜의 선구자’로 불리는 장 뒤뷔페(1901∼1985)다.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장 뒤뷔페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서울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파리에 있는 뒤뷔페 재단 및 퐁피두센터, 도요타시 미술관 등 3개국 16개 소장처와 개인 소장품을 더해 회화와 조각, 드로잉, 석판화 등 총 235점을 선보이는 초대형 전시다. 뒤뷔페는 파리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6개월간 공부한 것이 정규 미술교육 수학의 전부다.‘아카데믹한 교육에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선언한 그는 41세까지 가업을 이어 포도주 상인으로 반평생을 살았다. 이후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84세로 작고하기 전까지 수천점의 작품을 쉼없이 그려냈다. 그는 처음부터 어떠한 전통적 관습과 규준을 거부했고, 서구문명이 맹목적으로 좇던 가치에 의문을 나타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실험과 파격 그 자체였으며, 작업 내용도 변화무쌍했다. 이번 전시에선 그가 전통적 미술교육에 회의를 보이면서도 간간이 지속했던 초창기 작업들로부터 앵포르멜의 시기인 50년대, 그리고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았던 ‘우를루프’시기, 추상과 구상의 구분을 넘는 새로운 차원의 실재를 모색했던 말년의 대표작들을 1∼4전시실에 시기별로 구분해 선보인다. 이중 미술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50년대 작품들이다. 뒤뷔페는 이때부터 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신 물질 자체가 만들어내는 마티에르 효과를 온전히 드러내는 ‘앵포르멜’(비정형) 작업에 몰입한다. 생활 주변의 기이한 자연물, 광물,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못 쓰는 스펀지, 오물들이 작품의 재료로 쓰이는데,‘적토’‘기념비’‘풀’ 등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시기 뒤뷔페의 작품은 무질서적, 해체적 추상작업에 몰입했던 잭슨 폴록, 버려진 구두뒤창 등 일상 허드렛것들을 미술 소재로 끌어들였던 필립 거스턴 등 추상표현주의 작가들, 그리고 낙서나 기호 등으로 이루어진 그래피티 미술 등 미국에서 이루어진 중요한 미술 흐름에 강력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우를루프’는 뒤뷔페가 지어낸 단어로 실상 어떠한 규정된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불어 어감으로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연상시킨다고 하는데, 실제 작품 또한 그런 분위기를 풍긴다. 그는 자신이 창안한 우를루프 안에 집과 사람, 탁자와 의자, 가재도구 등을 꼼꼼히 챙겨넣은 듯한 작업을 통해 낯선 인식과 뜻밖의 시각적 경험으로 관람객들을 인도한다.‘앉아있는 남자가 있는 풍경’‘집지키는 개’‘도시의 일요일’ 등 평범한 제목이지만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보듯 시선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전시는 내년 1월28일까지. 관람료 일반 1만원. 청소년 5000∼7000원.(02)2022-0612.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국문학 유럽서 뿌리 내린다

    한국문학이 유럽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이 유럽 각지에 소개돼 평단의 호평을 받기 시작한 것은 오래됐지만 최근 들어 평론가의 관심은 물론 일반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며 판매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프랑스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킨 이승우의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이다. 지난 8월말 프랑스 줄마출판사에서 출간한 ‘식물들의 사생활’은 한국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한달 만에 초판 2500부가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2000년 ‘생의 이면’을 통해 이미 프랑스 문단에서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이승우의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일간지 ‘르 피가로’와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등 언론매체에서 앞다퉈 기사를 다뤘고, 이어 프랑스 최대 서점체인망인 프낙의 ‘가장 주목받는 신간 외국소설 10권’과 또다른 대형서점 버진의 ‘가을 신간 권장도서목록 30권’에 선정됐다. 번역을 지원한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프랑스에서는 바캉스 시즌이 끝난 가을에 신간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데 올 가을 680여종의 신간 중에 이승우의 소설이 주목받았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줄마출판사측도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이승우 특유의 지적이고 관념적인 작품세계가 프랑스 독자들의 성향과 잘 맞았다는 분석이다. 평단의 호평과 더불어 독자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이승우의 소설은 한국문학의 진정한 세계화에 장밋빛 기대를 걸게 하는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스웨덴 최대 일간지 ‘다켄스 니헤테르’는 박완서의 소설 ‘나목’을 문화면에 대서특필하며 큰 관심을 드러냈다.‘한국전쟁의 그늘 아래’라는 제목으로 실린 서평은 “한국전쟁과 1950년대라는 특수한 시공간을 다룬 작품임에도 모든 전쟁에 내재된 무감각한 증오 및 문화적 억압 그리고 전쟁 속에서 성숙해지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고 호평했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해외에 번역·출간된 한국문학 작품은 세계 45개국, 총 1220여종. 작가별로는 고은 시인의 작품집이 8개국에서 16종이 소개됐고, 황석영 7개국 23종, 이문열 12개국 31종, 이청준 10개국 28종 등이다. 곽효환 팀장은 “한국문학이 세계 각국에 꾸준히 소개되고 있지만 이중 재판을 찍는 경우는 10권에 1권 정도”라며 “작가 선호도가 나라별로 다른 만큼 명확한 타깃마케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문화교류 차원을 넘어 세계 문학시장에서 우리 문학의 상품가치를 높이기위한 지원책도 적극 모색되고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프랑스 파리, 스웨덴 스톡홀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등지에서 문학행사와 출판지원 조인식, 해외독후감 대회 시상식 등을 가졌다. 소설가 김훈, 은희경, 윤흥길, 황석영, 김인숙, 시인 김선우, 평론가 신수정 등이 참여했다. 번역원은 특히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독후감대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윤부한 팀장은 “전세계 12곳의 한국문화원을 통해 독후감대회를 열어 현지 평론가와 독자 모두에게 우리 문학을 좀더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추사 김정희의 예술혼 느껴보세요

    추사 김정희(金正喜·1786∼1856)의 서거 150주기를 맞아 그의 작품세계를 돌아보는 전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먼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이 올 가을 전시를 ‘추사 150주기 기념 특별전’으로 꾸며 15일부터 전시에 나섰다.추사의 청년기에서부터 추사체의 형성과정을 어볼 수 있는 글씨와 함께 추사가 그린 문인화, 추사의 영향을 받은 국내 및 중국 예술인들의 작품 100여점을 한꺼번에 돌아볼 수 있는 자리. 현존 추사 작품중 가장 큰 글씨로 꼽히는 대형 예서작품 ‘명선(茗禪·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다)’을 비롯, 사망하기 두세달 전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예서 ‘대팽두부과강채 고회부처아녀손(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ㆍ좋은 반찬은 두부 오이 생강나물, 훌륭한 모임은 부부와 아들딸 손자) 등 대표작들이 포함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 특별전’(11월9일까지)도 간송미술관 못지않은 명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 추사의 운필법이 집약된 명작으로 손꼽히는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와 추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세한도’(歲寒圖·국보 180호),‘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9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밖에도 추사학 연구의 선구자인 일본학자 후지즈카 지카시(藤塚隣·1879∼1948)의 기증 자료 중 명품을 선보이는 특별전시회가 과천시민회관에서 11월7일까지 열리고 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도 19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여는 ‘조선말기 회화전’(19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에서 ‘죽로지실’(竹爐之室) 등 추사의 대표작들을 선보인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터키 파묵 ‘노벨 문학상’

    ‘내 이름은 빨강’‘눈’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54)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력 후보로 꼽혔던 고은 시인은 아쉽지만 후일을 기약하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2일 “(파묵이)고향 이스탄불의 우울한 영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문화간 충돌과 얽힘에 대한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부터 유력후보로 거론돼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는 예측불허였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파묵의 수상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예상은 적중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 선정과정에서 불거진 사건 때문이다. 당시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영국 일간지에 매우 이례적인 보도가 나왔다. 심사위원들이 한 명의 유력후보를 두고 심각한 의견대립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언급된 작가가 바로 오르한 파묵이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파묵은 고배를 마신 지 1년 만에 노벨문학상을 되찾아온 것이다. 파묵은 1952년 이스탄불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명문 로버트 칼리지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스탄불 대학에서 건축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하지만 스물세살때 전업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학교를 그만뒀다. 1982년 첫번째 소설 ‘제브뎃씨와 그의 아들들’로 터키의 대표적 문학상인 오르한 케말 소설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두번째 소설 ‘고요한 집’으로 마다라르 소설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 ‘하얀성’‘흑서’‘새로운 인생’‘눈’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건 ‘하얀 성’부터다. 뉴욕타임스는 그에게 ‘동양에 샛별이 떠올랐다.’고 극찬했다.‘내이름은 빨강’은 전세계 32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 유수 문학상을 휩쓸었다.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현실 문제에도 적극 참여 문학적 성과와 더불어 정치사회적인 발언도 고려하는 노벨문학상의 성향은 올해 수상자인 파묵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파묵 역시 현실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 지난해 스위스 신문과의 회견에서 터키가 90년 전에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학살한 것과 지난 20년간 분리독립 운동을 벌여온 쿠르드인 3만명을 집단 살해한 사건에 대해 비판했다가 국가모독죄 혐의로 기소됐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해 그의 수상여부를 두고 의견대립을 벌인 이유도 터키 정부의 반발을 우려해서라는 지적이 높다. 파묵의 혐의는 올초 이스탄불의 시슬리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파묵은 이슬람문명과 서구문명의 갈등을 매혹적인 서사구조 안에 풀어놓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견지하고 있다.‘내 이름은 빨강’이나 ‘눈’등을 통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세속주의와 이슬람주의간 충돌이라는 터키의 당면 과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다. 파묵은 지난해 5월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이모부가 한국전에 참전했었다.”며 남다른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파묵은 “나는 문화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서구적이다. 독자는 작가의 국적이나 종교, 문화에 신경쓰지 않는다.”면서 “소설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보편적인 종교”라는 신념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노벨문학상 상금은 1000만 스웨덴 크로네(미화 140만달러)이며, 시상식은 12월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르한 파묵 ▲ 1952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 1982년 첫 소설 ‘제브뎃과 아들들’로 오르한 케말소설상 수상 ▲ 1984년 ‘고요한 집’으로 마다랄르 소설상 수상. 프랑스 ‘유럽 발견상’수상 ▲ 1985년 ‘하얀 성’발표. ▲ 1985∼88년 미국 컬럼비아대 방문교수 ▲ 1994년 ‘새로운 인생’ 발표 ▲ 1998년 ‘내 이름은 빨강’ 발표.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아일랜드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수상 ▲ 2002년 ‘눈’ 발표
  • 무르익는 가을, 국화꽃 축제 속으로

    10일 과천 서울대공원. 테마가든에 들어서자 색색의 소담스러운 국화 송이가 향긋하게 인사를 한다. 폭포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애국 3000여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꽃물결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공원이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동물나라 가을꽃축제’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화 전시회를 비롯해 예술 거장들의 작품 전시와 동물그림그리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달 5일까지 테마가든에서 열리는 ‘가을향기, 국화꽃 축제’에는 대국류 170종, 소국류 30종, 현애류 20종 등 무려 250종 5890점의 국화 작품이 전시된다. 야생화 분경과 분화 작품 150점이 전시되는 야생화 조경전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테마가든 다른 한편의 특별전시장에서는 다음달 12일까지 ‘2006 교육문화체험학습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백남준과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포스터, 엽서, 음반 등을 한자리에 모아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룡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3D입체영화관과 한지 도자기 등을 소재로 한 공예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커스와 봉산탈춤,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박람회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밤에 박람회장을 나서면 대공원 입구를 화려하게 밝히는 루미나리에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5일에는 동물원 곳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만화그리기대회’가 열린다. 웬만한 유명산보다도 단풍이 고운 것으로 유명한 대공원 일대에는 낙엽풀장과 1000m에 이르는 낙엽·단풍길이 마련되어 있다.‘인기만화가와 함께하는 캐릭터 포토존 및 낙서판만들기’ 행사와 ‘동물퀴즈왕 선발대회’, 매직쇼 등 다양한 오락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입상작품은 동물원 광장에 전시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할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무르익는 가을, 국화꽃 축제 속으로

    10일 과천 서울대공원. 테마가든에 들어서자 색색의 소담스러운 국화 송이가 향긋하게 인사를 한다. 폭포수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애국 3000여 송이는 마치 하늘에서 꽃물결이 쏟아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공원이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동물나라 가을꽃축제’를 마련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국내 최대규모의 국화 전시회를 비롯해 예술 거장들의 작품 전시와 동물그림그리기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다음달 5일까지 테마가든에서 열리는 ‘가을향기, 국화꽃 축제’에는 대국류 170종, 소국류 30종, 현애류 20종 등 무려 250종 5890점의 국화 작품이 전시된다. 야생화 분경과 분화 작품 150점이 전시되는 야생화 조경전도 함께 마련되어 있다. 테마가든 다른 한편의 특별전시장에서는 다음달 12일까지 ‘2006 교육문화체험학습박람회’가 열린다. 박람회에서는 ‘백남준과 피카소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포스터, 엽서, 음반 등을 한자리에 모아 거장들의 예술세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룡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3D입체영화관과 한지, 도자기 등을 소재로 한 공예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커스와 봉산탈춤, 비보이 공연 등 다양한 즐길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박람회는 오후 10시까지 진행된다. 밤에 박람회장을 나서면 대공원 입구를 화려하게 밝히는 루미나리에를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5일에는 동물원 곳곳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만화그리기대회’가 열린다. 웬만한 유명산보다도 단풍이 고운 것으로 유명한 대공원 일대에는 낙엽풀장과 1000m에 이르는 낙엽·단풍길이 마련되어 있다.‘인기만화가와 함께하는 캐릭터 포토존 및 낙서판만들기’ 행사와 ‘동물퀴즈왕 선발대회’, 매직쇼 등 다양한 오락프로그램도 펼쳐진다. 입상작품은 동물원 광장에 전시된다.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할 수 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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