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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죽어도 좋아’ 감독 박진표 “”70代노인 성과 사랑 담았어요””

    “사실 부담이 좀 됩니다.” 영화감독 박진표(36)의 첫 마디는 그렇게,마냥 조심스럽기만 하다.그도 그럴것이 데뷔작 ‘죽어도 좋아’가 개봉도 되기 전 온갖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그를 한 달음에 ‘문제적 감독’ 대열에 올려놨기 때문.“70대 노인들의 성과 사랑문제를 대담하게 다뤘다.”는 ‘죽어도 좋아’로그는 15일 개막될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빙되기도했다.그런 성과에도 불구하고,그를 주눅들이는 건 영화를바라보는 세간의 관람포인트다. “노인들의 성,하물며 인권문제를 제기해보겠다는 거창한 심사가 아니었어요.한 남자와 한 여자의 생에 느지막이찾아온 절대사랑,그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렌즈를 맞췄을뿐입니다.” 그런데도 화제의 초점이 자꾸만 ‘말초적’인데로 빗나가는 건,선구자가 치러야 할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이지 싶다.우리 화면에 ‘늙음’이 젊은이들을 떠받치는 조연이아니라 그 자체로 정중앙을 꿰찬 선례가 얼마나 있었던가. 전주영화제 등을 통해 일부에 노출된 영화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엔 그런부채감들이 알게 모르게 작용했다.검버섯 투성이,시든 육체의 두 노인이 서로의 알몸을 부둥켜안고 불꽃을 피워올리려 버둥대는 걸 보며,사는게 심드렁해진 젊은 관객들은 아연 긴장한다. 주인공 박치규(73)할아버지와 이순예(72)할머니는 70대에 가약을 맺은 실제 부부.박감독이 10여년에 걸친 공중파 PD 생활에서 맺은 인연이다.감독은 3개월간 숙식을 같이하며 이들곁에 머문 끝에 어느 화사한 영화 못잖은 ‘신방’ 장면들을 건져냈다.롱테이크로 이어져가는 다소 건조한시선에 대해 감독은 “그들의 행복에 따로 토달고 싶지 않아 절제했다.”고 설명한다. 박감독네는 이번에 겹경사를 맞았다.뉴욕대 대학원 영화전공인 동생 진오씨의 단편 ‘리퀘스트’도 영화학도들을초청하는 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에 출품된 것. “어릴때 TV서 코끼리 나오는 인도영화 ‘신상’을 보고부터 영화는 제 꿈이었어요.주제의식뿐만 아니라 작품성자체로 주목받는 감독으로 오래오래 영화 하고 싶네요.” ‘죽어도 좋아’는 8월 국내 개봉예정이다. 손정숙기자jssohn@
  • 서울공연예술제 참가 ‘행복한집’ 주인공 이정섭

    여성스러운 목소리와 코믹한 연기로 안방 시청자들에게 웃음꽃을 선사했던 탤런트 이정섭(56).그가 웬만큼 작품성이있지 않고는 끼기 힘든 ‘2002 서울공연예술제’의 공식 참가작품인 ‘행복한 집’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고 잠시 갸웃거렸다.그의 ‘정체’가 궁금해 공연 연습이 한창인 7일대학로의 한 소극장을 찾았다. 배우들의 ‘맏언니’로 연기 지도를 하고 있던 그에게 “바쁘시겠네요.”라고 말을 건네니 “좀 바쁘네요.”라며 의외로 ‘쌀쌀 맞은’ 반응이 돌아왔다.하지만 곧 ‘프로’답게의자를 가져다 인터뷰 자리를 만들어 줬다. “중3때부터 연극을 했으니까 연기 인생이 40년이 넘었지.목소리가 이렇다 보니 대학 졸업하고 연출쪽으로 나가게 됐는데 64년부터 연출을 한 작품은 부지기수야.지금은 배우,연출,요리 모두 재미있어요.” 대뜸 반말로 말문을 열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곧 아버지뻘 되는 연륜을 생각하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이번 연극에서 맡은 역은 행복한 송씨 부부에게 접근해 행복을 깨뜨리는 ‘여우’역.송씨 부부는 여우의 꾐에 넘어가 행복을 의심하게 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행복은 남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추구하는 거예요.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리에 충실할 때 느끼는 거죠.김 기자도 기사를 열심히쓸 때 가장 행복하지 않나.” 왜 이 연극을 선택했느냐고 묻자 “연출자가 고교 후배로아주 친한 사이예요.마침 주제도 내 생각과 맞아 떨어지고,불교적 색채가 짙은 것도 맘에 들고….그래서 열심히 하는데 평가는 관객에게 맡겨야죠.” 연출은 영화 ‘투캅스’에서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김일우씨가 맡았다.김씨가 굿과 전통연희를 섞은 민화극 분야의 베테랑 연출가라는 사실도 놀랍다.“지금은 내가 지도를 받지만 고교 연극반 때는 나한테많이 혼났지요.” 처음 ‘행복한 집’의 대본을 받았을 때는 대사가 잘 안 읽혔다고 한다.“대사 하나하나가 만물의 이치를 짚는 심오한데가 있어 어려웠지.지금은 웬만큼 소화해낸 것 같아요.그렇다고 우리 연극이 어려운 연극은 아니에요.노래도 많이 들어가고 주제도 딱 와닿고….” 장성한 아들까지 있는데 계속 여성스러운 이미지로 비쳐지는 게 싫지는 않을까.“아냐∼ 괜찮아.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수만 있으면 좋은 거죠.영화든 연극이든마당극이든 국극이든 불러만 준다면 어떤 역이라도 열심히할거예요.” 연거푸 질문을 해대자 “얼마나 크게 써주려고.나 연습해야 돼.”라고 웃으며 분장실로 사라졌다.곧 시작된 리허설 무대에 선 그는 가볍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여성스러운 장점을살린 연기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부드럽고 사근사근한모습은 사라지고 영락없이 영악한 여우의 모습이었다.19일까지.학전 블루 소극장.(02)763-8233. 김소연기자 purple@
  • ‘레이디 맥베스’ 첫 콘탁 국제페스티벌 초청돼

    신들린 연기로 흥행과 작품성에서 모두 격찬을 받았던 한태숙의 ‘레이디 맥베스’가 국내 최초로 ‘콘탁 국제 연극 페스티벌’의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실험 연극의전통이 강한 폴란드가 자랑하는 ‘콘탁 페스티벌’은 매년 5월 마지막 주에 열리는 행사.국내에도 선보인 리투미나스 연출의 ‘가면무도회’와 세계적 연출가 니크로시스의‘맥베스’도 이 축제 초청작 출신이다. 이번에는 러시아,스위스,헝가리 등 10개국 11개 작품이경쟁부문에 올랐다.‘레이디 맥베스’는 토룬시 바이 포모르스키 극장에서 28·29일 공연이 예정돼 있다. ‘콘탁 페스티벌’에 초청된 것을 기념해 국내에서도 6월 8∼23일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네번째 무대를 올린다. 지난 2000년 공연이 얼음덩이,밀가루를 이용한 ‘물체극’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국내공연은 무브먼트가 보다더 강조됐다.음악을 맡은 타악그룹 ‘공명’의 연주도 모두 새로 작곡됐다.레이디 맥베스 역의 서주희,맥베스 역의 정동환은 그대로다.연출을 겸하고 있는 작가 한태숙은 “머리형상의 천을 던져 풀어진 끈이 뱀처럼 레이디 맥베스의 몸을 감아 염 의식을 재연한 장면이 특히 새롭다.”면서 “보다 입체적이고 한국적인 느낌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02)780-6400. 김소연기자
  • [충무로 산책] 상영시간 는 한국영화

    “길∼어지네.” 한국영화계에 움트는 또 하나의 신(新)경향.최근 제작되거나 개봉되는 굵직한 한국영화들의 상영시간이 2시간을훌쩍 뛰어넘고 있다. 요즘 한창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제작 시네마서비스)과 이시명 감독의 ‘2009 로스트 메모리즈’(인디컴)가 당장 그렇다.극장 흥행순위 1,2위를 다투고 있는 두 영화 모두 상영시간이 2시간 15분.대부분의 한국영화는 길어야 110분을 넘지 않는 게 보통이었다. 한국영화가 길어지는 배경은 간단하다.시네마서비스의 지미향 제작이사는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전제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2시간30분을 넘는 게 보통이듯 앞으로 한국영화도 그런 작품들이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길어지는 한국영화의 경향은 영화시장 사상 전례없는 호황을 누린 지난해 ‘무사’때부터 예고됐었다.‘무사’가2시간 35분.지난해 12월 개봉된 ‘화산고’도 1시간 56분이었다.현재 편집작업 중인 올해 최고의 기대작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도 못해도 2시간에 육박할 거라는 게 제작사측의 귀띔이다. 그러면 상영시간의 일차적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을까.감독이다.더러는 극장 상영횟수를 늘려 입장수입을 올리려는 제작·투자사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할리우드 흥행작들 가운데 개봉 한참 뒤에 ‘디렉터스 컷’(감독판)이 따로 나오는 사례들은 그 때문.‘무사’와‘친구’도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디렉터스컷이 준비되고 있다. 길어지는 상영시간은 한국영화의 위력이 커지지 않고서는 어림없는 일.2시간이 넘는 영화는 똑같은 입장료를 받고평일 하루 5회 상영(보통은 6회)에 그쳐야 하는데,이를 반길 극장주는 없다. 한 제작자는 “지난해 한국영화들의 성과로 극장주들의 태도가 몰라보게 바뀌었다.”면서 “작품성과 완성도만 있으면 얼마든 장기상영해 입장수입을 뽑아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혹여 “왜 이리 (영화가)기냐?”며 시계를 들여다볼 관객들에게 제언 한마디.한국영화의 다양한 시도를 느긋하게지켜봐주는 ‘품위’를 발휘해보면 어떨지…. 황수정기자
  • [2002문화계 새인물,새지평] 이명옥 갤러리 사비나대표

    갤러리 사비나는 돈없고 학연·지연이 시원찮은(?) 작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랑 가운데 하나이다. 이명옥(46) 대표가 인간관계 등은 따지지 않고 오직 작품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해 전시를 열기 때문이다. “제 나름의 기준으로 우리 화랑에서 전시할 작가를 선정했더니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전업작가들이더군요.” 그 역시 화랑을 운영하면서 다달이 쌓이는 적자로 고통을받고 있다.그래도 화랑을 포기하지 않고 지난 96년 문을 연이래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 것은 결코 접을 수없는 꿈을 꼭이뤄야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아직 달성하지 못했지만 우리 미술사에 우뚝선 화가를키웠다는 발자취를 남긴 화랑을 만들고 싶어요.”이어 그는“클래식 음악에서는 조수미, 정경화,장영주라는 스타가 있어요.그러나 미술에서는 이미 작고한 박수근,이중섭,김환기,이응노 등을 제외하고는 큰 스타가 거의 보이지 않느다는게 제 생각이예요,80년대 이후 작가와 화랑 모두가 위축돼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그림과 책을 좋아했다. 시에 특히 관심이 많아 신문사 등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에 서너차례 응모했으나 번번이 낙방했다. 그래서 그녀는 성신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소녀적부터좋아했던 그림을 배우러 불가리아의 국립 소피아미술아카데미에 입학했다.화가로 성공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으나 그림에는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 90년대초 화가로서의 길을 접었다.대신 좋은 그림을 보는 눈이 있다고 느껴 화랑주로 나섰다.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살피다보면 제 눈에 천재성이 있는 작가가 보여요. 개인적으로는 개성이 강한 작가들과 작가혼이 들어있는 작품들을 좋아해요.”그는 화랑을 운영하면서 365일 하루도빠지지 않고 출근했다. 요즘에는 휴일을 도서관이나 집에서 미술 칼럼 관련 자료를 모으는 데 사용하고 있다. 사비나는 주제가 있는 톡톡 튀는 기획전을 여는 화랑으로이름나 있다.개관 기념전인 ‘1966 인간의 해석’을 비롯해‘교과서 미술’ ‘머리가 좋아지는 그림’ ‘2000 일기예보’ 등 하나같이 주제가 뚜렷하다. 이런 주제기획전 가운데97년 여름방학때 예술의 전당에서개최한 ‘교과서 미술’은 7만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 그때까지 순수미술 전시 사상 최고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박수근,김환기 등 국내 작가들의 원작을 전시했어요.아무래도 교과서의 축소된 그림이 원작의 감흥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생각에서였지요.” 그는 전시활동이 뜸한 여름,겨울 등 비수기에도 기획전을꼭 연다.여름에는 방학을 맞이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겨울에는 연초의 세시풍속이나 흥겨운 우리놀이 등을 주제로 전시를 개최한다. 기획 아이디어는 독서와 영화,작가들과의 대화 등에서 얻는다.그동안 틈틈이 모은 책만도 1만권이 넘는다. 갤러리 사비나는 입장료를 받은 최초의 화랑이다. “저는기획전을 열 때는 입장료를 반드시 받아요.볼만한 가치가있는 작품들을 내걸 때는 분실 등에 대비한 보험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국내 갤러리로서는 처음으로 미술품 컬렉터를 위한 강좌도개최했다. 이번 봄에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서 임대료가 싼 안국동으로 이사간다. 6년간 누적된 경영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다. “전시공간을 현재의 40평에서 100여평으로 늘리고 전시에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교육강좌등 몇가지 수익사업을 벌일 예정입니다.그동안 쌓인 노하우가 있어 흑자 운영도 내다 볼 수있을 거예요.” 인터뷰를 마친 이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그의 말대로 “미술사에 남을 작가를 키우겠다”는 꿈을 먹고 살기 때문일까. 유상덕기자 youni@
  • [충무로 산책] ‘나쁜남자’ 이유있는 흥행

    지난 주말 극장가에는 예상 밖의 ‘이변’이 발생했다.지난 11일(금요일) 개봉된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가 우려를 깨고 주말을 낀 첫 3일동안 전국 관객 13만명을 동원한것이다.여주인공 니콜 키드먼을 앞세워 막강 홍보를 펼친 할리우드 흥행작 ‘디 아더스’가 같은 기간동안 불러낸 관객이 전국 26만명.최근 작품성 있는 예술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한 전례를 감안하면 입이 딱 벌어지게 좋은 성적이다. 게다가 문제의 영화는 국내 흥행과는 인연이 없던 ‘김기덕표’ 저예산 영화다. 이 영화의 흥행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한국영화판의 생리를 고스란히 대변해주는 ‘바로미터’ 같아서이다. 우선 주목되는 대목은 ‘배급의 힘’이다.영화의 배급사는시네마서비스와 더불어 최강의 배급력을 자랑하는 CJ엔터테인먼트.CJ가 튜브엔터테인먼트를 흡수통합하면서 배급을 떠맡은 덕분에 영화는 전국 상영 스크린을 무려 72개(서울 23개)나 잡았다.“(필름을)거는 만큼 (관객이)든다”는 말이충무로에 정설로 통하고 있는 터.제작사 LJ필름의 이승재 대표는 “‘섬’‘수취인 불명’등 전작들과는 달리 다분히 대중 선동적인 소재(창녀 이야기)덕도 봤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솔직히 CJ 배급망을 타지 못했다면 제아무리 흥행가능성을 보였어도 이만큼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건 꿈도못 꿨을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뭐니뭐니 해도 스타 주인공의 위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인기 TV드라마 ‘피아노’로 주가가 급상승한 조재현이 주연하지 않았다면 개봉날인 금요일부터 매진사례를 기록했을까.회의적이다.한국영화의 흥행과 스타시스템간 불가분의 함수관계는 여전히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이런 부질없는(?) 희망사항이 고개를 들만도 하다.그 모두를 떠나 결국 관객의 취향이 ‘영화의 다양성’을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아직은 그것을 진실이라고 잘라 말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황수정기자
  • 3년반만에 ‘공공의 적’ 강우석감독

    강우석 감독(42)을 공식 인터뷰 자리로 불러낼 기회란 참드물다.이유가 있다.그가 누군가.몇년째 각종 여론조사에서‘한국영화계 파워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주인공이 아닌가. 그가 감독한 새 영화 ‘공공의 적’(제작 시네마서비스)이오는 25일 개봉된다.‘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이후 꼭 3년 반만이다. “긴장된다기보다는 설레요.솔직히 첫 기자 시사회날 너무힘듭디다.오죽했으면 영화가 끝나도록 시사회장을 못 들어가고 바깥을 빙빙 돌고 있었겠습니까.그런데 이젠 됐다 싶어요.재밌다,‘강우석 표’영화다 등의 평이 들리거든요.일단 재미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절반은 성공한 거죠.” 늘 그랬듯 자신감이 넘친다.재차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앞질러 속내를 잘도 털어놓는다.“처음엔 흥행보다 작품성에무게를 뒀었다.완성도 있는 코미디를 만들겠다는 생각만 했다.하지만 지금은 흥행할 자신까지 얻었다.” 제작·배급·투자사로 한국영화계 최대의 ‘영토’를 가진사람. 시종일관 배짱 한번 두둑하다. “‘투캅스’‘미스터 맘마’등을 통해 코미디감각은 줄곧 보여왔잖아요.이쯤해서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보고 싶더라구요.전혀 뜻밖의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지게 하는 ‘어려운 코미디’.스필버그 감독이 왜 박수를 받습니까.그 사람은 심지어 공포상황에서조차 유머를 끌어내거든요.형사가 살인범을쫓는 ‘공공의 적’은 시나리오만으로는 전형적인 누아르예요.그 밑천으로 대목대목 웃겨보자 작정했었는데 결과가 괜찮은 것같습니다.” 새 영화는 딱히 장르를 꼬집기 힘들다.감독도 ‘형사액션’과 ‘소셜(Social)코미디’란 말을 번갈아 쓴다.둘 다 맞다. 적당히 부패한 형사(설경구)가 주인공인 영화는 결국 그를통해 ‘사회악’을 철저히 응징하는 통쾌함을 선사한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그를 두고 ‘영화판에 패거리 문화를 조장한다’는 뒷소리들이 따라붙을만도 하다 싶다.한번 자기사람이다 싶으면 넘치는 확신으로 쓸어안는다.주인공 설경구와 이성재 이야기다. “설경구,정말 대단한 연기자예요.‘박하사탕’을 본 순간내 다음 영화는 무조건 저 친구가 주인공이다 점찍었었어요. 역시 어디 한곳 흠잡을 데 없이 연기를 해내더군요.” 이제 다음 영화의 주인공은 “무조건 이성재”다.이번엔 설경구에게 초점이 맞춰졌으니 다음번엔 이성재 차례가 돼야한다는,다분히 ‘무대뽀식’ 논리다.연말 개봉을 목표로 잡은 차기작은 장진 감독이 한창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또한번 사회성 짙은 메시지의 소셜 코미디가 될 듯하다. 삶의 목표가 뚜렷한 사람을 인터뷰하기는 그 반대의 경우보다 몇곱절 편하다.그의 계획표에 빨간 밑줄 그어진 덩치 큰사업들만 추려내도 쏠쏠한 정보가 된다. 3월에 경기도 파주에서 첫 삽을 뜰 촬영 스튜디오 ‘아트서비스’는 12월 문을 연다.스튜디오 없는 영화사는 ‘메이저’ 자격이 없다는 판단에서 밀어붙였다.영화사업가로 돌아가 한마디 한다.“딱 본전치기 사업이죠.” 한국영화의 극장부율(제작사와 극장의 수입배분율)을 6대4(현재 5대5)로 돌려놓는 작업에도 바람몰이 나설 생각이다. 앞으로 제작할 작품들은 “변함없이 선동하는 드라마가 될것” 이다.사회의 구린 구석을 코믹하게 까발릴 겁니다.관객들의 입에서 작품속 악역에게 ‘저놈 나쁜 놈’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솔직하고 적나라한 그런 영화 말예요.”황수정기자 sjh@ ■‘공공의 적’ 어떤영화. ‘공공의 적’은 감독의 말처럼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영화”다.영화를 보고나면 고답적이고 신파적이기까지 한 제목이 작품의 주제를 명확히 간추려냈다는 이해를 하게 된다. 아내와 사별한 뒤 노모에게 어린 남매를 떠맡기고 사는 강철중(설경구)은 누가 봐도 ‘부패형사’다.아시안게임에서권투로 은메달을 따고 특채된 만년 경사.수사과정에서 빼돌린 마약을 몰래 팔아치울 생각까지 하던 그에게 얼떨결에 숙명적인 해프닝이 생긴다.억수같은 비가 퍼붓는 밤,노부부를죽인 살인범과 장난처럼 맞닥뜨린다. 영화는 형사인 철중과 살인 용의자의 심리전을 따라간다.철중은 살해된 노부부의 아들이자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을 범인이라 확신한다.하지만 앞뒤 논리를 세우지 않는 그의 ‘막가파식’ 수사가 먹힐 리 없다. 감독은 작정하고 온탕냉탕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영화를 만들었다.꾀죄죄한 차림새의 철중이 비오는 전봇대 아래 쭈그려 앉아 ‘뒤’를 보거나 똥묻은 손으로 다짜고짜 범인을 쫓아가는 대목들은 엽기발랄한 가벼운 코믹액션 자체다.한편수십군데를 난자하는 살인장면과 ‘이유없이’ 살인을 일삼는 규환의 캐릭터 등은 하드보일드 액션 느낌을 준다. 황수정기자.
  • 부산시, 생선회 국제화 추진

    부산의 횟집들이 국제공인시스템(ISO) 인증을 받는다. 부산시는 3일 시청 회의실에서 부산의 대표적 먹거리 생선회(膾)의 국제화와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한국생선회국제화 추진협의회’를 발족,본격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한국생선회 국제화 추진협의회는 오거돈(吳巨敦)부산시 행정부시장과 음식업중앙회 및 여성단체 대표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협의회는 우선 시내 1,700여 생선횟집 가운데 85곳을 선정,ISO인증을 취득토록 할 방침이다.또 3∼5월중 생선회 연구소와 공동으로 솜씨·맛·작품성 등을 겨루는 국제화 경진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밖에 외국인과 청소년 등 생선회 맛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독특한 소스를 개발,보급하고 7월부터 활어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한다. 한편 시는 부산이 생선회 전문 도시로 자리잡기 위해 ▲국제 수준의 위생 확보 ▲제품 연구 활성화 ▲전국 및 국제 생선회 경연대회 개최 ▲교육 및 자격증을 통한 전문인력 확보 ▲활어 위판장·도매시장 개설 등의 방안을 마련,시행하기로 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올 문화계 결산 방담

    지난 한 해 문화계에는 유난히 크고 작은 사안이 많았다. 엽기와 조폭,트랜스젠더 등 파격의 파고가 높았는가 하면문학권력 논쟁이 문단을 흔들었다.다양성과 소수파에 대한인식이 높아졌고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적지 않았다.한 해를 마감하면서 지난해 문화계의 흐름과 두드러진 현상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전개 방향을 찾아보는 방담을 마련했다.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문학평론가 방민호,대중문화 평론가 성기완씨가 방담에 참여했다. [방민호] 지난 한 해 문화계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하나가 한국영화의 성장일 것이다.올해 한국영화가 동원한관객수준은 괄목할만한 것이다.일부에선 한국영화의 진흥기로 평가하기도 한다.그러나 과연 얼마만큼 내적인 발전이동반됐을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많은 것 같다. [주철환] 소재가 편중되긴 했지만 800만 관객동원은 분명한국 영화계의 팽창을 보여준 것이다.그러나 한국영화의 기폭제니 원동력이니 하는 평가에는 회의적이다.마케팅에 크게 의존했고 배급권을 쥔 자본의권력은 우려할 정도이다. 특히 작품성을 인정받은 감독들의 작품들이 외면당하는 ‘극과 극’의 현상은 우리 영화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킨 사례로 봐야 한다. [방민호] 10년전 유행하던 홍콩 누아르가 지금은 퇴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폭,블록버스터류에 힘입은 지금의팽창현상이 한국 영화의 미래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고본다. 이제는 영화인들과 일반 관객 모두가 진지하게 우리영화를 돌아볼 시점에 왔다. [성기완] 영화관객 동원에 비판적인 시각이 있듯이 대중음악 쪽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컴필레이션(모듬)음반수백만장이 팔려나갔지만 뻔한 내용을 유명배우 표지모델로포장한 게 대부분이다. 공연내용에서도 몇몇 언더그라운드가수들 것을 빼곤 특별히 주목받은 공연이 없었다.종전 엘리트 위주의 순수문화가 강조되던 것과는 달리 멀티미디어와 대중 편향으로 치닫는 문화권력의 이동과정에서 혼란이일고있는 느낌이다. [주철환] 그렇지만 단기간의 현상을 그대로 평가해선 안될것이다.30년전 가수 남진의 인기에 밀렸던 나훈아가지금은오히려 더 많은 팬을 확보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시간이 흐르면 문화의 소모성은 자연 가려지게 된다.엔터테이너와 진정성을 추구하는 예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예를들어 립싱크 가수들 자신이 광의의 가수로 자평하듯이 그대로 보아주고 조폭영화도 조폭영화 나름의 가치를 인정할필요가 있다.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이 더 정확하게 그 가치를 평가한다. [방민호] 올해는 조폭,엽기,연예인 마약사건 등 기묘한 현상이 유난히 많았다.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일각에선 이같은 흐름들을 다양성의 확대나 소수파에 대한 인식이 증대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주철환] 돈을 버는 방법이 다양해진 탓이라고 본다.무엇보다 대중들의 요구사항에 편승해 마케팅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방민호] 제작자나 창작자의 의도도 문제지만 이런 현상이확산되는 것은 대중들의 잘못된 의식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없지 않다. [성기완] 영화 ‘엽기적인 그녀’만 보더라도 제목상의 괴기스러움보다는 오히려 ‘착하게 살자’는 내용이 강하다. 문제는 대중문화를 상품화해 돈 버는 이들이 피상적으로 파격적인 소재를 차용할 것이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방민호] 중화권에서 맹위를 떨친 한류를 그냥 지나칠 수없다.중국과의 친화라는 정치·경제적인 필요와 맞물려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으로 본다면 한류의 정체성과 가능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주철환] 한류는 낯설고 새로운 양식의 우리 대중문화에서느끼는 중화권 대중들의 자극이라고 본다.그렇다면 한류가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그런 점에서 한국의대중문화가 마치 중국을 식민지화하는 것처럼 보는 들뜬 시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방민호]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문화가 역동성을 갖는 시기임엔 틀림없다.이제부터는 한국 문화가 가진 정체성을 확실히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문화적 다양성이 논의되고소수파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지만 본질적인 변화는 없지 않은가. 외형적인 것에 치중한 나머지 인간의 본질과내면세계에 대한 가치폄하는 여전하다고 본다. [성기완] 우리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전히 다양성의부족일 것이다.여기에는 오랫동안 힘을 발휘해온 정치적인배경 탓이 크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 의견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큰 변화이다.트랜스젠더에 대한 관대한 시각이그 대표적인 현상이다. [주철환] 트랜스젠더 바람이 다양성과 관련해 상당한 효과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외모와 이미지를 중시한측면이 강한 것이지 근본적인 성 인식엔 변화가 없다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커밍아웃으로 처음 눈길을 끈 홍석천의 경우 비판적인 시각이 컸지만 트랜스젠더 하리수는상황이 달랐다.마약사건에 연루된 황수정의 경우도 반발과배신의 강도가 컸던 것은 드라마에서의 조신한 모습과 너무다른 탓도 있지만 여전히 외모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각때문이다. [방민호] 문학계에 거세게 몰아친 권력논쟁도 우리 문화의정립 필요성을 방증한 계기라고 본다.지난해와 올해는 문학권력 논쟁에 앞서 문학인 지식인들이 과거의 현상들을 수리하고 미래 정립이란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었다.미당 타계후 친일,권력야합 논의를 둘러싼 비판으로 문학계가 어지러웠다.삶과 문학을 분리해 생각하자는 단절론과 연속론이 대립하는 양상을 보면서 우리 지식인과 문학인들이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음을 실감했다. [주철환] 문학 권력의 문제도 결국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하지만 한국 문학의 문제가 민주주의의 문제를 놓고따질 시기는 지났다.이미 70∼80년대 이 문제는 걸러졌다고 본다.문제는 진정 우리 문화가 키워온 정신적인 자산이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기완] 문학 권력 논쟁은 안티조선 움직임과 묘하게 연결돼 권력의 문제로 평가되는 감이 크다.그러나 그동안 문학권력에 대한 반감이 컸음을 반증하는 계기가 됐다.문학권력논쟁을 보면서 반대로 이에 대한 권력을 무자비하게 휘두른반작용도 문제가 컸다. [방민호] 문제는 문학과 삶은 문학인·지식인이 창조행위와는 상관없이 그 공동체에서 자기자신을 어떻게 정립했는가하는 물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지식인 문학인 논쟁의 가장 큰 맹점은 그들의 과거행위를 정치적인 문제로 환치할 뿐 공동체 속에서 어떤 모럴을 가졌는지를 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주철환] 논의와 논쟁은 많을수록 좋다고 본다.‘지금은 이게 더 중요하다’는 식의 주장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논의 논쟁을 많이 하면서 그 인물의 과거 권력 행위에 대해선어떤 채널을 통해서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물론 인신공격은 위험하다. [방민호] 문학 권력 논쟁은 인신공격적 비방이 오가면서 소모적인 방향으로 흘렀고 논의의 한계를 노출한 인상이 짙은게 사실이다. [주철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줄 수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체성과 포용력이 절대적인 조건이라고 본다. 대중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가치판단의 주체성이선행돼야 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포용력이 따라야 한다. [성기완] 결국 논의가 ‘장’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문화에 고급과 대중 문화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서로보완하면서 예술성에 대한 진지한 인식을 키워나갈 때 ‘장’의 논리가 더욱 성숙될 것이다.물론 이 ‘장’을 움직이는 데는 사태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지식인들의 노력이 더욱필요할 것이다. [주철환] 우리 문화계에는 이념과 이익을 추구하는 대립과반목이 여전하다.이념을 추구하는 쪽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포용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지금까지 문화의 건강한 감시세력이 분노에 찬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이같은 차원의 운동은 대중들에게 별 호소력을 얻지 못했다.새해에는 격돌하는 분위기보다는 서로 대화하는 열린공론의 장이 많아졌으면 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새영화/ 나쁜남자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내년 1월11일 개봉·제작 LJ필름)가 국내 개봉도 하기 전에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아 화제다.데이비드 코슬리 베를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내년 2월 열릴 제52회 영화제의 장편경쟁부문에 이 영화를 공식 초청했다. 김 감독의 작품이 언제나 그랬듯 이번 영화도 보통사람의보통정서로 바라볼 때는 아주 극악스럽고 저열하다.‘극악’과 ‘저열’은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영화를 평할 때 입버릇처럼 상용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섬짓할 정도의 극악스러움은 첫 장면부터 노출된다.거리의군중들 틈새로,첫눈에도 깡패로 뵈는 남자가 다소곳이 벤치에 앉은 건너편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본다.한순간에 깡패의눈에 들어버린 여자는 인물화 속 모델처럼 곱다.스물한살의꽃다운 미대생 선화(서원)와,백주에 그에게 강제로 입맞춤하는 깡패 한기(조재현).둘의 이미지는 빛과 어둠처럼 대각선모서리에 놓였다. 줄거리는 단순하고 극단적이다.사창가 뒷골목에 빌붙어 살던 한기는 멀쩡한 애인까지 있는 여대생과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선화를 창녀로 만들기로 한다.지갑을훔쳐 달아나다 괴한들에게 ‘신체포기 각서’를 써주면서도선화는 그 모든 것이 한기가 놓은 덫인 줄 까맣게 모른다. 그러나 선화가 사창가로 끌려들어간 이후로 영화는 더이상한기를 속물인간으로 내몰진 않는다.선화가 삶을 포기해가는 모습을 한기는 거울 뒤에 숨어 연민 가득한 눈으로 참을성있게 지켜보고 돌봐줄 뿐이다. 세세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여지도 많다.선화가 납득될 만큼의 처절한 저항없이 창녀로 전락해가는 과정,이렇다할 동기없이 한기를 사랑하게 되는 선화,화해를 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던 종결 부분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다시파는 한기와 그를 묵묵히 따르는 선화의 심리 등에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이에 대한 감독의 해명.“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얘기를하고 싶었다.그림으로 치면 반추상화다.” 적나라한 구토,날카로운 유리조각이며 둘둘 감아 만든 종이칼로 몸을 찌르는 장면 등은 빼고 보탤 것 없는 ‘김기덕 표’이다. 황수정기자 sjh@
  • 현대에 비친 전통 채색의 美

    고려 불화,조선 민화 등 색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한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혁신해온 작가의 작품 50여점이 14일부터 내년 1월27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채색의 숨결-그 아름다움과 힘’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에는 천경자,박생광,박래현 등 미술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 3인과 정종미,김선두,이화자 등 현재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화가 3인등 6명의 작가 그림들이 출품된다. 가나아트센터는 “선정기준은 옛 전통의 껍데기가 아니라당대의 정신을 지배하는 인간의 감성과 미학을 잘 드러냈느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물론 작품성과 조형 양식의 독창성,안주하지 않는 실험과탐구정신,치열한 작가정신 등도 고려됐다. ‘장미와 나비’ 등을 내놓는 천경자는 다소 퇴폐적인 분위기의 여인,꽃,동물 등을 소재로 환상적이고 감각적인 색채와 사실주의 기법을 혼합했다.그는 10여권의 수필집을 낼 정도로 뛰어난 문학적 감수성도 지녔으며 자신의 희노애락을 실은 자전적 요소가 강한 작품을 그려왔다.1954년부터 20년간홍익대 교수를 지냈고 78년 이후 예술원 회원으로 있다.2년전 자신의 대표작 57점과 드로잉 36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기증했다.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고양이’ ‘작품16’ 등이 출품되는 박래현은 다양한 실험정신으로 구상을 넘어 추상의 세계에 몰입했다. 박생광은 ‘혜초스님’,‘무속도’ 시리즈 등 민족정신을현대화한 그림을 제작했다.이들 작품은 70세가 넘어 제작한것들이다. ‘몽유도원도’의 정종미는 지난 93년부터 2년간 미국 뉴욕 유학때 그곳에 모인 각국의 미술품에 자극받아 귀국후 우리 전통 회화에 관한 연구에 몰두해왔다.최근 전통채색기법에대한 연구를 모은 ‘우리 그림의 색과 칠’을 출간했다. ‘행(行)’ 시리즈의 김선두는 한국적 자연을 배경으로 한채색화를 많이 그렸다.‘초혼’ 등을 출품하는 이화자는 채색화의 현대적 표현방법을 모색하는 작가이다. 이 센터는 제1전시장에 50년대부터 독창적 작품 세계를 펼쳐온 천경자와 박래현의 대표작 15점,제2전시장에 채색의 전통을 이으면서 현대적 감성을 통해 재창조를 시도한 정종미,김선두,이화자의 작품 15점을 선보인다.제3전시장은 박생광의 특별코너로 마련돼 20여점이 전시된다.(02)720-1020. 유상덕기자 youni@
  • 케이블 HBO, 미개봉영화 특집

    케이블방송 유료영화채널 HBO가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은미개봉영화 특집을 마련했다.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매일 오후 10시에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시작으로 ‘타임코드 2000’,‘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라스트 왈츠’,‘드러그스토어 카우보이’등 국내 미개봉작 영화 5편을 차례로 방송할 예정이다. 일정 수준의 작품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국내의 시대상황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극장에서 대중들을 만나지 못했던 불운의 작품들이다.
  • 부산영화제개막작 ‘흑수선’의 배창호감독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9~17일) 개막작 ‘흑수선’(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의 배창호 감독이 9일 부산을 찾았다. 수영만요트경기장내 상영관 시네마테크부산에서 첫 기자 시사를 가진 직후의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촬영을 시작한 지난 3월부터 부산영화제의 개막작을 목표로 대중성,작품성,국내 최초상영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기 위해 신경썼다”면서 “영화제에서의 입장권이 판매 2분28초만에 동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16일 국내 일반극장에서 개봉될 ‘흑수선’은 액션이가미된 미스터리 휴먼멜로.1940년대 말 남로당 스파이였던여인 손지혜(이미연)와 그와의 사랑을 위해 50년의 감옥살이를 감내한 남자 황석(안성기)의 사랑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이다.제목 ‘흑수선’은 여주인공의 암호명. 순제작비만 40여억원을 투입한 만큼 처음부터 해외진출을목표로 잡았냐는 질문에 감독은 “국내에서의 성공도 중요하지만,당연히 해외시장 진출을 염두에 뒀다”면서 “‘쉬리’,‘텔미썸딩’같은 국산 미스터리 액션 장르가대내외적으로 성공한 데서 그 가능성을 읽었다”고 답했다. 또 한국전쟁을 소재로 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한국의 어떤 영화감독에게든 그것은 가장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영화적 테마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영화의 원작은 추리소설가 김성종의 ‘최후의 증인’.배감독은 “시나리오는 혼자 썼지만,스태프들의 조언을 들어가며 촬영기간 내내 계속 수정했다”면서 “하지만 최종결정은 언제나 내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출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50년이란 세월을뛰어넘어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야 했던 점이라고 지목했다. “배우들의 분장을 극사실적으로 하지 않고 느낌으로 세월의 간극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그는 “후반부에 이미연에게 특별히 노파 느낌으로 분장하지 않은 것도 그런 계산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감독데뷔한 뒤 ‘고래사냥’‘깊고 푸른 밤’‘황진이’ 등의 흥행작을 내온 배 감독은이번 작품의 아쉬운 점을 꼽아달라고 하자 “한 5, 6년이지나야 비로소 약점이 보일 것”이라며 환히 웃었다. 부산 황수정기자 sjh@
  • 대산문학상 부문별 수상자 발표

    대산문화재단(이사장 愼昌宰)은 31일 제9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시·소설부문은 이성부(李盛夫)의 시집 ‘지리산’과 황석영(黃晳暎)의 장편소설 ‘손님’이 차지했다.또 희곡 부문은 이근삼(李根三)의 ‘화려한 家出(가출)’,평론은 최원식(崔元植) 인하대 국문과교수의 비평집 ‘문학의 귀환’,번역은 한양대 불문과 김경희(金京姬)·이인숙(李仁淑)교수와 프랑스인 마리즈 부르댕이 공동작업한 서정인의 ‘Talgung 달궁’(프랑스 쇠이유펴냄)이 뽑혔다. 특히 창작과비평사가 출간한 책이 시·소설·평론 3개부문을수상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대산문학상 제정 이후 처음이다. 대산문화재단 측은 “특정 출판사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작품성만을 근거로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상금은 부문별 3,000만원씩이며 시상식은 11월 23일 오후 6시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황석영씨는 상금 전액을 ‘2001·평화촌 세계작가회담’행사에 참가한 문인들의 항공료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성부 시인은 “역사적 현장으로서의 지리산을 시로 쓰기가쉽지 않았다”면서 “뜻밖에 상을 받아 기쁘기도 하지만 ‘큰등짐’을 진 기분’이라고 말했다.최원식 교수는 “평론에서 학문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이런 상을 받게돼 평론도 소홀히 하지 말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종수기자
  • 자연의 소중함 일깨우는 애니메이션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성운. 그곳에는 최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디지털별’이 있다.극도로 발전한 문명탓에 살아있는 식물을 잃어버린 건조한 회색별이다. KBS2는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환경보호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장편 애니메이션 ‘그린캅스’(오후 5시10분)를 방영한다. 어느날 과학 에너지로 운영되는 디지털별에 우주대마왕 매드퀸 일당이 쳐들어 온다.매드퀸은 과학 에너지를 빨아먹고사는 괴물이다.매드퀸 일당이 찰거머리를 이용해 디지털 별의 에너지를 흡수하자 별은 순식간에 초토화 되어버린다.너무 쉽게 문명을 잃어버린 디지털별 사람들은 매드퀸이 식물에너지를 먹었을 경우 폭발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디지털별 사람들은 식물에너지를 구하기 위해 지구로 로봇K와 용사반디를 보낸다.매드퀸 일당도 그들을 좇아 지구로 들어온다. 이에 지구를 지키는 환경보호대 그린캅스가 출동하여 매드퀸 일당과 대결을 펼친다. 척박해진 디지털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식물은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들레.로봇K와 반디는 민들레 홀씨를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애니메이션 ‘그린캅스’는 지난해 11월 KBS가 실시한 TV애니메이션 작품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다.약 5억원을 들여 제작됐다. 환경보호 애니메이션답게 캐릭터들은 모두 자연에 빗대어만들어졌다.용사 ‘반디’는 ‘반딧불’에서 왔으며 그린캅스의 대원인 ‘포테’,‘어니’,‘쿠마’는 각각 감자,양파,고구마이다.어린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농산물에대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의인화했다. KBS 편성국의 민영문PD는 “이번 개천절에 ‘그린캅스’를방영한 뒤 반응이 좋으면 분량을 늘여 정규프로그램에 편성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애니미어의 채규성 대표는 “간간히 3D 애니메이션을 섞어 작품의 질을 높였다”면서 “일본 만화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와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송하기자 songha@
  • 여성감독들 충무로 ‘호령’

    충무로가 여성감독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로 떠들썩하다. 가뭄에 콩나듯 명함을 내밀던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올 가을을 기점으로 크게 두드러질 전망이다.당장 10월 중순에는 임순례 감독(40)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제작 명필름)와 정재은 감독(32)의 ‘고양이를 부탁해’(마술피리)가개봉을 벼르고 있다.이 두편이 흥행을 저울질할 즈음 새로크랭크인할 여성감독들의 야심작도 줄잡아 10여편이다. 90여년의 한국영화사를 통틀어 여성감독의 작품이 0.5%가 채안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놀라운 수치이다. 먼저 올 가을 간판을 올릴 두 편의 영화는 흥행성적이 적잖이 기대된다. 임 감독의 두번째 장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나와 이미 호평을 얻었다. 정 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는 스무살을 맞은다섯명의 소녀 이야기를 솔직대담하게 그린 청춘드라마.신세대 스타 배두나와 이요원을 내세웠다. 최근 급부상하는 여성감독들은 뚜렷한 공통분모를 가졌다.대부분이 30대 미혼의 데뷔감독들.거기다 단편·다큐영화로 이름이 알려졌거나 서너편의 영화에서 연출부나 조감독을 하며 단숨에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이다.한 감독 밑에서 십수년동안 ‘도제식’의 눈물젖은 빵(?)을 먹기보다는체계적인 연출공부로 실력을 다진 이들이다. 정재은 감독만 해도 그렇다.단편 ‘도형일기’로 주목받은 그는 ‘여고괴담’의 오기민 프로듀서를 도와 연출부로일하다 오씨가 창립한 영화사(마술피리)의 첫 작품을 맡게된 행운아. 청년필름이 10월말 촬영에 들어갈 멜로 ‘질투는 나의 힘’을 연출하는 박찬옥 감독(33)은 단편 ‘느린 여름’으로 단숨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버스,정류장’(명필름)의 이미연 감독도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의 프로듀서로,영화이력은 길지 않다. 임순례 감독의 ‘세 친구’에서 조감독이던 영화아카데미 출신 박경희 감독(36)도 조만간 ‘미소’(이픽쳐스)를 찍는다. 여성감독들의 달라진 특징은 또 있다.이들의 작품이 극장수입을 올릴 수 있는 본격 대중영화를 정조준한다는 점이다.이를 방증하듯 제작사들이 하나같이 쟁쟁하다. 공포스릴러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31)과 휴먼드라마 ‘집으로…’의 이정향 감독(37)이 각각 메이저급인봄영화사와 튜브엔터테인먼트의 후원을 업고 있다.다큐영화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35)도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원작으로 상업영화를 준비중이다.실제로 임순례 감독은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가까이 가고 싶어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만들었다”고고백했다. 여성감독들의 맹활약에 영화계는 잔뜩 고무돼 있다.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화제작 시스템이 전문화된 지금은 남성적 지도력이나 카리스마는 불요불급하다”면서 “제작자들은 감독의 성별이 아니라 창의력을 평가할 뿐”이라고말했다. 황수정기자 sjh@. ■“한국형 멜로物 관습 깨겠다”. “한국형 멜로의 관습을 깨는,아주 특별한 멜로를 만들고싶어요. 최근의 멜로영화들이 일상에 지나치게 기대는 게아쉬웠거든요.이제는 일상성을 깨는 멜로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새 영화 ‘버스,정류장’(제작 명필름)을 연출하는 이미연 감독(38)은 “32세의 학원강사(김태욱 분)와 17세 여고생(김민정 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가 이같은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조교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원조교제하는 여고생을 만난 적이 있긴 해요.그러나 극중 남녀가 결코 서로를 몸의 대상으로 보지는 않죠.” 대사를 아끼고 ‘소리’를 최대한 배제할 영화에는 실제로 버스정류장이 주요 무대가 된다.남녀가 서로의 상처를알아보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깨달아가고 기다리는,흔하면서도 특별한 공간이란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독특한 감수성을 살린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위험부담을안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준비된 답이 나왔다.“어떤 배우와 작품이 어떻게 만나느냐가 열쇠일 뿐이죠.어느 정도완성도만 갖추게 되면 영화의 파괴력은 절로 생기는 것이고.” 프랑스 사립영화학교(ESEC)에서 연출공부를 했고 손대는 영화마다 성공해 ‘실력’과 ‘운’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손에 틀어쥐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충무로의 명(名)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와는 대학동기동창이다.9월5일 크랭크인. 황수정기자
  • 한국영화 한여름 관객몰이

    영화가에 ‘대박’터지는 소리가 요란하다.지난 3월 개봉한 곽경택 감독의 ‘친구’(제작 시네라인Ⅱ)가 전국관객820만명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김상진 감독의 ‘신라의 달밤’(좋은영화)이 개봉 40일만인 지난 1일 전국 365만명을 끌어모았고,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신씨네)도 개봉 일주일만인 2일 전국 100만명을 돌파했다.미국 할리우드 직배사쪽에서 “한국영화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한숨을 내쉴 정도이다.충무로 영화인들은 “한국영화가 흥행 노하우를 확실히 감잡았다”며 희희낙락하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와 ‘신라의 달밤’의 쌍끌이 관객몰이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개봉 이전에 서울관객수 8만1,000명으로 한국영화사상 최다 예매입장권판매 기록을 세운 ‘엽기적인 그녀’는 하루평균 전국관객수가 14만명을 웃돌고 있다.‘신라의 달밤’도 하루평균 4만6,000여명은 꾸준히 들고 있다.한국영화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맥을못추던 여름휴가철의 ‘통산전적’에 비춰보면,이례적이다. 이들 영화는 코미디 장르에 적당히 로맨스를 곁들였다는공통점을 갖고 있다.신씨네 기획실의 신범수씨는 “한국영화팬에게 코미디는 여전히 다양한 관객층을 두루 섭렵할수 있는 키워드”라면서 “주인공들의 독특한 캐릭터도 시선을 끄는 데 큰몫을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엽기적인그녀’에서는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자기가 토한 음식을 꾸역꾸역 되삼키는 등 온갖 기행을 벌이는데 이런 ‘엽기’가 N세대의 취향에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엔 발빠르고 치밀한 기획이 전제돼 있다.“작품성보다 기획력”이란 말이 최근 충무로에서 부쩍 힘을 얻고 있다.사회전반에 거세게 불고 있는 ‘복고’(신라의 달밤)나 ‘엽기’(엽기적인 그녀)에 의존하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영화의 관객층이 10·20대에서 그이상의 연령층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도 흥행성공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된다.‘친구’가 극장으로 끌어들인 중년관객층이 꾸준히 극장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와 함께 한국영화의 수준이전반적으로 향상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영화진흥위원회영화정책연구실 김혜준 실장은 “관객의 눈높이를 정확히파악하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결과”라고 말했다. 남은 문제는 소재와 장르의 다양화이다.많은 영화인들은따라서 “90년대들어 인기가 뚝 떨어진 홍콩영화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한탕주의식 기획이 아니라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수정기자 sjh@
  • 미야자키 하야오 방한 “전쟁 싫었던 어릴적…”

    “‘이웃집 토토로’는 어릴 때 일본을 싫어했던 나 자신을 위해 어른이 되어 쓴 편지와 같습니다.” 세계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60)가‘이웃집 토토로’의 개봉에 맞춰 25일 처음으로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정상을 차지한 최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국내외주제작업체인 DR무비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다. 일본 문화 개방이 중단되는 등 미묘한 시기에 방한한 하야오는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해온 일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라며 “민족 자긍심은역사 왜곡이 아니라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작품을 통해 나타내고 얻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의 첫 인상에대해 “이렇게 닮은 나라가 세상에 또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어린 시절 일본을 싫어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이 전쟁을 통해 잘못된 생각에 물드는 것이 싫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소년 코난’‘천공의 성 라퓨타’‘원령공주’등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인정받은 걸작을 만들어온 그는애니메이션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해애니메이션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 디지털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범선 선장이 요트 타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또 38년동안 애니메이션을하면서 “항상 이 작품이 마지막이며 아무리 힘든 일도 언젠가는 끝난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제작된 지 13년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에서 숲 보존운동을 일으키는 등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일관된 생각이 담긴 작품이다. 윤창수기자 geo@
  • 남자배우가 모자라다?

    “쓸만한 남자배우를 찾아라.” 영화계가 남자배우 쟁탈전에 한창이다.시나리오 손질이 끝나고 감독까지 정해졌는데도 남자주인공을 못잡아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는 영화가하나둘이 아니다.황신혜가 폭력조직을 상대하는 룸살롱 마담으로 캐스팅돼 화제인 코믹액션 '패밀리'(제작 시네마서비스). 깡패두목을 연기할 상대역을 확보하지 못해 촬영을미루고 있다. 강우석 감독이 운영하는 제작사의 형편이 이렇다면 다른 영화사의 사정은 불보듯 뻔하다. 기획시대가 신인감독들을 내세워 제작하는 액션코미디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와 ‘일단 뛰어’등은 늦어도 8월에는 영화를 찍어야 하지만,남자주인공을 아직도 정하지못했다.‘버스정류장’(명필름),‘결혼은 미친 짓이다’(싸이더스),‘청풍명월’(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엠바고’(서포트21) 등도 마찬가지다.이런 현상에 대해 한 신생제작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영화판에 돈이 넘친다고들하나, 영화만들기는 더 힘들어졌다. 투자자들이 책(시나리오)도 좋고, 감독도 좋다면서도 남자주인공은 누가 아니면안된다고 요구한다.”갑작스레 불거진 남자배우 기근현상에는 몇몇 배경이 동시에 작용했다.일차요인은 최근 불어닥친 ‘조폭 영화’의붐이다.올 상반기에 크랭크인했거나 기획중인 영화들을 보면 십중팔구 깡패이야기를 축으로 삼은 액션물. 당장,‘이것이 법이다’‘조폭 마누라’‘달마야 놀자’‘공공의 적’‘예스터데이’‘나티프로젝트’ 등이 촬영중이거나 조만간 촬영될 ‘주먹영화’들이다. 흥행스타에 기대려는 제작사의 안일한 기획 태도도 한몫한다. 김미희 좋은영화 대표는 “주인공의 얼굴이 흥행의 열쇠인 현실에서 제작사로선 A급배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영화의 성격이 어떻든 덮어놓고 캐스팅 일순위에들먹여지는 명단이 따로 돈다.한석규 장동건 이병헌 유오성 최민식 송강호 등이 현재 A급.간발의 차로 박중훈 차승원 이성재 이정재 설경구 정우성 등이 줄을 서있다.이들의몸값은 1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선. ‘친구’로 정상에 우뚝선 장동건이라면 다음 작품에서 너끈히 2억원쯤받아낼 거란 전망이 나온다.‘모시기’ 경쟁에 천정부지로치솟는 배우몸값이 문제가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최근의 경향을 다르게 보는 시각들도 있다. 심재명 명필름대표는 “한국영화가 대형·산업화하는 길목에서 나타나는필연적 현상”이라고 남자배우 기근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할리우드만 해도 흥행폭발력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는 모두 남성중심의 영화”라는 그는 “여배우들에 비해남자배우쪽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넓은 게 그나마 다행한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쓸만한 배우들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켜가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다.배우들 스스로가 ‘격’을 세우고자질향상에 노력할 때라는 지적들이다. ‘씬레드라인’에서 할리우드 톱스타 조지 클루니와 숀 펜은 감독의 작품성을 보고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해외 스타감독과 손잡고 국제시장을 정조준한 영화를 찍고 싶어도 영어 한마디 되는 배우가 없다”는 한 제작자의 말도 귓등으로 흘릴수만은 없는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
  • 8일 개인전 여는 금속공예가 김승희교수

    “선진 외국의 경우 금속공예는 이미 생활예술로 뿌리를 내렸습니다.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부와 신분의 상징처럼 여기고 있어요.외국은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하기보다는 금속이빚어내는 조형미에 주목하는 추세입니다.” 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02-734-0458)에서 작품전을 갖는 장신구 작가 김승희.국민대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생활문화디자인학과 주임교수인 그는 “금속공예,특히 장신구 예술을 ‘재료’로 보지 말고 ‘작품’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대 미대를 거쳐 미국 미시건주 크랜부르크대와 인디애나대에서 공부한 김씨는 전통금속공예의 조형미에 현대성을가미한 독자적인 작품세계로 잘 알려진 금속공예계의 중진. 지난 96년 제6회 석주미술상 수상기념전에 이어 5년만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너와 나,그리고 우리들’을 주제로 한 40여점의 추상 작품이 나온다. “금세공이 발달된 시대로 보통 서양의 헬레니즘 시대를 꼽지만 그보다 몇배 뛰어난 금속조형예술을 보여준 나라가 바로 우리 삼국시대의 신라입니다.조형성에있어서 단연 최고지요.” 김교수는 “이른바 ‘이탈리아 체인’을 그대로 복제할 만큼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면서 “그솜씨에 어떻게 작품성을 넣어주느냐 하는 것이 과제”라고했다. 국내에서 애용되는 장신구용 보석이라면 금이나 루비,사파이어 등을 들 수 있다.그러나 김씨는 오닉스,마노,지르콘,시트린,페리도트 등 조금은 낯선 이름의 유색석들을 재료로 사용한다.얼이 간 못생긴 돌도 그의 손을 거치면 영롱한 빛을낸다.“장신구 예술이 발달하려면 무엇보다 재료의 소통이활발해야 합니다.관세율도 낮추고….그래야 암시장도 생기지 않죠.전세계 유색성 보석의 센터로 활기를 띠고 있는 태국의 예를 참고할 만합니다.” 장신구는 패용자 스스로가 전시장이 되는 만큼 잘 연출하면 최고의 이미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는 “장신구는 사치품이 아니라 ‘미니어처 조각’”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전시가 장신구의 대중화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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