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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퍼만 하기엔 시간이 아까워… 절망의 끝에서도 행복한 청춘

    슬퍼만 하기엔 시간이 아까워… 절망의 끝에서도 행복한 청춘

    발광병(發光病)은 원인 불명의 불치병이다. “증세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바로 피부에 생기는 이변이다. 빛난다. 밤에 달빛을 쐬면 몸에서 형광색처럼 은은하고 옅은 빛이 난다. 병세가 악화될수록 그 빛은 서서히 더 강해진다. 그래서 발광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설명은 사노 데츠야의 소설 ‘너는 달밤에 빛나고’(박정원 옮김·디앤씨미디어·2018)에서 옮겨 왔다. 일본에서 50만부 판매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을 읽고 감독 쓰키카와 쇼는 곧바로 영화화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가 소설과 같은 제목의 ‘너는 달밤에 빛나고’(10일 개봉)다.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쓰키카와 쇼는 스미노 요루의 소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영화화해 이 작품으로 2018년 일본 아카데미상 남녀 신인배우상과 화제상을 받았다. 확실히 그는 싸구려가 아닌 볼만한 대중영화를 만들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감독이다. 쓰키카와 쇼가 라이트 노벨 특유의 리듬감을 이해하고 있어서다. 라이트 노벨은 나쁘게 표현하면 클리셰의 반복, 좋게 표현하면 데이터베이스화된 양식을 변주하는 장르다. 두 편의 원작만 놓고 봐도 그렇다.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청춘물,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학생과 그 곁을 지키는 남학생의 귀여운 로맨스라는 패턴이 똑같다. 그래서 라이트 노벨과 이를 영화화한 작품을 폄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통속성과 상업성만 있을 뿐 작품성은 없다는 논리다. 다른 의견도 있다. 관점에 따라 여기에서 얼마든지 독특한 작품성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중 하나가 ‘감정 알고리즘의 변화’다. 암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노벨-영화의 주인공은 비탄에만 잠기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고전 비극의 주인공을 떠올려 보면 둘의 차이가 더 뚜렷해진다. 라이트 노벨-영화의 주인공은 사별이 예정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운명에 슬퍼하기보다는, 남아 있는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고 실천한다. ‘너는 달밤에 빛나고’에서 발광병을 앓는 마미즈(나가노 메이 분)의 버킷리스트를 다쿠야(기타무라 다쿠미 분)가 대신 이뤄 주려는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자연스럽다. 물론 다쿠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파르페를 먹는다고 발광병이 치료되진 않는다. 그렇지만 덕분에 마미즈는 웃음을 되찾았고 자신의 삶을 좋은 기억들로 채웠다. 이는 다쿠야도 마찬가지다. 이때 분명히 언급해야 할 점은 이들의 태도가 사토리(득도) 세대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의 등장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너는 달밤에 빛나고’ 등의 출현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도 유사하게 감정 알고리즘의 변화를 겪는 중이다. 허희 문학평론가·영화 칼럼니스트
  • 제1회 합천 수려한영화제 본선진출작 24편 선정 발표

    제1회 합천 수려한영화제 본선진출작 24편 선정 발표

    경남 합천군은 오는 7월 23일부터 27일까지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제1회 합천 수려한영화제 경쟁부문 본선진출 작품 24편이 선정됐다고 26일 밝혔다. 본선 진출작품에는 방성준 감독의 ‘뒤로 걷기’ 등 단편 21편과 한태의 감독의 다큐멘터리 ‘웰컴 투 X-월드’를 포함한 장편 3편 등 모두 24편이 뽑혔다.군은 지난 4월 1일부터 같은달 26일까지 진행한 출품작 공모에 응모한 603편을 놓고 예심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논의를 거쳐 본선 진출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출품 작품들이 다양한 소재와 주제,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개성적인 영화적 표현 등으로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고 평가했다.심사위원들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실험영화 등을 포함한 단편은 분화되고 있는 현대 가족의 모습을 다룬 드라마를 비롯해 여성, 장애, 탈북, 성 소수자, 취업난에 따른 미래 불안, 한국 결혼제도 등 동시대 사회적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대세를 이뤘다. 장편은 다큐멘터리가 극영화보다 강세를 보였다. 본선 진출작은 영화제 기간에 상영된다. 영화전문가들로 구성된 본심 심사위원과 관객들로 구성된 관객심사단 등의 현장심사를 거쳐 본선 수상작이 결정된다. 대상 1편 상금 500만원을 비롯해 관객상, 배우상 등 모두 1200만원의 상금을 준다. 군은 올해 처음 개최하는 합천 수려한영화제는 작품성 높은 경쟁작품과 함께 다양한 독립영화 작품도 초정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합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6월엔 꼭 봄

    6월엔 꼭 봄

    공연계 주간 매출 4월 첫주 최저점 이후 증가세 거듭하다클럽發 확진으로 하락 반전 마스크 의무화 등 수칙 엄격히 ‘렌트’·‘모차르트!’ 준비 완료!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재점화를 향한 공연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관극 심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급격히 꺼졌고, 바닥을 치고 반등하던 공연계 총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5월의 봄’을 준비하던 공연계는 뮤지컬 대작이 쏟아지는 6월을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18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주간 총매출액은 지난 4월 첫째 주(5~11일) 3억 7465만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매주 증가세를 거듭했으나, 이태원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 관련 첫 언론 보도가 나온 지난 7일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주간 단위 공연계 총매출액은 3월 셋째 주 19억 9873만원, 3월 넷째 주 19억 5393만원, 3월 마지막 주 9억 3208만원 등 점진적인 하락 곡선을 보이다 4월 둘째 주 7억 2962만원, 4월 셋째 주 16억 1122만원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부처님오신날부터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시작된 4월 마지막 주 총매출액은 27억 4917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은 5월 첫째 주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끊겼다. 공연 총매출액을 공연과 관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금~일요일 3일 단위로 나눠 집계한 결과 4월 3~5일 2억 1908만원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15억 7870만원으로 매주 상승했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보도가 쏟아진 직후인 8~10일 매출액은 11억 6156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계는 관객이 공연장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관극 심리 회복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 이태원 클럽이 조금씩 되살아나던 관극 심리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지난 6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공연계는 무대 정상화를 시작했고,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객 분위기도 조금씩 느껴졌으나 이태원 클럽 탓에 이런 분위기가 확 꺼졌다”며 허탈해했다.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전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엄격히 따르고 있는 공연계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대작을 중심으로 다시 관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1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2000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를 키운 작품으로 꼽히는 ‘렌트’(13일·디큐브아트센터)가 6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4월 3주가량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애초 6월 27일까지였던 서울 공연 일정을 8월 8일로 연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이태원 클럽 ‘66번’ 나오자 공연 매출액 4억 1700만원 증발

    이태원 클럽 ‘66번’ 나오자 공연 매출액 4억 1700만원 증발

    서울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재점화를 향한 공연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5월 들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던 ‘관극 심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급격히 꺼졌고, 바닥을 치고 반등하던 공연계 총 매출액 하락으로 이어졌다. ‘5월의 봄’을 준비하던 공연계는 뮤지컬 대작이 쏟아지는 6월을 재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18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연계 주간 총 매출액은 지난 4월 첫째 주(5~11일) 3억 7465만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매주 증가세를 거듭했으나, 이태원 일대 클럽을 다녀온 뒤 코로나19에 감염된 경기 용인시 66번 환자 관련 첫 언론보도가 나온 지난 7일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주간 단위 공연계 총매출액은 3월 셋째 주 19억 9873만원, 3월 넷째 주 19억 5393만원, 3월 마지막 주 9억 3208만원 등 점진적인 하락곡선을 보이다 4월 둘째 주 7억 2962만원, 4월 셋째 주 16억 1122만원으로 조금씩 증가했다. 부처님 오신 날부터 어린이날까지 황금연휴가 시작된 4월 마지막 주 총 매출액은 27억 4917만원까지 올랐다. 이런 흐름은 5월 첫째 주까지 이어졌지만,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끊겼다. 공연 총 매출액을 공연과 관객이 특히 많이 몰리는 금~일요일 3일 단위로 나눠 집계한 결과 4월 3~5일 2억 1908만원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15억 7870만원으로 매주 상승했지만 이태원 클럽 관련 보도가 쏟아진 직후인 8~10일 매출액은 11억 6156만원으로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공연계는 관객이 공연장을 안전한 곳으로 인식하고 자유롭게 즐기는 관극 심리 회복이 중요한데, 결과적으로 이태원 클럽이 조금씩 되살아나던 관극 심리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공연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줄고 지난 6일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면서 공연계는 무대 정상화를 시작했고, 공연장을 찾으려는 관객 분위기도 조금씩 느껴졌으나 이태원 클럽 탓에 이런 분위기가 확 꺼졌다”라며 허탈해했다.관객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전 문진표 작성 등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엄격히 따르고 있는 공연계는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대작을 중심으로 다시 관객 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내 뮤지컬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김준수의 뮤지컬 데뷔작 ‘모차르트!’(11일·세종문화회관 대극장)와 2000년 초연 이후 한국 뮤지컬 시장 규모를 키운 작품으로 꼽히는 ‘렌트’(13일·디큐브아트센터)가 6월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출연 배우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지난 4월 3주가량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애초 6월 27일까지였던 서울 공연 일정을 8월 8일로 연장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6월 개막…전미도·정문성·전성우 캐스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6월 개막…전미도·정문성·전성우 캐스팅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2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14일 공연제작사 CJ ENM에 따르면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6월 30일부터 9월 13일까지 대학로 예스 24스테이지 1관에서 관객과 만난다.‘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이 인력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한 작품으로, 2015년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트라이아웃 공연했고 2016년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초연했다. 당시 97회 중 70회 매진을 기록하며 창작 뮤지컬로서는 이례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2018년 두 번째 시즌 역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2018년 ‘제2회 한국 뮤지컬 어워즈’ 6개 부문(극본·작사상, 작곡상, 여우주연상, 연출상, 프로듀서상, 소극장 뮤지컬상), ‘제6회 예그린 뮤지컬 어워즈’ 4개 부문(올해의 뮤지컬상, 음악상, 연출상, 여자인기상)을 석권하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작품은 사람을 매우 닮았지만 구형이 돼 버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는 두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의 이야기를 담았다. 구형 로봇 헬퍼봇5로 옛 주인 제임스의 취향을 닮아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올리버 역에는 정문성, 전성우, 양희준이 캐스팅됐다. 헬퍼봇6로 옛 주인들의 이별 과정을 본 탓에 ‘관계’에 관해 냉소적인 클레어 역에는 전미도, 강혜인, 한재아가 캐스팅됐다. 올리버의 옛 주인으로 빈티지 취향을 가진 제임스 역에는 성종완, 이선근이 합류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제19회 문신미술상 본상 수상자 임형준 교수 선정

    제19회 문신미술상 본상 수상자 임형준 교수 선정

    경남 창원시는 올해 제19회 문신미술상 본상 수상자로 임형준 경남대 미술교육과 교수가 선정됐다고 11일 밝혔다. 청년작가상 수상자로는 창원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재신 작가가 선정됐다.창원시가 주관하는 문신미술상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예술 정신과 창작 활동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문신미술상운영위원회는 심사위원 6명이 본상 후보자 7명과 청년작가상 후보자 6명을 대상으로 작품성과 활동사항 등을 공정하게 검토하고 토론을 한 뒤 무기명 투표로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주로 악기, 신체 또는 악기와 신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개성 있는 작품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나팔을 소재로 한 조각작품을 많이 창작해 나팔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조재신 작가는 주로 탱화 기법과 설치미술 기법으로 창작하며 파격적인 실험을 통해 생명의 기본 질서 발견과 깨달음에 근거한 예술 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문신미술상 수상자에게는 본상은 상금 2000만원, 청년작가상은 1000만원을 준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열린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인간의 욕망, 그 끝은 파멸… ‘직관’ 그 이상의 감동

    인간의 욕망, 그 끝은 파멸… ‘직관’ 그 이상의 감동

    거대한 종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막 부화하려는 동물의 알과 같은 막이 놓인 무대는 핏빛 조명으로 물들었고, 조금씩 심장 박동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막 속 사람 형상의 움직임도 격렬해졌다. 이내 막을 찢고 하나의 ‘피조물’이 바닥에 떨어져나와 꿈틀대기 시작한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했으나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외형이다. 이 피조물은 아직 근육이 잡히지 않아 일어설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무대 위는 10여분간 신체극이 이어진다. 피조물의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과 거친 호흡에 현장의 관객은 물론 이를 영상으로 지켜보는 관객 모두 숨을 죽이고 작품에 빠져든다. ●컴버배치 피조물 버전 8일 새벽3시까지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해 격렬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 배우는 이미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영국 드라마 ‘셜록’과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통해 친숙한 이 배우의 명품 연극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튜브에 공개한 ‘NT라이브’ 영상을 통해서다. 작품은 메리 셸리가 188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8일 후’와 ‘트레인스포팅’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연출을 연극 무대로 옮겨 왔다.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창조한 피조물이 탄생과 동시에 버려지며 ‘괴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밀러 피조물 버전은 9일 새벽3시까지 극은 컴버배치와 배우 조니 리 밀러가 서로 배역을 바꿔 연기하는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컴버배치가 피조물을 연기하면 밀러가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컴버배치가 박사가 되면 밀러는 피조물로 분하는 방식이다. 컴버배치가 피조물을 맡은 버전은 8일 새벽 3시까지, 밀러가 피조물을 연기한 버전은 9일 새벽 3시까지 공개된다. 2011년 영국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두 작품의 매력을 안방에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작품은 두 주연배우가 런던 올리비에 시상식 최우수연기상과 이브닝 스탠더드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눈물, 땀방울까지 담아낸 NT라이브의 몰입감 높은 영상은 공연장 ‘직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과 감동을 전한다. 2015년 한국 국립극장이 NT라이브를 통해 국내에서 상영했고,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글 자막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유튜브 자막을 활성화하면 영어 자막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연극 무대 위 컴버배치...유튜브로 만나는 NT라이브 ‘프랑켄슈타인’

    연극 무대 위 컴버배치...유튜브로 만나는 NT라이브 ‘프랑켄슈타인’

    거대한 종소리가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막 부화하려는 동물의 알과 같은 막이 놓인 무대는 핏빛 조명으로 물들었고, 조금씩 심장 박동 소리가 커지기 시작하면서 막 속 사람 형상의 움직임도 격렬해졌다. 이내 막을 찢고 하나의 ‘피조물’이 바닥에 떨어져나와 꿈틀대기 시작한다.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했으나 ‘사람’으로 보기 어려운 외형이다. 이 피조물은 아직 근육이 잡히지 않아 일어설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렇게 무대 위는 10여분간 신체극이 이어진다.피조물의 발작에 가까운 몸부림과 거친 호흡에 현장의 관객은 물론, 이를 영상으로 지켜보는 관객 모두 숨을 죽이고 작품에 빠져든다.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해 격렬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 배우는 이미 세계적인 배우로 성장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영국 드라마 ‘셜록’과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와 ‘닥터 스트레인지’ 등을 통해 친숙한 이 배우의 명품 연극이 유튜브를 통해 세계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국 국립극장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유튜브에 공개한 ‘NT라이브’ 영상을 통해서다. 작품은 메리 셸리가 1881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28일 후’와 ‘트레인스포팅’ 등을 제작한 영화감독 대니 보일이 감각적이고 파격적인 연출을 연극 무대로 옮겨왔다. 작품은 인간의 욕망이 창조한 피조물이 탄생과 동시에 버려지며 ‘괴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극은 컴버배치와 배우 조니 리 밀러가 서로 배역을 바꿔 연기하는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됐다. 컴버배치가 피조물을 연기하면 밀러가 프랑켄슈타인 박사를, 컴버배치가 박사가 되면 밀러를 피조물로 분하는 방식이다. 컴버배치가 피조물을 맡은 버전은 8일 새벽 3시까지, 밀러가 피조물을 연기한 버전은 9일 새벽 3시까지 공개된다. 2011년 영국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 두 작품의 매력을 안방에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 작품은 두 주연배우가 런던 올리비에 시상식 최우수연기상과 이브닝 스탠다드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과 눈물, 땀방울까지 담아낸 NT라이브의 몰입감 높은 영상은 공연장 ‘직관’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과 감동을 전한다. 2015년 한국 국립극장이 NT라이브를 통해 국내에서 상영했고,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글 자막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유튜브 자막을 활성화하면 영어 자막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아역들의 열연, 스크린 달구다

    아역들의 열연, 스크린 달구다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이달 중순부터 연이어 개봉한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손색이 없을 듯하다.●13일 개봉 佛 영화 ‘어쩌다 아스널’ 오는 13일 개봉하는 프랑스 영화 ‘어쩌다 아스널’은 아빠를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하게 된 열두 살 테오의 이야기다. 영국의 명문 축구구단인 아스널 유소년 축구단 스카우터가 학교로 찾아온다. 테오는 탈락했지만, 아빠 로랑을 위해 유소년팀에 뽑혔다고 거짓말을 한다. 실직 후 알코올 중독에 빠져 홀로 테오를 키우는 아빠는 아들의 축구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주연 테오 역의 말룸 파킨은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통통 튀는 발랄함을 선보인다. 일곱 살 때부터 유소년 축구선수로 뛰었던 만큼 출중한 축구 실력도 뽐낸다. 아들과 함께 영국에 가기 위해 술을 끊고 영어 공부를 하며 달라지고자 노력하는 아빠의 모습, 거짓말이 드러나고도 위로하는 모습 등에서 잔잔한 유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영화 ‘톰보이’의 주인공은 열 살 소녀 로레다. 짧은 머리의 로레는 친구들에게 자신을 ‘미카엘’이라고 소개하고 마치 남자인 것처럼 행세한다. 축구 실력이 뛰어난 데다 힘도 또래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아 금방 친해진다. 친구들과 수영할 때에는 팬티 속에 불룩한 것을 넣어 속이기도 한다. 그러나 동갑내기 소녀 리사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상황은 꼬여만 간다. 주연을 맡은 조 허란은 작은 일에도 크게 동요하는 유년 시절의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섬세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2011년 작품이지만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주목받은 감독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14일 개봉한다.●獨 슈링겔국제영화제 수상 ‘나는 보리’ 21일 관객들과 만나는 ‘나는 보리’는 청각 장애를 가진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듣는 열한 살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보리는 초등학교에 가면서 점점 말로 하는 대화에 익숙해지고 수어를 하는 가족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없지만 화목했던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으로 보리는 다소 엉뚱한 소원을 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보리를 연기한 배우 김아송은 2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영화는 실제로 농인 부모를 둔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나왔다. 손과 표정을 활용한 농인들의 대화 장면, 배경이 되는 강릉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 등을 담은 화면이 인상적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상, 독일 슈링겔국제영화제 2관왕 등 개봉 전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그래픽 노블이 뭔가요

    [김금숙의 만화경] 그래픽 노블이 뭔가요

    “그런데 그래픽 노블이 뭔가요?”10년 전 프랑스에서 돌아왔을 때 받았던 질문을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2020년에도 또 받는다. “그림이 있는 소설 같은 만화인가요” 하고 묻는 사람도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는 아직도 생소하고 낯설어 보인다. 파리에서 거주할 당시 윌 아이스너(본명 윌리엄 어윈 아이스너)의 ‘신과의 계약’(A Contract With God)을 구입해서 읽었었다. 1978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표지에 제목과 함께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를 왜 표지에 넣었는지 조금은 의아했지만, 검은 붓 선으로만 그려진 그의 날카로운 그림에 감탄하며 페이지를 넘겼었다. 윌 아이스너는 그래픽 노블의 창시자이다. 10년 전에는 그래픽 노블에 대해 한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윌 아이스너와 그래픽 노블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이제는 한글로도 잘 정리돼 있다. 다만 미국과 유럽, 한국의 그래픽 노블에 대한 개념이 약간씩 달라 보인다. 국내에서는 주로 자전적인 이야기나 사회적 이슈의 서사를 개성 있게 그려 낸 출판 만화책을 그래픽 노블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만난 프랑스 만화가들은 그래픽 노블이건 ‘방드 데시네’(bande dessinee)건 명칭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프랑스에서 만화가 ‘제9의 예술’로 독자들 사이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서는 그래픽 노블로 분류되고 프랑스에서는 방드 데시네인, 탁월한 컬래버로 태어난 만화 ‘피카소’의 작가들과의 만남을 소개해 본다. 2018년 나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열린 전시, 만화 ‘피카소’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그해 봄 시나리오 작가인 쥘리 비르망과 클레망 우브르리를 만나러 파리에 갔다. 나는 쥘리에게 왜 20대의 ‘피카소’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게 됐는지 물었다. 20세기의 위대한 화가 피카소에게도 스무 살이 있었다. 그의 스무 살은 가난한 스페인 청년으로 파리에 온 이민자에 불과했으며 불어를 하지 못했다. 시인들과 친구로 지내며 시를 통해 프랑스어를 배운 그는 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가 됐다. 그를 알았던 많은 사람은 그에 대한 회고로 ‘나와 피카소’라는 책들을 쏟아냈고 친하지 않았어도 가장 친했던 것처럼 과장했다. 그들 대부분은 남성들이었는데 쥘리는 잊혀진 여성, 페르낭드에게 관심이 갔다. 피카소는 페르낭드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 애썼다. 그녀는 피카소의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페르낭드는 피카소의 가장 찌질했던 순간들에 함께했던 인생의 동반자였고 모델이었다. 피카소는 자신이 비밀에 싸인, 전설적인, 태생부터 위대한 천재 예술가로 각광받고 싶어 했다. 찌질했던 모습을 세상 사람들이 알기를 원하지 않았다. 바로 그런 점들이 흥미로워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했다. 만화 ‘피카소’의 그림을 그린 클레망을 만나기 위해 파리 몽마르트르 근처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 갔다. ‘요푸공의 아야’(2005)가 클레망의 첫 만화였다. 피카소에 대한 작업은 각 칸을 하나의 그림처럼 따로 목탄으로 그렸다. 클레망이 이렇게 작업했던 이유는 20세기 초 화가들이 모델을 그릴 때 사용하던 재료였기 때문이다. 나는 만화가가 되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 주고 싶냐고 물었다.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요즘은 프랑스도 마찬가지지만 만화학교가 있다. 너무 충격적이다. 작가여야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예술을 배워야 한다. 만화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한 곳에 머무르며 안주하기보다 끊임없이 시도하는 예술가의 노력하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난다는 것을 믿는다. 인간관계에 신경 쓰기보다는 작품성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짜’ 작품은 그래픽 노블이건 만화건 코믹스건 방드 데시네건 독자가 찾을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독자는 아닐지라도.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동네 책방의 상황이 위태롭다. 책방이 살아야 작가도 산다.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 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5·18문학상 본상에 공선옥의 ‘은주의 영화’ 선정

    5·18기념재단은 24일 5·18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공선옥 소설집 ‘은주의 영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5·18문학상 본상 심사위원들은 본상 후보에 오른 작품 14편을 심사, 수상작을 가렸다. 심사위원회는 ‘은주의 영화’가 작품성과 5·18문학상의 정체성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심사위는 “광주의 이야기들 속에서 꺼져가는 불씨를 찾아내 시간과 공간을 함께 아우른 해원의 불길을 만들었다”며 “그 불길을 이루는 것들은 작고 보잘 것 없었으나 긴 시간 침묵하면서도 결국 자신들의 고통을 폭발시키고 넘어서는 존재들의 육성이다”고 평했다. 5·18문학상 신인상으로는 ▲시 부문 ‘고요한 세계-김경철을 기리며’ ▲소설 부문 ‘제주 푸른 밤바다’ ‘시크릿 박스’ ▲동화 부문 ‘오월의 내리는 눈’이 각각 선정됐다. 5·18문학상 신인상 공모에는 시 1024편, 소설 91편, 동화 46편이 접수됐다. 본상과 신인상 시상식은 5월23일 열린다. 한편 5·18문학상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린 오월 문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제정됐다. 2006년부터 시상해오고 있으며, 2016년부터 본상과 신인상으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늦은 봄 맞으러 돌아오는 무대

    늦은 봄 맞으러 돌아오는 무대

    중단했던 ‘오페라의 유령’ 등 뮤지컬 꼼꼼한 방역 속에 다시 관객몰이 중 기대작 ‘렁스’·검증된 ‘모차르트!’ 가세올해 2월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한파가 조금씩 사그라지면서 바짝 움츠렸던 공연계가 뒤늦은 봄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잠정 중단했던 공연들이 속속 재개하고, 취소와 연기 소식 대신 신규 개막 준비 소식도 이어진다. 발길을 끊었던 관객들도 다시 공연장을 찾는 분위기다. 물론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예방은 여전히 필수다. ●공연계 봄 이끌 마중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드라큘라’ 연일 매진 흥행을 이어 가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드라큘라’는 무대예술 정상화를 이끌 긴급 구원투수다. 두 작품 모두 국내 공연예술 분야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극장 공연인 만큼 공연 중단에 따른 피해와 여파 또한 컸다. 특히 ‘오페라의 유령’은 7년 만에 한국 관객을 찾은 월드투어 공연인 데다, 지난해 12월 첫 부산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서울로 공연장을 옮겨 온 터라 더 큰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출연 중인 앙상블 배우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다른 대극장 작품까지 공연 잠정 중단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일부터 공연을 중단해 온 ‘드라큘라’는 21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20일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났다. 관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열화상 감지 카메라 운영 등 꼼꼼한 방역 속에 관객들도 객석을 채웠다. 작품은 김준수, 류정한, 전동석 등 흥행을 보증하는 배우와 완성도 높은 무대 연출을 앞세워 다시 관객몰이에 나섰다. 3주 넘게 공연장을 닫았던 ‘오페라의 유령’은 23일부터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을 이어 간다.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고도 3주 넘는 격리기간을 거쳤고, 앞서 확진 판정을 받았던 두 배우는 퇴원하더라도 당분간 무대에 오르지 않는다. 선제적 조치로 공연을 중단했던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은 지난 14일 재개해 지난해 초연 당시의 열기를 다시 지피고 있다. 무대와 가까운 ‘국봉관OP석’은 꾸준한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뮤지컬 ‘차미’(충무아트센터)와 ‘리지’(대학로 드림아트센터)까지 가세하며 공연계 재도약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하반기 이끌 연극 ‘렁스’와 뮤지컬 ‘모차르트!·렌트’ 연극 무대에서는 오는 5월 9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개막하는 ‘렁스’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대학로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연극열전’ 8번째 시즌의 첫 작품이다.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이 두 남녀의 사랑과 인생을 통해 환경과 사회, 세계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2인극이다. ‘헤드윅’과 ‘시라노’ 등 뮤지컬 무대에 섰던 그룹 ‘신화’의 멤버 김동완의 연극 데뷔 작품으로도 관심을 끈다. 오는 6월에는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 검증된 뮤지컬 ‘렌트’와 ‘모차르트!’가 공연계 활기를 더한다. 특히 조승우, 김선영, 정선아, 최재림 등 스타 배우들을 배출한 ‘렌트’(디큐브아트센터·6월 16일 개막)는 2011년 공연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캐스팅으로 돌아온다. 1996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에이즈와 동성애, 마약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청년 예술가들의 사랑과 꿈을 그리며 세계 공연계에서 신화를 써 내려온 작품이다. 올해로 초연 10주년을 맞은 ‘모차르트!’(세종문화회관·6월 11일 개막)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 김준수를 비롯해 박은태와 박강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돌아오면서 또 한 번의 매진행렬을 예고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연애소설 읽는 노인’ 작가 세풀베다, 코로나19로 별세

    ‘연애소설 읽는 노인’ 작가 세풀베다, 코로나19로 별세

    칠레 출신의 세계적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스페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70세. AFP통신에 따르면 세풀베다의 저서들을 출간해 온 바르셀로나의 투스케 출판사는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세풀베다가 스페인 북부 오비에도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세풀베다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6주간 투병했다. 세풀베다는 1949년 칠레에서 태어났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 독재 시절 학생 운동을 하다가 1977년 군부의 탄압을 피해 망명길에 올랐다. 이후 스페인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는 대중적 인기와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대표작으로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있다. 1989년 피살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를 기리는 소설이다. 아마존에 사는 노인이 침략자가 파괴한 자연의 균형을 바로잡고자 총을 들고 숲으로 떠나는 과정을 추리소설 기법으로 그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문체부 장관,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축전

    문체부 장관, ‘구름빵’ 백희나 작가에게 축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 문학상을 받은 ‘구름빵’의 백희나(사진) 작가에게 축하와 격려의 뜻을 전달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은 세계적인 캐릭터 ‘말괄량이 삐삐’를 만든 스웨덴 여성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을 기리고자 스웨덴 정부가 2002년 제정했으며,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도 불린다. 올해는 67개국에서 240명이 후보로 올랐고, 백 작가가 한국 최초로 수상했다. 상금은 500만 크로나(약 6억 460만원)이다. 박 장관은 “이번 수상은 그동안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창작 기법으로 경이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준 백 작가의 성취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면서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그림책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세계 속에 한국의 출판물, 나아가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여준 쾌거를 일구어낸 백 작가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박 장관은 백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논란에 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2005년 출간한 백 작가의 데뷔작 ‘구름빵’은 국내에서 45만 권 넘게 팔렸고, 10개 넘는 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도 나오며 부가 가치를 창출했지만 백 작가가 지금껏 받은 돈은 1850만원에 불과하다. 백 작가는 관련해 출판사에 저작권을 일괄 양도하는 이른바 ‘매절계약’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패소했다. 백 작가는 인형과 소품, 세트를 직접 만들고 조명까지 곁들여 하나의 무대를 연출한 뒤 사진을 찍는 방식으로 첫 작품 ‘구름빵’을 비롯해 지금까지 ‘달 샤베트’, ‘장수탕 선녀님’, ‘알사탕’, ‘나는 개다’ 등 그림책 13권을 출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경기도,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정원작품 공모

    경기도가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 조성할 우수 정원작품을 찾는다. 도는 의왕시와 공동 주최, 주관하는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정원작품 공모전’을 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모전 주제는 ‘정원으로 떠나는 소풍여행, 레솔레파크’다. 천혜의 자연생태보존 도시인 의왕의 특징과 레(호수), 솔(소나무·태양), 레(레일)가 함께하는 공원 ‘레솔레파크’ 주변경관과 어우러지는 정원을 대상으로 한다. 공모부문은 ‘문화정원’과 ‘생활정원’으로 나뉜다. 우선 ‘문화정원’ 부문은 조경·원예·화훼 등 정원관련 전문가, 종사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신개념의 정원문화를 선도하는 작품을 제시해야 한다. ‘생활정원’ 부문은 정원조성에 관심 있는 일반인, 관련학과 대학(원)생이 참가 대상이다.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하고 응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면 된다. 이번 공모전은 개인 또는 팀을 꾸려 단체로 참가가 가능하다. 도는 5월 중 1차 서류심사, 2차 작품설명 심사를 통해 문화정원 6개, 생활정원 8개 등 총 14개 작품을 최종 선정한다. 작품성과 시공성, 적합성, 이용성 등을 심사한다. 선정된 작품은 6월 18일에 진행될 예정인 작품 발표회를 거쳐 9월말부터 시공에 들어간다. 시공비로 ‘문화정원’ A타입은 1작품 당 7000만원, B타입은 4000만 원, ‘생활정원’은 1200만원을 지원한다. 이후 시공이 완료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현장심사’를 벌여 부문별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등을 선정하고, 오는 10월 의왕 레솔레파크에서 열릴 ‘제8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시상할 예정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문화마당] 2020 문학, 혁신을 요구받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2020 문학, 혁신을 요구받다/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계간 ‘자음과모음’ 봄호 특집 ‘작가-노동’이 화제다. “원고료로 생활이 가능한 ‘전업 평론가’는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문학평론가 장은정이 구체적 숫자로 답했기 때문이다. 2009~2019년 11년 동안 그가 발표한 글은 176편, 원고 매수로 5728매다. 대가는 총 3390만원, 한 달 평균 46만원이다. 이른바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에 속해 상당히 많은 발표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이 정도다. ‘전업 평론가’는 불가능하다.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은 문학동네, 문학과지성사, 민음사, 창비 등 주요 문학 출판사의 내부 독회에 바탕을 둔 차세대 평론가 운영 체제를 말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이들 출판사는 내부 편집위원, 편집자, 외부 평론가 등과 정기 독회를 갖췄다. 여기서 문예지 발표작, 단행본 시집과 소설집, 장편소설을 토론하고 작품성·대중성·가능성 등을 고려해 잡지에 청탁하거나 단행본 계약을 한다. 이때 참여하는 외부 평론가는 등단 5년 이내 ‘젊은 평론가’들이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한 사람이 모두 좇아서 읽지 못할 정도로 작품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이들이 분담해 읽고 일정한 논의 구조를 거쳐 좋은 작가를 가리는 것이 효율적이었다. 다음, 차세대 육성이다. 평론가는 20대 후반 등단한 후 학계에 자리잡을 때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논문 중심 체제가 강화된 2000년대 들어 교수가 현장 평론을 하는 건 힘들어졌다. 자사 발행 작품을 잘 읽어 줄 평론가가 충분하지 않자 출판사 입장에선 ‘좋은 평론가’ 자체를 길러내는 게 나았다.(시인-서평가, 소설가-서평가가 늘어난 것도 같은 사정에서다.) 장은정에 따르면 ‘주니어 평론가 시스템’에는 근본적 결여가 있었다. 젊은 평론가한테 주어진 기회는 대부분 ‘리뷰’였다. “잡지를 운영하는 편집위원들이 정해 준 텍스트”에 대한 글이었다. 젊은 평론가에게는 선배 평론가들의 ‘좋음’에 복속해 그 과업을 잘 수행할 의무만 있었다. 평론가가 “어떤 텍스트가 다시 읽힐 만한 비평적 가치가 있는지를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출판산업이 평론을 내부의 한 영역으로 포획해 버린 것이다. 출판산업과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비평가가 드물어지자 문학권력이 작품 생산에서 평가까지 모두 장악하면서 무분별한 작동을 시작한다. 장삿속이 노골화돼 작품에 대한 긍정 비평, 즉 ‘세밀한 읽기’만을 조장하고 작품의 질에 대한 근본 질문, 즉 ‘비판적 읽기’를 둔화시킨다. 우정의 리뷰만 가능하고 도발적 비판이 좀처럼 존재하지 못한다. 비판 없는 권력은 균형을 잃는다. 장은정이 보기에, 타락한 권력이 봉합된 진실을 견디지 못하고 찢어져 버린 것이 ‘2015년 신경숙 표절 사태’다. 신경숙을 옹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언어가 동원됐는가. 이후, 올해 초 이상문학상 저작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더이상 “세밀한 읽기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났다. 문학제도 자체의 혁신을 위한 문제제기가 절실해졌다. ‘작가-노동’도 한 이슈다. 출판이 작품 노동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느냐는 오래된 질문이다. 예술성과 시장성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본래 좋은 답이 없다. 작가의 바람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집에 살며, 3800원짜리 마카롱을 사 먹고, 집 앞 근사한 카페에서 드립 커피 정도는 살 수 있는 삶”이다. 십여년 넘게 동결된 원고료 인상 등 실제 대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작가가 진짜 바라는 것은 문학제도가 자존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작동하는 것 같다. 작가와 출판사가 같은 길에 있다는 느낌이 무너졌다는 심각한 위기의 신호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로써 2020년대 문학은 혁신의 과제를 무겁게 짊어진 채 출발하게 됐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거미 여인의 키스’ 맥널리 코로나19로

    전설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를 다룬 연극 ‘마스터 클래스’,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풀 몬티’ 등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브로드웨이 극작가 테렌스 맥널리가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와 영국 BBC 등에 따르면 2011년 폐암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수술을 받았던 맥널리는 2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사라소타의 한 병원에서 82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부음을 언론에 알린 이는 동성 남편 톰 커다히. 2003년 동성 혼인이 허용된 버몬트주에서 혼인 신고를 한 뒤 2010년 워싱턴 DC에서 결혼 예식을 올렸다. 그의 희곡 소재가 동성애, 호모포비아, 사랑, 에이즈 등이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order)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에 결국 스러졌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그토록 사랑하던 브로드웨이와 뉴욕 극장가가 일주일 이상 폐업한 상황에 인생의 막을 내렸다. 1938년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 태어난 맥날리는 텍사스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여덟 살 때 브로드웨이에서 본 뮤지컬에 감명 받아 학생 때부터 희곡을 쓰기 시작한 그는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 재학 중 소설가 존 스타인벡에게 재능을 인정받은 일로 유명하다. 스물네 살이던 1964년 극작가로 데뷔한 그는 60년 가까이 36편의 연극, 10편의 뮤지컬, 4편의 오페라, 3편의 영화 시나리오, 4편의 TV 드라마 대본을 집필했다. 2018년 발레 뤼스를 이끈 디아길레프를 다룬 희곡 ‘불과 공기’를 선보이는 등 말년에도 창작욕을 불태웠고, 지난해 7월에도 클레어 드 룬 극장 무대에 오드라 맥도날드 주연의 ‘프랭키와 자니’가 리바이벌 상연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그의 대본은 늘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았다. 연극 ‘마스터 클래스’ ‘사랑 용기 연민’, 뮤지컬 ‘거미 여인의 키스’ ‘래그타임’으로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토니상을 네 차례나 수상했으며 TV 드라마 ‘안드레의 어머니’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3년 LA 스테이지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나보다 재능도 많고 똑똑한 사람들, 내가 뭔가 게으름을 피울 때 전화를 걸어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했다. 수많은 이들이 삶에서 배우는 것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의 브로드웨이 초기는 온갖 신랄한 비평에 상처 받은 시기였다. 데뷔작 ‘And Things That Go Bump in the Night’에 대해 일간 뉴스데이는 “추잡하고 변태적이며 역겨운” 작품이라고 짓밟았고, 그 결과 3주도 안돼 막을 내렸다. 1995년 잡지 ‘보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최악을 가려 뽑거나 장난 삼아 내지르는 리뷰 콘테스트가 있다면 내가 당연 일등”이라고 자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버텼고 시대가 바뀌자 시대를 앞서간 작가란 평가를 들었다. 지난해 토니상 평생공로상을 거머쥔 뒤 턱시도 차림에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튜브를 달고 나선 그는 되레 상찬의 “순간이 너무 빨리 온 게 아닌가“라고 뼈 있는 농을 한 뒤 “극장도 변심한다.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살았던 비밀스러운 곳이니까. 세상은 진실과 아름다움, 친절함이란 게 정말 무엇인지를 더 일깨우는 예술가들을 필요로 한다”란 의미심장한 소감을 남겼다. 그게 거의 유언이 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기다릴 수 없어… 결국 개봉열차 탄 영화들

    기다릴 수 없어… 결국 개봉열차 탄 영화들

    코로나19 시국을 뚫고 25~26일 이틀간 총 11편의 신작 영화가 개봉한다. ‘극장 공동화 현상’이라 불릴 만큼 관객이 급감해 지난달 말부터 개봉을 늦추던 영화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모양새다. 이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극장가 비수기를 틈타 스크린이라도 확보하려는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몸을 던졌다. 국내외 영화제에 소개됐거나 이달 초 개봉을 염두에 두고 이미 마케팅 비용을 소진해 더이상 개봉을 늦출 수 없는 영화들도 개봉 열차를 탔다.●한국 영화 ‘이장’, ‘사랑하고 있습니까’ 출격 한국 영화로는 ‘이장’과 ‘사랑하고 있습니까’가 25일 함께 개봉한다. 신예 정승오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장’은 아버지 묘 이장을 위해 오랜만에 만난 다섯 남매가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렸다. 살림 밑천 노릇을 했던 장녀 혜영(장리우 분)은 홀몸으로 말썽꾸러기 아들을 돌보고, 둘째 금옥(이선희 분)은 멀쩡해 보이지만 실은 남편의 외도에 시달리는 처지다. 결혼을 앞두고 한 푼이 아쉬운 금희(공민정 분)와 돌직구 혜연(윤금선아 분), 누나들을 딛고 금이야 옥이야 자란 막내아들 승락(곽민규 분)과 동생 유골을 화장할 수 없다며 끝끝내 뻗대는 큰아버지(유순웅 분)까지. 가족이라 쓰고 가부장제라 부르는 제도의 허와 실을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생생히 그렸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김하늘·유지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동감’(2000)을 연출한 김정권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다. ‘츤데레’ 카페 사장(성훈 분)과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파티셰(김소은 분)의 러브 스토리다. 그러나 달달할 것 같은 영화는 직장 갑질에 가까운 남자 주인공의 행태와 ‘캔디 캐릭터’에서 곧잘 ‘민폐’를 끼치는 여성 주인공의 모습으로 아쉬움을 산다.●일본 영화 네 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주디’도 외화 중에서는 일본, 미국발 공포 영화 두 편이 눈에 띈다. 26일 개봉하는 ‘온다’는 ‘불량 공주 모모코’(200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으로 흥행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은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호러물이다. 사람의 무의식 속 원죄를 건드리는 일본 호러 특유의 작법이 잘 녹아든 작품이다. 해사한 얼굴처럼 행복이 가득한 육아 블로그를 꾸리는 가장 히데키(쓰마부키 사토시 분)와 묵묵히 가사를 하면서도 얼굴에 알 수 없는 그늘이 드리워진 가나(구로키 하루 분) 부부의 비밀이 화려한 비주얼과 함께 폭발적으로 스크린에 옮겨진다. 일견 ‘82년생 김지영’의 호러 버전이기도 하고 ‘배틀로얄’(2000)의 현시점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같은 날 개봉하는 미국발 호러 ‘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은 전 세계 박스오피스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다. 196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핼러윈을 맞아 특별한 밤을 준비하던 소년·소녀들이 폐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을 펼치면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다뤘다. 미국 내 히스패닉계에 대한 차별 등 무거운 주제 의식을 함께 담았지만 무섭다기보다는 ‘틴에이지 공포’에 가까운 느낌이다. 개봉 신작 중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주디’(25일 개봉)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차지한 러네이 젤위거의 열연이 돋보인다.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로 할리우드의 20세기를 장식한 ‘주디 갈랜드’의 화려했던 삶과 그 이면을 집중 조명했다. 당초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개봉일을 한 차례 연기했는데 워낙 입소문이 난 작품이니만큼 더이상의 연기는 어려웠다는 후문이다.‘온다’ 외에도 일본 영화만 3편이 더 개봉한다. ‘첫 키스만 50번째’, ‘모리의 정원’, 애니메이션인 ‘바이올렛 에버가든-영원과 자동수기 인형’(이상 26일 개봉)이다. ‘첫 키스만 50번째’는 애덤 샌들러·드루 배리모어 주연의 동명 할리우드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체코 출신 바츨라프 마르호울 감독의 영화 ‘페인티드 버드’(26일 개봉)는 최고의 문제작이다. 나치가 지배하던 시기 동유럽의 한 유대인 소년의 삶을 다룬 영화는 근친상간, 강간, 토막살해 등 잔혹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그 때문에 상영 중 일부 관객이 극장을 떠나려 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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