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작은 결혼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특검 재판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응급상황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코카콜라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 고등법원
    2026-04-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94
  • ‘눈물의 아이스크림’/NYT ‘재미교포 이민애환’ 잔잔한 감동

    뉴욕에 뿌리를 내린 한 한인가정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눈물처럼 짭짤한 이야기’가 뉴욕타임스 15일자에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30년째 뉴욕 퀸스에 살고 있는 김영란(58·여)씨 가족.플러싱 코리아타운에서 ‘김영란의 꽃과 김치’라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한인사회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로 통한다. 한 교포신문의 수필공모전에 응모한 글이 당선되면서부터 김씨는 틈틈이 이민생활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를 지역 신문에 기고하고 있다.‘라일락 향기 가득한 뜨락에서’라는 책도 내고 방송을 통해 다른 이민자들에게 용기를 주면서 한인사회에서는 이들 가족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를 자리를 잡았다.하지만 지난 30년은 녹록지 않은 시간들이었다.이제는 네 딸들이 성년이 돼 각자 제 갈길을 찾았고 남편과 넉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김씨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뉴욕으로 이민 온 직후인 지난 74년 어느 더운 여름날이었다고 한다.김씨는 인근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는친척에게서 전기가 나갔으니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가져가라는 말을 들었다.네 딸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실컷 먹일 요량으로 막내딸과 함께 친척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한아름 얻은 김씨는 한 통은 머리에 이고 한 통은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을 탔다.하지만 영어도 서툴고 지리도 잘 몰랐던 그녀는 결국 길을 잃고 인근에서 2시간 가량을 헤메다 녹아 흐른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온 몸이 젖은 채 집에 돌아오게 됐다고 한다. 여유로운 이민생활을 꿈꾸며 미국에 온 이들 가족은 오페라 극장에 어울리는 정장을 준비해 올 정도로 기대에 부풀었다고 한다.하지만 김씨에게 주어진 여유란 남편과 아이들이 잠든 시간에 마시던 차 한잔이 고작이었다.남편의 사업이 성공할 때는 멋진 집을 구입해 살기도 했지만 결국 사업에 실패해 방 한 칸 짜리 임대아파트를 전전하기도 했다. 셋째딸 선경씨는 “정장을 입고 갈 곳이 없어서 일요일에 센트럴 파크에 놀러갈 때 이 옷을 입고 나가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면 신기하게 여긴 관광객들이 우리의 사진을 찍기도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두 아이의 엄마로 사회복지사로 성장한 큰 딸 은경,파리 소르본대를 졸업하고 최근 결혼한 둘째 딸 혜경,디자이너로 활동중인 셋째 선경과 막내 수경은 지난날의 추억 끝에 결국 울음을 보였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하여 / (上)부부 애정계좌 확인하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 했던가. 이혼율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혼은 더 이상 뒤에서 쑤군거릴 특별한 일이 아니다.그렇다면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잘 맞지 않으면 이혼하고 ‘새 생활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도 좋을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해야 할 이유는 많지만 ‘이기적으로’ 나 자신만을 위해서 생각해보자. 미국의 임상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35%나 높고 수명도 4년 단축된다.반면 행복한 결혼은 면역시스템의 능력을 높여줘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부부의 백혈구는 외부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잘 증식하고,암 세포 등을 파괴하는 건강한 ‘킬러 세포’도 많이 갖고 있다.즉 스포츠 클럽에서 1∼2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그중 20분만 결혼 생활에 쏟아붓는다면 운동보다 3배 이상의 면역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혼생활은 갈등의 연속이다.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던가.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한 세트의 갈등을 선택하는 것이라고.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상·하로 나눠 결혼에서의 행복비법을 찾아본다. 흔히 결혼은 99%의 화학작용과 1%의 노력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분명 ‘그에겐 확 끌리는 무언가가 있었다.’거나 ‘서글서글한 성격’,‘마치 아이같이 맑은 눈빛’‘편안한 남자’라는 둥 이유가 있다.‘그냥 좋았다.’는 비논리도 사랑에서만은 통한다.더욱이 어떤 부인은 ‘향긋한 땀냄새가 좋다.’며 남편의 샤워를 말릴 정도로 체취에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남들이 비난하는 이상한 성격마저 ‘멋지다.’고 생각해서 결혼에 이른다. 이런 현상은 본능적인 ‘번식 명령’에 따라 짝을 찾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마음을 뒤흔들었던 사람이 그렇게 미워질까. ●‘깡통계좌' 되면 이혼? 정신과전문의 김준기(결혼지능연구소 부소장) 박사는 부부간의 갈등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일방이 참기만 하면 유지되던 지난날의 결혼은 없어졌으며,복잡한 사회에서 부부간이 함께 나눌 시간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상대방이 이해하고 받아주기를 기대하는 것이 불행을 부른다.더욱이 수명이길어져서 서로 뭔지 모르면서 싸우다 50대가 되면 더욱 틈새가 벌어지게 마련이다.”고 말하며 “행복하게 살려면 애정계좌를 늘 확인하고,잔고가 부족하면 새롭게 채워넣는 1%의 노력,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만 있으면 된다.”고 충고한다.이미 우리는 99%의 화학작용으로 만난 짝이기 때문이다. 흔히 부부 사이를 원만하게 만드는 비결을 촛불이 켜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거나 해변에서 부부가 함께 휴가를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짜 비결은 ‘일상의 평범한 일을 상대방과 진지하게 마주보는 것’이다.사실 사이 좋은 부부라면 촛불켜진 식탁이 무드를 더하겠지만,사이 나쁜 부부가 촛불을 켜고 마주 앉으면 “왜 이리 어두컴컴해.”라고 불평이나 쏟아놓게 되기 때문이다.어른거리는 촛불에 상대의 얼굴이 ‘유령처럼’보인다는 사람들도 있다.즉 평소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쌓아두지 않으면 어떤 좋은 환경이나,고급 선물도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이렇게 쌓인 긍정적인 감정을 ‘애정계좌’라 말한다.서로 신뢰가 쌓인 부부 즉 애정계좌가 두둑한 부부라면 어쩌다 큰 문제가 생겨도 애정계좌는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쿠션역할을 한다.잔고가 많기 때문에 나쁜 감정(마이너스 감정)으로 적잖이 애정이 없어져도 아직 애정잔고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반면 애정잔고가 거의 없는 부부에게는 작은 문제 하나만 생겨도 ‘깡통계좌’가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이혼’은 당연하게 따라붙는다. ●애정계좌 어떻게 채울까 애정계좌의 잔고는 ‘돈’이 아닌 ‘애정’이다.그렇다면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어떻게 생길까.낭만적인 저녁식사나 휴가보다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대화’,그것이 바로 잔고를 늘린다. 대화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만 하면 싸우게 되는데 무슨 말을 해?”라고 고개를 흔든다.“차라리 우리집 강아지랑 이야기하는 게 나아.꼬리라도 흔들어주면 얼마나 위로가 되는데….”라고 말하는 부인도 있다. 미국 부부 심리의 권위자 존 M 고트맨 박사는 부부가 단 3분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부부의 앞날을 알 수있다 한다.부부 상담을 통해 지금 행복한 부부라도 언젠가는 헤어지겠다고 예견하거나,때로는 별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이혼하지 않을 것임을 96%의 정확도로 알아맞힌다는 고트맨 박사는 저서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서 “행복한 부부는 10분간 눈빛이나 표정 등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반응을 100번 이상 보인다.”고 말한다.결혼은 긍정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갈등은 차츰 부정적인 감정을 높이게 마련이다. 행복한 부부가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의 비율이 5:1이라면,이혼을 앞둔 부부는 1:1.25정도라고 한다.긍정적인 감정이란 애정과 친밀감,우정,성적인 이끌림,이해와 인정,관심 등이라면 부정적인 감정은 미움과 서운함,불평불만,화,무시,비난,경멸,모욕 등의 감정이다. ●다가가기·외면하기·시비걸기 김영진(38·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씨는 남편과 대화를 하지 않은 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친정 형제들이랑 문제가 좀 있었어요.그래서 이야기를 했더니 나를 위로하기는 커녕 마치 자신이 재판장인양 내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는 바람에 나는 상처받았어요.결혼초부터 시댁이야기라면 어떤 것도 듣지 않으려는 통에 내심 분노가 쌓였었는데 그 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그런 남편이 참 야속했거든요.아이들과의 문제나 동네 일이나 친구들 사이의 문제에서도 남편은 단 한번도 내 편이 되어준 적이 없어요.” 부부간의 대화는 세 가지 유형이다.다가가기,외면하기,시비걸기. 예를 들면,명절 전 아내가 “명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할 때 세 유형은 극명하게 차이나는 반응을 한다.다가가기를 잘 하는 남편은 “명절날이 더 힘드니 어떻게 하지? 내가 조용조용 운전 할테니 고향가는 차안에서만이라도 좀 쉬어.”라고 말하지만 외면하는 남편은 “당신,아버님 용돈 챙겨.”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시비걸기를 하는 남편은 “일년에 한번밖에 없는 명절인데 그것도 못해? 당신만 명절에 일하는 거야? 다른 여자들도 다 해!”라고 윽박지른다. 다가가기에는 “나는 당신에게 관심있다.”“이해한다.”“돕고싶다.”“당신을 믿는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반면 외면하기는 상대방의 감정적인 연결시도에 반응을 안보이고 얼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이는 가장 빨리 이혼에 이르는 반응이다.대개 남편들의 경우 무심해서 이런 반응을 보이지만 아내는 이때 마음이 상하고,상처를 받는다. 시비걸기는 감정적인 연결을 갖고자 하는 상대에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호전적이고 논쟁적이며 때로는 비꼬고 비웃는 반응을 보인다.대개 상대방에게 화가 나 있거나 상대방을 이기려 할 때 이런 반응을 보인다.많은 부부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전형적인 대화법은 시비걸기다. 남편:야 저기 지나가는 차 멋지다.내년에는 꼭 사자. 아내:당신 월급을 생각해서 꿈 깨셔. 긍정적인 대화와 관심으로 애정계좌를 두둑하게 해놓는 1%의 노력이 없다면 99%의 화학작용은 형체도 없이 소멸하고 마는 것,그것이 사랑과 결혼의 불가해성이라고 한다. 허남주 기자 hhj@ 다가서는 부부인가 테스트 해 보세요 평소 외면하거나 시비거는 부부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는 부부인가 한번 테스트 해보자. 나는 아내(혹은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잘 다가가는 스타일인가?(‘예’는 1점,‘아니오’는 0점) 1.나는 아내(남편)의 기분이 어떤지를 알려고 애쓴다. 2.나는 종종 우리 관계가 어떤지에 대해서 아내에게 물어본다. 3.나는 아내의 요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 대체로 즐겁다. 4.나는 아내의 말에 귀기울인다. 5.아내를 위해 그 자리에 함께하는 것이 내게는 중요하다. 6.내 아내가 내 시간과 관심을 필요로 할 때 나는 대부분 그에 반응해준다. 7.나는 아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일이 있을 때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눈다. 8.아내가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때 나는 대개 격려해준다. 9.아내가 힘들어할 때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 10.아내가 이야기하기를 원하면 나는 바쁜 일이 있어도 대개는 응할 수 있다. *풀이:6점 이상이면 다가가기를 제대로 하는 것이며 5점 이하라면 아내(혹은 남편)에게 잘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 駐中 대사관 탈북자 실태 / 최소 2~3개월 ‘칼잠’자야 3국행

    베이징 동부 자오양(朝陽)구 싼리둔(三里屯) 외교단지내 주중 한국대사관과 영사부의 문은 13일 현재 굳게 닫혀 있다.지난주부터 현재 수용된 탈북자들의 수가 수용한계를 넘어,더 이상 영사업무를 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주중 대사관 영사부에 들어와 기거하는 탈북자들은 현재 120∼130명선으로 영사부의 적정 수용 능력인 50명선의 두배를 훨씬 웃돌고 있다.탈북자의 출국을 담당하고 있는 중국 공안(公安·경찰)측의 조사가 늦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이들의 출국을 원활히 하기 위한 중국당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앞으로도 영사부는 이들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상적인 영사업무는 계속 보기가 힘든 형편이다.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평소 업무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비자발급을 위해 장사진을 이룬 인파들이 사라져 영사부 앞은 극히 한산하다.주중 대사관이 “영사부내 탈북자들의 수가 급증해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다.”며 업무 중단조치를 내린 것은 지난 7일.1주일째 영사부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영사부 정문에는 게시된 업무 중단 고시문을 읽고 발길을 돌리는 민원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한국의 거래처에서 초청장을 받고 입국 비자를 신청하러 왔다가 “꼭 가야 하는데…”라며 발길을 돌리는 중국인들이 간혹 눈에 띌 뿐이다.흰색 영사부 건물 현관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이곳에 진입한 탈북자들의 임시 숙소가 나온다.외부와 엄격히 차단됐고 촘촘한 창살로 막아 놓은 창문 앞에는 탈북자들이 말리려고 내건 빨래들이 이리저리 바람에 날리고 있다. 영사부 관계자는 “올초에는 하루에 1명꼴로 탈북자들이 이곳에 들어왔는데 최근 두세달 동안 두배 이상이나 늘었다.”고 밝혔다.평균 1명의 탈북자가 영사부에 진입 후 제3국으로 출국하기까지 최소한 2∼3달이 걸린다.새로 탈북자가 영사부 진입에 성공할 경우 이 사람은 그동안 들어온 탈북자 처리 때문에 15∼30일 정도 영사부에서 대기해야 한다. ●영사부앞 발길돌리는 민원인 줄이어 자기 순번이 와도 중국 공안의 조사 대상은 하루 2명에 불과하다.통역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조사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중국 공안의 무성의도 처리 지연의 큰 이유중 하나라고 한다.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20명이면 열흘이라는 시간이 조사로 허비되고 사실 확인까지 다시 한달 정도가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여기에 중국 관료체제 특유의 ‘만만디 행정’도 출국 처리 지연에 한몫한다. 이 때문에 대사관측은 올들어 수차례나 처리 속도를 빨리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제대로 시정되지 않고 있다.탈북자 처리문제를 놓고 중국 공안 내부의 강온파간의 갈등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탈북자들의 처리속도를 빠르게 할 경우 더 많은 탈북자들이 국경을 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중국 경찰내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주중 대사관이 탈북자들의 주요 루트가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중국 공안내 세력들이 처리 속도를 지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주중 대사관의 영사업무 중단 조치도 내심 중국 공안을 압박하는 일종의 카드”라고 밝혔다.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공안이 인원을 늘려 조사기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줄이는 것이 탈북자 처리 속도가빨라지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영사부내에서 자율적으로 단체생활 현재 주중대사관 영사부내에는 120∼130명의 탈북자들이 숙식을 하고 있다.이들은 아침 7시에 기상해 밤 11시 취침까지 외부인들과 엄격히 단절된 채 자율적인 단체생활을 한다.창밖에 내걸린 빨래를 제외하곤 여기가 탈북자 수용시설이라는 징표를 발견할 수 없다.영사부 내부건물은 500여평이고 이중 3분의1 정도가 탈북자 수용 시설이다.50명선의 적정 수용 능력을 두배 이상이나 뛰어넘은 상황이다. 영사부 직원 휴게실과 창고 등을 개조해 강당 크기의 큰 방 1개와 중간크기 방 2개,여러 개의 작은 방으로 이뤄졌다.휴게실은 물론 면담실까지 모두 탈북자 숙소로 변한 것이다.방마다 실장이 있고 일요일 오후에는 자체적으로 예배 등 종교활동도 허용됐다.24시간 건물 안에서 나올 수 없지만 쓰레기 당번만은 예외다.바깥 바람을 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 ‘경쟁률’이 높다고 한다.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남녀간 취침 장소가 구분돼 있으나 한 가족의 경우 가급적 한 방을 내주고 있다.”고 전했다.잠은 군대 내무반처럼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지만 5명 정원의 방에 12명이 ‘칼잠’을 자는 것이 현실이다.이들은 하루 세번의 식사 시간 이외에 대부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이 시간 동안 독서를 하거나 남한 TV를 시청하지만 일부는 영어회화 등에도 열심이다.하지만 다양한 계급의 사람들이 섞여 있어 갈등도 표출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식사.하루에 300그릇이 넘는 식사를 대기 위해 베이징 인근 한국식당들을 번갈아 한달 정도 지정한다.김치찌개와 된장찌개,설렁탕 등이 주 메뉴다.건강관리 또한 주요 관심사다.보통 의사들이 정기적으로 왕진을 한다.지난 4월 사스파동 때 노심초사했다는 것이 대사관측 설명이다. ●중국정부,국제여론 의식해 감시 느슨 지난해 5월 23일 탈북자들이 처음으로 영사부에 진입한 이후 그동안 200여회에 걸쳐 500여명이 이곳으로 들어왔다.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철조망을 넘거나 육탄돌격도 마다하지 않던 탈북자들은 올들어 가짜 중국 공민증(주민등록증)을 들고 버젓이정문으로 들어온다.탈북자 문제가 더 이상 국제적 이슈로 되지 않기를 바라는 중국정부가 상대적으로 감시를 느슨하게 풀어준 것도 주요 이유다.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올초부터 미국과 독일 스페인 등 제3국 대사관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던 탈북자들이 최근 들어 감시가 소홀한 주중 대사관 영사부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귀띔했다.한국행을 기다리는 탈북자 대부분은 북한을 탈출한 이후 2∼3년씩 중국 대륙을 떠돌며 한국행을 노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탈북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나 조선족 브로커들과 선이 닿아 이들의 도움으로 가짜 공민증을 만들어 주중 대사관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가짜 공민증 비용은 보통 200(3만원)∼300위안(4만 5000원)이지만 한국행이 성공할 경우 정착금(3000만원) 중에서 대략 1000만원 안팎의 거금을 브로커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동북 3성에 20여만명 떠돌아 최소 1만명에서 최대 20만명(시민단체 주장)으로 추정되는 탈북자들은 대부분 지린과 랴오닝,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 퍼져있다.지린성 옌볜조선족 자치구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에서는 지난해 6월 탈북자 색출을 강화한 이후 이들을 숨겨준 중국인(조선족 포함)들에게 무거운 벌금형을 내리고 신고하면 포상도 있다. oilman@ ■중국내 탈북자 실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내 탈북자들은 제대로 인간대접을 받지 못한다. 언제 북한으로 송환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탈북이라는 약점을 갖고 있어 중국내에서도 불안한 생활이 계속된다.이런 상황에서 기본적 인권을 침해당해도 호소할 데가 없다.대부분 극빈 생활을 하고 있고 심각한 인권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탈북 여성들이 주로 농촌지역에 사는 중국동포 노총각의 결혼 상대로 소개됐으나 지금은 한족 남성들의 탈북 여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매매혼이 성행하고 있다.탈북자는 중국에서 결혼을 해도 법적으로 인정된 혼인관계가 아니어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엔 일부 탈북 여성들이 산간 오지나 농촌,향락업소에 팔려가 감금된 채로 성폭행을 당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과 매춘을 강요당하기도 한다.또 탈북을 원하는 북한 여성들을 데려와 매춘을 알선하는 전문조직도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북자들은 노동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착취당하고 있다.친척 등의 도움을 받고 있는 탈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은신처를 구하기 위해 산간 오지에서 양몰이를 하거나 벌목장에서 일하기도 한다. 현지인들이 꺼리는 힘든 작업을 하면서도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체불 임금을 요구할 경우엔 고발하겠다는 협박을 받거나 폭행당하기 일쑤다.임금을 요구하다 중국 당국에 고발돼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거나 피신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하면서 생활하는 탈북자들 중 40%가 숙식은 제공받지만 임금은 전혀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북자 안전문제에 대해 국제적인 여론 환기가 시급하다고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들은 호소하고 있다.
  • 낙과 이용한 배추 생절이·사과잼/입맛 돋우고 과일농가 돕고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농민들 특히 과일 농가의 시름이 깊다.낙과(落果)가 많아 제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사실 이런 낙과 사기를 꺼린다.충분히 익지 않아 맛이 떨어지는 까닭이다.유난히 비가 잦았던 올해에는 낙과는 아니지만 맛이 떨어지는 과일이 많다.이런 과일을 10∼20%의 싼 가격으로 사서 활용하는 것도 생활의 지혜이다. 과일은 조리를 하거나 양념을 칠 필요가 없는 완전 식품.하지만 낙과나 덜 영근 과일의 경우는 완전하다고 할 수 없으므로 잼 등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홍종원(55) 한국출장조리사회 회장은 “생절이에 낙과를 넣으면 배추의 싱싱한 맛이 한결 돋보인다.”면서 “생절이엔 돼지고기가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홍씨에게 요리 지도를 받으러 온 인성완(29·여)씨는 “태풍으로 고랭지 배추밭의 피해도 많았다.”고 거들었다.다음은 홍 회장이 인씨에게 알려준 ‘배·배추 생절이’와 ‘돼지편육’,‘사과잼’ 조리법이다. ●배·배추 생절이 재료 배(사과) 2개,배추 100g,쪽파 30g,붉은 고추 1개,양념장(간장·식초·3큰술씩,설탕·고춧가루·다진 파 2큰술씩,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참기름 ½작은술) 조리법 (1) 배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도려낸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2) 배추는 다듬어 씻어 4∼5㎝ 길이로 썰고,쪽파는 4㎝ 길이로 잘라 놓는다.(3) 붉은 고추는 반을 갈라 씨를 털어내고 2㎝ 길이로 채썬다.(4) 분량의 양념장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 다음 배·배추·파·고추를 넣고 가볍게 버무려 담아낸다. ●돼지편육 재료 돼지 다릿살 600g,생강 30g,마늘 3쪽,된장·간장 1큰술씩,대파 ½개,양파 ¼개,소금 1작은 술 조리법 (1) 냄비에 생강·마늘·된장·소금·간장·양파와 대파 썬 것을 넣고 물 8컵을 붓고 끓인다.(2) (1)이 끓으면 돼지고기를 넣은 뒤 뚜껑을 덮고 1시간가량 삶아 건져 냉수를 뿌려 편으로 썰어 싸먹는다.삶은 고기에 찬물을 뿌리면 고기 표면의 미끈거리는 기름기가 제거되고 고기가 마르지 않아 질감이 좋아진다. ●사과잼 재료 사과 4㎏,설탕 2㎏ 조리법 (1) 사과를 잘 씻어 껍질을 벗기고 속(씨)을 파낸 다음 얇게 썬다.낙과의멍든 부위도 잘라낸다.(2) (1)을 두꺼운 냄비에 넣고 졸인다.철제 냄비는 색채가 변하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3) (2)에 설탕을 3번에 나눠 넣으면서 마지막 설탕을 넣을 때 불을 강하게 한 다음 나무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다.눌어붙지 않도록 유의할 것.(4) (3)이 알맞게 졸여지면 뜨거운 잼을 유리병에 담아 뚜껑을 닫고 밀봉해 거꾸로 세워 자연상태에서 식힌다.다 식은 뒤 거품이 생기면 뚜껑을 열고 스푼으로 떠낸다. ● 장소제공 한국식생활연구회 글 이기철기자 chuli@·사진 도준석기자 pado@ ●홍종원 출장조리사회장 개업·집들이·야외 결혼식 등과 같은 행사 때의 출장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지난 89년 한·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그는 전국 수산물 요리대회 등 수차례의 요리대회에서 입상했다.KBS의 ‘요리는 즐거워’에 출연하는 등 신문과 방송의 요리코너를 맡기도 했다.
  • 오늘의 결혼문화 / (하)행복한 결혼준비

    경제력과 상관없이 딸을 결혼시킬 때는 무리하게 마련이어서 딸을 결혼시킨 집은 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도둑이 들지 않는다고 했던가.‘기둥뿌리를 뽑아간’ 뒤 친정에 남겨진 혼수 빚을 메워 나가느라 고민하는 여성들도 적잖다.결혼식을 앞두면 신랑·신부는 물론 어른들도 주위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남들은 어떻게 하나?”“흉잡히지 않으려면….”그러나 이런 생각이 결국 과소비를 부르게 된다.그러나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돈으로 ‘구매’한 결혼이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물질이 아닌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했다.”는 몇 가정의 행복비결을 공개한다. “다 잘해서 보내고 싶지요.그런데 마음껏 못해 보내는 부모 마음을 안다면 어떻게 ‘잘했네,못했네’타박할 수 있을까요?기성 세대의 이기적인 마음이 젊은 세대의 결혼에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차춘자(63·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10월11일 아들의 결혼식이 결정된 후 주위 사람들로부터 “뭘 할거냐?”“뭘 받았느냐?”“뭘 해왔냐?”는 질문을 듣는게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사람이 아닌 물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결혼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서로 덕담은 주고받아도 그렇게 오가는 물질을 입에 올리는 것은 좀 달라졌으면 좋겠어요.그러면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마음이 괴롭겠습니까.” ●겉치레 싫어하는 시어머니 “특별한 분” 그래서 예비 며느리 한윤경(28·소화아동병원 뇌파검사실)씨는 시어머니를 ‘특별한 분’이라고 주저없이 소개했다.“대부분 시어머니들이 ‘괜찮다.’‘필요없다.’고 사양하는 말씀은 하지만 정작 안하면 섭섭해 하신대요.하지만 저희 시어머니는 한번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는데 겉치레로 뭘 했다가는 야단치실 걸요.친구들이 ‘너 그러다 나중에 큰일 당할 것’이라고 걱정할 정도예요.”친구들은 시댁에 인사갈 때에는 10만원을 훨씬 넘는 백화점 과일바구니가 제격이라고들 말하지만,자신은 “2만∼3만원 정도의 과일이나 과자 등 소박한 선물이라야 오히려 더 좋아하신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결혼준비를 하면서 대부분 싸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헤어질 위기에도 처한다면서“저는 결혼준비하면서 단 한번도 예비신랑과 싸운 적도 없고 여느 친구들과 달리 살이 빠지지도 않았어요.대부분 결혼식을 앞두고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아 신부들은 한결같이 살이 마르기 때문에 드레스 치수를 작게 하거든요.하지만 저만은 예외랍니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다음 주말에 사돈댁으로 보낼 함준비에 바쁜 차씨는 ‘사랑과 정성·축복이 듬뿍 든 함’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구색맞추는 일에 신경쓰지 않으니 그리 바쁠 일도 없다는 이 예비 고부는 지난 토요일(27일) 오후,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계획하고 있었다. 결혼 5년차 성진영(32·서울 마포구 연남동)씨는 주위에서 “결혼 잘했다.”는 덕담을 늘 듣는다.결혼할 때,시어머니가 보낸 함에서 나온 편지 덕분이다.“함이 오던 날,저희 친정에 친지들이 모두 모였어요.함을 딱 열었는데 그 속에 시어머니가 붓글씨로 쓰신 편지가 한 장 들어있었어요.저를 며느리로 맞아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는 말씀을 쓴 글을 보고 저희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감동받았어요.모두 정성을다해 결혼한다지만 정작 이런 인생의 가르침이 될 말을 해주는 어른은 별로 없거든요.” 성씨는 ‘결혼생활이 처음처럼 행복한 것만은 아니고,때때로 어려움도 있고 참아야 할 일도 있겠지만 현명하게 잘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잘 부탁한다.’는 그 편지만 생각하면 웬만한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단다.“물론 시어머니가 정성을 다해서 함을 보내셨어요.그러나 어떤 귀한 패물보다,비싼 옷보다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좋은 선물이었어요.저희 집에 보낼 함을 위해 붓글씨를 배우셨다는 정성도 대단하시고요.그래서 저희 부부는 시댁이나 친정에 서로 잘 하려고 경쟁할 만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결혼 9년째인 길정은(35·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씨는 결혼을 앞두고 닥친 친정의 어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채 결혼해야만 했다. ●함 속에 붓글씨로 쓴 편지 담아보내 그때 시어머니가 보여주신 마음에 지금도 감사한다.“다들 ‘그렇게 시집갔다가는 제대로 못산다.’고들 말했어요.가구까지도 모두 시어머니께서 마련해 주셔야만 했으니까요.솔직히 저나 친정 엄마는 걱정했어요.하지만 시어머니는 ‘형편 나은 편에서 더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친정에서 못해온다고 소홀함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죠.아무것도 안해와도 저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오히려 화려한 예단에 지참금까지 갖고 갔던 아이들 중에는 이혼한 친구도 있는데….”물질이 절대로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길씨는 “오순도순 잘 사는 게 진짜 선물이고 효도”라는 시어른들의 말씀을 지키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그리고 “혹시 시어머니가 싫은 말씀을 하셔도 그것을 ‘내가 결혼할 때 제대로 안해왔다고 저렇게 야단친다.’고 괜한 자격지심은 갖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색만 갖출 뿐인 예단 대신 시어머니께 김치냉장고를 선물했다는 강혜경(27·서울 성동구 광장동)씨,시누이와 의논해 정말 시어머니가 갖고 싶어하는 응접소파를 바꿔드렸다는 윤영란(29·경기 고양시 일산구)씨 등 허례허식에서 벗어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예단 대신 꼭 필요한 제품 선물도 11월13일 아들 결혼 날짜를잡았다는 정유정(56·서울 강남구 잠원동)씨는 주위의 결혼식을 보면서 결심했다.“성의껏 최선을 다해서 결혼준비를 할 것이고,사돈댁에서 보내는 선물은 작아도 반갑게,많으면 고맙게 받는다는 생각입니다.아들이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양가 부모님의 욕심 때문에 ‘결혼을 포기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단순한 커플링만 주고받아도 행복한 젊은이들을 부모가 힘들게 해서는 안되잖아요?”정씨는 주관없이 ‘남들 하듯,남들만큼’이란 기성세대의 생각이 바뀌면 결혼문화가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남주 기자 hhj@ ■인성교육원 원장 권명득씨 “함을 싸면서 지갑 속에 100만원짜리 수표를 넣는다거나 지나치게 많은 양의 함을 보내는 것 등은 자신을 과시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사돈댁에 ‘나 이만큼 했다.’거나 ‘이렇게 잘 산다.’는 식의 과시는 오히려 흉이 된다는 사실을 모두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통혼례강좌 강사 권명득(63)한국인성교육원장은 혼례강좌를 할 때마다 이렇게 강조한다. 교사 출신의 그가‘예지원’을 비롯,문화센터에서 혼례강좌를 하게 된 것은 전통적 결혼의식을 간소화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25년이 지난 요즘은 오히려 전통적인 정신을 가르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간소화하는 과정에서 결혼에 대한 정신이 모두 빠져버린 겁니다.게다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예단과 혼수 등의 허례허식은 더해지고 있어요.전통적인 결혼의 의미와 복잡하다고 할 만큼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치면서 어른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도 결혼의 의미를 새롭게 다지게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주자사례(周子四禮)의 혼인 의사를 타진하는 절차인 의혼(議婚),날짜를 정하는 납채(納采),예물을 보내는 납폐(納幣),혼례식을 올리는 친영(親迎) 등의 복잡한 절차와 의미를 반드시 가르친다.함 싸는 법을 가르치면서 오곡주머니 청홍채단,혼서와 쌍가락지 등을 어디에 어떻게 놓고,어떻게 쌍가락지를 매달아서 풀리지 않게 하라는 설명이 복잡하다.“옛날에는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 함진아비를 선정했어요.‘함사려’하고 소문을 내면서 혼례를 공지하고,또 혼례의 증인이 되는 겁니다.” 다소 복잡한 결혼절차를 통해 쉽게 만나고,쉽게 헤어지는 세태를 바꿔나갈 것을 기대하는 그의 강의에는 결혼을 앞둔 자녀를 둔 ‘주부 학생’들이 혼례의 의미를 배우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허남주기자 ■결혼정보업체 웨딩매니저 천정아씨 ‘결혼 준비가 즐겁지 않으면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다.’고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천정아(29) 웨딩매니저는 말했다.웨딩매니저란 결혼식과 관련된 일을 총체적으로 도와주는 직업인이다.드레스를 비롯해 폐백음식과 촬영,허니문여행까지 신랑·신부와 업체를 연결해줄 뿐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다른 두 가정을 조율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행복을 주는 일을 평생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결혼 후 직업을 바꿨다는 천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동안 100커플의 결혼을 도왔다.남들을 행복하게 하는 직업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결혼준비과정 중 힘들어하고,때로는 결혼을 포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행복한 준비과정’을 강조했다.“결혼준비가 즐거운 일이 돼야합니다.이 순간부터가 바로 결혼생활의 시작이니까요.” 요즘엔 예식장 예약을 위해 6개월 전부터 결혼준비가 시작돼야 하고,최근 들어 이벤트성 결혼식 등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더 준비기간이 길어진다고 한다.더불어 문제가 생길 이유도 더 늘어났다.천씨는 “시어머니와 서로 대화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어렵게 생각해서 작은 일을 괜히 오해를 뒤섞어 키우기보다는 직접 물어보고 뜻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그리고 또 한가지는 신랑의 역할론이다.“신랑이 제 역할을 해주면 편안한 결혼식이 됩니다.서로 자존심 싸움으로 팽팽하게 맞서는 양가 어른들에게 ‘휘둘리기’시작하면 끝도 없어요.신랑·신부가 결혼준비부터 주체가 돼야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돼야 흉잡히지 않겠죠?’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무리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라고 답한다는 천씨는 서로가 지나친 기대를 하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허남주기자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 (10)박경리-물질문명 시대, 생명의 가치 회복

    진영은 연기가 바람에 날려 없어지는 것을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내게는 다만 쓰라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무참히 죽어버린 추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진영의 깎은 듯 고요한 얼굴 위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겨울 하늘은 매몰스럽게도 맑다.잡나무 가지에 얹힌 눈이 바람을 타고 진영의 외투 깃에 날아내리고 있었다.“그렇지,내게는 아직 생명이 남아 있었다.항거할 수 있는 생명이!” 진영은 중얼거리며 잡나무를 휘여잡고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다.-소설 ‘불신시대’중에서 혹시라도 선생을 그냥 찾아뵙는 것이 결례가 될 것 같아 근방에서 슈퍼마켓을 찾는데 퍽이나 외진 곳이라 그런지 갖추어 놓은 게 없다.선생은 당뇨가 있다고 했던가.단 것을 드시지 못한다니 무과당 음료수 박스를 사들고 결전의 준비라도 마친 양 용감하게 토지 문화관으로 들어섰다. 선생의 집 문턱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소문이 아닌데 미리 약속을 얻은 탓인지 선생은 무척 친절하게 일행을 받아주신다.감읍할 지경이다. ●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화두 “건강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합니다.소설을 쓰시다 무리하신 것은 아닌지요.” “내가 ‘현대문학’ 잡지를 참 곤란하게 하고 있어요.‘나비야,청산 가자’ 연재를 시작해서 석 달,3회까지 연재했거든요.한 회 한 회 원고 분량이 많아서 3회까지 하니까 무척 힘들었어요.재작년에 넘어져서 다친 허리가,연재 시작하면서 더 안 좋았어요.절실하게 써보려 했는데.이걸 쓰면서 혈압이 200까지 올라갔어요.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요.결국 쉬고 있어요.독자들에게 제일 죄송해요.” “…….” 나는 선생의 무릎 위에 앉은 고양이를 바라보면서 선생의 다음 말씀을 기다린다. “몸이 그러니까 의욕이 없어지고,그러면서 내 존재가 뭔가,굉장히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새삼스럽게 문학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선생을 만나는 자리에서 우연히 새로운 문학지 ‘숨소리’를 편집하고 계신 연세대학교의 최유찬 교수를 만나뵙게 되었다.두 분에게 번갈아 시선을 옮기는 나로 인해 설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셨는지선생은 ‘숨소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문학이라는 것도 인류 전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지만 생태계 없는 문학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지요.최유찬 선생에게 부탁 드려서 ‘숨소리’라는 책을 내는 까닭도 그런 데 있어요.지금 이 토지 문화관도 다른 분들은 다 문학관으로 오해하고 있어요.내가 문학을 하니까 문학관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나는 처음부터 그건 반대고 문화관으로 하자고 했어요. 생태계,환경이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생태계 문제가 오늘의 중심이 되어야 해요.거기에서 문학도 있고 모든 게 있을 수 있는 거죠.작년 초엔가,‘자연과 시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했을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시인 선생들이 환경 문제에 대해서 선도가를 불러 달라,그런 의식을 가져 주셨으면 한다고 내가 당부를 드렸어요.예술가들이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무슨 정치적인 문제 같은 것은 사람들 임의에 따라서 참여도 하고 안 할 수도 있지만 환경문제라는 건 예외가 있을 수가 없잖아요. 모든 사람들과 관련이 되니까.하다못해벌레 한 마리나 풀 한 포기도 다 관련이 있잖아요.지구의 생명을 받은 것은 다 의무가 있는 거지요.” “예전에 손수 농사를 지으시는 걸 보았습니다.여기로 옮기고 나서도 계속하고 계신지요.” “물론이에요.여기는 농사가 더 많아요.밑에 밭뙈기가 상당히 있고 산 안에도 밭이 있어요.여기로 와서는 농사가 더 절실한 게,작가들 와서 묵는 창작실에 부식을 대야 하니까요.전부 다 댈 수는 없지만 대체로 야채는 내가 농사지어 대고 있어요.금년에는 부토를 했는데 흙이 잘 안 맞아서 농사가 좀 시원찮게 됐어요.여기 와서도 농약과 화학 비료는 절대 안 쓰고 작으면 작은 대로 땅 힘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기왕이면 작가들도 공기 좋고 풍경 좋은 데서 먹거리도 무공해로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감자와 옥수수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옥수수와 배추를 실패하고.그래서 토마토,고추,상추 이런 것 좀 더 대고 했어요.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줄 수 있을 것 같아요.또 자연적으로 나는 것들이 있거든요.두릅이라든지.산에 도라지도 많이 심어놨어요.더덕,취나물,이름도 모르는 다른 나물들도 많아요.봄에는 냉이나 두릅 등 계속 농사지은 걸 먹죠.” 선생의 말씀에는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리듬과 흥취가 있었다.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 멕시코의 칸쿤에서 농민운동가 이경해씨가 심장에 칼을 꽂고 자결하던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아프다.우리들은 모두 땅의 자식들인데 내가 무관심하던 사이에 농민들의 삶은 나날이 수척해지고 있었던 것이다.인터뷰를 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선생의 말씀과 정신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을 순 없어 “선생님께서 농사를 지으시는 것은 자연과 접촉을 유지하기 위한 작가적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한데요.” “그게 우리 삶의 본질 아니겠어요? 땅에서 가꿔서 우리가 존재한다는.농부를 찬양하는 말이 될지도 모르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은 근본적으로 보면 생산성이 아니고 전부 소비성이거든요.땅을 가꾼다는 것은 규모가 손바닥만 하더라도 거기에는 생산이 있어요.그건 뭐냐면,생산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땅의 본질적인 속성 때문이에요.지난번에 내가 여기 중·고등학교 캠프에 갔었어요.사실은 내가 어디 나가서 얘기를 잘 못해요.어지러워서.그래도 애들이니까 한마디 필요하겠다 싶어서 나가서 이야기를 했어요.첫마디는 예절에 대한 것이었어요.예절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이다,상대방을 배려하는 거다,그것은 오랜 세월동안 정제된 데서 나오는 아름다움이다.그리고 또 하나가 이것이에요.옛날 농부들이 말하기로 내 자식 목에 젖 넘어가는 소리하고 내 논에 물 들어가는 소리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그것은 땅도 내 자식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땅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겁니다.땅을 사랑하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기본이고 본질적인 거예요.지금 지구 온난화 현상도 있고 지구가 사막화되는 현상도 나타나는데,앞으로 곡식이 참 귀하게 되면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나 화폐를 먹고 배를 불리겠어요? 한줌의 쌀이 있어야만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거죠.그런데도 없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옛날 말로 사람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한다고,많은 분들이 그저 설마 설마하면서 남은 죽어도 나는 살아남겠지,내 당대에는 괜찮을 거야,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계신데,하지만 우리 자손들이 있잖아요. 프랑스에서는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람들이 죽고 스위스에서는 만년설이 몇년도에 가면 다 녹는다고 그래요.이거 다 녹으면 노아의 홍수 일어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남의 일 같이 생각들 하신단 말이에요.들으면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린단 말이에요.일반 대중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도자들부터 인식을 해야 되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끌고 나가야 할 지도자들이 일반 대중들보다 더 못해요.대중들은 절실히 인식하는데 지도자들은 표밭만 생각하니까.사람이 먹고 사는,곡식 나는 밭 생각은 안 하고 표밭만 생각하거든요.그렇게 생존하고 관계 없는 일이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존해야 할 일은 뒷전에 밀리고 어떤 때는 그런 일이 아무 것도 아닌 무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거든요.” 나는 연방 머리를 끄덕일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가 시장을 가봅시다.둘러보면 직접 생존하는 데 필요한 물건보다도 없어도 되는 게 더 많아요.없어도 되는 게 더 많다는 것은 말도 못할 낭비예요.낭비하면 쓰레기가 나와요.낭비와 쓰레기 이중적인 문제지요.쓰레기는 뭡니까.숨통을 막는 거예요.새만금이나 시화호,이런 문제는 그렇게 야만적일 수 없는 일이에요.나 혼자서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해요.몇 사람의 이득,화폐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학살하는 겁니까.그렇게 많은 생명을 학살하고 그것을 영구히 없애버리면 다시 재생을 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대한민국이 얼마나 야만국인가를 입증하는 것이죠.지금 있는 농지도 농사 안 짓는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서 새만금,그걸 죽여서 농지를 만든다는 이런 모순이 어디 있어요.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어요.내가 살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또 사람만 살자는 이야기도 아니에요.지구에 있는 모든 생명이 다 살아야 해요.”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세상 일을 소상히 알고 계신데요.어떻게 이렇게 먼 곳 원주에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다 듣고 보시는지요?” “서울이 시골보다 더 좁아요.직장이라든지 아파트라든지 하는 공간은 넓어도 좁아요.나는 공간이 없으니까 산 보고 하늘 보고,그러니 알죠.” “옛날에는 물질이 없어서 고통을 겪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물질이 더 많아져서 고통인 것 같습니다.우리들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명이란 가두지 않고 풀어주는 것 “그렇죠.모든 생명이라는 것은 하나의 순환이거든요.순환이라는 것은,먹이사슬도 하나의 순환이지만 우리 한 개인으로 보아도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해서 먹고 하면 이게 순환이거든요.그럼 일은 뭐냐? 이렇게 물을 수 있는데,증권 주식 한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컴퓨터 보고 있는 것,그것도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그것은 엄격히 말해서 죽어 있는 일이지 살아있는 일이 아니에요.살아 있는 생명을 다스리는 일,그것이 일이에요.예술가도 생명이 주예요,사실은.문장 하나,상황 하나,인물 성격 하나,이게 살아 있어야 하거든요.정치라는 것도 살아있는 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죽음의 방향으로 가면 안 되죠.이 시대엔 전쟁과 핵무기가 있어요.이건 죽음으로 몰고 가는 것이에요. 대한민국만 보더라도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모든 게 죽음으로 몰려가고 있어요.모두 다 잘 살려고 한다는데 과연 그게 잘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농약 주고 화학비료 주고 해서 질적으로 망가진 음식을 먹는 게 잘 사는 건지……모든 걸 가둬 놓는 것…… 생명이라는 건 가두는 게 아니라 풀어주는 거예요.이런 제도 속에서 사람들이 생존한다는 게 정상일 수가 없죠. 농촌에도 얼마나 이상한 병들이 많은지 몰라요.농약 때문에 그러는지.지금 이런 상황의 먹거리가 절대 좋은 게 아니거든요.그런데도 잘 산다는 게 이게 전부 양(量)으로 말하는 거죠.사람이 원래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거든요.행복의 축이라는 것은 양이 아니라 질이에요.그런데 지금 질은 점점 나빠지고 마치 옛날의 그 질을 옆으로 펴다 보니까 얇아져서 그게 양이 된 거예요.어떤 면에서 보면 더 생겨나는 건 없어요.있는 것에서 얇아지면양이 늘어나는 거고 양이 좁아지면 질이 좋아지는 걸 보여주는 거고.” 나는 사투리 억양이 강한 선생의 말씀을 교정하는 지금의 내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선생의 말씀을 들을 때 그것은 앞으로 나갔다 뒤로 가고 중복되거나 건너 뛰면서도 살아 있는 생생한 감동이 있었다. “선생님 옛날의 초기 작품을 읽어보았습니다.창작집 ‘불신시대’,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그런 작품들을 읽다 보면 선생님 작품의 여주인공이 아주 결백한 성격을 갖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그것은 마치 선생님의 자화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데요.”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기는 싫어요.결백하다기보다는 자유롭고 싶은 거죠.얽매이기 싫고.” 이하의 내 물음과 선생의 말씀은 생략이다.안타깝게도.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그렇게 많이 서운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내가 여쭈어 본 것은 더 내밀한 선생의 과거며 인생살이 같은 것이었으니까.선생의 사상에 관한 것이 아니니까.그러나 나는 선생의 사상만큼이나 선생의 인생을사랑하는 것 같다.그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다 듣고 기록하고 싶은 것은 나의 감상벽인지? 탐구벽인지?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작각 박경림 ●가혹한 운명 딛고 선 문학사 거봉 박경리는 1920년대가 낳은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작가이자 광복 후 한국문학사에서 가장 높게 빛나는 설봉(雪峰)이다. 1927년 통영에서 출생,진주고녀를 졸업하고 잠시 후 결혼,황해도 연안에서 교사로 재직하기도 하였으며 1950년에 ‘계산’이라는 작품으로 데뷔했다. 박경리를 오늘의 박경리로 만든 하나는 선생의 작중 인물만큼이나 결벽하고 의지적인 선생의 성품이며 다른 하나는 가혹한 운명이다.한국전쟁의 와중에서 남편을 잃고 이후 아들을 잃고 다시 생명의 위기를 넘기면서 여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 문학의 길을 걸어왔다.가혹한 고통은 선생 문학의 산실이다. 창작집 ‘불신시대’(1963)와 장편소설 ‘표류도’(1959),‘김약국의 딸들’(1962)‘시장과 전장’(1964),‘성녀와 마녀’(1967),‘파시’(1967) 등으로 이어지는 선생의 초기 소설은피폐하고 불순한 현실을 배경으로 결벽성 있고 의지가 강한 여성 주인공의 삶을 그려나가면서 운명과 맞서는 삶의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1969년에 집필하기 시작하여 1995년에 이르기까지 5부작으로 완성을 본 대하소설 ‘토지’는 누구나 인정하는 선생의 대표작이자 한국소설의 한계를 시험하는 의지의 극점이다.세대를 누적하면서 생을 이어가고 새로운 생을 모색하는 ‘토지’의 인물들은 삶의 만화경이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다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반영한다. 생명은 어디서 오는 것이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인간은 속수무책의 존재이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피안의 진실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박경리의 근본적인 사상은 모든 살아 있는 것의 근원인 우주를 향해 열려 있는 구경적 세계관이다.그것은 종교가 아니되 감히 종교와 ‘맞먹는’ 힘을 갖는다. ●시집에 담긴 또렷한 이미지 박경리 선생 댁은 몇 년 전에 찾아 뵈었을 때는 허허벌판 가운데 있었는데 이번에는 토지문화관 바로 옆에 있어 한결 찾기가 쉬웠다.그때 허허벌판 가운데 약간 둔덕진 곳에 덩그러니 서 있는 선생의 자택을 찾아갔을 때 나는 그것이 평생 외로운 삶을 살아온 선생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었다. 보통 사람들은 선생을 소설가로 생각하고 또 인정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시인으로서의 선생의 이미지가 또렷하다.나는 선생의 시의 애독자여서 몇 권 안 되는 선생의 시집을 새책방,헌책방에서 다 사보았고,그 간결한 어휘,담담한 어조,비약의 미(美),삶의 태도를 절절한 심정으로 내 것으로 만들었다.사상가이자 소설가인 박경리가 아니라 인간 박경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선생의 시집을 읽어야 하리라. 몇 년 만에 뵙는 선생은 무척 힘들어 하셨지만 연세에 비해 정정하시다.예전보다 따뜻해 보이는 실내가 나로 하여금 안도감을 갖게 한다.나는 선생의 마음 속에 들어 있는 의지적이고 결벽성이 있으면서도 외로움을 타는 한 여인을 사랑하는가 보다.
  • 명절모습 바꾸는 사람들 / “차례 꼭 큰집에서 지내야 하나요”

    명절증후군이란 ‘특별하고,유별난’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명절을 앞두고 감기와 몸살이 겹치기도 하고,두통에 우울해지기도 한다.명절연휴 동안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명절풍습은 그전보다 간소화됐고,형식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달라졌다.“추석에는 남자들이 설거지하는 거래.”라고 말하며 팔을 걷어붙이는 남자들도 늘고 있고,전통을 고집하셨던 어르신들도 요즘엔 “성현도 시속(時俗)을 따르라 했다.”며 앞장서서 명절문화를 바꿔가기도 한다. ‘함께 웃는 명절’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다만 그 실천방법이 문제다.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은방희 회장은 “평등하고 즐거운 명절문화는 건강한 가정과도 직결된다.남성의 의식변화와 함께 여성들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명절문화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명절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할까.곳곳에서 시작된 명절개혁을 몇 가족을 통해 알아본다. ●상경하는 형, 차례준비하는 동생 심종철(40·경남은행 대치지점 과장)씨 가족은 올 추석은 서울에서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마산의 큰형 가족이 서울로 올라오고,서울의 작은형 가족과 함께 차례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손님처럼 내려가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차례준비를 하니까 기분이 다릅니다.더욱이 우리가 시골로 내려가면 아내의 경우 서울의 친정은 마음뿐 명절에는 아예 갈 수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오후에는 처가에도 인사드리러 갈 겁니다.”심씨는 오랜만에 아내에게 빚을 갚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부인 오숙희(38·서울 강동구 둔촌동)씨에게 “시골가는 것보다 차례준비가 더 힘들지 않겠느냐.”고 묻자,손사래를 쳤다.“천만에요.늘 형님이 모두 준비하신 것이 미안했는데 오랜만에 형님 가족들을 제가 대접한다는 생각이에요.물론 조상님 대접도 그렇고요.”심씨는 아내와 형수 구영숙(39·서울 송파구 가락동)씨와 함께 오랜만에 슈퍼나들이를 했다. “큰형님이 많이 변하셨어요.그전에는 당연히 맏형 책임이고,도리라고 생각하시더니 오히려 ‘내려오는 길이 막히니 우리가 서울가는 게 동생들을 배려하는 것이 되겠다.’고 생각을 바꾸셨어요.저도 오랜만에 아들 노릇,동생 노릇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3형제가 만나니 서울인근 나들이 계획도 짜야겠다는 그는 “14시간씩 걸리는 자동차를 타는 스트레스가 없어지니 어린 시절의 명절처럼 설렌다.”고 말했다. ●시아버지는 제기 닦고 남편은 메밀전 부쳐 권희은(29·전남 여수시 문수동)씨는 강원도 인제까지 12시간을 달려가는 명절 나들이가 떠들썩한 분위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는 늘 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들이야 ‘고향에 온 보람’을 한아름 안고 흐뭇하게 떠나지만 여자들은 빨리 집에 가서 누울 생각만 하게 마련이잖아요.” 그러나 특별한 이벤트인 ‘롤링 노트(rolling note)’를 제안한 뒤 명절이 기다려진다.“대학시절 MT 가서 선배가 후배에게,후배가 선배에게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썼던 롤링페이퍼에서 벤치마킹했어요.아버님 노트부터 제 딸아이 것까지 8권을 마련해서 온가족이 이야기를 남기기로 했어요.첫해에 남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었지만 저는 아버님과 아주버님,남편의 노트에 명절 음식장만에 함께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지요.그러자 다음 명절부터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최근에는 남편형제가 메밀전을 부치는가 하면 뒷짐을 지고 있던 시아버지가 제기를 닦으면서,“그럼,힘들 때는 서로 도와야지.”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달라졌다고 한다.롤링 노트는 서로 격려와 사랑을 듬뿍 담은 이 집안의 보물로 자리매김했다. 결혼 9년차의 안미숙(40·부산 사상구 감전2동)씨는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명절’이 아니라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여성들의 의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충남 논산의 시댁에 갈 때는 평소 부산에서 생선 값이 쌀 때 미리 준비해 둔 것을 갖고 갑니다.그리고 음식은 조금씩만 준비하고,일할 때도 속으로는 힘들지만 꾹꾹 참고 하다가 결국 화내고 마는 악순환대신 ‘도련님,저것 좀 갖다주세요.’‘아버님,이건 어떻게 하나요?’라고 식구들을 동참시켜요.참,남자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일하는지 아세요? ‘감히 어른에게…’이런 생각을 하는 여성이라면 명절증후군,평생 못 벗어나요.” 생각만 바꾸면 명절이야말로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가장 좋은 계기가 된다고 안씨는 자신했다. 젊은 세대들만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주부경력 30년이 넘었건만 명절이면 아직도 가벼운 두통이 느껴진다는 이홍화(60·서울 동대문구 청량리2동)씨는 지난해부터 명절마다 두 며느리 중 한 사람은 친정나들이를 하는 ‘명절 개혁’을 했다. “큰며느리는 전업주부고,둘째는 직장을 다녀요.그런데 동서가 있는데도 명절에 자신만 일하니 큰며느리가 기분이 좋았을리 없지요.게다가 재작년 추석 저녁에 전을 부치던 큰며느리가 둘째네가 오자 일어서다 그만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을 데게 됐어요.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며느리는 울음을 터뜨렸고,가족들 마음이 모두 편치 않았어요.가만히 생각해보니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키웠을 외동딸을 심성이 무던하다는 것만 믿고 제가 너무 많은 일을 시킨 것은 아닌가 자책도 들었고,그렇다고 직장에서 일하다 허둥지둥 달려온 작은애를 야단칠 일도 아니고….결국 명절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요.” 이씨는 명절준비 합리화대책을 세웠고,작년 설날에는 큰아들 가족을 일찌감치 처갓집에 보낸 후 장보기부터 둘째네와 함께 시작했다.물론 음식양도 반만 준비했고,‘여자들’이 일하는 대신 ‘가족’이 함께 일하니 한결 쉬워졌다고 한다. “그리고 옥상에서 가족이 함께 달맞이 행사도 하고 손주들에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합니다.아이들의 명절 추억이란 것이 고작 손님들로부터 용돈받은 것이라는 일기를 본 후 추억을 만들어주는 할머니가 되기로 했어요.” ●아들마다 돌아가며 제사 모시기도 올 가을에 딸이 결혼한다는 송재원(53·경기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씨는 형제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는 것이 귀성전쟁에서 벗어나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새벽 3시에 출발할 때는 아침에 시댁에 도착해서 큰동서를 도와 음식장만할 계획이었지요.하지만 아침도 굶고,점심도 굶으면서 16시간을 길에서시달린 뒤 저녁 어둑어둑해서야 도착했죠.우린 우리대로 짜증이 났고 맏동서는 거드는 손 하나없이 음식을 만드느라 늘 힘이 들었죠.”처음에는 제사는 맏이의 의무이자 권리라는 유교적 관습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지방마다,가정마다 풍습이 다른 만큼 얼마든지 개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단다.그래서 추석 차례는 며칠 앞서서 지내고,설날은 양력 1월1일에 차례를 지내는 것으로 바꿨다. “그래도 반드시 장남의 집에서 제사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은 벗기가 어려웠어요.그런데 아버님께서 ‘어디서 지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정성이 들어가면 되지.’라고 결론을 내려주셔서,아들마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모시게 됐어요.망자(亡者)는 음식냄새 따라 온다는 말이 있기도 하고,또 음식장만을 소홀히 하는 게 싫어서 모두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는데 이젠 손이 척척 맞아요.어느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강요하는 것이 과연 조상님이 원하는 방식일까 싶어요.”‘상놈 명절지내듯 한다.’고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면서,송씨는 “옛것을 그대로만 지켜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개선해서 지속시킬 수 있는 미풍양속도 그나마 사라지고 말지도 몰라요.”라고 기성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년에 7번이나 제사를 모시느라 제례와 명절맞이 준비로 젊음을 다 보냈다는 권정순(58·강원도 횡성군 횡성읍)씨는 3년 전부터 제례 풍습을 완전히 바꿨다. “저희 집안에서는 반드시 약주와 송화와 삼색다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왔어요.그런데 제가 절편과 육류 등 제수를 대폭 줄였고,몇 가지씩 담던 김치도 나박김치 하나로 줄였어요.또 모든 일은 당번제로 했지요.제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어른 아이 모두 41명인데 설거지 당번을 젊은 층에서 아들,딸,며느리를 구분하지 않고 3년에 한 번씩 하도록 했고,향을 사르는 것도 나이순으로 위에서 아래로 남녀차별없이 하는 등 현대화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그대신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설날 전에는 만두를 함께 빚는데 아무리 바빠도 모두들 참석하려고 멀리에서 달려옵니다.” 그는 “간소하게 하려고 했던 당초 계획과 달리 먼 친척들까지 참여하게 돼 모이는 숫자가 더 늘어난다.”고 말하면서도 “제수는 줄어도 정성과 기쁨은 오히려 두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hhj@
  • 조롱하고 떠나고 싶지만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창작집 장편 동시에 펴낸 이만교

    2000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만교(36)가 왕성한 글쓰기를 자랑하듯,중·단편집 ‘나쁜 여자,착한 남자’와 장편 ‘아이들은 웃음을 찾지 못한다’를 민음사에서 동시에 펴냈다. ‘나쁜 …’에는 이만교의 재치와 감성이 잘 스며들어 있다.영화로도 만들어진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자유로운 성풍속도 등을 포착하는 솜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중편 4편과 단편 2편으로 이뤄진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시선을 넓혀 우리 시대의 성과 사랑을 때로는 발랄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그린다. 표제작은 아내와 사별한 중년남자인 ‘나’가 젊은 여직원 ‘그애’와 주부사원 ‘그녀’를 대상으로 주고받는 욕망을 통해 현대인의 사랑 방정식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몸은 욕망에 맡기고 정신은 세태에 순응하는 ‘나’와 ‘그애’와는 달리,‘그녀’는 회사의 편법거래를 감추기 위해 관행적으로 저질러 온 서류변조에 반대하다가 화를 자초하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보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순수파다.대조적인 두 인물 유형을 통해 작가는 현대사회의 맹점을 꼬집는다.그는 “이 냉혹한 세상을,이 세상의 기만성을,비웃고 싶었고 경고하고 싶었던 마음의 결과물이 이번 작품집”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소설로 세상과 맞서는 방식은 ‘시비걸기’만은 아니다.자전적 소설인 ‘너무나도 모범적인’에서처럼 진리를 믿는 이들의 예쁘고 귀여운 마음을 대조적으로 그리면서,그래도 세상은 아직은 살 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들려준다. 평론가 김미현은 “세상과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넘어서기 위해서 농담과 웃음이 필요함을 아는 발랄한 작가”라고 치켜세운다. 한편 장편 ‘아이들은…’는 시골에서 목회자의 아들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의 체험이 오롯이 녹아 있는 작품.어느 시골마을 소년 동이가 읍내의 공장에 다니는 큰누나로부터 공을 선물받으면서 맛본 권력을 둘러싼 우쭐함과 갈등을 축으로 전개된다.이후 싸움이 어른들로 번지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다룬다. 작가는 “소설 속의 공은 근대문명이 던져준 욕망의 대상들을 은유한다.”며 “그 달콤함을 맛본 뒤그를 지키려는 측과 앗으려는 측 사이에 생기게 마련인 다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그는 “그런 의미에서 공은 공(空)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작품 의도에 대해서 우리가 끝없이 다투고 싸우는 까닭을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남과 북,좌와 우,진보와 보수 등 싸움과 논쟁은 그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었는데,그 내막은 복잡하고 심지어 후안무치까지해 그곳에서 도피하려고 시골 소년들 이야기로 숨었지만 그곳에도 나름대로 힘겨운 다툼과 갈등과 상처가 있었음을 새삼 발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종수기자 vielee@
  • 맑은 눈으로 본 서러운 운명/고종석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

    기자와 소설가,두 분야 모두 녹록치 않은 글솜씨를 보여온 고종석이 6년 만에 창작집 ‘엘리아의 제야’(문학과지성사 펴냄)를 냈다. 200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틈틈이 써둔 중단편 6편 속에는 문학의 본질로 간주하는 ‘언어’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잘 녹아 있다.어떤 내용을 담더라도 논리적이고 서술을 강조하는 특유의 문체는 무르익은 기량을 보여준다. 영국 수필가 찰스 램의 작품집 제목을 딴 표제작은 신경증을 앓는 누이를 보살피느라 평생을 함께 산 램의 삶을 연상케 하는 얼개로 펼쳐진다. 또 ‘누이 생각’은 이복누나가 세 명의 이방인과 결혼하는 과정을 탁월한 언어 감각과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나간 작품이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소설과 수필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피터 버갓 씨의 한국 일기’에서는 일기 형식으로,‘아빠와 크레파스’에서는 편지의 틀을 빌려서 두 장르의 접목을 시도한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이런 시도에 대해 해설에서 “작가는 ‘에세이 소설’기법으로 에세이스트와 소설가 간의 사유와 문체의 다른 결을 교묘하게 해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말의 민감함이 기교 연마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현실을 반영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김병익은 “그렇다고 고종석의 작품세계는 사적인 심리에 갇히지 않고 이 땅에서 서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운명이 얽혀 있다.”고 덧붙인다. 이종수기자
  • “영화팬 여러분~ 부산으로 오세요”부산영화제 일정·초청작 발표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60개국 244편의 영화가 초청된 가운데 다음달 2일부터 9일간 열린다.영화제조직위는 2일 서울과 부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 일정과 개·폐막작 등 초청작품을 발표했다. 올해에는 부산영화제의 트레이드마크인 야외 스크린이 3년만에 재가동되고 해외 감독들이 대거 초청되는 것이 특징이다.또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월 초에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해 ‘게릴라영화제’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북한영화나 영화인의 초청도 추진되고 있어 올해 영화제는 어느 때보다 풍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일정 남포동과 해운대 지역 17개 상영관에서 10월2일부터 9일동안 열린다.개·폐막식은 3년만에 5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무대에서 진행된다.한국영화 47편과 아시아영화 98편,그외 지역 99편 등 60개국에서 24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개·폐막작 개막작은 일본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도플갱어(Doppelganger·사진)’,폐막작으로는 박기형 감독의 ‘아카시아’가 선정됐다.‘도플갱어’는 주인공이 분신을 만나게 되면서 분신과의 공존을 통해 자아의 이면을 발견해 나간다는 줄거리. ‘아카시아’는 박감독의 세번째 작품으로 결혼 10년째 아이가 없는 가정에 한 소년이 입양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이야기다. ●초청 손님 개막작 감독인 구로사와 기요시를 비롯해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루마이나 루시앙 핀틸리에 감독,아시아영화상을 수상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과 그의 장녀로 아프가니스탄 특별전에 초청된 사미라와 최연소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던 막내딸 하나 등 유명 감독이 대거 참가한다. ●AFIC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사전 영화제작시장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과 아시아 최초의 영화로케이션박람회인 부산국제필름커미션박람회(BIFCOM)에다 올해는 기자재 부문까지 합쳐 아시아필름산업센터(AFIC)로 확대된다. 황수정기자 sjh@
  • 고전 읽는 여성들 / “古典속에서 삶의 지혜·가치 배워요”

    서울 서초구 ‘한국인성교육원’의 사무실에 들어서니 한복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한학자 소현(素玄) 노재욱(73·교육학) 박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대천선화(代天宣化),사람 없는 하늘 없다.즉,하늘이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인간이 하는 것 같아도 우리가 하는 일이 모두 하늘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그러니 허튼 짓을 하지 말아야 하고,또 작은 일에 겁을 내고 점쟁이를 찾아다니는 등 호들갑을 떨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왜 겁이 나? 하늘이 있는데.또한 하늘이 보고 있으니 방자한 행동을 하지 말자는 가르침까지 함께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도리와 삶의 지혜를 담은 당나라 때의 책 ‘이수합해’(理數合解)를 펴든 이들은 40∼70대의 여성들.모두 열중한 모습이었다.낮 12시면 수업이 끝날 것이라 했지만,강사 소현 선생은 물론 학생들도 30분이나 연장된 수업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10여년째 고전 공부를 하는 ‘골수 회원’들이 10여명 되고,신참 회원들도 늘고 있어요.그동안 논어·맹자·중용·대학 등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꾸준히 읽었고 현재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단 한권의 해설서나 참고서도 나와 있지 않은 책,‘이수합해’를 읽고 있어요.그래서 더 즐겁습니다.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행복과 보람을 주니까요.” 권명득(65) 원장은 이 클래스의 수준이 대단하다고 자랑했다. 한국인성교육원이 구성된 것은 3년 전.그 이전부터 고전 공부를 시작했던 회원들이 뜻을 모아 교육원을 만들었고,현재는 60여명이 고전을 익히고 있다.고전을 공부하면서 삶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공유하고,지혜를 모아간다는 이들은 ‘세상 이치’를 터득하는 데는 고전 공부가 최고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문옥주(66·서울 마포구 서교동)씨는 “고전을 배우면서 가정생활은 물론 자녀교육까지 도움이 된다.”며 “집안을 경영하는 여성들이,젊은 엄마들이 배워야 할 것이 고전”이라고 말했다.널리 고전 공부를 보급할 수만 있다면 우리 여성과 가정·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희순(64·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아이들을 키운 후 마음이 허했는데,고전 공부가그런 허한 마음을 채워줬다고 웃음을 보였다.“자식과의 갈등,친구와의 문제에서도 쉽게 상처받았지만 공부를 시작한 후에는 조금은 객관적으로 나 자신은 물론 세상사를 보게 됐다.내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것이야말로 정말 의미있는 일이다.” 김정숙(77·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고전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헛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생의 고비에서 풀어지지 않았던 문제들을 지금에사 머리와 가슴으로 동시에 느끼고 풀어간다.”고 고전 공부가 바로 인생 공부라고 말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고전 공부를 누구나 할 수는 없단다.주위의 친구들과 친지들에게 권해도 막상 나와보고는 손사래를 치며 다시는 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정말 좋은 공부라 권해도 ‘공부라면 딱 질색’이라는 사람들도 있고,배워보겠다고 나서도 실제로 아무나 고전에 입문하지는 못해요.노래나 스포츠댄스처럼 재미있지 않잖아요.그리고 90분간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좋은 말씀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고문이거든요.”이종미(50·서울 강남구 세곡동)씨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들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해 소현 선생은 ‘극성 학생’이라고 말한다.99년,갑자기 암 판정을 받고 수술 후 어쩔 수 없이 휴강을 했는데,3개월만에 다시 강의를 시작한 것도 ‘극성 학생’들 때문이었다.“열심히 하는 분들이니 좋은 말씀을 하나라도 더 전하고 싶은 게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이니까요.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배우는 분들이라 강의 한마디 한마디가 쑥쑥 빨려들어가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대수술 후 3개월만에 강의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의사는 물론 제 가족들도 모두 반대했지요.그러나 이들의 열정과 마주선 덕분에 건강도 찾았습니다.” 이날 처음으로 고전 교실에 출석한 배기화(56·서울 성북구 신영동)씨는 “전통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애를 결혼시키면서 격식을 갖춘 함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세상이 변해도 결혼의 소중함은 변함없는 것인 만큼 부모의 정성을 담기 위해 노 선생님께 도움을 청했다. 이를 계기로 고전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공부가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좋은 말씀을 듣고,인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계속 강의를 듣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모임의 청일점,김진돈(44·운제당한의원 원장)씨는 올해 초부터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새로운 교재로 공부하면서 신선한 시각으로 한의학에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10여년간 골프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바로 그런 시간을 고전공부로 돌렸어요.쉬운 결단은 아니었지만 제게 고전 공부는 삶의 필터,정화기능을 맡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전공부를 하면 1주일이 편안합니다.스트레스가 없어져요.” 김씨는 하늘이 할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는 뜻의 ‘대천선화’란 말이 환자와 만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겸손함을 잊어버리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한때 세 동서가 나란히 고전공부를 했다는 최영숙(49·서울 강남구 세곡동)씨는 “옛 성현의 글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잃어버린 나를 찾게 되는 계기를 만나게 됐다.1초 전이 과거라면 1초 후가 미래인 만큼 매 순간을 소홀할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크게 깨닫고,내 삶에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환경에 맞게 하라는 가르침을 담은 말 시중처화(時中處和)와,자신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라는 뜻의 정관(靜觀),모든 본성을 다해서 이치를 추구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궁리진성(窮理盡性)의 말을 배웠다는 이들에게서는 편안함이 보인다. 고전을 읽는 여성들은 고전읽기의 즐거움을 “글을 통해 삶의 이치를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고전을 통해 ‘느리게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의 얼굴이 해맑았다. 허남주기자 hhj@
  • [나의 건강보감] 지식산업사 대표 김경희

    “단전호흡,이거 자식들에게 물려줄 유산목록 1호요.낼 모레 일흔인 내가 무슨 욕심이 있겠어.정말 사람들이 다 이 운동 했으면 좋겠어요.” 올해 예순 여섯.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칼칼했다.안색은 익은 누에처럼 맑았고,몸은 마치 꿩의 다리뼈처럼 단단하고 꼿꼿해 보였다.지식산업사 김경희 대표는 단전호흡의 전도사를 자임했다. “중학교 3학년때부터 2년 남짓 결핵을 앓았고,대학 들어가서는 한 7년쯤 위·십이지장 궤양을 심하게 앓았지.그뿐인가.30대 초반에는 간영양결핍증이 왔어.이게 간경화로 된답디다.좀 나아지나 했더니 당뇨가 와요.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힙디다.” 젊은 시절의 그는 병을 달고 살았다.“80년대 초반에 세상 어수선했잖아.그때 출판사 힘들었어요.신산(辛酸)의 삶이랄까.그랬어.그 와중에 당뇨가 온거야.” 그가 겪은 병증이 모두 그랬지만 특히 당뇨는 그의 삶을 바꾼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어릴때부터 병약… 당뇨까지 생겨 “다들 아는 얘긴데,당뇨가 오면 성기능이 무뎌져요.한마디로 안돼.내가 마흔에 결혼을 했는데 당뇨가온게 마흔 대여섯 무렵이란 말야.큰일이지.양의,한의 다 찾아다녔지만 안돼.그때 만난 게 국선도 단전호흡이야.이런 말 하면 믿을까? 단전호흡 시작한지 5일만에 내 자신이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했어.”그때부터 그는 단전호흡에 몰입했고,몰입은 곧 심취로 이어졌다.86년 초의 일이었다. 국선도에서 그의 요즘 지위는 최고위 선사(仙師) 다음의 법사(法師).그러나 공력이나 이론은 누구 못지 않다.만나자마자 수련복을 갈아입고 보여주는 고난도 시범은 ‘이래도 단전호흡 안할거야?’라는 시위같았다.“어렵게 생각할 것 없어요.고대부터 우리 조상들이 양생법(養生法)으로 삼았던 배냇호흡이 바로 단전호흡입니다.” 그가 설명하는 단전호흡의 원리와 기원은 이렇다.진화 이전의 인간은 다른 동물처럼 네 발로 활동하고 복식호흡을 했다.자연 인체의 장기는 척추에 메주처럼 매달렸고,잠을 잘 때도 지금처럼 등을 바닥에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두발로 서는 직립이 문제가 됐다.앞발을 손으로 쓰게 되면서 태생의 섭리가 왜곡되기 시작한 것.척추에 매달려야할 장기는 아래로 쏟아질 듯 위태롭게 됐고,그 결과 단전은 장기의 압박을 받아 위축됐으며,사람들은 직립에 거추장스러운 복식호흡 대신 간편한 폐호흡을 택했다. 그러나 폐호흡이 인체의 운기(運氣)를 막아 숱한 부조화를 낳고,부조화는 병을 만들며,병은 고뇌를 낳고,고뇌는 사람을 더욱 거칠고 병약하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동인도회사를 만든 유럽인들이 인도에서 요가를 목격하고는 이를 유목민 체형에 맞게 변조한 것이 바로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국민체조의 원조인 덴마크체조였어요.이에 비해 단전호흡은 백두산 언저리에 터를 닦은 우리 조상들이 찾아낸 참으로 값진 유산입니다.도수체조는 좋다는 사람들이 단전호흡을 어렵다거나,낯설게 느끼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요.” ●폐호흡이 부조화 부르고 병 만들어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문학평론가이자 손위 형인 김우정씨가 지난 69년 설립한 지식산업사에 전무로 입사해 일하던 그는 지난 83년 된서리를 맞았다.광주민주화운동과 KAL기 폭파사건,아웅산 사건 등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돈줄이 막혀 거액의 부도를 낸 것. “지금으로 치면 부도액이 50억원쯤 될건데,죄책감과 부끄러움 때문에 살 수가 없더라고.죽으려고 했는데,죽으란 법은 없나 봐.바깥에서 지식산업사 살려야 한다며 당대의 지식인들이 후원회를 만든 거예요.변형윤·민두기·박경리 선생 등 내로라하는 인사 40명이 참여했어요.그래서 이 회사가 주식회사로 되살아난거요.그때부터 몸 안사리고 일했지.운동을 못하니 체중이 69㎏까지 붑디다.지금 55㎏이니 어땠겠어요.당뇨도 그때 왔어요.” “살펴보자니,단전호흡이 국운의 성쇠와도 무관치 않은 것 같아요.국선도의 다른 이름이 풍류도,화랑도였는데,화랑을 앞세워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나중에 화랑도 즉,국선도를 폐기하면서 망했거든.어디 그뿐인가.어려서부터 병약했던 퇴계 이황 선생은 단전호흡에 심취해 일흔까지 장수했어요.죽을 때도 ‘나를 일으켜 앉혀라.’하고는 가부좌한 채 운명하셨고,성철스님도 ‘나 갈란다.’하시고는 결가부좌를 튼 뒤 입적하셨는데,나도 그렇게 죽고 싶어요.옛날 선비들 하루종일 가부좌 틀고 단정하게앉아 독서하고 토론한 것이 바로 단전호흡의 전통이거든.” 그는 10년 전부터 사무실로 쓰는 종로구 효자동의 저택 3층에 15평쯤 되는 수련장을 마련해 매일 단전호흡을 지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시인 황지우씨와 중앙대 강내희 교수,서울컨벤션의 이수연 사장 등 숱한 사람들이 그에게서 단전호흡을 익혔다. “내가 단전호흡을 시작한 이후 당뇨는 물론 감기약 한번 먹어본 적이 없어요.이런 좋은 운동을 나만 가질 수 있나.나눠야지.국민들 모두 나서 단전호흡 했으면 좋겠어요.이것이 내가 사회에 베풀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단전 시작후 감기약 한번 안먹어 그의 단전호흡 찬양은 끝이 없다.“현대인들이 이런저런 병고에 시달리는 것도 다 타고난 섭리를 무시하고 조화를 깨뜨려 빚어진 일입니다.그 뿐입니까.정신이 육체를 지배하지 못하면 젊은이들은 불량배가 되고,나이 든 사람은 치매를 맞습니다.이런 부조화,여기서 비롯된 모든 병증을 극복하는데 단전호흡만한 비방(方)이 없다고 봐요.” 그는 지금도 두좌(頭座·물구나무서기)해 세상을 본다.거꾸로 된 세상을 바로 보는 그만의 관조법이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 ■단전호흡 건강론 “완전한 건강은 몸과 마음이 합일해 하나의 유기체로 작동할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육체의 단련만을 건강의 완성이라고 여기는 일부의 시각은 이런 점에서 잘못된 것이지요.” 김경희씨의 건강론은 ‘조화의 건강론’으로 요약된다.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뤄야 사람이 건강하고 사회도 바르게 된다는 의미다.“사람을 보세요.뱃속의 태아는 복식호흡을 하다 세상에 나오면서 비로소 폐호흡을 시작합니다.태어나서도 심상이 편할 때는 곧잘 복식호흡을 합니다.그러다가 죽음에 가까울수록 폐호흡을 하게 되는데,숨이 얕아져 목호흡을 하면 그것은 곧 죽음입니다.” 단전호흡 경력 20년이 돼가는 그는 지금도 거의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운동법은 간단합니다.복식호흡으로 단전에 기를 모아 온몸으로 순환시키는 원리지요.그 과정에서 인체의 365경락을 모두 돌아 놀라운 집중력과 지구력이 생성되는 겁니다. 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해야 하는 운동이지만 특히 청소년과 사회를 이끄는 지도급 인사들에게 단전호흡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이유야 많지만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호연지기와 결단력,멀리 보는 지혜와 매사 공정하게 읽어내는 균형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순을 훨씬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물구나무 선 뒤 거꾸로 선 몸통을 머리와 양쪽의 가냘픈 검지손가락 하나로 지탱했다.그러고는 “모든 사람이 희구하는 파라다이스는 바로 모태(母胎)인데,단전호흡은 이미 세상에 던져진 사람을 그 모태,즉 파라다이스로 인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희대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단전호흡은 인체의 운기를 활성화해 우리가 에너지라고 일컫는 정(精)을 충족시키는 유용한 건강법”이라며 “호흡뿐만 아니라 체조까지 해야 하므로 심신의 이완과 안정을 가져오고 성별,나이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기자
  • 드리미 통신

    ●29일 셔틀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해 7m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의 후유증으로 일부 선수들이 출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돼 관계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태국 여자 육상팀의 피해가 가장 컸다.30일 여자 400m계주에 출전할 4명 중 2명과 여자 1600m계주 선수중 2명,남자 1600m 계주 선수 중 1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해 졸지에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계주에서 아시아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태국은 총력전을 준비해온 터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여자 400m 계주 결선에 출전해야 할 작수닌 상완(19)은 무릎에 심한 상처를 입고 병상에 누워 “팀 닥터에게 X-레이 사진을 보여주고 허락을 받으면 안되나요.”라며 애타게 호소하기도 했다. 남자 800m 준결승에서 조 2위로 결승에 진출해 메달의 희망을 안고 있다 갈비뼈를 크게 다친 알제리의 밀리아니 왈리드(19) 역시 “꼭 뛰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지만 의료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북한 여자유도를 이끌었던 차현향(23)이 ‘유도커플’로 탄생한다.북한 유도 임원은 29일 차현향이 북한의 남자 유도선수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귀띔했다.지난 1997년 국제무대에 데뷔한 차현향은 98방콕아시안게임 48㎏급 은메달에 이어 99·2000년 아시아선수권을 잇따라 제패했다. 2000시드니올림픽을 끝으로 매트를 떠났다.차현향의 예비 남편은 북한에서 꽤 알려져 있지만 국제대회 출전 경력은 없으며,이름은 확인해 주지 않았다. 또 방콕아시안게임 때 남자 81㎏급에 출전해 조인철(용인대 교수)과의 결승에서 져 은메달에 그친 곽억철(30)은 지난해 결혼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문학 / 어른동화 ‘바리공주’ 펴낸 김선우 시인

    20대에 낸 첫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에서 세상의 비밀을 다 알아버린 듯 농익은 시선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 시인 김선우(33)가 어른을 위한 동화 ‘바리공주’(열림원 펴냄)를 냈다. 그의 ‘바리공주’ 발표는 어쩌면 예고된 것.첫시집의 시 ‘어미목의 자살 2’에서 바리공주를 노래했고,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에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여성성과 생태 등 두 요소가 바리에 다 녹아 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성성,생태 등 ‘김선우의 바리데기’를 소상히 그려주었다.그리고 탈고 뒤의 탈진한 몸과 맘을 눅이려 남쪽 작은 섬으로 ‘훌쩍’ 떠났다. 먼저 ‘바리공주’의 ‘잉태에서 출산’ 심정을 물었더니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창작 제의를 받고 ‘내가 써야할 글’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은 내 무의식의 주요 원형 중 하나이고 어머니 등 내가 애정을 가진 다양한 여성의 근원이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또 바리가 시를 통해 종종 내게 왔지만 시로는 질곡많은 구비서사를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의욕이 넘치면 창작이처질 수 있다.김선우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경험을 통해 들려주었다.“제의받고 한달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글을 진행하지 못했다.바리를 통해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에 너무 욕심을 내느라 쓰기 힘들었다.그러다 마음을 비우자 바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산고를 겪은 바리에 대해 “사랑을 실천할 힘을 지닌 그녀를 신뢰하며 바라볼 뿐”이라며 “상처의 치유와 씻김을 자청한 그녀의 노래가 여전히 사랑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리데기 신화에 관한 텍스트는 많은데 어느 판본을 중심으로 했고,해석의 강조점을 어디에 두었는지 물었다.작가는 “필사본까지 합치면 채록되어 정리된 판본만 47개에 달하는데 딸을 많이 나은 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딸이 병든 부모를 구한다는 구성만 공통적이고 나머지는 거의 다르다.”며 “이야기 뼈대만 살리고 세부적 시공간이나 사건전개,에피소드 진행은 모두 창작했다.”고 말한다. 특히 김선우의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은 바리가 생명수를 얻고 무장승에게 대가를치르는 방식이다. 다른 판본들에서 바리는 주로 빨래 삼년,물 긷기 삼년,밥짓기 삼년,아들 셋 등 수동적인 측면이 강하다.반면 김선우의 바리는 “결혼하고 싶다.”며 고백하는 등 적극적이다.그 이유에 대해 “일방적 억압과 희생 속에 사랑없이 얻은 약수가 효험과 생명력이 있겠는가?”라고 되묻고 “바리공주와 무장승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평등한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하고 공경하도록 운명적 사랑의 주문을 걸었다.”며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계획을 묻는 말에 “80여편의 시를 모아 10월쯤 두번째 시집을 출간할 것”이라며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생태나 페미니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자원봉사 원하는 곳 어디라도 갈 것”U대회 한일커플 변규창·다나베씨

    “자원봉사를 필요로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갈 생각입니다.” 자원봉사 한·일커플 변규창(사진 왼쪽·36·자영업) 다나베 가오리(29)씨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산다.”고 자신있게 말한다.지난해 한·일월드컵 때 일본어 통역으로 활약한 이들 부부는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에도 어김없이 ‘동반 출연’했다. 변씨는 자원봉사를 위해 하던 일을 잠시 중단했다.그리고 대회기간동안 두살난 아들을 대전의 여동생에게 맡겼다.자원봉사를 위해 돈과 아들을 뒷전으로 밀어버린 것.변씨는 “돈은 나중에 벌면 되는데 어린 아들이 좀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면서 밝게 웃었다.부인 다나베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아들 생각이 난다고 한다. 변씨는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국제대회에 자원봉사를 하기로 부부가 결심했다.”면서 “자원봉사만큼 가슴뿌듯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나베씨도 “다른 사람을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라면서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도록 작은 힘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나베씨는 지난 1998년 한국에 여행 왔을 때 남편 변씨를 우연히 만나 열애 끝에 지난 2000년 10월 결혼했다.모든 일에 열심인 남편의 열정에 매료됐다.지난해 월드컵 때도 갓 태어난 아들을 변씨의 어머니에게 맡기면서까지 봉사활동에 나선 ‘전력’이 있다. 지난해 변씨부부는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 감사패를 보내는 성의를 보였다.그리고 그들로부터 감사의 답장도 받았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을 진짜 친구사이로 만들고 싶은 게 이들 부부의 꿈이다.자신들의 봉사활동이 그 꿈을 이루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대구 박준석기자 pjs@
  • [씨줄날줄] 하이눈

    미국 서부의 작은 마을 헤이들리빌.1870년 어느 일요일 아침,시계는 오전 10시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5년의 임기를 마치고 아름다운 여인 에이미(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식을 올리고 마을을 떠나려는 참이다.그런데 그가 투옥시켰던 악당들이 복수를 하러 온다는 전보를 받는다.그는 악당들과 싸우기로 결심한다.마을 사람들에게 협조를 호소하지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다.악당들이 탄 기차는 정오에 도착할 예정이다.운명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보안관은 불안한 고독에 빠진다.그러나 보안관은 영웅적인 투혼으로 악당들을 물리친다.미국 서부 영화의 걸작 ‘하이눈(High Noon)’의 줄거리다. 명장 프레드 지네먼 감독의 흑백영화 하이눈은 세월이 가도 그 빛은 바래지 않는다.게리 쿠퍼의 고독한 영웅상과 그레이스 켈리의 청초한 아름다움은 많은 영화팬의 가슴속에 남아있다.이 영화가 미국 대통령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밝혀져 화제다.‘대통령의 영화들’이라는 TV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백악관에서 가장 많이 상영된 최고의 인기 영화는 하이눈이라고 한다.클린턴 전 대통령은 무려 20번이나 봤고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도 3번이나 관람했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왜 하이눈을 가장 좋아했을까.홀로 악당들을 물리치는 보안관에서 자신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찾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그들은 이 영화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했는지도 모른다.대통령은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는 만큼 홀로 무거운 책임감도 느낀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리는 외롭고 고독한 자리’라고 했다.많은 대통령들이 절대적 고독감을 말한다.대통령 집무실은 ‘고독의 섬’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지도자가 도전에 직면했을 때 개성이 강한 지도자는 자기 내면 속으로 들어가 자신에게 모든 것을 건다.”라고 말했다.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스스로 결단을 내릴 때가 많다.그래서 대통령은 늘 고독하다.대통령은 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고독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미국 대통령들은 하이눈을 보며 고독한 영웅이 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창순 논설위원
  • 오페라는 불륜·엽기 결정판?

    오페라를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한다.문학·음악·무용·연극적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뜻밖에도 이 ‘서구 예술의 결정판’이 생각만큼 고상한 것은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은 오페라가 오히려 ‘불륜과 엽기의 결정판’이라서 고민이라고 한다.도대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도 문제가 없을 만큼 ‘건전한’ 작품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예술의전당은 9일부터 24일까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를 토월극장 무대에 올린다.마술피리는 무려 16일 동안 22차례 공연된다.가장 오래,가장 많은 횟수를 공연한 오페라로 기록될 것이다.지난 2001년 시작된 ‘가족 오페라’는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이번에도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객석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한다.토월극장은 600석.한 차례 공연에 몇만명이 관람하는 축구장 오페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1만 3000여명이 중소극장 오페라를 찾는다면 그것도 기록이다. 예술의전당은 3년에 걸친 ‘마술피리’의 성공에 힘입어 내년에는 새로운 작품을 올리는 방안을 집중 검토했지만,곧 난관에 봉착했다.관심을 끌 만한 작품의 대부분이 불륜과 엽기를 주제로 삼고 있었기 때문이다.‘어린 학생들이 엄마·아빠와 함께 보는 오페라’를 내세우는 만큼 아무리 높은 평가를 받는 훌륭한 작품이라도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다면 어려운 노릇이다. 실제로 모차르트의 다른 걸작 ‘돈조바니’는 스페인에서는 ‘돈 후안’이라고 부르는 바람둥이의 얘기다.하녀의 성을 ‘소유’하는 주인은 누구인가를 다룬 ‘피가로의 결혼’은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후편에 해당한다.1876년 초연 당시에는 유럽 사회의 근저를 이루는 신분문제를 위협했다는 사회적 코드로 읽혔다지만 어린이들에게는 부적절한 줄거리일 수 있다.나아가 비제의 카르멘은 초연 당시 초청된 여가수가 “내용이 너무 음란하다.”고 공연을 거부한 전력이 있고,베르디의 ‘리골레토’도 납치와 강간,청부살인이 줄거리를 이룬다. 물론 “‘피가로의 결혼’이나 ‘돈조바니’는 너무나 천박해서 지독한 혐오감을 느낀다.”는 베토벤의 ‘피델리오’나 푸치니의 ‘투란도트’ 같은 작품이 없지는 않지만,이번처럼 25인조 오케스트라가 동원되는 작은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작들이다. 고희경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은 “수소문해 보아도 ‘청소년을 위한 오페라’라는 개념이 미국이나 유럽에는 거의 없다는 데 놀랐다.”면서 “내년에는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이나,‘마술피리’를 새로 제작해서 공연하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중”이라고 말했다. 김학민이 연출한 이번 공연에는 김홍식이 지휘하는 원주시립교향악단이 나선다.파파게노에 박현진 권상욱,파파게나에 고선애 소연정,모노스타토스에 송원석 김동섭,밤의 여왕에 최자영 등이 출연한다.수·토·일요일 오후 2시·5시,화·목·금요일 오후 3시.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6세 이상 관람가.(02)580-1300. 서동철기자 dcsuh@
  • [마당] 저출산의 대가 꼭 받을 것

    지난 10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우리나라의 가임(可姙)여성 1명이 평생 낳는 평균 자녀수는 1.17명이었다.이는 세계 최저 수준이며,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 평생 한 자녀만 낳아 기른다는 의미다.출산율이 떨어지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때문에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년인구가 2026년엔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젊은 노동인구가 줄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여러 매체에 의해 지적되었다.그러나 문제는 ‘왜 여성이 아이를 적게 출산하는가.’하는 이유를 찾아보려는 노력과,저출산율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전통적 농경 사회에서 자녀는 부모들에게 큰 자산이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도 자녀들은 부모의 보험 역할을 충분히 했다.좀 잔인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심봉사에게 심청은 하나의 보험이었을지 모른다.육아의 대가가 노후의 복지와 개안이라는 혜택으로 돌아온 것이다.물론 현대 사회에서 자녀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기대하는 부모는 있다 해도 극히 소수일 것이다.그러나 마빈 해리스의 “아이를 늘림으로써 생활이 나아질 때는 아이를 많이 가질 것이다.반면 아이를 적게 가져야 생활이 나아질 때는 또한 적게 가질 것이다.”(‘작은 인간’)라는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가장 큰 이유는,여성이 아이를 적게 낳을수록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기 때문이다.출산육아제도나 탁아소도 시원찮은 형편에서,아이를 주렁주렁 낳는다는 사실은 사회적 성취 욕구 혹은 자신만의 삶을 포기하게 만든다.설사 주위(주로 친정 어머니)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양육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해야 한다.자녀 둘을 가진 중산층 가정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감당해본 사람들은 대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대안학교를 보내거나 사교육비를 들이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자기 자식을 두고 배짱을 부리거나 모험을 감행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다수가 택하는 사회적 상식의 길로 가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지금 중학교 3학년인 딸에게 앞으로 부모로서 이렇게 충고할 것이다.결혼은 행복의 필수조건은 아니다.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면 하지 않아도 좋다.결혼했다 하더라도 아이를 가능한 한 갖지 말아라.갖더라도 한 아이만 낳아 길러라.아이 하나에 들어가는 돈이 얼마냐.그 돈을 저축한다면 너의 노후는 편안해질 수 있다.그것뿐인 줄 아느냐,사회적으로 아이의 육아 때문에 감당해야 할 희생은 너무 크다.너는 아이 때문에 승진을 못할 수도 있고,중요한 비즈니스를 성사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아이 때문에 여행도 마음대로 못하고 심지어 영화감상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거의 모두가 너의 노력과 희생을 강요한다.그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만약 네가 정말 아이가 좋아 서너 명을 낳아서 키워 보라.그러면 넌 존경받는 어머니가 아니라,이웃 여자들의 동물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감당해내야 할지 모른다. 자,이러니 어떻게 우리나라의 높은 출산율을 기대하겠는가.편해지고,잘살기 위해서 아이를 적게 낳지만,그것때문에 우리 사회는 가까운 장래에 분명 더 고통받을 것이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 책꽂이

    ●방각본 살인사건 상,하(김탁환 지음,황금가지 펴냄) ‘역사와 교양이 풍부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소설’에 도전하는 저자의 새 장편.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등 젊은 실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3부작 가운데 첫 작품.각권 8500원. ●산다는 것은(안톤 체호프 지음,남혜현 옮김,작가정신 펴냄) 국내 처음 소개되는 저자의 중편 두편을 묶었다.표제작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결혼 3년’은 결혼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9500원. ●현대시와 문화의식(문선영 지음,청동거울 펴냄) 부산대 국문학 박사인 저자의 평론집.문화비평을 잣대로 ‘문화시’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다양한 문화현상을 현대시가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가를 조명.13000원. ●중산리 요즘(강희근 지음,영언문화사 펴냄) 경상대 교수인 저자의 9번째 시집.이전의 서정성과 종교적 메시지를 아우른 작품집.평론가 송희복 교수는 “초기시보다 단아하고 서정적 품격을 유지한다.”고 평가.6000원. ●시간 위에 지은 집1,2(성낙주 지음,하경옥 그림,창조문화 펴냄) 소설가이자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들려주는 문화재 이야기.석굴암,첨성대,석가탑·다보탑 등을 소설·작은 논문으로 동시에 풀이.각권 7500원. ●갈라파고스(커트 보네거트 지음,박웅희 옮김,아이필드 펴냄) 미국의 대표적 유머작가인 저자의 대표작.1986년 갈라파고스에 좌초한 인간들이 새 인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를 풍자.8000원. ●장자,임금을 베다(김신 지음,마음의고향 펴냄) ‘대학별곡’의 작가가 장자(莊子) 이야기를 소재로 세상사를 풀이.다양한 소재를 이용하여 CEO 등 현대사회의 기득권을 조롱.9600원. ●사슴벌레 소년의 사랑(이재민 지음,사계절 펴냄) 노동자·청소부·배달부·웨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워온 저자의 성장 소설.서정과 서사의 조화로 제1회 사계절문학상 우수상을 수상.7000원. ●짝사랑 1,2(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이선희 옮김,창해 펴냄) 영화 ‘비밀’의 원작자의 새 장편.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매개로 남자·여자,나아가 인간의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각권 8500원. ●손끝에 우는 여자(정수화실 지음,청동거울 펴냄) 일본에서 고전무용가이며 아마추어 볼링선수로 활동하는 저자의 첫 장편.모녀의 삶을 소재로 여인의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한다.8000원.
  • 국제 플러스 / 앙카라주유소 폭발… 200명 부상

    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주유소에서 5일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200명 가까이 부상했다고 현지 뉴스채널 NTV가 보도했다.NTV와 아나톨리아 통신에 따르면 액화석유가스(LPG)를 가득 실은 한 유조차가 싣고 있던 LPG를 주유소에 풀어놓는 과정에서 작은 폭발이 몇차례 발생한 뒤 대규모 폭발로 이어졌다.레젭 아크닥 터키 보건장관은 사고 현장을 방문한 뒤 NTV와 가진 인터뷰에서 확인된 부상자 수가 189명이며 이 중 7명이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라고 밝혔다.그러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사고가 난 주유소는 4층 짜리 건물로 사고 당시 건물 상층부의 웨딩홀에서 3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 피로연이 열리고 있어서 부상자 수가 더욱 늘어났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