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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캉스 가세요?” 물었더니 되돌아온 말이…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추캉스 가세요?” 물었더니 되돌아온 말이…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떠나고 싶은 추캉스족 vs ‘제발 오지 마라’ 지역민방역당국은 ‘코로나19 재확산’ 노심초사“추석 코로나 재확산 분수령될 것”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추석 고향 이동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풍선효과로 닷새간 이어지는 긴 연휴를 이용해 국내 여행을 떠나는 ‘추캉스족’(추석+바캉스)이 크게 늘어나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 블루에 가족 여행 좀 가면 어때”“추캉스? 학교서 1번 낙인 찍히면 큰일” 확진자가 폭증한 수도권에 비해 제주와 강원 등 비교적 ‘코로나 청정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는 관광객들이 대거 왔다간 뒤 확진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주민들은 “제발 오지 말라”며 공개적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불만을 제기하고 이동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떠나고 싶은’ 사람들은 수개월째 이어진 거리두기 피로감에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떨쳐내기 위해 가족 여행을 가는게 그렇게 비난 받을 일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세종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24일 ‘추캉스’에 대해 묻자 “추캉스? 엄두도 못 낸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등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추캉스 다녀 왔다가 학교에서 1번으로 낙인 찍히면 큰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등교 기간 아이들은 종일 마스크를 쓴 채 칸칸이 띄어진 자리에 1명씩 따로 앉아 ‘침묵의 점심시간’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점심을 먹는 풍경은 학교서 사라진 지 오래다.“신행여행도 취소했는데 추캉스? 지키는 사람만 바보” 예신들 부글부글 결혼식장 참석자수 제한 조치를 받고 있는 예비신랑·신부들은 온라인커뮤니티에 “신혼여행도 취소했는데 추캉스라니 지키는 사람만 바보 같다”며 속상해했다. 일부 예비신부들은 “모임 자제하라고 해서 상견례도 아직 못했다”면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피해보는 것은 결국 우리들”이라고 푸념했다.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여름 성수기에 버금가는 관광객 30만명이 입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주지역과 단풍철을 맞아 주요 리조트·호텔들이 대부분 매진된 강원 설악산 권역 및 강릉 지역 ‘맘카페’에서는 “명절에 자기들 고향가지 말랬더니 왜 남의 고향에 오느냐” “이기적이다” “또 코로나 확진자 나올텐데 화가 난다” 등등의 불만들이 쏟아졌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추캉스를 자제하자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지만 한편에서는 “개인마다 사정이 다 있는건데 참견하지 마라”는 반박글도 달리고 있다. 충청지역 맘카페의 한 회원은 “추캉스 자제 글을 올렸다가 ‘개인사에 오지랖’이라고 면박을 받아 글을 내렸다”고 했다. ‘죄인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제주·강릉 맘카페 “왜 남의 고향 오나요?”vs “추캉스는 개인사, 오지랖 좀 그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1일 관광객수 총량제를 제안합니다’,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을 금지시켜 주세요’ 등의 청원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제주도민이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도민들은 외출도 자제하고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원망스럽다”면서 “10인 이상 모임은 금지시키면서 수백명이 밀폐된 공간에 탑승하는 비행기는 괜찮으냐”고 반문했다. 연휴 첫날(30일) 제주행 항공편은 사실상 매진 상태다. 제주도민 靑청원 “도민은 외출 자제 중,아무렇지도 않게 다니는 관광객 원망”“조치한들 무증상자 100% 못 잡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체온이 37.5도만 돼도 자부담 격리 조치하고 문제가 생기면 구상권까지 청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 불안감은 가시질 않고 있다.청원인들은 “무증상자들을 100% 잡아내기도 힘들고 많은 관광객이 오면 거리두기도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이 시간에도 제주 동문재래시장에 가보면 관광객이 너무 많아 길을 지나가질 못할 정도라 도민들은 무서워서 장도 못 본다”고 하소연했다. 방역당국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깜깜이’ 확진자가 4명 중 1명꼴로 높은데다 4월 말~5월 초 황금연휴와 7~8월 휴가철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된 전례에 비춰볼 때 추석 연휴가 코로나 확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대규모 인구 이동은 분명히 전국 유행 확산의 원인이 될 것”이라면서 “올해 추석만큼은 가족 안전을 위해 귀향을 자제하고 여행과 모임을 최소화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고향 대신 휴양지로 사람들이 몰리면 방역 강화 취지가 무색해질 뿐 아니라 방역에 협조하는 대다수 국민에게도 피해가 간다”며 이동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신규 확진 125명… 또 세자릿수수도권 97명 확진자가 대다수 지역감염 110명·해외유입 15명하루새 5명 숨져… 누적 사망 393명 한편 이날 코로나19는 수도권을 넘어 전국 곳곳에서 다시 창궐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가 또다시 100명대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5명 늘어 누적 2만 3341명이라고 밝혔다. 전날(110명)보다 확진자 숫자가 15명 더 많다. 125명 중 지역발생이 110명, 해외유입이 15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서울 39명, 경기 48명, 인천 10명 등 수도권에서 총 97명이 나와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국에서는 광주·울산을 제외한 15개 시도에서 확진자가 새로 나왔다. 이달 들어 한풀 꺾이는가 싶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0∼22일 사흘 연속 82명, 70명, 61명 등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전날 다시 100명대로 올라섰다. 앞서 국내 신규 확진자는 수도권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8월 14일부터 이달 19일까지 37일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었다. 사망자는 하루새 5명 늘어 누적 393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1.68%다. 방역당국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억제가 매우 중요한 시점에서 동네 마트 등 일상 공간에서 산발적 감염이 잇따르며 신규 확진자가 세 자릿수로 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에 추억마저 밀릴쏘냐…현대사 굴곡 닮은 만리동 고개여

    불도저는 낡은 집과 좁은 골목만이 아니라 애틋한 정과 추억을 함께 밀어 버린다. 아파트에 집착하는 대가로 상실하는 감성의 가치를 우리는 알지 못한다. 진화하는 아파트의 편리함에 매혹당한 탓이다. 성형수술로 얼굴을 다 뜯어고치듯 서울은 옛 모습을 잃고 있다. 서울역 서쪽의 만리재 언덕도 지난 10여년 동안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었다. 지도에서 서울역과 충정로역, 애오개역을 이어 줄을 그으면 거의 정삼각형이 되는 지역이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에 정면으로 맞선 사대주의 학자 최만리가 나고 자란 곳이다. 만리재라는 이름도 최만리에서 나온 것이다. 재개발 바람은 서민의 애환이 구석구석 녹아 진한 여운을 풍기던 동네 분위기를 바꿔 버렸다. 언제 적 만리재를 말하느냐는 듯 시가 10억원이 넘는 번듯한 아파트들이 군데군데 치솟아 있다. “만리동 고갯마루에 소의초등학교가 있었다. 교문 옆에 아이스케키 통을 놓고 그 위에 걸터앉아 ‘두 개 시-버-언!’ 하고 소리를 질렀다. … 아이스케키 통을 둘러메고는 만리동 고개를 내려와 서울역광장을 돌아 남대문을 거쳐 명동까지 갔다가 다시 발길을 돌려 만리동 고개로 되돌아오곤 했다.”빈민 활동 선구자인 김진홍 목사는 ‘황무지가 장미꽃같이’에서 이렇게 썼다.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도심과 가장 가까운 주거지인 이곳에 몸을 겨우 눕힐 수 있는 땅뙈기를 구해 타향살이를 시작했었다. 지게꾼과 구두닦이, 행상이라는 일자리가 있었던 서울역이 지척이었다. 걸어서 20분이면 닿는 남대문시장에서 난전을 펴고 장사를 해서 자식들을 먹여 살릴 수 있었다. 만리재는 조선시대 때부터 마포와 서소문밖을 이어 주던 소통로(疏通路)였다. 걸어 오르려면 숨이 차는 큰 고개 만리재를 넘어 내려가면 작은 고개 애오개(아현)가 나온다. 애오개에는 일제강점기에 경성감옥이 있어 자식 옥바라지를 하려고 가파른 길을 넘어 걸어가던 눈물의 모정이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성감옥 자리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과 서부지방검찰청이 들어서 법토(法土)의 맥을 잇고 있다. 양쪽 사람들은 정월 보름이면 서로 위험한 돌팔매질 놀이를 했다는데 무슨 원한 관계가 있었을까. 그렇지 않고 전해져 내려오는 세시풍속일 뿐이다. 애오개 쪽이 이기면 경기도의 농사가 잘되고 만리재 쪽이 이기면 평안도나 경상도 등 외도(外道)의 농사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었다는데, 그렇다면 만리재 쪽은 왜 피 터지게 싸우며 이기려고 했을까. 개발이 어려운 언덕바지라는 점이 땀과 눈물의 ‘트라이앵글’을 이만큼이나마 지켜 냈다. 삼각형 지역 속의 손기정기념관, 환일고등학교 십자관, 성니콜라스성당 등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몇몇은 파괴의 위기를 딛고 살아남았다. 굴곡진 현대사를 품은 건축물들은 방문객들을 잠시 감성에 젖게 한다.충정로역 근처에는 오래된 작은 아파트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 나이로 미수(米壽·88세)가 된 국내 최고령 아파트 충정아파트에 비하면 1969년생 미동아파트는 이제 51세로 젊은 축에 속한다. 충정로역 4번 출구에서 안쪽 좁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성요셉아파트가 나타난다. 1971년 완공이니 미동아파트보다 두 해 아래다. 비탈길에 절묘하게 자리잡았는데 맨 아래쪽은 6층이고 맨 위쪽은 2층이다. 방앗간, 김밥집, 미용실, 세탁소 등의 작은 1층 상가들은 변두리 동네 어귀의 가게들처럼 정겹다. 인접한 약현성당의 성도들을 위해 지었다는 이 아파트에는 지금도 수도자들이 거주한다고 한다. 중림동 일대가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이 아파트는 보존하기로 결정돼 안팎의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 중이다. 동네를 칙칙하게 만든 주범이었던 아파트 바로 앞 무허가 창고를 ‘앵커시설’로 재개발, 지난 5월 16일 문을 열었다. 2층짜리 건물에는 ‘심야살롱’, ‘도시서점’이 입주해 도시재생사업의 새로운 진로를 모색한다. 하지만 보존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탐방객들에게마저 싸늘한 반응을 보인다.성요셉아파트와 붙어 있는 남쪽 언덕에 약현성당이 있다. 약현(藥峴)은 조선시대에 약을 재배하는 밭이 있던 곳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영향이었을까. 이 지역에는 약을 만드는 기업들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다. 잊혀져 가는 종기 치료제 ‘이명래고약’ 본점도 원래 중림동에 있었다. 이명래고약의 개발자는 이명래가 아니라 충남 아산에서 활동한 에밀 피에르 드비즈라는 프랑스 신부라고 하니 뜻밖이다. 서울에 살던 천주교도인 이명래가 박해를 피해 아산으로 내려갔다가 드비즈 신부를 만나 제조법을 전수받고 민간요법을 더해 발전시킨 게 이명래고약이다. 이명래고약은 현대 의약에 밀려 2011년에 생산이 중단됐다. 충정로역 바로 옆에는 제약회사 종근당이 있다. 철공소 견습공, 쌀 배달원으로 일하다 21살 때부터 약품 외판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약을 팔았던 고 이종근은 1941년 이곳에 궁본약방을 세웠고 1956년 종근당으로 발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이자 고딕 양식 건물인 약현성당이 1998년 취객의 방화로 전소됐을 때 숭례문 화재만큼이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당시 모습은 잃었지만 15억원을 들여 원형에 더 가깝게 복원됐다. 잘 꾸며진 정원을 갖춘 약현성당은 결혼식장으로도 사랑을 받고 드라마 촬영장으로도 애용되는 명소가 됐다. 서학(西學)을 믿었다는 혐의로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당시 서소문 밖에서 처형된 98위의 순교자를 모신 성당 내 서소문순교자기념관은 방문객들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만리재는 마라토너 손기정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곳이기도 하다. 소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 5000m 경기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압록강 건너 중국 회사에 20리 길을 매일 뛰어서 다녔던 소년은 마라톤 특기생으로 양정고보에 입학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선수는 활짝 웃고 있었지만 금메달 손기정과 동메달 남승룡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없었다. 일본 대표로 출전한 설움이 앞섰던 까닭이다. 시상식 사진을 보면 손기정은 가슴의 일장기를 나무 화분으로 가리고 있다. 시상식장에선 애국가가 아닌 일본 기미가요가 연주됐다. 손기정은 인터뷰나 축하 인사 때마다 ‘손긔정’이라는 한글 사인을 해주고 간단한 한국 지도나 ‘KOREAN’을 그리거나 써줘 한국인임을 알렸다.목동으로 옮긴 양정고등학교 교정은 공원화됐다가 마라톤의 성지, 손기정체육공원으로 재단장해 지난달 문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공원 내 손기정기념관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입구에는 ‘남승룡 러닝센터’를 지어 업적을 함께 기리고 있다. 손기정이 갖고 온 나무 화분(월계수는 독일 기후에서는 자라지 않아서 월계수가 아니라 미국 대왕참나무 화분이다)은 교정에 심어 84년 세월 동안 거목으로 자랐다. 손기정기념관의 바로 위에는 1895년에 문을 연 봉래초등학교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 교동초등학교보다 1년 뒤지는 유서 깊은 학교다. 만리재 고개 정상의 짙푸른 녹음은 과거에 이곳이 제법 깊은 산속이었음을 알려 준다. 잘 조성한 산책로는 여름의 열기를 이겨 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힘들여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민들은 시원한 자연 바람을 만끽하고 있다. 산책로들이 휘감은 고개 정상이 식수를 공급하는 저장고라는 사실은 주민들도 다 모를 것 같다. 1956년에 조성해 출입금지 지역으로 관리하던 곳을 철조망을 걷어 내고 ‘만리배수지공원’이라는 휴식과 운동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으니 행정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배수지공원 언덕 아래에 환일고등학교가 있다. 기독교 감리교 계통의 학교로 1947년 균명중학교로 개교했다가 1957년 화재로 전소됐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 학교 십자관은 화재 후 철근콘크리트와 석조를 섞어 지은 건물로 63년이 흐른 지금에도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 찍어 낸 벽돌을 쌓아 올린 게 아니라 제각기 모양이 다른 돌을 마치 정교한 축대를 쌓듯이 짜맞춰 건축했다. 이런 방식으로 지은 건축물은 흔하지 않다. 1974년에는 학교 이름을 환일중고등학교로 바꿨다. 우리에게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고 하일성씨가 체육교사로 재직한 학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소의초등학교에서 애오개역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한국정교회 서울 성니콜라스대성당이라는 숨은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정교회는 동유럽에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다. 우리나라 신도는 3000여명쯤 되고 전국에 6개의 성당이 있다. 교세가 약한 것은 민족의 비극과 무관하지 않다. 1900년 최초 전래된 정교회는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신부와 신도들이 떠났고, 몇 안 되는 국내 신자들은 고아처럼 남겨졌다. 1906년 러시아 선교사가 다시 도착했지만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정교회는 심한 박해를 받게 됐다. 이후 고립무원의 상태로 일제강점기를 넘긴 정교회는 유엔군 참전국의 일원인 그리스군 종군 사제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교회를 재건했다. 아현동에 부지를 마련해 대성당을 완공한 것은 1968년이었다. 반구형 돔을 얹은 비잔틴풍 건축물은 조창한 전 경희대 교수가 설계한 것으로 국내에 두 개밖에 없다. 독특한 돔 지붕을 보고 산동네 아이들은 ‘대머리교회’라고 불렀다고 한다. 아현4구역 재개발구역 안에 있는 성당은 옮겨질 뻔한 위기를 넘겼다. 만리재의 추억은 개발의 압력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편안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과 맞바꾼 것은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삭막함이므로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군데군데 박힌 지난 시간의 흔적은 아련하기만 하다. 박제해 둘 수도 없었던 그때는 멀리서 무심히 흐르는 한강만이 기억할 것이다. 글 손성진 서울신문 논설고문 sonsj@seoul.co.kr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제7회는 11일 오전 10시 남산산책 편입니다.
  • 필리핀 탈 화산 분화, 치솟는 화산재 배경으로 멋진 웨딩 사진?

    필리핀 탈 화산 분화, 치솟는 화산재 배경으로 멋진 웨딩 사진?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 떨어진 탈(Taal) 화산이 분화한 가운데 한 커플이 치솟는 화산재를 배경으로 결혼식을 치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연말 뉴질랜드 화산 분화 때 18명이 희생된 것을 보고도 예식을 강행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치노 바플로와 캇 바우티스타 팔로마르는 12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탈 화산에서 16㎞ 떨어진 타가이타이의 사바나 농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탈 화산은 230㎢ 크기의 탈 호수 정중앙에 있는 탈 섬에 있으며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화산활동이 활발한 활화산이다. 예식이 시작했을 때부터 분출이 시작돼 증기와 재를 쏟아내기 시작했지만 예식은 시작됐다. 사진작가 랜돌프 이반은 오후 5시 30분쯤 화산재 기둥을 배경으로 부부의 모습과 부부 서약을 할 때까지 하객들이 자리를 지킨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반은 “화산 폭발 관련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계속 확인하면서 긴장하고 있었다”면서 “실시간으로 발령되는 경보와 그 단계가 격상되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악의 경우 (결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끼리 신중하게 의논했다”고 덧붙였다. 이반에 따르면 예식 준비에 몰두하던 오후 2시쯤부터 화산의 연기가 치솟아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란 점을 예감했지만 당국에서 아무런 경고가 없어서 예식을 강행했다고 털어놓았다.오후 7시 30분쯤 화산재 높이가 15㎞에 이르자 필리핀지진화산연구소는 늦은 밤 경보를 4단계로 올렸다. 위험한 수준의 폭발이 몇 시간이나 며칠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탈 화산으로부터 반경 14㎞ 안에 거주하는 45만명에게 대피령을 발령했다. 그런데 바플로 커플이 결혼식을 올린 곳은 10㎞ 안쪽이었다고 영국 BBC는 13일 전했다. 이반은 예식 장소가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명백히 안전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피로연도 같은 곳에서 치러져 문제였다. 하객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을 보면 치솟는 연기와 벼락이 내려치는데도 하객들이 열심히 뷔페 음식을 더는 사진들이 눈에 띈다. 이반조차 “옷에 화산재가 비처럼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산재가 무거워지고 진흙처럼 됐을 때에도 우리는 경보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활화산이며 1977년 마지막 분화 이후 43년 만에 분화했다. 앞서 탈 화산 분출 때문에 1911년과 1965년에 각각 1300명, 200명이 사망했다.13일에는 분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져 훨씬 위험해졌다. 용암이 치솟아 흘러내리고 있다. 이반은 양가 가족과 하객 모두 안전한 곳으로 피신했다고 전했다. 8년차 결혼식 전문 사진작가로 일하면서 처음 경험한 이번 결혼식이 매우 흥미로운 예식이었다고 돌아봤다. 필리핀에서 위험한 결혼식을 올린 과거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18년 1월 25일 알로 제라드와 마리아 마이카 델라크루즈는 알바이의 마욘 활화산이 분화할 때 결혼식을 올렸다. 예식 2주 전부터 마욘 산은 분화를 시작했고, 필리핀 지진화산연구소는 ‘반경 2마일 경계경보’를 발령해 수천 명을 대피시켰다. 다행히 결혼식장은 대피 지역 바깥이었으나 커플과 하객 모두 예식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아내의 맛’ 김상혁 결혼식, 클릭비 완전체 무대

    ‘아내의 맛’ 김상혁 결혼식, 클릭비 완전체 무대

    그룹 클릭비 출신 김상혁과 쇼핑몰 CEO가 송다예가 결혼했다. 16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는 최근 웨딩마치를 울린 김상혁, 송다예의 결혼식 현장이 공개됐다. 결혼식 당일 샵에서 메이크업을 받던 김상혁은 “결혼 어떻게 하는 거냐”라고 묻더니 “기분이 묘하다. 울렁거린다”며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이거 촬영 아니냐. 진짜로 결혼하는 거지”라며 연신 미묘한 기분을 표현했다. 이어 새 신부 송다예가 모습을 드러냈다. 눈부신 송다예의 모습에 스튜디오 패널들은 “연예인 해도 되겠다”라며 크게 감탄했다. 김상혁 또한 “너무 예쁘다”라며 “너를 보니까 결혼이라는 게 확 와닿는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뒤이어 결혼식장에 도착한 두 사람. 차분한 모습을 보이는 송다예와 달리 김상혁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기세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김상혁은 수많은 하객들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축가를 부르기로 한 클릭비 멤버 노민혁, 우연석, 김태형, 하현곤 등도 신부 대기실에 나타났고, 90년대 스타들이 총출동해 김상혁의 결혼을 축하했다. 실제 이날 방문한 김상혁의 하객만 700여명이었다. 송다예는 대기실에 방문한 어머니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았다. 이를 보던 김상혁은 VCR을 보며 “전혀 몰랐다”라며 미안해했다. 마침내 화려한 본식이 시작됐다. 김상혁은 화촉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는 양가 어머님들을 보며 울컥했고, 눈물을 말리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신부 송다예의 버진 로드 입장을 보던 하객들도 감동을 느꼈다. 눈물로 가득한 결혼식이 될 뻔 했으나, 송다예의 머리 장식이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무거운 머리 장식 탓에 송다예의 머리가 연신 휘청거렸던 것. 이 광경을 보며 신랑 김상혁을 비롯해 하객들은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김상혁은 송다예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서약을 읽어 내린 뒤 오종혁, 유호석 등 클릭비 원년 멤버들과 ‘드리밍’을 열창했다. 그는 부끄러워하면서도 “다예야 사랑한다”라며 애정을 가득 드러냈다. 특히 김상혁은 클릭비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며 “콘서트나 작은 팬미팅을 준비 중이다”라고 예고해 팬들을 설레게 했다.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인 홍현희도 축시를 준비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패러디한 홍현희의 진심 어린 편지는 웃음과 감동을 함께 안겼다. 김상혁과 송다예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퇴장하며 다시 한번 영원한 행복을 다짐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미래유산 톡톡] 1970년대 대장장이 땀방울·미용사 손길 그대로

    [미래유산 톡톡] 1970년대 대장장이 땀방울·미용사 손길 그대로

    투어단은 을미사변 후 의병을 일으켜 국권을 지키고자 했던 왕산 허위 선생을 기리는 왕산로를 따라 8곳의 서울미래유산을 탐방했다.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는 교통, 교육, 전통시장으로 대표되는 곳이다. 근현대 서민들의 삶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동광대장간은 17세 때 작은아버지로부터 말편자와 농기구 제작 기술을 배운 이흔집씨가 1975년에 용두동, 제기동 일대에서 개업한 대장간이다. 경력이 50년이 넘는 창업자의 뒤를 이어, 지금은 아들 일웅씨가 이어 받았다. 홈페이지를 개설해 주문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을 이어 가는 아들을 보는 창업자의 마음이 든든하다고 한다. 건축용 자재와 캠핑용 제품, 텃밭용 농기구 주문이 효자상품이다. 공장의 대량 생산과 중국산 제품의 공략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다.가을의 알록달록한 풍경과 함께 투어단을 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 곳은 서울시립대의 경농관과 자작마루이다. 서울시립대는 1937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경농관과 자작마루, 박물관 건물을 지었다. 전형적인 일제강점기의 건축양식을 보여 주는 건축물이다. 연와조의 벽체, 목조 트러스 지붕 등 건립 당시의 모습이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인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건축물이다. 경농관은 당시에 대학 본부와 강의실로 사용됐다가 현재는 전시실과 서울학연구소로 상용되고 있으며 자작마루는 강당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학교의 중요 행사와 결혼식장 등으로 이용된다. 딱 트인 내부 공간은 한 폭의 명화 속에 안겨 있는 느낌을 줬다. 목재 트러스 구조의 천장에서는 진한 송진 냄새가 배어 나왔다. 나무들은 각목으로 다듬어진 것도 있고 어떤 것은 통나무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연한 갈색을 띤 점토 벽돌의 외벽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한몫하고 있었다.또 다른 서민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는 미래유산은 금강헤어라인이었다. 1967년 청량리 현대코아에서 미용실을 개업한 이는 김미자 창업주이다. 현재는 창업주의 올케인 신간난씨가 가게를 이어 받았다. 신씨는 딸을 출산하기 하루 전까지 시누이를 도와 일했다고 한다. 2003년부터 가게를 도맡아 운영하고 있다. 좋은 인연을 만나 미용실을 물려주는 게 단 한 가지 바람이다. 김은선 (서울미래유산연구팀 연구원)
  • 대구시 작은결혼식 지원한다

    대구시는 20일 달성군 백년타워에서 진행하는 특별하고 뜻 깊은 ‘작은결혼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결혼식의 허례허식을 없애고 합리적인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대구시가 추진 중인 ‘작은결혼식’은 올해 두 번째다. 시는 이날 예식을 위해 야외 예식공간과 주차장소, 실내 식사 장소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달성군의 협조를 얻었고, 음향장비, 하객의자, 꽃길 등 결혼식 설비 일체와 진행을 지원한다. 이번 작은 결혼식의 주인공인 김동민, 고은영 커플은 “여느 결혼식장에서처럼 정해진 시간에 쫓기듯이 사진 찍고 기억도 하지 못하는 형식적인 인사와 밥만 먹고 가는 결혼식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며 “와주신 하객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본식은 짧게 하고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가져 친척, 지인분들과 오붓하게 모여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불필요한 결혼식 비용은 줄이고 결혼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준비하여 치르는 합리적이고 알찬 작은 결혼 문화 확산을 위해 금호강 하중도, 옻골한옥마을, 어린이회관 잔디광장 등 22곳의 실내외 공공기관 예식장소 개방을 확대하고 ‘대구 작은 결혼식’ 블로그를 운영하며 예비부부들에게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역 행사와 연계하여 작은결혼식 홍보·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작은결혼식 미니박람회도 개최하는 등 시민들에게 작은 결혼 문화를 알리고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대구시 하영숙 여성가족정책관은 “남들만큼 치러야 된다는 우리사회의 체면문화로 인한 고비용 허례허식적인 예식 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결혼기피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이 아닌 결혼 당사자들의 합의와 가치관이 담긴 의미있는 ‘작은결혼식’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베니♥안용준 결혼 반대에...“결혼식 장소+날짜 정해서 가족들에 통보”

    베니♥안용준 결혼 반대에...“결혼식 장소+날짜 정해서 가족들에 통보”

    ‘동치미’ 가수 베니와 배우 안용준이 9살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할 수 있었던 방법을 공개했다. 13일 방송된 MBN ‘속풀이쇼 동치미’에는 베니와 안용준이 출연했다. 이날 안용준은 “(베니와 결혼 당시) 반대가 너무 심했다”며 “내가 심한 막둥이에 위로 누나가 두 명 있다. 작은 누나가 아내와 동창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진짜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나보다 어리거나 동갑인 여성 분과 결혼한다고 했어도 어차피 시작은 반대였을 것”이라며 “외아들을 가진 가족들 마음은 어쩔 수 없단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베니 역시 “남편 나이가 너무 어리니까 아빠가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면서 힘들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안용준과 베니는 가족들 반대에도 결혼에 골인한 비법은 ‘통보’였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안용준은 “반대를 이겨내기 위해 싸워야 할 지 설득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했다. 둘이 결혼식장도 다 잡고 결혼 날짜를 알렸다”고 털어놨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번 달만 70만원… 2030은 청첩장이 무섭다

    이번 달만 70만원… 2030은 청첩장이 무섭다

    “취준생은 축의금 내면 밥값도 없어” “돈 대신 작은선물 주는 문화로 바꿔야”“10월 한 달 결혼 축의금만 70만원이 나가게 생겼네요. 한 달 용돈이 50만원인데….” 대학 졸업 후 정규직 취업 준비만 7년째인 김모(30)씨는 “요즘 청첩장을 5장이나 받았는데 관계를 생각하면 2명에게는 20만원씩, 나머지 3명에게는 10만원씩은 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5월과 10월만 되면 축의금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1년 중 결혼을 가장 많이 하는 10월에 접어들면서 김씨처럼 거액의 축의금을 내기가 부담스럽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이거나 갓 취업한 직장 초년생 등 ‘2030청년층’의 비명이 유난히 더 크게 들려온다. “잘 지내지? 나 결혼한다.” 최근 대학 친구로부터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취업준비생 김모(28)씨는 “축하한다”는 답장을 보냈지만 마음 한켠에 부담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올해 안에 취업한다는 목표로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받는 용돈 40만원으로 생활하는 처지에 축의금 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진 것이다. 김씨는 “대학생 때는 축의금을 조금 내도 다들 ‘아직 학생이니까 괜찮아’라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축의금을 내는 게 눈치가 보이더라”면서 “친한 친구라 10만원은 내야 할 것 같은데 당장 다음주 식비가 걱정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준생 황모(27)씨는 “결혼식장에 가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 ‘요즘 뭐하냐’고 물으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면서 “축의금 3만원을 내는 것도 벌벌 떠는 내 모습에 초라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갓 취업한 직장인도 고액의 축의금이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 배모(32)씨는 공무원인 지인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배씨는 “청탁금지법에 따라 경조사비가 공직자 사이에는 5만원으로 정해져 있는데 누가 봉투를 열어 보는 것도 아니고, 5만원만 냈다간 야박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최소 10만원은 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지방에서 열리는 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휴일을 반납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씨는 “KTX 왕복 비용에 축의금까지 더하면 20만원은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축의금이 축하의 의미보다 준 만큼 돌려받는다는 거래 개념으로 인식되는 현실이 문제”라면서 “외국처럼 돈 대신 작은 선물을 주는 쪽으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안양시, 옛 시장관사 야외정원에 ‘작은 결혼식장’ 운영

    안양시, 옛 시장관사 야외정원에 ‘작은 결혼식장’ 운영

    경기도 안양시가 고비용 혼례문화를 개선하고 건전한 결혼문화 조성에 나선다. 시는 예절교육관 야외정원을 작은 결혼식장으로 꾸며 시민에게 대관한다고 2일 밝혔다. 동안구 평촌대로에 위치한 시 예절교육관은 우리 고유의 전통과 미풍양속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관사를 고쳐 2000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대지면적 2221㎡, 한옥 형태의 본관과 관리동 339㎡ 규모로 정원은 잔디로 꾸며져 있고 주위는 벚나무가 우거져 있는 곳이다. 예절교육관 ‘작은 결혼식’은 예비부부가 스스로 결혼식을 설계하고 진행해 개성 있고 특별한 결혼식으로 꾸밀 수 있다. 시는 예절교육관 야외 정원을 무료로 빌려주고 음향장비와 결혼 소품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김재광(34), 임수현(31)씨 부부가 100여명의 하객이 함께한 가운데 첫 번째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예비부부 또는 양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시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된다. 매주 토요일 1회 3시간에 한해 100명 이내의 하객을 모시고 결혼식을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보호원이 결혼식을 치른 결혼당사자 또는 혼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택 마련 비용을 빼고 결혼비용으로만 1인당 평균 500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혼자의 79.6%가 작은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했지만 실제로 기혼자 중 작은 결혼식을 한 비율은 5.4%에 그쳤다. 이는 젊은 세대 인식의 변화를 사회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예비 신랑·신부가 작은 결혼식을 하려고 해도 부모의 반대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지적이다. 문소운 가족여성과장은 “예절교육관은 작지만 의미 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부부에게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될 것”이라며 “ 좀 더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시민이 이용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결혼식에 깜짝 하객? 푸틴 대통령!

    오스트리아 외무장관 결혼식에 깜짝 하객? 푸틴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하객으로 초청해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오스트리아 외무장관의 결혼식에 끝내 참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남동부 작은 마을에서 진행된 카린 크나이슬(53) 오스트리아 외무장관과 사업가인 볼프강 메일링어의 결혼식에 초청받아 자리를 함께 했다. 그는 전용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제2의 도시 그라츠에 내린 뒤 자동차 편으로 결혼식이 열린 슬로베니아 접경을 이루는 개믈리츠 마을로 향했다. 차량 안에는 신부에게 줄 꽃다발을 실었고, 러시아 전통 카자크 합창단원들을 대동한 채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각 대장’의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는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결혼식에 10분 늦게 도착해 예식 시작을 다소 늦췄다. 푸틴은 식장에서 독일어로 짧은 연설을 했고 오스트리아 전통 의상을 입은 신부 크나이슬 장관과 춤을 추기도 했다. 크나이슬 장관은 카자크 합창단원과 카자크 춤을 추는 등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무소속인 크나이슬 장관은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를 반대하며 친러 행보를 보여온 극우 자유당의 천거를 받아 장관직에 기용된 학자 출신으로 푸틴 대통령과의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랑 메일링어는 푸틴 대통령과 유도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그의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밝혔다. 대변인은 또 푸틴 대통령이 신랑신부에게 그림 한 점과 오일 압착기, 차 주전자인 사모바르 골동품을 선물했다고 덧붙였다. 오스트리아 외무부는 크나이슬 장관이 결혼식에 푸틴을 초청한 것은 사적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 일이 알려진 주초부터 논란이 일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크림병합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사태,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독살 시도 사건 등을 놓고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 EU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외교 수장이 푸틴을 결혼식에 초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야당인 사회민주당 소속 외르크 라이히트프리트 의원은 “이번 일로 중립적인 중재자로서 오스트리아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객 약 100명이 초대받은 이날 결혼식에는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 쿠르츠 총리가 이끄는 우파 국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 당수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 부총리도 참석해 자연스럽게 즉석 정상회담도 이뤄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예식을 마친 뒤 독일 베를린 근처 메제부르크 성으로 이동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에 들어가기 전 “시리아는 재건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고 시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선 메르켈 총리는 우크라이나 분쟁과 시리아 내전, 이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 스트림 2’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면서 인권문제와 양자 관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독일에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중단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쪽방’ 장애인 부부에 예식장 마련해줘

    ‘쪽방’ 장애인 부부에 예식장 마련해줘

    ㈜대산공사가 장애인 부부의 결혼식장을 무료로 제공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대산공사는 결혼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김성호(37)·김진희(30)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지난 24일 서울 세종대로 서울마당(서울신문사 앞)에 이들의 결혼식장을 무료로 마련해줬다. 남편은 지체장애, 아내는 시각장애가 있는 부부는 동자동에서 쪽방 생활을 하다가 2년전 ‘밥퍼’ 사역을 하던 설수철 목사(51)를 처음 만났다. 설 목사는 대출까지 받아 이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고, 결혼식을 올려주기 위해 이창호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대표(목사)와 함께 도울 길을 찾았다. 그러던 중 대산공사를 만났고, 일본 카토(KATO)사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제품 야외 전시회의 장소를 예식 무대로 쓰기로 한 것. 아내 진희 씨의 소원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수급을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이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성호 씨는 “저희 부부가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주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고 베풀면서 세상의 등불과 소금이 되겠다”면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설수철 목사,떼본?용산구청 복지국장,琉??작은교회살리기연합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식장엔 300여명의 하객이 참여해 이들의 앞날을 축하해줬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중랑 ‘5월愛’ 프러포즈

    중랑 ‘5월愛’ 프러포즈

    ‘벚꽃이 지면 장미가 온다.’4월 축제의 대세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 벚꽃 축제라면 5월 축제의 백미는 서울의 대표 축제인 중랑구 ‘서울장미축제’를 꼽을 수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축제 관람객이 평균 10만명 안팎인 반면 서울장미축제는 지난해 192만명을 동원해 지자체 축제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올해 서울장미축제는 다음달 18일 중랑구 묵동과 중화동 일대 중랑천 제방 위 5.15㎞의 장미터널과 수림대 장미정원, 중화체육공원 등에서 3일간 펼쳐진다.●야외 결혼식장 꾸며 포토존 대거 설치 올해 장미축제 테마는 ‘5월의 프러포즈-나랑 결혼해 줄래’이다.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자, 결코 잊을 수 없는 장소로 축제를 꾸민다는 계획이다. 우선 축제장 일부를 야외 결혼식장 분위기로 연출하고 반지 조형물, 프러포즈 조명 등 여심 저격 설정을 곳곳에 마련한다. 인생 최고의 사진인 ‘인생샷’을 찍을 수 있도록 각종 포토존도 대거 설치한다. 발광다이오드(LED) 웨딩드레스 포토존, 유채밭 프러포즈 포토존, 장미 포토존 등이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셀카 문화 확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젊은층의 트렌드를 겨냥한 것이다. 또 축제 속 장미의 진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00년대 중반 중랑천변 미화 차원에서 조성한 장미넝쿨이 2015년 서울장미축제 출발과 함께 수천만 송이 규모로 확대된 뒤 지난해에는 밤에 피는 LED 장미로 승화된 데 이어 올해는 건물 벽에 조명으로 피우는 장미 등으로 볼거리를 더했다. 실제로 장미터널과 공원 내 조명이 화려해진 것은 물론 LED 웨딩드레스 포토존, 장미꽃배 조명 등 축제장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조명 공간을 마련한다. 꽃비, 장미성 미디어 불꽃쇼 등 빛을 이용한 장미쇼도 있다. ●장미·연인·아내 주제… “매일 새로워” 축제는 3일 동안 장미·연인·아내를 테마로 진행된다. 리틀로즈 페스티벌 시작인 11일 밤에는 야간조명 점등식과 꽃비를 내리며 막을 올린다. 첫날인 18일 ‘장미의 날’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장미퍼레이드’와 ‘장미가요제’가 열린다. 이어 19일 ‘연인의 날’에는 ‘로즈&뮤직파티’, ‘뮤지컬 그리스 갈라쇼’ 등 젊은층을 위한 공연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20일 ‘아내의 날’에는 아내에게 사랑을 전하는 ‘장미 테이블’ 이벤트와 프러포즈 이벤트가 열린다. KBS 교향악단의 연주 및 불꽃과 레이저를 결합한 불꽃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매일 다른 테마의 축제를 선보이는 만큼 축제 기간인 3일 내내 찾아와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장미 꽃배, 웨딩드레스 체험, 장미 꽃등 띄우기, 옹기 만들기, 가상현실(VR) 등 체험 이벤트와 버스킹 공연, 로즈마켓, 로즈 뷰티존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놀거리, 먹거리뿐 아니라 전통시장, 푸드트럭 등 먹거리도 풍성하다. ●장미터널 5.15㎞… 작년 192만명 다녀가 축제는 중랑천변 미화 차원에서 2000년대 중반부터 제방에 심어 온 장미넝쿨을 지역의 문화 자원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앞서 2005년 묵동교~묵현초교 앞 1.2㎞ 구간을 시작으로 2006년 묵현초교 앞~이화교(1.3㎞), 2007년 이화교~장안교(2.5㎞), 2009년 묵현초 앞~이화교(0.8㎞) 등 제방 위 5.15㎞ 구간에 달하는 장미넝쿨이 조성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3년 음악회, 구민 노래자랑 등으로 이뤄진 5000여명 규모의 중랑천장미문화축제가 기획되기도 했다. 나진구 중랑구청장은 민선 6기 취임 후 이듬해인 2015년부터 이를 서울장미축제로 바꾸면서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도시 규모의 축제로 키워 나갔다. 붉은 장미의 꽃말이 ‘사랑’이라는 점에 착안해 축제의 테마를 장미·연인·아내로 삼아 젊은층, 특히 여성을 겨냥한 축제로 변신시키며 ‘잭팟’을 터뜨렸다. 나 구청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긴 장미터널’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키고 여기에 문화 콘텐츠를 입히면 화천의 산천어 축제나 보령의 머드 축제 못지않은 축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이른바 지역의 자산을 문화와 접목시키는 컬처노믹스의 힘이다. 그는 “장미는 어느 곳에서나 적용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중랑이 선점한 게 의미 있다”면서 “삼성 에버랜드의 장미 축제를 능가하는 규모로 축제를 개최한다는 점에서도 특색이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2013년 5000명 규모의 동네 축제는 2015년 16만명에 이어 2016년 77만명 규모로 몸집을 불렸고, 지난해는 외국인 5만여명을 포함해 192만명이 다녀간 매머드급 축제로 성장했다. 원래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닌 문화 소외 지역에서 기획한 축제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는 점에서 무에서 유를 창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한국마케팅협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브랜드 대상에서 전국 733개 축제 가운데 ‘소비자 평가 추천하고 싶은 10대 축제’에 선정됐다. 한국축제콘텐츠협회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에서 2017년 축제 프로그램 우수상을, 2018년 축제경제부문 대상을 받았다. 관람객 수의 폭발적인 증가는 지역 경제에 대한 파급 효과도 가져왔다. 2015년 1억 8000만원에 달하던 축제 마켓 부스 총매출액이 지난해 16억원으로 치솟았다. 축제 기간 인근 상가와 식당 매출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한국경제예측연구소에서는 지난해 축제로 인한 생산 유발 효과는 197억원, 고용 유발 효과 233명, 소득 유발 효과는 77억원이라고 분석했다.●‘2박 3일 축제’ 4계절 찾는 명소 만들 것 무엇보다 축제로 인한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은 지역 발전에 대한 희망과 자긍심 고취로 이어졌다. 실제로 서울장미축제가 열리는 지역인 묵2동 주민들은 장미축제와 연계한 도시재생을 구상하고 2016년 7월부터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서울시 공모사업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2월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돼 서울시로부터 5년간 최대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구에서는 이 지역에 장미 마을, 특화거리 등을 조성해 도시재생사업과 서울장미축제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나 구청장의 목표는 축제의 자산화이다. 그는 “축제는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어야 가치가 커지는 만큼 2박 3일짜리 축제를 위해 구축한 하드웨어를 1년 4계절 쓸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제장을 1년 365일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중랑천 징검다리와 장미전망대를 설치했고 작은 도서관도 신축했다. 장미신전, 장미꽃길 조성 등 기반시설도 대폭 정비했다. 올해는 장미넝쿨길에 대한 관람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연륙교를 놓았으며 장미터널 상시 조명 구간을 확대하고 서울장미공원 상징조형물도 만들었다. 앞으로 이러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공연, 문화행사 등을 진행해 일대를 중랑구의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최지우 신랑은 훈남에 30대의 IT업계 종사자”

    “최지우 신랑은 훈남에 30대의 IT업계 종사자”

    지난달 29일 깜짝 결혼식을 올린 톱스타 최지우(43)의 신랑은 연하의 IT업계 종사자인 것으로 알려졌다.3일 연예계에 따르면 최지우의 신랑은 30대의 직장인으로, IT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최지우 씨의 신랑은 훤칠한 키의 전형적인 훈남으로 신부보다 어리다”고 귀띔했다. 앞서 최지우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신랑에 대해 “1년여간 교제한 평범한 직장인”이라는 간단한 정보만 공개해 궁금증을 키웠다. 최지우가 연애한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결혼식을 올려 많은 이들이 깜짝 놀랐고, 신랑에 대한 궁금증이 높았다. 최지우 역시 자신의 팬카페에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신랑에 관해서는 소개를 하지 않았다. 그는 “참석하시는 가족들과 공인이 아닌 그분께 혹시나 부담될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미리 알리지 못해 죄송하다”고만 했다. 소속사는 “결혼을 앞두고 최지우 씨에게 여러 차례 신랑에 대해 질문을 했으나 웃음으로 답하면서 ‘평범한 직장인’이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최지우는 결혼식에 관한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조용히 비공개 웨딩을 치렀다. 식후 석 장의 웨딩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물론, 신랑은 제외하고 본인만 찍힌 사진이다. 연예계에 따르면 최지우는 3월29일 오후 5시30분 서울 송파구 롯데 시그니엘 호텔 76층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 호텔 홈페이지에 소개된 화려한 결혼식장이나 레스토랑이 아니라 별도의 작은 스튜디오 공간을 예식장으로 꾸며서 말 그대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에는 총 40석이 마련됐으며 가족만 초대했다. 별도의 청첩장이나 예식장 안내도 없었기에, 당일 시그니엘 호텔을 찾은 사람이라도 최지우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예식은 작은 교회 결혼식처럼 소박하게 치러졌다. 단상에 꽃이 놓여있고 그 앞에 하객들 의자가 놓인 형태였다. 성악가의 축가 정도가 별도의 코너로 마련됐으며, 여느 연예인 결혼식과 달리 일체의 협찬 없이 치러졌다. 예식 후에는 하객들이 식장 옆 식당에서 식사했고, 최지우와 신랑은 하객들에게 인사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최지우는 결혼에 앞서 연예계 지인들에게도 알리지 않아 결혼식에 대한 보안이 유지됐다. 소속사에도 결혼식 하루 전에야 알렸을 정도다. 결혼식에 연예계 동료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소속사 관계자도 소수만 예식 사진 공개를 위해 참석했다. 최지우와 친한 한 배우는 “우리도 기사를 보고 알았고 너무 깜짝 놀랐다”며 “조용하게 치르고 싶어서 연락을 안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지우는 예식 후 소속사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예쁘게 잘 살겠다. 여러분이 주신 사랑 항상 기억하면서 배우로서 변함없이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지우는 3월31일 신혼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tvN 4부작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 출연했으며, 결혼 후에도 연기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 아빠 육아휴직 때 月 30만원… 서초구의 실험

    지자체 최초 조례 입법 예고 수당과 별도…“100% 구 예산” 서울 서초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남성 육아휴직자들에게 ‘육아휴직 장려금’을 지급하는 조례 제정을 위해 입법 예고를 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초구는 “남성의 가사·육아 시간이 길수록 둘째 아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캐나다 퀘벡시는 남성 육아휴직이 2배 늘자 출산율이 7%나 증가했다”며 “조례가 통과되면 서초구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아빠 유아휴직자에게 아이 1명당 1년간 월 30만원씩, 360만원을 지급하게 된다”고 전했다. 구의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은 정부 육아휴직수당과 별도로 지급된다. 구 관계자는 “현재 남녀 육아휴직자들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50%씩 부담하는 고용보험을 통해 육아휴직 급여를 받고 있다”며 “서초구 육아휴직 장려금은 이와 별도로 100%로 구 예산으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구는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을 포함, 17개 저출산 대책도 마련했다. 만남과 결혼을 위해 미혼 남녀 만남의 장 마련, 작은 결혼식장 제공, 예비부부 건강검진 등을 한다. 임신·출산·양육 지원을 위해 서울시 최초 5만원 상당 ‘임신축하 선물 꾸러미’ 제공, 모든 출산 가정 ‘산모돌보미’ 파견,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서초프랜대디스쿨’ 운영 등을 한다.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제공하는 ‘서초맘 블로그’ 운영,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인프라·양육 환경 조성에도 주력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초구의 2016년 출산율은 0.93명, 출생아는 3269명으로 저조하다. 이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국·시비를 제외하고 구 자체 예산 53억여원을 투입한다”며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통해 여성의 ‘독박육아’도 해결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서초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아이유가 내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다면?

    아이유가 내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다면?

    아이유, 휘성, 린이 일반인 커플들을 위해 축가를 불러줬다. 모바일 콘텐츠 채널 딩고는 가수 아이유, 휘성, 린이 참여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이하 세아노)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고 11일 밝혔다. 딩고에서 제작하는 ‘세아노’는 일반인 커플을 위한 축가 이벤트다. 최고의 가수들이 결혼식 현장에 깜짝 등장해 축가를 불러준다. 지금까지 아이유, 휘성, 린 등이 출연했다. 축가 영상이 공개되자 아이유 편은 조회수 300만회를 기록했으며 휘성 편 역시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140만회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먼저 아이유 편은 사연 신청자의 친언니 결혼식에 아이유가 깜짝 등장해 ‘매일 그대와’를 축가로 불렀다. 이어 신랑 신부가 좋아하는 ‘첫사랑이죠’를 무반주로 한 소절 불러 행복을 안겼다. 또 팬의 결혼식장에 등장한 휘성은 ‘사랑은 맛있어’를 축가로 불렀다. 결혼식이 끝난 후 휘성은 신랑 신부를 위해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말을 건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딩고는 현재 결혼을 앞둔 일반인 커플들의 ‘세아노’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커플은 축가를 희망하는 가수와 그 이유, 결혼식 날짜와 신랑 신부의 사연 등을 적어 딩고 담당자 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사진 영상=딩고 유튜브 채널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월드피플+] 60년 만에 결혼사진 찍은 노부부 화제

    [월드피플+] 60년 만에 결혼사진 찍은 노부부 화제

    1957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한 쌍의 연인이 평생 사랑할 것을 맹세했다. 할아버지가 가꿔놓은 정원에서 고모가 구운 웨딩 케이크를 앞에 두고, 대모가 바느질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치러진 그야말로 작은 결혼식이었다. 이후 60년 세월 속에 신랑이었던 세우 루소와 신부였던 도나 로사 부부는 9명의 자녀와 16명의 손주, 그리고 4명의 증손주를 가진 노부부가 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전히 결혼식 때 맹세한대로 변함없는 사랑을 키워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60년 전 소박하지만, 행복했던 첫 기억을 나눴던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갔고, 결혼식의 추억을 기록한 사진조차 한 장 찍어두지 못했다. 대가족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노부부로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그런 노부부를 위해 상파울루에서 웨딩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나섰다. 결혼식장과 꽃장식은 물론 메이크업과 의상, 그리고 촬영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노부부는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상파울루 포토그래피가 지난 21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공개하고 있는 사진에는 노부부가 지난 60년 동안 행복한 삶을 살았으며 여전히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 모습에 네티즌들은 “변함없는 사랑이 너무 아름답다”, “멋진 소식이다”, “나도 결혼 60주년에 하고 싶다” 등 호평을 보이고 있다. 사진=상파울루 포토그래피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팔다리 마비 15개월 만에 결혼행진 해낸 높이뛰기 선수

    팔다리 마비 15개월 만에 결혼행진 해낸 높이뛰기 선수

    두 차례나 올림픽 육상 높이뛰기에 출전했던 제이미 니에토(40·미국)가 오로지 부인의 왼손에만 의지한 채 결혼식 행진을 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척추를 다쳐 팔다리 감각을 잃은 지 15개월 만에 일어난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니에토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근처 엘카혼의 작은 교회에서 허들 선수 출신인 아내 셰본 스토다트와 결혼식을 올렸는데 복도를 직접 걸어가 신부의 뺨에 키스를 보낸 뒤 리무진의 문을 직접 열어주는 등 모두 130걸음을 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처음 교회에 입장할 때는 보행기의 도움을 받았지만 예식을 마친 뒤에는 지팡이도 보행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직 아내가 뻗친 왼손을 잡고서 해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4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6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던 그는 지난해 4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제자들 앞에서 공중제비 시범을 보이다 목을 크게 다쳐 손들과 발로 어떤 감각도 느끼지 못하는 횡액을 당했다. 의사들은 다시 걸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니에토는 “기념비적인 날이니 기념비적인 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난 분명히 은총받았으며 여기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 이 정도까지 해내기 위해 정말 많은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이번은 몸을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일들 중에 첫 발을 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니에토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지 6개월 만에 셰본에게 휠체어에 앉은 채로 결혼 프로퍼즈를 했는데 1년 만에 결혼식장에서 아내를 향해 직접 걸어가고 그녀를 리무진에 데려다주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신랑들러리인 케빈 헨더슨은 “그는 오랫동안 연습했는데 걷기를 원하는 날짜를 잡았다. 보행기를 이용하거나 휠체어를 타지 않고 결혼식장을 걸어보고 싶어했다. 목표를 세웠고 해냈다”고 감격했다. 예식을 주관한 도니 맥그리프 신부는 “기적이 이뤄졌다. 난 그를 오랜 세월, 올림픽 출전 선수로 시작해 비극적인 사고를 겪는 것이나 기적적으로 돌아온 것을 모두 지켜봤다. 그는 해낼 것이라고 결심했다. 결혼식 행진을 하고 싶어한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는 많은 다른 것처럼 목표를 성취해냈다”고 말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평일 대관·90일 전 예약… 작은 결혼, 적은 기회

    평일 대관·90일 전 예약… 작은 결혼, 적은 기회

    “처음에는 야외 작은 결혼식(하우스웨딩)을 하려고 민간업체를 찾았는데 일반 결혼식만큼 비용이 비쌌습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무료로 빌려주는 작은 결혼식장을 알아봤는데 경쟁이 너무 심하거나 주말 대관이 안 돼서 포기했습니다.”직장인 윤모(30)씨는 “과도한 결혼비용과 허례 의식을 줄이고 부부만의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부모님까지 설득했는데 결국 지난 5월 일반 결혼식장에서 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작은 결혼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작은 결혼식은 일반 예식장과 비용이 비슷한 경우가 많고 미술관, 전시장, 공원 등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작은 결혼식장은 개점휴업 상태인 경우가 상당수였다. 전문가들은 저렴한 결혼식장이 작은 결혼식의 핵심인 만큼 결혼 문화 개선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공연 우선에 날짜 제한적 22일 서울시 및 시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작은 결혼식장 18개를 점검한 결과 44.4%에 해당하는 8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지난해 4월 이곳들을 작은 결혼식장으로 선정하고 꾸준히 홍보 중이다. 중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예비부부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지만 지난 4월부터 대관 사업을 중단했다. 미술관 내에 3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할 수 있는데 정작 미술관 휴관일인 월요일에만 예약을 받으면서 외면당한 것이다. 미술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식장 대관 문의가 많았는데 주말 결혼식은 안 되고 월요일만 대관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니 신청자가 단 한 쌍도 없었다”고 말했다. 통상 예비부부들은 결혼 1년 전부터 식장을 예약하지만 중구 서울시청 별관 후생관은 결혼 90일 전부터 예약을 받는다. 결혼이 코앞에 닥쳤는데 식장 예약에 실패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지난해 6쌍, 올해 1쌍의 부부가 결혼식을 진행했다”며 “90일 전부터 예약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대관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천구 금천예술공장은 지난해 1건만 결혼식을 치렀고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은 현재까지 한 건의 예식도 없었다. 시설의 본래 목적인 전시와 공연을 위해 우선적으로 대관을 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제한적이다. 서초구의 인재개발원과 서울연구원의 결혼식 예약 건수는 올해 각각 10건과 7건에 머물렀다. 인재개발원 관계자는 “대중교통편이 불편하고 피로연장도 식장 건물과 떨어져 있어 많이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산한옥마을 등 인기 지역 예약 전쟁 반면 10여곳의 작은 결혼식장에서는 예약 전쟁이 벌어진다. 지난해 남산한옥마을에서 73건의 결혼식이 열렸고 올해는 60건이 예약됐다. 특히 외국인 커플의 예약이 전체의 70%를 넘는다. 월드컵공원은 친환경 결혼식, 반포한강공원은 소풍 결혼식으로 인기가 높다. 양재 시민의숲 결혼식장은 지난 1월에 올해 예식이 모두 마감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은 결혼식장 대관 사업이 잘 안 되는 시설은 수요 조사를 다시 해 보완하겠다”며 “또 작은 예식에 적합한 공공시설을 더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 팀장은 “수요는 많은데 결혼식장 공급이 적은 상태”라며 “공공기관의 장소 확충과 함께 종교시설이나 기업 등이 장소를 제공토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치유의 손길, 때묻지 않은 순수… 마음을 씻다

    과장 좀 보태 ‘복음’ 같은 말이었습니다. 계곡 출입이 허용된다는 군청 직원 말이 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화 통화가 끝나자마자 행장 꾸려 나섰습니다. 목적지는 강원 정선의 덕산기 계곡입니다. 세상과 부대끼며 상처받았던 계곡은 지난 3년 동안 세상으로 난 문을 닫아걸고 은둔했지요. 자연휴식년 기간 동안 계곡은 얼마나 몸을 추슬렀을까요.덕산기 계곡은 접근이 참 까다로운 곳이다. 가는 길이 어렵다기보다 진면목과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분단장하고 난 이후의 모습은 타이밍 맞추기가 쉽지 않다. 여간해선 곁을 내주지 않는 도도한 미인이 이럴까 싶다. 왜 그런가. 이는 덕산기 계곡의 핵심 키워드를 알면 이해가 쉽다. 이 계곡을 대표하는 단어는 ‘물빛’과 ‘오지’다. 먼저 물빛은 비가 온 뒤 생긴다.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을 즈음 계곡은 아름다운 옥빛을 드러낸다. 한데 오래가지 않는 게 문제다. 물이 쉬 빠지는 지형이기 때문이다. 많은 비가 와도 1주일 정도면 물이 빠진다고 한다. 그러니 도시인이 ‘립스틱 짙게 바른’ 덕산기 계곡과 만나려면 많은 비가 내리고, 흙탕물이 가라앉고, 담긴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는 오지다. 사실 덕산기 계곡이 나라를 대표하는 오지라 보기는 어렵다. 정선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예전과 달리 진입로까지 길이 곱게 나 있기 때문이다. 한데 일부 구간에서는 반드시 몸을 물에 담가야 더 나아갈 수 있다. 요즘처럼 가물 때면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걸을 수 있지만 비가 온 뒤엔 상황이 달라진다. 허리춤까지 물에 잠기는 구간도 있다. 몸을 적시지 않으려면 돌아가야 하는데 주변이 ‘뼝대’(벼랑을 이르는 사투리)라 이마저 쉽지 않다. 바로 이런 점에서 덕산기 계곡을 오지라 할 만하다. 물이 빠졌을 때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계곡물이 가득 찼을 땐 멀리서 눈으로만 감상해야 할 기암들을 가까이서, 그것도 손으로 만져가며 걸을 수 있다. 극한의 건천이 선사한 작은 선물인 셈이다. 그 곱다는 물빛보다야 못하겠지만, 이쪽도 뭐 그리 나쁠 건 없다. 이번 여정에선 봄 가뭄과 맞물려 계곡의 갈증이 한결 심했다. 그래도 바짓가랑이 젖지 않고 계곡을 걷는 맛이 나쁘지는 않다. 덕산기 계곡은 ‘기골이 장대한’ 뼝대로 둘러싸인 은둔의 땅이다. 1970년대 이전까지 바깥세상과 교류 없이 살던 주민들이 화전 금지와 함께 계곡을 떠나며 태곳적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면서 야영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와 오프로드 차량들의 떼질주가 이어졌고 급기야 2014년부터 상처 입은 몸을 추스르기 위해 덕우리 덕산1교부터 북동교까지 10㎞ 구간이 자연휴식년에 들어갔다. 지난 4월 해제와 동시에 다시 자연휴식년제에 지정됐고 2020년까지 3년간 지속된다. 1차 때는 사람의 출입 자체를 막았지만, 이번엔 트레킹에 한해 허용된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조건’으로 물놀이도 허용된다. 야영과 취사, 차량출입은 여전히 금지다. 계곡 트레킹은 그리 힘들지 않다. 높낮이가 고르기 때문이다. 뼝대와 사행천이 빚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걷다 보면 어느새 끝자락이다. 계곡은 바짝 말랐다. 얼마 남지 않은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는 다양한 수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비가 오는 날엔 뼝대 위로 네댓 개의 폭포가 걸린다. 이른바 ‘비와야 폭포’다. 계곡 초입의 대촌마을은 원빈, 이나영 부부의 소박한 결혼식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삼시세끼’ ‘1박 2일’ 등 TV 예능 프로그램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두 부부의 결혼식장 주변은 밀밭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는 농가에서 소먹이로 요긴하게 쓰인다. 이맘때면 어린아이 키만큼이나 웃자란다.동강 드라이브에 나선다. 요즘 정선을 찾는 이들에게 제법 ‘핫’하다는 여행 아이템이다. 말 그대로 동강 옆으로 바짝 붙어 조성된 강변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긴다. 솔치삼거리의 동강탐방안내소에서 얼추 30㎞ 정도 동강을 따라 달릴 수 있다. 이리 휘고 저리 굽은 길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이어지고 차창엔 우람한 뼝대가 줄곧 내걸린다. 가수리는 지장천과 조양강이 합쳐지는 곳이다. 마을 초입의 약 600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에서 합쳐진 물길은 이때부터 동강이라는 이름을 얻고 영월 땅을 향해 흘러간다. 이 순결한 옥빛 강물을 보자면 가슴에 불순한 의도를 품은 이라도 말끔하게 정화될 듯하다. 나리소 전망대는 반드시 찾을 것. 발아래로 동강이 만든 물돌이동이 펼쳐진다. 예전엔 아는 이들만 알음알음 찾던 곳이었는데, 최근 전망대가 놓여 쉽게 가볼 수 있게 됐다. 당목이재 고개 정상 어름에 있다. 동강관리사업소 고성안내소 앞에서 우회전해 연포마을로 들어간다. 하루 세 번 달이 뜬다는 곳. 이 시대의 ‘마지막 주모’ 이향복(89) 할머니는 여전히 잘 계실지. 연포마을은 여름에도 오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오지다. 영화 ‘선생 김봉두’(2003년) 촬영지이기도 하다. 강남에서 잘나가던 선생 김봉두(차승원)가 이 마을 연포분교에 발령 받았을 때는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울며 들어와 웃으며 나간다는 곳이 정선 아니던가. 맑은 물과 푸른 숲에서 몸을 씻고 나면 외려 나가기가 싫어질 터다. 아쉽게도 이향복 할머니는 몇 달 전 함백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건강 때문이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는 현실이 차갑지만 담담하게 흘러간다.연포마을에서 산길을 되짚어 나와 동강로를 따라 계속 가면 신동읍으로 이어지는 31번 국도와 만난다. 신동읍은 따로 시간을 내 찾을 만한 곳이다. 옛 탄광마을의 흔적이 여태 남았다. 국내 최초 라멘교식 철교로 알려진 조동철교, 주민들이 힘을 모아 새로 세운 함백역, 추억의 박물관 등이 이 마을에 있다. ‘안경다리 탄광마을’ 위는 새비재(850m)다. 정상으로 드는 고갯길이 아름답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붉은 수피의 소나무들이 도열해 객을 맞는다. 새비재 능선엔 광활한 고랭지 배추밭이 펼쳐져 있다. 타임캡슐 공원도 조성돼 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가 ‘견우’(차태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당시 영화에 등장했던 소나무가 지금도 ‘전지현 소나무’란 이름으로 자라고 있다. 소나무 옆 의자에 걸터앉으면 주변 산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선 최고봉인 두위봉을 비롯한 고산준봉들이 겹겹이 늘어서 있다.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가는 길:덕산기 계곡은 정선 읍내에서 59번 국도 고한, 사북 방향으로 가다 월통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곧장 가면 된다. 덕산1교를 찾아가면 가장 간명하다. 대중교통은 사실상 없다. 덕산기 계곡의 양 끝인 덕우리나 북동리 어디든 버스로 가기는 어렵다. 따라서 승용차로 덕산1교까지 간 뒤 원점회귀할 수밖에 없다. 원빈과 이나영이 결혼식을 올린 대촌마을은 같은 덕산기 계곡이지만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르다. 덕산1교에서 59번 국도 교차점까지 되짚어 나간 뒤 좌회전해 대촌마을을 찾아가야 한다. 연포마을까지는 외길이다. 도로 폭은 좁아도 곳곳에 교행할 만한 공간이 조성돼 있다. ‘숲속책방’은 귤청주스 등 간단한 마실 것을 파는 일종의 북카페다. 계곡 트레킹 뒤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덕산기 계곡의 끝자락, 그러니까 북동리에 인접한 계곡 모서리에 있다. →잘 곳:하이원리조트(1588-7789)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요즘 스키 슬로프 정상에 야생화가 만개했다. 정선 읍내 상유재(562-1162)는 한옥 체험 명소다. 수백년 묵었다는 담장 옆 뽕나무가 인상적이다. 덕산기 계곡 안쪽에 물맑은 집, 덕산터, 가족민박 등 민박집들이 몇 곳 있다. →맛집:하이원리조트가 있는 사북, 고한 쪽에 맛집들이 많다. 토박이식당(591-7729)은 생태찌개를 잘한다. 정선 읍내의 동박골(563-2211)과 싸리골식당(562-4554)은 곤드레나물밥으로 이름났다. 정선 5일장은 끝자리 2, 7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수수부꾸미 등 토속적인 먹거리들을 맛볼 수 있다.
  • 결혼식 중 신부 뺨 때린 신랑, 도대체 왜?

    결혼식 중 신부 뺨 때린 신랑, 도대체 왜?

    미국의 한 야외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신부의 뺨을 때리는 순간이 포착돼 화제다. 호주 나인뉴스는 15일, 최근 인기 유튜브 채널 주킨비디오에서 공유한 영상 하나를 소개했다. 영상을 보면, 주례 앞에 선 신랑 신부가 손을 맞잡은 채 마주 보고 서 있다.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랑이 혼인서약을 읽는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식이 진행되던 중, 갑자기 신랑이 신부의 뺨을 때린다. 모두를 당황케 한 이 돌발 상황은 신랑이 신부의 얼굴 주변을 맴돌던 벌을 쫓으려다 벌어진 일이다.영상을 게재한 이는 “신부와 신랑이 청중 앞에서 서약하는데 작은 벌 한 마리가 신부 얼굴 근처를 날아다녔다. 신랑이 벌을 멀리 날려 보내려고 손을 휘둘렀다. 하객들은 신랑이 신부를 때린 줄 알고 당황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모두 한바탕 웃음을 지었다”고 전했다. 사진 영상=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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