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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政·財界 경제살리기 ‘의기투합’

    ‘참여정부와 재계간에 봄 햇살이 스며드나.’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신호(姜信浩)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의 ‘골프장 회동’은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전격적으로 이뤄졌다.“이대로는 5% 성장도 어렵다.”고 판단한 이 부총리는 재계의 도움이 절실했고,참여정부와 신임 부총리의 경제철학 ‘코드’가 맞는지 반신반의하던 재계는 확인작업이 필요했다.그런데 첫 탐색전부터 두 사람은 상당히 ‘의기투합’해 관계 변화를 예고했다. ●“단비오듯 투자 이뤄져야” 22일 골프 회동은 지난 19일쯤 전경련측에서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김광림 재경부 차관과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라운딩 멤버’로 합류했다.그러나 정작 골프는 치지 못했다.비가 많이 왔기 때문이다.대신 오전 8시부터 1시간 가량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이 부총리는 강 회장을 반갑게 맞으며 “강 회장께서 단비를 몰고 왔다.”면서 “단비로 해갈이 되듯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냈다.“골프와 폭탄주가 너무 좋다.”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이 부총리(핸디 싱글)가 취임하자마자 재계 수장과의 골프 회동을 수용한 것은,그가 성장동력 확보에 얼마만큼 신경쓰고 있는가를 말해준다. 이 부총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미리 작심한 듯 ‘관리형 기업가’의 득세를 개탄했다.“관리형 기업가는 당기순익이나 주가,경비절감 등 단기성과에 치중해 중장기적 경영을 할 수 없다.”면서 “일본이 미국에 뒤처진 것은 관리형 기업가들이 득세했기 때문인데 우리나라도 그같은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빌 게이츠(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나 이병철 삼성,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같은 창업형 기업가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강 회장도 크게 공감하며 “투자성과는 4∼5년이 지나야 나타나는 만큼 대형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리형 기업가 너무 득세” 이 부총리는 창업에 따른 세제지원 방침을 언급하면서 “창업이란 기존 기업의 창업투자와 신규투자 창업을 모두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과 벤처기업은 지금도 창업후 5년까지는 순익이 나지 않으면 법인세를 100%,5년 후부터 4년간은 50%를 감면받고 있다.최고 9년간의 창업 세제지원이 주어지는 것이다. 재경부 실무자들은 “부총리의 언급이 기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창업 세제지원을 더 확대하겠다는 뜻인지,대기업도 이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뜻인지 확실치 않지만 후자쪽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이날의 화두가 시종일관 ‘대형투자’였기 때문이다. 안미현기자 hyun@˝
  • 민주도 ‘집안싸움’ 격화

    추미애 의원의 ‘최후통첩’을 기화로 민주당내 갈등도 끓어오르기 시작했다.추 의원이 전날 전면적인 재공천과 호남 물갈이를 주장한데 대해 조순형 대표 등 당 지도부는 20일 “또 다른 분열이자 분파적 행동”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오전 상임중앙위원 간담회에서는 “당기위에 회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오전 상임중앙위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는 작심한 듯 돌아가며 추 의원을 비판했다.추 의원은 불참했다. 조순형 대표는 “공천의 기준과 원칙이 없다는데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다 마련하지 않았느냐.”“개혁공천을 촉구했는데 그럼 우리 당원 대다수가 반(反)개혁이라는 말이냐.”고 추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분당 책임자 공천불가 주장에 대해서도 “당을 2분의1에서 4분의1로 쪼개자는 얘기”라고 받아쳤다.‘부역(附逆)’‘역사의 박물관’ 등 추 의원이 쓴 표현에 대해서도 “말은 참 잘해…,하지만 이런 말은 피해야지….여기 앉은 분들은 모두 역사의 박물관으로 들어가려 모였느냐.”고 혀를 찼다.유용태 원내대표는 “추 의원이 그동안 싸가지없는 행동을 할 때도 일절 대꾸하지 않았는데…,당 회의에는 나오지도 않으면서 언론에만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김경재 의원은 “이렇게 안정감이 없으면 안 되는데…,탈당을 결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장파들도 물러서지 않았다.장성민 청년위원장은 “당 지지율이 5%대로 떨어졌다.수도권 전멸은 물론이고,전국에서 20석도 못 얻을 상황”이라며 전면적인 공천 재검토를 주장했다.유 원내대표와 강운태 사무총장의 즉각 사퇴,추 의원 선대위원장 체제 전환도 촉구했다. 비호남권 중도파 의원들도 가세했다.송훈석 의원은 “후단협쪽 분들은 2선으로 후퇴하고 선대위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설훈 의원도 “민주당이 몸부림을 쳐야 중앙돌파가 가능하다.”고 가세했다.그러나 김성재 총선기획단장은 “국회 선거법 개정논의가 마무리돼야 선대위 발족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김상우 서울 광진갑 지구당위원장은 당 지도부를 성토하며 당원 300명과 함께 탈당했다. 추 의원은 이날 침묵했다.그러나 그의 ‘마지막 요구’가 묵살됨에 따라 조만간 입장표명이 뒤따를 전망이다. 진경호 박정경기자 jade@˝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 '말죽거리…´ 떡볶이집 아줌마-반갑다 애마부인

    청춘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주인공 권상우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에는 뭐가 있을까.이건 어떨까.팬들을 가슴뛰게 만들었던 떡볶이집의 그 정사.청춘스타 권상우의 동정을 빼앗으려 했던 떡볶이집 아줌마. ‘애마부인 3’으로 알려진 왕년의 에로스타 김부선(43)이 ‘말죽거리…’로 가볍게 재기에 성공했다.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많은 관객들은 그를 쉽게 알아보지 못했을 것같다.가슴이 푹 파인 후줄근한 민소매 티셔츠에 화장기 없이 파리한 맨얼굴.떡볶이,튀김 접시를 무심한 듯 나르면서도 알게 모르게 극중 10대 주인공들의 성적 팬터지를 자극하는 역할이다. 그녀를 입에 올린 문제의 장면은,권상우의 동정을 뺏으려다 미수에 그친(?) 대목.짝사랑하는 여자친구(한가인)와 절친한 친구(이정진)의 키스를 목격한 뒤 의기소침해서 찾아온 권상우를 ‘뜨겁게’ 유혹하다 실패한다. 아주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그녀는 문제의 장면에서 작심하고 왕년의 실력을 발휘하려 했다.하지만 단 한번의 NG도 없이 감독의 OK사인이 떨어져 오히려 안타까워 했다는 후문.그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시사회 직후 권상우가 귀까지 빨개져서는 이런 해명까지 했을까.“저는 선배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어요.” ‘애마부인 3’(당시는 ‘염혜리’라는 이름으로 활동)를 보고 팬이 돼버린 유하 감독은 고민없이 그녀에게 역할을 맡겼다.몇 장면 나오지 않는 조연이지만,그녀는 기대치 이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셈이다.1989년 대마초사건에 연루돼 화면에서 멀어졌고,사생아를 낳아 혼자 키우는 등 굴곡진 세상을 살아온,‘잊혀진 이름’이었다. 황수정기자 sjh@˝
  • 한나라 공천 텃밭부터 역풍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김무성 상임운영위원) “사천이 뭐냐.용어를 신중하게 선택하라.”(최병렬 대표) “부산 시민들은 한나라당이 다시 집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김 상임운영위원) 2일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는 격렬한 언쟁이 벌어졌다.사흘 전 공천 후보 토론회에서 4명이 단수 우세자로 결정된 게 계기가 됐다.이들 중 3명은 부산 출신이다.첫 공천작품이 한나라당의 텃밭에서부터 역풍을 맞은 것이다.열린우리당의 거센 도전으로 텃밭 수성(守城)에 대한 어려움을 반영한다. 공천 탈락 첫 사례가 된 권태망(부산 연제) 의원은 이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토론회조차 탈락한 이상희 의원은 전날 탈당했다. 김 운영위원은 이날 작심한 듯 쓴소리들을 쏟아냈다.그는 “박형준(수영·동아대 교수),이성권(부산진을·전 의원 비서관) 등이 내정됐다는 설이 유포되고 있다.”면서 “선거를 망치려고 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오늘 있을 후보자 공개토론에서도 이교관(강릉·한국의 길 이사 겸 강원대표)씨가 된 걸로 알고 있다.”고 ‘짜고 치는’ 의혹을 제기했다.“한국의 길을 특정 의원이 배후 조종하고 있다.”는 불만도 표시했다. 첫날 선정된 3명은 포럼 ‘국민의 길’에 참여하고 있다.윤여준·권철현·남경필 의원 등의 보좌관 출신들이 주축이다.1차 관문을 대거 통과하면서 ‘신주류’로 급부상하는 듯했다. 그러나 김 운영위원은 “부산 연제구에서는 김기재 의원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확정됐다.김희정씨가 내정됐다는 얘기를 듣고 기고만장해 있다.”고 흥분했다.또 “김기재 후보가 되면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뺏길 가능성이 높다.연제는 우리 당이 꼭 당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공천인지 사천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대목에서 최 대표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대표가 뭘 지시한다는 말이냐.”고 불끈하기도 했다.이상득 사무총장은 “김 운영위원의 얘기가 일리가 있다.”고 거들었다.김영선 의원은 “대표와 총무는 비례대표로 가라.”고 최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 최 대표는 “제 자신 어느 누구와 관련해서도 공천심사위에 부탁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그러면서 “공천로비 인사를 배제하겠다.”며 경고 섞인 언급으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김문수 공천심사위원장도 이날 공개 토론회 후 “우세후보는 여론조사를 거쳐 발표하고,나머지 지역도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수습을 시도했다. 박대출기자 dcpark@
  • 대검 중수부 표정/검찰 “정치권 수사개입 의도”

    검찰이 정치권의 행태에 발끈하고 나섰다.근거없는 의혹을 제기,대선자금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고 비난했다.그러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10분의1’ 발언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대희부장 “근거없는 의혹 양산”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28일 오후 브리핑 때 작심한 듯 정치권을 향해 뼈있는 말을 했다.그는 “근거없는 의혹을 제기,쟁점화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노무현 캠프가 L그룹으로부터 75억원을 받아 이중 40억원을 빚변제에 사용한 의혹이 있다는 일부 보도를 지칭한 것이다.안 부장은 “근거가 있으면 수사팀에 자료를 넘겨달라.”면서 “근거없는 의혹을 갖고 수사에 개입하려는 것은 3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한다.”고 강조했다.안 부장은 썬앤문그룹이 노 캠프에 95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특검팀도 썬앤문측이 노 캠프에 95억원을 제공했다는 내용이 나와 있는 녹취록이 근거없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다. ●‘10분의1 발언' 고려 않는다 수사팀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10분1이 얼마인지 따져 볼 생각조차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그러면서 안 부장은 “한나라당 불법자금 규모가 500억원이고,민주당이 100억원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더라도 이것이 100% 진실이라고 국민들이 믿겠느냐.”면서 “다만 수사팀은 진실에 가깝게 수사하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진실과 별개로 수사팀이 밝혀낸 것은 증거법에 따른 불법 대선자금이라는 것이다.언론에서 제기하는 노 캠프의 불법자금을 계산하는 방법도 들쭉날쭉한 점을 지적했다.SK나 현대차가 회사 임직원 명의로 낸 후원금 16억 6000만원은 명백한 불법 대선자금인데 일부 언론은 검찰이 노 캠프가 4대기업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을 밝혀내지 못한 것처럼 보도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이상수 의원도 검찰 출두에 앞서 기업들 후원 내역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털어놓는 등 노 대통령에 대한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롯데건설 비자금 어디에 썼나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은 롯데그룹으로부터 10억원을 현금으로 받았지만 중앙당에는 입금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검찰은신 의원에게 흘러들어간 10억원의 출처가 롯데건설 비자금이란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롯데쇼핑 신동인 사장이 신 의원에게 돈을 건넸지만 자금의 출처는 롯데건설 비자금으로 확인된 것이다.검찰이 파악한 롯데건설 비자금 규모는 최소 50억원대.신 의원 외에도 다른 의원에게 불법자금이 건네졌을 개연성을 시사한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자주·동맹파 이분법은 잘못”尹장관 ‘쓴소리 이임사’

    15일 전격 경질된 윤영관 외교부장관이 각계에 ‘쓴소리’를 했다.11개월여간의 장관직을 정리하는 이임식장에서 품에서 손수 적은 메모지를 꺼내 작심한 듯 읽었다. ‘쓴소리’ 대상은 최근 대통령 폄하발언 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외교부 직원과 우리 사회 여론주도층,정부 일각 등이었다.그러나 재임기간 그와 의견충돌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일부 언론을 주로 겨냥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그는 “취임 후 첫번째 실·국장회의 때 ‘외교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손과 발이 돼 집행하는 사람들인 만큼 언행에 극히 조심해 달라.’고 당부했는데 제대로 통솔하지 못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죄송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이어 “한국은 국제적 공백 상태에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만큼 현실 속에서 국익을 찾아야 하며,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균형잡히고 신중한 관점이 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정부 일부와 국민,여론주도층이 그런 인식을 별로 갖지 못한 것 같다.”고 NSC측을 겨냥하는 듯한발언을 했다. 또 “그동안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자주파 대 동맹파’라는 잘못된 이분법이 횡행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됐다.”고 강조했다.이와 함께 “대나무가 외풍,삭풍이 불때 흔들리되 꺾이지 않는 것처럼 유연하고 중심을 잡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면서 “어느 의원이 날더러 숭미(崇美)외교라고 하던데 숭미와 용미(用美)는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윤 장관은 외국에 나가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지만 이날 서울대에 복직 신청을 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한나라 공천토론회 ‘혹붙인 격’

    ‘밀실에서 광장으로’ 한나라당이 9일 오후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마련한 ‘개혁공천 국민 대토론회’의 표어이자,화두였다.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김영래 한국 NGO학회장,박인제 변호사,서경석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소설가 이문열씨 등 참석자들은 토론회 개최 취지에는 저마다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한나라당 같은 당이 이런 공개 토론회를 개최한 것 자체가 진일보”라는 냉소적 시각에서 비롯된 평이어서,당 관계자들을 떨떠름하게 했다.이들은 작심한 듯,정치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며 비판을 쏟아냈다. 서경석 대표는 “정치개혁은 미뤄놓고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건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국민앞에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김상희 대표는 “한나라당이 개혁공천을 말할 자격이 있나 의구심이 든다.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정치개혁 의지 없이 국민의 시선을 다른 데 돌리고 개혁하는 체하는 모습 보이려는 게 아닌가.”라며 강한 불신감을 내비쳤다.박인제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시민단체의 당선운동에 반발한 것과 관련,“한나라당은 ‘당선운동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을 내놓겠다.’고 하면 될 일이지 도리어 피해망상적 반응을 보였다.”면서 “상품 불매운동이 펼쳐지면 상품자체를 불신하지 운동하는 사람을 불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김기식 처장은 지난 2000년 낙선운동 당시를 반성하기도 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그는 “당시 부패·인권·선거법 위반 등 의정활동외 부분만 갖고 낙선의원을 선정했던 한계가 있었다.”면서 “사고치지 않고 4년간 지역만 돌아다닌 의원을 배제하려면 반드시 의정활동을 평가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또한 “텃밭인 영남에서 물갈이를 하지 않을 경우 이번 공천은 개혁공천이 아닌 반대파를 숙청하기 위한 공천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 공천심사위원인 이문열씨는 “한나라당은 우리 현대사에 오래된 큰 배와 같다.많은 짐을 실어날랐지만,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도 함께 실려있어 침몰하지 않을까 위기의식도 든다.”면서 “모순과부조리를 들어내고,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건전한 보수,건전한 대안이 되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천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운기자 jj@
  •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듣는다/“대선수사 처벌보다 정치투명화 계기로”

    인터뷰 김영만 편집국장 지난 9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당 재정위원 ㄱ씨가 대형 가방을 들고 당시 박관용 사무총장실을 찾았다. “판사출신 후보가 돈이 있겠습니까.용돈으로 쓰십사하고 준비해왔습니다.” 박 총장은 ㄱ씨를 이회창 후보 방으로 안내해 말씀 나누시라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3∼4분이나 지났을까 ㄱ씨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시 박 총장 방으로 들어왔다.가방을 든 채로였다. “후보가 ‘당 후원금으로 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돈 쓸 일 없으니까 도로 가져가라’고 했다는 소릴 듣고 일났구나 했다.후보가 돈을 모르면 사무총장이 그 일을 해야 하는데 나도 돈에 대해서는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 박 총장은 후보와 마주 앉았다. “후보께서 돈을 모르시는데 저도 모릅니다.그런데 그리되면 선거를 못합니다.사무총장을 바꾸십시오.” “박 총장,걱정 마소.돈 안 쓰는 선거가 될거요.” 박 총장과 이 후보의 사흘간의 밀고 당기기 끝에 당시 당 총재였던 김영삼 대통령은 강삼재씨를 총장으로 임명한다.국회의원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9일 박관용 국회의장을 국회서 만났다.인터뷰를 하고 있던 시간에 열린우리당의 정대철 의원이 긴급체포됐고,김영일 의원 등 대선자금 연루의원 전원에 대해서도 사전영장이 청구됐다. “이회창씨는 돈을 내려면 화를 내는사람이오.가장 깨끗하다 할 사람의 선거 뒤끝이 이 정도라.대선자금 문제는 너나 할 것없이 무의식중에 지녀온 ‘잘못된 관습’같은 겁니다.너무 일반화된 분위기였어요.지난 대선에서 정치자금 뒷돈 받았다고 이 사람들 다 형무소 보내면 그 전 후보들이나 대통령들은 도대체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나?” ●대선자금 무의식중 지녀온 ‘잘못된 관습' 이날 체포됐거나 영장이 청구된 사람 대부분은 한차례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던 사람들이다.국민감정과는 별개로,국회의 수장으로서 심사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기중 불체포 특권은 회기동안 보호하자는 취지인 만큼 회기가 끝났으면 체포할 수 있어요.그러나 관습같았던 대선자금을 무한정 파헤치고 국회의원을 무조건 구속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않아요.투명한 정치를 제도화하는 계기로 삼는데 초점을 맞춰야지.검찰이 맑은 정치를 만드는 선을 넘어서 한도 끝도 없이 파고 든다면 다른 목적,총선 물갈이 같은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법 정신으로야 박 의장의 말이 백번 옳다.그러나 국민감정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그래선지 박 의장은 자신의 생각을 밝히되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의장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는 네가지 였다.불법 대선자금 관련 국회의원의 처리문제가 하나고,한·칠레 FTA비준안 처리가 두번째였다.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물갈이 바람,총선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논란 등이 다음 관심사였다. ●무조건 구속 검찰권행사 반성기회 가져야 국회는 지난 8일 오후 FTA비준안 처리를 세번째 시도하고도 처리에는 실패했다.농촌의원 50여명이 단상을 둘러싸고 ‘농촌 수호’를 외쳤다.박 의장은 농촌의원들의 뜻이 정 그렇다면 다음달 9일에 다시 상정하되 대신 그날은 의사진행이 어려울 경우 ‘국회 경호권’을 발동하겠다고 예고했다.농촌의원들은 “그 때는 그래도 좋다.”고 두번이나 동의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둔 농촌출신 의원들의 상황은 절박하다.비록 경호권을 발동해도 좋다고 했다지만 선거가 두달 남은 2월 국회에서의 저항은 더 거세질 것임이 불보듯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FTA 비준안은 통과시켜야 된다고 생각해요.농촌의원들 입장도 이해해요.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집니다.그러나 한국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정부가 하는 짓거리를 보면 국회의장 혼자 왜 이러나 싶을 때가 있어.통과시키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내 행동이 정말 옳은지 한달 동안 정부를 좀 지켜봐야겠어요.” 박 의장은 정부·여당에 대해 “미치겠다.”고 했다.지난해 늦봄부터 선거가 가까워지면 어려우니까 농민단체를 설득하고,농촌을 과감하게 지원하라고 촉구했는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농민단체를 만나고,국회도 방문하지 않았던가. “그거,만나라 만나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만난거에요.피동적으로 만나놓고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 다했다’는 식 아닙니까.열린우리당은 여당이에요.비준안 통과를 위해 아무런 노력도 않고 있다가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의장에게 와서는 ‘존경합니다’‘청사에 길이 남을 겁니다’하고 치켜세우는 인사치레나 하고….” 박 의장은 지금 한나라당에 몰아치고 있는 물갈이론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다.지난해 관훈토론회에서 꼭 그런 답을 하지 않아도 될 질문에 답하면서 “다음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작심한듯 말을 했었다. “지난 80년대 신군부와 함께 새 민간인 세력이 대거 의회에 충원된 이후 24년간 그 세력이 유지돼 왔습니다.나도 그 세력의 일원이에요.그동안 헌정중단같은 강제 물갈이가 없었기 때문에 의회가 꽉 찼어요.너무 늙었어.머리만 있고,허리와 발은 없는 기형적인 몸이 된 겁니다.연령상의 물갈이가 필요하게 됐고 이제 그 시기가 된겁니다.” 하지만 박의장은 지금과 같은 폭력적인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토를 달았다.스스로 물러가겠다는 사람은 높이 평가하지만 토론과 이해속에서 이뤄져야지 일방적으로 몰아내는 ‘강요된 은퇴’는곤란하다고 했다. “시작은 다소간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대선자금도 마찬가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희생양도 필요하다는 것을 역사에서 배우지 않습니까.” “그래서 늘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것 아닙니까.당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흐름,압력,분위기를 당이 수용하는 형식이 됐어야한다는 겁니다.밤새 토론을 해서 공통분모를 만들어내는 것,그런 것이 정치의 묘미고 지도력이라는 겁니다.” 박 의장은 나아가 나이가 들었다고해서 무조건 몰아내고 신세대,젊은이만 소중하고 옳다는 흐름도 옳지 않다고 했다.노장청이 어우러지고 영속과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발전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월드컵 4강의 신화도 히딩크의 경험과 노련한 주장 홍명보,발로 뛰는 박지성 이천수가 어우러져 가능하지 않았느냐고 풀이했다. “대통령의 총선개입이 계속 이슈가 되지 않겠습니까.대통령도 할 수 있다는 논리도 틀린 것은 아니고,그래서는 안 된다는 논리도 있고….” “여러 이야기가 있겠지만 대통령은 총선에 개입않는 것이상식이고 관행이에요.국민정서나 관행이 대통령은 나라의 최고어른이고 어른은 부정선거 하지 마라 공명선거 해라 이런 역할을 해야지,누구를 당선시키고 누구를 낙선시켜라 이런 역할하는 것은 국민들이 어른에 거는 기대와는 다른 거에요.미국은 어쩌고 하지만,미국에서 하는 거 우리나라에서 못하는 것 많잖아요.길거리에서 진하게 키스하는 것만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노장청 함께하고 영속·변화 동시 진행돼야 대통령의 신임을 총선에 결부시킬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 박 의장의 목소리가 가장 높았다. “우리는 2중적으로 주권을 위임해요.2중적 정통성이라고도 하고.대통령 선거에서 일부를 위임하고 대통령이 천사일 수가 없으니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머지를 위임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겁니다.이런 장치를 하나로 묶자는 게 총선에서 신임을 결부시키는 것인데 기본 원리,원칙에 관한 문제입니다.” 박 의장은 때문에,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만약 그렇게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했다.자신은 이미 대통령 중심제에서 신임투표는 헌법위반이므로 거둬들일 것을 충고했다고 전했다.
  • 정부-우리당 ‘엇박제 2題’

    법안 심의 충돌 7일 국회 법사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는 정부와 정치적 여당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주현 행자부차관이 법안에 반대의견을 표시하자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한 것이다.임종훈 수석전문위원의 수정안 보고와 법안 제정을 주도한 우리당 송영길·김희선 의원의 의견 진술이 끝나자 김 차관은 “정부측 의견이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김 차관은 “처벌대상과 관련,후손들이 반발해 국민적 갈등이 일어날 수 있고,친일 반민족행위를 했던 분들이 대부분 사망했거나 나이 들어 증인과 참고인의 일방적인 진술을 막을 장치가 없다.”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친일 진상규명에) 나설 게 아니라 학계로 넘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송영길 의원이 “누구의 뜻인데 이따위 소리를 하느냐.”며 발끈했고,김희선 의원도 “도대체 어느 정부냐.”며 김 차관을 쏘아붙였다. 그러자 회의를 주재하던 김용균 제2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땡깡’을 부리면 회의를 진행하지 못한다.”며 의자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갔다.사태가 심각해지자 우리당 최용규 의원은 “정부의 공식 견해냐.”고 물었고,김 차관은 “국무조정실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다.”라고 공식입장임을 우회적으로 표명했다. 그러자 김희선 의원은 김 차관에게 달려가 김 차관이 손에 쥔 보고자료를 빼앗았고,송영길 의원은 “진상규명을 못하게 하는 게 나라냐.”며 서류뭉치를 김 차관 앞 테이블에 던지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다.이에 김 차관은 불쾌한 표정으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한편 소위는 ‘6·25전쟁 휴전 이전 민간인 희생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법’ ‘동학농민혁명가담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등을 전체회의로 넘겼다. 박정경기자 olive@ 불황“네탓”공방 “정치만 잘하면 경제는 더욱 좋아질 것이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정부 경제팀이 7일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을 비롯한 여당 수뇌부 앞에서 정치권을 질타했다. 입법부의 감시를 받는 행정부 관리들이 국회의원들,특히 여당 대표의 면전에서 대놓고 정치권을 비판한 것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사건’이어서 주목된다. 오전 10시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허상만 농림부장관,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김병일 기획예산처장관,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새해인사차 열린우리당을 방문,김원기 의장과 정세균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를 면담했다.이런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의례적인 덕담을 주고받는 게 보통이다. 정세균 의장이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돈 점을 감안해 올해 목표를 6%에서 더올려야 한다.”고 주문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정상’이었다.정부측의 예상답변은 ‘열심히 하겠다.’ 정도였다.그런데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갑자기 “한말씀 드리겠다.”면서 “경제가 정치에서 해방되면 성장률이 1∼2% 더 올라갈 것이다.”고 받아쳤다.장내에 돌연 긴장감이 돌았다.이에 옆에 있던 김 부총리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는 커녕 “정치권의 도움을 받으면 (초과 성장률이) 2∼3%는 될 것”이라고 가세했고,허상만 장관도 “한·칠레FTA가 국회에서 통과되면 일시에 해소될 것”이라고 거들었다.정부측이 작심한 듯 했다. 그러자 이우재 의원이 불쾌한 표정으로 “경제가 관료주의에서 해방되면 1∼2% 더 성장할것”이라고 반격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각됐다. 이 의원은 “행정부가 기업에 간섭만 안하면 경제가 잘 된다.관에서 이것저것 따지고 자기 보신만 하니까 구로공단에 입주한 제조업체들이 다 떠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그러면서 “규제를 풀려면 다 풀어라.”고 요구했다. ‘신경전’은 결국 김병일 장관이 “경제가 잘 되도록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해달라.”고 무마에 나서면서 종료됐다. 김상연기자 carlos@
  • [나의 건강보감] 국문학자 김열규 교수

    생명을 키우는 햇빛과 대지를 감싸는 바람,그 앞에 맨몸으로 서서 깊게 호흡을 가다듬는다.해송숲 삼림에서는 솔향기가 번져나고,푸른 하늘의 새들은 날갯짓이 편하다.이윽고 대자연의 정기에 온몸이 말갛게 익을 무렵,가뿐한 걸음으로 흙길을 밟아 귀가한다.풍욕(風浴),말 그대로 ‘바람욕'이다. “햇살과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걸음의 숨가쁨이나,차가운 겨울바람이 왜 자연의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거기서도 그냥 앉아 있는 건 아니다.마른 수건으로 전신을 가볍게 문지르면 금세 온몸이 따뜻하게 달아올라 한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바람의 끝,매운 삭풍도 거친 숨결을 누그러뜨리는 경남 고성의 한적한 남해바닷가,거기에 ‘있고도 없는 도깨비'처럼 그는 홀로 서 있었다. ●일흔 넘긴 나이에도 검버섯 하나 없어 김열규(71) 교수.일흔을 넘긴 그의 얼굴에서 속진의 기름때같은 끈적임은 찾아 볼 수 없었다.유리알처럼 맑은 얼굴에는 그 나이면 훈장처럼 번지는 검버섯 하나 자리하지 않았다.“며칠 전 친구를 만났는데 날 보고 물어요.‘왜 그렇게 건강한가,비결은 뭔가.’그래 이렇게 말했지요.내 어깰 만져봐라.부드럽지 않나.대자연에 묻혀 사니 어깨에 힘 줄 일도 없고,긴장할 인간관계도 없다.이렇게 살면서 건강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그가 “속되고 욕되다.”며 표표히 서울을 떠나 고향인 이곳에 정착한 게 지난 91년이니,벌써 12년째 한 걸음 뒤편에서 넉넉하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다.“91년 서강대를 떠나면서 40년 서울생활을 함께 털어냈어요.험한 문명의 변화에 몸이 따라가질 못하더라고요.천성이 예민해 위·십이지장궤양도 심했고,또 감기를 몸에 달고 살았지.의사가 찬바람에 민감한 ‘콜드알레르기’라며,서울을 떠나 사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해요.도리없지.아내에게 난 고향으로 돌아갈테니 알아서 하라고 그랬죠.”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는 일도 버거웠고,자꾸만 가라앉는 몸도 예사롭지 않았던 그는 작심하고 김해 인제대로 옮겨 정년을 맞았다.이곳에서 그는 바쁘다.바람과 햇빛,그리고 철마다 자태를 바꾸는 꽃과 새를 만나야 하고,오솔길을 걸으며 세상과 소통하는 사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그의 일과이다. ●12년전 서울 떠나 귀향… 고성에 정착 그에게 귀향은 새 삶의 출발점이었다.“여기 와서야 서울사는 동안 나의 생체 리듬과 자연의 리듬이 맞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어요.지금은 나를 철저하게 자연에 맞추며 삽니다.의사가 수술하라던 속병도 거진 나았고,알레르기도 걱정없어요.‘더 일찍 낙향했더라면…’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이렇게 그를 바꾼 것은 자연의 힘이었다.그 중에서도 그는 ‘풍욕(風浴)'과 ‘절식(節食 혹은 時食)'을 ‘건강 비결'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풍욕과 함께 그가 자연의 섭리를 체득한 또다른 비결은 절식.풀어서 얘기하자면 제 철 음식을 골라먹는 ‘자연식 섭생법'이다.“섭리에 순응하는 삶이란 자연에 맞서 중뿔나게 모를 드러내지 않는 것입니다.도시에서는 계절 파괴란 말이 유행이지만,그건 자연성에 대한 왜곡일 뿐입니다.지천에 널린 계절음식으로 주린 속을 채우는 일이야말로 자연의 질서를 사랑하는 일인데,나물은 물론 어류도 다 제 철이 있어요.여기에서는 식탁에 오른 음식 만으로도 금방 계절을 느낍니다.”그러면서 익숙하게 구절초나 산능금 같은 이름을 외워 보였다. ●속병·알레르기 사라져 “더 일찍 낙향할걸…” “철마다 산과 들을 누비며 나물 캐고,꽃과 산과일을 따는 게 제 일입니다.매화,찔레꽃,인동초,비파꽃과 산수유,비파,유자는 잘 말려 녹차에 띄우거나 과일차를 달이고,들국화와 쑥부쟁이, 구절초는 목욕물에 띄우죠.”그는 지금도 저녁 8시면 따뜻한 물에 야생초를 담근 뒤 30분간 반신욕을 하며 일과를 정리한다.“아랫배가 잠길 정도로 따뜻한 물을 채운 뒤 꽃향기 속에서 편하게 복식호흡을 하며 ‘반가운 사람의 노크’처럼 깊고 깨끗한 잠을 맞습니다.그런 뒤 바로 잠자리에 들면 7∼8시간쯤 넉넉하게 깊은 잠을 자게 됩니다.”더러는 이런 생활을 호사라고 여길지 모르지만,전원생활이라는 게 움직인 만큼 얻는 것이어서 그런 일마저도 보람이라고 했다. 전원으로 귀향해 살았던 도연명의 삶이 이랬을까.바쁠 일 없어 아침 햇빛에 온 바다가 치자빛으로 물들 무렵,산까치나 붉은배새매의 노래를 들으며 느지막이 잠자리에서 일어나거나 달빛이 산야에 넘치는 날이면 잔잔한 물소리를 밟으며 갯가를 소요 하는 일.때론 옛 친구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속삭인다.“이 사람아,내가 왕일세.” 그의 또다른 즐거움은 사철 발을 풀어놓는 일.“서울 살면서 안타까웠던 일 중 하나가 발바닥을 퇴화시키는 일이었어요.발바닥은 예민하고 중요한데도 도회에 살다 보면 죽도록 혹사시키고 숨도 못 쉬게 틀어막잖아요.전 가끔 맨발로 몽돌해변을 걷거나 보리밭을 밟곤 합니다.초록이 귀한 겨울에 싱싱한 보리싹을 맨발로 밟는 그 삽상한 쾌감,상상이 됩니까.” ●맨발로 해변·보리밭 걷고 매일밤 반신욕 국문학자로 민속학과 문화해석 분야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한 그는 지금도 줄기차게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체성을 천착하고 있다.석좌교수로 있는 계명대에서는 매주 지역 주민과 교수들까지 수강하는 공개강의를 하는가 하면,농익은 학구열도 젊은 시절 못지 않아 새해 벽두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돋보기를 들이댄 역저 ‘한국인의 화와 화병'을 선보인다. 그는 자신의 사전에 ‘고통’이나 ‘스트레스’는 없다고 했다.“사는 일이 고통인데 그걸 피할 수 있겠습니까.고통을 시인하고 기꺼이 수용하는 삶,그것이 건강한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우리 사회의 고질인 사회윤리의 붕괴,남에 대한 배려가 없고,돈과 권력에 매몰되는 현상도 그렇게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요.” 광기와 탐닉의 시대,모든 인간이 제삼자로 존재하는 혼돈 속에서도 우리가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사랑과 자유 없이는 모든 것,심지어는 종교까지도 악마일 뿐”이라는 니콜라이 베르자예프의 예언을 믿으며 한사코 사람에게로 길을 내는 등대 같은 그가 있어서다. 고성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 ■김열규 교수의 풍욕법 김열규 교수의 풍욕은 하루하루 자신을 비우는 작업이다.비오는 날만 빼고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다르다면 겨울에는 햇볕 속에 나앉고,여름에는 솔그늘에 들어 따가운 햇볕을 피하는 정도다.점심 식사후 온몸 가득 햇살을 받으며 나서는 풍욕산책.보드라운 흙길을 밟으며 땀이 밸 만큼 빠른 걸음으로 솔밭길을 걷다 양지녘에 이르면 겉옷을 모두 벗고 바윗등에 앉아 맨살로 햇볕을 받는다.“풍욕 중에 가끔씩 쌓인 솔잎을 발로 뒤집으면 확,하고 다시 솔향기가 퍼지곤 합니다.내 풍욕은 일광욕과 삼림욕,산책과 명상이 어우러진 건데 중요한 것은 그 순간,머리 속에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겁니다.‘멍’하게 앉아 오로지 바람소리,새소리만 듣습니다.” 그는 이를 철학에서 말하는 ‘부정이 없는 이상향’이라고 정의했다. 30∼40분을 걸은 뒤 20분 정도 하는 풍욕과 절식 덕분에 그는 감기를 잊고 산다.날마다 활력이 넘쳐 글을 쓰거나 먹고 자는 일이 마냥 즐겁다.살이 맑은 것도 풍욕과 절식 때문이다.풍욕길에 나서는 그의 손에는 항상 망원경이 들려 있다.망원경을 통해 이름모르는 새들과 ‘희열의 눈맞춤’을 하기 위해서다.그가 풍욕을 ‘새소리목욕’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섭생도 자연에 가까워 자연에서 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이를테면 아침식사는 제 철의 나물과 채소,식초를넣어 만든 즙과 우유,그리고 잣이나 호두 같은 견과류로 대신합니다.식탐은 하지 않고 조금 적다 싶을 때 숟가락을 놓는데,양이 적은 대신 가려서 먹지요.” 키 169㎝,몸무게 57∼58㎏의 단구인 그가 “이제야 꿈과 이상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강이라는 걸 알겠다.”며 담박하게 웃는다.아직도 학문에 관한 한 ‘바람둥이’랄 만큼 지적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춘의 노학자’,그에게서 배우는 것은 건강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아니라 건강 이후의 이룸이었다.그가 말하지 않는가.“지금도 내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다.”고. 심재억기자
  • 한여자와 두남자의 ‘코믹사랑’/‘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성(聖)에다 성(性)의 이미지를 포갠 흥미로운 발상’ 17일 개봉한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제작 튜브픽쳐스)는 무엇보다 독특한 상황 설정이 눈에 띈다. 가장 성(聖)스러운 날인 성탄절에 성(性)스러운(?) 일이 많이 벌어진다는 풍속도를 실마리로 한 영화는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며칠 동안의 ‘행복과 애정’을 얼개로 펼쳐진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축은 ‘한 여자와 두 남자’.생일인 크리스마스 직전 사귀던 남자에게 늘 바람맞는 징크스를 가진 허민경(김선아)과 그를 사랑하는 순진한 경찰 성병기(차태현),그리고 자칭 순정파인 한물간 조직폭력배 두목 방석두(박영규)가 주인공이다. 영화의 배경은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은 온천 도시 유성.동네 파출소 순경인 병기는 범죄자를 소탕하려는 의욕이 넘치지만 막상 그에게 돌아오는 임무란 교통 질서를 상징하는 마스코트 ‘포순이’가면을 쓰고 길거리에 서있거나 밤에 잡혀온 취객들을 달래는 사소한 일뿐.그러던 중 볼링장 직원 민경을 보고 가슴앓이를 하는데 옆에는 ‘천적’ 봉석두가 있다. 병기가 어릴적 목욕탕에서 건달 석두가 뜨거운 물에 집어던지는 바람에 ‘저런 건달 퇴치하겠다.’는 결심으로 경찰이 된 사연이 있기에 악연이 겹친 셈이다. 한편 과거 성탄절을 감옥에서 보낸 아픈 사연 때문에 이번 만큼은 따스한 성탄절을 보내려고 작심한 석두에게 민경은 모든 걸 걸만한 피앙세다. 영화는 민경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두 사람의 눈물겨운 ‘구애 작전’을 중심으로 코믹하고 아기자기하게 진행된다.특별한 악인의 등장 없이 따뜻하고 잔잔하며 고만고만한 감동과 웃음을 실은 채 크리스마스를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이건동감독이 데뷔작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한 탓일까? 재치있는 역발상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몇몇 요소가 분리된 채 전체적으로 겉돈다는 느낌을 준다.특히 세 사람의 사랑 줄다리기에 틈틈이 끼워넣은 고교생들의 사랑 이야기는 영화의 조화를 깨며 메인 테마와 어울리지 못한 채 영화에의 몰입을 방해한다. ‘몽정기’‘위대한 유산’에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인정받은 김선아마저도 너무 정형화된 연기패턴을 보여 식상하다. 스테레오 타입의 연기는 차태현도 엇비슷하다.‘엽기적인 그녀’에서의 모습과 별반 차이없는 모습이어서 새로운 맛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나마 풍성한 웃음을 유발하는 박영규만이 힘들게 영화의 한 귀퉁이를 지탱하고 있다. 이종수기자
  • [나의 건강보감]조정래 작가

    어김없이 그는 두알의 가래를 쥐고 있었다.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앞 찻집 다솔에서 담소를 나눈 4시간 내내 그는 양 손을 번갈아가며 가래를 굴렸다.‘까락까락’거리는 맑은 가래 소리가 어쩌면 목어(木魚)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도 같았고,또 어찌 들으면 훈풍에 실려와 졸음의 끝에 닿는 풍경소리와도 같았다.호두를 닮은 바로 이 두알의 가래에 그의 문학적 열정과 고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한참 ‘아리랑’을 집필할 때,사단이 벌어졌다.일단 작심하면 좌고우면하는 법없이 외길로 내달아 끝을 보는 성미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써나갔다.그러나 그게 문제였다.너무 무리하게 글쓰기에 매달리는 바람에 그만 오른팔 관절이 어긋나고 만 것.“처음엔 어깨 관절 부위가 아프더니 이내 어깨며 팔,손등까지 마비되는 거에요.글 쓸 일이 태산인데,큰일났다 싶더라구요.그래서 한의원을 찾아 침도 맞고 했지만 완치가 안돼요.그랬는데 한의사가 제게 이걸 권해요.‘설마…’하고 시작했는데,세상에 가래 주무르는 게 내 글쓰기의 구원이 될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그날 이후,그는 손에서 가래를 놓지 않는다.처음 손에 쥐어 7년쯤 주물렀던 가래 두알은 전북 김제의 ‘아리랑 문학관’에 전시돼 있고,지금 것은 연전 전남 장흥의 독자가 선물한 것이다. ●7년 주물렀던 ‘가래' 아리랑 문학관 전시 작가 조정래(61).문단에서는 그를 두고 ‘한국문학의 정신이자 지조’라고들 말한다.그만큼 외롭고 치열하게 그가 숨쉬는 시공(時空)을 싸워서 헤쳐왔으며,이렇게 일군 그의 문학이 도저(到底)하고 웅숭깊어 정치가,역사가도 이루지 못한 우람한 산 하나를 빚어 놓아서다.어두운 시대,금기의 빗장을 벗겨 낸 ‘태백산맥’이 그렇고 ‘아리랑’과 ‘한강’이 그렇다. 그러나 이런 성취가 거저 주어졌을까.지난 83년 ‘태백산맥’의 집필을 시작해 지난해 ‘한강’을 마무리할 때까지 22년동안 물경 5만장이 넘는 원고지를 오로지 육필로 빼곡하게 메웠다.오죽했으면 집필실을 ‘글감옥’이라고 불렀으며,당초 그가 맘먹은 글편을 마무리한 뒤에는 “이제야 20년 글감옥에서 출옥했다.”고 토로했을까.그만큼 글쓰기는심신을 갉아대는 버거운 중노동이었다.“태백산맥의 원고를 모두 쌓아놓고 사진을 찍을 때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는 그의 말은,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룬 성취감이기도 하겠거니와 영혼의 고독과 육체의 고통을 한꺼번에 이겨낸 한 인간의 눈물겨운 고백 아니겠는가. 그 스물 두해 동안 그는 상상을 절하는 갖가지 직업병과 싸워야 했다.글을 써내야 하는 오른 어깨가 통째로 마비되는 아픔이 가장 치명적이었지만 위궤양과 기침병,둔부의 종기도 그의 ‘장정(長征)’을 위협한 장애였다.이 가운데 위궤양은 지난 90년 취재여행중 중국에서 병증이 나타나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거치는 동안 줄곧 그를 괴롭혔다.“의사 말이 글 쓰는 동안에는 못고칠 병이랍디다.아니나 다를까 아리랑을 끝낼 때까지 다섯 번이나 도졌는데,나중에 담배 끊고,섭생을 잘해 이겨냈죠.” ●글쓰기 22년… 위궤양·기침병·종기 시달려 기침병도 그를 옭아맨 고통이었다.의사의 진단은 ‘누적된 과로’가 원인이었는데,기침 때문에 자리에 누울 수도 없었다.“지금도 기침에는공포감을 갖고 있어요.소설 연재는 시작됐는데,밤잠을 못이루는 고통을 생각해 보세요.두어달 소파에서 앉은 잠을 잤지요.지금 이만큼 나아진 것도 천행입니다.”게다가 둔부의 종기도 그의 발목을 거머쥐었다.“공중에 선반을 매달아 놓고 서서 글을 썼다는 다산의 고백이 이해가 됩디다.결국 하나가 말썽을 부렸는데,나중엔 하는 수 없어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수술을 받았어요.”이처럼 왜곡된 세상의 편견과 싸우는 일방 끊임없이 자신을 위해하려고 드는 병마와도 싸워야 했던 그의 건강이 가래 만으로 담보될 리가 없다.가래와 함께 그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맨손 체조로 참담한 병마를 떨칠 수 있었다.대하소설 ‘태백산맥’은 이런 산고를 겪으며 태어났다. 그를 얘기하자면 산도 빼놓을 수 없다.요즘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을 오른다.주로 집이 있는 분당에서 출발해 너댓 시간 산을 타 남한산성의 정상에 오른다.아내 김초혜 시인과 함께 산을 타며 자분자분 세상일을 얘기하는 일은 즐거운 도락이다.때로는 집 근처 야트막한 야산을 타며 명상에 빠지기도 한다.이런 시간이 정신을 추스리는 충전의 짬이기도 하지만 산의 굴곡을 따라 오르내리는 일은 건강에도 그만이다.‘태백산맥’ 이래 지리산에 들면 혼령과 정담이라도 나눌 것같은 그가 아닌가.아니나 다를까 그는 산중에서도 지리산을 으뜸으로 쳤다.“지리산은 좋은 산이에요.살이 깊어 뼈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깊고 따뜻하죠.산,특히 지리산에 드는 일은 인내가 필요합니다.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4박5일은 걸어야 하는데 견딤을 투자하지 않으면 깊은 맛을 못느끼거든요.” ●매일 맨손체조·등산도 ‘병마 떨치기' 일조 역사(役事)를 치르는 동안 참혹한 심신의 피폐를 겪었지만 그는 지금 흔한 성인병조차 모르고 살 만큼 건강하다고 했다.그러나 정작 부러운 것은 그의 몸보다 정신이었다.“우리 민족의 정신건강이 걱정입니다.병폐야 많지만,영어 배우라며 자녀들 내모는 사람들 보면서 광태(狂態)를 느껴요.이거 문화적 식민을 자처하는 일입니다.민족의 얼인 나랏말 제쳐두고 그렇게 해서 좀 잘되면 뭐하고,좀 잘살면 뭐합니까.슬프기도 하고 위기감도 느껴요.” 노고가 끝나지 않았을까.다시 태어나도 ‘글예술’을 하겠노라는 그는 문신처럼 손끝에 밴 여적(餘滴)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대하소설은 못써요.지금 준비중인 연작소설은 사회주의 몰락의 저변을 파헤친 것인데,우선 실천문학 겨울호에 상당한 분량이 실릴 겁니다.”그래도 세상은 희망이다.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공평을 상징하는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천칭으로 이 시대를 저울질하는 그가 있으므로. 심재억기자 jeshim@ ■‘가래' 건강법 호두처럼 생겼지만 씨알이 크고 굴곡이 깊은 과실이 가래다.그 가래를 주물러 병고를 덜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조정래 작가는 지금도 자는 시간 말고는 손에서 가래를 놓지 않는다.양손으로 가래를 굴리다가 때로는 뾰족한 가래 머리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의 경혈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는 “이걸로 내 어깨를 지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손바닥에 우리 몸 전체의 경락이 모여 있고,특히 손가락 끝의 감각기관은 뇌와 바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우리가 향유하는 문명이라는 것도 기실은손이 이룬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했다. 여기에다 맨손 체조도 그의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하루 중 아침과 점심 후,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세번씩 한 동작을 두번 되풀이해 맨손체조를 하는데,하찮게 여겨 대충 하려고 들지 말고 정성을 쏟아 해보세요.시간이야 5분에 불과하지만 금세 더운 땀이 몸에 뱁니다.”그의 맨손체조는 예전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필요한 몇몇 동작을 더한 것이다.“한창 태백산맥 집필할 때,어깻죽지에 통증이 왔어요.마치 등판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깨지는 듯한 고통이었어요.두드리고 주물러도 안돼요.그때 맨손체조를 시작했는데,불과 열흘 만에 변화를 느꼈어요.”그렇게 어깨 통증을 이겨낸 뒤 하루도 체조를 거르지 않는다.외국 여행중 비라도 내릴 양이면 호텔 현관에서라도 체조를 했다. 까다롭지는 않지만 섭생에도 ‘조정래식’이 있다.야채,된장쌈밥과 매운탕과 구이 등 생선음식을 즐기며,밥은 작은 한 공기가 정량인 소식이다. 대신 육식은 일주일에 1번 정도 먹을 뿐이다.이 원칙을 20년이나 지켜왔다.‘태백산맥’을 집필할 때까지는 커피도 꽤 마셨지만 지금은 녹차가 그 자리를 대신해 하루에 12∼13잔씩 마신다.술도 두주불사였으나 역시 ‘태백산맥’ 집필에 들면서 주색잡기를 금기사항으로 규정,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부터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도원아이한의원 이정언 원장은 “손은 동맥과 정맥이 교차할 뿐 아니라 경혈이 많아 가래나 둥근 공을 자주 주무를 경우 혈행을 개선할 뿐 아니라 경혈을 자극해 운기(運氣)를 돕기 때문에 작가 등 팔을 많이 쓰는 직업인에게 맞는 운동법”이라고 조언했다. 심재억기자
  • 내년1월 출범 소방방재청 ‘시끌’

    내년 1월 출범을 앞둔 소방방재청의 청장 자리와 관련,행정자치부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소방방재청장 직위를 ‘정무직’으로 할 것이냐,‘소방직’으로 제한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행자부 내에서는 명칭 시비를 비롯,소방방재청장 직위 문제를 놓고 소방직 대 비(非)소방직 공무원간 치열한 설전이 진행 중이다.여기에다 이런 집안 다툼이 국회를 상대로 한 로비전으로 변질되면서 수개월째 고성이 담장 안팎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무직이냐,소방직이냐 이같은 논란은 지난달 19일 ‘청장은 정무직,차장은 별정직 혹은 소방직으로 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정부 원안대로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다음날 곧장 재점화됐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이 청장 자리를 소방직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하는 등 반격에 나선 탓이다.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집단 서명을 받은 데 이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일부 의원까지 가세,현재 160여명의 의원들이 동참한 상태다.전 의원측은 “국회 본회의에서 행자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함께 수정동의안을 동시에 상정할 예정인데,수정안이 무난하게 통과되지 않겠느냐.”고 낙관하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반전되자 이번에는 허성관 행자부장관이 칼을 빼들고 나섰다.지난 9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전 의원이 소방직의 이해관계를 그런 식으로 대변하면 곤란하다.직능 이기주의에 빠져들면 공무원 조직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직격탄을 날렸다.국회의원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공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허 장관은 또 “소방방재청은 소방관만의 조직이 아니라 재난을 방지하고 관리하는 여러 직능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라면서 ‘정무직 청장’의 당위성을 역설하기도 했다.허 장관의 ‘작심 발언’을 전해 들은 전 의원은 허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따졌다.’는 전언이나,이미 대세가 굳어졌으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쪽이다. 그러나 행자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까지 ‘정무직 청장’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부처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회(회장 박용식)도 행자부 입장을 적극 편들고 나섰다.박 회장은 “전 의원의 ‘소방직 청장’ 주장은 소방방재청의 조직과 기능에 대해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은 처사”라고 지적하고 “전국의 공직자협의회 및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이를 저지하는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반란’이 주 원인 허 장관은 전 의원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소방직 청장’을 밀어붙이고 나선 배경에는 ‘내부 반란자’의 로비가 주효했다고 보는 듯하다.그래서 그동안 여러번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지난달 27일 행자부 직원들을 상대로 “집안 일은 안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장시간 ‘훈계’했는가 하면 다른 자리에서는 “내가 옷을 벗는 한이 있더라도 혼을 내겠다.”는 초강성 발언도 쏟아냈다는 것이다.‘정무직,소방직 논란’은 오는 29일쯤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판가름난다. 박은호기자 unopark@
  • “성숙해진 앨런 기대하세요”연극 ‘에쿠우스’ 주연 조재현· 연출 김광보씨

    올 한해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낸 두 남자가 만났다.영화배우 조재현(38)과 연극연출가 김광보(39). 조재현은 지난 1월 TV 드라마 ‘눈사람’을 시작으로 ‘청풍명월’‘목포는 항구다’‘맹부삼천지교’ 등 세편의 영화에 내리 출연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눈코뜰새없이 지냈다.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부터 ‘산소’‘당나귀들’‘프루프’‘웃어라 무덤아’까지 연달아 5편의 흥행작을 내놓은 김광보도 그에 못지않다. ●최민식 대타로 13년전 5대 ‘앨런' 발탁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이들이 작심하고 의기투합한 무대는 내년 1월2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막올리는 연극 ‘에쿠우스’.지난 20년간 대표작들만 뽑아 연중시리즈로 기획된 ‘연극열전’의 첫번째 대극장 작품이다. 조재현이 13년 만에 주인공 ‘앨런’역으로 복귀하는 데다 근래 가장 주목받는 김광보 연출가가 가세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연극계 안팎의 기대와 관심이 대단하다. 지난 8일 늦은 오후,서울 혜화동 연습실에서 첫 대본연습을 막 끝낸 두사람과 마주했다.“오랜만에 대본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조재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그에게 ‘에쿠우스’의 앨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1991년 신인배우였던 조재현은,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의 뒤를 이어 5대 앨런으로 발탁되면서 비로소 배우로서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렸다.‘에쿠우스’는 말의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한 소년 앨런과 그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그땐 최민식 선배 대타였어요.갑자기 앙코르 공연에 투입되느라 한달도 채 연습을 못하고 무대에 섰는데 그게 무려 8개월이나 가더군요.” 앨런은 당시 모든 20대 남자배우들의 꿈이었고,조재현은 자신에게 다가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한창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굳이 더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없어요.다만 그때는 어려서 배역을 얼마나 잘 흉내내느냐에 급급했는데 이젠 좀더 진실되게 앨런의 내면을 표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한살차이 20년지기 ‘라이벌로 친구로' 하지만 마흔을 눈앞에 둔 나이에 17살 소년의 감성을 연기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터.김광보 연출가도 처음엔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오늘 첫 연습을 하면서 기우라는 걸 알았습니다.다른 배우라면 몰라도 조재현이라면 가능하구나 싶었지요.” 한살 차이인 두 사람은 20년 지기이다.80년대 중반 조재현은 부산 경성대 연극반 주연이었고,김광보는 가마골소극장의 주연 배우였다.그때 김광보의 연기를 봤던 조재현은 “자존심에 잘한다고는 못하고,참 열심히 하더라는 얘기만 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김광보는 연출가로 데뷔하기 이전 배우와 조명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두 사람은 1989년 이윤택 연출가의 ‘청부’에서 각각 주인공과 조명감독으로 만난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공동작업을 하게 됐다. ●말의 형상화등 비주얼한 부분 강조 김광보 연출가에게도 이번 ‘에쿠우스’는 새로운 도전이다.1975년 초연 이후 극단 실험극장의 자존심이 된작품에 ‘치기어린 장난’은 하지 않을 생각.“작품 해석을 다르게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합니다.대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대신 말(馬)의 형상화 등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이전 작품들과 차별성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이 시대의 명배우 조재현과 흥행연출가 김광보가 빚어낼 환상의 호흡이 벌써 궁금해진다. 이순녀기자 coral@
  • “문무 두루 갖춘 조폭보스 됐어요”K2TV ‘그녀는 짱’ 강성연

    “청순가련형 며느리 역할은 이제 사절이에요.원래 제 성격대로 밝은 이미지의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SBS ‘그 여자 사람잡네’ 이후 1년 가량 휴식을 취했던 탤런트 겸 가수 강성연(사진·27)이 변신을 선언했다.참한 배역을 주로 맡은 덕에 숱한 아줌마 팬들을 거느린 그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작심하고 달려든 배역은 다름아닌 조직폭력의 보스.10일 시작하는 KBS2 월화극 ‘그녀는 짱’(극본 조희,연출 김용규)이 무대다. 그가 연기하는 하혜경은 해외 명문대출신의 대학 강사에다 뛰어난 미모까지 갖춘 재원.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그녀의 유일한 콤플렉스는 바로 조직폭력배 두목인 아버지(이대근).그래도 피는 못 속이는지 오토바이 폭주를 즐기고,웬만한 남자는 한방에 날려버리는 괴력과 뚝심의 소유자이다. 얼핏 영화 ‘조폭마누라’가 연상된다고 하자 그는 얼른 고개를 젓는다.“혜경은 아주 다면적인 인물이에요.강단에 설때는 요조숙녀가 따로 없다가 남자들과 ‘맞장’을 뜰 때는 과격하기 이를 데 없지요.만화같은 캐릭터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딱 그런 역할이에요.” 혜경은 반대파의 음모로 아버지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넘버 3’인 이동기(안재모)와 함께 조직을 구하러 나선다.이 와중에 순진한 수도사 미카엘(류시원)이 얽혀 기묘한 삼각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강성연은 ‘조폭 짱’으로 싸움실력을 뽐내야 하는 장면이 많아 한달전부터 하루 대여섯시간씩 운동에 열을 쏟았다.복싱에어로빅은 원래 좀 했고,이 작품을 위해 오토바이와 태권도,권투를 따로 배웠다.웬만한 액션신은 대역없이 손수 해냈다고 자랑한다. 시청률 40%대인 MBC ‘대장금’과 맞붙어야하는 심정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는 “사극과는 차별된 재미를 줄 수 있는 트렌디 드라마이고,저뿐만 아니라 안재모,류시원씨 모두 아줌마 팬들이 많아 어느 정도 시청률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보보’란 예명으로 2장의 앨범을 낸 그는 역시 가수활동을 겸하고 있는 안재모와 함께 이번 드라마의 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盧대통령 ‘정치자금’ 간담 / 의미·일문일답

    노무현 대통령이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대선자금 전모를 밝히자고 전격 제의했다.작심하고 정치자금 수사에 관한 소회를 밝힌 것 같다.자칫 검찰에 대해 수사방향을 제시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이렇듯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정치개혁을 하자는 소신 때문으로 풀이된다.‘정치자금 전면수사’라는 대형 태풍이 불가피해지고 있고,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 전면 물갈이와 빅뱅도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았지만,정치자금 수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수사를 비자금 전체로 확대하지 말고 정치자금으로 국한하되,그 경우도 대선자금으로만 하자는 것과 구체적 대가를 주고받은 뇌물이 아닌 경우 해당 기업을 사면하자는 것 등이다.경제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정치인 수사 위주로 하자는 제안도 했다. 노 대통령은 “누가 누구로부터 얼마 받았다는 단편적인 사건 중심이 아니라 정치자금의 전모를 제대로 한번 공개하고 구조적으로 분석한 뒤 국민들 앞에 밝혀 제도·문화적으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완전히 새롭게 개혁하는 계기로 삼아야 고통을 생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정치자금 문제에 정공법을 택한 것은 상대적인 자신감도 묻어있다.노 대통령은 “잘못된 정치풍토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절제하면서,돈을 최대한 아끼면서 정치를 해온 사람들도 있고 이 조직,저 조직을 끌어들이려고 마구 돈을 긁어모아 썼던 조직도 있다.”고 말한 게 예사롭지 않다.지난 대선때 한나라당보다는 정치자금을 덜 썼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대선자금과 관련한 특검은. -지금 검찰이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특검을 내놓는 게 사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자칫 검찰수사 흔들기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이번 수사를 통해 검찰의 대 국민신뢰를 좀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을 특검해야 한다고 하는데. -수사의 단서가 있어야 특검이든 수사든 하는데,한나라당은 풍문을 근거로 하는 것이라 특검이 임명돼도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 데 혼란스러울 수 있다.수사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 보아서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모아 구체적으로 다듬어 보내주면 성실히 받겠다. ●“남의 흉 들춰내는 공방 신뢰 못받아” 정치자금 수사에 대해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권은 내 흉은 숨기고 남의 흉은 들춘다.남의 흉을 크게 들춰 내 흉을 감추려는 공방 같아서는 국민들 앞에 신뢰받을 수 없다.회피하지 말고 남에게 덮어 씌우지 말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수사에 협조하자. 정국상황이 산만하게 진행되는데.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 전모를 드러내놓고 거기에서 출발해 깔끔하게 과거를 정리하고 새롭게 제도를 만들어 나가자.일부 사건만 드러나서 수사를 하고 있으니까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고 정치권이 모두 흔들리고 기업들도 불안해한다.정치자금의 전모를 드러내도록 수사를 깔끔히 하면 혼란스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기성 정치인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정치인이나 정당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냐. -수사가 내 뜻에 의해시작되지 않았다.내 뜻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저도 상처가 많이 났다.아픈 사건부터 먼저 터지는 것을 보고 이게 시운(時運)인가보다 했다.이 시대 우리가 거역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이 사건을 받아들인다.저도 많이 아프다. 총선자금도 수사에 포함되나. -‘대선자금에 한정하라,총선자금에 한정하라.’라고 정할수 없다.의미있는 범위까지 하는 게 좋다.총선자금까지 뒤지자고 말할 수 없다.대선자금 하면,후보가 결정되고부터가 아니겠느냐.현재는 대선자금이 불거졌으니까 전모를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겠느냐. ●“대선자금 수사 정리되면 입장 밝힐 것” 검찰수사나 특검에 앞서 먼저 대선자금을 공개할 용의는. -쌍방이 다 밝히는 것을 조건으로 7월에 제안했다.진실로 그렇게 하고 검증과정을 거쳐 전모를 밝히자는 것이었는데,그때는 모두 웃고 넘어갔다.지금 수사하는데 공개하는 게 우습지 않겠느냐.지금은 공개다,고해성사다 할 것이 아니고 검찰수사에 적극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사과했는데,노대통령은 사과용의가 없나. -대선자금에 관한 저의 입장 발표는 수사가 다 정리되고 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수사가 다 끝나고 나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기업인들도 수사에 협력해야 하나. -기업도 이렇게 된 마당이니까 수사에 협력해야 한다.기업이나 경제인들도 이번 수사로 다시는 이런 수사 안받는다고 하면 어느 정도 고통스럽더라도 감수하지 않겠나. 곽태헌기자 tiger@
  • ‘청와대 회동’ 정국 이슈별 해부

    ■특검제 도입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26일 제안한 ‘대선자금 특검제’도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일단 긍정반응을 보였다.이에 민주당은 “특검에 반대 안한다.”고 밝혔지만 열린우리당은 “검찰수사를 회피하려는 수단”이라며 부정적 반응을 보여 ‘특검’을 둘러싼 정치권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선자금 전반에 대한 특검 실시는 여야의 대선장부가 전부 공개된다는 것으로 그 폭발력을 가늠하기 힘들다.이 때문에 명분을 선점하려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기싸움일 뿐,실제 특검 도입은 어려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특검 거부·유보’라는 해석이 분분하자,“노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기자회견에서도 특검수사든,검찰수사든 정치권이 합의해 오면 어떤 제안도 받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수용의 뜻을 분명히 했다.유 수석은 “‘정부조직의 최고 책임자로서 특검논의가 적절치 않다.’는 대통령의 말 뜻은 검찰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먼저 ‘특검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야당의 검찰에 대한 불신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수석은 “특검 수용은 지금까지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대선자금까지도 모두 수사의 대상으로 삼자는 것인 만큼 각 당이 대선자금 회계장부를 국민에게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 수석은 그러나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한나라당 대선자금인 SK비자금에 대해 “현 검찰의 수사가 형평성을 잃거나 불공정한 것이 아닌 만큼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특검에 대해 언제 합의할지도 모르는데 수사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한나라당측은 현재 SK비자금 검찰수사도 특검으로 넘기자는 입장인 만큼 조율이 필요한 대목이다.유 수석은 “정치권이 특검에 대해 합의한 뒤 SK비자금 수사를 특검으로 넘길 수는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문소영기자 ■재신임투표 재신임 국민투표를 놓고 청와대와 정치권 사이에 기싸움이 여전하다.양측 모두 뱉은 말을 주워담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형국이다.추세를 볼 때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오는 12월15일 전후 재신임 국민투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민주당과 자민련은 위헌 소지와 경제적 낭비 등을 이유로 실시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한나라당은 국민투표를 실시하되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진상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열린우리당만 원칙적으로 재신임 국민투표에 찬성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며 빼낸 ‘칼’을 명분없이 거둬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노 대통령은 “제의는 내 뜻대로 했으나,거두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해 정치권의 합의나 대안제시를 요구한 상태다.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정치권이 국정을 흔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압력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재신임 투표 철회를 위한 정치해법을 제시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현재 거론되는 대안으로는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이 밝힌 ‘국민투표 시행시기 재조정’방안과,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제안한 ‘책임총리제 실시’ 등이 있다. 그러나 결국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재신임 투표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26일 청와대 회동에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재신임 투표의 위헌시비가 있으므로 신속히 헌재의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또 이에 대해 노 대통령도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헌 여부를 한번 판단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청와대 쇄신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의 청와대 참모진 경질 요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26일 “불가능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당·청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특히 일부 강경 소장파 의원들은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나온 직후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대통령과 소장파 의원들의 정면충돌 양상마저 표출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즉각적인 경질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각은 그렇다 쳐도 청와대 참모진 경질이 정기국회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발끈한 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의 의사표명과 관계없이 조속히 자진사퇴해야 하며,대통령도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7일 아침 의원들과 대책을 숙의한 뒤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동안 작심하고 청와대 비서진의 전면 개편을 여러차례 주장했던 천정배·신기남 의원 등도 이날 밤 접촉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천정배 의원 등이 노 대통령 당선에 1등공신 역할을 한 대표적 친노(親盧)의원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귀국하면 인적쇄신 요구를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었는데,예상이 빗나간 셈이다.그러나 일부 참모진을 자연스럽게 개편하는 선에서 갈등을 봉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상연기자 carlos@
  • 이창동문화, 연극인에 화해 제스처?/ 대학로서 연극관람후 뒤풀이도

    이창동(사진) 문화관광부장관이 연극인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코드’ 인사와 문화정책을 비판한 ‘연극인 100인 선언’으로 불편해진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차원이었다. 이 장관은 22일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거푸 두 편의 연극을 봤다.극작가 윤대성씨의 ‘이혼의 조건’과 ‘당신 안녕’이었다.‘100인 선언’의 ‘주동자급’인 정진수 성균관대 교수와 김영수 극단 신화 대표가 각각 연출한 작품이다. 이 장관은 ‘이혼의 조건’을 혼자 본 뒤 30여명의 기자와 저녁을 들고는 함께 ‘당신 안녕’을 관람했다.뒤풀이는 야외 카페에서 있었다.쌀쌀해진 날씨에 야외난로가 등장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어지간히 신경을 쓴 듯했다.이 장관은 원로연극인 장민호·무세중씨,배우 전무송·이혜경씨 등과 환담했지만,정진수 교수는 이 장관과 떨어져 기자들에게 문화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열중했다. 파장이 가까워지자 이 장관은 정 교수 쪽으로 옮겨 앉았고,“옛날 대구에서 연극배우를 할 때 찾아주신 적이 있다.”고 오래된 인연을 꺼냈다.이 장관은 “당시 사투리가 걱정이었는데 오히려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고 격려해 주어 큰 용기를 얻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고,정 교수도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정 교수는 영화인 출신 장관에게 작심한 듯 “지금 정부로부터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분야는 영화”라고 지적하고 “영화가 발전하려면 그 토양이 되는 연극의 활성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도움이 필요한 연극계의 현안을 설명해 나갔다. 이 장관은 “연극계의 어려움은 제가 안다.”고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그렇지만 연극인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그러자 정 교수는 기분이 상한 듯 문건 하나를 던지듯 건네주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기에 다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문예진흥원을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겠다는 문화부 방침을 비판하는 이 문건은 “참으로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로 시작한다. 이 장관은 이날 비판세력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확인했다.그러나 이런 노력이 계속돼야 쌓인 앙금이 가시고 소통의 길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한 연극인은 피력했다. 서동철기자 dc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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