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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리 10주기 작품세계 재조명

    ‘무녀도’‘등신불’의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10주기를 기리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린다. 김동리기념사업회(회장 김주영)는 오는 17일 오후 5시 동아일보사 21층 강당에서 ‘김동리 10주기 추모문집 출판기념회 및 추모의 글 헌정식’을 개최한다. ‘영원으로 가는 나귀’(계간문예 펴냄)라는 제목의 추모문집에는 박경리 김원일 서영은 송기원 유현종 이문구 최일남 등 문인 72명의 글이 실렸다. 박경리 이동하 김채원 등 11명은 이날 행사장에서 직접 추모의 글을 낭송할 예정이다. 이어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김동리 선생 추모음악의 밤’에서는 김동리의 시 ‘무지개’‘동화’‘이렇게 나는 오늘도’ 등 3편의 시에 작곡가 김희갑이 곡을 붙인 노래가 선보인다. 추모음악의 밤은 10월7일 오후 6시 경주 동리목월기념관에서 한 차례 더 열린다. 기념사업회는 이와 함께 오는 20일부터 9월10일까지 전국 중·고교생, 대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1회 김동리문학 독후감 공모대회’도 마련한다. 또 8월25일 오후 3시 영상자료원에서는 ‘무녀도’‘역마’‘을화’‘황토기’ 등 ‘김동리 원작 영화 상영회’를 갖고,9월27일 오후 3시에는 세종문화회관 3층에서 김윤식 명지대 석좌교수 등이 참여하는 ‘김동리 문학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소설가 김원일은 “오늘날 한국문학의 뿌리는 동리 선생이 만들었지만 사회적으로나 문단에서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있다.”면서 “10주기를 계기로 선생의 문학적 업적이 새롭게 조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리의 부인인 소설가 서영은은 “이번 행사가 단지 추모행사에 머물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가 됐으면 한다.”고 소망했다.(02)3675-5633.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부고]

    ●北인권법 초안작성 남재중씨 지난해 미 상원을 통과한 북한인권법안 초안을 작성한 재미교포 북한인권운동가 남재중씨가 6일 오후 10시쯤(현지시간)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0세. 고려대 의대를 나와 1974년 미국으로 이민한 고인은 1999년 재미동포들을 규합해 북한인권운동 단체인 이지스재단을 만들었다. 남 박사는 재단 활동을 통해 의약품 지원과 탈북자 인권실상 알리기에 주력해왔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미국방문을 주선했던 그는 지난해 북한의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이 발표한 6·15시대의 민족반역자 2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재근(서울신문 예산지국장)씨 모친상 8일 예산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10시 (041)335-7522 ●오재호(전 교육부 교육연수원장)씨 별세 수일(감로한의원 원장)미혜(정산생명공학 ICA 지점장)씨 부친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 (02)3410-6909 ●유근일(전 조선일보 주필)씨 모친상 정엽(기아자동차 과장)정훈(현대상선 대리)현태(작곡가)현철(SK텔레콤 직원)씨 조모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02)3010-2292 ●이만호(전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씨 별세 태형(이태형한의원장·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겸임교수)태엽(아텍코리아 대표)씨 부친상 8일 경희의료원, 발인 10일 오전 10시 (02)958-9551 ●방진우(사업)진수(우리투자증권 차장)씨 부친상 조병률(사업)씨 빙부상 8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0일 오전 5시30분 (02)590-2579 ●최경림(가좌리교회 목사)광림(사업)씨 모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10시 (02)3010-2251 ●정하철(서울지방보훈청장)씨 부친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6시 (02)3410-6916 ●서진희(전 농심 고문)씨 별세 재건(율촌화학)재순(방림 기획팀장)재석(우리은행 런던지점 과장)씨 부친상 재희(방림 회장)씨 형님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0일 오전 6시30분 (02)3410-6916 ●김명식(전 대한페인트 상무)씨 상배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7시30분 (02)3010-2264
  • [주말에 뭘 보러갈까]

    ● 무용 정명지 ‘미롱’ & 증환흥 ‘행자’‘당인의 노래’ 10일 오후 8시,11일 오후 5시 포스트극장(02)337-5961. 조성희 ‘파라다이스여 안녕’ & 마이클 팽 ‘A Virtual State of Aloha’ 13·14일 오후 8시 포스트극장(02)337-5961.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 10일 오후 7시30분,11일 오후 4시 호암아트홀(02)587-6181. 국립국악원 절기공연 ‘수릿날 햇님 둥둥’ 11일 오후7시 국립국악원 별맞이터(02)580-3300.● 클래식 미하일 플레트뇨프 피아노 독주회 1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후 8시 완벽한 테크닉을 가진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작곡가·지휘자로서도 재능을 펼치는 러시아 출신 아티스트가 6년 만에 갖는 내한 독주회.1988년 워싱턴에서 열린 미·소정상회담에 초청돼 연주하기도 했던 인물.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7번과 8번 ‘비창’, 쇼팽의 24개 전주곡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들로 꾸며졌다.(02)541-6234. 서울시 합창단·제누스 오페라단의 베르디 레퀴엠 16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 콰르텟 마제스틱 창단연주회 13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02)541-6234. 김자경오페라단의 명사음악회 9일 오후 7시30분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02)2062-0433. ● 뮤지컬 - 오페라의 유령 10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9년간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흥행 뮤지컬.2001년 라이선스 공연에 이어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팀이 3개월간 장기공연을 펼친다. 브래드 리틀, 마니 랍, 제롤드 칼랜드 출연.1588-7890. 카르멘 19일까지 리틀엔젤스예술회관 고선웅 작·연출, 나현희 김영민 출연. 불꽃같은 여인 카르멘과 지고지순한 청년 돈 호세의 파멸적인 사랑을 그린 창작뮤지컬 (02)545-7302. 밑바닥에서 19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 물 막심 고리키 작·왕용범 연출, 이주원 황지영 출연.1890년대 러시아의 부랑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뮤지컬. 기계음을 배제한 언플러그드 음악으로 원작의 풍부한 정서를 표현한다.(02)745-2124. 더 씽 어바웃 맨 무기한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한진섭 연출, 성기윤 이정열 김경선 출연. 뮤지컬 ‘아이 러브 유’의 작가 조 디피트로와 지미 로버츠 콤비의 야심작.1544-1555. 리틀 샵 오브 호러스 7월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이항나 연출, 김학준 양소민 박지일 출연. 식인식물을 내세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풍자하는 코믹호러극.(02)556-8556. 지하철1호선 무기한 학전블루소극장 김민기 번안·연출, 김현국 주현종 서오순 출연. 옌볜 처녀의 눈에 비친 서울 사람들의 풍경.11년째 장기운행 중이다.(02)763-8233. ● 미술- 최흥미 개인전 - 6월 12일까지 송파구 풍납동 아산갤러리 환기재단 소장작가전 26일까지 종로구 부암동 환기미술관. 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명희, 김주영, 김차섭, 민균홍, 박관욱, 방혜자, 진유영 등 중견작가 7명의 작품전. 이들은 환기재단 컬렉션으로 작품이 소장된 작가들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로 정진한 작가들의 고뇌의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들로 구성.(02)391-7701. 1차 한·러아트페어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한·러 양국의 역량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양국의 문화적 동질성을 교감하면서도 차별성을 비교할 수 있다. 오는 7월11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차 전시회가 열린다.(02)399-1151. 홍성도 사진전 17일까지. 갤러리 인. 사진속에 또 하나의 프레임을 담는 작가가 3년 만에 갖는 개인전. 그의 연작 ‘성형’에서 보듯 그는 인체사진을 이리저리 붙여 입체화시키는 등 평면적인 사진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02)732-4677. 김문식전 10일까지. 선화랑 온통 잿빛을 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심산유곡. 거친 필선과 담담한 선염 등은 김문식 산수화의 핵심이다. 그가 그리는 산수화는 자연의 단순한 복제가 아니다. 그림 자체가 자연으로 다가온다.(02)734-0458. ● 연극-벽속의 요정 7월24일까지 우림청담시어터 전쟁통에 40년간 벽속에 숨어살게 된 아버지와 그의 아내, 딸이 그려내는 가슴 따뜻한 가족이야기. 마당놀이 스타 김성녀의 첫 모노드라마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02)569-0696. 인형의 집 9·10일 LG아트센터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연출, 안네 티스머 출연. 역대 ‘인형의 집’중 가장 충격적인 결말로 관객을 전율케 한다.(02)2005-0114. 물보라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오태석 작·연출, 전무송 문영수 이은정 출연. 남도 작은 어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풀어낸다.(02)2280-4115. 십년 후 11∼21일 연우소극장 김민정 작·반무섭 연출, 정의순 김자연 출연. 십년 만에 만난 대학동창 여성 세명이 털어놓는 이야기.(02)764-3380. 셜리 발렌타인 7월17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윌리 러셀 작·글렌 월포드 연출, 손숙 출연. 홀로서기를 꿈꾸는 40대 중년여성의 유쾌한 일탈.(02)334-5915. 짬뽕 7월3일까지 인아소극장 윤정환 작·연출, 윤영걸 공상아 출연.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한 연극.(02)2266-0867. 위트 7월10일까지 정미소 마거릿 에든슨 작.‘죽음조차 나를 죽일 수 없다’는 배우 윤석화의 모노드라마.(02)3672-3001.
  • [어떻게 지내세요] 칠순 넘어서도 은퇴 모르는 ‘원조 한류열풍’ 한명숙씨

    [어떻게 지내세요] 칠순 넘어서도 은퇴 모르는 ‘원조 한류열풍’ 한명숙씨

    “요즘 가수들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같아요. 우리 때만 해도 가슴 잔잔히 들려주는 것을 멋으로 알았거든요.” 원로 가수 한명숙(71)씨. 추억의 노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로 유명하다. 아직도 40대 이상은 이 노래를 얘기하면 ‘아, 그거’ 하면서 엉덩이를 들썩거릴 만큼 여전히 인상 깊다.‘노오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생김생김/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아 그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노오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한씨는 1961년 데뷔곡으로 이 노래를 불러 공전의 히트를 쳤다. 노래가 나오자마자 전국을 노란색으로 물들인 것은 물론 일본과 타이완 프랑스 미국 등에까지 번져 한류 열풍의 원조로 가요사에 기록된다. 당시 언론에도 “한명숙의 트위스트 곡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는 미8군 가수들의 인기 신호탄으로서, 자유당 정권의 3·15부정 선거와 4·19혁명 등으로 우울했던 사람들의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또 타이완,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열광적 반응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요즘 가수들은 들려주기보다 보여주기만 해” 현충일인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필리핀 6·25참전기념탑’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한씨를 만났다. 작곡가로 활동 중인 장남 이일권씨, 어린 손자도 함께 나왔다. 이씨의 대표곡은 ‘내사랑 영아’(이명훈 노래). 먼저 지난해 12월 칠순잔치 때의 사진을 건네준다.60대 초반으로 보인다고 하자 한씨는 “다들 그래요.”하며 소녀처럼 수줍게 미소짓는다. 근황을 들려준다. 지난 1일부터 3박4일 동안 전남 완도와 진도 등에 여행을 다녀왔단다. 사단법인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회(위원장 박일서)에서 원로 가수 40여명을 초청한 연례행사였다.‘대전부르스’를 부른 안정애씨,‘파도소리 들리는 쓸쓸한 바닷가에서∼’로 시작되는 ‘바닷가에서’의 안다성씨 등 왕년의 스타 가수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원로 연예인들을 위한 초청행사에도 참가, 존경하는 작곡가 손석우씨 등을 만나기도 했다. 손씨는 ‘노오란 샤쓰∼’를 작사·작곡했다. “그때(61년) 최희준씨가 손 선생님을 소개해줘 ‘노오란 샤쓰∼’를 만났지요. 이후 ‘우리마을’‘그리운 얼굴’‘사랑의 송가’ 등 300곡 정도를 불렀습니다.” 한씨는 당시 ‘노오란 샤쓰∼’의 영화에 신영균 엄앵란 김희갑씨 등과 함께 출연했으며 이때 신영균씨가 노란셔츠를 입어 유행을 더욱 부추겼다. ●“가수에게 은퇴란 없어… 9일 호주서 교민 위로공연” 한씨는 “가수에게는 은퇴란 없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10여년 동안 외국공연을 20여차례 다녀왔다고 했다.1년전에는 캐나다 밴쿠버 공연을 했고 9일에는 호주 교민회를 방문,‘노오란 샤쓰∼’ 등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씨는 “외국에 갈 때마다 교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손을 꼭 붙잡고 고국생각에 눈물을 흘린다.”고 만난 소감을 전했다.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그저 밝게 웃고 또 노래는 즐거운 것이 아니냐.”고 대답했다. 평남 진남포 출신인 한씨는 남편과 일찍 사별(70년)했으며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딸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고(故) 신성모씨의 손자와 결혼, 미국 시애틀에서 산다. 차남 이일준(43)씨는 미 샌디에이고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씨는 경기도 파주에서 장남과 함께 살고 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 [민선 지방자치 10년] ③ 성큼 다가온 지방행정

    [민선 지방자치 10년] ③ 성큼 다가온 지방행정

    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은 주민들 곁으로 성큼 다가섰다. 지난 10년간 일부 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해 전시행정과 선심행정, 제 사람 챙기기 등으로 빈축을 사기도 했으나 집무실 출입문이나 벽을 투명유리로 바꾸고, 권위를 벗어던진 채 생활행정·주민행정을 몸소 실천, 주민들의 칭송을 받는 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시스템 바꿔 주민 속으로 종전에는 소관사항이 아니면 해당 부서로 이첩했으나 지금은 직접 해결점을 찾아 소관부서에 건의한다. 경남도의 경우 민원처리 결과를 회신할 때는 반드시 도지사 비서실을 거쳐야 한다. 처리과정의 적절성 여부를 도지사가 챙기자 담당 직원의 자세가 바뀌었다. 지난해 8월 밀양시 상동면 주민들이 KTX 운행 이후 완행열차 운행횟수 감소로 인한 불편을 도에 호소했다. 종전 같으면 ‘소관사항이 아니므로 철도공사로 이첩했으니 양지하시기 바람’이라고 회신했을 일이지만 담당 직원이 현지로 나가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상동역을 출발하는 완행열차가 종전 상행 3회, 하행 10회였으나 KTX가 운행되면서 상행 4회, 하행 5회로 줄었으며, 운행시간도 새벽이나 심야시간대로 바뀌어 주민들의 부산나들이가 불편함을 확인, 철도공사에 운행횟수 증회를 건의해 성사시켰다. 대구시 수성구는 지난 2002년 ‘민원배심원제’를 도입했다. 법률가와 건축사 등 전문가들이 배심원으로 참여,▲적법한 행정처분이 다수 주민에 피해를 줄 경우와 ▲장기 미해결 고질 또는 집단민원 ▲주민간 이해대립 ▲2회 이상 반려되거나 불가처리된 민원 등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처리한다. 그동안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다가구주택, 골프연습장, 오피스텔 신축, 가스충전소 등 각종 인·허가 150여건을 처리했다. 울산시 북구도 주민들의 반대로 3년 이상 끌어오던 음식물쓰레기 공공자원화사업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배심원제로 깨끗이 처리했다. 이상범 구청장이 지난해 말 중산동 주민들과 협의, 사회단체·종교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배심원들의 결정에 따르기로 합의했던 것. 강원도도 감사시스템을 직접 현장을 뛰며 주민들과 기업의 애로점을 듣고 해결해주는 사전 업무환경개선으로 전환, 도시계획에 묶여 공장부지 확장 및 도로개설이 어려운 기업을 찾아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주민에게 감동주는 행정 대구시가 시민운동으로 추진한 ‘담장허물기 운동’은 고교 검인정 교과서에도 실렸다.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 1999년 5월부터 전개해 가정집을 비롯, 교회, 상가, 공공기관 등의 담장을 허물어 녹지공간 확보는 물론 이웃간 서로 터놓고 지내는 열린 도시로 변모했다. 광주시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가꾸기 사업’도 호평이다. 마을별로 담장 허물기, 빈 터에 꽃과 나무 심기, 꽃길 조성, 담장에 벽화 그리기 등으로 공동체의식을 갖게 한다. 소요 예산은 주민이 10∼20% 부담하고 나머지는 구에서 보조해준다. 전북 전주시는 개발제한으로 슬럼화된 교동과 풍남동 일대 한옥촌을 전통문화지구로 개발,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전통 주류박물관과 명품관, 전통문화센터 등을 건립하자 전통 한옥촌에 걸맞은 한정식집과 전통찻집, 민속공예품판매점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군포시는 시민들에게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대여 자전거는 모두 100대로 가구당 1대씩 3개월·6개월·1년 단위로 빌려주며 연장도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교통·환경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자전거 무료대여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주민행정시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매월 2차례씩 주민 40명을 한 팀으로 구성, 수도사업소나 광역매립장, 도산서원, 하회마을, 산림과학박물관 등 주요기관을 방문, 행정의 신뢰도를 높였다. 인근 영주시도 ‘수돗물 수질평가위원회’를 구성, 시민들이 만족하는 상하수도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 위원회에는 대학교수와 시민 등이 참여해 앞으로 2년간 수질검사와 수질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며, 정수장을 개방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정수장을 견학하고 수돗물 생산과정을 눈으로 확인토록 했다. 광주시 남구의 ‘효(孝)사랑 운동’도 눈에 띈다. 허술한 사회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해 대촌농협 등 관내 14개 금융·유통업체들과 협정을 맺고 수익금의 0.5∼1%를 기금으로 적립, 독거노인 등에게 주·부식비와 병원 치료비, 연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지역의 얼굴 알리는 축제 특색있는 축제로 대박을 터뜨린 지자체도 적지 않다.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지난 99년 직원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나비축제는 올해로 7회째. 해마다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축제장 주변에 심은 자운영을 브랜드로 판매되는 ‘자운영쌀’은 친환경 이미지를 굳혔다. 경남 고성군의 ‘공룡나라 축제’도 시골마을의 얼굴을 내외에 알렸다. 국내 최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임을 내세워 공룡을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한 것. 내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공룡 세계엑스포’가 열린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내년에 열리는 공룡 세계엑스포를 계기로 고성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이 얼굴을 갖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북 김제의 ‘지평선축제’도 지역의 이미지를 알리는 축제로 자리매김됐다. 드넓은 호남평야에서 생산되는 쌀과 지평선이 보이는 평야를 주제로 짧은 기간에 성공을 거다는 평가다. 민선자치 10년간 행정이 변화한 데는 시민단체의 역할도 컸다. 민원의 현장에서 잘못된 행정을 지적하면서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경남 마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시가 마산 출신 작곡가 조두남 선생과 이은상 시인의 업적을 기려 건립한 ‘조두남 기념관’과 ‘노산문학관’의 명칭을 변경시켰다. 시민단체들은 이들의 친일행적을 문제삼아 부당함을 지적했다. 시가 개관을 강행하자 거칠게 항의하다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으며, 중국 현지를 방문해 행적을 조사하기도 했다. 결국 시는 지난해 7월 관련 조례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 마산음악관과 마산문학관으로 각각 명칭을 변경했다. 정리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교부금·부가가치세 일부 자치재원으로 돌려줘야” 권문용 자치단체협의회장 “5천년의 역사 속에 ‘지방자치’는 10년에 불과합니다. 어렵게 시작한 지방자치를 너무 편협적인 시각에서 보지 말고 2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십시오.” 234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모임인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권문용(서울 강남구청장) 회장은 지방자치 출범 10돌을 맞이한 우리의 지방자치를 “결코 부끄럽지 않은 개척의 역사”로 평가했다. 그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자치’를 10년이란 단시간에 우리의 것으로 맞춰가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치의 싹을 키워온 주민과 일선 공무원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는 민원서비스, 공무원의 친절, 업무처리 능력, 투명성 등 관선 때와 민선 이후의 차이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행정정보 주민위주로 공개” 무엇보다 민선 자치 이후 주민들의 행정참여가 늘어가고 행정 정보가 주민 위주로 공개되는 등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참여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경실련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0% 이상이 이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는 인터넷 행정서비스를 실시하고 이를 통해 주민 누구나 정책입안에서 집행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는 예를 소개했다. 특히 자신이 행정을 맡고 있는 서울 강남구의 경우 “구정 홈페이지에 30만여명의 e메일 리스트를 확보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연간 430여건에 달하는 주요정책이나 사업결정 과정에 주민의견을 묻고 있다.”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행정 효율성 더 높여야” 그는 “간간이 거론되는 단체장의 전횡이나 인사잡음, 선심성 행정 등 자치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없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이어 “자치단체들이 직원 인사의 공정성을 높이고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좀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마저도 과거 관선 때보다는 훨씬 개선된 데다 자치단체별로 문제점 해결을 위한 갖가지 묘안들을 찾아내고 있다.”며 자치제도의 우수성을 강변했다. 하지만 현재의 문제점보다는 미래에 더욱 촉각을 곧추세웠다. 그는 “지난 10년보다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지방자치의 개선과제들에 관심을 보였다. ●“감사원 ‘정치성 감사’ 철회를” 최근 그는 협의회 회장의 입장에서 사사건건 중앙정부와 충돌, 갈등을 빚고 있다. 감사원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일제감사의 뜻을 밝히자 “정치성 감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정당공천제 반대’,‘3선연임 제한 철폐’ 등 중앙정부나 정치권의 심기를 자극하는 민감한 문제들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모두가 진정한 지방자치를 앞당기기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제도”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하루빨리 자주재원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자치의 기본은 재정 자립”이라면서 “현재 중앙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세금까지 가져가고 있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 자치단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교부금을 자치재원으로 넘겨주고 일본처럼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일부(10%정도)를 자치재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분권을 바라고 진정한 자치를 정착시키려면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을 하루빨리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일본 간사이 니키카이 오페라단 세종문화회관서 ‘탄호이저’ 공연

    한·일수교 40주년 기념으로 일본 간사이 니키카이 오페라단의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가 11일부터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탄호이저’는 바그너를 낭만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으로 ‘노래의 전당’ ‘순례자의 합창’ ‘볼프람의 아리아’ 등 유명한 아리아와 합창을 갖고 있다. 일본 오페라를 대표하는 스즈키 게이스케가 연출하고, 독일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오가쓰 슈야가 지휘를 하며 탄호이저에 테너 네기 시게루, 나리타 가쓰미 등 최고의 성악가들이 새로운 형식과 주제의 독일 오페라 진수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오페라를 주로 상연하는 이 오페라단은 국립오페라단이 없는 일본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오페라를 주로 무대에 올리는 후지와라 오페라단과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번 공연에 대한 화답으로 오는 10월 서울시 오페라단이 ‘심청’을 가지고 오사카에서 공연을 한다.(02)399-1723.
  • [공연포커스]프렌치컬러 젊은 여섯음악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 출신의 젊은 연주자 12명이 한국에서 클래식 음악 무대를 펼친다.3∼5일 사흘동안 고양시 덕양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열리는 ‘프렌치 컬러, 찬란한 젊은 연주가들’. 이들은 프랑스 정부가 지원하는 젊은 연주자들로 세계적인 경연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기대주들. 사라 루비옹(플루트)은 고베대회 1위 및 제네바대회 3위, 제롬 콩트(클라리넷)는 장 프랑시스대회 우승, 기욤 마르티녜(첼로)는 비냐델마르 대회 우승 등 전원이 국제대회 수상자들이다. 이들은 연주곡도 풀랭크 생상스 오릭 비제 드뷔시 쇼송 프랑크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 위주로 골랐다. 3일 오후 7시30분,4·5일 오후 5시.1만∼1만 5000원.(031)969-414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인생 40년’ 기념 신곡낸 남진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노래인생 40년’ 기념 신곡낸 남진

    ‘오빠부대’에도 원조가 있다. 지난 1971년 9월16일 서울 세종로 시민회관 분장실. 당시 스물 여섯살의 젊은 가수가 초조하게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과연 관객이 얼마나 올까.’ 베트남전에 청룡부대로 참전했다가 돌아온 지 3개월 만인 데다 국내 가수로는 첫 리사이틀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이날 따라 부슬부슬 비까지 내렸다. 공연시작 1시간 전까지만 해도 관객의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30분 전. 약속이나 한 듯이 관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었다. 여성 관객이 70%. 역사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엘비스 프레슬리 의상을 차려 입은 그는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불렀다. 여기저기에서 ‘오빠, 오빠’ 하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은 전례없는 대성공. 이후 공식 팬클럽이 생기면서 ‘오빠부대’는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오빠부대’ 원조…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 이른바 ‘오빠부대의 기수’ 남진씨. 흔히 ‘한국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린다. 공교롭게도 남씨와 프레슬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프레슬리는 21세때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불러 일약 스타가 됐다. 이후 자신이 부른 노래를 소재로 한 영화에도 출연, 팬들을 사로 잡았다. 남씨 역시 21세때 ‘가슴아프게’로 스타가 됐다. 또한 자신의 노래를 영화화한 ‘가슴아프게’‘울려고 내가 왔나’‘별아 내가슴에’ 등에 출연, 더욱 인기를 모았다. 헤어 스타일이나 몸동작 그리고 하얀 가죽옷에 금속장식이 있는 프레슬리 의상 차림으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남씨는 올해로 만 60세이자 가수로 데뷔한 지 꼭 40년째. 그동안 두세 차례 공백기가 있었지만 가요 40년사를 관통하는 빅스타의 길을 흔들림없이 걸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블루스 트로트 왈츠 차차차 트위스트 등 장르를 뛰어넘는 천부적인 가창력과 특유의 무대동작은 인기의 보증수표. 아울러 숙명의 라이벌인 나훈아씨도 아직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둘이 함께하는 ‘빅쇼’를 기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남씨는 ‘노래인생 40년’을 기념해 최근 신곡을 무려 여섯곡이나 내놓으며 새로운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곡은 ‘둥지’와 ‘모르리’에 이어 2년 만이다. 서울 여의도 모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방셔츠의 윗단추를 두 개 정도 풀어헤치는 평소의 모습을 연상했던 것과는 달리 소탈하면서 깔끔한 옷차림었다.‘원조 오빠’의 멋은 여전히 풍겼다. 우선 신곡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지난 2년 동안 신곡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빴다.”면서 원래 일곱 곡을 예정했으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자신이 직접 작곡한 곡을 우선 제외시켰다고 말했다. 대표곡은 ‘저리가’(김동찬 작사·차태일 작곡). 지난 40년 세월을 잘 녹여 담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8월 특별무대 이어 가을부턴 전국투어 어쨌든 이번 신곡발표를 계기로 제2의 노래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몇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오는 8월 두시간여 동안 특별무대를 마련한다. 신곡과 추억의 히트곡, 또 잘 알려지지 않은 금지곡 등으로 팬들과 새롭게 만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올 가을부터 전국투어를 나서 또 한번 ‘바람몰이’에 도전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와 관련,“노래를 시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강산이 네번이나 변했다. 정말 세월이 덧없이 빠르다. 하지만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데뷔 당시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소회를 피력했다. 잠시 지난 세월을 회상하던 그에게 공전의 히트곡 ‘가슴아프게’를 불쑥 꺼냈다. 그러자 “원래 제목은 ‘낙도 가는 연락선’이었다.”면서 “작사가 정두수씨의 고향이 하동이라 하동포구를 연상하며 글을 썼는데 너무 올드패션 느낌이 들어 고민 끝에 ‘가슴아프게’로 바꾸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님과 함께’는 작곡가 남국인씨의 부인이 작사한 곡. 처음에는 동요처럼 느껴졌지만 때마침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맞물려 삽시간에 남녀노소가 즐겨 부르는 국민가요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반면 금지된 곡도 여럿 된다고 했다. 데뷔하던 해에 ‘서울 플레이보이’‘울려고 내가 왔나’‘연애 0번지’ 등 신곡을 잇달아 발표했다.‘연애 0번지’의 경우 ‘달콤한 입술로 윙크하는 연애 0번지여∼’라는 노래인데 곧 ‘퇴폐곡’으로 낙인찍혀 금지되고 말았다. 또 이 무렵 발표된 ‘사랑하고 있어요’도 왜색이라는 이유로 금지됐다. 그러다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울려고 내가 왔나’가 오히려 인기를 끌었던 것. 시골에서 상경해 고생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한가닥 위안을 주는 노래라는 이유에서였다. 문득 ‘라이벌 나훈아’와 합동공연 여부가 궁금해졌다. 주저없이 “팬들이 원하고 있는 만큼 내년 정도에는 (합동)공연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이제는 (팬들에게)보답할 때가 됐다.”며 웃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우정’이든 ‘라이벌’이든 무대에 같이 서면 나름대로 가요계에 의미있는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모 언론사에서 흥미있는 조사를 했더군요. 대한민국 최고의 라이벌 1위는 ‘정주영-이병철’ 2위는 ‘남진-나훈아’라고요. 사실 나훈아는 나이로 보나 가요계 데뷔로 보나 4,5년 후배지요.‘라이벌’은 흥행사들이 만들어냈지요. 하긴 술자리나 여학교 등에서 ‘남진 팬’과 ‘나훈아 팬’이 서로 나뉘어 싸우는 일도 많았지요. 아무튼 우리 가요사에서 남인수-현인 선배 이후 최고의 라이벌이라고들 합디다. 특히 스타일과 분위기, 고향 등이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빅이벤트감이지요.” 나훈아씨와 만나느냐는 질문에 “어쩌다 공연장에서 마주치는 경우는 있어도 별도의 만남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목포 부잣집 장남… 해병대로 베트남 참전 남씨는 자유당 시절 국회의원을 지낸 목포 부잣집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목포 북초등학교를 나온 후 부친을 따라 서울에서 경복중학교를 다녔다. 다시 고향에서 목포고를 나온 뒤 평소의 꿈인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한양대 영화과에 진학했다. 부친이 돌아가시던 65년에 어머니(13년 전 작고)의 전폭적 지지로 가수로 데뷔하기에 이르렀다. 인기가수로서 명성을 막 날리기 시작할 때 돌연 해병대에 입대했다. 일본 공연을 앞두고 병역미필로 불발되자 곧바로 해병대를 자원했던 것. 훈련을 마친 후 청룡부대원으로 베트남의 다낭과 호이안 지역 전투에 참전했다. 여기에서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사과상자에 가득 담길 분량의 팬레터를 받았다. 대부분 여성팬. 주위 전우들 사이에는 팬레터와 예쁜 사진을 서로 먼저 차지하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에 골인한 전우도 있었다. “영화 출연은 지금까지 50여편되지요. 윤정희 남정임 문희 등 트로이카 여배우들과 자주 출연했습니다. 특히 남정임은 같은 학과 메이트였지요. 최근에는 2년 전 상영된 ‘대한민국헌법 1조’에서 신부역을 맡았습니다.” 허스키한 목소리와는 달리 스스로 ‘마마보이’라고 말하는 남씨. 그런 가정적 영향 때문인지 자녀들에게도 자상한 아버지이고 싶어한다. 남씨는 부산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3녀1남을 연년생으로 두었다. 딸 셋은 국내에서 대학에 다닌다. 막내인 아들은 미국에서 공부 중. 남씨의 딸 사랑은 극진하다. 하루에도 십여차례 전화를 걸어 친구처럼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나눈다. 대신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반드시 귀가해야 한다는 엄한 규정을 정했다. ●“더욱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 부르겠다” 건강관리를 위해 자택(경기도 분당) 주변의 헬스클럽을 가끔 찾는다. 골프 핸디캡은 10정도이며, 이탈리아 칸초네와 프랑스 샹송을 듣는 취미도 있다. “(노래 부를)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경험을 잘 살려 더욱 아름답고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본명은 김남진(金湳鎭). 데뷔 직전 문여송 감독이 ‘남쪽의 보배’라는 뜻을 담긴 ‘남진(南珍)’으로 예명을 지어주었다. 이후 가요계의 보배로 40년 동안 이름값을 했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45년 목포 출생 ▲56년 목포 북초교 촐업 ▲60년 경복중학 졸업 ▲62년 목포고 졸업 ▲65년 한양대 영화과 졸업 ▲65년 ‘서울플레이보이’로 데뷔,‘울려고 내가 왔나’ 등 발표 ▲66년 ‘가슴아프게’ 발표, 영화 ‘형수’‘가슴아프게’ 데뷔 ▲67년 MBC방송 신인상 수상 ▲69년∼73년 TBC방송 남자 가수상 대상 3회 수상 ▲69년∼71년 베트남전 참전 ▲71년 서울 시민회관 첫 리사이틀공연, 한국 무대예술상 그랑프리2회 수상 ▲71년∼73년 MBC10대가수왕 연속 3회 ▲72년∼77년 리사이틀 5회 공연 ▲91년 한국연예협회 가수분과위원장 ▲2000년 한국연예협회 이사장 ■ 대표곡 가슴아프게, 울려고 내가 왔나, 별아 내가슴에, 미워도 다시한번, 님과 함께, 그대여 변치마오, 지금 그사람은, 빈잔, 둥지 등.
  • “노영심표 음악과 이해인 詩 만나요”

    “노영심표 음악과 이해인 詩 만나요”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37)이 이해인 수녀와 함께 첫 시낭송 앨범을 낸다. 제목은 ‘해바라기 연가’. 이해인 수녀가 쓴 시에 그녀가 작곡·연주한 음악을 입혔다. 이 앨범은 28일 오후 8시 명동성당에서 ‘명동성당 문화축제’ 일환으로 열리는 ‘이해인 수녀의 시와 함께’ 시낭송회에서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다. “평소 하고픈 작업이었는데, 이제야 하게 됐어요. 오랜 인연을 맺어온 수녀님이 올해로 60세를 맞으신 것을 기념해 작은 보탬이 되고 싶었죠. 영화 음악 만드는 심정으로 정성스레 준비했어요.” 노영심은 대중에게는 피아니스트나 작곡가보다는 아직도 가수로 더 친숙하다. 명동성당안 벤치에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수 노영심씨”라고 호칭하며 사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알아봐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가수’ 노영심은 맘에 들지 않는단다. “제 음악 진도를 따라오는 사람은 아마 100명 가운데 30명은 될까요?나머지 70명은 ‘예전에 부른 노래 좋았는데 지금은 뭐하세요?’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사람에게 알려진 이미지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 때 더욱 피아노와 작곡이 절실했단다. 그녀는 방송을 떠나 있는 동안 쉼이 없었다.12년째 해마다 5월 17일이면 명동성당에서 ‘이야기 피아노’ 콘서트를 마련했다. 지난 17일에도 ‘마음 心’이란 타이틀로 연주회를 갖고 자신의 작곡한 음악과 평소 좋아했던 노래들을 연주했다. 별다른 의미는 없고 매년 그날 연주회를 갖기로 팬들과 약속했기 때문이란다. 영화음악 작곡에도 몰두했다. 영화 감독인 남편(한지승)의 영향이다. 여균동 감독의 단편 ‘외투’를 비롯해 ‘미인’‘꽃섬’‘그녀를 믿지 마세요’ ‘아홉살 인생’ 등의 영화음악 작업을 맡았다. 그녀는 남편 한 감독과 첫 ‘부부 공동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통해서다. 한 감독이 연출하는 16부작 TV 미니시리즈 ‘썸데이(가제·제작 옐로우 프로덕션)의 OST 작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그녀는 “둘이서 성공적인 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그녀가 추구하는 ‘노영심표 음악’은 어떤 색깔일까. 그녀는 한마디로 “맑은 어두움”이라고 답한다.“뉴에이지 음악이지만, 저는 좀더 클래식 색채가 있어요. 사람들이 ‘톤이 맑다.’고 말씀들 하시죠.”‘어두움’은 ‘어둠속 작업’을 의미한단다. “전 작곡을 할 때 모든 빛을 차단하고 어둠속에서 선율을 짜내요. 특이하죠?(웃음)” 상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선물’처럼 대중에게 음악을 선물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있다는 그녀. 수많은 팬들이 그런 그녀의 ‘음악 선물’을 받고 환호하는 이유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술 ■ 뜰아래 반짝이는 햇살전 6월20일까지 울산 현대예술관. 현대예술관 개관 7주년 기념전. 이승환 임병남 진원장 3인의 작가가 눈부신 햇살을 가득 맞은 붉고 노오란 꽃과 푸른 산을 풍경으로 한 자연 소재를 해학적 서정적으로 표현한 유화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052)235-2143. ■ 마상원 개인전 6월14일까지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서호미술관.(031)592-1864. 살아 움직이는 것과 그에 관련한 생명력에 대한 추상적, 구상적 이미지들을 다양하면서도 화사한 색상을 통해 표현했다. ■ 라틴아메리카 미술의 오늘 29일까지 종로구 사간동 화랑 베아르떼.(02)739-4333.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 전시한다. 플로라 훵, 호세 안토니오 다빌라, 클라우디아 바르다사노, 라몬 치리노스, 알후레도 소사브라노 등 10명의 작가가 출품했다. ■ 2005 김곤 6월6일까지 강남구 도곡동 한우리 미술관.(011)239-8545. 전통 서예와 문인화에 현대성을 녹인 작품들을 선보인다. 수묵화를 통한 문인화만을 주장하지 않고 채색을 사용하면서도 서정적이며 시의성을 연출함으로써 문인화의 근본정신을 살렸다. 뮤지컬 ■ 리틀 숍 오브 호러스 27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이항나 연출, 김학준 양소민 박지일 출연. 식인식물을 내세워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풍자하는 코믹호러극.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해지는 식인식물의 외양과 ‘미녀와 야수’‘인어공주’의 작곡가 앨런 맨켄의 주옥 같은 선율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02)556-8556. ■ 로미오와 줄리엣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23-0986. 유희성 연출. 조정은 민영기 출연.2003년 한국뮤지컬대상 5개 부문을 수상한 화제의 뮤지컬. ■ 틱틱붐 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1588-7890. 조너선 라슨 작, 심재찬 연출, 이석준 배해선 출연.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가난한 뮤지컬 작곡가의 꿈과 좌절. ■ 백조의 호수 29일까지 LG아트센터(02)2005-0114. 매튜 본 안무·연출,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창작. 남성백조의 힘이 무대를 장악한다. ■ 인당수 사랑가 무기한 발렌타인극장 3관(02)741-9120. 박새봄 작·최성신 연출, 서정금 강은경 김준원 김도현 장재용 출연. 우리 가락에 전통의 소리를 접목해 창작한 한국형 뮤지컬. ■ 달고나 31일까지 PMC자유극장(02)739-8288. 오은희 작·이현규 연출, 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 추억의 가요로 엮은 옛이야기. 연극 ■ 셜리 발렌타인 7월17일까지 산울림소극장. 윌리 러셀 작·글렌 월포드 연출, 손숙 출연. 지중해 여행을 통해 홀로서기를 꿈꾸는 40대 중년여성의 유쾌한 일탈. 감자 튀김을 요리하고, 수영복 차림으로 말을 건네는 손숙의 모습을 볼 수 있다.(02)334-5915. ■ 산불 28일∼6월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2280-4115. 차범석 작·임영웅 연출, 강부자 이승옥 출연. 한국전 당시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극사실주의 연극. ■ 짬뽕 7월3일까지 인아소극장(02)2266-0867. 윤정환 작·연출, 윤영걸 공상아 출연.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 ■ 위트 7월10일까지 정미소(02)3672-3001. 마가렛 에든슨 작.‘죽음조차 나를 죽일 수 없다’는 배우 윤석화의 모노드라마. ■ 용띠위에 개띠 이만희 작·이도경 연출, 이동경 백채연 출연. 용띠 남편과 개띠 아내의 별난 사랑이야기. 어린이 ■ 돌아온 리틀 드래곤 7월3일까지 라트어린이극장(02)560-0999.어린이 영어연극으로 처음 선보였던 ‘리틀 드래곤’의 업그레이드 버전. ■ 잠자는 숲속의 공주 6월12일까지 두레홀(02)741-5970.고전 동화를 각색한 가족뮤지컬.라이브 음악이 흥을 돋운다.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시어터(02)741-2323.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뮤지컬. ■ 흥부와 놀부 6월30일까지 전쟁기념관문화극장(02)3676-5551.고전소설을 참여마당놀이 형식으로 재구성한 가족극. 무용 ■ 2005 의정부 국제음악극 축제 폐막작 ‘와유’(WAHYU) 28일 오후 7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031)836-1566. ■ 국제현대무용제-야스민 고더 ‘두개의 웃기는 핑크’ 28일 오후 5시 서강대 메리홀(02)738-3931. ■ 국제현대무용제-알코 렌즈 ‘헤로인’ 29일 오후 5시 서강대 메리홀(02)738-3931. ■ 국제현대무용제-사사 ‘‘쑈쑈쑈:쑈는 계속되어야 한다’를 재활용하다’ 30일 오후 8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738-3931. 콘서트 ■ 산울림 음악연-29년 동안의 설레임 28일 오후 7시 장충체육관 (02)322-7221. ■ 5060 효 콘서트 추억의 가요무대 27일 오후 5시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 ■ 2005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 반쪽이전 27일 오전 11시, 오후 5시, 28일 오후 2시, 오후 5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소극장 (031)828-5841∼2.
  • [공연포커스]舞로 표현한 無

    [공연포커스]舞로 표현한 無

    세계무대에서 하루가 다르게 이름값을 높이고 있는 젊은 무용가의 무대가 28일 오후 7시 의정부 예술의전당 대극장에 꾸며진다.2005년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 폐막작으로 하선해가 안무하는 ‘와유’(WAHYU). 이번 공연은 하선해의 국내 데뷔무대. 무용계는 물론이고 클래식계의 이목이 집중되기에 충분한 레퍼토리를 갖췄다. 현존 최고의 작곡가로 칭송받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리게티, 탁월한 음악 해석력을 인정받는 벨기에 피아니스트 장 미셀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상급 무용수들과 하선해가 함께 서는 무대 컨셉트는 인도네시아의 일상 속에서 얻었다. 문명시설이 턱없이 부족해도 안달하지 않고 사는 그곳 사람들의 마음을 형상화했다.‘와유’는 늘 행복한 마음을 유지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상태. 심중(心中)의 평정을 모색하는 깊은 시선이 느껴지는 공연일 듯.1만∼2만원.(031)836-1566.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어떻게 지내세요] 위암·심장병 투병생활 ‘산장의 여인’ 권혜경씨

    ‘산장의 여인’이라는 추억의 노래가 있다.‘아무도 날 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단풍잎만 채곡채곡 떨어져 쌓여 있네/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나 홀로 재생의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누가 불렀을까. 권혜경(75)씨. 충북 청원군 남이면 외천리.‘산장의 여인’을 부른 업보 때문인지 노랫말처럼 아무도 찾는 이 없이 홀로 지내고 있었다. 수소문 끝에 권씨의 집을 찾았다. 가요평론가인 박성서씨와 ‘잘 있거라 나는 간다’로 시작되는 ‘대전부르스’의 안정애(70)씨가 동행했다. 병마와 싸운다는 권씨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하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서울에서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두시간여 지나 청원 톨케이트를 빠져나왔다. 남이 파출소에 들러 권씨의 집을 물었더니 “아, 산장의 여인 그 분요.”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꼬불꼬불 시골길을 걸어 막다른 산골짜기 외딴집에 도착했다. 앞마당에는 5월의 풀이 무성했다.“권 선생님” 하면서 대문을 두들겼다. 두번째 소리를 듣고서야 “누구요?”하면서 문을 열었다. 백발이었다. 이윽고 “나 이렇게 살아, 어여 들어와.”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몇번 당부했다. 집안에는 달마대사 그림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권씨는 “밤에는 부처와 예수가 찾아오지.”하면서 득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처럼 툭 뱉었다. 권씨는 지난 1994년 5월에 이곳으로 이사왔다고 했다. 시장기를 느꼈는지 “동네 자장면집에 가자.”고 했다. 대문밖으로 나왔다.10여평의 마당 한 쪽에 움푹 팬 구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권씨는 “저긴 직접 내가 팠지, 나중에 누워야 할 곳이거든.”이라고 했다. 이어 중식당. 마침 비가 쏟아졌다.‘배갈’ 술잔이 오고 갔다. 옆에 앉은 안씨가 권씨에게 “언니는 그때 은행원 출신으로 가요계에 데뷔해 여러가지로 품격을 높였지.”라고 했다. 권씨는 “야, 그러지 마라. 요즘 젊은 사람들 우쭐대면 안돼, 함께 살면서 좋은 분위기 만들어야 해.”라고 했다. 권씨는 또 “나 많이 아팠거든, 하지만 이렇게 멀쩡해 걱정하지 마.”라는 말로 안심을 시켰다. 권씨는 강원도 삼척 출생. 세무서장을 지낸 부친을 따라 어릴 적 경기도 의정부에서 자랐다. 서울대 성악과를 나온 그녀는 조흥은행에 입사했다. 하지만 타고난 끼는 못 속였다.26세때 KBS라디오 전속가수 모집에 ‘대니보이’를 불러 뽑혔다. 이른바 오페라 가수에서 ‘딴따라’로 변신했던 것. 워낙 목소리가 좋아 작곡가 이재호씨가 ‘산장의 여인’을 권씨에게 선물했다. 이 때가 56년 6월. 이 노래를 부른 지 6일 만에 권씨는 일약 스타가 됐다. 이어 ‘호반의 벤치’ ‘동심초’ ‘물새 우는 해변’ 등으로 60년대를 주름잡았다. 노래인생 50년. 흔한 연애 한번도 하지 않았다. 두시간여 얘기를 나눴다. 권씨는 “공기 좋은 곳에 살다 보니 위암과 심장병도 다 나았어.”라고 거듭 말했다.‘산장의 여인’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기꺼이 목청을 돋운다.75세의 원로였지만 목소리는 20대였다. 박수소리가 끝나자 “서울 가거든 소식 전하지 말라.”고 했다. 청원 김문기자 km@seoul.co.kr
  • 노영심·조규찬 콘서트

    ●조규찬 단독콘서트 ‘기톨로지’ 싱어송라이터 조규찬이 21∼22일 오후 8시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단독 콘서트 ‘기톨로지(Guitology)’를 연다. 기타(Guitar)와 학문(Logy)을 합성한 뜻의 타이틀을 내건 이번 콘서트는 8집 앨범을 기념해 마련한 것. 그동안 고집하던 R&B적인 성향을 최대한 배제하고, 기타를 통한 획기적인 사운드의 변화를 선보인다.‘Baby baby’ ‘아담과 이브는 사과를 깨물었다’ 등 기존 히트곡 외에,‘잠이 늘었어’ ‘Everytime’‘아마 너도’ 등 새 앨범 수록곡들로 꾸몄다.(02)749-1300. ●노영심 21일‘이야기 피아노’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노영심이 21일(오후 4시ㆍ8시)ㆍ22일(오후 6시) 이틀간 서울 대학로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노영심의 이야기 피아노 no.12 마음 心’을 개최한다. ‘이야기 피아노’는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독특한 뉴에이지 피아노 콘서트. 올해는 ‘무언가(無言歌)’,‘마이 크리스마스 피아노’, 영화 ‘미인’ ‘꽃섬’‘아홉살 인생’ 등 OST, 그리고 ‘피아노 걸’ 등 자신이 발표했던 피아노 솔로곡 등을 연주한다.1544-1555.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미 술 ■ 이만의 개인전 6월30일까지 세오갤러리. 우리 민족의 심성과 사랑을 따뜻한 가족애로 표현하는 작품들로 꾸며져. 소박한 가족도와 민족의 전통 설화, 역사화 등 3가지 주제로 40여점이 출품. 이 화백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상물을 상영, 노 화백의 작품 감상에 도움.(02)522-5618. ■ 스케이프-코드:주관적 지형도전 6월25일까지. 종로구 화동 pkm 갤러리.(02)734-9467. 코엔 반덴브룩, 자네이나 샤페, 아오야마 사토루, 김형태, 김상길, 이누리, 이상원 등 국내외 젊은 작가 7인의 20여점이 출품. 유랑하는 현대인들의 정체성을 회화와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음. ■ 남궁문의 외출금지전(No Exit) 20일부터 6월26일까지 세종로의 일민미술관.(02)2020-2069. 자신의 내면에 담긴 자폐적 감정을 화면에 담아낸 작품 전시.150점 가까운 출품작들은 그의 일상에서부터 내면 세계까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작가는 마치 일기를 쓰듯이 그의 생활을 드로잉한다. ■ 5월 문화축제 20일부터 2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온가족이 함께하는 축제.(02)2188-6000.‘자연. 예술. 사람’을 주제로 미술관 관람, 닥종이를 이용해 한지를 만들고 염색해 꽃을 만들어 보는 등의 미술체험 프로그램과 야외 음악공연이 펼쳐진다. 뮤지컬 ■ 로미오와 줄리엣 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셰익스피어 원작, 데니악 바르탁 작곡, 유희성 연출. 조정은 민영기 출연.2003년 한국뮤지컬대상 5개 부문을 수상한 화제의 뮤지컬.‘태풍’‘크리스마스 캐럴’의 체코 작곡가 데니악 바르탁의 감미로운 선율과 발레 무용수 제임스 전이 안무한 춤이 비극적 러브스토리의 매력을 빛낸다.(02)523-0986. ■ 틱틱붐 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1588-7890. 조너선 라슨 작, 심재찬 연출, 이석준 배해선 출연.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가난한 뮤지컬 작곡가의 꿈과 좌절. ■ 백조의 호수 29일까지 LG아트센터(02)2005-0114. 매튜 본 안무·연출,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를 현대적으로 재창작. 남성백조의 힘이 무대를 장악한다. ■ 인당수 사랑가 무기한 발렌타인극장3관(02)741-9120. 박새봄 작·최성신 연출, 서정금 강은경 김준원 김도현 장재용 출연. 우리 가락에 전통의 소리를 접목해 창작한 한국형 뮤지컬. ■ 달고나 31일까지 PMC자유극장(02)739-8288. 오은희 작·이현규 연출, 정의욱 임진아 이장훈 출연. 추억의 가요로 엮은 옛이야기. ■ 아이 러브 유 6월26일까지 연강홀(02)501-7888.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정성화 오나라 출연. 이땅의 모든 커플들에게 바치는 뮤지컬. 연 극 ■ 소풍 22일까지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 김청조 작·양정웅 연출, 정규수 박선희 출연.‘귀천’의 시인 천상병의 애절한 삶이 라이브 재즈 선율과 만난다. 지난 2월 의정부예술의전당 초연 당시 기립박수를 받았던 작품으로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에 뽑혔다.(02)3673-1392. ■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22일까지 블랙박스시어터(02)744-0300. 김수정 작·박정희 연출, 권오수 김정호 출연. 결혼에 대한 위선을 까발리는 코믹풍자극. ■ 그린 벤치 22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소극장(02)745-0308. 유미리 작·이성열 연출, 예수정 이지하 출연. 해체된 가정의 모습을 통해 되돌아보는 가족의 의미. ■ 게팅 아웃 22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02)3444-0651. 마샤 노먼 작·문삼화 연출, 지대한 길해연 출연.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한 여인의 심리. ■ 셜리 발렌타인 7월17일까지 산울림소극장(02)334-5915. 윌리 러셀 작·글렌 월포드 연출, 손숙 출연. 홀로서기를 꿈꾸는 40대 중년여성의 유쾌한 일탈. ■ 짬뽕 7월3일까지 인아소극장(02)2266-0867. 윤정환 작·연출, 윤영걸 공상아 출연.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웃음으로 승화. 어린이 ■ 제로공주 실종사건 31일까지 웅진씽크빅 아트홀(02)569-0696. 까다로운 수학을 뮤지컬로. ■ 노노 이야기 6월19일까지 상상나눔시어터(02)741-2323. 국내 최초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뮤지컬. ■ 흥부와 놀부 6월30일까지 전쟁기념관문화극장(02)3676-5551. 고전소설을 참여마당놀이 형식으로 재구성한 가족극. 클래식 ■ 잘츠부르크 오페라 페스티벌 6월14∼30일 올림픽 공원내 올림픽 홀. 213년 전통의 세계 최정상급 루마니아 오페라단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3대 오페라인 라트라비아타, 카르멘, 토스카 등을 무대에 올림. 이어 우크라이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7번,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 슈베르트의 미완성교향곡 등도 선보여.(02)1544-7920. ■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0주년 특별정기연주회 6월2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02)1588-7890. ■ 덴마크 국립교향악단 첫 내한공연 6월3일 오후 7시30분(02)3774-2500. 콘서트 ■ SEOUL JAZZ CT Festival 21∼22일 오후 2∼11시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02)3445-2813. ■ 이승환 음악회 20∼22일,27∼29일 금 오후 7시45분, 토·일 오후6시 백암아트홀 1544-1555. ■ 조규찬 ‘Guitology ’콘서트 조규찬 8집앨범 발매기념 콘서트 21∼22일 오후 8시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 (02)749-1300.
  • [씨줄날줄] 임을 위한 행진곡/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80년대의 대표적 ‘데모가’인 ‘임을 위한 행진곡’은 선명한 노랫말에 구슬픈 가락, 당당한 행진곡 리듬이 묘하게 어우러져 비장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민주화나 노동시위 현장에서 참여자들을 단결시키고 의지를 북돋우는 데 큰 몫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총칼에 의해 진압된 후 절망과 좌절을 어루만지는 노래로서 작곡됐다. 광주 항쟁현장과 노동운동 중에 먼저 간 남녀 학생운동가의 영혼을 위로하려 만든 노래극 ‘넋풀이’에 들어있던 노래는 81년 둘의 망월동 묘지 영혼결혼식장에서 처음으로 불려졌다. 그런 만큼 보급된 후엔 노동운동가로도 불렸지만 민주화 열망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백기완선생의 시를 빌려 황석영이 작사하고 대학가요제 출신 작곡가가 만들었다고 알려진다. 한때 ‘저항의 노래’가 영광의 자리에서 당당히 불려지는 것은 역사 발전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오늘 5·18 25주년을 맞아 보훈처주관으로 열리는 공식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노래로서 3부요인과 각계 대표·국민의 앞에서 불려지게 된다.17대 총선 승리 후 여당의 젊은 당선자들이 청와대에서 소리높이 제창한 노래도 이 노래였다.‘민생을 잊었느냐’고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거친 세월 끝에 국회에서까지 다수당 위치를 확보한 ‘산 자’들의 감회를 많은 국민들도 함께 나누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노래가 이제 한국의 민주화운동 노하우와 함께 외국에 수출된다고 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관계자들이 미얀마어와 한국어, 영어 등 3나라 말로 부른 이 노래를 CD로 제작해 미얀마 국내외에 뿌릴 계획이다.“노래의 깊은 의미와 역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다. 민주화운동은 곧 인권운동이고, 인권운동이 1개 국가만으로 완성될 일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가간 경험 공유와 연대는 꼭 필요한 일이다. 노래를 통한 경험나누기 시도가 새로운 ‘행진’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⑤호찌민의 꿈과 ‘도이머이’

    [방현석교수의 테마로 읽는 호찌민] ⑤호찌민의 꿈과 ‘도이머이’

    베트남은 이미 외국인들 생각처럼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과 함께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베트남정부가 발표한 2005년도 예상 경제성장률은 8.5%다. 지난 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넘어선 다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베트남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금년 1월부터 4월까지 베트남은 96억 500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가 늘어났다.1·4분기 동안 베트남에 유입된 외국자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어난 15억 6000만달러였다. 경제발전에 따른 내수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진다.1·4분기 베트남의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가 늘어난 6930대에 달했다. 관광산업 성장도 폭발적이다. 특히 미국 관광객의 숫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가 늘어난 9만 5000명을 기록했다. 총 대신 달러를 들고 돌아온 미국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베트남은 새로운 전선, 수출전선에 무역전사를 대거 투입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베트남은 미국을 2004년도 최대 수출국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베트남은 단순 투자대상국에서 해외 투자국가로 변하고 있다.2억 3000만달러를 해외에 투자한 베트남은 97만달러를 들여 한국에도 농기계부품을 생산하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2005년 베트남 국가운용계획의 핵심은 8.5%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 국영기업의 구조조정에 맞추어져 있다.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법령을 개정하고 내·외국기업에 통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법을 마련 중이다. 2002년 1월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발효시킨 베트남은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위한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일본도 베트남의 WTO 가입에 지지의사를 표했다. 베트남의 변화는 경제분야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4월30일, 항미 승전 30주년을 맞아 베트남 국영TV는 특집 방송의 일환으로 사이공정권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즈엉반민이 생전에 남긴 인터뷰 화면을 내보냈다. 즈엉반민은 2001년 미국에서 죽은 사람이니 그렇겠거니 했던 사람들도 이어지는 인터뷰화면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응우옌까우끼가 국영TV에 등장한 것이다. 응우옌까우끼는 사이공정권에서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이미 시장경제가 일상 구석구석까지 파고들었지만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매우 완고했던 베트남이다. 공산당 일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를 엄연한 국가체제로 삼고 있는 베트남이 종전 30주년을 맞아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또 한 번의 정치적 변화를 예상케 하는 것이다. 지난 뗏(설)에는 20여만명의 재외동포들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여기에는 응우옌까우끼와 열렬한 반공주의 작곡가였던 팜주이 등이 있었는데 이들 다수는 프랑스와 미국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다. “만약 우리가 호찌민사상이 아닌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들은 베트남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올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이공 당 서기장을 지낸 쩐박당은 전쟁 후에 베트남이 비교적 적은 후유증을 앓으며 민족통합을 이루고 도이머이를 통해 경제재건을 이룩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호찌민사상에 있다고 단언했다. “많은 지도자가 있었지만 호찌민만이 베트남의 통일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호찌민의 사상만이 베트남을 다 담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통일은 말입니다, 절대 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에요.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정신과 문화가 있어야 합니다.” 1975년 개방한 호찌민영묘를 참배한 사람이 지난해 연말 집계로 4000만명에 달한다.1990년 개관한 호찌민박물관을 관람한 관광객의 숫자는 1500만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250만명을 불러들인 베트남 관광사업의 성공은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자연이나 기반시설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베트남은 비록 부자나라는 아니지만 자부심을 가진 나라다. 베트남은 그들의 자부심을 문화적 매혹으로 드러내는 데 성공해왔다. 문화는 역사와 정치, 경제, 사회, 무엇보다 인간의 수준과 품격에 관계하는 것이다. 호찌민은 여기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부자는 아니지만 자부심이 있는 나라인 이유를 호찌민박물관 우옌티딘 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호찌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호찌민 자체가 문화니까요. 호찌민은 단순히 정치, 사상적인 차원이 아닌 우리의 문화적 차원에서 존재합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어떤 판단을 할 때 생각하게 됩니다.‘호 아저씨였다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말이죠.” 호찌민은 죽었지만 그가 추구했던 삶의 양식은 오늘날 베트남 문화의 일부로 수용되어 있다. 베트남인들의 가치판단 과정에서 호찌민의 생애는 어떤 형태로든 관계한다고 우옌티딘 관장은 덧붙였다. “호찌민이 만약 단순히 정치·사상적인 차원에서 존재했다면 이미 잊혀졌을지 모릅니다. 그의 삶은 어떤 정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바쳐진 것이 아니었어요. 인간이 품격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정치, 사상을 받아들였을 뿐입니다. 그것도 독창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호찌민의 그런 면모는 국제사회에 모습을 드러낸 초기부터 나타난다.1924년 6월23일, 제5차 국제공산당대회 제8차회의에서 호찌민은 식민지문제에 무관심한 서구 공산주의자들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구사회는 공산주의 운동의 요람이기도 했지만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 국가들이기도 했다. “동지들은 식민지 문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나는 최대한의 기회를 이용해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반드시 동지들을 각성하게 만들고야 말 것입니다.” 호찌민의 맹렬한 비판은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세계 공산주의 진영의 막강한 지도자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한 무명 아시아청년이 보여준 당돌한 태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도차이나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그들은 식민지 문제에 아무런 견해도 없었기에 더욱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프랑스 공산당 총서기장이었던 엠 토레는 훗날, 그 당시 유럽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문제에 대한 자기 입장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호찌민이었다고 고백했다. 1924년 모스크바에서 독일혁명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호찌민은 한층 더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인도차이나 사회는 서구와 다르다. 현재 인도차이나의 계급투쟁은 서구처럼 격렬하지 않다. 마르크스는 뛰어난 이론으로 자기 학설을 세운 사람이지만 그 학설은 일정한 역사적 토대 위에서 수립된 것이다. 그런데 그 역사란 어떤 역사인가. 유럽의 역사다. 유럽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유럽이 인류 전체는 아니다.” 이런 호찌민의 견해는 그가 창당한 베트남공산당에 반영됐다. 그가 직접 기초한 강령과 노선은 레닌 이후 코민테른을 장악한 스탈린이나 그의 정적 트로츠키 어느 쪽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호찌민은 당시 식민지 베트남에서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제국주의자와 반민족세력을 제외한 모든 계급 및 정파와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호찌민의 대통합노선은 반공주의자들의 폄하처럼 전술적 차원의 ‘술수’가 아닌 확고한 원칙이었다. 호찌민은 많은 혁명가들이 간과하고 있는 통합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 깊이 주목했다.1941년,30년 만에 조국으로 돌아온 호찌민이 까오방성의 팍보에서 창건한 반외세 통일전선조직인 베트민. 통합을 지향하는 확고한 원칙 없이 술수적인 차원에서 베트민을 운영하였다면 단일한 항불전선은 결코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단결 단결 대단결, 호찌민은 그 슬로건의 상징이고 증거였다. 단결을 지향하는 호찌민의 지도력은 베트남 통일의 정신적 토대였다. 그러나 소망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서로의 운명이 일치한다고 믿을 수 있을 때 단결할 수 있다. 너의 행복이 나의 불행일 때, 나의 행복이 너의 불행일 때 단결은 이루어질 수 없다. 내가 울 때 네가 웃고, 내가 웃을 때 네가 울어야 한다면 절대 뭉칠 수 없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한국보다 50년 전에 호찌민이 벌인 금 모으기 운동이다. 1945년, 호찌민은 독립국가를 출범시켰지만 베트남 경제는 완전히 피폐해 있었다. 프랑스에 이어 베트남을 차지한 일본의 착취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통킹델타와 메콩델타라는 세계의 곡창지대가 있었지만 여기서 나온 쌀과 곡식은 모조리 수탈당했다.1944년에서 1945년까지,1년 남짓한 일본의 통치기간 동안 굶어죽은 베트남인들은 무려 200만명이었다. 그러니 독립을 얻었어도 국고는 텅 비어 있었다. 인민들은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었다. 끔찍한 시간은 계속되었고 인민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굶주리며 죽어갔다. 이 참담한 때에 독립정부를 만든 호찌민은 민생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두 가지 운동을 궁리해냈다. 금식운동과 금 모으기 운동이다. 일주일에 하루 굶기 운동을 통해 아사자 구제에 나섰고, 호찌민은 그 운동을 제일 앞에서 실천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금 주간’을 선포하고, 가지고 있는 금붙이를 모으자는 호찌민의 호소에 인민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굶주리고 있는 동포를 구제하기 위한 이 운동에 각계각층의 인민들이 참여했다. 대를 물려온 반지를 내놓은 농촌의 가난한 부인네, 끼니를 굶으면서도 처분하지 않았던 결혼 패물을 내놓은 중년의 노동자 부부…. 금 기부의 행렬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때 놀랄 만한 기부자들이 나타났다. 참파왕조의 공주 출신인 우옌티템은 황금관과 황금목걸이를 모두 내놓았다. 포쩐짱 왕의 마지막 후예인 우옌티템 공주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으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하노이의 한 부자는 수백 돈이 넘는 금덩어리를 기꺼이 내놓았다. 이때 걷힌 금은 이제 막 출범한 독립정부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재원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항불·항미항전의 마지막 시기까지 중요한 밑천이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금 모으기 운동의 최대성과는 50년 뒤 한국에서처럼 모아진 금붙이 그 자체가 아니었다.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전국민적 결의와 연대감의 확보,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의 회복이었다. 베트남인민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조국이 목숨을 바쳐서 지킬 가치가 있는 공동체라고 느낄 수 있었다. 호찌민의 지도력은 이러한 통합의 힘을 바탕으로 한 결단과 선택을 통해 발휘되었다.8월혁명 당시 남부베트남혁명위원장을 지낸 쩐반이유는 호찌민의 가장 탁월한 능력을 인내와 결단력으로 꼽았다. “너무 큰 나라와 붙어지내며 세계 최강대국과 싸워야 했던 베트남이 가장 잘하는 일은 우리가 언제 강해져야 하는지, 또 언제 싸워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일입니다. 호찌민은 우리가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가르쳤고, 우리가 싸워야 할 때 주저하지 않는 용기를 심어준 지도자지요.” 변화하는 베트남이 어떻게 호찌민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묻는 나에게 남부베트남 혁명의 최고지도자였던 쩐반이유는 이 한마디로 대답했다. “내 안의 불변으로 만변하는 세계에 대응하라(以不變 應萬變).” 이 말은 호찌민이 협상을 위해 프랑스로 떠날 때 후인툭캉에게 주석직 대행을 맡기면서 한 말이었다. 여러 문제점이 뒤따르고 있지만 베트남은 지금 만변하는 세계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호찌민이 지니고 있었던 ‘내 안의 불변’하는 정신을 지키는 데 성공하고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bang80@jowoo.co.kr ●자료 사진을 협조해주신 주한베트남대사관과 베트남통신사(VNA)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애써주신 베트남통신사 부주이흥 서울지국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공연리뷰] 뮤지컬 ‘틱틱 붐’

    [공연리뷰] 뮤지컬 ‘틱틱 붐’

    ‘재깍, 재깍, 재깍‘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기계음, 그리고 이어지는 한 남자의 독백.“한 인간의 불안과 초조가 쌓여가는 소리입니다. 그 인간이 바로 접니다.”. 사는 동안 누구나 인생의 초침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때가 있다. 불안과 초조가 폭풍처럼 밀려드는 시기,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현재를 발목잡혀 허우적거리는 순간. 뮤지컬 ‘틱틱 붐(연출 심재찬)의 주인공 조너선에게는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이 바로 그때다.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뮤지컬 작곡가 지망생 조너선.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틈틈이 작곡을 해야 하는 힘든 현실에서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젊은이다. 하지만 서른살 생일이 다가오자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억눌러왔던 온갖 걱정과 불안이 한꺼번에 고개를 쳐든다. 아무 것도 이뤄놓지 못한 남루한 현재와 불확실한 미래 사이에서 맞아야 하는 서른살에 대한 두려움은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처럼 그를 초조하게 압박한다. 워크숍 공연을 앞둔 작품을 완성하는 것만도 벅찬데 사랑하는 여자친구 수전은 뉴욕을 떠나자며 그의 애를 태우고, 일찌감치 예술가의 길을 포기한 친구 마이클은 새로 산 자동차로 속을 긁어놓는다. ‘렌트’의 작곡가 조너선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인 ‘틱틱 붐’은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조너선의 독백으로 진행되는 극은 빈곤한 현실과 예술적 이상 사이에서 좌절하고, 방황하는 젊은 예술가의 고단한 삶을 현실감 있게 보여준다. 이는 성공의 열매를 맛보기도 전에 서른다섯의 나이에 요절한 조너선 라슨의 실제 삶과 겹쳐지면서 진한 공감대와 생동감을 획득한다. ‘렌트’가 그랬듯 ‘틱틱 붐’ 역시 아무리 각박하고, 힘든 현실을 다루고 있어도 음악만은 즐겁고 강렬하다. 사소한 말실수로 시작된 여자친구 수전과의 전화다툼은 기발하고 유쾌하며, 내심 부러워하던 마이클의 성공 뒤에 숨은 비밀을 알게 되는 대목은 인생의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동안 한시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극을 이끌어가는 이석준(조너선)의 열연이 빛난다. 수전역의 문혜영, 마이클역의 성기윤도 놀라운 변신술로 다양한 인물들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며 박수를 이끌어냈다. 배해선, 이상현이 번갈아 출연한다.29일까지. 신시뮤지컬극장.1588-789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뮤지컬에도 ‘한류바람’

    뮤지컬에도 ‘한류바람’

    드라마, 영화, 가요에 이어 뮤지컬에도 한류의 조짐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한 신시뮤지컬컴퍼니의 ‘갬블러’(연출 임영웅)가 사전 예매율 85%를 기록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이 기획한 국악뮤지컬 ‘반쪽이전’도 지난 주 도쿄와 히다치시에서 6회 전석 매진공연을 펼쳤다. 국내에서 제작된 ‘갬블러’가 일본에서 공연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기념으로 13개 도시 순회공연을 한 바 있다. 일본 민주음악협회, 마이니치신문, 아사히방송 등의 공동주최로 성사된 이번 공연은 2002년보다 두배 이상 높은 12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한달간 9개 도시에서 28회 공연한다. 신시뮤지컬컴퍼니에 따르면 이번 ‘갬블러’ 열풍의 주역은 배우 허준호.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호텔리어’‘올인’등이 일본에서 상영되면서 한류 스타로 떠올랐다. 실제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상당수는 3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이고, 이들 사이에 허준호의 인기는 대단하다는 것. 현지 관계자들은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역량에 감탄하며 앞으로 한국 뮤지컬을 지속적으로 일본에 소개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갬블러’는 그룹 ‘알란파슨스프로젝트’에서 활동한 작곡가 에릭 울프슨이 만든 독일 뮤지컬로 카지노에서 벌어지는 갬블러와 쇼걸, 카지노 보스의 사랑과 배신, 성공과 좌절을 다루고 있다. 국내에선 허준호, 남경주 주연으로 99년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는 허준호외에 이건명 정선아 서지영 등이 참여하고 있다. 반쪽 얼굴로 태어난 아기에 관한 전래설화를 소재로 한 국악뮤지컬 ‘반쪽이전’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간 도쿄 신주쿠의 블랙텐트 이와토극장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한데 이어 14일,15일 이바라키현 히다치시에서도 4회 공연을 모두 성황리에 마쳤다. 지난 연말 일본 극장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직접 공연을 관람한 뒤 개관 공연작으로 초청했다.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계자는 “한류 열풍으로 일본인들 사이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꼭두각시 놀음을 차용한 전통연희 양식의 ‘반쪽이전’이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오~~ 새음반]

    ●오월지련(五·月·之·戀) 그룹 ‘신화’의 보컬 신혜성이 데뷔 7년만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놓은 첫 앨범. 이번 앨범을 통해 솔로 가수로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타이틀곡은 ‘같은 생각’. 이별 후 연인들의 마음을 애절하개 표현한 곡이다.‘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감정의 소통이 결국 이별의 시작도 함께한다.’는 내용이 감미로운 멜로디와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통 발라드곡. 한층 부드럽고 섬세해진 신혜성의 보컬이 돋보인다. 이번 앨범에서 신혜성은 ‘같은 생각’ 등 전체 앨범 14개 수록곡 가운데 5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박창현, 황성제, 김도현, 전해성, 정석원, 안정훈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성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한 이번 앨범에서 신혜성은 보사노바 풍의 곡 ‘부엔 카미노(Buen Camino)’를 통해 선배 가수 강수지와 듀엣 호흡도 맞췄다. ●Something To Be 산타나(Santana)와 함께 한 명곡 ‘스무스(Soomth)’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2주 동안 1위를 차지했던 로브 토머스(Rob Thomas)의 첫 솔로앨범.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싱글곡 ‘lonely no more’로 색다른 음악을 선보인다. 그는 이번 앨범에선 다양한 장르와 음악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첫번째 트랙 ‘this is how a heart breaks’는 힘있는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곡.‘something to be’와 ‘problem girl’은 그만의 매력적인 음색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fallin’ to pieces’에서는 그루브 넘치는 베이스 연주로 만들어낸 신나는 리듬이 인상적이며, 그가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른 ‘now comes the night’에서는 애잔함이 느껴진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니하오 光州” 중국이 온다

    “니하오 光州” 중국이 온다

    ‘중국 대륙의 악성(樂聖) 정율성(鄭律成·1914∼1976)이 고향 광주를 살릴 것인가.’중국인들이 광주로 찾아들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장관에서 교수, 문화원장, 학생 등이 대륙의 ‘우상’으로 떠받드는 악성이 태어난 생가를 보기 위해서다. 그가 16년 동안 살았던 생가는 광주 남구 양림동 79번지다. ●‘팔로군행진곡’ 작곡… 중국인들의 우상 중국인들이 국가 다음으로 즐겨 부르는 ‘팔로군행진곡’은 정씨가 작곡한 것으로 중국 인민해방군가로 지정됐다. 중국의 아리랑이라는 ‘옌안(延安)송’도 마찬가지. 때마침 광주는 아시아 문화수도로 잰걸음 중이고 핵심 문화 콘텐츠로 정씨만한 자산이 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또 중국 관광객을 겨냥해 추진 중인 전남도의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건설사업(J-프로젝트)에도 연결고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무한한 관광자원 정씨의 생가에 온 중국인들은 녹음기에서 ‘팔로군행진곡’이 흘러나오자 합창했다. 지린성 옌지(延吉) 제3중학 진주위안(金洙元·47) 부교장은 “정 선생은 중국 내에서 대단한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족의 영웅이다. 조선족 학교에는 그의 초상화가 안 걸린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그래서 광주 남구는 정씨와 연고가 있는 저장(浙江)성과 베이징, 옌안(산시성) 등과 자매결연하려 한다. 생가 방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또 생가 정비는 물론 기념관을 건립하고 생가 부근에 중국 영사관을 유치해 관광 거점지로 만든다는 것. 관광업계에서는 “생가와 기념관 등을 묶는다면 중국 관광객을 끌어오는 좋은 테마(주제)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평화교류의 장 중국의 민족 운동과 문화발전에 공헌을 한 정율성이 중국인과 한국인을 아우르는 문화 교류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정씨는 현재 중국 3대 작곡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중국 국가(의용군행진곡)를 작곡한 니에( 耳·사망)는 “베토벤이 천재적인 작곡가라면 정뤼청(정율성)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악성”이라고 적었다. 중국사회과학경제연구소 잔샤오훙(占小洪))은 “중국 13억 가운데 80%(10억명)는 그가 작곡한 노래를 1곡 이상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중국문화원 주잉제(朱英杰) 원장은 생가를 찾아 “정율성은 한·중 양국 문화교류의 핵심 콘텐츠”라고 치켜세웠다. 또 중국 웨이하이(威海)시 마스허(馬世和) 상임부시장은 “정 선생의 생가를 한·중 젊은이들의 우호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며 중국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황일봉 광주 남구청장은 “한·중을 아우르는 정율성의 우호예술 활동은 아시아 문화수도사업 추진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조명 작업 1914년 10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정씨는 1933년 중국으로 건너가 항일투쟁에 나선다. 평생을 민중을 감싸는 순수 음악인으로 살았다. 2002년 중국에서는 정씨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주향태양(走向太陽)’이 만들어졌고 지난해 광주 국제영화제에서도 특별 상영됐다. 또 저장성 방송국이 정율성 다큐멘터리를 한·중 공동으로 찍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8월 처음으로 정부가 정율성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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