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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 순천 맞나요?” 외국 방불케 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여기 순천 맞나요?” 외국 방불케 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오니까 뿌듯하네요. 국제행사라는 말이 잘 어울려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21일 오전 11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 외국인들이 웅성거리며 국가정원 곳곳을 둘러보는 모습을 본 이모(45·창원시)씨는 “이렇게 많은 외국인들이 한데 어울려 돌아다닌 모습을 한국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며 “소문 듣고 왔는데 오길 아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외국에서도 오는데 2시간 거리는 금방이다”며 “같이 온 친구들도 식구들하고 또 놀러온다고 한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외국인 관람객 유치는 물론 세계 각국의 문화를 아우르는 ‘국가의 날’ 행사를 연일 성황리에 치러내며 국제행사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재)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이사장 노관규 순천시장)는 이날 여수항으로 입항한 프랑스·미국 크루즈 관광객 50여명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정원을 돌아보며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5월, 장미정원이 굉장히 아름답다. 사진 찍기 바빴다”, “여행 일정이 정해져 있어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재방문하고 싶다”며 박람회에 대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4월 개장이래 정원박람회장을 찾은 외국 크루즈 관광객만 200여명 이상이다. 오는 10월에는 구미주 관광객 350여명의 방문도 확정돼 있다. 여행단을 이끌고 온 크루즈갤러리 여행사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동양 국가에 대한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크루즈 여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며 “조직위와 지속적으로 박람회와 연계된 상품 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이날 국가정원에서는 체코 국가의 날 행사도 함께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갯벌공연장에서 열린 금관5중주 공연은 미샤 에마노브스키 체코문화원장을 필두로 구성된 연주단의 선율로 유럽 작곡가들의 명곡을 풀어내 박람회의 품격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구스타브 슬라메취카 주한체코대사도 행사장에 직접 참석해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체코의 날을 맞아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따스한 햇살과 함께 국가정원을 가득 채우는 멜로디와 리듬을 맘껏 즐겨주셔서 너무나 기쁘다”고 연신 웃음을 보였다. 체코 국가의 날 행사는 지난달 마리오네트 어린이 인형극에 이어 두 번째다. 조직위는 체코 국가의 날을 기념해 체코의 유명 정원 식물 그림 작가인 파블리나 쿠르코바의 보태니컬 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전시회는 순천만국제습지센터 1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기간은 다음달 21일까지 한달간이다. 한편 조직위는 박람회에 방문한 외국인 관람객 수 산정을 위해 국가정원 동문, 서문, 남문에서 외국인 관람객 표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뷔·제니, 파리 데이트 후 각자 차로 떠났다”

    “뷔·제니, 파리 데이트 후 각자 차로 떠났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뷔와 블랙핑크 제니로 추정되는 이들의 프랑스 파리 데이트 목격담과 영상이 공개된 가운데 당시 이들을 촬영한 프랑스 기자가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프랑스 기자이자 사진작가인 아마르 타우알리트는 지난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 남녀가 파리 센강 주변에서 손 잡고 걸어가는 영상을 올렸다. 타우알리트는 “영상에 대한 메시지가 많이 오니 사실을 알려드리겠다”며 “저널리스트로서 잘 알려진 인물을 발견하고 촬영했다. 이 영상은 지난 15일 밤에 촬영한 것이며 그들이 방해받지 않도록 오늘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에서 볼 수 없었고, 카메라도 없었기 때문에 휴대전화로 촬영해서 화질이 좋지 않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찍었다”면서 “제니와 뷔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데이트 이후 뷔만 단독으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동료 사진기자가 찍은 것인데, 뷔를 알아보는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사진 속 남성과 영상 속 남성의 옷차림이 같았다.한 네티즌이 ‘제니와 뷔가 함께 차를 타고 떠났느냐’고 묻자 타우알리트는 “산책하고 나서 각자 다른 차를 타고 떠났다”고 답했다. 앞서 뷔는 지난 15일 파리에서 열린 브랜드 C사의 패션화보 및 이벤트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제니 역시 드라마 ‘더 아이돌(The Idol)’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상영회에 초청돼 파리에 머물고 있다. 뷔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과 제니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5월 처음 제기된 두 사람의 열애설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제니퍼 로렌스 아프간 다큐 영화 ‘빵과 장미’ 비밀 제작…칸에서 상영

    제니퍼 로렌스 아프간 다큐 영화 ‘빵과 장미’ 비밀 제작…칸에서 상영

    “너네는 여성들을 억누르기만 해.” “말하면 안된다고 했지. 나는 곧바로 여기서 널 죽일 수 있다니까!” “좋아, 날 죽여라! 너네는 학교도 대학도 다 폐쇄했지! 차라리 날 죽여라!”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이 나라를 통치하는 탈레반 전사 간에 오간 살벌한 대화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는데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자동차에 태워져 수도 카불의 유치장으로 끌려가는 중이었다. 할리우드 스타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제니퍼 로렌스가 제작자로 나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빵과 장미’에 나오는 장면이라고 영국 BBC가 21일 전했다.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지 몇 주 안 됐을 때 세 여성이 탈레반에 항거하는 모습을 담았다. 로렌스의 말이다. “가슴이 빠르게 뛰어 탈레반에 항거하는 여성들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여러분은 아프간 소식을 매일 들으면서도 이쪽 면, 여성들이 저항하는 얘기를 보지 못했는데 우리 영화의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들의 나라에서 (여성들은) 자율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해서 그들의 얘기를 스스로 들려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로렌스가 친구 저스틴 시아로치와 함께 2018년 세운 영화제작사 ‘Excellent Cadaver’가 제작비를 댔다. 시아로치는 로렌스가 말하길 ‘우리는 이런 얘기를 의미있는 방식으로 전달할 플랫폼을 누군가에게 만들어줘야 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 누구가 사흐라 마니였다. 카불의 독립영화 제작사 ‘아프간 독 하우스’ 공동창업자이며 다큐 감독이었다. 로렌스와 시아로치는 마니의 다큐 ‘나 같은 천명의 소녀들(A Thousand Girls Like Me)’을 봤는데 스물세 살 아프간 소녀가 가족과 경찰의 도움을 얻지 못해 국영 텔레비전에 나가 친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는 얘기였다. 시아로치는 곧바로 마니를 찾기 시작했는데 마니는 이미 그나마 느슨했던 탈레반 재집권 초기, 자율권을 확보하려고 애쓴 세 여성의 얘기를 그리는 다큐 제작에 돌입한 상태였다. 마니는 여성들에게 카메라를 감춘 채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구들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창문도 없는 지하실, 카불의 거리 근처에서 몰래 촬영하도록 했다. 임시 교실처럼 꾸며놓고 10여명의 여성들이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있게 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각자 탈레반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었다. 자흐라란 이름의 치과의사가 보는 이들을 비밀 회합으로 안내한다. 자흐라는 하이힐을 신고 향수를 뿌리고 친구들과 공원에 놀러가던 과거를 돌아본다. 다른 여성들은 미소를 짓는다. 바히데흐란 이름의 작가가 말한다. “여성들은 스스로의 역사를 써야 한다. 여성들은 세상 곳곳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마니는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어려움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해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안전을 확보하며 그들이 목소리를 내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시아로치와 로렌스는 밤늦게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마니는 “내가 어떤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그들이 있었다. 여성이 단결하면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마니와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들은 아프간을 빠져나와 안전한 상태라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뿐만아니라 더욱 많은 곳에서 상영할 것이라고 했다. 로렌스는 “이 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어떻게 하면 뭐라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면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마케팅하기 어려운 소재”라고 말했다. 지난해 텔레비전과 영화에서의 여성 역할 연구에 따르면 제법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영화에 감독, 작가, 제작자로 참여한 여성의 비중은 24%로 오히려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로렌스 “가야할 길이 멀고도 멀다. 하지만 영화 제작의 다양성을 갖게 될 때 고무되고 긍정적인 느낌이다. 그게 사람들이 원하고 관객이 바라는 일이다.” 시아로치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 여성을 고용하고, 여성들의 얘기를 전하고, 항상 다양한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니퍼의 플랫폼에 진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로렌스 “나 역시 여자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손방이라는 식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지 않아 난 운이 좋은 편이다!”
  • 칸에서 원작 영화 시사된 다음날 마틴 에이미스 타계 [메멘토 모리]

    칸에서 원작 영화 시사된 다음날 마틴 에이미스 타계 [메멘토 모리]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영국 작가 마틴 에이미스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시사회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열렸는데 다음날 그가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머니’(1984)와 ‘런던 필드’(1989), ‘시간의 화살’(1991) 등 일련의 히트 작들을 발표하며 1980년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가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식도암으로 숨을 거뒀다고 아내이자 작가인 이사벨 폰세카가 밝혔다고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섹시 비스트’, ‘탄생’, ‘언더 더 스킨’ 등을 연출한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이 연출했으며, 칸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6분 남짓 관객들의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고 제작사 A24가 자랑했다. 고인은 1949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유명 소설가 겸 시인 킹즐리 에이미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 에이미스는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뒤 1973년 첫 소설 ‘레이철 페이퍼스’로 아버지의 뒤를 잇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타임스 문예부록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이듬해 이 작품으로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는데 부자가 똑같이 첫 소설로 이 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제임스 펜턴, 살만 루슈디, 이언 맥큐완 등이 동시대 유명 작가들이었다. 문학 기자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가까웠는데 그 역시 2011년 식도암으로 세상을 등졌는데 둘의 관계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했다. 이들 1980년대 작가들은 영국 문학계를 다채롭게 활성화시켜 젊은 작가들의 집필 욕구를 지폈다. 루슈디는 미국 일간 뉴요커에 “그는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하곤 했는데 서가에 꽂힌 책들을 남겨놓았다. 말하자면 내게 여기에서 여기만큼이다. 지금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친구들은 지독히 그를 그리워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서가가 있다”고 애도했다. 에이미스의 작품에는 암울한 코미디와 새타이어가 담겨 있었다. 소설가 경력을 관통했던 주제,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쓰곤 했다. ‘시간의 화살’과 ‘존 오브 인터레스트’ 두 작품 모두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이었다. 박학다식했고 유행 풍조와 정치에 대해서도 곧잘 논쟁적인 논평을 해댔다. ‘머니’는 그의 저작 중 가장 유명했으며 1980년대를 규정한 소설로 인용되곤 한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무대로 자신의 첫 영화를 제작하려는 광고인 얘기를 담는데 에이미스는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공상과학(SF) 영화 ‘새턴 3’의 스크립트 작가로 일한 자신의 경험을 녹였다. 에이미스는 2000년 회고록 ‘경험’을 펴냈고, 2020년 14번째이자 마지막 소설 ‘인사이드 스토리’를 펴냈다. 두 편의 단편 모음집과 여섯 권의 논픽션을 출간했다. 그의 친구이자 문학평론가인 자카리 리더는 고인이 “매력적이고 아주 너그러웠는데 자신의 성공 때문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돌아봤다. 여기저기 오라는 데가 많았는데 많이 거절했지만 모두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 그는 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빈티지 북스의 영국 편집자 미찰 샤빗은 “마틴 에이미스가 그 안에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에다 완전 멋졌으며 똑똑한 위트에 학구적이며 겁도 없는 작가였으며 진정 대단한 남자였다. 반세기 넘게 그토록 많은 독자와 작가들에게 중요하고도 모범이 됐던 인물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펭귄 북스와 부커상 위원회는 각각 성명을 발표해 황망함을 표하고 고인의 친구들과 유족들을 위로한다고 밝혔다.
  • 100억 자산가 부모 살해…희대의 패륜 사형수[사건파일]

    100억 자산가 부모 살해…희대의 패륜 사형수[사건파일]

    1994년 5월 19일 돈 때문에 부모를 죽인 ‘박한상 살인사건’. 일간지 1면을 장식했던 희대의 패륜범죄는 영화 ‘공공의 적’ 소설 ‘종의 기원’의 모티브로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23세였던 박한상은 살고 있던 삼성동 집에 불이 났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미처 부모님을 구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화재로 숨졌다는 부부의 시신은 칼에 찔린 상처와 피가 너무 많았다. 존속살해라는 결정적인 제보는 병원에서 나왔다. 박한상의 화상치료를 하던 간호사가 ‘박한상 머리에 피가 많이 묻어 있더라. 화상을 당해서 왔는데 왜 피가 묻어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박한상 발목에 물린 듯한 치흔이 있었다’는 제보를 했다. 조사결과 박한상의 아버지는 죽음 직전 너무 괴로워서 아들의 발목을 문 것이었다. 결국 박한상은 자신이 범인임을 자백했다. 도박과 유흥에 빠진 ‘강남 금수저’“호적 파라” 혼내는 부모에 앙심 100억대 자산가 집안 장남으로 태어난 박한상은 대학 진학 후 유흥에 빠졌고, 미국 LA로 유학을 가서도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도박을 하고, 차가 필요하다고 돈을 받아 탕진하는 등 사치를 일삼았다. 부모는 도박 빚을 진 박한상에게 한국에 들어오라며 “호적을 파가라. 넌 아무 것도 못하는 놈이다”라며 혼을 냈고, 앙심을 품은 박한상은 부모를 살해해 유산을 상속받으려 범행을 계획했다. 범행 3일 전 칼과 휘발유를 사서 차고에 숨겨 놓고, 범행 중 피가 튈 것을 예상해 옷을 다 벗고 부모님이 자는 방에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뒤 나와 샤워를 했다. 범행에 썼던 도구들을 버리고, 불을 지른 뒤 뒤늦게 화재 신고를 한 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울었다. 박한상이 증거를 인멸하려 집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12살 사촌 동생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박한상은 현장검증 당시 눈물 한 방울 홀리지 않고 태연하게 자신의 패륜범죄를 재현했다. “15분 동안 계속 막 찌른거야?” “네.” 박한상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대역으로 쓰인 마네킹의 위치가 틀렸다며 이를 정정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박한상은 “아버지의 심한 질타가 기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범행의 이유를 아버지에게 돌리는 뻔뻔한 모습을 보였다.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존속살인에서 이 정도로 계획적인 범행은 드물다”라며 “30년 동안 사형수 면담한 교화위원이 ‘박한상은 포기했다. 박한상을 6년 상담했는데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면서 자기가 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빠져 나갈 궁리만 하더라’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사건을 취재한 정유정 작가는 “심지어 부모님의 장례식장에서 여자친구와 시시덕 거리기까지 했다. 어떤 사람이면 엄마, 아빠를 죽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충격적이었던 박한상의 모습을 전했다. 1심, 2심 모두 사형 판결이 났고 1995년 8월 25일 대법원은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한상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올해 53세인 박한상은 현재까지 사형수로 복역중이다. 유산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편집자 주 매일 예기치 못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납니다. [사건파일]은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잊지 못할 사건사고를 전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사건의 전말, 짧은 뉴스에서 미처 전하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려드릴게요.
  • 골반 치료하다 눈 트인 女…10년 깜깜했던 시야 ‘번쩍’

    골반 치료하다 눈 트인 女…10년 깜깜했던 시야 ‘번쩍’

    뉴질랜드에서 시력 저하로 10여년 이상 운전은 물론 글도 제대로 못 읽던 80대 여성 작가가 요통치료 실험을 받다가 갑자기 시력을 회복해 화제가 되고 있다고 뉴질랜드 매체들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질랜드헤럴드와 뉴스허브 등은 많은 책을 저술한 린리 후드(80) 박사가 오타고 대학이 시행하는 만성 요통 완화 실험에 참여했다가 뜻하지 않게 시력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후드 박사는 통증과 관련된 뇌 부위에 전류를 보내는 전극 모자를 쓰고 침대에 누워 치료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20년 골반을 다친 뒤부터 요통에 시달리기 시작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다며 “가만히 누워서 3개월 동안 치료를 받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효과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녹내장 때문에 10년 넘게 운전은 물론 읽거나 쓰는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시력이 좋아진 것이다. 후드 박사는 “이제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 읽고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가 프로젝트 참가자 중에서도 이른바 ‘가짜 치료’를 받는 플라시보 실험 그룹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이다. 모두 20명의 환자가 참가한 실험 치료 프로젝트는 두 개 그룹으로 나뉘어 한 달 동안 일주일에 5일 치료를 받아왔다. 한 그룹에는 통증을 관장하는 뇌 부위에 실제 전기 자극을 주고, 한 그룹에는 피부에만 전기 자극을 줬는데 후드 박사는 후자에 속했다.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디비야 아드히아 박사는 “피부 자극이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로 전달돼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4주 동안 후드 박사의 시력이 꾸준히 좋아져 지금은 거의 100% 회복됐다고 밝혔다. 아드히아 박사는 “그의 시력 회복이 놀라울 정도여서 안과 의사들도 기적이라고 말한다”며 이 문제는 현재 안과 의사들과 함께 더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드 박사는 시력 회복으로 새로운 삶을 얻은 것 같다며 그동안 생각해두었던 책들을 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 경찰, ‘마약 투약’ 유아인 구속영장 신청

    경찰, ‘마약 투약’ 유아인 구속영장 신청

    경찰이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37·본명 엄홍식)씨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유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투약한 마약류가 5종으로 죄질이 나쁜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 구속 여부는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뒤 다음주 초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월 유씨 모발·소변에서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4종의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넘겼다. 유씨의 의료기록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의료 이외 목적으로 처방받은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지난 3월 한 차례 유씨를 조사한 뒤 지난 16일 다시 불러 21시간 동안 밤샘 조사를 했다. 경찰은 유씨가 투약한 마약 종류, 횟수, 구입 경로, 공범 여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투약한 혐의를 받는 마약류 중 프로포폴·케타민·졸피뎀은 마취와 수면유도 등 용도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이 의약품을 의료 목적과 무관하게 투약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하는 게 수사의 관건이다.유씨는 지난 17일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어떤 내용을 소명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들을 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코카인 투약 혐의와 출석 날짜를 바꾼 이유, 마약 구입 경로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씨는 지난 3월 첫 조사에서 일부 대마 흡입을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과 케타민 투약은 치료 목적이었으며 코카인은 투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씨의 두 번째 조사 때 유씨의 지인인 미대 출신 작가 A씨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앞서 유씨의 마약류 투약을 돕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로 A씨 등 주변인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 박명수 “아이유 표절?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발끈

    박명수 “아이유 표절? 무슨 잘못이 있다고” 발끈

    방송인 박명수가 가수 아이유의 표절 의혹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9일 방송된 KBS 쿨FM ‘박명수의 라디오쇼’에서는 빅데이터 전문가 전민기가 ‘검색N차트’ 코너에서 화제의 검색 키워드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전민기는 “안타까운 소식인데 아이유씨가 표절 의혹에 시달렸다. 표절을 고발한 사람은 원곡으로 거론된 작가가 아니라 시민인데 아이유의 대표곡 6곡이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면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저작권 침해죄는 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사건이 진행된다. 그리고 사실은 아이유씨가 아니라 작곡자한테 걸어야 되는데 이걸 아이유씨에게 거는 바람에 이슈는 됐지만 ‘아이유씨가 무슨 잘못이냐?’ 이런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명수는 “아이유가 시켰냐. 아니지 않냐. 곡을 만든 사람에게 따져야지 아이유에게 무슨 잘못이 있냐”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아이유를 비롯한 많은 셀럽들이 K팝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우리나라 문화를 많이 알리고 있다. 그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면서 “팬들 수준이 높다. 잘못된 게 있으면 팬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다. 요즘은 표절하려야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10일 한 시민은 아이유의 곡 ‘분홍신’, ‘좋은날’, ‘삐삐’, ‘가여워’, ‘Boo’, ‘Celebrity’ 등이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며 서울 강남경찰서에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아이유를 고발했다.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 측은 “당사는 소속 아티스트를 향해 지속적으로 표절 의혹과 근거 없는 내용의 간첩 루머, 성적인 비방을 일삼아 오던 세력을 수개월간 모니터링과 수사 의뢰를 통해 대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들의 일부가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고발했다는 사실에 황당함을 넘어서 충격을 느꼈다”면서 “일부 작곡가들이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도 저작권과는 아무 관계 없는 제3자가 무리하게 가창자인 아이유만을 고발하는 것은 오로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흠집 내기 위한 것”이라며 강경대응을 선언했다. ‘분홍신’, ‘좋은날’의 작곡가 이민수, ‘삐삐’의 작곡가 이종훈 역시 “다른 어떤 작업물도 표절하지 않았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 美 대법, 앤디 워홀의 프린스 초상화 “저작권 침해” 판결했는데

    美 대법, 앤디 워홀의 프린스 초상화 “저작권 침해” 판결했는데

    미국 팝아트 작가인 앤디 워홀이 가수 프린스의 사진을 토대로 제작한 실크스크린 초상화 시리즈가 원작 사진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18일(현지시간) 판결했다. 대법원은 표결을 통해 찬성 7, 반대 2표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고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앞서 워홀은 프린스의 흑백사진에 실크스크린으로 다양한 색을 입힌 프린스 초상화 시리즈를 1984년 내놓았다. 문제의 프린스 사진을 1981년 촬영한 사진작가 린 골드스미스는 2016년 프린스가 세상을 떠난 뒤 자신의 사진을 변용한 워홀의 작품이 잡지 베니티 페어의 프린스 추모 특집에 무단 사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 워홀은 1987년 세상을 등져 골드스미스는 앤디 워홀 재단과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1심 법원은 워홀 재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법원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는데 대법원도 2심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다수 의견을 대표해 “골드스미스의 원작은 다른 사진작가들의 작품처럼 저작권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이런 보호에는 원본을 변형한 파생적인 작품에 대한 보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반면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함께 소수 의견에 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면) 모든 종류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새로운 예술과 음악, 문학을 방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딱 이렇게만 보도했는데 뭔가 설명이 부족했다. 영국 BBC 기사를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베니티 페어가 워홀에게 프린스를 주제로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처음 요청한 것은 1984년이었다. 프린스의 히트곡 ‘퍼플 레인’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라 ‘퍼플 페임’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실을 예정이니 워홀의 창작물이 함께 실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잡지는 골드스미스의 이름을 명기하는 데 동의했다. 골드스미스는 믹 재거 같은 로큰롤 스타들의 초상화로 유명한 작가였다. 그에게 400달러의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해서 워홀의 초상화 시리즈 16편 가운데 하나가 잡지에 실렸다. 미국 CBS 뉴스에 따르면 워홀 재단은 16편 가운데 12편을 제3자에게 넘겼다. 그런데 베니티 페어가 2016년 프린스 추모 특집에 워홀 시리즈 가운데 이전에 쓰지 않았던 사진을 다시 쓴 것이다. 베니티 페어의 모회사 콘데 나스트(Condé Nast)는 골드스미스의 이름도 명기하지 않고, 라이센스 대가도 지급하지 않았다. 대신 워홀 재단에 1만 달러 가량을 지급했다. 이러니 골드스미스로선 무척 화가 났을 법하다. 세월도 많이 흘렀고, 저작권법의 “공정한 이용(fair use)”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갈릴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잡지가 워홀의 사진들을 뒤늦게 쓴 것을 상업적 이용이나 비상업적 이용 어느 쪽으로 봐야 하는지도 관건이 됐다. 이에 따라 1심과 2심 법원은 다른 판결을 내렸는데 대법원이 원작자의 손을 최종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 “이런 포르노 같은 만화책을” 코베이브의 문제작 ‘젠더퀴어’ 번역본

    “이런 포르노 같은 만화책을” 코베이브의 문제작 ‘젠더퀴어’ 번역본

    서른 살 생일을 앞둔 2019년 5월, 논바이너리(남성 또는 여성으로 성 정체성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이자 에이섹슈얼(무성애자)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마이아 코베이브(Maia Kobabe)가 이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이들이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 주문을 했다. 출간 전에 초판이 매진돼 증쇄에 들어갈 정도로 아프고도 아름다운 성 체험기는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코베이브는 성별 중립적인 대명사(e·em·eir)를 사용하는 논바이너리 퀴어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온라인 만화 일간지 ‘닙(The Nib)’을 비롯해 일간 ‘뉴요커’와 ‘워싱턴 포스트’ 등에 단편만화를 게재할 정도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 유명한 ‘젠더퀴어’(원제는 젠더퀴어 회고록)가 학이시습(박영률 대표)에서 번역돼 나왔다. 가족과 사회에 자신의 성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을 고백하는데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만화로 표현한 점도 색다르다. 무덤까지 끌고 가겠다고 결심했던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매우 적나라하다. 그러면서도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을 심도깊은 학습과 성찰로 이끄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82쪽에 코베이브가 혼돈스러움을 이겨내려고 읽었던 책들이 좌르르 그려져 있는데 249~252쪽에 간략하게 책 소개를 달았다. 아울러 성별 이분법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여기에다 ‘타고난 (어쩌면 지정된) 성별과 성 정체성은 같아야 할까’,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인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를 부정하면 죄악일까’ 등의 의문을 한 번쯤 품어본 이들에게 길잡이 역할도 한다. 우리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본에는 퀴어와 젠더 관련 주요 용어나 미국 문화의 특성을 담은 표현 등을 옮긴이 이현이 상세하게 주석을 달았다. 더불어 한국적 맥락에서 ‘젠더퀴어’라는 용어의 역사와 계보를 살피고, 저자의 삶과 이야기의 사회적 맥락과 의미, 이 책을 둘러싼 논쟁의 의의를 밝힌 퀴어운동가 루인의 해설도 덧붙였다. 원본은 2020년 미국도서관협회(ALA)에서 12~18세 청소년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친 책에 수여하는 알렉스상, 퀴어의 경험을 다루는 것에 공로를 세운 책에 주는 스톤월상을 수상했다. 출간된 해에는 일부 주(州)에서 금서로 지정되는 바람에 오히려 반대 서명운동이 펼쳐져 약 10만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나는 작가이며 예술가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이야기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단 한 명의 논바이너리나 퀴어, 트랜스젠더 독자라도 이 책에 자신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책을 썼다”고 밝혔다. 원본이 출간된 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4년 전 흑인, 트랜스젠더, 퀴어들이 쓴 책들이 미국 공공 도서관에서 퇴출당하거나 위기에 몰려 있었고, LGBTQ 역사 수업을 금지하고.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청소년의 건강보험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공중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에게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안들이 여러 곳에서 발의되고 통과됐다. 지금도 이런 얘기들이 종종 들려온다. 이 만화책에 대해 “포르노가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동양과 서양을 가리지 않고 나타날 것이다. 코베이브는 “쏟아진 비방을, 나는 그만큼 내 작품에 힘이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려 한다”며 “논쟁의 불길이 거세질수록 논바이너리나 트랜스젠더, 퀴어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꾸준히 써야겠다는 결심은 오히려 굳어졌다. 이 나라 어딘가에 나를 검열하려 기를 쓰는 무리가 있을지라도 내가 나 자신을 검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국어판 초판 발간일을 돌아보자. 지난 17일이었다. 국제 성 소수자 차별 반대의 날이었다. 한편 코베이브는 그림을 그리면서 가사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외국 음악을 즐겨 듣곤 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케이팝에 흠뻑 빠졌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홈페이지를 찾으면 팬데믹 기간 케이팝과 사랑에 빠진 이력을 만화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https://redgoldsparkspress.com/projects/7246404. 아울러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해준 그룹 EXO와 방탄소년단(BTS)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 싱그러운 초록빛 차밭, 번잡한 일상을 지우다…살랑대는 댓잎 목소리, 잔잔한 행복에 물들다[권다현의 童行(동행)]

    싱그러운 초록빛 차밭, 번잡한 일상을 지우다…살랑대는 댓잎 목소리, 잔잔한 행복에 물들다[권다현의 童行(동행)]

    “여행작가 엄마의 여행은 뭐가 다르죠?” 가끔 듣는 질문이다. 나도 처음엔 “별다를 게 있겠어요?” 하고 웃어넘겼다. 하지만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과 여행해 보니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달랐다.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고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게 여행의 목적일 테지만 나는 사람이 그 매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현지인과의 관계 맺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제주 한달살이 열풍 이후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살아 보기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 보는 여행을 권하는 것이다. 매년 거르지 않고 찾게 되는 경남 하동에서도 ‘다음, 하동’이란 이름으로 나흘살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지난해 여름휴가도 하동에서 보냈다. 싱그러운 차밭과 바라만 봐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악양들판,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섬진강까지 머무는 내내 번잡한 도시의 일상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귀한 인연도 맺었다. 재첩국을 맛보러 들어간 식당에서 청양고추를 넣은 국물 때문에 맨밥만 삼키는 둘째 아이를 위해 달걀프라이와 구운 김을 내줬다. 그 마음이 고마워 다음날 아침에도 일부러 찾았다. 마지막 날에는 화개천을 따라 산책하다가 어느 노부부와 마음이 통해 캔맥주를 나눠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그날 저녁노을은 유난히 붉고 아름다웠다. 특별할 것 없지만 참 따스했던 동네, 그래서인지 하동으로 나흘살이를 떠나자고 했을 때 가족 모두 단박에 찬성했다. 사흘 밤을 지낼 곳은 화개골짜기에 자리한 모암마을이었다. 눈 닿는 곳마다 온통 차밭과 바위뿐인 이곳은 2008년 유기농마을로 선정돼 다양한 체험시설도 갖췄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이용률이 저조해지자 올해 다숙(茶宿) 콘셉트의 숙소 ‘모암;차차’로 재탄생했다. 차를 마시고 차를 즐기는 곳, 더불어 ‘차차’(次次)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란 의미도 담겼다.●객실마다 세련된 다기와 차 제공 모암차차는 원룸형 객실 2개와 한옥형 객실 3개를 갖췄는데 각각 이름이 차분차분, 차츰차츰, 차례차례, 차근차근, 차곡차곡이다. 우리 객실은 차근차근이었는데 요즘 한글 공부에 재미를 붙인 둘째는 그 뜻이 궁금한가 보다. 함께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말이나 행동 따위를 아주 찬찬하게 순서에 따라 조리 있게 하는 모양을 가리킨단다. 아이에게 설명을 하다 보니 우리말이 지닌 담백한 매력을 새삼 곱씹어보게 됐다. 객실 내부에서는 세련된 다기와 함께 하동에서 생산된 차가 제공돼 언제든 여유로운 찻자리를 즐길 수 있다. 느지막한 오후에 숙소를 나섰다. ‘다담인(in) 다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하동에서는 다원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햇차를 대접하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다담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관광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재해석한 다담인 다실은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면 여러 농가 중 한 곳으로 랜덤하게 배정된다. 숙소에서 만난 한 참여자는 다담인 다실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단다. 평소에도 차를 즐겨 마신다는 그녀는 카페나 찻집처럼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이 아니라 차를 재배하는 농가 내 다실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했다. 또 다원에서 직접 생산한 세 가지 차와 다식으로 이뤄지는 일종의 티 코스(Tea Course)라 농가마다 내놓는 차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구수하고 박하처럼 알싸한 삼합차 우리가 찾은 곳은 유로제다였다. 다실 입구부터 펼쳐진 차밭이 매력적인 이곳은 통유리 너머 짙푸른 숲이 차를 마시는 동안 눈을 시원하게 해 줬다. 유로제다에서는 녹차와 홍차, 삼합차를 직접 만든 다식과 함께 내는데 시작은 햇차인 우전(雨前)이었다. 24절기 중 하나인 곡우(穀雨) 전에 어린 찻잎을 따서 만드는 우전은 맑고 싱싱한 맛이 일품이다. 녹차 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쌉쌀함 때문에 망설이던 첫째 아이도 “제가 알던 그 녹차 맛이 아닌데요?”라며 놀라워했다. 이곳에선 홍차 역시 어린 찻잎을 발효시켜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이 아이들 마시기에도 좋았다. 처음엔 뜨거워서 싫다던 둘째도 한소끔 식힌 홍차를 맛보더니 몇 잔이나 연달아 홀짝였다. 삼합차는 이곳 유로제다에서만 마실 수 있는 블렌딩 차다. 건강한 하동 땅에서 자란 쑥과 상황버섯을 차와 함께 발효시켰는데 처음은 구수하고 끝은 박하처럼 알싸해 개운한 느낌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여기서 찻자리가 마무리돼야 하지만 주인은 비염이 있는 첫째를 위해 목련차를 내줬다. 올봄 꽃가루알레르기로 한참 고생했던 녀석은 코에 좋은 차라는 말에 순식간에 몇 잔을 비웠다. 봄꽃 가운데 매화를 좋아한다고 하자 투명한 찻주전자에 동동 뜬 꽃잎이 아름다운 매화차도 건넸다. 그사이 길어진 찻자리를 지루해하는 둘째를 위한 아이스크림도 등장했다. 예부터 찻자리의 주인을 팽주(烹主)라 불렀는데 그의 손끝에서 차의 맛과 향이 완성된다고 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인품, 부드러운 화술을 중요하게 여겼다. 다담인 다실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 역시 그가 아닐까 싶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참여자들의 건강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알맞은 차를 냈고, 그토록 다양한 차를 마셨음에도 서로의 맛과 향을 해치지 않았다. 자연스레 또 다른 찻자리가 궁금해지는 걸 보니 나 또한 다담인 다실을 다시 찾게 될 듯하다.●‘차마실 키트’ 들고 정금차밭으로 이튿날 아침 일찍 정금차밭에 올랐다. 우리만의 ‘차마실’을 즐기기 위해서다. 차마실 키트는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과 휴대용 다기, 하동에서 생산된 차와 간단한 다식, 돗자리 등으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질문 카드도 추가됐다. 키트 하나만 대여하면 네 가족이 넉넉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데다 우리끼리 오붓하게 찻자리를 나눌 수 있어 벌써 세 번째 신청이다. 정금차밭은 화개면 일대가 시원스레 펼쳐지는 전망이 탁월해 차마실의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하지만 오르는 길이 좁고 가팔라 마주 오는 차량이라도 만나면 난감해지는 곳이다. 이 때문에 번잡한 주말에는 엄두도 못 냈는데 나흘살이의 여유가 모닝 찻자리의 낭만을 선물해 줬다. 둘째가 어제 맛봤던 홍차가 입맛에 맞았는지 “카, 차 맛 좋다!” 하고 추임새까지 넣는 바람에 가족 모두 웃음이 터졌다. 다음하동 참여자들은 찻잎 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하동에 머무는 동안 농가의 일손을 돕는다는 의미다. 원래는 ‘잭살할매’로 불리는 찻잎 따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이 농번기에 비유될 만큼 바쁜 때라 모암차차 호스트가 대신 차밭 안내를 맡았다. 모암마을이 고향이라는 그는 연둣빛 찻잎을 골라 상처 없이 따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친절히 알려 줬다. “또 차예요?” 처음엔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금세 찻잎 따기에 몰두했다. 어느새 앞치마처럼 생긴 작업복 주머니가 두툼해졌고, 차밭 주인이 고마워하겠다는 말에 아이들 입가가 뿌듯해졌다. 토요일 저녁에는 ‘섬진강 달마중’도 운영된다. 음력 보름을 즈음해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행사였으나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를 기념해 오는 6월 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마련된다. 손에 램프 하나만 들고 달빛이 내린 섬진강을 천천히 거닐고, 종이배에 작은 소원을 적어 강물에 띄워 보낸다. 달빛이 깊어지면 은모래 고운 섬진강을 배경으로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도 이뤄진다. 하동을 여러 번 찾았지만 이렇게 온전한 하루를 섬진강에서 보낸 건 처음이었다. 그저 예쁜 풍경으로만 여겼던 섬진강이 비로소 너른 품을 벌려 안아 주는 기분이었다.●푸른 대나무숲 너머 섬진강이 ‘반짝’ 하동에 가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 바로 최참판댁이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이 됐던 이곳은 유려한 지리산 자락과 반듯하게 펼쳐진 악양들판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대문 앞 돌담에 걸터앉아 가을에 물든 황금빛 논을 마냥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첫째가 지금 둘째 나이쯤 됐을 때일까, 나란히 여기에 앉아 악양들판을 한참 내려다본 적이 있다. “엄마가 여길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보기만 해도 눈이 불러요.” 아이는 이곳 풍경이 지닌 넉넉함을 배가 부른 대신 눈이 부르다고 표현했다. “논에 물 대는 소리만 들어도 배가 부르다”고 했던 박경리 작가보다 몇 배쯤 멋진 표현이라고 생각했더랬다. 마침 몇 년 전 제가 있던 자리를 찾아 앉은 첫째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짐짓 으쓱한 모양이다. “이런, 엄마가 나 작가 하지 말랬는데…. 히히.” 아이들과 살랑대는 강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걷기 좋은 산책길도 있다. 섬진강 하구와 신월습지 사이에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숲길이다. 총길이 2.5㎞로 왕복하기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풍광에 취해 걷다 보면 오히려 아쉬울 정도다. 완만한 산책로는 섬진강 모래를 쌓아 아이들이 뛰어놀기 그만이다. 걷는 내내 푸른 대나무숲 너머로 섬진강이 반짝이고, 가끔 탁 트인 강변이 드라마틱한 감동을 선사한다. 곳곳에 걸음을 쉬어 가기 좋은 의자도 있는데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에게 잠시만 여기 앉아 바람 소리를 들어 보자고 했다. 말을 멈춘 아이는 눈까지 감고 댓잎 서걱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엄마, 바람 소리가 차가워요!” 보석 같은 아이의 말을 또 하나 주워 담았다.지난여름 온 가족이 함께 걸었던 삼성궁도 하동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화개면과 산자락 하나를 끼고 이웃했지만 자동차로는 60㎞ 넘게 에둘러 찾아가야 한다. 지리산 청학동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삼성궁은 한 도인이 1980년대부터 직접 돌을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롭게 짓는 건물이 있어 삼성궁에 대한 도인의 특별한 애정을 짐작하게 한다. 선국(仙國), 즉 신선의 나라라고 적힌 입구에 들어서면 마고성으로 이어진다. 마고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을 모신 곳으로 도인의 번뜩이는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구역이다. 신화를 재현한 건축물도 이색적이지만 마고성을 배경으로 자리한 인공 연못이 현실 세계를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아이들도 비취색 물빛에 매료돼 “이거 진짜 연못 맞아요?” 하고 묻더니 직접 발을 담가 본다. “앗, 차가워!” 아이들이 까르르 터트린 웃음마저 신비롭게 느껴지는 풍광이었다.●에메랄드빛 연못이 그림처럼 마고성을 지나면 삼성궁 영역이다. ‘삼성’은 우리 민족의 뿌리로 여겨지는 환인과 환웅, 단군을 의미한다. 이들을 봉안하기 위해 정성껏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삼성궁에선 매년 10월 개천대제도 거행된다. ‘열린 하늘 큰 굿’을 의미하는 개천대제는 삼한시대 소도의 제사장인 천군이 행했던 제사로 이들 삼성을 대상으로 한다. 얼마 전 단군 할아버지에 대한 동화책을 읽었던 둘째는 교회나 성당, 사찰처럼 단군을 모신 공간이 있다는 게 반가운 모양이다. “단군 할아버지도 이렇게 멋진 집이 있었군요! 난 단군 할아버지 집이 제일 예뻐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궁 한가운데 에메랄드빛 연못이 그림처럼 들어앉았다. 입구에 걸렸던 선국 현판이 꿈처럼 선명하게 남을 곳이었다. 여행작가
  • 조숙한 조카, 외톨이 삼촌과 동거…혈연보다도 진~한 가족의 재발견[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조숙한 조카, 외톨이 삼촌과 동거…혈연보다도 진~한 가족의 재발견[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들의 해맑음을 되새기고, 부모의 고마움을 생각하고, 더 나아가 스승의 감사함도 잘 표현하라 한다. 또한 성년이 되는 젊은이들을 축하하며, 부부간의 사랑을 잘 가꾸라고, 그렇게 5월이 흘러간다. 벌써 5월도 반이 지나간 이때 우리 모두에게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웹툰이 한 편 있다. 2017년 5월 5일 어린이날, 레진코믹스에서 첫 연재를 시작한 ‘친하게 지내자‘(글·그림 영일)라는 웹툰이다. 잘 팔리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로맨스 소설을 쓰며 생계를 이어 가는 30대 독신주의자 한수. 그는 ‘누군가를 만나도, 만나지 않아도 사람은 결국 혼자’라고 여기는 독신주의자다. 그러다 한수의 누나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죽으면서, 누나의 딸인 초등학교 2학년 모나와 함께 살게 된다. 모나의 아빠이자 한수의 매형은 실종 상태였고 모나의 친가 쪽은 아이를 맡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수의 아버지이자 모나의 외할아버지 치범 역시 모나를 돌볼 수 없었다. 결국 뼛속까지 독신주의자 한수가 원룸텔에서 조카 모나를 돌보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홉 살 모나는 엄마의 죽음을 겪으며 ‘애어른’이 돼 버렸다.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특히 삼촌인 한수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온 한수는 모나를 키우면서 집을 청소하고, 담배를 끊고, 삼시 세끼를 직접 만들어 먹으려 노력하면서 모나의 교육을 고민한다. 이렇게 너무도 다른 낯선 두 사람이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주는 웹툰 ‘친하게 지내자’는 두 사람만의 영역을 외부로 확장한다. 한수와 모나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한수의 이웃집에 사는 공시생 청년 구용, 한수의 팬이자 그의 담당 편집자가 된 송주, 외할아버지로서 한수와 모나에게 힘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뭔가 잘 안 되는 치범, 모나의 담임선생님 나희 그리고 모나의 친구인 별이와 별이의 가족. 조금은 괴팍한 원룸텔의 주인 할머니까지…. 둘의 만남으로 시작된 관계의 온기가 점점 그들의 주변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혈연으로 이어진 관계만을 가족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작가는 작품 속에서 ‘가족도 평생 서로 이해 못하는 남남’이라고 말한다. 한수와 모나 말고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 모두, 크고 작게 가족들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있다. 그들은 가족에게 받은 그 상처를 가족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위로받으며 치유해 나간다. 사실 인생이란 이렇듯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사람은 절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진리를 ‘친하게 지내자’는 작가만의 방식으로 읽는 이에게 전달하고 있다. 6년 가까이 300회 넘게 연재가 진행될 동안 서로에게 매우 미숙했던 한수와 모나는 이제 충분히 친해졌고, 독신주의자 한수에게 핑크빛 로맨스가 펼쳐지기도 했다. 등장인물마다 새로운 사연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점점 풍성해지는 중이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로도 이렇게 오랜 기간 연재하면서 성장해 가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자, 과연 한수와 모나는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 주면서 어제보다 더 행복한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증을 안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작품을 읽는 당신 역시 가족, 동료, 친구, 이웃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너무도 편안하게 눈감은 독재자…스스로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너무도 편안하게 눈감은 독재자…스스로 구할 마지막 기회 놓쳤다

    “가까운 이들에게는 소탈하고 친화력 좋은 사람이었다. 눈물도 흘릴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오와 대면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었다.” 장편소설을 다섯 편 내고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펴낸 중견 작가가 과감한 평전을 썼다. 사춘기를 맞기 전에 ‘광주’를 통과했던 저자는 비밀과 불안이 교차하던 시공간을 살아오며 전두환이라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 오다가 성인이 된 뒤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 역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돌아봤다. 이 독재자는 2년간의 옥살이 후 1652㎡의 집에서 살면서 이따금 청와대에 초청돼 “국가 안위”를 떠들고, 골프와 고급 음식을 즐기다가 2021년 11월 23일 평안하게 눈을 감았다.책의 1부 ‘영광’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50년을 다룬다. 상승을 향한 집념, 뚝심, 준비하고 재빨리 기회를 낚아챈 치밀함, 무신경한 낙천성의 끔찍함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다. 2부 ‘모순’은 정통성 부재를 덮기 위해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고 김재익이란 걸출한 인재를 발탁해 이 땅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것이 그를 끝끝내 무릎 꿇게 하지 않은 원인이 됐다고 진단한다. 3부 ‘몰락’은 권좌에서 내려온 뒤 33년을 쫓는다. 그에게 드물게 이뤄진 처벌은 단편적이었고 자의적이었다. 노태우부터 박근혜에 이르는 역대 대통령들과의 관계, 사회·역사·정치적 동역학을 고찰하면 최고 결정권자의 사적 동기로 그를 용서한 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직선제 이후로 넘어오지 못했음을 확인시킨다고 했다. 이 잔인한 독재자를 미화하거나 낭만화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를 톺아보는 건 4부 ‘악의 기원’에서다. 1990년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뒤 국민들이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강력한 국가’를 그리워하며 ‘80년대는 그래도 살 만하지 않았느냐’ 같은 헛소리를 하게 만들었다. 100권의 참고문헌을 살폈다는 저자의 결론은 ‘전두환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 내는 국민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책꽂이]

    [책꽂이]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전영수 지음, 라의눈) 인구소멸의 원인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불균형을 지적한 저자는 문제의 핵심으로 도농 격차와 일자리 문제를 꼽는다. 인구소멸에 관한 해법으로 대한민국 지방 도시를 위한 다양한 전략과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지방자치단체들에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만의 모델을 만들라고 제안한다. 308쪽. 2만 5000원.카본 퀸(마이아 와인스톡 지음, 김희봉 옮김, 플루토) 탄소 연구를 통해 나노과학의 새로운 세계를 연 여성 물리학자 밀드레드 드레셀하우스의 전기다.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은 비서, 간호사, 교사 세 가지뿐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그는 MIT 교수로 지내며 여성 포럼을 만드는 등 과학계 여성의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328쪽. 1만 9000원.살려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고마워(강애리자 지음, 어른의시간) 건강하던 남편이 갑작스럽게 ‘췌장암 4기, 남은 기간 6개월’을 선고받는다. 암에 남편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아내는 초긍정 마인드로 기꺼이 췌장암과의 투쟁에 나선다. 암 선고부터 647일 동안을 50개의 이야기로 엮었다. 272쪽. 1만 7000원.묘비 세우기(정은우 지음, 창비) 서사적 완결성과 흡입력 있는 문체로 창비신인소설상, 오늘의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정은우의 첫 소설집. 갑작스러운 사고로 연인이나 친구를 잃은 이, 나이가 들면서 함께한 배우자를 떠나보낸 이, 어느 날 홀연 사라져 버린 룸메이트를 되찾으려는 이 등 상실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들을 그린 소설 8편을 담았다. 296쪽. 1만 5000원.미드나잇 뮤지엄(박송이 지음, 빅피시)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이 가득한 오르세미술관, 작품당 10초씩 봐도 4일이 걸리는 루브르박물관, 모네를 사랑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찾는 오랑주리미술관 등 파리의 미술관·박물관을 소개한다. 퐁피두센터, 로댕미술관,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 귀스타브 모로 미술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306쪽. 1만 8800원.젠더퀴어(마이아 코베이브 지음, 이현 옮김, 학이시습)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기까지 과정을 그린 만화. 저자는 성정체성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 관련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담았다.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알렉스상, 스톤월상 등을 받았다. 동시에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주에서 금서로 지정한 책이기도 하다. 276쪽. 1만 3000원.
  • “함께 있을 때 더 차분해져”…우크라 군인들, 유기동물과 공존 [월드피플+]

    “함께 있을 때 더 차분해져”…우크라 군인들, 유기동물과 공존 [월드피플+]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여전히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길거리에서 굶주리고 있지만, 다행히 일부는 입양돼 사랑받고 있다. 놀라운 것은 유기동물을 입양한 이들이 전장에서 목숨 건 전투를 이어가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라는 사실이다.  AFP 통신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오히려 전쟁으로 주인과 집을 잃은 반려동물들이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미키타(21)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군인은 AFP에 “지난 1월 우리 군대는 길 잃은 개를 입양했다. 우리는 이 개와 있을 때 더 안전하고 차분해진다. 개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49)라는 또 다른 우크라이나 군인은 “(이 동물들은) 버려졌고 스스로를 지켜야 했다. 우리는 이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면서 “부대가 입양한 동물들은 최전선에서 몇 달을 보낸 뒤, 전역하거나 집에 돌아가는 군인 일부가 이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군인인 드미트로(29)는 AFP에 “크림(크름)반도 인근 마을에서 버려진 강아지를 만났다. 생후 1개월 밖에 안 된 강아지였다. 이 강아지는 나와 내 동료들에게 ‘작은 부적’이 됐다”면서 자신의 사례를 공개했다. 얼마 전 러시아군의 갑작스러운 포격이 시작되기 불과 몇 분 전, 이 부대에서 입양해 키우던 작은 유기견이 부산스럽게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먼 곳에서부터 느껴진 ‘낯선 움직임’에 대비하는 모양새였다.  드미트로는 “(개가 몸을 숨기는 것을 보자마자) 나와 동료들은 매우 신속하게 개와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며 웃었다.  AFP는 “미키타의 부대에는 약 15마리의 고양이와 여러 마리의 개가 참호 구역에서 군인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반려동물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진정제’가 되어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집을 잃은 우크라이나인은 2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지거나 보금자리와 주인을 잃었다.  유기동물을 전쟁에 이용하는 러시아 최근 러시아에서는 자국의 길거리를 배회하는 유기견을 모아 전쟁터의 지뢰제거에 이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두마주의 페도트 투무소프 의원은 16일 의회에서 “우리나라에는 개에게 모든 종류의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다”면서 “크고 공격적인 개를 훈련시켜 특수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의 러시아식 표현) 구역으로 보내면, 부상자를 구출하고 지뢰제거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평소 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아 왔던 해당 의원이 언급한 ‘크고 공격적인 개’에는 유기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회에서는 유기견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법안도 언급됐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러시아에 비난을 쏟아냈지만, 안타깝게도 군사적 목적으로 동물이 이용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14년 1차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당시, 독일군은 비둘기를 정찰용으로 활용했다. 미니어처 카메라를 매단 비둘기가 목표물을 상공에서 정찰한 뒤 다시 돌아오게 하는 훈련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정찰용 비둘기는 1916년 베르덩 전투와 솜 전투에서 실제로 사용됐다. 2차세계대전 당시에도 독일군은 비둘기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 기술로 새를 운반하거나 훈련시키는 일, 카메라를 원하는 대로 조작하는 일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용 빈도는 매우 미미해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비둘기를 무기로 써보려 애쓰는 동안, 미국 해군이 내세운 것은 다름 아닌 사나운 상어였다.  미국의 유명 과학전문 작가이자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메리 로치는 2015년 발간한 자신의 책에서 “미 해군은 2차세계대전때 상어 전문가 및 무기 전문가가 팀을 이뤄 상어를 일종의 ‘배달 도구’로 삼고, 바다 위에 떠 있는 적의 함선 부근에서 터뜨리는 미션에 대해 연구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 연구는 상어의 통제불능 상태 탓에 실패로 끝났다. 1960년대 당시 옛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해군은 실제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했다. 주요 임무는 해저 정찰과 수색, 적군 포착 등이며, 머리에 사격 장치를 달아 적의 잠수부나 목표물을 공격하는 임무 수행도 가능했다. 소련 붕괴 후 돌고래 부대는 해체 위기까지 갔지만, 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되면서 돌고래 부대는 러시아 소속으로 변경됐다.  2022년 4월에는 러시아군은 흑해 주요 해군기지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군사훈련을 받은 돌고래를 투입했다. 미국 해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해군 특수부대가 이곳에 정박 중인 러시아 전함에 수중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돌고래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 1073장 미공개 사진 들고 광주 찾은 ‘로숑과 쇼벨’ 두 실종 어린이

    1073장 미공개 사진 들고 광주 찾은 ‘로숑과 쇼벨’ 두 실종 어린이

    마음과 몸이 온통 아파오는 18일 밤 10시 KBS1 ‘다큐 인사이트’는 43년 전 광주를 다시 찾은 두 벽안의 사진기자를 만난다. 무자비한 학살이 자행되던 순간순간을 낱낱이 목격하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프랑스인 두 사진기자 로숑과 쇼벨이 여태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사진 1073장을 돌아본다. KBS는 당시를 기록한 사진들 가운데 세계인의 눈길을 붙들어맨 사진, 하얀 상복의 어린아이 조천호 씨가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있는 사진을 누가 어떻게 촬영했는지 의문점을 품었고, 3년에 걸친 추적 끝에 두 사람을 찾아냈다고 했다. 이 ‘5·18 꼬마 상주’ 사진을 독일에서 가져온 가톨릭 사제, 사진을 전시하고 보도했던 사람들, 그리고 사진에 찍힌 당사자조차 정작 누가, 어떻게 이 사진을 촬영했는지 알지 못했다. 해서 제작진은 1980년대 국내외 보도와 당시 활동한 사진기자들을 다양한 경로로 추적한 끝에 당시 종군기자로 광주에 급파됐던 프랑수아 로숑과 패트릭 쇼벨이 주인공들이란 것을 확인했다. 로숑은 “미국 잡지 뉴스위크의 의뢰를 받아 취재하러 갔다. 이른 아침 광주 교외에 도착했는데 군인들이 나를 막아섰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놀랍게도 쇼벨은 지금도 종군기자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두 기자는 1073장의 5·18 미공개 사진을 보관하고 있었고, 비로소 43년 만에 햇볕을 보게 됐다. 사진들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전 중 숨진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모습과 광주 YMCA 앞에서 한 청년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참혹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다. 윤상원 열사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모티프를 제공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송선태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진을 통해 YMCA에서의 사망자가 최초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 시신이나 입관 상태의 사진만 있었는데 죽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최초로 찍은, 학살 장면을 찍은 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쇼벨이 촬영한 사진 중에는 당시 행방불명자로 처리된 10세 미만의 어린이들 모습도 담겨 있다. 43년 전 홀연히 사라진 어린이들의 숫자는 79명이나 된다. 이번 사진이 공개되면서 계엄군에 의해 어린이들이 강제 연행됐다는 주장이 처음 확인됐다. 그 가운데 당시 일곱 살 이창현 군의 사진도 있다. 1980년 5월 19일 양동 집을 나서 광주역으로 가다가 사라졌는데 같은 달 27일 옛 전남도청에서 연행되는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고, 연행자가 실린 버스에서 수습대책위 이종기 변호사가 데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창현이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쇼벨이 촬영했다.43주기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국립민주묘지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창현 군의 어머니 김말임(77) 씨의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이선영(54) 씨도 가묘의 묘비를 바라보며 애통해 했다. 묘비 뒷면에는 ‘내 아들 창현이를 아버지 가슴에 묻는다’라고 새겨져 있는데 아버지 이귀복 씨는 지난해 세상을 등졌다. 다른 사진 속 총 든 계엄군이 데려 가는 어린 아이는 아홉살 때 광주에서 실종됐던 조영운씨로 확인됐다. 계엄군으로부터 가까스로 달아나 서울행 버스를 탔던 조 씨는 서울시립아동보호소로 보내졌고 청소년기에는 부산보호소에서 생활했다. 5·18진상규명위원회는 행방불명 아동들이 보육시설에 입소, 입양되었을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쇼벨은 “그 사건을 지워버리려는 어떤 시도가 있더라도 당신들이 조사하고 내 사진들과 우리들의 증언이 있으니 광주에서 싸웠던 분들에 대한 기억은 잊혀질 수 없겠죠. 이것이 저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기자는 43년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자신들이 기억하는 80년 5월의 광주와 그 모습이 담긴 미공개 사진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적 진실을 들려준다. 한편 KBS 광주방송총국은 지난 4일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별관 1층에서 두 사진 작가의 미공개 사진들을 공개하는 사진전 ‘1980, 로숑과 쇼벨’을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개최한다.
  • 끝까지 사과 안해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 전두환…“뭔가 변할 시기”

    끝까지 사과 안해 스스로를 구하지 못한 전두환…“뭔가 변할 시기”

    전두환의 마지막 33년/ 정아은 지음/ 사이드웨이/ 400쪽/ 2만원 “가까운 이들에게는 소탈하고 친화력 좋은 사람이었다. 눈물도 흘릴 줄 알았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오와 대면하는 능력은 심각하게 결여돼 있었다.” 장편소설을 다섯이나 내놓고 세 편의 인문 에세이를 펴낸 중견작가가 과감한 평전을 썼다. 사춘기를 맞기 전에 ‘광주’를 통과했던 그는 비밀과 불안이 교차했던 시공간을 살아오며 전두환이란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오다 성인이 된 뒤 사회와 국가, 권력과 정치, 역사에 대한 고민으로 키워왔다고 돌아봤다. 무자비한 폭력으로 국가공동체를 유린하고도 2년 간 옥살이를 했지만 제대로 단죄되지 않고 1652㎡의 집에서 살다 청와대에 가끔 불려가 “국가의 안위”를 떠들고, 골프와 고급음식을 즐기다 2021년 11월 23일 평안하게 자연사했다. 책의 1부 ‘영광’은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50년을 다룬다. 상승을 향한 집념, 뚝심, 준비하고 재빨리 기회를 낚아챈 치밀함, 무신경한 낙천성의 끔찍함으로 권력의 정점에 선다. 2부 ‘모순’은 정통성 부재를 덮기 위해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고 김재익이란 걸출한 인재를 발탁해 이 땅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온 것이 그를 끝끝내 무릎 꿇게 하지 않은 원인이 됐다고 진단한다. 3부 ‘몰락’은 권좌에서 내려온 뒤 33년을 쫓는다. 그에게 드물게 이뤄진 처벌은 단편적이었고 자의적이었다. 노태우와 김영삼,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박근혜와의 개인적 관계, 사회역사정치적 동역학을 고찰하면 최고 결정권자의 사적 동기로 그를 용서한 것이 한국민주주의가 여전히 직선제 이후로 넘어오지 못했음을 확인시킨다고 했다. 4부 ‘악의 기원’은 이 잔인한 독재자를 미화하거나 낭만화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를 톺아본다. 1990년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뒤 국민들이 치열한 경쟁에 노출돼 ‘강력한 국가’를 그리워하며 ‘80년대는 그래도 살 만하지 않았느냐’ 같은 헛소리들을 하게 만들었다. 100권의 참고문헌을 살폈다는 저자의 결론은 ‘전두환을 가장 정확하게 읽어내는 국민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저자는 1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건강한 정신세계를 가진 이라면 스스로와 대면해 성찰하고 ‘내 잘못이었다’ 인정하는 능력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에겐 이런 게 전혀 없었죠. 항상 자기 잘못으로 인해 상황이 발생하면 아이처럼 반응해 폭동으로 몰거나 북한 소행이라고 얘기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소설을 구상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노무현과 문재인이라는 인물에서 착안한 역사소설을 구상하다가 전두환에 대한 제대로 된 학술서나 연구서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평전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고 했다. “그 시대는 안 되는 일을 어떻게 해서든 우격다짐으로 했던 시대였잖은가.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고 숙고하는 사람보다 어떻게든 상황을 돌파하는 사람을 굉장히 바람직한 인간형으로 본 것이다.” 저자는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법과 시스템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추구하는 방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법도 초월해서 바로바로 행동하는 인물들이 정치인 중에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좋게 말하면 ‘카리스마’이고 한국 남성들에게 요구되는 가치이기도 했다”면서도 “이런 것이 자기성찰 능력이 극도로 결여된 사람들에게 발현되면 (전두환의 경우처럼)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는 이제 영원히 진실은 묻히게 됐다고 말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5·18과 신군부 세력이 한 일들에 대해 새로운 증거와 사람들의 고백이 나오고 있다. 손자 전우원의 행보도 그렇다. (단죄와 관련한) 국민 정서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금이 뭔가 변할 수 있는 시기라고 본다.” 소설가의 영민한 예지력이었으면 좋겠다.
  • [문화마당]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최나욱 작가·건축가

    [문화마당]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는 어디일까/최나욱 작가·건축가

    이달 초 서울 잠수교에서는 루이비통 쇼가, 며칠 전에는 경복궁에서 구찌 쇼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오가던 교통로와 고고한 문화재에서 이러한 행사가 치러지니 적지 않은 관심이 잇따랐다. 장소란 무엇인가. 인문지리학이라는 학문 영역을 개척한 이푸 투안은 ‘매일 수년에 걸쳐, 강렬하지 않은 경험의 반복’을 통해 장소에 대한 느낌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패션과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유독 장소가 부각된 행사이기도 했다. 잠수교는 교통 통제가 어려웠고 경복궁은 문화재 손상을 우려하느라 적극적인 디자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구찌 쇼는 우퍼 진동으로 벽 마감재가 탈락하는 불상사를 막고자 베이스가 덜한 음악으로 바꾸기까지 했다.)수십억원 단위의 행사를 치르는데도 불구하고 무대 디자인은 심심했는데, 대신에 오롯이 ‘장소’를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기회가 됐다.그동안 해외에서 열린 패션쇼를 찾아 분석하면서 장소성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동네에서 열리는 쇼의 장소성은 그저 피상적으로 전해지는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홍상수 감독의 한 영화를 두고 “외국 관객들은 제대로 못 느낄 뉘앙스까지 만끽하는 한국 관객의 복”이라 했듯, 한국에서 열린 국제적 쇼를 보면서 마찬가지 반가움을 느낄 수 있던 것이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한국에 관한 기억’이 소통하기 어려운 예외적 경험이 아니라 남들이 궁금해하는 배타적 경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수 있겠다.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로 잠수교와 경복궁을 섭외할 때, 이렇게나 상이한 성격의 장소에서 본 한국성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말이다. 이번 행사는 여느 순회전이 아니라 국내에서 처음 치르는 정식 행사라는 점에서 ‘한국성’이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크루즈 쇼란 말 그대로 크루즈 여행을 떠날 만한 컬렉션과 장소를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브랜드는 한국을 처음 찾은 고객에게 ‘한국적인 것’을 보여 주고자 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로 어디를 제시하겠는가. 1500명가량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고 악천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실질적 조건은 차치하고라도 말이다.이런 맥락에서 구찌 또한 경복궁 대신 잠수교를 패션쇼 장소로 탐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많은 경우 우리에게 한국성이란 지난 역사를 증명하는 전통 건물에서 떠오르지,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강남을 개발하는 목적으로 지은 교량은 이와 다소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반포대교의 무지개 분수가 한국적이라고 인기를 끌 줄 과연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한국성’이란 우리 스스로 해외에 수출하는 명목으로 개발하는 것이었으나,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대목에서 다른 이들이 ‘한국성’을 짚어내는 모습이다. 예컨대 루이비통 쇼와 협력한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은 방영 초창기에 ‘한국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곤 했다. 그동안 한국성은 ‘한국인이 바라온 한국성’이라는 측면에서 논의됐다. 지난 역사 가운데 특정 계급이 향유하던 문화만을 살피며 ‘정신성’과 같은 피상적 개념을 맴돌았다. 그러던 중 그다지 개념적이라 생각하지 않던 일상 문화로부터 실질적 효과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며, 기존 쳇바퀴 같던 논의와는 다른 ‘지금 한국성’을 생각하게 된다.
  • 25억 쏟은 이문열 문학관 반년째 문도 못 열고 방치

    25억 쏟은 이문열 문학관 반년째 문도 못 열고 방치

    경북 영양군이 건립 중인 이문열 문학관의 개관 시기가 안갯속이다. 17일 영양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이문열 문학관을 개관할 예정이었다. 군은 지난해 11월 석보면 원리리(일명 두들마을) 324-4 일대 터 1727㎡에 이문열 문학관을 조성했다. 총 25억원(도비 14억 5000만원, 군비 10억 5000만원)이 투입됐다. 문학관은 도서관과 학사채, 전시관 등을 갖췄다. 옛 장계향예절관, 유물전시관, 다용도실 등 한옥 7채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전시관은 육필 원고, 국내 출판도서·해외 번역도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드라마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 등으로 구성됐다. 문학관 조성 사업은 이철우 경북지사가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 영양 두들마을 출신으로 현대문학의 거장인 이 작가의 문학적 가치를 실현하고, 영양 지역의 대표 관광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문학관은 준공 6개월이 된 지금까지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예산 낭비 논란이 인다. 문학관 인근 이 작가의 사택이자 문학사랑방인 ‘광산문학연구소’가 지난해 7월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전소된 이후 방치되면서 개관이 미뤄지고 있어서다. 이 연구소는 이 작가가 2001년 문학도의 창작활동 공간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부지 2885㎡에 한식 목조 건물로 건립했다. 문학관 관리 인력 및 운영비 등도 확보하지 않았다. 영양군은 문학관 개관을 위해 광산문학연구소 부지를 매입해 정원, 강당 등으로 재단장할 계획이지만 30억원 안팎의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양군 관계자는 “올해 군비 6억원 정도를 들여 연구소 부지를 매입한 뒤 내년에 도비 등 20억원을 추가 확보해 재단장할 계획”이라며 “2025년 가을쯤 개관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실 논란도 있다. 한 문학계 인사는 “내부가 창고 수준으로 리모델링돼 공개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개보수한 뒤 개관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 “진짜 따뜻한 사람” 성시경, 박명수와 인연 공개

    “진짜 따뜻한 사람” 성시경, 박명수와 인연 공개

    성시경이 박명수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진짜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성시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먹을 텐데’를 통해 단골 식당을 소개했다. 이날 성시경이 안내한 곳은 여의도에 위치한 한 통닭집이었다. 성시경은 “MBC FM 라디오를 7년간 진행했을 당시 작가들과 자주 방문한 곳”이라며 먹방을 시작했다. 성시경은 이적 등 많은 연예인들을 언급하며 과거를 추억했다. 특히 그는 박명수를 거론하며 “형이랑 술 먹은 것도 여기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명수 형이 나를 되게 무서워했다. 소맥 타서 한잔 먹었는데, 그걸 보고 형이 많이 취해서 나를 무섭다고 계속 얘기하고 다녔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계속해서 박명수와의 술자리를 떠올린 성시경은 “내가 소주잔 필요 없다고 하고 큰 컵에 소주를 부어서 먹었다. 그 모습이 충격이었던 것 같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그러면서 “명수 형은 나이들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람의 선함이 보인다. 나쁜 사람은 같이 일을 해보니까 결국에는 못된 심보가 들킨다. 하지만 선한 사람은 그것도 결국 티가 난다. 명수형이 딱 그런 사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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