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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라면을 위한 예술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라면을 위한 예술

    지난해 가을 삼청동에서 이색적인 팝업 전시가 열렸다. 오뚜기가 서울대 도예과와 협업해 만든 수십 종의 ‘라면 그릇’을 선보였던 ‘오뚜기 잇 2023’이다. 참여 작가들은 각자 오뚜기 출시 라면을 하나씩 고르고 해당 제품의 맛과 향, 면발의 모양과 식감, 국물의 유무, 조리법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식기를 제작했다. 면기는 라면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했는데 국물의 색이 맑을 때와 붉을 때를 분류해 유약 개발을 하고 그릇 옆면을 감싸도 뜨겁지 않도록 이중 구조를 도입하는 등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기능적인 면을 두루 고려했다. 이 모든 것이 오직 라면을 위해 연구 개발됐다는 점에서 국민 대다수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인스턴트 식품의 대명사로 괄시받는 라면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오뚜기는 1969년 창립한 이래 카레, 라면, 간편 조리 식품, 각종 드레싱 등 각 가정의 필수 구비 항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친숙하고 대중적인 제품을 출시해 왔다. 좋게 말하면 전통과 친근감을 지닌 기업이었고 다르게 말하면 크게 새로울 것 없는, 해온 대로만 하면 될 것 같은 다소 정체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오뚜기가 브랜드 스토리에 ‘아트’를 접목하며 변화를 꾀한 건 지난 2018년부터다. 진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초현실주의 거장 호안 미로의 그림을 패키지에 입힌 스페셜 에디션을 시작으로 오뚜기의 아트 프로젝트는 갈수록 진화해 왔다. 올 초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는 ‘행복이 가득한 집’과 함께 ‘홈: 스윗 홈’ 전시를 주관, 음식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과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오뚜기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전했다. 요리가 취미인 아빠, 위스키 애호가 큰딸 등 각기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 인물들의 생활 공간을 꾸미고 작가들의 아트워크로 재탄생한 오뚜기 제품과 굿즈 등을 배치했다. 퇴직 후 바리스타로 변신한 할아버지의 방에는 오뚜기의 상징색인 옐로를 적용한 우산과 키친 클로스가, 환경운동가 엄마의 방에는 오뚜기 제품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반려동물용 종이집이 등장했다. 책벌레 막내의 침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오뚜기 과자 봉지는 책장에 꽂힌 문학 계간지와 함께 방구석 열혈 독서가의 필수품처럼 보였다. 돌이켜 보면 늘 우리 일상 안에 있었지만 이토록 세련된 방식으로 인식되지는 못했던 오뚜기라는 브랜드가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순간이었다. 오뚜기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형태는 점점 다양해져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을 통해 자체적으로 유망 작가를 발굴하기도 했다. 상반기에는 프리미엄 소파 브랜드 에싸(ESSA)와 협업해 오뚜기 카레, 마요네즈 등을 모티프로 한 소파를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서울대 도예과와 함께 ‘오뚜기 잇’ 프로젝트를 열 계획이다. 오뚜기의 이같은 행보는 식생활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문화의 일부이며 삶의 즐거움을 더 확장시킨다는 것을 인식케 한다.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텍스트 종언’ 맞선 횡단의 사유… “AI엔 없는 詩의 낙차, 문학 구원”

    “세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이다. 엄밀한 의미의 한국문학은 여전히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데,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연이어 전해진다. 이 역설에 대해 국내 굴지의 문학 출판사인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자 문학평론가 이광호(61)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문학이 마치 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얼마 전 비평 에세이집 ‘작별의 리듬’을 펴낸 그를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문지 사옥에서 만났다. “한국문학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협소함이다. 미디어에 노출된 베스트셀러나 귀에 익숙한 세계문학 고전만 팔린다. 다양성이 상실됐고, 새롭게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이 선택되지 않는다. 여기에 ‘문명적인 문제’까지 덮쳤다.” 이광호는 원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서 20년 넘도록 강단에 올랐던 학자다. 2017년부터 문지 대표를 맡으며 출판계로 뛰어들었다. 위기의 감각은 현장에 와서야 피부로 느껴진다. 그가 언급한 ‘문명적인 문제’의 정체는 바로 유튜브를 위시한 ‘쇼트폼’과 ‘알고리즘’이다. 짧은 영상이 주는 쾌락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양태까지 바꾼다. 3분짜리 영상도 지루한데 두꺼운 책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텍스트를 대하는 인간의 몸은 한계를 맞았고 문학의 독자는 점차 사라진다. 그런데도 문학은 여전히 굳건한 ‘제도’ 혹은 ‘권력’으로 군림한다. 자신 역시 제도권에 속한 비평가임에도 이광호가 끊임없이 ‘문학 제도’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이유다. “평론가도 제도의 일부다. 권력을 비판할 땐 항상 ‘위선’의 문제가 뒤따른다. 혼자서 제도를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끝없는 자기비판을 통해 제도에 ‘매몰되지 않은 것처럼’ 읽고 쓸 수는 있을 것이다.” ‘문학·예술에 관한 횡단 비평’. 이번 책에 붙은 부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횡단’이다. 제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이광호는 횡단을 감행한다. 문학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미술로, 영화로 도약한다. ‘순수문학’이라는 신화가 타자화해 버린 ‘장르문학’까지 비평의 언어로 소환한다. 문학이 애써 ‘문학과 문학이 아닌 것’을 구분했지만 이것을 뛰어넘으면서 그는 ‘제도권 비평가’라는 원죄에서 해방되고자 한다. “문학이 완강해 보여도 사실은 가변적이다. ‘문학이 아닌 것’ 안에 문학이 있고, 그것이 문학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 훌륭한 장르문학가는 장르의 관습을 비튼다. 반대로 훌륭한 순수문학가는 작품에 장르적 요소를 도입한다. 문학의 변화는 구분이 아니라 ‘주고받는’ 데서 온다.” 2010년대 세월호와 페미니즘 리부트는 한국문학의 지형을 통째로 흔들었다. 이광호 역시 ‘애도’와 ‘젠더’를 깊이 사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보다 더 큰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인간보다 ‘똑똑한’ AI는 이제 감히 인간의 ‘창조성’까지도 넘보고 있다. 제도라는 안온한 뜰 안에서 고고하게 있던 문학은 여기에 맞설 수 있는가. “AI의 활용은 필연적이다. AI와 잘 소통하는 능력도 작가의 중요한 역량이겠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만의 기회는 있다. 시(詩)를 보라. 행과 행 사이의 커다란 낙차. 문장과 이미지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어진다.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문장만을 생성하는 알고리즘이 따라갈 수 없는 영역이다. 여기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지, 인간 작가 개인의 고민은 필요하겠지만.”
  • 문화공간 조성·신도시 변신… 유흥가 흔적 지우는 지자체

    문화공간 조성·신도시 변신… 유흥가 흔적 지우는 지자체

    지자체들이 유흥가들의 과거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건물을 매입해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등 환경개선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내덕동 밤고개에 청주공예창작지원센터를 개소했다고 5일 밝혔다. 시는 속칭 ‘방석집’이 몰려있던 밤고개 일원 건물 6개 동을 리모델링해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공예 분야 창작·창업 지원 공간을 만들었다. 센터에는 공예상품 전시와 판매를 위한 쇼룸과 갤러리도 꾸며졌다. 현재 금속과 섬유 분야 작가 4명이 입주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인근 문화제조창과 연계해 내덕동 일대를 공예문화 거리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밤고개에 덕벌나눔허브센터도 만든다. 이 센터는 다목적 공간, 회의실, 텃밭 요리실, 재배실, 동아리실 등을 갖추고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다. 밤고개는 청주에서 진천 방향으로 향하는 약 700m 길이의 고갯길로 예전에 밤나무가 많았다. 한때 업소 30여곳이 자리잡아 청주를 대표하는 3대 유흥가 중 한 곳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일부만 영업 중이다. 경기 파주시는 성매매 집결지인 용주골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문화예술교육 활동, 성매매 피해자 지원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 위해 건물 1동을 매입했다. 시는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위해 이곳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사회복귀와 자립도 지원한다. 파주시 관계자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은 과거 70여년 동안 성매매의 온상으로 불렸던 집결지를 시민 공간으로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다양한 정비 사업이 추진된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는 ‘양성평등 포용도시 장미마을 프로젝트’를 통해 성매매 집결지인 장미마을 등 온천천 주변을 새로운 도시로 만들었다. 국·도비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업비 등 총 1152억원이 투입돼 16만 225㎡ 면적에 도시재생어울림플랫폼, 신혼행복타운, 성평등 거리 등을 조성했다.
  • [최보기의 책보기] 행복이란 실체 없는 추상어일 뿐이다

    [최보기의 책보기] 행복이란 실체 없는 추상어일 뿐이다

    『행복을 포기하라』 저자 오영철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KBS 한국방송 기자로 입사해 법무실장, 보도심의위원까지 한 후 정년퇴직했다. 중년부터 마음공부에 입문, 동서양의 수련법을 직접 수행했다. 박사까지 공부한 그는 은퇴 후 사람의 내면세계를 본격적으로 탐구했다. 그동안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현재 저술, 상담, 강연에 주력하고 있다. 저자 소개부터 하는 이유는 <자기계발서>는 과연 그것을 쓸 만한 사람이 썼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전세계 작가들이 꼽는, 첫 문장이 가장 좋은 소설이라는데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이다. 행복(幸福)이란 무엇일까! 사전에는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 복된 운수’로 나온다. 아무 걱정이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가끔 그런 상태일 수야 있겠지만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숙명인 인간이 항상 그러기는 불가능하다. 일찍 사업에 성공한 데다 자식 농사까지 잘 지어 남 보기에는 행복이 넘칠 것 같은 A 씨가 정신과 처방약을 먹지 않으면 하루도 잠을 잘 수 없는 까닭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잊을까, 곧 중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과 걱정 때문이다. 이 세상에 절대 행복은 절대 없다. 어느 대기업 사옥에 ‘닥치는 대로 살아라’라는 사훈을 새긴 비석이 있다. 대체로 인생을 잘 사신 어떤 분의 유언인데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뜻이다. 행복(幸)과 불행(辛)은 마음속의 작대기(ㅡ) 하나 차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기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무행복 컨셉’이 내면 연구가 오영철 박사가 전하는, 만족하는 삶의 비결이다. 조지 레이코프의 정치언어 기술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핵심은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의 뇌는 자동으로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므로 ‘상대편의 주장에 반대할 때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수시로 타인이 또는 스스로 행복이란 단어를 뇌에 주입시킨다. 아뿔사! ‘행복을 포기하라’는 순간 ‘행복’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이래저래 쉽지는 않겠지만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만한 일이긴 하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씨줄날줄] 표현의 고유성

    [씨줄날줄] 표현의 고유성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은 종종 표절의 눈총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인유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에 엘리엇은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남의 것을 쥐도 새도 모르게 흡수할 수 있는 게 위대한 시인이라는 얘기다. 흔적 없이 흡수한다는 것은 창작자들이 나만의 표현과 문장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학평론가 유종호는 “작가들은 ‘아무도 안 써 본 슬프고 진한 어휘’를 추구한다”고 했다. 표절 시비는 이런 고유성을 획득한 표현을 두고 벌어진다. 우리 문단의 가장 시끄러웠던 베끼기 논란은 소설가 신경숙을 둘러싸고 일어났다.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의 번역본에 있는 ‘기쁨을 아는 몸’이라는 독특한 표현이 그녀의 작품에 그대로 등장해서다. 최근 ‘롱블랙’이라는 유료 구독 서비스 업체가 회원들에게 보내는 뉴스레터에 김영하 작가의 글귀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가 문제의 대목으로, 김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 나오는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김 작가 측은 ‘인생’, ‘난제’, ‘여행’, ‘이유’라는 네 가지 단어가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했다. 롱블랙이 사과문을 게시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고유한 표현’에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작가의 팬들은 두 문장의 유사성에 분개하지만 ‘여행’ 하면 위의 단어들을 곧바로 떠올리는 이들도 제법 있을 것이다. 언어는 사회의 공동 자산이다. 상식적인 사고와 표현까지 자기 것이라고 고집한다면 여기서 자유로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시 유종호의 말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모든 발언은 흉내요, 대물림이다. 모든 말에는 사회의 때가 묻어 있기 때문이다.” 박상숙 논설위원
  • ‘성별 논란’ 복서 감싼 IOC… “칼리프·린위팅 여자로, 인간으로 존중해야”

    ‘성별 논란’ 복서 감싼 IOC… “칼리프·린위팅 여자로, 인간으로 존중해야”

    IOC “성별 논란 두 복서는 명확한 여성 선수”“국제복싱연맹, 러시아가 올림픽 명예 훼손 ”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성별 논란의 중심에 선 이마네 칼리프(25·알제리)와 린위팅(29·대만)에 대해 “2004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고 밝히며 해당 문제를 촉발한 국제복싱협회(IBA)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메인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며 “오랫동안 여자로 경쟁해 온 두 선수는 명확하게 여자 선수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 주길 바란다”며 모든 여성은 여성 대회에 참가할 인권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IOC는 “두 선수의 성별 논란을 촉발한 것은 국제복싱협회”라며 IBA를 주도한다고 지적받기도 한 러시아를 공개 저격했다.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측과 우리가 인정하지 않는 조직(IBA)은 파리 올림픽 이전부터 올림픽과 IOC의 명예를 훼손해왔다”라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올림픽에서 복싱을 보고 싶다. 그러나 복싱이 정식 종목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IBA 대신) 새로운 단체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흐 위원장이 러시아를 거론한 이유는 IBA의 친러시아 행보와 관련이 깊다. 우마르 크레렘프 IBA 회장은 러시아 출신으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러시아가 국제대회 출전 금지를 당하자 이를 무마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러시아 크렘린궁에서도 해당 논란에 대해 “국제 올림픽 운동이 체면을 잃고 때로는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적 표현의 희생자가 됐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한편 칼리프는 이번 2024 파리올림픽 여자 66㎏급, 린위팅은 여자 57㎏급에서 뛰는 복서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IOC는 칼리프, 린위팅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빼앗지 않았다. 칼리프, 린위팅을 향한 비난은 칼리프가 지난 1일 16강 경기에서 이탈리아 선수를 1라운드 46초만에 기권패시킨 뒤 급속도로 터져 나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6강 경기 다음 날 바흐 위원장을 직접 만나 항의하기도 했다. 칼리프의 8강전 상대였던 헝가리 선수는 경기를 앞두고 뿔이 달린 근육질의 괴물과 날씬한 여성이 복싱 경기장에서 글러브를 끼고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뒤 “칼리프가 여자 종목에서 경쟁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가능하면 끝까지 싸워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 유명 인사들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칼리프에 비판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인물이다. IOC는 이 같은 발언과 행위가 “선수 학대 행위 및 혐오 행위”라며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 ‘성별 논란’ 女 복서, 주먹 쥐고 눈물 닦았다…銅 확보

    ‘성별 논란’ 女 복서, 주먹 쥐고 눈물 닦았다…銅 확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에서 ‘성별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이마네 칼리프(26·알제리)가 66㎏급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메달을 확보했다. 8강서 5-0 판정승 칼리프는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66㎏급 8강전에서 언너 루처 허모리(23·헝가리)에게 5-0(29-26 29-27 29-27 29-27 29-27) 판정승을 거뒀다. 올림픽 복싱은 동메달 결정전 없이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 모두에게 동메달이 주어지며, 이에 따라 준결승에 오른 칼리프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알제리 선수단에 첫 번째 메달을 안겼으며, 알제리 최초의 올림픽 여자 복싱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겼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경기에서 알제리 관중들은 칼리프를 향해 “이마네!”를 외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승리를 거둔 칼리프는 잠시 주저앉은 뒤 주먹을 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칼리프는 6일 준결승에서 잔자엠 수완나펭(23·태국)과 맞붙는다.IBA ‘XY 염색체’ 의혹 제기…IOC ‘자의적’ 일축 칼리프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의 여자복서 린위팅과 함께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국제복싱협회(IBA)는 두 선수가 일반적으로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주장하며 실격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정작 IBA는 두 선수의 ‘XY 염색체’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이들이 어떤 검사를 받아 이같은 처분이 내려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내놓지 않았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IBA는 숱한 부패 문제로 인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공인 단체 자격을 상실한 상태로, 이같은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IBA의 처분이 “자의적이며 정당한 절차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IOC의 징계를 받은 IBA가 올림픽 복싱 경기를 주관하는 자격을 상실한 탓에 두 선수는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칼리프는 이번 대회에서도 상대 선수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16강전에서 맞붙은 안젤라 카리니(26·이탈리아)는 46초 만에 기권한 뒤 칼리프와의 악수를 거부했다. 8강전 상대였던 허모리는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칼리프를 괴물로 묘사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해리 포터’의 작가인 조앤 K. 롤링, 일론 머스크 등도 칼리프를 ‘남자’라고 칭하며 칼리프를 향한 혐오에 불을 지폈다. 롤링은 자신의 SNS에 “남자가 오락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여자를 때리는 것이 괜찮은가”라고 적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이탈리아 선수단을 만난 자리에서 “평등한 싸움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패배한 허모리 “칼리프 존경한다” 이에 칼리프를 향한 혐오에 맞서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날 관중석에서는 칼리프를 응원하는 이탈리아 응원단들도 눈에 띄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한 이탈리아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 등 이탈리아 정치인들이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 허위 발언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기에서 패배한 허모리는 칼리프와 포옹한 뒤 “칼리프를 존경하며 그에게 나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상황은 칼리프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는 열심히 싸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16강전에서 패한 카리니도 악수 거부에 대해 자신의 패배에 화가 나서 한 행동이라고 해명하며 칼리프를 향해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칼리프와 린위팅을 향해 “여성”이라고 칭하며 힘을 실었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파리 메인미디어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는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 자랐으며, 여권에도 여자로 나와 있다”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두 선수의 성별 의혹을 제기한 IBA와 IBA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를 향해서는 “파리 올림픽 이전부터 올림픽과 IOC의 명예를 훼손해왔다”면서 “복싱이 정식 종목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선 (IBA 대신) 새로운 단체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문화적 어린이]“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어린이에게 보이고 싶었죠”…최향랑 작가가 빚어낸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

    [문화적 어린이]“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어린이에게 보이고 싶었죠”…최향랑 작가가 빚어낸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내 어린이정원학교.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치수를 재는 자벌레, 레이스 뜨는 거미, 가위질하는 거위벌레와 함께 일하는 ‘숲속 재봉사’의 작업실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숲속 재봉사’(2010) ‘숲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2013), ‘숲속 재봉사의 꽃잎 드레스’(2016)에 이어 올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숲속 재봉사의 옷장’으로 돌아온 최향랑(54) 그림책 작가는 이곳에서 ‘다정히 눈 맞추면 보이는 것들’이란 제목의 원화 전시를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전시에는 그림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손톱 스케치’(작품 구상 초기의 내용을 엄지손톱 크기로 가볍게 그린 것)부터 입체로 구성된 무대 세트, 작가가 직접 채색해 만든 색종이, 모빌, 도장, 손수 수집한 씨앗까지 만날 수 있다.3일 작가와 전시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번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고 소개했다. 등장인물은 물론 배경, 작은 소품까지 그리고 오려 무대에 배치한 뒤 사진으로 찍어 그림책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입체 작업에 촬영까지 겹쳤다. “전작들은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작업이 끝나고도 항상 미진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도대체 왜 그럴까’. 아무래도 제 시선으로 찍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엔 제 시선을 담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해 사진 작업까지 했는데, 촬영이 너무 어려웠어요. ‘조화로운 한순간’을 찾기 위해서 하도 많이 찍다 보니 눈을 감고 있어도 계속 조명 잔상이 남아있었죠.”작은 씨앗과 꽃잎, 나뭇잎을 활용한 콜라주 작업을 꾸준히 선보인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직접 말린 식물을 활용해 사계절의 매력을 옷장에 담았다. 그는 “처음에 옷장을 만들고 나니까 그 안에 계절에 맞는 옷들을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 ‘이 옷을 입은 동물들은 뭘 하고 놀까’ 생각하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자연물을 오려 붙이고 직물을 엮는 공예적인 것에 더 집중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과거 공예적인 요소가 들어간 그림책 ‘십장생을 찾아서’ 작업을 하면서 어린시절 무언가 만들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되살아났어요. 어릴 때 천식이 심해서 방안에서 주로 혼자 노는 아이였거든요.” 어머니와 추억도 영향을 미쳤다. “겨울 초입이면 늘 실 가게로 어린 딸을 데려가 마음대로 색을 고르게 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목도리 등을 만들어 주셨는데요, 사람 손이 만들어내는 따뜻함이 각인됐던 것 같아요. 또 식물의 씨앗을 거두는 방법 등을 가르쳐주셨는데 저를 풍성하게 채워줬던 그 아름다움이 각별해서 ‘나 혼자 보긴 아쉽다’, ‘자세히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전시장에는 관람객을 위한 작은 옷장도 준비돼 있다. 마치 숲속 재봉사가 된 것처럼 어린이들이 꽃잎, 나뭇잎으로 옷을 디자인해 만들고 옷장에 직접 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림책 전시는 단순히 그림만 걸려 있는 전시여서는 안 되고 관람객이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관람객이 전시를 완성하는 거죠. 어린이들이 채워가는 옷장을 보면서 매번 감탄하게 돼요.”전시에서는 또 ‘봄의 옷장’ 장면에서 다리가 됐던 꽃양귀비 씨앗부터 ‘겨울 옷장’ 장면에서 청설모 망토가 된 박주가리 씨앗까지 만날 수 있다. 그는 “꽃양귀비 씨앗은 뚜껑 밑에 작은 창문들이 있어서 씨앗이 건조되고 마침내 뚜껑이 열리고 흔들리는 바람에 씨앗이 튀어나오는 구조”라며 “사람들이 ‘이 씨앗의 구조를 건축에 참조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조형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주가리 씨앗은 자체로도 엄청 곱고 아름답지만, 꼬투리에서 퍼져 나올 때 모습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쯤 되니 작가가 왜 이토록 작은 것들에 천착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씨앗에서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한다. “먼지같이 생긴 씨앗도 루페로 자세히 보면 각자의 아름다운 모양을 가지고 있고 발아하기 좋도록 생겼어요, 이런 부분이 어린이와 닮았죠. 작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을 발견해 내고 어린이의 마음이 좌절되지 않게 지켜주고 싶어요. 요즘 어린이들이 굉장히 바쁜데, 제 책과 전시를 통해 자세히 보는 사람만이 가 닿을 수 있는 세계, 그런 세계에 어린이들이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문화적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문화(공연, 전시, 어린이책)에 대해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속 고마움 전한 주민 글 감동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 속 고마움 전한 주민 글 감동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단전까지 겪은 주민이 감사함을 표하는 글을 올려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이자 네이버에서 ‘전선인간’이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최우원 작가는 2일 ‘화마가 지나고 난 후 고마움에 대해’라는 글에서 전기차 화재가 난 아파트가 자신이 사는 곳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해가 크신 이웃분들에게 위로를 전하며 글을 시작하고 싶다”며 전날 오전 6시 15분쯤 화재 경보가 울렸을 때 1층 자택에서 나와 연기 냄새가 나는 지하 주차장에 내려갔다고 했다. 경비원이 119 신고를 했으니 집으로 돌아갈 것을 당부해 다시 집으로 돌아온 최 작가는 “정말 빠르게 소방서에서 오셨다”면서 화재가 금방 진화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곧 문을 강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소방관 2명이 찾아와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위험하니 빨리 대비하시라”고 말하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뛰어갔다. 최 작가는 “산소통을 메고 저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뛰어다니며 화재를 알리다니 너무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고 당일 벤츠 전기차에서 난 불은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피해 규모는 140여대로, 40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열손과 그을림 피해를 입었다. 피해차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작가가 당시 외출을 하고 오후 6시쯤 돌아왔을 때 화재는 모두 진압됐지만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였고, 매캐한 연기와 냄새에다 집안 곳곳에 분진도 남아 있었다. 최 작가는 “크든 작든 주민 모두 재산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더운날 고생해주신 소방관님들, 경찰관님들에 비하면 이런 불편함은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아파트 입주자 대표 임직원들까지 모두 한마음으로 아파트 정상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생겼다”고 했다.그는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아파트는 여전히 단수 상태이고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우리집 차량 피해도 확인이 안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화마가 지나간 후에 느껴지는 고마움이 너무나 크다”라고 적었다. 이어 “새벽까지 혹여 남은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머물러 주신 소방관님들, 주민 통제를 위해 힘써준 인천서부경찰서 분들, 그리고 식수 공급을 위해 물을 나눠준 인천 서구청 분들, 새벽까지 입주민들과 상담을 진행해준 아파트 입대위 분들, 그리고 우리 동은 피해가 적은 동인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피해보다 1층인 우리집의 피해를 더 걱정해주시며 물어봐주시는 입주민분들이 참 감사하다”며 고마운 이들을 하나하나 언급했다. 특히 최 작가는 “현관문에 찍혀 있는 빠루(쇠지렛대) 자국을 보며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현관문에 찍힌 자국은 바로 소방관들이 주민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쇠지렛대로 문을 두드린 흔적이었다. 최 작가는 “패여 있는 흔적을 보며 얼마나 이분들이 진심으로 우리집의 문을 두들겼을까”라며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해 얼마나 이분들은 온 마음으로 이 문을 두들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깊은 감사함이 느껴졌다”고 적었다. 최 작가는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아마도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더 재산 피해는 늘어나겠지만 그래도 모든 것은 다시 이전처럼 돌아갈 것”이라면서 “다만 딱 한 가지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지금 내가 느끼는 소방관분들, 경찰관분들, 구청분들, 따뜻한 이웃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만은 (고마움을 미처 몰랐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비록 내 카드를 썼지만 소방관분들과 일하시는 분들에게 음료수를 사 드리고 이웃집 아이를 바래다 준 아내의 따뜻함도 칭찬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 단지는 화재로 정전이 발생해 아파트 14개 동 1581세대 중 5개 동 480여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주민들이 집에서 생활할 여건이 되지 않자 인천 서구와 대한적십자사는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했다. 현장에는 피해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천막 시설이 설치됐으며 각종 생활용품과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 이날 오전 6시 30분 임시 주거시설을 이용하는 주민은 46세대 121명이다.
  • 도심 곳곳 BTS 벽화를 찾아라…군산시, 인증샷 이벤트 개최

    도심 곳곳 BTS 벽화를 찾아라…군산시, 인증샷 이벤트 개최

    전북 군산시가 도심 곳곳에 마련된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벽화를 찾아 인증샷을 촬영하는 포토 투어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군산시에 따르면 시는 8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한 달 동안 군산 곳곳에 그려진 ‘군산 포토투어 여름편’과 ‘릴스 공모전’을 개최한다. 포토투어 참가는 외부 관광객을 대상이며 군산시 내 BTS 9곳 벽화 중 7곳을 방문해 벽화와 함께 얼굴이 나오는 인증샷을 촬영해 SNS에 업로드하면 된다. 참여시 해시태그(#군산포토투어, #군산BTS투어, #@festival_maniaccc)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인증샷 업로드 후엔 군산에서 소비한 1만원 이상 영수증을 포함하여 카카오톡 채널에 전송하면 받고 싶은 리워드를 선택할 수 있다. 리워드는 모바일 군산사랑상품권 1만원권 외 2종 중 한 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선착순 1000명에게 지급된다.릴스 공모전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BTS 모든 벽화 9곳에서 얼굴이 나오도록 릴스 촬영하여 SNS에 업로드하면 된다. 이 역시 필수 해시태그(#군산포토투어, #군산BTS투어, #@festival_maniaccc)를 포함해야 한다. 공모전 상금은 총 350만원으로 작품성과 기술성, 호응도로 평가한다. 군산시 관계자는 “SNS를 통해 참가자들이 군산에서의 경험을 공유하면 군산 관광 홍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역 작가들이 정성들여 벽화를 그린 만큼 참가자들이 이번 프로그램 참여로 군산에서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래미안갤러리, ‘그린집’ 전시 개최…“깨끗한 세상 만들기 독려”

    래미안갤러리, ‘그린집’ 전시 개최…“깨끗한 세상 만들기 독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래미안갤러리에서 ‘친환경’ 철학을 담은 올해 두번째 시즌 전시를 열고 강화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2일 올해 ‘My RAEMIAN Experience’를 콘셉트로 전시를 운영 중인 래미안갤러리가 최근 두번째 시즌 전시인 ‘래미안 그린집’(RAEMIAN GREEN.ZIP)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2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선 대형 미디어아트, 건축스쿨 등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고객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시 래미안 그린집은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체험형 전시로, 일러스트 작가와 협업해 전시 공간을 구현했다. 래미안이 그리는 녹색(GREEN) 세상 주제의 전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1층 라운지의 ‘그린 빌리지’는 환경을 생각하는 캐릭터들이 모인 마을로 조성된 공간이다. 그린 빌리지 옆에선 본인이 추구하는 환경 실천 메시지로 포토존을 직접 꾸밀 수도 있다. 모든 전시 장치는 환경에 대한 고객의 실천과 소통을 이끌어낸다.래미안갤러리는 건설 현장 폐자재인 ‘갱폼 안전망’을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아이템 3종과, 안전∙친환경∙뷰티∙헬스 등 일상 생활에 밀접한 키트 4종 등 래미안갤러리 굿즈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신규 굿즈를 통해서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주거문화를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올해 래미안갤러리는 시즌 전시 외에도 다양한 상설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 전시홀에서는 브랜드 철학과 가치를 표현한 미디어아트를 상영한다. ‘EXPANSION’(확장)이라는 제목의 미디어아트는 삶의 경험 확장, 공간의 확장, 고객과 소통의 확장을 표현하는 영상이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화면을 설치해, 고객이 몰입하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원베일리∙첼리투스∙부르즈칼리파 등 삼성물산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고객들이 직접 컬러링하고 영상에 구현하는 체험 프로그램 ‘마이 래미안 시티’도 운영 중이다.연간 학기제로 운영 중인 래미안 건축스쿨의 여름학기 또한 진행된다. 래미안 건축스쿨은 청소년들을 위한 무료 건축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 학기엔 나만의 태양광 주택을 직접 만들어 친환경 주거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래미안갤러리 유혜인 소장은 “래미안갤러리의 올해 목표는 My Raemian Experience, 래미안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 제공”이라면서 “브랜드 체험관으로서 방문 고객이 래미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 체험, 강의와 같은 콘텐츠들을 더욱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롱블랙, 김영하 작가 문장 표절했다는 의혹 반박 하루만에 ‘사과’

    롱블랙, 김영하 작가 문장 표절했다는 의혹 반박 하루만에 ‘사과’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인 ‘롱블랙’이 김영하 작가의 책 ‘여행의 이유’ 속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반박에 나섰던 롱블랙 측이 대표 사과문을 게재하며 한발 물러섰다. 롱블랙은 매일 자정 하나의 노트를 발행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는 뉴스레터다.지난달 31일 김 작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롱블랙이 앞서 회원들에게 발송한 ‘사유위크 특집’ 안내 이메일 일부를 공개하며 “이 이메일을 저에게 제보한 분을 비롯해 저, 그리고 제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 이메일의 문구를 보는 순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어떤 책의,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바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여행의 이유 93쪽의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문장과 유사성을 지적했다.이에 김 작가는 “롱블랙 측에 문의를 하니 우연이라고 한다. 전혀 잘못이 없어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해왔다”고 썼다. 이에 롱블랙 측은 “김 작가의 소속사 측에서 특히 ‘인생’, ‘난제’, ‘여행’, ‘이유’라는 네 가지 단어가 김영하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며 “이 글을 작성한 콘텐츠팀 리드와 에디터는 모두 해당 책을 읽지 않았고 테마에 집중해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 표현이 도출된 과정이 팀의 협업 툴에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롱블랙 측은 하루만인 지난 1일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한발 물러섰다. 임미진 롱블랙 대표는 “저희 의도와 무관하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문장이었다”며 “저희 입장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이 사태에 대한 유감의 마음을 전달해야 했다. 작가님을 포함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콘텐츠를 기획, 제작, 발행 및 홍보하는 모든 과정에서 검수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적고 있는 우리 말 중 맞춤법이나 어원 등이 모호하거나 틀린 것이 많다. 특히 SNS, 메신저, 이메일 등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그만큼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29년간 언론사 교열기자를 지내며 기사 속 오류를 잡아내 온 노경아 작가가 생활 속 이야기와 함께 편안하게 바로잡는 책을 펴냈다. 그가 쓴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도통 익히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재미있는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여 쉽게 이해되고, 고운 우리말을 만나는 기쁨도 함께하는 책이다. 늘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구분, 잘못 쓰는 한자어의 예, 고운 우리말 소개,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막연하고 모호했던 우리말 지식이 보다 분명해지는 즐거운 경험이 펼쳐진다. 또한, 각 장의 도입부에 마련된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말의 최전선에서 29년의 시간을 쏟아온 저자의 지식과 통찰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써내려간 이 책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어른’들을 깊고 넓은 교양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 [베스트셀러]휴가철 맞아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1위

    [베스트셀러]휴가철 맞아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1위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출간 2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마니아 독자가 두터운데다, 휴가철을 맞아 장르 소설을 원하는 수요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교보문고가 2일 발표한 7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지난주보다 5계단 올라 1위를 차지했다. 책은 미궁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의 이야기로, 히가시노의 101번째 작품이다. 교보문고는 “히가시노의 소설이 자주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지만,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도 지난주보다 11계단 오르며 21위를 차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전이 있는 스릴러 소설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받았다. 토스가 펴낸 ‘더 머니북’이 지난주와 같이 2위를 차지한 가운데 김훈의 ‘허송세월’이 3위, 모건 하우절의 ‘불변의 법칙’이 4위에 올랐다. 두 책 모두 지난주보다 한 계단씩 상승했다. 다음은 교보문고 7월 넷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7월 24~30일 판매 기준). 1.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북다) 2. THE MONEY BOOK(비바리퍼블리카) 3. 허송세월(나남) 4. 불변의 법칙(서삼독) 5. 흔한남매 이무기 2(미래엔아이세움) 6. 죽이고 싶은 아이 2(우리학교) 7.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생각의길) 8. 모순(쓰다) 9. 초역 부처의 말(포레스트북스) 10. 나는 도대체 왜 피곤할까(북플레저)
  •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숨’ ‘아름다운 얼굴’, 소설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 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서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으로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을 맡아 현재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숨’(2021) 등이 있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 ‘부사관 자살’ 대충 덮으라는 압력…상명하복 군대 사회 부조리 고발[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부사관 자살’ 대충 덮으라는 압력…상명하복 군대 사회 부조리 고발[웹툰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글 작가 김보통이 자신의 군 생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 낸 웹툰 ‘DP 개의 날’은 헌병, 그중에서도 ‘군무이탈 체포조’(DP·Deserter Pursuit)라는 특수한 직무를 가진 군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DP 개의 날’은 작품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아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DP 개의 날’ 이후 8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데 ‘SPT-박쥐의 시간’(글 김보통, 그림 본인)이다. 군에서 DP로 근무한 안준호는 전역 후 노동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집안 형편은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안준호는 우연히 특경대(SPT) 모집 공고를 보게 된다. 결국 다시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 안준호는 군 복무 시절 수사 담당관이자 직속상관이었던 박범구 중사에게 부탁해 SPT 시험 자격을 얻어 응시하고 부사관으로 재입대하게 된다. 그렇게 안준호는 직업군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고, 작품의 시점은 잠시 박범구 중사에게로 옮겨간다. 박범구는 김영진 하사라는 부사관의 자살 사건을 맡아 조사 중이다. 그러던 중 김영진 하사의 선임이었던 김윤기 하사가 연이어 자살하면서 사건은 점차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박범구는 이 사건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 가능성을 밝혀내게 되지만 ‘적당히 덮으라’는 압력을 받는다. 안준호가 있는 SPT도 참여하게 되고, 죽은 부사관들의 아내와 애인이 군인권센터를 찾아가며 일은 점점 더 확대돼 간다. 결국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기로 마음먹은 박범구에 의해 높은 분들이 은폐하려는 진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군대라는, 상명하복이라는 절대 명제가 최우선인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불의들을 우리 사회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과오를 겪으며 조금씩 개선해 왔다. 아니 개선해 왔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군대라는 조직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금도 많은 비밀과 의문에 싸여 꼭꼭 숨어 있다. 대한민국 군대가 그렇게 특수성과 폐쇄성을 고집하는 사이 안타까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어 가고 있다.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불합리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현실을 개탄만 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군대의 부조리에 대해 근원적 고민을 던지는 작품 ‘SPT-박쥐의 시간’을 읽어 보자. 휴가철에 파리올림픽까지 조금은 달뜨는 요즘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일 중 하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백수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팀장
  • 삶과 관계에 대한 고민…‘김려령표 입말’로 풀다

    삶과 관계에 대한 고민…‘김려령표 입말’로 풀다

    8년 동안 그러모은 단편 7편 엮어상투를 거부하는 문장·서사 주목갈등서 연대까지 다양한 삶 담아 2007년 창비청소년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마해송문학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화려하게 문단에 등장한 김려령(53) 작가가 소설집 ‘기술자들’로 돌아왔다.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그의 전작들은 문단에서는 물론 타 장르에서도 사랑받았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은 영화화됐으며 ‘트렁크’는 올해 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공개될 예정이다. 상투를 거부하는 솔직한 문장과 대화체 입말 등 ‘김려령표’라 할 수 있는 매력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너 알지? 그 황금 꽃다발 태명이 네 꿈이라는 거. 네 형도 잘 알 거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예뻐했던 놈이 바로 너였다는 걸.”(‘황금 꽃다발’), “아 씨! 그녀가 얼른 봉지를 밖으로 꺼냈다. 다행히 봉지가 터지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 여기를 들라고. 딸이 다시 들고 쓰레기장으로 걸어갔다.”(‘청소’) 등 불쑥 큰따옴표 없이 시작하는 입말은 글의 속도감을 높이고 독자와 인물 사이의 거리를 좁혀 놓는다.작가가 8년간 그러모은 7편의 단편은 비루한 관계로 인해 오는 피로에서부터 연대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한다. 특히 도식적이지 않은 가족 서사들은 삶과 관계에 대한 굵직한 고민의 궤적을 남긴다. ‘세입자’의 주인공 ‘나’의 가족은 호시탐탐 나의 월급을 노리고 등골을 빼먹으려 작정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황금 꽃다발’의 팔순을 앞둔 주인공 역시 평소에는 연락 한번 없다가 필요할 때만 자신을 찾는 큰아들에게 더이상 줄 사랑이 없다. 큰아들은 작가와 교수로 활동하면서도 노모를 ‘흙수저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한다. ‘청소’의 주인공 역시 홀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지만 자신을 하인 부리듯 하찮게 대하며 존중이라곤 할 줄 모르는 자식들을 미워하진 않는다. 다만 일주일간의 대청소로 온통 닦아 대며 버릴 것은 다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긴 채 미련 없이 그들을 떠나는 방법을 선택한다. 때로 관계는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면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오해의 숲’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모난 성격 탓에 ‘폭탄’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해 왔던 재영의 상처는 악연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하윤과의 우연한 마주침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억측과 망상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된다. 가족 문제를 둘러싼 의견 차이로 이별하는 연인 이야기를 다룬 ‘상자’는 갈등보다는 갈등에서 비롯된 ‘나’의 성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나는 엄마가 33년간 보관해 온 나의 어릴 적 유아용품들을 버리며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가족, 연인과의 관계, 의존적인 삶을 정리한다. ‘뼛조각’에서는 인턴 기간이 끝나 가도록 정직원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현실을 가리기 위해 안 해도 될 뼛조각 제거 수술을 강행하는 아들과 그런 아들을 아무 말 없이 간병하는 아버지의 관계를 애달프게 그린다. 나아가 관계는 연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표제작 ‘기술자들’에서 “갈 곳 없는 고속도로를 어쩔 수 없이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꼴이 처량하기만” 한 ‘최’와 길에서 만난 ‘이것저것들의 역사’를 가진 ‘조’는 투박한 우정을 나눈다. 성실하게 실리콘이나 줄눈 작업을 하며 일상을 채워 가는 두 사람의 연대는 묵직한 감동을 준다. 김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글이 지면에 실림과 동시에 작가의 손을 떠나는 “공허한 헛헛함”을 달래기 위해 이 단편들을 내내 품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의 품에 오랜 시간 폭 안겨 있던 작품이라 그런지 7편의 단편 하나하나가 독자의 마음에 “아주 따뜻하게” 와 닿는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퀴어 (포)에티카(전승민 지음, 문학동네) “우리는 ‘퀴어’를 통해 인간의 아픔과 수치, 악행과 구원을 일시에 목격한다. 비평의 사랑이 작품을 지켜 내고 그것이 나아가는 새로운 길의 시작을 마련하는 일이라면 퀴어의 사랑 또한 그러한 전위를 모자람 없이 수행한다.”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문학평론가 전승민의 첫 평론집이다. 영문학 연구자인 동시에 한국문학장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젊은 평론가로 ‘퀴어’라는 주제에 깊이 천착한다. 퀴어와 문학을 향한 애정과 날카로운 시선이 돋보인다. 588쪽. 2만 5000원.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북다) “봉투에서 편지를 꺼냈다. 이 역시 호텔의 편지지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짧은 한 줄이 인쇄되어 있었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스터리 장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101번째 소설이다. 호화로운 별장에 여름휴가를 온 다섯 가족의 파티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런데 그날 밤 다섯 명이 죽고 한 사람이 다치는 일이 벌어진다. 하필 그 자리에 장기 휴가 중이던 형사 가가 교이치로가 참석하게 되고 현장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432쪽. 1만 9800원.속삭임 우묵한 정원(배수아 지음, 은행나무) “벽의 모든 틈새에서 벌레들이 밤을 향해 울고, 끈적이는 밤공기 속에는 텅 빈 쓰레기 컨테이너의 흐릿한 악취에 섞여 아니스 풀 향기가 풍긴다. 이제 몇 시간만 지나면, 나는 간다. 최대의 불확실성, 그러나 유일한 희망 속으로.” ‘낯선 아름다움’으로 사랑받은 소설가 배수아의 신작이다. 추상화된 언어와 명확하지 않은 화자를 통해 산문과 시의 경계에서 미묘한 흐름과 마찰을 만들어 내고 있다. ‘MJ’로부터 편지가 도착하면서 ‘나’의 여행과 사색이 시작된다. 364쪽. 1만 7000원.
  •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군부 독재에 저항하며, 소설로는 구도의 길 모색…작가 송기원 별세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 ‘숨’, ‘아름다운 얼굴’ 등의 작품을 남긴 작가 송기원이 별세했다. 77세. 1일 문학계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거주하며 작품활동을 하던 송기원은 숙환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전날 오후 숨을 거뒀다. 1947년 전남 보성 출생인 고인은 1967년 고교 재학 당시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현 중앙대 문창과)에 입학한 뒤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1974년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각각 시와 소설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에 저항한 문인 단체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에 참여하는 등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1974년 ‘문인간첩단 사건’으로 소설가 이호철이 구속되자 문인들과 함께 데모에 나섰다가 처음 구속됐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 ‘1990년’ 오봉옥 시인 필화사건 등 총 네 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실천문학사의 주간으로 일하기도 했다. 서울신문과의 인연도 있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현재는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김이설 소설가를 발굴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서울신문 수도권 섹션인 ‘서울인’에 ‘송기원의 뒷골목 맛세상’이라는 코너를 연재하기도 했다. 남긴 작품으로는 소설집 ‘월행’(月行·1979) ‘다시 월문리에서’(1984), ‘인도로 간 예수’(1995)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 ‘여자에 관한 명상’(1996), ‘청산’(1997), ‘안으로의 여행’(1999), ‘또 하나의 나’(2000), ‘숨’(2021), 시집 ‘그대 언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1983), ‘마음속 붉은 꽃잎’(1990),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2006) 등이 있다. 자전 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는 1996년 김영빈 감독의 연출로 박상민, 최민수 등이 출연한 ‘나에게 오라’라는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생전에 고인은 제2회 신동엽창작기금과 제24회 동인문학상, 제9회 오영수문학상, 제6회 김동리문학상, 제11회 대산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했다. 명상, 수묵화에도 조예가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빈소는 대전 유성구 선병원 장례식장 VIP 3호실에 차려졌다. 발인은 3일 오전 8시. (042)825-9494.
  • 광주비엔날레-한국국제교류재단 업무협약

    광주비엔날레-한국국제교류재단 업무협약

    광주비엔날레는 지난달 31일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문화예술 발전과 관련한 상호 협력 등을 담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광주비엔날레와 KF는 △국제 현대미술 콘텐츠 교류 △한국 및 지역 현대미술 작가 국내외 프로모션을 위한 기관 간 자원 공유 △지역사회 문화예술 발전 관련 상호 협조 등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이번 업무협약의 첫 번째 협력 사업으로 오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한국국제교류재단-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전시 ‘거리의 서(書)’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6관과 서울 KF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광주비엔날레 박양우 대표이사는 “이번 KF와의 상호 협력으로 광주비엔날레가 문화·학술 측면에서의 국제교류 및 상호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양 기관의 다양한 교류 사업을 도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창설 30주년을 맞이한 광주비엔날레는 오는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86일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광주 전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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