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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용가 정재만씨(이세기의 인물탐구)

    ◎힘차고 광활한 춤사위… 남무의 대가/벽사에 사사한 승무,만개앞둔 꽃망울 연상/“생활이 춤”… 삶의진실 담은 전통 재현 노력/작품구상땐 무작정 거리 헤매… 「구두한켤레」 별명도 □연보 ▲948년3월 경기도 화성출생 ▲72년 경희대 무용학과 졸업 74년 동 대학원 졸업 ▲73∼79년 국립무용단단원 ▲80년 국립국악원 수석무용 ▲80∼87 세종대 무용과 조교수 현재 정재만무용단,남무단대표(정기공연),벽사 춤아카데미 대표,서울예술단 무용감독,한국무용가협 부이사장 「92 춤의해」운영위원,숙명녀대 무용과 교수 국립무용단 무용극 출연 「별의 전설」「왕자호동」「꿈꿈꿈」「시집가는날」등서 주연 해마다 대한민국 무용제·무용예술큰잔치·무형문화재 공연참가 「춤소리」「□」「춤 그 신명」「먼길」「홰」「비천무」「바라춤」「학춤」「승무」「살풀이굿」「학불림굿」「춤4319」「달맞이」「비단타령」「빛과 소리」(88서울올림픽)「자화상」「한량무」「꿈」「광대의 꿈」「북소리사위」「태극선의메아리」「길놀이 마당놀이」뮤지컬 「옹고집전」「양반전」「지신밟기」안무 84년부터 미국·유럽각지역·동남아·호주·남미·이스라엘·연변·북경·상해 백두산 등 각지역 순회공연 동아무용콩쿠르 대상,중요 무형문화재평가회의 「학무」최우수상,82대한민국 무용제 안무상,84대한민국 무용제 대상,제45회 디종 국제민속예술제 금상 수상 정재만의 춤은 힘차고 광활하다.수평의 폭이 넓고 수직은 하늘로 솟구친다.긴 장삼 얼기설기하여 공간으로 획 뿌리치는 무태에는 비구름이 묻어있다.그리고 움직임 움직임마다에 기쁨과 슬픔,고통과 오뇌가 휘몰아치다 잦아든다. 신라시대 화낭을 연상케 하는 씩씩한 기상과 자신감 넘치는 풍모가 정재만 춤의 특징이다.그가 한번 춤추기 시작하면 그 주술적인 힘에 매료되어 관객은 어깨춤이 절로 나거나 한동안 숨을 멈추게 된다. 특히나 그의 「승무(승무)」는 날이 갈수록 깊은 맛을 더하여 푸른 못속에 뜬 연(연))꽃 봉오리가 만개하려는 찰라다.이제 그는 춤을 알게된 나이다. 15∼16년전쯤 어느 사석(사석)에선가 정재만의 스페인춤을 본적이 있다.그때만해도 조택원이후 송범씨가 그 맥을 이어받았을뿐 남성무용수는 다섯손가락이 넘지않았고 그중에서 정재만은 첫째 둘째를 다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살풀이」며 「산조」를 한자리씩 추는 자리에서 유독 구둣발로 바닥을 울리며 등장하더니 그는 「투우사의 노래」를 허밍하면서 정열적인 스탭으로 「투우사의 춤」을 밟아나갔다.한국무용을 하는 사람답지 않은 힘찬 스타카토의 리듬이 돋보이는 춤이었다. 테이블의 붉은 카네이션을 양복주머니에 꽂고 목에 두르고 있던 머플러를 물레타처럼 휘두르며 이리저리 소를 유인하는 동작은 마치 영화 「바렌티노」에서 누레예프의 탱고춤이 어울리듯 그늘진 구석없는 화려한 스페인춤이 더없이 어울려보였다. 춤추기 시작한지 어느덧 30년.그의 이력에는 「송범 문하생·벽사 한영숙전수생·김백봉사사」가 자랑스럽게 따라다닌다. ○가난했던 소년 시절 그는 일찍이 송범문하에 들어가 전통무의 발디딤새를 배우고 벽사의 「승무」「살풀이」「학무(학춤)」를 전수하여 중요무형문화재 27호인 「승무」 전수조교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기전 그는 경기도당굿이 성했던 화성에서 태어나 동네에서 벌어지는 굿판에 몰두한 시절이 있었다.하루종일 굿구경에 빠져있다가 배고파 집에 돌아오면 가난이 기다렸다. 옹기를 굽는 집안에서 9남매중 다섯째인 그는 어쩔 수 없이 불우한 소년기를 보내야했고 그래서 차라리 굿판에나 따라다녔으면 하는게 소원이었다. 본래는 부농이었으나 아버지 정수환씨(70세로 82년 작고)가 남의 빚보증을 서는 바람에 집안이 망해 광성국민학교를 졸업하던해 서울로 이사,위로 큰형과 세 누나와 뿔뿔이 헤어져 그는 부모와 동생들과 함께 방배동 단칸방에 정착했다. 그때는 어머니(김순림여사·78)가 동작동 국립묘지 앞에서 꽃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아직 중학교에 가지못한 그는 낮에는 집안을 치우고 동생들을 돌보다가 저녁밥까지 지어놓고 동작동까지 나가 어머니의 꽃 모판을 받아이고 돌아오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그런중에도 틈틈이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책을 읽었다.하루는 헌잡지에서 본 조택원씨의가사를 떨쳐입고 춤추는 사진과 일대기를 읽고는 막연하나마 조택원씨처럼 되고싶은 꿈을 꿨었다. 『저앤 공부도 잘하고 재주도 많은데 어디 양자라도 보내어 공부를 계속하게 했으면』 어머니는 설거지에 밥하고 동생이나 돌보는 아들의 고생이 보기 안쓰러운 나머지 동료 꽃장수들에게 그렇게 하소연하곤 했다. 그후 인천으로 출가한 큰누나의 집에 얹혀살면서 여기서도 낮에는 조카들을 봐주고 밤에는 인천대건중학교,다시 서울로 올라와 서라벌예고에 진학하면서 가정교사,그러다가 가정교사로 있던 주인집의 소개로 필동에 있던 송범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잔심부름과 청소로 학교에 다니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뚜렷한 이목구비에 재빠른 동작을 눈여겨본 송범씨가 그에게 조금씩 춤을 지도했고 그는 한 동작 한 동작을 혼신을 다해 익히면서 스승이 귀가한 후에도 혼자서 밤새도록 마루바닥을 뛰었다.발바닥이 얼얼하게 부어 성할 날이 없었다. ○송범씨 만나 춤과 인연 벽사 한영숙씨의 제자가 된 것은 벽사가 71년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서였다. 폐쇄적인 당시의 무용인맥에서는 좀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송범씨는 자신의 문하생을 선뜻 벽사에게 허락해주었다.고 한성준옹으로부터 그의 따님이던 한영숙씨에게 전수된 문화재급의 주옥같은 춤들을 남자무용수로서 전수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벽사의 유일한 남자제자가 된 그는 「승무」「학무」를 비롯,「살풀이」「산조」「훈령무」「태평무」를 차례로 전수받았고 벽사로서도 부친의 춤의 맥을 잇는다는 일념외에도 그를 친아들처럼 믿고 의지했다. 89년 10월 벽사는 눈을 감으면서 그의 춤의 사군자로 일컬어지던 승무·학무·살풀이·태평무의 보존과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한 「살풀이」「태평무」에 대한 당부를 그에게 녹음유언으로 남겼다. 그는 요즘도 공연을 앞두거나 해외에 나갈땐 경기도 남양주군 남한강가에 모신 스승의 산소를 찾아 돗자리를 펴놓고 춤추는 성묘로 보고하기를 잊지 않는다. 지난해엔 스승의 유지를 받들어 승무·학무 보존을 위한 벽사춤아카데미를 청담동 그의 무용연구소에 개설,6월에는 「나의 춤모(모)에게 바친다」 추모공연을 가져 무용계에 훈훈한 미담을 만들어 주었다. 그는 송범의 춤의 특징인 수직과 대학·대학원의 지도교수였던 김백봉의 수평,벽사의 곡선을 두루 망라하여 춤에서의 원의 완미를 이룬다는 목표를 세우고있다. 스승이 남긴 승무·학무의 보존을 위해서는 고유의 특성을 훼손·변질시키지 않는데 그치기보다 「삶의 진실에 대한 표현,삶에 대한 유기적 통찰」의 의미를 담아 전통을 재현해낸다는 자세다. 한때 초기의 춤에서 환희와 힘을 과시하면서 극적표현을 서슴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그의 외롭고 초췌했던 성장기를 은폐하고 싶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창작무용에 손대기 시작한 80년에 접어들어 그는 씩씩한 우조에서 벗어나 높은 것을 한층 난춰 감동이 배제된 은은한 계면조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춤소리」와 「□」은 화려함속에 비감이 느껴지는 수작으로 그는 한작품 작품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시대를 뛰어넘는 불후의 빛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역시 그런 각오로 빚어진 「북소리사위」는 북을 한곳에 고정시키지 않고 춤추는 사람이 5북에서 9북을 다루는 파격적 춤사위로 「거동이 정한(정한)하면서도 흥과 멋이 섬화처럼 빛나는 쾌작」으로 손꼽힌다. ○해마다 전국순회 공연 무용계에 남성무용수가 적은 것을 안타까워한 그는 세종대교수시절 졸업생들을 모아 정재만 남무단을 발족,87년 국립극장에서 창단기념공연을 가진이래 숙명녀대로 옮겨와서도 해마다 방학이면 이들을 이끌고 대전·대구·부산에서 당진·서산·합덕에 이르기까지 지방 구석구석을 찾아 순회공연하는등 안성들만의 「훈령무」와 「학무」 「북소리사위」를 펼치고 있다. 73년부터 6년간 국립무용단의 주역으로 뛸때의 파트너이자 경희대 후배인 박순자씨와 75년에 결혼,박순자씨는 무용극 「시집가는 날」의 여주인공을 끝으로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무용단을 떠났다.자녀는 용진(남·국악고2)형진(여·국민교1)남매. 요즘도 그는 스승들을 사사하던 시절과 똑같이 새벽4시에 일어나 5시부터 연구소에 나가 3시간연습,낮에는 대학강의와 무용감독으로 있는 서울예술단에 출근했다가 하오 6시부터 밤10시반까지 연습,춤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구소로 달려간다.춤구상을 할때면 무작정 거리를 방황하는 버릇 때문에 「구두 한켤레」란 별명이 붙어있다.한두달에 보통 구두한켤레씩을 해뜨린다는 얘기다. 그의 생활모두는 춤이다.춤과 관련되지 않는 것은 흥미도 관심도 없다.그의 춤의 한 단면만을 본 사람이라면 씩씩하고 남성다운 용모로 인해 그들 솔직하고 사교적인 인물로 착각하기 쉽다. 더구나 「한량춤」에서 보이는 「끼」와 가락은 한량기질이 넘쳐보이기도 한다.물론 아직은 40대중반이어서 그의 춤이 달통의 경지라고는 미리 말할순 없을 것이다.다만 견제가 심한 무용계에서 일관된 침묵과 양보,남과 다투지않는 화합의 마음으로 자신의 일에만 파고든다. 이따금 옹기장이이던 가난한 부친과 그의 굽던 옹기생각에 온몸이 뜨거워지고 아버지 그리움에 곧잘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그래서 요즘은 아버지를 위한 창작무 「사금파리」를 구상하고 있다. 남모를 추억과 슬픈 그리움 때문일까.그의 춤추는 손가락 끝에선 피가뚝뚝 흐르는 절규,비스듬히 미끌어지듯 내딛는 보법에는 메마른 눈물과 싱그러운 꽃가루가 동시에 흩날린다. 깊이 숙여쓴 고깔과 백합같은 정화,허공 한끝을 헤매는 속눈썹엔 부세의 번뇌가 향연처럼 타오르고 그의 승무는 지금 속절없는 방황을 헤뜨린듯 하얀 소매끝에서 장한이 적멸된다.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합장)인양」 동중정을 극도로 자제하여 그속에는 탄식 같은 흐느낌을 소리없이 감추고 있다.
  • 이색마임극 줄잇는다/한국마임 2세대 임도완 발표회

    ◎신인 유진우 새달에 첫 개인무대 이색적인 마임공연들이 잇따라 열린다.한국마임 제2세대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임도완씨가 오는 28일까지 공간사랑 소극장(763­07 71)에서 첫번째 개인작품발표회를 갖는 것.이번 작품발표회는 특히 「비주얼 팬터마임」이라는 이색적인 제목이 시사하듯 시각적인 효과가 극대화된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에 발표될 작품들 가운데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개의 손인형과 임도완의 상상력이 결합된 성인들을 위한 인형극으로 재구성된 셰익스피어의 로망스.「흥부와 놀부」는 우리의 판소리형식을 마임화시킨 1인2역의 변화무쌍함과 우리의 몸짓이 돋보이는 작품이다.이밖에도 「서울,서울,서울」은 오늘 우리 젊은 세대들의 자화상과 리듬,몸짓,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습을 형상화시키고 있으며 수많은 소품을 이용한 인간풍자극인 「끝없는 쟁탈전」도 공연된다. 개인발표회 이외에 한국마임 20년을 정리하는 시점에서 연극지망 학생및 일반 연극동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팬터마임워크숍과 발표공연(30일)도 갖는다. 또신인 마임이스트인 유진우의 개인발표회가 12월1일부터 7일까지 같은 장소에서 마편된다.현대예술극장·교육극단 사다리등에서 활동해오다 유홍영·임도완등 선배 마임이스트들의 지도를 받아온 유진우의 데뷔무대인 이번 공연은 한국마임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집단이기」 중병앓는 상아탑/박찬구 사회1부기자(오늘의 눈)

    서울대가 농대생들의 항의집회와 파행수업으로 한달째 몸살을 앓고 있다. 농대생 1천여명과 일부 교수들이 현재의 수원교정을 제2캠퍼스부지인 안양수목원으로 옮겨달라며 지난달 21일부터 수원에서의 수업을 거부하고 관악교정에서 「수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접한 수원전투비행장에서의 소음으로 수원교정에서의 강의와 연구활동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는 87년 「서울대발전장기계획」에서 수원교정의 열악한 교육환경개선을 위해 오는 96년까지 농대를 관악교정과 30분이내 거리로 이전할 방침을 세웠었다. 현 김종운총장(63)도 지난해 부임이후 「농대이전계획」을 최대현안의 하나로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교육부·건설부등 관계당국은 이 계획이 「수도권 인구유입억제책」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이전계획터인 안양수목원터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명해왔다. 현재 대학본부측은 다음 정부에서의 정책적 배려를 기대하며 농대교수와 학생들에게 파행수업을 중지하고 수원교정으로 돌아가 줄 것을설득하고 있다.그러나 학생들은 『다음달 15일쯤 3개정당대표급과 공청회를 갖고 이전확답을 받기전에는 수원으로 갈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김총장은 지난 19일 학생대표와 농대학장등을 만나 학교를 믿고 따라줄 것을 촉구하고 파행수업을 더이상 묵인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으나 주장을 굽히게 하는데는 실패했다. 보다 좋은 환경에서 수업과 연구활동을 하고싶다는 목소리가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농업이 기술중심으로 바뀌는 세계적인 추세속에서 서울농대의 실정은 낙후된 우리 농촌의 「자화상」이라는 주장에는 안타까움마저 느낀다. 하지만 배움이 무엇보다 소중한 학생들이 법체계를 거스르면서까지 사업추진을 재촉하는 모습은 그리 바람직스럽지 않은것 같다.더구나 「상아탑」에서까지 「수업」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농대 캠퍼스 이전문제는 이미 대학본부의 손을 떠났습니다.학생들은 물론 일부 교수들까지 가세,집단행동을 보이는 것은 대다수가 서울에 생활근거지를 둔이들의 「집단이기주의」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한 대학 관계자의 곤혹스러움에 민주화시대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진통이 짙게 배어있었다.
  • 「…싱아…」「문학액범」/박완서 문학인생 담은 책 출간

    ◎「…싱아…」/본인 체험담 다룬 자전적 성장소설/「문학앨범」/맏딸이 본 작가의 삶과 문학 등 실려/형식 특이… 평론계에 큰 반향일으킬 전망 중견작가 박완서(61)씨의 작품론·문학론을 다룬 책 두권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작가 박완서가 3년만에 완성한 자전적 성장소설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출판사 펴냄)와 「박완서 문학앨범」이 바로 화제의 책들. 신작 장편소설「…싱아…」는 70년 발표된 처녀작 「나목」이후 22년만의 두번째 전작소설로 박완서 소설의 원형과 그가 소설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보여주고 있다.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에서 보낸 유년시절에서부터 작가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체험을 겪게되는 6·25와 1951년 1·4후퇴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작가가 당시 체험했던 시대에 대한 증언으로서 글을 쓰게 될 것이란 예감에 사로잡히는 것으로 끝난다. 「나」라는 일인칭 화자의 정신적·육체적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소설은 그러나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구별해 「자전적 성장소설」로 봐야한다는 의견이 높다.이는 출생지를 비롯해 가족관계,화자가 살던 서울 동네이름,학교이름등이 작가 자신의 그것을 그대로 원용하고 있기 때문.또 책 여기저기에 이 책이 자전적인 생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예를들어 「경제정의」지에 기고했던 글의 일부를 인용하거나 『내 소설중 가장 긴 장편 「미망」을 쓰는데 중요한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히고 있어 이 소설의 자서전적 형식을 뒷받침하고 있다.이와같은 형식상의 특이점은 「소설=허구」라는 일반 공식에 배치되는 것으로 문단은 물론 평론계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자신도 『이런 글을 소설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히고 있듯이 소설「…싱아…」는 기억이나 경험에 소설적인 윤색을 최대한으로 억제한 글짓기로 윤동주및 서정주의 시 「자화상」이나 화가들의 자화상처럼 「소설에서의 자화상」에 해당한다. 문학평론가 홍정선씨도 이를 「자전적 소설이거나 소설의 형태를 빌린 자서전」으로 분류하고 작가의 6·25에 대한 남다른 관심,강인하고 자존심 강한 어머니상,가족사 소설에 대한 집착등 이소설에서 이미 발표된 소설들의 원형이 발견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설「…싱아…」는 형식적인 면이외에 화자의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특히 눈길을 끈다.개성사람 특유의 강한 생활력과 자존심의 화신인 어머니,이에 못지않는 화자의 독특한 기질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또 들풀냄새 풍기는 정감어린 30∼40년대 시골생활과 때묻지 않은 풍부한 정서는 근래 다른 소설들에서는 접하기 힘든 이소설의 특징.한마디로 한편의 서정시나 수채화를 대하는 듯한 편안함과 포근함을 안겨준다. 이밖에 이미 발표된 작가의 여러 소설들처럼 40∼50년대 개성지방의 사회상과 풍속,인심등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고 토속어와 고유어도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제목에 쓰인 「싱아」 역시 개성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마디풀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작가의 고향들판에 지천으로 널려있어 작가와 고향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함께 출간된 「박완서 문학앨범」은 박완서씨의 맏딸인 호원숙씨가 가까이서 본어머니 박완서의 삶과 문학을 적은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글이 실려 「…싱아…」와 함께 박완서의 인생궤적을 상호보완적으로 고찰할수 있게한다. 웅진출판사는 「…싱아…」와 「문학앨럼」출간을 계기로 오는8일 하오5시30분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그의 문학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보고 90년대 한국문학의 방향을 모색하는 문학심포지엄을 연다.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철교수(교원대)가 「분단시대의 삶과 소설」를,권영민교수(서울대)가 「중산층의 삶과 소설」을,박혜란씨(상명여대 강사)가 「여성의 삶과 소설」을 각각 발표한다.
  • 「혼성 모방」 기법/창작인가 표절인가/국내미술계,진단작업 활발

    ◎“도용과 달라”­“독창성 부재” 논란/개념혼란속 시대정신 검증여부 과제 잘 알려져 있는 낯익은 명화나 대중적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하는 이른바 「혼성모방(pastiche)」기법이 90년대에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진단이 국내미술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한민국미술대전의 대상수상작인 조원강씨의 「또다른 꿈」이 표절시비를 낳으면서 포스트모던적 창작기법인 혼성모방과 모더니즘적 기법의 패러디에 대한 논의가 격렬하게 제기된 바 있어 화단의 관심은 더욱 뜨겁다. 「월간미술」은 9월호가 란 주제의 특집을 마련했고 무역센터 현대미술관은 개관 4주년 기념전으로 혼성모방을 주제로 한 특별전 「창작과 인용」전(1∼30일)을 열어 혼성모방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창작방법으로 부상한 혼성모방을 수용하는 작가들은 이 기법에 대해 『남의 작품에서 이미지를 따오되 독창적으로 짜깁기하는 방식』이라면서 『남의 작품을 자기 것처럼 속이는 표절이나 도용과는명백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예술을 고전적인 잣대위에 놓고 평가하는 일반인들이 볼때에는 『기존의 작품을 모방하고 소재를 빌려와 수용하는 것은 독창성의 불재』로 비쳐지기도 한다. 세계미술사적으로도 혼성모방에 대한 논의는 엇갈린다.기존의 작품을 모방하여 풍자적으로 화면을 꾸미는 모더니즘시대의 패러디와 비교되면서 미술사적으로 패러디기법은 또하나의 고전적 고급문화의 영역에 남아있는 반면,혼성모방에 대한 개념정의에는 아직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미술사적인 혼돈속에서 혼성모방의 영역에 진입해 있는 국내작가는 의외로 많다.한만영 홍수자 임봉규 김정명 김훈 고영훈 유창현 이호철 김영진 변종곤 박도철 최한동 예유근 박불똥 박기원 권여현 이상윤 홍성민 한영수등 20여명에 이른다. 이들의 방법론이 과연 전환기적 징후를 드러내고 있는 세기말의 시대정신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느냐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미술계의 한 과제다. 「월간미술」의 특집에서 미술평론가 윤진섭씨는 『한국미술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혼성모방적 경향은 한편으로는 후기산업사회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 현단계 문화환경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미감의 반영을,다른 한편으로는 고전의 현대화내지는 재해석이라는 과제를 안고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이들의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문화적 조건과 그로인한 예술표현상의 고뇌가 진하게 느껴진다』는 윤씨는 향후 이들 작업의 추이와 전개양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9월의 가장 눈길을 끄는 전시회인 「창작과 인용전」에는 혼성모방을 수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가 17명의 작품이 소개되고 전시도록에는 이 전시와 함께 진행된 평론가들의 좌담,혼성모방에 대한 세계미술사적 이론 등이 실렸다. 전시작품 가운데는 모딜리아니의 여인,고흐의 자화상,마릴린먼로의 초상 등이 화면의 일부로 차용되어 있다.이같은 혼성모방을 수용하고 있는 작가들이 「창조력의 고갈」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론」으로 이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주체를 상실한 현실속에서 지향성없는 정신의 양상이 반영된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해소하는 탄탄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혼성모방논의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견해다.
  • 희망이 있는 우리나라(사설)

    『나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사람이 국민의 65.5%나 된다.한 나라가 이만한 국민을 가질수 있으면 비관하지 않아도 된다.「살림살이」도,「경제면」,「민주화」로도,「남북관계」와 「외교관계」로도,「주택」이나 「언론자유」 또는 「교육」면에서도 우리의 향후 10년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75%이상이나 되는 것이다.10년 후에 나빠질 것으로 비관하는 것은 단지 청소년문제 뿐이다.공보처가 광복47주년을 계기로 실시한 의식조사에 그렇게 나타났다. 근년에 이르러 자기비하의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매사에 비관적이고 사시적인 생각이 만연해 있는 것에 비하면 의외로 낙관적인 결과다.이런 결과들이 모두 그럴만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음에 크게 수긍이 가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이런 결과가 「지난 10년전과 오늘」을 비교하여 추찰한 것임을 볼때 단순한 희망적 정서가 동반된 결과가 아니고 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한다.10년 전에 비해 「살림살이」를 비롯한 경제면,민주화,남북관계,외교관계,주택,언론자유,교육문제들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어도 60%가까운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식민지에서 해방되어 분단상태를 부담한채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반세기 미만에 이만한 나라를 만들었으면,미래를 낙관할만한 근거가 충분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함께 깨닫고 있는 것이다. 외세의 침략이 있다면 나라를 위해 기꺼이 나가 싸우겠노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84%나 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선진국이 되었다고 과장(2.2%)하지 않는다.중상위권으로 후한 점수를 주지도 않고,중위권(33.5%)이거나 중하위권(32.3%)으로 냉철하게 보고 있다.그래도아직국운이융성기에있다고보는사람과그렇지않다고보는사람이 반반쯤섞여 90%가량을이루는이성적인국민을가지고있다. 지금으로서는 만족할 수 없지만,희망은 있고 그렇다고 장래가 크게 낙관적이지도 않은 나라,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우리의 자화상이다.냉철한 자기비판도 하고 그 시정을 위해 무엇부터 고쳐야 하는가도 스스로 진단하고 있다.비록 우리는 우리의 평가에 인색하지만 국제적 위상으로는 중상위권에 이르고 있음을 전체 60%이상이 의심하지 않는 나라,이만하면 우리는 자부심이 있고 장래가 어둡지 않은 나라다. 활화산처럼 내연하는 잠재력이 있고 그것에 언제라도 능동적인 점화를 시킬 국민적 열정을 가진 민족,그것이 우리임을 의식조사의 결과는 은연중 웅변하고 있다.국력은 지하에 매장된 풍부한 자연자원만도 아니고 높게 치솟은 경제력의 마천루만도 아니다.건전하고 의욕적이며 성숙한 판단과 결단이 가능한 국민이 다수를 이루고 있는 나라가 발전 가능한 국력을 가진 나라다.우리도 틀림없이 그런 나라다.우리의 의식에 내재된 건전하고 확실한 의지를,다시한번 도약하는 원동력으로 조직하는 일이 국력을 유효하게 사용하는 일이다.그것이 또한 당면한 우리의 일이다.누구도 여기서 부재증명을 내세울 수 없고 누구도 이것을 혼자서 책임질 수도 없다.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 일을 우리의 실천의지로 합의할 때가 바로 지금이기도 하다.
  • 올림픽패션과 의류과소비/손남원 생활부기자(저울대)

    세계의 눈과 귀가 쏠렸던 바르셀로나 올림픽이 이제 막을 내렸다.우리는 밤마다 TV를 보며 승자가 흘린 환희의 눈물을,또 패자가 흘린 좌절의 눈물도 보았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의 눈물은 우리를 감격시켰을 뿐 슬프게하지는 못했다.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슬프게 한 일이 있다면 전화의 상흔이었다.TV를 조용히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이 사실을 쉽게 발견했을 것이다.남자 소구경소총복사에서 금메달을 딴 우리 이은철선수와 함께 시상대에 올랐던 은메달리스트를 통하여….전쟁이 한창인 유고출신의 플레디 코시치라는 이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은 곧 울기라도 할듯 무척이나 어두웠다. 유니폼 역시 밝지못했다.물 바랜 카키색 반바지는 늘어져있고,겨우 러닝셔츠 하나를 걸쳤다.검정색 운동화도 초라했다.유엔경비대 도움을 얻어 극적으로 여자육상 3천m에 출전한 부리히양의 소망을 들어보면 더욱 긍휼한 감회를 불러일으킨다.그녀는 기자회견에서 『경기때 신을 발에 꼭맞는 운동화 한 켤레가 나의 꿈』이라고 울먹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전화의 고통을 겪는 유고선수들의 애처로움이 가슴에 절실히 와닿는 이유는 왜일까.그것은 아마도 옛날의 우리 자화상을 보는듯 해서일것이다.우리도 6·25전쟁의 와중에 헬싱키올림픽(1952년)에 참가했다.그 시절을 회고하는 원로체육인들의 증언속에서 묘사된 우리 모습은 오늘의 유고선수들보다 더 가련하게 떠오른다. 우리도 이제는 다른 나라 선수들 못지않은 화려한 옷차림으로 올림픽에 참가할수 있게끔 잘사는 사회가 됐다.이번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올해 유행한 꽃무늬 패션의 유니폼을 입었다.그런데 문제는 풍요로운 나머지 어려운 시절을 모두 망각한채 살고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민들이 2년동안 풍족히 입을수 있는 분량의 옷이 자그마치 1억벌 정도가 쌓여있다고 한다.그럼에도 이를 마다하고 외제의류 수입은 늘어나는 추세이다.지난 2월말 현재 수입된 의류는 1백60억원에 이른것으로 집계됐다.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백20%나 증가된 수치다. 이러한 일련의 과소비현상은 달갑지 않은 일이다.그래서 어려운 시절을 기억하면서 어느정도 절제하는 생활로 회귀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TV화면에 비쳤던 가여운 유고 선수들을 이야기한 까닭도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하자는데 있다.
  • 조각가 문신씨 파리시청서 예술50년 회고전

    ◎오는 10월3일까지… 한국인으론 처음/「서울·파리우호협정」후 첫 문화교류/초기유화 비롯 조각1백여점 전시 파리 시청(오텔 드 빌) 건물 동쪽벽에는 빨간 바탕에 흰글씨로 「MOON SHIN」이라고 쓴 커다란 깃발이 걸려 있다.이 건물 안의 생 장(성 요한) 전시실에서 「문신 회고전」(7월31일∼10월3일)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한국인 미술가의 파리 전시회가 이렇듯 「당당한」 것은 드문 일이다. 올해 69세인 조각가 문신씨의 작품활동 50년 발자취를 뒤돌아볼 수 있도록 작가 자신이 고른 조각작품 63점과 회화 37점이 여기 전시돼 있다.문씨는 『전시장 공간때문에 작품을 절반밖에 들여놓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으나 그의 예술혼과 작품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 전시회가 단순히 한 작가의 50년을 정리하는 회고전에 멈추는 것은 아니다.전시회 도록의 첫장에 실린 자크 시락 파리시장의 인사말에서 보듯 1991년 11월12일 이해원 서울시장과 파리시장이 조인한 우호도시 협정 체결의 결과로 이루어진 공식 문화교류행사중의 하나다. 전시된 조각 작품들에서는 문씨 특유의 좌우대칭 균형미가 강조되고 있다.파리의 평론가들은 그의 작품에서 우주 자연 조화 창조 힘 신비 시 유머 등을 발견한다.에로티시즘이 지적되기도 하는데,매끄럽게 표면처리된 반구형의 쌍들에서 언뜻 여체의 곡선을 느낄 수 있다.작가 자신이 에로티시즘의 의도적 도입을 부정하고 있는 것을 믿는다면 이는 우연일 것이다.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우주를 향하여」(1985 높이 2m85cm) 「화합」(1988) 브론즈인 「개미」(1970) 등이 사람키를 넘는 큰 작품들이고,흑단을 재료로 한 좀더 작은 크기의 아담한 작품들도 있다. 또한 그가 조각으로 전향하기 전인 시절의 유화작품 「자화상」(19 43) 「벽돌집이 있는 풍경」(19 58) 「생선」(19 50)등이 있다.나머지 회화는 대개 조각을 위한 밑그림이다. 구상회화에서 추상조각으로 넘어간 이 작가의 지난 길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하는 이 모든 작품들은 19 90년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19 91년 헝가리 수도 부타페스트를순회했던 것들의 일부이다.특히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내 두 나라는 전시회 끝난 지 얼마뒤 곧 전란에 휘몰려들어갔기 때문에 『조금 늦었더라면 길 위에서 작품들이 포탄을 만났을지도 모른다』고 문씨는 가슴을 쓸어내린다.유럽을 돈 이 작품들은 이번 파리 전시가 끝나면 마산의 문신미술관에 소장된다. 전시회 일반 공개 전날 저녁에 열린 리셉션에는 두 나라 인사 약 5백명이 참석했다.부재중인 자크 시락 파리시장을 대신한 자크 투봉 부시장(국회의원),알랭 마들랭 한불친선협회장(국회의원),프랑수아 바블레 조형미술협회장등 프랑스 미술계 인사들,노영찬 주불대사,조성장 파리한국문화원장,심재성 주불대사관공보관 그리고 한묵씨등 재불 한국인 화가들이 나왔다. 바블레 조형미술협회장은 작품들을 극찬하고 내년 2월 그랑 팔레 전시에 참여해 주도록 권유했다.이에 대해 문씨는 『마산 문신미술관 개관을 또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수년내에 국외전시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씨는 유명한 생 장 전시실에서 전람회를 열게 된 첫 한국인이다.이번 전시회는 문씨 개인이 프랑스에서 오래전부터 쌓아온 명성과 서울·파리 두 도시의 특별한 관계가 어우러짐으로써 한국의 미술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 산과 바다에서 문학과 만난다

    ◎7·8월 피서지서 각종 여름문학캠프 열려/영지산·안면도서 시인·소설학교/작가 독자 함께 활발한 습작­토론/연극대회·춤노래마당등 흥겨운 밤행사도 여름휴가철을 맞아 작가와 독자가 자연 가까이서 만나 문학과 인생을 얘기하는 낭만적인 여름문학캠프가 올해도 다양하게 마련된다.월간시지 「심상」,한국추리작가협회,부산소설가협회,계간시지 「시와 시학」,한국시문학회관 등은 7,8월중 휴가지에서 각종 여름문학학교를 개설한다. 월간시지 「심상」이 주최,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심상 해변시인학교」는 가장 오래 되고 규모가 큰 여름문학캠프로서 31일부터 8월3일까지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열린다.1백50여명의 시인·예술가와 2백50여명의 일반독자가 참가,「보다 나은 삶의 세계를 향하여」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시인학교에는 ▲사회저명인사의 인생롱 강좌 ▲해변시 백일장 ▲시창작 실기교실 ▲시인과 독자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특히 올해에는 「나의 자화상」 창작교실,「시를 지읍시다」 소그룹강좌 등이 새로 개설되었으며 연극대회,노래와 춤 마당 등 흥겨운 밤행사와 파티도 곁들여진다.숙소로는 경포국민학교가 이용된다.18세 이상의 남녀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참가회비는 4만3천원이다.713­9358.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추리독자를 대상으로 개최하는 「여름추리소설학교」는 31일부터 8월2일까지 서해 국립해상공원 안면도 삼봉해수욕장에서 열린다.이상우 김성종 등 추리작가 및 추리문학평론가 유명우씨,최상규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등 30여명과 일반독자 1백명이 어우러져 ▲각종 추리소설강좌 ▲추리콩트백일장 ▲추리퀴즈 ▲작가와의 대화 등 흥겨운 시간을 나눌 예정이다.백일장과 퀴즈 당선자에게는 푸짐한 상품도 주어진다.15일까지 신청접수하며 참가회비는 5만원이다.719­3221. 올해로 두번째를 맞이하는 「수국시와 시인학교」는 계간 「시와 시학」이 여는 문학캠프로 8월1일부터 5일까지 경남 충무시 중항도 수국작가촌에서 열린다.조병화·허영자 시인,문학평론가 김윤식·김재홍·오세영씨 등이 강사로 참가하는 이번 시인학교의 일정은 ▲원로시인시창작 특강 ▲현대시 강의 ▲시백일장 ▲시인과의 대화 ▲시낭송대회 등으로 짜여지며 음악인을 초청한 독일가곡과 한국가곡의 밤이 특별히 마련된다.참가회비 6만원.741­3667. 한국시문화회관이 주최하는 「꿈과 시 여름문학캠프」는 올해가 5회째로 8월6일부터 9일까지 경북 안동 영지산 예술창작촌에서 개설된다.여러 문학캠프중 유일하게 장소를 산으로 정한 이 캠프는 첩첩산중 맑은 호수를 주변에 둔 3백여년 된 20여칸의 종가집에서 시와 문학과 인생의 향취를 듬뿍 간직할 소중한 추억의 한마당을 일굴 예정이다.모집인원은 선착순 1백명으로 참가회비는 학생이 5만8천원,일반인이 6만3천원이다.764­6352. 이밖에 지방의 여름문학캠프로는 부산소설가협회의 「여름소설학교」가 29일부터 31일까지 경남 거제군 남부면 다대국민학교에서 열린다.소설이론과 창작에 대해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이 학교의 모집인원은 70명이며 참가회비는 2만5천원이다.051­804­0008,051­245­3843.
  • 석유소비의 일그러진 자화상/정인학 생활부기자(저울대)

    올들어 지난 1·4분기동안 에너지의 대명사인 석유의 소비량은 1억4천3만8천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나 늘었다.81년부터 지난 90년까지만 하더라도 석유의 연평균 소비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전후한 8.1%정도였다는 사실을 돌아보면 써도 너무 썼다는 생각이다.그런데 지난해에는 2.3배로 뛰었고 올들어서는 그것도 껑충 뛰어 지난해 증가율의 2배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유사이래 최대의 에너지 소비 증가율을 기록하기까지는 무분별한 자동차운행등 비생산부문의 소비량 급증에 연유한다는 데서 찾아진다. 전체 유류소비량의 20%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의 경우 지난해 16.5%가 늘어 연평균 소비증가율의 8.1%의 두배를 상회했다.그리고 올들어서는 33%라는 폭증현상이 예상되어 증가율이 16.8%에 머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게 됐다. 국내 유류 에너지 소비량 과다 현상이 바로 승용차 증가와 같은 과소비풍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우리를 안타깝게하는 것이다. 유류는 여느 샘물 퍼올리듯 하는 것도 아닌데 그 소비행태가 어딘가잘못됐다.사실 물한방울도 아껴 썼던 전통적인 소비절약의 미덕이 오간데 없는 오늘 유류를 물쓰듯 펑펑 쓰고 있다.지난해 우리의 에너지 해외의존도는 91.2%로 이미 90%를 넘어섰고 올해에는 92.6%에 이른다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물도 그렇게는 쓸수 없다.지난 87년 처음 80%선을,그리고 89년 85%선을 넘어선 이래 불과 5년만에 90%선을 넘어섰다.잘 실감되지 않겠지만 이웃을 돌아보면 우리의 과소비가 어떤 것인가를 금새 알 수있다.에너지 최빈국인 일본은 지난 89년만하더라도 해외의존도가 87%로 우리의 85%보다 높았지만 지금까지도 지난 89년의 87%선을 유지해왔다. 이쯤되면 심각하다.지난 한여름에 겪었던 전력부족파동의 악몽이 다시 다가오는 절박감 때문만은 아니다.가난속에서 미덕으로 지켰던 검약정신을 왜 이토록 빨리 잃어버렸나하는 자책이 앞서서이다.나라 전체가 돈을 벌지못 한다는데 검은 황금이라는 석유를 별 쓰잘데 없이 태워 버리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다시 그려야 할 일그러진 자화상이 아닌가 한다.
  • 미·유·윤·창의 창조사회/최창선(정보통신시대)

    현대는 정보사회이다.정보의 생산과 유통이 빠른 사회로 편리성을 강조하는 시대다.편리한 시대의 특징은 경소단박이다.물건을 얼마나 가볍고,작고,짧고,엷게 만드느냐가 핵심이다.그러나 정보사회는 30년이 지나면 새로운 사회를 맞게된다.바로 창조능력이 우선하는 창조사회의 도래이다.우주산업,정보통신산업,생명공학이 고도로 발달된사회로 아이디어와 창조활동이 중요한 가치로 등장하는 즐거움의 시대다.즐거운 시대인 창조사회는 아름다움,즐기는 마음,윤택함,창조성이 강조되는 미·유·윤·창의 시대다.새로운 시대에는 상품이 주는 감각적 자극이 선택요인이 되는 지가마케팅이 등장한다.마케팅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제품 서비스,아이디어의 교환과정을 통하여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인간의 활동이다. 이는 소비자의 욕구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주도면밀한 전략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나 창조사회에서는 사회와 시장환경이 변하여 소비자의 가치관이 변하고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생활인의 의식과 행동까지도 변하므로 상품에 담겨 있는 지혜에 의해 물건의 가치가 크게 변한다. 정보사회에서 창조사회로 변해가는 미래사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아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자아의 발견이란 자신에 대한 알려지지 않았거나 몰랐던 사실과 현상을 알아내는 인식이다. 자아를 발견하자,밝은 자화상을 정립하자,긍정적인 태도를 지니자,미래지향적 목표를 정하자,시간을 관리하자.성공적인 삶이 다가올 것이다.
  • 외언내언

    아파트·학교 등 대형건물에서 공급되는 음용수의 35%가 식수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국립보건원팀이 수도권 및 경기·충청·전라도의 1천2백여개 집단거주 대형건축물을 조사한 결과.샘플규모가 크니까 이 비율에 대한 놀라움도 클수밖에 없다.부적합사유는 더 답답하다.주로 물탱크관리의 무책임과 송·배수관의 부실.◆그러고 보면 실제로 우리가 충격을 받아야 할 것은 우리생활감각의 비합리성이라고 할수 있다.왜인가.우리는 지금 모두 깨끗한 물을 찾아 생수사먹기에 매달릴정도로 물에 예민해 있다.이 예민함은 아파트단지내에서 더 좋은 물을 얻기 위해 우물을 파는 일까지 하게 한다.그러면서도 물탱크관리 같은 것에는 무심히 지낸다.송·배수관만해도 마찬가지.강물오염에는 모두들 한마디씩 하지만 배수과정에는 관심이 없다.이런 모순을 갖고 있는 셈이다.◆지하수만 해도 그렇다.땅속물을 파올리면 깨끗할 것 같지만 그렇진 않다.서울지역 지하수의 70%가 식수로는 이미 부적합해졌다는 연구보고가 90년에 나왔다.이 오염의 원인에는 또 산업폐수보다는 생활하수의 책임이 더 크다.석유화학계열의 제품들을 많이 쓰게되는 오늘의 생활하수는 그 쓴 물 버리기에도 바르게 버리는 규칙이 필요하다.그래서 미국은 76년부터 지하수자원보호 및 오염방지법이라는 것을 생활하수까지 세분해 만들었다.◆내가 지금 먹는 물만 챙기며 사는 모양이 된 셈인데,이제라도 좀 합리적사고를 하는게 좋을 것 같다.내 동네 물탱크 청소나마 깨끗이 하는게 환경오염을 줄일뿐 아니라 실제로 깨끗한 물을 먹는 바른 길이다.건축도 이제는 관쯤은 땅속에 묻는 것이니까 해서는 안된다.수명에 책임을 지고,수명을 다하면 바꾸도록 해야 한다.눈앞에 드러어나 있는 급수관들은 굳이 말해야 할 이유도 없다.이 급수관들 속에 왜 그렇게 많은 세균들이 있는지까지를 이번 조사팀은 밝히지 않았지만,이 역시 무심한 관리의 문제일 것이다.말만 무성하고 실질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막연히 살고 있는 자화상이다.
  • 노령화사회… 우리 모두가 모셔야할 노인

    ◎어버이날에 돌아본 “대가족제도 마지막세대” 노인문제가 우리사회의 피할 수 없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의술발달과 영양상태 호전,높아진 건강의식으로 성인들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나 65세이상 고령인구의 비중은 90년에 5%를 넘고,2000년에는 6.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 추세와는 달리 노인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회적 수용능력은 전무하다.급속한 산업화로 노인들이 설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전통적 대가족제도의 마지막 세대인 노인들이 막상 자신들은 보편화된 핵가족제도아래 피부양권을 박탈당하는 첫세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 노인문제의 비극성은 짙어진다.고령화시대의 실태와 문제점,외국의 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의견을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찾아본다. ◎오늘의 현실/65세이상 인구 2백14만… 2천년 3백20만명/관련예산 1명당 한해 2만7천6백원 불과 서울 성동구 화양동에 사는 이명재할아버지(69)는 지난 총선과 같은 「눈요깃거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평소같으면 이웃 공원이나 길거리를 헤매며 어떻게든 하루를 보내야 했던 그였지만 선거때는 돈 안드는 좋은 소일거리가 많았었다. 선거가 끝난 사실을 못내 아쉬워하며 며칠후엔 할일없이 이웃 경로당으로 발길을 옮겼다.그러나 이할아버지에게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경로당의 한 친구가 노환으로 숨졌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져보아도 성의표시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잡히질 않았기 때문이다. 이할아버지의 이같은 상황은 바로 우리시대 노인들의 자화상을 압축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하루가 다르게 「젊은 노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보사부가 조사한 고령자 인구비율 통계는 60년 전체인구의 2.9%에 불과하던 65세이상 노인인구가 80년에 3.8%로 1백50만명,90년 5%로 2백14만명,8년뒤인 2000년엔 전체인구의 6.8% 3백20만명,2020년엔 선진국수준인 1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수준은 90년기준 일본의11.9%,미국 12.6%,스웨덴 18.3%비율보다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긴 하다.그러나 급속한 인구고령화 추세로 볼 때 안이하게 노인문제에 대처할 경우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노인인구의 급증에도 불구,올해 노인복지관련예산은 5백77억여원.91년보다 47%가 증가한 것이지만 사회복지예산중 5.8%,우리나라 전체예산의 0.17%에 불과한 실정이다. 65세이상 노인 한명당 1년에 2만7천6백원,하루 75원이 노인복지를 위해 확보된 예산이다.개인적인 소득이 따로 없을 경우 이 돈으로 건강문제·여가선용·생존비용을 충당해야 할 판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의 문제는 소득기회의 확대등 소득보장문제,건강·주택문제,노인보호시설확보등 대체로 3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대도시 60세이상 노인들에 대해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들의 70%가 자식들로부터 용돈을 타쓰고 있으며 또 70%가 6만원미만으로 한달을 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들의 이같은 경제상황은 자녀교육등으로 대부분 노후대비를 못한 탓도 있지만 「복지국가」로서 「국가연금제도」등 정부의 적극적인 보완책도 미흡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현재 정부는 70세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1만원씩의 노령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그러나 그 대상이 전체노인의 8.4%인 19만1천명으로 제한되고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난 88년부터 시작된 국민연금제도가 있으나 현재의 노인들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었다.노인들의 소득보장·여가선용을 위한 일자리도 몇몇 전문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소득도 변변치 못하지만 유병률이 높고 대부분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들은 일단 몸이 아프면 대부분 대책이 없어진다. 전국민의료보장체계가 돼 있지만 본인부담금액때문에 의료기관이용에 제한을 받고 있고 노인전문병상이나 전문요양기관도 없다고 할만큼 태부족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노인 요양원 병상수는 18개소에 모두 1천4백47개인데 반해 가까운 일본의 경우 2천1백25개소의 15만3천개로 우리나라 보다 65세이상 인구비율로 따질때 무려 15배나 많다. 전문병상도65세이상 1만명당 일본이 32개,캐나다가 1백43개등이지만 우리나라는 일부 병원에서 형식상 시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도시화·산업화의 급진전으로 생긴 핵가족추세도 노인들에게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핵가족화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노인부양기능을 약화시키면서 나아가 세대간의 갈등·소외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보사부가 최근 조사한 노인단독가구는 모두 58만7천가구로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5.2%,노인가구의 22.9%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노인단독가구중 70%가 가족과 함께 살려해도 마땅한 주택이 없거나 세대간의 갈등등 타의로 혼자지내고 있다는 것이 보사부관계자의 귀띔이다. 사회적 여건변화에 따라 생긴 노인들의 소외감,역할상실에 대한 정서적 불안감을 마음놓고 해소시킬 장소도 변변치 못하다. 현재 전국의 크고 작은 경로당은 모두 1만8천여곳.연료비등 운영료만도 20여만원에 이르지만 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월운영비는 1만2천여원 안팎이다.시설이 허술하고 노후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때문에 많은 노인들은 길거리나 공원을 헤맬 수 밖에 없고 그나마 가까운 이웃에 「복덕방」이라도 있으면 퍽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무의탁노인들을 위한 양로원등 노인복지시설은 전국적으로 1백6곳.전체노인의 0.3%인 6천8백여명이 「수용」돼 있으나 우리나라 무의탁노인 5만여명등 12만명으로 추산되는 잠재적 수요를 감안할 때 그 격차가 몹시 크다. 가까운 일본이 15만명,대만이 6만여명을 수용하고 있는 등 외국의 경우 4∼5%가 노인복지시설에서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복지시설종사자의 인건비등 운영비 지원수준이 현실과 거리감이 있는 것도 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중의 하나다. ◎정부대책/정년연장·능력은행 확대로 노후소득 보장 노인복지대책의 관건은 예산의 확보와 실천력이다.실행이 전제되지 않은 관련법규의 제정,미지근한 실천력이 우리 노인정책이 걸어 온 길이다.그러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고령화시대에 이미 들어선 지금 더이상 노인복지를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노인문제는 노인이 아닌 우리 자신들의 문제로서 이를 방치할 경우 공동체적 위기로까지 발전될 소지가 크다. 이같은 인식하에 정부는 제7차 경제개발계획(92∼96년)가운데 노인복지부문에 대해 세부계획을 수립,추진중에 있다. 정부는 이 계획의 성패여부가 앞으로 「복지국가」의 문턱을 넘어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96년까지 모든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월1∼3만원씩 노령수량을 확대,지급할 계획이다. 또 노인들에게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인능력은행」을 확대,시·군·구마다 1개소씩 설치하고 고령자고용촉진법 시행령을 조속히 제정,노인이 취업할 수 있는 직장에서는 일정비율 의무적으로 노인을 채용토록 할 계획이다.이와 함께 국·공립기관의 정년을 60세이상으로 연장하고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정년연장과 재취업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보건소에 노인진료실을 설치하고 노인병 전문요원및 가정간호사를 배치,방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도 마련해 놓고 있다.노인환자 요양을 위해 노인전문병원과 노인전문진료요양 시설을 96년까지 6대도시에 설치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노인의 재가보호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정간호제를 실시하고 가족의 노인부양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가정봉사원제도도 정착시켜 나갈 예정이다. 노인종합복지관을 올해 21개소 세우는 것을 비롯,96년까지 모두 1백26개소를 건립한다. ◎외국의 경우/60∼70개국서 연금제… 임대아파트 일반화 선진외국의 경우 노인복지는 정부개입의 증가로 가정에서 전문화된 시설로 옮겨갔다 다시 가정에서의 포괄적인 서비스제공에 주력하는 추세다. 가능한 한 시설보호를 피하고 노인들이 자기집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가사보조나 가정원조(Home­Helps)등 재가복지에 최우선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또 60∼70개국 이상이 이미 완전노령연금제를 실시,이제는 노인복지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노인의 소득보장제도로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녹지관리프로그램」을 만들어 노인들로 하여금 공원 미화작업이나 가로수 돌보기 등의 일을 하게하고 있다.또 「액션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노인들이 유급자원봉사활동을 통해 능력을 활용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노인인재은행」을 주요도시에 설치,취업을 알선하고 있고 55세이상 중·고령자를 전체종업원 수의 6%내에서 의무고용하는 제도가 있으나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중·고령자를 제대로 채용하지 않을 경우 고용주에 대한 처벌이 무겁다는 것이다. 또 유럽 대다수 나라에서는 「노인복지공장」이 마을마다 설치돼 퇴직노인들에게 소득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보장의 경우 미국은 재가노인들이 의사나 치료시설을 선택,가정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노인보건법」을 기초로 70세 이상의 노인과 거동장애가 있는 65∼69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찰·약제·치료서비스사업을 국가차원에서 펴고 있다.유럽의 경우에도 병원에서 퇴원한 재가노인을 위해 「임시거주보호소」를 운영하는가 하면 각종 「가정건강요양프로그램」이 개발돼 재가노인들이 가정에서 특별물리치료 등을 받을 수있도록 하고 있다. 주택보장으로 미국에는 노인임대아파트가 일반화돼 있고 노인들에 대해 주택세금의 연체 또는 납세연기 등의 혜택을 주고있다. 일본은 호텔식 구조로 노인주택이 운영되고 있는가 하면 주택개량시 무이자 융자제도도 있으며 유럽에서는 자녀주택의 정원에 별도로 세운 소규모 노인주택이 성행하고 있다. 양로원및 요양원 등 노인보호시설은 대부분 국가에서 운영하는 무료시설에서 유료시설로 옮겨가고 있으며 무료의 경우 특정한 노인들에 대해 「주간보호소」「정신질환보호소」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스웨덴 등 유럽 복지국가들은 65세 노인의 5%정도가 각종 시설에 입소해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다. ◎전문가 진단/“가정·사회적 소외 심각하다”/노령수당·경로우대증제도등 내실 부족/박재간 노인문제연소장 노인들은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다.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정에서나 사회적으로나 발붙일 곳을 잃어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시부모와의 동거를 기피하는 며느리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혼령기에 접어든 처녀들은 시부모를 모실 입장에 있는 신랑감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많은 비율의 노인들은 자녀와 동거하고 있기는 하지만 가사결정권·재산관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자녀들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삶의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자살의 길을 택하는 노인들도 적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노부부 또는 노인 혼자서 사는 가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80년대초까지만 하더라도 노인단독가구는 전체 노인의 14%에 불과했으나 91년말 현재 그 비율은 29.0%를 상회한다. 10년 후인 2000년에는 42%이상의 노인들이 자녀들과 동거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가정이라는 울타리는 이미 노인들에게는 삶의 보금자리가 되지 못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금세기초에 노인부양을 국가가 책임지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이룩했다.그들은 지금 국가예산의 15%에서 20%를 노인복지예산으로 할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노인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지 않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노인복지정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니다. 노령수당제도·경로우대증제도·양로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는 모두가 전시효과적 사탕발림식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예산중 노인복지를 위해서 지출되는 돈이 0.15%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오늘의 노인들은 지난날 우리를 낳아서 기르고 나라 발전을 위해서 헌신한 「유공자」들임을 잊어서는 안된다.이들은 가정이나 사회에서 결코 홀대받아야 할 존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그러한 뜻에서도 정책결정자들은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 의지를 나타내야 한다.
  • 21일 과학의 날… 김진현장관은 말한다/대담=조남진부장(인터뷰)

    ◎“과기 전쟁시대… 기술의 우방은 없지요”/신국제질서 부응… G­7수준의 기틀 다져야/2천년까지 5조투입… 독점기술 개발/「중진국 자만」탈피,국가발전 가속화 도모/「민족생존·평화·건강의 길」로 인식… 「혼과 생명」 집약을 냉전 종식과 함께 과학기술이 국제질서의 새로운 힘의 원천으로 부각되고 있다.「정치의 우방은 있어도 기술의 우방은 없다」는 기류가 높아가고 있다. 88년 이래 「중진국 성공 신드롬」을 앓고 있는 우리는 과학기술 신패권주의속에 「우리만의 과학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될 안타까운 현실을 맞고 있다.『걸프전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가 아니라 일본이 제공한 갈륨비소반도체의 승리』라고 당당히 말하는 일본,핵폭탄·핵잠수함을 보유하고 4년만에 우리의 수출을 앞질렀으며 「과기흥국」을 내세우는 중국등에 둘러싸인 우리는 「2000년대 G7 수준의 과학기술 선진국 진입」을 위해 힘을 재집약시켜야 한다. 과학기술처 김진현장관은 취임(90년11월)이래 지론인 「과학기술 제2의 건국론」으로 과학기술 정책혁신을주도해오고 있다. 제25회 과학의날(21일)을 앞두고 조남진과학부장이 김장관을 만나 과학기술 정책 현안들을 들어보았다. ○우리현실 안타까워 ­「과학기술 드라이브」란 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데 또다시 나오는 것은 그동안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 아닌가요. ▲90년대의 과학기술은 의미 자체가 종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지금까지 기술은 경제나 산업의 하위정책,보조수단으로만 여겨져 왔습니다.그러나 군사력에 의존한 냉전의 시대가 끝나고 경제력,그중에도 고도기술력이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등장한 새시대에는 국가와 외교,국가와 안보,복지·환경·교육·문화등 모든 사회공동체 활동에서 총체적 기반으로 자리잡게 될게 분명합니다.정부가 90년대 과학기술드라이브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것도 이때문입니다. 앞으로 2∼3년내 과학기술입국을 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생존할수 없다는 인식아래 과학기술혁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2000년대 G7수준국 도달이라는 국가 발전목표를 채택했으며 96년까지 1조원의 과학기술진흥기금을 조성키로 하는등 목표달성을 위한 자원동원을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G7수준의 과학기술달성은 무리한 목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G7수준이 될수는 없습니다.그러나 스위스나 스웨덴이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해 선진국이 된것은 아니지않습니까.스위스는 정밀화학이 바탕이 된 농약과 의약및 전기기계에서,스웨덴은 볼보자동차,SKF의 볼베어링,에릭슨의 통신,피겐전투기 그리고 광산 기계등이 세계최첨단의 수준입니다.우리도 몇개 분야에서만이라도 「우리만」의 독점적 기술을 갖게 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미·일이 한 과제에 수억달러씩 투입하는것과 비교할때 연구비가 적은것도 사실입니다.그러나 50년대 일본이 처음 시작할때 연구비가 미국의 몇십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그럼에도 따라잡을수 있었던 것은 일본과학기술자들이 「생명과 혼」을 투입했기 때문이지요.우리 과학기술계도 선진국을 따라잡고 말겠다는 「생명과 혼」을 갖는다면 부족한 기술은 독립국연합(CIS)·중국등의 도움을 받는 방법으로라도해결해 목표를 달성할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2∼3년내 생활지배 ­지난해 22개 정부출연연구소에 대대적인 수술을 했습니다.긍정적 측면도 많지만 연구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것도 사실입니다.사기 진작 대책은. ▲연구소 운영이 정상화된만큼 이제부터는 정부가 충분히 지원을 해줄 생각입니다.특성에 맞게 예산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대우도 사회과학계 연구소에 뒤지지않게 조정할 계획입니다. ­책임급 연구원들에게는 연구비유치가 큰 부담이 돼 왔습니다.안정적 연구비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앞으로는 연구비가 없어 연구를 못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겁니다.오는 2000년까지 초고집적 반도체,광대역 ISDN,고선명 TV,전기자동차,인공지능 컴퓨터,신의약·신농약,첨단생산시스템등 14개의 G7 프로젝트에만 4조9천억이 투입될 예정입니다. 기업들도 기술개발 투자를 할곳을 못찾아 오히려 애 태우고 있지않습니까.대학에 수백억원씩을 투자하고 서울대 연세대등 공대에 산학협동연구소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십시오.석·박사과정의 고급인력이 많은 대학들은 촉매만 있으면 활활 불타오를 정도로 열기가 뜨겁습니다.민간기업연구소들은 또 어떻습니까.출연연들은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핵재처리」는 위탁 ­정부는 일본의 엔블록 형성에 대응한 한·미간의 전략적 과학기술동맹 결성등 협력을 추진해 왔습니다.구체적 진전상황이 있습니까. ▲한·미양국은 만성적 대일무역적자및 산업경쟁력 약화등 공통적인 문제점 극복을 위해 고선명 TV,공작기계,인공지능컴퓨터,고집적 반도체등 첨단분야에서 협력 필요성을 논의해 왔습니다.그러나 지난1월 체결된 비밀특허보호협정(PSA)이 국내 비준 절차를 거치지 못해 함께 체결된 과학기술협정 발효가 지연됨으로써 한·미과학기술개발재단설립,과학기술 포럼개최 등의 논의도 늦어지고 있습니다.올 6월까지는 과기협정이 발효돼 구체적인 양국간 협의가 이뤄질수 있도록 협의중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통해 핵연료재처리시설을 갖지않겠다고 천명한바 있습니다.그러나 원전운영의 경제성측면에서 평화적 목적의 재처리는 할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현재 우라늄은 국제시장에서 공급이 충분하고 값도 지난 80년의 4분의 1수준이며 아직 국내원전 규모도 적기때문에 재처리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습니다.그러나 장기적으로 우라늄값이 오르고 국내원자력 산업의 규모상 필요성이 대두되면 영국이나 프랑스 혹은 독립국연합에 위탁해 재활용할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국내에서는 한해 2백30t의 사용후 핵연료가 발생,누적량이 1천6백t에 이르고 있는데 97년까지 중간저장시설을 건설,재활용 필요성이 제기될때까지 안전하게 저장해둘 계획입니다. ­원자력산업을 장차 유망사업으로 보고 연구개발 중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어떤 내용입니까. ▲2000년대초까지 2조원의 연구비를 투입,95년까지 원자력발전소 건설기술의 95%를 자립하고 2000년대 초까지 선진국 수준의 원자력기술을 확보하는 것입니다.주요과제로 차세대 원자로및 고속증식로,개량형및 미래형 핵연료 개발,방사성폐기물관리기술개발 등으로 산학연의 인력이 총동원될 것입니다.5월중 원자력위원회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입니다. ○원자부지 곧 책정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확보문제가 총선을 넘겼는데도 구체적 진전이 없습니까. ▲서울대등 전문기관이 도출한 6개 후보지에 대해 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종합분석중에 있습니다.그러나 기술적인 검토만으로 사업을 추진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수용분위기를 먼저 조성한후 이를 토대로 협의대상지역을 선정 발표하고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와의 충분한 협의,원자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부지를 확정할 계획입니다.주민의 수용분위기 조성을 위해 국내외 관련시설의 시찰기회를 주고,가칭 「방사성폐기물관리시설 주변지역에 관한 지원법률」의 제정및 지역개발사업을 위한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공탁등을 통해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신뢰를 갖도록 할 계획입니다. ­바쁜중에도 지속적인 독서를하고 좋은내용은 프린트해 과학계를 비롯,필요한 이들과함께 나누는 것으로 아는데 요즘 어떤 책을 보십니까. ▲오타 히로시(태전박)의 「쓰러져가는 기술대국­미국의 자화상」을 읽습니다.지금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로 나가 있는 외교관이 외무성과학기술심의관으로 2년반 근무하며 그간 일해온 미국의 과학기술에 대해 정리한 것입니다.과학자가 아닌 외교관으로서 이런 책을 썼다는 것이 생명과 혼입니다.경제를 위한 과학이나 정치·사회를 위한 과학이 아니라 「민족의 생존과 평화와 건강을 위한 과학」「주변국과 공존을 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서의 과학」이라 생각하고 전국민이 과학기술을 위해 혼과 생명을 담아주셨으면 합니다.
  • 윤석화씨 열정에 숨죽인 객석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공연현장을 가다/여가수 「회한의 모성애」에 잔잔한 감동/여성관객 줄이어 통로입석까지 만원 『공연이 시작되려면 1시간이나 남았는데 벌써 입석표밖에 안 남았어요』 『어떻게 1시간반 동안 통로에 쭈구리고 앉아서 연극을 보니(?)그것도 같은 값을 내구』 지난 27일 하오 2시30분 윤석화의 1인극 「딸에게 보내는 편지」(아놀드 웨스커원작 임영웅연출)가 공연되고 있는 신촌의 산울림소극장 매표소앞에는 대학생처럼 보이는 두 여학생이 통로에 앉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최근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연극을 볼 것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날도 좌석표는 역시 공연시작 1시간전에 매진됐고 입석표를 포함해 2백명이 넘는 관객들이 울고 웃고 노래부르는 윤석화의 열정적인 연기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낮공연이 있는 날이라 다른 때보다 중년여성 관객들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띠었지만 20∼30대의 젊은 여성관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오면 35세의 여가수 맬라니역을 맡은 윤석화는 녹음시설과 피아노가 갖춰진 자신의 방 한 구석에서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며 손톱소제를 한다.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한다고 호소하는 11살 난 딸에게 근사한 내용의 편지를 써보내고 싶어 그녀는 편지를 수없이 고쳐써 보기도 하고 노래로 편지를 대신해 보기도 하며 괜히 흥분에 들떠 방안을 서성인다. 그러나 막상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떠올릴라치면 자꾸만 자신의 아픈 과거가 눈앞을 가로막는다.집안 사람들로부터 별로 귀염을 받지 못하고 자랐던 어린 시절,유난히도 가슴속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는 아버지에 대한 따스한 추억.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에 대한 기대나 꿈·야망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뒤엉켜있다.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부모들이 자신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어린 딸에게 해주며 자신의 부모와는 다른 엄마가 되고 싶어한다. 윤석화가 경쾌한 노래를 부르면 관객들은 박수로 흥을 돋운다.또 그녀의 동작하나,표정하나라도 놓치기 않으려는 관객들의 시선은 온통 윤석화에게로 쏠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친구는골라서 사귀어라」「감정을 조심해라」「남을 탓하지 말라」「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등 시시콜콜하게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조목조목 늘어놓으며 엄마노릇을 한번 제대로 해보려는 그녀의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직장생활을 하는 우리주변 젊은 엄마들의 자화상을 떠올리듯 객석 여기저기에서 한숨소리가 절로 나온다. 좌석이 없어 앞자리에 방석을 깔고 연극을 봤다는 정현조(여·대학생)양은 『항상 엄마한테 듣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무대에서 접하니까 색다르게 느껴진다』며 『그러나 일상적인 소재가 주는 작은 공감들에 여성연극이 표명해야할 주제의식이 파묻혀 버리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다. 또 큰 마음먹고 연극을 보러왔다는 직장인 김옥자씨(27·여)는 『극 자체는 밋밋하지만 현실사회에서 여자가 맞닥뜨리게 되는 불합리한 상황을 용기있게 받아들이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깊었다』면서 『직장여성이 증가하는 우리사회의 흐름에도 잘 맞는 연극인 것 같다』며 관극소감을 밝힌다. 관객들은 대부분 연극배우 윤석화가 80분동안 제공한 볼거리와 일상에서 잊고 지내왔던 삶의 소박한 이야기가 던져준 잔잔한 파문을 간직한 채 극장문을 나서고 있었다.
  • 두륜산/천년고목·운무 어우러진 선경

    ◎해남서 12㎞… 정상까진 4시간/대흥사 둘러싼 동백군락 “장관”/전통다도 명맥잇는 일기암도 가볼만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엔 올망졸망한 섬들이 표주박처럼 떠있고 아스라이 이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제주 한나산이 희미하게 보여 한 폭의 명화를 감상하는 듯하다.구름이 끼어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계곡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안개구름이 산세와 어우러져 선경을 연출해 낸다. 오우가와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고산 윤선도와 임진왜란 때 승병대장으로 호국에 앞장섰던 서산대사의 발자취가 서린 전남 해남 두륜산 정상(7백3m)­. 산정으로 오르는 길목마다 천년을 넘는 고목과 5m도 넘어보이는 해묵은 동백나무 군락이 산행을 반긴다.그중에서도 금방이라도 화사함을 드러내 보일 듯이 꽃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는 동백꽃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전남 해남읍에서 12㎞ 떨어진 곳에 자리한 전남도립공원 두륜산은 대흥사를 품에 안고 있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해남읍에서 남동쪽으로 자동차로 20분가량 달리다보면 대흥사입구인 장춘리에 닿고 이어 대흥사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제일장춘교에서 대흥사앞에 이르는 2·5㎞는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온통 거목의 긴 터널을 이루어 그야말로 장관이다.고목으로 우거진 사잇길을 따라 해탈문을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이 천년풍상을 견디어 온 고찰의 풍모를 대변한다. 두륜산 정상까지는 두 길이 나 있다.하나는 진불암을 거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북암을 먼저 거치는 코스다.어느 길을 택하더라도 4시간 가량이면 정상까지 갔다올 수 있다.오르막길에는 천연바위로 이뤄진 구름다리가 가로질러 하늘에 오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하산은 노승봉,가련봉을 거쳐 북암쪽을 택할 수도 있으나 길이 험해 만일암터길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만일암터에는 천년 묵은 거목이 빈 터를 지키며 그날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하산길에 천연기념물 173호인 왕벌나무와 동백나무로 둘러싸인 대흥사를 관람하는 것은 두륜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신라 진흥왕 5년(서기 544년) 아도화상이 창건한 대흥사 경내에 들어서면 대웅보전·보련각·천신암·일주문 등 34개 건물과 보물 4점 등이 보는 이를 압도하며 가람의 풍채를 자랑하고 있다. 또 이웃 표충사에는 서산대사가 생전에 입었던 금란가사를 비롯,밥그릇으로 사용했던 옥발 3점,칠보염주 1점,신발 2켤레,서산대사 친필인 정선사가록,임금이 내린 교지,도끼,창,승군단표지물,신호용 나팔 등이 전시되어 대사의 큰 뜻을 일러준다. 이와 함께 조선조말 초의스님이 기거하며 전통다도의 명맥을 이어온 일기암도 꼭 가볼 만한 곳이다.귀로에는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 공재 윤두서 자화상과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등 유물 2천5백여점을 보관 전시중인 고산유적지도 돌아볼 수 있다.특히 이 유물관 뒷산은 천연기념물 241호인 비자나무숲으로 덮여있다.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우리 나라 육지 땅끝인 토말과 명량대첩지 우수영을 돌아보고 해남읍 천일식당(전화 0634­536­4001)에서 한식을 맛보는 것도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서울에서 대흥사를 가려면 호남고속도로 비아 인터체인지에서 송정∼나주∼영암∼성전∼옥천∼해남∼장춘등을 잇는 코스가 지름길이다.
  • 인간·자연 담담히 노래/박성룡씨 6번째 시집 「고향은 땅끝」

    ◎신작 「자화상」등 78편·시작노트 한데 묶어 중견시인 박성용씨가 여섯번째 시집 「고향은 땅끝」을 문학세계사에서 펴냈다.지난 87년 「꽃상여」를 발간하고 5년간에 새 시집을 묶은 것이다. 90년말 정년퇴직으로 직장을 떠났던 박시인은 이번 시집에 퇴직후 쓴 30여편의 시를 비롯하여 모두 78편의 시와 시작노트를 담았다. 정년퇴직후 91년도에 쓴 최근시 30여편을 실은 제1부 「정년이후」편에선 세상잡사에서 벗어나 자유인으로서 유유자적과 무욕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작품집에 미처 살리지 못했던 작품들과 동시들을 수록한 세3부는 시인의 진솔한 면모를 엿보게 한다. 「나는 어릴 적 내 가슴에/바다와 흰 물새들을 기르며 자랐다.//…//그런데 나는 차차 자라면서/내 가슴속에/은을 지니기 시작하고,…//때로 비수를 지니기 시작하고,/총알을 지니기 시작했다」(「자화상」) 제4부 시작노트 「시·시인·시정신」에서 시인은 아름다운 언어와 운율로 풀잎 하나서부터 이 세상 모든 것을 노래하고 싶다는 소망을말한다. 1956년 「문학예술」지 추천으로 등단한 박시인은 현대문학상(1964),국제펜클럽한국본부문학상(1989)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시집 「춘하추동」「동백꽃」「꽃상여」등을 펴냈다.
  • 다시일어나 위를 보고 걷자(사설)

    우리는 요즘 경제적 위기,정치적 불신,사회적 불안,도덕적 타락을 개탄하며 오늘의 현실에 울분을 토하는 많은 「우국적」인 사람들을 도처에서 만나게 된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거나 자신의 불찰,스스로의 나태,무능을 자책하며 반성하는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모두들 자기만은 「예외자」인 것이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모습이다. 모두들 충족될 수 없는 자기몫만 요구하고 집단이익 챙기기에 여념이 없으며 오로지 자기 중심의 억지논리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우리에게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공동체인식을 찾기란 대단히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우리는 정말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할 능력과 자격이 있는가를 부끄럽지만 자문해 봐야 할 시점에 이른것 같다. ○남의 탓만 할건가 우루과이라운드로 상징되는 오늘의 국제관계는 무력아닌 경제전쟁의 시대에 접어 들었다.이 가파른 전쟁을 이겨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정체 아닌 뒷걸음질 치는 경제,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좌절의 늪에 빠져 자칫 경제사회가 가라앉을 소지마저 보이는 상황에 우리는 서 있다.생산보다는 소비가,수출보다는 수입이 늘고,근로자는 땀흘려 일하기 보다는 쉽고 편한것만을 찾고 선진국의 환상속에서 선진국에 이르는 고난과 인내의 과정은 생략한채 서둘러 과소비에 물드는 세태를 우리는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나라마다 경제발전의 역사를 보면 순탄할때가 있는가 하면 험난한 고통과 좌절의 터널을 빠져나온 흔적을 여러 측면에서 목격할 수 있다.그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어제 오늘에 생긴것들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파생되며 잠재해 왔던 것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사회 결집력이 약화되고 경제생활에 굴곡이 생기면서 지면에 표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한지 오래고,경제는 나침판을 잃은듯 휘청거리고 사회는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의심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형국이나 어느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고 나서는 사람이나 집단,계층은 없다. ○내 몫만을 찾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내려앉은 듯한 상황속에 언제까지나 주춤거리고 불안해 하며 냉소적인자세에 젖어 있을 수만은 없다.우리는 서둘러 뜻을 세우고 일어나야 한다.이 정도의 시련에 우왕좌왕 한다면 우리는 정말 보잘것 없는 민족이 되고 만다.얼마나 많은 전화속의 시련,가난과 울분을 삼키며 이룩해 놓은 오늘인가를 자각한다면 우리는 결코 이 상태로 중심과 균형을 잃고 흔들릴수는 없는 일이다. ○중도에서 쉬면… 우리가 처한 오늘의 상황에 대해 안팎에서 냉소적인 시각으로 보는면이 적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그러나 소련 중국을 비롯,많은 나라들이 아직 우리의 성장 잠재력과 우리가 성취해낸 경제발전 모델,한국인의 그 폭발적인 놀라운 에너지의 근원을 연구 적용하기에 여념이 없음을 우리는 또한 보고 있다.우리는 지금 도약과 낙후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년여동안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국력의 소모를 경험했으나 또한 많은 것을 터득했으며 그 지혜를 새로운 도약의 기틀로 삼을때 우리의 미래는 열린다. 우리사회 안정의 기틀은 우선 법과 질서의 엄정한 집행에서 비롯돼야 한다.이것은 정부가 해야할 가장 원초적이고 중요한 책무이다.공권력은 절대로 집단 욕구에 밀리고 데모에 흔들려서는 안되며 정치권이 제몫을 다하지 못하면 경제력의 복원이 어렵고 사회안정이 흔들리며 남북관계는 물론 나라가 퇴영하는 정황에 이를 수도 있음을 깊이 자각해야 한다.국민의 길잡이가 되고 국민을 안심시키고 나라의 힘을 결집시켜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는데 한 몫을 한 것이 아닌가를 자성해야 한다. 산업계는 언제까지나 예외적 대우를 받으며 계속 자신의 부를 쌓는데만 몰두해서는 안되며 그런일이 용납될 수도 없다.스스로 자제하며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근로자들의 수범이 되고 과소비를 부추기고 앞장 서 사회의 결집력을 약화시키는 역작용을 해서는 곤란하다. ○남들은 뛰고 있는데 끝으로 오늘의 지구사회는 점차 국경없는 넓은 공간에서 지구가족이 서로 오가며 기업을 하고 과학을 하며 생을 영위하는 시대로 접근해 가고 있다.이것이 어찌보면 21세기에 우리가 마주하게될 세계다.우리는 나라가,정부가 들어오는 것을 규제해 주고 가려주고 권유하는 선에서 생을 영위하던 시대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소비하고 스스로의 지혜로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하는 사회로 이전돼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난 천년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는 있으나 2,3년 앞을 전망하는 일조차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오늘의 세상사다.그러나 최소한의 예측은 가능하고 이에 대비는 있어야 한다.현재가 과거의 그림자라면 미래는 현재의 투영일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법과 질서는 엄정해야 서울신문은 오늘로 창간 46주년을 맞는다.광복되던해 새나라 세우기에 모든 국민들이 여념이 없고 모든 것이 서툴고 경험과 지혜가 부족한 때에 나라의 이익을 앞세우고 그 길잡이를 자처하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 냈다. 우리는 지난날의 우리의 자화상에 결코 만족할 수는 없으며 앞으로 확고한 신념하에 나라를 바른길로 인도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임을 다짐하고자한다. 이제 우리 모두 좌절감에서 분연히 일어나 세계를 놀라게 했던 지난날의 그 패기와 기상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우렁찬 행군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가야 할 것이다.
  • 나라를 테러한 이 패륜/이대로 가다간 우리는 공멸한다(사설)

    어처구니가 없다. 분노가 끓어오른다. 망연자실한다. 「일인지하만인지상」의 밀가루·달걀이 범벅된 얼굴은 오늘의 이 나라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것이 수출 10위권,국제 신인도 19위 나라의 자화상이란 말인가. 국무총리가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이 나라가 당했다. 어찌하여 나라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싶어 침통해지는 마음을 가누기가 어려워진다. ○못된 버릇 조장한 결과 오냐 오냐 조동으로 키운 손자,할아비 수염을 뽑는다고 했다. 버릇을 제대로 못 가르친 앙화가 그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손자」들은 할아비의 수염만 뽑는 것이 아니다. 망건도 망가뜨리고 얼굴도 할퀸다. 그도 모자라 넘어뜨려서 올라탄다. 못되게 구는 버릇을 진작에 바로잡아놓지 못한 결과가 그것이다. 학장·총장실을 점거하고 스승의 머리를 깎고 멱살잡이하며 폭언을 했을 때,그때 단단히 혼을 냈어야 한다. 그렇건만 자기에게 떨어진 불똥이 아니라선지 유야무야 넘기기가 일쑤였다. 그러면서 「일리」가 있는 양 옹호론을 펴는 부류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만능방패인 「민주화」를 내세우는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그 못된 버릇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못된 버릇은 상습화하고 면역을 심어 나왔다. 그 잘못된 어른들은 젊은이들의 잘못된 죽음까지를 잘못된 죽음이라 가르치지 못했다. 입으로만 건성으로 그러지 말라면서 그들의 잘못된 죽음을 영웅시함으로써 오히려 그 길의 선택을 미화하고 나섰다. 그들이 못된 어리광 부리는 「손자」들에게 가르친 것은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흑백논리였다. 도대체 「민주화」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이었던가. 인성이 마모되고 규범과 예절을 어겨도 괜찮은 것이었던가. 그렇게 해서 「쟁취」한 민주화로써 과연 무엇을 기대하려 했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 어른들은 지금도 「백병원」과 「명동성당」의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이 시점에서 수염 뽑히는 할아비들은 하나같이 어른 노릇 못한 점에 대해 자책해야 한다. 학생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양식들은 많았고 그를 부추기는 잘못된 어른들의 행태 또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양심들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을 다부지게 야단치는 일에만은 선뜻 앞서려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편 아니면 적으로 치는 흑백논리의 악의에 찬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질타할 줄 아는 어른으로 그런 점에서 최근의 김동길 교수나 김지하 시인,박홍 총장 등의 준절한 타이름과 꾸짖음은 모든 어른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다. 그들의 질타에 대해 재야나 운동권은 「배신자」로 낙인 찍었지만 그것은 「민주화」를 내세우면서도 얼마나 비민주적인 생리를 지녔는가를 말해주는 일이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현실적 이익에 좌우되어 한 언행은 아니지 않았던가. 그같은 영혼의 소리를 「배신」으로 몰아붙이는 독선에 대한 질타가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바로잡힌다. 그렇게 나무랄 줄 아는 「양식의 용기」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 공권력의 행사에 대한 인식도 바로잡혀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권위주의 시대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당한 행사에까지도 조금만 과격하면 곧장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그러나 공권력의 위축은 남용되고 오용되는 행사 못지않게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선진 제국에서의 가혹하고 냉엄한 공권력 행사의 사례를 우리도 알고 있지 아니한가.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는 첨병인 공권력에 대해 그것이 신중하고 올바른 행사일 때 국민적인 뒷받침을 해야 마땅하다. 공권력과 대등하게 「대치」할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안녕 질서를 해치는 존재가 있다는 말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인성회복에 지혜 모을 때 일언이폐지하여 한 나라의 재상이 학원 안에서 학생들에 의해 집단폭행을 당한 일은 창피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정 총리는 총리로서보다도 먼저 교육자적인 양심으로 못 다한 강의를 보충하기 위하여 예전에 하던 대로 대중교통수단으로 학교에 가서 강의를 했다. 이런 스승에게 제자들은 폭행으로 보답한 셈이다. 위아래도 없고 법도 없고 예절도 없고 우악스런 폭력만이 있는 사회라 함을 내외에 과시한 꼴이 되지 않았는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우리가 제아무리 잘 살게 되고,또 그들 과격학생들이 주장하는 「민주화사회」가 된다고 해도 우리의 심성이 이렇게 황폐해지고 우리의 도덕률이 이렇게 와해되어 있다면 우리는 스스로 불행해질 수밖에는 없다. 남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겸손을 잃고 나만 주장하면서 편을 가르고 내 뜻에 거슬리면 행패와 폭력으로 나온다 할 때 이 세상의 선의와 미덕이 어디에 발붙일 수 있다고 하겠는가. 이번의 정 총리에 대한 폭행사건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모두가 함께 몰락하고 말 것이라는 심각한 시각에서 출발하는 대응이 있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나타난 현실에의 대응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근원적인 병리가 무엇이며 어디에 연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통찰도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이와 유사한 혹은 그보다 더 흉악한 사단도 배제할 수 없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행복의 기준을 지나치게 물질 쪽으로 설정한 나머지 인성을 잃어온 데 대한 성찰을 하면서 그 회복운동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배우고 배우지 못하고 또는 가지고 가지지 못하고에 관계없이 오늘의 우리는 자족과 겸허를 잃고 욕망과 오만에 차 있다. 배타와 아집에 차 있다. 정 총리의 일그러진 얼굴에서 다시 한 번 그것을 읽는다.
  • 부처님 오신날(사설)

    내일(21일)은 음력으로 4월초파일이자 2천5백35번째 맞는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께서 사파고해 속에서 헤매는 무변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이땅에 오신 뜻 깊은 날이다. 이날 전국 2만여 사암에서는 일제히 봉축법요식을 갖고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펼친다. 그러나 이날 하루 1천3백만 불자들은 연등을 바쳐 기복이나 하고 불자가 아닌 사람들은 그저 「편안히 쉬는 날」로 지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1천6백년 전 이땅에 뿌리를 내린 불교는 우리 겨레 문화와 전통 사상을 형성하는 데 뼈대구실을 해왔다. 따라서 부처님 오신 날은 불자이든 아니든 우리겨레 모두가 이날의 참된 뜻을 경건하게 되새기고 자신을 조용히 성찰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가르침 중에서 오늘날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3가지 가르침을 예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빈자일등의 정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하는 곳에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등이 있었다. 왕후대작들이 바친 크고 화려한 등에서부터 서민들이 바친 작은 등까지. 가난한 여인 난타도 한달을 일하여 번 정재를 모두 바쳐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등 한 개를 구석 한 모퉁이에 부끄럽게 매달았다. 설법 도중 한 차례 회오리바람 불자 다른 등은 모두 꺼졌지만 난타의 등은 꺼지지 않았다. 제자들이 부처님께 물었다. 『저등은 어찌하여 꺼지지 않습니까』 부처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마음과 정성을 다한 등은 작아도 꺼지지 않느니라』 이것이 빈자일등의 교훈이다. 작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정신,어떤 일이든 정성을 다하는 자세,자신을 겸허하게 낮추는 마음 등이 이 속에 모두 담겨있다. 빈자일등의 정신이 우리 사회에 실현된다면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갈등과 반목도 해소될 것으로 믿는다. 둘째는 「참나」를 찾는 일이다. 부처님은 자신을 유아독존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의 아는 세속적인 이기적 아가 아니라 세상의 온갖 허상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 「참나」,깨달음의 바탕인 본래적 「나」를 가르키고 있으며 그것이 가장 존귀함을 설파한 것이다. 부처님 오신날에 등불을 켜 어둠을 밝히는것도 「참나」 「참마음」을 찾자는 데 있다. 고도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참나」를 상실하고 있다. 헛된 욕망의 그림자를 쫓거나 미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들 자화상이다. 마음의 불을 밝혀 「참나」를 찾아보는 자기성찰이야말로 진실로 뜻깊은 일이다. 셋째는 마음 속에서 삼독을 지우는 일이다. 부처님이 깨우쳐주신 삼독은 탐욕스럽게 갈구하는 탐,남을 욕하고 원망하는 진,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는 치이다. 인간의 번뇌는 탐·진·치,삼독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하고 자신의 잘못은 덮여둔 채 남만 원망하는 세태,그러면서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도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번뇌의 근원이다. 부처님이 설파한 이 세가지 가르침은 따로가 아니라 자비의 끈으로 묶인 하나의 고리이다. 삼독을 마음 속에서 지우지 않고 어떻게 「참나」를 찾을 수 있으며 「참나」를 찾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빈자일등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는 참으로 암담하고 혼탁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해보려고 하는 노력만은 끝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각계각층으로 퍼져 나갈 때 우리 사회도 자비와 광명의 등불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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